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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치료 기간을 생각하다 웃픈 기억이 났다. 

항암 치료의 그 어둠같은 피로의 끝을 게임으로 이겨 냈었다.


거의 침대에만 누워있고, 밥먹을 때도 거의 침대에서만 먹고... 침대 생활이 계속 되니 핸드폰, 만화, 영화, TV도 많이 보게 된다. 

눈 뜰 힘 없으면 팟캐스트도 많이 들었고...

이게 비단 심심해서 그러는 것 이상인 것 같다. 심심하다고 말하기엔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정신 차리고 있을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경우가 있다. 치료 중간 너무 힘들어서 말 그대로 정신을 못 차릴때...

밥 먹을 생각도 못하고 마약 진통제에 취해, 수면제에 취해... 때로는 너무나 힘이 빠져버린 그 상태를 이기지 못해 하루종일 누워 잠만 자게 되는... 

밥까지 건너 뛰게 되니 영양분을 못 섭취해 상당히 걱정되던 시기였다. 


 

그 때 느낌은 정말 한 없이 어둠 속으로 끝없이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잠깐 잠깐 깨기도 하는데, 이게 낯인지, 저녁인지, 새벽인지도 모르겠고... 잠깐 깼다가 이내 또 잠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냥 정신이 대부분 가출한 상태의 느낌이다. 

나도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는데 이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날 몇일이 계속 되다 보니 이 때문에 많이 싸우고 많이들 힘들어 했다. (환자도 보호자도....)

이 상태가 오니 만화책도, 영화도, TV도, 팟캐스트...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다. 


사실 나도 걱정이 어마 많았었기 때문에 지난 날의 암흑같은 기억을 떠올라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시드마이어의 문명5]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한 번 손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악마의 게임으로 유명한 문명!

1부터 5까지 나의 지난날 몇 날 몇 일의 밤을 하얗게 불태워 줬었던 그 악마의 게임.

학생시절엔 학교에 안 가게 만들어 주고, 

사회 생활을 시작 후 추석 연휴에 맞추어 이 게임을 시작했다가, 순간 정신 차려보니 휴가는 다 끝나고 담 날이 출근 날이었다는.....ㄷㄷㄷ...

문명 카드는 대 성공이었다. 

이 게임은 그 몇 날 몇 일 정신이 나가 사경을 해매며 잠에 빠져 있던 나의 몸을 일으키고 고정 시켰다. 

게임을 하다 보니 정신을 차리게 되고, 정신을 차리게 되니 게임 하면서 밥도 먹고 주스도 마시고... 일단 영양 섭취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웃픈 기억이지만, 정말 어메이징하고도 숭고한 순간이었다. 

진정.... 문명은 암도 이겨낸다..... ㄷㄷㄷ....

다만 게임에 너무 빠지다 보니 밤을 세어버리기도 했다는..... -_-ㅋ (치트코드를 썼는데도 한 일주일을 내리 해서 깬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인생 게임 시리즈이긴 하지만 정말 수면제까지 게임하려고 안 먹었던 걸 생각하니 정말 마약보다 더 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시절 수면제와 진통제는 몸에 달고 사는 정도인데도 말이다.)

지난 날 문명 시리즈로 인해 잃어버린 내 시간들에 대한 후회도 많았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이 게임은 나에게 삶을 되찾아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일단 그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위험했던 '잠의 늪'에서 벗어나올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손댈 엄두는 나지 않는다.... 레알 악마의 게임.... 지금 와서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 배짱이 내게는 없다...ㄷㄷㄷ...


이 시기가 정말 힘든 시기긴 한데, 자신만의 의지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는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야 이런 게임들과 만화, 영화들이었지만 모두에게 권한다기 보다는 자신만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어둠의 시기를 이겨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잠이야 많이 자야하긴 하지만 (물론 통증으로 자고 싶어도 못 잘때도 많지만...), 그 패턴이 비  이상적으로 길어지게 되면 건강에도 위험하다. 그 빌어먹을 항암제와 방사선이 내 세포들을 죽여 갈 때 나도 내 몸에 영양분을 끊임 없이 제공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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