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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삼출성 중이염, 그리고 정말 살인 충동 느끼게 했던 그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


지금은 삼출성 중이염이 비인두암의 초기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배웠지만,

그땐 그게 암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다.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비인두암에 걸린 김우빈도 있지만 그 정도 어리진 않아도 암에 대해 걱정할 나이가 절대 아니었다. 

또한 비염 증상도 심했는데, 어차피 평생 비염에 시달렸었기 때문에 심해진 비염 증상도 별 대단치 않게 생각했었다. 


하기는 삼출성 중이염을 앓던 그 시절에 만났던, 기억하기 싫은 그 망할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저 피로에 쪄들어 지내던 중 언제부턴가 왼 쪽 귀까지 점점 안 들리기 시작했다. 

이비인후과에 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점심 시간에 후딱 다녀 올 수 있는 회사 근처.


삼출성 중이염이라고 한다... 약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한다...


약 떨어지면 점심 시간 마다 찾아 가고, 또 약을 받아가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증상 악화를 호소 했지만 사진 보면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또 다시 약을 처방 해 준다. 

귀는 점점 안들렸다. 그렇게 2개월 가량을 약만 먹으면서 지냈다. 


결국 침지 못해 의사에게 얘기 했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 말씀 하시는데, 난 귀가 점점 더 안들린다. 분명 물이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뭐 귀를 째든 뭐든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따지는 식으로 얘기 했다.


대답은 내가 전혀 예상 하지도 못했다. 정말 가관 이었음.


"의사로서 봤을 때는 분명 나아지고 있는데 환자분께서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씀 하시면 제가 뭘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 놔... 맘 같아선 뭐 저 따위 책임감 없이 말하나 귓ㅆㄷ기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다살다 병원에서 저런 무책임한 말을 들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암튼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큰 전문 병원으로 가기로 맘 먹었다. 

사실 그 때 다른 부위 때문에 병원 다니느라고 하도 연차를 많이 내서 눈치 보여서 회사 근처로 그냥 다니던 거였는데...

사람들 말도 잘 못 알아 들을 정도로 귀 안들림이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또 연차를 내고 대형 전문 병원으로 직행 했다.


귀에 물이 차 있는 건 맞았고, 바로 물을 뺏다... 주사기 2/3를 채운 그 노오오란 궁물들...으흐... -_-

드디어 세상의 소리가 아름답게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띠용...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찝지름..한 한 마디를 하셨다. 


속을 살펴 보니, 혹 같은 것이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으나 좀 의심쩍어 보인다. 일단 귓 속이라기 보다는 코 속에 가까워서 코 전문 선생님에게도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 하셨다. 15분 후 나는 바로 코 전문 선생님한테로 옮겨 졌고 역시나 본인도 뭔진 모르겠으나 좋은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조직 검사를 받아 보자고 하셨다. 


따로 조직 검사 예약을 하고 그 날에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와.... 이 조직 검사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유일하게 받아 본 조직 검사라 딴 부위도 그렇게 아픈지는 모르겠다)


 가위를 코 속에 집어 넣고 조직을 떼어 내는데 가위질 딱!딱!딱! 세 번이 한 세트로 해서, 총 세 셋트의 조직을 떼어 낸다.

그리고.... 그 가위질 한 번의 딱!이 얼마나 아퍼서 죽을 것 같던지.... 

예상치도 못 했던 엄청난 고통 때문에 첫 번째 딱!에서는 "윽!" 하면서 찌잉~하는 고통과 함께 눈 물 한 방울이 또로록 흘러내렸다.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이제부턴 착하게 살게요"라고 읊어 대고 있었다....ㅜㅜ


그리고 정 자세로 앉아서 조직을 떼어 내다 보니 가위질 하자마자 피는 콸콸콸 밑으로 떨어 지는데.... 이 비쥬얼까지 한 몫하며 온 오감이 이 고통에 반응 하더라.... ㅜㅜ


이제 그 고통을 알아 버렸기 때문에 두 번째 딱!이 다가 오면서부터는 이 공포의 세레나데에 대한 두려움과 남아 있는 진통의 범벅이 된다. 

세 번째 세트의 마지막, 그러니까 아홉번 째 딱!하기 직전엔 그야말로 고통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 정말 정신이 혼미 해 지면서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가 되더라.

그렇다고 마지막 고통이 줄어드는 건 또 아니었다. 혼미 하면 혼미 한데로 또 뜨악!!!


그리고 몇 일 후에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병원 예약 전 날 이었다)

먼저 알려드린다며, 놀라지는 마시고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종양이다. 병명은 비인강암이라고 했다. 


사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암이라는 얘길 듣고 별 실감이 안났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이 높은 암이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하는 말을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고 치료하면 낫겠지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만 떠올랐다. 

치료 중 그리고 후의 고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풋내기 암환자의 모습, 후훗... ㅜㅜ....에효...


암튼 2개월 가량을 약으로만 버티다 병원을 옮기고 나니 몇 일 사이에 일사천리로 저리 진행 되었다. 


솔직히 암에 걸리고 나서 왜 나에게 암이 찾아 왔나를 한탄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나는 그런건 없었다.

단, 2개월의 시간을 말아 먹은 그 병원 의사에게는 엄청난 증오가 잠깐 찾아 왔었다. 


암덩어리를 달고 2개월 동안 상태가 호전 되고 있다고 말만 하고....

암 발견을 못 한건 그렇다 치고.... 물이 차 있는 것도 왜 빼 말 안하고 빼주려고 시도 조차 하지 않았던 걸까? 정말 지금까지 미스테리다. 

말로만 듣던 돌팔이 인건지...

임파선 전이까지 겹쳐 나는 결국 3기 판정을 받았었다.


장기 치료를 받아 보니 역시나 일반 사람 관계처럼 환자와 의사의 궁합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그 의사는 정말... 하아.... ㅆㅂ... 이젠 원망도 안한다...

(왜 사람들이 구태여 멀리까지 유명한 병원 찾아 가는지 그 때 이해가 가더라... 그 돌팔이 의사들 같은 사람들 때문에 괜한 동네 작은 병원 의사들까지 피해 보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 놀라운건 나만 이런 억울한 케이스인 줄 알았는데, 비인두암은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더라.

나와 동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만큼 초기 증상으로 잡기 어려운 측면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나와 비슷한 케이스들이 있더라, 허얼/////

궁합 맞지 않는 의사들 만나서 저렇게 시간 낭비하는 케이스들이 꽤 많은 것 같던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들을 때마다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 일이 척척 진행 되었던, 옮긴 이비인후과의 두 선생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다. 

치료 받는 내내 굉장히 적극적이고 환자의 입장에서 케어 받는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임파선 전이가 더 심해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들도 이 분들 덕이 아닌가 싶다. 


의사 선생님을 잘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명의라도 환자와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다.

아니다 싶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수소문을 하던 뭐하던 좋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튼 이렇게 나의 암치료기는 시작 되었다.

지금 치료를 마친지 얼마 안되는 꼬꼬마이지만, 지금까지를 돌이켜 보면 암치료는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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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레베루가 달라도 느~무 달랐던 피로감]


언제부턴가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일상에서 받는 그런 익숙한 피로감과는 분명히 달랐다. 정말 레벨이 달라서 한 오후 5시만 되면 쓰러질 정도였고 야근을 할 수가 없어서 기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기피했다.

쓸데 없는 헛기침도 많아졌다.

기침을 한 번 하면 구역질이 날 때까지 할 정도였다.


워낙 술을 좋아 해서리 술로 눌르면 잊혀지니 미련하게 술을 많이 퍼먹던 때도 있었는데,

그 술마저 너무 피곤해서 입에 한 두입 대기도 전에 잠에 들어 버리거나 하며 나가 떨어졌었다. 그 정도로 무서운 피로감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나이가 들어가서 겠지..."


"대한민국 회사원 안 힘든 사람 어딧냐..."


 "나 원래 좀 체력이 약하니까..."



...하면서 억지로 참고 지냈다... 몇 달을...

지금 와서 보니 이것도 암의 초기 증상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아파도 약 안먹고 병원 안가는 스타일이라 저러고 버텼는데,

살면서 처음 느끼는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가보는게 좋지 않을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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