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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미각 상실 상태의 경험]


일단 미각 상실 하고 나면 슬슬 예민해 지기 시작한다. 이제 내가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걸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나도 남들처럼 맛집 찾아다니고 먹는 걸 참 좋아했기 때문에 미각상실은 정말 엿같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실제 미각을 잃었다는 걸 느낀건 한우 등심 첫 조각을 씹을 때였다.... 오우 지쟈스... 

(하아... 아무 맛도 없었다. 종이짝을 씹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절망의 구덩이로 추락하면 절대 안된다. 

왜냐면 짧지 않은 미래에 방사선 후유증으로 인한 진정한 통증의 지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 했듯이 방사선 쬐인 부분을 중심으로 하여,

목은 아주 그냥 말 그대로 아작이 나서 물 한 모금 삼키는 것도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고, 

매운 것은 물론 음식에 작은 고춧가루 하나만 들어가도 엄청난 고통으로 울면서 뒹굴게 된다.

또 언젠가 부터 이상한 시궁창 냄새가 나기 시작하며 음식이 들어가도 내가 플라스틱을 먹는 건지 박스를 찢어 먹는건지 착각하게 된다.

음식 냄세만 맡아도 토하고 싶은 증세가 시작된다.  

어느 기간 동안은 목이 아파 말도 거의 못한다

핸드폰에 칠판 앱을 깔아서 손으로 써서 소통 하거나 필요하면 종을 울렸는데, 이건 훗날 소중한 사람의 트라우마가 된다....ㅜㅜ  (이 글을 빌어 용서를 구한다...ㅜㅜ)

그리고 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초 강도 높은 구내염으로 인해 화상 입은 혀와 입 안은 온통 거대 혓 바늘로 뒤 덮히게 된다. 


치료 초기 때 물 한병을 샀더니 병원 내 점원 분이 "빨대 드릴까요?" 묻던 것을 그때야 이해 하게 됬다. 

그놈의 혓바늘 때문에 빨대 없이는 물도 마시기 힘들다....


거의 죽도 먹기 힘든 상태가 오는 것이다. (건더기가 많을 수록 = 무한 통증의 헬게이트)

이 때 거의 모든 환자들은 마시는 영양제와 영양 주사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로 견디게 되는데 이 때가 거의 방사선 치료의 피크라고 (고통의 관점에서 봤을 때) 보면 된다. 말이 마약성 진통제지... 아무리 덕지적지 패치를 붙이고 용량을 높여 먹어도 고통은 나아지지 않고 커져만 갔었다.



스마트폰에 설치했던 칠판앱으로 내 병 설명하던 모습 ㅋㅋ

천진반의 세번 째 눈 같은 위치에 있는게 종양이다...ㄷㄷㄷ... 입체적으로 보면 훨씬 뒤(안쪽)에 있다...

목 통증 때문에 말을 못해서 여기에다 글로 써서 얘기 했는데,

 참 신기한게...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워!" 이러면 대뜸 "물달라고?" 하면서 알아 듣더라...헐..

옆에 오래 같이 살았던 반려견이 되는 기분이었다....ㅎ




암튼 이 시기는 생각 보다 빨리 찾아 올 것이니 미각 잃어 버렸다고 좌절하고 찡찡 거릴 여유가 없다. 

미각만 잃어 버렸지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미친 듯이 또 먹어야 한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정신도 중요 하지만 그 엿같은 종양과의 치열한 체력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걸 이용해 먹어야 한다. 편식쟁이 나쁜 어린이라면 더더욱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건강식이지만 평소 냄새만 맡아도, 씹기만 해도 우웩 거렸던 항암 음식을 미친 듯이 먹으면 된다.

항암에 좋다는 브로컬리를 내 평생 그렇게 많이 먹었던 적이 없었다. 

고추장 찍어 먹지 않아도 된다. 눈 감고 먹으면 내가 브로컬리를 먹고 있는 건지, 뭔 풀을 먹는 건지 분간 안 간다. 

맛이 안느껴지는데 뭔 상관인가 몸에 좋은 거 그냥 팍팍 먹는거다! 다음에 올 고통의 구간까지 시간이 너무 없다!

(신기하게도 톳은 을메나 맛이 독하던지 그 와중에도 맛이 좀 느껴지더라... ㅎㅎ)


그리고 또 하나는 식감에 굉장히 민감 해 지고 식감 좋은 음식을 찾게 되기도 한다. 

구내염 때문에 고기 먹으면 종이 씹고 이상한 구린내가 났었는데 조개를 먹으니 고기 먹는 듯한 기분이 났었다. 

맛을 못 느끼게 되니 당연히 식감 좋은 음식을 먹으면 다음에도 찾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맛에 대한 욕정을 조금이나마 푸는 것이 앉아서 울고, 좌절하고 있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지난 관련 포스팅: 2017/08/10 - [STUFF/비인두암 - 비인강암] - [비인두암] 미각 상실 - 방사선 치료에 앞서 먹고 싶은 건 다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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