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감독: 마에다 코지 | 출연: 나리타 료, 키요하라 카야, 야마야 카스미, 쿠라 유키, 이즈미 리카, 코이즈미 코타
나의 별점: 3.5/5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まともじゃないのは君も一緒] (직역하면 '정상적이지 않은 건 너도 마찬가지')는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습적 ‘평범함’과 ‘보통’이라는 개념을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우리의 일상 고민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

영화해석에 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 '평범함'의 경계에 선 사람들

아키모토 카스미 (키요하라 카야 분)

사회적 평범함을 실천보다 관찰과 분석으로 익힌 이론과 실제 사이를 스스로 실험하고 있는 고등학생 카스미,

오노 야스오미 (나리타 료 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남은 학원 강사 야스오미,

미야모토 이사오 (코이즈미 코타로 분)

정략결혼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 가는 이사오,

토가와 미나코 (이즈미 리카 분)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결국 사회적 순응을 택하는 미나코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평범함’과 타협하거나 저항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 커플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읜의 의역이 들어간 관계도 ❘ 출처: https://movie-architecture.com/matokimi

  • 카스미와 야스오미 커플은 사회적 평범함에 속하지 못한 채 그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탐구자’의 단계를 상징한다.
  • 이사오와 미나코는 이미 사회가 요구하는 틀 안에 들어선 ‘순응자’의 단계에 있으며, 특히 미나코는 일탈과 순수함이라는 탈출구를 외면한 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다.
  • 그리고 아야카와 유스케 커플은 위 두 커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과도기적 존재’로, 아직 사회의 틀에 완전히 물들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자신만의 '평범함'을 향해 나아가겠구나라는 징후를 보여준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이들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속 세 쌍의 커플이 아니라, '사회적 평범함'이라는 흐름 위에서 서로 다른 좌표에 놓인 존재들이며, 관객은 이 캐릭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저들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 연인 보다는 동반자적 관계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카스미와 야스오미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로 정의되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는 카스미가 이사오에게 접근하려는 목적에서 야스오미를 도구로 삼아 아야카와 만나게 하며 그 연애의 과정을 코칭해 준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관계 맺기’를 이론적으로 배운 소녀가 실전을 지휘하는 일종의 실험처럼 느껴진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카스미는 평범함을 원하면서도 그것을 흉내 내는 야스오미의 어색한 모습을 보며 점점 매료 되어간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감정을 결코 낭만적 로맨스로 소비하지 않는다. 카스미의 고백에 대한 야스오미의 대답은 친구로서 천천히 알아가자는 것이고 이는 단순한 관계의 유예가 아니라, 사회적 프레임 바깥에서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보자는 제안이다. 즉, 이 둘은 연인이 아니라 ‘평범함’이라는 개념을 함께 탐구하는 동료로서 존재한다.


 

| 숲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설정은,
영화의 시작과 중반, 그리고 마지막을 모두 ‘숲’이라는 공간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영화는 야스오미가 혼자 숲 속을 배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회와 단절된 듯한 그의 고립된 모습은,
그가 ‘평범함’이라는 틀에 속하지 못한 인물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중반부에서는 야스오미가 아야카에게 어린 시절 숲에서 들은 소리를 이야기한다.
숲속 생물들이 낙엽을 밟는 사각거림,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같은,
그런 자연의 소리 속에서 자신이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그 고요한 체험은 야스오미에게 유일하게 ‘정상, 보통, 평범함’이라는 감각을 허락했던 순간이었다.
몰래 듣고 있던 아야카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정적 울림을 받는다.
숲은 이처럼 야스오미가 타인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야스오미와 카스미와 진심을 나누는 장소 역시 숲이다.
사회적 관계나 규범, 역할로부터 벗어난 공간에서야 비로소,
두 사람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관계의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이 대화를 감싸는 자연은 도시의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이며,
두 사람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의 장소로 기능한다.
사회 안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자유로운 대화,
상대를 규정하지 않는 태도,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는 시선이
이 자연 속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고립이 아닌 공존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세계,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평범함을 찾아가려는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특히 눈여겨볼 것은 두 사람이 숲 속 연못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영화의 연출 구도다. 그 장면에서 그들은 단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비친 자신과 상대의 모습을 함께 응시하며 대화한다. 

그 반사는 단순한 이미지의 반영(reflection)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관계의 재구성,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이 해체된 이후 남는 '진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응시다.

물은 사물을 완벽하게 비추지 않는다. 카메라에는 직접적으로 담기지 않았지만 작은 흔들림의 수면 위, 어딘가 불분명한 윤곽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과 상대가 섞인 모호한 실루엣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그들은 자연스럽게 숲과 하나가 되어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드러내는 연출이다.


 

| 유쾌함 속에 던지는 조용한 질문

영화 포스터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무거운 질문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 방식 때문이다.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톤, 어딘가 어긋난 듯한 인물들의 조합, 말도 안 되는 듯한 설정들이 쌓이면서도 영화는 끝까지 그 질문을 놓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이란 무엇인가?'

'평범하다는 건 그냥 사회에 익숙해졌다는 뜻 아닐까?'

위와 같은 질문들은 영화의 필름이 끊긴 후에도 조용히 따라온다. 우리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어른이 되고, 연애를 하고, 직업을 고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너도 평범하지 않아]는 바로 그 순간, 따뜻하고 유쾌하게 말을 건네는 영화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런 거야."

 


 

 

 

영화의 한국어 트레일러

🎬 TRIVIA:

🧬 | 고이즈미 가족의 화려한 가계도

고이즈미 가족

이사오를 연기하는 고이즈미 고타로는 굉장히 낯익은 얼굴인데,

전 일본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다. '쿨펀섹좌' 밈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의 친형 

 

📸 | 영화 밖에서는 아이돌 느낌 나는 주연 배우들

나리타 료와 키요하라 카야

사회부적응자와 관찰자로 그려졌던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의 나리타 료와 키요하라 카야는 확실히 배우 아우라가 풍긴다. 특히 모델 출신인 나리타 료는 사진만 봐도 눈에 띄는 존재감

영화: 유리고코로

참고로, 2017년작 [유리고코로]에서 요시타카 유리코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키요하라 카야다

 

🫶 | 감초 이상의 존재감, 아야카 - 유스케 커플

영화 [아파트N동] ❘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의 아야카와 류스케

동급생 커플로 나오는 야마야 카스미(아야카)와 쿠라 유우키(류스케). 분량은 많지 않지만 잔잔하고 좋은 합으로 눈길을 끈다.  이후 이 둘은 2021년 호러 영화, [아파트 N동]에 주연으로 같이 출연한다 (다만 영화평점이 딱히 좋진 않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