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일본 래퍼 Litty(리티). 두 번째 싱글 〈Thinkin' Bout〉(2024.12.17) 뮤직비디오는 '잠든 뒤 꿈속에서 도시를 거닌다'는 설정 아래 서울 로케이션(익선동, 종로 3가)과 스튜디오 컷을 교차 편집한다. 2‑3초 안팎의 짧은 컷 편집 구조는 음악의 리듬과 잘 어울린다
서울 로케이션은 진짜 쓱 훑고 지나간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Litty가 추구하는 음악 감성—도시, 스트리트, 젊음—을 한국의 로컬 공기를 통해 어느 정도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익선동 한옥거리
종로 3가 포차거리 (단성 주얼리 센터 앞, 5호선 포차거리)
홀리데이인 송도
🌙1. 익선동 한옥거리
리티가 잠에 들고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공간감 없는 몽환적 스튜디오 씬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익선동 한옥마을의 밤거리. 2010년대 중반 즈음부터 2030(특히 여성) 세대가 이끈 ‘뉴트로 성지’. Y2K, 스트리트, 도시 감성을 추구하는 Litty(리티)와 잘 겹친다.
좁은 골목, 리모델링된 한옥, 간판 불빛의 교차. "꿈에서라도 다시 너를 만나면, 그게 좋은 날이야”라는 가사와 맞물려 꿈 속 특유의 파편적인 기억을 환기한다.
Litty의 'Thinkin Bout'은 흔들리지만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복잡한 결들을 담고 있다.
겹겹이 쌓인 시간, 상반된 의미, 그리고 다층적인 모순과 모호함들. 익선동 역시 한 가지 얼굴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기억이 스며 있는 공간이다.
MV에서 특정할 수 있는 한옥마을의 촬영지는 마이포에트리뿐이었다. 장면들이 워낙 빠르게 흘러가고 몽환적인 느낌 때문인지 디테일한 단서들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 2. 종로 3가 포차거리와 단성사
리티가 MV 속에서 자리 잡는 포차 장면이 매우 흥미로웠다. 바로 단성골드주얼리센터 건물이 뒷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원래 단성사 영화관이 있었던 터로, 1907년에 지어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이었다.
특히 8,90년대 전성기 시절, 근접한 피가디리, 서울극장과 함께 종로 3가 트라이앵글 극장가로 불렸던 한국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나운규의 <아리랑, 1926>을 상영했고 대한민국 현대시절 역대 흥행작들인 <겨울여자, 1977>, <장군의 아들, 1990>, <서편제, 1993>등이 이곳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라는 시대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2008년 역사의 뒷 켠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단성골드주얼리센터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리티 커플 입장. 아티스트 및 MV 관계자들이 이 터의 역사적 의미를 알고 촬영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근현대 격변의 시간을 품은 이 장소에 Z 세대 일본 아티스트가 한국식 야장 풍경을 담는 장면은 세월의 간극을 조용히 실감하게 했다.
포장마차는 종로 3가 3호선 2-1번 출구 쪽 춘천닭꼬치라는 곳으로 추정된다. 기대했던 소주 한잔 탁! 걸치는 모습은 볼 수 없는데 매운 닭꼬치나 떡볶이를 먹(여주)고 있는 것 같다. 포차에서 알코올 없는 밤이라니!
포차 장면 후, 리티와 동행인은 종로3가 1호선 구역을 벗어나 5호선 익선동 방면 포장마차 거리(3~4번 출구 사이)를 배회한다.
길목에서 부산집(추정) 포장마차를 스쳐 지나가는 컷이 확인된다.
코로나 이후 2022년부터 종로 3가 포차 거리는 한국 20‑30대 사이에서 ‘야장 성지’로 부상했다. 리티의 영상에서 많이 보이는 ‘도시 밤 문화’라는 정서와 은근히 맞물린다.
한국 포장마차는 일본 야타이와 유사하지만 골목을 가득 메우는 천막 열과 번잡한 노상 분위기로 또 다른 감성을 만든다. 서울 시내에 전통 노상 포차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포차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이를 잘 정비한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독특한 관광 아이템으로 다시 빛날 여지가 크지 않을까?
평소엔 저렇게 꽉 들어차는데 어떻게 그런 타이밍에 자리를 잡았는지 신기할 따름 (다른 구역이긴 하지만).
🏨송도 Holiday Inn은 왜 나왔을까?
MV의 시작은 잠자리에 들며 꿈속으로 들어가는 리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꿈의 입구인 셈.
인천 송도의 홀리데이인 호텔이다. 다만 인천 송도와 서울 종로라니. 전체 흐름 속에선 다소 동떨어진 공간감이다.
어쨌든 짧은 여정이 담긴 MV였지만 그 안엔 기대했던 Litty다운 감성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 데뷔곡〈Pull Up〉이 출발선의 에너지를 노래했다면 〈Thinkin' Bout〉은 머무름 뒤에 남는 잔흔을 기록한다. 뮤직비디오 속 서울은 순식간에 교차하지만 어둠과 네온, 좁은 골목의 체온이 겹쳐지며 리티의 음악 속에 담긴 ‘흔들리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남긴다.
아마도 이 영상 자체를 서울 밤거리 브이로그처럼 느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행의 시작이었는지 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서울과 동떨어진 이 위치 덕분에 ‘잠깐 머무는 외국 관광객’의 현실감이 살아나고 이어지는 2‑3초 서울 컷들 역시 여행 뒤 머릿속을 스쳐 가는 단편적 기억처럼 느껴진다.
| 🎥 Trivia
Litty - Thinkin' Bout (Prod. Lion Melo) 2024.12.17
| 📌 More on Litty
[힙합/일본] 귀여운 에너지와 감성의 경계, Litty가 그리는 도시의 밤
유튜브의 알고리즘의 항해 속에서 어느 날 들려온 매력적인 음악 Litty의 . 이 곡으로 그녀는 지난 9월 일본 힙합 신에 발을 내디뎠다.| 첫 번째 싱글:첫 번쨰 싱글 "Pull Up" 뮤직비디오와 음악은 친
electronica.tistory.com
🎤 2025년, 요즘 꽂힌 여성 J-힙합/랩 아티스트들
원래 시작은 음악 블로그였는데 음악 포스팅한 지 꽤 오래된 듯해서 올려봄 🎶. 2025년, 요즘 즐겨듣는 일본 여성 힙합/랩 아티스트들과 대표곡 하나씩 소개. 다음에는 용용, 유명한아이, 에피 등
electronica.tistory.com
|🎥 일본 MV 한국 촬영지 시리즈
[일본MV 한국 촬영지] ME:I, ‘Hi‑Five’ — 동해안에서 만난 J-청춘
최근 1~2 년간 한국 촬영지 배경의 일본 MV들이 보이는게 흥미로워 시작한 시리즈의 서브포스팅이다. 요약본 쓰는게 너무 길어져서 자꾸 미루다 서브부터 푼다K-POP 시스템으로 훈련받은 일본의
electronica.tistory.com
[일본MV한국촬영지] ME:I, 서울 위에서 ‘봄’을 클릭하다 — 〈Click〉
| 현실 vs 버추얼〈Click〉은 서울 실사 로케이션과 CG 도시를 오가며 ‘한국적 공간’ 위에 ‘일본식 봄 정서’를 레이어링 한다.| 촬영지 한눈에 보기공덕동 : 대한통운 유료주차장 옥상이
electronica.tistory.com
| 🔜 New Single
아, 오늘(5/12) 저녁 8시 Manaka가 피처링한 Litty의 신곡, 'Cheese'가 공개된다.
기대된다.
'CINEMA > 촬영지-로케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MV한국촬영지] 알차게 훑고 간 서울, Nozomi Kitay - "Be the One" (2) | 2025.05.15 |
---|---|
[일본MV한국촬영지] ME:I, 서울 위에서 ‘봄’을 클릭하다 — 〈Click〉 (0) | 2025.05.09 |
[일본MV 한국 촬영지] ME:I, ‘Hi‑Five’ — 동해안에서 만난 J-청춘 (0) | 2025.05.08 |
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3 - Pui O 아화의 가게 (0) | 2025.02.15 |
[후쿠오카] 해효의 노포 이자카야, 노기쿠 野菊 | 후쿠오카 촬영지 (0) | 2025.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