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퍼팝/힙합 레트로 뮤비에 담긴 Z세대의 디지털 기억법 | 파트 1/2
Z세대가 기억하는 2010년대는 VHS보다 DV, 아날로그보다 로우 한 디지털이다.
Effie
The Deep
Noducksoon
2010년대 후반 시티팝이 유행하던 시절엔
전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상상하며 따라가는 복고의 느낌이었다.
반면 요즘 Z세대 힙합·하이퍼팝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레트로는
훨씬 더 개인적이고 디지털 기반이다.
게다가 빅뱅와 2NE1 같은 직접적인 한국적인 무드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흔히 '20년 주기설'이라 불리는 레트로의 법칙에 따르면
유행은 20년마다 반복된다고들 하는데,
그 시절을 유년기나 십 대로 보낸 세대가
20대 혹은 30대에 접어들며 꺼내보는 기억의 공식에 가깝다.
여기 소개할 아티스트들은 1996년~2002년생.
2010년대 초반을 10대로 보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핸드헬드 디지털 카메라(DV), 저해상도 영상, 디지털 잔상,
웹캠 자막, PIP 화면, 4:3 비율, 글리치, 스타버스트 이펙트 등—
어릴 적 익숙했던 풍경들을 직접 리믹스하듯 영상에 담는다.
그 결과는 그들만의 감각적 언어처럼 느껴진다.
복고의 중심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간 지금,
2000년대초반과 2010년대에 걸친 Z세대 시간을 기억하고 다루는 방식이 흥미롭다.
그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소개한다 (추천은 뮤직비디오 영상 기준).
| 에피 Effie
Effie는 최근 폼을 보면 정점을 찍으며 광폭에 가까운 질주를 하고 있다. <E> EP 앨범은 2025년 대한민국 베스트 앨범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운드와 비주얼도 갈수록 방향이 또렷해지고 있다.
‘코카콜라 (senior ver.)’에서는 태극기, 교복, 옥수역 같은 로컬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특정 시기를 직접적으로 호출했고 이후 ‘maybe baby’와 ‘open ur eyes’에선 기존의 일렉트로팝 기반의 밝은 멜로디 위로 저해상도 영상, 웹캠스러운 디지털 레트로 요소들이 덧붙여져 질주하는 에피의 사운드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최신작 ‘MORE HYPER’에서는 응봉산 팔각정, 골목길, 2014년 출시된 SM3와 아이폰 6s 플러스처럼 익숙한 로컬 풍경과 사물 위에 DV 질감과 스타버스트 이펙트, 발칙한 레트로 한국폰트 등을 덧씌워 전체적인 화면을 거칠고 과잉된 느낌으로 밀어붙인다.
제레미 스캇 x 아디다스 하이탑처럼 MV들에서 눈에 띄는 등장하는 키치한 운동화를 통해 effie의 개인적 스타일이 부각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추천: 'Down', '미워미워', 'maybe baby', 'open ur eyes'
| 더 딥 The Deep
kpop b!tch ☆゚를 자처하는 The Deep은 굉장히 선명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다. 하이퍼팝이라기보다는 일렉트로, 하우스, 클럽 댄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이미지는 2000년대 초 일본 갸루 감성과 미국식 바비걸 및 웨스턴 분위기의 혼종을 보여준다. 귀엽고 장난기 많으면서도 대담하고 직설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는 비주얼과 사운드가 특징이다.
The Deep과의 협업 이후 Effie가 좀 더 과감한 스타일로 넘어간 것도 이 영향일지 모른다. 직접적인 상호작용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둘 다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긴장감과 디지털 시대의 로우파이 미감을 자신만의 언어로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요즘 인스타를 통해 영국 클럽에서 활동 중인 더 딥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추천: "bow wow", “Shy Girl”, "Sad Girl's Club", "Angel Tatoo" 등을 추천하는데, 레트로 느낌의 영상 기준을 떠나도 좋은 곡들이 많다.
| 노덕순 Noducksoon
2010년대 초중반 디지털 환경에 대한 감각이 생생하게 반영돼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예다. 이전 싱글 ‘Fancy Car’에서는 PIP 화면, 다이아몬드 블링 폰트, 디지털 핸디캠의 나이트샷 모드 같은 요소를 활용해 비교적 장식적이고 장난기 있는 레트로 디지털 감성을 보여줬다면 최근 공개한 ‘drama’에서는 기존 포맷은 유지하되 화질을 더 떨어뜨리거나 더 과한 이팩트을 통해 날 것처럼 강조한다.
추천: 'Fancy Car', '21', 'Poc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