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ent 이후 클럽컬쳐 매거진 BLING에 연재되는 새로운 음악 컬럼입니다. 잡지와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혹시 퍼가시게 될 때에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LECTRONICA world: 04 July 2009
Beached! : 한 여름의 사운드트랙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떠나있거나 혹은 아직도 막판 계획에 머리를 싸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여행 속을 시원하게 날려 줄 하우스 및 일렉트로팝 / 인디팝 계열의 사운드트랙 10선을 소개한다. 물론 일렉트로니카 월드 컬럼인만큼 음악들은 불과 몇 개월 안된 따끈따끈 한 놈들이다. 해안도로와 해변의 분위기에 딱 어울릴 사운드 속으로 떠나보자.
1.American Dream (Happy Song) ft. Robyn by Troy This (3:18)
[Indie Pop] 스웨덴의 인디팝/일렉트로팝 스타인 로빈이 피쳐링한 곡으로 깔끔한 업비트의 인디팝 음악으로 설레는 여행길의 초반 부를 장식하기에 딱이다. 데이빗 보위와 티나 터너를 자신의 가장 큰 음악적 영감이라고 말하는 트로이 디스는 미국 출신이지만 세계 최고의 팝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미국을 포함하여) 80년대의 느낌의 전형적인 해피 팝송의 성향을 보여주는 그는 자신의 음악을 모두 무료로 다운로드 제공하고 있기까지 한다.
[Indie pop / Rock] Seven Days a Week 등으로 인기 몰이를 했던 스웨덴의 댄스락 밴드 더 사운즈의 3번째 앨범인 [Crossing the Rubicon]에 실려 있는 음악으로 지금까지의 제작자들과 결별하고 자신들이 직접 투자하고 제작한 첫 앨범으로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전형적이고 솔직한 댄스락 사운드에 드리미한 기타 리프까지 더한 이 곡은 블론디와 B-52’s의 감성이 가득 담겨 있어 초반 여행길의 흥을 더욱 높여 줄 것이다.
[Indie Pop/Art Rock] 2008년 글라스튼베리 신인왕을 수상했고 09년 첫 싱글인 True Romance와 함께 화려하게 데뷔한 영국 런던 출신의 밴드다. 키보드와 보컬 담당인 그와일림 골드의 꺼벙한 매력이 돋보이는 골든 실버즈의 에로스의 화살은 그 옛날 맨체스터 밴드인 스미스와 큐어 등의 향수를 진하게 전해준다. 이제 지루한 현실의 감각이 여행길의 중반에 어느 정도 잊혀질 듯 할 때 더욱 휴가의 순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산뜻한 댄스락 사운드다.
[House/French/Funk] Tracy 레코딩 소속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팀인 Amplid의 곡은 활발하고 동적인 해변가의 분위기를 더할 나위 없이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워낙 많은 리믹스들이 존재하지만 역시 그 중에서도 포스트 프렌치 하우스 움직임을 책임지고 있는 런던보이 루이즈 라 로쉐의 Funky함이 가미된 이 리믹스가 햇살 가득한 해변가에서 듣기에는 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6.How Do I Let You Know by Coeur de Pirate & Le Matos (5:06)
[House/Pop/Synth] 80년대 레트로 하우스를 책임지고 있는 발레리 레이블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Le Matos의 리메이크 트랙으로 09년 초 CBC Radio 차트 1위에 등극하며 모두의 신금을 울렸던 Commes des Enfants의 주인공인 캐나다 여가수 Couer de Pirate가 보컬로 참여했다. 80년대 피비 케이츠 주연의 틴에이지 영화, Private School에서 그녀가 불렀던 음악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잘 표현한 곡으로 환희와 절정의 순간에 어울릴만한 킬러 트랙이다.
[House/French/Funk]프렌치 하우스하면 대중의 기억에 가장 남아 있는 건 아무래도 Lady의 Modjo가 아닐까? 모죠가 그리운 이들에게 크나큰 선물과 같은 트랙으로 바로 모죠의 얀데스탈과 Raw Man으로도 알려진 로메인 서의 09년 새로운 프로젝트가 바로 이 프라이어즈다. 환희의 클라이맥스에서 서정적인 밤하늘로 이어지는 그 로맨틱한 순간에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바칠만한 트랙.
8.Night Vision (Daft Punk Cover) by The Twelves (4:57)
[House/Funk/Chill Out] 다프트 펑크의 디스커버리 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2분도 채 안되는 필러트랙을 가지고 리믹스한 트랙으로 처음과 시작의 엠비언트 사운드는 흡사 트웰브즈가 온 브라질의 시원한 열대아를 떠올리게 하며 세련된 스트링 사운드는 프렌치 하우스가 가진 그 세련됨을 부각시킨다. 아마도 애프터 파티를 향하기 전의 그 허전함과 설레임을 달려줄 수 있는 트랙이 아닐까.
[Pop/Freestyle] 영국 브라이튼 출신의 팀으로 80,90년대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이들은 불과 16~17세에 불과한 어린 소년/소녀들이다. 특히 이 트랙의 경우 90년대 프리스타일 음악만이 가진 그 로맨스와 댄서블한 요소가 깜찍할 정도로 잘 담겨 있는 트랙으로 늦은 밤 가벼운 인하우스 파티음악으로 너무나도 잘 어울릴 것이다.
10.The Ocean, The Sand, The Lorenzo by The Telephones (7:18)
[House/Chill Out/Electro] 항상 분위기가 여물어져 가면 집단에서 모래 사장으로의 연인들끼리의 집단 탈출이 시작된다. 밤 바다와 모래 사장, 그 들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의 분위기에 어울릴만한 칠 아웃 트랙으로 트로피칼 사운드가 특징인 노르웨이의 텔레폰즈의 트랙이다.
[House/Electro/Synth] 발레리 레이블의 간판 스타 중 한 명인 피어오브타이거즈의 가장 아름다운 트랙 중 하나로 해변의 새벽을 지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느끼는 그 감동의 순간에 너무나도 어울릴 것 같은 트랙이다. 이 음악의 다른 버전은 트랜스 팀인 4 Strings의 Turn it Around다.
12.Gateaux Blaster (Jesus Juice Edit) by Futurecop! (4:55)
[House/Electro/Synth] 이젠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의 트리뷰트가 될 수밖에 트랙으로 87년 발표된 Bad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Man in the Mirror의 보컬이 Futurecop!의 Gateaux Blaster와 절묘하게 블렌딩 되었다. 여행의 대단원을 마감하며 돌아오는 길의 그 아쉬움과 허탈함을 달래줄 단 하나의 트랙!
번역된제목만보고는쓰레기영화취급당하기쉽다. (어떤관점에서는풍자와조롱이라는측면에서섹스아카데미라는제목도뭔가의미가있을듯하지만) 어쨌든 99년 [American Pie]가기존미국틴영화에대한새로운방향성을제시했다면 [섹스코미디]는원제가시사하듯기존틴영화의공식을따르며지금까지나온걸작틴영화들에대한치밀한패러디설정을통해조롱과오마쥬를동시에바친기념비적작품이다. 영화만큼사운드트랙도걸작이다. 존휴즈와브랫팩으로대변되는틴영화의르네상스가 80년대였던만큼 Soft Cell, Depeche Mode, New Order, The Cure, The Smiths, a Flock of Seagulls, Nena 등대표뉴웨이브음악들이 The Smashing Pumpkins, Muse, Marilyn Manson 등과같은(2000년)동시대를대표한락밴드에의해커버되며또다른맛을제공한다.
참고로영화의전체적설정은 [She’s All That]과 [10 Things I Hate about You]를따르고있다.
Prom Night 음악 Scene
웃긴 장면 모음
퀸카로살아남는법 Mean Girls, 2004
제목은유치하지만원작인 [Queen Bees and the Wannabes]를토대로여고생들의생활속에존재하는그‘무시무시’(?)한감성을잘풀어낸작품이다. 소위학교에서‘잘나가는’ 퀸카클릭, 클릭의구성체계그리고멤버들사이에서의묘한갈등관계의전개와끔찍한복수는 80,90년대틴영화의전설인 [클루레스]와 [헤더스]를연상시킨다. 또한아역시절과파티걸의이미지만요란했던린지로한을새로운틴무비퀸으로만들어준그녀의대형출세작이기도하다.
사운드트랙은아주뛰어나진않지만 80년대틴영화의향수를불러일으키듯뉴웨이브스타블론디의 One Way or Another가지속적으로흘러나오며영화속중요한트랜지션내러티브를이어준다. 또한락음악이지배적이었던틴영화사운드가점차Urban과 Club 음악분야도적극적으로품기시작하는움직임을엿볼수있다. (비록이영화가처음시도한것은아니지만) 특히틴영화의피날레는주로드럼과기타사운드로시작되는락의전유물이었지만이영화의엔딩에흘러나오는음악은바로 80년대말레이브문화의 Anthem 이나다름없었던 Orbital의 Halcyon On & On이다.
이마법의요인은크게두가지다. 바로독립적이고자주적인‘16세여성’인주노를연기한엘렌페이지의열연과당해보지않고서는누구도이해할수없을 16세소녀의절망, 두려움, 희망, 감성등을가슴에후벼파듯대변하며영상과절묘하게블렌드되는포크/인디팝/락사운드트랙이다. 특히감독은음악선정에있어엘렌페이지의의견을많은부분수렴했고결과는영화전체의엠비언트적내러티브를책임진싱어송라이터킴야도슨의참여였다. (엘렌은또하나의싱어송라이터인캣파워의 Sea of Love 커버를추천하기도했다.)
주노라는캐릭터의감성을찾아내기위한엘렌페이지와라이트먼감독사이의창의적이고열린‘대화’의느낌은영화중간소닉유스의카펜터스커버에대한주노와마크간대화속에서잘나타난다. 이는영화속의또다른이야기로음악에대한내러티브를즐길수있는씬이기도하다. 이밖에흘러나오는 Belle & Sebastien, Yo La Tengo, The Velvet Underground 등의음악들은관객을더욱주노에게몰입하게만든다.
사운드트랙또한기존틴영화에서많이보여주던락음악의포션이크게줄어들고요즘세대들에게많이어필하고있는 Rihanna, DJ Feddie Le grand, Nelly Furtado, NYPC, Girls Aloud, Sophie E. Bextor, Timabland, M.I.A 등의어반, 클럽, 팝댄스음악으로채워져있어동시대십대들의음악취향도함께변화하고있음을시사하고있다.
[퀸카로살아남는법]의 the Burn Book과소녀들의콜라쥬앨범을떠올리는엔딩장면과왕년의섹시스타나타샤리챠드슨을만날수있는것도영화의묘미중하나 ^^.
PVUW 이후 클럽컬쳐 매거진 BLING에 연재되는 새로운 음악 컬럼입니다. 잡지와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혹시 퍼가시게 될 때에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Ambient: Film and Electronica 01: 1 Giant Leap 2008년 10월자
Electronica & Ambient
일렉트로니카는 90년대 중반 하향세를 보이던 팝과 락에 대한 대안으로 급부상한 테크노 음악과 레이브 문화의 하입 조성을 위해 미디어가 만들어낸 단어다. 보통 일렉트로니카라고 하면 ‘뿅뿅’거리는 음악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아마도 국내 미디어가 깊이 없이 만들어 내는 유행어처럼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장르적으로 굳이 분류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뿅뿅’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속한다.) 일렉트로니카는 비록 미디어 하입으로 태어났지만 테크노, 하우스, 트립합, 덥, 칠 아웃 등의 음악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매력과 참된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ELECTRONICA
전자/전기적 행위에 의해 태어난 음악은 모두 일렉트로니카라고 (필자는 굳이 일렉트로닉 음악과 일렉트로니카를 따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가정했을 때 CD나 레코드에 입혀져 나오거나 라디오 전파, 인터넷 선을 통해 듣게 되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일렉트로니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범주를 보편화 시키다 보면 사실상 일렉트로니카라고 해 봤자 말할 거리가 없어진다. 전기와 전자가 생활의 필수인 우리 문명이 듣고 있는 모든 소리와 음악은 일렉트로니카 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전기가 없었던 아주 오랜 시간 전의 음악, 예를 들어 아프리카 토속 민족이나 원시인들의 의식에서 쓰이던 노래나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서 (스피커 없이!) 라이브로 듣던 교향악단의 심포니 등은 일렉트로니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일까? 일단 위의 가정을 따른다면 일렉트로니카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시대와 문명에 주어진 자원과 도구를 통해 만들어낸, 바로 그 시대와 문명을 표현하는 음악이며 소리라는 점이다. 토속 원주민들은 그들이 가진 목소리와 돌멩이, 나무 등을 사용해 신과 자연을 숭배했고 클래식 음악가들은 스트링과 나무, 금속 등을 사용해 아름다운 관현악과 브라스 소리 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전기를 발견하고 전자의 기술이 발달하며 우리는 저장매체에 음악을 담아 듣기 시작했고 곧 그 것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실험하며 새로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냈다.
마침내 디지털 시대에 돌입한 우리 문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라는 엄청난 위력의 저장매체와 응용체제를 통해 더 많은 소스를 확보하고 더 많은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 그 때 그 때 주어진 문명의 발명과 자원을 모아 이리저리 조합하여 구현하는 점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일렉트로니카란 이 시대를 표현하는 우리 문명의 소리라는 더욱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성도 있다.
여기서 잠깐 컬럼의 제목인 엠비언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엠비언트란 단어도 일렉트로니카만큼이나 의미에 대한 혼란도 많고 쓰여지는 관점도 다양하다. 길게 설명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말해 엠비언트는 공간, 환경의 소리/음악이라 말하고 싶다. 엠비언스를 느낀다는 것은 소리를 통해 그 공간감과 환경을 느낀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좁은 공간의 계단에서 또각또각거리며 내려오는 걸음 소리를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공간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통해 당신은 그것이 여성이라고 연상할 것이고 더 나아가 구두의 굽을 느끼고 구두의 소리가 계단과 벽을 부딪히며 울리는 진동을 통해 그 공간자체의 여러 ‘성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엠비언스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1 Giant Leap
전 세계 5개 대륙의 18개가 넘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담은 각각의 음악과 영상을 ‘다양성에 의한 조화’라는 개념 안에서 다룬 [1 Giant Leap (위대한 도약)]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엠비언트와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잘 풀이해주고 있다. 생각해보자. 6개월 간 18개의 도시를 돌며 노트북 컴퓨터 안에 담아낸 소스를 가지고 만들어낸 하나의 멀티미디어 작품이란 점은 디지털 시대가 제공하는 모바일과 멀티미디어 도구를 사용해 전 세계 인류 문명의 소리를 하나의 음악과 영상으로서 담아내려 한 진정 일렉트로니카적이고 엠비언트적인 위대한 모험이자 실험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1 Giant Leap은 진정한 Mash-up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던칸 (음반 프로듀서)과 제이미(그룹 Faithless의 멤버)라는 두 음악인이 만나 인류의 다양성과 조화를 음악을 중심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되었다. 서양 문명의 관점은 너무 좁고 개발주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들의 초점은 자연스럽게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같은 제 3세계로 이어졌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던 시절이었던 만큼 휴대기기들을 통한 ‘모바일’ 환경을 극한까지 활용해 보자며 둘은 의기 투합했고 이내 기나긴 여정에 필수가 될 모바일 믹싱 스튜디오 환경을 구현했다. 모든 영상과 믹싱의 중추 역할을 할 G3 매킨토시 파워북, 그 안에 설치된 로직 오디오 프로그램, 5개의 헤드폰, 마이크, Emu 샘플러, 코르그 프로페시를 포함한 몇 대의 신디사이저,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 등을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기나긴 여정을 떠난 것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들의 방식은 간단했다. 이메일을 통해 자신들이 생각해 놓은 각 나라의 아티스트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그 아티스트들의 성향과 프로젝트의 개념에 따른 아주 기본적인 음악 샘플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한 아티스트를 만날 때마다 그 음악 샘플을 들려주고 그들이 이에 반응하는 것을 다시 랩탑 안에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나라의 아티스트는 던칸과 제이미가 준비한 음악 샘플에 얹어진 그 전 아티스트의 사운드를 듣고 다시 즉흥적으로 그 만의 사운드를 얹는 방식이었다.
중간중간 아티스트의 성향과 영감에 따른 새로운 발견에 따라 과정 안에서 새로운 샘플이 태어나거나 수정되거나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의 스튜디오로 돌아와 이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과정은 준비되었지만 지극히 즉흥적이고 창발적인 결과물을 나았다. 새로운 발견 후에 떠오르는 또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 스튜디오에서 일괄적인 작업으로 구현되는 일종의 장르 같은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음악이 아닌 전 세계가 참여하는, 전 인류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원래 음악 구현만을 염두 해두었던 제이미와 던칸은 스폰서의 조언에 따라 영상작업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뮤직비디오도 아닌 것이 다큐멘터리도 아닌 애매한 멀티미디어 작품을 원했던 이들의 영상을 보면 개념부터 음악과 영상까지 싱크로나이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에 맞추어 나오는 영상은 당시 아티스트들이 실제로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던 그 순간이며 시간, 대립, 섹스, 하느님: 믿음, 신성모독, 화합), 영감, 행복, 돈, 가면, 죽음이라는 각각의 테마를 통해 각 분야의 학자, 철학자, 연예인, 아티스트 등이 생각하는 테마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인터뷰와 함께 매쉬업 되어 있다. 더군다나 CD-Rom/DVD라는 선택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구조 (이 또한 너무나 일렉트로니카적인 Loop의 요소다!)로 이루어져있다.
하이피델리티의 음질과 HD의 깨끗한 화질만을 추구하는 리스너와 뷰어를 충족시키기에 이 작품은 음질과 화면 구현 면에서는 열악함을 극복할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아마추어’의 사운드 시스템과 영상장비 때문이다. 하지만 엄청난 소음과 잡음이 들어가있던 샘플들을 가지고 편집한 이 작품은 오히려 기술이 곧 감동을 전해주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간단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그들이 말하는 테마에 대한 생각은 음악과 영상의 떨어지는 스펙 상의 ‘질’만큼이나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전해주지도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측면도 많다. 하지만 많은 에너지와 집중을 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나가며 들으면 한번 멈추고 음미해 봄직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인터뷰들은 간간히 음악과 함께 오버랩이 되며 일종의 꼴라쥬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듯하다. 꼭 DSLR을 가져야만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스펙이 다는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음은 물론이고 진정한 디지털 유목민의 요소를 활용한 이 경험을 자산 삼아 2002년 그들은 또 다른 주제를 가지고 1 Giant Leap의 시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티벳 탄압에 항의하며 올림픽 보이콧을 할 듯했던 각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저마다 꼬랑지를 내리고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러시아에서는 민족갈등이 빚어낸 전쟁이 일어났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인류의 화합이라는 올림픽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거의 6년이 지나 다시 들춰보는 1 Giant Leap이 시도한 ‘다양성을 통한 인류의 조화를 음악을 통해 구현해본다’라는 실험과 지금의 올림픽은 사뭇 비교가 된다.
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에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PLUR & Vibe Upon the World 09: P2P의 추억 그리고 MP3 블로그까지…
살면서 한 차례 인생의 폭풍이 지나갈 당시엔 정신이 없어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남는다. P2P 관련 공유 프로그램의 붐 또한 인터넷 역사에 많은 추억을 남겼을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문득 이제 사용하지 않는 p2p의 개인적인 추억이 떠올라 몇 자 끄적거려 본다.
Kazaa, StreamRipper & Digitally Imported.com Radio
P2P 프로그램에 빠져 새로운 음악세계를 발견해가던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절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사용하던 P2P 프로그램이 카자(KaZaa)다. 영화 십계명 중 모세가 험난한 바다 한 중앙을 뚫어 내듯이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공유'라는 엄청난 '길'을 뚫어준 냅스터(Napster)의 몰락 이후 가장 많이 애용 되었던 카자! 어디선가 신보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그 제목을 쳐보면 항상 누군가 적어도 1 명씩은 그 파일을 올려 놓았다 (아주 감사하게도). 카자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쪽지' 기능이었다. 요즘 쪽지 기능 없는 사이트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 당시 내게 '쪽지'기능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어느 정도 보관함에 음악이 쌓이게 되면 그 특정 유저에 대한 음악적 취향을 가늠할 수가 있게 된다. 그 후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적으로 쪽지를 보내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도 전 세계의 몇 명의 유저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몇은 메신져까지 등록해 놓고 활발한 정보 공유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한나라는 독일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몰피어스Morpheus (카자의 전신 격)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이 친구를 통해 독일 내의 언더그라운드 인터넷 음악 채널이나 DJ들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며 신기한 것은 그 당시 우린 서로의 얼굴, 연락처도 몰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로의 나이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 우리가 의례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처음 물어보는 것들이 이 세계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니 유저들이 나에게서 다운로드 해가는 횟수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큰 맘먹고 산 나의 새 데스크 탑은 불과 몇 달 만에 털털거리는 달구지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게 P2P의 마력에 빠져 있던 어느 날 또 하나의 메가톤 급 프로그램이 나를 찾아 왔다. 이름하여 스트림립퍼StreamRipper. 말 그대로 윈엠프를 통해 인터넷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을 통째로 '다운로드'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녀석이 가진 막강한 기능은 혼자 알아서 특정 mp3의 처음과 끝 부분을 감지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었으니 50분을 틀어 놓고 있으면 5분짜리의 통짜 mp3 파일이 아닌 50분 분량의 mp3 파일'들'이 제목, 아티스트의 정보와 함께 나의 폴더에 정리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라디오는 바로 1999년 트랜스 단독 채널로 개설된 디지털리임포티드 라디오(DI FM)였다. 스트림 리퍼가 나왔을 때 즘 DI 라디오 채널은 트랜스에서 하우스, 하드 하우스 등으로 다양한 채널로 늘려가며 스트림리퍼와 카자가 장착된 컴퓨터와 잠들지 않는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mp3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며 상당 수의 유저들이 (나 또한) p2p를 떠났다. 2,3세대 p2p 시절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 밖에도 오디오 갤럭시나 소울식 같은 p2p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002년에 시작된 소울식 같은 경우 p2p의 바람이 빠진 지금에도 심심치 않게 활동하는 유저들을 꽤 볼 수 있을 정도로 음악 매니아 층들을 형성한 p2p로 유명하다.)
Music Services
뒤늦게 발끈한 음악 산업체들은 끊임없는 저작권 관련 소송을 걸어 왔고 p2p 공유에 대한 바람은 어느 정도 잠 재운 듯싶었다. 하지만 한번 인터넷을 통한 음악 유통의 맛을 본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음악 산업 시스템이 필요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음반 구입과 TV나 라디오를 통한 음악 감상 체제로는 음악 산업 또한 비참한 결말을 맞을 것은 뻔한 현실이었기에. 따라서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는 다양한 음악 서비스 세계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중 판도라와 라스트 에프엠을 소개한다.
Pandora는 현재도 진행 중인 Music Genome Project의 하나인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MSN 라디오가 바로 이 판도라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좋아하는 특정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바탕으로 리듬, 싱코페이션, 토날리티, 하모니 등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는 형식이다. 이는 음악을 분석하는 특정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끼리 모여 분담하여 하나하나의 음악을 분석한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런 노가다 데이터 베이스의 구현은 정말 존경하다 못해 경악할 만하다. (단, 클래식 음악은 없다)
Last.FM은 이젠 제법 사용자도 많아지고 그 인터페이스도 많이 발전한 대표적인 웹2.0형 맞춤형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판도라와 비슷하게 사용자의 음악적 취향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판도라가 특정 아티스트나 음악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라스트 애프엠은 사용자가 청취하는 음악들을 분석하여 좋아할만한 취향의 음악을 추천해 줌은 물론이고 비슷한 성향의 유저들을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물론 라스트 에프엠에 더욱 많은 자신의 정보를 올릴 수록 시스템이 분석하기 편하다.)
Hacking
유저들이 많은 프로그램에는 그에 따른 여러 해킹 프로그램도 곧 출몰하게 된다. 마이 스페이스도 한창 이 때문에 골치를 썩힌 것으로 안다. 그리고 물론 위에 소개한 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여러 유명 뮤직 서비스들의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많은 해킹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또한 구글에서 특정 코드만 입력하면 손쉽게 다운로드 가능한 음악 정보를 알아 낼 수도 있다. 여기서 그 이름들과 방법은 굳이 소개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영원한 딜레마인 것은 분명하다. 해킹 툴은 아무리 목을 잘라내도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인터넷 세상의 히드라의 머리와 같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아홉 머리를 가진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잘라냈을 때 바로 두 개의 머리가 재생되었다고 한다.)
MP3 BLOGS
말 그대로 뮤직 포스팅 블로그다. 블로거들이 특정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운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 이야기와 음악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물론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p2p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는 방식을 취하는 것에 반해 이는 블로거가 추천하는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취한다. 그리고 이들은 항상 저작권에 침해되는 경우 음악을 내리겠다는 메시지와 이 음악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를 항상 마련해 놓는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100%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들이 포스팅 하는 음악들은 대부분이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홍보 효과가 많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인디 밴드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이들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Pitchfork에서 발굴해 이제는 락 음악계의 미래가 되어버린 캐나다 출신 밴드 Arcade Fire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음악 블로그는 Pitchfork일 것이다.) 2003년 즈음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이 MP3 블로그들은 이제 수천 개가 넘으므로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Mp3 블로그의 시초로는 스테레오검Stereogum과 플럭스 블로그 Flux Blog가 유명하다.
내가 유럽 어느 도시의 작은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한국 내 방안에서 지중해 너머의 실력 있는 신예들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인터넷 세상과 MP3 블로그들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이 블로그들에도 저작권 관련 외에 문제들이 많다. 이러한 블로그들이 많아 지며 이젠 세계 음악 영역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항상 필자가 외치는 것이다. 쪽수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정치적으로 변한다는) 위에 언급한 피치포크Pitchfork같은 경우 그들의 리뷰 한마디 한마디가 아티스트와 산업계에 큰 힘을 불어 넣을 수도 있고 한 순간에 망쳐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싸구려 저질 대중 음악들이 판치는 상황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 블로그들의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인터넷을 통해 음악 정보를 얻는 경우 음악적 트렌드가 이들 위주로 난폭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스트 펑크, 일렉트로카 류의 음악 장르를 다루는 Bigstereo, Fluokids, Acid Girls, Palms Out Sounds등을 들 수 있다. (팜즈 아웃 사운드의 경우 정기적으로 베이스먼트 잭스나 다프트 펑크등의 유명 하우스 아티스트들이 리믹스한 원곡들을 찾아 올리는 등 인기 상승세에 있다) 이 인기 블로그들은 비슷한 취향의 음악을 제공한다. 바로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Kitsune, Ed Banger 레이블 등의 신종 French House 사운드다. (물론 100% 프랑스 사운드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들 음악은 1996년 즈음 시작되어 눈길을 끈 Daft Punk의 사운드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기존 프랑스 하우스 특유의 (밥 싱클라 등) 세련되고 깔끔한 사운드와는 정반대로 퇴폐하고 거친 데스 디스코Death Disco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블로그들은 서로간의 과열 경쟁에 의해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시기상조의 음악 유출 등으로 인한)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라도 특정 블로그들을 통한 정보에 치우치다 보면 이른바 이들이 ‘밀고 있는’ 특정 소재의 레이블이나 사운드가 정말 대세인양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미는 음악 성향이 대세일 수 있고 가장 새로운 사운드일 수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이들의 음악을 제공받고 있는 네티즌들, 또 이들의 음악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클러버들 (포스트락 음악의 영역도 마찬가지다)이 자신의 음악적 주관성과 객관성 모두를 상실하는 ‘다양성의 부재’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NME지가 Nu Rave 장르를 선포했을 때 발끈 했던 이 블로그스피어를 보며 어쩔 때는 이들의 의견에 수긍하면서도 그 안에서 대형 미디어 시스템을 향한 그들의 불필요한 정치적 간섭과 견제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때가 요즘 Web 2.0 운운하며 인터넷 세상의 진정한 민주화를 외치는 ‘우리들’의 ‘간섭’이 진정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개개인의 음악적 성향과 감수성은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는 질이 낮은 음악을 듣고 누구는 질이 높은 음악을 듣는다고 단순히 정의 내리기도 힘들며 서로를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무엇도 나로 하여금 ‘음악 좀 들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없다. 나, 개인의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감성을 건드려 줄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고 간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진정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담겨 있는 ‘쌔끈한’ 내 생애 최고의 플레이 리스트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클럽 컬쳐 매거진블링에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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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r and Vibe Upon the World 06: Coachella will Rock You07년 3월자
1999년에 시작된 코첼라는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인디오 사막을 주 무대로 열리며 모하비, 사하라 등 음악에 따라 여러 텐트들로 나뉘어 찌는 듯한 더위를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날려버리는 '가장 잘나가는 '전 세계적인 대규모 음악 축제다. 우선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코첼라는 옛날 우드스톡이나 글라스튼베리 음악 축제들과는 달리 상업적 목적이 우선인 행사다. 1일 입장료 약 90 불 (대략 10만원으로 잡아주자), 3일을 계속 즐기고 싶다면 약 300불 가까이 들어간다. 물론 입장료에 한해서 만이다. ( 세금 계산도 해주는 센스를 발휘하자) 생각을 해보자. 사막에 버스나 지하철이 들어간다는 말 들어보았나? 필자도 들어본 적 없다. 즉 대중교통 수단은 차단 되었다는 것. 그리고 캠핑을 하던 호텔에서 자던 3일 간 묵을 곳은 필요할 것이다. 새벽 사막의 매서운 추위에 얼어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행사는 매일 오전 11시에 시작해 밤 12 시에 끝난다) 또 아침은 거른다 쳐도 이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온갖 열정을 내뿜으려면 (약 6만의 인파와 100개의 밴드 및 아티스트들) 적어도 점심 , 저녁은 챙겨 먹어야 할 것이며 더위와 싸워 이기기 위해 자주 물도 마셔줘야 할 것 이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사막이라는 지리, 기후적 특성을 이용해 음식과 물 값은 분명 그 질에 비해 비싼 값을 받을 것은 눈에 훤하다.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지 하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지 모르는데 참고로 외부 음식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 점점 예산 측정이 희미해지지 않는가? 더군다나 외국에서 날아가는 하드코어 파티고어라면 비행기 값까지 더해주는 센스. 벌써 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 즈음에서 포스터의 라인업을 봐주시길 바란다 . 돈과 시간이 없다면 하염없이 바라만 보며 침만 질질 흘릴
밖에 없다. 너무 많아 세어 보지도 않았지만 약 100개의 밴드 및 아티스트의 리스팅을 보고 유혹을 떨쳐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파티를 즐긴다면 말이다.) 글자 크기가 큰 순서부터 행사에서의 아티스트의 중요도가 높은데 자세히 보면 제일 작은 글씨로 써진 아티스트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혼자서도 대규모 행사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고로 이런 라인업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 말 그대로 '슈퍼 울트라 급 초 대박 '이다. 국내 10대 가수 가요제? 그 옛날 '그날이 오면'축제? 일본의 홍백전 ? We are the World? 무엇 하나도 코첼라의 라인업에 잽도 안 된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항상 삶의 중력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이 비정한 현실을 뒤로하고 필자가 가이드가 되어 여러분을 4월에 열릴 2박 3일의 2007년 코첼라 축제로 미리 인도해 보려 한다. (원고는 코첼라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에 쓰인 것입니다 ㅠㅠ)
Headliners: Rage Against Machine의 재결합과 헤드라이너들에 대한 문제점들
문젯거리부터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 리스트에서
'헤드라이너들만'읽어 보자. 잠깐 혼란스럽지 않은가 ? 비욕, 레이지, 레드핫칠리, 해피먼데이 등 대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90년대인가?이게 이번 코첼라가 시작하기도 전에 비판 받는 이유 #1이다. 진짜로 작은 글씨를 보지 않는 이라면 아주 오래 전에 열렸던 행사로 착각하는 이도 간혹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른바 '요즘'주목 받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노땅들의 헤드라이닝은 달갑지 않다 . 이 중에서도Red Hot Chili Peppers의 둘째 날 헤드라이닝은, "Aerosmith는
어따 두고 왔냐?"라는 등 실제로 수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골수 팬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그래서 다시 한번 이들이 얼마나 노땅인지 생각해보더니. 이들은 2009년이면 벌써Rock 'n ' Roll Hall of Fame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물론 오래된 밴드의 등장은 욕을 먹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울 것 없고 주류와 상업에 찌들대로 찌든 이들을 헤드라이너로까지 등극시켜버린 코첼라의 처사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는 RHCP보다 더 큰 폭탄 요소가 존재하고 있으니 바로 2007 코첼라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예상되는 Rage Against Machine (이하 RATM)이 등장하는 마지막 날이다
. 물론 1999년부터 코첼라의 라인업을 찬찬히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 결코 2007년의 라인업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 사건'으로 전 세계 매스컴이 코첼라를 'the Next Woodstock'에 비교하며 주목하고 있다 . 이 점은 바로 RATM의 힘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영원한 좌파를 자칭하는 RATM 또한 지난 몇 년간 그들이 뜸한 사이 부시 정부가 미국을 망쳐놓은 것을 괘씸하게 생각하며 정치적 '어퍼컷'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가 가본적도 없는 이 코첼라가 걱정되는 것은 바로 RATM의 광 팬들로 인한 행사 엣모스피어의 붕괴다. 분명 상당수의 표가 RATM의 광 팬들에 의해 팔려나갔을 것이고 많은 코첼리안들이 이들 때문에 2007 년 행사를 포기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야담 하나. RATM 팬과 아닌 팬들로 나뉘기 십상인 이번 행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 이전에 더 큰 해프닝이 있었으니 그것은 스팅이 몸 담았던 그룹The Police의 코첼라 재결합 설이었다. 에로스미스는 참아도 폴리스@코첼라는 목숨 걸고 반대하겠다던 전 세계 블로거들 …이 루머는 코첼라에 참여할 캐나다 락 그룹, Tokyo Police Club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왜 ? 이름이 비슷해서 ^^ㅋ)
업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으로 실패했다. (2000년엔 금전사정으로 열리지도 않았다) 2001년에 다시 열리게 된 코첼라 행사도 금전적 사정으로 벼랑에 놓일 지경이었지만 코첼라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꿔 놓을 획기적인 기획을 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Jane 's Addiction의 재결합 @ 코첼라' 였다. 이 행사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2002년부터 전 세계적인 음악 축제로 인정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특정 밴드의 재결합은 일종의 코첼라의 전통이 된 것이다. 코첼라에서 다시 만난 그룹들을 열거
아마도 이런 음악 행사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란 왕년의 히트곡을 다시 듣는 것도 있겠지만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보를 듣는 것이 아닐까 한다 . 이런 신보를 들려줄 것 같은 밴드들을 한번 봐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코첼라 2002에서 헤드라이너로서 4 개월 임신을 무릅쓰고 투혼을 불살랐던 비욕 Bjork의 신보다. 힙합 프로듀서인Timbaland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배경의 프로듀서들과의 작업으로 초미의 관심사인 이번 신보가5월 달 발매를 앞두고 이번 행사에서 그 베일을 벗을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Timbaland가 건네 준 힙합 트랙을 비욕이 자체적으로 또 다른 레벨로 승화시켰다는데 인터넷에 벌써 심심치 않게 흘러 다니고 있다니 조바심이 나는 분들은 직접 찾아 보시길. 비욕은 코첼라를 필두로 8월까지 글라스튼베리 등 영국, 덴마크, 폴란드 프랑스 투어를 돌게 된다.
든 이의 귀를 녹여버린 프렌치 듀오, Air또한 3월에 "Pocket Symphony"라는 신보를 앞두고 유럽, 일본, 미국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코첼라 첫날 공연을 장식할 Pulp의Jarvis Cocker와 함께 작업한 트랙이 있다 하니 Air 공연 예정일인 일요일에 하비스가 다시 깜짝(?)출연을 해줄지도 모른다.
위한 라인업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Willie Nelson, Earl Scruggs와 Nickel Creek등이 블루 그라스 음악을 선보이게 되는데 여기서 블루 그라스 장르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 우선 컨츄리 음악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특히 Nickel Creek의 경우, 블루그라스 장르를 인디 락 레벨로 승화 시킨 밴드로 유명한데 , 이번 코첼라 축제가 그들의 마지막 무대로 보여짐으로 의미 심장한 공연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Comedians of Comedy가 스탠딩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 이들을 소개하자면 스탠딩 코미디계의 펑크 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스탠딩 코미디계의 크라잉 넛? (^^ㅋ)
Folk로 넘어가면 아일랜드 싱어 송라이터 Damien Rice가 눈에 뜬다. 최근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콘서트 장에서의 사진촬영이 전 세계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는데 2006년 토론토 콘서트에서 다미엔 라이스는 'I Remember'를 부르며 관객들에게 모두 디지털 카메라를 끄고 모두가 하나되어 공연을 관람하는 옛날의 시간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 (코첼라에서는 디지털 캠코더의 반입이 금지되며 비상업용 사진 촬영만 가능하다.)
포스트 펑크의 영원한 전설 소닉 유스 Sonic Youth는 (이젠 어엿한 아저씨 아줌마들이지만) 전자 음악 100년사를 해석한 더블앨범을 내놓더니 'Do You Believe in Rapture?'가 2006 년 최우수 뮤직비디오로 선정되는 등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준다. 이 외에 또 하나의 거물은 바로 Arcade Fire (No cars Go Live). 데이빗 보위에게 인정받고 , 2005년 캐나다판 타임지를 장식하고, Coldplay는 그들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라고 칭송했다. 한 유명 블로그는 부상 투혼을 무릅쓰고 이 세상 마지막 공연인양 최고의 열정을 쏟아 부으며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지나치던 이들을 끌어 모아 15000 명을 상대로 보여준 그들의 2005
년 공연을 코첼라 최대 하이라이트로 기록한다. 락 사운드 관련해We are Scientists가 불참 의사를 밝혀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지만 Kaiser Chiefs, the Decemberists, Placebo, Interpol등이 가세하여 Post Rock과 Post Punk 사운드를 선사하며 락은 아직도 살아있음을 알릴 것이다 .
R&B, Hip Hop
먼저 R&B에서는 두 명의 브리티시 여전사들이 눈에 띈다. 2007 년 브릿 어워드 베스트 앨범 노미네이션과 최우수 여가수 상에 빛나는 Amy Winehouse!마약과 술에 찌든 퇴폐하고 폭력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녀지만 그녀만이 가진 허스키한 보이스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 설마 이번에도 술에 취해 무대 위에서 토하고 뛰쳐나가 버리지는 않을는지 심히 걱정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Love is a Losing Game'와 'You Know I'm No Good'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Lily Allen.
그녀의 소개는 야담으로 대신한다. 음악과 영상의 절묘한 싱크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Nouvelle Vague의 'Dance With Me'란 트랙을 필두로 최근 50,60 년대 영화를 떠올리는 듯한 영상의 뮤직 비디오가 많이 나오는 추세다. 어떤 것들은 직접 옛 영화에서 차출한 것도 있고 일부로 그런 식으로 찍은 것들이 있다
. 후자에 속하는 것 중 하나가 Lily Allen의 'Littlest Things'인데 이 경우 미장센에서 프랑스보다는 미국적인 냄새가 강하다 . 간단한 박스로
만들어진 빌딩과 가로등 앞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외롭게 서있는 앨렌의 애처러운 보이스가 인상적인 이 뮤직 비디오는 어디선가 벅시 Bugsy로 분장한 워렌 비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어쨌든 릴리 앨랜이 관심을 끈 지는 꽤 오래된 얘기인
데 미국의 네이버 붐 격인 야후 버즈로그에서 뒤늦게 그녀를 다루며 열광한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 야후 검색을 통해 모두들 그녀를 검색하고 있었지만 정작 야후 측에서는 지금까지 그녀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이 밖에 Hip Hop 부분에서는DJ Shadow를 비롯하여 Brother Ali, EL-P, Bus Driver, Peeping Tom 등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얼터너티브 힙합 사운드를 선사할 것이다.
기타 사운드와 Fat한 일렉트로 사운드로 무장한 MSTRKRFT를 (Street Justice MV) 강력 추천한다. (Master Kraft 마스터 크라프트라 읽는다) 그들은 그룹 이름에 걸맞게 완성도 높은 완벽한 사운드로 생김새 또한 60년대 히피를 연상 시키는 등 모든 면에서 범상치 않다. 이번 코첼라 DJ set 중 Junior Boys, Digitalism과 함께 가장 신선하고 파워풀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lectro Pop/ Dance Punk / Nu Rave
철저한 뒷골목 라틴 빈티(?)로 무장한 한 명의 아저씨와 5명의 귀여운 말괄량이 아가씨들로 구성된 CSS (Cansei De Ser Sexy)는 듣는 이로 하여금 방방 뛰어다니게 만드는 브라질 일렉트로 펑크 사운드를 선사한다. 비스티 보이즈 멤버인 Adam K의 부인이자 커트 코베인의 옛 여인 캐슬린 하나 Kathleen Hanna의Le Tigre의 사운드와 열정적 공연을 그리워하는 코첼리안들에게 그 공백을 시원하게 채워 줄 것이다. (또 야담 하나 . 캐슬린은 특히 코베인에게Smells like Teen Spirit을 만들게 한 장본인으로도 유명 하다. 코베인에게 암내가 난다며 남겨놓은 캐슬린의 메시지를 코베인
은 자신이 젊은이들의 영혼이다라는 메시지로 착각하고 이 곡을 만들었다 하는 소문이 있다.) 또한 지난 호 Nu Rave 관련 컬럼에서 언급했던Klaxons는 이번 코첼라의 숨겨진 다크호스로 손 꼽힌다
. 항상 그렇듯이 미국에서 열리는 이런 대규모 음악 행사에는 항상 브리티시 콘보이라 하여 (British Convoy) 영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이 끼게 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번엔 Klaxons가 The Artic Monkeys(Post Punk), Jarvis Cocker (Brit Pop)와 함께 영국 사운드의 자존심을 살릴 무거운 짐을 소화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발광이라고 표현할 만큼 열정적인 공
연으로 유명한 2006 NME 선정 최고의 싱글 'Over and Over'의 Hot Chip,영화 '부시맨'에서 따온 것으로 구글에서 가장 검색하기 어려운 이름의 밴드인!!!, 자신들의 사운드를 '멜팅팝 '이라 지칭하고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Brazilian Girls, 평범한 학교 여선생님에서 섹스 이야기로만 무장한 일렉트로 하드코어 Peaches또한 일렉트로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 줄 그룹들로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지면 상의 문제로 이 밖에 수많은 쟁쟁한 아티스트들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아무리 말로 떠들어 봤자 한 번 듣고 보는 것만큼 이펙트를 줄 순 없을 것이다 . 혹시라도 이 행사에 가는 블링어가 있다면 필자의 부러움을 한 바구니 안고 가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필자와 같이 침만 질질 흘리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블링어들은 비참하지만 유튜브를 검색해 보거나 거리를 걸으며 혹은 일을 하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그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위로하자 . (너무 비참한가..) 아니면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핫 hot 한 리스트의 행사가 열리길 무작정 기대하며 클럽에서 그리고 콘서트에서 각자의 주말을 불태우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이드 지식 하나 날리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
사이드 지식 하나: Coachella는 코아체아가 아니라 코첼라 혹은 코아첼라라고 읽는다 . 멕시코와도 가깝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착각하는 분들이 몇 계신데 이 단어는 스페인어와 전혀 관련이 없다. 1888년 발견 된 이곳을 그 생김새에 비유해 콘칠라 Conchilla라고 명명 했으나 멍청한 공무원들의 실수로 Coachella라고 지도에 쓰여 졌다 . 어쨌든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 의미는 없지만 이 명칭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특이하고 발음이 귀에 좋게 들린다는 이유였다.
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에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Plur & Vibe Upon the World 06년 11월자
02_Money’s Too Tight to Mention
미디어는 세상은 날이 갈수록 편해진다고 한다. 핸드폰을 비롯하여 쏟아져 나오는 첨단 기기들의 칩에는 더욱 향상된 인간의 기억과 논리가 탑재되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준다고 한다. (더 이상 기기 (gadget)가 아닌 인공지능의 로봇으로 탈바꿈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개인화 되어 가는 사회를 지적하며 유전적, 문화적, 개인적 차별화는 서로의 다양성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이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공해 가득한 도시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전원의 쾌적함, 숨막히는 일상에서 느낄 줄 아는 커피 한잔의 여유, 몸에 좋은 유기농 식품과 금연, 당당함과 자신감을 찾아주는 자기관리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뭔가가 많아진 건 사실이며 틀린 말 또한 아니다. 문제는 미디어는 유행을 만들고 우리에게 삶의 요소들을 끊임없이 정의하고 강요한다는 것이며 그 강도는 심해지고 있다.
결국 공식은 하나다. 이 특권들을 누리는 대신 우리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어차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이미지를 먹고 사는 우리는 끊임 없이 소비를 해야 하는 운명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상당한 뒷받침이 되어 주지 않는 경우라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이미지를 먹기 위해 치열하게 삶과 부딪히고 있는 초라한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돈이라는 것이 자신의 의지를 뛰어 넘는 것에 대한 괴리감에 빠지는 신세기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이념을 뛰어넘은 지 오래되었고 결국 경제력 확보에 관한 싸움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맞은 핵실험 후의 ‘타인’들의 반응은 전쟁이 아닌 ‘돈 있으면 빨리 주식을 사야 되는데. 어차피 전쟁 날리는 없는데 반등할 것 아냐’였다. 이미 안전불감증에 빠져 버린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미지를 먹기 위한 끝없는 도약인가? 과연 첨단의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는 특권을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인가 미디어인가? 미디어가 말하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에 감춰진 일관성과 폐쇄성이란 소용돌이 안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것인가? 해답도 없이 인간 사회에서 두고두고 되풀이 되기만 하는 질문이다.
레이브 문화의 매력은 바로 그 다양성 안에 있었다. 소수의 모임이면서도 타인을 수용할 수 있고 음악과 춤을 통한 트랜스 (trance)라는 보다 원시적인 요소를 통해 자신과 사람들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에 눈떠가는 사랑의 여정이었다. 독자적인 문화이기에 레이브만의 언어는 존재할 지라도 그것을 강요하고 정의하지 않았다. 또한 기나긴 히피의 트레일러 여정처럼 일상의 삶이란 바퀴에서 빠져 나오도록 하지도 않았다. (on-going이 아닌 one-shot event이기에) 인종도 사회적인 지위도 그리고 나이도 묻지 않았으며 모두가 뒤섞여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오직 음악과 춤으로 하나가 될 뿐이었다. 레이브도 산업화와 상업화의 과정 속에 죽어 버린 지 오래지만 그 요소들은 곳곳에 살아 있음이 분명하다.
상업적인 캐릭터가 강한 클러빙은 아직도 건재한 것 같다. (죽어버린 레이브에 비하면) 그리고 한국의 클럽 문화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소수의 문화라고 불려지고 있기에 (기준이야 어찌하였건) 이러한 레이브의 요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무작정 가져본다. 일이 커지면 사람들 눈에 띄기 마련이고 눈에 띄기 시작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지난 호에 잠깐 언급했듯이 2000년도 이후의 댄스음악 문화는 하나의 거대 산업으로 볼 수 있다. 필자의 취지는 어디 까지나 댄스 음악 문화의 옛 모습을 찾아보는 것임으로 산업으로서의 현재 댄스 음악 신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앞서 말했듯이 상업화의 공식은 같기 때문에) 따라서 근 몇 년간의 모습은 새로 발생하고 있는 전자 음악 신의 몇 가지 트랜드나 사건만을 꼽아서 2부에 걸쳐 나열해보려 한다.
Politics of Dancing
“세계 #1 DJ가 되었으니 이제 정부에 가서 자선 이벤트 좀 하게 도와달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겠군요” 2005년 당시 Paul Van Dyke의 말이다. 워낙 장난기 많은 사람이라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을 한번쯤 곱씹어 볼만하다. 어두운 창고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담배 연기나 날리며 이성이나 탐닉하는 것처럼 보이던 이상한 양아치들이 쪽수가 많아지더니 제법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힘이란 사회에서의 발언권과 추진력 그리고 존재성을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반가운 소식은 미국 일리노이 주 경제청과 관광청에서 추진한Chicago Move! House Festival이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하우스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거의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나마 그 역사적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실천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시카고 시청 장이 하우스 음악에 심취해 있다는 야담도 들린다)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행사의 번복을 거듭했던 샌프란시스코의 러브퍼레이드가 지난 9월 열렸다. 독일 러브퍼레이드의 자매 행사였지만 이번에는 독일과는 무관하게 San Francisco Love Fest란 새 이름으로 독자적으로 열렸다. Peace, Tolerance, Understanding (평화, 박애, 이해)의 모토와 함께 미국의 암울한 전시 분위기를 바꾸고 라디오나 MTV 등의 주류 미디어에서는 알 수 없는 일렉 댄스 음악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였다. 옛날 레이버들의 본거지 였던 글라츤베리 페스티벌 (Glastonbury Festival) 또한 2007년엔 17만이 넘는 인파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대규모 일렉 댄스 음악 관련 행사들이 펼쳐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누가 더 많은 이슈를 끌어낼 것인가 하는 ‘숫자놀이’에 치우치는 경향도 지적을 받고 있기에 조심스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성장과 함께 당연히 DJ들의 지위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물론 수퍼스타 DJ들에게만 한한 것이겠지만) 이번 올림픽과 월드컵의 음악을 Tiesto와 Bob Sinclar가 각각 맡은 것만 보아도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수퍼스타 DJ 시대가 도래하며 클러버들은 이른바 ‘빅 이벤트’만을 좇아 다니게 되었다. 모두의 손과 눈은 DJ를 향해 있고 그는 뒤에서 신,scene의 전체적 흐름을 이끄는 가이드가 아닌 화려한 유명세와 테크닉을 선사하는 지미 헨드릭스가 되어 간다. 이것은 락 콘서트가 아님을 말하고 싶다. 우린 아직도 디즈니랜드에서 캐리비언 해적의 주제가를 트는 Tiesto보다는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에서 은은히 만나는 언더월드 (Underworld)가 더 반갑다.- 야담이지만 ‘큰형님’ 띠에스또가 심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그의 최근 상업적 행적에 괘씸해 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쾌유를 빌어주자. Gouryella를 떠올리며…
The Rise of VJing Culture
근 몇 년간의 전자 댄스 음악 신에서 가장 주시하고 싶은 건 빠르게 자라고 있는 VJ(Video Jockey) 문화다. 음악과 영상의 실시간 싱크의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야 주류의 눈에 띄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DJ와 VJ가 분리 되어 완벽한 싱크를 보여줄 수는 없다. 새로 나온 DVJ 기구를 통해 기술적으로나마 싱크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벌써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극복되겠지만 말이다)
수많은 아티스트 중Addictive TV는 가장 먼저 상업적 주류와 손을 잡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개봉 예정인 안토니스 반데라스 주연의 ‘Take the Lead’의 Trailer를 맡아 영상의 리믹스를 하게 된 것이다. 과연 Hollywood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건’을 벌였을까? 그 속셈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보다 트레일러가 더 기다려지긴 처음이었다. 물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www.youtube.com에서 take the lead trailer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벌써 리믹스 버전이 몇 개 더 나왔던데 addictive TV remix 강추!) – 얼마 전 모 케이블 채널 광고에서 이 Take the Lead 리믹스의 무심한 표절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딴 방법은 없었을까…ㅠㅠㅋ
언제부턴가 Motion Graphics가 영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제 헐리우드는 영화 보다 더 멋진 오프닝을 선사한다. 또한 소수 영화 매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엔딩 크레딧 (보통은 자리를 빨리 뜨라는 큐 사인으로 인식 되는 것 같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고층 건물 극장에서 이에 반응하는 관객들의 민첩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종종 사람들을 끝까지 붙잡아 놓고 있다. 이제는 트레일러 마저 영화의 종속성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거듭나다니! 영상과 음악 디자인의 앞날은 희망차 보인다. DVJing이 활성화되는 그 날이 올 때 클럽 신은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과연 음악과 영상의 싱크의 개념이 우리 클러버들과 레이버들에게 통할지. 우리는 그것 (음악과 영상이 하나된 무언가)을 보아야 할지 들어야 할지 또는 우리의 몸과 눈은 어떻게 반응할지.
VJ 문화와 관련해 유럽의 Sonar Festival은 1997년에 시작되어 이제는 전자 음악 댄스 신에서 가장 중요한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2006년도는 흑인 음악을 테마로 일렉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고 ‘일본의 소리’라는 사이드 테마로 이루어졌다. 유럽은 너무 멀어 갈 수 없지만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도 국내 최초 소나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 호가 발매 되면 벌써 끝나 있을 것이어서 소개를 일찍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홍대 M2에서 벌써 두 번째 VJ 파티 소식이 들리는 바 한국에서의 VJ신의 발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