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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루프탑 라운지에서 보는 저녁 시티뷰

계속 이어지는 올 가을 마지막 산책의 마지막 편이다. 기분 좋은 날이라 좀 더 돌아다니고 싶어 안국빌딩 앞에서 황진단을 한 번 씹어 먹고 빤짝 기운으로 서울 구경을 더 해보기로 했다.

마침 오후 4시에 오픈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1987이라는 루프탑 레스토랑 라운지가 있길래 거기로 향하기로 했다. 종로를 뒤로 하고 을지로 방향의 멋진 시티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인사동/종로에서 청계천로/을지로 방향으로 걸어걸어 가본다. 저 동네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한화빌딩이 살짝 보인다

동출 빌딩이라는 곳인데 고개를 쭉 뒤로 젖혀 옥상을 바라보니 저~ 끝에 1987 간판이 보인다. 저기 10,11층을 쓰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역시 아무도 없다. 우리는 항상 일찍 왔다 사람들 몰릴 때 즘 사라지는 류... 암튼 말이 10,11층이지 천정고가 어느 정도 있으니 도시 뷰가 꽤 괜찮을 것 같아 보인다

암튼 10층은 저런 카페 분위기의 좌석과 Bar 분위기의 좌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뒤돌아서 본 Bar 좌석인데 밤이 되면 예쁠 것 같다

11층 루프탑으로 가는 계단인데, 이 쪽 창가에 배치된 3개 정도의 테이블이 10층의 상석인 듯 싶다. 아까 말한 이 동네 랜드마크인 한화빌딩은 물론 미래에셋 빌딩과 그 앞 청계천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인 듯싶다

계단을 통해 올라오면 마주하는 뷰. 날씨 때문에 메인 공간은 비닐막을 쳐놔서 뻥 뚫린 뷰를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흡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살짝 아쉽다

벽에는 이런 꽃 장식이...

뭔가 인스타 느낌이 나는 장식의 라운지 로고 간판 장식이다 밤에 빛나면 예쁠 것 같다

스모킹 라운지에서 바로 바라본 시티뷰다. 밑에 다른 루프탑 라운지들이 보이는데 정말 루프탑이 최근 몇 년 간 정말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리고 이 구역의 터줏대감처럼 서 있는 한화와 미래에셋 빌딩을 통해 한층 더 진화된 건축 디자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커튼월의 매력은 물론이고 계속 대두되고 있는 환경과 에너지 효율의 중요성을 돋보이게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옛 한화빌딩의 모습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루프탑 라운지의 1987이라는 이름과 같이, 한화 빌딩도 1987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때는 1988년 올림픽을 위해 한창 서울의 대대적 개발이 이루어지며 이런저런 현대적 랜드마크가 세워지던 시간이었고 한화 빌딩 또한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마천루 중 하나였다. 이후 2019년 지금과 같이 디자인, 환경, 에너지 효율... 특히 현재 태양광사업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유리 외벽의 태양광 건축물로 다시 태어났다.

언제부턴가 현대 기업 건축물의 문제로서 일반인, 대중에게는 닫힌 공간이라는 논의의 열기가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저런 멋진 건물들은 돈이 많이 들어가니 당연히 기업 소유의 비즈니스/오피스 건물임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저기서 일하는 임직원이 아니고서야 낯에는 들어갈 수도 없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텅 비어버리는 활동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유령 건물로 전락해 버린다.

저녁이 되어가니 곳곳에 불이 켜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는 숨 쉬는 세포와 같은데 인간과 공생할 수 없다는 건 큰 문제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에게도 어느 정도의 공간을 할애하는 디자인이 많아졌는데 이 한화와 미래에셋 빌딩도 건물 앞 광장이라던가, 건물 내 아트리움 공간, 팝업스토어 등등 오피스 공간은 지상 1층에서 위로 올리고 그 밑의 몇 층을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실제로 들어가 본 적은 없어 얼마나 활용이 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딱딱하고 다가갈 수 없었던 옛날의 '기업' 이미지를 탈피해 도시인들과 소통하려는 제스처와 같이 느껴져 어찌하였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에 리모델링 된 삼일빌딩

흡연장소에서 좌측을 돌아보면 대각선으로 시그니쳐타워와 바로 옆에 삼일빌딩이 보인다. 한화, 미래에셋, 시그니쳐타워의 최신식 디자인에 밀려 눈에 잘 안 들어 올 수도 있는 삼일빌딩은 사실 이 터의 터줏대감 중 하나다. 1970년에 완공될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그 위용을 자랑했고 (31층이라서 삼일빌딩이다), 이를 지은 김중업 건축가는 김수근과 함께 대한민국 근현대 건축사를 대표한다. 어떻게 보면 동시대 최고의 건축가들로서 라이벌 구도가 그려질 수도 있는데 둘의 운명은 그 이상으로 희비가 갈린다

삼일빌딩의 옛 모습

김수근은 당시 친정부 성향으로 걱정 없이 승승장구했었다. 옛 말로 치면 빽도 좋고 기회도 많았던 반면, 김중업 건축가는 반정부 성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쫓겨난 적이 있을 정도로 기구했다. 다만 르 코르뷔지에 밑에서 일했던 실력 있는 건축가였던 만큼 프랑스 공인 건축가로 활동하였고, 디자인의 명문인 미국의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리즈디)과 하버드대에서 교수를 하기도 했다. 이런 뒷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에도 많은 건축물을 남겼는데, 성북동/한남동 고급 주택 들은 물론 홍대, 부산대, 서강대 본관, 그리고 주한 프랑스 대사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스 반 데로에가 설계한 미국의 시그램 빌딩

삼일빌딩은 특히 전 세계 모더니즘 건축가 탑 3 중 하나였던 미스 반 데 로에의 시그램 빌딩을 많이 연상시키는데, 사실상 시그램의 커튼월 공법을 최초로 한국에 접목시키기도 하였고, 건축가 본인도 시그램 빌딩을 많이 참조하였다고 말 한 바 있다

다행히 삼일빌딩은 김수근의 공간 사옥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미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철거될 가능성은 많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시그램 빌딩의 디자인 철학이 빛나는, 미스 반 데 로에의 제자로서 그 DNA를 직접적으로 가진 김종성 건축가가 설계한 남산 밀레니엄 호텔은 어쩌면 커튼월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근현대 건축물로서의 상징성과 완벽함을 자랑하지만 내년에 철거된다니... 참...

각 건물마다의 스킨들이 보고 싶어 클로즈업 하여 찍어보았다. 어쩔 땐 징그럽기도 하고.. 또 말이 길어졌다. 암튼 서울의 4대 문 안의 공간은 정말 모르는 것도 많지만 기억할 만한 것, 배울만한 것도 너무 많은 공간이라 계속 삼천포로 빠진다. 

 

암튼 가을로 접어선 날씨 때문인지 루프탑은 비닐막으로 씌어져 있다. 시티뷰의 분위기를 즐기려면 막이 없는 여름이 좋을 것 같다

비닐막 사이로 들어온 공간. 사진엔 안 보이지만 안 쪽에 Bar 공간이 하나 더 자리 잡고 있다. 밤이 되면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진다

안 쪽 공간

마땅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페퍼로니 피자를 시켰는데 이렇게 생겼다. 맛은... 음... 내 입맛과는 안 맞았다...

어느덧 해가 지니 도시의 여기저기에서 불이 켜지며 아름다운 시티뷰를 만들어 낸다

삼일빌딩 한화빌딩 미래에셋 빌딩 순으로 돌려 봄

시티팝 듣고 싶어지는 저녁의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이다

역시 불이 켜지니 인테리어 공간도 훨씬 예뻐진다

10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10층 실내의 아늑한 분위기와 함께 동시에 야외 뷰를 즐기려면 계단 앞의 테이블과 사진에 보이는 저 두 테이블이 안성맞춤인 듯

10층의 Bar 공간, 여기도 역시 저녁이 되니 훨씬 예뻐진다. 날씨 때문에 비닐막이 쓰인 루프탑의 매력은 약간 떨어지는데 오히려 아래층 공간이 훨씬 분위기가 좋아 보이기도 한다

1987을 나와 한 번 더 올려다보았다. 진짜 높다...

나는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불 빛들이 만들어내는 이런 도시의 밤이 너무 좋다 (사실은 7시도 안 된 저녁 시간...)

돌아가는 길.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니 엄청난 인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특히 엄청난 수의 손님들로 촘촘히 꽉 들어찬 저 포장마차 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종로 3가 포장마차 골목) 나도 사회 초년 생활 퇴근 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혼자 집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과 닭똥집과 함께 그 이루말 할 수 없는 'ㅈ' 같음을 달래고 곱씹곤 했었는데... 암튼 이 날의 마지막 가을 산책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많이 돌아다닌 것 같은데 10000보는 조금 되지 않았다...-_-

이건 그냥 팁으로... 저 종로3가 포장마차골목은 사람도 많아서 화장실 쓰기가 힘든데 도로에 개방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여성 칸 하나 남성 칸 하나 이렇게 있어서 들어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옛 허리우드 극작 터인 낙원상가 4층으로 가면 훨씬 깨끗한 개방화장실이 있다. 다만 사진처럼 텅~ 비어 있어서 왠지 혼자가기는 무서운 분위기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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