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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스케일의 나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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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8년 전인가 처음 중국에 가서 정말 숨막히는 경험을 했다.
그 놈의 넓은 땅덩어리에 수 많은 인간들 등...
미국과는 또 다른 차원과 느낌, 정말 말 그대로 Scale의 압박이 정말 대단했다.

아마 중국에 처음 간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명장도 이러한 맥락과 같이 한다.
명장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전쟁 씬은 시종일관 중국 특유의 스케일의 압박에 의해 정신은 멍해지는 느낌이다.

명장이 전체적인 영화를 두고는 그리 잘 만든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스케일'을 두고 하는 게임에 있어서는 중국을 넘을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바로 그 면을 명장의 전투 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스케일에 인한 압박은 바로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며 처음 중국을 방문한 이들의 충격과 비슷한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로 표현 못한다.
이건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한다.



화려함과 강렬함이 배제된 색감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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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또 하나 색다른 면이 있다면 바로 색감과 분위기다.
중국 문화도 타 문화 못지 않게 거대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문화로 큰 스케일에 오바스럽다고 까지 할 수 있는 화려함이 항상 더해진게 우리에게는 친숙하다.
예를 들어 [패왕별회]나 몇 년 전 개봉했던 [황후화]를 떠올려보면 그 영화들이 스케일+화려함 속에 미학에 빠져들었던 생각이 난다. 또한 화려함의 하모니가 없다면 강한 색감도 돋보이는 것이 내가 느끼던 중국 영화의 특성이라면 특성이었다.

하지만 [명장]은 다르다.
분명 그 안에 스펙터클과 어떤 Sublime한 느낌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친숙한 색감의 화려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침체된 Saturate 청색톤의 색감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그 액션이 펼쳐지는 무대 또한 텅 비고 좁으며 답답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 유덕화의 씬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Full Metal Jacket 풀 메탈 자켓]을 연상 시킬 정도다.

이것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 하는 것은 주연 캐릭터의 설정이다.
이연걸은 전쟁에 패해 비겁하게 살아남은 장군이고 금성무와 유덕화는 산적이다.
어쨋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나라의 병사로 거듭나고 새로운 성공, 즉 단순한 가족의 의무를 떠나 어지러운 세상을 다시 한번 뒤집어 엎는 대업을 실현 시켜 나가게 된다.

중요한 것이 그들의 태생과 신분 자체가 왕족이나 귀족도 아닌 것이 사회의 가장 밑 단에서 시작하여 장애물을 하나하나씩 쳐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그런 어둡고 음침하며 고통스러운 색감과 분위기 연출과 잘 맞아들어간다...

마지막 난징을 점령하고 들어가는 이연걸의 씬을 보라... 얼마나 거대한 동시에 공허한가!

물론 그들의 마지막 또한 마찬가지다.

항상 밑 바닥의 삶과 부딪혀 온 그들에게 작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 의미를 다지는 술파티를 할 만한 귀족의 여유란 없다. 그저 앞으로 처절하게 전진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 연출은 탁월한 선택이 된다.


현대인의 처절한 삶의 녹아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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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바로 그 안에 담겨 있는 시대정신이다. 말은 거창하긴 하나... 별거 아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명장의 장면 장면들은 시대극으로서 옛날의 분위기를 느낀다기 보다는 지금 현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것도 여러 장치들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금성무가 적장의 목을 따고 하늘로 치켜 들고 표효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이라크를 떠올리지 않을 이들이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고 김선일씨 사태를 겪은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더 큰 아픔과 자극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는 출신과 처세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운명으로서의 개인이라는 점이다.
이건 비단 현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물론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큰 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슬픈 운명이다.

중산층의 개념 뿌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한국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명장에서 보여지는 구슬픈 운명은 오래 전 무협/사극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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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은 그들이 만들어내고 결국 그들은 처단 당한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

'선택'받은 자가 아닌 사람은 공을 세워도 결국은 위협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서운 제거다.

뒤엎으려면 모든 걸 뒤엎어야 한다.

일정 한계 이상의 큰 일을 해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자기 윗사람이 있다면 윗사람을 처단해야 하고 자신이 완벽하고 새로운 기득권 자리에 올라야 한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처단해야 될 때는 처단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세상이 향해 가고 있는 게임의 법칙이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습니까?"라는 말은 약자의 투덜거림으로 비추어 질 것이다.


깨져버린 삼국지의 미학(스포일러 약간 있음)

세 명의 의형제 맺음은 삼국지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떠올린다. 유,관,장이란 어떤 캐릭터들인가? 바로 의로 똘똘 뭉친 의의 대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결국 치열한 삶의 기로는 전쟁터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돌아가는 음모라는 것을 까발리고 아주 오랜 동안 사랑받던 대의와 신의를 중요시하던 삼국지의 미학을 당당하게 깨버리고 개인의 삶과 사회는 무서운 게임의 법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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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떠받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유비의 캐릭터를 대신한 듯한 이연걸의 대의는 그 진의성이 자신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전쟁의 패장이라는 상처받은 자존심을 치유하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어떠한 대의를 떠받칠 만한 그릇도 작았다.
또한 전쟁터에서의 용병술을 겸비한 뛰어난 무장일지는 몰라도 처세술에서 만큼은 엉망인 소인배에 불과했다.

인간과 신의를 중요시 여기는 관우를 떠올리는 유덕화의 캐릭터는 어떠한가...
그의 무식할 정도로 강한 우직함에 의해 그는 조직내에서의 돌아가는 숨은 법칙을 어기고 제거 제 1대상이 되고 만다. 또한 군복을 입고 서있는 전직 산적의 그의 모습에서는 어떠한 '선택'되지 못한 자의 신분상승 욕구와 만족감마저 느껴진다.
결국 관우가 오나라의해 처형 되었던 설정은 믿고 있던 제 형제에 의해 (나라의 어명이었지만) 무참히 살해된다는 설정으로 재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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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떠올리는 듯한 금성무는 어떠한가...
어설픈 대의와 보이지 않는 신분 상승 욕구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결국 장비처럼 복수를 외치며 칼을 들지만 그 칼은 오나라를 향한 것이 아닌 제 형제를 향한 것이었고 그는 그 무식함과 우직함이라는 '의'를 끝까지 따라간다.

마지막 제거되는 이연걸의 최후를 보고 현대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릴적 삼국지 연의에 눈물흘리며 보던 이들은 아마도 일궈 내지 못한 대의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기득권 세력에 분노했겠지만,
냉철한 삶의 게임을 펼쳐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아마도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그게 영화 [명장]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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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금성무는 연기 수업 좀 더 해야 겠다...
유덕화는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은데... 명장에서의 금성무는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의 장동건을 보는 느낌이었다.


뒷담...

중국이 영원한 저질 카피캣으로만 남진 않을 것이다
디자인계에서 중국은 후진국이며 카피를 일삼는 무도덕군자로 인식된다. 하지만 중국 문화 전체를 두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디자인은 디자인계 나름의 상업적 진화 속에 중국도  후발 주자로서 그러한 단계를 지나가는 것일게다. 우리나라디자인도 중국의 지금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이것 저것 베껴대는 카피캣의 습성을 아직도 떨궈 내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만 두고 저질이다 뭐라 하고 있기만 하면 금방 역전 될 것은 뻔하다.

디자인 얘기는 뒷전으로 두고..
사실상 중국 영화의 역사 자체는 그리 선진이라고도 할 수는 없다. 장예모 감독과 공리가 세계를 재패한 시절은 일종의 중국 영화의 거품의 시기였다.
그나마 홍콩의 느와르 영화들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그것 또한 '한 때' 였다.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이 깊은 영화 역사를 가지지 못한 것이 중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실력이 떨어지는가?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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