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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건축을 잘못 이해했다." 
워싱턴 포스트

"건축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냥 아카데미용 미끼일 뿐." 
캐롤라이나 미란다 (LA타임즈 미술평론가)

"영화는 흡입력 있는 인간 드라마지만 건축적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Dezeen

"건축과 공간을 마법처럼 활용하는 영화가 정작 건축을 이렇게 잘못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파이낸셜 리뷰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물은 브루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없다"
 - 빅토리아 영 (Univ. of St. Thomas 건축교수)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야!" 
- 저명한 20세기 유산 보존 운동가가 인터미션에서 분노하며 외친 말 (Guardian)

"만약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가 섹스를 했다면 이 영화가 자식일 것이다" 
마크 램스터 (달라스 모닝 포스트 건축 평론가 )

"2010년대 브루탈리즘 붐에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감독이 "브루탈리즘은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 같다."
- 일반 댓글 (Dezeen)

 

건축계는 대체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더 브루탈리스트』는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개봉 이후 영화계와 건축계는 극명히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영화계는 이 작품의 뛰어난 연출과 연기, 시각적 스타일을 극찬한 반면, 건축계는 브루탈리즘에 대한 몰이해와 역사적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thebrutalistmov/

먼저 밝혀둘 것은 나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평소 스포일러를 극도로 피하는 성격이지만 건축계의 강렬한 반응에 흥미가 생겨 관련 평론들을 찾아 읽었다. 이 글은 무작정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계를 매혹시킨 작품이 왜 건축 전문가들에게는 이토록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모든 건축계가 비판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영화에 좋은 평들은 수 없이 나와 있기에 비판적인 시각의 소스만을 다룬 것은 참고를 바람.


 

📌 건축계의 비판과 배경

건축 전문가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며 비판한 이유는 뭘까? 위 코멘트들을 소스 매체 내용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아티클

1️⃣ "영화는 건축을 잘못 이해했다." — 워싱턴 포스트

워싱턴 포스트의 건축평론가 필립 케니컷(Philip Kennicott)에 따르면 영화는 표면적으로 건축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유대주의, 난민의 삶, 문화적 단절, 정신질환, 성폭력, 자본주의의 착취적 본질 등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야심 찬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가 건축을 표현한 방식은 피상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건축가를 현실의 제약이나 사회적 협력을 무시한 채 개인적이고 영웅적인 천재로 과장하며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케니컷은 이러한 접근이 오래된 건축가 클리셰를 반복하는 것일 뿐 아니라 건축이 현실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사회적 협력, 실용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핵심적 가치들을 완전히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영화는 건축이 때로는 정치적 권력이나 폭력에 악용되는 등 어두운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는 중요한 현실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니컷은 영화가 담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주목한다. 비록 건축이라는 주제를 구시대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다루긴 했지만 오늘날의 사회적 혼란과 분열 속에서도 창의성과 이상주의적 열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워싱턴 포스트는 『더 브루탈리스트』가 건축에 대한 현실성 있는 고증이나 깊이 있는 이해의 측면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지만, 창의성과 이상주의가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Washington Post)


스포티파이 화면

2️⃣ "건축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냥 아카데미용 미끼일 뿐." — 캐롤라이나 미란다 (LA타임즈 미술평론가) 외

영화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야심 찬 주제를 다루지만 건축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미국의 저명한 건축/디자인 평론가들인 미란다 캐롤라이나(LA 타임즈 미술평론가), 마크 램스터(댈러스 모닝 뉴스 건축평론가), 알렉산드라 랭(디자인 비평가)이 진행한 팟캐스트『더 브루탈리스트는 왜 망작인가? Why the Brutalist is a Terrible Movie』의 주요 비판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축에 대한 묘사가 피상적이고 불충분하다. 영화는 주인공 라슬로 토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축을 추구하는지, 설계 과정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끝에 급조된 듯 삽입된 베니스 비엔날레 발표는 영화 내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건축을 갑자기 억지로 정당화하려는 장치라고 비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강조되었던 1980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둘째,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시대착오적인 천재 신화를 반복한다. 실제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1930년대부터 미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난민 건축가가 미국에 현대 건축을 처음 소개한 것처럼 잘못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이 개인적 천재성만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는 비현실적 서사는 현대 건축이 가진 협업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1인의 천재건축가라는 오래된 클리셰를 재반복한다. 추가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태동이 핵심 주제였고 브루탈리즘은 2010년대에 들어와서야 재조명받았기 때문에 시대적 맥락에서도 잘못된 접근이다. (특히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마셀 브로이어의 전기 형식을 채용하면서 역사 왜곡이 들어간 점이 더 비판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실제적 역할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점. 영화 속 건축물인 커뮤니티 센터는 실제 지역사회의 필요나 의견과 무관한 채 지어져 건축이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현대 건축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Architectural Newspaper), (Podcast)


 

건축잡지, Dezeen

3️⃣ "영화는 흡입력 있는 인간 드라마지만 건축적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 Dezeen

Dezeen은 영화가 건축가 개인의 고통과 갈등 등 드라마적인 요소는 효과적으로 묘사했지만 정작 '건축'이라는 행위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동차의 겉모습은 화려하게 보여주면서도 실제 그 자동차의 안전성이나 기능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즉, 영화는 건축을 단지 시각적이고 화려한 외관으로만 표현했을 뿐, 정작 사람들이 건축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가치를 얻는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Dezeen)


 

4️⃣ "건축과 공간을 마법처럼 활용하는 영화가 정작 건축을 이렇게 잘못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 파이낸셜 리뷰

영화는 건축가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독한 천재로 묘사하는 오래된 클리셰를 반복하고 있다. 영화 속 건축가는 개인적 비전을 위해 주변의 현실을 무시하고 투쟁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실제 건축은 클라이언트,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완성된다. 특히 영화는 건축물을 개인의 트라우마와 창작욕의 표현으로 미화하면서도 정작 실제 사용자와의 관계나 건축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건축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외면한 채 마치 불멸의 예술작품인 것처럼 잘못 묘사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영화는 현실의 건축물보다 더 오래 공간을 보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실제 건축의 본질을 왜곡하여 전달할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Financial Review)


 

5️⃣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물은 브루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없다." — 빅토리아 영 (Univ. of St. Thomas 건축교수)

6️⃣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야!" — 한 미국 건축 유산 보존 운동가가 인터미션에서 분노하며 외친 말 (Guardian)

5,6번은 가디언 아티클의 내용이라 하나로 묶는다. 『더 브루탈리스트』가 묘사한 건축물은 브루탈리즘의 핵심인 기능적이고 공공적인 본질과 동떨어진 채 단지 거대한 기념비로만 표현되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논란이 된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커뮤니티 센터'는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터무니없는 설정으로 지적된다.

브로이어의 미네소타 교회 ❘ 출처: raddit (https://www.reddit.com/r/architecture/comments/1grta50/saint_johns_abbey_in_collegeville_minnesota/)

이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미네소타 교회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수도원과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된 현실과도 크게 대조된다. 가디언지는 감독의 얕은 건축 이해를 비꼬며, 건축계는 향후 감독이 내놓을지도 모를 다섯 시간짜리 대작 『더 포스트모더니스트』, 『더 해체주의자』, 『더 파라메트리시스트』를 기다리겠지만, "시대에 맞는 장비를 동원해 커피 테이블 위의 건축책을 한번 훑어보고 만드는 수준일 것"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The Guardian)

TMI: 오히려 모더니즘의 초창기 양식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굳이 평가 하자면 루이 칸의 건축을 참고 했다면 모르겠으나 안도 타타오의 건축을 참고 했다면 이건 좀 시대착오적이 아닌가라는 비평도 있었다.


 

7️⃣ "만약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가 섹스를 했다면 이 영화가 자식일 것이다." — 마크 램스터 (달라스 모닝 포스트 건축 평론가)

AN에서는 마크 램스터의 팟캐스트 내용을 인용했는데 영화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묘사하고 신화화한 점을 두 편의 유명 영화에 빗대어 신랄하게 표현한 코멘트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전쟁 트라우마를 비극적이고 감정적으로 그린 영화『피아니스트』와 천재 건축가가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위해 사회적 타협을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한 영화『파운틴헤드』가 결합된 듯한 과장된 드라마가 바로 『더 브루탈리스트』라는 것이다.

영화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 포스터

이외 AN의 리차드 마틴의 비판을 살펴보면, 영화는 건축적 묘사에서도 비현실적이고 피상적인 표현으로 비판한다. 작품 속 설계 방식은 "핀터레스트 수준의 브루탈리즘 이해"라는 비아냥을 하며, 특히 감독 브래디 코벳이 영화 속 건축물과 도면 일부를 AI 기술로 구현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무감각함도 언급한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유대인 주인공의 이주 서사를 통해 '시오니즘적' 맥락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영화의 정치적 무신경함을 지적했다.

결국 AN의 리뷰는 이 영화가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건축이라는 주제를 피상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전문가들로부터는 깊은 실망과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Architectural Newspaper)


 

dezeen

8️⃣ "2010년대 브루탈리즘 붐에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감독이 '브루탈리즘은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 같다." — 일반 댓글

Dezeen에 달린 이 댓글은 The Guardian에서 비꼰 커피 테이블 북 등을 통해 유행한 브루탈리즘을 얄팍한 트렌드로만 소비했다는 시선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 같다. 브루탈리즘이 단순히 "멋지고 쿨한" 미학적 코드로 축소되면서 본래의 사회적, 기능적 맥락과 철학적 깊이가 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건축이라는 복합적이고 의미 있는 분야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벼운 스타일이나 유행의 소재로 전락했음을 일반 관객의 시선에서도 냉철히 비판한 셈이다.

이 외 TMI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USM Haller 가구, 주인공이 쓰는 건축용 펜슬이 영화 배경보다 10년 후에 나온 것에 대한 고증 오류 등도 자세하게 파고드는 타 매체들의 댓글들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뉴욕 위트니 뮤지엄, 브루털리스트의 걸작 중 하나

📌 쉽게 보는 총평:

결국 『더 브루탈리스트』는 영화적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건축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실제 역사적 사실이나 건축 본연의 의미와 철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건축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관객들이 건축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들이 더 강하게 반응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브루탈리즘이라는 조금은 낯선 건축 양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더 브루탈리스트』에 대한 건축계의 평가는 공통적으로 '본질에 대한 몰이해', '피상적 스타일화', 그리고 '역사적 사실 왜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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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화촌 건물 (왼쪽 향미 간판은 1층 집이다)

가성비와 노포 감성, 그리고 다양한 손님층이 어우러진 명동 행화촌 중화요리집 후기다. 간짜장, 울면, 닭튀김, 군만두, 그리고 소고기 오향장육을 맛보며 옛 중화요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행화촌은 杏花村, 살구꽃 핀 마을, 주막(酒幕)이 있는 마을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랜만의 주말 명동 나들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3월 초입 쌀쌀했던 공기

명동성당에서 지인들 만남. 형태가 꽤나 변하긴 했지만 옛 추억이 많은 곳이라 항상 이곳의 사진은 언덕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명동성당 건너편 그 인스타 카페. 아주아주 오래전 저 터 지하엔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닭고기 수프가 참 맛있었던 경양식 집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봄이 오는 중턱 명동의 인파

지인들을 만나 다시 걸어왔던 롯데 백화점 방향으로 방향을 바꾼다. 모임의 장소는 언제나 그렇듯 근처 맛있는 중화요릿집을 찾아!

명동길을 따라 쭉 내려오다 명동지하센터 지점에서 중앙우체국 방향으로 꺾으면, 중국대사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한때 이곳은 외국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골목이었다.

chatGPT: 윗 추억을 바탕으로한 허구의 이미지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외국 톱스타들의 포토와 책받침이 가득했고, WWF, 논노 같은 외국 잡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마치 신세계로 가는 포털 같은 곳이었다.

그 날의 루트. 명동은 근대 역사 스폿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참고로 계성초등과 계성여고는 이사한지 오래 되었다

주현미와 진미령 및 쯔위가 다녔던 한성화교소학교 방향으로 중국대사관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한국은행 방향 골목으로 꺾는다. 이 골목에는 오랜 명성을 이어온 중화요리집들이 늘어서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도향촌, 산동교자, 일품향, 개화, 향미, 행화촌. 명동엔 곳곳에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골목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 좋다

우리가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향미였다. 하지만 기존 단골들마저 싹 쓸고 가는 메뚜기 떼  현상을 일으킨다고 하는 한 인플루언서 덕분에 이 근방도 이미 혼란 상태라고 들었었다. 그나마 주말이라 개화는 아예 문을 닫았고 향미도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산동교자는 다행히 줄이 없었지만 우리가 원래 가려던 곳은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쳤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건물 2, 3층에 자리한 행화촌으로 이동했다. 건물 외벽에 달린, 아슬아슬해 보이는 돌출 발코니가 인상적인 곳. 오래된 노포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건물이다

2층 계단을 따라 올라와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오후 3시 50분경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에는 이미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꽉 차진 않아 쾌적한 기분이었다. 사진은 프런트의 모습이다. 화장실은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잘 관리되고 있는 듯했다.

북적임이 없는 늦오후의 분위기가 좋았다.

일반 짜장면 5천원!

짜장면 5천 원…???!!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짜장면 5천 원이라니? 게다가 간짜장도 7,500원. 이건 흥미롭다. 우리 시계는 지금 2025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이곳의 가격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다 기다란 판으로 '닭튀김’이라는 정체불명의 메뉴가 적혀 있다. 중국집에서 닭튀김? 오늘 우리는 뭘 먹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배고픈 돼지들로 빙의해 무지성 선택을 하기로 한다.

"일단 오향장육을 먹어보자"

"좋아!"

"근데 만두는?"

"물, 군?"

"멀라, 군만두 ㄱㄱ!"

"근데 저 닭튀김 판때기 저거 신경 쓰이지 않냐?"

"어, 맞아 시키자." 

"나중에 식사 생각해야니까 일단 이 정도?"

"ㅇㅋ"

 

가장 먼저 나온 오향장육은 돼지고기가 아닌 아롱사태 소고기였다. 쫀득한 결이 살아 있는 식감, 엊혀보며 느끼는 혀를 스치는 은근한 소스, 그리고 은은하게 배어드는 향신료의 풍미. 아롱사태 특유의 구두 씹는 듯한 질감은 평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향신료가 어우러지며 살짝 시릿하게 퍼지는 감칠맛 덕분에 그저 꿀떡꿀떡 넘어간다

고기를 파헤치니 잔뜩 깔린 신선한 양배추가 슬며시 등장한다. 그냥 곁들여진 것 같지만 상당히 잘 어울린다. 아삭한 식감 덕에 느끼함 없이 개운하게 넘어간다. 대파도 함께 먹으면 알싸한 향이 더해져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내 군만두가 나왔다. 요즘 중국집들은 갈수록 바삭함만 과하게 강조해 딱딱하거나, 혹은 눅눅하거나 등등 겉과 속의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육즙과 감칠맛이 살아 있다. 과하지 않은 균형감. 잘 만든 영화 속 탁월한 조연 같은 맛. 부담 없이 계속 손이 간다. 

다음에 나온 닭튀김은 한국식인 듯 아닌듯 뭔가 살짝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버펄로윙에 가깝다. 튀김옷이 바삭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속살, 기본적인 간장 베이스까지는 익숙한데 어디선가 아주 미세하게 중국 향이 스친다. "이거 뭐지?" 싶은 순간 사라지는 정도. 한국 치킨이면서도 미묘하게 중화의 기운이 스며든 맛

꽤 괜찮아서 "이건 하나 더 포장해 가야겠는데?" 싶었지만… 아쉽게도 닭 소진 ㅠㅠ.

간짜장 꼽빼기

식사 시간이다. 간짜장, 소고기 짜장, 짜장면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된 간짜장을 먹을 만한 곳이 드물다는 생각에 간짜장 곱빼기를 주문했다. 요즘 중국집들은 계란 하나 올려놓고 옛날 간짜장인 척만 할 뿐 정작 맛은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여기는 좀 달랐다. 짙은 춘장 향과 은근한 단맛이 밸런스를 맞추고 볶아진 재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옛맛이 살아 있었다 (괜히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많은게 아닌듯). 거기에 우리가 직접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 마무리. 단맛을 눌러주고 옛 감성을 더 선명하게 살려준다.

울면은, 와... 숟가락으로 국물 한 번 맛 보는 순간,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이걸 먹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는 상상을 했다. 전분이 녹아든 진득한 국물이 속을 포근히 감싸는 느낌. 양도 푸짐하다. 한 숟갈에도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의 농도, 은근하게 퍼지는 감칠맛. 무엇보다 이날 행화촌에서 가장 옛 원형의 맛을 깊게 느꼈던 메뉴였다.


식당에서 계속 신경 쓰였던 저 공간, 저기가 이 가게의 상석인 듯하다. 물론 지금은 발코니로 나갈 수 없지만, 왠지 옛날엔 저기서 담배 한 대 피우던 자리였을 것 같은 느낌? ㅋ

뷰포인트는 다르긴 한데 왼쪽을 마주본다 보면 됨

저게 보이는데, 신세계 미디어 파사드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들을 배경으로 옛 감성을 간직한 중국집에서 식사를 한다는 느낌. 아이러니하지만 그 조합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런 의미에서 저 자리는 그냥 식사 공간이 아니라 명동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점처럼 느껴진다.

이 곳이다

음식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곳을 채운 사람들의 풍경이었다. 혼밥하는 손님, 다정한 커플,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친구들 모임, 그리고 가끔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연령대도 제각각이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 어떤 형태든 어떤 이유든 다양한 발길이 머무는 곳. 그런 가게야말로 진짜 오래 사랑받는 곳이 아닐까.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거리는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한 번 더 바라본 외관, 왠지 안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노포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의 친절함이 기억에 남는다. 이날 우리는 물론이고,\ 다른 손님들에게도 유하게 응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우리 옆자리에서 혼밥하던 관광객에게도 친절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게 하나둘 쌓여 '관광 코리아'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 아닐까.

노포 기준, 모든 면에서 별 다섯개 만점. 명동에 온다면 행화촌 추천.  


| 번외 : 돌아가는 길

행화촌에서 나와 바라본 신세계 미디어 파사드는 여전히 화려했다. 신기하게도 도시의 밤은 변함없이 화려한데 묘하게도 오래된 중국집에서의 시간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그 건너편 보라색 향기의 한국은행 건물

뭔가 방공호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대피소 겸) 지하도

그 지하도를 지나가며 쌩뚱맞다 싶었던 위치의 미니멀리스틱 그라피티 감성의 김밥집이 인상적이었다. 김밥 3천 원도...

레트로 감성 잔뜩 한 지하도를 나간다

건너편에서 다시 만나는 신세계의 미디어 파사드. 맛있는 음식에 잠깐의 레트로 경험, 아주 좋은 날이었다


📌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 상호명: 행화촌(杏花村)
  • 주소: 서울 중구 명동 2가 105 (중국대사관 골목 내, 향미 건물 2~3층)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 주차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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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센트럴 루프탑 전망대 야경

지난번 호텔 센트럴 후기(링크)에 이어 이번에는 루프탑 전망대의 야경을 소개

 

[마카오] 100년의 레트로 감성: 호텔 센트럴 Hotel Central 후기

마카오 여행의 결심은 홍콩의 과 같이 식민지에서 중국 반환 이전의 감성을 담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또 다른 마카오 영화 에서 비롯되었다. (홍콩 1997년 반환, 마카오 1999년 12월 20일

electronica.tistory.com

어느 나라를 여행 하다보면 대부분의 호텔이나 상업 건물 전망대는 유료지만 호텔 센트럴(Hotel Central) 루프탑 전망대는 무료로 개방된다. 100년 넘는 호텔의 역사와 마카오의 문화·역사를 잇는다는 콘셉트에 잘 맞는 전략인 것 같다

 

코타이와 마카오 반도

왼쪽은 마카오에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고급 호텔들이 밀집한 코타이(Cotai) 지역이다. 하지만 2006년 간척으로 조성된 코타이는 화려한 관광·도박 특구일 뿐, 마카오 반도가 간직한 수백 년의 역사와는 결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호텔 센트럴 루프탑 전망대는 마카오 반도의 풍경을 360도로 조망하며 그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오른쪽은 호텔 쪽 아님. 걍 반도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전망대와 주변 명소 ❘ 출처: macaomagazine.net

위치는 마카오 반도의 중심가인 알메이다 리베이로 애비뉴(Almeida Ribeiro Avenue, 신마로). 마카오 주요 상업지구를 연결하는 도로변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마카오 최대 관광 명소인 세나두 광장이 불과 1분 거리라 부담 없이 들르기 좋다.

11층이라 높이감은 크지 않지만 적당한 고도에서 마카오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어 오히려 풍경을 더욱 디테일하게 감상할 수 있다. 루프탑 전망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된다. 무료라서 그냥 1층에서 엘베타고 11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된다


 

투어 시작~!

언제 어디서나 봐도 좋은 감성적인 호텔 빌보드

(시계방향) 호텔리즈보아, 알메이도 리베이라 에비뉴 (신마로), Bank of China (동그랑땡), 그랜드 엠퍼러 호텔 (왕관) 

전망대 공간, 삐딱감성

북동쪽에서 서쪽으로 쭈욱 돌려봄

신마로를 따라 소피텔을 바라보면 영상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저 반짝이는 조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마카오 반도의 다양한 뷰 스팟에서 이 조명을 담는 현지인/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신마로와 소피텔을 바라봄

왼쪽 뒤로 민트와 트로피칼 느낌 네온사인이 인상적이었던 마카오 마스터스 호텔 Macau Masters Hotel 萬事發酒店이 보인다. 

세인트폴 유적(왼쪽)과 몬테 요새(중앙 > 오른쪽)의 야경

역시 갤럭시폰으로 찍으면 야경의 선명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 사진으로만 봤을 땐 흉물스럽게 보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이 들고 묘하게 예쁘게 느껴졌다. 나 같은 관광객에겐 약간 이정표 같은 놈이었다.

1864년에 세워진 기아 요새 등대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낮에 방문 해보고 저녁에 이렇게 또 마주하니 묘하게 신기한 느낌

마카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인트 폴 유적으로 꺾이는 커브 동선이 유독 역동적으로 보인다.

좀 더 줌인을 해봄

세나두 광장 방향 풍경

  •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자비의 성채(Holy House of Mercy of Macau).
  • 그 뒤쪽의 화려한 건물은 M8 Macau.
  • 그 왼쪽 위로는 마카오 대성당(Cathedral of the Nativity of Our Lady)이 자리하고 있다.

 

  • bossini.X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마카오 시정국, 안쪽 중정과 안뜰 공간이 궁금해진다.
  • 바로 그 옆은 1935년부터 1993년까지 운영되던 아폴로 극장(Teatro Apollo). 영화의 메카이자, 한때 마카오 젊은이들의 만남의 성지였다고 한다. 교통의 요지였던 것까지 생각하면 아주 옛날 한국 명동의 중앙극장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으로 반짝이는 그랜드 리즈보아, 오른쪽 동그랑땡 간판을 가진 건물은 뱅크오브차이나 마카오지점이다.

아래쪽에 보이는 물결무늬 바닥이 바로 세나두 광장,
크리스마스 장식 뒤로 보이는 건물은 1929년 지어진 마카오 우체국 건물  

세나두 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 풍경, 역시 이쪽이 볼거리가 많긴 하다.

호텔 빌보드 뒤쪽, 저 위까지 올라가보면 좋으련만...ㅎ

왼쪽에 우뚝 솟은 건물은 마카오 타워, 오른쪽의 뾰족한 작은 건물은 페냐 성당(Penha Church)

왼쪽 황금색 건물은 중국 74위 높이의 주하이 타워 (330m). 주하이 쪽이 모던한 고층 건물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역시 마카오의 역사 깊은 감성을 따라올 수가 없다

마카오 골목길의 건물들 – 이런 곳들을 직접 걸어 다니며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루프탑 공간

주하이쪽 풍경

성냥갑처럼 늘어선 건물들. 이 정도 높이에서는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느낌과 아래의 디테일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좋다

8,90년대 홍콩-마카오 누아르 감성

지금까지 호텔센트럴, 신중앙 호텔 루프탑 전망대였습니다 

낯의 모습은 다음 포스팅에 다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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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그동안 왓챠에 찜 해 둔 목록들 중 땡기는 거 위주로 봤다. 개인평가는 5점 만점 기준임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 4점 (왓챠,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 유리고코로 : 4점
(왓챠)

- 셔터: 4점 (왓챠, 웨이브, 티빙)
- 방과후 소다 먹기 좋은 날: 3.5점 (왓챠, 웨이브, 티빙)
- 시라이: 3점 (왓챠, 웨이브, 티빙)
- 외사경찰: 2.5점 (왓챠, 웨이브)

 

|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4점)

Idiot Girls and School Ghost: School Anniversary | 2014 공포/코미디 · 한국 
김민하 감독 | 출연: 김도연, 손주연, 정하담, 강신희, 하서율(귀신)

개교기념일에 학교에서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하고 이기면 수능만점을 받는다는 전설을 알고 게임에 참여하는 8등급 여고생 4명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코미디. 최근에 한국식 B급 영화로 [핸섬 가이즈]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 영화 보고 평점 0.5점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과장해서 언젠가 이 영화는 한국식 B맛 영화의 신기원을 연 명작이라 평가 되지 않을까 할 만큼 재밌게 봤다.

각 캐릭터들과 찰떡 감성이 돋보이는 개별 포스터들

성공하면 수능 만점이지만 실패하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라는 조건이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닥친 가장 현실적이고 문제적 상황이 아닐까 싶다(입시와 우정). 아무튼 친숙한 공포물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시종일관 클리셰를 부수고 이탈하는 점들이 매력적이고, 중후반부를 지나며 뇌절을 거듭하고 몰입감은 더욱 깊어만 간다.

손주연 (우주소녀 은서), 정하담, 김도연(위키미키), 강신희

정하담 배우는 극중에서도 용병이지만 실제 배우로서도 고급 용병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외 세 명의 배우들은 발연기에 가깝지만, 이 B급 영화와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고 케미도 훌륭하다. 전체적 설정은 [여고괴담]과 [링], 코믹과 병맛 스타일은 [하우스]와 [무서운 영화], 고생하는 빌런과 클리셰 부수기는 [스크림]을 연상케 한다.  

영화보고 떠올랐던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한국 B급 영화들: [긴급조치 19호 2002], [마지막방위 1997], [시실리 2km 2004], [차우 2009],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2020], [핸섬가이즈 2024]


 

| 👨‍👩‍👦 유리고코로 (4점)

ユリゴコロ | 2017 스릴러/미스터리/드라마 · 일본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 | 출연: 요시타카 유리코, 마츠자카 토리, 마츠야마 켄이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던 한 남자가 아버지 방에서 발견한 공책 속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사랑, 인간 내면의 어둠을 마주하는 이야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드라마. 보통 미국 영화의 가족이 지켜야 할 대상으로 묘사된다면, 일본 영화 속 가족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이 영화가 특히 그랬다.

Rihwa「ミチシルベ」2017

Rihwa가 부른 주제가 「ミチシルベ」도 참 예쁜 노래다. 감독이 직접 만든 뮤직비디오에는 주인공 미사코의 중학생 시절이 담겨 있어 영화 속에서 볼 수 없던 감정을 전한다.

업데이트 중인 나의 영화 촬영지 구글지도 중 유리 고코로 촬영지, 군마 & 도치키현
이별의 장소, 키류강 댐, 만남의 장소 카마가와 프로미나드

이 영화는 촬영지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두 연인이 처음 만난 장소와 댐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군마현(현재)과 토치기현(과거)에서 촬영되었고 각각의 장소는 카마가와 프로미나드와 키류강 댐이라고 한다. 


 

| 📸 셔터 (4점)

Shutter | 2004 공포/미스터리/스릴러 | 태국 
반종 파산다나쿤, 팍품 웡품 감독 | 출연: 아난다 에버링엄, 나타위라눗 통미, 아치타 시카마나

사진 속 정체불명의 형상을 쫓던 커플이 점차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희대의 망작, [랑종]의 반종 파산다나쿤 감독의 데뷔작이자, 아시아 공포 영화의 '모범 답안' 같은 웰메이드 작품.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어 지금 봐도 무섭고 재밌는 영화.

유튜브 : nutti3ism

이 영화도 음악이 인상적. 태국 전통 장르인 루크크룽 (Luk Krung)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하는데, 컨트리 풍으로 영화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제목은 [วิญญาณในภาพถ่าย]. 음... 찾아보니 "사진 속의 영혼"이라는 뜻으로 수텝 웡캄행 Suthep Wongkamhaeng의 노래다.   


 

왼쪽과 오른쪽의 캐릭터는 '소녀가 소녀에게'의 토미타와 미유리를 딱 떠오르게 한다

| 🥤 방과후 소다 먹기 좋은 날 (3.5점)

放課後ソーダ日和 特別版 | 2019 드라마/일상 | 일본 
에다 유카 감독 | 출연: 모리타 코코로, 타나카 메이, 아오나미 준, 모톨라 세레나(카메오), 호시 모에카(카메오)

우연히 만난 세 소녀들이 방과 후 크림소다 투어를 하는 이야기다. 감독의 처녀작인 [소녀가 소녀에게]의 (실제로 카메오로 특별 출연하는) 미유리와 토미타의 관계 속에 능청스러운 캐릭터가 하나 들어와서 펼치는 듯한 일상 속 섬세한 감성의 이야기다. 처음엔 달달하면서도 나중에는 크림이 녹아내리듯 가벼우면서도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 준다. 달콤 쌉싸름과는 또 다른 상큼 섬세한 맛의 청춘 감성. 나도 인생방학 말고 그 시절 여름방학을 다시 한번 가져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쇼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호시 모에카를 잠깐 만날 수 있다.

羊文学 "天気予報" 2018

이 영화도 OST가 인상적이었는데  羊文学 히츠지분가쿠의 "天気予報 일기예보"라는 몽환적인 느낌의 인디록 음악이다. 


 

| 👁 시라이 (3점)

シライサン | 2019 공포/드라마 | 일본 
오츠이치 감독 | 출연: 이이토요 마리에, 이나바 유우, 소메타니 쇼타(카메오)

괴이한 존재, '시라이상'의 이름을 듣는 순간 끝없이 따라다니는 저주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는 괴담을 그린 영화다. 일본 공포 영화의 그 뻔하디 뻔한 공식을 답습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몰입감이 있어서 어쩌다 하나 얻어걸린 느낌이다. 그렇게 좋지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던 심심풀이 땅콩 영화. 

Cö shu Nie - inertia / THE FIRST TAKE 2019

ㅇ이번 주 영화들은 인상적인 음악들이 많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 Cö shu Nie 코슈니에의 "inertia"라는 곡으로 기괴한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듯한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다. 


 

| ☢️ 외사경찰 (2.5점)

外事警察 その男に騙されるな | 2012 스릴러/범죄/드라마 | 일본 
호리키리조노 켄타로 감독 | 출연: 와타베 아츠로, 김강우, 마키 요코, 오노 마치코, 이경영

북한의 우라늄 밀반입 정보를 입수한 일본 공안의 문제적 경찰과 한국 국가정보원 NIS의 대테러 한일 합동작전 이야기다. 소설 원작인데 1탄은 TV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2탄이 영화화 된 본 작품이다. 김강우, 이경영, 김응수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만큼 서강대교, 잠수교, 국회의사당 등의 익숙한 풍경도 보인다. 

뭔가 묘하게 겹쳐서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문제는, 영화가 참 애매하다. 범죄/스릴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드라마에 더 치중되어 있다. 비슷하게 범죄/스릴러의 탈을 쓴 신파 영화의 걸작 [모래그릇] (1974) 정도의 폭발적인 감성은 아니지만 꽤나 드라마적인 영화다. 스토리 한 편이 꽤나 잘 짜여 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아서 몰입도는 높은데 재미가 없다. 
 

이번 주말에 2월 마지막으로 무슨 영화를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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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기록 – 비인두암 항암 치료 후 증상들

EBV 바이러스로 인한 비인두암 3기와 폐 전이 의심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지 각각 7년, 5년이 지났다. 현재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후유증들이 남아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일상에 주는 불편함은 꽤 크다. 병원에서는 “치료법이 없다”거나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결국 스스로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심한 증상 몇 가지를 기록해 본다.

항암치료 설계:
- 비인두암 3기: 시스플라틴 항암 7회 + 토모세러피 방사선 33회
- 폐 전이 의심: 시스플라틴 + 5-FU 6세트

 

1. 손과 발의 신경통

항암 치료 이후 손발이 마치 스티로폼처럼 마비된 느낌이 계속된다.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여전히 느껴진다. 따끔거림, 저림, 찌릿함 등 다양한 통증 감각이 함께 나타난다. 의사 말로는 항암제로 손상된 신경이 다시 살아나면서 꼬여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뉴론틴(Neurontin)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있지만 약을 먹어도 마비된 느낌은 그대로이며 통증이 완전히 가시진 않는다. 약을 안 먹으면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 초기엔 키보드를 치거나 단추를 채우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심할 때가 10이었다면 지금은 6.5 정도? 이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평생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후비루 증상

이미지 속 텍스트는 챗지피티가 맘대로 생성한거니 무시바람

비인두에서 24시간 끊임없이 점액이 흘러나온다. 가끔 가래도 섞여 나오는데 그 양과 끈적임이 일반적인 비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식사할 때가 괴롭다.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면서 점액 덩어리가 목에 걸려 이물감을 느끼거나 못 삼키거나, 귀까지 막히는 느낌이 든다. 방사선 치료로 인해 침샘 세포가 많이 손상된 것도 한몫한다. 그래도 항암 직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상의 불편함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점액은 뒤로 넘어가 목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가래 뱉듯이) 킁킁, 컥컥하면서 ‘역기침’을 하며 뱉어야 한다. 묽은 상태면 쉽게 뱉을 수 있지만 끈적하고 쫀득해지면 기침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 심할 땐 가래가 목에 딱 달라붙어 강하게 기침해야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점막이 상처 나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상이 심해지며 반대로 잠을 자거나 충분히 휴식하면 조금 완화된다.

코세척도 약간의 도움이 되지만 비인두 깊은 곳까지 식염수가 닿지 않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증상은 ‘골짜기 뒤편’에서 발생하는데 코세척으로는 ‘골짜기 앞부분’까지만 닿는 느낌이다.


 

3. 청각 상실 및 귀 막힘 증상

비인두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쏘면서 한쪽 귀의 청력이 점점 나빠졌다. 복구 방법은 없고 앞으로도 점차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저 최대한 천천히 악화되길 바라라고 한다. 결국 보청기를 착용했다. 하지만 보청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보청기의 세계는 또 다른 차원이더라.

특정 주파수에 대한 청력 손실도 있더라. 나는 저음은 비교적 잘 들리지만 고음에는 반응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주방에서 사용하는 타이머의 알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또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양쪽 귀 모두에 귀 막힘 증상이 나타난다. 멀쩡한 쪽 귀는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지만 보청기를 끼고 있는 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고막에 튜브를 삽입해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 튜브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귀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삼출성 중이염이다. 물이 빠질 길이 없어 결국 이비인후과에서 튜브를 제거하고 고막을 다시 절개해 물을 빼고 새 튜브를 삽입해야 한다.

이 과정이 크게 아프진 않지만 귀 안의 물을 빼는 ‘석션’ 소리는 여전히 공포다. 귀 안에서 울리는 그 강한 소리에 매번 몸이 저절로 떨린다 (옛날엔 눈 감았었는데 요즘은 그냥 카메라 화면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편이다 ㅎㅎ).


 

4. 갑상선과 혈액 이상

이미지 속 텍스트는 챗지피티가 맘대로 생성한거니 무시바람

항암치료의 직접적인 후유증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치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상선 이상과 혈액 진다증을 겪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는 증상이 아닌 확실한 ‘병’이다.

갑상선 이상으로 인해 피로감이 두 배로 느껴진다. 면역력 회복도 더딘데 갑상선 문제까지 겹치니 일상이 더욱 힘들다. 여기에 혈액 진다증까지 동반돼 피로가 심할 때는 환을 먹곤 하는데 또 이런 진액 물들이 혈액 진다증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결국 두 질환의 균형을 맞추며 생활하는 게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적당히 운동하고 충분히 휴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이 항상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혼자 걸을 때는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과 함께 걸을 때는 일정 시간 이후 그들의 템포를 따라가기 살짝 어려운 수준이다.


5. 마무리

이 외에도 수많은 병과 증상들이 있지만 그중 특히 힘든 부분들만 정리해 봤다.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가며 찾아오는 건 그냥 참고 넘기고 역류성 식도염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방사선으로 완전히 녹아버렸던 치아들도 임플란트 덕분에 어느 정도 회복됐다.

내 하루는 공복에 갑상선 저하증 약과 손발 신경통 완화를 위한 뉴론틴을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다음엔 샤워하면서 자는 동안 쌓였던 비인두의 염증을 뱉어내고 나서야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꽤나 불편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맞다, 불편한 일상이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항암치료 중이었던 시간은 정말 지옥 같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니, 돌아가지 말아야 할 지옥. 그 지옥을 지나 지금 이 정도 증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모든 증상을 이겨내려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항암 이전의 일상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증상이 심해질 땐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좋아질 땐 더 크게 기뻐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게 진정 이 세상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뉴노멀'이다. 

물론 아직 불편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못 먹던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예전처럼 입안과 목의 구내염 및 화상 때문에 말도 못 하고 물조차 삼키지 못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꿈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여전히 불편함은 있지만 고통 없이 일상을 보내며 맛집도 가고, 여행도 다니며 이전에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지옥생활을 떠나 일상에 무임승차 한 듯 쾌속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감사하다. 그리고 항암 이전의 일상에서 가질 수 없었던 어느 정도의 정신적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는 없다. 몸이 불편하면 더 예민해지기 때문에. 특히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굉장히 커서 갈등이 발생할 땐 웬만하면 그냥 바보가 된 척 넘긴다. 속으로는 ‘ㅈ까라’ 하면서. 불필요한 잡음은 최대한 줄이려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이 내 고통과 불편함을 완전히 이해해 주길 바라지 않아야 한다. 같은 경험을 한 환우들조차 그 정도와 느낌이 다르다. 하물며 일반인들이야 오죽할까? 그래서 그냥 혼자 안고 가야 한다. 다만, 누군가 나를 배려해 주면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착한 사람들을 만나면 이전보다 더 특히 감사하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 참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다. 나는 부처가 아니니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가꾸며 살아가길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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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은 처음에 딱히 할 게 없는 곳처럼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볼 것도 많고 예쁜 장소도 많은 곳이었다.

순두부 정식

🍽️ 금강산도 식후경, 산 속 도로에서 건강한 느낌의 순두부 정식 한끼.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많았던 파주골 순두부. 파리들과 날 것 같은 화장실의 경험이지만 맛은 좋았던 곳

40192 전망대

🎡 나선형 동선 덕분에 천천히 걸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지구둘레인 40,192km에서 이름을 따온 전망대

한탄강

🏞️ 거기서 바라 본 아름다운 한탄강의 풍경

할리우드 생존 어드벤처 영화 찍어도 꽤나 괜찮을 느낌의 자연경관

가을이다 보니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밤들

오줌 아님, 물 쏟은 거임

밤탱이랑 비슷한 거 하나 더 보임, 3단 합체 밤밤푸들

까보니 이렇게. 이 날 저녁 맛있게 먹었음

하이드라 아님

개모차라도 산책이 즐거운 노견들 (너무 작아서 나중에 좀 더 큰 걸로 견모차 바꿈)

ㄱㄱ~

노견은 개모차, 팔팔한 막내는 달림 달림

포천한탄강하늘다리

한탄강 협곡을 건너는 멋진 다리가 하나 나옴

다리에서 바라보니 아까 방문했던 40192 전망대가 보임. 형태와 각도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 가족사진을 찍어봄

다리를 건너며 보니 한탄강 협곡을 아주 제대로 볼 수 있는 뷰

아놀드 슈월츠네거의 프레데터1이 생각남. '25년에 6탄으로 아놀드옹 돌아온다고 함

저 안에서 뭐라도 뚫고 나올 것 같은, 진한 야생의 느낌

밑에서 봐도 아찔함

와... 이거 뭔데.. 

람보1이 생각남
비둘기낭폭포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보니 감탄이 절로 나옴. 신비로운 분위기에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 비둘기낭 폭포

에메랄드 색깔!

그저 예쁘고 신비로울 뿐

비주얼 깡패, 포천

조연들도 너무 아름다운 에메랄드색 풍경 

최종병기 활

킹덤, 추노, 최종병기 활 (추격 신에서 박해일 및 류승룡 일당이 물 마시던 곳) 등의 촬영지라고도 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입을 쩍 벌리고 경치를 구경했었다. 갠적으론 람보 1편의 추격 장면이 떠올랐다

그 풍경을 보고 오다 보니 첨엔 눈에도 안 들어왔던 이런 풍경도 예뻐 보이는 매직!

암석원

뭔가 오랜 시간을 해쳐온 듯한 모습의 돌들

진격의 거견

포토샵 아님

으흠

이후 찾아간 또 요상무리한 예쁜 장소, 우리 밖에 없었던 그 장소. 마치 삼국시대에 온 것 같았던 곳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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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 아티스트들

원래 시작은 음악 블로그였는데 음악 포스팅한 지 꽤 오래된 듯해서 올려봄 🎶. 2025년, 요즘 즐겨듣는 일본 여성 힙합/랩 아티스트들과 대표곡 하나씩 소개. 다음에는 용용, 유명한아이, 에피 등 좋아하는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도 소개해 볼 예정.

- Liza (라이자)
- Hitomin (히토밍)
- Ichigo (이치고)
- Litty (리티)
- yoyo (구 Yoyou) (요요)
- AYA aka PANDA (아야 aka 판다)

| 🟡Liza

Paragraph (Prod. Chaki Zulu) | 2025.1.15

현재로서는 K-Pop/J-Pop 통틀어 2025년 들어본 음악 중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라이자 Liza 특유의 어딘가 살짝 거칠고 어두운 미드톤 목소리가 음악이 표현하는 옛 기억에 대한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더욱 깊게 만든다. 본인의 SNS를 통해 이곡이 자전적인 경험임을 밝히며, "힘든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곡을 절묘하게 🏹 관통하는 듯한 멘트다.   

출처: liza_space97

| ☃️ HITOMIN

24/7 | 2025.1.29.

히토밍은 감각적인 플로우와 구수한(?) 보컬이 좋다. ❄️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요즘은「24/7」을 가장 자주 듣는다. 추운 계절에 느끼는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을 담은 곡으로, 따듯한 멜로디와 팝적인 요소가 매력적이다.  

출처: hito__omin

 

| 🛹 ICHIGO

Main Dish (Lyric. ver.) ノーカット版 | 2025.1.6

ICHIGO 이치고는 뮤비부터 음악까지 뭔가 스트리트 감성이 솔솔 풍기는 점이 좋다. 원곡은 '24년 4월에 발표되었고, 이후 리릭 버전들이 공개되고 있다. 미드-업템포의 트랩 비트 위에 펼쳐지는, 힘을 뺀 듯하지만 리드미컬한 플로우. 약간 신나면서도 자신의 할 말을 또박또박 내 뱉는 자신감 있는 분위기가 좋다. 

출처: berry_ichigo15

 | ☝️ Litty

HeaRt | 2024.12.19.

리티 Ltty는 작년 말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아티스트(아래링크).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데뷔곡 'Pull Up' 이후 첫 EP [Just A Girl]에 담긴 곡으로 아직 MV는 없다. 타이틀곡도 좋지만, 'Pull Up'의 업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미드템포라 EP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다. 장난스러운 소녀들의 파티 바이브, 도시적인 무드, 손가락 놀림이 항상 인상적인 아티스트. 
 

[힙합/일본] 귀여운 에너지와 감성의 경계, Litty가 그리는 도시의 밤

유튜브의 알고리즘의 항해 속에서 어느 날 들려온 매력적인 음악 Litty의 . 이 곡으로 그녀는 지난 9월 일본 힙합 신에 발을 내디뎠다.| 첫 번째 싱글:첫 번쨰 싱글 "Pull Up" 뮤직비디오와 음악은 친

electronica.tistory.com

 

출처: littychan

 
 

| 🌌 Yoyou

i to i | 2024.12.25

요요우의 디스코그래피는 보컬로이드 & 일렉트로팝 기반이지만, 엠비언트와 IDM 같은 아방가르드한 요소가 강해 대중친화적이진 않다.🎛️난해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속된 말로 새벽 감성에 🌈 '뽕 맞은 느낌'의 트랙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i to i'와 '5wim!' 정도가 그나마 듣기 편안한 곡이라 자주 듣는 편. 'i to i'는 멜로딕 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곡이다. 기존엔 요요우 yoyou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 채널명을 확인하니 요요 yoyo라고 되어 있다. 최신 업데이트니 지금은 '요요'가 맞는 듯.

사진 또한 범상치 않다. 출처❘ yoyoufree

| 🪩 AYA aka PANDA

BESPY | 2024.12.13

그루비하고 Funky한 음악에는 사족을 못 쓰는 편이라 가끔 이런 음악이 발표되면 정말 좋다. TEAM2MVCH와의 콜라보로🚘드라이브하기 딱 좋은 바이브의 곡. 에미넴의 힙합 영화 [8Mile]에 감명을 받아 힙합신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야판다 AYA-PANDA였던 것 같은데 현재는 아야 에이케이에이 판다 Aya aka PANDA로 활동 중. 

출처: ayaakapanda

 


출처: yoyoufree

번외: '힙함'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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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무이워에서 버스를 타고 사우스 란타우로드를 따라 부이오로 가고 있는 유덕화

지난번 무이워(Mui Wo)에서의 여정이 이어진다. 영화 열혈남아 속 유덕화(소화)와 장만옥(아화)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영화의 과거와 '현실의' 현재가 교차하는 기묘한 감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번 목적지는 무이워에서 조금 더 남서쪽으로 내려간 부이오 (Pui O). 영화의 잔상을 간직한 한적한 곳, 바로 아화의 가게가 위치한 곳이다.

🎬 무이워에서 부이오까지 – 영화 속 공간의 의미

이 날의 여정, 무이워에서 부이오까지

사실 열혈남아의 전개 속에서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 공간의 대비는 명확하지만, 란타우섬의 무이워, 부이오, 타이오가 각각 구분되어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촬영지로 나누어 보면 이 세 공간은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감성을 품고 있다. 

🚏 무이워(Mui Wo) – 선택과 기다림의 공간

무이워 공중전화 키스신

  •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을 연결하는 경계선. 안식처이자 도피처인 부이오로 가기 위해 혹은 그 곳을 떠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이로 인해 강렬한 감정이 교차하며 선택과 갈등, 이별과 기다림이 공존하는 공간. (란타우섬 배경의 격정적 신은 모두 이곳에서 발생한다 - 공중전화 첫 키스, 선착장에서의 초조한 기다림과 옛 연인과의 조우 등)

🌿 부이오 (Pui O) – 평온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안식처

소화의 가게 장면

  • 영화 속 두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공간. 격정적인 홍콩도심, 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벅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무이워와는 달리, 부이오는 조용하고 이상적인 일시적 안식처. 평온하지만 결국 떠나야만 했던 곳.

더 자세한 경로. 한 9,10정거장 정도다

영화 속 그들이 오갔던 경로를 따라가면서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무이워에서 마주했던 시대의 변화처럼 부이오에서도 내가 본 영화와 또 다른 풍경을 보게 될까? 혹은 아직도 남아 있는 그 시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이 길


| 🚌 무이워에서 부이오로가는 버스

무이오 버스 종점의 3M 버스

3M 버스를 타고 부이오로 향한다. 약 15분이면 닿을 정도로 멀진 않다. 부이오의 로와이췬(Lo Wai Tsuen) 정류장에서 내릴 예정이다. 극 중 유덕화가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버스 타고 지나다니던 루트다. 그리고 초반부, 장만옥이 홍콩 도심으로 가기 위해 무이워 페리 선착장으로 향할 때도 지났을 길.

열혈남아 속 옛날 1층 버스 모습.

영화 속에서 유덕화가 타던 버스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영화가 나온지 벌써 5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당시의 낡고 투박한 버스는 사라지고, 최신식 버스가 이 길을 달린다. 2등으로 탑승하게 되어 뷰가 제일 좋은 2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를 타고 무이워 마을을 벗어난다. 뭔가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버스만 바뀐 것이 아니다. 영화 속 무이워, 부이오, 타이오—그 모든 공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을 것이다. 이 세계의 아화와 소화는 영화에서 보여진 것 이상 이 루트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지나다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풍경을 본 것일까? 그래도 란타우섬은 자연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 그 시절과 도심만큼 크게 변하진 않았을 거라는 망상을 해 보았다. 다만 1980년대 이 루트가 생기며 오전 6시 첫차 출발이라는 점은 5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산속 차로 진입. 모든 도로가 1차로다. 

영화속 버스를 탄 유덕화

영화 볼때도 꽤나 흔들리길래 옛날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도 꽤나 덜컹거린다. 도로가 좁다 보니 좌측의 나무들이 버스에 부딪혀 후두둑! 후드득! 소리가 난다. 처음엔 약간 스릴도 있는 것이, 꽤나 날 것스러운 도로와 승차감의 경험을 느꼈다. 

부이오 가는 길

측면뷰로 보면 그 덜컹거림을 더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고도로 올라온 도로를 지나다보면 얼핏 보이는 먼발치의 풍경이 아찔해 보일 때도 있다.

영화

영화 속 장면이 떠올라 뷰는 다르지만 측면도 잠깐 찍어 보았다. 영화속과 실제 여행의 밤낯 시간대가 완전히 다른건 아쉽지만 시종일관 흔들리고 덜컹거리는 버스 라이드 때문인지 꽤나 몰입할 수 있었다. 그냥 녹색 자연 속 좁게 뚫린 산길 도로의 연속이다.

무이오에서 부이오로 버스타고 가는 길 (고화질임!)

사우스 란타우 로드(S.Lantau Rd.) 길을 빠르게 찍은 고화질 영상이다. 그가 이 길을 지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순수히 사랑만을 향해 가는 길이었을까, 아니면 결국 떠나야만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 했던 크나큰 무게가 얹힌 길이었을까?

열혈남아, 가게 앞에서 내리는 유덕화(소하)

1970년대부터 90년대 사이 부이오 Pui O 해변을 중심으로 교통과 관광 개발이 이루어지며 1983년 무이 워(Mui Wo)와 부이 오(Pui O)를 종점으로 하는 버스 노선이 생겼는데 그게 이 루트인 것 같다. 

10분 조금 넘는 우당탕탕 사우스 란타우로드 버스 라이드가 끝나고 로와이췬(Lo Wai Tsuen)에서 내린다.

내리자마자 장만옥의 가게 건물이 얼핏 보인다

영화 속의 가게 바로 건너편 정류장은 실제로는 없었다. 그래봤자 장만옥의 가게까지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심지어 얼핏 보인다. 나무 옆 건물 바로 옆이다. 처음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참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 🏠 영화속 아화의 가게

열혈남아

이 공간은 두 사람의 삶이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이다. 아화는 고향을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도심으로 나가지 못하고 여기에 머무르고, 소화는 홍콩도심을 떠나 여기서 머물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만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따라서 영화 속 현실에서 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부이오에서 촬영된 장면들(소화의 가게, 버스정류장 이별)은 평온하고 잔잔하며 정적이다. 실제 이 마을 또한 그런 느낌이다. 뭐도 별로 없고 조용하다.    

내가 내린 정거장은 오른쪽 BMW가 지나고 있는 위치 즈음이다. 건물은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영화와 뭔가 싱크를 어느 정도는 맞추고 싶어서 유덕화가 내린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까지 쭉 걸은 후 뒤돌아 건물로 다시 걸었다. 영화에서의 잔잔한 시골 마을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 지점에서 유덕화가 길을 건넌 것처럼 나도 건너 본다. 

그리고 그 건물 정문 앞까지 가본다. 낡은 벽돌과 바뀌어 버린 색상, 하지만 그 형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짧았지만 강렬했던 것처럼 이 공간도 변했지만 원형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 🏛️ 건물의 역사 속 흔적

1980년에 찍은 것으로 기록되는 건물의 원래 모습 ❘ 출처: www.hkmemory.hk
1990년 12월27일자 화교일보에 호텔 개관 축하 기사가 담겨 있다.

이 건물의 원형은 70년대 후반 란타우섬 관광 개발의 흐름과 함께 1990년 즈음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되는 해풍주점(海風酒店  Sea Breeze Hotel)이라는 곳이었다.

란타우섬 부이오(Pui O), 수이하우(Shui Hau) 및 인근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연구 보고서 ( Cultural and Historical Studies of Pui O, Shui Hau and Neighboring Areas on Lantau )

찾아본 기록들에서 호텔&식당 관련 정보가 살짝 달라 정확한 년도를 파악하긴 힘들었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 홍콩대학교 디지털 라이브러리 – 해당 건물의 등록 사진이 1980년으로 기록됨
✔️ 홍콩 화교일보 (華僑日報)1990년 12월 27일자 기사에서 Sea Breeze Hotel (해풍주점) 개관 축하 기사 게재
✔️ 란타우섬 부이오(Pui O), 수이하우(Shui Hau) 및 인근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연구2022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Sea Breeze Hotel & Restaurant이 1990년에 개관한 것으로 기록됨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1978년에 건물이 처음 지어진 것으로 보도됨 (출처)
✔️ 영화 열혈남아 개봉1987년, 촬영 당시 해당 건물은 이미 존재했음

영화 속 시브리즈 호텔
gagm 영화 덕후의 1998년 방문기 사진; 현재 이 사이트는 열리지 않는다 (gagm.net)

인터넷의 흔적으로 보면 최소 1998년에 찍힌 사진이 있어 최소 그 때까지는 계속 명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LIS는 자연친화적 교육을 앞세우고 있는 듯 하다. 저기는 분명 학교 근방에 있는 Pui O 해변일 것이다 ❘ 출처: LIS 공홈

이후 어느 시점부 방치되었다가 Lantau International School Pui O Campus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2008년으로 추정). 란타우섬의 자연환경 속 국제학교라니!

뭐,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여행전 열혈남아 촬영지 찾아보기 포스팅 참고


2024.07.26 - [ART & DESIGN/건축 Art, Architecture & Planning] -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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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모습과 작은 해프닝

지금은 이런 모습이다. 도심이긴 하지만 나도 어릴적 이런 국제학교를 다녔었는데 갑자기 그 시절 생각이 들어 향수를 더 자극했다. 아무튼 그때는 저 대문이 없었을 것이고, 두 캐릭터를 꿈같은 현실이자 안식처로 연결해 주는 열린 공간이었다.   

영화 열혈남아
열혈남아 속 장만옥(아화)
영화 열혈남아

시골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아화, 이 안식처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던 소하. 

열혈남아

이곳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서로가 닿을 수 있었던 나름의 최선의 공간으로서 작용한다.

탐방 와중에 해프닝이 있었는데, 학교 건물 안에서 관계자분이 나와 굳게 닫힌 문 틈살 사이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여기서 사진은 왜 찍고 있나요? 출근할 때 아까 버스에서부터 봐 왔는데 거기서도, 내려서도 계속 사진을 찍고 있는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근데 여기 학교 앞에서도 사진을 찍고 있는데 너 뭐 하는 사람이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영화 속에서 건물의 관계자에게 소하는 아화를 물었고, 나는 현재의 건물관계자에게 영화를 말했다.

"미안하다. 나쁜 의도는 없다. 왕가위 감독 열혈남아 촬영지 온거다. 여기가 그 Sea Breeze Hotel 터라고 알고 있다" 

쏼라쏼라...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모든 오해가 풀렸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너의 추억 여행이구나. 알겠다. 근데 그 호텔은 없어진 지 꽤 오래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ㅇㅇ 알고 있다. 그래도 와보고 싶었다. 이제 충분히 보았으니 난 떠날 거고,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여행이 되길.'

열혈남아

생각해 보니 나야 영화 촬영지에 취해 있는 건데, 학교 앞에서 사진 찰칵찰칵 찍는 것을 보는 학교 관계자에게는 이상하게도 보일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혈남아, 가게 앞에서 스는 아화와 소하가 탄 버스

이걸로 장만옥(아화)의 가게 탐방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건물만 보기 아까워서 좀 더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후는 다음 포스팅에서..


| 📚 시리즈의 지난 포스팅들: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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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1

1989년,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왕가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절, 관객들은 오우삼의 같은 화려한 액션과 낭만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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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2 Mui Wo 선착장

영화 트레일 첫 번째 포인트인 무이 워 Mui Wo에 도착했다. | 열혈남아 란타우 트레일의 시작Mui Wo 무이 워는 광둥어로 '메이 웨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북쪽의 Silvermine Beach 실버마인 해변과 함께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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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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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스300, 한국의 63빌딩이 254미터니 대충 비슷한 느낌 아닐까...

| 예상치 못한 방문, 그리고 헬리포트로

여행 계획에 없었으나 근처 화장실을 찾다가 어쩌다 보니 하루카스 300 근처까지 와버렸다. 당일 예약이 가능하길래 뭔가 홀린 듯 클룩앱으로 전망대 예약을 하고 올라간 하루카스 300. 이렇게 계획 없이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헬리포트(옥상) 루프탑 투어도 선착순 현장구매가 마침 시간이 딱 맞고 사람도 많지 않아 바로 구매했다. 당시 투어 참여자는 나를 포함해 5명 정도였던 것 같다.

헬리포트의 가장 큰 장점은 마천루 옥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오사카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내 전망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함께 도시를 발아래 두는 듯한 압도적 뷰의 경험이 가능하다.


| 아베노 하루카스 300 소개

건물의 디자인 컨셉트 크게 6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지하철역, 백화점, 미술관, 오피스, 호텔, 전망대) ❘ 출처: takenaka.co.jp

아베노 하루카스 300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천루로 한국의 송도 포스코타워(305m)와 비슷한 높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단순한 높이 경쟁을 넘어 오사카의 도시 발전과 공간적 변화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낙후된 덴노지 지역을 현대적인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며 주변 상업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했다.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오사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조망하는 공간이 된 셈이다.

58~60층+옥상이 전망대 공간 인데, 옥외광장인 하늘정원이 위치한 58층부터 옥상까지 트여있는 2/3정도를 제외한것이 헬리포트 공간이다. 전망대 입장권으로 헬리포트만 빼고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출처: 하루카스300 안내책자

하루카스 300의 헬리포트 전망대하늘과 가장 가까운 오픈 공간에서 오사카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일본의 지진 및 재난 대비를 고려한 첨단 건축 기술이 적용된 건물로 초고층 건축물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58층-59-층-60층-헬리포트로 이어진다

58층 하늘정원에서 위를 바라본 모습. 하늘을 향해 확 트여 있어 쾌적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오른쪽 꼭대기가 헬리포트 공간인데 저 '해발 300m' 사인뿐 아니라 온 건물 천지에 여기는 '해발 n 미터'식으로 덕지덕지 써놨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시저 펠리의 유명 건축물들

마천루의 대가 시저 펠리의 디자인이다. 그가 한국에 남긴 흔적은 교보문고 광화문 사옥이다. 다만 당시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었는지 그의 공식 작품 리스트에는 항상 빠져 있다. 아무튼 58~60층의 전망대 방문기는 나중에 쓰도록 하고 오늘은 옥상 헬리포트 이야기만. 


| 헬리포트까지 올라가는 과정

헬리포트 투어는 사진의 오른쪽 카운터에서 현장구매 ❘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지이이이인짜 많다

60층 인포메이션 카운터에서 투어를 신청한다 (내가 갔을 때는 현장구매만 가능했다). 투어 당 선착순 30명. 

에지더하루카스 (Edge the Harukas) 소개 책자 : 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ㅎㅎ

엣지더하루카스라는 액티비티도 있었는데, 이걸 할까 하다가 그냥 헬리포트 투어로 결정 했다. 과정은 아래와 같다. 

헬리포트 투어 신청하면 주는 팔찌 (입장+기념품용이다). 색깔별로 고를 수 있다.

  1. 하루카스 300 입장: 16층에서 일반 전망대 입장권을 구매/교환한 후,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으로 이동.
  2. 헬리포트 투어 집결: 60층 인포 카운터에서 헬리포트 투어 별도 신청/구매, 지정된 시간에 가이드와 만남. 사진기/핸폰 빼고 록커에 짐 넣음
  3. 헬리포트로 이동: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내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이동 (약 2~3분 소요).
  4. 안전교육 진행: 헬리포트는 개방된 공간이므로 안전을 위해 가이드가 사전 안내 및 주의사항을 설명.

출처: 하루카스300 공홈

헬리포트 투어 시간표다. 난 2시 40분이었다.

 

헬리포트로 가는 길, 뭔가 굳건하고 육중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곳으로 열리는 문 같아 보인다

록커에 짐을 넣는데 가이드분들이 보면 대충 각 다 나와서 이건 남기고 저건 넣으라고 안내해준다. 결국 남는 건 팔찌와 사진기 혹은 핸드폰뿐. 위의 문을 통해 들어간다. 

당시 분위기? ❘ 챗GPT

올라가는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데 약간 위와 같은 분위기?다. 가이드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살짝 빠른 보폭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 헬리포트에서의 전망

계단을 올라와 다달은 탁 트인 옥상

계단을 올라와 처음 옥상을 마주하면 탁 트인 공간감에 절로 "와~" 하는 느낌이 먼저 난다. 이후, 사실 워낙 높은 위치라서 그런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의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오사카의 모습은 지금 내가 치고 있는 키보드 하나의 블록보다 더 작게 보일 정도. 오사카에서 높다고 자랑하는 츠텐카쿠나 우메다 공중정원 빌딩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것들도 그냥 큰 군집의 하나일 뿐. 암튼 옥상에서 안전수칙 관련 안내 받고 10분 구경 후 다시 모이기로 한다. 룰은 대략 간단. 공간에 쳐져 있는 주황색 라인 안에서만 사진 찍기 가능 (나가는 건 가능하나 사진 X, 난간 잡으면 안 됨)

남쪽의 난코미나미에서 나가이공원의 얀마 스타디움까지를 바라본 모습

바다가 눈에 먼저 들어와 그쪽으로 가본다. 남서쪽의 오사카 베이다. 가운데 높이 올라선 구조물은 약 18킬로 떨어진 간사이 전력 난코 발전소 (KEPCO Nanko Power Plant)의 나코 스카이 타워다. 200m 높이로 배기가스를 높은 곳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건물은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 전망대다(252m).

하루카스에서 위 사진 방향(남쪽)으로 바라본 지도

더 너머에는 내 최애 만화 <붉은등애가>의 주인공 사토시와 치코의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무대인 아와지시마 섬이 있는데 실제 눈으로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힘들다. 10분 밖에 쥐어지지 않은 시간의 압박도 한 몫한다.

이 공간은 북서 방향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쪽을 바라보고 있다, 밑애는 옥외광장이 있다.

아까 책자에서 본 엣지 더 하루카스 (Edge the Harukas) 액티비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히 무섭겠지만 흐름을 잠깐 보니 약간 정적인데다가 제자리에서 끄적끄적 거리는 느낌이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금은 2,000엔).

남-동-북-서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봄.

헬리포트의 매력은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공간 경험에 있었다. 일단 옥상이라 바람이 꽤 강하다. 20여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전 때문에 여러 제한 사항을 감내하며 관리자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 (관리자의 구호와 함께 이동하는 과정은 짧지만 나름의 긴박감이 있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10여 분 정신없이 바삐 보고, 사진을 찍고, 체험하는 시간의 압박감이 있다. 뭔가 "요이~ 땅! > 동작그만, 헤쳐모여!"의 느낌이다.

북서쪽을 바라본 모습

주위에 높이가 비슷한 건물이 없으니 탁 트인 조망권이 인상적이다. 하늘과 구름과 땅이 3등분 되어 있다.

눈에 띄는 빌딩들을 포인팅 해 보았다. 근데 이렇게 하나하나 구분하면서 볼 시간이 없다. 

계단 입구인 북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360도로 카메라를 돌려봄

점점 시간에 쫓겨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방향도 모른채 무지성으로 사진만을 찍게 된다. 

방황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줌을 해서 찍어보게도 된다. 

저 뒤에 보이는 다리가 <붉은등애가>의 치코와 사토시를 이어주는 아와지섬의 아카시 대교인가?

오사카베이를 바라보며 늦은 오후의 느낌 가득

3~4명 정도의 요원들이 안내해 주신다. 이날 다 커플인데 나만 혼자였고, 불쌍해 보였는지 와서 사진도 찍어 주셨다. 아리가또!

다시 관리자들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내려오고 록커의 짐을 찾으면서 보니 다음 팀은 방송국에서 왔는지 카메라들과 인원들이 꽤나 많았다.


| 마무리

하루카스 300 헬리포트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사카를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이다. 실내 전망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바람, 그리고 시간의 압박이 주는 긴장감이 색다르다.

니시나리 숙소에서 하루카스를 바라봤던 모습

내가 경험한 오후 시간대에도 '너무 푸르른' 하늘 덕분에 경치가 좋았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노을 지는 시간대에 맞춰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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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탕 정식 한상

여수 순이네 밥상의 특징은 세 가지였다.

"가성비 + 맛 + 친절함".


그중에서도 친절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직접 주차 안내를 해주시는 모습,
테이블마다 손님 분위기에 맞춰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팀에게 매운 음식 관련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까지.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수시로 홀을 돌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챙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보통 이런 규모의 바쁜 맛집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아무리 맛집이라도 불친절한 곳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법인데,
여기는 맛도 좋고 친절함까지 갖춘 곳. 확실히 인정할 만했다.


| 🚗 가는 길  ft. 아침 일출

여수 돌산도의 아침 일출

이번 여행의 계획 중 하나는 매일 간장게장 한 끼씩 먹어보자였다. 아침 6시 20분쯤 일어나 여수 돌산도의 일출을 감상.

이후 전 날의 피곤함을 씻어낼 겸 충분한 늦잠을 즐겼다.

돌산도에서 출발

그리고 아점으로 간장게장을 먹기로 결정. 오늘의 식당, 여수 이순신 광장 근처의 '순이네 밥상'으로 향한다.

순이네 밥상 주차장에서 찍어본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舊 第一銀行 麗水支店)

 도착하니 가게분이 나와 주차 안내를 해 주셨다. 손님이 많지 않은지 주차자리가 넉넉했다. 그런데 바로 건너편에 눈길을 사로잡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어서 찍어봤다. 

 

| 🏠 가게 분위기 – 평일의 여유로움

가게 입구

가게 오픈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도착했을 때는 10시 40분경이었고 이순신 광장 근처 인기 맛집이라는 얘기를 들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배치된 포장마차 의자들을 보니, 주말이나 성수기엔 대기가 상당할 것 같은 느낌

겨울에도 많은 웨이팅 ❘ 출처: 순이네밥상 페이스북

역시 비성수기 평일 여행의 묘미는 이런 여유로움 아닐까

매장 내부는 리모델링을 했는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관리가 잘된 느낌이었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여유로웠다

가성비 좋은 메뉴가 눈에 띄었다.
어제는 향일암 근처에서 삼점꽃게 게장정식을 먹었고,
오늘은 돌게장이 포함된 꽃게탕 정식,
내일은 꽃게장으로 점점 업그레이드하는 일정.

 

| 🦀🍽️ 꽃게탕 정식 – 가성비 좋은 맛

반찬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이젠 상향평준화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여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갓김치를 비롯 제육볶음까지. 

소식좌 입장에서 늘 그렇듯 게장과 탕을 먹어야 하는데 반찬까지 맛있으면 과식이 걱정되는 상황. 하지만 역시 맛을 보면 젓가락을 멈추기 힘들다.

마침내 꽃게탕 정식 한상이 드디어 완성. 기대했던 대로 강성비 좋은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오늘의 주인공 중 하나인 돌게장. 맛있다. 뭐라고 특별히 표현할 단어는 없다. 게장 자체는 그 동안 먹었던 여수의 다른 돌게장 맛집들과 비교해 상향평준화 느낌으로 비슷비슷한 것 같다. 다만, 전 날 향일암 근처에서 갔던 유명 맛집이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지 더 만족도가 높았다

작지만 게 내장과 간장이 스면든 밥 한입에 가득히 퍼지는 감칠맛을 위해 꾸역꾸역 게딱지밥도 만들어 먹고,

얼큰한 찌개 속 꽃게도 실하고~ 전체적으로 잘 먹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오전 11시30분경 풍경

오전 11시 30분경 배불리 먹고 나와보니 점심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웨이팅이 시작되고 있었다. 맛있는 여수의 한 끼였다.

| 결론

✅ 가성비 좋고, 맛도 좋고 친절함까지 갖춘 곳.
✅ 게장, 꽃게탕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맛.
✅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 가능.
✅ 주변에 문화재 건축물이 있어 의외의 발견까지 함께.

여수에서 간장게장을 고민 중이라면 순이네 밥상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이번 여행에서도 좋은 기억을 남긴 한 끼였다. 🦀✨

 


| 🏛️ 번외: 국가등록문화재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포스팅 처음에 언급했던 식당 오자마 인상 깊었던 건너편 건물은 알고 보니 국가등록문화재 제170호,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이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흥미를 자극하는 건물이다.   

현관 입구에 조선식산은행이라는 음각글씨가 있다. 일제강점기시대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당시 도시계획 및 식민지 금융/상공업 정책에 대한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판 문구:
구 제일은행 여수 지점 舊 第一銀行 麗水 支店 국가등록문화재 제170호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후반에 조선식산은행 여수 지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현재 간판을 붙인 벽면에 '조선식산은행'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데, 장식이 없는 전면의 사각기둥은 합리주의 건축물의 본보기이다. 내부는 부분 2층 구조이며 2층 난간과 기둥의 장식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식민지 상공업의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해방 후 한국식산은행 여수 지점이었다가 한국저축은행, 한국산업은행, 제일은행, 에스씨제일은행 여수 지점을 거쳐 현재는 개인 사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니 현재는 개인 사업장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외관은 원형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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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8시 즈음 한적한 스사키 다리에서 바라본 나카스 번화가 구역

혼자 일본 여행을 할 때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가 보통 2인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가는 일본이라 가이세키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타베로그(Tabelog) 앱에서 가이세키 혼밥 가능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019년 미슐랭에 선정되었던 쇼쿠코코로 슌기쿠 (食・心 旬ぎく)를 발견했다.

식당은 한적한 스사키 거리에 위치한다

가이세키를 찾고 있었던 와중 발견한 갓포 요리라는 점과 네이버나 티스토리에는 국내 리뷰가 거의 없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끌렸다. 안 그래도 후쿠오카에는 관광객들이 참 많은데 이 곳은 뭔가 관광객 없는 진짜 현지에 온 이방인이 된 것 같았던 경험이 참 좋았다. (물론 음식과 접객도 훌륭함). 

| 카이세키 vs 갓포

카이세키와 갓포의 분위기 차이 ❘ ChatGPT

처음에는 카이세키와 갓포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 카이세키: 다도 문화에서 유래하여 격식 있고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정식 요리
  • 갓포: 카운터에서 셰프와 상호작용하며 즐기는 고급 요리. 카이세키보다 캐주얼하고 요리 형식이 유연함

대략적으로 카이세키 > 갓포 > 이자카야 순이라고 볼 수 있다.

예약 확정 메일과 코스 내용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1,5000엔)

여행 전 타베로그를 통해 토요일 8시에 예약을 했다. 이 날은 영화 <후쿠오카>에서 나왔던 우동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하카타 마츠리 행사로 우동집이 전세 내버려져서 못 먹었다. 다른 음식점 찾아 해매다가 시간은 흘렀고 (오후 2시 30분경?), 슌기쿠에서 종류가 제일 많은 저녁 코스를 주문한 상태라 점심 늦게 먹으면 저녁 먹을 때 힘들 것 같아 이렇게 된 바에 에라 모르겠다 점심은 그냥 굶고 걷기만 했다

| 카운터 자리

카운터석, 요 쉐프(사장님) 바로 앞 왼쪽 자리에 앉았다. ❘ 이미지 출처: www.fukuoka-syungiku.com

이곳에는 테이블 자리가 있지만 혼밥 예약이라 그런지 카운터 첫 자리에 세팅 되어 있었다. 처음엔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셰프 바로 앞자리에 앉아 모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혼자 먹으니 말할 사람도 없고, 그 대신 눈과 귀라도 즐거워야겠지?) 다만 이 날 너무 힘들어서 사진은 거의 음식 사진 밖에 못 찍어서 내부는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 온 걸로 대신한다.

이미지 출처: 슌기쿠 공식홈페이지

하나도 거를 수 없는 타선의 행복한 음식의 향연이었다. 양도 많아서 다 못 먹은 게 아쉬울 뿐이다. 암튼 코스는 15,000엔의 최상급으로 博多の初夏特別コース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다. 이 곳은 항상 제철 식료만으로 구성된 코스가 시즌별로 제공된다. 나는 여름이었고.

|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세팅

덮개의 무늬가 예뻣던 젓가락 세팅.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장님 부인이 오셔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일어가 안되면 번역앱으로 해 주신다. 내가 다 미안할 정도 접객이 좋다 (모든 테이블 다 담당하는 듯 매우매우 바쁘심). 중간중간 사장님(셰프)한테 물어봐도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애피타이저: 코바치  小鉢 (こばち, Kobachi)

곤약이 베이스로 깔린 제철 작은 접시에 담긴 에피타이저 요리. 부드러운 시작이었다. 

제철 전채요리 : 季節の前菜 (きせつのぜんさい, Kisetsu no Zensai)

내가 아는 전채요리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가벼운 오프닝인데 양이 꽤 많아 보였다.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집이 식감은 살리면서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맛을 잘 구현하는 것 같다. 새우 껍질도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스러져 내린다. 고등어봉초밥이랑 붕장어는 물론, 아니 감자랑 옥수수까지 맛있어 버리면 나중에 나올 음식들은 어떻게 먹을 건데... 실수했다. 하나하나 다 집어 먹었다.

제철 재료의 맑은 국 旬種のお吸い物 (しゅんしゅの おすいもの, Shunshu no Osuimono)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국이었고 오크라의 아삭한 식감과 어묵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생선은 도미 였던 것 같다 (이것도 다 먹음)
 
 
얇게 썰은 오코제 회: おこぜの薄造り (おこぜの うすづくり, Okoze no Usuzukuri)
 
오코제는 한국어로 쑤기미라고 하는데 처음 먹어봤다 (자산어보에서는 산채어라고 불렀다고). 살은 복어 느낌?이랑 비슷하고 파와 폰즈를 곁들여 먹었다. 중간에 플레이팅된 껍질, 간, 위, 내장 부위들은 꼬들꼬들, 부들부들, 꼬소~하니 맛은 물론 식감들이 매우 좋았다. 귀한 식재료라며 쉐프가 특히 강조하며 자신있게 내놓은 요리였다.
 
출처: 나무위키

어떻게 생긴 놈인가 나중에 찾아 보았더니 수족관에서 많이 본 듯 한 녀석이다. 독가시에 잘못 찔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ㄷㄷㄷ... 암튼 맛있어서 홀딱 비움.

물과 차

잠시 쉬어가는 타임. 기본적으로 오차를 주는데 얘기하면 차가운 물도 준다. 저 문양들이 참 맘에 든다. 이런 고급스러운 식기류들이 맛과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운다

카라츠의 붉은 성게: 唐津の赤ウニ (からつのあかうに, Karatsu no Aka Uni)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성게(우니)다. 맛있는 도미와 고등어도 같이 나온다 (전갱이(아지)였던 것 같기도 한데 고등어(사바)가 맞는 것 같다). 붉은 성게는 후쿠오카 현의 카라츠에서 나오는 고급 식재료라고 하는데 이때가 제철이었나 보다. 이 날 아침도 우니, 저녁도 우니, 행복한 하루. 근데 문제는 이때부터 내 배가 좀 불러왔다. 

제철 튀김 모듬: 旬種の揚げ物盛り合わせ (しゅんしゅの あげものもりあわせ, Shunshu no Agemono Moriawase)
 
튀김이 기가 막히다. 배불러 죽겠는데 또 먹게 된다. 아삭바삭한 식감이 살짝 때리면서 이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갯가제가 나와서 좋았다. 다만 이 시점부터 음식을 남기게 된다. 머리는 많이 먹고 싶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
 
전복 찜 요리: 鮑や赤むつ等の煮付け又は蒸し物 (あわびや あかむつ とうの につけ または むしもの, Awabi ya Akamutsu tō no Nitsuke Mata wa Mushimono)
 
개인적으로 전복을 크게 좋아 하진 않지만 이것도 맛있게 먹었다. 다만 또 남김... -_-  맛 없어서가 아니라 못 먹어서... 
 
수제 로스트 흑모 와규: 黒毛和牛の自家製ローストビーフ (くろげわぎゅうの じかせい ローストビーフ, Kuroge Wagyu no Jikasei Rōsuto Bīfu)

한 단계 더 낮은 코스를 시켜도 됐는데 굳이 제일 비싼 코스를 시킨 게 와규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와규 먹을 일이 없어서 이 집에서 고기까지 해치우자 하고... 최대한 노력해서 먹었는데, 그 배부른 와중에 또 꿀떡 넘어갈 정도로 물론 맛은 있었지만 배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사이드 야채는 또 왜 이리 맛있는지...

제철 재료로 지은 밥: 旬種の炊き込みご飯 (しゅんしゅの たきこみごはん, Shunshu no Takikomi Gohan)
이미 완전 배불러서 그로기 상태여서 음식 계속 남겨서 미안하다고 얘기 했었다. 와중에 밥이 나올 시점인데 원래 보조분이 고봉밥 수준으로 푸려다가 쉐프분이 가서 조금만 담아라 해서 조금만 나온거다. 원래는 훨씬 더 많이 준다. 쌀과 콩과 생선의 쫍졸한 조합이 매우매우 좋았다. 생선의 종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코제 된장국: おこぜのお味噌汁 (おこぜの おみそしる, Okoze no Omiso Shiru)
밥과 함께 먹는, 아까 회로 먹었던 오코제 (수끼미) 된장국이다 (단무지도 이때 나오고). 중국집에서 코스 시키고 마지막에 시켜 먹는 소량의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느낌인데, 솔직히 아침 식사로 이렇게만 먹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맛의 한끼 아닐까.

계절별 수제 디저트 모둠: 季節の自家製デザート盛り合わせ (きせつの じかせい デザートもりあわせ, Kisetsu no Jikasei Dezāto Moriawase)

대망의 마지막, 디저트였다. 이 시점에서는 배불러서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었는데 그래도 한 입 씩은 다 맛봤다. 비주얼만큼의 맛인데 약간 아재들 스타일의 전통 맛? 샤베트는 지인~짜 오랜만에 (최소 1년 이상?) 먹은 거라 좋았다. 정말 거를 것 없는 최고의 타선이었다. 음식과 마 내가 소식인임을 아주 후회했던 날.

 

| 먹고 난 후

식 전 사진인데 밤에는 인적도 없고 매우 어둑하다

먹고 나오니 비가 소록소록 내리고 있었고 골목은 초행자가 보면 위험해 보일 수도 있게 불들도 꺼져 있고 어두웠다 (저녁 10시 즈음). 사장님 부인이 바깥까지 나오셔서 "우산은 가지고 있냐, 본인이 주시겠다", "지금 시간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택시 잡는 게 좋겠다",  "우산 안 쓰고 있으면 택시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택시 불러 주겠다", "괜찮으려나..." 하시는데 음식 설명부터 이후까지의 이런 배려들이 굉장히 감사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에는 5성급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이 있다

골목을 훑어보니 끝 건너편에 고급진 호텔 건물이 보이길래 택시 걱정은 없을 듯하여 괜찮다고 감사에 말씀 전하고 헤어졌다. 배가 진짜 너무 불러서 디저트 이후의 사진은 없어서 당시 어둑한 분위기는 못 담은 초 저녁 사진이다. (초 저녁에도 한적한 골목이긴 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의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

택시는 다행히 호텔 가기 전에 큰길에서 잡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식곤증에 의해 그대로 뻗어 버렸다 (저질 체력에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이 날 후쿠오카에서의 하루

쨋든 아침에도 우니를 먹고, 오전엔 이토시마 가서 오랜만에 여름바다도 보고, 1년에 한 번 있다는 후쿠오카 최대 마츠리도 보고,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들도 찾고, 저녁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하루였다. 


https://www.fukuoka-syungiku.com/

 

【公式】博多・中洲川端の隠れ家和食・日本料理「すざき町 食・心 旬ぎく」接待に人気

博多・中洲川端の和食、割烹「すざき町 食・心 旬ぎく」。選りすぐりの鮮魚や野菜を使った日本料理をご堪能いただけます。カウンターやテーブル席のほか、接待や会食などに最適な個室

www.fukuoka-syungiku.com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


* 음식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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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뒤돌아 찍어본 트레일 경로의 풍경

홍콩은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주변 여러 섬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란타우섬은 다양한 산과 해안 경로를 갖춘 트레킹 명소로 홍콩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에 위치한 푸산 트레일 코스 (Fushan Viewing Point Trail)의 후기다.

|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변 지명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요 주변 지명

먼저 코스의 지도 속 빨간색 점선이 경로다. 시작점에서 양후사원까지 약 1.4km,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저질 체력 탓에 시간이 더 걸렸는데, 사실 구글 맵 기준으로는 약 25분 정도의 짧은 코스다. 이 코스를 걸으며 타이오 마을의 전경과 함께 핑크돌고래가 서식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HZMB)도 보인다. 힘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코스다 (푸산은 해발 75m 밖에 안된다).

| 트레일 시작점에서 본 풍경

트레일 시작점에서 바라본 코스

트레일의 시작점에서 푸산 트레일 능선을 바라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산책로일 수 있지만 내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주위에서 몸에 무리가 간다고 왠만하면 가지 말라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보니 오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시작점이 숙소 바로 옆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중 저 풍경을 보고 "그래, 가자"하며 충동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 석재포 거리 진입로

석재포거리 진입로

석재포 거리 (Shek Tsai Po St)는 타이오 시장에서 (타이오 윙온 거리 아님)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까지 이어지는 타이오 마을 최서단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길이다. 중간 즈음에 있는 <홍콩 소림 무술 문화센터>로 빠지는 길로 꺾으면 공터가 나온다. 

공터 초입에 이미 표지판이 있으니 돌고래 그림이 있는 FU SHAN VIEWING POINT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핑크돌고래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타이오 마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 소림문화센터 앞 공터

공터 안으로 들어가면 타이오 특유의 이런 '인스타(?)'스러운 풍경도 있고,

마을의 과거 흔적과 현실이 느껴지는 풍경

옛적 식수를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 구조물 위에 놓인 중국의 그린 드래곤 장식품, 현재 마을의 판잣집과 가구를 위한 듯한 목공물들, 거기다가 홍콩에서 흔히 보이는 코카콜라 사인이 담겨 있는 담장의 이 흐트러진 풍경을 보니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 무게감 있는 고목. 저게 반얀트리인가? 암튼 수명이 매우 오래되어 보여 사당/사원보다는 이런 고목이나 식물을 볼 때마다 더 경외감이나 신비로움을 느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을에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목들은 어떤 세월을 견뎠을까?

소림문화 센터 앞 공터

암튼 공터의 모습은 이렇다. 마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중앙에 나무 구조물이 소림문화센터 입구다. 문 닫은 날인지 소림무술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소림이란 단어에 솔직히 살짝 설레었었음). 암튼 센터를 끼고 왼쪽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길로 갔고...

| 잘못 간 길

홍성고대사원

정문 오른쪽 방향엔 홍성고대사원(Hung Shing Temple)이 있다. 1746년 청나라 시절에 세워진 타이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다. 홍성대왕이라는 남중국해의 신을 모시며 바다로 나간 옛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른쪽 방향

암튼 그 옆으로 뻗어 있는 계단 때문에 길이 꽤 그럴싸해 보여 당연히 저기가 코스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일단 걍 올라가 보았고,

잠깐 삽집을 했다.

써컹 써컹

살짝 위험을 느낀 좁아터진 길의 폭과 높이, 그리고 나중에는 마체테 칼 없으면 전진 못할 것 같이 수풀이 앞을 가로막아 위험함을 느끼고 철수했다.

경사와 폭 때문에 내려오는게 더 무서웠음

뱀한테 물리고도 할 말 없을 무턱대고 지른 천연자연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은 아마도 산의 관리자용 길인 것 같다.

공터에 돌아와 보니 누렁이 한 마리가 공터 중앙에서 아직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사원 바깥쪽에 작은 신당 같은 것도 있었다. 양 쪽의 부적들은 身壯力健 몸이 건강과 힘을 기원, 老少平安 노인과 아이가 평안하고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필요한 부적인 듯 ㅎ

아까 길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잘못 들어간 것 같았다. 신당을 향해 '몰랐습니다. 죄송함미다' 사과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 이제야 제대로 들어선 코스

전망대 코스 표지판

공터로 돌아와서 다시 보니 소림센터 정문 왼쪽에 떡 하니 푸산 전망대로 가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하... 난 바본가 봐...

암튼, 소림문화센터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종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열대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진 모습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 여유 같은 것..

왼발, 왼발~

카메라의 흔들림을 보니 걸음걸이도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 :)

쭉쭉 간다

이 즈음에서 갈림길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앞의 평지 길로 안 가고 왼쪽의 계단길로 올라간다.

돌고래 사인을 따라 가세요

초반부 삽질에서 학습이 되어 표지판을 잘 보았다. 여기부터는 길이 하나라 아까처럼 헤맬 일은 없다.

이 시점 이후로는 계단과 돌길의 연속이다. 왼쪽에 보이는 건 비석 같은데 이 푸산(富山)을 돌며 굉장히 많은 묘비들을 볼 수 있다. 옛 조상을 모시는 풍습인 만큼 이 산이 터도 좋고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의미 아닐까.

계단이 지나고 만난 반가운 돌길. 오른쪽에 있는 도구들은 뭔가 해서 읽어 봤더니 파이어 비터 (Firebeater)라는 소방도구다. 

출처: shutterstock

  산불이 나면 저걸로 팡팡 쳐서 진압을 하는 모양이다.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뭔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야생의 자연과 가까운 느낌의 식물들을 느끼며 걷는 이런 길을 좋아한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그런 자연의 풍경과 냄새가 더 진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숨이 차서 걸을 때는 땅만 보고, 멈춰서 쉴때만 풍경을 좀 본 것 같다

암튼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 첫 번째 포인트: 흰돌고래 조각상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계단 ㅜㅜ.  암튼 저 계단을 오르면 트레일의 첫 번째 전망 장소인 흰돌고래 조각상(中華白海豚) 터가 나온다. 

위 사진의 '여기 즈음'이 저 계단이다.

계단, 계단, 계단 (뛴거 아님, 빨리 돌린거임)

맘 잡고 다시 올라가 본다.

경사라 힘들어 땅만 바라보며 올라가다 문득 뒤돌아 보았다. 이제야 좀 고도에(해발 75m ㅎㅎ) 올라왔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사이드 방향도 한 번 훑어보고. 역시 자연의 푸르름은 어디서든 느껴도 좋다.

숙소가 위치한 석재포 거리 쪽과 건너편 바다 위 산책로 풍경도 보인다. 건너편 산들에도 트레일 코스들이 있는 것 같다. 옹핑에서 타이오로 들어오는 도로도 이어져 있고. 특히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보이는 빨간색 높은 구조물은 관음보살을 모신다는 관음사(觀音寺 Kwun Yam Temple)인 것 같다.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첫 번째 뷰잉 포인트인 흰돌고래 조각상 터가 드디어 보인다!

지점에 도달하면 저 멀리 세계 최장 길이 55km를 자랑하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HZMB 대교가 보인다. 우측은 다리가 끊어진 건 아니고 배들도 바다 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해저터널로 만들어 놓은 길이다. 이제야 좀 전망이 보이는 곳에 왔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흰돌고래조각상 中華白海豚

이 돌고래들은 란타우 섬의 북서쪽, 저 조각상을 배경으로 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이를 상징하는 조각상이다. 

흰돌고래의 간단한 역사, 특성, 위기 상태를 설명한 표지판

포스팅을 위해 만든 가이드 지도에는 편의상 '흰돌고래조각상'이라고 썼는데, 표기는 中華白海豚 (중화백해돌고래, Chinese White Dolphin)로 되어 있다. 더 정확히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 (인도-태평양 둥근등돌고래) 종이라고 한다. 타이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흔히 '핑크 돌고래'라고도 알려져 있다.

핑크색의 어미와 거므스름한 새끼 ❘ 출처: https://tai-o.com.hk/

검은색으로 태어나 회색을 거쳐 흰색의 성체로 성장한다. 체온 조절을 위해 수온에 따라 분홍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특성을 지녀서 그런지 '핑크 돌고래'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오 마을에서는 이를 보기 위한 수상 보트 투어가 있을 정도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인 만큼 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어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라고 한다. 

이 날 보트 투어에서 만난 핑크 돌고래의 모습들. 행운의 날이었다
아래 2017년 홍콩대학교의 자료를 보면, "... 홍콩 해역을 서식지의 일부로 의존하는 돌고래가 최소 368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일반 언론에는 몇십 마리 정도로 나와 큰 차이가 있긴 한데 뭐 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암튼 멸종 위기 종은 맞다는 거)

The “Hong Kong population” of Chinese white dolphins re-defined:    The latest HKU study clarifies how many dolphins there a

Chinese white dolphin - mother and calf (Photo by Stephen Chan, Cetacean Ecology Lab, SWIMS, HKU). The latest study by researchers at the University of Hong Kong (HKU) delivered the first-ev...

www.hku.hk


그리고 푸산 뷰잉포인트를 향해 다시 펼쳐지는 길... 계단이 없고 돌길이라 다행이다!
이후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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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도로 이름판

마카오 도보 여행의 매력은 곳곳에 펼쳐진 골목, 언덕, 계단들이다. 포르투갈어를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나 같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난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로명 표지판의 기본 구조만 알아도 여행이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한국 도로명표지판 형식 ❘ Wikipedia 펌

한국으로 치면 '도로명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하는 마카오의 도로 이름판은 포르투갈어와 한자로만 쓰여 있다. 첫 단어만 이해해도 지형적 특징이나 풍경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여행 전 알아두면 유용한 포르투갈어 도로명 가이드를 준비해 보았다.

참고로, 한자 표기는 보통 포르투갈어의 발음이나 의미를 번역한 형식이지만, 종종 별도의 이중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자까지 포함하면 내용이 길어질 수 있어, 여기서는 포루투갈어 중심으로만 설명한다. 

 


| 도로명 표지판 구조: 

트라베사 다 파이샹 골목

세나두 광장과 함께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성 바오로 유적 근처의 Travessa da Paixão은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각종 영화와 TV 매체는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트라베사 다 파이샹의 표지판

* Travessa da Paixão의 표지판 구조:

마카오의 도로명 표지판은 주로 [길 유형] + [전치사] + [지명/고유명사]의 구조를 따른다. 

  • Travessa: 골목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
  • da: ~의 (소유격 전치사)
  • Paixão: 열정, 사랑 (특히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상징)

따라서 이 곳은 '열정(사랑)의 골목'으로 해석된다.

전치사의 경우 do, dos, da 등으로 다양하지만, 'd'로 시작하면 단순히 '~의'로 이해하면 된다.
재밌는 점은 중국어 표기인 '戀愛巷(연애항)'은 "연인의 골목" 또는 "사랑의 거리"로 번역되며 포르투갈어의 그리스도의 열정(Passion)을 담은 종교적 의미와는 또 다른 낭만적 뉘앙스를 전한다. 

성 바오로 유적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

묘한 오역과 더불어 공간 또한 예쁘다 보니 영어로도 'Love Lane(사랑의 골목)'이라 불리며 로맨틱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식으로 도로명은 마카오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로명 정리를 통해 마카오의 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 도로명 정리: 

명칭 (포루투갈어) 뜻 (한국어/영어) 설명 예시
Avenida
(Av.)
대로
(Avenue)
도시의 주요 대로로서 상업, 관광 및 교통 중심지를 연결. Avenida Dr. Sun Yat-sen (쑨원 대로)
Beco
(Bc.)
아주 좁은 골목
(Alley)
양방향으로 열린 골목. Travessa보다 좁음. 지역적 이동 및 연결 목적 Beco da Felicidade
(행복의 골목)
Calçada
(Cç.)
(돌로 포장된) 길
(Pavement)
돌로 포장된 포루투갈 전통 길 형식.
식민지 영향이 강한 구역에서 자주 보임.
Calçada de S. Paulo
(성 바오로 돌길)
Escada
(Esc.)
계단
(Steps)
보행자용 계단.
대성당 같이 큰 규모나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일 경우 Escadaria로 표기됨.
Escada de Coxo
(코쇼 계단)
Estrada
(Estr.)
큰 도로, 주요 도로
(Road)
주요 도로 Estrada da Penha
(페냐언덕 도로)
Largo
(Lg.)
광장, 넓은 공간
(Square)
포르투갈 유래의 넓은 공공 광장 공간.
주민 교류와 일상 활동 중심.
Largo do Senado
(세나두 광장)
Pátio
(Pt.)
공동체 공간, 막힌 골목
(Yard, Enclosed Alley)
마카오의 근현대식 밀집 주거 공간.
하나의 출입구와 막힌 골목,
마당과 우물 등 공용 공간이 특징
Pátio do Espinho
(가시덤불의 마을)
Praça
(Pç.)
광장
(Sqaure)
도시의 기념비적 광장으로
상징적 공식 행사와 역할 수행
(Largo와는 공식성 vs 일상성의 차이)
Praça de Luís de Camões (루이스 드 카몽이스 광장)
Rotunda
(Rda.)
원형 교차로
(Roundabout)
차량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원형 공간.
Rotunda de Carlos da Maia
(카를로스 다 마이아 교차로)
Rua
(R.)
거리, 도로
(Street)
일반적인 거리 Rua do Cunha
(쿠냐 거리)
Travessa
(Tv.)
골목길, 좁은
(Alley, Narrow Lane)
두 주요 도로를 연결하는 좁은 길로,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Beco보다는 넓고 긴 구조)
Travessa da Paixão
(파이샹 골목)
** Miradouro
(Mir.)
전망대
(View Point)
전망 포인트 Miradouro da Penha
(페냐언덕 전망대)
** Ponte
(Pte.)
다리
(Bridge)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Ponte de Sai Van
(세이반 다리)
** Poço
(Pç.)
우물
(Well)
과거에는 공동체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던 우물이 중요한 랜드마크로 여겨졌였음. Beco do Poço
(우물의 골목)
** Fortaleza
(Ft.)
요새
(Fort)
마카오는 식민지 특성 상 도시 방어를 위해 요새가 많이 있음 Fortaleza do Monte
(몬테 요새)
** Igreja
(Igr.) 
교회
(Church)
마카오에서 교회를 지칭하는 일반 용어 Igreja de S. Lázaro
(성 라자로 교회)
** Sé Cathedral
(Sé.)
성당
(Cathedral)
마카오 가톨릭 교구의 주교좌 성당.
Igreja da Sé Cathedral로도 표기
Sé Catedral da Nossa
Senhora da Natividade
(마카오 대성당)
** Templo
(Tpl.)
사원
(Temple)
전통 신앙과 불교를 반영한 중국식 사원 Templo de A-Má
(아마 사원)
 

대략 중요한 것들만 선별한 목록이다. (볼드로 표시된 항목은 특히 자주 보이는 접두어이며, '**'로 표시된 항목은 길 형식이 아닌 랜드마크 성격의 지형 또는 구조적 특징을 가리키지만 알면 여행 시 유용하다)

유명사는 언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접두어의 의미만 알아도 마카오 여행에서 표지판을 읽는 재미와 실용성을 더할 수 있다.


| 마카오의 사인과 공간들: 

Patio: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공동체 공간과 작은 마당 또는 우물(위 사각형 구조물)을 만날 수 있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Largo: 광장이겠구나.

Beco: 오래된 주거지들 사이를 연결하는 좁은 뒷골목 같은 느낌이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Calçada: 바닥에 포르투갈식 돌이 깔린 길이겠구나.

"흔한 주말의 성바오로 유적 가는 풍경, 살려주세요 ㅎㅎㅎ"

Rua: 도보로 거닐 수 있는 일반적인 거리겠구나.

 

Avenida: 중요한 대로구나. 버스 정류장들이 있겠구나! (세종대로나 강남대로 같은 느낌)


추가로 위는 포스팅에서 설명 못한 한자 이중 표기의 좋은 예다. 'Avenida de Almeida Ribeiro'는 마카오 행정관의 이름을 기리고, 한자 표기는 그 발음을 뜻한 긴 한자 밑에, 新馬路(신마로)를 더해 '새로 조성된 길'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로컬들은 이렇게 즐겨 부른다고 한다).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런 표지판들은 두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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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쿠오카> 속 외부 모습
후쿠오카 촬영지

나는 저 문으로 들어갔는데 (방문 당시 여름이라 열려 있었음),

영화 <후쿠오카>의 내부 모습
촬영지 내부 들어가는 사진

원래 입구는 건물 좌측 아주 작은 골목 같은 곳으로 들어와 우측에 있는 문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난 그냥 길가에서 바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나 같은 손님들 많다고 알려주심). 포스터들은 영화 속이랑 동일하다. 오토바이는 바뀐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런 사소한 차이가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후쿠오카> 속 내부 모습
위 장면을 찍었던 공간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영화로부터 약 5년 후의 모습인데 영화 속 원형이 거의 유지되고 있다.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에서 극 중 해효(권해효 분)가 후쿠오카에서 운영하는 이자카야는 단순한 배경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적, 공간적 교차점 역할을 한다. 캐릭터들이 감정을 해소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영화의 서사와 주제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장소다. 동네 노포 분위기 가득한 노기쿠(野菊, Nogiku)라는 곳이다. 이름은 들국화를 뜻한다. 영화 때문에 간 후쿠오카인데 당연히 방문을 해야 했다. 위 사진은 노기쿠 내부의 모습으로, 테이블 위 소품들과 창문 밖 풍경이 당시 영화 속 공간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직접 방문한 후 이 공간에 앉아있으니 영화에서의 대사와 장면들이 머릿속에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 <후쿠오카> 소담: 저 위에서 보면 아저씨가게가 어떻게 보일까요? 제문: 뭐긴뭐, 성냥갑처럼 보이겠지
촬영지는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붙어있는 주차장이다

이 촬영지에 대한 부연 설명 잠깐 하자면, 소담이 이자카야에서 나와 문득 먼 어딘가를 바라보며 "저기서 아저씨(해효의 이자카야) 가게를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다들 오~ 몰겠다 함 보러 가보자~ 하는 장면이다.

영화 <후쿠오카> 소담이 옥상에서 한국으로 전화 거는 장면

이 장면은 이자카야에서 텐진중앙공원 넘어에 있는 후쿠오카시청 옥상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좌측에 사이세이카이 후쿠오카 종합병원 済生会病院 사인이 있다).

영화 속 바라보는 시선 방향 추측
주차장에서 도로를 바라보고 찍은 촬영지 사진

사진을 찍은 건 밤이긴 하지만 실제 영화 속 소담이 그 질문을 하며 바라본 풍경은 이랬을까? 다만 실제로 후쿠오카시청 빌딩이 가시거리에 들어오는지는 당시 판단할 수 없었다.

구글스트리트뷰로 다시 확인

하지만 구글 스트리트뷰로 다시 확인하니 내가 찍은 사진에서 훨씬 더 오른쪽으로 틀면 후쿠오카시청 뷰가 들어온다. 

영화 <후쿠오카>, 노기쿠의 모습과 좌측 주차장 바리케이드 (핑크)
촬영지 사진

셋은 아마 이 방향으로 보았을 것이다. 노란색 바리케이드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좀만 올려다봤어도 후쿠오카시청건물뷰를 같이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영화 <후쿠오카>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내부의 모습이다. 기념사진이니까 배경이 지저분하면 안된다고, 한사코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다른 손님들이 남기고 간 자리를 치우신 건 물론 테이블까지 행주로 빡빡 닦은 후 찍어주신 거다 (와, 감동! 이런 가게 처음이다). 여기에서 있었던 단 1~2시간의 대화들과 경험이 너무 좋았어서 방문 후기까지 남기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 별도 포스팅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나는 저 재문이 앉았던 왼쪽 끝 구석자리에 있었다 (가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혼밥의 상석). 

촬영지에서 사장님이 보여준 사진

영화 때문에 찾아오는 한국 손님들에게는 항상 보여주시는 것 같은 출연진들 (박소담, 윤재문, 권해효)과 함께 찍은 사진 (중간이 사장님). 소중하게 간직하듯 지퍼백에 보관되고 있다. 담 포스팅에 남기겠지만 바에서 바라보면 사장님의 작은 보물창고 같은 낡은 서랍장이 있는데 이 사진도 그 안에 보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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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보트 투어 중 찍은 사진, 오래된 부두 뒤로 작은 언덕에 위치한 호텔이 보인다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Tai O Heritage Hotel)은 홍콩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4.5성급)이다. 이 호텔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단순히 고급 호텔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유산적 가치 때문이다.

언덕 위에서 경찰서로 기능하던 1920년대 모습 ❘ 출처: University of Bristol - Historical Photographs of China

1902년부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수와 불법 활동을 단속하기 위해 기능했던 경찰서 건물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2009년 호텔로 변모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기능을 부여한 어답티브 리유즈(adaptive reuse)의 훌륭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남중국해 밀수 단속과 조망권

남중국해에서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며 야간에도 불법 밀수나 해적을 감시하던 곳

과거 남중국해의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탐조등을 활용해 야간에도 밀수꾼과 해적을 감시했던 장소였다. 이 건물은 란타우섬 끝자락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를 자랑했다. 이런 점떄문에 타이오 마을 여인숙에서 1박, 이 호텔에서 1박을 하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숙박비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박 모두 여인숙으로~)

공식홈페이지 섬머세일 특가 화면 캡쳐, 아.. 좀만 더 기다릴걸... 15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몇 주 후,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여름 시즌 특가 세일 소식을 봤을 때 땅을 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HK$ 988 (약 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조금만 더 기다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꽤 이른 시기에 예약을 해버렸던 터라 이런 기회를 놓쳐버린 게 정말 아쉬웠다. 

호텔 위치와 접근성

타이오 마을 주요 스폿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은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타이오 마을의 메인 시장 골목과는 떨어져 있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타이오 마을은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을 뿐더러 인도로서는 가장 끝이다). 묵었던 숙소에서 도보로 약 9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

영화 <도성타왕>에서 옛부두로 향하는 장면

호텔 앞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옛 타이오 마을 부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두는 1991년 주성치 주연의 영화 <도성타왕(賭聖打王)>의 촬영지로 매우 고즈넉한 장소다. 주변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숨은 스폿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바로 앞의 옛 부두

방문 당시 바라보았던 모습이다. 아무도 없고 참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영화 <도성타왕> 속 티안 틴 부처상이 건설되던 모습, 영화는 1991년작이고 부처상은 1993년 완공되었다

영화는 타이오 마을 곳곳에서 촬영되었고 8,90년대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옹핑의 티안 탄 부처상의 건설 중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93년 완공.)

 


타이오 룩아웃(Tai O Lookout)

호텔에는 경찰서가 호텔로 변모할 때 같이 생긴 레스토랑 타이오 룩아웃 Taio Lookout이 있다. 여기서 숙박을 못아는 대신 점심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수상보트 타며 찍어본 음식점 모습, 좌측의 호텔과 연결되어 있다

호텔은 사회적 기업 운영 방침에 따라 직원의 반 이상이 타이오 마을 또는 란타우섬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점으로,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운영 방식이다. 

시그니처 메뉴와 공간의 매력

옛 부두를 향하다 요렇게 꺾으면 호텔을 통하지 않아도 음식점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 

저 난간을 돌면 바로 이 계단이 펼쳐 진다. 우아아악! 아주 살짝 높다 ㅎㅎ 다만 주변 자연환경이 괜찮아서 즐기면서 올라가기 좋다 (마지막 식전 장 운동).

작은 언덕이지만 몸이 힘든 손님들을 배려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운영하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정상(?)이 보인다 (이눔의 저질 체력). 중간 상단의 원통은 옛 경비탑 Lookout 공간인데 음식점 이름의 유래다, 타이오 룩아웃. 밀수꾼 멈춰!

쭉 걸어간다. 왼쪽은 식당 안이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경비탑이 보인다.

웨이팅을 위한 배려인지 식당 입구 쪽으로 가니 메뉴의 대형 버전이 떡 하니 걸려 있다. 

왼쪽을 다시 바라보니 웨이팅 전광판인 것 같다. 한국 카톡 웨이팅 시스템 같은 것이 아닐지? 근데 이 날은 손님이 거의 없어 그냥 프리패스~ 예~

타이오 룩아웃의 사인을 따라 좌측으로 꺾으면 입구가 나온다.

안내받은 자리는 1~2인용 코너 테이블이었다. 내외 전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혼밥러에게는 이 자리가 최고의 상석이다. 식당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면서도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매우 아늑했다. 게다가 손님도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실링팬 돌아가는 모습

아열대 지방인 홍콩의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꿉꿉한 느낌인데 식당 안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들이 공간을 쾌적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비 때문에 막혀있는 것 같은데 천장의 커버까지 오픈되면 개방감이 훨씬 좋을 듯하다.

투어보트를 타면 수상가옥을 한바퀴 돈 뒤, 저 바닷길로 핑크돌고래를 만나러 남중국해 바다로 나가게 된다

목재가 주된 장식 요소로 사용되어 그런지 바다를 바라보는 숲 속의 현대적 큰 산장에 와 있는 듯한 아늑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오른쪽으로 바라본 모습
왼쪽으로 바라 본 모습

지루할 수도 있는 산 쪽 뷰 창문에 타이오 마을의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들은 지역의 역사와 정취를 잘 담아내어 호텔과 마을이 함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실내는 밝고 정돈된 분위기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저녁에 조명이 더해지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식사: 맹그로브 스페셜 & 포크찹 번

맹크로브 스페셜 목테일은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상큼한 비주얼이다
맹그로브 목테일 섞는 재미가 있다
메뉴

앞 커플이 마시던 모습이 예뻐 보여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을 주문했다. 아열대 지방의 음료답게 야생 베고니아, 사과, 레몬이 섞인 설명이다.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면 맹그로브와 백로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숙소에서 본 밀물에 덮힌 맹그로브 위에 앉아있는 백로, 2박 해보니 이 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이 주변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은 목테일인 것 같다. 비주얼만큼 맛도 달콤하다. 맹그로브와 백로라는 타이오 마을의 생태적 상징을 음료에 녹여낸 점은 독특했다. 이 지역만의 특색을 느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커플이거나 나 같은 혼밥 망상러가 마시면 좋을 듯. 

타이오 룩아웃 메뉴

타이오 마을은 새우젓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음식을 먹고 싶었고 볶음밥과의 고민 끝에 새우젓 포크찹 번과 컨트리 프라이즈를 골랐다.

실제 모습, 맛있어 보이긴 한다. 타이오 마을의 주요 관광 스폿과 역사를 담은 듯한 종이 플레이스메트가 있어 음식 나오기 전에 살펴보기 좋다

마카오의 주빠빠오와 비슷하지만, 오이와 토마토, 양상추, 새우젓이라는 토핑들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고자 한 것 같다. 다 좋아하는 토핑들이다. 

다. 만.

그러나 재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아 아쉬웠다. 한 입에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번은 괜찮았지만 익힌 돼지고기와 생생한 맛만 강조된 오이와 토마토가 서로 자신의 맛만 뽐내고 있어 전체적으로 '완성된 맛'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 차라리 전날 먹었던 새우젓 볶음밥을 시켜 비교하며 먹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은 좋았지만 그에 비해 맛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이 날만 그랬던 건지… 맛은 꽝이었고 결과적으로 당첨 실패. 😢

하지만 감자 프라이는 두툼한 체구 때문에 눅눅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매우 바삭해서 만족스러웠다. 예상 밖의 바삭함 덕분에 포크찹 번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다 다만 감자스틱 특유의 기름진 맛 때문인지 몇 개 먹고 나니 몸에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바삭함 덕분에 멈출 수가 없어서 몇 점 더 집어먹게 되었다 (나오자마자 먹는 걸 추천).

그래도 즐거웠던 시간:  

다 먹고 나올 때 찍은 자리 사진. 비가 꽤 내리던 날이어서 그런지 운치가 있어 좋았다

타이오 룩아웃에서의 식사는 음식의 맛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경치를 즐기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었다. 이날 유리천장이 덮여 있어서 그런지 숲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통나무 산장 같은 인테리어는 아늑함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이 경험은 타이오 마을에서의 시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서빙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살짝 실수도 하면서 약간 어설퍼 보이면서도 매우 친절한 태도가 돋보였다. 솔직히 지나치게 전문적이면서 불친절한 서비스보다는 이런 인간미 있는 서비스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식당을 나올 때 볼 수 있는 호텔 전체를 보여주는 레고 모형

타이오 마을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옛 경계처였던 곳에서 포근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모순적이지만 좋았던 잔잔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었다. 😊 분위기 및 서빙의 친절함으로 혼자 식사를 즐기기에 부담 없이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 타이오 마을 관련 글: 

2024.08.18 - [일상/Food] - [홍콩] 타이오 마을 로컬 맛집, 진진찬청 (珍珍餐廳 Zhen Zhen Restaurant)

 

[홍콩] 타이오 마을 로컬 맛집, 진진찬청 (珍珍餐廳 Zhen Zhen Restaurant)

인트로 영상| 저녁식사 전 만난 핑크 돌핀!10년 만기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떠난 홍콩, 그리고 그곳에서 2박을 보낸 란타우 섬의 타이오 어촌 마을. 1박 후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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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 [일상/Food] - [홍콩] 타이오 마을 로컬 아침식사 - 6시 오픈 화기찬실 (華記餐室 Wah Kee Restaurant)

 

[홍콩] 타이오 마을 로컬 아침식사 - 6시 오픈 화기찬실 (華記餐室 Wah Kee Restaurant)

타이오 마을에서 맞이한 비 내리는 아침, 로컬의 맛을 담은 비프 누들 수프아침에 눈을 뜨니 발코니 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바다로 스며드는 흙탕물마저 운치 있게 느껴진다.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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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 [여행] - [홍콩] 타이오 마을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강아지들 ft.기타 동물들

 

[홍콩] 타이오 마을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강아지들 ft.기타 동물들

재생ㄱㄱ~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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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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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침, 야끼니꾸 혼밥: 약 3만 원


| 6:00 am: 아침 산책과 게스트하우스 정원

오전 6시, 세수만 대충 하고 게스트하우스 1층과 정원을 산책했다. 어젯밤의 복잡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적막 속에서 DSLR로 사진을 찍는 일본인 아주머니와 나만 있었다. 순간의 아침 인사를 나누고 서로 방해하지 않으려 자연스럽게 동선을 달리했다. 서로 존재만 확인 :)  

게스트하우스의 정원

어제는 서양인들로 가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경험이었는데 이 당시는 또 상당히 일본적인 경험이었다. 암튼 정원의 녹색 공간은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듯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내부 분위기도 특이하고 당시 둘 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마치 아포칼립스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특이한 느낌이었다.

 

| 7:00 am: 산왕시장 아케이드와 토비타 신치

아침 7시 조금 넘어 산왕시장 아케이드를 산책했다. 시장은 여유롭고 한가로웠다.

지나가며 찍은 사진 속에서 그날 방문한 토리보우즈(ToRi坊主本店) 근처 분점을 발견했다. 여기는 외부에서 선 주문도 가능한 듯했다.

햇살이 아케이드 내부까지 스며들어 항상 햇살 가득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영화들 떠올랐다. 별 것 아니지만 여행 중 맞이한 아침 햇살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서 그랬나 보다. 

토비타 신치의 아침모습 ❘ 영업 전이라 모두 닫혀 있다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유곽, 토비타신치에 들렀다. 영업 전이라 거리는 고요했지만 저녁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인 아침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저녁 오사카 뒷골목 탐방 패키지 투어를 통해 또 방문했었다). 아침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보이는 검은 밴과 문신을 한 몇몇 사람을 지나칠 땐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했다. 옆 부촌인 아베노구와의 공존이 흥미로웠다.

지날 때마다 신경 쓰였지만 결국 맛을 못 본 근처 야키토리 가게, 토리요시 鳥よし. 식당이라기보다는 정육점에 가까웠다. 여기 근처 주민들이 애용하는 것 같았다. 저녁 시간에 마음 잡고 가봤으나 거의 재료 소진이었다. 오전 7~8시부터 일찍 영업을 시작하며 타베로그에는 맛있고 저렴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 8:00 am: 토리보우즈 본점 ToRi坊主本店 

입구/ 산왕시장 쪽이 본점이다

오전 8시에 맞춰 토리보우즈(ToRi坊主本店)에 도착했다. 이 아이린(구 니시나리) 지구 일대의 가라오케바들은 이른 아침부터 해피아워로 술과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이곳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다.

입구 창가에 붙은 장식 스티커들 ❘ "마시따"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나도 맛있었다.

8:00~11:00 am 사이 고다와라 레몬사와, 플레인 츄하이, 짐빔하이볼이 저렴하게 판매된다 (190엔, 1500~1700원 정도). 마시진 않아서 양은 모르겠다.

오전 8시 오픈 맞춰 들어갔는데도 이미 몇 테이블이 차 있었고 분위기를 보니 대부분 로컬들이 아닐까 싶다. 자리에 앉자 가방을 위한 바구니를 가져다주신다. 바닥은 기름기 때문인지 깨끗해 보이진 않는다. 그냥 이 지역 분위기겠거니 하며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관점에 보면 관리 잘 되어 보임)

식탐 있어 보이는 힙한 병아리가 여기 마스코트인가 보다. 벽이 뚫려 있는 그림이다 보니 나 같이 벽 보고 먹는 혼밥러에게 개방적인 효과도 있다(?) 

유명인이 왔다 갔나 해서 왼쪽 벽의 사인을 찾아보니 '도톤보리 푸로레스'라고 써져 있다. 이 동네 돌아다니면서 프로레슬링 관련 포스터들이 은근히 많이 보이던데 공홈에 들어가 보니 아직도 활발히 경기 이벤트를 주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프로레슬링이라니, 나도 어렸을 때 WWF 참 좋아했는데. 잠깐 또 기억 속으로...

테이블에서 본 출입구, 끝자리에 앉았다

오픈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만석이 되고 웨이팅 걸렸는데, 손님들이 꽉 차니 연기가 엄청난다. 그때 문이 개방된다. 월요일은 휴무고 화~금은 오전 8시 오픈 저녁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4시에 닫는다. 계산 당시 나쁜 가격이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구글과 타베로그의 리뷰들을 보니 가성비가 나빠졌나 보다 (현재 가격이 비싸졌다는 리뷰가 꽤 있었다).

알콜 외 음료수는 저기서 셀프로 따라 먹는다

테이블 근처에 음료수 기계가 셀프로 운영되고 있는데 해피아워와 상관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펩시콜라, 진저에일, 우롱차 등 총 7종이 제공되었다.

 

| 우설과 곱창

불판

트랜스포머 마냥 철컥-척! 쑥 들어감. 불을 붙이니 이제 좀 고깃집 온 느낌인데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아침 8시부터 고기 구워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있었나? :) 

전체 메뉴, 왼쪽과 중앙이 메인, 오른쪽이 사이드
사이드 메뉴

직원분은 일어만 가능했다. 구글 리뷰보고 한국어 메뉴판도 있는 줄 알았는데 걍 계속 이걸로 얘기하시길래 시간 걸리는 거 싫어서 굳이 요청해보진 않았다. 일단 추천 부탁 하니 상급 소금우설이랑 대창 추천하신다. 상급 소금우설(조시오탄) 일반 소금우설(시오탄) 탯짱(대창)을 시켰다. 대창은 그냥 일본 발음이 귀여워서 시켰다. 사이드 메뉴로 김치 등이 있었는데 고기가 워낙 달짝한지라 딱히 사이드는 필요 없어서 시켜볼까 하다 말았다.

출처: tabelog review

먹진 않았지만 타베로그 리뷰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고봉밥' 메뉴에 보인다 (비빔밥도 있음). 아마 저게 대짜가 아닌가 싶다. 와하하하.

소스도 준비되어 있는데 비취되어 있는 건 두 개고 나온 건 세 개였다. 고기부터가 단짠이라 소스를 많이 찍어 먹진 않아서 솔직히 맛은 잘 기억 안 나지만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달짝 새콤한 맛이랑 상큼한 맛들이 기억에 남는다.

굽기 타임
조시오탄(상급 소금우설)
시오탄(일반 소금 우설)

음식은 대체로 달짝지근하다. 소금까지 섞이니 단짠. 우설은 역시 씹는 맛이 살아있는 듯한 그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참 좋다. 특소금구이이랑 일반소금구이랑 맛의 차이는 있다.

특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데 풍미가 좀 더 진했고, 일반은 탄력 있는 쫄깃함으로 담백하고 깔끔했다. 둘 다 좋다. 

대창은 달달하면서도 쫄깃해 입가심으로 좋았다. 많이 먹기는 역시 좀 부담된다(하지만 다 먹음). 

나 포함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굽기 때문에 문을 열어도 꽤나 연기가 꽤 찬다. 그것도 이런 지역에 와서 먹는 맛집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허겁지겁 먹는다 (우설 먹는 것 자체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너무 많이 시켰나? 했는데 웬걸, 싹 다 먹었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게 없었다. 토리보우즈 야키니쿠 성공!! 

드라마, <결혼못하는 남자> 혼밥 야키니쿠 장면 ❘ 출처: https://blog.naver.com/khemist

오랜만에 먹는 아침의 고기 굽기. 이 경험은 결혼에 부정적이며 혼자만의 생활을 고집하는 독신남을 다룬 2006년 일본 히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그 당시 일본이 아무리 혼밥 문화에 특화되었다고 해도 야키니쿠만큼은 혼밥 금기로 여겨졌던 시절이었다는데.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야키니쿠를 혼밥하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지나서일까,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좌석에서도 편안한 모습으로 야키니쿠를 혼자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 풍경은 꽤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일본도 그렇게 변하나 보다.

 

| 기억에 남았던 옆 테이블

가게 나와서 바라본 풍경

나처럼 혼자 온 사람 외 커플, 3명 등 다양한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내 옆자리였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두 청년과 백발의 어르신이 한 테이블에서 반말과 존댓말이 교차하며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신기했다 (20대가 반말+술 한 손 따르기 어르신이 존댓말+두 손으로 받기). 

일부러 들으려던 것은 아니지만 밀착된 자리 탓에 대화가 들렸고 자연스럽게 시야에도 잠깐씩 들어왔다. 젊은이들이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자리로 보였는데 세 사람의 분위기는 오히려 매우 자연스러웠다. 니시나리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모습은 이상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특별한 일상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불편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 9:00 am: 식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

9시 10분경,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거리의 활기를 느꼈다.. 수요일 평일 아침 모습이다.

처음에 말했던 꼬치구이집, 토리요시

포스팅 첨에 언급한 전기구이 기계로(왼쪽 기계) 꼬치를 돌리는 토리요시 (鳥よし)를 다시 지나치며 다음 방문 때는 꼭 들러보리라 다짐했다. 이방인으로서의 나에게 흥미로운 탐험의 대상이다 (개수가 많진 않지만 좋은 리뷰가 넘 많고 전형적인 로컬 느낌이다)

저렴해 보였던 도시락 벤또 가게. 오후시간 지나가다 보면 꽤 많이 팔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품점도 문이 열려있었다.

居酒屋 西成一番 가가게 준酒屋 西成一番

오후 1시 오픈을 위해 벌써 준비를 하고 있는 숙소 옆 이자카야, 니시나리이치반 혼텐 居酒屋 西成一番. 간판의 이름 아래 "게키야스*메차야스*혼마니 야스이 (개~싸다*완전~싸다*진짜 싸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리뷰를 보니 정말 싼 진 모르겠지만 이 공간에서 재밌는 경험들을 한 내용들이 많아 궁금한 곳이다.

코코룸 게스트하우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사실 걸어서 100m 정도라 천천히 구경하며 오니 5분도 안 걸린 듯하다. 게스트하우스는 니시나리 노숙자들과의 연계를 한 역사를 지닌 곳이라 오픈 시간에는 길가에 구제옷과 물품을 꺼내 놓는 모습이 뭔가 맥락에 맞아 보였다. 혼자 아무도 없는 타인의 공간을 살펴보고, 혼밥을 하고, 타인들에 의해 시작되는 타 지역의 주변을 천천히 구경하며 돌아오는 길. 이방인으로서 타지의 공기를 느끼는 순간이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든 기분이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라는 소외감은 혼자만의 여행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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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화룡정점 같은 레트로 느낌의 매력적인 빌보드,
저 빌보드를 보고 왜인지 단번에 <2046> 호텔 간판이 떠올랐었다.

마카오 여행의 결심은 홍콩의 <중경삼림>과 같이 식민지에서 중국 반환 이전의 감성을 담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또 다른 마카오 영화 <이사벨라>에서 비롯되었다. (홍콩 1997년 반환, 마카오 1999년 12월 20일 반환)

영화, <이사벨라> 포스터

마카오의 레트로 감성과 옛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숙소 선택은 중요한 고민이었다


겨울에 찍은 산바호텔(우상단)과 여기서 촬영된 영화들 (시계방향으로 이사벨라, 2046, 도둑들)

| 산바호텔 말고 또 다른 100년의 역사를 품은 선택

첫 번째 후보는 유명 영화 촬영지이자 100년 역사를 지닌 여인숙 산바호텔(SanVa Hotel)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낡은 시설과 날 것 같은 후기들을 보니 낭만은 보장 하나 현실적으론 어려운 선택으로 보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곳이 호텔 센트럴 Hotel Central.1928년에 지어진 이 호텔도 갓 100세로, 마카오의 1930~50년대 역사/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레노베이션 되었다는 소개가 여행 목적에 부합하는 듯했다. 

신마로(新馬路)에 우뚝서서 세나두 광장을 내려다 보는 신중앙 호텔의 전경 ❘ 출처: https://macaomagazine.net/macau-hotel-central-macao/
2024년 현재 모습: 주위 건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Vengeance>와 <암화 The Longest Nite>의 뒤 배경으로도 잠깐씩 등장하는 호텔이니 영화 팬들에게도 의미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마카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다고 한다. 저 인상적인 빌보드의 비주얼 다음 두 번째로 끌렸던 대목이다

전성기의 마지막 50년대의 모습과, 이후 몇 십여년 허름한 모텔 수준으로 버티던 시절의 모습 ❘ 출처: Pinterest(Niart ML), Wikipedia

한 때 마카오에서 독보적인 건물이었다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데, 1980년대에는 급기야 낡아버린 모텔 수준으로 방황하다가 (2000년대에 WiFi도 안되었다고...) 현건물주(?)의 건물 매입을 위한 7년간의 흥정, 그리고 건물의 문화유산적 의미를 중요시한 정부의 최종 승인 단계 후 마카오 문화청의 감독 하의 레노베이션 끝에 2024년 4월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고 (현재 기준 1년도 안된 호텔이니 새끈 한 것은 덤).

| 이언 플레밍이 본 호텔 센트럴: 쾌락의 상징

이언 플레밍의 마카오 방문시 모습, 항상 볼때마다 느끼지만 작가가 그냥 007이다 ❘ 출처: https://daidoanket.vn/

"... higher up the building, the largest in Macau, the more beautiful and expensive are the girls, the higher the stakes at the gambling tables, and the better the music." - Ian Fleming, "The Thrilling Cities"

"마카오에서 가장 크고 높은 건물이자, 층을 오를수록 더 우아하고 값비싼 만남, 더 높은 배팅, 더 화려한 음악이 기다리고 있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은 '50년대 전성기였던 이 호텔을 방문하고 자신의 세계 도시 여행기, "Thrilling Cities"에서 위와 같이 묘사하는데 이곳이 단순한 호텔을 넘어 당시 엄청난 쾌락과 향락의 상징적 공간이었다는 극적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호텔센트럴 역사 소개 공간에서 찍은 이언 플레밍과 007 관련 내용

정확히는 이 호텔 5층과 7층에 있던 카지노에 더 의미를 둔 표현인데, 바로 <007: 황금총을 든 사나이> (1974)에서 그리는 카지노 공간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까지 마음을 사로잡았다.

"<2046>을 떠올리는 저 빌보드에, 문화유산에, 거기다가 007 제임본드라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숙소와 함께 마지막 날 저녁 코스와 떠나기전 조식까지 예약하며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다.

퍼블릭 공간인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는 그 시절 카지노에서 인기있던 판탄(Fan Tan) 게임의 테이블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리셉션은 4층임) 1~3층과 옥상을 대중에게 열어 놨기 때문에 여기에 안내 데스크를 배치한 듯.

호텔에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될 때 다루기로 하고 요약 포스팅만 먼저 해본다. 꽤나 좋은 경험이었기에 오해할 수도 있는데 내돈내산 후기다 ㅎ.


1. 상징적 역사를 지닌 100년 건물

건너편 건물에 비친 모습

1928년에 건축된 호텔 센트럴(구 President호텔)은 중요한 이정표들을 세운 건축물이었다. 마카오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건물이자 당시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도시의 화려한 부흥기를 상징했다. 특히 마카오에서 최초로 바카라를 도입한 카지노를 품고 있어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유흥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 구도심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던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신마로 新馬路) 중간에 우뚝 솟아 있다. 이 650m 길이의 대로는 과거 내항(현 소피텔 폰테 16)과 외항을 연결하며 도시 교통과 상업의 심장부로 기능했다. "신마로"라는 이름은 "새로운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하여 로컬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덕분에 주요 버스 정류장들이 밀집하여 버스와 도보를 통한 교통이 매우 편리했다.

지어진 당시 건물의 모습들 (호텔센트럴(신중앙), 삼일빌딩, 남산힐튼호텔)

호텔 센트럴을 직접 보고 1970, 80년대 한국의 삼일빌딩과 남산힐튼호텔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기능과 시대적 맥락 속에서 지어진 건물들이지만 당시 그 지역 중심에 우뚝 서서 도시 발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점에서 삼일빌딩과의 공통점을 느꼈다. 또한 몇 십 년이 지나 이 호텔이 근현대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원 DNA를 계승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자연스레 철거 예정인 남산힐튼호텔을 떠올르게 했다.

언덕 형태인 사이트의 동선을 따라 디자인 된 남산힐튼호텔의 아트리움 ❘ 출처: 이데일리

최근 소식을 보니 오랜 논의 끝에 힐튼 호텔 내부 Atrium 아트리움 공간만은 그나마 어떠한 식으로 건축 유산으로 남긴다고 들었다. 이 건물의 보존과 철거... 맞고 틀리다를 명확히 따질 수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조금이라도 보존된다는 것은 도시와 문명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말 주말 저녁, 세나두 광장에서 바라본 호텔 센트럴, 역시 저 신중앙 빌보드는 메력적이다

다시 호텔 센트럴 이야기로 돌아가, 과거 이 호텔이 구경하고 싶어 몰래 들어왔다가 발각되어 멱살 잡혀 쫓겨났던 한 소년이 언젠간 저 건물을 사버리고자 결심했고, 훗날 성공한 자산가가 되어 실제로 이 호텔을 인수하고 복원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물론 지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매체를 읽어보면 그러하다고 한다. 쨋든 서술한 구매와 정부 승인을 위한 오랜 흥정과 기다림 이후, 안전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복원 작업을 마치고 2024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머신 같은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그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호텔의 초기 모습을 모형으로 복원한 모델

1층에 전시된 1928년 당시의 건물 미니어처와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호텔을 중심으로 화려했던 옛 마카오의 시절을 알려주는 미니 역사박물관같은 느낌도 주며, 이 복원에 관계자들 모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잘 느끼게 해준다.

서브 출입구로 이어지는 전시 공간

10미터 남짓하지만 옛 지도들과 같은  귀해보이는 자료들도 있고 건축도들의 프레젠테이션 같은 흥미로운 자료들을 읽으며 꽤 오랜 시간을 그 공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좌측은 마카오와 거리의 맥락, 우측은 그 안에 자리 잡은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빌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쪽을 두리번 하며  출구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좌측을 먼저 보고 다시 오른쪽을 훑으면서 돌아오는 동선이다.


2. 화려했던 각 시대상을 테마로 한 레트로 감성 게스트룸

참 오랜만에 보는 레트로 느낌의 핍홀 Peep Hole. 혼자 007 첩보놀이 망상 중

객실은 호텔의 전성기인 1920~1940년대 마카오의 시대적 감성과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한 점이 특징이다. 각 층마다 다른 테마가 설정되어 있어 투숙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참고로 보는 20~40년대 마카오의 시대상 요약

  • 5~6층은 1920년대 : 호텔 초기 시절의 향수를 재현하는 아늑하고 클래식한 디자인
  • 7~8층은 1930년대 : 클래식한 세련미와 당대 상류층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호텔의 전성기의 활기
  • 9~10층은 1940년대 : 세계 2차 대전이라는 격동기 속 도피처로 역할했던 마카오 속 호텔의 초호황기. 품격과 고전적인 우아함. (포르투갈은 참전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카오도 당시 중립 도시로 남았음)

묵었던 518, 815호의 카드 홀더. 우연이지만 숫자를 보고, 엇?했다.

팁이 하나 있다면 이거 그냥 호주머니 놓고 다니다가 택시타고 돌아올 일 있으면 기사분께 보여주면 백발백중 다 아신다 (영어 안되고 광둥어만 된다고 보면됨). 그런 용도기도 하고.

일반실엔 없었던 8층 발코니룸 욕조, 간만에 소금욕 굿굿. 어메니티는 신경 안 쓰는 부분이라 그냥 정보성으로 남기는데 Evviva다. 보통 마카오 호텔 후기 보니 록시땅 후기가 많이 나오던데 그것보단 인지도가 아래라고 한다. 나는 곱등이 옆에서 샤워하던 숙소에 비취된 샴푸도 잘 쓰던 사람이라 의미는 딱히 없다만...
호텔의 초호황기인 40년대를 표현한 8층의 복도

5층의 일반룸과 8층의 발코니룸에 묵으면서 각 층의 테마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 발코니 룸

동그라미는 발코니룸, 화살표는 내가 묵었던 5층과 8층 방 ❘ 원본 이미지 : tripadvisor.com

발코니룸은 호텔 센트럴의 하이라이트 공간 중 하나로, 단 4개만 존재하며 예약 시 개인 버틀러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이 룸들은 각각의 위치에 따라 독특한 뷰를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그랜드 리즈보아와 세나두 광장 방향을 바라봄 (각도 때문에 리스보아가 거의 안나옴)

8층에 일렬로 배치된 중앙 두 개의 발코니룸은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Avenida de Almeida Ribeiro (신마로))를 향한 단방향 뷰를 제공하는데 좀 쫄 리지만 고개 좀 더 내밀고 바라보면...ㅎㅎ.

각도 좀 꺾어주면 리즈보아가 잘 보인다 ㅎㅎ

조금 더 비싼 코너룸 두 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하나는 내항구였던 중국 주하이 방향으로 연결되는 소피텔(Sofitel Ponte16)을 향해 트여있고, 다른 하나는 대로의 반대쪽 동선을 따라 마카오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과 세나두 광장을 조망한다.  

묵었던 815호 중앙발코니의 모습 (완전 중앙을 바라보면 마카오 타워의 머리가 뷰에 살짝 잡힌다)
목욕 후 선셋을 바라보며 중앙 발코니에서 즐기는 여유로움 (자국을 보니 2024년 4월 신축인데 벌써 누가 자리에 와인 거나하게 한 번 쏟아버린 듯 하다. 안타깝네 ㅜㅜ)
중앙 발코니 앞 풍경을 찍고 있는 나의 오랜 친구 고프로, 마카오 구도심의 서쪽을 바라본다

중앙 815호에 묵었는데, 멋진 뷰를 독식한 코너룸은 아니더라도 발코니룸 내외부의 예쁜 공간들은 하루의 일정을 접고 호텔에 머물며 즐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고개 좀 쑉쑉 들어주면 소피텔과 그랜드 리즈보아 코너 뷰도 생각보다 많이 확보 된다 ㅎㅎ - 당연히 옆집에 사람들 있으면 못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소피텔 (폰테16) 방향을 바라본 전경 (코너쪽 방에 다행히 비어서 팔 쭉 뻗어서 뷰 확보하고 찍어봄)

호텔에서 연박임을 배려해 줘서 체크인을 1시 30분까지 준비해 준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좋은 서비스와 고층에서 즐기는 탁 트인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8층 발코니룸 내부, 과일도 준다, 포도가 맛있었다

5,8층 모두 객실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각 시대를 반영한 디테일이 세심하게 차별화되어 있다

그 시절 카지노가 위치했었다는 5층의 일반실의 모습 (518호)

5층 일반실은 뷰는 좀 실망인데 레트로 감성 듬뿍 인 인테리어 공간이 좋았다. 암막 커튼이 한 0.5cm 정도로 완벽히 안돼서 빛이 약간 세어 들어오는 단점은 있다. 다만 나는 새벽인간, 울랄라~ 태양은 나의 알람시계~ 아침의 빛을 쏴줘 쏴줘~

청소해주시는 분의 땡큐 노트, 걍 서로서로 부담없이 좋은게 좋다

마카오도 팁은 줘도 되는데 굳이 줄 필욘 없다. 다만 중간에 화장실 바닥에 물을 많이 쏟은 바람에 나 혼자 처리하긴 힘들어서 소량의 팁을 두고 나갔는데 "땡큐" 메모와 함께 청소 진짜 깔끔하게 잘해주셨다. 

518호 바로 밑 거리 뷰,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 오프닝에서 꼬마 쇼티가 연회장에서 탈출한 인디와 윌리를 하얀색 오번-코드-듀젠버그에 태우고 엑셀을 힘차게 밟으며 좌측 골목에서 튀어나와 한자가 보이는 건물을 끼고 대로 방향으로 코너를 도는 곳이다.
인디아나 존스와 Auburn-Cord-Duesenberg 자동차 ❘ 출처: https://x.com/Barnett_College

전체적인 뷰는 좀 안타까워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의 오프닝 자동차 추격신에 등장했던 거리와 빌딩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독특함으로 맘을 달랬다 (두기봉 감독의 <Vengeance> 촬영지이기도). 창문은 열 수도 없어서 그냥 고풍스러운(?) 창문 프레임으로 만족. (위 사진은 8층에서 찍은 사진임) 

중앙 발코니에서 고프로가 하루종일 찍고 있던 것. 

8층 발코니로 나가는 문이 열린 모습

인테리어 또한 옛 마카오의 느낌을 엿볼 수 있는 고전적인 느낌이 있다. 색상과 감성 때문에 그런지 영화 <2046>의 낡은 양조위의 방의 느낌을 가지되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랄까? 

8층 발코니룸 밤의 아늑한 모습

일반실과 발코니룸에 묵으니 고전적인 큰 범위에서는 동일하지만 층의 콘셉트에 따라 또 다른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 이걸로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르르 전화를 건다

엘리베이터 층 표시 방식부터 작은 돋보기까지 골동품스러운 장식품과 데코가 굉장히 많은데 룸, 리셉션, 복도 등등 공간부터 하나하나의 작은 데코레이션까지 디자이너들이 가졌을 깊은 고민들이 느껴진다 + 이런 것들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참... 이 것들 하나하나 보는 것도 재미다.

다 무료긴 한데 배부를까봐 먹어보진 못했다. 페낭 커피는 궁금해서 두 봉 챙겨옴 ㅎ
5층의 미니바. 8층도 거의 동일하다. 음료는 같고, 차 같은게 하나 더 있었던 듯?? 기억 안남.

그. 리. 고. (발코니, 일반 모두) 방에 있는 미니바의 모두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거기다가 오프닝 프로모션인진 몰라도 일반, 발코니룸 모두 레드와인 한병도 무료 제공. 미니바 음료는 룸 클린시 다시 채워진다 (와인은 안 마셔서 리필되는지 모르겠음). 투숙객 입장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다. 도심 구경 갈 때마다 배낭에 시원한 물 한 통씩 가져가니 편했다. (냉장고 말고 위에 두 통 더 있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호텔이 3성급이란게 살짝 박해 보였다. (어딘가 3.5~4 사이로 보이지만 외관, 전망대, 분위기만 보면 최고의 장소 중 하나)


3. 마카오 페닌슐라를 360도로 경험할 수 있는 파노라마 루프탑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

호텔 센트럴의 백미는 역시 마카오 반도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 공간이다. 

호텔 센트럴에서 조망 가능한 마카오 반도의 주요 포인트들(이미지); 빨간 포인트들은 개인적으로 가려고 꽂아놓은 곳들

  • 세나두 광장, 성 바오로 유적, 리스보아 호텔, 소피텔 등 마카오의 주요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
  • 밤낮으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방문할 수 있어 문화유산 중요성을 내세운 호텔의 특별한 배려와 노력을 느끼게 함

신중앙 간판의 라이팅에 의해 붉게 물든 전망 공간, 360도로 한바뀌 삥~ 돌면 된다

루프탑에서 오후, 저녁 여러 차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을 돌며 혼자만의 사색, 사진 촬영,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짧은 순간들이 분위기에 사르르 녹아드는 듯 했다. 한 다섯 번 찾았는데, 호텔이 아직 잘 안 알려져서인지 좋은 조망권을 가진 전망대치곤 사람들이 별로 없어 굉장히 조용히 공간이었다(좋았닼ㅋ).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고민을 논의하는 듯한 현지인들,

대포를 들고 와 세심하게 전망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있던 한 솔로 관광객,

총삼 스타일 ❘ 출처: https://www.facebook.com/cheongsamconnect

발코니룸을 예약했는지 상하이 스타일의 치파오와는 또 다른 총삼 長衫 스타일로 입은 버틀러로 추정되는 직원에게 루프탑 투어를 받고 있는 노부부 투숙객 (Cheong Sam 총삼은 처음 접하는 거라 신기했다 상하이 스타일 치파오처럼 딱 달라붙는 것이 아닌 허리만 살짝 강조하며 더 느슨하고 전통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야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풋사랑의 감성을 나누는 것 같던 어린 커플,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니 밖에 나와  벽에 기대 한 숨을 내쉬며 밤공기에 잠깐의 휴식을 맛보던 황비홍의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직원분 등이 기억이 남는다. 모두에게 휴식의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뭐 이렇게 보이는 것을 보며 혼자 망상을 해본다. 낭만적이다.

옥상에서 바라본 저녁 9시30분의 세나두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의 뷰. 우측엔 오래전 마카오의 힙한 미팅 플레이스였다는 아폴로 극장 건물도 보인다.

이 루프탑 전망공간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경우, 매일 오전 10:00부터 저녁 10:00까지  무료로 모두에게 오픈된다. 마카오의 문화유산을 이어간다는 콘셉트인 이 호텔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다. 높은 전망이 누군가만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니, 그것도 이런 역사적인 스폿에서!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한 번 즘은 이곳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나두 광장에서 겨우 1~3분 거리다. 그리고 알메이다 리베이로 에비뉴(신마로)라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여 버스 타기도 굉장히 수월하다 (택시 잡기는 힘듦).  


4. 그 외: 로비와 식당

4층 리셉션 층에 위치한 팔래스 레스토랑

팰러스 레스토랑 Palace Restaurant은 1970년대 이 호텔에서 운영된 레스토랑을 재건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음식을 통해 그 스토리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매캐니즈(Macanese)와 서양식이 혼합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이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행 마지막 저녁 Tasting 코스와 다음 날 아침 세트를 신청했다. (한국 출발 전 이메일로 요청했는데 컨펌 답장이 빨리 와서 놀랐다, 하루 지나 온 듯? 한국인가??)

아늑한 프라이빗룸으로 배정
26년산 보이차 세트가 좋았음
저 부채는 기념품이다. 코스 시킬때만 주는건지 다른 상황에서도 주는 건진 모르겠다 (조식엔 안 주니 저녁이나 코스 only 아닐까?)

이번 여행 유일한 기념품, 부채

자리 앉고 나면 이 뷰를 파티션으로 가려준다. 밖은 살짝 보이되 프라이버시는 보장되게.

어차피 난 솔로 여행객이라 공간의 전체 분위기 보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프라이빗함도 막상 나쁘지 않고 편안하니 좋았다. 

메뉴에는 없지만 미리 신청하면 와인 페어링도 당연히 가능하다.

세심한 요리 설명 및 스몰 토킹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준 서비스 덕분에 좋은 경험을 가졌다. 끝나면 음식 맛부터 서비스까지의 간단한 서베이를 하는데 어떠한 직업이라도 본업에 진심이라면 당연히 존중하거나 응원하게 되는데 그런 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식 먹을 때 바라본 홀 모습

저녁은 맛은 잘 모르겠지만 가격 대비 크게 나쁘진 않았고 조식은 좀 별로였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한 층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되지 않을까 응원한다.   

오픈라이스 리뷰가 아직 없다

홍콩앱이긴 하지만 웬만한 마카오 음식점도 등록되어 있는 오픈라이스, 팔래스 식당에 대한 리뷰가 아직 없으니 첫 리뷰어가 돼 보는 것도? 나는 첫 깃발 꽂는 거 부담스러워서 나중에 리뷰 쌓이면 조용히 올릴 예정이나, 저녁코스와 조식이 궁금하면 아래 간단 리뷰 포스팅 참고.

2025.01.01 - [일상/Food] - [마카오] 그냥 먹고, 걷고, 다시 먹다: 4박 혼밥 후기

 

[마카오] 그냥 먹고, 걷고, 다시 먹다: 4박 혼밥 후기

여러 의미로 개인의 빗장을 푼 먹방 여행이었다 (ft. 영화 촬영지 답사)너무 맛있게 먹고 온 나머지 현재 귀국한 나는 급속히 입맛을 상실하여 현타가 온 상태다이 짧은 시간에 오로지 먹기 위해

electronica.tistory.com

 

ㅘ 호텔 방문 당시 흘러 나왔던 개인 인생 음악 중 하나인 알 보울리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

참 좋았던 건,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로비와 식당에서 낭만적인 스윙재즈 음악이 줄 곧 흘러나오는데 여러 번 흘러나오던 알 보울리 Al Bowlly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는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생 음악 중 하난데 공공장소에서 알 보울리의 음악을 듣는 건 여기가 처음이어서 굉장히x2 특별했다.

4층 리셉션 데스크 모습. 다들 여기 편안한 소파에 쉬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룸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마냥 이런 저런 골동품 같은 레트로 감성 아이템들이 많이 보인다
돋보기~!
저택 속 서재 같은 모습이다

여행, 특히 혼자만의 여행은 현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혼자만의 망상도 은하철도 999 마냥 끝없이 펼쳐지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더할 때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타임캡슐 같은 감성을 더해주었다.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편리함, 그리고 역사적 유산을 한데 담은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잘 장식해 준 것 같다. 다음에 마카오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P.S. 마카오에서는 ChatGPT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로밍 데이터를 활용하니 문제없었다 (Wi-Fi 연결하면 안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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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종 さがす>

중앙 뒤편 출입금지 사인 왼쪽 남녀가 주인공 부녀

촬영지 사진 아침 7시50분경 풍경

영화 오프닝 시퀀스 바로 후 이야기가 시작되며 가게에서 도둑질하다 걸린 철딱서니 없는 아빠를 엄마 같은 딸내미가 꾸짖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사진은 영화 상 구도보다는 약간 가까이서 찍었는데 주변의 가게나 간판들이 많이 변하지 않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사카 최고층 마천루인 '아베노 하루카스 300'이 배경으로 보이는 오사카, 아니 일본 대표 슬럼 지역의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근데 말이 슬럼이지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었다).


포스터

<실종 さがす> 2021. 스릴러/미스터리/범죄/드라마 | 일본-한국 제작
감독: 가타야마 신조 | 출연: 사토 지로, 이토 아오이, 시미즈 히로, 모리타 미사 | 넷플릭스-왓챠-웨이브

연쇄 살인마를 목격후 포상금 탈 생각에 들떠 있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그를 찾아 나서는 당찬 딸의 이야기다. 비교적 빠른 전개 속에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인 영화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조감독을 맡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도 최근 한국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아 그런지 아니면 둘 다 인진 몰라도, 한국 스릴러물의 감성도 느낄 수 있는 점이 재밌다. 영화에 출연하는 모리타 미사가 주연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조감독 후 첫 상업영화 감독작이다. 이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인 <간니발>도 연출했는데 역시 감독이 보여줬던 원작 만화의 서늘함과 긴장감을 잘 살린 연출이 좋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니발> 시즌2는 드디어! 2025년 3월19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인데 다른 날 오전 11시경에 또가서 찍은 풍경이다. 이곳 좌우측 방향으로 쭉 가면 영화의 또 다른 촬영지들이 펼쳐진다. 좌측으로는 도부스엔마에 역, 우측으로는 이마이케역 계단. 기차 선로를 따라 쭉 펼쳐지는 긴 골목길인데 같이 길게 늘어선 자전거들과 왼쪽의 건물들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니시나리 내 아이린(구 가마가사키) 지역 중 노동센터 건물 쪽보다는 덜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숙소가 니시나리 1초메에 있어서 이곳으로 올 때 왼쪽의 저 토끼굴 같은 곳을 지름길처럼 왔다 갔다 했다. 기차선로 바로 밑에 위치해서 키 큰 사람이면 약간 숙여야 할 정도로 낮은 곳이다.

토끼굴 같은 지하 통로 통과 할 때 (2초메에서 1초 메 방향으로)

요건 저 지하통로 나와서 1초메에서 2초메 방향으로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

저기를 지나 1초메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우측에 보이는, 레트로 감성의 이자카야 같은 곳이 있는데 한번 가보았으면 좋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곳이었다 (방문대랑 딱히 시간이 안 맞았다). 그냥 저 맥주 박스들 쌓아서 의자랑 테이블이랑 하는 듯한 외부 좌석 가판 느낌의 감성이 좋았는데 영업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아쉽게도 없다. 타치노미 긴지 立ち飲み 銀仁라는 곳으로 오사카 대표 서민음식인 튀김꼬치, 쿠시카츠가 저렴하고 맛있나 보다 (tabelog 평점 3점).


암튼 촬영지의 위치는 위와 같다 (철로 좌측 녹색지역 코너 아래 끝 부분). 2-chōme-1 Haginochaya, Nishinari Ward, Osaka, 557-000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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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벨라>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찾아가다 발견한 촬영 스폿

성 라우렌시오 거리의 100살이 훌쩍 넘은 가톨릭 학교,
Instituto Salesiano.


| 황추생의 먹방 장면: 인상적인 디테일
영화 <이사벨라>는 '99년 중국 반환 직전 마카오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주인공 싱(두문택 분)의 상사 캐릭터인 황추생은 영화에서 딱 세 번 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모든 장면이 먹방(훠거, 국수, 빵)이다 (마카오 배경인 홍콩 영화, <Exiled>를 찍을 때 잠깐 짬 내서 출연했다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도 있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들 (훠거, 국수, 주빠빠오)

오로지 두 캐릭터(싱과 이사벨라)에 집중된 영화의 서사 속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키며 여유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카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정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저녁 사진


| 성 라우렌시오 거리와 살레시아노 학교

황추생의 세 번째 먹방 장면은 싱과 차 안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씬으로 그 직전에 주인공들이 성 라우렌시오 거리(R. de São Lourenço)를 배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건물은 1906년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포루투갈 식민지 시대의 건축 감성이 녹아든 가톨릭 학교인 Instituto Salesiano (聖中教育活動中心)다.

연말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달려 있다

|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바라보며

나름 근대적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등지고 뒤로 돌면 고전적인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게 바로 마카오 거리를 거닐때의 매력이다). 16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과거에는 앞쪽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당 주변은 현재처럼 콘크리트 바닥으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마카오의 역사적 변화와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 속 학교 건물 배경 장면은 저 계단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했을 것이다. 또한 황추생이 세 번째 먹방 때 차를 세우고 싱을 부른 장소 역시 바로 이 돌계단 바로 앞으로 보인다.

마카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역사가 느껴지는 거리의 돌담

|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나먼트와 공간의 리듬감

성 라우렌시오의 한자는 風順(풍순)으로, '순조로운 바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부와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던 만큼 육지에 남은 가족들은 저 돌계단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로 떠난 뱃사람들의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고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계단을 오르면서 느꼈던 엄숙하고 신성한 기운은 당시의 사람들이 간직했던 희망과 염원을 떠올리게 했다. 기백년 전의 이야기라는게 신기했다. 

성당의 정문이 위치한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바닥의 포루투갈 모자이크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뒤로 한 오른 쪽 풍경, 저 방향으로 쭉 가면 펜하 언덕으로 이어진다
성당을 뒤로한 좌측 풍경, 저 길을 쭉 따라가면 세나도 광장이 나온다

성당 앞 계단과 주변 구조물에서 발견되는 타원형 오나먼트와 포르투갈 스타일의 모자이크 바닥은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공간에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하며 역사적 맥락이 현재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촬영 스폿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올라갈 때 난간의 타원형 오나먼트는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해준다

특히, 싱과 이사벨라가 거리를 배회하던 장면은 1999년 중국 반환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복잡한 정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감성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저녁, 문 닫힌 성 라우렌시오 성당의 정문

| 성당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16세기에 지어진 후 1846년에 재건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두 개의 정사각형 종탑과 중앙부의 브로큰 페디먼트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한 주변의 야자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나를,
구원하소서
마치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십자가 엠블럼, 대항해 시대의 포루투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저녁 조명 아래에서 성당의 베이지색 외벽이 민트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 마카오 국기의 색감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연출은 성당의 신성함을 극대화하며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과, 싱과 이사벨라의 배회 장면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 주변에서 촬영된 것은 이 장소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마카오의 복합적인 정취와 정서를 한층 깊이 전달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 나머지 스냅샷들 

 

포루투갈 감성이 적절히 섞인 듯한 영화의 OST 중 'She Stalks'. 영화의 OST도 참 들을 만하다. 한 번 들어보는 것 추천.

영화 <이사벨라>
영화 <이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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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로 개인의 빗장을 푼 먹방 여행이었다 (ft. 영화 촬영지 답사)

지금 난 현타가 온 상태다

너무 맛있게 먹고 온 나머지 현재 귀국한 나는 급속히 입맛을 상실하여 현타가 온 상태다
이 짧은 시간에 오로지 먹기 위해 소화제를 이렇게 많이 먹어본 적도 내 인생엔 없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마카오

아직도 눈 앞에는 거위와 비둘기와 오리가 아른하게 날아다니는 듯 하며 입안 가득했던 맛의 잔향이 남아있는 사이,
일단 요약본을 정리한다 (90퍼센트는 성공한 느낌).

마카오 먹방을 위한 구글 지도, 역시 마카오는 볼거리나 먹거리나 구도심이 제일 좋다

이번 마카오 여행은 "볼거리"와 "먹거리" 두 개의 중심축으로 급히 계획을 짰다. 구글 지도도 음식점 편만 따로 모아두고 너무 관광객 중심의 맛집은 최소화하며 로컬 추천 맛집과 오래된 노포를 최대화했다.

실제 방문한 곳

https://maps.app.goo.gl/e2GURhDc1tB6WVX87
물론 모든 곳을 다 돌 수는 없었지만 그때그때 근처에 있는 곳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자자, 그럼 출발~


| Intro: 대한항공과 홍콩

대한항공 Sky Lounge 구석에서 한 컷

연말이라 그런지 충동적 마일리지 표 구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후보지는 가고시마, 이시가키, 미야코지마, 페낭, 마카오 였는데 다 나가리 나고 반강제 마카오행...). 결국 직항도 구할 수 없어 홍콩을 경유해 마카오로 들어가게 되었고 (홍콩 입국 > 버스로 마카오 , 마카오 출국 > 배로 홍콩 입국), 갈 때는 심지어 비즈니스석 밖에 없었지만 덕분에 스카이라운지 사용과 편한 기내 좌석으로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했다.
빵쪼가리 @Sky Lounge

인천공항 Sky Lounge

인천공항 Sky Lounge 입성, 하지만 돗대기 시장. 자리 없음. 기내식을 먹어야 하므로 바에 앉아서 휴대폰보다 작은 샘~위치 한 쪼가리랑 찍어먹을 놈 국자로 대충 푹 떠서 옆에 놓고 먹음 (가벼운 위장 운동을 위함). 맛은 괜찮았다.
보르도 와인소스와 닭고기 @Korean Air 기내식

대한항공 기내식

앉아서 가는 길 쇠고기 보다는 닭고기가 소화에 그나마 좀 나을 것 같아 탑승 전 선주문으로 '보르도 와인 소스와 닭고기' 선택. 비즈니스석이라 기대했던 만큼 훌륭한 한 끼였다. 식전빵 굿. 새우의 크기와 탱글탱글한 식감도 굿.  뜨겁게 갓 나온 닭고기의 그 부드러움과 와인 소스와의 조화 굿. 과일도 굿. 완벽한 선택이었다.

지이이이잉~

 
7시 아침 뷔페 @Skycity Regala Hotel 홍콩

홍콩 레갈라 스카이시티 호텔 조식

공항 근처지만 (800m) 걸어갈 수 없는 레갈라 스카이시티 호텔.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엔 매드맥스 홍콩택시 라이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말로만 듣던 그 도시전설 같은 2분 루트. 걱정 했으나 짐이 없는 덕분에 일찍 공항에서 나와 밤 12시 쫌 넘어 공항철도를 타고 갈 수 있었다 :). 조식은 애초에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괜찮았다. 난 소식인이라 돈 아까워서 뷔페를 가지 않는다.  고로 저 정도면 하루 세끼 정도를 한 끼에 소화한 셈. 훈제 오리 가슴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돌 때마다 한 점 씩 먹었으니 샐러드와 과일 제외 다섯점이나 먹었다. 슈마이는 매우 별로였다. 냉동 느낌? 조식 가격은 약 2만 원 정도다.

호텔 옥상 흔들흔들 운동기구도 탐

마카오 넘어가서 또 먹어야 하니 식후 소화제도 먹고 호텔 옥상정원에 가서 운동도 했다

HZMB = 홍콩(H)-주하이(Z)-마카오(M)-브릿지(B) = 강주아오 대교

자자, 그럼 버스타고 55km의 HZMB를 넘어 진짜 마카오로 넘어간다

 


 

| 민치 Minchi @Riquexó 利多餐室

식탁보 보니 비로소 마카오 온 느낌이 든다 (리케쇼는 포루투갈어로 릭샤(인력거)를 의미한다고 한다고 한다)

원래 가려던 Apomac이 문을 닫아 옆 집에 왔다. 한국의 김치볶음밥 같은 마카오의 서민 소울푸드라 불리는 민치와 이국적인 맛의 간단한 수프, 그리고 디저트로 마무리한 한 끼. 민치는 감자와 고기만으로 먹기엔 조금 퍽퍽했다(김치 필요!).

에그 플란

디저트인 에그 플란(Egg Flan 계란 캐러멜 푸딩)은 생각보다 별로 안 달아서 놀랐다. 다른 종류지만 로드 스토우즈의 에그 타르트 보다 더 심플하고 순수한 맛이 좋았다. 이 집도 한 30년 돼서 현지인+관광객에게 모두 사랑받는 집이라고 한다. 또 다른 매캐니즈 소울푸드인 몰 로 치킨 Mo Lo Chicken도 유명하다고. 사진 메뉴가 있어서 주문 난이도가 낮고 세트 메뉴는 수프+메인 선택 1+디저트로 94 Mop 1,5000원 정도다.


| 비둘기구이 @Fat Siu Lau

Rua de Felicidade 거리. 좌측 흰 건물이 음식점. 우측 베이지 색 건물이 산바호텔

1903년에 오픈했다는 팟 시우 라우 Fat Siu Lau는 마카오 대표 노포 중 하나로, 유명한 옛 홍등가 거리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 <2046>과 <도둑들>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SanVa 호텔 바로 건너편이다. 마지막 날 다른 식당에서 비둘기 코스 요리를 예약한지라 최대한 시간 차를 두고자 첫날 저녁은 이곳에서 비둘기구이로 결정. 

비둘기 요리에는 저 비니류 장갑을 준다, 다음 날 아침 세인트 폴 계단에서 비둘기들을 마주쳤는데...

느끼함을 줄이기 위해 차이니즈 레몬 티도 함께 주문. 바삭한 껍질과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속살로 이번 여행의 베스트 메뉴 중 하나로 등극! 특히 대가리를 씹어 뇌까지 쑥 빨아 맛보는 색다른 경험도 포함!  다만 뇌의 식감은 홍어애나 푸아그라처럼 매우 부드럽고 크리미 해서 갠적 취향은 아니다 (쫄깃파라 크리미 식감 안 좋아함). 가격은 138 mop, 약 25,000원. 고급 식재료인 비둘기를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과 풍미로 즐길 수 있다니! 한국 치킨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 저렴하다고 느껴졌다. 식전빵도 맛있다. 뒤에도 빵 얘기를 계속할 텐데 마카오 음식점들 식전 빵은 왜 이렇게 맛있나 싶다.

수플레 ❘ 출처: Google Map Kelvin Choi

난 소식인 솔로다이너라 음식을 많이 시킬 수 없어 못 먹었지만 딴 테이블들을 보니 이 수플레는 기본으로 무조건 하나씩 시키는 걸 목격했다. 또 다른 시그니처인 듯.


| 콘지 @Hung Kee Freshly Made Congee 雄記生滾粥

아침 6시30분 경의 풍경

여행의 백미 중 하나가 우연찮게 예정에 없던 로컬 느낌 가득함을 느낄 때인데 딱 그런 곳이었다. 적어도 저 시간대에는. 세인트 폴 유적지를 찾아가다 아침 6시 30분경 마주친 저 적막하고 평화로운 골목의 레트로한 풍경을 어떻게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으랴. 유적지 탐사를 끝내고 용기 내서 가보니 Congee(죽) 집이었다. 죽 당 가격은 29 mop, 약 5천300원 정도

피시볼 콘지를 시켰는데 탱탱하고 식감 쫄깃한 홍콩 피시볼에 익숙해서 그런지 마카오의 이 부드럽고 푸석한 식감은 낯설었다. 밀가루 함량이 많은 느낌이다. 암튼 나중에 오후 시간에 지나가다 보니 관광객들도 많아 보였는데 확실히 이 이른 아침 시간에는 출근하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기절할 맛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 속을 달래기에 딱 좋은 죽 한 그릇. 글고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1,1...1번 주세요... 바디랭귀지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유일무이한 위대한 언어다

영어 소통은 안되지만 영어 메뉴가 있어서 주문하긴 어렵지 않다. 나는 손가락 제스처로 남바완을 시킴 (피시볼죽이 1번 메뉴임)


| 새끼돼지 구이 @Fernando's

오픈 전 문이 닫혀 있는 식당의 입구 모습, 한적한 동네에 어울리듯 식당 내 자연 환경을 생각한 조경도 인상적이다

마카오 가면 꼭 먹어보라는 또 다른 요리, 새끼돼지구이 Suckling Pig (보통 2~6주 된 젖먹이 새끼들이라고 하는데.. 암튼 깊게 알다 보면 먹을 수 없는 수준이 되니 여기서 접고...). 한적한 시골 지역인 콜로안으로 넘어간 김에 1986년에 문을 열었다는 유명한 페르난도스 Fernando's로 가보았다. 마카오 거리를 거닐 땐 보이지도 않던 서양인들이 이 식당에는 꽤 많이 보였다. 오픈 시간에 가서 줄은 안 섰는데 가게는 금방 꽉 차더라. 영어 주문도 가능하고 사진 메뉴가 있다.  

새끼돼지 구이는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완벽한 구현이었다. 속살은 한국 족발 맛과 비슥한데 매우 부드럽고 촉촉했고, 껍질은 상상 이상으로 아삭하고 바삭했다. 껍질이 너무 바삭해 나이프로도 잘 안 잘려 결국 손으로 들고 와득와득 씹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옛날엔 반반 메뉴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없어 혼자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함께 시킨 쌈초이는 고기만 먹는 느끼함을 중화시켜 주긴 하는데 맛은 평범이었다. 굴소스가 없어 테이블에 놓인 유럽산 식초를 듬뿍 뿌려 맛을 보강했다. 식전 빵은 크기도 좋고 겉바속촉의 맛도 훌륭했다. 가격은 구이만 282 mop, 약 52,000원 정도로 좀 세다. (근데 식재료와 양을 생각하면...)

콜로안의 겨울 바다

음식점 바로 앞, 마카오에서 가장 큰 해변이라는 학사 해변 Hac Sa Beach은 바닷물이 너무 똥색이라 큰 감흥은 없었지만 반팔 입고 보는 겨울바다라는 순간의 느낌은 좋았다. 해변 공원에는 바비큐 꼬치구이 상점들이 있는데 눈 돌아가는 비주얼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보였다.


| 에그타르트와 커피 한잔 @Lord Stow's 

카페는 아주 작고 아담하다

페르난도스에서 배 터지게 먹었지만 그래도 콜로안에 온 김에 1989년 오픈한 로드 스토우즈의 에그 타르트를 걍 지나치기엔 또 아쉬웠다. 해변에서 버스를 타고 빌리지 쪽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로 막상 가니 웨이팅이 길어서 "에이, 접자" 하고 돌아섰는데 (줄 스는거 별로 안 좋아함), 옆에 로드 스토우즈 '카페'는 자리가 하나 남아서 낼름 들어갔다. 

코타이 런더너에 오픈한 로드 스토우즈 분점

아이스커피 한잔과 에그 타르트 한 개를 시켰다. 타르트는 11 mop 약 2,000원 정도다. 예상대로 맛은 달달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달진 않았지만 달다. 맛은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부드러운 타르트, 비주얼에 충실한데 특별한 맛인진 모르겠다. 포르투갈과는 다른 마카오식 타르트라고 한다 (아마 내가 이 차이를 몰라서 그런 듯?). 위 사진은 카지노 구역인 코타이의 로드 스토우즈 런더너 Londonder점인데, 본점보다도 줄이 훨씬 길어 보였다. 쨋든 유명세를 경험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줄까지 서서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갓 구운 타르트와 하루 지난 타르트를 비교해 보라는 추천은 흥미로웠다. 


| 아프리칸 치킨 @Henri's gallery

몽환적인 색감의 라이팅이 매력적이다

점심 이후 걷고 또 걸으면서 저녁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펜하 언덕을 넘고, 멋진 주택들로 가득한 마카오 최고 부촌 지역을 넘어, 예쁜 야경의 남만 호수 쪽으로 내려오니 1976년에 열었다는 또 하나의 마카오 유명 맛집, 헨리스 갤러리가 자연스럽게 반긴다. 배도 고픈 김에 이 집에서 아프리칸 치킨을 먹기로 했다. 인기 있는 집이라 그런지 테이블이 구석에 딱 하나 남아 있었다. 페르난도스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식이여서 그런지 여기도 서양인들이 많이 목격되는 곳이었다. 고로 영어 주문 가능.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아프리칸 치킨. 점심에 돼지구이를 그렇게 먹어놓고 또 이런 푸짐한 닭을 먹는다니... 사투에 가까운 한 끼 였다.

식전 빵부터 좋았다. 메인인 아프리칸 치킨은 25분 기다릴 만큼 푸짐했고 껍질이 특히 맛있었다. 매콤한 카레 소스 덕에 맛이 한층 살아났다. 입에 물릴까 봐 사이드로 시킨 밥은 고봉밥으로 나와 좀 당황했는데 도움이 되긴 했음. 마카오에서 이 치킨 요리에 대한 이름들이 헷갈릴 수 있는데, '아프리칸 치킨'은 포르투갈과 아프리카 퓨전 요리, '모 로 치킨'은 광동 요리의 영향을 받은 요리로,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또한 '포르투갈 치킨'이라고 하면 아프리칸 치킨을 의미한다고.  

헨리스 갤러리 옆집, 알리 커리 하우스

헨리스 갤러리 바로 옆집인데 남만 호수 배경을 바로 볼 수 있는 야외좌석이 매력적이다. 여기도 거의 만석이었다. 알리 커리 하우스 Ally Curry House라는 곳이다. 

낭만적인 남만호수 야경

헨리스 갤러리와 알리 커리 하우스 앞에 보이는 남만 호수의 야경은 이렇다. 구조물에서 떨어지는 걸로는 세계 최대 높이의 번지 점프를 할 수 있는 마카오 타워가 보인다 (63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진다고 보면 됨).


| 차찬텡식 아침 @San Hong Fat Cafe 新鴻發美食

마카오 감성의 거리 속 식당

아침에 성룡의 <취권>과 이소룡의 <사망유희> 촬영지인 로우림록 정원에 가던 중 배가 고파 급히 실시간 열려있는 식당 검색해 들어간 곳. 당시 현지인들로 보이는 손님들만 있어서 로컬 식당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찾아보니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집이더라. 마카오에 한 4~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차찬텡 프랜차이즈이고 영어 주문 불가지만 메뉴 몇몇은 사진이 있다.

파인애플번 속 버터 한덩이

홍콩 차찬텡 느낌의 세트 메뉴(커피+파인애플번+마카로니 수프)를 주문했다. 역시나 혈당스파이크가 걱정되는 달달함 폭발. 파인애플번은 속에 버터 한 덩이가 통째로 들어가 있고 겉은 소보루 빵보다 훨 바삭했다. 꼬소하고 맛있지만 지나치게 달아 반 이상 남겼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강추! 

초록이, 노랑이, 하양이의 마카오 국기같은 전체적 색감이 좋다

이번 여행은 이상하게도 대부분 구석자리에서 식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식당 전체 뷰를 바라보며 먹는 것도 혼밥 여행의 묘미니까. 다만 이곳의 구석자리는 벽 보고 벌서는 느낌이 나는 작은 자리라 웃음이 나왔다. 암튼 세트 메뉴(36 MOP, 약 6,600원)로 간단히 아침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 오리밥 @My Messy Kitchen

이런 좁은 골목에 위치한 식당(빨간 산타걸린 곳이 식당), 타이파의 마카오 골목 감성 좋다

타이파 골목에 자리 잡은 로컬에게 추천받은 식당. 소량의 마카오 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여 한 번에 여러 맛을 볼 수 있게 하는 콘셉트이고, 영어 소통 가능하고 사장님도 유쾌하신데 얘기하다 보니 가게 이름인 My Messy Kitchen의 의미도 공감할 수 있었다. 자리도 한 곳뿐이라 아늑한 분위기. 오리밥 Duck Rice과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알레르기 체크까지 꼼꼼히 해주는 세심함이 인상적이었다. 😊

사장님과 남편분. 남편분은 포루투갈 사람인데 영어도 잘 하신다. 저게 유일한 테이블이라 합석 포함 약 3~4명 정도 앉을 수 있다

사장님과 남편, 잘생긴 아드님 두 분, 그리고 친척까지 모두 만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 특별한 시간이었다. 부인 사장님의 고민부터 요리 자격증을 딴 이야기와 이 식당의 컨셉 등등. 아, 가게는 가족(+친척)이 함께 DIY로 꾸민 공간이라고. 한국인이라고 하니 네이버 리뷰를 보고 오는 한국 손님도 굉장히 많다고 하신다. 남편분은 다국적 손님이 많은 점을 좋아하지만 의외로 대륙 관광객은 드물다며 신기하다고 하셨다. 타이파가 엄청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대륙의 젊은 관광객들 많이 오는데도 이 가게는 많이 찾이 않는다 점은 나 또한 흥미로웠다.

오리밥 Duck Rice과 샐러드,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가볍게 한끼하고 가기 좋다. 특히 활짝 열린 문을 통해 골목을 바라보고 있는 구조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번씩 "이 집 뭐지?" 히며 멈칫 멈칫하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마카오 영화 <이자벨라>를 보고 마카오 및 타이파까지 왔다고 하니 사장님도 그 영화를 아신다고 했다. "이 영화를 안다고요?"라며 놀라워하셨고 나는 "이 영화 때문에 마카오에 왔다"라고 답하며 촬영지를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나도 이 영화 아는 사람 본 건 사장님이 처음이었다 ㅎ). 덕분에 이곳에서 또 하나의 즐거운 여행의 도장을 찍고 간 느낌이다. 오리밥, 샐러드 각각 48 mop, 약 8,800원. 


| 거위 창자 덮밥 @Chan Kwong Kei BBQ Shop 陳光記

여기는 로컬+관광객에게 모두 사랑받는 식당으로 보면 되겠다. 원래 두 번 와서  고기 3개 덮밥 (오리+닭+돼지)과 거위덮밥 먹고 가려고 한 곳인데 뭐에 홀렸는지 거위 '창자' 덮밥을 시켜버렸다(鵝腸飯). 하지만 결과는? 식감 쫄깃쫄깃한 게 마치 곱창을 먹는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간장 소스 좀 버무려져 있으니 이것이 천국. 

10시경에도 손님이 가득한 이곳은 시간대 상관없이 북적였다. 내 테이블에는 직접 가져온 마오타이 혼술부터 하던 현지인이 합석했는데 나중에 내 접시가 밥만 남은 걸 보고는 자기 고기를 먹으라며 권하셨다. 몇 번 사양하다 덥석 먹었는데, 와, 닭이 꿀맛! 역시 현지인이 고른 메뉴는 다르다. 파파고를 통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늦은 시간이라 아쉽게도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을 텐데! 거위 간덮밥 70 mop, 약 13,000원.


| 거위다리 덮밥 @Chan Kwong Kei BBQ Shop 陳光記

다음 날 아침에 또 갔다. 이곳의 매력은 2개나 3개까지 고기를 섞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인데 새벽부터 고민이 참 많았다. 어제 거위 창덮밥을 먹은 관계로, 마지막은 '오리+닭+돼지 덮밥'이냐, 아니면 '거위 덮밥'이냐... 거위는 고급 재료라 (오리랑 비교하면 가격이 두 배다) 섞어 먹기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오리랑 닭 돼지는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니 거위 덮밥으로 결정! 

거위도 그냥 거위덮밥이랑 거위다리 덮밥이 있는데 식감이 더 좋다는 거위다리 덮밥으로 주문. 흑후추를 버무린 거라 맛이 그냥 술안주다. 말해 뭐래. 참 맛있다. 쫄깃한 살 뜯어먹는 재미도 있어. 껍질도 맛있어..ㅜㅜ.. 너무 맛있어. 여기는 밥이랑 고기만 딸랑 나와서 이번에는 삶은 야채(상추)도 같이 시켰다. 차까지 (그릇 씻는 용인데 음료수 없어서 그냥 마심) 함께 하니 역시 완벽한 삼위일체 조합이다. 원래는 오늘의 수프도 있는데 이 날은 안된다고 해서 못 먹었다. 거위다리덮밥 130 mop, 약 24,000원. 삶은 상추 소짜 33 mop 약 6,000원.


| 육포시식 @Koi Kei Bakery 

타이파 방문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식 거리는 못 갔는데 호텔로 가는 알메이다 리비에로 도로에 마침 육포 시식을 주는 곳이 있어 한 점 덮석. 적당한 부드러움과 쫄깃함. 맛있었다. 코이케이 베이커리라는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카오 안에 20여개의 체인점을 둘 정도로 인기있는 간식 가게라고 한다.


| 피시볼 국수 @Hou Si Loi 好時來美食

세나두 광장을 벗어나 R do Campo를 향한 어느 좁은 골목 끄트머리에 있던 음식점

이번 여행의 진정한 로컬 경험이 아닌가 싶다. 원래 가려던 국숫집 찾아가니 폐업한 바람에 잠깐 방황하다가 급하게 눈에 들어오는 한 골목길 음식점을 들어갔다. 역시 관광객의 흔적은 없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까지 다양한 현지 손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메뉴도 다 한자. 다만 몇몇은 사진 메뉴가 있어서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피시볼 국수를 시킬 수 있었다. 세트 메뉴가 지금은 안된다고 해서 국수만 주문, 30 mop 5,500원 정도

갓나온 국수.. 비쥬얼처럼 솔직한 맛이다

여기도 피시볼이 푸석한 것 보니 마카오 특징인가 보다. 원했던 딱 그 중국식 분식점 국수 맛이 좋았다. 처음엔 특유의 퉁명스러운 캔토니즈 말투였지만, "아 캔트 스피크 챠이니즈"라고 하니 말투가 정화되며 손가락으로 "앉으라"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언어의 차이일 뿐, 이런 경험은 하도 익숙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ㅎ.

라유 투하~!

중간에 라유를 뿌렸는데... 와... 먹자마자 목구멍이 커 억 하며 얼굴 빨개질 정도로 매웠다. 저 순간 음식이 변신했고 그 맛에 홀려 또 촵촵촵 한 그릇을 비웠다 (오늘 저녁 코스 요리라 가볍게 속만 채우려고 한 건데...). 


| 음료수 시식 @ R. de São Domingo

너무나도 매웠던 라유의 내음이 가시지 않아서 뭐 하나 사 마실려고 하는데 죄다 줄 선 집 밖에 없어서 해매다가 시식 주는 음료수 한 잔 했다. 멜론 맛이 나는 상큼한 음료수, 입가심으로 좋았는데 어느 가게 껀지는 모르겠다. R. de São Domingo의 거리였다. 


| Tasting 코스 @Hotel Central Palace Restaurant

솔로다이닝으로 예약하니 이렇게 아늑한 프라이빗한 룸으로 마련해 주었다

대망의 피날레, 마지막 날 저녁 코스 요리다. 어차피 모든 빗장을 풀은 여행이었으니 한 잔 씩이면 괜찮겠지 싶어 와인 페어링도 선주문했었다 (추가 시 198 mop, 약 36,000원, 메인 코스 자체는 588 mop, 약 108,000원) 

코스요리와 따로 시킨 보이차

전채는 기름에 조리된 노른자 타르트와 캐비어, 그리고 앙증맞은 밀크티가 함께 제공됐다. 타르트를 한 입에 쑥 넣으면 노른자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밀크티 한 모금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수프는 70년대 스타일로 끓인 닭고기 수프. 멜론과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렸고 소라의 식감은 부드러웠다. 특히 육회 같은 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진 식재료가 궁금해 물어보니 바다 달팽이(Sea Snail)로 고급 재료라고 한다. 독특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선주문하면 이메일로 메뉴별로 어떤 와인이 제공되는지도 친절히 알려준다.
와인 페어링은 수프를 제외, 4가지가 설계되어 나온다.

메인 요리는 두 가지다. 오스만투스 향을 입힌 훈제 프렌치 비둘기는 은은한 향과 라이스 칩이 인상적이었다. 코스 요리라 반 마리만 제공되었고 대가리는 나오지 않았다. 맛은 괜찮았는데 개인적으로는 Fat Siu Lau의 비둘기 요리가 더 인상적이었다. 전복 웰링턴은 살짝 난해했지만 무난히 먹을 수 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크리스털 설탕 호리병박은 포멜로(붕깡), 피치(복숭아), 플럼(자두)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사케, 테킬라, 위스키와 함께 순번에 맞추어 먹는 방식이다. 입 안에서 설탕벽이 깨지는 독특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25년산 보이차

마카오 토속은 아니지만 마카오에서 꼭 먹어보라는 추천을 받은 적이 있어 25년 산 보이차(Puer'er Tea)도 주문했다. 흙내음 특유의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었고 코스의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이전 음식과 와인의 맛을 클렌징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게 바로 생차의 매력인가 싶었다. 전체적으로 서빙이 특히 친절했는데, 손으로 먹는건지 포크로 먹는건지 이건 뭔지 등 질문에도 편하게 답해주셨고, 음식이 나올때마다 세심한 설명과 배려 덕분에 시종일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역시 친절한 경험은 맛을 떠나 잊을 수가 없다. 계산 시 호텔 투숙객에게는 10% 할인이 적용되는데 예약 당시 몰랐던 부분을 직원분이 확인해 프런트에서 쿠폰까지 챙겨주셨다. 이 세심한 배려 덕분에 더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남았다.


| 중국식 조식 세트 @Hotel Central Palace Restaurant

조식은 한 번에 다 나온다. 가운데 간장 소스로 보이는 애들은 전복과 쇠고기고 우측 상단 두 놈은 콘지에 뿌려 먹으면 된다

마지막 날 홍콩행 페리 시간이 타이트해서 아침도 호텔 식당으로 예약했었다. 서양식과 중국식 중 택 1인데 여행 중 딤섬류 계획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중식으로 예약했다. 콘지 제외 맛은 상당히 별로였다. 만두는 특히...  최악 수준..ㅜㅜ 전복은 귀해서 다 먹어주고. 마카오 국기 색감의 크로와상 비주얼이 특이했던 서양식을 먹었어야 했나 싶었다. 암튼 조식도 투숙객이면 10% 할인이 들어간다. 조식에서도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  원가는 148 mop, 약 27,000원 (이건 아니야 ㅜㅜ). 


| Epilog: Hong Kong & Korean Air 

마카오-홍콩 페리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중

호텔 체크아웃 할 때 가지고 나온 사과오이 주스. 첨에 보고 오이? 윙? 했는데 괜찮다. 그냥 달다구리다. 

참치 샌드위치 @TurboJet Ferry

마카오-홍콩행 터보제트 페리는 슈퍼 좌석을 예약했었는데 한 시간 이동이긴 하지만 생수와 간단한 샌드위치가 나온다. 햄치즈랑 튜나 둘 중 하나 선택인데 튜나 선택. 어린 시절 홍콩에서 먹던 추억소환의 맛이었다. 


베이컨 치즈 버거 @Beef & Liberty

홍콩 공항 보딩장 근처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번도 맛있고 고기는 스테이크 수준으로 괜찮았지만 크고 팬시한 햄버거는 햄버거가 아니며 햄버거는 비싸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라 그런지 약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했고 가격은 137 HKD(약 26,000원)로 많이 쎄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중국식 음식을 먹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대한항공 이코노미 기내식

저녁으로 생선과 비빔밥의 선택. 선택은 비빔밥. 고추장 쫙 돌려주시고 뚝딱 먹은 다음 맛있는 과일 섭취. 기내식은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맛있다. 무슨 이유일까?

암튼 영화 두 편 정도 보니 인천공항 랜딩 시작.

파바 아아

반팔 입고 한가을의 크리스마스를 한 껏 즐기다가 갑자기 한국의 매서운 강추위에 정신이 바짝 들어 시킨 아아, 내 돈 주고는 커피 잘 안 사 먹는데 그냥 꿈같은 지난 며칠이 뭔가 아쉬워서 한 잔 사셔 마시며 혼자 넋두리를 함. 생각해 보니 마카오에서도 커피는 한두 번 정도밖에 안 마신 듯?

Fin. 이상 마카오 먹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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