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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8시 즈음 한적한 스사키 다리에서 바라본 나카스 번화가 구역

혼자 일본 여행을 할 때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가 보통 2인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가는 일본이라 가이세키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타베로그(Tabelog) 앱에서 가이세키 혼밥 가능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019년 미슐랭에 선정되었던 쇼쿠코코로 슌기쿠 (食・心 旬ぎく)를 발견했다.

식당은 한적한 스사키 거리에 위치한다

가이세키를 찾고 있었던 와중 발견한 갓포 요리라는 점과 네이버나 티스토리에는 국내 리뷰가 거의 없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끌렸다. 안 그래도 후쿠오카에는 관광객들이 참 많은데 이 곳은 뭔가 관광객 없는 진짜 현지에 온 이방인이 된 것 같았던 경험이 참 좋았다. (물론 음식과 접객도 훌륭함). 

| 카이세키 vs 갓포

카이세키와 갓포의 분위기 차이 ❘ ChatGPT

처음에는 카이세키와 갓포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 카이세키: 다도 문화에서 유래하여 격식 있고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정식 요리
  • 갓포: 카운터에서 셰프와 상호작용하며 즐기는 고급 요리. 카이세키보다 캐주얼하고 요리 형식이 유연함

대략적으로 카이세키 > 갓포 > 이자카야 순이라고 볼 수 있다.

예약 확정 메일과 코스 내용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1,5000엔)

여행 전 타베로그를 통해 토요일 8시에 예약을 했다. 이 날은 영화 <후쿠오카>에서 나왔던 우동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하카타 마츠리 행사로 우동집이 전세 내버려져서 못 먹었다. 다른 음식점 찾아 해매다가 시간은 흘렀고 (오후 2시 30분경?), 슌기쿠에서 종류가 제일 많은 저녁 코스를 주문한 상태라 점심 늦게 먹으면 저녁 먹을 때 힘들 것 같아 이렇게 된 바에 에라 모르겠다 점심은 그냥 굶고 걷기만 했다

| 카운터 자리

카운터석, 요 쉐프(사장님) 바로 앞 왼쪽 자리에 앉았다. ❘ 이미지 출처: www.fukuoka-syungiku.com

이곳에는 테이블 자리가 있지만 혼밥 예약이라 그런지 카운터 첫 자리에 세팅 되어 있었다. 처음엔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셰프 바로 앞자리에 앉아 모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혼자 먹으니 말할 사람도 없고, 그 대신 눈과 귀라도 즐거워야겠지?) 다만 이 날 너무 힘들어서 사진은 거의 음식 사진 밖에 못 찍어서 내부는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 온 걸로 대신한다.

이미지 출처: 슌기쿠 공식홈페이지

하나도 거를 수 없는 타선의 행복한 음식의 향연이었다. 양도 많아서 다 못 먹은 게 아쉬울 뿐이다. 암튼 코스는 15,000엔의 최상급으로 博多の初夏特別コース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다. 이 곳은 항상 제철 식료만으로 구성된 코스가 시즌별로 제공된다. 나는 여름이었고.

|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세팅

덮개의 무늬가 예뻣던 젓가락 세팅.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장님 부인이 오셔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일어가 안되면 번역앱으로 해 주신다. 내가 다 미안할 정도 접객이 좋다 (모든 테이블 다 담당하는 듯 매우매우 바쁘심). 중간중간 사장님(셰프)한테 물어봐도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애피타이저: 코바치  小鉢 (こばち, Kobachi)

곤약이 베이스로 깔린 제철 작은 접시에 담긴 에피타이저 요리. 부드러운 시작이었다. 

제철 전채요리 : 季節の前菜 (きせつのぜんさい, Kisetsu no Zensai)

내가 아는 전채요리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가벼운 오프닝인데 양이 꽤 많아 보였다.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집이 식감은 살리면서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맛을 잘 구현하는 것 같다. 새우 껍질도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스러져 내린다. 고등어봉초밥이랑 붕장어는 물론, 아니 감자랑 옥수수까지 맛있어 버리면 나중에 나올 음식들은 어떻게 먹을 건데... 실수했다. 하나하나 다 집어 먹었다.

제철 재료의 맑은 국 旬種のお吸い物 (しゅんしゅの おすいもの, Shunshu no Osuimono)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국이었고 오크라의 아삭한 식감과 어묵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생선은 도미 였던 것 같다 (이것도 다 먹음)
 
 
얇게 썰은 오코제 회: おこぜの薄造り (おこぜの うすづくり, Okoze no Usuzukuri)
 
오코제는 한국어로 쑤기미라고 하는데 처음 먹어봤다 (자산어보에서는 산채어라고 불렀다고). 살은 복어 느낌?이랑 비슷하고 파와 폰즈를 곁들여 먹었다. 중간에 플레이팅된 껍질, 간, 위, 내장 부위들은 꼬들꼬들, 부들부들, 꼬소~하니 맛은 물론 식감들이 매우 좋았다. 귀한 식재료라며 쉐프가 특히 강조하며 자신있게 내놓은 요리였다.
 
출처: 나무위키

어떻게 생긴 놈인가 나중에 찾아 보았더니 수족관에서 많이 본 듯 한 녀석이다. 독가시에 잘못 찔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ㄷㄷㄷ... 암튼 맛있어서 홀딱 비움.

물과 차

잠시 쉬어가는 타임. 기본적으로 오차를 주는데 얘기하면 차가운 물도 준다. 저 문양들이 참 맘에 든다. 이런 고급스러운 식기류들이 맛과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운다

카라츠의 붉은 성게: 唐津の赤ウニ (からつのあかうに, Karatsu no Aka Uni)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성게(우니)다. 맛있는 도미와 고등어도 같이 나온다 (전갱이(아지)였던 것 같기도 한데 고등어(사바)가 맞는 것 같다). 붉은 성게는 후쿠오카 현의 카라츠에서 나오는 고급 식재료라고 하는데 이때가 제철이었나 보다. 이 날 아침도 우니, 저녁도 우니, 행복한 하루. 근데 문제는 이때부터 내 배가 좀 불러왔다. 

제철 튀김 모듬: 旬種の揚げ物盛り合わせ (しゅんしゅの あげものもりあわせ, Shunshu no Agemono Moriawase)
 
튀김이 기가 막히다. 배불러 죽겠는데 또 먹게 된다. 아삭바삭한 식감이 살짝 때리면서 이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갯가제가 나와서 좋았다. 다만 이 시점부터 음식을 남기게 된다. 머리는 많이 먹고 싶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
 
전복 찜 요리: 鮑や赤むつ等の煮付け又は蒸し物 (あわびや あかむつ とうの につけ または むしもの, Awabi ya Akamutsu tō no Nitsuke Mata wa Mushimono)
 
개인적으로 전복을 크게 좋아 하진 않지만 이것도 맛있게 먹었다. 다만 또 남김... -_-  맛 없어서가 아니라 못 먹어서... 
 
수제 로스트 흑모 와규: 黒毛和牛の自家製ローストビーフ (くろげわぎゅうの じかせい ローストビーフ, Kuroge Wagyu no Jikasei Rōsuto Bīfu)

한 단계 더 낮은 코스를 시켜도 됐는데 굳이 제일 비싼 코스를 시킨 게 와규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와규 먹을 일이 없어서 이 집에서 고기까지 해치우자 하고... 최대한 노력해서 먹었는데, 그 배부른 와중에 또 꿀떡 넘어갈 정도로 물론 맛은 있었지만 배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사이드 야채는 또 왜 이리 맛있는지...

제철 재료로 지은 밥: 旬種の炊き込みご飯 (しゅんしゅの たきこみごはん, Shunshu no Takikomi Gohan)
이미 완전 배불러서 그로기 상태여서 음식 계속 남겨서 미안하다고 얘기 했었다. 와중에 밥이 나올 시점인데 원래 보조분이 고봉밥 수준으로 푸려다가 쉐프분이 가서 조금만 담아라 해서 조금만 나온거다. 원래는 훨씬 더 많이 준다. 쌀과 콩과 생선의 쫍졸한 조합이 매우매우 좋았다. 생선의 종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코제 된장국: おこぜのお味噌汁 (おこぜの おみそしる, Okoze no Omiso Shiru)
밥과 함께 먹는, 아까 회로 먹었던 오코제 (수끼미) 된장국이다 (단무지도 이때 나오고). 중국집에서 코스 시키고 마지막에 시켜 먹는 소량의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느낌인데, 솔직히 아침 식사로 이렇게만 먹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맛의 한끼 아닐까.

계절별 수제 디저트 모둠: 季節の自家製デザート盛り合わせ (きせつの じかせい デザートもりあわせ, Kisetsu no Jikasei Dezāto Moriawase)

대망의 마지막, 디저트였다. 이 시점에서는 배불러서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었는데 그래도 한 입 씩은 다 맛봤다. 비주얼만큼의 맛인데 약간 아재들 스타일의 전통 맛? 샤베트는 지인~짜 오랜만에 (최소 1년 이상?) 먹은 거라 좋았다. 정말 거를 것 없는 최고의 타선이었다. 음식과 마 내가 소식인임을 아주 후회했던 날.

 

| 먹고 난 후

식 전 사진인데 밤에는 인적도 없고 매우 어둑하다

먹고 나오니 비가 소록소록 내리고 있었고 골목은 초행자가 보면 위험해 보일 수도 있게 불들도 꺼져 있고 어두웠다 (저녁 10시 즈음). 사장님 부인이 바깥까지 나오셔서 "우산은 가지고 있냐, 본인이 주시겠다", "지금 시간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택시 잡는 게 좋겠다",  "우산 안 쓰고 있으면 택시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택시 불러 주겠다", "괜찮으려나..." 하시는데 음식 설명부터 이후까지의 이런 배려들이 굉장히 감사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에는 5성급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이 있다

골목을 훑어보니 끝 건너편에 고급진 호텔 건물이 보이길래 택시 걱정은 없을 듯하여 괜찮다고 감사에 말씀 전하고 헤어졌다. 배가 진짜 너무 불러서 디저트 이후의 사진은 없어서 당시 어둑한 분위기는 못 담은 초 저녁 사진이다. (초 저녁에도 한적한 골목이긴 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의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

택시는 다행히 호텔 가기 전에 큰길에서 잡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식곤증에 의해 그대로 뻗어 버렸다 (저질 체력에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이 날 후쿠오카에서의 하루

쨋든 아침에도 우니를 먹고, 오전엔 이토시마 가서 오랜만에 여름바다도 보고, 1년에 한 번 있다는 후쿠오카 최대 마츠리도 보고,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들도 찾고, 저녁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하루였다. 


https://www.fukuoka-syungiku.com/

 

【公式】博多・中洲川端の隠れ家和食・日本料理「すざき町 食・心 旬ぎく」接待に人気

博多・中洲川端の和食、割烹「すざき町 食・心 旬ぎく」。選りすぐりの鮮魚や野菜を使った日本料理をご堪能いただけます。カウンターやテーブル席のほか、接待や会食などに最適な個室

www.fukuoka-syungiku.com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


* 음식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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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할 때면 항상 지역 시장을 찾아가게 된다. 물론 번쩍이는 관광 명소들도 좋지만, 시장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 일상, 음식, 전통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활기가 넘치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마치 그 지역의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장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그 지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곳에서 음식을 먹어보려고 하는데, 그 경험이야말로 여행의 개인적인 묘미 중 하나다.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1층의 음식점들

후쿠오카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식당들만 나왔지만, 나는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지의 고유한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쿠오카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1층에 이른 아침부터 식사할 수 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기대를 안고 그곳을 찾았다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시장'이라기보다는 '시장 회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관은 마치 공무원 청사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빌딩 같았다. 도매 시장이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어시장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일반인에게 개방된다고 하니 다음엔 꼭 그날을 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꼭대기 13층에 무료 전망대가 있다니, 나름대로 그 곳만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 후쿠오카 토요일 아침 6시 30분

비즈니스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 컨셉을 약간 짬뽕한 lyf 텐진, 객실에 냉장고 없는 것 빼고는 괜찮았다.
진한 파란색이 동선, 한 2km 정도 된다. 그냥 걸었어

오전 일정인 이토시마 행 첫 버스가 오전 9시 52분이니 아침 일찍 나가하마 선어시장에서 식사를 하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숙소에서 시장까지는 약 2km 거리라, 조용한 도심을 산책하며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6시30분 즘 밖에 나와 보니 하늘은 여행기간 내내 이어진다는 비 소식처럼 여전히 흐릿했다.

이른 아침의 후쿠오카 번화가. 돈키호테 빌딩의 한국어 '면세' 간판이 인상적이다

이른 아침의 후쿠오카 번화가는 어젯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북적이던 돈키호테와 이치란 라멘 본점 앞도 한산했고, 거리의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스냅사진을 찍기에도 딱 좋았다.

후쿠오카 아침 6시 산책

오후나 저녁이 되면 분명히 다시 활기로 가득 찰 이곳이지만, 아침의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 이런 고요한 아침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순간이 꽤 편하게 다가왔다.


|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비가 많이 내렸고 선어시장 건물이 보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시장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어시장 가는 길 빗소리

(우산 챙기는게 귀찮긴 하지만) 나는 여행 중에 비가 오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빗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며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곧 있을 이토시마 바다 구경도 기대가 되었다. 폭우 속에 펼쳐질 바다는 분명히 아름다울 거라고 상상하며 시장에 가까워졌다.

로비 (꼴라주를 해봄 ㅋ)

입구로 들어가자 로비가 휑하게 펼쳐졌다. 어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조금은 단조로운 분위기에 의아했지만, 로비 오른쪽에 학생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중앙으로 직진하니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美味い魚はココにある 博多長浜鮮魚市場

味のなかがわ 魚料理は勿論の事、食事や居酒屋メニューも充実。大小宴会承ってます。 紹介文がはいります。紹介文がはいります。紹介文がはいります。紹介文がはいります。 紹介文がは

nagahamafish.jp

(위 링크) 나가하마 선어시장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식당 안내와 함께 어시장 전체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유용했다. 요즘 번역기 덕분에 언어의 장벽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 여행 중에도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출처: http://hayatonosora.com/archives/4395

시장 회관에는 총 8개의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있다고 했는데, 공홈에 따르면 7개의 식당만 영업 중이라고 하니 아마도 '카레야 사라짱(カレー屋サラ ちゃん) '은 운영하지 않는 듯하다. 쨋든 1층 식당가의 규모는 크지 않아서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식당을 고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입구

오늘 방문한 곳은 '하카타 우오가시 (博多魚がし) 시장회관점'. 7시 15분경에 도착했는데 벌써 웨이팅이 걸려 있어 살짝 당황했다. 이.시.간.에.도.웨.이.팅.이.라.고??? (아니 7시에 문 연다면서욧!)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맛이 보장된다는 의미일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좌측에 붙어 있는 마츠리 관련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라는 축제로, 7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큰 규모의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연례 마츠리라고 한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의 엉덩맨들

다녀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하필 이 날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날이어서 이토시마 바다 구경 후 후쿠오카 도심으로 돌아와 보니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 버렸다. 그 덕분에 먹고 싶었던 우동도 못 먹고…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영어 메뉴도 있고 사진 메뉴도 있어서 미리 고르면 나중에 주문할 때 도움이 된다. 나중에 들어가서 보니 노부부 두 분이서 하드캐리하는 음식점이다. 다른 종업원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주문, 요리, 계산까지 이 두 분 체제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싯가 상관 없이 (당시 엔저 최저치...) 후쿠오카 오기 전부터 내 페이버릿인 성게를 무조건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성게카이센돈으로 메뉴를 정했다. 그냥 이거 사진 찍어서 할무이 사장님 주문받으실 때 "고레 니 시마스"하고 주문 끝 ㅎ. 위 보면 제철생선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는 안내가 있는데 역시 이게 시장 식당의 매력이다. 

웨이팅 하며 앉아 있으면서 정면 바라보고 찍은 건데 어류 도감이 보인다. 좌측에 홍어 같은 가오리들이 보이는데 일본에서도 홍어를 먹나?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사진은  웨이팅 하면서 오른쪽을 바라본 사진이다. 많은 사인들이 벽에 보이고, 좌측이 계산하는 곳이다. 주문받던 할무이 사장님이 계산할 때 저곳으로 오신다.  이 이전 내 앞에 어르신 커플 한 팀이 있었고, 나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혼밥 아저씨 한 분이 있었다.

순간 서로 살짝 눈이 마주치자 그분은 구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먼저 앉으라고 손짓을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하며 먼저 웨이팅 자리에 앉았다. 10분 정도 웨이팅 후 카운터석으로 안내받았다. 

그 순간 느끼기에, 그 자리에 외국인은 나 혼자뿐인 것 같았다. 가게 내 대부분이 일본인들로 보였고 (뭐 로컬과 후쿠오카에 국내여행 온?), 그 이방인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외국 관광객들도 방문하는 곳일 텐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치 현지 속에 조용히 스며든 듯한 느낌이랄까. 옆에 앉은 아저씨는 아침부터 시원해 보이는 병맥주를 즐기고 계셨고, 그 여유로운 모습이 어쩐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는 내가 좋아하는 우니(성게)가 보였다. 하나에 2,500엔이라니, 한화로 2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인데, 솔직히 이 정도면 꽤 저렴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몇 만 원을 주고 먹는 양과 비교해 봤을 때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온 우니 카이센돈 정식. 시장에서 먹는 저렴한 정식에 어울리게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비싼 식당들 대비 소박하면서도 알찬 매력이 있다. 옆에 나온 반찬은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우뭇가사리처럼 부드럽고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당시 엔화 초약세일 때라 한국돈으로 한 9,000원 정도 했는데 이 가격에 성게도 나오고 같이 나온 생선들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양이었다.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적당하게 아침에 먹기 좋은 한 끼였다. 

미소수프는 맛있고 (당연히 좀 짜긴 한 와중에) 덜 짠맛이었다. 그리고 여기 한 두어 개 들어있던 저 어묵 조각, 쫄~깃 했다.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두 가지 소스가 있었는데, 하나는 회 찍어 먹는 간장 같았고, 다른 하나는 약간 까나리액젓 비슷한 맛이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른쪽 소스는 카이센돈용 소스였다. 두 소스를 섞어 먹어봤는데, 간장은 익숙한 맛이었고, 오른쪽 소스도 생각보다 비리지 않고 괜찮았다

손님들이 많아서 가게 전경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가게는 카운터석, 테이블석, 그리고 좌식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옆자리가 비자마자 살짝 찍어본 가게 내부는 벽 쪽에 붙은 메뉴판들이 싯가로 계속 변하는 것 같았고, 노포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원래 흰밥을 많이 안 먹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먹어버렸다. 평소에 소식하는 편이라 이 날 점심, 저녁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일반인 기준 많은 양은 아닌 듯?).

계산하고 나가는 길. 

가게 밖에서 보니 들어올 때는 못 알아챘는데 TV 디스플레이가 있었다. 

가게를 나와 1층을 쭉 걸어가다 보면 각 음식점들의 메뉴를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사진, 또 어떤 곳은 모형으로 메뉴를 보여준다. 오늘의 경험이 워낙 좋아서, 나중에 다시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이 1층에 있는 7개의 식당을 아침 식사로 모두 섭렵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한 번씩만 간다면 그때그때 메뉴를 고르는 정신적 고통이 클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이곳의 음식점들은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영업 시작 시간이 각각 다르다. (내가 간 곳은 7시에 오픈). 일요일에는 휴무인 곳도 많으니 방문 전에 영업 시간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원래는 70년 노포라는 오키요 식당에 가려 했는데, 내 일정 대비 너무 늦게 열어서 (오전 9시), 더 일찍 여는 옆집인 하카타 우오가시에 갔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고 가게 밖으로 나서니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멈추고, 눈앞에 너무나 푸르른 하늘이 펼쳐졌다. 비 오는 날의 분위기도 좋지만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바다를 구경할 생각을 하니 또 다른 설렘이 찾아왔다. 

이제 이토시마 바다를 구경하러 가기 위한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나가하마 선어시장 공식 홈페이지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1층 음식점 영업시간]

공식 홈페이지 기준 영업시간이다.  

- 이치고 이치에이 (一魚一栄): 08:00~22:00 연중무휴
- 이치바 즈시 우타츠 (市場ずし 魚辰): 월~토 09:30~21:00, 일/공휴일: 11:00~21:00  12/31~1/1 휴무
- 오키요 쇼쿠도 (おきよ食堂) : 월~토 8:00~14:30 18:00~22:00 제1,2,5 일요일 휴무 (Tabelog에는 9시 오픈)
- 갓포 마사미 (割烹 まさ味): 7:00~14:00 17:00~19:30 일요일 휴무
- (중화요리)추카료리 만리 (中華料理 万里): 월~금 06:00~19:00 토 06:00~16:00 공휴일 09:00~15:00  일요일 휴무
- 하카타 우오가시 (博多魚がし): 월~토 07:00~14:00 공휴일 11:00~14:00 일요일 휴무
- 후쿠오 쇼쿠도 (福魚食堂): 07:00~15:00 일요일 휴무


[하카타 우오가시 博多魚がし 시장회관점 구글지도]

아래 구글지도에서 길찾기/경로 눌러서 한국에서 네비 쓰는 것 마냥 실시간 길찾기 기능으로 쑝쑝 가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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