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검진 결과 때문에 엄습한 이 불안감으로 인해 뜬금없이 밥을 나가서 먹었다. 머릿 속에 그냥 장어가 생각나더라. 암치료 끝나고 도시에 있을 수가 없어 이사 온 이 동네가 개인적으로 참 좋다. 자동차가 없으면 살기가 불편한 부분은 있는데 어차피 거의 자가로 생활을 하다보니 크게 불편하진 않다. 그렇게 외진 곳이고 편의점이 생긴지도 몇 년 안 된다. 그래서 그러진 몰라도 2,3분 안에 걸어갈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음식점들이 약간 건강식 분위기다. 다행히 맛들도 다 괜찮다. 버섯전골, 추어탕, 곤드레, 삼계탕... 이런 식임 ㅋㅋ (원래 낙지한마리 풀로 넣어주는 대박 해물 칼국수 집도 있었는데 문을 닫고 딴게 들어와서 상당히 아쉬움)
그 중에서 장어구이집을 자주 가는 편인데, 정말 암치료하기 전 내 평생 장어구이를 먹어본 적이 없는 장알못이었다. 심지어 초밥은 좋아해도 장어초밥은 먹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암치료 직후 떨어진 체력때문에 (집 바로 앞이기도 하고) 큰 맘 먹고 장어를 먹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는 꽤 맛있었고, 일단 당시는 일주일에 거의 두 세번, 많게는 네 번 이런 식으로 두 세달 동안 장어만 미친듯이 먹었다. 현재는 실제 몸이 많이 좋아진 편이긴 한데 이게 전부 이 장어의 덕분이다~라고 100퍼센트 확신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부분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몸이 좋아지기 위해 먹는 것도 있었지만 실제로 맛도 있었어 더 먹었던 것 같다. 당시 입맛도 거지 같았고 먹는 것도 힘들고 했었는데 장어는 별미처럼 맛있었다. 그리고 실제 주식처럼 먹게 되어 버린... 이제는 옛날처럼 매일 같이 가진 않지만 종종 들러서 맛나게 먹고 온다.
그리고 이 집에서 장어구이란걸 처음 먹었고 또 맛있다 보니 딱히 다른 음식점에서 장어를 먹을 니즈도 못 느낀다. 그래서 이집에서만 장어구이를 먹는다 ㅎ. 그리고 장어가 꽤 비싼 음식으로 알고 있는데 1kg에 39,900이다. 딴 집서 안먹어봐서 이 가격이 얼마나 싼 건지는 모르겠지만 토실토실하고 쫄깃한 장어 퀄리티와 맛있는 밑 반찬들을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은 가격이라 생각한다.
장어먹을 때 보통 소스묻힌 생강과 먹거나 백김치 또는 쌈무랑 같이 먹는걸 좋아하는데 역시 최애는 생강이다. 뭐 전통적으로 소화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향도 더 해주고 아삭한 식감까지 있어 생강은 무조건 많이 먹는다. 아로마도 진저(생강)이 들어간 블랜드들이 좋던데, 진저 에일도 좋고... 생강은 정말 너무너무 좋다. 가끔 음식점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여러 소쿠리에 담긴 엄청난 양의 생강들을 직접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 그 모습을 보면 신뢰감이 더 가서 더 먹게 된다. 모자르면 셀프바에서 맘 껏 퍼올 수 있다.
필수코스처럼 항상 같이 시키는 장어탕. 쫄면 물 부어서 다시 먹고 다시 먹고 하는데, 된장찌개 먹는 것 보다는 이거 먹는게 더 건강한 느낌이 든다. 된장찌개의 꽤 높은 상위호환개념으로 먹는다. 심지어 이것도 맛있다. 여긴 뭐든 다 맛있다. 둘이 가서 장어 1키로 시키고 장어탕에 밥한공기 나눠 먹으면 우리한텐 양이 얼추 맞아 들어간다.
안에 들어가면 커다란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장릉산의 배경을 볼 수 있다. 이제 날씨가 좋아져서 푸르러지니 삶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뒤에 저렇게 텃밭이 있는데 저기서 직접 기른 채소로 반찬이 세팅되어 나온다.
여기 최고 장점 중 하나가 넓은 실내다. 위 사진은 반 정도고 그 앞으로 저만큼의 공간이 또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100퍼센트 꽉꽉 차는 광경은 본 적은 없긴 한데 요즘 코로나 영향도 있긴 해서 이런 넓은 공간이 좀더 쾌적하고 안전한 느낌을 준다. 장어구이 이외에 가끔 밥맛 없을 때 여기서 간장게장을 먹기도 한다. 냉동이라 뭐 특별할 건 없는데 동네 주민으로서 그냥 장어 말고 딴거를 약간 '푸짐한' 백반 개념으로 먹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먼데서 온다면 당연히 장어구이를 먹어야 하는거고 ㅎ. 그리고 꼼장어도 먹어봤는데 맛은 괜찮았으나 그 산 꼼장어 구을 때의 그 비주얼이 좀 징그러워서 장어구이만 먹고 있다.
아, 여기는 풍천장어마당이란 곳이다.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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