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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UW 이후 클럽컬쳐 매거진 BLING에 연재되는 새로운 음악 컬럼입니다. 잡지와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혹시 퍼가시게 될 때에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Ambient: Film & Electronica 06

함께한다는 것의 즐거움 [Utatama 노래혼]

(http://electronica.tistory.com)



사회 생활은 생존을 위한 각개전투다. 물론 하나의 집합체로서 다수에 의한 결과물을 내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안 끝없는 양육강식의 전쟁터라는 관점에서는 그리 순수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어찌하였건 이렇게 인간이 사회로 나오기 전 우리는 여러 과정의 학생생활을 하게 된다. 대학교의 경우 사회 진출 전 관문으로서 어느 정도 개인의 주체와 독립성이 더 부각되지만 중/고등학교의 경우 개인이 경험하고 견뎌나가야 하는 단체생활의 측면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그러한 맥락 속의 여자 고교생들의 생활을 다룬 두 음악 영화가 있다. 바로 스윙걸즈와 우타타마 (노래혼). 중고등학생 소년 소녀 만이 가질 수 있는 꿈, 열정, 역경을 담은 영화들이다.

 



각각 음악 활동 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나 전개,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역시 우타타마는 스윙걸즈에 못 미친다. 우선적으로 스윙걸즈는 뛰어난 감성을 가진 야구치 시노부의 탁월한 연출을 바탕으로 오로지 영화를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실제 퍼포먼스 등, 우타타마가 상대하기로서는 큰 벽이다. 더군다나 우타타마의 원톱으로 등장하는 여배우 카호는 곽광받고 있는 신인이긴 하지만 그 동안 쌓아왔던 그녀의시골스럽고순수한 이미지에 만화 캐릭터를 떠올리는 벙찐 캐릭터를 너무 작위적으로 집어넣으려고 한 억지스러움까지 보인다. 고로 여러 영화에서 산전 수전 다 겪은 우에노 쥬리와 다른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하모니를 넘어서기에도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스윙걸즈 영화의 완성도 자체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우타타마를 못 만든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좀 그렇다.


 

우선 두 영화는 비슷하지만 재즈와 합창이라는 서로 다른 음악적 요인을 가지고 내러티브를 이끌어 나간다. 또한 스윙걸즈가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사고뭉치 집단이 억지로 밴드 부에 들어가 흥미를 가지고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을 보여준다면 우타타마는 재능과 열정은 뛰어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외모와 우월감을 주체 못하는 소녀가 우여곡절을 통해 다시 한번 음악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단체 생활에 대해 적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윙걸즈가 가장 대중 적인 재즈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글렌 밀러나 베니 굿맨 중심의 스윙재즈를 메인 사운드로 내세우며 전형적인 일본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좀더 폭넓은 관객층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반면 우타타마는 80,90년대의 스타 가수였던 오자카 유타카를 내세우며 좀더 일본 대중문화 안에서의 향수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이렇게 모두가 알고 있는 혹은 알기 쉬운 대중 가요의 사용과 악기 사용이 아닌 바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타타마의 핵심이자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이끌어내는 요소다.


 

우타타마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카호가 독백으로작은 기적이라 부르는때창씬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하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오자키 유타카를 시작으로 마지막 피날레인 몽골800아나타니까지 마치 시골에서의 뜨거운 한 여름을 시원하게 장식해주는 매미들의 합창처럼 서로 다른 연령과 사상 그리고 문화를 하나로 싱크(동조/동화)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스윙걸즈처럼 이들이 밴드였다면, 관객들이 허밍으로 따라 부르거나 락 밴드의 보컬을 따라 부르는 식이였다면 이러한 복잡하게 얽힌 요소들의 싱크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그 콘서트 홀의 모두가 일어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음악을 같이 부르는, 전혀 유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카타르시스를 일궈낸다. 이 음악 씬 하나만으로 엉성하게 전개되었던 내러티브의 나쁜 기억이 사라져 버린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친구들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차 안에서 누군가 흥얼대는 혹은 틀은 음악을 하나 둘씩 따라 부르며 그 몇 일간 혹은 몇 시간 동안의 경험을 정말 적절하게 표현해주었던 그 싱크의 경험!


 

군대나 옛 학창 시절 죽어라고 불러대던 애국가나 80년대 기업 문화였던 매일 아침 국민체조와 같은 경우 이러한 유대감 형성을 프로파간다 식으로 주입시켜 시스템 속에 가두어 버리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집단문화에 대한 경계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결국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것과 역경을 딛고 일어난다는 것은 절대 특별한 개인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란 것도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한다.


 

몽골800아나타니 (당신에게)’가 끝나갈 무렵 카호 특유의 함박 웃음 속에서 마지막 모놀로그가 흐른다,

 

 이런게 바로 하모니구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거구나!”




아나타니

 

MoPiX 青春合唱映画『うた魂♪』夏帆&ガレッジセール・ゴリに直撃!

 

아나타니 원곡 몽파치
 


우타타마 예고편

 






** Bling의 AMBIENT 컬럼은 [우타타마]를 마지막으로 종료됩니다
이번 호부터는 다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중심으로 한 컬럼으로 돌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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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ent: Film & Electronica 05:

Do Another Teen Movie!  

By Groovie (http://electronica.tistory.com)




미국 영화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주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십대들이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성장기의 과정을 정형화된 공식을 통해 보여준다. 바로 점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 받지만 오히려 속에 선입견과 풍자라는 코드를 집어넣어 특유의 진부함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영화를 가늠하고 즐기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또한 성장기 영화인 만큼 동시대적 감수성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면 뻔한 공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야말로 미국 고교 생활의 전부다. 뻔한 짝사랑 얘기부터 시작해서, 부모, 선생, 친구, 이성과의 갈등, , 마약, 파티, 프롬나이트(!), 자동차 (지금은 핸드폰, 문자질과 마이스페이스까지), 잘나가는 운동부 남자들과 퀸카 클릭, 전학생, 동양인 공부벌레, 인종차별, 왕따, ‘정말눈에 띄지 않는 아이 등등 불변하는 학교라는 사회적 설정을 가지고 동시대의 트렌드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배경의 이야기인 만큼 사운드트랙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영화를 보면 시절의 (혹은 지금의) 아이들이 무슨 음악을 듣고 즐기고 싫어하고 있는지 음악들은 문화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엿볼 있다.

세계가 80년대 레트로 광풍에서 아직도 많이 빠져 나오지 못한 만큼 영화의 르네상스라고도 있는 80년대 휴즈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왠지 식상하게 보일 같기도 하고 이후 영화는 어떻게 변해왔나 그리고 지금 동시대의 느낌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2000 이후의 영화를 뽑아봤다. 물론 이건 베스트 리스트 아니다! 음악과 함께 있는 재미있는 영화의 추천 정도가 되겠다.




섹스 아카데미
Not Another Teen Movie, 2000

번역된 제목만 보고는 쓰레기 영화 취급 당하기 쉽다. (어떤 관점에서는 풍자와 조롱이라는 측면에서 섹스 아카데미라는 제목도 뭔가 의미가 있을 하지만) 어쨌든 99 [American Pie] 기존 미국 영화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 했다면 [섹스코미디] 원제가 시사하듯 기존 영화의 공식을 따르며 지금까지 나온 걸작 영화들에 대한 치밀한 패러디 설정을 통해 조롱과 오마쥬를 동시에 바친 기념비적 작품이다. 영화만큼 사운드트랙도 걸작이다. 휴즈와 브랫팩으로 대변되는 영화의 르네상스가 80년대였던 만큼 Soft Cell, Depeche Mode, New Order, The Cure, The Smiths, a Flock of Seagulls, Nena 대표 뉴웨이브 음악들이 The Smashing Pumpkins, Muse, Marilyn Manson 등과 같은 (2000)동시대를 대표한 밴드에 의해 커버되며 다른 맛을 제공한다.

참고로 영화의 전체적 설정은 [She’s All That] [10 Things I Hate about You] 따르고 있다.

Prom Night  음악 Scene



웃긴 장면 모음






퀸카로
살아남는
Mean Girls, 2004

제목은 유치하지만 원작인 [Queen Bees and the Wannabes] 토대로 여고생들의 생활 속에 존재하는 무시무시’(?) 감성을 풀어낸 작품이다. 소위 학교에서 나가는퀸카 클릭, 클릭의 구성체계 그리고 멤버들 사이에서의 묘한 갈등 관계의 전개와 끔찍한 복수는 80,90년대 영화의 전설인 [클루레스] [헤더스] 연상시킨다. 또한 아역 시절과 파티걸의 이미지만 요란했던 린지 로한을 새로운 무비 퀸으로 만들어준 녀의 대형 출세작이기도 하다.

사운드 트랙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80년대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뉴웨이브 스타 블론디의 One Way or Another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며 영화 중요한 트랜지션 내러티브를 이어준다. 또한 음악이 지배적이었던 영화 사운드가 점차 Urban Club 음악 분야도 적극적으로 품기 시작하는 움직임을 엿볼 있다. (비록 영화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영화의 피날레는 주로 드럼과 기타 사운드로 시작되는 락의 전유물이었지만 영화의 엔딩에 흘러 나오는 음악은 바로 80년대 레이브 문화의 Anthem 이나 다름 없었던 Orbital Halcyon On & On이다.

Jingle Bell Rock



Trailer





주노
Juno, 2007

영화의 공식을 따른다기 보다는 전형적인 인디 영화다. 주노라는 16 소녀의 이른 임신으로 전개되며 “Juno Effect”라는 미디어 용어까지 탄생시킬 만큼 평론과 관객의 찬사는 물론 대립되는 Pro-Life (임신 중절 합법화 반대) Pro-Choice (임신 중절 합법화 지지) 모두에게 호응을 얻은, 그대로 무슨 마법에 취한듯한 아름다운 영화다.

마법의 요인은 크게 가지다. 바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16 여성 주노를 연기한 엘렌 페이지의 열연과 당해보지 않고서는 누구도 이해할 없을 16 소녀의 절망, 두려움, 희망, 감성 등을 가슴에 후벼 파듯 대변하며 영상과 절묘하게 블렌드 되는 포크/인디팝/ 사운드트랙이다. 특히 감독은 음악 선정에 있어 엘렌 페이지의 의견을 많은 부분 수렴했고 결과는 영화 전체의 엠비언트적 내러티브를 책임진 싱어송라이터 킴야 도슨의 참여였다. (엘렌은 하나의 싱어송라이터인 캣파워의 Sea of Love 커버를 추천하기도 했다.)

주노라는 캐릭터의 감성을 찾아내기 위한 엘렌 페이지와 라이트먼 감독 사이의 창의적이고 열린 대화 느낌은 영화 중간 소닉 유스의 카펜터스 커버에 대한 주노와 마크 대화 속에서 나타난다. 이는 영화 속의 다른 이야기로 음악에 대한 내러티브를 즐길 있는 씬이기도 하다. 밖에 흘러 나오는 Belle & Sebastien, Yo La Tengo, The Velvet Underground 등의 음악들은 관객을 더욱 주노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All I Want is You



Anyone Else but You by Michael Cera & Ellen Page






와일드
차일드
Wild Child, 2008

쥴리아 로버츠의 조카인 엠마 로버츠의 출연만으로도 충분한 하입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평론보다는 오히려 관객의 호응을 많이 이끌어낸 영화다. 에어헤드로 대변되는 캘리포니아의 부잣집 금발 소녀가 영국의 엄격한 시골 기숙사 학교에서 겪는 이야기로 [클루레스] [퀸카로 살아남는 ] 이리저리 섞어 놓은 듯한 뻔한 설정 속에서 풀어내는 솔직한 감수성이 오히려 돋보이는 가벼운 영화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요즘 시대 아이들 생활 양식을 가볍게 나마 엿볼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Mp3, 아이폰, 이메일, 동영상 메일 10대들의 필수가 되어버린 디지털 매체 그리고 특히 문자질 의한 언어의 파괴 측면이 특히 눈에 띈다. (예를 들어 S.U.L.A등과 같은 지나친 문장의 축약적 사용과 US Weekly 유에스를 어스로 발음하는 장면까지).

사운드 트랙 또한 기존 영화에서 많이 보여주던 음악의 포션이 크게 줄어들고 요즘 세대들에게 많이 어필하고 있는 Rihanna, DJ Feddie Le grand, Nelly Furtado, NYPC, Girls Aloud, Sophie E. Bextor, Timabland, M.I.A 등의 어반, 클럽, 댄스 음악으로 채워져 있어 동시대 십대들의 음악 취향도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퀸카로 살아남는 ] the Burn Book 소녀들의 콜라쥬 앨범을 떠올리는 엔딩 장면과 왕년의 섹시 스타 나타샤 리챠드슨을 만날 있는 것도 영화의 묘미 하나 ^^.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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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UW 이후 클럽컬쳐 매거진 BLING에 연재되는 새로운 음악 컬럼입니다. 잡지와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혹시 퍼가시게 될 때에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Ambient 04: Film & Electronica::: 우리의 지난 날은 진정 화려했나?

By Groovie (http://electronica.tistory.com)

경기가 나빠지며 가장 자주 듣는 단어, 거품.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화려한 과거 생활을 해왔을까라는 생각을 막상 해봤다. 금융권에서 위기의 신호탄을 발사해줬을 때 주위에는 고소해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자신들에게 돌아올 후 폭풍을 감지하면서도 그 동안 소위 돈 장난치던 금융권 '애들'의 사고가 만천하에 공개 된 것이 내심 통쾌했던 것이다. 어찌하였건 경기도 나쁘고 앞으로 어떤 더 큰 폭풍이 불어 닥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시간도 괜찮을까 싶어 음악과 함께하는 영상 두 개를 소개한다. 시간을 돌아본다는 것은 회상이라는 낭만과 자숙이라는 반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지경까지 치닫게 된 경제 문제뿐 만 아니라 우리 현대 문명 사회가 어떻게 진화 되어왔는지를 돌아보자.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려라,

[
버블로 Go!! 타임머신은 드럼방식]:  Disco & 90s Retro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장기 불황의 여파에 의해 일본이 국가적 도산 위기를 맞자 드럼 세탁기 방식의 타임머신을 타고 거품 시대로 되돌아가 호황을 계속 지속시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린다. 물론 설정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호황에 의해 화려하고 행복하기 그지 없던 (돈이 돈 같지가 않던) 90년대의 재현과 디스코 풍의 사운드 트랙이 백미인 영화다.

 


90년대 유명 그룹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93년 히트 곡인 [다이아몬드]가 흐르며 거품 가득한 환락의 로뽕기를 보여주며 시작하는 90년대 재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나 다름 없다. 아이돌의 음악과 함께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 후 카메라는 이내 디스코 장으로 이어진다. Boys Town Gang[Can't Take My Eyes Off You] [Cherry]가 차례로 흘러나오며 쾌락의 정치학이라고 불린 디스코 코드와 함께 한다. 돈다발은 휘날리고 모두들 걱정은커녕 그야말로 흥청망청 인생을 즐기고있다. 특히 노래, [Can’t Take…]는 영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책임지고 있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영화 테마송인 마리야 카토의 [Eyes on You] 또한 이 음악의 에센스를 끝까지 지켜낸다. 그리고 재현 씬의 마지막, 행복과 희망 가득한 동경의 밤 하늘 아래 폭죽이 터지며 마이킹에 시달렸던 미래에서 온 주인공 마유미(료코 히로수에 분)는 샴페인을 들고 토스트를 외친다. "거품, ~!'

 

영화에서 주목할 요인은 바로 이 거품이다. 샴페인의 생명이 기포인 것처럼 디스코처럼 신나는 호황의 거품이 끝나고 이들에게 남은 건 드럼 세탁기에서 나온 세제 찌꺼기의 거품뿐이다. (여기서 왜 드럼 세탁기가 타임머신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의문이 풀린다.) 어떻게 보면 90년대의 낭만을 향수하게 하면서도 허탈감을 안겨주는, 그야말로 거품 같은 영화다.

 

상황에 맞춰 한번 즘 음미해 볼만한 Princess Princess[Diamonds] 가사 부분:

지금 나를 움직이고 있는 그런 기분 / 아무것도 모르는 아아,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 아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밤도 종종 있지만 / 그 때 느꼈던 아아, 기분은 진정한 것 / , 지금 나를 움직이는 건 다이아몬드

 





Godfrey Reggio의 삐딱한 세상 바라보기

[Qatsi 3
부작]: Minimalism & Civilization

어느 잡지에서 한 평론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외계인에게 지구를 표현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 한편을 보낸다면 주저 없이 [카치 3부작]을 고르겠노라고. 그 만큼 아름다운 영상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 문명을 바라보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 음악의 설정 또한 특이하다. 영상에 대한 컨셉트를 감독과 음악 담당인 필립 글래스가 공유한 후 서로 개별 작업을 통해 만든 후 합쳐졌다. (또한 이 영상을 발견(!)한 죠지 루카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훗날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영화 홍보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3부작 모두 (제목에서 오는) 일관적인 한 가지 테마만 존재할 뿐 어떠한 논지도 주장도 결론도 펼치지 않는다. 그저 현대 문명을 바라보는 느낌만을 전해줄 뿐이다. 그 느낌에 어떻게 반응할지 각자의 관점에서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려있는영상이다. 어떤 이는 쾌감을 느낄 것이고 다른 어떤 이는 위기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나의 그림은 1000가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는 감독의 말이 딱 들어맞는 설정이다. 특히 특정 공식과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언어로 인한 나레이션이 없기 때문에 필립 글라스의 미니멀리즘 음악이 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 언어와는 다른) 추상성과 미니멀리즘의 점진적 요소가 관객을 이 아름답고도 거대한 오디세이로 이끈다.

 

카치 3부작은 아래와 같이 나뉘며 제목은 미국 호피 인디언의 언어에서 파생되었다. 짧은 지면 상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고 약간의 소개만 해본다.



Koyaanisqatsi (1982-presented by George Lucas): 불균형적인 삶 (코야니스카치)

-테크놀로지와 도시의 삶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기계 문명과 자연이라는, 지구 상에 동시에 존재하지만 전혀 다른 것만 같은 두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




Powaqqatsi (1988-presented by Francis Ford Coppola): 변화/변형 속의 삶 (포와카치)

-전 세계의 (특히 제3세계) 인종과 특정 문화를 바라보며 느끼는 다양성 그리고 소위 선진국형으로 다시 변화해가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확인한다.




Naqoyqatsi (2002-presented by Steven Soderburgh): 전쟁으로서의 삶 (나코이카치)

-현재 인간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살아가고 있다는 감독의 생각을 대변하듯 화려한 최첨단 그래픽으로 펼쳐지는 대서사시인 동시에 정치, 스포츠 등으로 분화되는 전쟁의 문명화에 대한 느낌을 전한다.

 




필자는 옛날 업무 관계로 레지오 감독을 인터뷰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바로 진실을 좇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도 생활을 한 그에게 가장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이는 바로 친 형이었다. 어느 날 갓프리, 넌 진실을 찾는 법을 아니? 진실이란 신문이나 책 따위에는 나오지 않는 거야. 가령 네가 어떤 물체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면 그 물체를 뚫어지게 바라봐봐. 움직이지 않는 물체라도 언젠가는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을 거야. 그 잠깐의 순간이 바로 진실의 경험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형의 말은 바로 바라보는 관조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관조의 미학이 30년에 걸친 거대한 스케일의 3부작 영상으로 태어난 것이다.

 

관조야 말로 위기와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 우리를 돌아보기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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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ent: Film & Electronica 03:

Saturday Night Disco Fever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을 거라 예상되지만 명색이 겨울인데 자연스럽게 따뜻한 것이 그리워질 때다. 그 뿜어내는 열정과 환희 때문에 그런지 쾌락의 정치학이라 불리는 디스코는 어딘가 따스한 느낌의 음악 장르다. 그런 따뜻한 디스코와 함께 하는 영화를 소년의 성장기라는 관점에서 골라 보았다.

 

ROLL BOUNCE
 :::
소년, 친구들과의 우정을 심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10대 초 중반의 어린 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마 남자끼리의 우정이 아닐까? 항상 패거리를 만들고 이리저리 사고도 치고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자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일까? 아마도 친구들과의 우정 사이에서 한번쯤 깊게 빠지게 되는 십대의 고민 사항이다.

이러한 십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나 다름없는 감성을 가볍고 행복하게 담아내고 있는 영화가 바로 롤 바운스다. 특히 롤라장을 무대로 흑인 게토의 캐릭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트랙 또한 흑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Soul Funk가 가미된 디스코와 R&B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Bill Withers Lovely Day Michelle Williams Let’s Stay Together를 개인적으로 강추한다)



SATURDAY NIGHT FEVER
 :::
소년, 연상의 여인을 만나며 성숙해지다.


디스코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존 트라볼타를 당대 최고의 스타로 만들고 이 영화를 잊을 수 없었던 감독 퀜틴 타란티노는 잊혀졌던 존 트라볼타를 그의 영화 [펄프 픽션]에서 다시 부활 시키며 제 2의 인생을 걷게 해주기도 했다.

전형적인 트렌드와 여자에 관심 많은 청년과 연상의 여인의 러브 스토리로 펼쳐지는 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영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그 화려함과 행복 보다는 상당히 무거운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바로 그 시절 미국 뉴욕의 이탈리아계 가정의 감성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상의 여인을 만나 춤을 통해 사랑을 느끼지만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고 책임이라는 것과 거리가 먼 10대 청년의 맹목적이고 열정에만 가득 찬 반 쪽짜리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는 성장기 영화이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명 장면들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시대 디스코에 미친 서민 젊은이들의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오프닝 씬이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비추며 강렬한 빨간색 타이포그라피 그리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상징인 지하철이 출발하며 비지스의 Stayin’ Alive가 흐른다. 페인트 통을 들고 멋들어지게 차려 입은 알바생 토니의 거리 활보 모습은 영락없는 폼생폼사 청년의 모습이다. (거기다가 지나가는 여자 한 명 한 명 다 체크하는 모습하며!) 바로 나의 밤은 당신의 낯보다 화려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느낌이다.

음악적으로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호주 출신 팝 디스코 그룹인 비지스의 주옥 같은 음악들이지만 이들 말고도 MFSB, KC & the Sunshine Band, David Shire 등의 화려한 정통 디스코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트랙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THE LAST DAYS OF DISCO
 
:::
소년, 사회와 성인이란 장벽에서 지난 날을 향수하다.


아마도 영화계에서 가장 말이 많은 감독을 꼽는다면 할 하틀리와 리차드 링클레이터 정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윗 스틸만 또한 영화를 말 그대로 로만 채워놓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 감독의 특징은 20대 중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대학교 졸업반 혹은 갓 사회 경험을 하며 성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이들의 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학생의 모습을 벗고 성인의 길을 접어들게 되는 나이 먹은 소년들의 고민과 꿈을 디스코 음악에 투영하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감독의 캐릭터들이 항상 어느 정도 공부도 하고 어느 정도의 상류 사회의 삶을 살고 있는 캐릭터로 채워져 있는 만큼 디스코의 무대 또한 허름한 클럽이 아닌 Studio 54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고급 클럽이다. 또한 머리 속에 이론만 가득하고 한번도 즐겨보지 못한 디스코 문화에 뛰어들며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성인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영화의 제목인 디스코의 마지막 나날들처럼 마치 그들의 마지막 소년기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역시 감독의 스타일 상 영화는 철학적 사상과 끊임 없는 대화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Chic, Alicia Bridges, Cheryl Lynn 등의 화려한 디스코 음악은 이렇게 다소 지루해 질 수 있는 분위기의 충분한 보완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BOOGIE N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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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장이 되어 가족을 만들다.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디스코에 관한 영화라기 보다는 디스코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70년대 포르노 영화 사업의 흥망성쇠를 그려내는 큰 스케일의 드라마. 마크 윌버그의 연기는 항상 조금어설픈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는 그의 그 어설프고소년 같은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화이기도 하다. 포르노에 관한 영화이면서도 사운드 트랙을 온갖 디스코 사운드로 수놓으며 롤러걸 캐릭터까지 등장시키지만 영화는 다소 무겁다.

 

미국 영화/문화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그리고 그 가족의 문제는 이 영화 안에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두 다른 연령, 색깔,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서 절대 용인 될 수 없는 난잡한 성행위에 관한 영화를 찍는 이들의 모습은 서로를 아끼고 채찍질하는 그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특히 영화의 엔딩에서 아이들을 챙기기라도 하듯이 영화를 찍으러 집이라는 공간을 걸어가고 있는 늙어버린 모습의 감독은 바로 그 가장의 모습이며 그 초라한 뒷모습에 눈물이 날 정도다.) 하지만 이 안에서 여신처럼 또는 어머니처럼 여겨지는 엠버가 사회에서 포르노 배우라는 이유로 아이의 양육권을 인정 받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사회의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에 대한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초반은 포르노 산업의 호황기를 다루는 만큼 사운드트랙은 화려한 디스코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80년대 뮤직 비디오와 비디오 테이프의 등장으로 필름으로 찍던 포르노는 비디오의 대량 산업 체제로 바뀌며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타락의 상징인 코케인의 등장과 함께 변화의 시대를 반영하듯 음악 또한 팝과 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포르노 산업은 죽지 않았으나 나름 그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영화가 보여주었던 비디오 테이프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오늘 날 디지털 사회에 도달하며 포르노 산업은 다시 인터넷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되었다. 아마도 포르노는 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진화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적응하며 대응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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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ent 02
: Film & Electronica

도시의 음악들


봄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약간 들뜬 마음이라면 가을은 무언가의 끝을 준비하는 듯한 덤덤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그 스산한 분위기 속에 하루쯤은 휴식을 위해 엠비언스 가득한 음악과 하는 예술 영화 한 편도 괜찮을 듯 하다.

 

ROCK: [Zabriskie Point, 1970] by Michelangelo Antonioni

건축가 출신답게 탁월한 공간감과 동시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을 보여줬던 이 거장은 작년 세상을 떠나며 많은 영화인들을 슬프게 했다. 안토니오니 감독은 타 감독들 못지 않게 훌륭한 사운드트랙을 선사하며 영상미를 더욱 세련되고 철학적으로 덮어씌웠다.

[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클래식 락 음악의 거성들인 핑크플로이드, 제리 가르시아, 롤링 스톤즈 등을 내세워 70년대 미국 카운터컬쳐의 한 단면을 그려낸다. 두 명의 외톨이 같은 주인공들은 히피의 잔상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에 대한 찬양을 보낼 듯 하지만 영화가 흐르며 이도 저도 아닌 회색 분자의 행적을 남긴다.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정치도 이념도 존재하지 않는 엑스타시 속의 어느 한 무릉도원이다. 이 곳은 바로 미국 데스벨리의 자브리스키 포인트란 곳이며 제리 가르시아의 음악에 맞춰 펼쳐치는 집단 난교 씬은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대담하게 내세운 초현실주의적 영상, 이념에서 벗어난 순수한 아담들과 이브들이 사막 위에서 서로 엉키어 뒹구는 공간을 채우는 가르시아의 블루지한 기타 선율의 엠비언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 장면이다. 만약 자신이 이념과 물질주의를 모두 거부한 이 시대의 진정한 회색분자이자 노마드라고 자부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저주받은 걸작이다.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실패와 평단의 혹평을 받았다.
 








JAZZ
:
  [Manhattan, 1979] by Woody Allen

이번엔 잠시 달콤하고 낭만적인 스윙재즈로 넘어가 보자. 마틴 스콜세시 감독과 함께 맨하탄을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 바로 우디 알렌이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애니홀]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 상을 받았을 때도 자신이 정기적으로 연주하던 재즈바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우디 알렌의 재즈 사랑은 그의 영화와 맨하탄을 향한 사랑 못지 않다. 특히 그의 영화는 감미로운 스윙 재즈 사운드로 맨하탄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을 로맨틱하게 표현한다.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우디 알렌과의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는 다이엔 키튼과 함께 한 흑백 영화, [맨하탄]이다. "챕터1, 그는 뉴욕 시티를 사랑했다"로 시작하는 오프닝 씬은 재즈와 클라시컬 음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던 죠지 거시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흐르며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시작으로 그 안의 삶의 군상들 그리고 마지막의 폭죽 셀레브레이션과 함께 마감하며 맨하탄이라는 공간을 사랑과 낭만의 엠비언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진정 낭만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도시라는 공간에게 바치는 최고의 데이트 영화가 아닐까 한다.



 

AMBIENT: [Wingsof Desire, 1987] by Wim Wenders

국내에서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 영화의 원제는 [욕망의 날개]. 코카콜라와 락큰롤에 취한 영원한 로드 무비의 아버지, 빔 벤더스는 여기서 삶에 대한 고찰과 동서독의 화합을 염원하는 세레나데와 같은 음악과 영상을 보여준다.

하늘과 인간 사이의 중간인 천사를 의미라도 하듯 울려 퍼지는 중성적인 첼로 선율과 함께 영화는 공중에서 도시를 바라보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하늘 위에서 인간 군상을 호기심과 애증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천사의 시점이다. 공허한 베를린의 도시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온갖 슬픔과 걱정이 교차한다. 그리고 천사는 질문한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렇게 영화는 인간과 천사의 시점을 오고 가며 통일 전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캔버스를 채워나간다.


 이 영화에서 도시를 채워나가는 엠비언스는 여러 개의 레이어로 나뉜다. 사람들의 애환은 짙지만 스트링 선율과 함께 천사가 누비는 베를린은 너무나도 진공상태의 느낌을 줄만큼 고요하다. 동서의 통일에 의해 찾아올 복받치는 환희와 그 후 다가올 산더미 같은 경제와 이념 문제들로 인한 엄청난 폭풍의 전야와 같은 느낌을 전해줄 정도다. (물론 천사 다미엔이 인간이 되며 느낄 혼란의 이전상태도 포함해서)


다음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인간 마음의 목소리들이며 비극적인 자신들의 삶에 대한 불만과 걱정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들이 곧 공허하고 슬픔 가득한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채워나가는 요인들이다. 그리고 전파를 타고 흐르는 TV와 라디오의 방송은 그 사람들을 조종하는 미디어를 의미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데미안은 마리아 릴케의 시를 지속적으로 읊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로 시작되며 반복되는 이 모놀로그는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것이 비극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우리가 잊어버린 중요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일깨워 준다. 그것은 호기심에 가득 찼던 데미안이 인간으로 거듭나 색깔을 보고 환희를 느끼고 곡예사와 관계를 가지며 느끼는 그런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감정, 바로 사랑이다. 결국 사람들이 잊어버린 그 사랑이란 느낌으로 도시는 비극에서 벗어나 동서간 그리고 사람간 사랑과 화합이라는 환희의 공간을 기약하며 매듭을 짓는다


 

ELECTRONICA: [Irreversible, 2002] by Gaspar Noe

그래도 클럽 문화 잡지 블링인데 순수 전자댄스 음악에 대한 얘기가 없으면 허전하기에 다프트 펑크로 이야기를 돌린다. [돌이킬 수 없는]은 다프트 펑크의 반 쪽 토마스 뱅갤터가 사운드트랙을 맞았고 충격적인 영상과 내러티브의 전개로 깐느 영화제 그랑프리 후보로까지 오른 2002년의 화제작이었다.

 하나의 트랙으로 듣기에는 Paris by Night을 절대적으로 추천하지만 (특히 펼쳐지는 영화의 긴장과 엑스타시 후에 느껴지는 허무함에 대한 총합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시작부터 약 15분 동안 펼쳐지는 사운드 디스토션이 영화의 사운드적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미가 날 정도로 뒤틀리는 영상과 뱅갤터의 잡음과 같은 사운드 이펙트는 영화의 긴장과 처절함에 무게 감을 더한다. 클럽, 지하도, 밤거리와 같은 실제 공간은 물론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섹스 그리고 인간의 심리적 공간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돌이킬 수 없는] 사운드 트랙이 가지고 있는 엠비언스적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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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라며 시작하는 영화의 대사는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하다. 물리학에서 공간의 차원은 4차원이든 10차원이든 존재한다. 그렇지만 시간의 차원은 언제나 하나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앞당길 수도 없다. 하지만 시간을 자유자재로 뒤틀며 시공간의 경험을 바꿀 수가 있는 마법사가 있으니 그는 바로 DJ. 지금 당장 클럽으로 뛰어들어 스테이지의 엠비언스를 가득 메울 DJ와 함께 시간이 당신을 무너뜨리기 전에 먼저 시간을 무너뜨려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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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ent: Film and Electronica 01: 1 Giant Leap
                                                                                  2008년 10월자

Electronica & Ambient            

일렉트로니카는 90년대 중반 하향세를 보이던 팝과 락에 대한 대안으로 급부상한 테크노 음악과 레이브 문화의 하입 조성을 위해 미디어가 만들어낸 단어다. 보통 일렉트로니카라고 하면 ‘뿅뿅’거리는 음악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아마도 국내 미디어가 깊이 없이 만들어 내는 유행어처럼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장르적으로 굳이 분류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뿅뿅’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속한다.) 일렉트로니카는 비록 미디어 하입으로 태어났지만 테크노, 하우스, 트립합, 덥, 칠 아웃 등의 음악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매력과 참된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ELECTRONICA

전자/전기적 행위에 의해 태어난 음악은 모두 일렉트로니카라고 (필자는 굳이 일렉트로닉 음악과 일렉트로니카를 따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가정했을 때 CD나 레코드에 입혀져 나오거나 라디오 전파, 인터넷 선을 통해 듣게 되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일렉트로니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범주를 보편화 시키다 보면 사실상 일렉트로니카라고 해 봤자 말할 거리가 없어진다. 전기와 전자가 생활의 필수인 우리 문명이 듣고 있는 모든 소리와 음악은 일렉트로니카 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전기가 없었던 아주 오랜 시간 전의 음악, 예를 들어 아프리카 토속 민족이나 원시인들의 의식에서 쓰이던 노래나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서 (스피커 없이!) 라이브로 듣던 교향악단의 심포니 등은 일렉트로니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일까? 일단 위의 가정을 따른다면 일렉트로니카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시대와 문명에 주어진 자원과 도구를 통해 만들어낸, 바로 그 시대와 문명을 표현하는 음악이며 소리라는 점이다. 토속 원주민들은 그들이 가진 목소리와 돌멩이, 나무 등을 사용해 신과 자연을 숭배했고 클래식 음악가들은 스트링과 나무, 금속 등을 사용해 아름다운 관현악과 브라스 소리 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전기를 발견하고 전자의 기술이 발달하며 우리는 저장매체에 음악을 담아 듣기 시작했고 곧 그 것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실험하며 새로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냈다.

마침내 디지털 시대에 돌입한 우리 문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라는 엄청난 위력의 저장매체와 응용체제를 통해 더 많은 소스를 확보하고 더 많은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 그 때 그 때 주어진 문명의 발명과 자원을 모아 이리저리 조합하여 구현하는 점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일렉트로니카란 이 시대를 표현하는 우리 문명의 소리라는 더욱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성도 있다. 

여기서 잠깐 컬럼의 제목인 엠비언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엠비언트란 단어도 일렉트로니카만큼이나 의미에 대한 혼란도 많고 쓰여지는 관점도 다양하다. 길게 설명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말해 엠비언트는 공간, 환경의 소리/음악이라 말하고 싶다. 엠비언스를 느낀다는 것은 소리를 통해 그 공간감과 환경을 느낀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좁은 공간의 계단에서 또각또각거리며 내려오는 걸음 소리를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공간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통해 당신은 그것이 여성이라고 연상할 것이고 더 나아가 구두의 굽을 느끼고 구두의 소리가 계단과 벽을 부딪히며 울리는 진동을 통해 그 공간자체의 여러 ‘성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엠비언스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1 Giant Leap

전 세계 5개 대륙의 18개가 넘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담은 각각의 음악과 영상을 ‘다양성에 의한 조화’라는 개념 안에서 다룬 [1 Giant Leap (위대한 도약)]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엠비언트와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잘 풀이해주고 있다. 생각해보자. 6개월 간 18개의 도시를 돌며 노트북 컴퓨터 안에 담아낸 소스를 가지고 만들어낸 하나의 멀티미디어 작품이란 점은 디지털 시대가 제공하는 모바일과 멀티미디어 도구를 사용해 전 세계 인류 문명의 소리를 하나의 음악과 영상으로서 담아내려 한 진정 일렉트로니카적이고 엠비언트적인 위대한 모험이자 실험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1 Giant Leap은 진정한 Mash-up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던칸 (음반 프로듀서)과 제이미(그룹 Faithless의 멤버)라는 두 음악인이 만나 인류의 다양성과 조화를 음악을 중심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되었다. 서양 문명의 관점은 너무 좁고 개발주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들의 초점은 자연스럽게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같은 제 3세계로 이어졌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던 시절이었던 만큼 휴대기기들을 통한 ‘모바일’ 환경을 극한까지 활용해 보자며 둘은 의기 투합했고 이내 기나긴 여정에 필수가 될 모바일 믹싱 스튜디오 환경을 구현했다. 모든 영상과 믹싱의 중추 역할을 할 G3 매킨토시 파워북, 그 안에 설치된 로직 오디오 프로그램, 5개의 헤드폰, 마이크, Emu 샘플러, 코르그 프로페시를 포함한 몇 대의 신디사이저,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 등을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기나긴 여정을 떠난 것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들의 방식은 간단했다. 이메일을 통해 자신들이 생각해 놓은 각 나라의 아티스트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그 아티스트들의 성향과 프로젝트의 개념에 따른 아주 기본적인 음악 샘플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한 아티스트를 만날 때마다 그 음악 샘플을 들려주고 그들이 이에 반응하는 것을 다시 랩탑 안에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나라의 아티스트는 던칸과 제이미가 준비한 음악 샘플에 얹어진 그 전 아티스트의 사운드를 듣고 다시 즉흥적으로 그 만의 사운드를 얹는 방식이었다.

중간중간 아티스트의 성향과 영감에 따른 새로운 발견에 따라 과정 안에서 새로운 샘플이 태어나거나 수정되거나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의 스튜디오로 돌아와 이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과정은 준비되었지만 지극히 즉흥적이고 창발적인 결과물을 나았다. 새로운 발견 후에 떠오르는 또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 스튜디오에서 일괄적인 작업으로 구현되는 일종의 장르 같은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음악이 아닌 전 세계가 참여하는, 전 인류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원래 음악 구현만을 염두 해두었던 제이미와 던칸은 스폰서의 조언에 따라 영상작업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뮤직비디오도 아닌 것이 다큐멘터리도 아닌 애매한 멀티미디어 작품을 원했던 이들의 영상을 보면 개념부터 음악과 영상까지 싱크로나이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에 맞추어 나오는 영상은 당시 아티스트들이 실제로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던 그 순간이며 시간, 대립, 섹스, 하느님: 믿음, 신성모독, 화합), 영감, 행복, 돈, 가면, 죽음이라는 각각의 테마를 통해 각 분야의 학자, 철학자, 연예인, 아티스트 등이 생각하는 테마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인터뷰와 함께 매쉬업 되어 있다. 더군다나 CD-Rom/DVD라는 선택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구조 (이 또한 너무나 일렉트로니카적인 Loop의 요소다!)로 이루어져있다. 

하이피델리티의 음질과 HD의 깨끗한 화질만을 추구하는 리스너와 뷰어를 충족시키기에 이 작품은 음질과 화면 구현 면에서는 열악함을 극복할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아마추어’의 사운드 시스템과 영상장비 때문이다. 하지만 엄청난 소음과 잡음이 들어가있던 샘플들을 가지고 편집한 이 작품은 오히려 기술이 곧 감동을 전해주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간단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그들이 말하는 테마에 대한 생각은 음악과 영상의 떨어지는 스펙 상의 ‘질’만큼이나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전해주지도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측면도 많다. 하지만 많은 에너지와 집중을 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나가며 들으면 한번 멈추고 음미해 봄직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인터뷰들은 간간히 음악과 함께 오버랩이 되며 일종의 꼴라쥬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듯하다. 꼭 DSLR을 가져야만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스펙이 다는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음은 물론이고 진정한 디지털 유목민의 요소를 활용한 이 경험을 자산 삼아 2002년 그들은 또 다른 주제를 가지고 1 Giant Leap의 시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티벳 탄압에 항의하며 올림픽 보이콧을 할 듯했던 각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저마다 꼬랑지를 내리고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러시아에서는 민족갈등이 빚어낸 전쟁이 일어났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인류의 화합이라는 올림픽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거의 6년이 지나 다시 들춰보는 1 Giant Leap이 시도한 ‘다양성을 통한 인류의 조화를 음악을 통해 구현해본다’라는 실험과 지금의 올림픽은 사뭇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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