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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방사선 치료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바로 구내염이란 놈이다.

아주 더럽고 추악하고 지저분한 새퀴다.

워낙 지독하게 날 괴롭힌 놈이라 평생 잊을 수 없다. 


이 놈은 방사선을 쐬면 쐴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데 치료 후반기 및 치료 후에도 심각한 고통으로 괴로움을 준다.

내 머리 속에 있는게 암덩어리인건지 이눔의 자식이 암덩어린건지 착각이 들 정도다. 


치료 하면서 딱 한 번 울었는데,

바로 방사선 치료 종료 일주일 전, 구내염 심한게 최고조에 올라 미치게 힘들었던 때 였다.

목은 염증으로 아작난 상태고 혀에는 혓바늘, 왕따시 만 한 것들이.... -_-

진짜 겪어 보지 않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비쥬얼도 어마무시하다...)

암 걸리기 이전 시절 혓바늘 낫다고 아야~ 아야~ 하던 시절은 진짜 새발의 피도 안되는 수준인 거다.


이 때는 거의 영양 주사에 하모닐란 (마시는 영양제)에 의지 하게 되는데 그나마 죽으로라도 실제 그나마 음식 맛을 보며 연명 하게 된다.

매일 아침 8시 즈음에 방사선 치료를 했는데, 마치고 나면 병원식당에서 아침을 먹거나 주사실로 가서 링겔 꼽고 영양 주사를 맞거나 했다.

이 날도 방사선을 마치고 ... 그래도 죽이라도 먹자 하고 호박죽을 주문 했었다. 


뜨거운 것도 잘 먹을 수가 없어서 죽이 나와도 어느 정도 식을 때까지 한 참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먹으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일주일은 굶은 그지 새끼 마냥 냠~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첫 술을 뜬다. 


"음식이다~" 하고 꼴딱 하는 순간 (입 안이 아작 나있기 때문에 후딱 목구멍으로 넘겨줘야 한다..),

목에서 엄청난 고통의 전율이 느껴지며 동시에 통증에 의한 쌩눈물 한 방울이 주륵...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나선 아픈 소리도 못내고 목을 부여 잡고 머리를 테이블이 주저박고 이리저리 돌려댔다...

그러길 한 1분 정도 한 다음, 다시 두 번째 술을 뜬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서러움에 복받치는 느낌이 나면서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

그렇게 휴지로 눈물 닦으면서 아침 구내 식당에 앉아 찔찔 거리고 앉아 있었다.


고통을 참으면서, 눈물도 살짝 양념 삼아, 어케어케 겨우 반 공기 정도를 비우고 다시 영양 주사를 맞으러 주사실로 향했다.  





[병원의 호박죽.... 저것을 못 삼켜서.... ㅜㅜ 

병원 식당에서 죽요리를 해 주시던 직원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내가 많이 불쌍해 보였는지 항상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죽이 나오면 가지러 가기 전에 먼저 내 자리로 가져다 주시곤 했고, 모자른 반찬이지만 하나라도 더 챙겨주실려고 했던 고마운 분이셨다.]



그 다음 날 진료를 받는 날이었고, 의사 선생님한테 입 안과 목의 고통을 호소 했다. (진짜 못해먹을 짓이다...)

보시더니. 점막염이 너무 심하다고 그 자리에서 치료 중단을 선언 하셨다.

사실 그 전에도 체력도 너무 떨어지고 힘들어서 치료 중단 및 입원 치료 얘기가 계속 나오긴 했었는데, 

방사선 치료 종료를 얼마 안 둔 상황이어서 자의로 통원 치료 강행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내염이 너무 심한 나머지 의사 선생님 쪽에서 강제로 치료를 멈춰 버린 것이었다.


4도 급성 점막염으로 너무 심한 상태라 계속 방사선 치료를 하다 보면,

나중에 아물지 않고 세포가 모두 괴사 될 수 있다고 했다.

왜 죽 따위를 먹고도 그렇게 아파서 고통의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 있었다. 


방사선 치료 완료를 일 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중단이라 못 내 아쉬웠지만 몸도 너무 극도로 힘든 상태였는지라 눈물을 머금고 일주일 휴식의 길로 접어 들게 되었다. 




분명 나같은 환자들도 많을 텐데,

나도 거의 80%는 정신력으로 치료를 완주한 것 같다.

면역력은 바닥을 치고, 체력 또한 저질 중에 저질로 떨어져 병원만 한 번 갔다 오면 하루종일 지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암튼 나처럼 정신력으로 대부분을 버티게 되면 실제 자신의 캐파를 넘어서까지 완주를 하려고 하는 위험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정신력은 치료에 있어 체력만큼이나 필요한 요소인 것 같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몸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치료 받는 그 시간이야 치료 완료라는 확고한 단 하나의 목표만을 보고 달리지만,

막상 치료가 끝난 후에는 오랜 동안 갇혀 있다 갑자기 자유를 얻은 사람처럼 멍하고 멘붕에 가깝다.

더군다나 후유증이라는, 까도 까도 뭔가 새로운 것을 또 들고 나오는 또 하나의 어마무시한 놈이 나와 장기전을 치루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것 까지 생각한다면 치료 중에도 어느 정도 자신의 몸을 생각하면서 치료에 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담당 의사 선생님들이 마라톤에서 뛰는 페이스 메이커 처럼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 주며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할 것 이고,

곁에서 지켜주는 보호자들의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암이란 치료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장기전이다.

너무 욕심 부리거나 자만하지는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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