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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뒤돌아 찍어본 트레일 경로의 풍경

홍콩은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주변 여러 섬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란타우섬은 다양한 산과 해안 경로를 갖춘 트레킹 명소로 홍콩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에 위치한 푸산 트레일 코스 (Fushan Viewing Point Trail)의 후기다.

|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변 지명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요 주변 지명

먼저 코스의 지도 속 빨간색 점선이 경로다. 시작점에서 양후사원까지 약 1.4km,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저질 체력 탓에 시간이 더 걸렸는데, 사실 구글 맵 기준으로는 약 25분 정도의 짧은 코스다. 이 코스를 걸으며 타이오 마을의 전경과 함께 핑크돌고래가 서식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HZMB)도 보인다. 힘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코스다 (푸산은 해발 75m 밖에 안된다).

| 트레일 시작점에서 본 풍경

트레일 시작점에서 바라본 코스

트레일의 시작점에서 푸산 트레일 능선을 바라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산책로일 수 있지만 내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주위에서 몸에 무리가 간다고 왠만하면 가지 말라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보니 오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시작점이 숙소 바로 옆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중 저 풍경을 보고 "그래, 가자"하며 충동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 석재포 거리 진입로

석재포거리 진입로

석재포 거리 (Shek Tsai Po St)는 타이오 시장에서 (타이오 윙온 거리 아님)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까지 이어지는 타이오 마을 최서단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길이다. 중간 즈음에 있는 <홍콩 소림 무술 문화센터>로 빠지는 길로 꺾으면 공터가 나온다. 

공터 초입에 이미 표지판이 있으니 돌고래 그림이 있는 FU SHAN VIEWING POINT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핑크돌고래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타이오 마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 소림문화센터 앞 공터

공터 안으로 들어가면 타이오 특유의 이런 '인스타(?)'스러운 풍경도 있고,

마을의 과거 흔적과 현실이 느껴지는 풍경

옛적 식수를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 구조물 위에 놓인 중국의 그린 드래곤 장식품, 현재 마을의 판잣집과 가구를 위한 듯한 목공물들, 거기다가 홍콩에서 흔히 보이는 코카콜라 사인이 담겨 있는 담장의 이 흐트러진 풍경을 보니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 무게감 있는 고목. 저게 반얀트리인가? 암튼 수명이 매우 오래되어 보여 사당/사원보다는 이런 고목이나 식물을 볼 때마다 더 경외감이나 신비로움을 느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을에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목들은 어떤 세월을 견뎠을까?

소림문화 센터 앞 공터

암튼 공터의 모습은 이렇다. 마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중앙에 나무 구조물이 소림문화센터 입구다. 문 닫은 날인지 소림무술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소림이란 단어에 솔직히 살짝 설레었었음). 암튼 센터를 끼고 왼쪽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길로 갔고...

| 잘못 간 길

홍성고대사원

정문 오른쪽 방향엔 홍성고대사원(Hung Shing Temple)이 있다. 1746년 청나라 시절에 세워진 타이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다. 홍성대왕이라는 남중국해의 신을 모시며 바다로 나간 옛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른쪽 방향

암튼 그 옆으로 뻗어 있는 계단 때문에 길이 꽤 그럴싸해 보여 당연히 저기가 코스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일단 걍 올라가 보았고,

잠깐 삽집을 했다.

써컹 써컹

살짝 위험을 느낀 좁아터진 길의 폭과 높이, 그리고 나중에는 마체테 칼 없으면 전진 못할 것 같이 수풀이 앞을 가로막아 위험함을 느끼고 철수했다.

경사와 폭 때문에 내려오는게 더 무서웠음

뱀한테 물리고도 할 말 없을 무턱대고 지른 천연자연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은 아마도 산의 관리자용 길인 것 같다.

공터에 돌아와 보니 누렁이 한 마리가 공터 중앙에서 아직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사원 바깥쪽에 작은 신당 같은 것도 있었다. 양 쪽의 부적들은 身壯力健 몸이 건강과 힘을 기원, 老少平安 노인과 아이가 평안하고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필요한 부적인 듯 ㅎ

아까 길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잘못 들어간 것 같았다. 신당을 향해 '몰랐습니다. 죄송함미다' 사과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 이제야 제대로 들어선 코스

전망대 코스 표지판

공터로 돌아와서 다시 보니 소림센터 정문 왼쪽에 떡 하니 푸산 전망대로 가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하... 난 바본가 봐...

암튼, 소림문화센터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종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열대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진 모습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 여유 같은 것..

왼발, 왼발~

카메라의 흔들림을 보니 걸음걸이도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 :)

쭉쭉 간다

이 즈음에서 갈림길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앞의 평지 길로 안 가고 왼쪽의 계단길로 올라간다.

돌고래 사인을 따라 가세요

초반부 삽질에서 학습이 되어 표지판을 잘 보았다. 여기부터는 길이 하나라 아까처럼 헤맬 일은 없다.

이 시점 이후로는 계단과 돌길의 연속이다. 왼쪽에 보이는 건 비석 같은데 이 푸산(富山)을 돌며 굉장히 많은 묘비들을 볼 수 있다. 옛 조상을 모시는 풍습인 만큼 이 산이 터도 좋고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의미 아닐까.

계단이 지나고 만난 반가운 돌길. 오른쪽에 있는 도구들은 뭔가 해서 읽어 봤더니 파이어 비터 (Firebeater)라는 소방도구다. 

출처: shutterstock

  산불이 나면 저걸로 팡팡 쳐서 진압을 하는 모양이다.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뭔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야생의 자연과 가까운 느낌의 식물들을 느끼며 걷는 이런 길을 좋아한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그런 자연의 풍경과 냄새가 더 진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숨이 차서 걸을 때는 땅만 보고, 멈춰서 쉴때만 풍경을 좀 본 것 같다

암튼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 첫 번째 포인트: 흰돌고래 조각상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계단 ㅜㅜ.  암튼 저 계단을 오르면 트레일의 첫 번째 전망 장소인 흰돌고래 조각상(中華白海豚) 터가 나온다. 

위 사진의 '여기 즈음'이 저 계단이다.

계단, 계단, 계단 (뛴거 아님, 빨리 돌린거임)

맘 잡고 다시 올라가 본다.

경사라 힘들어 땅만 바라보며 올라가다 문득 뒤돌아 보았다. 이제야 좀 고도에(해발 75m ㅎㅎ) 올라왔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사이드 방향도 한 번 훑어보고. 역시 자연의 푸르름은 어디서든 느껴도 좋다.

숙소가 위치한 석재포 거리 쪽과 건너편 바다 위 산책로 풍경도 보인다. 건너편 산들에도 트레일 코스들이 있는 것 같다. 옹핑에서 타이오로 들어오는 도로도 이어져 있고. 특히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보이는 빨간색 높은 구조물은 관음보살을 모신다는 관음사(觀音寺 Kwun Yam Temple)인 것 같다.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첫 번째 뷰잉 포인트인 흰돌고래 조각상 터가 드디어 보인다!

지점에 도달하면 저 멀리 세계 최장 길이 55km를 자랑하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HZMB 대교가 보인다. 우측은 다리가 끊어진 건 아니고 배들도 바다 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해저터널로 만들어 놓은 길이다. 이제야 좀 전망이 보이는 곳에 왔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흰돌고래조각상 中華白海豚

이 돌고래들은 란타우 섬의 북서쪽, 저 조각상을 배경으로 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이를 상징하는 조각상이다. 

흰돌고래의 간단한 역사, 특성, 위기 상태를 설명한 표지판

포스팅을 위해 만든 가이드 지도에는 편의상 '흰돌고래조각상'이라고 썼는데, 표기는 中華白海豚 (중화백해돌고래, Chinese White Dolphin)로 되어 있다. 더 정확히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 (인도-태평양 둥근등돌고래) 종이라고 한다. 타이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흔히 '핑크 돌고래'라고도 알려져 있다.

핑크색의 어미와 거므스름한 새끼 ❘ 출처: https://tai-o.com.hk/

검은색으로 태어나 회색을 거쳐 흰색의 성체로 성장한다. 체온 조절을 위해 수온에 따라 분홍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특성을 지녀서 그런지 '핑크 돌고래'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오 마을에서는 이를 보기 위한 수상 보트 투어가 있을 정도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인 만큼 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어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라고 한다. 

이 날 보트 투어에서 만난 핑크 돌고래의 모습들. 행운의 날이었다
아래 2017년 홍콩대학교의 자료를 보면, "... 홍콩 해역을 서식지의 일부로 의존하는 돌고래가 최소 368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일반 언론에는 몇십 마리 정도로 나와 큰 차이가 있긴 한데 뭐 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암튼 멸종 위기 종은 맞다는 거)

The “Hong Kong population” of Chinese white dolphins re-defined:    The latest HKU study clarifies how many dolphins there a

Chinese white dolphin - mother and calf (Photo by Stephen Chan, Cetacean Ecology Lab, SWIMS, HKU). The latest study by researchers at the University of Hong Kong (HKU) delivered the first-ev...

www.hku.hk


그리고 푸산 뷰잉포인트를 향해 다시 펼쳐지는 길... 계단이 없고 돌길이라 다행이다!
이후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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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마을에서 맞이한 비 내리는 아침, 로컬의 맛을 담은 비프 누들 수프


아침에 눈을 뜨니 발코니 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바다로 스며드는 흙탕물마저 운치 있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여행 중 내리는 비는 특별한 감흥을 준다. 차분하게 분위기를 잡아주고, 조금 더 깊숙이 그곳에 스며드는 느낌.

저 멀리 맹그로브 나무 하나가 바닷물에 잠식된 모습이 보이고, 바로 앞엔 하야 새 한 마리 (아마도 왜가리일까?)가 유유히 서 있다. 이 고요함이 좋다. 

우산을 챙겨 들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러 타이오 마을 메인 시장 거리로 나섰다. 숙소 사장님이 건넨 우산을 쓰고, 적당한 속도로 걸음을 옯겼다.

오늘의 목적지는 타이오마을 방문 전 찾아놓았던 화기찬실 (華記餐室). 

가게 이름만 봐도 뭔가 로컬 감성이 물씬풍겨오는 이곳은 홍콩 어촌 마을의 소박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뭔 뜻인지는 모름)

홍콩감성 듬뿍인 입구. 찾아보니 화기찬실은 '화씨가 운영하는 식당'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고 한다. 

오픈라이스

오픈라이스에 따르면 아침 6시에 연다고 하니 꽤나 이른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시작된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방문한 시간은 8시 38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식당은 꽤 차 있었다.

맨 끝 구석에 2인용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나름 한적하고 식당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자리라 마음에 든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이 시간에는 아직 관광색이 없을 시간대라 그런지 손님들은 거의 다 타이오 마을 로컬 주민들이 아닐까 싶었다. 내 주변은 이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나는 혼자 관광객으로 이방인의 묘한 기분을 느끼며 앉아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의 주문받기, 이제는 정겹다. 

아침이라 속을 달래줄 국수를 시켰다. 원래는 피시볼을 시키려고 했는데 실수로 비프볼 누들 수프를 주문해 버렸다. 반반으로 시킬 걸 그랬나 싶었지만, 괜찮다. 홍콩 여행을 꽤 해 본 이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동네 차찬텡 같은 곳이다. 관광객이 없는 로컬 분위기 속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이 묘한 느낌이 좋다.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이곳에 잠시 소속된 듯한 그 기분.

곧 국수가 나온다. "너무 맛있어요!" "인생 맛이에요!" "무조건 드세요!" "찢었다!" 이런 건 오바고, 홍콩 어딜 가나 실패 없는 그 꾸준한 맛을 가진 그런 집인 것 같다. 국물은 구수~하고, 비프볼은 쫄깃쫄깃하며, 씹을 때 그 고소한 풍미가 좋다. 같이 나오는 아삭한 채소와, 건면 같은 그 질감의 면발, 사진에서 상상되는 그대로의 맛이다.

한국에서 칼국수 먹을 때 맑은 국물로 시작해 나중에 양념장을 넣어 맛을 변주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먹다가 매운 고추기름인 라유를 살짝 추가했다.

아... 라류의 기름진 매우맛이 입안에 훅 들어왔다가 금방 사라진다. 진리다, 라유는. (손 맛이 웬만큼 하는 집이라면) 홍콩 어딜가나 맛볼 수 있는 평균적인 홍콩분식 맛이지만,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없는 '동방불패' 같은 그 맛이다. 홍콩에서의 이른 아침, 로컬의 한복판에 앉아 느끼는 이 소박한 행복이 좋다.

타이오 특유의 수상가옥

만족스러운 아침식사 후, 다시 숙소로 향하며 오늘의 계획을 떠올린다. 숙소에 들려 준비를 하고 Fushan 파우산 뷰잉 포인트를 향해 가는 트레킹을 할 준비를 해야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트레킹은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 음식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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