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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도로 이름판

마카오 도보 여행의 매력은 곳곳에 펼쳐진 골목, 언덕, 계단들이다. 포르투갈어를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나 같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난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로명 표지판의 기본 구조만 알아도 여행이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한국 도로명표지판 형식 ❘ Wikipedia 펌

한국으로 치면 '도로명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하는 마카오의 도로 이름판은 포르투갈어와 한자로만 쓰여 있다. 첫 단어만 이해해도 지형적 특징이나 풍경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여행 전 알아두면 유용한 포르투갈어 도로명 가이드를 준비해 보았다.

참고로, 한자 표기는 보통 포르투갈어의 발음이나 의미를 번역한 형식이지만, 종종 별도의 이중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자까지 포함하면 내용이 길어질 수 있어, 여기서는 포루투갈어 중심으로만 설명한다. 

 


| 도로명 표지판 구조: 

트라베사 다 파이샹 골목

세나두 광장과 함께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성 바오로 유적 근처의 Travessa da Paixão은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각종 영화와 TV 매체는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트라베사 다 파이샹의 표지판

* Travessa da Paixão의 표지판 구조:

마카오의 도로명 표지판은 주로 [길 유형] + [전치사] + [지명/고유명사]의 구조를 따른다. 

  • Travessa: 골목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
  • da: ~의 (소유격 전치사)
  • Paixão: 열정, 사랑 (특히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상징)

따라서 이 곳은 '열정(사랑)의 골목'으로 해석된다.

전치사의 경우 do, dos, da 등으로 다양하지만, 'd'로 시작하면 단순히 '~의'로 이해하면 된다.
재밌는 점은 중국어 표기인 '戀愛巷(연애항)'은 "연인의 골목" 또는 "사랑의 거리"로 번역되며 포르투갈어의 그리스도의 열정(Passion)을 담은 종교적 의미와는 또 다른 낭만적 뉘앙스를 전한다. 

성 바오로 유적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

묘한 오역과 더불어 공간 또한 예쁘다 보니 영어로도 'Love Lane(사랑의 골목)'이라 불리며 로맨틱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식으로 도로명은 마카오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로명 정리를 통해 마카오의 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 도로명 정리: 

명칭 (포루투갈어) 뜻 (한국어/영어) 설명 예시
Avenida
(Av.)
대로
(Avenue)
도시의 주요 대로로서 상업, 관광 및 교통 중심지를 연결. Avenida Dr. Sun Yat-sen (쑨원 대로)
Beco
(Bc.)
아주 좁은 골목
(Alley)
양방향으로 열린 골목. Travessa보다 좁음. 지역적 이동 및 연결 목적 Beco da Felicidade
(행복의 골목)
Calçada
(Cç.)
(돌로 포장된) 길
(Pavement)
돌로 포장된 포루투갈 전통 길 형식.
식민지 영향이 강한 구역에서 자주 보임.
Calçada de S. Paulo
(성 바오로 돌길)
Escada
(Esc.)
계단
(Steps)
보행자용 계단.
대성당 같이 큰 규모나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일 경우 Escadaria로 표기됨.
Escada de Coxo
(코쇼 계단)
Estrada
(Estr.)
큰 도로, 주요 도로
(Road)
주요 도로 Estrada da Penha
(페냐언덕 도로)
Largo
(Lg.)
광장, 넓은 공간
(Square)
포르투갈 유래의 넓은 공공 광장 공간.
주민 교류와 일상 활동 중심.
Largo do Senado
(세나두 광장)
Pátio
(Pt.)
공동체 공간, 막힌 골목
(Yard, Enclosed Alley)
마카오의 근현대식 밀집 주거 공간.
하나의 출입구와 막힌 골목,
마당과 우물 등 공용 공간이 특징
Pátio do Espinho
(가시덤불의 마을)
Praça
(Pç.)
광장
(Sqaure)
도시의 기념비적 광장으로
상징적 공식 행사와 역할 수행
(Largo와는 공식성 vs 일상성의 차이)
Praça de Luís de Camões (루이스 드 카몽이스 광장)
Rotunda
(Rda.)
원형 교차로
(Roundabout)
차량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원형 공간.
Rotunda de Carlos da Maia
(카를로스 다 마이아 교차로)
Rua
(R.)
거리, 도로
(Street)
일반적인 거리 Rua do Cunha
(쿠냐 거리)
Travessa
(Tv.)
골목길, 좁은
(Alley, Narrow Lane)
두 주요 도로를 연결하는 좁은 길로,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Beco보다는 넓고 긴 구조)
Travessa da Paixão
(파이샹 골목)
** Miradouro
(Mir.)
전망대
(View Point)
전망 포인트 Miradouro da Penha
(페냐언덕 전망대)
** Ponte
(Pte.)
다리
(Bridge)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Ponte de Sai Van
(세이반 다리)
** Poço
(Pç.)
우물
(Well)
과거에는 공동체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던 우물이 중요한 랜드마크로 여겨졌였음. Beco do Poço
(우물의 골목)
** Fortaleza
(Ft.)
요새
(Fort)
마카오는 식민지 특성 상 도시 방어를 위해 요새가 많이 있음 Fortaleza do Monte
(몬테 요새)
** Igreja
(Igr.) 
교회
(Church)
마카오에서 교회를 지칭하는 일반 용어 Igreja de S. Lázaro
(성 라자로 교회)
** Sé Cathedral
(Sé.)
성당
(Cathedral)
마카오 가톨릭 교구의 주교좌 성당.
Igreja da Sé Cathedral로도 표기
Sé Catedral da Nossa
Senhora da Natividade
(마카오 대성당)
** Templo
(Tpl.)
사원
(Temple)
전통 신앙과 불교를 반영한 중국식 사원 Templo de A-Má
(아마 사원)
 

대략 중요한 것들만 선별한 목록이다. (볼드로 표시된 항목은 특히 자주 보이는 접두어이며, '**'로 표시된 항목은 길 형식이 아닌 랜드마크 성격의 지형 또는 구조적 특징을 가리키지만 알면 여행 시 유용하다)

유명사는 언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접두어의 의미만 알아도 마카오 여행에서 표지판을 읽는 재미와 실용성을 더할 수 있다.


| 마카오의 사인과 공간들: 

Patio: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공동체 공간과 작은 마당 또는 우물(위 사각형 구조물)을 만날 수 있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Largo: 광장이겠구나.

Beco: 오래된 주거지들 사이를 연결하는 좁은 뒷골목 같은 느낌이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Calçada: 바닥에 포르투갈식 돌이 깔린 길이겠구나.

"흔한 주말의 성바오로 유적 가는 풍경, 살려주세요 ㅎㅎㅎ"

Rua: 도보로 거닐 수 있는 일반적인 거리겠구나.

 

Avenida: 중요한 대로구나. 버스 정류장들이 있겠구나! (세종대로나 강남대로 같은 느낌)


추가로 위는 포스팅에서 설명 못한 한자 이중 표기의 좋은 예다. 'Avenida de Almeida Ribeiro'는 마카오 행정관의 이름을 기리고, 한자 표기는 그 발음을 뜻한 긴 한자 밑에, 新馬路(신마로)를 더해 '새로 조성된 길'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로컬들은 이렇게 즐겨 부른다고 한다).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런 표지판들은 두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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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벨라>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찾아가다 발견한 촬영 스폿

성 라우렌시오 거리의 100살이 훌쩍 넘은 가톨릭 학교,
Instituto Salesiano.


| 황추생의 먹방 장면: 인상적인 디테일
영화 <이사벨라>는 '99년 중국 반환 직전 마카오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주인공 싱(두문택 분)의 상사 캐릭터인 황추생은 영화에서 딱 세 번 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모든 장면이 먹방(훠거, 국수, 빵)이다 (마카오 배경인 홍콩 영화, <Exiled>를 찍을 때 잠깐 짬 내서 출연했다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도 있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들 (훠거, 국수, 주빠빠오)

오로지 두 캐릭터(싱과 이사벨라)에 집중된 영화의 서사 속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키며 여유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카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정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저녁 사진


| 성 라우렌시오 거리와 살레시아노 학교

황추생의 세 번째 먹방 장면은 싱과 차 안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씬으로 그 직전에 주인공들이 성 라우렌시오 거리(R. de São Lourenço)를 배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건물은 1906년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포루투갈 식민지 시대의 건축 감성이 녹아든 가톨릭 학교인 Instituto Salesiano (聖中教育活動中心)다.

연말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달려 있다

|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바라보며

나름 근대적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등지고 뒤로 돌면 고전적인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게 바로 마카오 거리를 거닐때의 매력이다). 16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과거에는 앞쪽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당 주변은 현재처럼 콘크리트 바닥으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마카오의 역사적 변화와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 속 학교 건물 배경 장면은 저 계단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했을 것이다. 또한 황추생이 세 번째 먹방 때 차를 세우고 싱을 부른 장소 역시 바로 이 돌계단 바로 앞으로 보인다.

마카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역사가 느껴지는 거리의 돌담

|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나먼트와 공간의 리듬감

성 라우렌시오의 한자는 風順(풍순)으로, '순조로운 바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부와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던 만큼 육지에 남은 가족들은 저 돌계단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로 떠난 뱃사람들의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고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계단을 오르면서 느꼈던 엄숙하고 신성한 기운은 당시의 사람들이 간직했던 희망과 염원을 떠올리게 했다. 기백년 전의 이야기라는게 신기했다. 

성당의 정문이 위치한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바닥의 포루투갈 모자이크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뒤로 한 오른 쪽 풍경, 저 방향으로 쭉 가면 펜하 언덕으로 이어진다
성당을 뒤로한 좌측 풍경, 저 길을 쭉 따라가면 세나도 광장이 나온다

성당 앞 계단과 주변 구조물에서 발견되는 타원형 오나먼트와 포르투갈 스타일의 모자이크 바닥은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공간에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하며 역사적 맥락이 현재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촬영 스폿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올라갈 때 난간의 타원형 오나먼트는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해준다

특히, 싱과 이사벨라가 거리를 배회하던 장면은 1999년 중국 반환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복잡한 정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감성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저녁, 문 닫힌 성 라우렌시오 성당의 정문

| 성당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16세기에 지어진 후 1846년에 재건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두 개의 정사각형 종탑과 중앙부의 브로큰 페디먼트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한 주변의 야자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나를,
구원하소서
마치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십자가 엠블럼, 대항해 시대의 포루투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저녁 조명 아래에서 성당의 베이지색 외벽이 민트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 마카오 국기의 색감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연출은 성당의 신성함을 극대화하며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과, 싱과 이사벨라의 배회 장면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 주변에서 촬영된 것은 이 장소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마카오의 복합적인 정취와 정서를 한층 깊이 전달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 나머지 스냅샷들 

 

포루투갈 감성이 적절히 섞인 듯한 영화의 OST 중 'She Stalks'. 영화의 OST도 참 들을 만하다. 한 번 들어보는 것 추천.

영화 <이사벨라>
영화 <이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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