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을 넘나드는 서울의 교차편집

2024년 8월 공개된 일본 R&B 싱어송라이터 노조미 키테이의 싱글〈Be The One feat. 百足(Mukade)〉뮤직비디오는 서울 전역을 빠르게 훑는다.

MV (원효대교 북단, 이태원해밀턴 호텔 뒷골목)

강남역, 성수, 연희동, 명동, 마포, 이태원, 여의도…
도시는 리듬에 맞춰 편집되고 화면은 조망과 클로즈업을 오가며 맥박처럼 뛴다. 경쾌한 음악에 어울린다. 

MV의 감상은 한마디로,

"꽤 알뜰하게 훑고 갔다"

전 포스팅에서 다뤘던 아이 토미오카의 개인적인 서울의 느낌과는 또 달리,
노조미 키테이의 MV는 관광객 브이로그 같은 리듬감을 지닌다.

짧은 시간 안에 서울의 젊은 공간을 훑어보는데,

이거 하나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서울의 주요 지역들이 고루 담겨 있다.

이제부터는 지역별로 MV 속 서울 촬영지를 따라가 본다.


 

📍여의도

🗺 서강대교 북단  항공뷰, 서강대교 남-북단, IFC몰(내부) / 여의도 쇼핑센터 / 브라이튼·한양 ·수정 아파트 일

(시계방향) 서강대교, 서강대교 남단 진입, 롯데캐슬아이비,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 뷰(엔딩장면)

여의도 구역에서는 도심 전경, 상업지, 주거지가 고루 등장한다. MV의 시작과 끝을 모두 여의도로 설정해 여정의 입구이자 출구처럼 기능한다.

  • 좌측 하단 이미지는 서강대교 남단 방향의 항공뷰, MV의 마지막 장면으로 쓰였다.
  • 우측 하단은 수정·한양아파트 사이 틈새에서 롯데캐슬아이비를 바라본 장면으로 여의도 주거지 일대의 생활감을 볼 수 있다.

여의도 클로즈업 장면 중 대표적인 건 IFC몰 내부다. 노조미는 마치 쇼핑 온 관광객처럼 등장하며 MV 전반에서 그녀가 주로 등장하는 성수, 강남, IFC몰 등 트렌디한 지역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면 무카데는 여의도 쇼핑센터 앞, 수정아파트 뒷편, 브라이튼 중앙처럼 보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공간에 등장한다. 딱히 큰 의미는 없지만 이런 식의 대비되는 구도로 MV가 전개된다.

 


📍이태원

🗺 해밀턴호텔 일대 (세븐틴 코인노래방 / 시티백 / 해밀턴 호텔 뒷골목 / 젤라띠젤라띠 앞 / 티키타카 / 타파스바 / 더맨션 / 삼거리 교차로 / 솜브레로 골목 등)

이태원 촬영지
MV 촬영지: 지도랑 숫자 맞춰보면 된다

이태원 구간은 MV 전체에서 가장 많은 컷이 배치된 지역이다. 구성은 골목, 간판, 교차로, 인물 위주로 이어진다. 특히 해밀턴호텔 일대의 밤 풍경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노조미는 이곳에서 전후반부 클라이맥스를 펼치는데 이태원 특유의 화려하고 혼란스러운 야경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적셔노래방, 여보여보가 보이는 시티-백 간판 ❘ MV

특히 눈에 띈 건 간판 속 단어들이다. ‘적셔(JJeok Syeo)’는 한국 특유의 소주 문화 코드, ‘여보여보’는 오래된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신을 떠올리게 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 둘이 화면에 잡힌 건 꽤 흥미롭다.

쨋든 옛이나 지금이나 이태원의 밤은 언제나 시선을 끈다.

 


 

📍강남역 (서초)

🗺 서초대로 73길(템플스트라이크), 77길 (SBS노래방, 나는 솔로포차 앞, 맘스터치랩 (내부 3층))

강남역은 세대 불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MV에선 한산한 시간대의 골목과 상가 사이에서 촬영된 장면이 주를 이룬다. 텅 빈 듯한 화면 속에서도 공간 자체는 강남역답게 익숙하다. 노조미가 음료를 마시는 곳은 맘스터치랩인데 예전 공차 건물이라 그런지 공차스러운 창문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마포(광흥창역 주변)

🗺 창전로 54 공중전화박스 / 광흥창역 엘리베이터(원통 구조물) / 창전사거리 횡단보도

광흥창 역 일대 촬영지

홍대는 뻔했을까. 그래도 마포 자체를 피해가지는 않았다. 독막로의 창전사거리광흥창역 주변이 꾸준히 등장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공중전화박스. 토미오카 아이의 MV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등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Z세대 모두에게 공중전화는 이미 낯선 사물이다. 이 세대들에게 레트로 감성으로 소비되는 건 동일하지만 일본의 경우 재난이 많아 그런지 비상시 통신 수단 정도까지는 인식된다고 한다.

(좌) 노조미 키테이 MV ❘ (우) 아이 토미오카 MV

공중전화 박스는 Z들에게 대체 어떤 느낌인걸까? 지금 어른들이 워크맨이나 디스크맨을 보는 그런 느낌이랑 유사할까?


 

📍연희동

🗺 Studio Colin

연희동은 Studio Colin이라는 대여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연희동 산중턱에 자리한 이곳은 실제 집처럼 구성되어 있어 그런지 MV에서 이들이 여행 중 머무는 에어비엔비 숙소처럼 느껴진다.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도시의 장면들이 리듬감 있게 교차하는 MV 관점으로 보면 여행 중 잠시 머무는 장소조차 그 감정의 흐름 안에 포함시킨 것 같다.

스튜디오 콜린 ❘ 출처: http://www.filmmakers.co.kr/locationBank
(시계방향) BTS, Shaun x OVAN, 악뮤, 런닝맨

※ 2018년 오픈한 Studio Colin은 정원과 테라스, 루프탑 뷰까지 갖춘 단독주택형 자연광 렌탈 스튜디오로,
BTS, 악뮤, 런닝맨 등 다양한 영상/화보 콘텐츠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류 느낌이 강한 촬영지 픽으로 느껴진다.

 


 

📍명동

🗺 Baviphat 골목 / 명동양과 / 예술극장 앞 / 홍만당 (+ busan jip) 골목

명동에서는 좁은 골목과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가 함께 등장한다. 이태원과 더불어 저녁 장면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다. MV 안에서는 복고풍 거리와 리뉴얼된 건물이 교차하며 낡음과 새로움이 나란히 놓인 공간처럼 비춰진다.


 

📍성수. 자양

🗺 서울숲 / 서울플랫 ✅ Bird's Eye View, 커먼그라운드, 삼익빌라 골목

성수와 자양 구간은 서울숲커먼그라운드, 삼익빌라 골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MV에서는 붉은 벽돌과 톤온톤 때문인지 한눈에 잡히는 에피소드성수101이 보이는 버즈아이뷰와 함께 클로즈업 공간으로는 서울숲이 등장한다. 자양동에서는 커먼그라운드 및 그와 인접한 삼익빌라 골목에서 촬영되었으며 한국 빌라촌 특유의 정서가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무와 수변이 어우러진 열린 풍경을 배경으로 한 서울숲은 후반부에 등장하는데 MV 전반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비춰지던 두 캐릭터의 동선이 겹친다 (이후 노래 제목처럼 강남역과 명동에서 실제로 'Be the One'이 되어 함께 춤을 추며 MV를 마무리). 

2024년 2030 여성 관광객 비율 ❘ 출처: 매일경제

성수동은 일본 매체에서도 ‘지금 서울’을 상징하는 트렌디한 동네로 언급된다. 또한 2024년 기준 방한 통계를 보면 일본 뿐 아니라 중국-대만 모두 2030 여성 관광객들이 압도적인 수준을 보인다 (그 중에서도 방문지는 성수동 압승). K-Pop과 한류 컨텐츠 및 뷰티의 영향이 커 보이는데 MV 촬영지들 또한 이런 부분들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 기타: 

영상의 시작인 원효대교뷰와 엔딩인 서강대교 남단뷰

뮤직비디오에서 버즈아이 뷰 등을 통한 넓은 풍경 장면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시점은 인물들의 클로즈업 퍼포먼스 장면들과 교차되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스케일과 입체감을 시청자에게 인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장면마다 지역은 달라도 반복되는 시야와 리듬 덕분에 하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흐름처럼 느껴진다.

Nozomi Kitay & GAL D - Be The One feat 百足 MV
  • 여의도 (순복음교회 방향 항공 뷰 + 브라이튼 일대 고층 배경)
  • 원효대교 전경 (MV의 시작)
  • 서강대교 남단 / 밤섬 방향
  • 성수동 서울플랫 일대 및 서울숲 인근

 


🎤 노조미 키테이 (Nozomi Kitay 無所属 )

기사 갈무리 ❘ 출처: 스포츠경향

일본 후쿠오카 출신의 R&B 싱어송라이터.
'NØZ'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 2023년부터 본명으로 전환,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기 약 3년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지내며 가스펠 합창단과 아카펠라 팀 활동을 한 경험이 스타일의 기반이 되었다.

2024년 싱글 〈Moshi Moshi〉는 일본 내 1.5억 스트리밍을 기록했으며, 에스파 카리나, 트와이스 미나·지효, 아이브 레이 등 국내 K-팝 아이돌들의 챌린지 참여로 큰 화제를 모았다.
첫 단독 콘서트 〈BE THE ONE〉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 확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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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신예 일본 래퍼 Litty(리티). 두 번째 싱글 〈Thinkin' Bout〉(2024.12.17) 뮤직비디오는 '잠든 뒤 꿈속에서 도시를 거닌다'는 설정 아래 서울 로케이션(익선동, 종로 3가)과 스튜디오 컷을 교차 편집한다. 2‑3초 안팎의 짧은 컷 편집 구조는 음악의 리듬과 잘 어울린다

종로3가

서울 로케이션은 진짜 쓱 훑고 지나간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Litty가 추구하는 음악 감성—도시, 스트리트, 젊음—을 한국의 로컬 공기를 통해 어느 정도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익선동 한옥거리
종로 3가 포차거리 (단성 주얼리 센터 앞, 5호선 포차거리)
홀리데이인 송도

 

🌙1. 익선동 한옥거리

꿈 속으로 워프 (익선동 마이 포에트리로 추정) ❘ MV

리티가 잠에 들고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공간감 없는 몽환적 스튜디오 씬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익선동 한옥마을의 밤거리. 2010년대 중반 즈음부터 2030(특히 여성) 세대가 이끈 ‘뉴트로 성지’. Y2K, 스트리트, 도시 감성을 추구하는 Litty(리티)와 잘 겹친다.

익선 세겹살도 보이고

좁은 골목, 리모델링된 한옥, 간판 불빛의 교차. "꿈에서라도 다시 너를 만나면, 그게 좋은 날이야”라는 가사와 맞물려 꿈 속 특유의 파편적인 기억을 환기한다.

Litty의 'Thinkin Bout'은 흔들리지만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복잡한 결들을 담고 있다. 

여긴 귀금속 거리로 보임

겹겹이 쌓인 시간, 상반된 의미, 그리고 다층적인 모순과 모호함들. 익선동 역시 한 가지 얼굴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기억이 스며 있는 공간이다. 

MV에서 특정할 수 있는 한옥마을의 촬영지는 마이포에트리뿐이었다. 장면들이 워낙 빠르게 흘러가고 몽환적인 느낌 때문인지 디테일한 단서들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 2. 종로 3가 포차거리와 단성사

MV

리티가 MV 속에서 자리 잡는 포차 장면이 매우 흥미로웠다. 바로 단성골드주얼리센터 건물이 뒷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원래 단성사 영화관이 있었던 터로, 1907년에 지어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이었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상영하는 단성사에 몰려든 대중들의 모습 ❘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특히 8,90년대 전성기 시절, 근접한 피가디리, 서울극장과 함께 종로 3가 트라이앵글 극장가로 불렸던 한국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나운규의 <아리랑, 1926>을 상영했고 대한민국 현대시절 역대 흥행작들인 <겨울여자, 1977>, <장군의 아들, 1990>, <서편제, 1993>등이 이곳에서 개봉했다.

단성사 건물의 어제와 오늘

하지만 멀티플렉스라는 시대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2008년 역사의 뒷 켠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단성골드주얼리센터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리티 커플 입장. 아티스트 및 MV 관계자들이 이 터의 역사적 의미를 알고 촬영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근현대 격변의 시간을 품은 이 장소에 Z 세대 일본 아티스트가 한국식 야장 풍경을 담는 장면은 세월의 간극을 조용히 실감하게 했다. 

포장마차는 종로 3가 3호선 2-1번 출구 쪽 춘천닭꼬치라는 곳으로 추정된다. 기대했던 소주 한잔 탁! 걸치는 모습은 볼 수 없는데 매운 닭꼬치나 떡볶이를 먹(여주)고 있는 것 같다. 포차에서 알코올 없는 밤이라니!

포차 장면 후, 리티와 동행인은 종로3가 1호선 구역을 벗어나 5호선 익선동 방면 포장마차 거리(3~4번 출구 사이)를 배회한다.

부산집 풍경이 스쳐간다 (돈의돈 55)

길목에서 부산집(추정) 포장마차를 스쳐 지나가는 컷이 확인된다.

5호선 3~4번 출구 사이의 포차거리를 거닐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 이후 2022년부터 종로 3가 포차 거리는 한국 20‑30대 사이에서 ‘야장 성지’로 부상했다. 리티의 영상에서 많이 보이는 ‘도시 밤 문화’라는 정서와 은근히 맞물린다.

후쿠오카 야타이 ❘ tsunagujapan.com

한국 포장마차는 일본 야타이와 유사하지만 골목을 가득 메우는 천막 열과 번잡한 노상 분위기로 또 다른 감성을 만든다. 서울 시내에 전통 노상 포차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포차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이를 잘 정비한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독특한 관광 아이템으로 다시 빛날 여지가 크지 않을까?

종로3가 5호선 4~5번 출구 사이의 야장 포차거리 ❘ 본인사진

 평소엔  저렇게 꽉 들어차는데 어떻게 그런 타이밍에 자리를 잡았는지 신기할 따름 (다른 구역이긴 하지만).


 

🏨송도 Holiday Inn은 왜 나왔을까?

MV의 시작은 잠자리에 들며 꿈속으로 들어가는 리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꿈의 입구인 셈.

인천 송도의 홀리데이인 호텔이다. 다만 인천 송도와 서울 종로라니. 전체 흐름 속에선 다소 동떨어진 공간감이다.

홀리데이인 송도 ❘ MV

어쨌든 짧은 여정이 담긴 MV였지만 그 안엔 기대했던 Litty다운 감성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 데뷔곡〈Pull Up〉이 출발선의 에너지를 노래했다면 〈Thinkin' Bout〉은 머무름 뒤에 남는 잔흔을 기록한다. 뮤직비디오 속 서울은 순식간에 교차하지만 어둠과 네온, 좁은 골목의 체온이 겹쳐지며 리티의 음악 속에 담긴 ‘흔들리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남긴다.

인천송도에서 서울 종로까지는 약 55km의 거리다

아마도 이 영상 자체를 서울 밤거리 브이로그처럼 느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행의 시작이었는지 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서울과 동떨어진 이 위치 덕분에 ‘잠깐 머무는 외국 관광객’의 현실감이 살아나고 이어지는 2‑3초 서울 컷들 역시 여행 뒤 머릿속을 스쳐 가는 단편적 기억처럼 느껴진다.


 

| 🎥 Trivia

Litty - Thinkin' Bout (Prod. Lion Melo)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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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MV한국촬영지] ME:I, 서울 위에서 ‘봄’을 클릭하다 — 〈Click〉

| 현실 vs 버추얼〈Click〉은 서울 실사 로케이션과 CG 도시를 오가며 ‘한국적 공간’ 위에 ‘일본식 봄 정서’를 레이어링 한다.| 촬영지 한눈에 보기공덕동 : 대한통운 유료주차장 옥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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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 Single

아, 오늘(5/12) 저녁 8시 Manaka가 피처링한 Litty의 신곡, 'Cheese'가 공개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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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X 가상, 그 사이를 넘나드는 '분홍 퍼' 모빌리티 클러스터 ❘ MV

| 현실 vs 버추얼

〈Click〉은 서울 실사 로케이션CG 도시를 오가며 ‘한국적 공간’ 위에 ‘일본식 봄 정서’를 레이어링 한다.

Click MV 촬영지

| 촬영지 한눈에 보기

  • 공덕동 : 대한통운 유료주차장 옥상
  • 이촌동 : 한강철교 북단 보행육교(현대아파트 앞)
  • 잠실 : 한강공원 제1주차장 난간

 

일본 팬층 성별 비율(Nikkei Entertainment, 2024) ❘ 출처: Reddit

참고로 Nikkei Entertaiment의 일본 내 걸그룹 팬층 성별 비율 집계를 보면 ME:I 팬의 78 % 가 여성층이다. 그러다 보니 영상 구성이 ‘분홍 퍼 + 봄비 + 우산’ 같은 여성향으로 설계된 것 같다. (흥미롭게도 NewJeans·CUTIE STREET = 남·녀 50:50 교차점)


 

 

🛵 1. 공덕동 옥상, ‘벚꽃톤 판타지’의 시동

거친 콘크리트 바닥 위로 CG 벚꽃 잔상이 흩뿌려지고, ME:I가 등장한다. 실제 나무 한 그루 없이도 ‘봄’은 호출된다. 공개일(2024‑03‑25)은 벚꽃 개화기와 정확히 겹친다 (위치: 공덕동 대한통운 유료주차장)

봄의 벚꽃 분위기를 연상 시키는 오프닝 ❘ MV

라이더들이 모는 것은 야마하·가와사키 스포츠 바이크(추정), 대기 중인 차량은 현대 Kona에 분홍 퍼(fur)를 입힌 커스텀(추정). '한국적 공간 + 그 안에 일본 감성 삽입'이라는 밸런스 공식인데 전체 뮤직비디오에서 전개된다. 후편인 <Hi-Five>과 유사한 방식이다.

GPT에 따르면 야마하 모르피스, 야마하 250, 카와사키 닌자라고 하는데 확실한 지는 모르겠다. 전문가님들 헬프 플리즈 ❘ MV

MV 속에서 실제와 버추얼 공간을 이어주는 핵심 요소들이 이 모빌리티들인데 ‘접근성’과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테마와 실제 공간의 매칭이 잘된다 (공덕동은 공항철도·홍대에 인접해 외국인 유동이 잦다).


 

🚉 2. 한강철교 북단 — 아파트·철로의 교차로

고층 아파트가 격자무늬처럼 펼쳐지고 그 아래로 철로가 도시를 가른다. 한국의 대표적 주거 풍경과 일본 도시를 연상시키는 선로·전깃줄이 한 프레임에 겹친다.

뒤 배경은 이촌동 대림아파트. 철로선 때문인지 서울인데도 따랑따랑~ 소리가 들릴 것 같다

ME:I는 바로 그 ‘도시의 교집합’ 위에 서서 양국 일상의 간극을 시각적으로 좁힌다 (위치: 이촌동 현대 한강아파트 앞 보행육교). MV 중 가장 흥미로운 대비였다.

또 하나의 혼종 로닌

다만 소녀들이 찬 검집은 사무라이 코드를 직설적으로 호출한다. ‘이질감 없는 혼합’이 MV의 목표가 맞는지? 아무리 주 타깃이 일본 관객층이겠지만 저렇게 과잉적인 일본 요소를 일부러 삽입해 낯선 긴장을 남겨 둔 건 의문이다. 외지에 온 방황하는 로닌... 같은 건가... (첫 MV라 그런지 이 장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조화스럽기는 하다)


 

🏞️3. 잠실 한강공원 - 레트로 세단과 J-청춘 서사

카메라는 1세대 ‘각 그랜저’(1986‒92)를 비춘다. 한국에서는 ‘아빠차’로 통하지만 일본 관객에게는 동시대 중형 세단—미쓰비시 데보네어 V—를 떠올리게 하는 실루엣이다.

잠실한강공원 제1주차장 한강변 난간 ❘ MV

이 ‘차를 둘러싼 인지 격차’가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호출하며, 두 도시가 공유하는 90년대 레트로 정서를 교점으로 엮는다.

데보네어 V(위), 그렌저(아래) ❘ 출처: https://blog.naver.com/s0dari

사이드 노트 | 각 그랜저는 현대‑미쓰비시가 공동 개발한 모델. 한국에서는 국민 세단으로 흥행했으나 일본에서는 도요타 크라운에 밀려 ‘레어 카’ 취급을 받았다. 일본 출시명은 '데보네어 V'.

 

첫 MV라 그런지 컨셉의 밸런스가 좀 안 맞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펼쳐 치는 또 한 번의 지나친 일본 감성 사무라이 쇼다운. 까보니 그것은 우산이었고. 직전 섹션의 사무라이 코드와 맞물려 ‘일본 감성 과잉’의 여운을 남긴다. MV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의도한 이상한 불협화음이다. 이 정도면 양국의 정서적 하모니가 아니라 한국침공 같은 걸로 느껴지기도 하고.


 

☔ 4. 우산 아래의 감정선

분홍 우산 행렬은 일본에서 비 오는 날 우산 사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문화적 습관을 암시한다. 흐린 한강변, 가늘게 그친 비, 곳곳에 고인 물—도시적 회색조 위에 "봄=벚꽃=핑크"라는 색채를 덧입혀 한국 공간에 일본식 청춘 감성을 이식한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일본 전통 우산, 와가사와 15년 전 즘 시즈오카 오렌지 해변에서 찍었던 아이아이가사 낙서

  • 와가사 (和傘) 모티프 : 전통 한지우산 실루엣을 현대 재료로 재해석.
  • 아이아이 가사 (相合傘) : 우산 아래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사랑이 싹튼다’는 일본 대중문화 클리셰.

오른 쪽에 잠실대교가 보인다

ME:I는 이 일본형 서정 코드를 서울의 강변 산책로에 배치해 ‘이질감 없는 혼합(... 이 맞을까?)’이라는 프로젝트의 정조를 가장 완곡한 형태로 구현해 보려 한 것 같다. 흐릿한 도시의 배경과 가랑비가 그쳐 곳곳에 고인 물이 보이는 공간에 여럿이 함께 쓰는 분홍빛 우산을 통한 봄이라는 계절감과 일본식 청춘 감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장치라... 일본 관객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영상 전반의 불협화음의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 5. 버추얼 시퀀스 — 골목 & 편의점

MV

기타 공간도 잠깐 살펴보자. CG로 구현한 네온‑메트로폴리스는 국적 불명의 ‘시티팝 × 블레이드러너’ 같은 풍경인데 한국적 실사 환경과 큰 연결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두 가지 현실 코드가 눈에 띈다.

MV

일본 관광객에게도 익숙할 만한 명동, 이태원, 해방촌 등의 골목 질감을 짬뽕시킨 듯한 세트. 중앙에 먀이 캐릭터를 배치해 ‘한국 공간 속 가와이 일본 감성’ 공식을 반복한다

한국의 콘비니 ❘ MV

일본 일상 클리셰를 서울 편의점으로 전이했다. 그렇게 한국의 편의점은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설고 궁금한 작은 모험과 탐험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 마무리 – 서울 위에 펼쳐진 일본식 봄의 이미지

〈Click〉은 한국 도시 공간을 캔버스 삼아 일본 청춘물 이미지를 덧칠한 시각적 실험이다. 철근 옥상, 고층 아파트, 한강 난간, 골목, 편의점—all 한국적 장소에 일본 감성을 주입했지만 ‘하이브리드의 설득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첫 작업의 시행착오가 다음 작품에서 정제될지 지켜볼 만하다 (그것이 <Hi-Five>이고..).

 

[일본MV 한국 촬영지] ME:I, ‘Hi‑Five’ — 동해안에서 만난 J-청춘

최근 1~2 년간 한국 촬영지 배경의 일본 MV들이 보이는게 흥미로워 시작한 시리즈의 서브포스팅이다. 요약본 쓰는게 너무 길어져서 자꾸 미루다 서브부터 푼다K-POP 시스템으로 훈련받은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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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음악은 그냥 그렇다. 보기 드문 일본 아이돌의 한국 배경 MV라는게 흥미롭다. 이 그룹의 데뷔곡이다

ME:I (ミーアイ) ⊹ 'Click' Official MV 2024.3.25


 

| 현장 좌표 메모

 

일본MV 촬영지 · bar groovie78

3 places -

www.google.co.kr

* 공덕동 대한통운유료주차장은 네이버지도에서는 '25년 3월 기준 공사 중이다 (맞은편이 마포장로교회). 

2018년 옛 모습. 주차장 앞 풍경에서 일본 니시나리의 감성이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ㄷㄷㄷ... ❘ 출처: 구글지도

* 이촌동 보행육교 (새남터 보행육교 아님)는 현대아파트 101동 앞에 위치하는데 구글지도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위치만 나오도록 요청했다. 37.523469,126.956732를 찍으면 된다.

지도 스폿 추가 수정 인증샷 :)

* 잠실 한강 제1주차장 촬영지는 오른쪽으로 잠실대교가 보이는 한강 바로 앞 난간 공간이다. 

출처: 네이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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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해안 배경의 커버 ❘ 2024.7.29 발매 ❘ 출처: 미아이 인스타그램

최근 1~2 년간 한국 촬영지 배경의 일본 MV들이 보이는게 흥미로워 시작한 시리즈의 서브포스팅이다. 요약본 쓰는게 너무 길어져서 자꾸 미루다 서브부터 푼다

K-POP 시스템으로 훈련받은 일본의 신예 걸그룹  ME:I(미아이)의 2024년 7월 29일 공개된 ‘Hi‑Five’ 뮤직비디오는 한국 동해안을 무대로 일본식 청춘 감성을 입힌다 (데뷔는 '24년 4월).

K-Pop과 한국 해변 감성이 들어 있는 샷 ❘ 출처: grammy.com


 

🌲 양양의 소나무숲, 낯섦을 덮는 ‘카와이’

양양의 소나무숲 ❘ MV

울창한 소나무숲에서 멤버들은 팀 마스코트 ‘먀이(ミャイ)’를 발견한다. 한국적 풍경 위에 캐릭터를 얹어 거리감을 낮춘 장치다(장소는 양양 솔바람 산책길로 추정). 

갤럭시25와 먀이 ❘ MV

소녀들의 손에는 아이폰이 아닌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CJ ENM(Lapone Girls)와 삼성의 일본 시장 협업이 엿보인다 

일본 S25 울트라 광고

💡ME:I 미아이는 2024년부터 NTT DOCOMO 통신사의 삼성 갤럭시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 플리마켓 세트 ― 서피비치×나츠마츠리

대놓고 갤럭시로 QR찍고 마케으로 워프 ❘ MV

QR코드 스캔 뒤 등장하는 알록달록한 마켓 세트는 양양 서피비치 분위기에 일본 ‘나츠마츠리’ 야타이를 겹친 구성 (+미니 하와이?).한국 배경이지만 일본 문화에서도 친숙한 요소들이 스며들어가 있다.

MV 속의 마켓 부스들
일본 나츠 마츠리 (여름 축제)의 모습 ❘ 출처 : tripjoonos 인스타그램

각종 먹을거리, 기념품, 놀이 요소 등이 가득한 이 공간은 한국 플리마켓을 베이스로 하되 마츠리와 같은 일본의 여름 축제에 등장하는 부스(야타이)도 같이 연상되기 때문에 일본 시장을 의식한 친근한 감성적 연출 같다.

일본 청춘 감성 클리셰의 최종장, 불꽃놀이 ❘ 영화 에노시마 프리즘

일본 청춘 감성하면 절대 빼놓을 수도 거스를수도 없는 불꽃놀이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청춘감성 스파클러 ❘ MV

이렇게 청춘 클리셰를 압축.

마 이게 한국의 환장파뤼 감성이다 ❘ MV

그리고 먀이 얼굴 조형물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한국의 ‘양양 파티 문화’를 아이돌 감성으로 재가공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상은 헌팅이나 클럽문화 중심이 아닌 소녀 감성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 마무리된다.

양양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로만 하자


 

🌊하조대 해변 – 청량감의 클라이맥스

하조대 해변 ❘ 출처: koreabybike.com

투명하고 상쾌한 동해 바다와 백사장 위 군무. 일본 아이돌이 한국 해변에서 춤추는 점이 관전 포인트. 

하조대 해수욕장 ❘ MV

(물론 특공대 수준의 한국 아이돌 특유의 칼군무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바다 장면은 일본 청춘 영화의 익숙한 이미지와 동해의 새로운 풍경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미 익숙한 클리셰 감성이긴 하지만 볼 때마다 느껴지는 역동성과 청량감이 좋다. 

일본 청춘감성 걸작 중 하나, 바다가 들린다

바다와 청춘 감성은 일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기에, 한국 동해안이라는 새로운 풍경 속에서 익숙한 요소를 보는 것이 흥미로움을 더할 수 있다.


 

🎤 마무리 – 한국에서 완성된 J-청춘 판타지

양양 하조대 해변 ❘ 출처: e.usen.com

ME:I는 2024년 데뷔 해에 일본 레코드 대상 신인상, NHK 홍백가합전 출연 확정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CJ ENM이 설립한 일본 소속사 라포네 걸즈는 ME:I 이후 IS:SUE 등 후속 프로젝트까 가동하며 ‘한국식 트레이닝 + 일본 현지화’ 전략을 확장 중이다.

CJ ENM의 일본 레이블, 라포네 걸즈 로고

ME:I는 2020년 JYP×Sony가 선보인 NiziU보다 한 단계 더 ‘K‑POP화’된 일본 걸그룹으로 보인다. 그러나 ‘Hi‑Five’ MV에서 한국적 공간 위에 일본 청춘 클리셰를 과도하게 덧입힌 연출은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현지 배경의 자연스러움보다 ‘일본 감성’과의 매칭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낯선 이질감을 남긴다.


 

기타 정보: 

ME:I (ミーアイ) ⊹ 'Hi-Five' Official MV


 

MV 촬영지: 양양 하조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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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무이워에서 버스를 타고 사우스 란타우로드를 따라 부이오로 가고 있는 유덕화

지난번 무이워(Mui Wo)에서의 여정이 이어진다. 영화 열혈남아 속 유덕화(소화)와 장만옥(아화)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영화의 과거와 '현실의' 현재가 교차하는 기묘한 감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번 목적지는 무이워에서 조금 더 남서쪽으로 내려간 부이오 (Pui O). 영화의 잔상을 간직한 한적한 곳, 바로 아화의 가게가 위치한 곳이다.

🎬 무이워에서 부이오까지 – 영화 속 공간의 의미

이 날의 여정, 무이워에서 부이오까지

사실 열혈남아의 전개 속에서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 공간의 대비는 명확하지만, 란타우섬의 무이워, 부이오, 타이오가 각각 구분되어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촬영지로 나누어 보면 이 세 공간은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감성을 품고 있다. 

🚏 무이워(Mui Wo) – 선택과 기다림의 공간

무이워 공중전화 키스신

  •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을 연결하는 경계선. 안식처이자 도피처인 부이오로 가기 위해 혹은 그 곳을 떠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이로 인해 강렬한 감정이 교차하며 선택과 갈등, 이별과 기다림이 공존하는 공간. (란타우섬 배경의 격정적 신은 모두 이곳에서 발생한다 - 공중전화 첫 키스, 선착장에서의 초조한 기다림과 옛 연인과의 조우 등)

🌿 부이오 (Pui O) – 평온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안식처

소화의 가게 장면

  • 영화 속 두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공간. 격정적인 홍콩도심, 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벅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무이워와는 달리, 부이오는 조용하고 이상적인 일시적 안식처. 평온하지만 결국 떠나야만 했던 곳.

더 자세한 경로. 한 9,10정거장 정도다

영화 속 그들이 오갔던 경로를 따라가면서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무이워에서 마주했던 시대의 변화처럼 부이오에서도 내가 본 영화와 또 다른 풍경을 보게 될까? 혹은 아직도 남아 있는 그 시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이 길


| 🚌 무이워에서 부이오로가는 버스

무이오 버스 종점의 3M 버스

3M 버스를 타고 부이오로 향한다. 약 15분이면 닿을 정도로 멀진 않다. 부이오의 로와이췬(Lo Wai Tsuen) 정류장에서 내릴 예정이다. 극 중 유덕화가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버스 타고 지나다니던 루트다. 그리고 초반부, 장만옥이 홍콩 도심으로 가기 위해 무이워 페리 선착장으로 향할 때도 지났을 길.

열혈남아 속 옛날 1층 버스 모습.

영화 속에서 유덕화가 타던 버스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영화가 나온지 벌써 5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당시의 낡고 투박한 버스는 사라지고, 최신식 버스가 이 길을 달린다. 2등으로 탑승하게 되어 뷰가 제일 좋은 2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를 타고 무이워 마을을 벗어난다. 뭔가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버스만 바뀐 것이 아니다. 영화 속 무이워, 부이오, 타이오—그 모든 공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을 것이다. 이 세계의 아화와 소화는 영화에서 보여진 것 이상 이 루트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지나다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풍경을 본 것일까? 그래도 란타우섬은 자연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 그 시절과 도심만큼 크게 변하진 않았을 거라는 망상을 해 보았다. 다만 1980년대 이 루트가 생기며 오전 6시 첫차 출발이라는 점은 5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산속 차로 진입. 모든 도로가 1차로다. 

영화속 버스를 탄 유덕화

영화 볼때도 꽤나 흔들리길래 옛날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도 꽤나 덜컹거린다. 도로가 좁다 보니 좌측의 나무들이 버스에 부딪혀 후두둑! 후드득! 소리가 난다. 처음엔 약간 스릴도 있는 것이, 꽤나 날 것스러운 도로와 승차감의 경험을 느꼈다. 

부이오 가는 길

측면뷰로 보면 그 덜컹거림을 더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고도로 올라온 도로를 지나다보면 얼핏 보이는 먼발치의 풍경이 아찔해 보일 때도 있다.

영화

영화 속 장면이 떠올라 뷰는 다르지만 측면도 잠깐 찍어 보았다. 영화속과 실제 여행의 밤낯 시간대가 완전히 다른건 아쉽지만 시종일관 흔들리고 덜컹거리는 버스 라이드 때문인지 꽤나 몰입할 수 있었다. 그냥 녹색 자연 속 좁게 뚫린 산길 도로의 연속이다.

무이오에서 부이오로 버스타고 가는 길 (고화질임!)

사우스 란타우 로드(S.Lantau Rd.) 길을 빠르게 찍은 고화질 영상이다. 그가 이 길을 지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순수히 사랑만을 향해 가는 길이었을까, 아니면 결국 떠나야만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 했던 크나큰 무게가 얹힌 길이었을까?

열혈남아, 가게 앞에서 내리는 유덕화(소하)

1970년대부터 90년대 사이 부이오 Pui O 해변을 중심으로 교통과 관광 개발이 이루어지며 1983년 무이 워(Mui Wo)와 부이 오(Pui O)를 종점으로 하는 버스 노선이 생겼는데 그게 이 루트인 것 같다. 

10분 조금 넘는 우당탕탕 사우스 란타우로드 버스 라이드가 끝나고 로와이췬(Lo Wai Tsuen)에서 내린다.

내리자마자 장만옥의 가게 건물이 얼핏 보인다

영화 속의 가게 바로 건너편 정류장은 실제로는 없었다. 그래봤자 장만옥의 가게까지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심지어 얼핏 보인다. 나무 옆 건물 바로 옆이다. 처음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참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 🏠 영화속 아화의 가게

열혈남아

이 공간은 두 사람의 삶이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이다. 아화는 고향을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도심으로 나가지 못하고 여기에 머무르고, 소화는 홍콩도심을 떠나 여기서 머물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만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따라서 영화 속 현실에서 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부이오에서 촬영된 장면들(소화의 가게, 버스정류장 이별)은 평온하고 잔잔하며 정적이다. 실제 이 마을 또한 그런 느낌이다. 뭐도 별로 없고 조용하다.    

내가 내린 정거장은 오른쪽 BMW가 지나고 있는 위치 즈음이다. 건물은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영화와 뭔가 싱크를 어느 정도는 맞추고 싶어서 유덕화가 내린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까지 쭉 걸은 후 뒤돌아 건물로 다시 걸었다. 영화에서의 잔잔한 시골 마을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 지점에서 유덕화가 길을 건넌 것처럼 나도 건너 본다. 

그리고 그 건물 정문 앞까지 가본다. 낡은 벽돌과 바뀌어 버린 색상, 하지만 그 형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짧았지만 강렬했던 것처럼 이 공간도 변했지만 원형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 🏛️ 건물의 역사 속 흔적

1980년에 찍은 것으로 기록되는 건물의 원래 모습 ❘ 출처: www.hkmemory.hk
1990년 12월27일자 화교일보에 호텔 개관 축하 기사가 담겨 있다.

이 건물의 원형은 70년대 후반 란타우섬 관광 개발의 흐름과 함께 1990년 즈음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되는 해풍주점(海風酒店  Sea Breeze Hotel)이라는 곳이었다.

란타우섬 부이오(Pui O), 수이하우(Shui Hau) 및 인근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연구 보고서 ( Cultural and Historical Studies of Pui O, Shui Hau and Neighboring Areas on Lantau )

찾아본 기록들에서 호텔&식당 관련 정보가 살짝 달라 정확한 년도를 파악하긴 힘들었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 홍콩대학교 디지털 라이브러리 – 해당 건물의 등록 사진이 1980년으로 기록됨
✔️ 홍콩 화교일보 (華僑日報)1990년 12월 27일자 기사에서 Sea Breeze Hotel (해풍주점) 개관 축하 기사 게재
✔️ 란타우섬 부이오(Pui O), 수이하우(Shui Hau) 및 인근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연구2022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Sea Breeze Hotel & Restaurant이 1990년에 개관한 것으로 기록됨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1978년에 건물이 처음 지어진 것으로 보도됨 (출처)
✔️ 영화 열혈남아 개봉1987년, 촬영 당시 해당 건물은 이미 존재했음

영화 속 시브리즈 호텔
gagm 영화 덕후의 1998년 방문기 사진; 현재 이 사이트는 열리지 않는다 (gagm.net)

인터넷의 흔적으로 보면 최소 1998년에 찍힌 사진이 있어 최소 그 때까지는 계속 명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LIS는 자연친화적 교육을 앞세우고 있는 듯 하다. 저기는 분명 학교 근방에 있는 Pui O 해변일 것이다 ❘ 출처: LIS 공홈

이후 어느 시점부 방치되었다가 Lantau International School Pui O Campus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2008년으로 추정). 란타우섬의 자연환경 속 국제학교라니!

뭐,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여행전 열혈남아 촬영지 찾아보기 포스팅 참고


2024.07.26 - [ART & DESIGN/건축 Art, Architecture & Planning] -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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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모습과 작은 해프닝

지금은 이런 모습이다. 도심이긴 하지만 나도 어릴적 이런 국제학교를 다녔었는데 갑자기 그 시절 생각이 들어 향수를 더 자극했다. 아무튼 그때는 저 대문이 없었을 것이고, 두 캐릭터를 꿈같은 현실이자 안식처로 연결해 주는 열린 공간이었다.   

영화 열혈남아
열혈남아 속 장만옥(아화)
영화 열혈남아

시골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아화, 이 안식처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던 소하. 

열혈남아

이곳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서로가 닿을 수 있었던 나름의 최선의 공간으로서 작용한다.

탐방 와중에 해프닝이 있었는데, 학교 건물 안에서 관계자분이 나와 굳게 닫힌 문 틈살 사이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여기서 사진은 왜 찍고 있나요? 출근할 때 아까 버스에서부터 봐 왔는데 거기서도, 내려서도 계속 사진을 찍고 있는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근데 여기 학교 앞에서도 사진을 찍고 있는데 너 뭐 하는 사람이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영화 속에서 건물의 관계자에게 소하는 아화를 물었고, 나는 현재의 건물관계자에게 영화를 말했다.

"미안하다. 나쁜 의도는 없다. 왕가위 감독 열혈남아 촬영지 온거다. 여기가 그 Sea Breeze Hotel 터라고 알고 있다" 

쏼라쏼라...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모든 오해가 풀렸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너의 추억 여행이구나. 알겠다. 근데 그 호텔은 없어진 지 꽤 오래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ㅇㅇ 알고 있다. 그래도 와보고 싶었다. 이제 충분히 보았으니 난 떠날 거고,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여행이 되길.'

열혈남아

생각해 보니 나야 영화 촬영지에 취해 있는 건데, 학교 앞에서 사진 찰칵찰칵 찍는 것을 보는 학교 관계자에게는 이상하게도 보일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혈남아, 가게 앞에서 스는 아화와 소하가 탄 버스

이걸로 장만옥(아화)의 가게 탐방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건물만 보기 아까워서 좀 더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후는 다음 포스팅에서..


| 📚 시리즈의 지난 포스팅들: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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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1

1989년,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왕가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절, 관객들은 오우삼의 같은 화려한 액션과 낭만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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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2 Mui Wo 선착장

영화 트레일 첫 번째 포인트인 무이 워 Mui Wo에 도착했다. | 열혈남아 란타우 트레일의 시작Mui Wo 무이 워는 광둥어로 '메이 웨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북쪽의 Silvermine Beach 실버마인 해변과 함께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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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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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쿠오카> 속 외부 모습
후쿠오카 촬영지

나는 저 문으로 들어갔는데 (방문 당시 여름이라 열려 있었음),

영화 <후쿠오카>의 내부 모습
촬영지 내부 들어가는 사진

원래 입구는 건물 좌측 아주 작은 골목 같은 곳으로 들어와 우측에 있는 문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난 그냥 길가에서 바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나 같은 손님들 많다고 알려주심). 포스터들은 영화 속이랑 동일하다. 오토바이는 바뀐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런 사소한 차이가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후쿠오카> 속 내부 모습
위 장면을 찍었던 공간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영화로부터 약 5년 후의 모습인데 영화 속 원형이 거의 유지되고 있다.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에서 극 중 해효(권해효 분)가 후쿠오카에서 운영하는 이자카야는 단순한 배경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적, 공간적 교차점 역할을 한다. 캐릭터들이 감정을 해소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영화의 서사와 주제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장소다. 동네 노포 분위기 가득한 노기쿠(野菊, Nogiku)라는 곳이다. 이름은 들국화를 뜻한다. 영화 때문에 간 후쿠오카인데 당연히 방문을 해야 했다. 위 사진은 노기쿠 내부의 모습으로, 테이블 위 소품들과 창문 밖 풍경이 당시 영화 속 공간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직접 방문한 후 이 공간에 앉아있으니 영화에서의 대사와 장면들이 머릿속에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 <후쿠오카> 소담: 저 위에서 보면 아저씨가게가 어떻게 보일까요? 제문: 뭐긴뭐, 성냥갑처럼 보이겠지
촬영지는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붙어있는 주차장이다

이 촬영지에 대한 부연 설명 잠깐 하자면, 소담이 이자카야에서 나와 문득 먼 어딘가를 바라보며 "저기서 아저씨(해효의 이자카야) 가게를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다들 오~ 몰겠다 함 보러 가보자~ 하는 장면이다.

영화 <후쿠오카> 소담이 옥상에서 한국으로 전화 거는 장면

이 장면은 이자카야에서 텐진중앙공원 넘어에 있는 후쿠오카시청 옥상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좌측에 사이세이카이 후쿠오카 종합병원 済生会病院 사인이 있다).

영화 속 바라보는 시선 방향 추측
주차장에서 도로를 바라보고 찍은 촬영지 사진

사진을 찍은 건 밤이긴 하지만 실제 영화 속 소담이 그 질문을 하며 바라본 풍경은 이랬을까? 다만 실제로 후쿠오카시청 빌딩이 가시거리에 들어오는지는 당시 판단할 수 없었다.

구글스트리트뷰로 다시 확인

하지만 구글 스트리트뷰로 다시 확인하니 내가 찍은 사진에서 훨씬 더 오른쪽으로 틀면 후쿠오카시청 뷰가 들어온다. 

영화 <후쿠오카>, 노기쿠의 모습과 좌측 주차장 바리케이드 (핑크)
촬영지 사진

셋은 아마 이 방향으로 보았을 것이다. 노란색 바리케이드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좀만 올려다봤어도 후쿠오카시청건물뷰를 같이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영화 <후쿠오카>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내부의 모습이다. 기념사진이니까 배경이 지저분하면 안된다고, 한사코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다른 손님들이 남기고 간 자리를 치우신 건 물론 테이블까지 행주로 빡빡 닦은 후 찍어주신 거다 (와, 감동! 이런 가게 처음이다). 여기에서 있었던 단 1~2시간의 대화들과 경험이 너무 좋았어서 방문 후기까지 남기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 별도 포스팅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나는 저 재문이 앉았던 왼쪽 끝 구석자리에 있었다 (가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혼밥의 상석). 

촬영지에서 사장님이 보여준 사진

영화 때문에 찾아오는 한국 손님들에게는 항상 보여주시는 것 같은 출연진들 (박소담, 윤재문, 권해효)과 함께 찍은 사진 (중간이 사장님). 소중하게 간직하듯 지퍼백에 보관되고 있다. 담 포스팅에 남기겠지만 바에서 바라보면 사장님의 작은 보물창고 같은 낡은 서랍장이 있는데 이 사진도 그 안에 보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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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종 さがす>

중앙 뒤편 출입금지 사인 왼쪽 남녀가 주인공 부녀

촬영지 사진 아침 7시50분경 풍경

영화 오프닝 시퀀스 바로 후 이야기가 시작되며 가게에서 도둑질하다 걸린 철딱서니 없는 아빠를 엄마 같은 딸내미가 꾸짖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사진은 영화 상 구도보다는 약간 가까이서 찍었는데 주변의 가게나 간판들이 많이 변하지 않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사카 최고층 마천루인 '아베노 하루카스 300'이 배경으로 보이는 오사카, 아니 일본 대표 슬럼 지역의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근데 말이 슬럼이지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었다).


포스터

<실종 さがす> 2021. 스릴러/미스터리/범죄/드라마 | 일본-한국 제작
감독: 가타야마 신조 | 출연: 사토 지로, 이토 아오이, 시미즈 히로, 모리타 미사 | 넷플릭스-왓챠-웨이브

연쇄 살인마를 목격후 포상금 탈 생각에 들떠 있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그를 찾아 나서는 당찬 딸의 이야기다. 비교적 빠른 전개 속에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인 영화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조감독을 맡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도 최근 한국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아 그런지 아니면 둘 다 인진 몰라도, 한국 스릴러물의 감성도 느낄 수 있는 점이 재밌다. 영화에 출연하는 모리타 미사가 주연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조감독 후 첫 상업영화 감독작이다. 이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인 <간니발>도 연출했는데 역시 감독이 보여줬던 원작 만화의 서늘함과 긴장감을 잘 살린 연출이 좋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니발> 시즌2는 드디어! 2025년 3월19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인데 다른 날 오전 11시경에 또가서 찍은 풍경이다. 이곳 좌우측 방향으로 쭉 가면 영화의 또 다른 촬영지들이 펼쳐진다. 좌측으로는 도부스엔마에 역, 우측으로는 이마이케역 계단. 기차 선로를 따라 쭉 펼쳐지는 긴 골목길인데 같이 길게 늘어선 자전거들과 왼쪽의 건물들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니시나리 내 아이린(구 가마가사키) 지역 중 노동센터 건물 쪽보다는 덜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숙소가 니시나리 1초메에 있어서 이곳으로 올 때 왼쪽의 저 토끼굴 같은 곳을 지름길처럼 왔다 갔다 했다. 기차선로 바로 밑에 위치해서 키 큰 사람이면 약간 숙여야 할 정도로 낮은 곳이다.

토끼굴 같은 지하 통로 통과 할 때 (2초메에서 1초 메 방향으로)

요건 저 지하통로 나와서 1초메에서 2초메 방향으로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

저기를 지나 1초메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우측에 보이는, 레트로 감성의 이자카야 같은 곳이 있는데 한번 가보았으면 좋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곳이었다 (방문대랑 딱히 시간이 안 맞았다). 그냥 저 맥주 박스들 쌓아서 의자랑 테이블이랑 하는 듯한 외부 좌석 가판 느낌의 감성이 좋았는데 영업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아쉽게도 없다. 타치노미 긴지 立ち飲み 銀仁라는 곳으로 오사카 대표 서민음식인 튀김꼬치, 쿠시카츠가 저렴하고 맛있나 보다 (tabelog 평점 3점).


암튼 촬영지의 위치는 위와 같다 (철로 좌측 녹색지역 코너 아래 끝 부분). 2-chōme-1 Haginochaya, Nishinari Ward, Osaka, 557-000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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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벨라>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찾아가다 발견한 촬영 스폿

성 라우렌시오 거리의 100살이 훌쩍 넘은 가톨릭 학교,
Instituto Salesiano.


| 황추생의 먹방 장면: 인상적인 디테일
영화 <이사벨라>는 '99년 중국 반환 직전 마카오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주인공 싱(두문택 분)의 상사 캐릭터인 황추생은 영화에서 딱 세 번 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모든 장면이 먹방(훠거, 국수, 빵)이다 (마카오 배경인 홍콩 영화, <Exiled>를 찍을 때 잠깐 짬 내서 출연했다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도 있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들 (훠거, 국수, 주빠빠오)

오로지 두 캐릭터(싱과 이사벨라)에 집중된 영화의 서사 속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키며 여유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카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정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저녁 사진


| 성 라우렌시오 거리와 살레시아노 학교

황추생의 세 번째 먹방 장면은 싱과 차 안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씬으로 그 직전에 주인공들이 성 라우렌시오 거리(R. de São Lourenço)를 배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건물은 1906년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포루투갈 식민지 시대의 건축 감성이 녹아든 가톨릭 학교인 Instituto Salesiano (聖中教育活動中心)다.

연말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달려 있다

|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바라보며

나름 근대적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등지고 뒤로 돌면 고전적인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게 바로 마카오 거리를 거닐때의 매력이다). 16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과거에는 앞쪽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당 주변은 현재처럼 콘크리트 바닥으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마카오의 역사적 변화와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 속 학교 건물 배경 장면은 저 계단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했을 것이다. 또한 황추생이 세 번째 먹방 때 차를 세우고 싱을 부른 장소 역시 바로 이 돌계단 바로 앞으로 보인다.

마카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역사가 느껴지는 거리의 돌담

|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나먼트와 공간의 리듬감

성 라우렌시오의 한자는 風順(풍순)으로, '순조로운 바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부와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던 만큼 육지에 남은 가족들은 저 돌계단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로 떠난 뱃사람들의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고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계단을 오르면서 느꼈던 엄숙하고 신성한 기운은 당시의 사람들이 간직했던 희망과 염원을 떠올리게 했다. 기백년 전의 이야기라는게 신기했다. 

성당의 정문이 위치한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바닥의 포루투갈 모자이크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뒤로 한 오른 쪽 풍경, 저 방향으로 쭉 가면 펜하 언덕으로 이어진다
성당을 뒤로한 좌측 풍경, 저 길을 쭉 따라가면 세나도 광장이 나온다

성당 앞 계단과 주변 구조물에서 발견되는 타원형 오나먼트와 포르투갈 스타일의 모자이크 바닥은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공간에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하며 역사적 맥락이 현재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촬영 스폿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올라갈 때 난간의 타원형 오나먼트는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해준다

특히, 싱과 이사벨라가 거리를 배회하던 장면은 1999년 중국 반환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복잡한 정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감성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저녁, 문 닫힌 성 라우렌시오 성당의 정문

| 성당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16세기에 지어진 후 1846년에 재건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두 개의 정사각형 종탑과 중앙부의 브로큰 페디먼트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한 주변의 야자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나를,
구원하소서
마치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십자가 엠블럼, 대항해 시대의 포루투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저녁 조명 아래에서 성당의 베이지색 외벽이 민트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 마카오 국기의 색감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연출은 성당의 신성함을 극대화하며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과, 싱과 이사벨라의 배회 장면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 주변에서 촬영된 것은 이 장소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마카오의 복합적인 정취와 정서를 한층 깊이 전달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 나머지 스냅샷들 

 

포루투갈 감성이 적절히 섞인 듯한 영화의 OST 중 'She Stalks'. 영화의 OST도 참 들을 만하다. 한 번 들어보는 것 추천.

영화 <이사벨라>
영화 <이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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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중 제문과 소담의 숙소

영화 <후쿠오카>에서 제문과 소담이 처음 숙소로 들어가는 장면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아직은 모호한 이들의 관계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우당탕탕 떠난 여행이라는,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초반부에서 이 장면은 관객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흥미로운 도입부로 기능한다.

실제 사진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제문이 꿍시렁 대는데 소담이 날씨 너~무 좋다! 하면서 대화를 뭉개며 같이 들어가는 장면.
제문: 키는 어디서 낫어? 사람도 없고 카운터도 없는데?
소담: 편하잖아요? 굳이 얼굴 안 마주쳐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이런 거 에어비엔비... 아저씨 모르죠?
제문: 에어비엔비... 나도 알어.
소담: 지하에 있다가 나오니까 좋죠?

소담의 발랄함과 제문의 투덜거림이 묘하게 어우러져 영화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 장면은 후쿠오카 남쪽의 조용한 골목길에서 촬영되었다.

노란색이 메인 촬영지 대략적 범위, 빨간색이 숙소 위치

영화 <후쿠오카>의 촬영지 중 가장 찾기 어려웠던 장소다. 대부분의 촬영이 후쿠오카 메인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위 노란색 박스 범위) 이곳은 유독 남쪽에 혼자 동떨어져 있어 (빨간색 박스) 찾는 데 한참을 헤맸다.

촬영지 찾아가다 마주친 하카타 기온 마츠리

심지어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후쿠오카 최대 축제인 하카타 기온을 뒤로하고 찾으러 온 촬영지다.

신다카사고멘션, 영화 속 제문의 시선으로 찍어 보았다

맨션 입구는 안 쪽 골목길에 있다.

한 분이 이 제문이 서 있던 공간에서 꽤나 오랬동안 담배를 피고 있어서 앞에서 '이츠 오완다요? 하는 식으로 기다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다 한 대 맞을 듯 ㅋ) 해서 담배 다 필 때까지 빌딩 주위를 한 세바퀴 돈 것 같다 ㅎ.


 

영화 <후쿠오카> 제문이 담배 피는 장면

영화에서 첫날밤 제문이 숙소에서 바깥 대로변을 발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숙소의 분위기와 공간감을 잘 보여준다.  

찍은 사진

이 장면의 배경은 건물의 뒤 쪽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영화 속 맑은 날씨와 달리 비가 꽤 내리던 날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가보니 대로변이 펼쳐져 있었고 공간 구성의 특징이 흥미로웠다. 주거 공간은 골목 쪽에 위치하고 대로변 쪽으로는 등을 지는 형식으로 프라이빗 공간과 퍼블릭 공간을 명확히 구분한 설계로 보였다. 건물의 뒤쪽 외관은 공공적인 파사드로 활용되고 골목에서 진입하면 주거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대로 외부에서 진입하면 가게나 다목적 공간 등 공공적인 시설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공간의 기능을 명확히 나누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https://www.space-r.net/rent/shintakasago

 

リノベーションミュージアム 新高砂マンション

新高砂マンションは福岡市中央区清川にたつ、鉄筋コンクリート造7階建ての賃貸住宅です。2~7階が住居部分、1階はシゴトバ複合施設「清川ロータリープレイス」となっていて、デザイン事

www.space-r.net

이름은 신 다카사고 멘션 빌딩이라는 곳이다. 주오구의 키요카와라는 곳에 있다. 1977년 준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로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대적인 주거 및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라고 한다. 1층에는 '키요카와 로터리 플레이스'라는 복합 상업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고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디자인 사무소와 카페 등이 입점해다. 텐진과 하카타 같은 주요 도심과 가까워 직주근접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라고 한다. (위 공홈에 들어가 보면 빌딩 디자인 이야기와 다양한 오피스/주거 공간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구글 지도 주소는 다음과 같다. 新高砂マンションビル, 2-chōme-4-29 Kiyokawa, Chuo Ward, Fukuoka, 810-0005


 

| 번외 이야기

구글지도 이미지 펌

구글 지도에서 본 신 다카사고 멘션 옆 건물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이자카야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의외로 감성적인 숙박 시설이었다. 100년 된 집을 리노베이션한 곳으로 에어비앤비에서 확인해 보니 1박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압도적으로 레트로스러운 외관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지만, 가격대를 보고 감상만 하기로 했다. 이런 독특한 숙박 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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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에 등장하는 세 개의 생텀 생토럼은 모두 꼭대기에 강력한 마법 방어 장치인 비샨티 문양 창문을 갖추고 있다

| 마블 유니버스의 생텀 생토럼

전투신, 버스 뒤로 보이는 홍콩 생텀 ❘ 출처: vfxguide.com

<닥터 스트레인지 (2016)>에서 생텀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지구를 지키는 마법 거점으로 뉴욕, 런던, 홍콩 세 곳에 위치한다. '생텀(Sanctum)'은 신성한 장소를 뜻하지만 여기에 그 중에서도 더 신성하다라는 '생토럼(Sanctorum)'이라는 표현을 더해 마법사들의 본거지이자 지구 방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의미를 강조한다. 특히 홍콩 생텀은 영화의 역/정방향 전투신이 15분 동안 숨 가쁘게 펼쳐지는 배경으로 등장하며 아카데미 VFX 부문 후보로도 주목받는데 한몫 했다.


모티브가 된 레이싱춘 빌딩에서 비오는 날 찍은 사진, 실제 건물엔 (당연히 :) 비샨티 문양 창문은 없다)

| 홍콩 생텀 생토럼의 위치와 제작

영화에서 홍콩 생텀 전투신의 배경은 카메론 스트리트 (Cameron St.)와 프랫 애비뉴 (Prat Ave.), 카나본 로드 (Carnarvon Rd)와 채텀 로드 사우스 (Chatam Rd. S.) 사이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실제 세트에 CG를 입힌 제작 과정 ❘ 출처: awn.com

이 일대를 쫙 스캔 한 후 실제 촬영은 영국 롱크로스 스튜디오에 240여 미터 길이의 세트를 만들고 진행하며 CG로 재창조되어 마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고.

좌측 홍콩생텀 이미지 출처: vfxblog.com ❘ 우측 레이싱춘 빌딩 직촬

다만 실제 홍콩 생텀의 모티브가 된 건물이 위치한 곳은 프랫 애비뉴에서 3.5km 떨어진 프린스 에드워드역 근처 라이치콕 로드에 있다. 마블 영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마블 생텀 특유의 동그란 비샨티 문양 창문의 유무다. 홍콩 생텀의 디자인과 역파괴 전투신이 어떤 방식으로 촬영 되었는지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ow’d they do that Hong Kong reverse destruction in Doctor Strange?

Near the end of Doctor Strange, the characters rush to Hong Kong to save the precious Sanctum there from the Dark Dimension. But the Sanctum is already destroyed. In order to stop the whole world b…

vfxblog.com

홍콩의 건물과 배경과 영국의 스튜디오세트의 위치 ❘ 박스안 이미지 출처: awn.com


라이치콕 로드와 통미 로드가 교차하는 교차로에서 바라본 건물, 폭우가 내리던 날이라 안개 등등 하며 뭔가 운치가 있었다

| 홍콩 생텀의 모티브: 레이싱춘 (Lui Seng Chun) 빌딩

레이싱춘(雷生春) 빌딩은 1931년 광둥 출신 사업가 레이 량(雷亮)에 의해 설립된 상가주택으로 1층은 전통 약국, 상층부는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1층 아케이드에는 외부에서도 볼 수 있는 옛 약국의 느낌과 모형의 디스플레이가 있다

'레이싱춘 (뇌생춘)'이라는 이름은 약국의 약이 환자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생명력을 가져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한 래딧 유저가 정리한 건물의 역사, 한글은 내가 넣었고.. ❘ 출처: https://www.reddit.com/r/ReplicaBuildings/comments/1bndyti/lui_seng_chun_1931_hong_kong/

레이 량 사후 가족들이 떠나며 1980년대부터 방치되었지만, 가족들은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며 이를 2000년 홍콩 정부에 전례 없이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후 2003년 소유권이 홍콩 정부로 넘어가 보존 및 레노베이션이 진행되었다. 홍콩 초기 근대 건축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22년 1급 역사건물로 지정되었으며 (한국으로 치면 국보 1군 멤버들 중 하나 정도로 해석, 홍콩은 1'호' 개념이 없음),  현재 홍콩 침례대학교의 중의학 센터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홍콩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홍콩 문화재 위원회 AAB 공홈

 

Antiquities Advisory Board - Results of the Assessment of 1,444 Historic Buildings and New Items (29)

 

www.aab.gov.hk

참고로 홍콩의 그레이드 1등급 건물은 '24년 기준 총 177개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홍콩 AAB (문화재 위원회) 홈페이지로 가서 그레이드 별 (1~3) 건물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이나 역사적 건물 탐방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여행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Poplar St.와 Tai Nan St. 교차점에서 건물을 발견한 당시 찍어본 영상

| 건축적 특징:

삼각주 형태 코너블록에 위치한 대표 건물들: 시계방향으로 브래드버리 빌딩, 플랫아이언 빌딩, 레이생춘, 호텔 드 루브르. 삼각주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직선도 있고 곡선도 있고 뭐 그렇다
삼각블록 꼭지점에 위치한 래이생춘

레이생춘(Lui Seng Chun) 건물은 삼각주 형태의 도로 교차점에 위치한 대표적인 통라우(Tong Lau, 중국식 상가주택, 우리나라로 치면 주상복합인데 서민형 주상복합 같은거?)로 실용적 중국 요소와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의 안정성, 그리고 1930년대 홍콩에서 유행한 세련된 아르데코(Art Deco)의 세련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덕수궁 석조전과 옛 서울역사

미학이니 양식이니 뭐니 복잡하다 싶으면 그냥 신고전주의는 덕수궁 석조전이나 미국 백악관, 아르 데코는 옛 서울역사나 크라이슬러 빌딩을 떠올리면 될 듯.

신고전주의 = 질서 정연, 반듯한 형태, 직선 vs 아르데코 = 정교하고 세련된 라인, 곡선

좌측면을 찍어보았는데 유리로 막힌 저 공간들은 옛날엔 탁 트인 베란다의 공간들이다

중국식 요소로는 광둥 지역 특유의 기후에 맞춘 깊은 베란다 설계를 꼽을 수 있다. 이 베란다는 에어컨이 없던 시절 햇빛과 비를 차단하며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실용적인 구조로 하층부는 상업 공간, 상층부는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구성은 통라우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통라우는 홍콩 발전으로 인한 1840년대부터 중국인 이민자들의 가성비 주거지의 공간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까지도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홍콩 도시 스케이프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라스트 터치의 화룡정점 같은 느낌의 인상적인 브로큰 페디먼트, 여기는 아래 방향이 틔여 있다
고전적 페디먼트의 예, 삼각이 꽉 채워져 있음.

신고전주의적 특징으로는 대칭적인 구조와 상층부의 발코니를 지탱하는 8개의 화강암 기둥, 그리고 상점 상단에 위치한 파손된 삼각형 장식(Broken Pediment)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웅장함과 안정감을 강조하며 신고전의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품격을 더한다. (와중에 중앙 기둥 두 개를 기준으로, 왼쪽은 기둥 네 갠데 좌측은 두 개임 ㅎ)

아니 뭐, 저런걸 볼때마다 롤링스톤스를 떠올리는 건 갠적으로 어쩔 순 없지만...
바로 앞에서 광곽으로 찍어본 사진
일반적인 난간(Balustrade)의 구조. 저게 다 합해진거라 전체적인 난간 시스템의 구조라고 보면 될 듯

아르데코 양식의 특징은 삼각주 형태의 코너블록을 곡선형 파사드와 발코니로 풀어낸 세련된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발코니와 항아리 형태의 장식을 가진 난간(Balustrade)은 기본적으로 신고전주의적인 요소이지만 이를 곡선형으로 표현하며 아르데코의 미적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조화를 이룬다.

상단부를 지탱하는 기둥과 1층 공간 사이에 만들어진 아케이드 공간에서 비를 피하며 찍어본 동영상. 저 날 비가 진짜 많이 내렸다

결론적으로 레이생춘은 홍콩 건축의 독창성과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홍콩만의 독특한 도시 경관의 형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가 참 많이도 내려 운치가 있었던 그 날

추가로 건물의 우측 파사드 방향으로 뒤쪽에 가보면 홍콩 침례대학교의 중의학 센터로 활용되기 위해 모던 형식으로 증축된 부분이 보인다. 이 새로운 볼륨은 기존의 전통적 양식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어댑티브 리유즈 방식이 싹 다 밀고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Lui Seng Chun 건물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이건 레이싱춘 건물을 좌측으로 두고 발마사지 사인이 귀여워서 찍어 본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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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지 순례를 몇 번 하다보니 재미가 붙었다. 그냥 일상에서 심심할 때 찾아보거나, 영화를 보다가 인상깊은 곳이 있으면 조금 씩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인생에 영향을 줄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마지막 남은 생애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하나씩 소소하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무대는 주로 가까운 아시아권이다. 1~4시간 비행 시간 컷으로. 나중에는 어떤 지도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꽤 나 재밌다. 영화가 기준이긴 한데, 만화, 드라마도 가끔 껴 있다. 특히 영화 속에 나왔던 식당들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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