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OST

내적 분노와 방황의 X-세대를 위한 사운드트랙, <노웨어 Nowhere, 1997>

groovie 2017. 10.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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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만 유독 그러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때만 내 눈에 자주 띄였던 걸까...

주인공이 자기 얼굴에 '나 인생 다 살았어...' 하고 이리저리 해매이는, 허망적인 틴이에져들의 봥황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나르시시즘에 빠진거건 절망 속을 해매이던... 그런 것도 젊음이 가진 낭만 혹은 특권이라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게 여주던 남주던 항상 얼이 빠져 있는 캐릭터가 유독 많았고, 괴상하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비주류들.... 쓰레기들.... 남들도 그렇게 부르지만 먼저 자신들이 자신이 쓰레기임을 인정한다.


대상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내적으로 찌그러져,

당시 왜 그런지에 열광 했고 이모에 수긍 했는지 약간은 이해할 만 하다.


그레그 아라키 Gregg Araki 감독의 <노웨어 Nowhere>는 <Totally Fucked up>, <Doom Generation>에 이은 10대 묵시록 3부작의 (Teenager Appocalypse Trilogy) 완결편으로,

비주류 10대들의 모습을 한 층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내려간다.

앞서 말했던 비주류 쓰레기들 받고 거기다가 게이, 바이섹슈얼 등의 코드를 얹는다. (사실 퀴어 영화 감독으로 유명한 감독이라)




지금 보면 스크린에 보이는 얼굴들이 화려하다.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헤더 그레험 그리고 제레미 조던(!)까지 + 트레이시 로즈 Tracy Lords 도!

추가로 쉐넌 도허티, 로즈 맥고완도 살짝 볼 수 있다. (엑스트라인지, 카메오인진 몰라도)


OST의 수록된 곡은 그런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의 감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그 시절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던 젊은 영혼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제대로' 느끼던 음악들이었다. 


주인공 제임스 듀발의 "...L.A is like....nowhere...Everybody who lives here is lost..."라는 허무함 만땅 느껴지는 극 중 대사를 시작으로 311의 Freak Out이 듣는 이의 숨을 조여 온다. 


이 영화에 대해 감독은 '애시드에 취한 베벌리힐즈 90210'라고 설명 했는데,

맞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내 얘기는 아니지만 내 주변 어딘가 있을 법한 프릭쇼 Freak Show를 경험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했다...가 맞겠다) 


어쨋든 이 제임스 듀발의 대사는 영화에서 담고 싶었던, 그리고 동시대 틴들의 모든 감성을 그 짧은 대사 한 마디에 담고 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포스터 한 번 보고 사운드트랙의 이 1번 트랙인 듀발의 대사를 듣는 거로 영화 감상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 없다. 

이 대사가 모든 걸 담고 있다. (이건 정말 죽이는 톤을 통한 명 대사다) 




이 영화가 수작이라고 할 만큼 잘 만들거나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본 그레그 아라키 감독의 영화들을 바탕으로 볼 때, "와 잘 만들었다"할 만한 작품은 없었다. 

미안 하지만 그가 만든 컨텐트 자체에 대해서는 수긍이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단지 그의 영화는 그 소재를 탐하는 거다. 

그가 내 보내는 소재로 인한 이런저런 버즈 Buzz들과 꼬리를 물고 물고 나올 이야깃 거리들... 그게 좋은 거였다. 






[SOUNDTRACK]


음악 얘기로 들어가 보자. 




트랙 리스트를 보면 정말 화려하다. 또 하나의 드림팀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 래디오헤드 Radiohead, 케미컬 브라더스 Chemical Brothers, 수에이드 Suede 등의 관록있는 명장들의 이름을 등록 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영국의 인디씬을 거쳐 많은 호응을 받고 있던 엘라스티카 Elastica, 캐더린윌 Catherine Wheel, 러쉬 Lush 등등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밋게도 여기서도 이 시절 컴필레이션 앨범들에서 보인던 영국 대 미국의 신경전(? ^^)의 흔적이 보이는데,

영국침공에 맞서 미국은 홀 Hole, 마릴린 맨슨 Marilyn Manson, 311이 보인다. 


미국의 자동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 문화에서는 뭔가 고급지거나 세련된 그런 델리캣 delicate한 맛 보다는 종종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마초스럽고 우직하고 뻣뻣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런 흔적은 여지 없이 보여지고 있다. 젊음의 분노의 표출에 대한 미국적 표현과 해석... 메탈과 하드락 사운드... 


그나마 311은 정말 락킹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고, 루비 Ruby가 세련됨으로 무장한 영국 사운드들에 대한 미국의 대안 카드로 존재감을 잘 지켜주고 있는 형국이다. (나는 메탈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매릴린 맨슨의 음악을 듣고 동요했던 건 'Anti-Christ Superstar'가 유일하다. 아직까지도 맨슨의 최고 인생 트랙이라 생각한다. (이건 정말 좋았음))



(311을 빼고 RATM을 논하지 말지어다)



어찌하였건 전반적으로 보면 약간 락에 치우쳐져 있을 듯 싶지만, 어느 정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들이 발란스를 잘 맞추고 있는 앨범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는 미국 L.A를 주제로 하고 있고, 사운드트랙의 대부분은 영국의 사운드가 지배하고 있다. 

과연 이 시절 미국의 틴에이져들은 이 사운드에 수긍 했을까?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뭐 영화에서 나오는 캐릭터들 처럼 비주류의 아이들 중 몇몇 그룹이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틴들은 아직도 락의 지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미국 틴들의 음악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컬리지 래디오나 프랫파티에서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니카 음악 (그것마저도 보컬 트랜스였다는 함정은 있지만....)이 본겨적으로 터져 나온 것도 2000년 조금 지나서 부터 였다. 


결국 노웨어의 비주류 캐릭터의 아이들처럼, 사운드트랙도 미국 뿐만 아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비주류 틴에이져들을 위한 사운드트랙이었고 그 가슴을 후벼 파놓기에는 충분했다. (비록 영화는 실패 했어도...)




[LIFE IS SWEET (Daft Punk Remix) by Chemical Brothers]




가장 문제작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Life is Sweet (Daft Punk Remix)다. 

케미컬의 이름만 봐도 설레이는데 다프트 펑크의 리믹스라니, 듣기 전부터 심장을 터지게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 이상. 

지금 들으면 어느 정도 아, 이거 잘 만든 구식 테크노구나 할 만한 사운드를,

다프트펑크의 손을 타고 지금 2017년에 들어도 전혀 손색없는, 정말 Funky하고 그루브가 가득 넘치는 테크노 사운드를 들려준다.

원곡 트랙에서는 원래 찰라탄스 The Charlatans의 보컬이 들어 갔는데, 이 리믹스 트랙을 듣고 있노라면 보컬 안 들어간거 절대 아쉽지 않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꼭꼭 챙겨 듣는다... 이 만큼 그루비한 음악도 흔하지 않기에...)


어느 누가 테크노는 마약 없이 즐길 수 없는 음악이라 했는가... (사실 DJ 티에스토가 트랜스 장르를 옹호하며 그렇게 말했었다... ㅎㅎ)


어떻게 다프트펑크가 리믹스를 하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들의 리믹스 경력 초기의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당시 락음악을 통한 헤드뱅잉, 락킹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이건 정말 뻑킹 락킹 그루빙 사운드다....






[HOW CAN YOU BE SURE by Radiohead]



당시 자신 속에서 먼저 패배를 받아들이는 10대의 텅 빈 절망감의 감성을 대변 해 준 밴드는 바로 라디오헤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데모 앨범에 수록 되어 있었지만 이후 상업적 성공에 바탕을 둔 사운드에 먼저 익숙해 졌었다. 


하지만 노웨어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이 음악을 접했을 때, 'Fake Plastic Tree', 'Creep', 'High and Dry'에 어떤 설명 할 수 없는 따듯함을 채워 주는 감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위 세 곡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듯함이다... 그나마 'High and Dry' 정도와 같은 선상에 있었다고나 할까...

절망 보다는 희망과 구원의 빛이 오히려 더 보였던 곡이었다. 


지금도 라디오헤드의 최고 명곡은 이 곡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추가로, 데모 앨범의 버젼을 들어보면 더욱 Raw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TRASH by Suede]



저 싱글 CD를 사고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 난다. 거의 20여년이 지난 일인데도 불과하고...

감탄과 놀라움 그 자체였다.


1. 배신감:  "말도 안돼 이게 수에이드라고! 이건 쓰레기 팝송아닌가!" - 지금까지 그들이 들려주던 사운드가 아니었다. 

2. 복종: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아 씨발 존나 좋다 이거...." 하면서 그 날밤 헤드폰을 끼고 몇 번을, 몇 번을 반복하며 들었다... 


정말 팝적인 사운드도, 그동안 듣던 글램, 사이키델릭, 슈게이즈, 포크까지 다 싸잡아다가 브릿팝이라고 하는거에 혼란 스러웠는데, 나 홀로 선언하게 된다, "이거야 말로 브릿 이지!"


더 이상 거리를 방황하는 쓰레기가 아닌, 당당히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받아 들이고 세상을 받아 들이고 일어서는 희망적인 빵빠레 (^^) Fanfare 같은 곡이었다. 더 나아가 어둠침침하게 나 혼자 즐기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닌, 이제는 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오타쿠들도 밖으로 커밍 아웃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기념비적인 사운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건 정말 팝 Pop 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골수 글램 밴드가 '해'버렸다.... 이건 대박사건!! (그들도 제대로 커밍아웃 한 것일수도!!!!)








워낙 핵폭탄급 곡들이 있어, 그 외의 밴드 음악에 대해 얘기 하지는 못했지만 이 앨범에는 주옥같은 곡들이 포진하고 있다. 

소규모의 코첼라나 글라스튼베리를 경험하는 느낌일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레그 아라키 감독의 매력은 그의 영화가 아니라, 그가 던지는 화두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누구던 논쟁, 논의 등 이야기 할 거리들이 넘쳐나게 된다. 


사운드트랙 하나만으로도 몇 날 몇 일 밤을 세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TRACK LISTING: 


* Intro by James Duval

* Freak Out by 311

* How can you be Sure by Radiohead

* Dicknail by Hole

* In the City by Elastica

* Life is Sweet (Daft Punk Remix) by The Chemical Brothers

* Daydreaming (Blacksmith Remix) by Massive Attack

* Killing Time (Qureysh-Eh1 Remix)

* Intravenous by Catherine Wheel

* Nowhere by Curve

* I Have the Moon by Lush

* Flippin tha Bird (Ceasfire Remix) by Ruby

* Thursday Treatments by James

* Generation Wrekked (Danny Saber Rock Remix) by Chuck D

* Kiddie Grinder (Remix) by Marilyn Manson

* Trash by Su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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