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Ambient 이후 클럽컬쳐 매거진 BLING에 연재되는 새로운 음악 컬럼입니다. 잡지와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혹시 퍼가시게 될 때에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LECTRONICA world: 03 June 2009

Us 2 Music Label, French Filter House의 부활

by Groovie

 

무더위의 여름도 좀 있으면 시작할 것 같다. 문득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은 무얼까 떠올려 봤다. (물론 개인차가 많아 아주 주관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몽롱한 아프페지오 속에 무차별하게 쏴주는 트랜스는 한 물 가보이지만 멜로우함이 좋다. 일렉트로 하우스는 그 동안 너무 많이 터져 나와 지겹고, 크렁크는 아직도 낯설지만 방방 뜀이 좋다. 덥스텝은 너무 어둡지만 이펙트가 좋다. 라운지는 가만히 듣고 앉아 있자니 좀 뻘줌하지만 안락함이 좋다. 프로그레시브나 테크하우스는 너무 끈적끈적해서 더 더워지는 것 같지만 무한반복의 솔리드한 베이스가 좋다. 이렇다 보니 여름엔 역시 프렌치 필터 하우스가 딱이지 않을까? 솔리드하면서도 Funky한 베이스라인 위에 깔리는 업리프팅한 서머 바이브 그리고 감칠 맛나는 필터 이펙트! 물론 말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다. 프렌치 하우스는 겨울에 듣는 그 따뜻한 맛이 제대로지 하고 말할 수도 있으니. 어찌하였건 이번에는 개인적으로무더위의 anthem으로 가장 어울린다 싶은, 그리고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프렌치 필터 하우스를 소개한다.




원래 프렌치 필터 하우스라는게 정해진 장르는 아니다. 가장 자주 쓰이는 총칭은 프렌치 하우스로서 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유행했던 장르다. 70년대 디스코 음악에 가장 충실한 공식을 가지고 있어 어쩌면 가장 신나고 댄서블한 장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필터 하우스란 이름은 프렌치 하우스 아티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던 컷-오프와 페이징 기법에서 오는 필터 이펙트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French Touch라고도 많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렌치 하우스건, 필터 하우스건, 프렌치 터치건 모두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필터 이펙트는 거의 모든 프렌치 하우스 DJ들이 사용하던 기법으로 가장 유명한 모터 베이스, 다프트 펑크 등의 음악을 떠올리면 된다.

 

90년대 모터 베이스와 다프트펑크에 의해 시작되어 2000년대 초반 Modjo Lady를 정점으로 거의 전 세계 클럽 사운드를 장악하다시피 한 이 사운드는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류의 대규모 레이블의 대량 공세로 인한 질적 레벨 저하와 클러버들의 지겨움 등으로 인해 씬에서 사라진 듯 보였으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그 시절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어린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키추네, 에드 뱅거와 같은 레이블의 사운드가 프렌치 하우스를 그 베이스로 삼고 있지만 지금 말하는 부활의 프렌치 하우스 사운드는 그 시절 (90년대) 프렌치 터치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진화 돼지 않고 마치 냉동되어 있던 얼음인간을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너는 그 동안 너무 많은 클러버들의 피를 빨아먹었으니 잠 좀 들어줘야겠어 하며 가두어버린 프렌치 하우스라는 드라큘라 백작의 관을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열어버린 격이다.

 

프렌치 하우스의 탄생지는 프랑스지만 이 부활의 조짐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네덜란드다. 때 아닌 프렌치 터치를 통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씬의 중심에는 바로 US Two Music Label (이하 USTM) 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프렌치 하우스 사운드를 생산해내고 있는 Alan Braxe Fred Falke, 혹은 신진인 Louis La Roche, the Phantom of the Revenge, Xinobi, Moulinex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레이블이 주도하는 조직적인 체계 속에서 씬의 흐름을 이끌어간다는 관점에서 볼 때 USTM 레이블만한 예도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06년 시작 당시 이 레이블의 직원 수는 창립자인 Martijn 딱 한 명이었다. 당시 유행하는 클럽 사운드였던 일렉트로와 미니멀 사이에서 프렌치 하우스의 재건이라는 거창한 메니페스토 따위 필요 없이, 그저 즐거움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Martijn USTM의 문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08년을 정점으로 현지 클럽씬과 전 세계 음악 블로그 등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USTM 레이블의 간판스타로는 The Franchising, Matt Turner, Marchand, Matt Hughes, David van Driel, Livyo, Hugo Van Dyck 등이 있다.

 

Matt Hughes의 경우 06년 당시 Laidback Luke Don’t Let Go를 리믹스하며 주목 받기 시작하여 08 USTM과 함께한 Get Enough John Digweed Transition과 네덜란드 최대 라디오 스테이션인 3FM에 소개되며 호응을 얻었다. Marchand 역시 08 Starlove Supernova가 당시 현지 클럽씬을 뜨겁게 달구었고 Matt Tuner USTM 뿐만 아니라 Chateau Funk France와 같은 메이져 레이블에서도 활동 중이다. 그리고 David Van Driel True Love 08 Lief Festival의 오피셜 엔섬으로 뽑히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09USTM의 비밀병기는 바로 Hugo van Dyck으로서 연초 Give My Love a Try를 내놓았는데 수려한 외모와 몸매를 자랑하는 Hugo는 디제잉 뿐만 아니라 패션모델, 사진작가, 연기, 패션 디자인 등 전방위적 실력을 뽐내고 있다. 더군다나 USTM은 지난번 소개했던 프랑스의 80년대 레트로 신스 디스코 사운드 레이블인 발레리와도 친밀한 연계를 가지고 있는대 발레리의 창립 멤버 중 하나인 The Outrunners These Girls are Dressed to Kill (Russ Chimes Remix)는 이 두 레이블의 합작으로 태어난 트랙이기도 하다. 이 정도의 포트폴리오면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진화해나갈지 또 클러버들에게는 어떤 새로운 흥분과 기대 그리고 만족을 안겨줄지 기대할 만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USTM뿐만 아니라 지금 프렌치 하우스의 부활을 이끄는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은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의 어린 나이들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영국의 Louis La Roche의 경우 이제 약 19세 정도니 할 말 다했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널려있는 저렴한 디지털 기기들과 폭넓은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성을 이들은 무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Louis La Roche가 자신의 데뷔 트랙을 Thomas Bangalter (Daft Punk)의 신곡으로 속여 퍼뜨린 사건이 아주 좋은 예다. 그 옛날 제도형식과 같이 저는 데뷔 전 DJ Tiesto 선생님 밑에서 10년을 수련했습니다라는 말이 너무 웃기게 들리지 않는가? 물론 그것도 나쁠 것은 없다만 그만큼 이들이 어린 날의 향수와 자신을 표현하는 시기와 기회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지금도 구석탱이에 짜부러져 이상과 오만의 꿈 속에 갇혀 움츠려 있는 당신들, 당장 방바닥에서 기어 나오든지 커뮤니케이션의 바다로 접속하기 바란다. 직접 부딪히는 것만큼 좋은 기회란 없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