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를 여행 하다보면 대부분의 호텔이나 상업 건물 전망대는 유료지만 호텔 센트럴(Hotel Central) 루프탑 전망대는 무료로 개방된다. 100년 넘는 호텔의 역사와 마카오의 문화·역사를 잇는다는 콘셉트에 잘 맞는 전략인 것 같다
코타이와 마카오 반도
왼쪽은 마카오에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고급 호텔들이 밀집한 코타이(Cotai) 지역이다. 하지만 2006년 간척으로 조성된 코타이는 화려한 관광·도박 특구일 뿐, 마카오 반도가 간직한 수백 년의 역사와는 결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호텔 센트럴 루프탑 전망대는 마카오 반도의 풍경을 360도로 조망하며 그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오른쪽은 호텔 쪽 아님. 걍 반도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전망대와 주변 명소 ❘ 출처: macaomagazine.net
위치는 마카오 반도의 중심가인 알메이다 리베이로 애비뉴(Almeida Ribeiro Avenue, 신마로). 마카오 주요 상업지구를 연결하는 도로변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마카오 최대 관광 명소인 세나두 광장이 불과 1분 거리라 부담 없이 들르기 좋다.
11층이라 높이감은 크지 않지만 적당한 고도에서 마카오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어 오히려 풍경을 더욱 디테일하게 감상할 수 있다. 루프탑 전망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된다. 무료라서 그냥 1층에서 엘베타고 11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된다
투어 시작~!
언제 어디서나 봐도 좋은 감성적인 호텔 빌보드
(시계방향) 호텔리즈보아, 알메이도 리베이라 에비뉴 (신마로), Bank of China (동그랑땡), 그랜드 엠퍼러 호텔 (왕관)
전망대 공간, 삐딱감성
북동쪽에서 서쪽으로 쭈욱 돌려봄
신마로를 따라 소피텔을 바라보면 영상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저 반짝이는 조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마카오 반도의 다양한 뷰 스팟에서 이 조명을 담는 현지인/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신마로와 소피텔을 바라봄
왼쪽 뒤로 민트와 트로피칼 느낌 네온사인이 인상적이었던 마카오 마스터스 호텔 Macau Masters Hotel 萬事發酒店이 보인다.
세인트폴 유적(왼쪽)과 몬테 요새(중앙 > 오른쪽)의 야경
역시 갤럭시폰으로 찍으면 야경의 선명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 사진으로만 봤을 땐 흉물스럽게 보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이 들고 묘하게 예쁘게 느껴졌다. 나 같은 관광객에겐 약간 이정표 같은 놈이었다.
1864년에 세워진 기아 요새 등대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낮에 방문 해보고 저녁에 이렇게 또 마주하니 묘하게 신기한 느낌
마카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인트 폴 유적으로 꺾이는 커브 동선이 유독 역동적으로 보인다.
좀 더 줌인을 해봄
세나두 광장 방향 풍경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자비의 성채(Holy House of Mercy of Macau).
그 뒤쪽의 화려한 건물은 M8 Macau.
그 왼쪽 위로는 마카오 대성당(Cathedral of the Nativity of Our Lady)이 자리하고 있다.
bossini.X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마카오 시정국, 안쪽 중정과 안뜰 공간이 궁금해진다.
바로 그 옆은 1935년부터 1993년까지 운영되던 아폴로 극장(Teatro Apollo). 영화의 메카이자, 한때 마카오 젊은이들의 만남의 성지였다고 한다. 교통의 요지였던 것까지 생각하면 아주 옛날 한국 명동의 중앙극장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으로 반짝이는 그랜드 리즈보아, 오른쪽 동그랑땡 간판을 가진 건물은 뱅크오브차이나 마카오지점이다.
아래쪽에 보이는 물결무늬 바닥이 바로 세나두 광장, 크리스마스 장식 뒤로 보이는 건물은 1929년 지어진 마카오 우체국 건물
세나두 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 풍경, 역시 이쪽이 볼거리가 많긴 하다.
호텔 빌보드 뒤쪽, 저 위까지 올라가보면 좋으련만...ㅎ
왼쪽에 우뚝 솟은 건물은 마카오 타워, 오른쪽의 뾰족한 작은 건물은 페냐 성당(Penha Church)
왼쪽 황금색 건물은 중국 74위 높이의 주하이 타워 (330m). 주하이 쪽이 모던한 고층 건물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역시 마카오의 역사 깊은 감성을 따라올 수가 없다
마카오 골목길의 건물들 – 이런 곳들을 직접 걸어 다니며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루프탑 공간
주하이쪽 풍경
성냥갑처럼 늘어선 건물들. 이 정도 높이에서는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느낌과 아래의 디테일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좋다
여행 계획에 없었으나 근처 화장실을 찾다가 어쩌다 보니 하루카스 300 근처까지 와버렸다. 당일 예약이 가능하길래 뭔가 홀린 듯 클룩앱으로 전망대 예약을 하고 올라간 하루카스 300. 이렇게 계획 없이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헬리포트(옥상) 루프탑 투어도 선착순 현장구매가 마침 시간이 딱 맞고 사람도 많지 않아 바로 구매했다. 당시 투어 참여자는 나를 포함해 5명 정도였던 것 같다.
헬리포트의 가장 큰 장점은 마천루 옥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오사카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내 전망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함께 도시를 발아래 두는 듯한 압도적 뷰의 경험이 가능하다.
| 아베노 하루카스 300 소개
건물의 디자인 컨셉트 크게 6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지하철역, 백화점, 미술관, 오피스, 호텔, 전망대) ❘ 출처: takenaka.co.jp
아베노 하루카스 300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천루로 한국의 송도 포스코타워(305m)와 비슷한 높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단순한 높이 경쟁을 넘어 오사카의 도시 발전과 공간적 변화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낙후된 덴노지 지역을 현대적인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며 주변 상업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했다.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오사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조망하는 공간이 된 셈이다.
58~60층+옥상이 전망대 공간 인데, 옥외광장인 하늘정원이 위치한 58층부터 옥상까지 트여있는 2/3정도를 제외한것이 헬리포트 공간이다. 전망대 입장권으로 헬리포트만 빼고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출처: 하루카스300 안내책자
하루카스 300의 헬리포트 전망대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오픈 공간에서 오사카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일본의 지진 및 재난 대비를 고려한 첨단 건축 기술이 적용된 건물로 초고층 건축물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58층-59-층-60층-헬리포트로 이어진다
58층 하늘정원에서 위를 바라본 모습. 하늘을 향해 확 트여 있어 쾌적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오른쪽 꼭대기가 헬리포트 공간인데 저 '해발 300m' 사인뿐 아니라 온 건물 천지에 여기는 '해발 n 미터'식으로 덕지덕지 써놨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시저 펠리의 유명 건축물들
마천루의 대가 시저 펠리의 디자인이다. 그가 한국에 남긴 흔적은 교보문고 광화문 사옥이다. 다만 당시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었는지 그의 공식 작품 리스트에는 항상 빠져 있다. 아무튼 58~60층의 전망대 방문기는 나중에 쓰도록 하고 오늘은 옥상 헬리포트 이야기만.
60층 인포메이션 카운터에서 투어를 신청한다 (내가 갔을 때는 현장구매만 가능했다). 투어 당 선착순 30명.
에지더하루카스 (Edge the Harukas) 소개 책자 : 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ㅎㅎ
엣지더하루카스라는 액티비티도 있었는데, 이걸 할까 하다가 그냥 헬리포트 투어로 결정 했다. 과정은 아래와 같다.
헬리포트 투어 신청하면 주는 팔찌 (입장+기념품용이다). 색깔별로 고를 수 있다.
하루카스 300 입장: 16층에서 일반 전망대 입장권을 구매/교환한 후,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으로 이동.
헬리포트 투어 집결: 60층 인포 카운터에서 헬리포트 투어 별도 신청/구매, 지정된 시간에 가이드와 만남. 사진기/핸폰 빼고 록커에 짐 넣음
헬리포트로 이동: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내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이동 (약 2~3분 소요).
안전교육 진행: 헬리포트는 개방된 공간이므로 안전을 위해 가이드가 사전 안내 및 주의사항을 설명.
출처: 하루카스300 공홈
헬리포트 투어 시간표다. 난 2시 40분이었다.
헬리포트로 가는 길, 뭔가 굳건하고 육중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곳으로 열리는 문 같아 보인다
록커에 짐을 넣는데 가이드분들이 보면 대충 각 다 나와서 이건 남기고 저건 넣으라고 안내해준다. 결국 남는 건 팔찌와 사진기 혹은 핸드폰뿐. 위의 문을 통해 들어간다.
당시 분위기? ❘ 챗GPT
올라가는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데 약간 위와 같은 분위기?다. 가이드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살짝 빠른 보폭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 헬리포트에서의 전망
계단을 올라와 다달은 탁 트인 옥상
계단을 올라와 처음 옥상을 마주하면 탁 트인 공간감에 절로 "와~" 하는 느낌이 먼저 난다. 이후, 사실 워낙 높은 위치라서 그런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의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오사카의 모습은 지금 내가 치고 있는 키보드 하나의 블록보다 더 작게 보일 정도. 오사카에서 높다고 자랑하는 츠텐카쿠나 우메다 공중정원 빌딩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것들도 그냥 큰 군집의 하나일 뿐. 암튼 옥상에서 안전수칙 관련 안내 받고 10분 구경 후 다시 모이기로 한다. 룰은 대략 간단. 공간에 쳐져 있는 주황색 라인 안에서만 사진 찍기 가능 (나가는 건 가능하나 사진 X, 난간 잡으면 안 됨)
남쪽의 난코미나미에서 나가이공원의 얀마 스타디움까지를 바라본 모습
바다가 눈에 먼저 들어와 그쪽으로 가본다. 남서쪽의 오사카 베이다. 가운데 높이 올라선 구조물은 약 18킬로 떨어진 간사이 전력 난코 발전소 (KEPCO Nanko Power Plant)의 나코 스카이 타워다. 200m 높이로 배기가스를 높은 곳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건물은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 전망대다(252m).
하루카스에서 위 사진 방향(남쪽)으로 바라본 지도
더 너머에는 내 최애 만화 <붉은등애가>의 주인공 사토시와 치코의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무대인 아와지시마 섬이 있는데 실제 눈으로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힘들다. 10분 밖에 쥐어지지 않은 시간의 압박도 한 몫한다.
이 공간은 북서 방향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쪽을 바라보고 있다, 밑애는 옥외광장이 있다.
아까 책자에서 본 엣지 더 하루카스 (Edge the Harukas) 액티비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히 무섭겠지만 흐름을 잠깐 보니 약간 정적인데다가 제자리에서 끄적끄적 거리는 느낌이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금은 2,000엔).
남-동-북-서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봄.
헬리포트의 매력은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공간 경험에 있었다. 일단 옥상이라 바람이 꽤 강하다. 20여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전 때문에 여러 제한 사항을 감내하며 관리자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 (관리자의 구호와 함께 이동하는 과정은 짧지만 나름의 긴박감이 있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10여 분 정신없이 바삐 보고, 사진을 찍고, 체험하는 시간의 압박감이 있다. 뭔가 "요이~ 땅! > 동작그만, 헤쳐모여!"의 느낌이다.
북서쪽을 바라본 모습
주위에 높이가 비슷한 건물이 없으니 탁 트인 조망권이 인상적이다. 하늘과 구름과 땅이 3등분 되어 있다.
눈에 띄는 빌딩들을 포인팅 해 보았다. 근데 이렇게 하나하나 구분하면서 볼 시간이 없다.
계단 입구인 북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360도로 카메라를 돌려봄
점점 시간에 쫓겨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방향도 모른채 무지성으로 사진만을 찍게 된다.
방황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줌을 해서 찍어보게도 된다.
저 뒤에 보이는 다리가 <붉은등애가>의 치코와 사토시를 이어주는 아와지섬의 아카시 대교인가?
오사카베이를 바라보며 늦은 오후의 느낌 가득
3~4명 정도의 요원들이 안내해 주신다. 이날 다 커플인데 나만 혼자였고, 불쌍해 보였는지 와서 사진도 찍어 주셨다. 아리가또!
다시 관리자들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내려오고 록커의 짐을 찾으면서 보니 다음 팀은 방송국에서 왔는지 카메라들과 인원들이 꽤나 많았다.
| 마무리
하루카스 300 헬리포트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사카를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이다. 실내 전망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바람, 그리고 시간의 압박이 주는 긴장감이 색다르다.
니시나리 숙소에서 하루카스를 바라봤던 모습
내가 경험한 오후 시간대에도 '너무 푸르른' 하늘 덕분에 경치가 좋았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노을 지는 시간대에 맞춰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홍콩은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주변 여러 섬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란타우섬은 다양한 산과 해안 경로를 갖춘 트레킹 명소로 홍콩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에 위치한 푸산 트레일 코스 (Fushan Viewing Point Trail)의 후기다.
|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변 지명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요 주변 지명
먼저 코스의 지도 속 빨간색 점선이 경로다. 시작점에서 양후사원까지 약 1.4km,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저질 체력 탓에 시간이 더 걸렸는데, 사실 구글 맵 기준으로는 약 25분 정도의 짧은 코스다. 이 코스를 걸으며 타이오 마을의 전경과 함께 핑크돌고래가 서식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HZMB)도 보인다. 힘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코스다 (푸산은 해발 75m 밖에 안된다).
| 트레일 시작점에서 본 풍경
트레일 시작점에서 바라본 코스
트레일의 시작점에서 푸산 트레일 능선을 바라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산책로일 수 있지만 내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주위에서 몸에 무리가 간다고 왠만하면 가지 말라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보니 오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시작점이 숙소 바로 옆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중 저 풍경을 보고 "그래, 가자"하며 충동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 석재포 거리 진입로
석재포거리 진입로
석재포 거리 (Shek Tsai Po St)는 타이오 시장에서 (타이오 윙온 거리 아님)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까지 이어지는 타이오 마을 최서단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길이다. 중간 즈음에 있는 <홍콩 소림 무술 문화센터>로 빠지는 길로 꺾으면 공터가 나온다.
공터 초입에 이미 표지판이 있으니 돌고래 그림이 있는 FU SHAN VIEWING POINT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핑크돌고래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타이오 마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 소림문화센터 앞 공터
공터 안으로 들어가면 타이오 특유의 이런 '인스타(?)'스러운 풍경도 있고,
마을의 과거 흔적과 현실이 느껴지는 풍경
옛적 식수를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 구조물 위에 놓인 중국의 그린 드래곤 장식품, 현재 마을의 판잣집과 가구를 위한 듯한 목공물들, 거기다가 홍콩에서 흔히 보이는 코카콜라 사인이 담겨 있는 담장의 이 흐트러진 풍경을 보니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 무게감 있는 고목. 저게 반얀트리인가? 암튼 수명이 매우 오래되어 보여 사당/사원보다는 이런 고목이나 식물을 볼 때마다 더 경외감이나 신비로움을 느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을에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목들은 어떤 세월을 견뎠을까?
소림문화 센터 앞 공터
암튼 공터의 모습은 이렇다. 마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중앙에 나무 구조물이 소림문화센터 입구다. 문 닫은 날인지 소림무술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소림이란 단어에 솔직히 살짝 설레었었음). 암튼 센터를 끼고 왼쪽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길로 갔고...
| 잘못 간 길
홍성고대사원
정문 오른쪽 방향엔 홍성고대사원(Hung Shing Temple)이 있다. 1746년 청나라 시절에 세워진 타이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다. 홍성대왕이라는 남중국해의 신을 모시며 바다로 나간 옛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른쪽 방향
암튼 그 옆으로 뻗어 있는 계단 때문에 길이 꽤 그럴싸해 보여 당연히 저기가 코스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일단 걍 올라가 보았고,
잠깐 삽집을 했다.
써컹 써컹
살짝 위험을 느낀 좁아터진 길의 폭과 높이, 그리고 나중에는 마체테 칼 없으면 전진 못할 것 같이 수풀이 앞을 가로막아 위험함을 느끼고 철수했다.
경사와 폭 때문에 내려오는게 더 무서웠음
뱀한테 물리고도 할 말 없을 무턱대고 지른 천연자연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은 아마도 산의 관리자용 길인 것 같다.
공터에 돌아와 보니 누렁이 한 마리가 공터 중앙에서 아직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사원 바깥쪽에 작은 신당 같은 것도 있었다. 양 쪽의 부적들은 身壯力健 몸이 건강과 힘을 기원, 老少平安 노인과 아이가 평안하고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필요한 부적인 듯 ㅎ
아까 길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잘못 들어간 것 같았다. 신당을 향해 '몰랐습니다. 죄송함미다' 사과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 이제야 제대로 들어선 코스
전망대 코스 표지판
공터로 돌아와서 다시 보니 소림센터 정문 왼쪽에 떡 하니 푸산 전망대로 가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하... 난 바본가 봐...
암튼, 소림문화센터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종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열대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진 모습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 여유 같은 것..
왼발, 왼발~
카메라의 흔들림을 보니 걸음걸이도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 :)
쭉쭉 간다
이 즈음에서 갈림길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앞의 평지 길로 안 가고 왼쪽의 계단길로 올라간다.
돌고래 사인을 따라 가세요
초반부 삽질에서 학습이 되어 표지판을 잘 보았다. 여기부터는 길이 하나라 아까처럼 헤맬 일은 없다.
이 시점 이후로는 계단과 돌길의 연속이다. 왼쪽에 보이는 건 비석 같은데 이 푸산(富山)을 돌며 굉장히 많은 묘비들을 볼 수 있다. 옛 조상을 모시는 풍습인 만큼 이 산이 터도 좋고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의미 아닐까.
계단이 지나고 만난 반가운 돌길. 오른쪽에 있는 도구들은 뭔가 해서 읽어 봤더니 파이어 비터 (Firebeater)라는 소방도구다.
출처: shutterstock
산불이 나면 저걸로 팡팡 쳐서 진압을 하는 모양이다.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뭔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야생의 자연과 가까운 느낌의 식물들을 느끼며 걷는 이런 길을 좋아한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그런 자연의 풍경과 냄새가 더 진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숨이 차서 걸을 때는 땅만 보고, 멈춰서 쉴때만 풍경을 좀 본 것 같다
암튼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 첫 번째 포인트: 흰돌고래 조각상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계단 ㅜㅜ. 암튼 저 계단을 오르면 트레일의 첫 번째 전망 장소인 흰돌고래 조각상(中華白海豚) 터가 나온다.
위 사진의 '여기 즈음'이 저 계단이다.
계단, 계단, 계단 (뛴거 아님, 빨리 돌린거임)
맘 잡고 다시 올라가 본다.
경사라 힘들어 땅만 바라보며 올라가다 문득 뒤돌아 보았다. 이제야 좀 고도에(해발 75m ㅎㅎ) 올라왔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사이드 방향도 한 번 훑어보고. 역시 자연의 푸르름은 어디서든 느껴도 좋다.
숙소가 위치한 석재포 거리 쪽과 건너편 바다 위 산책로 풍경도 보인다. 건너편 산들에도 트레일 코스들이 있는 것 같다. 옹핑에서 타이오로 들어오는 도로도 이어져 있고. 특히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보이는 빨간색 높은 구조물은 관음보살을 모신다는 관음사(觀音寺 Kwun Yam Temple)인 것 같다.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첫 번째 뷰잉 포인트인 흰돌고래 조각상 터가 드디어 보인다!
지점에 도달하면 저 멀리 세계 최장 길이 55km를 자랑하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HZMB 대교가 보인다. 우측은 다리가 끊어진 건 아니고 배들도 바다 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해저터널로 만들어 놓은 길이다. 이제야 좀 전망이 보이는 곳에 왔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흰돌고래조각상 中華白海豚
이 돌고래들은 란타우 섬의 북서쪽, 저 조각상을 배경으로 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이를 상징하는 조각상이다.
흰돌고래의 간단한 역사, 특성, 위기 상태를 설명한 표지판
포스팅을 위해 만든 가이드 지도에는 편의상 '흰돌고래조각상'이라고 썼는데, 표기는 中華白海豚 (중화백해돌고래, Chinese White Dolphin)로 되어 있다. 더 정확히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 (인도-태평양 둥근등돌고래) 종이라고 한다. 타이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흔히 '핑크 돌고래'라고도 알려져 있다.
핑크색의 어미와 거므스름한 새끼 ❘ 출처: https://tai-o.com.hk/
검은색으로 태어나 회색을 거쳐 흰색의 성체로 성장한다. 체온 조절을 위해 수온에 따라 분홍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특성을 지녀서 그런지 '핑크 돌고래'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오 마을에서는 이를 보기 위한 수상 보트 투어가 있을 정도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인 만큼 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어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라고 한다.
이 날 보트 투어에서 만난 핑크 돌고래의 모습들. 행운의 날이었다
아래 2017년 홍콩대학교의 자료를 보면, "... 홍콩 해역을 서식지의 일부로 의존하는 돌고래가 최소 368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일반 언론에는 몇십 마리 정도로 나와 큰 차이가 있긴 한데 뭐 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암튼 멸종 위기 종은 맞다는 거)
마카오 도보 여행의 매력은 곳곳에 펼쳐진 골목, 언덕, 계단들이다. 포르투갈어를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나 같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난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로명 표지판의 기본 구조만 알아도 여행이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한국 도로명표지판 형식 ❘ Wikipedia 펌
한국으로 치면 '도로명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하는 마카오의 도로 이름판은 포르투갈어와 한자로만 쓰여 있다. 첫 단어만 이해해도 지형적 특징이나 풍경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여행 전 알아두면 유용한 포르투갈어 도로명 가이드를 준비해 보았다.
참고로, 한자 표기는 보통 포르투갈어의 발음이나 의미를 번역한 형식이지만, 종종 별도의 이중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자까지 포함하면 내용이 길어질 수 있어, 여기서는 포루투갈어 중심으로만 설명한다.
| 도로명 표지판 구조:
트라베사 다 파이샹 골목
세나두 광장과 함께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성 바오로 유적 근처의 Travessa da Paixão은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각종 영화와 TV 매체는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트라베사 다 파이샹의 표지판
* Travessa da Paixão의 표지판 구조:
마카오의 도로명 표지판은 주로 [길 유형] + [전치사] + [지명/고유명사]의 구조를 따른다.
Travessa: 골목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
da: ~의 (소유격 전치사)
Paixão: 열정, 사랑 (특히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상징)
따라서 이 곳은 '열정(사랑)의 골목'으로 해석된다.
전치사의 경우 do, dos, da 등으로 다양하지만, 'd'로 시작하면 단순히 '~의'로 이해하면 된다.
재밌는 점은 중국어 표기인 '戀愛巷(연애항)'은 "연인의 골목" 또는 "사랑의 거리"로 번역되며 포르투갈어의 그리스도의 열정(Passion)을 담은 종교적 의미와는 또 다른 낭만적 뉘앙스를 전한다.
성 바오로 유적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
묘한 오역과 더불어 공간 또한 예쁘다 보니 영어로도 'Love Lane(사랑의 골목)'이라 불리며 로맨틱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식으로 도로명은 마카오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로명 정리를 통해 마카오의 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 도로명 정리:
명칭 (포루투갈어)
뜻 (한국어/영어)
설명
예시
Avenida (Av.)
대로 (Avenue)
도시의 주요 대로로서 상업, 관광 및 교통 중심지를 연결.
Avenida Dr. Sun Yat-sen (쑨원 대로)
Beco (Bc.)
아주 좁은 골목 (Alley)
양방향으로 열린 골목. Travessa보다 좁음. 지역적 이동 및 연결 목적
Beco da Felicidade (행복의 골목)
Calçada (Cç.)
(돌로 포장된) 길 (Pavement)
돌로 포장된 포루투갈 전통 길 형식. 식민지 영향이 강한 구역에서 자주 보임.
Calçada de S. Paulo (성 바오로 돌길)
Escada (Esc.)
계단 (Steps)
보행자용 계단. 대성당 같이 큰 규모나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일 경우 Escadaria로 표기됨.
Escada de Coxo (코쇼 계단)
Estrada (Estr.)
큰 도로, 주요 도로 (Road)
주요 도로
Estrada da Penha (페냐언덕 도로)
Largo (Lg.)
광장, 넓은 공간 (Square)
포르투갈 유래의 넓은 공공 광장 공간. 주민 교류와 일상 활동 중심.
Largo do Senado (세나두 광장)
Pátio (Pt.)
공동체 공간, 막힌 골목 (Yard, Enclosed Alley)
마카오의 근현대식 밀집 주거 공간. 하나의 출입구와 막힌 골목, 마당과 우물 등 공용 공간이 특징
Pátio do Espinho (가시덤불의 마을)
Praça (Pç.)
광장 (Sqaure)
도시의 기념비적 광장으로 상징적 공식 행사와 역할 수행 (Largo와는 공식성 vs 일상성의 차이)
Praça de Luís de Camões (루이스 드 카몽이스 광장)
Rotunda (Rda.)
원형 교차로 (Roundabout)
차량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원형 공간.
Rotunda de Carlos da Maia (카를로스 다 마이아 교차로)
Rua (R.)
거리, 도로 (Street)
일반적인 거리
Rua do Cunha (쿠냐 거리)
Travessa (Tv.)
골목길, 좁은 (Alley, Narrow Lane)
두 주요 도로를 연결하는 좁은 길로,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Beco보다는 넓고 긴 구조)
Travessa da Paixão (파이샹 골목)
** Miradouro (Mir.)
전망대 (View Point)
전망 포인트
Miradouro da Penha (페냐언덕 전망대)
** Ponte (Pte.)
다리 (Bridge)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Ponte de Sai Van (세이반 다리)
** Poço (Pç.)
우물 (Well)
과거에는 공동체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던 우물이 중요한 랜드마크로 여겨졌였음.
Beco do Poço (우물의 골목)
** Fortaleza (Ft.)
요새 (Fort)
마카오는 식민지 특성 상 도시 방어를 위해 요새가 많이 있음
Fortaleza do Monte (몬테 요새)
** Igreja (Igr.)
교회 (Church)
마카오에서 교회를 지칭하는 일반 용어
Igreja de S. Lázaro (성 라자로 교회)
** Sé Cathedral (Sé.)
성당 (Cathedral)
마카오 가톨릭 교구의 주교좌 성당. Igreja da Sé Cathedral로도 표기
Sé Catedral da Nossa Senhora da Natividade (마카오 대성당)
** Templo (Tpl.)
사원 (Temple)
전통 신앙과 불교를 반영한 중국식 사원
Templo de A-Má (아마 사원)
대략 중요한 것들만 선별한 목록이다. (볼드로 표시된 항목은 특히 자주 보이는 접두어이며, '**'로 표시된 항목은 길 형식이 아닌 랜드마크 성격의 지형 또는 구조적 특징을 가리키지만 알면 여행 시 유용하다)
고유명사는 언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접두어의 의미만 알아도 마카오 여행에서 표지판을 읽는 재미와 실용성을 더할 수 있다.
| 마카오의 사인과 공간들:
Patio: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공동체 공간과 작은 마당 또는 우물(위 사각형 구조물)을 만날 수 있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Largo: 광장이겠구나.
Beco: 오래된 주거지들 사이를 연결하는 좁은 뒷골목 같은 느낌이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Calçada: 바닥에 포르투갈식 돌이 깔린 길이겠구나.
"흔한 주말의 성바오로 유적 가는 풍경, 살려주세요 ㅎㅎㅎ"
Rua: 도보로 거닐 수 있는 일반적인 거리겠구나.
Avenida: 중요한 대로구나. 버스 정류장들이 있겠구나! (세종대로나 강남대로 같은 느낌)
추가로 위는 포스팅에서 설명 못한 한자 이중 표기의 좋은 예다. 'Avenida de Almeida Ribeiro'는 마카오 행정관의 이름을 기리고, 한자 표기는 그 발음을 뜻한 긴 한자 밑에, 新馬路(신마로)를 더해 '새로 조성된 길'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로컬들은 이렇게 즐겨 부른다고 한다).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런 표지판들은 두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해 준다.
건물의 화룡정점 같은 레트로 느낌의 매력적인 빌보드,저 빌보드를 보고 왜인지 단번에 <2046> 호텔 간판이 떠올랐었다.
마카오 여행의 결심은 홍콩의 <중경삼림>과 같이 식민지에서 중국 반환 이전의 감성을 담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또 다른 마카오 영화 <이사벨라>에서 비롯되었다. (홍콩 1997년 반환, 마카오 1999년 12월 20일 반환)
영화, <이사벨라> 포스터
마카오의 레트로 감성과 옛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숙소 선택은 중요한 고민이었다
겨울에 찍은 산바호텔(우상단)과 여기서 촬영된 영화들 (시계방향으로 이사벨라, 2046, 도둑들)
| 산바호텔 말고 또 다른 100년의 역사를 품은 선택
첫 번째 후보는 유명 영화 촬영지이자 100년 역사를 지닌 여인숙 산바호텔(SanVa Hotel)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낡은 시설과 날 것 같은 후기들을 보니 낭만은 보장 하나 현실적으론 어려운 선택으로 보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곳이 호텔 센트럴 Hotel Central.1928년에 지어진 이 호텔도 갓 100세로, 마카오의 1930~50년대 역사/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레노베이션 되었다는 소개가 여행 목적에 부합하는 듯했다.
신마로(新馬路)에 우뚝서서 세나두 광장을 내려다 보는 신중앙 호텔의 전경 ❘ 출처: https://macaomagazine.net/macau-hotel-central-macao/2024년 현재 모습: 주위 건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Vengeance>와 <암화 The Longest Nite>의 뒤 배경으로도 잠깐씩 등장하는 호텔이니 영화 팬들에게도 의미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마카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다고 한다. 저 인상적인 빌보드의 비주얼 다음 두 번째로 끌렸던 대목이다
전성기의 마지막 50년대의 모습과, 이후 몇 십여년 허름한 모텔 수준으로 버티던 시절의 모습 ❘ 출처: Pinterest(Niart ML), Wikipedia
한 때 마카오에서 독보적인 건물이었다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데, 1980년대에는 급기야 낡아버린 모텔 수준으로 방황하다가 (2000년대에 WiFi도 안되었다고...) 현건물주(?)의 건물 매입을 위한 7년간의 흥정, 그리고 건물의 문화유산적 의미를 중요시한 정부의 최종 승인 단계 후 마카오 문화청의 감독 하의 레노베이션 끝에 2024년 4월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고 (현재 기준 1년도 안된 호텔이니 새끈 한 것은 덤).
| 이언 플레밍이 본 호텔 센트럴: 쾌락의 상징
이언 플레밍의 마카오 방문시 모습, 항상 볼때마다 느끼지만 작가가 그냥 007이다 ❘ 출처: https://daidoanket.vn/
"... higher up the building, the largest in Macau, the more beautiful and expensive are the girls, the higher the stakes at the gambling tables, and the better the music." - Ian Fleming, "The Thrilling Cities"
"마카오에서 가장 크고 높은 건물이자, 층을 오를수록 더 우아하고 값비싼 만남, 더 높은 배팅, 더 화려한 음악이 기다리고 있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은 '50년대 전성기였던 이 호텔을 방문하고 자신의 세계 도시 여행기, "Thrilling Cities"에서 위와 같이 묘사하는데 이곳이 단순한 호텔을 넘어 당시 엄청난 쾌락과 향락의 상징적 공간이었다는 극적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호텔센트럴 역사 소개 공간에서 찍은 이언 플레밍과 007 관련 내용
정확히는 이 호텔 5층과 7층에 있던 카지노에 더 의미를 둔 표현인데, 바로 <007: 황금총을 든 사나이> (1974)에서 그리는 카지노 공간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까지 마음을 사로잡았다.
"<2046>을 떠올리는 저 빌보드에, 문화유산에, 거기다가 007 제임본드라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숙소와 함께 마지막 날 저녁 코스와 떠나기전 조식까지 예약하며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다.
퍼블릭 공간인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는 그 시절 카지노에서 인기있던 판탄(Fan Tan) 게임의 테이블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리셉션은 4층임) 1~3층과 옥상을 대중에게 열어 놨기 때문에 여기에 안내 데스크를 배치한 듯.
호텔에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될 때 다루기로 하고 요약 포스팅만 먼저 해본다. 꽤나 좋은 경험이었기에 오해할 수도 있는데 내돈내산 후기다 ㅎ.
1. 상징적 역사를 지닌 100년 건물
건너편 건물에 비친 모습
1928년에 건축된 호텔 센트럴(구 President호텔)은 중요한 이정표들을 세운 건축물이었다. 마카오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건물이자 당시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도시의 화려한 부흥기를 상징했다. 특히 마카오에서 최초로 바카라를 도입한 카지노를 품고 있어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유흥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 구도심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던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신마로 新馬路) 중간에 우뚝 솟아 있다. 이 650m 길이의 대로는 과거 내항(현 소피텔 폰테 16)과 외항을 연결하며 도시 교통과 상업의 심장부로 기능했다. "신마로"라는 이름은 "새로운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하여 로컬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덕분에 주요 버스 정류장들이 밀집하여 버스와 도보를 통한 교통이 매우 편리했다.
지어진 당시 건물의 모습들 (호텔센트럴(신중앙), 삼일빌딩, 남산힐튼호텔)
호텔 센트럴을 직접 보고 1970, 80년대 한국의 삼일빌딩과 남산힐튼호텔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기능과 시대적 맥락 속에서 지어진 건물들이지만 당시 그 지역 중심에 우뚝 서서 도시 발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점에서 삼일빌딩과의 공통점을 느꼈다. 또한 몇 십 년이 지나 이 호텔이 근현대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원 DNA를 계승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자연스레 철거 예정인 남산힐튼호텔을 떠올르게 했다.
언덕 형태인 사이트의 동선을 따라 디자인 된 남산힐튼호텔의 아트리움 ❘ 출처: 이데일리
최근 소식을 보니 오랜 논의 끝에 힐튼 호텔 내부 Atrium 아트리움 공간만은 그나마 어떠한 식으로 건축 유산으로 남긴다고 들었다. 이 건물의 보존과 철거... 맞고 틀리다를 명확히 따질 수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조금이라도 보존된다는 것은 도시와 문명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말 주말 저녁, 세나두 광장에서 바라본 호텔 센트럴, 역시 저 신중앙 빌보드는 메력적이다
다시 호텔 센트럴 이야기로 돌아가, 과거 이 호텔이 구경하고 싶어 몰래 들어왔다가 발각되어 멱살 잡혀 쫓겨났던 한 소년이 언젠간 저 건물을 사버리고자 결심했고, 훗날 성공한 자산가가 되어 실제로 이 호텔을 인수하고 복원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물론 지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매체를 읽어보면 그러하다고 한다. 쨋든 서술한 구매와 정부 승인을 위한 오랜 흥정과 기다림 이후, 안전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복원 작업을 마치고 2024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머신 같은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그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호텔의 초기 모습을 모형으로 복원한 모델
1층에 전시된 1928년 당시의 건물 미니어처와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호텔을 중심으로 화려했던 옛 마카오의 시절을 알려주는 미니 역사박물관같은 느낌도 주며, 이 복원에 관계자들 모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잘 느끼게 해준다.
서브 출입구로 이어지는 전시 공간
10미터 남짓하지만 옛 지도들과 같은 귀해보이는 자료들도 있고 건축도들의 프레젠테이션 같은 흥미로운 자료들을 읽으며 꽤 오랜 시간을 그 공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좌측은 마카오와 거리의 맥락, 우측은 그 안에 자리 잡은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빌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쪽을 두리번 하며 출구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좌측을 먼저 보고 다시 오른쪽을 훑으면서 돌아오는 동선이다.
2. 화려했던 각 시대상을 테마로 한 레트로 감성 게스트룸
참 오랜만에 보는 레트로 느낌의 핍홀 Peep Hole. 혼자 007 첩보놀이 망상 중
객실은 호텔의 전성기인 1920~1940년대 마카오의 시대적 감성과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한 점이 특징이다. 각 층마다 다른 테마가 설정되어 있어 투숙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참고로 보는 20~40년대 마카오의 시대상 요약
5~6층은 1920년대 : 호텔 초기 시절의 향수를 재현하는 아늑하고 클래식한 디자인
7~8층은 1930년대 : 클래식한 세련미와 당대 상류층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호텔의 전성기의 활기
9~10층은 1940년대 : 세계 2차 대전이라는 격동기 속 도피처로 역할했던 마카오 속 호텔의 초호황기. 품격과 고전적인 우아함. (포르투갈은 참전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카오도 당시 중립 도시로 남았음)
묵었던 518, 815호의 카드 홀더. 우연이지만 숫자를 보고, 엇?했다.
팁이 하나 있다면 이거 그냥 호주머니 놓고 다니다가 택시타고 돌아올 일 있으면 기사분께 보여주면 백발백중 다 아신다 (영어 안되고 광둥어만 된다고 보면됨). 그런 용도기도 하고.
일반실엔 없었던 8층 발코니룸 욕조, 간만에 소금욕 굿굿. 어메니티는 신경 안 쓰는 부분이라 그냥 정보성으로 남기는데 Evviva다. 보통 마카오 호텔 후기 보니 록시땅 후기가 많이 나오던데 그것보단 인지도가 아래라고 한다. 나는 곱등이 옆에서 샤워하던 숙소에 비취된 샴푸도 잘 쓰던 사람이라 의미는 딱히 없다만...호텔의 초호황기인 40년대를 표현한 8층의 복도
5층의 일반룸과 8층의 발코니룸에 묵으면서 각 층의 테마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 발코니 룸
동그라미는 발코니룸, 화살표는 내가 묵었던 5층과 8층 방 ❘ 원본 이미지 : tripadvisor.com
발코니룸은 호텔 센트럴의 하이라이트 공간 중 하나로, 단 4개만 존재하며 예약 시 개인 버틀러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이 룸들은 각각의 위치에 따라 독특한 뷰를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그랜드 리즈보아와 세나두 광장 방향을 바라봄 (각도 때문에 리스보아가 거의 안나옴)
8층에 일렬로 배치된 중앙 두 개의 발코니룸은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Avenida de Almeida Ribeiro (신마로))를 향한 단방향 뷰를 제공하는데 좀 쫄 리지만 고개 좀 더 내밀고 바라보면...ㅎㅎ.
각도 좀 꺾어주면 리즈보아가 잘 보인다 ㅎㅎ
조금 더 비싼 코너룸 두 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하나는 내항구였던 중국 주하이 방향으로 연결되는 소피텔(Sofitel Ponte16)을 향해 트여있고, 다른 하나는 대로의 반대쪽 동선을 따라 마카오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과 세나두 광장을 조망한다.
묵었던 815호 중앙발코니의 모습 (완전 중앙을 바라보면 마카오 타워의 머리가 뷰에 살짝 잡힌다)목욕 후 선셋을 바라보며 중앙 발코니에서 즐기는 여유로움 (자국을 보니 2024년 4월 신축인데 벌써 누가 자리에 와인 거나하게 한 번 쏟아버린 듯 하다. 안타깝네 ㅜㅜ)중앙 발코니 앞 풍경을 찍고 있는 나의 오랜 친구 고프로, 마카오 구도심의 서쪽을 바라본다
중앙 815호에 묵었는데, 멋진 뷰를 독식한 코너룸은 아니더라도 발코니룸 내외부의 예쁜 공간들은 하루의 일정을 접고 호텔에 머물며 즐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고개 좀 쑉쑉 들어주면 소피텔과 그랜드 리즈보아 코너 뷰도 생각보다 많이 확보 된다 ㅎㅎ - 당연히 옆집에 사람들 있으면 못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소피텔 (폰테16) 방향을 바라본 전경 (코너쪽 방에 다행히 비어서 팔 쭉 뻗어서 뷰 확보하고 찍어봄)
호텔에서 연박임을 배려해 줘서 체크인을 1시 30분까지 준비해 준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좋은 서비스와 고층에서 즐기는 탁 트인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8층 발코니룸 내부, 과일도 준다, 포도가 맛있었다
5,8층 모두 객실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각 시대를 반영한 디테일이 세심하게 차별화되어 있다
그 시절 카지노가 위치했었다는 5층의 일반실의 모습 (518호)
5층 일반실은 뷰는 좀 실망인데 레트로 감성 듬뿍 인 인테리어 공간이 좋았다. 암막 커튼이 한 0.5cm 정도로 완벽히 안돼서 빛이 약간 세어 들어오는 단점은 있다. 다만 나는 새벽인간, 울랄라~ 태양은 나의 알람시계~ 아침의 빛을 쏴줘 쏴줘~
청소해주시는 분의 땡큐 노트, 걍 서로서로 부담없이 좋은게 좋다
마카오도 팁은 줘도 되는데 굳이 줄 필욘 없다. 다만 중간에 화장실 바닥에 물을 많이 쏟은 바람에 나 혼자 처리하긴 힘들어서 소량의 팁을 두고 나갔는데 "땡큐" 메모와 함께 청소 진짜 깔끔하게 잘해주셨다.
518호 바로 밑 거리 뷰,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 오프닝에서 꼬마 쇼티가 연회장에서 탈출한 인디와 윌리를 하얀색 오번-코드-듀젠버그에 태우고 엑셀을 힘차게 밟으며 좌측 골목에서 튀어나와 한자가 보이는 건물을 끼고 대로 방향으로 코너를 도는 곳이다.인디아나 존스와 Auburn-Cord-Duesenberg 자동차 ❘ 출처: https://x.com/Barnett_College
전체적인 뷰는 좀 안타까워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의 오프닝 자동차 추격신에 등장했던 거리와 빌딩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독특함으로 맘을 달랬다 (두기봉 감독의 <Vengeance> 촬영지이기도). 창문은 열 수도 없어서 그냥 고풍스러운(?) 창문 프레임으로 만족. (위 사진은 8층에서 찍은 사진임)
중앙 발코니에서 고프로가 하루종일 찍고 있던 것.
8층 발코니로 나가는 문이 열린 모습
인테리어 또한 옛 마카오의 느낌을 엿볼 수 있는 고전적인 느낌이 있다. 색상과 감성 때문에 그런지 영화 <2046>의 낡은 양조위의 방의 느낌을 가지되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랄까?
8층 발코니룸 밤의 아늑한 모습
일반실과 발코니룸에 묵으니 고전적인 큰 범위에서는 동일하지만 층의 콘셉트에 따라 또 다른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 이걸로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르르 전화를 건다
엘리베이터 층 표시 방식부터 작은 돋보기까지 골동품스러운 장식품과 데코가 굉장히 많은데 룸, 리셉션, 복도 등등 공간부터 하나하나의 작은 데코레이션까지 디자이너들이 가졌을 깊은 고민들이 느껴진다 + 이런 것들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참... 이 것들 하나하나 보는 것도 재미다.
다 무료긴 한데 배부를까봐 먹어보진 못했다. 페낭 커피는 궁금해서 두 봉 챙겨옴 ㅎ5층의 미니바. 8층도 거의 동일하다. 음료는 같고, 차 같은게 하나 더 있었던 듯?? 기억 안남.
그. 리. 고. (발코니, 일반 모두) 방에 있는 미니바의 모두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거기다가 오프닝 프로모션인진 몰라도 일반, 발코니룸 모두 레드와인 한병도 무료 제공. 미니바 음료는 룸 클린시 다시 채워진다 (와인은 안 마셔서 리필되는지 모르겠음). 투숙객 입장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다. 도심 구경 갈 때마다 배낭에 시원한 물 한 통씩 가져가니 편했다. (냉장고 말고 위에 두 통 더 있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호텔이 3성급이란게 살짝 박해 보였다. (어딘가 3.5~4 사이로 보이지만 외관, 전망대, 분위기만 보면 최고의 장소 중 하나)
3. 마카오 페닌슐라를 360도로 경험할 수 있는 파노라마 루프탑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
호텔 센트럴의 백미는 역시 마카오 반도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 공간이다.
호텔 센트럴에서 조망 가능한 마카오 반도의 주요 포인트들(이미지); 빨간 포인트들은 개인적으로 가려고 꽂아놓은 곳들
세나두 광장, 성 바오로 유적, 리스보아 호텔, 소피텔 등 마카오의 주요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
밤낮으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방문할 수 있어 문화유산 중요성을 내세운 호텔의 특별한 배려와 노력을 느끼게 함
신중앙 간판의 라이팅에 의해 붉게 물든 전망 공간, 360도로 한바뀌 삥~ 돌면 된다
루프탑에서 오후, 저녁 여러 차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을 돌며 혼자만의 사색, 사진 촬영,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짧은 순간들이 분위기에 사르르 녹아드는 듯 했다. 한 다섯 번 찾았는데, 호텔이 아직 잘 안 알려져서인지 좋은 조망권을 가진 전망대치곤 사람들이 별로 없어 굉장히 조용히 공간이었다(좋았닼ㅋ).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고민을 논의하는 듯한 현지인들,
발코니룸을 예약했는지 상하이 스타일의 치파오와는 또 다른 총삼 長衫 스타일로 입은 버틀러로 추정되는 직원에게 루프탑 투어를 받고 있는 노부부 투숙객 (Cheong Sam 총삼은 처음 접하는 거라 신기했다 상하이 스타일 치파오처럼 딱 달라붙는 것이 아닌 허리만 살짝 강조하며 더 느슨하고 전통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야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풋사랑의 감성을 나누는 것 같던 어린 커플,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니 밖에 나와 벽에 기대 한 숨을 내쉬며 밤공기에 잠깐의 휴식을 맛보던 황비홍의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직원분 등이 기억이 남는다. 모두에게 휴식의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뭐 이렇게 보이는 것을 보며 혼자 망상을 해본다. 낭만적이다.
옥상에서 바라본 저녁 9시30분의 세나두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의 뷰. 우측엔 오래전 마카오의 힙한 미팅 플레이스였다는 아폴로 극장 건물도 보인다.
이 루프탑 전망공간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경우, 매일 오전 10:00부터 저녁 10:00까지 무료로 모두에게 오픈된다. 마카오의 문화유산을 이어간다는 콘셉트인 이 호텔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다. 높은 전망이 누군가만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니, 그것도 이런 역사적인 스폿에서!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한 번 즘은 이곳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나두 광장에서 겨우 1~3분 거리다. 그리고 알메이다 리베이로 에비뉴(신마로)라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여 버스 타기도 굉장히 수월하다 (택시 잡기는 힘듦).
4. 그 외: 로비와 식당
4층 리셉션 층에 위치한 팔래스 레스토랑
팰러스 레스토랑 Palace Restaurant은 1970년대 이 호텔에서 운영된 레스토랑을 재건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음식을 통해 그 스토리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매캐니즈(Macanese)와 서양식이 혼합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이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행 마지막 저녁 Tasting 코스와 다음 날 아침 세트를 신청했다. (한국 출발 전 이메일로 요청했는데 컨펌 답장이 빨리 와서 놀랐다, 하루 지나 온 듯? 한국인가??)
아늑한 프라이빗룸으로 배정26년산 보이차 세트가 좋았음저 부채는 기념품이다. 코스 시킬때만 주는건지 다른 상황에서도 주는 건진 모르겠다 (조식엔 안 주니 저녁이나 코스 only 아닐까?)
이번 여행 유일한 기념품, 부채
자리 앉고 나면 이 뷰를 파티션으로 가려준다. 밖은 살짝 보이되 프라이버시는 보장되게.
어차피 난 솔로 여행객이라 공간의 전체 분위기 보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프라이빗함도 막상 나쁘지 않고 편안하니 좋았다.
메뉴에는 없지만 미리 신청하면 와인 페어링도 당연히 가능하다.
세심한 요리 설명 및 스몰 토킹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준 서비스 덕분에 좋은 경험을 가졌다. 끝나면 음식 맛부터 서비스까지의 간단한 서베이를 하는데 어떠한 직업이라도 본업에 진심이라면 당연히 존중하거나 응원하게 되는데 그런 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식 먹을 때 바라본 홀 모습
저녁은 맛은 잘 모르겠지만 가격 대비 크게 나쁘진 않았고 조식은 좀 별로였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한 층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되지 않을까 응원한다.
오픈라이스 리뷰가 아직 없다
홍콩앱이긴 하지만 웬만한 마카오 음식점도 등록되어 있는 오픈라이스, 팔래스 식당에 대한 리뷰가 아직 없으니 첫 리뷰어가 돼 보는 것도? 나는 첫 깃발 꽂는 거 부담스러워서 나중에 리뷰 쌓이면 조용히 올릴 예정이나, 저녁코스와 조식이 궁금하면 아래 간단 리뷰 포스팅 참고.
ㅘ 호텔 방문 당시 흘러 나왔던 개인 인생 음악 중 하나인 알 보울리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
참 좋았던 건,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로비와 식당에서 낭만적인 스윙재즈 음악이 줄 곧 흘러나오는데 여러 번 흘러나오던 알 보울리 Al Bowlly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는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생 음악 중 하난데 공공장소에서 알 보울리의 음악을 듣는 건 여기가 처음이어서 굉장히x2 특별했다.
4층 리셉션 데스크 모습. 다들 여기 편안한 소파에 쉬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룸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마냥 이런 저런 골동품 같은 레트로 감성 아이템들이 많이 보인다돋보기~!저택 속 서재 같은 모습이다
여행, 특히 혼자만의 여행은 현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혼자만의 망상도 은하철도 999 마냥 끝없이 펼쳐지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더할 때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타임캡슐 같은 감성을 더해주었다.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편리함, 그리고 역사적 유산을 한데 담은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잘 장식해 준 것 같다. 다음에 마카오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P.S. 마카오에서는 ChatGPT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로밍 데이터를 활용하니 문제없었다 (Wi-Fi 연결하면 안 됨) 😊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배가 출출해진다. 여전히 '여행이 시작됐다!'는 실감은 나지 않지만 여행의 첫 장면은 언제나 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오전 8시 56분,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다. 맛은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비주얼에 이끌려 매번 같은 선택을 하게 되고 배만 살짝 채운다. 실망할 걸 알면서도 매번 반복되는 휴게소 식사, 어쩌면 이것도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 같은 순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근히 보이는 일상에서 만나지는 않을 작은 풍경들이 앞으로 펼쳐질 여정의 첫 단추가 된다. '나, 이제 어디로 떠나는건가?'라는 설렘이 서서히 스며든다.
| 충청도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서해대교를 건너는 순간 바다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47분,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에 자리한 휴게소인 행담도 휴게소에 잠시 들러 짧은 휴식을 취했다.
행담휴게소 진입 풍경
그래도 섬 쪽이라 바다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뭔가 외로워 보여 삐뚤하게 한 컷썰물 시간의 비인해변의 광활한 전경편안한 인공의 곡선과 복잡하면서도 여유로운 자연의 리듬]마치 나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듯한 비스타그곳으로 돌진하는 강아지인상적이었던 갯벌 초입의 트랙터
서해안의 서천, 비인해변. 이제 뭔가 본격적인 해안로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 점심 먹으러 옴. 벌써 오후 2시...
점심으로 선택한 홍어와칼국수 식당의 메뉴는 1인분 8,000원짜리 2인상. 그 당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 점심 한 끼가 이제야 나를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의 세계로 데려다 주는 듯했다.
점심을 마친 뒤 오후 3시, 서천의 풍경은 층층이 쌓인 레이어처럼 겹쳐져 있었다. 저 멀리 갯벌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고요하게 드리워져, 시간마저도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이런 여유로운 순간들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문득 깨닫게 된다. (나는 가끔 이렇게 사소한 생각들에 잠겨버리는 피곤한 인간이다.)
다시 이동 후 도착한 죽도, 커다란 밤섬의 모습에 이끌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섬에서 유명한 상화원에는 들르지 못했지만 바닷가 근처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바다를 바라봤다. 멀리서 낚시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디를 가도 이들의 모습이 빠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가을의 비주얼은 참 좋았던 곳
이번 여행 첫번째 숙소 도착 후 근처 산책. 가을의 기운이 스며든 느낌이다.
아름다운 서해의 어두워지기 직전의 모습. 배가 고프다. 다시 비인해변 쪽이다. 저 앞에 밤섬인 쌍도가 보인다.
굴까지 주는 서해안에서의 조개구이 저녁식사 @웰빙칼국수.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실내 테이블 관리도 잘 되어 있고 쾌적해 보이는 수조가 좋았던 곳. "그래, 서해안에 왔으면 조개구이 먹어줘야지!"
이거시 머시고???
숙소로 돌아온 밤, 온통 세기말적 분위기로 가득 찼다. 어둠 속에 멈춘 듯 서 있는 빛나는 풍차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다음날 아침 7시30분 경 장항항의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로 내려갔다. 이곳의 백반을 참 맛보고 싶었는데 '금일 휴업' ㅜㅜ
아침식사 가능한 곳을 급히 찾아보다가 다시 북쪽으로 33km을 이동하여 홍원항으로 간다
홍원항의 모습1인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차려진 반찬들 중에서도 특히 고추지가 인상적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이거 뭐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찌개도 넉넉한 양으로 한 끼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홍원백반집.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지만 이미 현지 어부들은 어업을 끝내고 뒷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거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불타는 주말의 밤을 연상시키는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시계는 겨우 아침 8시 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지의 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이 공간에서, 그 속에 압도되면서도 묘한 편안함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기분 좋은 집밥 같은 한끼 후 근처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중간에는 오리님인가 보다
이런 풍경들을 좋아한다. 숨 막히게 채워져 있는 느낌과 간단해 보이지만 또 트여 있는 느낌. 이래서 바다와 항이 좋다.
세만금방조제 뷰포인트
숙소를 떠나 세만금방조제에 도착하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가 눈앞에 펼쳐졌다.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이 구조물을 바라보며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동시에 이 방조제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그 속에 묻혀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총길이 33.9킬로미터의 세만금방조제
19년에 걸쳐 세계 최대의 방조제로 완성된 이곳은 총 길이 33.9km로 마치 자연과 인간이 대치하는 방패와도 같다. 한쪽에서는 거친 파도가 부딪히고 반대쪽은 평온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 상반된 풍경은 거대한 인공 구조물의 위력을 더욱 실감케 했다.
맨날 뻘만 가득한 서해바다만 주로 봤었는데 이런 딥한 풍경도 보고,
대한민국 어느 바닷가를 가도 빠지지 않는 낚시꾼들의 모습. 그들은 바다와 마주하며 자연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들의 존재는 마치 바다 풍경 사진 속의 완벽한 피사체 같다. 고요한 풍경 속에서 낚싯대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은 바다와 인간의 끊임없는 교감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서해안에서 느끼는 파도의 철썩임
세만금드라이브
끝없이 펼쳐지는 세만금 드라이브. 바다와 인공 구조물이 맞닿아 만들어내는 이 독특한 풍경이 길 위에서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요거는 움짤보다는 조금 긴 버전의 세만금 드라이브 풍경이다.
| 전라북도
군산을 지나 강아지들의 산책을 위해 도착한 김제 심포항. 조용하고 한적한 이 공간은 마치 일부러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전시회장처럼 방치된 '부서진 조각들'이 인상 깊었다. 주위에는 폐건물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이 서 있어 약간 기괴하면서도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심포항 초입의 풍경
분위기가... 스산하면서도 신기함.
어찌하였던 이 곳도 푸들시츄 연합이 접수합니다.
| 잠깐 내륙으로, 전주
한옥마을 저녁 산책찍을 것들이 참 많은 한옥마을, 비눗방울들이 참 어울리는 곳
남해안으로 내려갈 때는 힘들기 때문에 항상 중간 지점에서 쉰다. 군산이나 변산이 끌리는데 그곳들은 마땅히 갈 애견펜션이 없어 내륙이지만 항상 전주에 들리게 된다.
한옥마을 한 가운데 괜찮은 애견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가보니 루프탑도 생겼다. 사장님이 직접 관리를 잘하시는 듯하다. 이름은 '꼴 게스트하우스'.
전주 한옥마을의 가을 느낌, 그러고 보니 한옥의 나무 색깔 때문인지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상차림이 맛있다는 '경기전막걸리'에서 저녁. 음식보다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 곳이다. 백숙을 끓이던 버너의 부탄가스에 불이 붙어, 가스통의 1/4 정도가 불에 휩싸였던 순간은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들, 종업원 모두 현실감이 없는 듯 손가락만 가리키며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그 약 30초 정도...? 다행히도 불은 결국 달려온 직원분에 의해 꺼지긴 했다.
chatGPT: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저런 분위기였음. 다만 불은 머리에서 붙었던거고
제3자가 이 상황을 듣는다면 "빨리 불부터 꺼야지, 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의 충격은 우리의 상식적인 판단을 마비시켰던 것 같다. 비일상적인 상황은 오히려 빠른 대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재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밤 묵었던 숙소는 손님이 우리뿐이라 거실까지 전부 쓸 수 있었다. 아늑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여행의 여운을 느끼며 조용한 밤을 맞이했다.
비밀의 화원 느낌 마냥 거실과 이어진 루프탑으로 가는 계단
편한 전용 쿠션. 이제 한 숨 자자고 친구들~
다음 날 아침 6시 경에 찾은 전주왱이 콩나물국밥 전문점. 가을이라 아직은 아침이 어둡다
연약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느낌의 동글동글 인상적인 계란의 모양
정확히 월요일 아침 6시 22분의 풍경이다. 한 주가 막 시작되었지만, 밖은 여전히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습을 보며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얼리버드들의 잔치라고나 할까. 어둠 속에서 이미 하루를 시작한 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그들의 결연한 일상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작고 소박한 발코니에서 아침 풍경을 바라보는 강아지, 이제 다시 떠날 시간이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다.
| 전라남도, 남해안
다시 바다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 다음 행선지인 목포로 향했다. 중간에 오전 10시 즈음 정읍 녹두장군 휴게소에서 강아지들 산책.
12시 약간 직전이다. 주변의 많은 직장인들이 가게로 모여 들여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목포와 신안은 갈만한 애견펜션이 없어 언젠가 있을 다음 여행에 집중하기로 하여 이번 코스에서는 제외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기엔 못내 아쉬워 목포 남경회관에 들러 백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1인분 9,000원에 가성비도 굉장히 좋았고 맛도 만족스러웠다. "다음엔 꼭 목포 여행을 와야지!" 다짐했던 순간이다.
난영공원, 코스모스들...
밥을 먹고 근처 난영공원에 들러 강아지들과 잠깐 산책을 했다. 나름 테마가 해안로 따라 여행인데 내륙인 전주에서 목포 도심으로 바로 진입하다 보니 바다의 흔적을 잠시 잃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공원에서 그나마 물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여기서 느껴지는 가을의 신호들을 편안히 즐겼다.
한산하고 넓은 공간 속에서, 사람이 없을 때 강아지를 잠시 풀어줬다. 겁이 많은 녀석이라 할 일 하고 이내 돌아온다.
고금도로 가는 고금대교와 신지도로 가는 장보고대교
이제 다시 해안로 따라의 여행을 위해 고금도의 고금대교를 지나 신지도의 장보고대교를 넘으며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열혈남아> 촬영지를 따라 트레킹을 마친 후, 무이오(Mui Wo) 선착장 주변을 여유롭게 거닐며 아침 식사할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로컬 카페, 카페 파라디소(Caffè Paradiso).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지만, 옛날 홍콩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라, 공간을 채운 사람들 덕분에 전해졌던 그 따뜻하고 반가운 느낌이었다.
아침식사 할 곳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동네 한 바퀴
시네마 파라디소
그러던 중, 현재 오픈 중인 음식점 구글 검색에서 눈에 띈 카페 파라디소(Caffè Paradiso). 이름에서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 떠올랐고, 영화 때문에 방문한 동네인 만큼 이 우연이 참 반갑게 느껴졌다. (참고로 이탈리아어에서 카페는 Caffè라고 한다.)
홍콩 감성 잔뜩 느껴지는 저 아기돼지 같은 핑크색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저 에어컨들은 볼 때마다 참 독특한 느낌이란 생각이 든다.
저 핑크아기돼지 빌딩 1층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 바깥에도 앉을 수 있는 2인석 테이블이 3개가 놓여 있다.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인다. 암튼 불투명한 문만 살짝 열려 있어 문을 닫은 줄 알았다.
저 캐릭터 이름이 뭔지?
문 앞까지 가까이 가보니 이렇게 앙증맞게 작은 오픈 사인이 걸려 있다. 암튼 열려 있으니 다행.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앙증맞은 오픈 사인처럼 카페는 작고 귀여운 공간이었다. 카운터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영국인 할아버지 한 분이 먼저 자리를 잡고 계셨고, 나는 제일 앞자리에 여유롭게 앉았다.
메뉴
메뉴는 위에도 있고,
테이블 위에도 있다. 메뉴판에서 보이는 바다는 카페 바깥의 자리에 앉으면 잡히는 뷰다. (오전 8시 56분경 방문했는데,) 내가 얼리버드형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침 7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이른 카페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손님이 많지 않아 실내를 둘러볼까 했지만, 워낙 작은 공간이라 복잡할까 싶어 그냥 눈으로 구경만 했다.
테이블은 몇 개 없었고, 공간은 작고 아담했지만 따뜻하고 아기자기 하고 소박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벽화 옆에는 강아지들 사진이 잔뜩인데 카페 배경 샷이 군데군데 보이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곳을 방문했던 아이들인 것 같다.
그 옆으로는 한 때 가게에 진열되었을 것 같은 소품들과 뭔지 모를 책들, 위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데 건물에 속한 곳이라 루프탑은 없을 거고 뭔가 개인 공간인 것 같기도 한데 옆에 '계단 미끄러움 주의'라고 되어 있다.
카페 공간이 위에도 있나? 싶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저 위로 올라간 손님의 사진은 찾을 수는 없었다.
여긴 카운터를 바로 마주 보고 있던 내 자리. 목제 의자라 그런지 작은 공간 속 편안함을 더해 준다. 2000년대 많이 즐겼던 칠 아웃 Chill Out 느낌이 솔솔 들기도 한다.
Fresh Lemon Soda
여름 특별 메뉴인지 수박 스무디와 함께 별도의 메뉴판에 나와 주문했던 프레시 레몬 소다($36)가 금방 나왔다. 설탕을 넣을 거냐는 질문에, 어제 미도카페에서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한 관계로 ''노 슈가"로 주문. 음료수 잔을 채우고 남은 탄산수가 같이 제공된다.
Chang과 Singha 탄산수
TMI: '창(Chang)'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싱하(Singha) 탄산수와 마찬가지로 태국산이다. 역사와 판매량 면에서는 싱하가 훨씬 앞서지만, 창은 맥주와 함께 믹서로 즐기는 방식으로 나름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싱하가 전통적으로 강한 탄산감을 자랑하는 반면, 창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덜 강한 탄산감을 제공한다고 한다.
올라오는 탄산
갠적으론 라임을 선호하는데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에 상큼한 분위기를 더 해주는 노랑이 레몬도 좋다. 탄산수 방울이 뽀골뽀골 올라오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괜히 혼자 흥해서 옆에 있는 만능 소스 HP소스랑 하인즈 케첩과도 줄 세워 사진 한 방 찰칵. 뭔가 부끄럽지만 나, 저 때 꽤나 신났던 모양이다.
레몬워터 마시며 더위를 달래며 주위 디테일도 조금씩 둘러본다. 스누피 캐릭터들이 은근 많이 보였다.
곳곳에 배치되어 은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피겨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그 위에 또다시 작은 귀여운 소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저 뒤에 찻잔과 접시 타일도 인상적이었다.
요번 여행 계획에도 없던 서양 메뉴. 그냥 이곳에 우연히 흘러들어와 홀린 듯 시킨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간촐하다. 여행이니까, 가공육도 그냥 먹고 ㅎ. 간단하고 담백했다. '미쳤다, 찢었다,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 무조건 드세요 외'의 맛은 아니지만 모나지도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서양식 아침 식사도 오랜만이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속속들이 손님들이 들어오며 자리가 채워진다. 대 놓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서 그냥 들리는 소리와 음식의 흐름을 타고 순간의 분위기를 즐겼다.
두 번째 손님은 발음을 들어보니 미국인인 듯했는데,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러 온 것 같았다. 차림새를 보니 딱 란타우 섬에서 산행을 위해 온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 듯, 만나자마자 깨가 쏟아졌다. 접시의 반쯤 비우고 있을 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국인 손님이 들어왔다. 내 바로 옆 자리를 좀 써도 되겠냐고 영어로 점잖게 물어보셨다. 사람들과 마주할 때, 첫 말투에서 기품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참고로 이 아주머니의 유창한 영국식 영어 발음 때문만은 아니다!) 암튼 발음으로 보아 홍콩 캔토니즈로 추측되었다. 나는 옆으로 공간을 조금 내어드리고 다시 음식을 즐겼다. 이 분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를 시작하셨다.
그렇게 첫 번째로 아침을 드시던 영국 할아버지, 그리고 몇 안 되는 익스패츠(거주 외국인)와 관광객들이 묘하게 섞여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과 대화가 만들어내는 이 공간의 분위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내 바로 옆 자리에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주방에서 나는 음식 준비 소리, 영국 할아버지와 내가 먹으면서 내는 식기가 그릇과 부딪히는 소리, 선풍기와 에어컨, 이 모든게 만들어내는 조용한 엠비언스. 그리고 다른 테이블의 (아마도) 미국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들. 이 작은 공간에서 나는 묘한 감성에 젖어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리웠던 옛 홍콩의 바이브였다.
노래처럼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행복했던 기분 때문에 생각났던 음악, 90년대 홍콩을 강타했던 페이 웡의 Summer of Love
인스타 성지가 되어 대륙인 관광객들로 꽉 찬 몽콕역 다리와 야우마테이 경찰서 앞
사실 홍콩 도심을 돌아다닌 첫날, 굉장히 놀랐던 건 공간 자체는 예전 그대로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물론 사라진 것도 많았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오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언제나 예상은 현실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반가우면서도 익숙한 그 공간에서, 이제는 예전만큼 광둥어를 듣기 힘들어졌고, 그 대신 만다린어가 더 많이 들려왔다. 그 변화가 신기하면서도 약간 어색하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다가왔다.
영화 첨밀밀
홍콩에 살았던 옛 시절만 해도 중국 본토 출신 사람들은 마치 영화 <첨밀밀>에서 느껴지는 그런 낯선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본토의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진 듯, 홍콩 곳곳에서 만다린어가 들려오고, 본토 사람들도 많아지고,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겠지만, 그 변화가 확연히 느껴져 신기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 이곳에 살았었기에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을 수도...
카페 바깥자리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이번 여행을 하며 도심을 벗어나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마치 옛날처럼 광둥어가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홍콩은 뉴욕의 멜팅팟과는 또 다른, 유럽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멜팅 팟이었다.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영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살던 도시였다. 특히, 서양인 뿐만 아니라, 중국계가 아닌 다양한 동양인들 모두 어우러졌던 곳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카페 파라디소의 바깥자리. 저 저리의 앉으면 위위 사진의 뷰가 보인다
익숙했던 그 느낌이 이 날 카페 파라디소에서 마치 축소판처럼 작게 다가왔다. 그 덕분에 옛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난 그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바깥으로 나가보니, 야외 자리에 앉아있는 누가 봐도 일본인 같은 50대 초반의 아저씨가 보였다. 그 장면을 보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이게 바로 홍콩이지!'라는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참고로 야외 자리는 따뜻한 햇살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카페 야외.
란타우섬은 예전부터 홍콩 도심의 번잡함을 피해 여유를 즐기려는 이들이 주로 찾기도 하고 자리를 잡기도 했던 곳이었는데, 지금도 그 특유의 분위기의 명맥이 이렇게나마 이어져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카페가 항상 이런 분위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우연히 찾아간 그 순간이 운 좋게도 모든 게 딱 맞아떨어졌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만약 다시 란타우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 번 더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런게 바로 예상치 못했던 여행의 묘미 아닐지.
💡카페 정보:
카페는 무이워 선착장에서 도보로 근접한 거리에 있다.
홍콩 로컬 음식점 리뷰앱 오픈라이스에서도 이 카페는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맛(Taste)과 가성비(Value)에서 만점을 기록하고 있고, 리뷰를 번역해 보면 인도, 페루, 탄자니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커피 원두 선택과 훌륭한 커피 맛에 대한 칭찬이 많다. 특히, 이곳의 편안한 분위기, 여유로움, 조용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Mui Wo 무이 워는 광둥어로 '메이 웨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북쪽의 Silvermine Beach 실버마인 해변과 함께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던 곳이다. Tung Chung 퉁청 라인이 생기기 전까지는 홍콩 도심에서 이어지는 란타우섬의 각종 휴양지들로 이어주는 첫 관문이었다.
열혈남아, 장만옥을 기다리는 유덕화의 뒷모습
영화 속 장만옥과 유덕화가 홍콩 도심에서 오가던 페리의 출발지이자 종착점이다. 장만옥의 극 중 고향인 타이오 Tai O로 가는 첫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 무이워 Mui Wo 버스 정류장
영화 포스터
<열혈남아>에서 가장 유명한 공중전화 키스신의 포스터 촬영지다. 아마도 수많은 영화팬들이 여기를 방문했을 것이다. 비록 그 공중전화는 없지만 그럼에도 추억을 기리기 위해 가는 곳.
무이워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수많은 자전거들이었다. 불과 5천여명이 산다는 (그것도 2012년 기준) 작은 지역이니 주요 교통수단일만 하다. 현지 주민들 뿐 아니라 여행객 대여용으로도 보이는 수많은 자전거들의 주차장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어렸을 적 이곳을 방문한 기억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하도 오래전이라 이런 기억이 거의 없다.
열혈남아 무이워 선착장
무이워 선착장과 버스정류장은 짧은 거리로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영화 속 장만옥과 유덕화를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였다. 앞서 말했듯 홍콩과 란타우섬을 연결하는 유일한 관문인 만큼 유덕화에게는 비정한 거리를 벗어나 평온한 안식처를 찾는, 장만옥에게는 작고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으로, 커플의 감정선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배에서 내려 선착장을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무이워 버스정류장
다행히도 그 뒤로 보이는 굴곡진 계단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건물의 형태는 옛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상상하고 왔지만, 주변에서 진행 중인 인프라 공사로 다소 번잡한 느낌이 들었다. 4박 5일의 홍콩 여행 내내 비가 많이 왔지만 이 시점의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해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이 번져 나왔다. 그래서 나와서 한 컷 더 찍고 ㅎ, 암튼 이곳은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봤던 장소라 익숙함이 먼저 다가왔다.
| 영화 속 선착장 페리 출입구
열혈남아 속 선착장 페리 출입구영화의 주무대가 되었던 선착장 좌측 출입구.
영화 속에서 중요한 무대가 되었던 선착장 좌측 출입구. 배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 쪽으로 나오다 뒤를 바라보면, 유덕화와 장만옥이 서로를 기다리던 그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속 기둥은 영화에서 자주 봤던 것 같아서 같이 나오게 찍었지만,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센트럴에서 온 나는 오른쪽 출입구로 나왔지만, 영화 속에서는 항상 이 왼쪽 출입구가 등장한다.
| 공중전화 박스 터를 찾아서
열혈남아 하이라이트
그리고 키스신.
열혈남아 키스신
<열혈남아>의 팬이라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찾을 그 키스신의 공중전화박스.
키스신의 공중전화박스 위치 추정
영화 속에서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한 그 공중전화 박스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이곳에 서면 여전히 그 장면을 떠올리며 영화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위치를 대략 추정해 보면,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정도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신사업자가 바뀌고, 공중전화의 색깔도 주황색에서 파란색으로, 위치도 조금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이워 촬영지 촬영반경 및 키스신 동선2016년 기준의 구글스트리트 뷰
2016년의 구글스트리트 뷰에서는 저 PCCW 파란 색의 공중전화박스가 아직 남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위치조차도 약간 애매해 보인다.
영화 속 공중전화 박스
영화 속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진 인도 코너와 비교해 보면, 공중전화 박스가 조금 더 내려간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카메라의 구도나 렌즈 왜곡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16년 PCCW 박스와 영화 속 HKT 박스 위치가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1983년 버스 터미널 사진. 영화속 커플이 타고다니던 버스가 저 1층짜리다. 출처: Leroy W.Demery, Jr.
70,80,90,00년대 옛 무이오 버스 터미널 사진을 한 시간 정도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그 오렌지 공중전화박스를 담은 사진은 찾지 못했다. 위 1983년 버스 중 타이오 행 1번 정류장이 가장 끄트머리라 좀 만 더 오른쪽 샷을 담았더라면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증거나 단서를 찾을 수 없으니 아쉽다.
홍콩텔레콤은 2000년에 인수되었다.
'54년에 홍콩에 처음 공중전화 생기고 특히 7,80년대에 들어 저변(공중전화박스) 인프라를 확장 시켰다고 하니 저 1983년 사진에 공중전화박스가 존재했을 만도 한데 말이다. (영화는 1989년)
홍콩텔레콤 로고와 오렌지 색상의 영화 속 공중전화
참고로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오렌지 공중전화 박스는 홍콩텔레콤 시절 거고, 2000년 이후로 목격되다가 사라진 파란 색 공중전화박스는 PCCW 것이다.
선착장의 앞의 다른 공중전화 박스
선착장 앞에 있는 다른 공중전화 박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영화 속 공중전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형태는 같아도 색상과 로고가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그나마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달래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공중전화 박스 추정 위치에 서서, 버스 정류장의 구조물들을 바라보면 그 허름한 모습 때문에 옛 흔적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아쉬움을 다시 한번 달래준다. 이따가 저기서 버스 타고 장만옥이 일하던 부이 오로 향할 예정이다.
|무이워 개선 작업으로 인한 변화
키스신 공중전화 박스 터를 지날 때의 느낌. 무이 워의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 공사가 한창이다.
무이워 개선작업 안. 출처: cedd.gov.hk
이 공사는 무이워의 현대화 및 편리성 강화를 위해 계획된 것으로, 남북 워터프런트 산책로, 광장조성, 교통 개선, 공공시설 재배치 및 신축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23년에 시작된 이 작업은 약 4.5년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우리가 알던 <열혈남아> 속 무이 워 모습은 아마도 영영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영화 속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영화 속 무이워 촬영지 지분은 배경까지 잡더라도 위 노란 사각형 딱 저 정도다)
| 선착장 주변 산책 한바퀴
사이니지
영화 속 무이워 선착장/정류장이 등장하는 횟수도 많고 그만큼 임팩트도 강하지만 실제 촬영 장소 반경은 아주 좁아 촬영지 순례는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 대략 100미터 정도만 걸어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수준인데 물론 그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또 다를 것이다.
그 날 동선
계획보다 일찍 온 덕분에, 아침 식사 장소를 찾으며 선착장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영화 속 버스정류장 뒤의 배경이었던 건물도 좀 자세히 살펴보고,
그 건물들 옆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도 느껴보고,
공삿길 위로 구도를 잡아보니 야자수들을 보며 열대 지방에 온 느낌도 들었고,
무이워 페리 피어 로드 쪽으로 들어가니 두기봉 감독의 액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집약적인 홍콩 감성의 건물 배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 택시는 빨간색인데, 이곳 란타우섬에서는 파란색 택시를 볼 수 있다. (사진 오른쪽에 주차된 것처럼)
홍콩의 택시 3종. 출처: td.gov.hk
란타우섬에서만 운행하는 이 파란 택시들은 현재 섬 전체에서 '24년 4월 기준 75여 대가 운행 중이라고 한다. (빨간 도심 15,250데, 녹색 뉴테리토리 2,838대) 다 고유의 운행 영역이 있는데 홍콩국제공항, 디즈니랜드, 홍콩 쪽 홍콩-주하이-마카오 브리지는 예외라고 한다.
홍콩의 간판과 도로 사인들이 건물 배경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감성은 언제는 나를 매료시킨다. 오래전부터 홍콩은 (조금 과장해서) 길을 잃을 수 없을 만큼 도로 표지판이 잘 배치된 도시로 평가받았었다.
코너 블록을 한 바퀴 돌면서 보니 공사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저런 화살표 전광판 보니 또 괜찮아 보이고,
맑은 하늘아래 따듯한 오렌지 색조가 돋보여서 그랬는지 피자가 왠지 맛있을 것 같았던 음식점.
구글 지도에서 미리 보았던 바다를 바라보는 중국과 레게 느낌이 뭔가 대조적이었던 차이나베어 음식점. 방문 시 문은 닫아 있었다.
우와... 그리고 또다시 마주한 자전거들. 공사 때문에 다 밀려나서 이런 것 같은데 빡빡한 홍콩의 도심 건물 분위기가 자전거 공간에서도 느껴졌다.
블록을 돌며 보이는 무이워 선착장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이 여유로운 산책을 마무리해 갔다.
| 홍콩 로컬 바이브, 카페 파라디소에서 아침식사
구글 지도에서 근처에 실시간으로 열려 있는 곳을 찾아보니, 이름부터 시네마 천국을 연상케 하는 카페 파라디소 Cafe Paradiso가 눈에 띄었다. 느낌이 왔다. 이번 여행에서 홍콩 특유의 빡빡한 느낌의 건물 사진들을 특히 많이 찍었는데 그렇게 찍은 저 핑크색 아기 돼지같은 건물 아래에 위치했다.
요렇게. 카페는 거리 쪽으로 작은 2인용 테이블 세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위 사진 같이 허~한 느낌이 들어 문이 닫혀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애매~해 보여 한 번 다가가 보았다.
오픈~
냉방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이 아주 살짝 열려있었고, 작고 소심한 "오픈" 사인이 걸려 있었다. 오전 8시 30분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테이블에 영국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인테리어와 공간이 아주 작고 귀여운 카페였다.
아침부터 날이 더웠던 터라, 상큼한 레몬 프레시 소다(설탕 없이!)와 간단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주문했다. 먹는 동안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온 손님들로 작은 공간이 금방 채워졌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에서, 동양과 서양의 오묘한 조화가 느껴지는 옛날에만 느낄 수 있었던 홍콩의 로컬 바이브가 참 좋았다. 요즘 홍콩 도심은 너무 대륙인들에 의해 잠식되어 많이 변했지만, 이곳 무이워의 조용한 카페에서 옛 홍콩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힐링이 되었다. 이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나중에 이 카페에 대해 따로 포스팅할 계획이다. 만약 이 카페가 평행우주 선상에서 열혈남아의 타임라인 속에도 존재했다면 분명 유덕화와 장만옥도 이 곳에서 이국적인 자국의 홍콩 바이브를 흠뻑 느끼며 자신들이 아지트로 삼았지 않았을까 싶다.
카페를 나와 건너편을 보니, 또 다른 홍콩 특유의 건물, 혹은 아파트? 무이워에서의 아침은 이렇게 고요하고 평온하게 마무리되었다.
| 다시 촬영지 순례: Pui O 부이오를 향해 출발
선착장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눈앞에 펼쳐진 복합적인 바다 뷰가 좋았다.
또다시 마주친 수많은 자전거들이 아까 정박해 있던 페리가 떠나면서 더 눈에 띄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차이나 베어를 지나 멋진 느낌의 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나무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울창한 자신감을 뽐내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 나무의 위용을 보니 이 지역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공적인 마천루 대신 자연이 만들어낸 랜드마크 같았다. 검색해 보니 아마 망고 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그 나무 바로 옆에는 맥도널드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카페 파라디소의 평온함과는 달리 이곳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바퀴 돌아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유덕화가 장만옥을 만나러 가던 그 루트를 따라 부이 오 Pui O로 떠날 시간이다. 9시 20분 출발 버스를 타기 위해 9시 16분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3M 번은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운행되지만, 대략 아침 6시부터 밤 11시 45분까지 나름 좁은 간격의 시간대로 운행된다. 주말과 평일의 스케줄도 좀 다르지만, 구글지도나 아래 뉴란타우버스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M 말고 다른 번호들도 간다)
3M 버스의 종점은 퉁청 케이블카 버스 터미널이다. 여기가 출발점이라 나와 또 다른 한 명의 승객뿐이어서 저 2층의 맨 앞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노선을 보니, 퉁청 쪽에 Wong Ka Wai라는 지점이 있었다. 열혈남아의 감독인 왕가위 Wong Ka'r' Wai랑은 'r' 하나 차이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피식 웃기기도 했다
원래 부이오를 지나치려 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들르기로 했다. 하차 지점은 부이오 Pui O의 로와이춘 Lo Wai Tsuen이다. 유덕화가 실제로 내렸던 지점은 정식 버스 정류장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지만( 로와이춘과 선와이춘 Sun Wai Tsuen 사이다), 나는 유덕화가 내리기 직전 정류장에서 내려 장만옥이 일하던 (구) 시브리즈 레스토랑 Sea Breeze Restaurant이 있던 터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열혈남아, 무이워에서 버스타고 장만옥 만나러 가는 유덕화
영화에서 잠깐 보였던 저녁 신에서, 장만옥을 만나러 가던 유덕화의 루트다. 영화 속 시절 버스는 1층짜리였지만 아무렴 어떠나, 길은 동일한 사우스란타우로드다. 가자고, 고!
나중에 무이워 벗어나기 전 찍은 건데 고프로도 정면에 설치 완료. 마을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많이 타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저 노랑 안전봉 밑으로 재배치함. 유덕화는 사이드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일치하는 구도는 아니지만 뭐 ㅎㅎ
아침 8시 14분에 도착해 9시20분의 버스를 타기까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이 워에서 경험한 생각지도 못했던 힐링과 로컬 바이브의 카페 파라디소, 그리고 맥도널드 옆 망고나무의 인상적인 모습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종점에서 부이 오로 출발한다.
1989년,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왕가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열혈남아 As Tears Go by>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절, 관객들은 오우삼의 <영웅본색> 같은 화려한 액션과 낭만이 가득한 홍콩 누아르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왕가위 감독은 좁은 공간과 촉박한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불안한 홍콩의 정서를 담아, 전혀 다른 느낌의 느와르를 선보였다.
새롭고 삐딱한 홍콩느와르의 탄생
|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충돌과 그것을 바라보는 감독
<열혈남아>는 로맨스와 액션 느와르를 절묘하게 섞어냈지만, <영웅본색> 같은 비장미 넘치는 액션신이나 화려한 서사는 없다. 대신, 불안함과 고독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갈등의 파장이 전개된다. 이는 당시 홍콩 사회의 불안정한 분위기를 반영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어둡고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한다.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충돌
| 란타우섬과 홍콩 도심의 몽콕
란타우섬과 몽콕
영화 속 배경은 크게 두 개로 나늰다. 하나는 몽콕을 중심으로 한 구룡반도의 복잡한 홍콩 도심, 다른 하나는 자연과 시골의 느낌이 살아 있는 란타우섬이다.
2024년에 담아본 몽콕. 옛날과 크게 달라진 느낌은 아닌 것 같다
몽콕은 홍콩 누아르 영화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상징적인 배경으로, 뒷골목 인생의 무대이자 갈등의 중심지로 곧잘 묘사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원제인 <旺角卡門 왕각가문> ('몽콕 카르멘')에서도 이 지역의 상징성이 드러난다. 몽콕은 헛된 꿈과 갈등, 외로움과 소외가 교차하는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고단한 삶의 무대를 제공한다.
홍콩공항 착륙 전 찍은 란타우 섬의 모습. 왼쪽 상단에 타이오 마을도 살짝 보인다
반면, 란타우섬은 홍콩에서 가장 큰 섬으로, 도시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의 평온함이 가득한 곳이다. 아화(유덕화)와 아오(장만옥)가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을 오가며 끊임없이 만남을 이루는 이 섬은, 장만옥에게는 과거와의 연결, 둘에게는 정체성의 회복, 안정과 평화 및 암울한 운명 속 소박한 희망과 미래의 꿈을 제공하는 상징적 장소로 작용한다. 어쩌면 이 섬은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었지도 모르겠다.
| 열혈남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비행기서 홍콩 도심을 바라보았다
홍콩에 살았을 때는 도심의 매력적인 풍경에나 익숙했고, 란타우섬은 주로 학교 소풍이나 단체 야유회로 가는 낯선 공간이었다. 어딘지도 기억도 안 나는데 끽해봤자 디스커버리 베이 정도였을 듯하다. 홍콩에 다시 방문한 이번 여행에서 나는, <열혈남아>의 란타우섬 촬영지를 따라 여행의 대략적 동선을 짜고 싶었다. 도심의 화려함보다는 잘 가보지 않았던 홍콩의 자연 속, 영화 속 공간의 의미도 되새길 겸.
| 그날의 루트: 무이오와 타이오 마을 ft. 옹핑
그 날의 루트인데, 열혈남아와는 상관없이 이왕 가는 김에 무간도 촬영지인 옹핑도 중간에 방문 했다. 그냥 케이블카 타러.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화(유덕화)와 아오(장만옥)가 도심에서 섬으로 이동했던 루트를 따라가 보았다. 홍콩섬 센트럴에서 무이오(Mui Wo) 선착장까지 페리를 타고, 아화가 섬에 도착해 아오를 보러 갔을 무이오에서 푸이오(Pui O)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아오(장만옥)의 고향으로 묘사된 타이오(Tai O)까지의 여정을 경험하며,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작은 순간들을 마주한 나만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영화에서 이 촬영지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묘사된다. 즉, 란타우섬 자체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상관없이, 아오(장만옥)의 고향을 상징하는 하나의 작은 세계인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저 작은 섬을 Sunshine Island로 추측하고 있다.
위는 란타우섬에서 치료를 위해 구룡에 사는 사촌오빠 유덕화를 처음 만나러 가는 장만옥의 페리 신이다. 그들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이 페리를 수 없이 타고 다녔을 것이다. 센트럴에서 무이오로, 무이오에서 센트럴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 서로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요동치는 감정의 빌드업, 그 격한 감성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만국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다만 저 신은 영화 초반이라 그런 느낌은 없는 걸로...)
무이오에서 센트럴 행을 탔다가 장만옥 삐삐받고 다시 센트럴에서 무이오로 배타고 떠나게 되는 유덕화. 폭발적인 사랑이란,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다.
그들이 오갔던 이 길을 따라가며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 페리로 떠나는 란타우섬
Wan Chai에서 바라 본 구룡반도의 밤과 아침 타임랩스
지난 저녁 만찬의 후유증으로 일찍 폭잠들기 전 설치 해둔 고프로로 찍은 타임랩스 영상. 왼쪽에 우뚝 솟은 것이 구룡반도 쪽 몇 안 되는 초고층 마천루인 M+뮤지엄 빌딩.
더하버뷰 호텔 뷰
오늘도 5시에 일어나 충분히 씻은 다음 란타우섬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위는 아침 6시 50분경 18층 하버뷰의 구룡반도 쪽 뷰다. 도심이라도 이른 시간이다 보니 평안해 보인다.
아침 7시경 체크아웃, 프론트에 택시 잡아 달라고 했더니 불러 주는 건지 알았건만 컨시어지 분이 그냥 같이 도로에 나가서 대신 손 흔들어 주는 거였다ㅎ. 완차이에서 센트럴로 가는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그동안 찍어본 사진.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다들 승차 거부. 배가 7시40분 출발이라 나름 여유 있게 나온 건데 슬슬 쫄리기 시작했다.
센트럴 피어 넘버.6
어찌어찌 7시 37분에 도착. 이미 Mui Wo 무이오 행 고속 페리는 정박해 있었다. 저거다 싶어 선착장 확인도 안 하고 최대한 빨리 걸어간다. (내가 뛰지를 못 한다 ㅜㅜ) 유덕화는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뛰었겠지만, 나는 페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출발 3분 전 ㅜㅜ) 참고로 센트럴 무이오 간 Sun Ferry 페리 시간표는 아래서 확인하면 된다. 주중, 주말 그리고 시간대별 약간 차이가 있다. (쾌속선/일반선 및 승강장)
책가방 하나만 매고 다니는 여행이라 숙소를 떠난 8킬로 완전군장 상태라 좀 앉았건만 바로 게이트가 열린다. 시간은 7시 40분 정각. 칼이다. 섬 방향이라 그런지 놀러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밑은 이 고프로로 찍은 타임워프 영상. 사실 이 고프로 장비들 때문에 책가방 무게가 항상 많이 나간다...
센트럴에서 무이오 가는 길 타임워프 영상
갑자기 소풍 가는 어린애 마냥 마음속이 설렘으로 가득 찬다. 정말 오랜만에 타 보는 페리, 홍콩 3일 차에 드디어 실행하는 열혈남아 루트에 맑은 하늘까지.
페리의 루트
영화시작 홍콩으로 가는 장만옥과는 반대 루트지만 같은 방향의 창가다. 센트럴에서 무이 오 피어까지는 약 15km. 쾌속선으로 약 30~40여분 걸리는 거리다.
건너편 피어에서 출발하는 페리
그러고 보니 이번 홍콩 여행에서 타는 첫 번째 페리였고 (마지막 날도 페리 타려고 했으나 폭우 경보로 못 탔다) 마지막 페리였다. 홍콩 살던 시절엔 그렇게 지겹도록 타던 페리였는데 너무 오랜만인지 설렘 가득하다. (옛날 보다 페리 운항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결은 다르겠지만 장만옥의 컴백 삐삐를 받고 센트럴로 왔다가 다시 페리 타고 돌아가는 유덕화의 마음도 이렇게 콩닥콩닥 뛰었겠지?
페리가 출발을 위해 후진 회전하며 보여지는 풍경. 왼쪽부터 노먼 포스터 경의 HSBC빌딩, 피어스 브로스난의 미니 시리즈 <노블하우스>로도 유명한 1970년대에 지어진 동그란 구멍들이 인상적인 자딘 하우스 (Jardine House), 그리고 가운데 우뚝 솓은, 현존 홍콩 두 번째로 높고,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세자 펠리의 IFC 빌딩.
영화 다크나이트의 홍콩 IFC 신
홍콩 반환이 1997년이었는데 IFC 빌딩의 준공도 1997년에 시작되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와 트랜스포머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빌딩이다.
전 날 폭식으로 인해 저녁 일정을 홀라당 날려 먹었는데, 그중 하나인 AIA 대관람차를 눈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수퍼슬로우 모션
보통 잘 안 쓰는 수퍼슬로우 모션 모드로도 찍어 보았다. 뭐 배 안에서 할 일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ㅎ
쾌속선이라 그런지 한번 속력내니 쭉쭉 잘 나간다. 다른 페리도 금방 따라잡는다.
이제 막 도심의 경계에서 막 벗어나려고 하는 느낌이다. 열혈남아의 유덕화도 자신의 보금자리 같은 란타우 섬의 장만옥을 만나러 갈 때마다 그런 속세를 벗어나는 듯한 안정감과 평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여행 내내 비가 많이 내렸는데, 이 여정만큼은 맑은 하늘이 반겨준다.
선샤인섬?
장만옥이 홍콩으로 넘어갈 때 데크에서 섬을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 그 섬이 Sunshine Island 선샤인섬이라 추측하고 있다. 위 사진은 영상 찍으면서 선샤인 섬이 찍힌 장면이고, 우측 하단은 장만옥과 내가 서로 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을 고려해 비교를 위해 좌우 반전 시킨 영화의 신이다 (사람은 장만옥). 뒤에 섬 배경이 보이는 것이야 영화 구도 차이를 감안할 수는 있겠다만 저 선샤인섬이 영화의 그 섬이 맞는지는 확정은 못 하겠다. 다만 페리의 루트의 지도를 보면 어느 정도의 규모의 섬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은 확률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만 너무 신난 나머지 좌석에만 있었던 게 좀 아쉬울 뿐이다. 저렇게 데크에도 좀 나가볼걸...
Hei Ling Chau (喜靈洲) 섬일 텐데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이 확 온다. 무이 오에도 도착이 얼마 안 남았다.
반대 방향을 바라 보았다.
중장거리 쾌속선이라 그런지 홍콩 도심을 왔다 갔다 하는 일반 페리와는 구조가 다르다. 안전 때문인지 일단 창으로 다 막혀 있음. 반대쪽 자리도 볼거리가 많던데 사진을 찍은 시점 상 보니 청차우섬 바로 전의 가우이차우 섬 같다.
드디어 란타우섬 무이오 Mui Wo 선착장에 도착한다.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 파스텔 색상은 항상 정겹다.
나무들은 열대야 느낌도 나니 뜨거운 아침 태양 아래 도시탈출 분위기는 흠뻑 느껴지고, 저 고깃배(맞겠지?) 또한 감성을 더해준다.
자리 창가 사이로 보이는 무이오 선착장의 건물들 모습. 유덕화가 장만옥을 붙잡고 포스터에 나오는 키스신을 찍은 그곳이다. 다만 나는 그럴 일은 없기에 여기에서는 또 어떤 여행의 기쁨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페리가 정박을 위해 잠깐 대기 타고 있는 중. 빨리 내리고 싶다 ㅎㅎ. 영화 속 유덕화 캐릭터도 이 시점에선 정말 미쳐 돌아갔을 것이다. 잠깐의 저 정박하는 시간이 여기를 오는 시간보다 1,400만 6천500백 배는 더했을 것이라. 이 배를 내리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인생의 구원자, 내 사랑, 장만옥이 기다리고 있기에.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흔한 시골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삶. 솔직히 무서운 건 없었다. 얘네들도 타지인들한테 익숙한 게 티가 낫다. 물론 쓰다듬거나 해보진 않았다. 강아지들은 오히려 살살 피하거나 경계하거나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고양이들은 얄짤 없이 대놓고 앵기거나 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타이오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까미
고정되어 있던 괭이
길막하고 있는 애들이 꽤 많다. 상황에 따라 개네들이 비켜주거나 우리가 비켜 가면 된다. 시간이 좀 지나 느낀 건데 재네는 우리한테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그냥 빨리 지나가 주면 서로 편안~
보니까 주인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사진엔 안 찍혔지만 좋아서 펄쩍펄쩍 뛰면서 같이 가더라. 찍진 못했는데, 주인 만나 좋다고 살다 살다 유튜버 빅페이스 뒷다리 치기 시전 하는 강아지는 첨 봤음
괭이 특유의 다소 건방진 표정
숙소를 향해 걷는 Shek Tasi Po 쉑차이포 거리에서 본 강아지 대변 처리 장소. 시골에서 이런 곳을 보니 나름 인상적이었다. 도심에서도 이런 공간은 못 본 것 같은데, 차라리 저런 식으로 관리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다만 모순적인 건 이 마을에서 강아지들은 모두 혼자 다닌다. 걔네들이 여기서 알아서 대변볼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암튼 오히려 견주들과 같이 다니며 견주가 대변을 처리해야 하는 도심 생활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공간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 봤다.
이건 그냥 숙소에서 찍은 참새들 사진. 참새건 비둘기건 고양이건 강아지들 등등 먹으라고 내 놓은 음식들이 꽤 많이 보인다. 여기는 그게 마을을 굴러가게 하는 장치들인가 보다.
고양이를 테마로 벽화로 꾸민 집. 어촌이라 고양이도 많고, 사람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고, 마을이 관광화 되면서 고양이 컨셉을 활용하는 곳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민간 고양이. 어려 보인다. 이름도 있는 것 같고.
내가 관심 보이니 바로 튀어와서 비빈다.
타이오 수산 시장 (아주작다) 바로 옆 벤치에 있던 고양이. 아마 들고양이가 같은데 친화력도 좋고 잘 앵겨서 가는 길에 시간을 좀 같이 보냈다.
나름 터줏대감인 듯 한 분위기
솔직히 눈빛이 뭘 좀 내놓으라 하는 것 같아서 쬐금 부담이 갔었다.
얘도 그냥 지 갈 길 가는 애. 누렁이들이 꽤 많다.
이건 숙소 앞에서 찍은건데, 백로? 왜가리? (맞나?)들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서 쉬어 가는 애들이 참 많았다. 크진 않지만 중간중간 맹그로브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인 헤리티지 호텔 앞 벽화에도 이 녀석들이 그려져 있는 것 보니 이 놈들의 서식지인가 보다.
타이오 룩아웃의 시그니처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이라 무알콜이긴 한데 달긴 하다
그래서일까? 헤리티지 호텔의 음식점, Tai O Look Out의 시그니처 목테일의 이름이 Mangrove special 맹그로브 스페셜이기도 하다. 색깔이 참 이쁘고 맛도 이쁘다.
타이오 호텔은 마을의 끝자락이라 더 이상의 도로가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오는 길에 산책 길을 찾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한문을 까먹었어도 저 정도는 기억하기 때문에, "어? 소림? 소림사? 샤올린? Shaolin?"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뛴다. 옛 기억 때문에. 하지만 닫힌 저 공간 안에 사람의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홈페이지를 보니 소림문화센터라고 하는데 25명 정도 예약이 걸리면 소림사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하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그 소림사 앞에는 꽤 큰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서 퍼져 있는 강아지. 저 놈이 바라보는게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프리즈비를 하며 왁자지껄 노는 모습들이다.
마음이 착해졌다. 굴뚝처럼 뿜어내는 연기 속 더럽혀져 있던 나의 마음 속 정신의 구조물이 닦여지는 기분이었다.
어촌에선 흔한 풍경일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유유적적 갯벌 걸어 다니는 강아지. 꽃게라도 잡아먹으려는 건가...
숙소 근처 미니 슈퍼마켓 같은 곳인데 저 자리가 우리나라로 치면 가맥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괭이들이 꽤 많다. 언제 한번 공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 빨간 이케아 의자들이 마을 음식점 등등 곳곳에 많이 보이긴 했다. 음료수 사던 곳인데 430ml 비타 퓨어 생수가 HK7달러 (한국돈 약 1,170원) 정도니 타이오 마을에서도 원주민 주거지 쪽에 있는 먼 곳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홍콩 도심에선 800~1,000원 정도) 암튼 맨날 저기 빼박으로 앉아 항상 낮술 자시던 할배가 계셨는데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난 영어, 할배는 광둥어) 언어로 꽤 오래 얘기한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영어와 광둥어 섞어가며 말 붙이시던 친화력 좋은 할배 사장님도 기억에 남는다.
도성타왕의 한 장면. 모순균과 주성치. 모순균은 장국영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혼했었던 여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위 이미지는 주성치가 <도성타왕>을 찍었던 양후사원이란 곳이다. 타이오마을 Fushan View Point 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와서 만난 곳.
양후사원의 내부
작진만 나름 화려하다. 작은 절로 봤는데 그 작음 속에 중국 특유의 화려함과 옛 무협 영화들에서 느꼈던 감성이 곳곳에 녹아져 있어 홀린 듯 구경했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훅 튀어 나와 나한테 비비적 비비적거리던 고양이. 나중에는 내 신발에 똥꼬를 내려놓을라고 자리 잡던데 순간 얘가 똥 싸나? 하고 발을 급히 치웠는데 미안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자리 잡으려고 했던 것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동네는 참 고양이들이 외지인들한테 참 많이 안긴다.
어떡하다가 물 한 통 없이 진행된 란타우 트레일 후 완전 지치코 목말라서 급히 뭐 마실 것을 찾으러 급히 이동하고 있던 중 골목의 길막 강아지. 저 놈도 여길 건널라 하나 부다.
원래 이렇게 만난건대 우측으로 틀고 다시 직진하다가 이 골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여기로 지나갈까 눈치 보고 있다가 잠깐 딴 데로 가버리니 이내 안심하고 골목을 넘어온 것 같다. 다시 돌아가니 만나서 헬로~
저 놈 보내고 골목을 지나가니 또 비슷하게 생긴 누렁이가 천진난만하게 지나간다. 도플갱언지 평행우주인지 내 눈엔 아까 그놈과 똑 같이 생겼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 마을 전체 누렁이들 보면 되게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기 마을 강아지들이 좀 매너가 있는 건지 양보받은 적이 꽤 많다는...
Sun Kee 선키 다리에서 만난 강아지. 얘는 동네 강아지라기보다는 관광견 같았다. 동네 개라면 저렇게 냄새 수컹수컹 맡으면 신나게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듯.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점찍어 놓은 카페들이 죄다 문을 닫아 정처 없이 헤매던 중 만난 팔자 좋은 고양이
그리고 그 뒤에 또 고양이들
그리고 메인거리로 고개를 틀으니, "니 어디 가는데? 못 보던 놈인데?" 하는 듯한 강아지. 딱히 서로 간 트러블은 없었다.
또 지나가다 만난 괭이
아마 도성타왕에서도 나왔던 곳 같은데, 타이오 마을 작은 광장 포토존 같은 곳이다. 벽화와 땅에도 그림이 그려진 곳. 거기서 만난 강아지.
약간 무서운 포스를 자랑하던 놈들. 솔직히 앞에 놈이 더 무서워 보이는데 더 순해 보이는 뒷 놈이 이 자유로운 곳에서 목줄 채워져 있는 것 보니... ㄷㄷㄷ...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가 본다. 코카콜라 냉장고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이 놈들의 갈증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기도.
요건 아까 옆 집의 옆 집 강아지. 여기서 저녁 먹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긴 한데... 이번에 못 먹어서 아쉬웠던 어묵용 대왕 오징어. 저거로 피시볼 만들어주는데, 크긴 크더라.
폭풍우가 쓸고 간 다음 날 아침. 어제 불놀이 이후 남긴 음식을 챙겨가고 있는 참새... 어? 비. 둘. 기??? 역시 야만의 사회는 체급이...
왜가린지 백론지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타이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 밤색왜가리 새끼인지? 새벽아침에 물고기 잡아온 배에 턱 앉아서니 먹이를 노리고 있는 건지. 여기서는 흔한 어촌의 아침 풍경이 아닐까 싶다.
옹핑마을 부처상
여기서부터는 타이오 가기 바로 전에 들렀던, 영화 <무간도>와 주성치의 <도성타왕>을 찍었던 옹핑마을에서 본 부처님의 기운을 받고 잘 퍼져 있던 강아지들이다.
더위를 식히려 병콜라로 팔자 좋게 마시고 있는데 더 팔자 좋은 놈이 앞에 있었다.
다 다른 누렁이들이다. 관광객들이 뭐라도 줄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숨바꼭질 하 듯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대부분 작은 공간이나 그늘 아래로 피신하고 있었다.
사실 타이오와 옹핑을 통틀어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즈의 '강아지'는 못 봤다. 어디들 있는 건지... 혹은 있는 건지... 얘네도 초고령화 저출산 상황인지... 대부분, 아니 내가 이번에 만난 강아지들은 전부다 사이즈가 큰 놈들이었다.
부이 오에서 만난 물소
이 것은 또 부이 오 해변가는 길에서 만난 놈인데, 부이 오나 옹핑에선 그냥 이런 엄청난 크기의 물소들이 걍 사람들과 같이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소 똥도 꽤 많음. 날씨가 하도 더워서 그런지 실제 걸어가는 놈은 못 만났고 이렇게 다들 퍼져 있었다. 역시 8월의 여름은 짐승에게도 강한가 보다. 귀여운 버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잠깐 느꼈다.
역시 많은 변수들이 발생했지만 결국 80%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 도시 내 영화 촬영지 범위가 작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자, 그럼 본론으로.
1. 도착! 숙소로... 아니..
계획: 첫날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 결정!...
공항에서 택시타고 진입한 텐진 메인 거리 처음 장면이 돈키호테
결과> 안 갔다. 저녁에 도착하고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밤 12시에 문 닫는 영화 속 이자카야에 못 갈 것 같아 일단 저녁으로 선점했던 이치란 라멘으로 택시 타고 직행. 2천엔 초반 정도 나온 것 같다. (니시도리 점이다)
2.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점
계획: ...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점
결과> 뭘 들렀다 가. 택시 타고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 점 도착하니 줄 서있다. 본점 아니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판. 한 20분 기다렸다. 배만 대충 채우고 나왔다. 많이 짜다. 맛도 그냥. 차슈와 계란은 괜찮았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라 많이 왜곡되어 있겠지만아버지 퇴근 시간에 나가 같이 먹던 역전 포장마차의 라멘 맛의 기억을 다시 꺼내주기에는 모자랐다. 암튼 내 바로 뒤에 동남아 커플 손님들의 키오스크 주문을 도와줬는데, 사실 나도 첨이라 네이버 켜서 보고 따라했던 거 그대로 해 준 거지만 나름 타인에게 도움을 줬다는 거에 흐뭇? 했다. 자리도 내 옆자리로 앉아서, 나갈 때 "Have a great trip~!" 서로 손 흔들어 주며 훈훈한 엔딩~ 이것이 살짝살짝 스쳐가는 여행의 맛이다.
숙소에서 이자카야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봤는데 회사원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을 목격, 뭔가 풍채도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있다면 차라리 저기서 라멘을 함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간소라멘 하카타 원장이라는 곳이다 (元祖ラーメン 博多元長). 보니까 일본 여행할 때 맛집 검색은 tabelog.com을 사용하는게 편하더라. 영업시간도 구글보다 더 정확하고. 예약도 바로 할 수 있고.
쨋든 스즈란, 아니 이치란, 성공!
3. 노기쿠 이자카야 - 해효의 술집
계획: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주문은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왼쪽이 영화 오른쪽이 내가 찍은 사진인데, 떠나기 전 사진 찍으려니 괜찮다고 하는데도 옆 자리 손님이 남기고 간 흔적을 싹 다 걸레질까지 하며 치워주셨다. 추억 사진 찍는데 더러우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사장님 너무 친절하셨다
결과> 숙소로 와서 후딱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고 하니 아니 벌써 밤 10:40분. 재빨리 구글맵 길 찾기 설정 후 노기쿠로 걸어 걸어 출발!
나처럼 영화 때문에 방문하는 한국 손님들이 꽤 있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보여주시는 사진 같다. 권해효와 윤제문 배우 사이가 사장님. 그리고 오른 쪽은 바 안 쪽 정면을 바라 본 사진인데 옛날 소품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고 바로 앞의 저 낡은 선반을 열면 온갖 보물들이 가득 차 있다
결론은 역시 잘 갔다. 사장님 너무 좋으시다. 태권도 검은띠도 따시고 한국에도 꽤 방문하셨다고 한다. 유쾌하시고 일어+영어+한국어 섞어가며 다른 손님들과의 대화에도 함께 잘 섞일 수 있도록 유도해 주셨다. 그리고 약 네 명의 일본인 손님들을 만났는데 타인들끼리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경험도 좋았다 (나 극 I 임). 우연찮게도 이곳에서 후쿠오카 영화 촬영 시 이 술집 촬영을 도와주셨다는 프로덕션 관계 분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가실 때 사장님한테 저 잘 부탁한다고 하고 나가신 것도 감사합니다 ㅜㅜ...
오오수수메 추천으로 부탁한 계절 요리 - 이름은 모르겠고 해파리 무침 비슷한 새콤한 맛의 야채와 삼치
먹은 건 새콤한 야채절임이 올려진 삼치였는데, 나도 삼치 좋아한다고 하니 제주도나 후쿠오카나 어장이 비슷해서 그 생선이 그 생선일 거니 맛은 한국에서 먹던 거기서 거길거다 뭐 새로운 거 없을 거다라고 웃으며 얘기하시는데 뭔가 오잉? 하며 그럴듯한 얘기였다!
우측 영화, 왼쪽 사진 높은 건물에서 이 가게를 보면 성냥갑 같이 보이지 않을까... 뭐 그런 얘기를 하는 장면임 좌측 사진은 영화 신에서 그대로 180도 돌려 찍은거라 보면 된다
영화 후반부의 장면인데 바로 가계 옆 주차장이었다. 이자카야를 나오면서 발견하고 밤 배경으로 한 장 찍었다.
fidff.com 후쿠오카 인디펜던트 영화제 홍보 포스트카드
아, 그리고 위는 이자카야에서 만난 <후쿠오카> 영화 관계자 분이 손님들 모두에게 주고 가신 건데 9월에 열리는 2024 후쿠오카 인디펜던트 영화제 홍보 포스트 카드다. 아, 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립영화'라는 단어에 약한데 ㅎㅎ 물론 영어나 한국어 자막 없이는 즐기기 힘들겠지만 fidff.com에 들어가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공홈에서 확인 한 2024년 후쿠오카 인디펜던트 영화제 23개의 상영작들
암튼 노기쿠도 즐겁게 클리어!
4.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아침식사
계획>...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영상에선 잘 안 보이는데 도착할 때 즈음 되니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결과> 원래 택시 타고 가려다 기상 시 몸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서 한 25분 비 맞으며 이른 아침의 도시도 구경할 겸 걸어갔다. (5시 30분에 깨서 6시까지 꿈틀대다가 기상) 어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몰렸던 곳들인데 번화가도 아침 6~7시 사이에 걸으니 산산~하다. 지난밤 그렇게 줄을 섰던 이치란 라멘 텐진니시도리 점도 아무도 없다. 암튼 수산회관 가까워질수록 비가 미친 듯이 퍼붓는데 막상 가보니 웬걸. 또 웨이팅???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입구
아침 7시 15분에 도착했는데 웨이팅이 살짝 보인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커플 한 팀이라 마음을 다시 가다 듬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기다렸다는 건 안 비밀...-_-ㅋ
우니 카이센동
성게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성게 카이센동을 주문했는데 맛있었다. 엔저의 영향도 그렇고 9500원 정도에 저런 밥이라니 굿!!! 된장국 안의 어묵도 식감이 쫄~깃 하니 좋았다. 나중에 개별 포스팅 하겠지만 옆에 간장이랑 무슨 까나리 액젓 같은 소스도 있는데 같이 먹으면 괜찮다.
5. 이토시마의 후타미가우라 / 부부바위
계획: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미친듯이 쏟아지던 비는 어데가고 밥 먹고 나오니 반겨주는 너무 푸르른 하늘!
결과> 영화 촬영지 방문과 함께 이번 여행의 핵심 테마였던 이토시마에 있는 후타미가우라 방문 시간이다. 아침 먹고 나오니 약 8시. 배도 괜찮고 시간도 좀 남고 비도 멎고 아주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서 설설 걸어서 3번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웬걸? 웹검색 봤을 땐 항상 버스 시간표가 표지판에 꽂혀 있었는데.... 보니까 "없다." (주말과 평일의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간 날은 또 토요일이라 잘 꽂아 넣어져 있겠지 생각했는데...)
텐진 4가의 SHOWA 고속버스 정류장. 멘붕의 시작
안전 최고주의 마인드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역을 스쳐가는 걸까? 여긴 스지 않는 걸까? 하면서 다시 3초 메에서 4초 메 정류장으로 바삐 걸어가 본다. 여기도 없다!!! 점점 오금이 마려워 온다.
멘...붕...
결국 이 버스의 출발점인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미친 듯이 걸어간다. J는 기존 계획이 흐트러지면 엄청난 멘붕이 온다. (J한테 함부로 시간 약속 훅훅 바꾸는 거 아니다. 티 안내도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는다.. 거기다가 "시간은 나중에 정하쟈~" 하면 최최악...)
영화의 포스터 그리고 포스터 속 제문이 바라보는 방향이 오른 쪽의 아크로스 빌딩이 위치한 곳이다
그런 와중에도 우연히 마주치는 영화 촬영 스폿과 포인트들은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개인용 풍경 스냅숏들까지!) 위는 영화의 포스턴데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카케 다리 사이의 나카가와 스트리트의 강 쪽 인도를 걷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영화를 볼 당시 아는 건물이 저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 스폿을 어떻게 찾았냐면 실제 영화의 저 신에서 윤제문이 뒤에서 걸어오다 소담과 해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신에서 카메라가 제문을 따라 패닝을 하는데, 그 중간에 우측 건너편으로 아크로스 빌딩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장소 추정해서 찾았던 곳. 그 아크로스를 보고 반가움에 몇 컷 찍었다. (중앙 우측의 계단 같은 삼각형 빌딩) 위치도 크게 멀지는 않아 보인다. 빠르고 흐릿하지만 아마도 아크로스 빌딩이 나오는 영화의 유일한 장면일 것이다.
마지막 베이지 빌딩이 하카타 버스 터미널 빌딩이다
이거에 홀려서 이 참에 몇 스폿을 더 찍어볼까 하다가 현재 시각 보고 정신 차리고 바로 후다닥 택시 잡아 텐진 고속버스 터미널로 ㄱㄱ. 택시에서 풍경을 보니 나는 왔던 길을 계속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하아...
3층까지가 터미널이고 위 층부터는 몰이다. 5층에 다이소 있음.
다행히 8시 57분에 버스 터미널에 안착. 다행히 오늘 부부바위 행으로 고속버스 가는 거 맞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3가, 4가 정류장 다 들렸다. ㅎㅎㅎ.... 난 무엇을 한... 아냐 안전주의가 최고다.
후타미가우라 행으로 가는 32번 승강장. 공간들이 매우 좁다
3층 후타미가우라 행 32번 승강장에 가니 또 줄 서 있다.... 아, 미친... 뭔데... 후쿠오카는 뭔데 맨날 줄만 서는데... ㅜㅜ
원영적사고
하지만, 덕분에 갈 때 바다 뷰를 볼 수 있는 오른쪽 좌석도 편히 선점했다 완전 럭키비키 잖아! 참고로 편도 1250엔임. (1박에 준하는 여행이고 도시도 작아 대부분 걸어 다니고 필요할 때 택시만 잠깐 씩 탈 목적이었기 때문에 버스 패스는 안 샀다)
후타미가우라 가는/오는 버스에서 바다뷰를 보고 싶으면 출발 시 오른 쪽, 돌아올 시 왼 쪽에 앉으면 된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랄랄라~ 나는야 쉬레딩거의 강아지 한 마리~" 잠깐 도시를 벗어나 바다 풍경이 시작되니 소풍가는 어린애 마냥 신났다. 가는 길 보는 풍경이 꽤 괜찮았다.
결과> 아침과 오전에 생각지도 않게 너무 많이 걸어서 체력을 낭비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보려 여기서 안 내렸다.
계획: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이토시마 팜비치 정류장 뷰
결과> 다음 정거장인 Palm Beach에서 내렸다. ㅎㅎ 푸르른 하늘, 어제 밤과 오늘 아침 쏟아지던 비는 어디가고 맑은 바다가 나를 반겨 준다! 2024년 처음 만나는 바다의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비가 왔어도 운치가 있었겠지만 진짜 이번 여행 중 딱 이 몇 시간만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았다! 머피 아니 셀리의 법칙!
후타미가우라 부부바위. 저 두 바위 사위로 지는 해 장면이 특히 아름다워 일본의 100대 석양 스폿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후타미가우라 역까지 쭉 내려가서 맞이한 후타미가우라 부부바위! 이것 만으로 이번 여행의 테마 50% 달성!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사진도 찍고 (근데 여기도 저 하얀 신사 사이로 바위가 쏙 들어오는 샷을 찍느라고 또 줄 선다... 하아.. 이 눔의 줄...) 영상도 찍고 하며 팜비치 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 부부바위 자체는 일본 스러운데 카페, 음식점 등 일대 주위 분위기는 죄다 하와이 갬성이다 ㅎ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계획: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이토시마 바다와 부부바위 쪽 뷰는 확실히 잘 잡고 있는 음식점이다
결과> 또 한 번의 눈물의 덮밥이라니 세상 배 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뭘 할 수 없이 여기서 해결하기로 해.. 팜비치 쪽으로 걸어 올라가며 이 가게를 보니 (11시 59분) 이미 주차장은 꽈아악!! 채워져 있고 (평행주차는 아닌데 막 꽈꽈꽉 채워져 있고) 이미 웨이팅 장난 아님. 먹고 싶었어도 못 먹었을 것이다. 근데 실제로 외부에서 보니 뷰가 상당히 좋아 보여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근 일대를 돌아다니며 본 유일하게 줄 서있는 집이었다 근데 딴 곳들도 괜찮아 보이는 데가 많았다.. 뭐 굳이..같은 느낌? ㅎㅎ)
계획:...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 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 게 무너진다!!!
굿즈도 구입했슴다 테헷~ 그리고 부부바위가 보이는 파노라마 뷰의 발코니에서 여유롭게 고프로 찍으면서 커피 한잔
결과> 점심을 거르니 여유~롭게 완죤 하와이 분위기 나는 서퍼스 마켓 Surfer's Market 카페에서 보통 때는 내 돈 주고 잘 안 마시는 커피도 마시고 풍경도 즐기고 굿즈도 하나 구입하고도 20분이 남아 버스 정류장에 대기한다. 이번 여행에서 산 유일한 굿즈는 딱 3갠데 (동전파스, 동경 말차 도라야끼, 그리고 저 키링 - 면세점은 돈도 없고 그냥 패~스)
벨벳언더그라운와 니코 (니코는 좌측 아래 금발 여성이다)
벨벳언더그라운드는 내 청춘 시절 인생 밴드라 지나칠 수 없었다.
호놀룰루 라이온 커피
그리고 커피는 로고를 보니 뭔가 스페셜해 보이길래 이왕 밥 거른 거 음료라도 비싼 거 먹자 해서 무려 540엔!! (약 4,700원인데 뷰 값 생각하면 혜자로 보인다) 짜리로 주문했는데 한국 돌아와서 찾아보니 라이온 커피 콜드 부류라고 하와이 호놀룰루 산 나름 유명한 드립 커피였나 보다.
3일 내내 비내렸는데 기적 같이 딱 이날 오전만 비가 안 내렸다. 저 뒤에 부부바위가 보인다
암튼 시원했고 쪽 빨고 얼음만 남아서 생수 다시 채워 넣어서 흡혈귀 마냥 쪽쪽 자알 마셨다. 계획에 없던 것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곳, 서퍼스 마킷! 화장실 위생도 나름 괜찮아서 더 좋았다.
하카타 버스 터미널 행 팜비치 버스정류장. 쇼와고속버스 정류장인지는 항상 저 팻말 꼭대기의 약간 반달 모양의 하늘색 표지가 있나를 보면 된다.
약 35분 간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카페 채류 후 12시 46분경 1시에 오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 방향 팜비치 버스정류장에 오픈런으로 무려 '1 빠로' 줄을 선다... (나중에 54분경 대륙 커플에게 새치기당한 건 안 비밀) 암튼 상쾌하고 청량하게 클리어!!!
7. 미야케우동 - 소담과 유키가 재회한 곳
계획:..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기온 역 바로 옆 레이센 거리. 이 마츠리는 기온 역이 뭔가 시발점이라고 한다라고
결과> 후쿠오카에 돌아왔는데 도시 연 중 최대의 마츠리/축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만나버렸다. 그 무리가 이 날 미야케 우동을 전일 예약 선점을 해버렸다. 그래서 못 먹었다. ㅠㅠ
미야케 우동 집. 왼쪽에 붙은 마츠리 포스터
암튼 여기를 지키고 있는 마츠리 아저씨에게 사진 찍어도 괜찮겠냐 물으니 흔쾌히 지키던 자리를 비켜 주신다. 하지만 이후 목적지를 잃어버려 멘붕에 빠진 극 J인 나는, 이내 후쿠오카 시내를 정처 없이 방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 서 쪽의 다이묘 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촬영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연 중 최대 행사라는 것도 만나보고 말이지. 완전 럭키비키 잖아!
럭비빅키고 나발이고 암튼 이렇게 막 같이 하나의 물결처럼 휩쓸려 다녔다. 나는 내 길을 찾으면서도...
기온 역에서 덴야마치 쪽으로 꺾었다
이 참여하는 인파가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팀 하나가 다 같이 괴성을 지르며 전력으로 달려올 때의 비쥬얼은 꽤나 압도적이었다. 암튼 나는 여기서 어딜 갈까 방황하다가 결국 소담과 제문의 숙소로 가기로 맘을 정하며 이들과 휩쓸렸다 이탈했다를 반복하며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다들 마츠리 보러 가는데 나는 홀로 영화 촬영지로... 고독한 여행가..
8. 시내 구경 - 소담과 제문의 숙소
결과>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 향하던 중 기타 촬영지들을 우연히 또 만날 수 있었다.
가다보니 여기가 그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환락가 거리였나 보다
다만 마츠리 이탈 후 폭우가 이렇게 다시 쏟아다. 마츠리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모르겠다 난 내 갈길을 간다. 위 사진은 잠깐 몸을 피해 우산을 피던 곳. 옆에 보니 온갖 호스트바 간판들이 좌라락. ㅎㅎ 지금부터 본격적인 촬영지 답사 시작!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지나가다 어? 하고 발견한 영화 속 소담과 중국 여성이 책을 나눠 보며 대화하는 록켄야 공원 六軒屋公園 와우~ 너무 기뻐요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궁금하여 저 벤치에 직접 앉아 앞을 보았다, 러브호텔이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무서워 보이는 청소년 무리들도 종종 보였는데.. ㅜㅜ 시비 걸릴까 봐..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지나들 가더라. 내가 더 이상하긴 했다. 오전에 환락가 근처에서 이것저것 찰칵찰칵 사진 찍고 있는....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캐널 시티 근처다
소담이 중국여성과 대화를 끝내고 셋이 같이 넘어가는 나다노카와 다리도 찍었다. 전체적으로 느낀 건데 영화가 4년 전 (2020년) 영화긴 한데 도시 군데군데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건물이 아예 통재로 날아가고 새 건물이 있는 그런... 여기도 그렇다. 좌측 주차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회색에서 파란색으로 페인팅이 바뀐 것은 그렇다고 쳐도 좌측은 아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드디어 영화 초반 등장하는 소담과 제문의 그 숙소에 도달했다. 나무위키에는 숙소가 다이묘 지역인 것처럼 나와 있어서 구글 스트리트 뷰로 찾느라고 한창 고생했었는데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 영화 촬영지랑은 좀 많이 떨어진 나카스 남 쪽의 키요카와 2번가에 위치한 신타카사고 멘션이란 곳이다. 여기도 옆 건물이 꽤 바뀌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피를 참고 바람. https://www.space-r.net/rent/shintakasago
제문의 시점에서 동영상도 찍어보았는데 아무래도 거주지다 보니 그냥 거리 경계선에서 멈췄다. 원래 처음 여기 도달했을 때 딱 이 지점에서 누가 담배 피우고 있어서 한 10분 간 블록 한 바퀴 쭉 돌아 다시 와서 찍은 거다
신타카사고 맨션 뒤 쪽 뷰.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다시 블록의 반바퀴를 돌아 건물의 뒤 쪽 사진을 찍었다. 소담이 잠꼬대하는 바람에 깨어 버린 제문이 (아, 이 영화는 캐릭터 이름들이 실제 배우 이름들이다) 담배 피우면서 해효한테 새벽에 전화 걸던 곳.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저기 어디 즈음 일 것이다.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와 하루 종일 비에 쩔어 후덥지근한 몸을 다시 씻고 이내 다시 다이묘거리로 나왔다. 예약해 둔 저녁 음식점 가기 전 또다시 촬영지 본견 순례를 했다. 소담이 인형을 맡기는 신의 키즈클럽을 찾아갔는데 카페는 온 데 간데없고 웬 미디엄 사이즈 굴착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재건축. 한 세 번 정도 여기가 맞나 싶어 지도와 영화 다시 확인하면서 봤는데 여기가 맞다. 좌측의 건물은 아직 살아 있다. 후쿠오카도 정말 없애고 짓고 하는 게 많나 보다.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촬영 후 스태프들이 다들 사갈 정도로 맛있다는 코마야 모찌집. 나도 기념으로 몇 개 사갈까 했는데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데 난 이미 늦은 6시 30분 즈음 도착했다. 이미 셧다운.
이리에 서점 사진, 우측 하단은 영화에서 소담이 인형을 발견하는 신
다이묘거리로 거슬러 올라오니 영화 촬영지들이 쑥쑥 잡힌다. 이곳은 소담과 유키가 첫 만남을 하는 이리에 서점이다. 6시 50분 즘 도착 했는데 문을 닫고 있었다. 좌측에 영화 속 내내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으로 지속적으로 나오는 송신탑도 보인다.
좌측 영화 우측 찍은 사진
문득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풍경을 배경으로 찍었던 이리에 간판이 보이는 영화 신이 생각나 찍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찍을 때 비행기는 날아가지 않았다. 좀 기다려 볼 걸 그랬나.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건물은 후딱후딱 바뀔지언정 전봇대는 잘 안 바뀌는구나! ㅎㅎ
키노시타 좌측 영화, 우측 사진
우동집에서 재회 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유키와 소담이 자리 잡고 대화를 나누던 곳도 다이묘에 있다.
키노시타라고 정체는 프랑스식 다이닝 바인데 리뷰들이 괜찮은 것을 보니 맛집인 듯하다. 저녁에는 저 귀여운 작은 간판은 오렌지 색으로 반짝인다. 지금 보니 간판 디테일도 바뀌었다.
이어지는 영화의 신찍은 사진
위는 영화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같은 시점이다. 다시 한번 소담과 유키가 만나 키노시타를 좌측으로 끼고 골목 코너를 돌면 저 송신탑의 풍경을 가진 좁을 골목의 비스타가 펼쳐진다. 영화도 클라이맥스, 내 여행도 끝을 향해가는 클라이맥스. 다이묘거리 중에서도 좀 뒷골목인데도 불구하고 홍대입구처럼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인적 없는 사진을 담기는 어려웠다. 특히 여기가 뒷골목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지역이다. (흡연가들 참고 ㅎ)
영화 찍을 당시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골목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좌측에 스타벅스, 송신탑 및 풍경은 애플 스토어가 큰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 잡고 있다. 뭔가 자본주의의 산물 같은 골목의 엔딩이었다.
사진
골목 끝까지 갔다가 다시 소담과 유키와는 리버스의 동선으로 거꾸로 걷는 제문과 해효의 시점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송신탑을 향해가며 인적 없는 사진도 하나 건졌다. 역시 비 온 후 저녁의 거리와 골목은 운치가 있다. 부부바위 때문에 포기했던 다이묘거리의 저녁 스트롤-온! 어느 정도 클리어드!
9. 슌기쿠에 | 초 여름 제철 코스 요리
계획:...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토요일 저녁의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점
> 촬영지 답사 끝내고 음식적으로 향하는데 동선에 있는 이치란은 역시 금요일 보다 더 북새통이고...
송신탑이 보인당
안 지나다녀 본 곳으로 가보려고 나카 강과 하카타 강 사이에 위치한 나카스 섬 최 상단의 벤텐 다리와 다이코쿠 다리를 넘어갔는데 번화가와 좀 떨어져 있어 그런지 주말 피크 시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살짝 무서웠음 ㅎㅎ) 그래도 이번 여행은 송신탑 (정식명칭은 하카타 포트 타워_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을 맞이하면 항상 즐거웠다. 작 중 해효가 후쿠오카에서는 어디서나 보인다고는 하지만 사실 가보니 어디서나 보이진 않고 뜨문뜨문 갑자기 나타난다.
슌기쿠
그리고 보이는 음식점, 슌기쿠. 예약 시간 1분 전 맞춰서 들어간다. 여기가 수사키 거리라는 좀 외진 골목에 있는데 밤에는 많이 어둡기도 하고 인적이 많이 많이 없다. 나중에 나갈 때 사장님 아주머니도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빨리 택시 잡고 가야 한다고.
12품인데 왜 11품인진 모르겠고 (아마 닥광까지 쳐서..아니면 7번이 스킵 되었을 수도!!!?) 근데 이미 난 6품 정도부터 배가 불러 뇌가 고장나 있는 상태였다.
본격 시식. 소식인인데도 불구하고 12품 시킨 건 좀 오버였다. 양도 많아서 끝에는 배가 너무너무 불러 거의 못 먹을 수준이라 음식 남긴 거 미안하다고 하고 나왔다. 맛은 다 보았지만. 혼자 가면 10품 정도면 좀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혼자라 그런진 몰라도 입구 바로 앞의 바 좌석에 앉았는데 셰프님의 요리하는 모든 것을 다 지켜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렄이빜이 짤 이제 그만) 굉장히 맛있었다. 저기서 베스트 하나 꼽을 수가 없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 최고의 맛. 다만 배가 너무 불러 야경 구경은 개뿔... 바로 택시 타고 숙소에 들어와서 기절 수준으로 쓰러져 잤다.
10.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 아침식사 - 명란덮밥
계획: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곳으로 결정
일요일 아침 7시 6분 경이다
결과> 어제저녁 배가 포화 상태가 돼서 너무 일찍 자다 보니 5시에 눈을 떴다. 7시에 문을 여니 슬검슬검 걸어갔는데 7시 6분 즘 도착했는데 하아.. 또 줄 서있다... 진짜 이번 여행은 어딜 가나 줄이라니.. 쨋든 줄을 서니 건너편에 지속적으로 택시가 속속들이 도착한다. 다 관광객 포스다. 이른 아침, 이렇게 비가 내리는 데도...
명란덮답
음식은 맛있었다. 식당의 은은한 불 빛의 조명도 좋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눈은 절대 안 마주치는데 물 컵 비워져 있으면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와서 채워 준다. 적당히 먹어야지 했는데 명란이 원래 쫍쪼름 하다 보니 쑥쑥 넘어간다. 유자 간장과 후추도 맛있었다. 결국은 거의 다 먹었다. 이게 와! 하면서 기절할 만큼 맛있는 건 아닌데 그냥 꿀꺽꿀꺽 넘어간다. 이른바 밥도둑. 간장게장만큼은 아니지만 게장과 계란밥 사이에 위치한 그런 도둑놈 레벨 같은 느낌?
Coffee County
근데 먹고 나오니 이 집 옆 집에 사람들이 줄을 더 서있다. 계단형 건축물 아래 커피 집 공간이라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어서 찾아보니 커피 카운티라고 유명한 커피&베이커리 핫플레이스인가 보다. 아까 속속들이 도착한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은 죄다 이곳으로 간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빵의 민족인 한국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암튼 이번에 이 줄 서는 문화에 좀 데어서 혹이라도 담에 후쿠오카 여행을 온다면 줄 안 설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일정과 위치를 짜 봐야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11. 소담과 제문의 B&B 숙소 방문 (중복)
계확: ...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사진
결과> 이건 위에서 다뤘으니 클리어드로 패스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후쿠오카 공항 푸드코트의 우동
결과> 못 감. 마츠리.. 봄. 대신 점심은 공항에서 먹음. 2시 비행기지만 책가방 하나 매고 간 여행에 자동 체크인 다 해놨더니 여유가 많이 남아 출국심사 하기 전 12시 즈음 2층 푸드코트의 가락국수집에서 마루텐 어묵 우동을 먹었다. (여기도 줄 섰다.. ㅜㅜ) 일단 뭐 울 나라 휴게소 우동 정도로 예상하고 먹은건데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였을까? 꽤 맛있었다. 특히 저 어묵이 식감도 좋고 살짝 달짝 쫄깃한게... 반 만 먹지하고 생각했다가 다 먹었다. 우동 면발도 괜찮았고. 하아... 미야케 우동을 못 먹은 아쉬움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11~12. 영화 <후쿠오카> 기타 촬영지
어제 오늘 강풍까지 불어서 우산이 저렇게 된 적이 여러번. 하도 꺾이길래 함 찍어 봄. 위치는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
결과> 하카타 멘타이쥬에서 밥을 먹고 나와 시간이 좀 남아서 걷다가 우읭? 하며 또 촬영지 스폿 발견. 비가 꽤나 내리는 날이었지만 또 강행군을 한다.
위 쪽 두 장이 사진, 아래 쪽 두 장이 영화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케 다리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발견할 수 있다. 제문이 오바이트하고 소담이 될 대로 돼라 하며 담배 피우며 동상 바라보는 장면인데 막상 가보니 여기는 동상 및 난간의 낙서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글맵에서 "Cocoa fukuoka"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도 영화 속 배경 간판 보고 위치 찾은 곳... 코코아 간판은 아니지만 코코아로 검색 시 더 찾기가 쉽다)
영화
사진 두 개 합친 .. 꼴라쥬우~ ㅎㅎ
그리고 풍경 뷰. 술 취한 제문을 부축하는 소담의 신. 영화 속 저 간판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기서도 역시 우측 강 건너의 많은 건물들이 날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epilogue:
내가 방문하는 날 2박 3일은 계속 장맛비가 내린다. 그래서 우비도 샀다
후쿠오카 타워, 돈키호테, 쇼핑몰들? 아 몰랑 시간 없음. 일정 너무 빡빡함.
과연 위의 모든 것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계획: INFJ의 특징은 미리 계획 다 세우느라고 이미 가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어찌어찌 계획을 세우면 그냥 이미 여행 다녀온 느낌이 훅 들어서 현타가 온다.
그리고 막상 여행 가면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ㅜㅜ
호텔에서 퇴실하기 전 한 컷. 쇠창살 창문이지만 나름 시티뷰가 있다 (러브호텔 다수..-_-)
결과> 결국 80%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았던 빡쎈 여행. 매일 황진단의 도움을 받았고.. 너무 무리한 나머지 2일 차 때부터 삼출성 중이염 발생했다. 돌아온 후 며칠 간 저녁도 거르고 폭 잠을 잤다. 한국에 돌아와서 병원서 또 고막 째고 물도 빼긴 했는데 역시 지금 몸에 이런 여행은 많이 무리인가 보다. 다음 여행은 어딜 가더라도 좀 쉬는 모양새로 짜야겠다. 그래도 즐거웠던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은 숙소인 후쿠오카 텐진에서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며 바깥 발코니에서 (떠날 때 신청한) 웰컴 드링크,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비 내리는 송신탑의 풍경을 한 20여 분 간 즐겼다.
무심코 마일리지를 확인해 보니 10년 만기로 올해 대부분 소멸되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자리 남는 걸로 잡은 짧은 여행일정. 밤에 도착해 오후 비행기 타고 이른 저녁에 서울로 돌아오는 후쿠오카 여행 코스. 구글맵과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2박3일이긴 하나 밤 도착 이른 오후 귀국의 숨막히는 일정이다. 사실 상 1일 여행이다!
영화 후쿠오카의 한 장면과 부부바위 펌사진
어떤 콘셉트로 여행하나 고민하다가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를 너무 좋게 봐서 촬영지 순례로 결정했으나, 뭔가 찾고 찾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처럼... 해안가 갔는데 바다 구경도 해야지 하면서 훅 들어온 후타미가우라(부부바위) 여행 일정!
첫날 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결정! 야놀자 첫결제로 혜택 좀 봤다. (트립.컴, 아고다 등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첫 결제의 혜택은 역시 굿!) 이때까지만 해도 난 텐진에서 여유롭게 돌아니는 일정일 줄 알았다.
라멘 먹을 생각은 없었으나 이날 가기로 한 이자카야 메뉴가 부실해서 저녁은 먹어야겠고 해서 후쿠오카에서 유명하다는 이치란라멘 점포 중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외국여행은 구글지도 경로 설정이 참 괜찮다.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쥬모는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야끼도리 먹고 싶었는데 ㅜㅜ 암튼 음식 메뉴도 지인과 챗GPT의 도움으로 미리 파악 완료! 숙소에서 불과 850미터지만 촬영지를 하나라도 보고 가려 한다. 12시 마감이니 빨리 가야하긴 한다. INFJ는 사장님께 수줍게 물어볼 것이다.
"아노.. 샤신 오 톳테 이데스까? (사진찍어도 되나요)"
자, 야키토리는 시간 남으면 텐진 야타이 근처에서 살짝 먹는 걸로하고 여행 절정인 다음 날 여정의 시작을 정했다. 무조건 이른 아침식사 찾아보니 나가하마 수산시장이 딱 걸렸다.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가볍게 일본식 가정식 백반을 먹고 싶었으나 성게가 너무 땡겨 일단 우니동으로 메뉴를 정해 본다. 역시 일찍 여는게 최고여!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아직 버스 패스는 구입 안 했다. 이틀 전 정도에는 해야지.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라는 고속버스를 탈거다. Showa 버스 공홈에 가서 스케쥴 pff 다운로드 받은 다음에 chatGPT에게 해석 및 최적화 루트 (뻔하지만)를 물어보면서 루트 결정! 귀찮아서 택시 탈까 하다가 비행기 값보다 더 나오는 걸 보고 버스로 결정!
길 찾기엔 이미지가 역시 최고다. 그래서 텐진 3초 메의 구글 스트리트 뷰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바로 보고 "아, 고꼬 데스네~" 하게. 여정은 약 한 시간인데 장마철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여기서부터 부부바위까진 걸어서 20분 걸린다고 구글맵이 가르쳐 준다. 정류장이 뭔가 놓치기 쉬워서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비가 쏟아지는 해변의 감성을 느껴보자! 라고 혼자 망상을 한다.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시간 남짓!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 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 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아침에 우니돈 먹고 점심에 또 헤비한 카이센돈을 먹을 수는 없고.. ㅜㅜ 근처에 식당이 별로 없다. 핫도그와 햄버거 집이 있는데 그거 먹으면 배가 더더욱 너무 불러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 이토시마 해물당 후타미가우라라는 집으로 정했다. (저녁은 나름 화려하게 준비 ㅋ) 변수가 있다면 웨이팅 걸리면 끝장이다. 다행히 들어갈 수 있으면 연어와 연어알 덮밥을 먹을려고 한다.
부부바위는 사실상 후쿠오카와 이토시마 경계에서 이토시마로 살짝 넘어온 공간에 있다고 한다.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게 무너진다!!!
부부바위의 일정이 생기기 전엔 걍 하루 여행이니 여유롭게 텐진 다이묘와 나카스에 있는 영화 촬영지를 구경하면서 점심 먹으려고 한 곳. 하지만 점심을 먹고 오니 포기 했으나! 텐진 4초 메에서 걸어가며 배를 비운 다음 맛은 그래도 꼭 봐야 하겠다고 생각한 미야케 가락국수.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저녁은 갓파 12품을 예약했기에 배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체력이 남아날지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서 황진단 한 알을 먹고 에너지업! 해야 할 듯하다. 3시간 즈음 비어서, 근처의 후쿠오카 영화 촬영지를 좀 돌아봐야겠다. 이거시 INFJ 패키지 여행에서 생각치 못하게 발생하는 자유여행!!!
원래 6시 같은 딱 저녁 시간에 예약하려다가, 오전의 부부바위 일정 때문에 늦저녁으로 예약했다. 그때까지 내 체력이 버텨야 하는데 말이다. 일반 정식과 카이세키의 중간 즈음이 갓파라고 한다. 원래 치카에라는 요정의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예약하려고 '국제전화'까지 두 번 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아 tabelog 웹사이트를 통해 이곳을 찾아 이 슌기쿠라는 곳으로 예약했다. 타베로그는 혼밥가능 및 영업시간까지 업데이트되어있어 다른 식당 찾기에도 꽤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 곳으로 결정
아,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에 영화의 숙소 로케이션을 방문해 보려고 한다. 나무위키를 보고 다이묘 쪽인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른 곳이었다.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7시 밥 먹고 돌아다니고 10시 즘 체크 아웃하면 배도 비워지지 않을까 하여 점심 일정도 마련했다. 이거야말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좀 백반 같은 느낌으로 먹고 싶었는데 이 가성비 좋아 보이는 야요이켄 하카타 기온점으로 결정! 하지만 이때가 후쿠오카 기온 야마카사가 열리는 시즌이라..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
후쿠오카 시 공홈에서 올린 지도로서, 챗GPT+ 구글맵과 왓챠에서 본 영화의 도움을 받아 스폿들을 찾아 보았다.
나카스 외 지역 등 방문할 때 영화의 촬영지. 이거 덕분에 영화 두 번 봤다.
여긴 영화의 다이묘 거리 촬영지. 오른쪽 NTT 송신탑이 보이는 콘야마코지와 노시타 쪽은 꼭 가볼 건데 나머지 왼쪽의 키즈클럽, 코마야 등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2021년 11월 2주간 시도한 나름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도 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기억 속에서 잊히기 전에 틈틈이 기록하려 한다. <오션드라이브>, <중형 다견 여행>, <백반탐방> 이렇게 3가지의 테마로 떠나 본 2주간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의 기록
3~4개월 안에 이미 가서 할 수 없이 제외된 곳: - 서해: 인천 (강화도, 영종도) > 안산 (대부도, 선제도, 영흥도) > 당진, 서산 (태안반도), 변산-군산 애견숙소 없음 - 남해: 여수 (스쳐감), 통영 (스쳐감, 욕지도도 스킵), 삼천포, 부산 (가본지 오래되었지만 스트레스 안 받고 운전할 염두가 안 나서 그냥 피했다. 진도와 완도는 일정과 숙소 문제 상 가질 못했다) - 동해: 강릉 ~ 고성 라인 (이 라인에선 중형견 3마리를 받아주는 숙소가 없어 강릉에서 일주의 마지막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Day 1-2. 충청도
-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서 첫 충청도 쪽 바다를 맛보며 대륙을 뚫고 대천 IC에서 빠져 보령 남포면 대천방제대로로
강화도를 자주 가는 덕분에 익숙한 서해안의 뻘이지만 나름 여행의 시작점으로서 둘러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홍어와칼국수에서 대만족스러운 백반을 먹었고 펜션 입장도 어차피 3시라
여유 있게 바로 앞에 있는 선도리 비인해변 산책을 해 본다
인적이 거의 없는 텅 빈 공간의 느낌이 좋다
비인해변의 파노라마샷좀더 멀리서 찍은 파노라마 샷쌍도
가보고 싶긴 했는데 멀리서만 바라본 밤섬, 쌍도. 앞에 갯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게랑 낙지랑 막 잡히려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쌍도는 내륙에서 300미터의 거리고 썰물 시 걸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저긴 무인도인데 쌍둥이가 아비를 기다리던 나름의 마을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언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저 안까지 가보고 싶다
출처: 서천이 알렸군 블로그 http://surl.li/jxnfy
다른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인데 물이 들어찼을 때는 쌍도를 바라보는 모습은 저렇다. 역시 바다는 무섭고 역동적이다
막내는 움직이고 싶은지...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뻘 보면서 멍을 때려보기도 하고..
비성수기 여행의 장점은 인적 없는 조용한 공간을 우리가 독차지할 수 있다는 거 (딱히 소란 피우는 일은 없지만 ㅎ) 이렇게 맑은 하늘 아무도 없는 넓은 공간, 또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으니 그냥 멍 때리는 것 자체가 머릿속 잡생각이 없어지고 편안한 느낌이다
강화도를 자주 가다 보니 갯벌은 그냥 그런데 오늘따라 맘이 편해진다. 아마도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2주간 어떤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갈까?
뻘이라도 바다 인근은 꼭 가봐야 해서 ㅋ 저 앞 포인트만 찍고 다시 돌아오는 중
쌍도의 모습이 인상적인 비진 해수욕장에서의 맛있는 점심과 산책을 끝내고 다시 첫날의 숙소로 향하기로 한다
"자, 이제 다음 여정을 이어가 보자고..."
이제 음식점 주차장에서 숙소로 떠난다
| 빨간풍차아띠앙 펜션
빨간풍차 아띠앙펜션 위치 밥먹고 한 여유있게 15~20분 운전 해 간 것 같다도착
잠깐 이야기를 삼천포로 빠져보자. 2023년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많은 애견펜션과 정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지도의 "갈 수 있어 강아지도"를 보면 펜션뿐만 아니라 식당 등의 반려동반 가능 플레이스 정보가 많아졌다. (아래 링크, 광고 아님)
하지만 여행 당시인 2021년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정보가 적었다. 뭐 지금도 다견+중형의 조건을 찾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편이라 이런 정보 사이트들이 진화하면서 필터에 다견, 중형 등의 조건도 포함해서 찾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네이버지도 별별저장소의 반려견 가능 숙소 모음 지도 세상 진짜 좋아졌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다견+중형 가능 애견펜션은 사실 '23년 기준으로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전 대비 엄청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항상 조건이 맞는 곳에 따라 숙소를 정할 수 없는 큰 제한이 따른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서천에서 1박을 하기로 한 것도 정작 돌아보고 싶었던 군산, 변산 쪽에 조건에 맞는 애견펜션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풀빌라니 뭐 요즘 새로 생겨나는 신식 애견펜션은 거의 다 소형(대략 5킬로 이하)+1~2견 기준이라 애초에 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접근성, 퀄리티 등 여행의 주요 부분들은 포기해야 한다. 오히려 가고 싶은 지역에 받아 주는 곳이 있으면 감사할 지경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서울/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어지거나 인프라가 큰 도시 근접이 아닌 경우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다만 '하도 오래돼서' 받아주는 곳이 있기도 한 건 함정)
펜션도착
펜션 이야기로 돌아가서, 도착하니 이미 와 있는 팀이 노닥노닥하고 있다. 우리도 강아지들도 차에서 방출
파노라마 뷰, 왼쪽이 입구 오른쪽이 펜션, 오른 쪽 끝에 풍차 보임우리집 대장도 신기한가 보다곳곳에 귀여운 애기 강아지들 숨어 있었다. 본 것만 대여섯 마리 되는 듯
아무튼, 빨간 풍차 에띠앙이란 곳에서 묵었는데 주차장이 운동장 겸용이다.
차에서 내리니 펜션에 사는 애들 같은데 작은 아기 강아지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애기들이라 그런지 너무 귀엽다. 시골강얼지 그 잡채
여기도 연식이 꽤나 보이는 시설인데 퀄리티는 꽤 노후되었다. 특히 이 날 다른 팀의 경우 중규모 가족 팀단위였는데 밤에도 아이들의 우당탕탕 쿵쿵 탕의 향연이 펼쳐졌었고 방음도 딱히 되지는 않았다. 다만 다행히도 우리는 소음에 그닥 개의치 않는 타입이라 별 상관은 없었다. (옛 방 많은 집 같은 형태여서 현관에서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꽤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유스호스텔 수준의 큰 규모 까지는 아니지만 옛 시절 학생들 수련회 가는 그런 느낌의 곳?) 다만 시설이 좀 아쉬웠을 뿐... 암튼 "그래도 3마리 받아준 게 어디냐.." 하면서 군소리 없이 1박 잘하고 왔다
1층 거실 뷰는.. 음... 바다가 보이지는 않고.. 뭐, 잠만 자고 갈 건데 뭐...
** 참고로 이건 '21년 기준이고 혹시나 해서 2023년 홈피를 보았는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한 듯하다
다른 이야기도 해보자. 일단 놀란 건 사진이 꽤 잘 찍힌다. 왜인지 모르겠다. 계절 탓인가? 특히 저 억새풀 배경을 보니 동화 같은 느낌도 났다. 이래저래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할 겸 다시 애들과 주변 산책을 가 보았다
바다 끝까지 갈 수는 없었고 저렇게 지도상 길이 좀 나 있어서 탐험을 시작해 보았다
이 근방에 많이 보이는 억새풀(맞나?)들이 바람에 살랑살랑거리는 게 분위기 연출이 잘 되고 있었다
왕고와 막내의 똥꼬 샷
저 앞엔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잠깐 풀어준 에너지 넘치는 탐험가들...
계속 내려가니 바다 뷰는 지속적으로 보인다. 원래라면 사무실 공간 안에 갇혀 있을 시간인데 이런 잉여타임이라니
참 편안한 오후의 느낌이다
11월의 하늘은 맑았고 날씨도 아직은 춥지 않고 딱 좋았다
내려가는 길은 비교적 짧았고 마지막엔 저렇게 막혀 있어서 바로 앞바다 구경은 실패했다
막힌 길목에서 바라본 뷰. 가을 느낌이 물씬하다
막내도 뭔가 돌아가자는 눈빛의 레이저를 쏘는 듯
숙소로 돌아가면서 앞을 보면서, 뒤로 돌아 찍은 사진 한 컷 씩
다시 펜션 쪽으로 올라와서 보니 바다가 다시 보였다.
항상 일찍 다니던 강화도 여행들이다 보니 이 시간에 물이 들어와 있는 서해안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뭐 여행이랄 건 없고 나간 김에 여기저기 들린 오늘. 본격적인 장마 시작 전 약간 시원한 아침 7시부터 더워지는 오후 두 시까지의 여정 스케치. 특별한 건 없고 걍 오랜만의 일상 기록
오랜만에 지나치는 한남동. 공포의 마음은 울렁울렁
항상 서울 나들이는 병원 다녀 오는 날이다. 그도 그럴 듯이 체력이 너무 저질이다 보니 주말에는 거의 집 침대에만 누워 있어서.. ㅜㅜ 출근이 너무 힘들긴 하다. 쨋든 오랜만의 나들이라 즐거웠던 짧은 반나절의 하루
위압감이 느껴진다... 공포...ㅜㅜ
내일부터 쭉 비소식이 있었는데 아침에 나가니 약간 서늘한 기운이 있어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나갔다. 첫 번 째 목적지는 약수동, 서울송도병원! 몇 년을 참아 온 변비와 치질 증상으로 찾아간 곳 ㅜㅜ
삼도천과 같은 느낌이다.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은 그런....
공.포.
역시 아프긴 한데, 옛날 검사 때보단 안 아프다. 암튼 치질은 너무 심해서 수술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하시고, 추가로 배변장애까지 있다고... 일단 치질 수술은 무조건 2박 3일이라 스케줄 조정을 해야 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배변장애 검사 신청을 했다. (일단 아침 출근 전 화장실에서 1시간~1시간 30분을 앉아 있어야 할 정도로 심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timeoutkorea.com에서 퍼온 처갓집 메뉴 3개
그렇게 검사일정을 잡고 보니 10시. 오랜만의 약수동이라 10대 때 처음 부모님 첨 따라가고 인터넷조차 없던 입소문으로 찾아가던, 몇 십 년 동안 이름/간판조차 없던 그 시절 찾아갔던 인생 맛집인, 지금은 처갓집이라 불리는 이북 식 찜닭을 먹으려 했는데 오픈이 12시부터라 포기했다. 처갓집의 오래된 감성은 없지만 맛은 거의 똑같은 만포막국수도 11시 즈음 오픈이라 포기
그 때는 여기저기 다 24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신당동 떡볶이 타운특히 귀여운 양배춘군과 파군, 저 해맑은 케챱 가발은 누구일꼬? 만두인가?
그래서 신당동 떡볶이 타운으로 향했다. 여기는 어느 집이던 이른 시간에도 문 열은 집은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주차를 할 수 있는 마복림 떡볶이로 갔다
이제 떡볶이 2인분 17,000원의 시세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맛은 뭐 그냥 그러그러함. 맛이 뭐 어떰. 그냥 옛날 신당동 떡볶이 먹던 감성팔이 느낌으로 먹는 거지
+ 1천원 계란 추가마복림 떡볶이
암튼 먹고 나서 우정닭발에서 닭발을 픽업했다. 어릴 적 추억의 장소라고 한다
우정닭발 매운맛
난 닭발을 먹진 않았지만 생김새는 이렇다. 매우 매워 보이는데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이 떠오른다고 너무 좋아한다. 지금 글을 쓰고 이 순간에도 매워서 땀나지만 맛있다고 난리다. 그놈의 난리... 암튼 너~~ 무 오랜만의 소싯적 맛을 접한 느낌일 거라 이해가 간다
홍대 쪽 합정과 상수 사이의 독막로 기준으로 돌아다녀 보았다
용용의 6월 신곡인 Diary MV
위 뮤비 속 트레프샵, 한 2분 25초 정도부터 나옴
가는 길에 최근 용용의 신규 트랙인 'Diary' 뮤비에서 본 Treff Shop이라는 편집샵이 맘에 들어 합정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1시부터 오픈인데 도착하니 11시 30 분 즈음.
이뻐 보이는 카페 골목을 살짝 올라가...
트레프샵 간판이 보이는 건물. 1시 오픈이라 문은 당연히 안 열어서.. 그냥 주변 좀 돌아다녀 보기로 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근데 여기 Yellow Birthday란 곳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긴 했다
이 근방의 흔한 그라피티들
귀여워서 들어가려다 만 곳
이런 스트리트 감성 좋음
인스타 단골손님 인생 네 컷도 지나가고.. 암튼 이때부터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맛있어 보이는 와플. 벨기에 와플 느낌이 보인다. 먹고 싶지만 당뇨 걱정에 애써 참는다 ㅜㅜ
와중에 보이는 좋아하는 충무김밥집. 통영 토박이의 집이라고 붙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충무김밥.. 참 애증의 음식이다
명륜진사 갈비도 진출해 있구나...
메세나폴리스 건물이 보인다. 옛날옛적 타루 콘서트 본 곳이었는데
아이고 타르트... 맛있어 보이지만 패스...
밖에 시식용으로 내놓았는데 먹진 않았다. 먹고 싶었지만 떡볶이를 먹은 상태라 더 이상의 탄수화물은... 참으로 불편한 삶이다. 젋었을 때 최대한 맛있고 달콤한 거 먹어둬야 한다고 생각함. 암튼 연보라와 토끼 귀여워
야.. 참 중국집 스럽게 생겼다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진짜 중국집이었다..
옛 주택과 지금 감성을 섞어 놓은 컨템퍼러리 레노베이션의 느낌이 대세인데 싹 다 밀고 아파트 뚝딱 만드는 것보다는 이 방식을 지지하는 편이다. 구조물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긴 하지만... 요즘 무너지는 신축 아파트들 보면 차라리 이렇게 공들여 짓는 하나의 작은 공간이 역사의 흔적도 지키면서 안전성을 더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 듯싶기도 하다. 거기까지 관심이 있다면
마침 나상현씨밴드의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트레프샵 근처에 SHOOP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반지하의 앙증맞은 사이즈의 공간인데 생일이벤트 카페라고 한다. 신청하면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그 신청인에 대한 콘셉트로 꾸며주는 곳인 것 같다. 마침 7월 7일 나상현 씨 밴드 10주년 기념 이벤트로 꾸며져 있었다
이 가게 바로 옆에 오레노 라멘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른 시간부터 엄청나게 줄을 서 있어서 뭐지 했다가 아, 여기 카페는 아니구나 해서 들어간 곳인데 나름 시간을 잘 쓰고 왔다
첨엔 우리뿐이라 그런가 부다.. 했는데 속속들이 손님들이 들어와 나상현 씨 밴드 이벤트의 큰 것 작은 것마저 이것저것들을 소중하게 폰에 담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일이나 축하 이벤트가 있다면 절친 딱 몇 명과 함께 이곳에서 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티피컬 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의 여유와 행복. (트레프샵은 문 열었으려나??)
암튼 1시가 좀 넘어 트레프샵에 가보았는데 문 닫음. 웹검색을 해보니 2022년 9월 후기까지 찾을 수 있었는데 혹시나 영업을 아예 하지 않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용 'Diary' 뮤비는 최근에 나왔는데 말이지...
이건 여담인데 검색 해 보니 신기한(?) 옷들이 많다고해서 이런 식으로 기 빨릴까 봐 걱정했는데 어쨌든 , Closed.
그래서 이왕 온 김에 다른 편집샵을 들렀다 가보기로 해서 정한 게 하이츠스토어. 여기 가니 마침 래퍼 CAMO의 테마로 팝업스토어 식으로 진행 중에 있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들어갔는데...
이번에 메타에서 나온 SN앱, 쓰레드에서 CAMO가 팝업스토어 이벤트 한단걸 듣고 가보고 싶었는데 어딘 줄 몰랐는데 엉? 여기네? 하고 들어갔다
암튼 안 에서 찍은 사진은 없어서 pass..
CAMO의 그대에게
암튼 오늘은 가는 데마다 아티스트 콘셉트이라, 슈웁 SHOOP!에서는 계속 나상현씨밴드 음악이 나왔고, 하이츠스토어에서는 계속 CAMO의 음악이 나오고.. 좋았다
쨋든 하이츠스토어를 마지막 기점으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트레프샵 실패로 지나가다가 여기저기 옷가게들을 들러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사고 싶은 건 죄다 사이즈가 없었다. 윗 이미지 집에서도 정말 맘에 드는 티셔츠가 있었는데 사이즈가... 없었음 ㅜㅜ
Ebber's Filed 매장
여러 곳 들리다가 또 맘에 들었던 티셔츠를 찾았는데 또 사이즈가 없었지만 다른 옷은 사이즈가 있어서 겨우 하나 득템한 곳, 이버스필드 (Ebber's Filed). 갠적으론 브루클린의 기억인데 또 이런 브랜드로 만나니 반가웠다
그리고 저 가방에 달려 있는 모자 액세서리를 사고 싶었는데 따로 파는 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시애틀.. 너바나의 시티, 수산 시장의 시티, 그리고 갠적으론 엄청난 업무적 스트레스를 주었던 곳 중 하나. 어렸을 적 방문했을 때는 시애틀 니들 타워에서 뜬금없는 관광 기념품으로 디즈니의 인어공주 애니 포스터를 샀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스트레스만 주었던 곳. 암튼 저 꼬마 모자는 꼭 가지고 싶다
안에 있는 고양이 때문에 가게 문은 안 열었어도 지나가는 이들이 계속 멈추던 곳
오늘 독막로의 마지막 인상과 기억
당인노상공영주차장인데, 나름 주차비는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가 않아서 괜찮았다. 가게들이 몰려 있는 안 쪽으로 들어가니 거기 공영주차는 5분에 500원. 여기는 좀 만 걸으면 되긴 하는데, 5분 300원. 괜찮은 쵸이스였다
2021년 나름 2주간 시도 한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도 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기억 속에서 잊히기 전에 틈틈이 기록하려 한다. <오션드라이브>, <중형 다견 여행>, <백반탐방> 이렇게 3가지의 테마로 떠나 본 2주간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의 기록 (아래는 요약 포스팅)
출발은 항상 설레지만 준비 때문에 늦어져 새벽의 뻥 뚫린 고속도로를 즐길 수 없었다. 계획은 4시 30분 출발이었는데 결국 6 시 다 돼서 출발... 토요일인 관계로 차 밀림 ㅜㅜ
| 화성 휴게소 (경기도)
여행 첫날은 항상 공식처럼 아침은 대충 휴게소에서 때우는 것 같다. 이번엔 경기도 화성 휴게소에 멈춰 우동, 김치 우동 한 그릇씩.. 맛은 걍 그랬다 ㅎㅎ
오징어게임이 흥행했던 때라 저런 굿즈들이 있었는데 걍 올망졸망 + 고속도로 휴게소 감성 섞인 느낌이 좋아서 찍어봄
화성휴게소의 ROBOSITA 24시간 로봇 카페
로봇이 서빙하는 커피는 신기해서 첨 먹어 봄. 맛은 사람이 해주는 거랑 그닥 차이 없어서 살짝 놀라긴 했다
화성휴게소 꽃길 미술공원 산책로우리 푸들이는 잠이 아직 덜 깬 모습이다
다행히 강아지들과 갈만한 산책길이 있어 강아지들도 몸 한번 움직여 준다. 강아지들 산책 때문에 작더라도 이렇게 산책길이 붙어 있는 휴게소들이 좋다. 암튼 위의 모습이 여행 첫날의 딱 평범한 모습 같다. 해뜨기 전 출발 > 휴게소 > 우동 > 산책 > 해 뜨고 출발
| 서해대교 중간의 섬, 행담도휴게소
서해대교에서 행당도휴게소로 진입하는 길
사실상 바다를 좀 본 건 충청도 보령에 근접하며 시작되었다. 태안 쪽으로 해서 드라이브로 거쳐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생각했었는데 거기는 그냥 터널 (보령해저터널)이라 뷰를 경험할 순 없을 것 같아 그냥 계속 내륙 길로 찍었다
낯의 푸른 하늘에 뒤덮인 하얀 구름. 이번 여행엔 소소하더라도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까?
휴게소에 들러 서해대교의 멋진 모습이 보여 사진 한 장 찰칵. 다리라는 구조물은 참 멋있다
여기는 행담도 휴게소라고 평택과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중간에 아주 작은 섬 속 휴게소다. 그냥 섬에 휴게소인데, 내려서 서해대교 배경으로 사진 찍기 괜찮다. 국내 유일의 섬 위의 휴게소인데 규모도 꽤 커서 아울렛도 있다
행당도휴게소에서 다시 잠깐 바다를 보며 서해대교를 탄다
후다닥 화장실을 마치고 갈 길을 떠난다 벌써 오전 11시 27분, 아직 갈 길이 멀다. 점심은 충청도 서천 비인면에 꼽아 놓은 곳이 있기 때문에 아침은 허접하게 먹었을지언정 휴게소에서 간식 안 먹는다
|보령 죽도관광지
내가 향하는 곳은 저 충청도 서천군 비인면의 쪽이었다. 와중, 가는 길에 죽도관광지라는 곳이 가는 길이 있는데 방조제로 이어지는 길이 꽤 긴 와중 중간에 조그맣게 똑 삐져나온 섬이 하나 있어서 가던 길에서 잠깐 빠져 잠깐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진짜 잠깐)
급 궁금해서 챗GPT에게 물어보니, 방파제와 방조제는 둘 다 수로와 해안을 보호하는 구조물이지만, 방파제는 파도의 충돌과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반면, 방조제는 풍랑과 조류의 영향을 조절하여 수로 안정화를 목적으로 설치됩니다. 또한, 방파제는 주로 돌로 만들어지는 반면, 방조제는 화강암 등으로 강화된 콘크리트 혹은 강철로 만들어집니다.... 고 한다
방조제 길을 따라 죽도 입성
관광지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그냥 바다 기분만 느끼려 죽도항이 아닌 죽도슈퍼 쪽 길만 잠깐 걸었다. 주변 시설들은 뭔가 8,90년대에 멈춰 있는 그런 느낌? 같아서 조금이나마 향수가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 맑은 11월의 하늘
파노라마 샷
특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뻘 없는 서해안 바다를 보니 벌써 바다 느낌도 나고 좋았다
상화원 공홈에서 이미지 퍼 옴
이 죽도는 저 상화원이라는 한옥 정원이 유명하다고 한다.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간 김에 함 둘러보고 오면 좋았으련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이 다 되어가니 보령팔경의 하나라고 하는 죽도는 입구만 즐기고 일단 밥집을 향해 ㄱㄱ~ (참고로 한옥 숙박도 가능한데 애견 불가지만 산책로는 애견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 서천: 홍어와칼국수 백반
서해 비인면, 저기 A라고 표시된 곳이 비인 해수욕장 홍어와칼국수 맛집
충청도의 서천인데, 지도 동선을 보니 바다의 환경이라는 조건에서 운전 시간 상 중간 첫 숙박 및 점심에 안성맞춤인 곳 같아서 이 근방에서 첫날을 보내기로 했다
홍어와칼국수 가는 길
(늦으막에 떠나는 여름여행 치고)나무들이 뭔가 시원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일단 밥 먹을 동안 강아지들을 위해 최대한 최적의 그늘을 찾아 주차
밝은 햇살이 우릴 반긴다
첫 번째 이번 여행의 백반 타깃, 홍어와 칼국수 발견. 상당히 낙후된 외관에 '음?' 하긴 했다
백반 맛집이라고 듣고 아침 이후 암 것도 안 먹고 찾아온 홍어와칼국수, 1시 도착이 계획이었지만 벌써 2시가 다 되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외관이 허름하다
밖이 너무 허름해서 처음엔 살짝 걱정했으나 내부는 우려와 달리 나름 깨끗이 잘 정리/관리되고 있어 맘이 놓였다
뭐가 많긴 한데 그 맛있다고 소문난 2인 기준 8,000원 백반 간다. (참고로 2023년 7월 기준 메뉴 확인해 보니 아직도 8천 원이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하 긴 했는데 뒤에서 "좀 도와주세요" 이러길래 속으로 '뭔가?"하고 뒤돌아 보았더니 서빙하시는 분이 엄청난 양의 반찬 그릇들을 들고 오시는데 순간 마주친 그 비주얼이 그냥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아, 네!"하고 튀어나가게 된다
저걸 한 번에 다 지고 오신 거... 쨋든 식탁에 쌓이고 "우와~ 맛있겠다! 이게 8천 원이라고?" 하고 먹으려는데...
... 계속 뭐가 더 나온다. 더 나오고 더 나왔다. 나중엔 몇 첩인지 세다가 포기해버렸다. 근데 여기가 양으로만 승부하는 곳도 아니었다. 맛.있.다. 우린 소식간데 최대한 하나하나 다 먹어 보려고 노력했고 진짜 많이 먹었다. 내 인터넷 하면서 '쩐다', '찢었다', '미쳤다', '레전드다', '꼭 드세요' 등 이런 말 진짜 극혐 하는데 한 마디 한다. 8천 원 기준으로 갠적으로 이건 '레전드 급'이었다. 첫날 여행, 이른 아침 맛없는 휴게소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2시까지 버틴 보람이 있었다.
사진에 보다시피 몇몇 빼고는 대부분 따듯하지 않은 분위기의 반찬들인데, 이걸 따땃한 밥과 국물과 함께 하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거다. 참... 행복하다. 이 한 끼.
맛있었다. 8천 원의 가성비. 그저 행복함. 아니 무슨 통영 다찌집의 반찬 버전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요!
이 문구가 정말 '진심'으로 이해가 가는 곳이다
최대한 싹 다 비우고, 반찬 그릇도 많으니 뭔가 이렇게 알아서 짬 처리 하는 게 뭔가 관습(?) 같은 것 같았다. 밥만 먹고 "아, 배부르다, 나가자" 할 뻔했는데 옆 테이블들 보고 배워서 우리도 실천. 너~! 무 잘 먹었어요. 아.. 저녁은 못 먹을 듯싶다... ㅜㅜ
어느덧 마지막 편이 될 뻔 했으나... 분량 문제로 볼거리는 나중에 올리기로 한다 (영상 작업이 생각보다 꽤나 오래걸린다)
요약은 다음과 같다. 거리는 자동차 기준이고 에세이더레지던스와 극 근접한 곳들이다
[요약] |먹거리 1. 시골맛집 - 청국장 4분 거리 2. 수양식당 - 백반 (맛있는 녀석들 맛집) 7분 거리 3. 내산명가 - 갈치조림 2분 거리 4. 하하식당 - 직화제육볶음 백반 6분 거리 5. 이창수산물판매장 (삼진수산) - 해산물 (조개, 멍게 등) 9분 거리 6. 마트 정보 7. 가보려다 못 간 곳들
|볼거리 - *** 분량문제로 나중에 소개하기로... 1. 조선 특구로 해안도로 2. 광암 해수욕장 3. 고현리 미더덕로 4. 기타
소개된 곳들 지도
| 먹거리
비성수기이기도 했지만 방문 시 보니 다 로컬로 보이는 손님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로컬 맛집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 숙소에서 멀리 나가기 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모두 숙소에서 6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가까운 곳이다. 아, 그리고 월요일 휴무인 곳들이 꽤 있던데 가기 전 꼭 인터넷에서 확인하기 바람
1. 시골맛집 | 1.7km 차로 4분
김치찌개와 청국장을 먹었는데, 청국장이 기억에 남는다. 딱 집에서 띄운 맛. 이 집은 기본적으로 손이 크신 것 같다. 반찬도 양이 많고, 밥도 고봉밥 수준은 아니지만 꾹꾹 눌러있는 것이 양이 많다. 물론 찌개의 양도 많다. 조금 과장하면 서울깍쟁이들 찌개 2인분 양이다라고 해도... 암튼. '청국장' 추천. (블로그들 보니 새싹 비빔밥도 많이들 먹는 것 같다). 청국장, 김치찌개 모두 8천 원.
밥도 많이 줌
물어봤을 때는 보통 9시에 연다고 하시는데 시장 가시는 경우도 있으니 11시 즈음 가는 게 안전해 보임. (이른 시간 두 번 가서 한 번은 포기하고 돌아왔었는데 두 번 다 시장 가셨었음) 혹시 시장 가셨으면 길건너에 해맞이 공원 있으니 공룡이랑 사진도 찍고 바다 경치 구경이나 좀 하면서 기다려도 된다. 공원 공중 화장실도 나쁘진 않은 편.
어쨌든 청국장 추천
말리고 있는 고추들이 인상적이었다
2. 수양식당 | 3.1km 차로 7분 (단일메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인지 음식은 약간 식은 감이 있다. 식은 느낌 상관없으면 맛나게 먹을 수 있음
맛있는 녀석들에 나온 곳이라 비성수기 평일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재료 소진 시 가게 문 닫는다고 한다. 11시 30분에 오픈하니 시간 맞춰 가면 좋을 듯.
벽 여기저기 방송 탄 사진들이 붙어 있다
8천 원에 만나는 가성비 백반이다. 오른 가격인데 아직 1만 원도 안 되는 게 어딘가?
'회'가 나오는 백반이라고요?라고 화제가 되었던 그 회
회가 나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뼈째회 식의 막회라 씹는 맛이 있다. 이거 먹고 여행 내내 백반 먹느라 회 안 먹었다 ㅎㅎ
그 외 반찬들. 2022년 기준 8천원에 저 맛이면 진짜 가성비 좋은 거다
다 좋은데 다만 바로 전 날 통영의 한 식당에서 뜻하지도 않게 너무나도 맛있는 백반을 먹어서 그런지 미리 준비해 놓은 느낌도 있었고, 비교가 되다 보니 맛뚱들처럼 아주 큰 감동까진 못 받았는데 암튼 맛과 가성비 인정 8천 원인데 뭘 더 바라나. 맛있게 먹었다
3. 내산명가 | 900m 차로 2~3분 (걸어서 가능)
아귀찜이 메인인 것 같은데 석쇠불고기, 김치찌개, 제육볶음, 매운탕, 굴국밥, 아귀탕/찌개, 동태탕, 순두부 등 여러 가지 판다. 갈치조림이 맛있다고 해서 조림 먹었는데 갈치는 크지 않은데 양념도 괜찮고 맛있게 먹었다.
특히 저 도토리 묵 식감이 특이했는데 저것도 맛있게 먹었음.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코 앞이나 다름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10시 오픈. 갈치조림 2인 2만 원.
금강산도 식후경.... 까지는 아니지만 밥 먹고 나와 고즈넉한 풍경 한 컷. 식당 안에서도 창문은 이 쪽으로 트여 있는 자리들이 있다. 저 도로 바로 건너편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 걸어도 가능한 거리
이번에 간 식당들 공통점을 보면 신식 건물은 당연히 아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4. 하하식당 | 3 km 차로 6분
직화제육볶음밥상을 추천받아먹었다. 메뉴들을 보니 딱 봐도 술집 메뉴들이 즐비한데, 낮에 많이 먹는 듯하는 이 직화제육볶음밥상도 딱 보니 술 메뉴다.
안 그래도 건너편 로컬분들은 이미 소주를 곁들어 (오전 11시 15분경? 캬아~~ 보기만 해도 죽인다...) 맵고 칼칼한 순두부에 식감 좋은 제육을 드신다. 물론 술 없이 먹어도 좋다.
1인 11,000원으로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1인 1 찌갠데도 순두부찌개 양이 엄청 많다. 11시 오픈이다
지도에서 보이듯이 숙소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고 해안도로를 쭉 따라 들어오면 된다. 사진에서 보이듯 바다 바로 근접해 있다
밥 먹고 나와서 보이는 바다 전경. 만 형태라 거친 파도 없이 잔잔하다. 심심하기도 하지만 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저 산업? 공업? 단지가 역시 뷰를 망쳐놓기는 한다. 다만 이건 이 지역 사람들의 이슈이기에 아는 것도 없고 내가 뭐라 왈가왈부할 부분은 없는 것 같아 말을 아낀다
식당 안에서 뷰는 요렇게 확보된다. 날씨 좋을 땐 나가서 먹으면 바다도 바로 앞이겠다 분위기 좋을 듯
5. 이창수산물판매장 | 6.3 km 차로 9분
숙소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공룡 유원지 고성이 아닌 동해면, 그것도 내산리-외산리라는 고성의 북동 쪽에 위치하고 있다. 대중에게 유명한 유원지들은 고성군청 기준 남북서 쪽에 위치해 있고 이 북동쪽 지역은 오히려 창원-마산과 더 가깝다. (북통영까지도 30 km 정도라 장은 북통영 이마트에서 봤었다)
삼진수산
하여, 창원-마산 방향으로 좀만 가면 이창수산물판매장이라고 작은 수산시장이 있다. 가게가 한 3~4개 되었던 것 같은데, 암튼 필요한 건 다 있다. 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생선도 있고 굴, 홍게, 해삼, 미더덕, 새우 등도 있고 하니 함 둘러보고 입 맛에 맞는 곳에서 구매하면 되겠다
식감, 맛 다 좋았던 코끼리 조개
나는 삼진수산이란 데 갔는데 사장님이 잘해주셔서 2만 원에 가리비, 코끼리조개, 멍게, 백합 등 해서 꽤 가성비 좋게 바비큐용 조개들을 사 왔다. (참고로 숙소 근처 도보 거리에 수산물 집이 하나 또 있긴 한데 이름은 모르겠고 가리비와 굴만 판매한다고 한다)
작은 테라스에서 먹는 오션뷰 멍게 타임. 정면에 희멀거리한 실루엣은 거제도라고 함
저녁 바비큐까진 시간이 좀 애매해서 멍게는 저렇게 중간에 숙소에서 먹고,
조개들은 저녁 바비큐로 해 먹었다. 물론 감자와 고구마들도...
진동리 제이앤씨 진-마트
6. 마트
마트 갈 일 있으면 3 곳 정돈데... 일단 고성읍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사천 이마트가 50 km, 통영 이마트가 30 km라 그나마 통영 이마트가 나을 듯. 나는 첫날 숙소 가기 전 아예 통영 이마트를 들렀다. 그리고 대형 마트 갈 일 없으며 2 곳 정도다. 앞서 말했듯 여긴 마산/창원이랑 더 가까운 곳이라 그 동네로 넘어가 13 km에 진동농협하나로마트 고현점이 있고 (여긴 안 가봄), 12.9 km 근방에 제이앤씨 진마트가 있다 (나는 여기로 감 - 규모는 그리 작지 않다)
이번 여행의 대략 동선.. 거의 조선특구로/외산로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였다
7. 번 외
다음은 여행 가기 전 검색 해 놓은 곳인데 못 간 곳들로, 마찬가지로 숙소에서 약 7 km 근방이다. 못 가봤으니 맛 추천은 못함. 이곳 식당들은 보통 10~11시 정도에 오픈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 고성새우양식장식당 4km : 양식 새우구이
카페랑 이웃하고 있어서 밖에서 보면 나름 밤에 인공 불빛 감성이 있음
- 전도장어 700m : 가긴 갔는데 장어가 안땡겨서 삼겹살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맛 추천은 못 함. (장어전문 집에서 삼겹살 맛 평가하기는 좀...) 숙소에서 제일 가깝고 (도보가능) 후식 식으로 새우 라면이 있긴 함
- 웰빙88맛집 6 km: 도다리 미역국, 매생이 전, 모둠회
- 남해청정횟집 5.3 km : 막회
- 시락가마솥밥: 8.3 km이지만 오전 7시 오픈이라 넣어 놨음
- 미더덕로 고현마을 12 km 이상 : 광암 해수욕장이나 위 소개한 창원 쪽 마트 가다 보면 중간에 미더덕로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 진동면 고현마을이란 곳이 있다. 보니까 죄다 미더덕 덮밥 같은 미더덕 음식점들 천지다. 보통 우리가 먹는 건 오만둥이로 알고 있는데 여긴 뭔가 진짜 미더덕이 맞나 찾아봤는데,
고현미더덕마을 공홈 이미지 펌
우리나라 진짜 미더덕의 70%가 이 작은 마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아..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진짜 미더덕 원산지라고 하니 먹어보진 못했지만 숙소에서 멀지도 않고, 애견들이랑 해안로 산책하기 좋은 광암 해수욕장 (여긴 숙소 사장님 추천받음) 가는 길에 들를 수 있으니 추천한다. 밑은 관련 기사
에세이더레지던스의 짱 박혀 힐링하기 기준 후기 및 초근접 주변 먹거리 추천으로 올리는 시리즈 포스팅 첫 번째
(참고로 내 모든 여행 포스팅이 그렇듯 여기도 스폰 당연히 아니고 정말 좋아서 쓰는 갠 적 후기 임)
1. 숙소에서 할 거리 - 테라스/미니 발코니/ 스파/바비큐/불멍/내부 소개 (Pt.1~3) 2. 초 근접 먹 거리 - 6km 이내 차로 3~10분 거리의 맛집 소개 (Pt.3~4)
4K
에세이더레지던스 테라스에서 바라본 낯 바다 풍경. 이걸 보고 '만' 형태라 하나..
육지가 바다를 품은 형태여서 그런지 바다가 거친 파도 없이 참 잔잔하다
공중뷰 사진은 찍을 수 없어서 이미지는 야놀자 펌
늦가을 강아지들과 놀러 갈 만한 숙소를 찾아보다가,
"아, 이거다"
할 정도로 좋아 보이는 곳을 찾았다. 바다 앞. 거기다 풀빌라 형에 2층을 1팀만 사용하니 프라이버시 완벽.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을 만큼 충분해 보이는 테라스 공간. 후보지가 꽤 있었는데 이 사진 발견하고 그냥 여기로 맘 정하고 전화를 통해 우리 댕댕단 숙박 가능 여부 확인을 했다. 이번 여행은 "걍 쉬자~"라는 느낌으로 진행 했는데, 원래 5박하고 싶었지만 한 번에 운전으로 올라오기 힘들어서 중간 지점인 전주에서 1박을 하느라 4박으로 다녀왔다.
테라스에서 본 일출
원래 여행가면 일출/일몰 다 보고, 삼시세끼 다 챙겨 먹고, 빨빨거리면서 해안도로 드라이브하는게 주 컨셉이었는데, 정말 다견 데리고 이런 좋은 곳 가는 것도 힘들 뿐더러 (다견 집들은 이해할 듯, 좋은 시설 애견 펜션 그냥 못 간다고 보면 됨), 스팟도 힐링하기 딱 좋아서 거의 숙소에만 붙어 있었다. 그래서 경남 고성 여행 후기는 나중에 시간되면 올리도록 하고, 에세이더레지던스 숙소 후기 및 짱박혀 있기 기준 근처 주변 먹거리/볼거리 추천 포스팅으로만 올린다
숙소의 위치
| 할 거리
저 분홍색 라인이 고성의 경계인데, 가기 전에 대충 검색 해보니 대부분의 유명한 볼거리들은 거의 남-북-서 쪽에 위치하고 있다. 에세이더레지던스는 동쪽, 조용한 동해면 그 것도 거기서 더 북동쪽에 위치한 뇌산리라는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카카오맵 기준으로 보면 이 곳의 POI는 소담수목원, 오호락 풀빌라 펜션 정도다. 고성 POI들이 상당히 먼 편인데다가, 이 숙소가 너무 좋아서 그냥 최대한 안 움직이고 걍 짱박혀서 '힐링' 하는 것으로 첫 날 맘을 먹었다. 마침 월드컵도 진행 중이라...
2층 숙소 테라스 끝에서 카메라 한바퀴 돌려 봄
| 1. 테라스
곳곳에 편안히 녹아들 수 있는 야외용 소파 의자 빈백 선베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에세이더레지던스의 최고의 매력적인 공간이다. 실내 보다 더 넓은데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 바베큐장, 스파, 인조 잔디를 갖추고 있다. 이게 특히 좋았던게 딱히 강아지들 야외로 데리고 안 나가도 여기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게 해 줄 수가 있다
24시간 놀아달라는 에너지 넘치는 막내
특히 우리 막내는 매일 이 테라스를 쉴 새 없이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면서 즐기는 것 보니 기분이 좋았다. 여름에는 아예 하루종일 여기 나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근데 공간 면적만 테라스가 더 가져갔을 뿐이지 실내도 굉장히 좋다)
좀 따로들 앉지.. 둘 간 서열의 차이가 느껴지는 사진
곳곳이 배치된 야외 가구들도 야외 힐링하기 딱 좋은데 우리 강아지들은 특이 빈백을 엄~청 좋아 하더라. 보통 집에서도 알아서 베란다에 가서 일광욕을 즐기는 녀석들인데 여기서도 우리도 모르게 나가 인 빈백에 올라가 있는거 보니 넘 귀엽다
해먹 침대
강아지용 해먹 침대도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저기 보이는 사장님 부부의 디테일한 센스들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 그리고 늦가을/초겨울이라 걱정했는데 역시 남쪽이라 그런지 그렇게 춥진 않아 너무 좋았다. 후드티 하나 입을 정도...
참으로 부끄럽고도 창피하지만 진짜 할려고 했던거닷!.. 결국 컨셉샷이 되어버린.... 이런 나를 비웃으며 사진에 담았다. 재수 없으면 욕해주세요 ㅜㅜ
그리고 이건 컨셉샷인데... 원래 힐링으로 갈 생각이라 여유있게 책 한권 읽으려고 가져간 건데 월드컵이다 뭐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여기서 놀다 보니 (이런저런 핑계로) 단 한 페이지도 못 읽었다. ㅜㅜ 그래서 컨셉샷이라도 남겼다.
아주 오래전 바다뷰 온천에서 샴빤 한잔의 버켓 리스트를 실현 시켜 주었던 시즈오카의 료칸
진짜 읽으려고 했다. <이즈의 무희>라는 책인데 이 곳에 스파가 있는 걸 보고 어릴 적 버켓 리스트 중 하나였던 온천에서 바다 보며 샴페인 마시기를 실현했던 시즈오카 이즈의 한 온천이 떠 올라 가져갔던, 실제 이즈를 배경으로 했던, 작가의 첫 데뷔, 자전적 단편 소설이다. 다만 아직까지 못 읽고 있다... -_- 수치...
오후의 모습. 비 올 예정이라 슬슬 스파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 왼쪽에 흐릿하게 보이는 실루엣은 거제도라고 한다
이 곳은 여러 조명들 덕분에 밤의 모습도 예쁘다. 막내는 역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역시 강아지도 넓고 편한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가 보다
타닥타닥. 혼자 하루종일 제일 바쁨
테라스에서의 일출 동영상 4K 버전
테라스에서 보는 일출
멋지다...
| 2. 미니 발코니
발코니, 11월 말임에도 남 쪽이라 그런지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테라스가 상대적으로 넓어서 그렇지 진짜 '미니'는 아니다. 의도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고성의 자랑, 가리비를 닮은 의자가 해가 뜨는 동 쪽의 일출 방향을 딱 바라보도록 배치 되어 있다. 테라스가 없고 이 공간만 있었어도 딱 좋을 만큼 아담하다. 하지만 역시 테라스가 좋아서 이 쪽은 자주 사용은 안 했는데 일출 바라보며 컵라면 후루룩~ 하기 참 좋아 보인다.
저녁, 반사된 모습이 이소룡의 '용쟁호투' 같아서 예술샷도 찍어 봄.
에세이더레지던스는 여기저기 조명들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지방은 밤이 빨리 찾아 오고, 도시가 아니다 보니 암흑을 비교적 빨리 맞게 되는데 이 조명들이 그 어둠을 잘 달래준다
거실에서 발코니로 바로 나갈 수 있다발코니에서 테라스 방향 바라 본 사진
거실에서 바로 발코니로 나갈 수 있고, 저 끝 쪽 통로는 테라스로 쭉 이어져 있다. 거실로 왔다 갔다 안 해도 된다.
우리는 바베큐 전 위나 좀 마사지 해 두려고 근처 수산시장에서 사온 멍게 타임을 가졌다.
바다를 보니 욕지도 갈 때마다 즐겨먹는 돌멍게가 먹고 싶었던 날이지만 뭐, 뷰 맛집이다 보니 그냥 멍게도 괜찮다. 돌멍게 언제 또 먹으러 가나...
여유있게 앉아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의자 방향이 일출 각도에 딱 맞춰져 있다
춥거나 더우면 거실에서도 볼 수 있다. 근데 햇빛이 싫다? 여기 암막 커튼 빛 차단 확실하다. 여기 저기 뷰가 좋으니 근처에 해돋이 공원가서 해돋이도 안보게 되고, 굳이 근처에 뷰맛집 대형 카페에도 안 가게 된다. 그냥 말 그대로 짱 박혀 있기 좋은 곳
근데 우리 기준에서 짱 박혀 있던 거지 완전 짱 박혀 있던 건 아니고 몇 몇 곳은 돌아다니긴 했다.. 위는 남해 3대 절경 (다른 두 개는 통영 미륵산, 금산 보리암)이라는 문수암에서 바라보는 약수전 불상의 모습
* 2편 포스팅 에러로 인해 1편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ㅜㅜ 애써서 쓴건데 댓글도 날아가고 ㅜㅜ 글도 날아가고 ㅜㅜ 이건 복구가 불가능하여 언제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테라스와 미니 발코니, 일출 관련)
비오는 날 스파, 빗소리 듣고 먼저 시작 해 보자
에세이더레지던스의 짱 박혀 있기 기준 후기 및 초근접 주변 먹거리 추천으로 올리는 시리즈 포스팅 2번째
(참고로 내 모든 여행 포스팅이 그렇듯 여기도 스폰 당연히 아니고 정말 좋아서 쓰는 갠 적 후기 임)
1. 숙소에서 할 거리 - 테라스/미니 발코니/ 스파/바비큐/불멍/내부 소개 (Pt.1~3) 2. 초 근접 먹 거리 - 6km 이내 차로 3~10분 거리의 맛집 소개 (Pt.3~4)
3. 스파 (저녁 & 오후)
가운데가 스파 공간. 저 날은 비가 와서 파라솔을 쳤다 (근데 비 안 온 날도 파라솔을 쳤던 것 같다)
하루 전 신청으로 가이드되어 있다. 우리는 두 번 했다. 한 번은 첫날 여독 풀기 위해 어두운 저녁에 한 번, 그리고 일정 중간에 비 온다는 소식에 "이게 웬 떡이냐" 하며 해가 떠 있는 오후의 비 내리는 날 한 번. 사장님의 온수 튼다는 큐를 받으며 한 30분 정도 대기하라고 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한 40분~1시간 정도 있어야 좀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11월 말 밤의 날씨는 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첫날은 당연히 밤이라 바다는 안 보이고 감성 조명 빨로 여독 풀기 (조명도 조정이 가능하다, 안내판에 다 나와 있음). 이곳 스파의 매력 포인트는 강아지랑 같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거. (청소하시는 거 지인~짜 힘드실 것 같다) 암튼 근데 우리 노견들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신기한 듯 막내는 드. 디. 어. 등장! 우리 모두 손뼉 쳤음!
그러나 주위에서 계속 간 봄. 애기 시절만 해도 물에 들어가는 거 참 좋아했는데 주기적으로 물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 좀 낯설긴 한가 보다
근엄, 근데 계속 따듯한 물을 등에 촥촥 해줘야 함
결국 들어오긴 했는데 낯선지 계속 동상 마냥 얼어 있다.
참고로 객실엔 마셜 블투 스피커가 비치되어 있는데 바비큐, 스파, 불멍 할 때 쓰기 좋다. 음량도 역시 빵빵함. 단 큰 볼륨으로 즐기는 것은 이웃에 피해가 되기 때문에 10시 30분까지로 가이드하고 있다
중간 일정에 비 소식이 있어서 앗싸~ 하며 스파 한 번 더 신청 들어갔다. 역시 햇빛 아래 뜨스한 물에 자리 잡고 여유 있게 풍경 보기도 좋고, 빗소리 들으면서 빗물 튕기는 거 보면서 하는 맛이 좋다
고프로는 딴 데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어서 핸드폰으로 쭈욱 한 번 돌려 주었다
비 오는 날 스파 하며 바라보는 풍경
다시 한번 등장하여 난간을 배회하며 간을 재기 시작하는 막내 강아지. 정작 관심 있는 곳은 흠칫 흠칫 보며 관심 없는 척 관심을 보이는 강아지 모습이 기엽다 (간식 줄 때는 관심의 눈이 완전 그것으로 포커스 되지만..)
이번엔 왼 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봄
추적추적 비가 내리니 운치가 있어 좋다.
특히 빗방울 파라솔, 바닥, 스파 덮개 등등 주위 이곳저곳 떨어지는 사운드가 특히 매력적이다. 눈 내릴 때도 참 좋을 것 같다 이 때는 비주얼이 압도적일 듯한데, 또 강아지들 눈 밟는 소리 "사각사각 사가가 가가가 가각"까지 나면 와~ 좋을 듯
대충 짐작으로 의도한 건데 꽤나 시작한 시간이 잘 맞아서 대충 밝을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잘 즐겼다
비오는 날이라 덮개 하나는 그냥 뒀다 빗방울 떨어지는게 은근 감성 돋았다
막내는 결국 오늘도 입수. 첫날 한번 경험을 해보니 이 날은 좀 익숙해 보였다. 어둠은 역시 훅! 하고 빨리 찾아온다
스파에서 바라본 비에 젖은 테라스 바닥. 운치 있다. 바닥에 부딪히는 빗물 소리가 좋다 (사장님 피셜, 지을 때 방수도 엄청 신경 쓰셨다고 한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
이번 여행에서 에세이더레지던스 공간은 막내가 제일 잘 즐긴 듯한 막내. 천사 강아지. 동물 병원에서도 인기 폭발 (얌전하니까...)
술 마신다면, 한 여름 낯에는 샴페인이 어울릴 것 같고, 비 오는 낯과 저녁은 뜨겁게 데운 사케가 어울릴 것 같다
파티오 식의 2층의 바비큐 공간, 하늘로 오픈되어 있어 비에는 취약하다
4. 바비큐 (1층, 2층)
가구들의 리조트 감성 좋다
연박의 여행을 하면 그래도 바베큐는 한 번 정도는 하는 편인데 이번엔 4박이고 보통 때 보다 어디 나돌아 다니질 않아서 바베큐 두 번 했다. 테이블도 널찍하고, 덮개 형 그릴에 야외 개수대까지 다 갖추고 있다. 미리 신청해 놓으면 이미 다 세팅이 되어 있어서 원하는 시간에 하면 된다. 안내판을 보면 요청하면 야외 빔프로젝터 설치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첫날은 피곤하니 바비큐 할 생각으로 통영 이마트 (대형 마트는 북통영 아니면 사천으로 가야 함)에 들렀다 왔는데 한 30킬로미터 정도 된다. 사천 보단 가깝다. 밥도 먹을 겸 들린 통영이었는데 하필이면 이 날이 그 SSG 렌더스 우승 행사로 이마트 인천 연수점은 문 닫았다던 그날이었다. 이 날 통영 이마트는 문 닫을 정돈 아니었지만 정말... 이곳도 초토화에 가까웠다. 카트들마다 산처럼 쌓여 있는 과자들. 대혼란에 멘탈 붕괴되기 전 대충 후다닥 집어 온 한우 등심과 등갈비
이그이고 먼 냄새고?
스파는 관심도 없던 노견들도 역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니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개 때들은 주위를 피 냄새 맡은 죠스 마냥 쉬도 없이 다다다닥 배회한다. 이런 경우는 보통, 그냥 막 미친 듯이 주위를 돌고 돌 거나, 바로 앞에 딱 앉아서 민망할 정도로 아이 컨택트 하기 거 둘 중 하나다
반려견 키우는 집들은 다 이해할 텐데 한우건 뭐건 그냥 다 나눠 먹는다...
이렇게 첫날 밤의 바비큐
1층에서 즐기는 두 번째 바비큐
두 번째 1층에서 하는 바베큐
위에서 말했듯 2층 바베큐 공간은 비가 오면 비를 막을 수가 없어 사용하기 힘들어서 1층의 휴식 공간을 바비큐 겸용으로 쓸 수 있다. 하여, 비 왔던 이 날은 1층에서 바비큐를 했다
역시나 막내는 내려왔다. 약간 지디병 이후 시점의 이찬혁 비슷하게 나왔는데, 우리 막내는 ♀️
5살의 강아지는 아직도 궁금하고 탐구하고 싶고 같이 즐기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인간으로 치면 40대에 진입하며 많은 걸 놓으면서도 또 놓지 않는 그런 모습일까나...
푸슈슉~
이 날은 수산시장에서 사 온 조개구이.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 중앙의 코끼리 조개의 위엄. (넘 맛있음) 그리고 맛있다는 고성의 가리비. 전국 가리비 생산량의 70%를 이 경남 고성이 담당한다고 한다. 나중 포스팅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옆 동네도 미더덕 (오만둥이 x) 생산량이 전국구 급이던데.. 대체 이 고성의 유명 관광지로부터도 떨어져 있는 이 고즈넉 한 곳은 대체 어떤 곳인가... 조금 넓게 잡으면 가리비와 미더덕의 천국
1층 바베큐장에서 보는 야경
1층 바비큐 공간과 정원은 바로 이어져 있다. 위 사진은 정원에서 바로 해안가로 나갈 수 있는 철제 계단이다
막내의 모습이 월드컵 우루과이 전을 앞둔 고민 속 벤투 감독의 모습을 닮았다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잡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뉴스를 접하고 태블릿을 켰다. 경악했다.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 경기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 대 반격의 서막이었다는 것은 알지 못한 상태였다
막내 최애 간식. 벨버드. 평상 시에는 수재 간식만 주느라, 저거는 진짜 한 달에 손을 꼽을 듯 상처럼 주는 건데 한 번 주면 2~3일을 물고 다니며 아껴 먹는다
그렇게 흘러가는 낙원의 밤 같은 하루. 월드컵 빼고 현실의 모든 걸 잊고 싶은 편안~한 하루다
8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추억팔이도 할 겸 명동으로 ㄱㄱ. 하늘도 맑고 특히 2022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전체 동선만 정리하고 나중에 명동 추억팔이의 좀 더 자세한 포스팅을 써 볼 예정이다
오늘의 강북나들이 동선
명동(명동성당, 계성초, 계성여고 옛 터, 장수갈비집)만 돌려고 간 건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중앙우체국을 돔 다음 원해 후암동 투어를 하려고 했지만 주차장 문제 때문에 이태원 드라이브,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 그리고 남대문 저녁으로 코스를 마무리했다 (원래 저녁은 봉래동 자루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문 닫아서 남대문으로 ㅜㅜ)
소월길 따라 주차장으로~ 좌측 케이블가, 돈까스집들 그리고 오른 오른쪽엔 숭의학교가 보임
리라초 앞에서 유턴식 좌회전해서 남산동 골목으로 쭉쭉남산동공영주차장
명동 들어가면 주차비가 너무 비싸서 명동에 올 때는 항상 여기다 주차함. 1시간 3000원. 조금만 내려가면 밀리오레 건너편 명동역으로 이어져서 이용하기 괜찮은 곳이다. 다만 주말 같은 경우엔 빨리 가서 선점 해야 한다. 오전 9시 55분 도착
명동 나들이 뻔질나게 돌아다닌 8000 걸음
추억팔이로 돈 명동, 만보기 보니 한 8000 걸음 걸었다. 주차장 > 세종호텔 > 옛 계성초교후문 (창고극장) 오르막 > 옛 중앙극장 > 명동성당 > 샛별동산 > 옛 계성초 > 옛 계성여고 정문 > 장수갈비 > 옛한성화교소학교거리 > 중앙우체국 (스벅과 우편 박물관) > 옛 계성여고 후문 루트로 돌았다
삼일대로를 우측으로 하고 세종호텔을 지나 지금은 영업을 하는진 모르겠는 부산오뎅에 도착하면 아담한 사이즈의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왼쪽 적벽건물이 옛 계성초등학교 건물 (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이다. 편안한 마음의 길지 않고 적당한 경사의 길이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삼일대로의 약간의 휴식 같은 공간. 이 작은 길과 나무들 그리고 계성초의 적색 벽돌 건물이 편안함을 안겨준다
왼쪽의 아치 형태의 철재문이 옛계성초 후문이었다. 지금은 굳게 닫혀있다옛 계성초 옆, 지금의 삼일로 창고극장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옛)계성초 바로 옆에 창고극장이 있는데 지금은 규모가 꽤 커졌다. 옛날엔 진짜 아무도 모를 구석에 박힌 아주 조그마한 그야말로 창고였다. 이 새 건물은 계성초 건물과 동일한 건 아니지만 나름 비슷한 색감의 적색 벽돌의 조화로움을 이루려고 한 것 같다
옛 중앙극장 방향
이 언덕길을 내려오면 횡단보도를 건너 옛 중앙극장 터가 보이는데, 우선 바로 앞 작은 건물의 2층은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는 '무아'라는 통기타 카페가 있다. 지금은 임시휴업인 모양인데 옛날 부인 사장님은 사진 찍는게 취미 신지 필카를 들고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 카페 벽부터 천장까지 인화된 사진을 가득히 붙여 놓았던 분위기가 참 좋았던 곳이다.
현 대신증권 (옛 중앙극장)
중앙극장 터는 지금은 저 LOVE 사인이 인상적인 대신증권 권물로 바뀌어져 있다. 이 거리는 원래 극장 앞 버스 정류장 터이기도 했다. 32번, 45번... 옛 기억은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무아 건물이 옛 추억을 보듬어 줄 뿐이다
명동성당
1800년도 후반 한국 가톨릭의 첫 번째 순교자인 김범수의 터가 이 곳이다. 그래서 그 절대적 상징성 때문에 이후 한국의 가톨릭 세력이 이 자리를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그곳에 생긴 게 바로 이 명동성당이다. 지금까지야 계성여고, 초교, 가톨릭 회관 등등 주변에 많은 건물들이 세워져서 다른 느낌이지만, 당시 아무것도 없는 주위에 언덕 위 혼자 우뚝 선 명동성당의 절대적 상징성의 느낌은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꼬스트홁
명동성당 바로 우측의 무화관 꼬스트홀, 생계란을 넣어주던 컵라면과 소보루빵이 참 맛있었던 곳이다. 암튼 어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클래식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을 볼 수 있겠나...
옛 계성여고 정문
지금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옛 계성여고 정문. 1987년 6월 10일 민주항쟁 당시 명동성당의 시위대에게 자신들의 도시락을 건내주면 힘내라고 하던 여고생들의 역사가 유명하기도 한 곳이다. 그 당시 해산은 계성초의 스쿨버스로 이루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노노노노'의 가수 하수빈이 이 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운동장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샛별동산
계성여고를 우로 하고 조금만 들어가면 명동성당 바로 뒷 편의 샛별동산이다. 옛 계성초교 학생들의 각종 행사 사진을 찍거나 방과 후 놀이를 하던 공간이기도 하다. 뒤에 그 유명한 샬트르 성바로오 수녀회 서울관구 수녀원의 장미 상징 전경창이 보인다. 계성초 레노베이션 건물을 설계했던 김원 건축가의 작품이다. 정원 또한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다.
옛 계성초교
지금은 천주교서울대교구청 별관으로 쓰이고 있다는 옛 계성초교다. 지금은 반포로 옮겼다고 한다 (오래전에) 적벽돌의 건물이 수녀회, 여고, 명동성당, 꼬스트홀과 함께 잘 어우러졌던 곳이다. 그 옛날 어느 전교회장의 출마 공약으로 세워졌던 조그마한 시계탑과 작은 규모의 놀이터는 현재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후 남산의 경성 신사 터를 차지하고 탄생했던 개신교의 숭의, 가톨릭의 (지금까지도) 비교적 조용했던 계성, 6.25 전후 우범 집단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며 그 선행을 인정받아 세워졌던 리라... 1980~90년 당시 이 남산 인근 지역의 상징성 깊은 3개의 국민학교들이었는데 그 탄생의 역사들이 참으로 다 다르고도 오묘하다 (누구를 욕하거나 칭찬할 맘은 없고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그들은 나를 찍고 나는 그들을 찍는...
이상한 돌담길이 생긴 종현언덕에서 바라보는 '그 인스타 카페'. 인스타그램 보면 뒷 배경을 명동성당으로 하고 찍은 사진들이 꽤 많은데 저 건너편 다홍색 지붕의 카페다. 30여 년 전에 맛있는 경양식 집이 있던 그 터...
저 까페에서 바라본 명동성당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캡처해 봄
옛 계성여고 후문
어찌어찌 찾아온 계성여고 후문. 계성초교든 계성여고든 정문을 따라 나가면 종현 언덕을 타고 내려가 중앙극장 앞 집으로 버스행의 루트지만, 이 계성여고 운동장을 지나 후문으로 나오면 당시 서울 최고의 중심지 중 하나인 명동의 골목으로 바로 이어진다. 당시 초등학생, 여고딩들에게는 눈이 뒤짚힐 만한 신세계가 펼쳐지던 곳이다. '바로 집으로 못가' 행이다... 지금은 다른 용도로 바뀌면서 저 뒷 문도 굳게 닫혀져 있다....ㅜㅜ (여기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꺾으면 그 유명한 함흥면옥이 자리 잡고 있다)
붐 비는 명동의 골목
오전 11시를 향해가며 충분히 걸었으니 아점을 먹으러 가는 중 지나치는 충무김밥 1호점. 지금이야 통영보다 더 미친 가격에 팔고 있어서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지만.. 정말 30여년 처음 열었을 때는 명동의 미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오랜만의 오르골
암튼 충무김밥집 앞의 옷가게를 들렀는데 세일하고 있는 옷 몇 개 사고 예쁘게 전시된 오르골들이 있어 찍어보았다. 이쁘다.
명동 장수갈비집본가장수갈비집
추억팔이 명동여행이라 아점도 오래된 곳으로 갔다. 50년 전통 장수갈비집. 밥 추가에 고기 가격은 비싸지만 후회 없는 맛이다. 된장국이 특히 맛있는데 반찬이건 된장국이건 리필 신청하면 첨 보다 더 듬뿍듬뿍 주신다. 맛! 있다! 또 갈 거다
한성화교소학교
이제 추억의 중앙우체국으로 향하는데 이 길은 의미가 있는 게 화교거리와 환전소, 우표, 연예인, 외국 잡지를 접할 수 있는 30여 년 전 소프트한 것으로 치면 하드웨어의 세운상가에 못지않은 즐거움 가득한 골목 거리였다. 문이 닫혀 있어 안을 찍진 못했지만 한성화교소학교... 그리고 그땐 없었던 것 같은 중국대사관이 지금은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주한중국대사관
한성화교소학교를 지나면 바로 중국대사관, 쭉 가면 CGV, 좌측으로 꺾으면 중앙우체국 방향이다. 여기서 WWF 프로레슬링 관련 미국 잡지, 논노랑 이런 무신 일본 연예 패션 잡지, 소피 마르소-장국영 등등의 외국 스타 배우 브로마이드 사진 등의 수입 굿즈를 구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계성여고 후문부터 시작하여 중앙우체국까지 가는 동선은 아이들에게 정말 재밌고도 신기하고도 신나는 동선이었다. 지금 와서 웃긴 건 한성화교소학교는 대만, 주한 중국대사관은 중국... 그러하니 중국과 대만이 땅과 땅의 경계를 나누고 이웃한 신기한 공간인 것이다
추억어린 용산구의 국번 754번
특히 중앙우체국의 주변인만큼 이 골목과 지하상가에는 우표와 동전 가게가 즐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는데 이번에 가보니 옛날부터 존재했던 곳이 숨을 쉬며 자리를 잡고 있다. 남들한테는 관심도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의 한 장면을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곳들도 어느 순간 다 밀리고 털릴래나... 그나마 땅 값 비싼 명동이라 함부로 못 하는 건진 몰라도.. 그냥 우리는 밀어버리고 새로 짓고 밀어버리고 새로짓고 하니... 공간의 옛 기억과 추억 따위는 정말 똥 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다. BTS니 영화니 뭐니 무슨 문화 강국에 살고 있다고 부르 짖으면 뭐하나... 공간의 중요성도 자본에게 넘겨준 채 그냥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짓고 돈 더 벌고 개꿀 하는데.. 중국의 홍위병 욕 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도 헐어 버릴 예정이다. 물론 이유는 부동산...
옛날 기억의 명동의 흔적들...
중앙우체국 스벅
중앙우체국으로 향하던 중 쿠폰으로 받은 스벅 아아를 사기 위해 스벅에 들렀다
중앙우체국 스벅 2층
말이 2층이지 계단을 좀 올라가야 하는데, 스벅 2층의 뷰는 서울 역사의 중요한 스폿을 포인팅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그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세계와 한국은행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 치하 시절 미츠코시 백화점과 조선은행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마주보고 있는 지금의 신세계와 한국은행
이건 도로 앞에서 찍어 본 신세계와 한국은행의 그 시절 건물. 일제강점기와 그 후 근현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은행을 지나 쭉 직진하면 그 시절 강북 인구를 막기 위해 만든 법령에 따라 모든 "강북에 유흥, 상업 건물 건설 불가" 원칙에도 불구하고 훗~하고 만들어진 롯데호텔과 아케이드로 향하게 된다. 참으로 할 말이 많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선의 역사적 공간이다
서울 중앙우체국
지금은 태권브이 모습을 하고 있는 중앙우체국으로 향했다. 원래 우체국 안에서 우표 보면서 구매하는 기억 때문에 본 건물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주말이라 포기했는데 그나마 지하의 우표 박물관은 문을 열어서 잠깐 구경을 했다
중앙우체국 지하 우표박물관
약간 2% 모자란 느낌이지만 아이들과 한번 즘은 와보기 좋은 느낌의 우표박물관. 옛날 중앙 우체국 본관 위 몇 층들을 오고 가면서 느끼던 그 중후한 느끼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느낌의 굿즈 비슷한 전시품들이 있어 귀엽고 재밌었다
달려라 하니 우표도 있더라... 저거 세종문화회관 별관 극장에서 영화로 상영했을 거다. 달려라, 달려라 하니
달려라 하니의 나애리, 하니와의 라이벌 관계가 흡사 '유리가면'의 히메가와 아유미를 떠올리기도 한다
저 우표 좌측이 그 캐인진 모르겠는데, 작에서 잊을 수 없는 캐, 나애리. 악녀 캐릭터로서 당시 욕은 엄청 많이 먹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임춘애 선수
달려라 하니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오버랩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육상의 주역, 라면만 먹고 뛴 소녀 17세 소녀, 임춘애! 다. 박찬호, 김병현, 손흥민 등 이전 힘들던 80년대 온 국민에게 짜릿한 전율과 순수한 감동의 희망과 용기의 기억을 선사해준 선수였다
중앙우체국
암튼 다시 지하를 나와 명동 메인으로 올라간다. 추억은 많이 사라졌지만 신축 건물의 웅장함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좋은 것일까? 좋긴 좋다. 근데 100% 좋은 것이고 옳은 방향일까...
중앙우체국에서 나와 다시 롯백 건너 명동성당 방향으로 명동 산책을 시작한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옛날 건물 비상계단의 흔적도 보고...
날씨가 좋아 사람들도 관광객도 많았던, 정말 오랜만에 죽었던 명동의 작디작은 활기를 느꼈던 그날
그 와중에 종종 하늘도 쳐다보았다. 신식 건물들로 가득한 명동의 또 한 면
80년 전통의 맛집 하동관도 지나가고...
역시나 명동교자는 사람들의 줄로 넘쳐나고...
산둥 교자도 저때는 저 정도지만 다시 지나가니 줄은 더 서있고...
활기 넘치는 8월 마지막 주 명동의 날씨 좋은 하루였다
자.. 이제 다시 주차장으로...
지하상가의 떡볶이집.. 그 많던 우표집 깡그리 다 없어졌더라...ㅜㅜ
남산동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원래 저 건물에 테잌아웃하기 좋은 커피집이 있었는데 없어졌더라..ㅜㅜ
그래서 여기서 테이크아웃. 아아 2000원 좋다.
주차장으로... 오후 2시 경이다.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10시쯤 왔으니 4시간? 주차비는 12020원 나왔다. 나쁘지 않다. 아니, 괜찮다! 명동 나들이다! 원래는 일찍 나와서 한 코스 돌고 집에 들어가는 게 패턴이지만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았다. 실내보다 밖이 더 선선하니 좋고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고... 어딘가 더 돌아가 보고자 한다. 원래 후암동 산책을 할까 했는데 남산공원 주차장 상황이 말도 안 돼서 포기하고 그냥 이태원 쪽으로 차를 우선 돌렸다
한남동 외인주택 길을 지나 리움 미술관도 지나고...
이태원 메인 도로 분위기 한 번 쭉 본 다음에...
북악 스카이 웨이 팔각정으로 가기로 한다
좋은 날씨인 만큼 사람들도 많아서 주차하기 많이 기다리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곡선 가득한 북악 스카이웨이 드라이브도 하고 경치도 보고 괜찮았다
한 번 쭉~ 둘러본 후 오늘의 10000보를 여기서 채우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목적지는 서울역 건너 봉래동 자루! 그 시절 갈매기살과 라면의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곳!
서울역 건너편 봉래동으로 ㄱㄱ~
갈매기살도 맛있었고, 라면만큼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맛있게 한다고 자랑스럽게 외치시던 사장님이 있던 자루... 접으신 건지 오늘만 영업 안 하는 건지... 암튼 문 닫음 ㅜㅜ
큰길로 나가보니 숭례문이 보임.. 그냥 남대문 가기로 가기로 함. 거기 가면 뭐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때가 5시경...
와... 여기도 사람이 많다...
칼국수 골목과 갈치 골목도 지나지나~
여기서 자리 잡기로 맘을 먹는다. 남재문 숯불갈비. 오래간만에 노상에서 먹는 느낌
갈매기살을 시켰다. 봉래동 자루가 문 닫아서 어쩌지 하면서 정신없이 온 곳이라 나중에는 아, 마포나 종로를 갈 걸 한 생각이 번쩍 들었는데, 여기도 나름 노상과 갈치조림보단 약간 덜 짠 ㅋ 해물된장과 함께 하는 갈매기 살도 괜찮았다.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 하다 보니 저녁이 찾아오고 날씨 좋은 8월 마지막 주 주말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