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면 항상 지역 시장을 찾아가게 된다. 물론 번쩍이는 관광 명소들도 좋지만, 시장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 일상, 음식, 전통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활기가 넘치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마치 그 지역의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장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그 지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곳에서 음식을 먹어보려고 하는데, 그 경험이야말로 여행의 개인적인 묘미 중 하나다.
후쿠오카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식당들만 나왔지만, 나는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지의 고유한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쿠오카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1층에 이른 아침부터 식사할 수 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기대를 안고 그곳을 찾았다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시장'이라기보다는 '시장 회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관은 마치 공무원 청사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빌딩 같았다. 도매 시장이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어시장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일반인에게 개방된다고 하니 다음엔 꼭 그날을 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꼭대기 13층에 무료 전망대가 있다니, 나름대로 그 곳만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 후쿠오카 토요일 아침 6시 30분
오전 일정인 이토시마 행 첫 버스가 오전 9시 52분이니 아침 일찍 나가하마 선어시장에서 식사를 하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숙소에서 시장까지는 약 2km 거리라, 조용한 도심을 산책하며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6시30분 즘 밖에 나와 보니 하늘은 여행기간 내내 이어진다는 비 소식처럼 여전히 흐릿했다.
이른 아침의 후쿠오카 번화가는 어젯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북적이던 돈키호테와 이치란 라멘 본점 앞도 한산했고, 거리의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스냅사진을 찍기에도 딱 좋았다.
오후나 저녁이 되면 분명히 다시 활기로 가득 찰 이곳이지만, 아침의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 이런 고요한 아침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순간이 꽤 편하게 다가왔다.
|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시장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 챙기는게 귀찮긴 하지만) 나는 여행 중에 비가 오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빗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며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곧 있을 이토시마 바다 구경도 기대가 되었다. 폭우 속에 펼쳐질 바다는 분명히 아름다울 거라고 상상하며 시장에 가까워졌다.
입구로 들어가자 로비가 휑하게 펼쳐졌다. 어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조금은 단조로운 분위기에 의아했지만, 로비 오른쪽에 학생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중앙으로 직진하니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위 링크) 나가하마 선어시장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식당 안내와 함께 어시장 전체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유용했다. 요즘 번역기 덕분에 언어의 장벽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 여행 중에도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시장 회관에는 총 8개의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있다고 했는데, 공홈에 따르면 7개의 식당만 영업 중이라고 하니 아마도 '카레야 사라짱(カレー屋サラ ちゃん) '은 운영하지 않는 듯하다. 쨋든 1층 식당가의 규모는 크지 않아서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식당을 고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오늘 방문한 곳은 '하카타 우오가시 (博多魚がし) 시장회관점'. 7시 15분경에 도착했는데 벌써 웨이팅이 걸려 있어 살짝 당황했다. 이.시.간.에.도.웨.이.팅.이.라.고??? (아니 7시에 문 연다면서욧!)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맛이 보장된다는 의미일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좌측에 붙어 있는 마츠리 관련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라는 축제로, 7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큰 규모의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연례 마츠리라고 한다.
다녀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하필 이 날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날이어서 이토시마 바다 구경 후 후쿠오카 도심으로 돌아와 보니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 버렸다. 그 덕분에 먹고 싶었던 우동도 못 먹고…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영어 메뉴도 있고 사진 메뉴도 있어서 미리 고르면 나중에 주문할 때 도움이 된다. 나중에 들어가서 보니 노부부 두 분이서 하드캐리하는 음식점이다. 다른 종업원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주문, 요리, 계산까지 이 두 분 체제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싯가 상관 없이 (당시 엔저 최저치...) 후쿠오카 오기 전부터 내 페이버릿인 성게를 무조건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성게카이센돈으로 메뉴를 정했다. 그냥 이거 사진 찍어서 할무이 사장님 주문받으실 때 "고레 니 시마스"하고 주문 끝 ㅎ. 위 보면 제철생선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는 안내가 있는데 역시 이게 시장 식당의 매력이다.
웨이팅 하며 앉아 있으면서 정면 바라보고 찍은 건데 어류 도감이 보인다. 좌측에 홍어 같은 가오리들이 보이는데 일본에서도 홍어를 먹나?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사진은 웨이팅 하면서 오른쪽을 바라본 사진이다. 많은 사인들이 벽에 보이고, 좌측이 계산하는 곳이다. 주문받던 할무이 사장님이 계산할 때 저곳으로 오신다. 이 이전 내 앞에 어르신 커플 한 팀이 있었고, 나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혼밥 아저씨 한 분이 있었다.
순간 서로 살짝 눈이 마주치자 그분은 구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먼저 앉으라고 손짓을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하며 먼저 웨이팅 자리에 앉았다. 10분 정도 웨이팅 후 카운터석으로안내받았다.
그 순간 느끼기에, 그 자리에 외국인은 나 혼자뿐인 것 같았다. 가게 내 대부분이 일본인들로 보였고 (뭐 로컬과 후쿠오카에 국내여행 온?), 그 이방인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외국 관광객들도 방문하는 곳일 텐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치 현지 속에 조용히 스며든 듯한 느낌이랄까. 옆에 앉은 아저씨는 아침부터 시원해 보이는 병맥주를 즐기고 계셨고, 그 여유로운 모습이 어쩐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는 내가 좋아하는 우니(성게)가 보였다. 하나에 2,500엔이라니, 한화로 2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인데, 솔직히 이 정도면 꽤 저렴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몇 만 원을 주고 먹는 양과 비교해 봤을 때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온 우니 카이센돈 정식. 시장에서 먹는 저렴한 정식에 어울리게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비싼 식당들 대비 소박하면서도 알찬 매력이 있다. 옆에 나온 반찬은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우뭇가사리처럼 부드럽고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당시 엔화 초약세일 때라 한국돈으로 한 9,000원 정도 했는데 이 가격에 성게도 나오고 같이 나온 생선들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양이었다.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적당하게 아침에 먹기 좋은 한 끼였다.
미소수프는 맛있고 (당연히 좀 짜긴 한 와중에) 덜 짠맛이었다. 그리고 여기 한 두어 개 들어있던 저 어묵 조각, 쫄~깃 했다.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두 가지 소스가 있었는데, 하나는 회 찍어 먹는 간장 같았고, 다른 하나는 약간 까나리액젓 비슷한 맛이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른쪽 소스는 카이센돈용 소스였다. 두 소스를 섞어 먹어봤는데, 간장은 익숙한 맛이었고, 오른쪽 소스도 생각보다 비리지 않고 괜찮았다
손님들이 많아서 가게 전경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가게는 카운터석, 테이블석, 그리고 좌식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옆자리가 비자마자 살짝 찍어본 가게 내부는 벽 쪽에 붙은 메뉴판들이 싯가로 계속 변하는 것 같았고, 노포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원래 흰밥을 많이 안 먹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먹어버렸다. 평소에 소식하는 편이라 이 날 점심, 저녁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일반인 기준 많은 양은 아닌 듯?).
계산하고 나가는 길.
가게 밖에서 보니 들어올 때는 못 알아챘는데 TV 디스플레이가 있었다.
가게를 나와 1층을 쭉 걸어가다 보면 각 음식점들의 메뉴를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사진, 또 어떤 곳은 모형으로 메뉴를 보여준다. 오늘의 경험이 워낙 좋아서, 나중에 다시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이 1층에 있는 7개의 식당을 아침 식사로 모두 섭렵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한 번씩만 간다면 그때그때 메뉴를 고르는 정신적 고통이 클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이곳의 음식점들은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영업 시작 시간이 각각 다르다. (내가 간 곳은 7시에 오픈). 일요일에는 휴무인 곳도 많으니 방문 전에 영업 시간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원래는 70년 노포라는 오키요 식당에 가려 했는데, 내 일정 대비 너무 늦게 열어서 (오전 9시), 더 일찍 여는 옆집인 하카타 우오가시에 갔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고 가게 밖으로 나서니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멈추고, 눈앞에 너무나 푸르른 하늘이 펼쳐졌다. 비 오는 날의 분위기도 좋지만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바다를 구경할 생각을 하니 또 다른 설렘이 찾아왔다.
역시 많은 변수들이 발생했지만 결국 80%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 도시 내 영화 촬영지 범위가 작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자, 그럼 본론으로.
1. 도착! 숙소로... 아니..
계획: 첫날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 결정!...
결과> 안 갔다. 저녁에 도착하고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밤 12시에 문 닫는 영화 속 이자카야에 못 갈 것 같아 일단 저녁으로 선점했던 이치란 라멘으로 택시 타고 직행. 2천엔 초반 정도 나온 것 같다. (니시도리 점이다)
2.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점
계획: ...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결과> 뭘 들렀다 가. 택시 타고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 점 도착하니 줄 서있다. 본점 아니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판. 한 20분 기다렸다. 배만 대충 채우고 나왔다. 많이 짜다. 맛도 그냥. 차슈와 계란은 괜찮았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라 많이 왜곡되어 있겠지만아버지 퇴근 시간에 나가 같이 먹던 역전 포장마차의 라멘 맛의 기억을 다시 꺼내주기에는 모자랐다. 암튼 내 바로 뒤에 동남아 커플 손님들의 키오스크 주문을 도와줬는데, 사실 나도 첨이라 네이버 켜서 보고 따라했던 거 그대로 해 준 거지만 나름 타인에게 도움을 줬다는 거에 흐뭇? 했다. 자리도 내 옆자리로 앉아서, 나갈 때 "Have a great trip~!" 서로 손 흔들어 주며 훈훈한 엔딩~ 이것이 살짝살짝 스쳐가는 여행의 맛이다.
숙소에서 이자카야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봤는데 회사원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을 목격, 뭔가 풍채도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있다면 차라리 저기서 라멘을 함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간소라멘 하카타 원장이라는 곳이다 (元祖ラーメン 博多元長). 보니까 일본 여행할 때 맛집 검색은 tabelog.com을 사용하는게 편하더라. 영업시간도 구글보다 더 정확하고. 예약도 바로 할 수 있고.
쨋든 스즈란, 아니 이치란, 성공!
3. 노기쿠 이자카야 - 해효의 술집
계획: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주문은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결과> 숙소로 와서 후딱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고 하니 아니 벌써 밤 10:40분. 재빨리 구글맵 길 찾기 설정 후 노기쿠로 걸어 걸어 출발!
결론은 역시 잘 갔다. 사장님 너무 좋으시다. 태권도 검은띠도 따시고 한국에도 꽤 방문하셨다고 한다. 유쾌하시고 일어+영어+한국어 섞어가며 다른 손님들과의 대화에도 함께 잘 섞일 수 있도록 유도해 주셨다. 그리고 약 네 명의 일본인 손님들을 만났는데 타인들끼리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경험도 좋았다 (나 극 I 임). 우연찮게도 이곳에서 후쿠오카 영화 촬영 시 이 술집 촬영을 도와주셨다는 프로덕션 관계 분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가실 때 사장님한테 저 잘 부탁한다고 하고 나가신 것도 감사합니다 ㅜㅜ...
먹은 건 새콤한 야채절임이 올려진 삼치였는데, 나도 삼치 좋아한다고 하니 제주도나 후쿠오카나 어장이 비슷해서 그 생선이 그 생선일 거니 맛은 한국에서 먹던 거기서 거길거다 뭐 새로운 거 없을 거다라고 웃으며 얘기하시는데 뭔가 오잉? 하며 그럴듯한 얘기였다!
영화 후반부의 장면인데 바로 가계 옆 주차장이었다. 이자카야를 나오면서 발견하고 밤 배경으로 한 장 찍었다.
아, 그리고 위는 이자카야에서 만난 <후쿠오카> 영화 관계자 분이 손님들 모두에게 주고 가신 건데 9월에 열리는 2024 후쿠오카 인디펜던트 영화제 홍보 포스트 카드다. 아, 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립영화'라는 단어에 약한데 ㅎㅎ 물론 영어나 한국어 자막 없이는 즐기기 힘들겠지만 fidff.com에 들어가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암튼 노기쿠도 즐겁게 클리어!
4.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아침식사
계획>...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결과> 원래 택시 타고 가려다 기상 시 몸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서 한 25분 비 맞으며 이른 아침의 도시도 구경할 겸 걸어갔다. (5시 30분에 깨서 6시까지 꿈틀대다가 기상) 어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몰렸던 곳들인데 번화가도 아침 6~7시 사이에 걸으니 산산~하다. 지난밤 그렇게 줄을 섰던 이치란 라멘 텐진니시도리 점도 아무도 없다. 암튼 수산회관 가까워질수록 비가 미친 듯이 퍼붓는데 막상 가보니 웬걸. 또 웨이팅???
아침 7시 15분에 도착했는데 웨이팅이 살짝 보인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커플 한 팀이라 마음을 다시 가다 듬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기다렸다는 건 안 비밀...-_-ㅋ
성게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성게 카이센동을 주문했는데 맛있었다. 엔저의 영향도 그렇고 9500원 정도에 저런 밥이라니 굿!!! 된장국 안의 어묵도 식감이 쫄~깃 하니 좋았다. 나중에 개별 포스팅 하겠지만 옆에 간장이랑 무슨 까나리 액젓 같은 소스도 있는데 같이 먹으면 괜찮다.
5. 이토시마의 후타미가우라 / 부부바위
계획: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결과> 영화 촬영지 방문과 함께 이번 여행의 핵심 테마였던 이토시마에 있는 후타미가우라 방문 시간이다. 아침 먹고 나오니 약 8시. 배도 괜찮고 시간도 좀 남고 비도 멎고 아주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서 설설 걸어서 3번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웬걸? 웹검색 봤을 땐 항상 버스 시간표가 표지판에 꽂혀 있었는데.... 보니까 "없다." (주말과 평일의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간 날은 또 토요일이라 잘 꽂아 넣어져 있겠지 생각했는데...)
안전 최고주의 마인드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역을 스쳐가는 걸까? 여긴 스지 않는 걸까? 하면서 다시 3초 메에서 4초 메 정류장으로 바삐 걸어가 본다. 여기도 없다!!! 점점 오금이 마려워 온다.
결국 이 버스의 출발점인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미친 듯이 걸어간다. J는 기존 계획이 흐트러지면 엄청난 멘붕이 온다. (J한테 함부로 시간 약속 훅훅 바꾸는 거 아니다. 티 안내도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는다.. 거기다가 "시간은 나중에 정하쟈~" 하면 최최악...)
그런 와중에도 우연히 마주치는 영화 촬영 스폿과 포인트들은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개인용 풍경 스냅숏들까지!) 위는 영화의 포스턴데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카케 다리 사이의 나카가와 스트리트의 강 쪽 인도를 걷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그리고 저 스폿을 어떻게 찾았냐면 실제 영화의 저 신에서 윤제문이 뒤에서 걸어오다 소담과 해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신에서 카메라가 제문을 따라 패닝을 하는데, 그 중간에 우측 건너편으로 아크로스 빌딩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장소 추정해서 찾았던 곳. 그 아크로스를 보고 반가움에 몇 컷 찍었다. (중앙 우측의 계단 같은 삼각형 빌딩) 위치도 크게 멀지는 않아 보인다. 빠르고 흐릿하지만 아마도 아크로스 빌딩이 나오는 영화의 유일한 장면일 것이다.
이거에 홀려서 이 참에 몇 스폿을 더 찍어볼까 하다가 현재 시각 보고 정신 차리고 바로 후다닥 택시 잡아 텐진 고속버스 터미널로 ㄱㄱ. 택시에서 풍경을 보니 나는 왔던 길을 계속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하아...
다행히 8시 57분에 버스 터미널에 안착. 다행히 오늘 부부바위 행으로 고속버스 가는 거 맞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3가, 4가 정류장 다 들렸다. ㅎㅎㅎ.... 난 무엇을 한... 아냐 안전주의가 최고다.
3층 후타미가우라 행 32번 승강장에 가니 또 줄 서 있다.... 아, 미친... 뭔데... 후쿠오카는 뭔데 맨날 줄만 서는데... ㅜㅜ
하지만, 덕분에 갈 때 바다 뷰를 볼 수 있는 오른쪽 좌석도 편히 선점했다 완전 럭키비키 잖아! 참고로 편도 1250엔임. (1박에 준하는 여행이고 도시도 작아 대부분 걸어 다니고 필요할 때 택시만 잠깐 씩 탈 목적이었기 때문에 버스 패스는 안 샀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랄랄라~ 나는야 쉬레딩거의 강아지 한 마리~" 잠깐 도시를 벗어나 바다 풍경이 시작되니 소풍가는 어린애 마냥 신났다. 가는 길 보는 풍경이 꽤 괜찮았다.
결과> 아침과 오전에 생각지도 않게 너무 많이 걸어서 체력을 낭비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보려 여기서 안 내렸다.
계획: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결과> 다음 정거장인 Palm Beach에서 내렸다. ㅎㅎ 푸르른 하늘, 어제 밤과 오늘 아침 쏟아지던 비는 어디가고 맑은 바다가 나를 반겨 준다! 2024년 처음 만나는 바다의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비가 왔어도 운치가 있었겠지만 진짜 이번 여행 중 딱 이 몇 시간만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았다! 머피 아니 셀리의 법칙!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후타미가우라 역까지 쭉 내려가서 맞이한 후타미가우라 부부바위! 이것 만으로 이번 여행의 테마 50% 달성!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사진도 찍고 (근데 여기도 저 하얀 신사 사이로 바위가 쏙 들어오는 샷을 찍느라고 또 줄 선다... 하아.. 이 눔의 줄...) 영상도 찍고 하며 팜비치 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 부부바위 자체는 일본 스러운데 카페, 음식점 등 일대 주위 분위기는 죄다 하와이 갬성이다 ㅎ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계획: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결과> 또 한 번의 눈물의 덮밥이라니 세상 배 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뭘 할 수 없이 여기서 해결하기로 해.. 팜비치 쪽으로 걸어 올라가며 이 가게를 보니 (11시 59분) 이미 주차장은 꽈아악!! 채워져 있고 (평행주차는 아닌데 막 꽈꽈꽉 채워져 있고) 이미 웨이팅 장난 아님. 먹고 싶었어도 못 먹었을 것이다. 근데 실제로 외부에서 보니 뷰가 상당히 좋아 보여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근 일대를 돌아다니며 본 유일하게 줄 서있는 집이었다 근데 딴 곳들도 괜찮아 보이는 데가 많았다.. 뭐 굳이..같은 느낌? ㅎㅎ)
계획:...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 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 게 무너진다!!!
결과> 점심을 거르니 여유~롭게 완죤 하와이 분위기 나는 서퍼스 마켓 Surfer's Market 카페에서 보통 때는 내 돈 주고 잘 안 마시는 커피도 마시고 풍경도 즐기고 굿즈도 하나 구입하고도 20분이 남아 버스 정류장에 대기한다. 이번 여행에서 산 유일한 굿즈는 딱 3갠데 (동전파스, 동경 말차 도라야끼, 그리고 저 키링 - 면세점은 돈도 없고 그냥 패~스)
벨벳언더그라운드는 내 청춘 시절 인생 밴드라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커피는 로고를 보니 뭔가 스페셜해 보이길래 이왕 밥 거른 거 음료라도 비싼 거 먹자 해서 무려 540엔!! (약 4,700원인데 뷰 값 생각하면 혜자로 보인다) 짜리로 주문했는데 한국 돌아와서 찾아보니 라이온 커피 콜드 부류라고 하와이 호놀룰루 산 나름 유명한 드립 커피였나 보다.
암튼 시원했고 쪽 빨고 얼음만 남아서 생수 다시 채워 넣어서 흡혈귀 마냥 쪽쪽 자알 마셨다. 계획에 없던 것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곳, 서퍼스 마킷! 화장실 위생도 나름 괜찮아서 더 좋았다.
약 35분 간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카페 채류 후 12시 46분경 1시에 오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 방향 팜비치 버스정류장에 오픈런으로 무려 '1 빠로' 줄을 선다... (나중에 54분경 대륙 커플에게 새치기당한 건 안 비밀) 암튼 상쾌하고 청량하게 클리어!!!
7. 미야케우동 - 소담과 유키가 재회한 곳
계획:..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결과> 후쿠오카에 돌아왔는데 도시 연 중 최대의 마츠리/축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만나버렸다. 그 무리가 이 날 미야케 우동을 전일 예약 선점을 해버렸다. 그래서 못 먹었다. ㅠㅠ
암튼 여기를 지키고 있는 마츠리 아저씨에게 사진 찍어도 괜찮겠냐 물으니 흔쾌히 지키던 자리를 비켜 주신다. 하지만 이후 목적지를 잃어버려 멘붕에 빠진 극 J인 나는, 이내 후쿠오카 시내를 정처 없이 방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 서 쪽의 다이묘 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촬영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연 중 최대 행사라는 것도 만나보고 말이지. 완전 럭키비키 잖아!
럭비빅키고 나발이고 암튼 이렇게 막 같이 하나의 물결처럼 휩쓸려 다녔다. 나는 내 길을 찾으면서도...
이 참여하는 인파가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팀 하나가 다 같이 괴성을 지르며 전력으로 달려올 때의 비쥬얼은 꽤나 압도적이었다. 암튼 나는 여기서 어딜 갈까 방황하다가 결국 소담과 제문의 숙소로 가기로 맘을 정하며 이들과 휩쓸렸다 이탈했다를 반복하며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다들 마츠리 보러 가는데 나는 홀로 영화 촬영지로... 고독한 여행가..
8. 시내 구경 - 소담과 제문의 숙소
결과>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 향하던 중 기타 촬영지들을 우연히 또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마츠리 이탈 후 폭우가 이렇게 다시 쏟아다. 마츠리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모르겠다 난 내 갈길을 간다. 위 사진은 잠깐 몸을 피해 우산을 피던 곳. 옆에 보니 온갖 호스트바 간판들이 좌라락. ㅎㅎ 지금부터 본격적인 촬영지 답사 시작!
지나가다 어? 하고 발견한 영화 속 소담과 중국 여성이 책을 나눠 보며 대화하는 록켄야 공원 六軒屋公園 와우~ 너무 기뻐요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궁금하여 저 벤치에 직접 앉아 앞을 보았다, 러브호텔이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무서워 보이는 청소년 무리들도 종종 보였는데.. ㅜㅜ 시비 걸릴까 봐..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지나들 가더라. 내가 더 이상하긴 했다. 오전에 환락가 근처에서 이것저것 찰칵찰칵 사진 찍고 있는....
소담이 중국여성과 대화를 끝내고 셋이 같이 넘어가는 나다노카와 다리도 찍었다. 전체적으로 느낀 건데 영화가 4년 전 (2020년) 영화긴 한데 도시 군데군데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건물이 아예 통재로 날아가고 새 건물이 있는 그런... 여기도 그렇다. 좌측 주차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회색에서 파란색으로 페인팅이 바뀐 것은 그렇다고 쳐도 좌측은 아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드디어 영화 초반 등장하는 소담과 제문의 그 숙소에 도달했다. 나무위키에는 숙소가 다이묘 지역인 것처럼 나와 있어서 구글 스트리트 뷰로 찾느라고 한창 고생했었는데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 영화 촬영지랑은 좀 많이 떨어진 나카스 남 쪽의 키요카와 2번가에 위치한 신타카사고 멘션이란 곳이다. 여기도 옆 건물이 꽤 바뀌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피를 참고 바람. https://www.space-r.net/rent/shintakasago
제문의 시점에서 동영상도 찍어보았는데 아무래도 거주지다 보니 그냥 거리 경계선에서 멈췄다. 원래 처음 여기 도달했을 때 딱 이 지점에서 누가 담배 피우고 있어서 한 10분 간 블록 한 바퀴 쭉 돌아 다시 와서 찍은 거다
다시 블록의 반바퀴를 돌아 건물의 뒤 쪽 사진을 찍었다. 소담이 잠꼬대하는 바람에 깨어 버린 제문이 (아, 이 영화는 캐릭터 이름들이 실제 배우 이름들이다) 담배 피우면서 해효한테 새벽에 전화 걸던 곳.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저기 어디 즈음 일 것이다.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와 하루 종일 비에 쩔어 후덥지근한 몸을 다시 씻고 이내 다시 다이묘거리로 나왔다. 예약해 둔 저녁 음식점 가기 전 또다시 촬영지 본견 순례를 했다. 소담이 인형을 맡기는 신의 키즈클럽을 찾아갔는데 카페는 온 데 간데없고 웬 미디엄 사이즈 굴착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재건축. 한 세 번 정도 여기가 맞나 싶어 지도와 영화 다시 확인하면서 봤는데 여기가 맞다. 좌측의 건물은 아직 살아 있다. 후쿠오카도 정말 없애고 짓고 하는 게 많나 보다.
촬영 후 스태프들이 다들 사갈 정도로 맛있다는 코마야 모찌집. 나도 기념으로 몇 개 사갈까 했는데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데 난 이미 늦은 6시 30분 즈음 도착했다. 이미 셧다운.
다이묘거리로 거슬러 올라오니 영화 촬영지들이 쑥쑥 잡힌다. 이곳은 소담과 유키가 첫 만남을 하는 이리에 서점이다. 6시 50분 즘 도착 했는데 문을 닫고 있었다. 좌측에 영화 속 내내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으로 지속적으로 나오는 송신탑도 보인다.
문득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풍경을 배경으로 찍었던 이리에 간판이 보이는 영화 신이 생각나 찍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찍을 때 비행기는 날아가지 않았다. 좀 기다려 볼 걸 그랬나.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건물은 후딱후딱 바뀔지언정 전봇대는 잘 안 바뀌는구나! ㅎㅎ
우동집에서 재회 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유키와 소담이 자리 잡고 대화를 나누던 곳도 다이묘에 있다.
키노시타라고 정체는 프랑스식 다이닝 바인데 리뷰들이 괜찮은 것을 보니 맛집인 듯하다. 저녁에는 저 귀여운 작은 간판은 오렌지 색으로 반짝인다. 지금 보니 간판 디테일도 바뀌었다.
위는 영화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같은 시점이다. 다시 한번 소담과 유키가 만나 키노시타를 좌측으로 끼고 골목 코너를 돌면 저 송신탑의 풍경을 가진 좁을 골목의 비스타가 펼쳐진다. 영화도 클라이맥스, 내 여행도 끝을 향해가는 클라이맥스. 다이묘거리 중에서도 좀 뒷골목인데도 불구하고 홍대입구처럼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인적 없는 사진을 담기는 어려웠다. 특히 여기가 뒷골목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지역이다. (흡연가들 참고 ㅎ)
영화 찍을 당시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골목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좌측에 스타벅스, 송신탑 및 풍경은 애플 스토어가 큰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 잡고 있다. 뭔가 자본주의의 산물 같은 골목의 엔딩이었다.
골목 끝까지 갔다가 다시 소담과 유키와는 리버스의 동선으로 거꾸로 걷는 제문과 해효의 시점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송신탑을 향해가며 인적 없는 사진도 하나 건졌다. 역시 비 온 후 저녁의 거리와 골목은 운치가 있다. 부부바위 때문에 포기했던 다이묘거리의 저녁 스트롤-온! 어느 정도 클리어드!
9. 슌기쿠에 | 초 여름 제철 코스 요리
계획:...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 촬영지 답사 끝내고 음식적으로 향하는데 동선에 있는 이치란은 역시 금요일 보다 더 북새통이고...
안 지나다녀 본 곳으로 가보려고 나카 강과 하카타 강 사이에 위치한 나카스 섬 최 상단의 벤텐 다리와 다이코쿠 다리를 넘어갔는데 번화가와 좀 떨어져 있어 그런지 주말 피크 시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살짝 무서웠음 ㅎㅎ) 그래도 이번 여행은 송신탑 (정식명칭은 하카타 포트 타워_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을 맞이하면 항상 즐거웠다. 작 중 해효가 후쿠오카에서는 어디서나 보인다고는 하지만 사실 가보니 어디서나 보이진 않고 뜨문뜨문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보이는 음식점, 슌기쿠. 예약 시간 1분 전 맞춰서 들어간다. 여기가 수사키 거리라는 좀 외진 골목에 있는데 밤에는 많이 어둡기도 하고 인적이 많이 많이 없다. 나중에 나갈 때 사장님 아주머니도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빨리 택시 잡고 가야 한다고.
본격 시식. 소식인인데도 불구하고 12품 시킨 건 좀 오버였다. 양도 많아서 끝에는 배가 너무너무 불러 거의 못 먹을 수준이라 음식 남긴 거 미안하다고 하고 나왔다. 맛은 다 보았지만. 혼자 가면 10품 정도면 좀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혼자라 그런진 몰라도 입구 바로 앞의 바 좌석에 앉았는데 셰프님의 요리하는 모든 것을 다 지켜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렄이빜이 짤 이제 그만) 굉장히 맛있었다. 저기서 베스트 하나 꼽을 수가 없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 최고의 맛. 다만 배가 너무 불러 야경 구경은 개뿔... 바로 택시 타고 숙소에 들어와서 기절 수준으로 쓰러져 잤다.
10.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 아침식사 - 명란덮밥
계획: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곳으로 결정
결과> 어제저녁 배가 포화 상태가 돼서 너무 일찍 자다 보니 5시에 눈을 떴다. 7시에 문을 여니 슬검슬검 걸어갔는데 7시 6분 즘 도착했는데 하아.. 또 줄 서있다... 진짜 이번 여행은 어딜 가나 줄이라니.. 쨋든 줄을 서니 건너편에 지속적으로 택시가 속속들이 도착한다. 다 관광객 포스다. 이른 아침, 이렇게 비가 내리는 데도...
음식은 맛있었다. 식당의 은은한 불 빛의 조명도 좋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눈은 절대 안 마주치는데 물 컵 비워져 있으면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와서 채워 준다. 적당히 먹어야지 했는데 명란이 원래 쫍쪼름 하다 보니 쑥쑥 넘어간다. 유자 간장과 후추도 맛있었다. 결국은 거의 다 먹었다. 이게 와! 하면서 기절할 만큼 맛있는 건 아닌데 그냥 꿀꺽꿀꺽 넘어간다. 이른바 밥도둑. 간장게장만큼은 아니지만 게장과 계란밥 사이에 위치한 그런 도둑놈 레벨 같은 느낌?
근데 먹고 나오니 이 집 옆 집에 사람들이 줄을 더 서있다. 계단형 건축물 아래 커피 집 공간이라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어서 찾아보니 커피 카운티라고 유명한 커피&베이커리 핫플레이스인가 보다. 아까 속속들이 도착한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은 죄다 이곳으로 간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빵의 민족인 한국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암튼 이번에 이 줄 서는 문화에 좀 데어서 혹이라도 담에 후쿠오카 여행을 온다면 줄 안 설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일정과 위치를 짜 봐야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11. 소담과 제문의 B&B 숙소 방문 (중복)
계확: ...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결과> 이건 위에서 다뤘으니 클리어드로 패스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결과> 못 감. 마츠리.. 봄. 대신 점심은 공항에서 먹음. 2시 비행기지만 책가방 하나 매고 간 여행에 자동 체크인 다 해놨더니 여유가 많이 남아 출국심사 하기 전 12시 즈음 2층 푸드코트의 가락국수집에서 마루텐 어묵 우동을 먹었다. (여기도 줄 섰다.. ㅜㅜ) 일단 뭐 울 나라 휴게소 우동 정도로 예상하고 먹은건데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였을까? 꽤 맛있었다. 특히 저 어묵이 식감도 좋고 살짝 달짝 쫄깃한게... 반 만 먹지하고 생각했다가 다 먹었다. 우동 면발도 괜찮았고. 하아... 미야케 우동을 못 먹은 아쉬움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11~12. 영화 <후쿠오카> 기타 촬영지
결과> 하카타 멘타이쥬에서 밥을 먹고 나와 시간이 좀 남아서 걷다가 우읭? 하며 또 촬영지 스폿 발견. 비가 꽤나 내리는 날이었지만 또 강행군을 한다.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케 다리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발견할 수 있다. 제문이 오바이트하고 소담이 될 대로 돼라 하며 담배 피우며 동상 바라보는 장면인데 막상 가보니 여기는 동상 및 난간의 낙서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글맵에서 "Cocoa fukuoka"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도 영화 속 배경 간판 보고 위치 찾은 곳... 코코아 간판은 아니지만 코코아로 검색 시 더 찾기가 쉽다)
그리고 풍경 뷰. 술 취한 제문을 부축하는 소담의 신. 영화 속 저 간판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기서도 역시 우측 강 건너의 많은 건물들이 날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epilogue:
내가 방문하는 날 2박 3일은 계속 장맛비가 내린다. 그래서 우비도 샀다
후쿠오카 타워, 돈키호테, 쇼핑몰들? 아 몰랑 시간 없음. 일정 너무 빡빡함.
과연 위의 모든 것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계획: INFJ의 특징은 미리 계획 다 세우느라고 이미 가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어찌어찌 계획을 세우면 그냥 이미 여행 다녀온 느낌이 훅 들어서 현타가 온다.
그리고 막상 여행 가면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ㅜㅜ
결과> 결국 80%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았던 빡쎈 여행. 매일 황진단의 도움을 받았고.. 너무 무리한 나머지 2일 차 때부터 삼출성 중이염 발생했다. 돌아온 후 며칠 간 저녁도 거르고 폭 잠을 잤다. 한국에 돌아와서 병원서 또 고막 째고 물도 빼긴 했는데 역시 지금 몸에 이런 여행은 많이 무리인가 보다. 다음 여행은 어딜 가더라도 좀 쉬는 모양새로 짜야겠다. 그래도 즐거웠던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은 숙소인 후쿠오카 텐진에서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며 바깥 발코니에서 (떠날 때 신청한) 웰컴 드링크,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비 내리는 송신탑의 풍경을 한 20여 분 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