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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 본 장난감 같은 타이오 마을의 첫 날 밤 풍경

홍콩 여행이라 하면 으레 반짝이는 도심의 마천루, 쇼핑, 그리고 야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한 도시 풍경을 잠시 벗어나 바닷바람 스치는 란타우 섬 끝자락의 어촌 마을 타이오를 목적지로 정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시골 마을만의 맛은 뭘까?”

 

수상가옥 풍경; 영어로는 Stilt House, 광둥어로는 棚屋 팡욱이라 불린다

홍콩의 서쪽 끝, 수상가옥이 줄지어 있는 작은 마을 타이오는 보통 옹핑 케이블카 여행 중 당일치기로 스쳐 지나가는 코스다. 하지만 2박을 묵기로 한 만큼 관광객이 빠져나간 마을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첫 끼는 반드시 이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 타이오의 첫 끼를 찾아

타이오의 새우젓 ❘ 출처: Flickr, Shutterstock

이곳의 향토 특산품을 찾아보니 무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새우젓’. 햇볕 아래 말려 은은하지만 강렬한 향을 내는 타이오 새우젓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그래 이거다. '🦐' 딱이다."

 

크로싱보트 레스토랑에서 먹은 타이오 새우젓이 가미된 찜통밥

그리고 맛집을 찾아보다 현지산 식재료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크로싱 보트 레스토랑(Crossing Boat Restaurant 橫水渡小廚)의 연잎 찜통밥(롱차이 밥)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오 새우젓과 현지 식재료? 첫 끼는 바로 정해졌다. 


 

| 🏘️ 크로싱보트 레스토랑 내외부

마을회관 광장

식당은 타이오의 유명 포토 스폿인 마을회관 광장(Tai O Rural Committee Square 大澳鄉事委員會廣場 )의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다. 벽화의 오른쪽 골목으로 가야 한다.   

골목에 들어서니 비가 갠 후 무지개가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무척 오랜만에 보는거라 뭔가 럭키할 것 같은 느낌!

 중앙의 작은 영어 간판을 확인하고 입장.

중앙 건물인데 상태를 보니 다른 건물들 대비 최근에 지어진 듯

들어가자 직원이 맞은편 건물로 다시 안내했다. 음식점 리뷰에서 본 타이오 마을 특유의 건물 구조인 수상가옥(스틸트 하우스) 테라스가 있는 곳이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저 이케아 감성 의자가 꽤 많이 보였다

혼밥러인 나는 언제나 그렇듯 구석으로 안내되었고 :) 한산한 날이라 그런지 리뷰처럼 사람이 붐비진 않고 한 팀만 있었다(너무 좋음). 이 팀은 먹던 도중 발코니 쪽을 가리키며 광둥어로 계속 투덜거렸는데 눈치 상으론 테라스로 왜 못나가는지에 대한 불만 같았다. 말이 안 통해도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테라스 공간 ❘ 출처: pocketsights.com

그날은 손님이 없어 테라스를 닫고 실내 영업만 하는 것 같았다.

음식을 들고 건너 오시는 사장님 ❘ chatGPT

암튼 음식은 (처음 들어갔던) 저쪽 건물에서 요리한 뒤 이쪽 건물로 배달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테이블이 모두 다인용으로 큼직큼직하다

산 미구엘 라이트 광고가 보인다

내부는 전형적인 홍콩 로컬 식당 분위기. 

모든 테이블에 놓여 있는 한자로만 적혀 있는 오늘의 추천 메뉴.

 

| 🍽 메뉴 소개와 주문

타이오의 감성을 담은 듯한 메뉴, 나름 두께가 있다

한자 메뉴보고 어? 번역기 켜야 하나 싶었는데 이내 책자 메뉴를 준다. 주요 메뉴들은 사진과 함께 한자+영어로 병기되어 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다.

주문한 메뉴; 출처 ❘ 구글지도 @Ka Yin Chuang , @AI M

첫 장엔 큼지막하게 4대 메뉴—롱차이 밥, 오징어튀김, 두부요리, 숯불거위구이—가 보인다. 구글/오픈라이스 리뷰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주인공’들이다(이 집 거위가 그렇게 맛있다고...). 다음 장부터는 각종 시그니처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고 요리 수가 꽤 다양했다 (장을 넘길수록 사진은 없어진다).

나름 두꺼운 책자 메뉴 ❘ 출처: Openrice @小書

예상대로 타이오 새우젓을 활용한 요리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나는 계획했던 대로 롱차이 밥과 사이드로 초이썸 채소찜(+ 텁텁함을 달래줄 차이니즈 티)를 주문했다. '롱차이'는 '찜통'이란 뜻이다.

출처: 구글지도 @ Leung Will

🍽️ 롱차이 밥 메뉴설명:
咸鮮蝦乾荷葉籠仔飯 (함씬하곤 호입 롱짜이판)
 "Long Chai” rice.
-Steamed local dried seafood, pork and rice with shrimp paste, wrapped in lotus leave
 현지산 건해산물, 돼지고기, 새우젓이 들어간 밥을 연잎에 싸서 찐 요리

 

여행 전 미리 골라 놓아던 식당의 후보 메뉴들

원래 '(Fisdherman's) Tai-O Four Treasure' (절인 건해산물 4종에 달걀노른자'를 올린 요리)도 먹고 싶었기 때문에 이거까지 시키면 혼자 먹기 양이 많겠냐고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투박하게 날아왔다. 

주문받던 사장님

일단 두 개 먼저 먹어보고 생각하슈

뜨내기일 수도 있는 관광객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과한 주문을 말리는 게 배려 깊은 응대 같아 좋았다. 근데 그게 홍콩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나온 말이라 뭔가 츤데레 느낌도 나고, 걍 그 특수한 상황이 좀 재밌게 느껴졌다 :)


 

| 🍚 타이오 새우젓 요리의 첫맛

내가 앉은 제일 작은 규모의 테이블인데 4인용이다

주문 후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다시 뜨거운 차로 식기류를 세척하면서 기다렸다

비쥬얼은 메뉴와 똑같다

먼저 초이썸(채심)이 등장했다. 사이드 개념으로 시킨 건데 요리 하나 수준이다. 주문받을 때 굴과 마늘 소스 중 택하라 해서 걍 아무 생각 없이 마늘을 골랐는데 역시 진한 마늘과 연잎향이 느껴진다.

안에 뭐 들어 있나?

연잎에 둘러싸여 있고 새우젓과 건어물이 곁들여진 스타일이다. 주문한 롱차이 밥의 채소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금기 굴소스

모든 식재료를 굴복시키고 맛을 삭제하며 식감만 살려주는 특유의 잔인함이 극락의 맛인 굴소스 채소찜에 평생 몸이 절여 있다 보니 마늘 소스 말고 굴소스로 했어야 했나 잠깐 생각했는데,

오히려 채심 줄기의 사각 한 식감은 물론, 식재료들의 본연의 맛과 풍미를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롱차이밥은 초이쌈과 마찬가지로 연잎에 싸여 둥근 대나무 찜통에 담겨 나왔다. 다만 초이삼 요리처럼 마늘 소스가 아니라서 그런지 은은한 연잎과 새우젓의 향이 더 깊게 테이블 위로 퍼졌다. 또한 주위에 손님이 없어 그런지 다른 음식향과 섞일 일이 없어 더 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평소엔 관광객이 넘치는 곳이라도 이렇게 한가한 날은 로컬 경험을 또 느낄 수 있는 이런 어중간한 날의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좋다.

사장님의 한마디

그리고 사장님이 홍콩 특유의 퉁명스러움으로 잘 비벼 먹으라 하신다. "믹스?" 하니 쿨하게 끄덕끄덕하고 바로 퇴장하셨다.

비빔의 민족답게 열심히 비벼주었다. 속에 숨어 있던 돼지고기, 건해산물 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푸짐하다.

초이쌈과 새우젓밥 한상

한 입 먹어보니 살짝 꼬릿 한 새우젓의 깊은 풍미가 좋다.

지금보니 흑후추도 좀 가미되어 있는 듯

건해산물과 돼지고기의 묵직한 감칠맛, 쫍졸함, 식감이 더해져 기존의 중화볶음밥/덮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쫍쫄함도 쫍쫄함인데 감칠맛도 좋다. 건어물의 바다 느낌이 가득하지만 돼지고기의 육지 느낌도 존재감이 있다. 마치 작은 대나무 찜통 안에 타이오 마을을 우려낸 듯한 느낌이라는 혼자만의 망상을 해보았다.

식후 : 둘이 결이 같은 음식이라 롱차이 밥을 먹고 전혀 다른 음식을 사이드로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징어까지 들어있어서 전체 식감은 매우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좀 짜긴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맛의 향연이 재밌어서 시간을 두며 초이삼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나름 선전했는데 내가 양이 적은 것도 있지만 일단 음식양이 많아서 남겼다. 한 그릇이 1인분이 아니다 (밥도 진짜 많다). 암튼 후회되지 않는 인상 깊었던 타이오에서의 첫 끼였다.

타이오 마을 맛집, 인정!


📍크로싱 보트 레스토랑 기본정보

  • 상호: Crossing Boat Restaurant 橫水渡小廚
  • 주소: G/F, 33 Kat Hing Street, Tai O, Hong Kong
  •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1:30 – 오후 8:00
  • 식사 방식: 매장 내 식사, 테이크아웃 가능 / 배달 불가
크로싱보트 레스토랑(Crossing Boat Restaurant)은 숯불에 구운 거위 요리, 연잎에 싸서 찐 밥, 오징어 패티 등 시그니처 메뉴들이 특히 인기이며 모든 식재료가 현지산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말 그대로 ‘타이오의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식당으로 꼽힌다. 이름에 ‘횡수도(橫水渡)’가 들어간 것은 과거 이 부근에 다리가 없었던 시절 나룻배로 건너던 포인트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 타이오 새우젓, 그 짧고 깊은 역사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이 일대 해협에서 잡히는 ‘은새우’(銀蝦 krill)는 원래 서민들의 생계형 식재료였다. 팔아도 돈이 안 되는 이 작은 새우를 버리느니 소금에 절여 보관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근데 칼슘, 인, 요오드 등 영양소가 풍부한 은새우는 서민들의 소박한 요리에 찰떡처럼 어울렸고 유명세를 타며 발전했다. 한때 홍콩을 넘어 영국과 미국등의 해외 이민자 커뮤니티까지 수출된 인기 향신료로서 마을의 독보적인 상징이 되었다.

타이오 은새우 (銀蝦 은하) ❘ 출처: read01.com/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70,'80년대 죄고점을 이후로 도시개발, 고령화, 관광지화 등의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산업은 점차 쇠퇴했고 결정적으로 2013년 해양 생태 보호를 이유로 트롤어업이 전면 금지되며 타이오에서 직접 은새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중국 본토산 새우를 수입해 만든다. 하지만 전통의 생산 방식은 지켜지고 있다.

쳉청힝 새우젓 가게(좌)

한때 열 곳이 넘었던 타이오의 새우젓 공장은 이제 싱레이(成利蝦醬廠 Sing Lee)와 쳉청힝(鄭祥興蝦醬廠 Cheng Cheung Hing) 단 두 곳만 남았다. 여전히 손으로 새우를 일일이 다듬고, 대나무 채반에 널어 햇볕에 말린 뒤 직접 맷돌로 가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정확한 수치도, 기계의 도움도 없이 오직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감각과 손맛만으로 완성되는 장인의 세계다. 그러나 이 방식은 체력 소모와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있고, 타이오 공장들의 부모 세대 역시 자식들에게 가업 승계를 굳이 강요하지 않기에 이 전통 역시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앞에서 감히 이렇다 할 한마디를 던지기는 어렵다.

DIY 느낌 가득한 새우젓 만드는 터, 새우젓 대신 조개껍질이 놓여 있다

타이오 마을 어귀 쪽을 걷다가 본 새우젓 말리는 공간은 말 그대로 DIY 감성 그 자체였다. 공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투박하고 소박한 공방의 느낌이 강해서 그만큼 전통 방식으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가 내려서 실제로 새우젓 말리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타이오 마을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어딜 가나 새우젓 특유의 쫍쪼름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친다. 크로싱보트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의 식당과 시장의 유명 간식들에서 타이오 새우젓을 쓰는 걸 보면 이 작은 새우젓이 타이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쉑사이포 거리(Shek Tsai Po Street)를 따라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싱레이와 쳉청힝을 비롯 옛 새우젓 생산지였던 듯한 건물들이 남아 있다.

안에는 빨래가 걸려 있었다

지금은 빨래가 널려 있거나 방치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기억이고 누군가에겐 유산이자 역사일 것이다. 

 

"이곳의 새우젓 음식은 단순히 지역 특산품을 먹는 게 아니라,

타이오 마을 사람들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맛보는 경험이 아닐까"

📍 새우젓 공장 위치
싱레이 成利蝦醬廠 Sing Lee: G/F, 10 Shek Tsai Po St, Tai O, 홍콩
쳉청힝 鄭祥興蝦醬廠 Cheng Cheung Hing Shrimp Sauce: 홍콩 石仔埗街17號A

| 🎥 [추천 영상] Michelin Guide Asia – Hong Kong Chefs' Playbook: Tai O with Vicky Cheng

미슐랭 가이드 아시아 채널

영상 속 Sing Lee의 새우젓 공장 모습

이 미슐랭 가이드 아시아 영상에서는 홍콩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 VEA의 셰프, 비키 쳉(Vicky Cheng)이 직접 타이오의 새우젓과 크로싱보트 레스토랑의 음식을 소개하며 이곳에서 받은 영감과 식재료가 자신의 요리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이야기한다. 타이오의 현지 풍경, 장인의 작업, 식재료의 디테일이 모두 담겨 있어 여행 전후로 감상하기에 좋다.

 

“저는 아내처럼 특별한 사람하고만 타이오에 와요.
그 특별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죠.”


— 비키 쳉 Vicky Cheng, 셰프, VEA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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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영상


| 저녁식사 전 만난 핑크 돌핀!

바로 눈 앞에서 마주친 핑크 돌고래! 보트에선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

10년 만기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떠난 홍콩, 그리고 그곳에서 2박을 보낸 란타우 섬의 타이오 어촌 마을. 1박 후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그 보기 힘들다는 핑크 돌핀들을 연달아 여러 번 만났던 특별한 하루였다. 타이오는 일몰이 유명한 지역이어서, 저녁에는 수상가옥들을 배경으로 3층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즐길 수 있다는 히든 타이오 (Hidden Tai O) 식당에서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실패하고 운 좋게 로컬 맛집 찾은 이야기.

| 히든 타이오: Closed!

히든타이오 음식점, 오른쪽의 간판에서 왼쪽 좁은 골목을 통과하면 바다 쪽 방향의 수상가옥들을 바라보는 음식점 입구가 나온다

홀로여행의 로망인 로컬맛집 경험. 아침엔 현지인들로 가득한 맛집에서 훌륭하게 시작했으나, 피시볼 대신 실수로 미트볼 국수를 시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점심은 분위기만 좋았고 맛은 실패였기에 저녁에 대한 기대가 한껏 커졌다. 일몰에 시간까지 딱! 맞춰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을 즐기려 했지만, 간판과 부엌 불은 켜져 있고 오픈 사인도 있었는데 사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바로 끊어버리셨다. 아마도 로밍 때문에 외국 전화번호로 뜬 걸 보고 그랬을 거라고 이해는 했지만, 손님도 없는 상황에서 가게 문을 열어 둘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음식점 입구에서 바라본 수상가옥 뷰. 이걸 좀더 높은 위치에서 석양과 함께 바라보는 느낌일 것 같은데 뷰는 진짜 좋을 것 같다

혹시 몰라 조금 기다려보았지만 하늘은 어느새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마치 이름처럼 원주민 가옥 촌 안에 찾기도 힘들게 몰래 숨어 있는 'Hidden' 타이오를 뒤로하고, 메인 거리로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다시 좁은 골목을 빠르게 빠져 나간다. x2배속

시간은 이미 저녁 7시 50분 경. 

타이오 마을은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당일치기 코스로 방문하는 곳이라 관광객들은 떠난 시점이었다. 문 연 식당이 많지 않아 불안해졌다. (그럼 이 시간에 문 연 식당들은 대부분 로컬들을 위한 걸 거잖아 완전 럭키비키잔ㅎ...이고 나발이고, 꺼저)

멘붕

여행 전 무려 3주 동안 공들여 '설계'한 계획이 틀어지며 완젼 초조해졌다 (INFJ로서 계획 어긋나면 지구파멸급 멘붕임). 마침 타이 오 메인 시장 거리 근처에 보기 드물게 큰 음식점 하나가 있긴 했는데, 이 집은 어제도, 오늘도 늦게까지 열려 있었다. 몇 년 전 '짠내투어' 방송에도 나왔다는 집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온 한국인 및 중국인+외국인들 많은 사람들이 구글 리뷰에서 낮은 평점을 남겼고, 홍콩 맛집 리뷰 플랫폼인 오픈라이스(Openrice)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선택지가 없어 거의 이곳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DALL-E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근처 타이오 시장 거리에 위치한 작은 음식점 하나. 아무런 기대도 없이 들어갔지만, 이곳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다. 

 

| 진진찬청 입성!

음식점 입구. 80년대 홍콩영화 감성 필터 입혀봄

윙온스트리트에서 타이오로 건너오는 다리 넘어서자마자 위치한 이곳은, 영어로 Zhen Zhen Restaurant, 광둥어로 '전전찬텡'이라 불리며, 한문으로는 ' 珍珍餐廳 (진진찬청)'이라 적혀 있다. '진()'은 소중함을, '찬청(餐廳)'은 식당을 의미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차찬텡(茶餐廳)의 '찬텡'과 같은 단어다. 그래서 이곳을 진진식당이라고 부르면 딱 맞을 것 같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들어갔는데 바로 저기 앉으라는 쿨 한 사인보고 바로 자리에 앉는 신에 홍콩영화갬성 필터를 얹혀보았다

어차피 혼자 여행 중이라 요리를 시키는 것도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이곳은 혼밥 하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쨋든 나의 모든 감각들이 여기로 들어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들어가니 저기 앉으라고 작은 장풍을 보내니 그 기에 튕겨 바로 앉아버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착석 후, '여기라면 최소 두 가지는 가능할 것 같다!'라는 마음으로, 기대를 안고 메뉴를 집어 들었다.

 

| 주문과 식당 내부

식당 내부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손님들은 세 테이블 정도. 거의 마감 분위기 (저녁 8시 갓 넘음) 쨋든 무언가 로컬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진진식당의 구글리뷰(왼쪽)와 오픈라이스 리뷰(오른쪽)

나중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구글리뷰는 15개, 오픈라이스에는 고작 6개의 리뷰만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 사진들

벽에 붙은 메뉴 사진들이 많아서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뭔가 메뉴가 엄청 많아서, 마치 홍콩의 김밥천국? 뭐든 다 되는 동네 백반집 느낌이랄까? 다행히 영어 메뉴명도 있어 주문하기 수월했다. 

메뉴 앞판. 가격이 관광지치고 나쁘지 않다

다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자세히 살펴볼 시간은 없었고 눈에 딱 들어온 하이난 치킨라이스. 어촌 마을까지 힘들게 와서 마지막 저녁 식사로 해산물을 안 먹고 하이난 식 치킨라이스냐 싶지만, 홍콩을 떠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리웠던 맛이기 때문이다.

치킨, 고!

쨋든 타이오 오기 전에 홍콩도심에서 먹은 거위 요리로 이 그리움을 접었었지만 메뉴 사진을 보니 다시 불타오르는 그리움. 주저 없이 결정! 그리고 사이드로는 메뉴도 보지 않고 초이썸 (채심)을 시켰다. 

"and... 초이썸."

이 움짤이 0.1초만에 흘러간 느낌이랄까...

".. 초이썸?"

볶음밥 시킬 때만 해도 '너 이거 뭔지 알고 시키는 거냐'하는 눈치로 두 번 확인 하더만, 그런 뭣도 몰라 보이는 외국인이 메뉴도 안 가리키고 "... 앤드... 초. 이. 썸?"을 느지막이 외치니 주문받는 사장님의 눈이 순간 흠칫 약간 흔들리는 것 같다. 

초이썸, 고!

"오케이"

암튼 이내 "초이썸? 오케이"를 외치며 주방으로 오다를 전달하러 가셨다. (재료가 남았나 머릿속으로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무슨 미션임파시블 빙의 마냥 낭만에 빠져서 여행 중 발생하는 모든 순간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었을 수도.. 

1~4 청경채, 4~5 채심, 6 미나리, 7 중국 브로콜리, 8 겨자채 출처: Harris Farm Markets.com.au

아는 사람들은 다 알듯이 초이썸 같은 야채는 홍콩에서 김치처럼 사이드로 자주 먹는 반찬이다. 홍콩에 있던 시절 이 맛에 상당히 길들여져서 한국에서도 초이썸은 물론 퉁초이(공심채), 빡초이(청경채)를 맛과 양 대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종종 먹곤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먹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기회가 많이 없었다.

내부

벽, 천장, 선풍기가 모두 백색인데도, 청결 상태가 좋아 보였다. 관리를 잘하는 것 같다. 

의자와 테이블이 참 마음에 든다.

테이블 분위기. 참고로 화장실은 좀만 움직여도 벽이 부딪힐 정도로 좁고 사로는 일어서야 물을 내릴 수 있는 평평~한 좌식인데, 시골 마을의 작은 식당 치고는 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본다.    

티 대신 물 달라고 했는데 양도 넉넉하다. 외국인이라 "워터?"를 먼저 물어본 것 같은데 정신없어서 바로 "오케이, 워터" 해버렸다. 그냥 따듯한 차이니즈 티 마실 걸. 

테이블에 앉으면 기본 세팅은 요렇게 되어 있다. 저기 왼쪽 양념통은 라유, 오른쪽은 1회용 설탕 봉지다. 설탕은 아마 아침식사 때문에 있는 듯.

아침메뉴

보니까 아침식사도 제공한다. 언제 시작인진 모르겠지만 일찍 열면 함 와보고 싶다. 아침엔 영락없는 차찬텡 느낌의 공간일 듯.


 

| 하이난 식 치킨라이스와 초이썸의 매력

하이난식 치킨 계란 볶음밥(스크램블에그 추가) Hianesse chicken rice with scrambled eggs

먼저 등장한 하이난식 치킨 라이스 (스크램블 에그 추가) 비주얼부터 마음을 사로잡더니, 한 입 배어문 닭고기의 부드러움에 감탄한다. 뼈에 가까워 질 수록 쫄깃한 식감까지 더해지니, 퍽퍽한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닭고기 육수가 밥에 충분히 베어 있어, 볶음밥 자체도 정말 맛있었다. 함께 제공된 소스도 빼놓을 수도 없다. 식초 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생강과 파 등의 (맞나?) 향이 어우러져 꿀맛을 선사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난 후에는 비빔밥의 민족답게 이 소스에 밥도 촵촵 비벼 먹었다.

라유

중식에서 빠질 수 없는 라유, 고추기름장이라고 해야 하나? 고추장, 스리라챠, 소이소스 같은 만능 소스! 밥, 만두, 생선, 국수 등 무엇이든 잘 어울리는 만능 소스! 매콤한 맛이 스쳐 지나가면서도 금방 사라지는, 마치 야구에서 번트처럼 가볍게 치고 빠지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된장과 고추장처럼 각 집마다 맛의 차이는 당연히 있고 그만큼 또 흔하고 평범하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이 라유의 매력은 여전했다.

이 라유를 사이드로 조금씩 곁들여 먹으니, 익숙하면서도 그리웠던 그 맛이 살아났다. 물론 이곳이 홍콩 최고의 볶음밥 집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홍콩 어디에서든 (특히 손맛이 좋은 곳이라면)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웬만해선 실패하기 어려운, 손맛 좋은 동네 맛집. 타이오 마을의 '볶음밥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이어 등장한 초이썸(채심)! 비주얼만 봐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갈릭이나 굴소스로 볶은 게 아니라, 통으로 데친 후 잎과 줄기의 경계만 한번 싹둑 잘라 굴소스를 옆에 따로 제공해 준다 (이게 클래식이지). 

입사귀는 부드러우면서도 쫀득 약간 사각, 줄기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일품이다. 달달~한 굴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극락의 맛이다. 나중에 메뉴 확인하고 보니 이렇게 채심만 주는 건 없고 당근과 채심 볶음으로 주는게 있었다. 그래도 얘기하면 이렇게 주는 것 보니 홍콩 로컬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채심 (초이썸)만 주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홀린 듯 먹다보니 어느새 텅빈 식당

늦게 온 데다가 먹는 속도가 너무 느린 편인데, 눈치를 주지 않았다 (내가 모른 것일 수도 있지만).  물론 사장님들 남편분, 아내분, 딸내미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나와서 자리는 지키긴 했는데 눈도 안 마주치고..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감 시간 가까워지면 직간접적으로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푸시하는 느낌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놀라웠다. 오히려 나 혼자 계속 시간을 의식하며 속도를 높였다. 

나의 상황은 이랬지만 남들 보기에는 한 없이 슬로우모션이었을 듯 ㅎㅎ

최대한 빨리 먹으려 처음부터 노력은 했지만 느린 데다, 음식은 또 넘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이게 배려인진 모르겠지만 홍콩 및 중국에서 이런 분위기의 식당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이 집에 늦게 찾아가도 문제없어요!라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소식가인 나로서, 이 정도 먹었다면 정말 잘 먹은 거다. 양도 많았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8시 9분에 주문하고 15분에 볶음밥, 18분에 채심이 나왔고, 8시 57분에 식당을 나섰다. 한 40여분 동안 먹으면서, 옛 기억과 더불어 오랜 시간 갈구했던 그 맛을 현실에서 만나 삼위일체의 경험을 한 듯 뭔가 홀린 듯 먹고 나왔다. 친절한 배려의 바이브까지 더해져서, 이번 홍콩 여행 마지막 저녁 식사의 피날레로서 전혀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다.


 

| 너무 늦게 들어와서 죄송했어요

챗GPT를 꾸준히 사용해 왔는데, 숙소 와이파이로는 연결이 안되고 로밍데이터 때만 연결이 되더라

한국에서도 지방 여행을 종종 다니다 보니, 특히 어촌 지역에서는 일상이 빨리 시작되고 일찍 끝난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비싼 음식을 여러 개 시킨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미리 ChatGPT에게 번역을 부탁해 계산할 때 사장님께 보여드렸다. 사장님이 "으음?" 하며 보시더니 이내 "아아~ 하핳하" 웃으시더라. 영어로 이미 닫았을 시간인데 너무 늦게까지 머물러서 미안하다고 한번 더 얘기하고, 음식은 굉장히 맛있었다고 인사를 나누며 굿바이 했다. (사과하고 나니 맘이 좀 편해졌다)

홍콩이나 중국을 여행하면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그 퉁명스러움이 익숙해지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느낌의 거의 없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홍콩감성 가게 외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가게 외관을 두 컷 찍었다. 안을 보니 사장님 가족들이 얘기하고 계셨는데, 아마도 방금 내가 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목소리 톤과 표정이 다들 좋아서, 마음이 한결 안심되었다.


 

| 구글/오픈라이스의 식당 리뷰:

그렇게  많이 달려 있지 않지만 번외 겸 리뷰들을 살펴보았다. 네이버 같은 경우엔 모두가 가는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강해 참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 여행지역 음식점 검색 플랫폼이나 구글 리뷰를 활용한다 (구글까지가 딱 마지노 선인 듯). 더군다나 요즘은 번역 기능도 점점 좋아져서, 현지 리뷰를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니 더욱 유용하다.

홍콩의 오픈라이스와 이 식당의 평점

오픈라이스 (Openrice.com)은 일본의 타베로그 (Tabelog.com)처럼 현지 사용자들의 리뷰를 참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구글 리뷰는 다양한 국가의 여행객들이 남긴 리뷰들을 볼 수 있어, 두 가지를 함께 보면 좋다. 특히, 영업시간이 한 곳에 정확히 나와 있지 않거나 틀린 경우가 있어 크로스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글리뷰

이 식당의 리뷰는 많지는 않지만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점은 합리적인 가격과 맛있는 볶음밥이다. 역시 볶음밥 맛집은 맛 집인 듯. 물론, 볶음밥이 너무 촉촉하다거나 치킨이 냉동치킨 같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암튼 타이오 마을은 명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 어촌 마을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지라면 흔히 떠어로는 게 뭐? 

"바가지 눈탱이 ㅎㅎ"

그래서 여기처럼 가격이 합리적인 곳을 만나면 반가울 때가 많다. 

(물론 이곳 외 다른 곳들이 다 바가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구글 유저 扮なな1234의 리뷰(자동번역)

1. 착한 가격: 외딴곳이라 어느 정도 높은 가격을 예상했지만, 이 식당은 대부분의 리뷰에서 가격이 착하다는 점이 언급된다.  이런 외딴 관광지는 특히 생필품이나 음료수 같은 것들이 종종 어이없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음식점들도 그런곳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맛도 좋고 양도 충분해 가성비가 매우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큰 요리 제외, 보통 한 접 시 당 HK 50~58 달러 선에 책정되어 있다. 

오픈라이스 유저 simply_lizzy의 리뷰 (ChatGPT 번역)

 2. 볶음밥: 대부분의 유저들이 볶음밥이 맛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새우젓 볶음밥 이야기가 많은데, 타이오가 새우젓과 반건조 생선이 특산물로 유명하다 보니 새우젓 볶음밥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타이오 음식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저 벽돌 같은 것들이 새우젓이다. 타이 오 헤리티지 호텔 쪽으로 걷다 보면 새우젓을 만드는 집들을 볼 수 있다. (나는 비가 많이 와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미지 출처: mehongkong.com

나는 전 날 다른 집에서 맛보았기 때문에 하이난 치킨라이스를 선택했다. 하이난 치킨라이스는 원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이지만, 홍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다. 그만큼 먹고 싶었다! 한국 지방 여행가서 거기 특산 요리 안 먹고 맛있는 동네 짜장면 먹는 경우라고 보면 될 듯 하다. 

 


| 에필로그: 마지막 밤

음식점에서 숙소까지의 루트

식당이 위치한 Tai O Market st. (타이오 시장 거리)에서 Shek Tsai Po st. (섹 차이 포 거리)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저녁의 타이오 마을

행복한 포만감을 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여행 전만 해도 외진 곳이라 밤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돌아보니 그저 조용하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모닥불 놀이하는 마을의 가족

숙소가 있는 건물 옆에 사는 마을 가족들이 모닥불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모습이 나도 모르게 기분을 밝게 해 주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 잠자리 채 들고 여름방학 숙제하러 가는 기분의 소환 같은 느낌이랄까?

숙소, Tai O Inn, by the Sea

숙소에 도착. 여인숙의 낭만이 묻어나는 이곳은 귀여운 발코니가 매력적이다. 

루프탑 오션뷰

옥상을 루프탑 라운지처럼 꾸며 놓아, 그곳에서 아름다운 달빛 아래 타이오 마을 마지막 밤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올라가 보니, 모닥불 놀이는 이미 끝나 있었다. 저 바로 앞의 하늘은, 란타우섬을 끼고 크게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비행기가 홍콩 공항에 착륙하는 루트로, 비행기에서 하강하기 전 타이오 마을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앞 거리 뷰. 오래된 마을인 만큼 영물처럼 보이는 오래된 고목들도 많다.

오래된 마을답게 마치 영물처럼 보이는 고목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밤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나뭇잎, 잔잔한 바다의 물소리, 그리고 시골 마을의 조용한 각종 소리들은 이 시간마저 멈춘 듯한 평온을 선사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마음 또한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 또한 맑아서인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나의 귀와 코 상태가 훨씬 개운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생각만 들고, 아름다운 마음만 존재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밤이었다.

'이런 게 바로 힐링이지...'


🍲진진식당 메뉴:

menu

📍 진진식당 지도:

 


* 타이오 마을 관련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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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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