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ONICA world: 05 Sept 2009
La Fabrique: Twee Grrrls Club에게 배운 '논다'라는 것
by Groovie (http://electronica.tistory.com)
일본 여행 중 이 날 경험이 상당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여행기처럼 적지만 우선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필자는 일본 클러빙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고 아는 것도 별로 없다. 단지 하루 밤 동경 로컬 클러빙에 대한 느낌 그 자체이지 이 글이 전체 동경 클럽씬이나 La Fabrique 클럽 또는 Vice Party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이 절대로 될 수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이번 여행에서 무언가 주류 클러빙도 경험하고 싶었던 반면 로컬 클러빙 경험도 하고 싶었지만 내정된 도쿄의 주말은 단 하루였고 일본에 가기 전 그 날 파티 스케쥴을 살펴보니 딱히 구미에 당기는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딱 하나 눈에 띄는 Big Name이 있었는데 오사와 신이치였다. 파티 장소는 Womb. 일렉트로 하우스라던지 오사와 신이치가 딱히 땡기진 않았지만 그 쪽 로컬 클러빙 경험이 전무한 한 관광객의 입장에서 오사와 신이치와 Womb 클럽은 꽤 안정적인 선택으로 느껴졌다. 암튼 12시가 조금 넘어 시부야에 도착해 Womb의 문을 여니 이건 뭐 인간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20,30분 정도 기다릴게 아니었다. 뭐 처음부터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아쉽지는 않았다.
이내 곧바로 La Fabrique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이 날 La Fabrique에서는 Vice 매거진 주최 [Twee Grrrls vs Threepee Boys]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로컬 클러빙의 경험을 해보겠구나라는 생각에 잘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거금 3500엔을 지불하고 내려가니 붉은 조명아래 마침 6 명의 발랄한 소녀들이 Djing을 하고 있었다. 우선 들어가자 마자 샴페인 한잔씩을 든다. 비싸지만 Henriot이다. 그리고 바로 병을 바로 따서 부어준다. 와우~!
음악이 상당히 좋다. 필자도 새로운 음악을 많이 찾는 편인데 발표 된지 겨우 1,2주일에서 한달 정도 되었을 법한 음악들이 지속적으로 튀어나온다. 신난다. 근데 이 소녀 DJ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무언가 제 각각에 특이하고 이상하다. 그리고 엉망이다. 하지만 즐겁다. 알고 보니 이들이 바로 (찌라시에서 말하길) 도쿄 인디 클럽씬에서 꽤 주목을 끌고 있다는 Twee Grrrls Club(이하 TGC)이다. 인디 음악과 RIOT/DIY 정신이 모토인 이 팀은 6명의 멤버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음악을 튼다. 서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모양인데 인디팝 (이들의 이름처럼 주로 Twee계열)이 흐르다 갑자기 일렉트로팝이 나오다 갑자기 락이 나오는 식이다. 정신 없다. 곡과 곡 사이의 트랜지션이 엄청나게 불안하다. 비트매칭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부스를 보니 CDJ와 LP가 같이 있었던 것 같다) 더 재미있는 건 겨우겨우 한 곡 넘기면 소리를 지르며 서로들 미친 듯이 좋아한다. 그리고 한 명이 Djing을 하고 있을 동안 나머지 멤버와 스태프들 그 조그마한 부스 안을 꽉 메우고 음악에 맞춰 정말 ‘신나게’ 논다.
여기서부터 뭔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체 파티란 것이, Djing이라는 것이, 논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럴싸한 모토와 스타일리쉬함, 완벽한 코디네이션, 수퍼 디제이 혹은 완벽한 디제잉 스킬, 화려하고 트렌디한 분위기 속에 느끼는 플래너와 클러버의 자아도취… 물론 완벽한 시나리오 속의 멋진 파티 경험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말이 좋을 뿐이지 그 구현을 위한 어려움과 순수성은 거의 이상에 가깝다. 오히려 이런 요인들은 무서운 함정 같은 것들이 아닐까 한다. 단지 이 하룻밤의 TGC 공연을 보며 느낀 것은 바로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논다’는 개념이었다. 논다는 것이 개념적으로 풀이할 수나 있을지 조차 모르겠지만 말이다.
즐겁게만 논다고 모든 것이 엉망이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 열정과 열기가 전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맥락적으로 생각해보면 TGC, Vice, La Fabrique의 우선적인 인지도와 Fabrique-고어들의 이해 또한 그 파티를 즐기게 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이런 활기 넘치지만 ‘엉성’한 디제잉 이후 등장 한 공연의 완성도는 갈수록 높아지며 더 큰 흡입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파티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시나리오를 제공해 그 들이 알아서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보다는 파티를 여는 주최자들 자체가 흥에 겨워 즐겁고 열정적으로 즐기고 노는 것이 파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해서 파티에 온 사람들이 더욱 몰입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랄까? 솔직히 파티뿐 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 있어 ‘스펙’라는 덫에 묻혀 사는 국내 사회의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인 면을 느꼈다.
TGC의 Djing이 끝난 후 TGC의 멤버 Moe와 Yuppa의 2인조 그룹인 Love & Hates의 공연이 펼쳐졌다. Rap/Break/Lo-Fi 사운드가 주였는데 첫인상이 딱 Cibbo Matto의 소녀 버젼이다. 메인 부스 앞에 불안하게 조성된 스테이지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며 인사하자 마자 멤버 한 명이 그대로 머리부터 땅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Moe인 듯싶다) 사고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또 한번 정열을 불태우며 신나게 놀며 모두와 함께 그 밤을 재껴버린다. 이내 곧 유명 Rapper인 Afra가 동반 등장하고 Three Pees Boys를 통해 간만에 Freestyle과 Beatbox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 후 히데키 카지의 Djing과 인디 댄스락 유닛인 Totemrock의 공연이 펼쳐졌는데 이들 또한 상당히 멜로디컬하고 업리프팅한 사운드로 잊을 수 없는 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이번 파티가 전체적으로 힙합 베이스였던 만큼 Dj들의 주 사운드는 덥스텝이었고 중간중간 드럼엔베이스로 덥스텝 특유의 쳐짐의 공백을 채우는 형식이었다. 국내 클럽씬에서 아직까지도 흔하게 들을 수 없는 사운드라 오히려 더 반가웠고 덥스텝과 힙합뿐만 아니라 락, 일렉트로, 하우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하나의 파티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운드를 펼쳐보아야 한다는 의견은 아니다. 다만 ‘이상한’ 미니멀과 수퍼스타 DJ로 일관되는 국내 클럽씬 안에서의 사운드와 분위기적 다양성을 느끼고 싶은 것은 필자 혼자뿐 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라는 것만큼은 말해두고 싶다.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간다면은 그것은 하나의 문화적 흐름이 될 것이지만 따라가기만 한다면 하나의 fed에 그치게 될 뿐이다.
어찌하였건 아침 첫 차가 시작될 때까지 클럽 안에서 버틸 예정이었지만 이젠 나이가 나이인지라 새벽 4시 즘 되니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노인네처럼 이제 비워 져버린 VIP실로 올라가 잠깐 누워있다가 결국 세월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한가지 아쉬움 점은 춤추기 불편해서 큰 카메라를 록커에 집어넣고 작은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갔는데 찍다 보니 메모리 카드를 호텔에 빼두고 왔다는 것 ㅜㅜ. 카메라 자체 내장 메모리로만 찍다 보니 한 5장 찍고 끝. 이 날의 기억을 사진으로 못 담아 둔 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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