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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 본 장난감 같은 타이오 마을의 첫 날 밤 풍경

홍콩 여행이라 하면 으레 반짝이는 도심의 마천루, 쇼핑, 그리고 야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한 도시 풍경을 잠시 벗어나 바닷바람 스치는 란타우 섬 끝자락의 어촌 마을 타이오를 목적지로 정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시골 마을만의 맛은 뭘까?”

 

수상가옥 풍경; 영어로는 Stilt House, 광둥어로는 棚屋 팡욱이라 불린다

홍콩의 서쪽 끝, 수상가옥이 줄지어 있는 작은 마을 타이오는 보통 옹핑 케이블카 여행 중 당일치기로 스쳐 지나가는 코스다. 하지만 2박을 묵기로 한 만큼 관광객이 빠져나간 마을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첫 끼는 반드시 이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 타이오의 첫 끼를 찾아

타이오의 새우젓 ❘ 출처: Flickr, Shutterstock

이곳의 향토 특산품을 찾아보니 무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새우젓’. 햇볕 아래 말려 은은하지만 강렬한 향을 내는 타이오 새우젓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그래 이거다. '🦐' 딱이다."

 

크로싱보트 레스토랑에서 먹은 타이오 새우젓이 가미된 찜통밥

그리고 맛집을 찾아보다 현지산 식재료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크로싱 보트 레스토랑(Crossing Boat Restaurant 橫水渡小廚)의 연잎 찜통밥(롱차이 밥)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오 새우젓과 현지 식재료? 첫 끼는 바로 정해졌다. 


 

| 🏘️ 크로싱보트 레스토랑 내외부

마을회관 광장

식당은 타이오의 유명 포토 스폿인 마을회관 광장(Tai O Rural Committee Square 大澳鄉事委員會廣場 )의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다. 벽화의 오른쪽 골목으로 가야 한다.   

골목에 들어서니 비가 갠 후 무지개가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무척 오랜만에 보는거라 뭔가 럭키할 것 같은 느낌!

 중앙의 작은 영어 간판을 확인하고 입장.

중앙 건물인데 상태를 보니 다른 건물들 대비 최근에 지어진 듯

들어가자 직원이 맞은편 건물로 다시 안내했다. 음식점 리뷰에서 본 타이오 마을 특유의 건물 구조인 수상가옥(스틸트 하우스) 테라스가 있는 곳이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저 이케아 감성 의자가 꽤 많이 보였다

혼밥러인 나는 언제나 그렇듯 구석으로 안내되었고 :) 한산한 날이라 그런지 리뷰처럼 사람이 붐비진 않고 한 팀만 있었다(너무 좋음). 이 팀은 먹던 도중 발코니 쪽을 가리키며 광둥어로 계속 투덜거렸는데 눈치 상으론 테라스로 왜 못나가는지에 대한 불만 같았다. 말이 안 통해도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테라스 공간 ❘ 출처: pocketsights.com

그날은 손님이 없어 테라스를 닫고 실내 영업만 하는 것 같았다.

음식을 들고 건너 오시는 사장님 ❘ chatGPT

암튼 음식은 (처음 들어갔던) 저쪽 건물에서 요리한 뒤 이쪽 건물로 배달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테이블이 모두 다인용으로 큼직큼직하다

산 미구엘 라이트 광고가 보인다

내부는 전형적인 홍콩 로컬 식당 분위기. 

모든 테이블에 놓여 있는 한자로만 적혀 있는 오늘의 추천 메뉴.

 

| 🍽 메뉴 소개와 주문

타이오의 감성을 담은 듯한 메뉴, 나름 두께가 있다

한자 메뉴보고 어? 번역기 켜야 하나 싶었는데 이내 책자 메뉴를 준다. 주요 메뉴들은 사진과 함께 한자+영어로 병기되어 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다.

주문한 메뉴; 출처 ❘ 구글지도 @Ka Yin Chuang , @AI M

첫 장엔 큼지막하게 4대 메뉴—롱차이 밥, 오징어튀김, 두부요리, 숯불거위구이—가 보인다. 구글/오픈라이스 리뷰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주인공’들이다(이 집 거위가 그렇게 맛있다고...). 다음 장부터는 각종 시그니처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고 요리 수가 꽤 다양했다 (장을 넘길수록 사진은 없어진다).

나름 두꺼운 책자 메뉴 ❘ 출처: Openrice @小書

예상대로 타이오 새우젓을 활용한 요리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나는 계획했던 대로 롱차이 밥과 사이드로 초이썸 채소찜(+ 텁텁함을 달래줄 차이니즈 티)를 주문했다. '롱차이'는 '찜통'이란 뜻이다.

출처: 구글지도 @ Leung Will

🍽️ 롱차이 밥 메뉴설명:
咸鮮蝦乾荷葉籠仔飯 (함씬하곤 호입 롱짜이판)
 "Long Chai” rice.
-Steamed local dried seafood, pork and rice with shrimp paste, wrapped in lotus leave
 현지산 건해산물, 돼지고기, 새우젓이 들어간 밥을 연잎에 싸서 찐 요리

 

여행 전 미리 골라 놓아던 식당의 후보 메뉴들

원래 '(Fisdherman's) Tai-O Four Treasure' (절인 건해산물 4종에 달걀노른자'를 올린 요리)도 먹고 싶었기 때문에 이거까지 시키면 혼자 먹기 양이 많겠냐고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투박하게 날아왔다. 

주문받던 사장님

일단 두 개 먼저 먹어보고 생각하슈

뜨내기일 수도 있는 관광객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과한 주문을 말리는 게 배려 깊은 응대 같아 좋았다. 근데 그게 홍콩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나온 말이라 뭔가 츤데레 느낌도 나고, 걍 그 특수한 상황이 좀 재밌게 느껴졌다 :)


 

| 🍚 타이오 새우젓 요리의 첫맛

내가 앉은 제일 작은 규모의 테이블인데 4인용이다

주문 후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다시 뜨거운 차로 식기류를 세척하면서 기다렸다

비쥬얼은 메뉴와 똑같다

먼저 초이썸(채심)이 등장했다. 사이드 개념으로 시킨 건데 요리 하나 수준이다. 주문받을 때 굴과 마늘 소스 중 택하라 해서 걍 아무 생각 없이 마늘을 골랐는데 역시 진한 마늘과 연잎향이 느껴진다.

안에 뭐 들어 있나?

연잎에 둘러싸여 있고 새우젓과 건어물이 곁들여진 스타일이다. 주문한 롱차이 밥의 채소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금기 굴소스

모든 식재료를 굴복시키고 맛을 삭제하며 식감만 살려주는 특유의 잔인함이 극락의 맛인 굴소스 채소찜에 평생 몸이 절여 있다 보니 마늘 소스 말고 굴소스로 했어야 했나 잠깐 생각했는데,

오히려 채심 줄기의 사각 한 식감은 물론, 식재료들의 본연의 맛과 풍미를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롱차이밥은 초이쌈과 마찬가지로 연잎에 싸여 둥근 대나무 찜통에 담겨 나왔다. 다만 초이삼 요리처럼 마늘 소스가 아니라서 그런지 은은한 연잎과 새우젓의 향이 더 깊게 테이블 위로 퍼졌다. 또한 주위에 손님이 없어 그런지 다른 음식향과 섞일 일이 없어 더 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평소엔 관광객이 넘치는 곳이라도 이렇게 한가한 날은 로컬 경험을 또 느낄 수 있는 이런 어중간한 날의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좋다.

사장님의 한마디

그리고 사장님이 홍콩 특유의 퉁명스러움으로 잘 비벼 먹으라 하신다. "믹스?" 하니 쿨하게 끄덕끄덕하고 바로 퇴장하셨다.

비빔의 민족답게 열심히 비벼주었다. 속에 숨어 있던 돼지고기, 건해산물 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푸짐하다.

초이쌈과 새우젓밥 한상

한 입 먹어보니 살짝 꼬릿 한 새우젓의 깊은 풍미가 좋다.

지금보니 흑후추도 좀 가미되어 있는 듯

건해산물과 돼지고기의 묵직한 감칠맛, 쫍졸함, 식감이 더해져 기존의 중화볶음밥/덮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쫍쫄함도 쫍쫄함인데 감칠맛도 좋다. 건어물의 바다 느낌이 가득하지만 돼지고기의 육지 느낌도 존재감이 있다. 마치 작은 대나무 찜통 안에 타이오 마을을 우려낸 듯한 느낌이라는 혼자만의 망상을 해보았다.

식후 : 둘이 결이 같은 음식이라 롱차이 밥을 먹고 전혀 다른 음식을 사이드로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징어까지 들어있어서 전체 식감은 매우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좀 짜긴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맛의 향연이 재밌어서 시간을 두며 초이삼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나름 선전했는데 내가 양이 적은 것도 있지만 일단 음식양이 많아서 남겼다. 한 그릇이 1인분이 아니다 (밥도 진짜 많다). 암튼 후회되지 않는 인상 깊었던 타이오에서의 첫 끼였다.

타이오 마을 맛집, 인정!


📍크로싱 보트 레스토랑 기본정보

  • 상호: Crossing Boat Restaurant 橫水渡小廚
  • 주소: G/F, 33 Kat Hing Street, Tai O, Hong Kong
  •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1:30 – 오후 8:00
  • 식사 방식: 매장 내 식사, 테이크아웃 가능 / 배달 불가
크로싱보트 레스토랑(Crossing Boat Restaurant)은 숯불에 구운 거위 요리, 연잎에 싸서 찐 밥, 오징어 패티 등 시그니처 메뉴들이 특히 인기이며 모든 식재료가 현지산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말 그대로 ‘타이오의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식당으로 꼽힌다. 이름에 ‘횡수도(橫水渡)’가 들어간 것은 과거 이 부근에 다리가 없었던 시절 나룻배로 건너던 포인트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 타이오 새우젓, 그 짧고 깊은 역사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이 일대 해협에서 잡히는 ‘은새우’(銀蝦 krill)는 원래 서민들의 생계형 식재료였다. 팔아도 돈이 안 되는 이 작은 새우를 버리느니 소금에 절여 보관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근데 칼슘, 인, 요오드 등 영양소가 풍부한 은새우는 서민들의 소박한 요리에 찰떡처럼 어울렸고 유명세를 타며 발전했다. 한때 홍콩을 넘어 영국과 미국등의 해외 이민자 커뮤니티까지 수출된 인기 향신료로서 마을의 독보적인 상징이 되었다.

타이오 은새우 (銀蝦 은하) ❘ 출처: read01.com/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70,'80년대 죄고점을 이후로 도시개발, 고령화, 관광지화 등의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산업은 점차 쇠퇴했고 결정적으로 2013년 해양 생태 보호를 이유로 트롤어업이 전면 금지되며 타이오에서 직접 은새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중국 본토산 새우를 수입해 만든다. 하지만 전통의 생산 방식은 지켜지고 있다.

쳉청힝 새우젓 가게(좌)

한때 열 곳이 넘었던 타이오의 새우젓 공장은 이제 싱레이(成利蝦醬廠 Sing Lee)와 쳉청힝(鄭祥興蝦醬廠 Cheng Cheung Hing) 단 두 곳만 남았다. 여전히 손으로 새우를 일일이 다듬고, 대나무 채반에 널어 햇볕에 말린 뒤 직접 맷돌로 가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정확한 수치도, 기계의 도움도 없이 오직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감각과 손맛만으로 완성되는 장인의 세계다. 그러나 이 방식은 체력 소모와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있고, 타이오 공장들의 부모 세대 역시 자식들에게 가업 승계를 굳이 강요하지 않기에 이 전통 역시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앞에서 감히 이렇다 할 한마디를 던지기는 어렵다.

DIY 느낌 가득한 새우젓 만드는 터, 새우젓 대신 조개껍질이 놓여 있다

타이오 마을 어귀 쪽을 걷다가 본 새우젓 말리는 공간은 말 그대로 DIY 감성 그 자체였다. 공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투박하고 소박한 공방의 느낌이 강해서 그만큼 전통 방식으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가 내려서 실제로 새우젓 말리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타이오 마을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어딜 가나 새우젓 특유의 쫍쪼름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친다. 크로싱보트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의 식당과 시장의 유명 간식들에서 타이오 새우젓을 쓰는 걸 보면 이 작은 새우젓이 타이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쉑사이포 거리(Shek Tsai Po Street)를 따라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싱레이와 쳉청힝을 비롯 옛 새우젓 생산지였던 듯한 건물들이 남아 있다.

안에는 빨래가 걸려 있었다

지금은 빨래가 널려 있거나 방치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기억이고 누군가에겐 유산이자 역사일 것이다. 

 

"이곳의 새우젓 음식은 단순히 지역 특산품을 먹는 게 아니라,

타이오 마을 사람들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맛보는 경험이 아닐까"

📍 새우젓 공장 위치
싱레이 成利蝦醬廠 Sing Lee: G/F, 10 Shek Tsai Po St, Tai O, 홍콩
쳉청힝 鄭祥興蝦醬廠 Cheng Cheung Hing Shrimp Sauce: 홍콩 石仔埗街17號A

| 🎥 [추천 영상] Michelin Guide Asia – Hong Kong Chefs' Playbook: Tai O with Vicky Cheng

미슐랭 가이드 아시아 채널

영상 속 Sing Lee의 새우젓 공장 모습

이 미슐랭 가이드 아시아 영상에서는 홍콩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 VEA의 셰프, 비키 쳉(Vicky Cheng)이 직접 타이오의 새우젓과 크로싱보트 레스토랑의 음식을 소개하며 이곳에서 받은 영감과 식재료가 자신의 요리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이야기한다. 타이오의 현지 풍경, 장인의 작업, 식재료의 디테일이 모두 담겨 있어 여행 전후로 감상하기에 좋다.

 

“저는 아내처럼 특별한 사람하고만 타이오에 와요.
그 특별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죠.”


— 비키 쳉 Vicky Cheng, 셰프, VEA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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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에서 현지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것, 이런 상황도 여행의 큰 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 샤틴의 신흥 맛집, 테오추(치우차우) 비스트로 (Teochew Bistro 陳鵬鵬潮汕菜館 진붕붕 조산채관)를 소개한다 (아직 네이버나 티스토리에서도 리뷰가 안찾아진다는게 포인트!). 

| 웨이팅 전 음식점 소개

평일 목요일 저녁 7시 경, 웨이팅이 엄청나다. 저건 대부분 그냥 웨이팅 등록하려는 사람들. 웨이팅 하는 사람들은 주변 곳곳에 영혼 없이 나자빠져 있다

평일 목요일 저녁 7시경, 사람들로 북적이는 테오추 비스트로 앞. 웨이팅 등록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게 앞에서 이미 ‘이곳은 맛집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왜냐면 주변에 좀비처럼 웨이팅 중인 사람들의 풍경 때문. 2024년 4월에 오픈했다는 정보가 있는데, 새로 생긴 맛집이라 그런지 인기가 대단한가 보다. 분위기는 고급스럽지도, 누추하지도 않은 딱 캐주얼한 스타일. 접근성은 Shatin 샤틴 역에서 바로 연결된 Citysky 시티스카이 아케이드 7층이라 좋다. 다만, 침샤쵸이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은 미리 참고하는게 좋을 듯. 부모님이 "여기는 꼭 와야 한다!"며 데려간 곳인데, 거리가 있어도 자주 오신다고 한다. 역시 중화요리는 한 명이라도 더 해져서 여러 명이 먹어야 제맛!

오픈라이스 평점

홍콩 로컬 맛집 앱 , 오픈라이스(Openrice.com)의 평점도 괜찮다. 2900여 명 참여 5점 만점 중 4점.  

인 별 테이블 기준으로 현 상황을 전광판으로 브로드캐스팅 해준다. 예시: 1~2인 전용 A055는 6:55PM에 호출, 다음 호출은 A072.

말 그대로 기다림의 뜨거운 열기가 너무 핫한 나머지 중간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 팀도 많았다. 덕분에 생각보다는 일찍 들어갔지만. (6시 40분 즘 등록, 8시 45분경 입성, 두 시간 ㅜㅜ) 전광판 하단 공지를 보면 음식이 불만족스러우면 환불 보장이라는 것 같은데 맛에 자신은 있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도 기다리나.   

메뉴에는 당연히 화려한 소개글들이 있는데 번역해 보니 대략 광둥성 치우차우 식 요리집이다. (潮州를 읽으면 한국어로 '조주', '치우차우'는 광둥어 발음, 그 지역권 사람들의 민남어 발음은 '테오추'라고 한다. (나무위키보니) 그 지역 사람들은 만다린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만다린 발음은 차오저우 임)). 암튼 음식점 시그니처 메뉴는 거위요리와  치우차우 식 죽이다. 메뉴의 요약은 아래와 같다.

- 쉐프관련 '20 프랑스 푸아그라 대회 아시아 지역 챔피언
- 음식점관련 '17년 중화 치우차우 요리 조림거위(직역함) 왕 경연 대회 선정
- 홍콩 치우차우 요리 대회 은메달

음식점 입구 전광판 밑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인데, 오늘의 식재료? 같은 느낌으로 신선함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제철에 맞춰 그날 그날 바뀌는 것 같다.

암튼 추가 설명까지 요약하면 '16년 탄생한 정통 조주(潮州 치우차우) 식 요리 체인으로 중국 본토에 30개 직영점이 있는데 이번에 홍콩점을 열였고, 마카오점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따로 제공하는 디저트 메뉴판. 밀짚모자 캐릭터가 마스코트인 듯.

단거는 안 먹는 편이라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그 밑에는 달달한 디저트 메뉴를 따로 소개하고 있다. 대만식과 차오산식 그리고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추가 재료들. 潮汕 Chaosan 차오산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조주(潮州)는 도시 이름으로 보면 되고, 조산(潮汕 차오산)은 조주와 인근 한 산터우 지역을 모두 포괄하여 부르는 지역 이름이라고 한다. (TMI..ㅜㅜ) 


| 가게 내부와 주문

내부공간이 작은 건 아닌데 중국 요리집치고는 또 아주 큰 편은 아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청결도는 좋다. 서버 분들은 식당 마스코트처럼 저래 다 흰 티셔츠에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종이 메뉴판

메뉴판이 있긴 한데 웨이팅할 때 간이식 종이 메뉴판을 들고 와서 따로 찍진 않았다. 영어 이름이 없는 건 아쉽지만 관광객 용이 아닌 로컬 음식점이라는 느낌을 확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요리들이 사진이 포함되서 번역기도 잘 돌아가는 요즘 세상, 음식 선택은 크게 어렵지 않다.

QR코드 주문

다만 최고의 난관은 주문 시점인데, QR코드 주문이 기본이다. 위와 같이 위챗, 인스타 등의 앱 QR로 연결하면 스마트 폰에서 메뉴 선택하고 바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처음에 시도했다가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그냥 웨이트리스 분께 구두로 주문했다. 중간에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놀라면서도 호감적이더라. 특히 만다린으로 주문하니 더 놀라워함. 요즘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인종차별 난무하던 옛날 옛적이랑 달리 어딜 가더라도 온도 차이를 크게 느낀다.  암튼 말 안 통하면 대충 사진 가리키며 주문하면 될 듯.

메뉴판의 이미지. 서버분도 친절하고, 가족과 함께 즐길만한 캐쥬얼한 분위기인 곳임을 잘 표현한 듯 하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음식점 주문과 서빙 시 특유의 그 '퉁명스러움'이 전혀 없었다 (익숙해서 별로 상관은 안하지만 ㅋ).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업! 텐션 수준은 아니더라도 매우 친절하다. 뭐 이 정도 수준의 프랜차이즈면 당연한 거긴 하지만 ㅎㅎ. 

자리의 기본 세팅. 저 모래시계는 전광판에서 본 그 30분 이내 요리가 안 나오면 돈 안받습니다를 실천하는 모습이다. 해보진 않았는데 재미 삼아 주문하고 시계 돌려놓으면서 가게 내부 풍경도 보고 메뉴도 보면서 기다리면 될 듯.   

냅킨 박스에 있는 설명

뭔가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자신있게 설계한 느낌이다. 냅킨 통에 써져 있는 걸 보면 아래와 같다. (번역기 돌린 후 요약)

1. 서비스 요금 없음
2. 식사 전 간식비 안 받음
3. 차 제공하는 자리 비용 안 받음
4. 30분 넘어 나온 요리 비용은 안 받음
5. 맛 없으면 돈 안 받음
6. 식사용 종이 냅킨 돈 안 받음
7. 생수 요금 안 받음  

여행용 미니 포켓 티슈

냅킨이 없어서 얘기하니 저 냅킨통을 준 다음 미니 포켓 티슈에서 휴지를 뽑아 꽂아 준다. (포켓 티슈 이미지는 음식점에 쓰는 거랑은 상관없이 인터넷에서 퍼 온 거임)


| 식사, Go!

먼저 주문하기 전에 자리 앉으면 바로 나오는 무료 식전(?) 디저트, 肚臍餅(두제빙). 너무 달아서 한 입만 살짝 베어 맛만 봤다. 비주얼에 딱 보이는 바삭+달달 맛이다. '배꼽떡'이란 건데 차오산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이름은 그냥 배꼽 모양 닮아서 그렇다고 ㅎ. 바삭한 껍질과 얇고 부드러운 흑설탕 필링에 씹으면 질긴 질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단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맘에 들 듯하다.

精選上莊 정선상장, 엄선된 상등급 부위

 먼저 나온 거위요리. 원래 시그니쳐는 '金獎卤鹅拼盘 골드메달 거위조림 모둠'인 것 같은데 다른 요리들도 같이 시키다 보니 반반 소짜 느낌의 상등급 부위를 시켰다. 개인적으론 이 날 최고의 맛이었다. 원래 홍콩 오기 전 스트리트 음식 같은 느낌인 하이난 식 치킨 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닭도 아닌 심지어 거위로 대체한 날이었다. 

나, 이제 홍콩에서 닭이랑 오리 안 먹어도 좋아!

'大대.만.족.'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는데 식초 베이스의 저 산미가 풍부한 소스와 찍어 먹으면 기름진 거위의 풍미를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풍미를 더해주는 판타스틱한 맛이 난다.  특히 상부라 그런지 거위목도 나왔는데 뜯어먹는게 그 식감이 감히 치킨 목살 뜯어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고기 밑에 두부도 같이 나오는데 부드러우니 어르신들 먹기도 좋고 맛이 좋다.

그리고, 우리나라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홍콩달러 98불 (약 1,7000원)인데 서울에서 좀 비싼 냉면 한 그릇 값이다. 이 가격에 이런 맛과 양이라고? 혜자다.

거위 요리 메뉴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오른쪽 상단의 저 모둠을 시켜보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거위 고기, 날개, 두부, 달걀 포함이다. 

다음은 또 하나의 시그니쳐이자 부모님의 페이버릿, 여긴 이거 먹으러 오신다는, 나무 국자가 인상적인 '조산식 해산물 사골죽 (潮汕砂鍋粥)'이다. 죽이다 보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한테도 부대끼지 않는 소화는 물론 맛까지 모두 커버해 줄 수 있는 기특한 맛이다. 부모님 원픽이라 2인분 시킴. 새우, 바지락, 바닷가재, 게, 굴 등이 들어간 죽인데 굴 맛에 따라 비리게 느낄 수도 있다. 저건 날에 따라 호불호가 있는 듯하다.

다음은 죽과 딸려 나온 피시볼과 비프볼. 와.. 이것도 짭짤 구수 쫄깃~하니 괜찮았다. 술 마시고 싶은 욕망을 뜨거운 차로 다시 쭉쭉 누르며 한 입식 베어 먹어 본다. 

 비프볼과 피시볼 안의 모습. 이거 먹고 다음 일정인 타이오 어촌 마을 가서 꼭 먹어야 한다는 대왕피시볼 못 먹은 걸 지금까지도 후회 안 하는 이유다.

이어 나온 小吳烤蝦 소이 구이 새우. 코코넛과 함께 구운 거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짜지도 않았고, 이미지에서 보듯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 좋았다. 일본 식 꼬치와는 또 다른 중국식 꼬치의 맛깔스러움.

메뉴판 그림

그리고 다음 대망의 피날레 장식할 부모님의 두 번째 페이버릿, 제철 해산물을 강조하는 향기로운 팬에 구웠다는 향전창어(香煎鲳魚). (장어 아님! '창'어임)

 비주얼만 봐도 빠삭+꼬소~함이 느껴진다, 근데 또 부드러움. 저 작은 파들은 살짝 올라가 있지만 생선튀김 곳곳에 그 상큼함이 배어 있다. 머리와 꼬리는 가장 중요한 분에게 드리는 법. 나이 많으신 어머니가 아주 맛있게 드셨다. 그만큼 튀김의 내부는 또 부드럽다는 반증! 올때마다 해산물 사골죽과 함께 항상 드신다는 메뉴. 먹을 때는 병어라 하셨는데 포스팅할 때 메뉴 보니 창어라고 써져 있어 뭔가 헸다니 병어다. 병어튀김.

오늘과 같은 느낌을 챗지피티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나온 이미지

여기까지가 세 가족이서 정말 배부르게 최선을 다해 먹었던 음식이었다.

가족식사란 불편한 것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소중한 것인 것 같다.

기.억.


| 음식점 메뉴

과대광고에 솎을 때도 많지만 사람 많은 곳엔 이유가 있다고, 정말 맛있었던 한 끼였다. 메뉴는 위와 같다. 스마트폰 번역기 돌려 보면 될 듯. 아쉽게도 홍콩김치처럼 먹는 초이썸 같은 야채볶음 메뉴는 없었다. 그래도 행복했던 가족 저녁식사. 이거 먹고 완차이 숙소 돌아가 원래 계획했던 일정 다 취소하고 포만감에 휩싸여 바로 잤다. 그 다음 날은 란타우섬 행.


| 위치.location

음식점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구글지도 링크.

一期7樓703A號舖, 新城市廣場, 18號 Sha Tin Centre St, Sha Tin, 홍콩

 

陳鵬鵬潮汕菜館 · 一期7樓703A號舖, 新城市廣場, 18號 Sha Tin Centre St, Sha Tin, 홍콩

★★★★☆ · 음식점

www.google.co.kr

홍콩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거점으로 삼을 만한 침샤쵸이의 MTR 지하철 역 기준으로 샤틴 Shatin 역까지는 약 25~30분이 소요된다.  

포스팅하는 지금 시점에서도 마찬가진데 샤틴역에서 구글  길 찾기를 찍으면 저렇게 밑으로 쭈욱~ 8분 도보로 돌아가라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돌아갈 필요 없구요,

지도 자세하게 보면 샤틴 역에서 스카이 시티로 바로 이어지는 길 하나가 보일 것이다. 그 길로 조금만 가면 바로 시티스카이 아케이드로 이어진다. 대충 근처 엘리베이터 찾아서 7층으로 가면 된다. 

이 스카이시티 아케이드가 지어지지 얼마 안 되었는지 엄청 크고 깨끗하다. 음식점 가서 웨이팅 등록하고 그냥 이것저것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다. 웨이팅 등록하고 30여분 지나면 모두가 좀비가 된다. 주위에 앉을 곳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좀비처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유명한 제이드 가든도 여기에 고급스럽게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음식점이 많다. 우리도 기다림에 지쳐 여기 갈 뻔했었다. 

| 번외, 이후

그렇게 길고 지치던 기다림도 잊혀주게 한 맛. 특히나 오랜만의 홍콩에서의 가족 식사여서 더 특별했던 하루였다. 하지만 몸이 지치기에 향후 취소한 일정들이 있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MTR 1등석 타기

몸이 너무 힘드니 홍콩 지하철 MTR 고급석 타기로 했다. 자리가 편하다. 부모님은 먼저 내리고 나는 뷰 좀 잡아보려고 따로 잡은 숙소인 완차이 쪽, 애드머랄티에서 내린다. 

여기서 택시 잡고 호텔 가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제2의 고향 홍콩을 방문하고 새삼 느꼈던 것이 왜 이리 택시 잡기가 힘든가! 

어케어케 택시 잡고 숙소로 돌아온 후 대충 사진 좀 찍고 이내 잠들었다. 다음 날은 아침에 바로 배 타고 란타우 섬으로 가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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