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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보트 투어 중 찍은 사진, 오래된 부두 뒤로 작은 언덕에 위치한 호텔이 보인다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Tai O Heritage Hotel)은 홍콩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4.5성급)이다. 이 호텔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단순히 고급 호텔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유산적 가치 때문이다.

언덕 위에서 경찰서로 기능하던 1920년대 모습 ❘ 출처: University of Bristol - Historical Photographs of China

1902년부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수와 불법 활동을 단속하기 위해 기능했던 경찰서 건물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2009년 호텔로 변모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기능을 부여한 어답티브 리유즈(adaptive reuse)의 훌륭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남중국해 밀수 단속과 조망권

남중국해에서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며 야간에도 불법 밀수나 해적을 감시하던 곳

과거 남중국해의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탐조등을 활용해 야간에도 밀수꾼과 해적을 감시했던 장소였다. 이 건물은 란타우섬 끝자락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를 자랑했다. 이런 점떄문에 타이오 마을 여인숙에서 1박, 이 호텔에서 1박을 하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숙박비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박 모두 여인숙으로~)

공식홈페이지 섬머세일 특가 화면 캡쳐, 아.. 좀만 더 기다릴걸... 15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몇 주 후,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여름 시즌 특가 세일 소식을 봤을 때 땅을 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HK$ 988 (약 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조금만 더 기다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꽤 이른 시기에 예약을 해버렸던 터라 이런 기회를 놓쳐버린 게 정말 아쉬웠다. 

호텔 위치와 접근성

타이오 마을 주요 스폿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은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타이오 마을의 메인 시장 골목과는 떨어져 있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타이오 마을은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을 뿐더러 인도로서는 가장 끝이다). 묵었던 숙소에서 도보로 약 9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

영화 <도성타왕>에서 옛부두로 향하는 장면

호텔 앞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옛 타이오 마을 부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두는 1991년 주성치 주연의 영화 <도성타왕(賭聖打王)>의 촬영지로 매우 고즈넉한 장소다. 주변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숨은 스폿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바로 앞의 옛 부두

방문 당시 바라보았던 모습이다. 아무도 없고 참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영화 <도성타왕> 속 티안 틴 부처상이 건설되던 모습, 영화는 1991년작이고 부처상은 1993년 완공되었다

영화는 타이오 마을 곳곳에서 촬영되었고 8,90년대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옹핑의 티안 탄 부처상의 건설 중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93년 완공.)

 


타이오 룩아웃(Tai O Lookout)

호텔에는 경찰서가 호텔로 변모할 때 같이 생긴 레스토랑 타이오 룩아웃 Taio Lookout이 있다. 여기서 숙박을 못아는 대신 점심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수상보트 타며 찍어본 음식점 모습, 좌측의 호텔과 연결되어 있다

호텔은 사회적 기업 운영 방침에 따라 직원의 반 이상이 타이오 마을 또는 란타우섬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점으로,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운영 방식이다. 

시그니처 메뉴와 공간의 매력

옛 부두를 향하다 요렇게 꺾으면 호텔을 통하지 않아도 음식점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 

저 난간을 돌면 바로 이 계단이 펼쳐 진다. 우아아악! 아주 살짝 높다 ㅎㅎ 다만 주변 자연환경이 괜찮아서 즐기면서 올라가기 좋다 (마지막 식전 장 운동).

작은 언덕이지만 몸이 힘든 손님들을 배려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운영하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정상(?)이 보인다 (이눔의 저질 체력). 중간 상단의 원통은 옛 경비탑 Lookout 공간인데 음식점 이름의 유래다, 타이오 룩아웃. 밀수꾼 멈춰!

쭉 걸어간다. 왼쪽은 식당 안이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경비탑이 보인다.

웨이팅을 위한 배려인지 식당 입구 쪽으로 가니 메뉴의 대형 버전이 떡 하니 걸려 있다. 

왼쪽을 다시 바라보니 웨이팅 전광판인 것 같다. 한국 카톡 웨이팅 시스템 같은 것이 아닐지? 근데 이 날은 손님이 거의 없어 그냥 프리패스~ 예~

타이오 룩아웃의 사인을 따라 좌측으로 꺾으면 입구가 나온다.

안내받은 자리는 1~2인용 코너 테이블이었다. 내외 전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혼밥러에게는 이 자리가 최고의 상석이다. 식당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면서도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매우 아늑했다. 게다가 손님도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실링팬 돌아가는 모습

아열대 지방인 홍콩의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꿉꿉한 느낌인데 식당 안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들이 공간을 쾌적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비 때문에 막혀있는 것 같은데 천장의 커버까지 오픈되면 개방감이 훨씬 좋을 듯하다.

투어보트를 타면 수상가옥을 한바퀴 돈 뒤, 저 바닷길로 핑크돌고래를 만나러 남중국해 바다로 나가게 된다

목재가 주된 장식 요소로 사용되어 그런지 바다를 바라보는 숲 속의 현대적 큰 산장에 와 있는 듯한 아늑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오른쪽으로 바라본 모습
왼쪽으로 바라 본 모습

지루할 수도 있는 산 쪽 뷰 창문에 타이오 마을의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들은 지역의 역사와 정취를 잘 담아내어 호텔과 마을이 함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실내는 밝고 정돈된 분위기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저녁에 조명이 더해지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식사: 맹그로브 스페셜 & 포크찹 번

맹크로브 스페셜 목테일은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상큼한 비주얼이다
맹그로브 목테일 섞는 재미가 있다
메뉴

앞 커플이 마시던 모습이 예뻐 보여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을 주문했다. 아열대 지방의 음료답게 야생 베고니아, 사과, 레몬이 섞인 설명이다.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면 맹그로브와 백로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숙소에서 본 밀물에 덮힌 맹그로브 위에 앉아있는 백로, 2박 해보니 이 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이 주변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은 목테일인 것 같다. 비주얼만큼 맛도 달콤하다. 맹그로브와 백로라는 타이오 마을의 생태적 상징을 음료에 녹여낸 점은 독특했다. 이 지역만의 특색을 느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커플이거나 나 같은 혼밥 망상러가 마시면 좋을 듯. 

타이오 룩아웃 메뉴

타이오 마을은 새우젓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음식을 먹고 싶었고 볶음밥과의 고민 끝에 새우젓 포크찹 번과 컨트리 프라이즈를 골랐다.

실제 모습, 맛있어 보이긴 한다. 타이오 마을의 주요 관광 스폿과 역사를 담은 듯한 종이 플레이스메트가 있어 음식 나오기 전에 살펴보기 좋다

마카오의 주빠빠오와 비슷하지만, 오이와 토마토, 양상추, 새우젓이라는 토핑들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고자 한 것 같다. 다 좋아하는 토핑들이다. 

다. 만.

그러나 재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아 아쉬웠다. 한 입에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번은 괜찮았지만 익힌 돼지고기와 생생한 맛만 강조된 오이와 토마토가 서로 자신의 맛만 뽐내고 있어 전체적으로 '완성된 맛'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 차라리 전날 먹었던 새우젓 볶음밥을 시켜 비교하며 먹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은 좋았지만 그에 비해 맛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이 날만 그랬던 건지… 맛은 꽝이었고 결과적으로 당첨 실패. 😢

하지만 감자 프라이는 두툼한 체구 때문에 눅눅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매우 바삭해서 만족스러웠다. 예상 밖의 바삭함 덕분에 포크찹 번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다 다만 감자스틱 특유의 기름진 맛 때문인지 몇 개 먹고 나니 몸에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바삭함 덕분에 멈출 수가 없어서 몇 점 더 집어먹게 되었다 (나오자마자 먹는 걸 추천).

그래도 즐거웠던 시간:  

다 먹고 나올 때 찍은 자리 사진. 비가 꽤 내리던 날이어서 그런지 운치가 있어 좋았다

타이오 룩아웃에서의 식사는 음식의 맛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경치를 즐기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었다. 이날 유리천장이 덮여 있어서 그런지 숲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통나무 산장 같은 인테리어는 아늑함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이 경험은 타이오 마을에서의 시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서빙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살짝 실수도 하면서 약간 어설퍼 보이면서도 매우 친절한 태도가 돋보였다. 솔직히 지나치게 전문적이면서 불친절한 서비스보다는 이런 인간미 있는 서비스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식당을 나올 때 볼 수 있는 호텔 전체를 보여주는 레고 모형

타이오 마을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옛 경계처였던 곳에서 포근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모순적이지만 좋았던 잔잔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었다. 😊 분위기 및 서빙의 친절함으로 혼자 식사를 즐기기에 부담 없이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 타이오 마을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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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타이오 마을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강아지들 ft.기타 동물들

재생ㄱㄱ~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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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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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ㄱㄱ~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흔한 시골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삶. 솔직히 무서운 건 없었다. 얘네들도 타지인들한테 익숙한 게 티가 낫다. 물론 쓰다듬거나 해보진 않았다. 강아지들은 오히려 살살 피하거나 경계하거나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고양이들은 얄짤 없이 대놓고 앵기거나 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타이오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까미

고정되어 있던 괭이

길막하고 있는 애들이 꽤 많다. 상황에 따라 개네들이 비켜주거나 우리가 비켜 가면 된다. 시간이 좀 지나 느낀 건데 재네는 우리한테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그냥 빨리 지나가 주면 서로 편안~

보니까 주인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사진엔 안 찍혔지만 좋아서 펄쩍펄쩍 뛰면서 같이 가더라. 찍진 못했는데, 주인 만나 좋다고 살다 살다 유튜버 빅페이스 뒷다리 치기 시전 하는 강아지는 첨 봤음

괭이 특유의 다소 건방진 표정

숙소를 향해 걷는 Shek Tasi Po 쉑차이포 거리에서 본 강아지 대변 처리 장소. 시골에서 이런 곳을 보니 나름 인상적이었다. 도심에서도 이런 공간은 못 본 것 같은데, 차라리 저런 식으로 관리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다만 모순적인 건 이 마을에서 강아지들은 모두 혼자 다닌다. 걔네들이 여기서 알아서 대변볼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암튼 오히려 견주들과 같이 다니며 견주가 대변을 처리해야 하는 도심 생활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공간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 봤다.

이건 그냥 숙소에서 찍은 참새들 사진. 참새건 비둘기건 고양이건 강아지들 등등 먹으라고 내 놓은 음식들이 꽤 많이 보인다. 여기는 그게 마을을 굴러가게 하는 장치들인가 보다.

고양이를 테마로 벽화로 꾸민 집. 어촌이라 고양이도 많고, 사람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고, 마을이 관광화 되면서 고양이 컨셉을 활용하는 곳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민간 고양이. 어려 보인다. 이름도 있는 것 같고. 

내가 관심 보이니 바로 튀어와서 비빈다.

타이오 수산 시장 (아주작다) 바로 옆 벤치에 있던 고양이. 아마 들고양이가 같은데 친화력도 좋고 잘 앵겨서 가는 길에 시간을 좀 같이 보냈다. 

나름 터줏대감인 듯 한 분위기

솔직히 눈빛이 뭘 좀 내놓으라 하는 것 같아서 쬐금 부담이 갔었다. 

얘도 그냥 지 갈 길 가는 애. 누렁이들이 꽤 많다. 

이건 숙소 앞에서 찍은건데, 백로? 왜가리? (맞나?)들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서 쉬어 가는 애들이 참 많았다. 크진 않지만 중간중간 맹그로브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인 헤리티지 호텔 앞 벽화에도 이 녀석들이 그려져 있는 것 보니 이 놈들의 서식지인가 보다.

타이오 룩아웃의 시그니처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이라 무알콜이긴 한데 달긴 하다

그래서일까? 헤리티지 호텔의 음식점, Tai O Look Out의 시그니처 목테일의 이름이 Mangrove special 맹그로브 스페셜이기도 하다. 색깔이 참 이쁘고 맛도 이쁘다.  

타이오 호텔은 마을의 끝자락이라 더 이상의 도로가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오는 길에 산책 길을 찾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한문을 까먹었어도 저 정도는 기억하기 때문에, "어? 소림? 소림사? 샤올린? Shaolin?"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뛴다. 옛 기억 때문에. 하지만 닫힌 저 공간 안에 사람의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홈페이지를 보니 소림문화센터라고 하는데 25명 정도 예약이 걸리면 소림사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하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그 소림사 앞에는 꽤 큰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서 퍼져 있는 강아지. 저 놈이 바라보는게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프리즈비를 하며 왁자지껄 노는 모습들이다.

마음이 착해졌다. 굴뚝처럼 뿜어내는 연기 속 더럽혀져 있던 나의 마음 속 정신의 구조물이 닦여지는 기분이었다. 

어촌에선 흔한 풍경일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유유적적 갯벌 걸어 다니는 강아지. 꽃게라도 잡아먹으려는 건가...

숙소 근처 미니 슈퍼마켓 같은 곳인데 저 자리가 우리나라로 치면 가맥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괭이들이 꽤 많다. 언제 한번 공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 빨간 이케아 의자들이 마을 음식점 등등 곳곳에 많이 보이긴 했다. 음료수 사던 곳인데 430ml 비타 퓨어 생수가 HK7달러 (한국돈 약 1,170원) 정도니 타이오 마을에서도 원주민 주거지 쪽에 있는 먼 곳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홍콩 도심에선 800~1,000원 정도) 암튼 맨날 저기 빼박으로 앉아 항상 낮술 자시던 할배가 계셨는데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난 영어, 할배는 광둥어) 언어로 꽤 오래 얘기한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영어와 광둥어 섞어가며 말 붙이시던 친화력 좋은 할배 사장님도 기억에 남는다.

도성타왕의 한 장면. 모순균과 주성치. 모순균은 장국영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혼했었던 여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위 이미지는 주성치가 <도성타왕>을 찍었던 양후사원이란 곳이다. 타이오마을 Fushan View Point 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와서 만난 곳.

양후사원의 내부

작진만 나름 화려하다. 작은 절로 봤는데 그 작음 속에 중국 특유의 화려함과 옛 무협 영화들에서 느꼈던 감성이 곳곳에 녹아져 있어 홀린 듯 구경했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훅 튀어 나와 나한테 비비적 비비적거리던 고양이. 나중에는 내 신발에 똥꼬를 내려놓을라고 자리 잡던데 순간 얘가 똥 싸나? 하고 발을 급히 치웠는데 미안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자리 잡으려고 했던 것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동네는 참 고양이들이 외지인들한테 참 많이 안긴다.

어떡하다가 물 한 통 없이 진행된 란타우 트레일 후 완전 지치코 목말라서 급히 뭐 마실 것을 찾으러 급히 이동하고 있던 중 골목의 길막 강아지. 저 놈도 여길 건널라 하나 부다.

원래 이렇게 만난건대 우측으로 틀고 다시 직진하다가 이 골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여기로 지나갈까 눈치 보고 있다가 잠깐 딴 데로 가버리니 이내 안심하고 골목을 넘어온 것 같다. 다시 돌아가니 만나서 헬로~

저 놈 보내고 골목을 지나가니 또 비슷하게 생긴 누렁이가 천진난만하게 지나간다. 도플갱언지 평행우주인지 내 눈엔 아까 그놈과 똑 같이 생겼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 마을 전체 누렁이들 보면 되게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기 마을 강아지들이 좀 매너가 있는 건지 양보받은 적이 꽤 많다는...

Sun Kee 선키 다리에서 만난 강아지. 얘는 동네 강아지라기보다는 관광견 같았다. 동네 개라면 저렇게 냄새 수컹수컹 맡으면 신나게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듯.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점찍어 놓은 카페들이 죄다 문을 닫아 정처 없이 헤매던 중 만난 팔자 좋은 고양이

그리고 그 뒤에 또 고양이들

그리고 메인거리로 고개를 틀으니, "니 어디 가는데? 못 보던 놈인데?" 하는 듯한 강아지. 딱히 서로 간 트러블은 없었다. 

또 지나가다 만난 괭이

아마 도성타왕에서도 나왔던 곳 같은데, 타이오 마을 작은 광장 포토존 같은 곳이다. 벽화와 땅에도 그림이 그려진 곳. 거기서 만난 강아지. 

약간 무서운 포스를 자랑하던 놈들. 솔직히 앞에 놈이 더 무서워 보이는데 더 순해 보이는 뒷 놈이 이 자유로운 곳에서 목줄 채워져 있는 것 보니... ㄷㄷㄷ...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가 본다. 코카콜라 냉장고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이 놈들의 갈증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기도.

요건 아까 옆 집의 옆 집 강아지. 여기서 저녁 먹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긴 한데... 이번에 못 먹어서 아쉬웠던 어묵용 대왕 오징어. 저거로 피시볼 만들어주는데, 크긴 크더라.

폭풍우가 쓸고 간 다음 날 아침. 어제 불놀이 이후 남긴 음식을 챙겨가고 있는 참새... 어? 비. 둘. 기??? 역시 야만의 사회는 체급이...

왜가린지 백론지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타이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 밤색왜가리 새끼인지? 새벽아침에 물고기 잡아온 배에 턱 앉아서니 먹이를 노리고 있는 건지. 여기서는 흔한 어촌의 아침 풍경이 아닐까 싶다. 


옹핑마을 부처상

여기서부터는 타이오 가기 바로 전에 들렀던, 영화 <무간도>와  주성치의 <도성타왕>을 찍었던 옹핑마을에서 본 부처님의 기운을 받고 잘 퍼져 있던 강아지들이다. 

더위를 식히려 병콜라로 팔자 좋게 마시고 있는데 더 팔자 좋은 놈이 앞에 있었다. 

다 다른 누렁이들이다. 관광객들이 뭐라도 줄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숨바꼭질 하 듯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대부분 작은 공간이나 그늘 아래로 피신하고 있었다. 

사실 타이오와 옹핑을 통틀어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즈의 '강아지'는 못 봤다. 어디들 있는 건지... 혹은 있는 건지... 얘네도 초고령화 저출산 상황인지... 대부분, 아니 내가 이번에 만난 강아지들은 전부다 사이즈가 큰 놈들이었다. 

부이 오에서 만난 물소

이 것은 또 부이 오 해변가는 길에서 만난 놈인데, 부이 오나 옹핑에선 그냥 이런 엄청난 크기의 물소들이 걍 사람들과 같이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소 똥도 꽤 많음. 날씨가 하도 더워서 그런지 실제 걸어가는 놈은 못 만났고 이렇게 다들 퍼져 있었다. 역시 8월의 여름은 짐승에게도 강한가 보다. 귀여운 버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잠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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