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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비인두암은 그 종양의 위치 때문에 다른 암처럼 직접 수술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항암주사와 방사선 병행 치료로 진행한다. 

(두개골 까고 종양 제거 할 수는 없을지라...)

그리고 방사선 치료의 대표 타이틀은,


"통증 없는 치료!!!" 


역시 풋내기 암환자 답게 난 다시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통증 없는 방사선 치료라니, 얼마나 다행인가~~~야호~!

(지금 생각하면 차암 ㅂㅅ같은 생각이긴 했는데.... 사실 이런 멍청하다 싶을 낙관적 생각과 행동 때문에 비교적 항암치료를 잘 이겨낸 측면도 있었다.) 


방사선 치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다음에 몇 번 더 자세히 써 보려 하는데,,,, 일단 본인과 주위 사람 정말 미치게 만든다는 것만 말해둔다.




[미각 상실]


개인적으로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 중, 특히 정신적인 '피해와 고통'을 가장 많이 받았던 부분이 미각 상실이다.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곧 미각을 잃게 되는데, (그 누구라도 얄짤 없다, 무조건 잃는다...)

치료 시작 전까지 초기 검사니 뭐니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병원에 따라 예약이다 뭐다 하는 시간 소요도 고려)


나는 이비인후과에서 종양 판정 > 암병원 입원 검사하고 비로소 방사선 시작할 때까지 한 2,3주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 일주일 후부터 미각을 잃었다

 

암튼 미각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이 시간 동안, 무조건 먹고 싶은거 많이 많이 다 먹어야 한다!!!

특히 인생 맛집이 있다면 무조건 다시 가서 음미 해야 한다, 아니면 평생 뼈저리게 후회할 수도 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엄청난 스테미너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들도 꼭 살을 찌우고 체력 보강할 것을 강하게 권한다. 이런 이유로 치료 전까지 필사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큰 이유는 치료가 끝나도 미각은 제대로 돌아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 거다....

치료 후의 나도 지금까지 완벽하지 않은 미각 때문에 정신적으로 좀 힘들고, 다른 환우들의 케이스를 봐도 예전의 완전한 미각을 찾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팔자려니, 운명이니...하며 받아 들이고 살아야 한다.


치료 시작 전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각을 잃어버리니 먹고 싶은 거 많이 먹으라는 얘기가 많이 있어, 나름 스테미너 음식과 더불어 좋아 하는 음식을 최대한 많이 찾아 다니며 먹었다. 하지만 더 먹어 둘 걸 하는 통한의 후회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미각은 다시 완벽히 돌아 오는 줄 알았다....-_-)


막상 겪어 보니 먹는다는 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크고 소중한 행복 중에 하나라는 것을,

미각을 잃기 전까진 머리로만 알았지 몸과 마음 속으로는 100%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미각을 잃는 다는 것이 어느 정도 힘들 줄은 예상 했지만 이토록 괴로울지 몰랐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엄청난 물리적 고통을 주는 후유증들이 많다. 그래서 미각 잃는 것 따위 고통은 없는 거니 얼마나 다행이야 하며 쉽게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미각 상실로 인해 인간의 큰 행복과 축복 중 하나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정신적 고통은 정말 어마 무시하게 슬픈 것이다.


있을 땐 쳐다도 안 보다가, 꼭 없으면 생각 난다고....

미각 상실 상태에서 먹을 거 생각이 그렇게 많이 날 수가 없다. 

그건 맛을 못 느끼기도 하고, 방사선 치료로 인한 구내염 등, 엄청난 목의 통증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못 먹고, 못 마시는 수준으로 한 동안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없어서 그렇다. 


수요 미식회나 맛있는 녀석들 같은 방송이 TV 나오면 진짜 사람 미쳐버리게 만든다. (출연진들이 잔인무도한 악마들로 보임)


그래서 치료 끝나고 미각 돌아오면 이 것도 먹고 저 것도 먹어야지 하며 음식만 생각하는 음식 변태로 거듭나게 되는데, 나는 그 당시 음식 버켓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었다. 




당시 만들었던 버켓 리스트 중 몇 갠데... 빙산의 일각이다.

인간 마음 참 간사한게 정작 미각 돌아오고 나니 딴 거 먹고 다닌다. ㅎㅎ

그리고 아직 단 맛을 잘 못느껴서 와플은... ㅜㅜ


 


쨋든 화살은 이미 날라갔고 버스도 이미 떠난 것....

치료가 끝나 봤자 ... 미각이 돌아와 받자... 이전의 입맛이 아니었다. 이전과 완벽히 동일하지가 않다... 

그토록 진심을 다해 믿고 바랬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 때 느끼는 정신적 충격 또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ㅜㅜ


예를 들어 난 김치 찌개를 미친 듯이 좋아 했는데,

지금 미각의 구조가 어떻게 뒤틀렸는지 몰라도 신 맛 나는 것을 입에서 거의 받아 들이지 못한다. (먹으면 우웩 우웩 거림)

미각 돌아온 후 김치 찌개 몇 번 먹어 보고 이제 먹지도 않는다... 맛 없어서..ㅜㅜ 그리고 김치도 겉저리만 먹지 익은 김치 못 먹는다.

나도 다른 사람 못지 않게 평생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던 사람인데 말이다... 디스 이즈 베리베리 새드!!!!





만약 (안타깝게도) 방사선 치료을 앞두고 있다면,

정말 먹고 싶고 좋아했던 모든 건 다 먹어두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스테미너를 높이기 위한 건강식 위주로 하되,

불량식품이 만약 인생 음식이라도 꼭 먹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맛을 꼭 깊이 음미 해야 한다.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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