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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중 제문과 소담의 숙소

영화 <후쿠오카>에서 제문과 소담이 처음 숙소로 들어가는 장면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아직은 모호한 이들의 관계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우당탕탕 떠난 여행이라는,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초반부에서 이 장면은 관객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흥미로운 도입부로 기능한다.

실제 사진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제문이 꿍시렁 대는데 소담이 날씨 너~무 좋다! 하면서 대화를 뭉개며 같이 들어가는 장면.
제문: 키는 어디서 낫어? 사람도 없고 카운터도 없는데?
소담: 편하잖아요? 굳이 얼굴 안 마주쳐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이런 거 에어비엔비... 아저씨 모르죠?
제문: 에어비엔비... 나도 알어.
소담: 지하에 있다가 나오니까 좋죠?

소담의 발랄함과 제문의 투덜거림이 묘하게 어우러져 영화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 장면은 후쿠오카 남쪽의 조용한 골목길에서 촬영되었다.

노란색이 메인 촬영지 대략적 범위, 빨간색이 숙소 위치

영화 <후쿠오카>의 촬영지 중 가장 찾기 어려웠던 장소다. 대부분의 촬영이 후쿠오카 메인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위 노란색 박스 범위) 이곳은 유독 남쪽에 혼자 동떨어져 있어 (빨간색 박스) 찾는 데 한참을 헤맸다.

촬영지 찾아가다 마주친 하카타 기온 마츠리

심지어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후쿠오카 최대 축제인 하카타 기온을 뒤로하고 찾으러 온 촬영지다.

신다카사고멘션, 영화 속 제문의 시선으로 찍어 보았다

맨션 입구는 안 쪽 골목길에 있다.

한 분이 이 제문이 서 있던 공간에서 꽤나 오랬동안 담배를 피고 있어서 앞에서 '이츠 오완다요? 하는 식으로 기다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다 한 대 맞을 듯 ㅋ) 해서 담배 다 필 때까지 빌딩 주위를 한 세바퀴 돈 것 같다 ㅎ.


 

영화 <후쿠오카> 제문이 담배 피는 장면

영화에서 첫날밤 제문이 숙소에서 바깥 대로변을 발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숙소의 분위기와 공간감을 잘 보여준다.  

찍은 사진

이 장면의 배경은 건물의 뒤 쪽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영화 속 맑은 날씨와 달리 비가 꽤 내리던 날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가보니 대로변이 펼쳐져 있었고 공간 구성의 특징이 흥미로웠다. 주거 공간은 골목 쪽에 위치하고 대로변 쪽으로는 등을 지는 형식으로 프라이빗 공간과 퍼블릭 공간을 명확히 구분한 설계로 보였다. 건물의 뒤쪽 외관은 공공적인 파사드로 활용되고 골목에서 진입하면 주거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대로 외부에서 진입하면 가게나 다목적 공간 등 공공적인 시설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공간의 기능을 명확히 나누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https://www.space-r.net/rent/shintakasago

 

リノベーションミュージアム 新高砂マンション

新高砂マンションは福岡市中央区清川にたつ、鉄筋コンクリート造7階建ての賃貸住宅です。2~7階が住居部分、1階はシゴトバ複合施設「清川ロータリープレイス」となっていて、デザイン事

www.space-r.net

이름은 신 다카사고 멘션 빌딩이라는 곳이다. 주오구의 키요카와라는 곳에 있다. 1977년 준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로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대적인 주거 및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라고 한다. 1층에는 '키요카와 로터리 플레이스'라는 복합 상업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고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디자인 사무소와 카페 등이 입점해다. 텐진과 하카타 같은 주요 도심과 가까워 직주근접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라고 한다. (위 공홈에 들어가 보면 빌딩 디자인 이야기와 다양한 오피스/주거 공간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구글 지도 주소는 다음과 같다. 新高砂マンションビル, 2-chōme-4-29 Kiyokawa, Chuo Ward, Fukuoka, 810-0005


 

| 번외 이야기

구글지도 이미지 펌

구글 지도에서 본 신 다카사고 멘션 옆 건물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이자카야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의외로 감성적인 숙박 시설이었다. 100년 된 집을 리노베이션한 곳으로 에어비앤비에서 확인해 보니 1박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압도적으로 레트로스러운 외관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지만, 가격대를 보고 감상만 하기로 했다. 이런 독특한 숙박 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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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에 등장하는 세 개의 생텀 생토럼은 모두 꼭대기에 강력한 마법 방어 장치인 비샨티 문양 창문을 갖추고 있다

| 마블 유니버스의 생텀 생토럼

전투신, 버스 뒤로 보이는 홍콩 생텀 ❘ 출처: vfxguide.com

<닥터 스트레인지 (2016)>에서 생텀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지구를 지키는 마법 거점으로 뉴욕, 런던, 홍콩 세 곳에 위치한다. '생텀(Sanctum)'은 신성한 장소를 뜻하지만 여기에 그 중에서도 더 신성하다라는 '생토럼(Sanctorum)'이라는 표현을 더해 마법사들의 본거지이자 지구 방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의미를 강조한다. 특히 홍콩 생텀은 영화의 역/정방향 전투신이 15분 동안 숨 가쁘게 펼쳐지는 배경으로 등장하며 아카데미 VFX 부문 후보로도 주목받는데 한몫 했다.


모티브가 된 레이싱춘 빌딩에서 비오는 날 찍은 사진, 실제 건물엔 (당연히 :) 비샨티 문양 창문은 없다)

| 홍콩 생텀 생토럼의 위치와 제작

영화에서 홍콩 생텀 전투신의 배경은 카메론 스트리트 (Cameron St.)와 프랫 애비뉴 (Prat Ave.), 카나본 로드 (Carnarvon Rd)와 채텀 로드 사우스 (Chatam Rd. S.) 사이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실제 세트에 CG를 입힌 제작 과정 ❘ 출처: awn.com

이 일대를 쫙 스캔 한 후 실제 촬영은 영국 롱크로스 스튜디오에 240여 미터 길이의 세트를 만들고 진행하며 CG로 재창조되어 마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고.

좌측 홍콩생텀 이미지 출처: vfxblog.com ❘ 우측 레이싱춘 빌딩 직촬

다만 실제 홍콩 생텀의 모티브가 된 건물이 위치한 곳은 프랫 애비뉴에서 3.5km 떨어진 프린스 에드워드역 근처 라이치콕 로드에 있다. 마블 영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마블 생텀 특유의 동그란 비샨티 문양 창문의 유무다. 홍콩 생텀의 디자인과 역파괴 전투신이 어떤 방식으로 촬영 되었는지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ow’d they do that Hong Kong reverse destruction in Doctor Strange?

Near the end of Doctor Strange, the characters rush to Hong Kong to save the precious Sanctum there from the Dark Dimension. But the Sanctum is already destroyed. In order to stop the whole world b…

vfxblog.com

홍콩의 건물과 배경과 영국의 스튜디오세트의 위치 ❘ 박스안 이미지 출처: awn.com


라이치콕 로드와 통미 로드가 교차하는 교차로에서 바라본 건물, 폭우가 내리던 날이라 안개 등등 하며 뭔가 운치가 있었다

| 홍콩 생텀의 모티브: 레이싱춘 (Lui Seng Chun) 빌딩

레이싱춘(雷生春) 빌딩은 1931년 광둥 출신 사업가 레이 량(雷亮)에 의해 설립된 상가주택으로 1층은 전통 약국, 상층부는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1층 아케이드에는 외부에서도 볼 수 있는 옛 약국의 느낌과 모형의 디스플레이가 있다

'레이싱춘 (뇌생춘)'이라는 이름은 약국의 약이 환자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생명력을 가져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한 래딧 유저가 정리한 건물의 역사, 한글은 내가 넣었고.. ❘ 출처: https://www.reddit.com/r/ReplicaBuildings/comments/1bndyti/lui_seng_chun_1931_hong_kong/

레이 량 사후 가족들이 떠나며 1980년대부터 방치되었지만, 가족들은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며 이를 2000년 홍콩 정부에 전례 없이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후 2003년 소유권이 홍콩 정부로 넘어가 보존 및 레노베이션이 진행되었다. 홍콩 초기 근대 건축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22년 1급 역사건물로 지정되었으며 (한국으로 치면 국보 1군 멤버들 중 하나 정도로 해석, 홍콩은 1'호' 개념이 없음),  현재 홍콩 침례대학교의 중의학 센터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홍콩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홍콩 문화재 위원회 AAB 공홈

 

Antiquities Advisory Board - Results of the Assessment of 1,444 Historic Buildings and New Items (29)

 

www.aab.gov.hk

참고로 홍콩의 그레이드 1등급 건물은 '24년 기준 총 177개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홍콩 AAB (문화재 위원회) 홈페이지로 가서 그레이드 별 (1~3) 건물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이나 역사적 건물 탐방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여행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Poplar St.와 Tai Nan St. 교차점에서 건물을 발견한 당시 찍어본 영상

| 건축적 특징:

삼각주 형태 코너블록에 위치한 대표 건물들: 시계방향으로 브래드버리 빌딩, 플랫아이언 빌딩, 레이생춘, 호텔 드 루브르. 삼각주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직선도 있고 곡선도 있고 뭐 그렇다
삼각블록 꼭지점에 위치한 래이생춘

레이생춘(Lui Seng Chun) 건물은 삼각주 형태의 도로 교차점에 위치한 대표적인 통라우(Tong Lau, 중국식 상가주택, 우리나라로 치면 주상복합인데 서민형 주상복합 같은거?)로 실용적 중국 요소와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의 안정성, 그리고 1930년대 홍콩에서 유행한 세련된 아르데코(Art Deco)의 세련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덕수궁 석조전과 옛 서울역사

미학이니 양식이니 뭐니 복잡하다 싶으면 그냥 신고전주의는 덕수궁 석조전이나 미국 백악관, 아르 데코는 옛 서울역사나 크라이슬러 빌딩을 떠올리면 될 듯.

신고전주의 = 질서 정연, 반듯한 형태, 직선 vs 아르데코 = 정교하고 세련된 라인, 곡선

좌측면을 찍어보았는데 유리로 막힌 저 공간들은 옛날엔 탁 트인 베란다의 공간들이다

중국식 요소로는 광둥 지역 특유의 기후에 맞춘 깊은 베란다 설계를 꼽을 수 있다. 이 베란다는 에어컨이 없던 시절 햇빛과 비를 차단하며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실용적인 구조로 하층부는 상업 공간, 상층부는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구성은 통라우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통라우는 홍콩 발전으로 인한 1840년대부터 중국인 이민자들의 가성비 주거지의 공간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까지도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홍콩 도시 스케이프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라스트 터치의 화룡정점 같은 느낌의 인상적인 브로큰 페디먼트, 여기는 아래 방향이 틔여 있다
고전적 페디먼트의 예, 삼각이 꽉 채워져 있음.

신고전주의적 특징으로는 대칭적인 구조와 상층부의 발코니를 지탱하는 8개의 화강암 기둥, 그리고 상점 상단에 위치한 파손된 삼각형 장식(Broken Pediment)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웅장함과 안정감을 강조하며 신고전의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품격을 더한다. (와중에 중앙 기둥 두 개를 기준으로, 왼쪽은 기둥 네 갠데 좌측은 두 개임 ㅎ)

아니 뭐, 저런걸 볼때마다 롤링스톤스를 떠올리는 건 갠적으로 어쩔 순 없지만...
바로 앞에서 광곽으로 찍어본 사진
일반적인 난간(Balustrade)의 구조. 저게 다 합해진거라 전체적인 난간 시스템의 구조라고 보면 될 듯

아르데코 양식의 특징은 삼각주 형태의 코너블록을 곡선형 파사드와 발코니로 풀어낸 세련된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발코니와 항아리 형태의 장식을 가진 난간(Balustrade)은 기본적으로 신고전주의적인 요소이지만 이를 곡선형으로 표현하며 아르데코의 미적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조화를 이룬다.

상단부를 지탱하는 기둥과 1층 공간 사이에 만들어진 아케이드 공간에서 비를 피하며 찍어본 동영상. 저 날 비가 진짜 많이 내렸다

결론적으로 레이생춘은 홍콩 건축의 독창성과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홍콩만의 독특한 도시 경관의 형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가 참 많이도 내려 운치가 있었던 그 날

추가로 건물의 우측 파사드 방향으로 뒤쪽에 가보면 홍콩 침례대학교의 중의학 센터로 활용되기 위해 모던 형식으로 증축된 부분이 보인다. 이 새로운 볼륨은 기존의 전통적 양식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어댑티브 리유즈 방식이 싹 다 밀고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Lui Seng Chun 건물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이건 레이싱춘 건물을 좌측으로 두고 발마사지 사인이 귀여워서 찍어 본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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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지 순례를 몇 번 하다보니 재미가 붙었다. 그냥 일상에서 심심할 때 찾아보거나, 영화를 보다가 인상깊은 곳이 있으면 조금 씩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인생에 영향을 줄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마지막 남은 생애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하나씩 소소하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무대는 주로 가까운 아시아권이다. 1~4시간 비행 시간 컷으로. 나중에는 어떤 지도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꽤 나 재밌다. 영화가 기준이긴 한데, 만화, 드라마도 가끔 껴 있다. 특히 영화 속에 나왔던 식당들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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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영화를 말할 때 문학적 전개라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문학적이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의가 확실 한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전개되면서도 서로 얽혀있는 다층적 내러티브라던지,

스쳐가거나 작은 사건들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탐구할 기회를 주는 디테일한 일상 묘사,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엿보게 해주는 심층적 대화 등...

인물의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방식을 통한 심리적 깊이 등을 통해 영화는 전개되고 마지막에 가서 큰 울림을 받으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캐릭터들의 감정에 동화되어 긴 여운을 느끼게 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 기법이 관객들에게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깊은 감정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중 OTT (Watcha)에서 볼 수 있는 3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21년작 '우연과 상상'은 보지 못해서 제외)


Happy Hour 해피아워

2015 | 개인별점 5/ 평균별점 4.1

몸도 별로 안 좋은 상태에서 좀처럼 만나긴 힘든 5시간 28분의 런닝타임은 개인적으로 위대한 도전이었다 (화장실은 한 3번 정도 간 듯하다). 그리고 영화 종료 후 지나간 시간 1초 1초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통해 인간 관계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는 걸작이다. 긴 러닝타임인 만큼 네 명의 여성들이 각자의 삶에서 겪는 위기와 변화를 참 세밀하게도 그려낸다. 캐릭터들의 일상 대화와 서로 간의 상호작용 속에 숨겨진 감정의 깊이는 마치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4명의 주인공 들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모두 인상적인데, 전문적인 연기가 아닌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 같은 것들이 오히려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 잘 살려주었던 것 같다. 특히 특별한 감정선 없이 기복 없는 톤으로 쭉 이어지는 낭독회 신 (그리고 그 와중에 발생하는 일련의 작은 사건들) 또한 이런 영화의 전체적 흐름과 잘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Asako (I&II) 아사코

2018 | 개인별점 4.5/평균별점 3.9

처음으로 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라 그런지 영화 종료 후 더더욱 많은 여운을 느꼈었다. 이 여화는 사랑과 정체성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는 (미스테리한) 로맨틱 드라마로 감독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빛난다. 주인공 아사코가 사랑하는 남자 바쿠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그 이후 료헤이를 만나면서 겪는 감정의 혼란은 마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가 겪는 상실과 회복의 은유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감독은 아사코의 여정을 통해 사라의 본질과 인간관계의 변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관계의 관점으로 본 다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과거의 상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가? 

사랑의 본질이라는 관점으로 본 다면, 사랑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사랑은 동일한 사람에게서 재현될 수 있는가?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영화 '아사코'는 감각적이고 로맨틱한 비주얼 스타일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앞서 말한 하마구치의 문학적인 연출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Drive My Car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 개인별점 5 / 평균별점 4.0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상실과 치유, 그리고 예술을 통한 자기 발견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가후쿠가 아내의 죽음 이후 자동차 여행과 연극 준비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는 어딘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와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과거와 현재의 이갸기를 교차시키며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을 통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개인적으로는 안톤 체호프, 무라카미 하루키, 하마구치 류스케, 이 3개의 감성이 만들어낸 삼각주 같았다. 솔직히 마지막 씬은 이해할 수 없어서 제외하고. 전작 <아사코>에서처럼, 계속 빌드업되고는 있지만 미처 솟구쳐 올라오지 않고 결코 폭발하지 않았던 느려터진 아르페지오 같은 그 감성의 운율이 많이 느껴졌다. 신파 영화도 아닌데 그러한 감성 때문에 펑펑 운 게 정말 오랜만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세 작품 모두 인간관계와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영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 다른 주제와 스타일을 통해 깊은 감정적 경험을 선사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상처와 치유는 비단 하마쿠치 감독만의 영화가 가진 상징성은 아니지만 (그 재해 이후 거의 모든 일본 영화는 알게 모르게 이 감성을 항상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 또한 본인의 영화 속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사 BBC 뉴스펌

- 해피아워는 대지진 이후 사회적 불안과 소통의 어려움이, 매우 길고 느린 페이스의 전개를 통해 인물들의 섬세한 관계 변화를 통해 다뤄진다.

- 아사코는 대지진을 상실과 회복의 메타포로서 사용하며, 전형적인 로맨스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인물의 감정 변화와 관계 복잡성을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

- 드라이브 마이 카는 대지진의 직접적인 배경과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플래시백과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치유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Interview 매거진 펌

그리고 하나같이 모두 심리적 복잡성을 지닌 캐릭터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데, 이렇게 영화의 주요 서사를 이끌어 가는 하마구치 감독 특유의 깊이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걸작들로서 왜 이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후 일본에서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감독을 평가받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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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추천 6선

[요약] 제목 - 년도 - 평점 (2/2) 4,5,6번
1. 계절이 없는 거리 2023  4.5/3.5

2. TOKYO MER ~달리는 응급실~ 2021  3.5/4.1
3.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2023  4.0/3.0
4. 간니발 시즌 1 2022  3.5/3.8  4.0/3.4
5. 살색의 감독 무라시니 시즌 1,2   4.0/3.4, 4.0/3.2   2019,2021
6. 아마짱 5.0 /4.1  2013

* 참고로 평점은 5점 만점으로 개인/왓챠 플랫폼 평균 점수로 나누었다


 

4. 간니발 시즌 1

평점: 3.5/3.8 | Disney+ (오리지널)

서스펜스-미스터리-범죄-스릴러 | 7부작 회당 45여분 | 2022 | ガンニバル | 연출: 가타야마 신조, 가와이 하야토 | 출연: 야기라 유야, 카사마츠 쇼, 요시오카 리호 외

 

만화와 드라마 장면 비교

2018년부터 3년간 연재 후 완결된 만화 원작으로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일본의 <이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봤던 가장 재밌게 본 일본 만화 중 하나였다. 아주 깊은 산골 시골마을에 배치된 한 순경이 법과 행정도 힘이 닿지 못할 정도로 고립된 폐쇄적 커뮤니티의 비밀을 파헤쳐가며 전개되는 토테미즘/트라이벌리즘 (부족주의) /카니벌리즘 (식인)이 가미된 섬뜩 섬뜩한 서스펜스를 안겨주는 스릴러다. 

2004년 칸 영화제의 아무도 모른다와 올드보이

주인공 아가와 다이고 순경 역의 야기라 유야는 포스팅 1부에서 소개했던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4년작 <아무도 모른다>로 아역배우로서 데뷔했다. 이때가 바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깐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때인데 야기라 유아는 최민식을 제치고 불과 14세의 나이로 깐느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나는 화려한 기술로 연기했지만 그 친구(야기라 유아)의 연기는 캐릭터 자체였다. 깊은 깨달음을 줬다."
- '04년 <올드보이> 최민식 배

 

깊은 산골 쿠게 마을에 배치되어 가족과 함께 이사를 온 초반의 경관, 아가와 다이고 (극중 캐릭터 이름)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은 사건의 전개와 함께 점차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야기라 유야는 이보다 더 어울릴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도쿄!, 마더, 드라이브 마이 카

제작진도 꽤 신뢰감과 기대를 준다. 영화 <도쿄!>와 <마더>에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봉준호 감독의 제자라는 별명을 얻은 가타야마 신조의 연출, 깐느 그랑프리에 빛나는 하마쿠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카>의 야마모토 테루하사 제작, <드라이브 마이 카>의 조감독이었던 가와이 하야토가 연출 크레디트에 올렸다

출처&nbsp; https://shorturl.at/aefhi

당연히 만화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숨 막히는 서스펜스의 연속인데, 만화를 이미 본 입장에서도 꽤 재밌게 봤다. 암튼 시즌 1의 황당했던 점은, 정말 재밌게 기! 승! 전! 이렇게 전개가 되는데, 바로 다음 차례인 결! 이 없이 시즌 1을 끝내버린다. 하여 당시 시청 후 시즌 2에 대해 바로 검색해 본 결과 시즌 2는 고려하지도 않고 제작한 드라마라는 엄청 황당한 사실을 발견하고 어이없었던 기억이 난다

또 하나의 매력은 이 외진 시골의 풍경인데 맑고 푸른 하늘 속 줄곧 펼쳐지는 초록색 숲의 연속을 담은 영상의 색감과 체감 또한 인상적이다 

시즌1 예고

시즌2 포스터

하지만 시즌 1이 반응이 좋았던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23년 9월, 스토리의 완결을 그릴 시즌2 제작 확정!이라는 반가운 뉴스를 볼 수 있었고 (언젠가) 디즈니+ 오리지널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포스터도 나와 있다. 다행이다!

 

시즌2 티져

드라마의 연출뿐 아니라 야기라 유아의 광기 어린 연기도 좋아서 만화책을 본 사람도, 안 본 사람에게도 추천할만하다.

기대된다 시즌 2! 제발 빨리 나오기만 해라!!

 


 

 

시즌 1,2 포스터

5.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시즌 1,2

평점: 4.0/3.4, 4.0/3.2  | Netflix (오리지널) 🔞 

전기-성인-범죄-드라마-코미디 | 시즌 1: 8부작 회당 40~50여분, 시즌 2: 8부작: 40~50여분 | 2019, 2021 | 全裸監督 | 연출: 시즌 1: 우치다 에이지 외 시즌2: 타케 마사하루 외  | 출연: 야마다 타카유키, 모리타 미사토, 미츠시마 신노스케 외

실제 무라니시 토오루와 그의 뮤즈, 쿠로키 카오루 (상) 그리고 그 역을 소화한 배우들 (하)

(🔞청소년 관람 불가 참고) 일본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였던 80년대를 배경으로 성인비디오 세계의 황제로 군림한 실존의 문제적 인물, 무라니시 토오루 다룬 영화다. (전과 7범, 징역 370년 (구형), 500억 빚, 미성년 AV 제작 등)

크로우즈제로의 세리자와와 사채꾼 우시지마의 우시지마 때 모습

<크로우즈 제로>의 세리자와, <사채꾼 우시지마>의 우시지마 역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야마다 타카유키는 광기 어리면서도 심각하고 동시에 블랙 코미디스러운 연기를 통해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뭐랄까, 일본판 코믹 알파치노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이 캐릭터 연기는 그냥 광기 어린 미친놈 같다

시즌 1

AV라는 소재 때문에 호불호는 당연히 갈리겠지만 어찌하였건 시즌1을 재밌게 봤다면 시즌 2도 이어가는 걸 추천한다. 뻔한 설정이지만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최고점을 찍고 (시즌1),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파멸(시즌2)까지, 그 과정 속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좇아 전차 마냥 앞으로만 전진하는 텐션을 놓치지 않는다.

엔딩신 아님

그리고 그리고 생명체의 끊임없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듯 한 엔딩 신까지.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이 또 이런 감성에 어울릴 줄이야 ㅎ

시즌 1,2 모두 OST가 매우 훌륭하다. 1980년대 일본이라 갠적으로 좋아하는 시티팝도 있을까 했는데 그런 거 없고 하드코어 서양음악 느낌으로 나간다. 메인테마가 따로 있는 듯 하지만 80년대를 다루는 만큼 그 시절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스팝/팝송들 뿐 아니라 올드팝부터 현재까지의 팝, 테크노, 인더스트리얼, 힙합, 얼터너티브, 트립합, 포크 등등 거의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이전과 현재를 넘나 들며 감독 무라니시의 흥망성쇠의 내러티브를 순간순간 잘 서포트한다.

OST 아티스트들

빌리 아일리시, 케미컬 브라더스, 욜라텡고, 프라이멀 스크림, 레드핫칠리페퍼스, 수지 앤 더 밴쉬즈, 밥 딜런, 카펜터스, 포티스헤드, 4 논블론즈, 수잔 베가, 디패치 모드,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스토리와 전개와 연기만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드라마의 백미 중 하나다. 특히 폭주하는 주인공의 거친 감성과 성공의 달콤한 꿈의 낭만에 도취까지 표현하는 수록곡들의 선곡이 뛰어나다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는 광기어린 폭주와 낭만이 공존하는 듯 이 드라마와 참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다

시즌 1,2와 겹치는 음악도 있는데 특히 Push Up the Beat - Lee Baker & Laura Vane는 타이틀 곡 아닌 타이틀 곡 같이 드라마 전체 이야기 전개와 어울리는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픽은 위처럼 유리스믹스다) 가끔이지만 중간중간 60,70년대 일본 야쿠자, 형사 영화에서 들을 법한 훵키 한 음악들도 나오기도 한다

 

 성공의 성공만을 꿈꾸던 주인공의 머릿속은 이런 느낌이었을까?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 Carpenters 카펜터즈

시즌2의 인상적인 장면은 카펜터즈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그 야망과 탐욕의 트리거로 인해 또 다른 세상을 머릿속에 펼치며 우주까지 뻗어 오르는 성공의 상상을 하는 무라니시의 상황 묘사인데 시즌1,2를 통틀어 최고의 신 중 하나

 

수록곡   It's too late - yuga & Yuga with Maho band

일본 음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는데 (이자카야에서 흘러나오는 엔카는 제목을 찾을 수가 없었고), 시즌 2의 이 음악은 yuga & Yuga with Maho Band의 음악으로 영어로 불렀다. 너무 늦었다는 제목을 보면 시즌2의 테마를 잘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 주구장창 흘러나오는 Push Up the Beat - Lee Baker & Laura Vane

'평균적'으로 보면 광기 어린 전개에서는 영국음악에 많이 치우 져져 있고 뭔가 낭만적인 부분들은 미국 음악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는 것 같다. 암튼 시즌1,2의 OST 수록곡들을 최대한 리스트 업하면 아래와 같다. 직접 찾은 거라 100% 담지는 못했으나 최선을 다했다. 빠진 곡 알려주시면 감사. (이런 걸 ChatGPT 같은 애들이 확 뽑아 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시즌 1 OST 리스트]

* 타이틀 송: My Wish - Taisei Iwasaki
7th Born Son - Blues Saraceno
The Passsenger - Siouxsie & the Banshees
Knife and Stone - Extreme Music
All Eyes on Me - Joy Charity Enriquez
Push Up the Beat - Lee Baker & Laura Vane 계속 나옴
Rise & Fall - The Rigs
Mr. Lonely - Bobby Vinton
The Passenger - Siouxie & the Banshees  두 번 울려 펴 짐
Rocks - Primal Scream 두 번 나옴
Back to Black - Amy Winehouse 계속 나옴
Don't Dream It's Over - Crowded House
------ 아래부터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음---------
You Spin Me Round - Dead or Alive
Opportunities - Pet Shop Boys
Sweet Dreams - Eurythmics
Good Times Bad Times - Led Zepplin
Got to Keep on - Chemical Brothers
Sexual Healing - Marvin Gaye
Everybody Want to Rule the World - Lorde
Nothing's Gonna Stop Us Now - Starship
Don't Stop Believin' - Journey
Just Like Honey - The Jesus & Mary Chain
I Wanna be Loved - The Stones Roses
Burning Tree - Burning Tree
Red Red Wine - UB40
Walk My Own Way - Kate Crash
Kaua i Ka Huahua'i - Noelani Mahoe

[시즌 2 OST 리스트]

Movin' on Up - Primal Scream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 Carpenters
Personal Jesus - Depeche Mode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 Amy Winehouse
Push Up the Beat - Lee Baker & Laura Vane
Setting Sun - The Chemical Brothers
Love and War - Days gone Black
Death - Max Justus
Hot Stuff - Donna Summer
Alight - Sound of Red Bull
The Power of Equality - Red Hot Chili Peppers
Pilgrimage - Suzanne Vega
When the party's over - Billi Eilish
Halfway There - Cavendish Music
Glory Box - Portishead
You'll never know - The Rigs
What a wonderful world - Jon Bastiste
Friday - Kate McGill
* It's too late - yuga & Yuga with Maho band
It's Too Late - Carole King
What's up - Hannah Grace & Sonny Tennet
What's Up - 4 Non Blondes
Like a Rolling Stone - Bob Dylan

--- 아래부터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음 ----
Dust - BarriewGledden
Tiny Particles - 101 Dark Orchid Music
Big Day Coming - Yo La Tengo
Angel - Massive Attack

 

출처&nbsp; 시미켄 TV

여담으로 성인영화에 관련된 컨텐트다 보니 실제 성인 배우들도 출연하는데 심익현이란 애칭으로 유명한 시미켄과 오구라 유나가 잠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한다 (오구라 유나는 시즌 1에도...)

 


 

 

6. 아마짱

평점: 5/4.1  | Watcha, Wavve, TVING

코미디-휴먼드라마 | 156부작 회당 15분 | 2013 | あまちゃん | 연출: 이노우에 츠요시 외 | 출연: 노넨 레나, 코이즈미 쿄코, 하시모토 아이, 아리무라 카스미 외

 

위 두 개가 좀 잔인하고, 야한 설정이었다면 약간의 휴먼 코믹과 따뜻한 감동이 어우러지는 드라마를 소개해보는데 개인적으로 인생드라마 중 하나다. 포스팅 1/2에서 소개했던 쿠도 칸쿠로 극본의, 아마도 지금까지 그의 최고의 아웃풋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1. 도시와 시골, 그리고 3대의 성장

왼쪽의 코이즈미 쿄코는 80년대를 호령했던 꽃의 82년조 아이돌이었다

'아마짱'은 해녀라는 뜻으로 해녀로서 시골에서만 일생을 보낸 할머니, 해녀의 길을 좇아야 했으나 아이돌이 되기 위해 도쿄로 무단 상경한 엄마, 그리고 도시 (도쿄)에서 태어나 도시의 삶을 살다 적응하지 못해 할머니와 엄마의 고향으로 내려와 큰 성장을 맞는 여자 3대에 걸친 이야기다.

촘촘한 관계로 이어진 수많은 각 캐릭터들이 진정성 있게 그려지며, 얽히고설킨 가족과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마치 맛있는 여러 첩의 반찬들로 이루어진 푸짐~한 전라도 백반상 마냥 작고 큰 여러 주제들이 다뤄진다

2. 가벼운 부담의 156부, 간편한 쿠키처럼 즐길 수 있는 장점

대놓고 마츠다 세이코를 떠올리는 엄마의 젊었던 시절 역의 아리무라 카스미

이 작품은 156부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회당 15분 밖에 되지 않아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작품의 매력에 빠져 정주행을 시도하게 될 수도 있으니, 전체 시간은 3시간 16분 정도라는 점을 참고 바람

3. 지방경제 활성화와 '아마'노믹스

이 작품은 주인공 아마노 아키가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해녀의 꿈을 향해가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과정을 그리는 이 부분이 굉장히 큰 공감을 준다. 특히 이 드라마를 찍었던 이와테 현 쿠지 시의 지방경제를 실제로 부활시킨 현실화 사례가 부각되며 당시 아베 총리의 일본경제 정책이었던 '아베'노믹스와 대조되며 '아마'노믹스가 훨씬 현실적이며 효과적이라 이야기가 나왔었다.

아무튼 <아마짱>은 역대 일본 아침드라마 중에서도 특별한 작품으로 꼽힐 만큼 작품성과 재미를 담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맥락과 문화도 다르고 이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초고령화와 지방경제 붕괴 같은 이야기가 심각하게 나오는 지금 봐도 많은 생각을 해봄직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4. 음악

 

아마짱 오프

음악은 딱 두 개가 뇌리에 남게 만드는데 먼저 오프닝 음악이 처음에는 몰라도 계속 듣다 보면 꽤나 중독성이 있는데 <계절이 없는 거리>에서도 이런 브래스 마칭 밴드 음악이 흐르는데 단체가 협동하여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 내는 그런 걸 추구했는지도 모른다. 보통 드라마에서 오프닝 엔딩 크레디트는 걍 넘어가는데 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이 음악 때문에 꼭 보게 되긴 한 게 기억에 남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PPGmO1LTY5I

인어의 메모리

두 번째는 이 이야기에 걸쳐 끊임없이 회자되며 드라마의 긴장감(?) 연속성 (?) 같은 단서 같은 장치로 작용하는 <머메이드(인어)의 메모리>라는 음악인데,  여러 캐릭터가 (정확히는 셋 (솔로, 솔로, 듀엣) 부르는 버전이 참 매력적인데 의외로 영상이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위는 (화질은 구리지만) 극 중 지역인 산리쿠의 철도 기차 안에서 특별 이벤트로 지역 아이돌 퍼포먼스를 펼치며 <인어의 기억>을 부르는 아키와 유이. 이 철도에서 성게덮밥을 팔기도 하는데 드라마 덕에 나중에 현실에서 실제로도 이 도시락을 팔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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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볍게 보고 넘기기 좋은 애들로 뽑으려다가 다음으로 미루고

작품성이 있어 좀 집중하게 되는 애들로 구성 되어 버렸다...

[요약] 제목 - 년도 - 평점
1. 계절이 없는 거리 2023  4.5/3.5

2. TOKYO MER ~달리는 응급실~ 2021  3.5/4.1
3.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2023  4.0/3.0
4. - (2/2)에서 소개 예정
5. - (2/2)에서 소개 예정
6. - (2/2)에서 소개 예정

* 참고로 평점은 5점 만점으로 개인/왓챠 플랫폼 평균 점수로 나누었다


 

1. 계절이 없는거리

평점: 4.5/3.5 | Disney+ (오리지널)

휴먼 드라마-코미디 | 10부작 회당 30여분 | 2023 | 季節のない街 | 연출: 쿠도 칸쿠로 외 | 출연: 이케마츠 소스케, 나카토 타이가, 와타나베 다이치 외

쿠도칸 (중앙)과 그의 대표작들

기발한 발상과 전개, 재치와 해학이 돋보이는 약 빤 천재, 쿠도 칸쿠로의 작품이다. 주로 TV 드라마 각본/연출로 활동하는데 드라마만 해도 <I.W.G.P>, <키사라즈 캣츠아이>, <아마짱>, <맨하탄러브스토리>, <갠지스강에서 버터플라이> 등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 <한밤중의 야지 키타>, <소년 메리켄사쿠>, <GO>, <69> 등의 명작 영화들에도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에피소드를 통 틀어 가장 웃겼 집, 아라카와 요시요시의 코믹연기는 여전하다

쿠도칸 (별명)이 기획/연출/극본을 다 맡았다는 정보를 보고 "바로 이거다!"를 외치며 바로 시청했다. 아키라 쿠로사와 감독이 70년대 <도데스카덴>으로 영화화했던, 일본의 안톤 체호프라 불렸던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원작이라고 한다.  소설의 배경은 60년대 지만 드라마의 배경은 현대로 설정했다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임시 주택가의 모습. 대체 저기에선 얼마나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12년 전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임시주택지에 (오~랜동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회차마다 옴니버스 단편 식으로 그린 작품으로 쿠도칸의 <아마짱>이 비브라토가 난무하는 알레그로와 같은 전개와 감성이라면 이건 비브라토가 정도 껏 난무하는 모데라토에 가깝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10부까지 시종일관  잔잔하다가도 갑자기 커브와 회전이 훅 하고 들어 올 때 때문에 꽤 심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Winesburg, Ohio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링크 클릭!! http://www.devpsy.org/nonscience/sherwoodanderson/index.html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은 항상 자신이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고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엄즈같이 되고

electronica.tistory.com

회차마다 마을의 한 집, 한 집을 다루는 방식이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가 생각나게도 했다.  YES24 책소개를 빌리자면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막막하고 절실한 갈망과 그 좌절에서 오는 뼈저린 외로움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낸 연작단편집"으로서 뭔가 둘이 교차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이 폐교는 임시 주택가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동사무소 같은 역할을 한다

특별히 튀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캐릭터들의 잔잔히 흘러가는 이야기 같으나 이 안에는 충격적일 수도 있는 절도, 살인미수, 불륜, 기만, 간통, 강간, 사기 등의 인간군상이 가득 차 있고,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이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흘러간다. (드라마 최대의 묘미) 잠깐 웃자고 심어 넣은 것 같은 요소요소와 에피소드들은 스쳐가는 순간순간 깊이가 느껴진다. 와중의 쿠도칸 특유의 송곳같이 날카로운 현실풍자는 여전하다

예고편  자막 키고 보세요

혐오와 빈곤의 사회를 향한 어떠한 큰 울림처럼 느껴졌던 드라마였다


 

 

2. TOKYO MER ~달리는 응급실~

평점: 3.5/4.1 | Disney+, Watcha, Netflix, Wavve, Disney+, TVING

메디컬-재난-드라마 | 11부작 회당 50여분 | 2021 | TOKYO MER~走る緊急救命室~ | 연출: 마츠키 아야 외 | 출연: 스즈키 료헤이, 카쿠 켄토, 아카츠카 아즈사 외

모든 회가 응급상황이라 정신없다

이 드라마는 회당 러닝타임이 50여분 정도로 길다. 그냥 별생각 없이 밥 먹으면서 보자 하고 걍 시작한 건데 웬걸, 또 빠져서 이틀간 정주행 완료 ㅋㅋㅋ. 

저 자동차는 수술실까지 갖춘 최첨단 달리는 응급이다

병원에서 기다리지 않고 사고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파일럿으로 진행되는 7명의 구급팀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이야기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매회가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꽤나 흥민진진하게 볼 수 있다.

치프 닥터 역의 스즈키 료헤이는 여기서도 어른이지만 일본 특유의 성장형 소년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을 이상을 이야기로 풀어주며 정신적 안심을 주는 그런 특유의 정공법을 따르는 동화 같은 스토리전개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 반전, 갈등, 사건 전개 등등 모든 게 밸런스를 잘 맞춘 것처럼 진짜 딱, 적당적당하다. (너무 비현실적이지도 않고 다루는 맥락 또한 병원에서 정치까지 범위를 꽤 넓혀 간다) 그래서 가볍지만 또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이 스토리에 관객은 매일 치이는 현실에 대해 잠깐 아름다운 꿈을 꾸고 적당히 위로받는다. 성인 캐릭터를 가지고 펼쳐내는 재미난 성장 드라마

극장판 예고편인데 초반에 드라마의 핵심 장면들이 나온다

국내긴 하지만 평균 별점이 꽤 높은데 일본 내에서도 반응이 좋았었나 본데 (최종화는 최고 시청률 19.5% 기록), 2023년 4월에는 극장판이 개봉했다. 보고 싶지만 볼 방법이 없다...

 


 

3.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평점: 4.0/3.0 | Netflix (오리지널)

드마라-요리-힐링-게이샤 | 9부작 회당 40여분 | 2023 | 舞妓さんちのまかないさん | 연출: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모리 나나, 데구치 나츠키, 하시모토 아이 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현존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감독을 꼽자면 2021년 깐느 그랑프리 <드라이브 마이카>의 하마구치 류스케와 '18년 깐느 그랑프리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닐까 싶다. (약 빤 천재이자 풍운아 소노 시온 감독은 현재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굳이 비교하자면 하마구치 류스케가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박찬욱 감독 급에 비유하면 될까? 

마이코네의 마카나이 상을 연기한 주인공 키요 역의 모리 나나

드라마 자체로서만 보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아오모리 시골에서 교토로 상경한 두 절친 소녀들이 결국 한 명은 마이코(게이샤 연습생)로서 성장하고 한 명은 마이코로서의 재능이 없어 (요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같이 사는 집의 마카나이 (식모)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이 일상들 속에서 보여주는 훈훈하고 잔잔하고 아기자기하고 가끔 유쾌하기도 한 힐링 물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게이샤 수련소(?) 환경에서 끌어낸 소소함의 재미가 마지막화의 클라이맥스 전까지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간다. 거장의 작품답게 카메라의 구도 또한 참으로 안정적이고 묵직한데 현대에서 보는 오스 야스지로 감성이 혹시 이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이코네에서 게이샤를 향해가는 또 다른 주인공인 스미레 역의 데구치 나츠키

두 절친은 "게이샤가 되고 싶어"라는 목적으로 교토로 온 건데, 이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마이코'는 바로 게이샤가 되기 전의 연습생을 뜻한다. 보통 15~18세이니 미성년의 나이가 포함되고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견습생처럼 실전에 투입(?)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이코들의 생활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있다. (그래서 작품성 대비 평균 별점도 낮은 것 같고) 여기서 길게 말하긴 뭐 하고 논란에 대한 감독의 입장문을 통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는 개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번역기로 돌려 보면 됨: https://shorturl.at/lFKS8 )

드라마 최고의 백미, 간단 가정식. justonecookbook 펌

암튼 이 드라마의 백미는 매 회 허름한 옛날 식 부엌에서 식모로 활동하는 주인공 키요가 그 날의 사건과 감정을 테마로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소소한 가정식의 등장이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정말 일반 간단한 가정식이다. 다만 키요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가 막힌 손 맛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이 음식을 먹고 놀라는 리액션에서 맛에 대한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힐링물에 이런 힐링 요리까지 등장하니 위가 대단한 반응을 하므로 밤 중에는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justonecookbook 펌

등장음식 리스트: 

나베코 단고 (아오모리현 전통 팥죽),
야키이모 (돌에 구운 군고구마),
소멘 (냉소면),
토마토 카레,
오야코돈 (닭고기 덮밥),
오니기리 (주먹밥),
전통 일본아침상 (토마토와 두부 미소수프 + 타마고야키 (계란구이) + 연어구이 + 시금치 무침 + 다이콘 오로시 (갈은 무우)),
우메보시 (매실소금장아찌),
판 푸딩 (빵 커스터드에 캐러멜 소스를 섞음),
카보챠 (단호박찜),
녹차 수플레 팬케이크,
마들렌 케이크,
나스노 아게비타시 (된장가지구이),
덴뿌라 (튀김),
고로케 (일본식 크로켓),
치킨 가라아게 (닭튀김),
크림 스튜,
아마자케 (일본식 감주),
후루츠 산도 (과일 샌드위치), 
토시코시 소바 (12월 31일에 먹는 전통 소바),
오세치 (새해에 먹는 찬합에 담은 여러 음식),
오조니 (새해맞이 떡국),
카키모치 (쌀과자),
다시 (극 중에선 다랑어포 우동 밑국물),
키츠네 우동 (교토식 유부 가락국수),
유도후 (두부요리),
카키 후라이 (굴튀김),
돈지루 (돼지고기 된장국),
일본식 샌드위치,
타마고 산도 (일본식 계란 샌드위치),
판노 미미 라스쿠 (빵껍질 튀김) 
 

All the Recipes in Netflix's The Makanai: Cooking for the Maiko House

Join us by cooking up delicious recipes inspired by Netflix's newest Japanese drama - The Makanai: Cooking for the Maiko House!

www.justonecookbook.com

위 이미지 두 개 및 리스트 정리는 JUST ONE COOKBOOK ( https://shorturl.at/uAERX )에서 퍼왔다.

드라마에서 나온 모든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해 주고 있다

 

칸노 요코의 드라마 논 크레딧 오프닝

이 아기자기한 성장과 힐링 이야기 속 에피소드들과 각종 평범한 일본 가정식 등장에 대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것에는 감독의 연출 뿐 아니라 칸노 요코의 음악도 힘을 더 하고 있는데, <카우보이 비밥>, <마크로스>, <공각기동대>와 같은 레전드 급 애니메이션, <대항해 시대 시리즈>, <신장의 야망> 등의 게임, <바닷마을 다이어리>, <허니와 클로버> 등과 같은 영화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선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예고편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니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 세 편은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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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제이슨 부어히

 

슬래셔 영화의 그 뻔한 전통적 공식 5개

최근 를 보고 이 나온다는 얘기에 흥분하며 다시 슬래셔 무비의 매력에 빠져 을 쓰려다가 언제나 그렇듯깊이 빠져버려 또 서문만 엄청 긴 포스팅이 될 까봐 인트로 식으로 (뻔하지만) 슬래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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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공식을 다룬 1탄에 이은 슬래셔 영화 시리즈 2탄은 슬래셔 장르가 어떻게 각 시대상을 반영해 왔나를 10년 주기로 바라보았다. 3탄은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다룰 예정이다. 참고로 각 시대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장르의 탄생지이자 진화지인 미국이 기준일 수밖에 없었다

70~90년대 대표 슬래셔 악당들&nbsp; &nbsp;출처&nbsp;https://www.thequiz.com/

슬래셔 영화는 일반적으로 고찰적이거나 심각하다기보다는, 자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 영화 장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장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바로 그 시대의 상황과 문화를 반영하며, 동시대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70년대 맨하탄 출처 www.theguardian.com

슬래셔 영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사회/현실적 공포와 불안을 통해 '자아'를 실현시킨다. 특히 미국은 역사 속에서 항상 다양한 요인의 사회적 폭력과 범죄에 시달려온 대표적인 나라다. (현재의 경찰총기사고나 학교 총기 테러 등) 이러한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슬래셔 영화는 어떻게 장르적 공식에 충실하거나 뒤틀며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시겼을까?

제이슨과 프레디, 출처 https://brokehorrorfan.com/

장르가 태어난 70년대부터 슬래셔 영화들이 그려온 시대상을 살펴보면, 사회의 불안감과 공포의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시대를 되돌아보며, 대표적인 슬래셔 영화들이 어떻게 그 시대의 불안과 공포를 반영하며 작품을 펼쳤는지 살펴보고 장르의 공식에만 묻혀 잊혀진 슬래셔 영화들과 기억에 남는 대표작들 간의 차이도 함께 알아보았다


| 1970년대

미국의 시대별 강력범죄 통계를 보면 60년대를 시작으로 90년대 초반까지 범죄율이 크게 치솟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는 이미지 안에.

70년대의 미국은 Suburb(근교)를 포함한 어번 Urban(도시 지역)에서 범죄율이 상승하고 집행 기관의 대처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컸던 시기였다. 이는 주거 지역에서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낳았다. (슬래셔 뿐만 아니라 유독 이 시절 갱, 형사 영화, TV 시리즈가 특히 넘쳐났었다)

영화같지만 실제 70년대 미국 범인 검거 중 사진이다. 출처는 이미지 안에.

동시에 이 시기는 사회적인 통념과 전통적인 권력구조와 규범에 도전하는 시민, 여성,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운동이 본격화되었고, 1975년의 베트남 전쟁 종전 또한 미국인들에게 큰 사회적 불안과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던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공산주의를 상대로 한 전쟁의 패배 및 이후 사회로 돌아온 베트남 전쟁 베테랑들과 기존 사회의 불협화음 등)

미국 특유의 서버브 배경에 서 있는 살인마, 마이크 마이어스. 살인마로 다시 돌아오기 전 그의 첫 살인은 1962년으로 미국 범죄율 상승시기와 얼추 잘 맞아들어간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1978년의 "할로윈"은 슬래셔 영화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1980년대 초중반 슬래셔 영화 부흥의 불쏘시개였다. 이 영화는 미국의 Suburb(근교)를 배경으로,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나는 안전한가?라는 불안감을 대중에게 안겼다. 벽도 없고 울타리도 없고 대문도 없는 자유롭고 행복한 그림 같은 환경의 서버브 환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가 나타나 청소년들을 살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의 상징적 축제 문화인 '핼러윈 데이'에...

영화가 나은 파이널걸이라는 또 하나의 상징적 캐릭터인 로리 스트로드 (제이미 리 커티스)

이 작품은 슬래셔 영화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담아내면서도 70년대의 미국의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였다. 할로윈의 살인마가 주변의 평화롭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조용히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편안하게 '느껴/보여지는' 현실 세계에서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불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the Texas Chainsaw Massacre)의 살인마, 레더 페이스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74년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사회의 폭력성과 소비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미국 소비문화는 언제나 많은 각종 영화 장르들의 탐구 대상이긴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폭력은 시대적인 불안과 공포를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전달했다 (심지어 실화 바탕이라는 것 또한 크나큰 충격이었던...)

좌측부터 투어리스트 트랩, 커뮤니언, 웬 어 스트레인저 콜스, 블랙크리스마스

이 두 영화가 슬래셔 역사에 있어 장르적 정의를 세운 가장 상징적인 작품들로 꼽히며, "블랙크리스마스 (1974)", "투어리스트 트랩 (1979)", "커뮤니언 (1976)", "웬 어 스트레인저 콜스 (1979)" 등등 70년대의 슬래셔 영화들은 시대/사회적 문제와 불안감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관객들에게 재미와 긴장감을 제공했다

 

| 1980년대

유원지나 대형마트 같은 대규모 다중이용 공간에서 신속히 미아를 찾는 제도인 코드아담을 촉발시킨 1981년 애덤 월시 미아 납치 사건의 부모의 인터뷰 모습, 그리고 1986년 마약 퇴치 캠페인을 선언하는 레이건 대통령과 낸시 여사

1980년대 또한 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혼돈의 시기였으며 다양한 사회적 불안과 범죄 요인들이 증폭되었다. 이 시대의 특징으로는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넘어 엑스터시 등과 같은 새로운 마약의 등장과 갱단들의 폭력 범죄, 애덤 월시 미아 납치 살인사건 등의 각종 범죄들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안이 두드러졌다. 레이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 선언 및 사회적 범죄에 대한 제재를 위해 더욱 강력한 처벌과 교도소 시스템의 대규모 확장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이러한 움직임들이 국민들에게 더 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일례로 마약과의 전쟁 선언 후 미국 내 마약 사용은 더 늘어났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어찌하였건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범죄율의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긴 했다. 물론 이전 대비...)

1편 포스터, 오른 쪽에서 두 번 째에서 조연으로 나오는 케빈 베이컨을 확인할 수 있다


<13일의 금요일 (1980)>은 이러한 사회가 야기하는 대중의 불안을 잘 꿰뚫은 작품으로 80년대 슬래셔 영화의 엄청난 부흥을 이끈 작품이었다. 이 시리즈는 제이슨 보헤스라는 슬래셔 하면 연상되는 대표적 아이콘을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이후 이를 모방하거나 영감을 받은 많은 영화 및 시리즈물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으며 캠프, 산, 숲과 같은 고립된 장소에서의 살인을 다루는 스토리가 흔해지게 되었다. 아무튼 <할로윈>의 모방이자 아류작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할로윈>이 불쏘시개고 <13일의 금요일>은 거의 화염방사기급 레벨로, 이 영화의 매력이 실로 대단했던 나머지, 슬래셔 장르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고 오랜 시간 동안 시리즈물로 이어지게 되며 슬래셔 영화 역사에 큰 정점을 찍었다. (시리즈물로 이어져가며 캐릭터로서 제이슨의 실질적 활약은 2탄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1982년 13일의 금요일 3탄

참고로 제이슨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하키 마스크는 1982년의 3탄에나 가서 등장한다. 중간에 쉘리라는 캐릭터가 사람들 놀라게 하기 위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마스크였는데 그를 죽인 후 그것을 쓰게 되는 것이 이후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제이슨의 모습이다 

 

나이트메어 1 포스터 1984

<나이트메어> (1984)도 슬래셔 장르에 있어 기가막힌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띄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인 슬래셔 영화들이 피지컬과 물리적인 측면의 공포를 선사했다면 이 시리즈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꿈속에서 주인공들을 쫓는다는 새로운 개념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선사했다. 특히 이 부분은 80년대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마약과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 불분명을 통해 경제와 사회적 불안정성이 공존하던 그 시절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극대화했다

일례로, 프레디는 자는 동안의 인간을 목표로 삼는다. 수면은 개인들이 물리적 휴식을 취하기도 위함이지만 외부 세계의 현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후퇴'하는 심리적 잠재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안전한 피난처로 추정되는 꿈이라는 영역에 침투하고 테러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통상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영역들의 취약성과 무력함을 가감 없이 보여둔다

프레디가 출현하는 주인공들의 꿈들의 연속을 따라가다 보면 침실, 복도, 병원, 집 안 공간과 같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익숙한 환경들을 접하게 된다. 어디서나 프레디라는 공포의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현실 어디에서도 '안전한' 공간은 없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훗날 스크림을 만들며 슬래셔 영화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정표를 남긴다

프레디 크루거는 인간이었던 시절 자신 또한 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와 학교에서의 '왕따'를 당했었고, 자해는 물론 동물학대 등의 극도의 정신불안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이후 성인이 된 후 수많은 아이들의 연쇄 유괴/살인범이 되고, 결국 이 사건에 분노한 마을 주민들에 의해 불태워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악령과 같은 존재로 태어나며 주로 10대를 자신의 타깃으로 삶는데 이는 자신을 죽인 그 부모들에 대한 복수(그들의 아이들을 해치는)로서 해석되는 동시에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트라우마와 그것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및 복수와 폭력의 끝없는 순환을 영구화시킴으로써 영화 속 피해자들은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의 잠재의식적 영역까지 침범하며 공포와 서스펜스를 펼쳐낸다

이 외에도 이 프레디 캐릭터는 장난기 섞인 유머를 가진 코믹적 성격으로 유머와 장난을 가미한 공포라는 점도 독특한 감성으로 다가오며 슬래셔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과 표현 방식을 통해 빼 놓을 수 없는 대표 슬래셔 캐릭터로서의 인상을 남겼다

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나이트메어 시리즈를 통해 슬래셔 장르가 대중의 정신적 영역의 불안감을 시각화하여 건드렸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리고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이후 90년대를 뒤집어엎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크림> 시리즈를 감독하게 된다. 아무튼 국가적, 사회적 불안감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되어 개개인의 정신적 불안감의 영역까지 깊게 파고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고,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한 법. 음... 아무렴...

 

쳐키, 헬레이져

암튼 앞서 말했듯이 뻔한 공식, 일방적인 모방과 자극적 요소만 추구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작품들의 질도 떨어졌음은 물론 이러한 반복되는 유사성에 의해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피로도 또한 극도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90년대에 가까워지며 슬래셔 영화는 암울한 쇠퇴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몇몇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영화들도 꾸준히 등장하기는 했는데 대표적으로 <헬레이져> (1987)와 <쳐키> (1988) 등이 있다

 

|1990년대

1992 LA 폭동 당시 기록 사진 출처&nbsp;www.businessinsider.com

60년대부터 시작한 꾸준한 범죄율의 흐름에 이어 1992년의 'LA 폭동' 등 폭력과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해서 미국의 사회적 문제와 관심사였지만, 90년대가 흘러가며 미국은 범죄율이 대폭 감소하는 징조를 보이며 안전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래 표 참조) 

 

이러한 안정적인 상황 속에서 그 알다가도 모를 포스트모더니즘은 물론,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경제적 번영과 기술적 발전이 돋보였던 시기였던 만큼 대중의 사회적 관심사도 더욱더 다각화되었다.

 

1992년 Arsenio 홀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는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 (캠페인 중). 정치적 입장을 떠나 글에서 언급한 이 시대의 그나마의 '평화'를 느껴지게 한 상징적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출처  electionwalldotorg 유튜브

이러한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미 80년대부터 대중의 외면을 받은 슬래셔 영화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 보였지만 이는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 현대 역사에 있어 그나마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적어도 2000년 9/11이 터지기 전 까지는...)

9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nbsp; 출처&nbsp;https://www.vanityfair.com/

80년대에서는 말도 안 되는 과장된 표현이 지배적이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런 경향은 점차 사그라들고, 자기반성과 자기 인식이 중요시되는 시기로 변화하고 있었고 특히  X-세대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서태지를 통한 하이틴 문화와 자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2000년대를 향한 밀레니엄의 공포도 사회적 불안의 요소로 작용했겠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오히려 90년대 X-세대들에게는 더 큰 실험, 새로움, 즐거움을 선사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90년대 세대들은 밀레니엄을 향한 사회적 불안의 상황을 더욱 즐기며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1992 캔디맨, 최근 인어공주 리메이크 사태를 바라보며, 영화라는 매개체가 어떻게 인종 이슈에 대한 트위스트를 통한 대중의 감성과 지지를 얻는 것에 대한 교훈와 대안의 좋은예 중 하나로 본다

그 와중에도 몇몇 슬래셔 작품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극복하며 90년대에 흥행 역사를 기록했다. 위에서 말했듯 이 작품들은 기존의 공식의 한계를 어느 정도 뛰어넘으며 작게는 또 크게 새로운 장르적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안=얼터너티브=그런지=너바나=90년대라는 공식이 갑자기 생각나는 건 왜일까...)

(좌)부터 나는 지난 여름에..., 캠퍼스 레전드, 캔디맨, 스크림

대표적으로 도시전설과 흑인 빌런을 통한 트위스트로 인종문제 이슈를 역으로 잘 소화해 낸 1992년의 <캔디맨>, 슬래셔 장르의 문법 자체를 완전히 전복시켰다고 볼 수 있는 걸작인 1996년의 <스크림>, 로맨스 요소의 강조 등을 통해 관계와 갈등의 요소를 좀 더 깊게 활용하며 지난 실수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처벌이라는 테마를 더욱 강조하며 캐릭터 및 스토리 개발에 힘쓴 '어린' 성인들의 이야기인 1997년의 <나는 지난여름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도시 전설을 살인의 동기와 연결시키는 동시에 대학생들의 일상과 공포를 결합시키며 클리셰를 재해석하고 활용한 1998년의 <캠퍼스 레전드>를 들 수 있겠다. 이런 작품들은 90년대의 슬래셔 영화 시장에서 굉장한 서프라이즈로 평가받을만한 작품들이었다

스크림의 한 장면. 정말 드류 베리모어의 존재감도 큰 몫을 했다

이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상징적인 작품은 80년대 <나이트메어>의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이다. 슬래셔 영화의 오래된 공식을 철저히 깨뜨리고 전복시키며 많은 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전통적인 관습과 클리셰에 대한 유머러스한 조롱과 자기반성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장르적 의미로서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슬래셔의 기본은 유지하면서도 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 팝 컬처 속에 젖어있던 대중의 감성의 정곡을 제대로 찌르며 공감대를 이루어 냈다는 것에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의 슬래셔 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적 변화와 관심사를 반영하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OOO처럼) 대중이 사랑했던 슬래셔 장르에 기본은 갖추되, 예측 가능한 공식을 더 깊고 넓게 개발하거나 지나치게 관습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이라고 인식될 만한 작품들이 주목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80년대의 과장된 표현에서 벗어나 자기반성과 자기 인식이 중요시되는 시기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동시에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동시대적 불안감과 공포를 끄집어내며 호응을 이끌어 낸  특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니멀리즘 음악의 거장 중의 거장, 필립 글라스의 <캔디맨> OST 중 'Helen's Theme'을 들어보자...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캔..ㄷㅣ...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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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림 2022

최근 <스크림 2022>를 보고 <스크림 2023>이 나온다는 얘기에 흥분하며 다시 슬래셔 무비의 매력에 빠져 <2000년대 슬래셔 영화 추천>을 쓰려다가 언제나 그렇듯깊이 빠져버려 또 서문만 엄청 긴 포스팅이 될 까봐 인트로 식으로 (뻔하지만) 슬래셔 영화의 전통적 공식은 무엇이고, 70년부터 2020년대까지 각 시대가 품고 있었던 사회적 불안 요소를 어떻게 이 서스펜스에 반영하며 진화해 왔나를 서너 번에 걸쳐 정리한 후 슬래셔 영화 추천 시리즈를 전개해 보려 한다

크리스탈 레이크 캠핑장에 오신 걸 환경합니다

Pt.1: 슬래셔 영화의 '그 뻔한' 공식 5개
Pt.2: 슬래셔 영화는 어떻게 각 시대의 불안 요소들을 반영하며 진화했나? (1970~1990s)
Pt.3: 슬래셔 영화는 어떻게 각 시대의 불안 요소들을 반영하며 진화했나? (2000s~2020s)

Pt.4: 2000년대 이후 슬래셔 영화 추천

클래식 슬래셔 영화, 13일의 금요일에서, 슬래셔 무비의 5개 공식을 상징할만한 장면들을 꼽아 보았다


| 슬래셔 영화의 '그 뻔한' 전통적 공식 5개

슬래셔 영화는 공포(Horror) 영화의 하위 장르로서 일반적으로 가면과 같은 위장을 한 살인범이 잔인한 방식으로 특정 피해자 집단을 쫓고 죽이는 내용인데 특히 비주얼적으로 피가 난무하는 잔인함을 가진다.  바로 폭력, 서스펜스, 공포의 조합으로서 그 주요 요소는 아래와 같으며 이들을 가지고 서사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공식화된 '관습적' 특징을 보인다

 

1. 무자비한 악당:

13일의 금요일이 제이슨, 핼로윈의 마이크 마이어스,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레더페이스

보통 캐릭터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면이나 변장을 하는 악당이 등장한다. 엄청나게 위협적인 캐릭터로서 쉽사리 막거나 죽이기도 힘들다. 특히 이 두 부분 (가면과 위협적인 묘사)가 영화의 서스펜스와 공포를 더해준다.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빌런은 아마도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과 <핼로윈>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아닐까 싶다. 사실 상 저 3 영화가 슬래셔 영화의 시작점들이라 보면 된다

근데 다들 7,80년대 주름 잡던 살인마 할아버지들이라 요즘 세대에게는 <스크림>의 마스크 캐릭터가 그나마 더 먼저 연상될 수도 있다

 

2. 피해자 무리:

시계방향: 섬머캠핑 온 13일의 금요일의 하이틴들, 하이틴과 젊은 어른으로 구성된 나이트메어,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고등학교 막 졸업한 하이틴 그룹, 아직은 어린 젋은 사회인들로 구성된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의 피해자 그룹

위 악당의 표적이 되는 특정 그룹이 등장한다. 슬래셔 영화에서는 통상적으로 소위 하이틴, 틴에이져로 불리우는 10대, 대학생 혹은 젊은 성인 등과 같은 젊고 어린 캐릭터들로 꾸려져 있다. 이는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 젊은이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두려움과 불안 요소를 자극하며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영화를 보며 이 중 누가 먼저 죽을지를 추리하는 것이 장르적 대표 재미 요소이며, 종종 이 그룹 안에 악당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이 미성숙한 이들이 자신들이 행하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 행동들이 살인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 항상 이들은 즐겁고 세상 최고의 베프들이다 하지만 빌런의 등장과 함께 공포에 빠지고 쉽게 분열되기도 한다 

 

3. 잔인한 장면:

너무 피칠갑이면 잘릴까봐 걍 폭력과 피칠갑을 암시하는 신 사진으로... (13일의 금요일)

살인과 폭력에 대한 묘사가 방식이나 비주얼 모든 면에서 잔인하고 빈번하게 펼쳐진다. (피칠갑) 악당은 주로 칼, 톱 같은 날카로운 무기를 사용하는데 애초에 슬래셔는 슬래시 slash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칼 같은 날카로운 무기로 인체를 베거가 긋거나 찌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4. 긴장감 넘치는 추격 신: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레더페이스. 요즘이야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는 추세가 아니어서 그렇지. 저 시절 볼 때는 정말 지릴 수준의 공포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인데 지린다는 이럴때 좀 고개 끄덕끄덕 해지는 듯

주로 쓰이는 장소적 배경을 큰 기준으로 봤을 땐 숲 속의 오두막, 여름 캠핑장, 대학 캠퍼스, 작은 마을, 버려진 건물 등이 주를 이루는데, 더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이 중에서도 어두운 골목 등과 같은 극히 폐쇄된 공간을 노골적으로 부각 시키며 관객의 실생활 속 주위에서도 낯익을만한 공간을 배경으로 (그것을 또 은근 소름끼치게 만들며) 악당이 희생자를 쫓는 신들의 서스펜스가 펼치며 서사를 이끈다. 조용하다가 갑자기 판이 바뀌면서 숨 막히게 몰아치는 추격과 도망의 서스펜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어이없는 죽음,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피해자, 혹은 그에 맞써 싸우며 대항하는 피해자의 모습의 묘사도 장르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5. 파이널 걸 Final Girl:

전통적 파이널걸의 대명사들, 블랙크리스마스의 올리비아 핫세,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마릴린 번스, 핼로윈의 제이미 리 커티스, 13일의 금요일 2의 에이미 스틸, 라스트 슬럼버 파티의 얀 젠슨&nbsp; &nbsp; 출처: https://zrr.kr/r2tm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며 관객들을 가장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 하자면  '생존한 최종여성? 히로인?' 정도가 되겠다. 악당의 무차별적 공격에서 결국 그를 물리치며 혼자 살아남게 된다. 슬래셔 장르 자체가 젠더적 힘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풀어내는 장르인 만큼 남성 악당에 대항하는 남성 캐릭터들은 같은 남성으로서 폭력을 폭력으로 풀어내려 하지만 이내 무모하게 무너져 버린다. (악당의 공격 레벨은 장난 아니기에...) 하지만 이에 반해 (파이널 걸에 해당하는) 여성 캐릭터는 보통 영화 처음에는 철이 없거나 생각이 묘사되기도 하지만 이 일련의 갑작스러운 사건들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여 영리하고 자기 보좌적인 이미지가 강조된다. 슬래셔 영화의 파이널 걸 아이콘으로는 <핼러윈> 시리즈의 로리 스트로드 (제이미 리 커티스)가 유명한데 하나하나 찾다 보면 끊임없이 나온다. 심지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 마저도 영화, <블랙크리스마스>의 파이널걸이었다. 이 파이널걸의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최종적 묘미이자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 할로윈의 주무대가 되었던 집

 

P.S. 영화 제작의 숨은 조력자, 음악:

물론 이 공식들도 중요하겠지만, 악당 캐릭터들의 비밀 (대체 왜 죽이는데??), 위협적인 묘사, 숨막히는 추격과 살인 등을 위한 적절한 조작과 서스펜스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잘 만든 슬래셔 영화냐 아느냐를 가늠하게 만든다. 당연히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조명과 구도와 같은 시네마토그래피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강력한 숨은 조력자 하나를 뽑자면 바로 이 모든 요소들을 청각으로 자극하는 사운드 이펙트와 영화음악을 꼽고 싶다. (각본, 연출, 연기, 촬영을 포함한) 영화의 기술적 요소들과 함께 슬래셔 영화 특유의 위협감과 공포감을 더욱 강조하며 서사를 이끌고, 엑스트라 같은 느낌이라 관객들은 인지할 수 없을 지 몰라도 영화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 

1978년 영화 핼로윈의 메인테마, 감독인 존 카펜터가 직접 작곡했다. 이 분은 자기 영화들 음악도 대부분 자기가 만드신다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 갑자기 헛웃음을 만들게 하는 갑분싸 유머러스한 상황도 슬래셔 영화의 중요한 서브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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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보에스키의 UC 버클리 대학 졸업식 연설 탐욕은 곧  성공의 지름길이다


왓챠 프로필 어느덧 3800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쌓인 왓챠 DB를 보며 그냥 쌓아만 놓지 말고 정리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해보는 테마별 추천 영화 시리즈. 앞으로 4000편을 채우려면 얼마나 더 봐야 될진 모르겠지만 세월이 갈수록 영화 보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번 1부의 추천작들

전 세계적 경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생각나서 올려보는 포스팅. 키워드는 #경영 #금융 #기업 #증권 #부동산 이런 건데... 대부분 보면 결국 3 개의 키워드 정도에서 정리되는 것 같다. 바로 #욕망 #사기 #폭력. 돈에 대한 사람의 욕망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고. 좋은 말로는 수완인데 결국 영화들을 따지고 보면 사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힘을 얻게 되면 그것은 육체/정신적인 폭력으로 나아간다. (사람 등 처먹고, 밑에 사람 뺑이 굴리고, 윗사람 경쟁자 뒤통수 등등) 따라서 가만히 보면 이런 기업, 금융가 키워드의 영화들은 초중반부의 사기 치거나 순수함 혹은 성실한 맘과 행동으로 성공하며 고조되는 흐름의 유쾌함은 있을지언정 막판 해피엔딩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틱한 급상향과 급 하향 곡선의 스토리 전개가 매력이다. (마약류 영화와 비슷한 선상이다) 또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엄중한 분위기를 끌고 가거나, 서스펜스-미스터리의 감성이 더 해지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욕망의 끝이란 것은 없다 단지 손절의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지키는 것이 가능할까?

암튼 순위는 상관없고 내 왓챠 컬렉션 중에 무작위로 선정한 것들이라 다음 편들엔 OTT에 있는 영화들 2편, 그리고 OTT엔 없지만 안 보긴 아까운 영화들을 이어 갈 예정이다. 

리스트 요약:

1. 월스트리트 
2. 글렌게리 글렌로스 
3. 파운더 
4. 위대한 개츠비 
5.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6. 작전 
7. 돈 
8. 빅쇼트 
9. 라스트 홈 
10. 인사이더

 

1. 월스트리트  Wall Street     

1987 미국 | 올리버 스톤 감독 |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 찰리 쉰, 대릴 한나, 마틴 쉰 | 웨이브(*개별구매)

지금 봐도 흥미롭게 볼 만하고 그 시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의 수작이다. <JFK>, <플래툰>, <닉슨> 등등 내놓는 작품마다 질을 떠나 언제나 파격적인 정치/사회적 시사물로 논란의 중심 섰던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 특히 극찬을 받았던 베트남 전쟁 영화 <플래툰> 이후에 내놓은 영화로 꽤나 흥미진진하다. 80년대 돈이 넘치고 급변하던 시절 그 숨 가쁜 사회의 측면을 캐치하고 재빠르게 영화로 만든 케이스다

영화 트레일러

그 시절 엘리트 젊은이들이 큰돈을 벌 수 있는 매력에 빠져 월가의 데이트레이더로 몰려들고, 또 "쉽게" 큰돈을 벌며 타락의 길로 빠져가는 이 양 같은 존재들에게 어둠의 길목에 서 있는 늑대 같은 기업사냥꾼... 1980년대의 경제에 대한 배경이 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고, 배경이 없다면 흥미롭게 볼 포인트일 것이다.  (그 시절 스킨 기름을 바른 듯한 뒤로 확 넘기는 마빡 머리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요즘 세대 단어로는 포마드라고 해야 하나...)

욕심은 좋은 겁니다 근데 욕심 보다는 탐욕이라는 단어로 해석되어야 할 듯

마이클 더글라스가 분한 고든 게코의 장면으로, 실존했던 국제 악질 기업사냥꾼 이반 보에스키의 UC 버클리 대학 졸업 연설을 본떠온 것으로 보이는 신이다. 워낙 직설적이라 의미에 관한 별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웨이브에 있긴 하나 안타깝게도 개별구매 항목이다. 

 


 

이 외줄타기의 포스터가 영화의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2. 글렌게리 글렌 로스  Glengarry Glen Ross

1992 미국 | 제임스 폴리 감독 | 출연: 알렉 볼드윈, 잭 레먼, 알란 아킨, 알 파치노, 케빈 스페이시 | 왓챠 | 웨이브

영화의 각본을 맡은 데이빗 마멧의 씨네21 소개글. 하우스 오브 게임 강추

위 <월스트리트>와 함께 이 계열 영화의 현대 클래식 중 하나다. 다만 이 영화는 밤에는 폼이라도 날 월가의 '데이트레이더'가 아닌 24시간 미쳐 돌아 버릴 '영업맨'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굉장한 출연진들 때문에 연출은 물론 이들의 명 연기로 인해 치열한 현장인들이 겪는 PTSD가 관객에게도 다가올 만한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몰입감을 주는 영화다.

 

아침 출근 시간 @7:30 am, 누군가 사무실에 나타나 중대발표라며 소리친다.
한 직원이 모닝커피를 타 마시려는 것을 보며, 

"커피 내려놔, 세일즈맨이 그게 뭔가... 당신 해고야.

이번 달 목표를 공개한다.

1등 캐딜락 자동차2등 부엌 칼 세트3등, 해고!

지금부터 한 달 남았다, 뛰어"


 

3. 파운더  Founder

2017 미국 | 제임스 폴리 감독 | 출연: 알렉 볼드윈, 잭 레먼, 알란 아킨, 알 파치노, 케빈 스페이시 | 왓챠 | 웨이브

우리 일상에 친숙한 패스트푸드인 맥도널드의 탄생과 전설의 브랜드로서의 시작을 다룬 영화다. 보고 나면 한 동안 햄버거를 못 먹을 수도 있을 정도로 피가 거꾸로 쏟게 만들 정도의, 역시 탐욕과 희대의 뒤통수와 사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피해자는 바로 '맥도널드' 형제. 맥도널드 형제의 30초 만에 맛있는 햄버거 만들기라는 그 효율적인 햄버거 메이킹 시스템은 굉장히 인상적이며 디지털 기기 등이 없었던 50년대 테니스코트에서 직접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신을 통해 재미있게 다뤘다. (당연히 최첨단 시대가 아니였으므로 실제 햄버거 만들기도 당시의 아날로그적 도구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었다)

테니스 코트에 식당 주방 공간의 평면도를 그리고 실제 사람들로 맥도날드 시스템의 시뮬레이션과 훈련을 실행 하는 신

맥도날드 형제는 그냥 본인들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지만 그들의 시스템에서 어마어마한 비즈니스적 포텐셜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레이 크록이라는 세일즈맨이 그들의 삶과 비즈니스에 관여하게 되며 초반의 유쾌한 기회의 포착과 성공을 시작으로 점점 둘 간의 대립 양상이 펼쳐지며 위에서 말했던 인간말종에 가까울 정도의 소름 끼치는 배신과 탐욕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것들이 또 다른 관점에서는 '기회'와 '쟁취'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가 대면해야 할 시대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배신에 대한 실드가 될 수는 없지만) 기획자나 마케터라는 명목이라도 있는 동업자 선상의 출발도 있는 반면, 생면부지의 인간들이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 성공하는 사례도 우리는 예부터 최근까지도 보아왔다 


 

4.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미국 | 바즈 루어만 감독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튼, 토비 맥과이어 | 왓챠 / 넷플릭스 / 티빙 / 웨이브

디카프리오 + 금융 키워드라면 <울프 오브 더 월스트리트>가 가장 먼저 떠 오를 수도 있는데 워낙 유명한 영화라 둘 중 뭘로 할까 하다가 이걸로 했다. 근데 뭐 영화도 그렇고 원작의 포스까지 더해지면 <울더월>에 전혀 꿀릴 수 없는 영화긴 하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글로벌 히트 호주 영화 <댄싱 히어로>를 시작으로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개츠비에서도 살짝 나오긴 한다), <물랑루즈> 이후 이 영화를 만들었고 그 후 9년 후 <엘비스>로 다시 한번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인들의 가장 어려운 타스크 중 하나가 원작이 정말 유명한 문학일 때가 아닌가 한다. 보통 많은 영화들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영화라는 시간적인 (자본도 한 몫하지만) 제약 상 글을 읽은 이들에게는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세대와 시대를 거르는 문학을 영화화한다? 거의 도박에 가깝기도 하고 또는 위대한 도전 같은 일일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미국의 대표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로서, 미국이 전 세계 1차 대전 승리의 버프를 받고 경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20년대의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다루고 있다. (돈이 갑자기 많아진다? > 온갖 탐욕과 욕망이 전 사회를 들 쑤신다) 

화려하다...

아무튼 이런 거대하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 문학의 벽을 영화를 통해 뛰어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영화라는 미디엄을 통해 멋진 시도를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한다. 특히 원작 영화화의 백미는 비주얼일 텐데, 플래퍼 캐릭터의 묘사라던가 (캐리 멀리건이 맡은 데이지 뷰캐넌의 역할로 스윙 재즈가 유행하던 시절에 걸맞게 자유분방하면서도 지적이고 특히 옷차림이나 자동차 운전이라는 것과 같은 기존 관습의 틀을 깬 여성들을 지칭하던 단어), 그 경제적 행복의 쓰나미를 대신해 주는 듯한 화려한 시대적 배경 및 꿈, 욕망과 성공과 추락의 개츠비를 받쳐주는 순간들의 배경 등등 볼거리로서도 많은 것을 선사해준다


 

 

5.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Margin Call

2013 미국 | J.C 챈더 감독 | 출연: 케빈 스페이시, 재커리 퀸토, 제레미 아이너스, 폴 베타니 | 왓챠 / 티빙 / 웨이브 / 시리즈 온/ 시즌 / 애플 TV / 구글 TV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몰고 온 리먼 사태 하루 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풍지박살의 냄새를 맡은 금융가 인들의 하루 전 상황을 시시각각 (8:17 pm, 1:37 am...) 이런 분 단위 식으로 나눠가며 폭탄을 맞을 전 세계인들에 대한 걱정과 같은 대의(?)는 당연히 온데간데없고 자신들의 최소한의 피해를, 아니 자신들의 최대한의 수익을 얻고 손절하자는 나름대로(?)의 살 길을 위해 나아가는 금융인들의 순간순간을 긴장감 있게 다뤘다. 80,90년대의 영화들의 경우 요즘 세대들은 와닿기 힘든 면도 있어 신기하거나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2008년 사태의 경우 꽤나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이 배경이 딱히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 몰입성을 더해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래서 I Hate People, but I Love Humanism

리먼사태 하루 전 운명의 결정 장면

 


 

 

6. 작전  The Scam

2009 대한민국 | 이호재 감독 | 출연: 박용하, 김민정, 김무열, 박희순 | 왓챠 / 넷플릭스 / 티빙 / 웨이브

 

위 열거한 영화들에 비해 질적인 퀄리티 면에서는 비비기에는 많이 힘들어 보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그럴 즉슨, 지금처럼 주식투자가 어린 세대들까지도 편하게 대중적으로 여길만한 시절은 아니어서 (혹은 불붙기 시작?), 주제를 통해 오락성을 첨가하여 쉽고 재밌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최초로 주식을 주제로 다룬 한국영화라는 상징성이 있다) 물론 오락물 특유의 초반 몰입 대비 막판 허무함의 공식은 깨지 못하지만... 

유투브 민호타우르스 영상 캡쳐

그리고 그동안 인터넷을 보면 이 영화를 통해 주식에 대해 많이 친숙해 질 수 있는 계기도 주었다는 평들도 꽤 있고 오히려 당시보다는 주식 열풍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불면서 주식입문 추천 영화에 등극하는 등, 후평가를 더 잘 받은 작품이다. (개미, 작전, 세력 같은 업계 속어를 대중에게 잘 전달해준 케이스라고 평가받는다) 난 주 알못이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암튼 주식입문자나 재밌는 킬링타임 용으로 추천한다. 암튼 적나라한 제목만큼 결국 사기 치는 얘기다 

 


 

4. 돈

2018 대한민국 | 박누리 감독 | 출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원진아 | 왓챠 / 넷플릭스 / 티빙 / 웨이브

 

위 <작전>처럼 완성도 면은 떨어지지만 관습에서 탈피한 머리 잘 돌아가는 신세대 신입 주식 중개인을 캐릭터로 앞세우며 요즘 젊은 감성을 통한 공감을 꽤하고자한 기획이 보이는 것이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전>이 주식 세계에 대해 대중에게 친숙도를 높여 주었다면 이 영화는 이 금융 세계를 대하는 신세대의 자세와 생각과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해 좀 더 초점을 맞춘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너무 쿨한 나머지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재밌는 킬링타임 용으로 추천한다 

평범하게 살아서 부자 되겠어?

 


 

 

8. 빅쇼트  The Big Short

2015 미국 | 아담 맥케이 감독 | 출연: 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핏 | 웨이브 / 디즈니+

<돈 룩 업>, <바이스>, <앵커맨> 등 경제, 정치, 사회 전반의 핵심을 꽤 뚫는 작품을 선보였던 아담 맥케이 감독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실화 바탕의 영화로 금융 계열 영화하면 (21세기 영화로서는) 거의 뭐 누구나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게 대부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품성을 넘어 대중에게도 많은 각인을 새겨 넣은 영화다. 이 감독 영화의 특징은 워낙 사회 정치적 맥락이 넓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넘쳐나지만 일단 영화 내내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일단 재미가 있다'

즉, 뭔 소린지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고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그 고유의 의미까지 담고 있는 걸작이다. 정말 오락성과 작품성과 충분한 이해를 통해 사회적 비판을 담아낸 굉장한 소질의 감독인 것이다. 특히나 나 같이 금융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따라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영화는 금융과 부동산 시장을 초점으로 하여 그 맥락을 이해할수록 더더욱 재미있을 것은 당연한 거고. (#공매도) 부동산 거품과 위기가 시시각각 나오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 다시 한번 봐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영화다

자막에서 말하는 세계 경제는 부동산 거품을 의미한다 뭐 결국 그게 세계경제로 이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쨋든

 


 

4. 라스트 홈  99 Homes

2014 미국 | 라민 바흐라니 감독 | 출연: 앤드류 가필드, 마이클 섀넌, 로라 던 | 왓챠 / 티빙

이것도 인간으로서의 휴머니즘이냐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발돋움이냐 하는 정체절명의 고민을 다룬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옛날처럼 그냥 성실히 일만 하면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는 것에 만족하던 삶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한 순간에 집을 잃고 빈털터리로 내몰아진 상황, 이런 일이 어떻게 내게 일어날 수 있을까...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찾아온 은밀한 악마의 제안.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상류층에 진입하고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타인에게 자신이 받았던 것과 같은 그런 (어느 한순간 갑자기 빈털터리가 되는) 상황을 안겨줘야 하는 딜레마에서 고민하는, 1명이 살기 위해 99명을 사회적으로 궁지로 몰아야만 하는 부동산 주제의 이야기다

 


 

10. 인사이더  The Insider

1999 미국 | 마이클 만 감독 | 출연: 알 파치노, 러셀 크로우, 린제이 크루즈 | 티빙

위 영화들과는 좀 달리 내부고발자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위험과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윤리적으로 크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행동에 옮기기에도 너무나도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고발자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은 우리는 수많이 봐 왔기 때문에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기업경영 측면도 가미되어 있지만 사회 고발과 미디어에 더 초점을 맞춘 영화다

유튜버 자막여왕 자막 영상 캡쳐

 


 

이 포스팅을 올리며 생각나는 것은....

"I Love Humanism, but I Hat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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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강수연 주연의 그대안의 블루 주제가 커버곡


한국 영화계의 정말 큰 별이 졌다. 좋아했던 배우라 충격도 크고 맘도 아프다. 나도 암 이력이 있는지라 뇌출혈이라는 사망원인이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좋아했고 훌륭했던 배우였던 만큼 팬의 일편적인 욕심으로 항상 더 많은 작품을 남겼으면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가버리니 허무하고 안타깝다.

1991 강수연 주연의 베를린리포트 영화

참 허망한 마음에 그녀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잡담하듯 그녀와 맞물린 기억들을 써본다.

실제 자유 2000공연은 6월에 열렸고 위는 5월에 열린 발표회다.&amp;nbsp; 출처 동아일보

그녀를 실제로 본 적 경험이 딱 한 번 있다. 약 22년 전인 2000년 연세대학교에서 열렸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와 공동으로 열렸던 '자유 2000' 공연이었다. 그저 영화가 좋았고 인생의 한 부분 같은 시절이어서 Staff로 무료 자원봉사를 했었다. 20년인 넘은 기억이라 가물한데 아마 이틀간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첫날만 참여했다. (두 번째 날에는 정우성과 고소영 배우가 온다고 해서 상당히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스크린쿼터 행사들 이미지는 삭발하고 구호 외치고 등등 엄숙한 투쟁 분위기의 이미지 흔적이 대부분인데 막상 자유 2000 공연은 말 그대로 축제 같은 느낌으로 치루어졌다. 사진은 '19년 아카라카인데 노천극장 축제는 대충 저런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출처 new.zum.com

행사 자원봉사는 처음이긴 했지만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온갖 잡스러운 일들을 하게 되는데 열정페이라도 동경하던 영화배우들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스태프 일 중 하나가 배우/감독들 에스코트였는데 이게 제일 좋았던 경험이어서 그런지 이것 빼고는 그 날 다른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옛날엔 백양로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었다. 인도로 바뀐 대신 최근엔 지하 주차장 생긴 듯? 2000년 축제였으니 1999년 사진이 그 때 감성에 제일 맞을 듯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백양로를 타고 노천극장까지 와서 차에서 내리면 대중들 피해 옆 샛길로 건물 안까지 에스코트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자원 봉사자들끼리 나눠서 그때 그때 도착하는 사람을 순서대로 안내하는 거라 내가 누굴 에스코트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같이 한 사람이 바로 강수연 배우였다.

거짓말 안 보태고 사람한테서 후광/광채가 난단 걸 태어나서 두 번째로 느껴본 날이라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첫 번째는 약 30여 년 넘게 전에 명동 한복판에서 본 김혜수 배우였다) 샛길이라 숲 속 느낌의 좁은 외진 길이었다. 한 체감 상으로는 1,2분 정도? 의 거리였던 것 같다. 그 1분 정도의 시간에 이런 동경하던 대배우들과 함께 갈 수 있다니... 정말... 꿈 같았던 시간이었다. 나는 앞 안내자가 따로 있고 나는 뒤에 약간 쳐져 두근두근하며 따라갔다. (그땐 정신도 없고 정해진 룰도 없어서 옆에서 같이 가는 경우도 있었고, 뒤에서 가는 경우도 있고 막 그랬다)

정성일 편집장이 이끈 시네필들의 애독월간지, 키노의 창간호의 모델이 강수연이었다. 부모님이 집정리 한다고 창간호 부터 다 모아놓은 키노 잡지 다 버리셔서 남아있는게 없다.. ㅜㅜ 저때 음악컬럼도 참 좋아했는데

에스코트의 길이 끝나고 건물로 들어가기 전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고 돌아가려는데, 그 순간 내 인사를 듣고 강수연 배우가 반응해 주셨었다. (아마 내가 처음에만 절로 가라고 안내만하고 뒤에서 계속 같이 오고 있었던 건 인지 못했나 보다) 화들짝 놀라며 뒤를 휙 바라보며,

"어머, 저 때문에 여기까지 같이 와 주신 거예요?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내가 경험한 후광이 비치던 저 때의 강수연 배우의 느낌을 살릴 사진은 내 기억 속에 밖에 없다


라며 강수연 배우 특유의 그 활짝 환한 웃음과 함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들렸는데.... 정말 옛날 식으로 말하면 '하늘에서 굴러 떨어진 천사'가 있었다면 그 순간의 강수연 배우가 아니었나 싶다. 1999년의 걸작 <송어>와 2003년 복귀작 <써클> 사이의 그녀를 보았던 기억이다. (2001년부터 <여인천하> 드라마로 인해 그녀는 스크린을 잠깐 떠나 있었다)

비교적 최근의 사진이긴 한데 아마 내가 보았던 그 미소는 저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다..&amp;nbsp; 출처 한국일보

어떻게 보면 스쳐간 기억이나 다름없지만 그 한마디의 순간은 영원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그 감사함 표시에 대한 친절함이 내 기억의 한편에 더 깊이 자림 잡았던 것 같다. 공인으로서의 버릇과 같은 프로의식인진 몰라도 진실성이 느꼈졌었다. - 당시 대한민국 탑오브탑 여배우가 한 스태프를 대하던 자세였다

팬을 위한 공인들의 좋은 예. 선물까지도 안 바란다

생각해보면 당시 스태프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을 테고, 보통 지인이나 관계자들 혹은 윗사람들한테나 말을 걸거나 그 외 사람들한테는 딱히 반응 안 하는 게 (걍 눈에 보이는 쉐도우 같은 거) 예나 지금이나 보통의 풍경이다. 특히 이름은 안 밝히겠지만 스태프라고 사람 쓰레기 보듯 개무시하던 기분 나쁜 배우/가수도 있었고, 그냥 무시하는 이들도 있었고, 또 반면에 딱히 뭐 대화를 할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 그냥 조용히 같이 하던 배우들도 있었다. 반말 틱틱 던지는 이들도 있었고 꼭꼭 존댓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걍 인간 군상. 종종 외국 스포츠 선수들이 팬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저게 '평생 팬과 기억과 행복'을 만드는 시점이라는 글들을 보게 되는데.. 진짜.. 이런거다 이런거.... 그 때 강수연 배우가 나에게 해준게.. 따듯한 그 한마디.

1994년 플래닛 헐리우드 홍콩점 침샤추이점 오픈 영상. 정말 유뷰브엔 없는게 없다. 출처 AP Archive

아주 어렸을 적 홍콩 침샤추이의 '플래닛 헐리우드' 레스토랑 오프닝 때 헐리웃스타들 보기 위해 꿈을 안고 구경간 적이 있었는데 기라성 같은 헐리우드 배우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츠네거, 홍콩점 주인장 쟝 끌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신디 크로포드 등등이 왔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배우는 딱 하나, <더티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다. 자동차를 타고 내릴 시점까지 쭉 가는게 아니라 길게 줄을 선 거리의 열광하는 팬들을 위해 중간중간에 차 창문을 내려 진짜 스윗한 미소를 지으며 팬에게 화답하는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외 언급한 헐리우드 스타들은 기억조차 흐려서 남질 않는다. 아마도 강수연 배우의 그 감사함의 한마디의 느낌은 이런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싶다. 너무 옛날이라 지금처럼 스맛폰이나 카메라를 쉽게 가질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여서 머릿 속 흐릿한 기억만 남는게 아쉽지만, 정말 페트릭 스웨이지의 팬서비스를 위한 미소의 순간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2006년 안성기와 박중훈 배우가 함께한 라디오스타

그날 상대가 누구라도 (스태프라도) 한 마디라도 던지며 친절함을 느끼게 해주고, 와 역시 프로구나 느끼게 해준 배우는 기억하기로는 박중훈과 안성기 배우였다. 특히 안성기 배우는 우리가 스태프인걸 보고 "아이고 고생 하십니다"라고 구태여 상황까지 만들어 말을 건내주어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 스토커라고 전해들은 그 사람은 아마 저런 느낌었던 것 같다. 원색의 레드원피스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한 손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출처 editorial el pirata (구글서 레드 원피스로 검색한거)

특히 박중훈 배우는 그 날 3년인가? 쫓아다니던 스토커가 오늘도 나타난다는 정보가 들어와 우리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중훈 배우와 그 스토커 녀 사이에 벽을 만들라는 소동도 있었다. 새빨간 원피스를 입었던 그녀... "박중훈 씨~" 하며 친한 척 외치는데 그 와중에 그녀의 손은 그와 그 녀 사이에 벽을 친 우리의 옆구리와 등등을 꼬집고 있었다. (나 꼬집힘 ㅜㅜ)

약간 저런 느낌이었음. 너무 환한 것도 아니고 전혀 화난 건 또 아니고. 순간에 스토커를 대처하는 느낌. 몇 년을 고생했다는데도 저 느낌이었다... 출처 서울신문

그 상황에 박중훈 배우는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십니까"하고 타인에 대한 딱 기본적 예의만 차리고 자리를 옮겼는데... 그때서도 와... 3년 스토커한테 저럴 수가 있나... 역시 프로는 프로다라고 느꼈었다. 그녀는 행사 끝나고 배우들 퇴장 시에도 다시 나타났는데 그때는 박중훈 배우는 이미 사라졌었고 마침 안성기 배우가 나오던 중이었는데,

"안성기 씨 저예요, 저. 오늘 다들 뒷풀이 어디로 가세요? 거기로 가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집요하게 계속 물었다.

딱 저 미소. 22년 전에도 변치 않았던...&amp;nbsp; 출처 THE FACT

거기서도 안성기 배우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아, 안녕하세요. 글쎄요.. 저는 들은 게 없어서.. 하하.."

하며 너스레를 떠며 자리를 옮기는데 박중훈 배우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악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예의 차린 그 모습에 또 한 번 프로들은 다르구나... 하는 걸 배웠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기본 예의를 차리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세상이 살고 있으니... 참.... (암튼 그 당시 배우들 뒷풀이 자주 가던 집이 청담동 무궁화라던가 아리랑이라던가?로 들은 기억이 난다 확실하진 않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참여하지 못했던 두 번째 날엔 우리 자원봉사 스태프들도 같이 회식 갔었다고 하던데.... 참 부러웠다...ㅜㅜ 둘째 날 못 간 거. 명계남 배우도 신나게 거하게 취하고 재밌었다던데....
그 외론 인간적으로 기분 나쁜 배우들도 있었지만 이름은 거론 안 하겠고,

설마설마 했는데 그 때 공연 영상이 유튜브에 있을줄이야!!! 역시 박효신 팬덤은 위대하다. 저 때다. 하지만 우리 스태프들은 뒤에 있어서 정작 무대들은 구경 못했다. 출처 8090Kpop 유튜브 채널

그냥 기억에 남는 건.... 박효신 가수 그때 막 이름 알리기 시작할 때였는지 대기실에서 청 멜빵바지 입고 수줍게 혼자 뻘쭘히 서서 서로 눈이 맞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무대의상 입기 전이었던 듯?) 지금처럼 혹은 저 영상처럼 피부가 좋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ㅋㅋ 아무튼 엄청 앳된 모습으로 기억한다. (자유 2000은 원래 음악행산데 이때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랑 같이 진행한 거라 배우들이 참여한 것이었다)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못찾겠다. 암튼 나름의 멋이 있었던 분이셨음. 출처 한겨례

<하얀 전쟁>, <남부군>, <헐리우드키드의 생애>의 정지영 감독. 다들 연예인이라고 멋진 차들 타고 와서 내리는데 정지영 감독은 차를 안 가지고 나름 길이가 있는 연대 중앙의 큰 백양로를 빵모자에 딱 뭐랄까 그 넝마주이 예술인과 같은 자유로운 영혼 같은 모습으로 (근데 그런 행사 턱시도와는 정반대 느낌으로 나름 중장년의 그리고 자신만의 멋이 있었음) 걸어서 나타났는데 그때 명계남 배우가 "우리 정 감독님 걸어서 오셨구나!"하고 (비웃거나 악의 없는 환영하는 느낌이었음) 맞이 했던 기억. (당시 명계남 배우가 주최자? 판돌이? 같은 역할이었던 듯)

옛날 고딩시절 선생님도 저 차를 타고 다니셨는데 참 예뻐보였던 차다. 약간 10년 전 폭스바겐 티구안 볼때보다 약간 더 귀여운 느낌?&amp;nbsp; 출처 Cars for Less

녹색 체로키를 타고 나타나 차창문 내리고 환하게 인사하던 안성기 배우. 이때 반갑게 인사했었음.

설경구 배우. 에스코트해주려고 인사하며 다가갔는데 살짝 피하며 움찔하던 모습. 이게 기분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놀란 무슨 그런 것 같은... 타인과 벽을 쳤는데 그 안으로 들어와서 놀란듯한? 모습이었는데 뭔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라.. 싶었음. (그니까 약간 내성적인 느낌?) 그리고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 배우들도 인상이 강했었다.

그냥 딱 저 느낌에 가까웠음. 근데 차갑지만 어딘가 온화한 느낌?

마지막으로 기억 남는 건 고 이은주 배우. 이은주 배우도 내가 에스코트를 했었는데 이 때는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고 딱히 주고받은 대화는 없었지만 되게 예쁘고 참하고 얌전한 느낌이었다. 소곤소곤. 와중에 키는 상당히 컸던 편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직접 봤던 사람이 5년 후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듣고 뭔가 착잡함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교차했었다. 암튼 박중훈/안성기와 강수연의 스크린 속 합은 설명 할 필요도 없고 이은주, 설경구는 1999년 박지영 감독의 <송어>에서 강수연 배우와 함께 했었다.

그대안의블루&amp;nbsp; 파란색 옷이 안성기 배우다

유튜브 하면서 작업했던 것들 중에 강수연 배우가 나오는 것들이 두 개 있는데 대문에 걸어 놓은 건 몇십 년에 걸친 노래방 듀엣 애창곡을 탄생시켰던, 영상미 또한 강수연 배우만큼이나 아름다웠던 1992년 영화 <그대안의 블루>. 김현철과 이소라의 노래를 roon이 커버한 버전이다. 강수연 배우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중 하나이기도 하고 roon의 공허한 스타일의 보컬 때문인지 지금 다시 보고 들으니 더 애처롭고 눈물 날 것 같이 맘이 아프다. 공인의 이런 뉴스를 듣고 이렇게 마음이 아파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FMV, Where is the Love by Shuuu

이건 강수연 배우가 21살 시절 박중훈 배우와 함께한 19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1990작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랑 교차편집되어있음) 한국영화에 있어 현대식 청춘물의 탄생을 알렸던 작품이기도 하고 이 영화가 개봉 중에 1987년 <씨받이>를 통한 강수연 배우의 베니스 영화제 여우 주연상 소식을 안기기도 했었다.

shuuu

음악은 인디 아티스트 shuuu의 "Where is the Love"라는 곡인데, 공교롭게도 이 영상을 올린 후 이 아티스트한테 직접 인스타 DM을 받기도 했었다. (이 노래도 여기 한 때 자주 찾아오셔서 시티팝 얘기 나누던 냥고로님 덕분에 안 건데... 잘 계시나요?) 트렌디한 MZ세대 느낌의 예쁘면서도 귀여운데 또 멋진 느낌 때문에 아마 모델도 겸하고 있는 것 같은데, shuuu는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다. 인스타,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등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 멋진 도시감성 음악으로 한 방 빵! 터져주었으면 한다.

아티스트한테 DM 받기는 또 첨이라 (이후에 울 가족 페이버릿 송 중 하나인 <여름밤>의 초묘 밴드가 유튜브에 감사하게도 댓글을 남겨준게 두 번째였다 ㅎㅎ ) 신기하고 기뻤고, 무엇보다 아티스트 본인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특히 더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강수연 배우 덕에 또 이런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감사한다. 언제 블로그에 shuuu 관련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이 글에 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근데 인스타를 안 하다 보니 확인도 엄청 늦어서 죄송했음)

고 강수연 배우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떠오르는 기억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풀다 보니 뭔가 많이 주책맞게 길어졌다. 암튼 나는 그때 내게 감사인사해주던 정말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그 녀의 모습과 목소리는 평생 기억 좋은 기억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당신의 영화들은 훨씬 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강수연의 필르모그래피]
1975년 핏줄
1976년 나는 고백한다
1977년 별 3형제
1978년 어딘가에 엄마가
슬픔은 이제 그만
비둘기의 합창
1979년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1980년 마지막 밀애
1982년 깨소금과 옥떨메
1983년 약속한 여자
1985년 W의 비극
고래사냥 2
1987년 씨받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연산군
감자
됴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1988년 미리 마리 우리 두리
낙산풍음간향마

1989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제 아제 바라아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91년 경마장 가는 길
낙산풍
베를린 리포트
1992년 그대 안의 블루
1993년 그 여자, 그 남자
웨스턴 애비뉴
1994년 장미의 나날
1995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96년 지독한 사랑
1997년 블랙잭
깊은 슬픔
1998년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9년 송어
2003년 써클
2006년 한반도
2007년 검은 땅의 소녀와
달빛 길어올리기
2013년 주리
2022년 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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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넘기며 많은 사람들은,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불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마치 석양에 사라지는 유성처럼,

마지막 불꽃이 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금붕어 아내

사람의 관심이란 참 신기한거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선을 긋고 넘질 않으나 이런 영화나 드라마 같은 픽션은 또 관심 있게 볼 때가 많다. 많은 불륜 영화들이 낭만적인 관점에서 그려내고도 있으나, 그것을 미화했던 아니던 말로는 대부분 파국이다.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인 이 선을 픽션에서도 넘기에는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국 치정물의 정석 드라마 시리즈 사랑과 전쟁;, 정말 막장류에 있어서는 불후의 명작 시리즈다. 민지영 배우 건강 잘 챙기십시오!

어찌하였건 영화나 소설에서는 참 흥미로운 주제다. 이게 논픽션일 때는 더더욱 파급력을 가지게 되는 키워드다. 간혹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회사에서의 불륜 썰 같은 것들은 온갖 커뮤니티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긴 한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의 그 사랑의 감정이 오랫동안 죽어 있다가 갑자기 눈 떴을 때...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될까? 그 눈 뜬 사랑이란 게 그것도 오랜 시간 잊혔던 청춘의 첫사랑의 그 느낌과 맞먹는다면? 그리고 시작되는 소름 돋는 배신과 집착 그리고 뒤틀린 또 하나의 사랑!  

만화 원작

<금붕어 아내>는 만화 원작이다. 보지는 못했다. 만화의 그림체와 달리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들은 완벽한 중년이다. 암튼 이런 파격적인 주제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지는 꽤 오래되서 기대하고 넷플릭스에서 오픈하자마자 보았다. 

결론: 선정성 25% + 치정성 25% + 로맨스 25% + 막장성 25% 100%를 맞춘  

대충 매력 없는 밸런스형

결론은 선정성 25% | 치정성 25% | 로맨스 25% | 막장성 25%의  대충 매력 없는 밸런스형 드라마 같았다. 매화 나오는 메타포도 뻔해 빠져서 저건 무엇일까 생각해볼 여유도 안 주고.. (대표적으로 금붕어는 삶의 장벽에 갇혀 있는 아내들 등) 해도 해도 감정 이입이 안되는데 카메라는 감정 이입하라고 억세게도 엄청나게 아웃포커스 클로즈업을 난무한다. 그냥 위 요소들 중 어느 한 곳에라도 한 80% 몰빵하고 만들었으면 뭐라도 나왔을 것이다. 근데 이건 뭐 미화도 아니고 심판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냥 그런 영상물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괜찮은 건 여캐들의 아웃핏들이 예쁘고, 또 소품-인테리어 구성과 정물화 같은 느낌인데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실기를 위해 꾸려놓은 인조 과일, 물병들의 그런 느낌이었다. 또한 낯과 밤의 도시의 풍경을 그려내는도 구도가 참 좋았던게 무슨 물감으로 그리는 수채화 느낌? 도쿄라는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도심 중심부에서나 외부에서나 잘 잡아내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가 망이다)

이런 조각과 조각은 좋았지만 나머진, 전체적으로 싹 다 망했다. 한 1화 정도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천한다. 1화만... 암튼 최근 파격적 치정 로맨스 물이 좀 땡겼었던 때라 기대하고 봤는데 너무 실망해서 이런 불륜, 치정 로맨스 물 영화를 추천해 본다. 

 


그리하여 실망해서 써 본 "불륜/치정 로맨스 영화 추천!"

 

1. 실락원

감독: 모리타 요지미츠 | 출연: 야쿠쇼 코지, 구로키 히토미 | 1997 | 일본 | Watcha

금기된 것에 눈을 뜬 기남과 기녀... 한참 좋아 죽을 때... 너무 사이 좋아 보이는 중년 커플을 보면 의심간다느게 저런 느낌인건가...

이 분야에선 갑으로 쳐도 될 것 같다. 참.. 그 사람이 가진 감성을 자극한다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는 게... 이 불륜 커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고 이들을 동경하게 까지 만든다. 바로 내로남불의 간접적 경험의 최고봉 중 하나다. 마지막이야 당연히 파국인데 이마저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절대 인간의 힘으로 치고 올라갈 수 없는 험난한 폭포 속에 부서져 버릴 수밖에 없는 이들은 사회가 그어놓은 선을 넘은 죗값을 치르는 대신, 굴복하면서도 그에 맞서 서로가 하나가 되기를 위한 필사적 방법을 택한다. 그 시절 '날 것'의 느낌이 살아 숨쉬는 영화다. 

예고편

 


2. 해피엔드

감독: 정지우 | 출연: 최민식, 전도연, 주진모 | 1999 | 한국 | Watcha, Netflix, TVing

 영화의 제목부터가 뒤틀어 놓은 스포일러다. 해피엔드! 얼마나 치정물에 어울리는 제목인가. 영화는 당당한 제목만큼의 몫을 또 해낸다. 전도연은 한국 영화계의 보석들 중 가장 소중한 보석 중 하나다. 이처럼 모든 캐릭터에 스며드는 카멜레온을 본 적이 있을까? 가령 송강호, 최민식, 한석규 같은 배우는 어느 영화에 나와도 캐릭터 이전에 '송강호', '최민식', '한석규'로 보인다. 하지만 전도연은 캐릭터에 스며든 그 배우에 감탄하여 그제야 '전도연'은 대단하다는 말이 나온다. 

"아무나 보고 웃지마"

이 영화의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원장 실 안의 블라인드다. 이 블라인드가 열리고 닫히고, 이 블라인드의 외부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이 블라인드를 통해 그려지는 씬들이 바로 스릴러를 집어 삼키는 <해피엔드>라는 치정 물의 매력이다. 이 영화는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내고 있다. 

유튜브 예고편 트레일러가 없다....


 

3. <러브호텔>  Love Hotel

감독: 소마이 신지 | 출연: 하야미 노리코, 테라다 미노리, 마스토미 노부타카 | 1985 | 일본 | Watcha

싸구려 에로틱물스러운 포스터 때문에 넘긴다면 큰 실수다

이 영화에는 미학이 담겨있다

자극적 섹스씬만 있으면 그 외는 감독이 뭐든 할 수 있었다는 다크 넷플릭스 시절,  바로 핑크 영화라고도 불리는 일본 로망포르노 시절의 명작 중 하나다. 남녀 커플의 사랑에 초점을 두었다기엔 약간 애매하다. 이것은 또 다른 사람을 통해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린 그런 낭만 로맨스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커플의 이야기다. 근데 순수하지 않지가 않다. 너무 순수하다. 사랑도 아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닌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회색지대에 있는... 그것도 변태스럽기도 하지만 변태스럽지도 않은.. 애정이고 행위고 이것 저도 애매한 진짜 회색지대에 있는 애매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허전함에 대한 표현이다. 근데 그 표현이 예술적이다. 

"아카이 엄브렐라"가 흐르는 방파제(?) 롱테이크 씬

롱테이크 씬이 유난히 많은데 롱테이크 씬마다 보는 이를 사로잡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방파제(라고 부르는거맞나?) 씬과 마지막 베드신의 롱테이크가 아마도 이 영화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특히 마지막 러브신의 그 산소도 없는 듯한 공중에 떠 있는 공허한 느낌의 연출의 미학은 기가 막힐 정도다.

영화 두 개의 주제가 중 하나인 야마구치 모모에 山口百恵의 "밤에 夜へ"

시종일관 흐르는 요시노리 몬타의 "아카이 엄브렐라 (빨간우산)"와 야마구치 모모에의 "밤에 夜へ"과 함께 영화는 이 애절하지만은 않지만 왠지 마음 깊은 곳에 못을 꾸우우우욱 박아버리는 느낌으로 그 이도 저도 않은 관계의 얇디얇은 허전함과 동시에 그 관계로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깊은 무게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외롭고. 공허하고. 외롭고. 또 공허한 영화다. 

P.S. 그리고 말이다.... 어차피 성인인증하고 보는 영환데 왜 모자이크 처리하냐... 오히려 그게 신경 쓰여서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스포조심. "빨간우산"이 흐르는 엔딩씬.

유튜브에 트레일러가 없어 엔딩씬을 공유하는데 *스포 조심*이긴 하지만 이 신을 본다고 해서 딱히 영화 전편을 보는데 큰 영향은 없으리라 본다. 어쨌든 마지막 씬이라 스포 조심. 

 


4. <정사>  情事

감독: 이재용 | 출연: 이미숙, 이정재 | 1998 | 한국 | YouTube (OTT엔 없지만 인도 자막 버전이 풀려있음)

90년대 말 이재용 감독의 영화를 만났을 때 (정사 1998과 순애보 2000), 담담하지만 정교하고 세심한. 심지어 세련된 감성 연출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세련됨은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이때도 개인적으로 과한 신파물에 스트레스받던 시절이었는데 이런 사랑 이야기들을 얄미울 만큼 담담하고 차갑고 밋밋하게 풀어내며 마음을 꿰뚫고 들어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세포 소녀>의 연출은 좀 놀라긴 했지만 현재의 필모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었을 감독이라 봤는데 아쉬운 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초기 시절의 두 편이 감독의 최고의 명작들인 것 같다. 

노출 콘크리트 형식의 모던 건축물

<정사>가 불륜을 낭만화시켰다기에는 감독의 스타일 자체가 너무 차갑고 담담하다. 마치 노출 콘크리트 형식으로 지어진 모던 건축물과 같은 느낌이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세련미까지 더해지니 동생의 약혼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 테마의 선정성이나 파격성보다는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상상할 수 없는 온도로 들끓고 있는 화산과 같다.  


4. <비터 문>  Bitter Moon

감독: 로만 폴란스키 | 출연: 피터 코요테, 휴 그랜트, 엠마누엘 자이그너,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 1992 | 프랑스-영국 | -

금단의 사랑은 픽션에서는 워낙 자주 다뤄지는 주제라 동양권만 해도 숨이 막혀서 서양권 영화들까지 건드리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영화라 어쩔 수가 없었다. 비디오로 영화 보던 저 시절 그냥 야한 에로 영화로 자극적으로만 입담을 탔던 영화인데 야한 것 때문에 봤던 이들 중 80% 이상은 실망했을 것이다. 

감독만 봐도 만만치가 않아 보이듯 영화도 만만치가 않다. 금단의 사랑에 빠지는 커플들을 보면 대게 권태기에 빠진 부부들이 주를 이룬다. 이 영화의 이야기도 그 계를 타고 있다. 그것도 예민하디 예민한 폴란스키 감독의 손을 타고... 특히 영화에서 보여주는 복수(?)의 씬은 30여 년이 지난 후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오피셜 트레일러

 

5. <하녀>  

감독: 김기영 | 출연: 김진규, 이은심, 주증녀, 엄앵란 | 1960 | 한국 | 네이버 시리즈온, YouTube

영화 전반에 걸쳐 인간의 훔쳐보기 심리를 건드리는 발코니 공간

한국영화의 대표적 치정 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일본의 아키라 쿠로사와, 미국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잡아낸다. 심지어 기괴한 면 까지 있어 어쩌면 팀 버튼과 같은 계열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안성기 배우의 아역 배우 시절을 볼 수도 있다. 이정재와 전도연 주연으로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아역시절 안성기

본격 치정 불륜 금단 서스펜스 물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이후 시리즈 물로 제작되는데 순서는 아래와 같다. 지금 봐도 저 <충녀>의 포스터 감성은 정말 대단하다.

시계방향: &amp;amp;amp;amp;amp;amp;amp;lt;하녀&amp;amp;amp;amp;amp;amp;amp;gt;, &amp;amp;amp;amp;amp;amp;amp;lt;화녀&amp;amp;amp;amp;amp;amp;amp;gt;, &amp;amp;amp;amp;amp;amp;amp;lt;육식동물&amp;amp;amp;amp;amp;amp;amp;gt;, &amp;amp;amp;amp;amp;amp;amp;lt;화녀 '82&amp;amp;amp;amp;amp;amp;amp;gt;, &amp;amp;amp;amp;amp;amp;amp;lt;충녀&amp;amp;amp;amp;amp;amp;amp;gt;

<하녀> 1960 - 모든 시리즈의 모태; 식모집 아들 살해 사건 실화 바탕

<화녀> 1971 - 하녀의 리메이크

<충녀> 1972 - 명보극장 살인사건 실화 바탕

<화녀 '82> 1982 - 하녀의 리메이크

<육식동물> 1984 - 이 시리즈의 최종장; 충녀의 리메이크

시대별 사회적 특징을 볼 수도 있는데, 그 시절 부르던 이름: 70년대=식모, 80=파출부, 90=가정부, 00=가사도우미. 주위에 쏟아지는 많은 졸부/ 벼락부자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해서든 하면 나도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생각하던 시기. 그리고 절대 깨기 싫었던 건 가족이 아니라 그 앞을 바라보며 억척같이 살다가 남들에게 이제 좀 살만하네라 보일 수 있는 상징인 식모까지 꾸리며 살고 있는 그 아우라.


일단 추천은 여기 까지고 다음의 영화들도 추천한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꽤 있다. 

로맨스이지만 : #불륜 #금단 #치정 #파국 #그냥하지마 #그냥 보기만 해

하드류:

<롤리타> 1962 스탠리 큐브릭 감독 | 제임스 메이슨, 수 라이온 주연

<열정의 제국> 1978 오시마 나기사 감독 | 후지 타츠야, 요시유키 카즈코 주연 | 시리즈온, wavve

<롤리타 리메이크> 1997 애드리안 라인 감독 | 제레미 아이언스, 도미니크 스웨인,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

<세크리터리> 2002 스티브 쉐인버그 감독 | 제임스 스페이더, 메기 질렌할 주연 | Watcha

<꽃과 뱀> 3부작 2003, 2005, 2010 스기모토 아야 주연 | 티빙 (1,2)

<내가 사는 피부> 2011 페드로 알마도바르 감독 | 안토니오 반데라스, 엘레나 아나야 주연

<뫼비우스> 2013 김기덕 감독 | 조재현, 서영주, 이나라 주연 | 시리즈온, wavve, 티빙

 

라이트 류:

<데미지> 1992 루이 말 감독 |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 주연 | 시리즈온, 티빙, wavve

<은밀한 유혹> 1993 애드리안 라인 감독 | 로버트 레드포드, 데미 무어, 우디 헤럴슨 주연 | 시리즈온, 티빙

<폭로> 1994 베리 레빈슨 감독 | 마이클 더글라스, 데미 무어 주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주연 | wavve > 묵직함은 하드류에 가깝긴 함

<원 나잇 스탠드> 1997 마이크 피기스 감독 | 웨슬리 스나입스, 나스타샤 킨스키, 로다쥬 주연

<밀애> 2002 변영주 감독 | 김윤진, 이종원 주연 | Netflix 

<바람난 가족> 2003 임상수 감독 | 문소리, 황정민 주연 | Watcha, Netflix

<주홍글씨> 2004 변혁 감독 | 한석규, 이은주 주연 | Watcha, Netflix > 하드류에 가깝긴 함

<나를 찾아줘> 2014 데이빗 핀처 감독 | 벤 에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 | Watcha, Netflix, 디즈니+ > 이야기에 전개가 하드류에 가깝긴 함

<완벽한 타인> 2018 이재규 감독 |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주연 | Watcha, Netflix

 

 


보너스:  불륜을 미화한 끝판왕 만화 - <황혼 유성 군>

<시마과장> 시리즈의 히로카네 겐시의 만화로 불륜을 굉장히 미화한 작품으로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작가가 설정한 시추에이션들 때문에 아 ㅆ... 이것은 순수한 사랑인가... 혼란스럽게 감성을 파고든다. 중년을 넘어 노년의 사랑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히 노년기의 사랑 이야기에 가서는 :"하아... 이 정도면 인정해 줘야 하나..."라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포스팅 첫 글귀에 걸어놓은 말은 이 만화의 작 중에서 나왔다:

"마흔을 넘기며 많은 사람들은,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불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마치 석양에 사라지는 유성처럼, 마지막 불꽃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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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작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코로나 이후 자꾸 발생한 오픈 연기 소식에 아쉬웠던 <지금 우리 학교는>을 넷플릭스 오픈한 날 밤새워 정주행 했다. 끝나고 나니 다음 날 아침 6~7시 사이였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별점 3.5! 전작들과 비교 시, <지금 우리학교는> >>>> <지옥> >>> <오징어 게임> 정도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한국 넷오 보다 완성도도 높았고 일단 스케일이 크고 액션이 월등히 좋았다. 생각보다 액션이 괜찮은 하이틴 좀비 드라마 물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왓챠의 악평이 심상치 않다. 여기 여론은 여혐과 윤리 관련 의견들이 많은 것 같다

보는 와중에도, 이후에도 커뮤니티나 평점 사이트를 확인 해 봤는데 호불호가 엄청 갈린다. 물론 완주 후 평점도 있지만 보지 않거나, 1~2화 혹은 이후 중간에 하차 후 내린 평점들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함부로 평점을 추천하기도 그렇다. 암튼 오픈 첫날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맞는 것 같다.

갠 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다:

장점:

1) 폐쇄적 공간을 활용한 화끈하고 큰 스케일과 액션:

이거 하나로 먹고 들어간다. 학교라는, 어찌 보면 좁고 폐쇄된 공간을 이곳저곳 아주 잘 활용하며 (좁으면 좁은대로, 조금이라도 넓으면 넓은대로) 심지어 스케일 있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

작 중 최고의 도서관 액션씬

특히 5화 중 박진감 넘치는 도서관 액션씬은 에피소드 중 최고의 연출 중 하나다. 어차피 청불이라 단점으로 꼽진 않지만 좀비물이다 보니 잔인함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대신 타격감도 굉장히 좋다. 튀어나오는 내장이라던지... 살갗을 찍어 먹는다던지.. 이런 건 종종 나옴

암튼 매 에피소드 마다 충분한 액션신을 제공하다 보니 지루함이 덜하고 끝까지 관객을 붙들어 매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서바이벌의 매력을 살린 연출 하나만으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2) 낯설어서 신선한 배우들과 지루하지 않은 캐릭터들

<지우학>에서 액션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일반 대중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듯한 (나만 모르고 있었을 수도...) 어린 배우들의 대거 기용으로 일단 신선하다. 연기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네임드 배우가 없으니 한쪽으로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여유 있게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잘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는 편이다. 당연히 짜증나는 트롤 캐릭터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시종일관 끝까지 관객의 목을 조이진 않는다. 그리고 주요 캐릭터들 마다 그 고유의 특성을 잘 부여한 것 같아 어느 한 사람 필요 없다고 느껴지거나 오버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분배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반장 조이현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반장, 조이현. 아마 이쁨, 쿨함, 무쌍, 논리 갑, 리더십, 현실적 심지어 멋짐, 차도녀 알고 보니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이 최남라 캐릭터 때문에라도 정주행 한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 본다. 이 분 필모를 보니 유명한 들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의생의 옥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더라. 오히려 영화 필모가 너무 없어서 아쉬웠는데 <변신>, <기방도령>, 단편 <기령>에 출연했다. 앞으로의 두드러진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다.

수혁 역의 로몬

그리고 수혁이 캐릭터의 로몬 (박솔로몬) 배우도 인상적이다. 학교에 꼭 하나 씩 있는 일진무리와 거리 둔 쿨한 시라소니 류의 캐릭터인데 풍기는 마스크가 범상치가 않다. 무슨 홍콩에 사대천황 배우들 중 하나 어렸을 적으로 나올만한 느낌을 가지고 있길래 찾아보니 우즈베키스탄-한국 국적으로 나온다. 혼혈인지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안겨준다.

드라마의 서브 스토리를 훌륭하게 이끌어가는 양궁부와 전사팀

드라마의 좋은 점은 이런 주연 캐릭터만 살리는게 아니라 이 외의 조연급 캐릭터들도 조미료 마냥 아주 잘 살아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메인 캐릭터들과의 조우 이전 서브 스토리를 책임지는 양궁부 궁사 팀은 각각의 캐릭터들도 좋지만, 이들이 모여 이끌어내는 하모니가 더 인상적인 팀이다. 각각 활을 든 궁사들과 창을 든 보병 전사들로 꾸려졌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액션의 케미가 또 한 재미를 더 한다.

요즘 성행하는 근본없고 지나친 국뽕을 싫어하는데 <지우학>에서 보여준 양궁 뽕은 너무 좋았다. 대학 진학도 힘든 예선전에서도 떨어지는 양궁 부지만 전부 영점 사격자들이라ㅋㅋ 오직 한국 배경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 설정! 쏘는 족족 한 방에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이 멋진 모습은 반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타격감 좋고!

애매 한 점:

3) 여기저기 꼬집어 본 사회문제들

단점에 들어가기 앞서 장점이라 해야할 지 단점이라 해야 할지 가장 애매한 요소다. 짧게 줄이면 어필은 하나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장점이라면 "그렇지 이런 게 문제지"라는 문제의식은 일깨워 주는데 그 개수가 약간 필요 없이 많고 제대로 다뤄주진 않는다.

아무래도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보니 학폭에 관련된 문제를 그나마 가장 깊게 다루고 있긴 하다. 사실 좀비란건 단순히 잔인한 쾌락을 안겨주는 단순한 오락 테마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비판으로서의 테마다. 몸은 죽어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드라큘라의 신화적 존재와 완전 반대 선상에 서서 몸은 살아 있지만 정신은 죽어 있는 현대인을 그리는 테마가 바로 좀비다.

&amp;amp;amp;amp;amp;amp;amp;lt;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amp;amp;amp;amp;amp;amp;amp;gt; 중 한 장면: 자본주의의 상징인 쇼핑몰이 배경이다&amp;amp;amp;amp;amp;amp;amp;nbsp;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탄생한 이후 속편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에서 현대인의 배경인 자본주의와 직접적으로 매칭 시키면 더 심화되고 본격적인 사회비판을 다룬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의 좀비 발원의 직접적인 사유는 바로 이 '학폭' 때문이다.

4) 트롤 캐릭터와 신파:

청산치킨 본점

애매하긴 한데 오히려 장점 쪽으로 두고 싶은 요소다. 트롤/신파 모두 존재한다. 한 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지고 복창이 터질 정도로 질질 끌진 않았다. 잘했다. 아예 없거나 더 빨리 끊어냈으면 좋았을게 한 둘이 아닌데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본다. '이 정도'면 한국영화와 드라마 특유의 진한 신파는 없다고 봐도 된다. 이 정도면.... 그리고 좀비나 크리쳐 물에서 트롤 캐릭터는 공식이나 다름없는데 그게 없으면 또 심심한 건 사실이잖냐....

단점:

5) 불필요한 이야기와 캐릭터들:

위에서 이어 받는 얘기다.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뜬금없는 것들이 많았다. 트롤 씬들, 신파들 등... 4번에서 말한 것처럼 금방 쳐내긴 했으나 그래도 좀 더 깔끔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동영상 씬으로 다음 에피소드까지 우려먹을 줄은.... 3번에서 언급한 사회문제들도 짧아도 어필한 만큼 확실히 풍자나 묘사를 하고 의견을 확실히 내놓거나 결판을 내던지 했어야지 약간 여기저기 오지랖만 부린 느낌이다.

6) 길다:

이미지만 봐도 상황이 파악된다

거의 모든 드라마들의 이 고질적 문제점을 <지우학>도 벗어나진 못했다. 스토리를 보니 영화로는 좀 부담스럽고 6~7편 정도면 굉장히 깔끔하고 긴장감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여느 드라마들이 늘 그렇듯이 시청시간 때우기 식의 늘려놓음.. 편 당 길이도 어? 오프닝 포함 한 30~40분 정도로 하고! 제발! 이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뭐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해는 되겠지만 하나의 작품으로서 보는 관객 관점에서는 정말 아쉽고 그지 같긴 한 점이다.


다이하드의 하이틴물 같은 느낌이다
재밌게 정주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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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의 무거운 주제가 영화의 톤을 정의한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을 거의 못 가다시피 하여 못 본 작품들이 많은데 <이터널스>가 1월 14일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었다. 많은 혹평을 봐서 별론가 했는데 직접 봐보니 2시간 47분이랑 시간이 훅 지나갈 정도로 재밌게 봤다. 기존 마블 시리즈와는 아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서 기존 마블 팬들의 실망은 왠지 이해가 갔지만 오히려 새로운 이터널스의 내러티브를 위해 실험적인 도박을 강행한 점이 꽤 용감해 보였다. 

일단 이터널스의 주제는 무겁다. 기존 마블캐들이 짊어진 짐이란 어디까지나 '자유', '이념', '정의' 뭐 이런 정도인데 관객들이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내러티브다. 하지만 이터널스가 7천 년간 지구에서 시간을 보내면 느낀 문명과 생명에 대한 숭고함과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책임, 고뇌, 명분은 지구마블캐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다. 이러한 무게 때문에 더 무겁고 쳐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영화 내내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유머 코드를 통해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고는 있다. 

테나, 그리스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는 별개의 존재다

그래서 작가들은 이 무거운 짐을 진 이터널스를  표현할 방법으로 결국 그들을 한층 더 나약한, 신경쇠약 직전의 모습으로 비치게 하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가장 극한의 예가 바로 치매에 걸린 테나(안젤리나 졸리) 캐릭터일 것이다. 아마 이것때문에 기존 마블팬들은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신의 개념인 이터널스가 어벤져스는 커녕 시시때때로 인간보다 더 나약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니.
암튼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바, 이터널스가 그 숭고함에서 비롯된 진실이라 부르는 그들의 위대한 기억은 영화 속 인류와 지구의 생존에 대한 그들의 명분을 대신하는데 이것을 위해 영화는 관객에게 인간 문명의 큰 다섯 가지 꼭지를 제시한다.
 

제시된 5개의 문명의 기억

 

인류의 기원: 사냥 무기를 든 것으로 보아 아직 농경사회로의 진입 이전, 즉 문명의 여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 메소포타미아 (기원전 약 5000년) : 장담과 기약 없는 인류 문명의 시작. 제로베이스에서 주사위가 던져진 것처럼 인간만 보일 뿐 문명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영화속 이터널스는 약 7천년간 지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originWidth":1234,"originHeight":359,"style":"alignCenter","caption":"영화속 이슈타르의 문
2. 중동의 바빌론 (기원전 2000년): 아름답고 위대한 문명의 발전 가능성. 이것 때문에 에피소드 속 메인으로 보여지는 두 건축물. 실제 존재하였던 이슈타르의 문과 7대불가사의로서 아직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전설의 공중정원, 이 두 건축물을 보여준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인간 문명의 중요한 메타포로 자리 잡은 바벨탑 또한 이 문명에서 건설되었었다) 

 

3. 인도의 굽타 (약 320년 경): 인류의 사랑과 염원, 존속과 번영. 굽타 에피소드에서 사랑이 맺어지는 등,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장식, 의복과 풍습 등 비로소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가 꽃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굽타 왕조가 풍족한 인류 문화의 시작 시점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영화 내러티브 상 대표 메타포로만 여기면 될 듯 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4. 남미의 테노티치틀란(1521년) : 갈등, 분쟁과 살인, 전쟁
아즈텍 문명의 테노티치틀란은 스페인 콩키스타도르, 코르테스의 침략으로 몰락했다. 영화 속에서도 아마 이 시점을 다루는 것으로 보이고 이터널스의 멤버인 드루이그가 지구랏을 뒤로 하며 남아 있는 원주민들을 이끌 때는 종교라는 것이 인간 문명에 끼어드는 점까지 다루고 있는 듯 하다. (침략자 스페인 보다는 전지전능한 구루로서 드루이그로 봐야 하며 물론 <갈등/분쟁/살인/전쟁>의 원인 중 하나로서의 네거티브한 관점이다)

 

 

영화 속 히로시마 원폭
5. 일본 히로시마 원폭 (20세기) : 파멸.
 
여기까지 이터널스가 7천년간 목격해왔을 모든 인류문명사를 시간 상 이렇게 5꼭지로 함축하여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이터널스가 말하는 그 진실이며 숭고함의 원천이며 셀레스티얼이 마지막 심판을 위해 가져간 증거들이다.
 
 
(이집트, 그리스 등등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포함하여 군데군데 더 많은 문명들이 조각처럼 다뤄지기는 하는데 챕터 타이틀을 붙이면서까지 보이는 문명은 바로 위의 다섯 가지다)

 

 

이터널스가 가진 고뇌의 무게와 그에 따른 서사에 맞춰진 톤으로 인한 연출로 호불호는 갈릴 것 같다. 서정적이기도 하고, 알고보니 나약한 신들의 서사를 풀어나감이 나 같은 사람들로서는 재밋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존과 결이 다른 서사와 아직 기숙사에 있는 잼민이 엑스맨들보다 더 어설프고 힘빠진 전투 씬과  지구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데 어벤져스가 몰랐다고? 등등의 일부 개연성 결여 등등에 어설퍼 보이고 지겨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결이 너무 다른 영화다
 
 
암튼 위와 같은 느낌들로 나는 꽤 재밋게 봤고, 영화에서 이터널스는 7천년의 인류 문명 역사 속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데 엔딩크레딧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 속 신과 신화들 속에 그들이 어떻게 녹아들어가 있는지를 보여준 것도  소소한 관람 포인트였다. 또한 이웃 동네의 배트맨과 수퍼맨의 패러디는 물론 토르(혹은 가오갤)를 매개로 할 이터널스와 어벤져스의 훗날 연계의 가능성을 제시한 쿠키 영상, 블레이드와 블랙나이트 쿠키 등등 곳곳에 뿌려져 있는 많은 이스터에그들 또한 재밌는 요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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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이터널스의 사건 당시 어벤져스는 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아래의 가정이 생긴다고 함:
- 이터널스 사건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8개월 후 발생
- 피터 파커는 미스테리오를 상대 중이었음
- 토르와 캡틴마블은 각자의 이유로 우주에 있었음
- 닉 퓨리도 우주에 계심
- 스칼렛 위치는 <완다비전> 이후 아직도 자기고립 상태에 쳐해져 있었음
- <팔콘과 윈터솔져> 타임라인은 엔드게임 발생 6개월 후이므로 캡틴 아메리카를 이어받은 팔콘도 바빴음
- <Armo Wars>는 겹치는 타임라인이라 워머신도 바빴음
- <샹치>도 <파프롬홈> 및 <이터널스>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고 그 당시 헐크, 웡, 닥스는 직간접적으로 샹치를 주시하고 있었음

그래도 지구가 꼴까닥할만한 사건이었고 뉴스에도 실린만큼 어벤저스가 모를 리 없고 이에 대한 훗날 그들의 입장과 당시 그들의 정확한 웨어어바웃 및 사정 그리고 이터널스의 관계가 궁금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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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 프로필

지금까지 쌓인 왓챠 DB를 보며 그냥 쌓아만 놓지 말고 정리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해보는 테마별 추천 영화 시리즈. 앞으로 4000편을 채우려면 얼마나 더 봐야 될진 모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화 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ㅜㅜ

추천은  크게는 별점 5 > 4/5 >4 > 3.5 순이긴 한데, 세부적으로 1~10위의 차이는 없다. 그냥 내 DB에서 차례대로 보이는대로 추천

암튼 이번엔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하드보일드-느와르 10편!!!

 

1.디바
2. 피와 뼈
3. 트루 로맨스
4. 순응자
5. 하나비
6. 무간도
7. 아이리시맨
8. 킬링 조이
9. 복수는 나의 것
10. 개를 문 사나이

 

1. 디바 Diva

1981 프랑스 | 장 자끄 베넥스 감독 | 출연: 롤랑 베르틴, 프레데릭, 안드레이, 리샤 보랭제 | Watcha

칭찬할 것들이 수만 가지가 되는 이 영화 중 특히 추격씬은 1981년 이후 할리우드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액션 영화들 속 자동차/오토바이 추격씬의 바이블이 되었다. 또한 영화의 메인 테마나 다름없는 카탈리니의 아리아인 "La Wally, 'Ebben, Ne Androi Lontana (그럼, 나 멀리 떠나리)"를 현대인들에게 다신 한 번 각인시켜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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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와 뼈 血と骨: Blood And Bones

2004 일본 | 최양일 감독 | 출연: 기타노 다케시, 오다기리 조, 마츠시게 유타카, 나카무라 유코

일본의 하드보일드는 익숙할 수 있어도 재일교포의 하드보일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최양일 감독은 일본 뉴웨이브의 아버지 중 하나로 통하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 ('감각의 제국')의 조감독이기도 했고 일본 영화감독협회 이사장까지 올랐던 굉장한 실력파 감독이다. 심지어 그 보수적인 일본에서 일본 국적도 아닌 공식적인 한국 국적으로 이사장을 맡은 것이었다. 암튼 조감독 시절을 청산하고 1983년 <10층의 모기 十階のモスキート>로(이 또한 걸작) 데뷔하여 일본 하드보일드 영화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피와뼈> 그중 연출에 있어서의 감독의 원숙함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3. 트루 로맨스 True Romance

1993 미국 | 토니 스콧 감독 | 크리스찬 슬레이터, 패트리샤 아퀘트 외 엄청난 카메오

90년대 막가는 청춘들의 범죄를 다룬 현대판 보니와 클라이드 겪 영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기 위해 판매한 각본을 토니 스콧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이 감독한 작품이다. 토니 스콧 감독도 액션 영화에 뛰어나고, 타란티노 초기의 각본에 심지어 메인 캐릭터는 홍콩 액션 영화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신도라는 설정이니 이 여화의 재미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다. 매우 빠른 템포로 전개되며 순간순간 엄청난 숫자의 조연과 카메오들을 등장시켜 영화의 묘미를 더하는데, 몇 열거하자면 브래드 피트 (대마초 목에 걸리는 연기 일품), 데니스 호퍼, 발 킬머, 게리 올드만, 사무엘 엘 잭슨, 크리스토퍼 월켄, 크리스 펜 등이 있다. <볼륨을 높여라>, <헤더스> 등에서 이어지는 젊은 시절 패기 넘치는 크리스챤 슬레이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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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순응자 The Confirmist

1970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 출연 장-루이 트린티냥,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이 리스트에서 느와르란 단어에 가장 어울릴만한 컬러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중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다. 이중 스파이에 대한 스토리로 영화 내내 거장의 숨멎는 연출이란 것이 대략 어떤 것인지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특히 시네마토그래피가 인상적이기도 한데 공산주의 국가에서 보이는 건축양식들의 특징이 프로파간다를 위한 압도적인 공간과 파사드 연출인데 이를 적극활용하여 빛과 그림자를 극대로 사용한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 기법 또한 탄성을 자아내기 때문에 건축학도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픈 영화다. 70년대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소장 중인 비디오 테이프

이동진 평론가의 컬렉션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름 나만의 자랑거리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정으로 내 인생 동안 모은 많은 비디오 테이프와 포스터들과 OST 테이프들을 거의 다 버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목숨 걸고 지켰다. 근데 지금 우리 집엔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함정.


5. 하나비 Fireworks

1997 일본 | 기타노 다케시 감독 | 출연: 기타노 다케시, 오오스기 렌, 키시모토 가요코 | Watcha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굉장한 로맨시스트다. 이 한 없이 낭만적인 측면은 우디 알렌과 닮아 있는 것 같다. 폭력이 전반을 이루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낭만과 블랙 코미디와 대칭을 이루며 이 사람의 영화에 한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다. 폭력물 장르만 따지면 <그 남자 흉폭하다>와 <소나티네>의 전작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들이 날 것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하나비>에 와서 그 원숙함을 드러낸다. * 감독의 로맨틱함은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키즈 리턴>, <기쿠지로의 여름>의 '착한 영화들(?)'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트레일러

 


6. 무간도 無間道

2002 홍콩 | 유위강 감독 | 출연: 양조위, 황추생, 유덕화, 맥조휘, 증지위 | Watcha, Netflix

이젠 사라졌나 싶었던 당시 홍콩 누아르 영화팬들의 길었던 아쉬움과 갈증을 한 방에 날려준 걸작이다. 엄청난 총격씬과 액션은 절제되었으나 여러 비중 있는 캐릭터를 오고 가는, 심지어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까지, 심리와 두뇌 게임을 통해 관객을 끝까지 가만히 두지 않는다. 보통 1편이 가장 수작으로 평가되긴 하지만 <무간도>를 시작했다면  시리즈의 끝까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혼돈의 시대>, <종극무간>까지는 꼭이고, 4 탄인 <문도>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5편은... 모르겠다. 하도 평이 좋지 않아 무간도 키드인 나도 보지 않았다.

 

틀레일러

 


7.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미국

마틴 스콜세시 감독 | 출연: 로버트 드니로, 조 페시, 알 파치노, 하비 카이텔, 안나 파킨 | Netflix

솔직히 이 영화는 갱스터물이라기보다는 인생 드라마 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갱스터 영화계의 거장 중의 거장인 마틴 스콜세시 감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 거장의 손길이 작은 하나까지 느껴지는 가장 완성도 높은 걸작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단지 범죄를 떠나 한 인간의 인생을 다룬다. 그것은 분명 4,50대 감독들도 건들 수 없는, 80세를 향해가는 이의 심오함과 성찰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또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의 영화 속 만남은 항상 팬들을 설레게 하는 떡밥이었는데, <대부>, <의로운 살인>, <히트> 이후 관객들에게 주는 <아이리시맨>의 특별한 선물 중 하나다.

트레일러

 


8. 킬링 조이 Killing Zoe

1993 프랑스 | 로저 아버리 감독 | 출연: 에릭 스톨츠, 장-위그 알글라드, 쥴리 델피 | Watcha

1995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각본상 수상에 두 남자의 이름을 호명한다. 한 남자는 쉴 새 없이 떠들어 댔고 이후 겨우 바통을 이어받은 남자는 본인의 부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짧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바로 <펄프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저 아버리였다. 이 남자는 그 유명한 타란티노의 비디오 가게 시절 동료 점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펄프픽션>에서의 기여도 불화로 타란티노와 결별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데뷔작으로서 비록 LA 로케 촬영이었지만 파리를  표방한 설정과 느와르 그리고 블랙 코미디의 전개는 옛 프랑스 느와르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로 느껴진다. 근데 이 영화가 드디어 왓챠에 올라왔다. 

 


 

9. 복수는 나의 것 復讐するは我にあり

1979 일본 |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 출연 오가탄 켄, 미쿠니 렌타로, 미야코 초초

소위 말하는 하드보일드 영화에서의 그 '날 것'의 느낌을 최고조로 느끼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다. 이러한 명작에 어떠한 부가 설명이 필요할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박찬욱 감독이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히긴 했지만 정작 그의 동명의 영화와는 또 관계가 딱히 없다. 


 

10. 개를 문 사나이 C'est arrivé près de chez vous

1992 벨기에 | 앙드레 본젤, 브누와 뽀엘부르드, 레미 벨보 감독 | 출연: 브누와 뽀엘부르드, 재클린 뽀엘부르드-파파에르트 | YouTube

영화 <랑종>이 사용했던 페이크 다큐 혹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오래된 명작 중 하나다. 모큐멘터리의 원조를 찾아 올라가자면 1922년의 <Haxan>까지 한다고 한다는데, 일단은 이 영화와 1999년의 <블레어 위치>가 아주 좋은 바이블로 남는다. 한 청부살인업자를 따라다니는 스토리로서 어떻게 보면 모큐멘터리라고 밝히는 것 자체 스포일 수도 있을 정도로 당시 이런 형식의 영화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게 픽션인지 팩트인지 헷갈려하며 마지막까지 향하는 그 텐션이 쫄깃한 영화다. 뭐 폭력은 덤이고.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긴 한데 불어를 알아야....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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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참 힘들어서 영화만 보는 타입이다. 이유는 단 하나, 길어서 못 본다. 근데 요즘 하도 드라마들이 핫해서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스토브리그> 정도? <오징어 게임>도 포스팅했던 것처럼 그냥 그랬고, <스위트홈> 보다가 못 견뎌서 꺼버렸고, <인간 수업> 그냥 볼만 했고, <경이로운 소문> 막판에 확 늘어지다 후다닥 결말에 실망하고, 지금은 <검은 태양> 보고 있다. 근데 이 <마이네임>은 꽤 괜찮게 봤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OST 좋아요!

OST: Mediocre Life

일단 음악이 좋았다. 전체적인 음악들은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차용하고 있는 요즘 그 허세들어간 소울 풍 EDM 발라드 (뭐 이렇게 불러도 되나...) 식의 음악들인데 좋긴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화 오프닝 끝나고 첫 씬에서 나오는 80년대 감성 풍만한 "Mediocre Life"가 완전 최향 저격이었다. 안 그래도 80년대, 일렉트로 느낌 강한 신스 웨이브 좋아하는데 이게 딱이었다.

2. 적당한 러닝 타임!

드라마에 손대기 싫은 이유가 바로 러닝 타임인데... 60~100을 넘어가는 사극 그렇다 치고, 40회 토나오고, 16회 이런 것도 머리가 띵해지는데, 1회당 1시간 정도 분량에 8화까지다. 오프닝+엔딩 자르면 좀 덜 나오겠긴 하는데.. 암튼 8화 정도에서 끝나니 드라마 특유의 늘어짐 별로 없고 텐션을 잘 유지한다. 같은 감독의 <인간 수업>은 막판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 좀 그랬는데 여기서는 그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여 늘어짐 없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6화 정도에 30~40분 분량이라면 더 숨 가쁜 작품이 나왔을 듯. 제발 드라마 좀 미니시리즈 좀 만들어 달라고!!!!

3. 주인공들의 하드캐리 못지않은 신 스틸러들

이학주, 백주희

뭐 박희순과 한소희 둘이 멱살잡고 끌어가긴 하는데, 신 스틸러들이 꽤 많다. 그중 갠 적으론 정태주(이학주 분), 강 변호사(백주희)가 젤 좋았다. 근데 백주희 배우 이름 찾는데 시간 너무 오래 걸렸다. 뮤지컬 계에서는 조연으로서 유명한 분이라는데, 왓챠 건 다음이건 네이버 건... 아무리 조연급이라도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조연 캐릭터의 이름은 좀 올려달라고요!!!! 백주희 이 분 여기저기 많이 나오셨다. <인간 수업>, <말죽거리 잔혹사>, <인질>, <시동>,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등... 월리를 찾아라는 우리의 몫! 암튼 근데 박희순의 연기가 드라마를 시네마틱 급으로 쭈 우우 욱 묵직+안정되게 만들어주긴 했다. 한소희도 생각보다는 액션 등 선방했고. 👍👍👍

4. 넷플 Cinematic Matching 시스템에 근접하는 드라마

제일 와 닿았던 부분인데, 일단 이 드라마는 새로울 건 하나도 없다. 우리가 모두 아는 영화/드라마의 이것저것을 아주 잘 버무려놨다. 대신 재밌고 알차게. 이 부분이 바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할 것 같다. 하지만 클리셰와 아는 것들 범벅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아주 맛있게 잘해놨으면 칭찬받아야 한다. 똑같은 전주비빔밥도 맛있는 곳과 맛없는 곳이 있는 것처럼. 부담 없이 가볍게 쭉 보고 털어버릴 수 있는 적당히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괜찮은 킬링타임용 콘텐츠가 바로 이 <마이네임>이다.

뭔 소린지 몰겠지만 암튼 시스템임....

그리고 이게 핵심이며 내가 넷플릭스를 무서워하는 가장 큰 이유다. 넷플의 이 시네마틱 매칭 시트템은 왓챠나 유튜브처럼 개인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기 보다는, 전 세계인(넷플 구독자들이겠지)들의 취향을 분석해 그들이 가장 좋아할 보편 꿀 잼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함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분석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상업적으로나 초기 단계에서 보면 전혀 나빠보일 것 없겠지만 결국 이건 개개인들을 보편화시켜버리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게 무서운 거다.

우리 시대 문명에 태어난 수 많은 좋은 작품들 중 가장 보편적인 콘텐츠들만이 DB에 남을 것이며 미래에 만들어질 콘텐츠들도 그 알 수 없을 일조의 '보편 공식'에 따라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의 입맛에 맞춰서.

당장 유뷰트 추천 콘텐츠만 봐도 선택권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험도 같이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줘서 좋긴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접할 수 없게 돼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공감이 커지면 그런 콘텐츠만 만들려는 이들도 엄청나게 많아진다. 결국 한쪽으로만 쏠리고 질들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다양성이 없어지게 될 위험에 쳐해 진다.

왓챠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알아도 못하는 건진 몰라도) 적어도 왓챠는 5점 척도 상당히 다양화되고 세부적인 DB 베이스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데 넷플은 그저 간단히 좋아/싫어 둘 뿐이다. 아주 간결하고 좋아. 세분화 되어봤자 시네마틱 매칭 시스템 취지와 벗어나고 복잡해질뿐이어서.... 그래서 난 넷플이 많이 무섭다. 10~15년 전 당신의 정보들을 다 빼갈 것이라며 구글에 대해 사람들이 경고하던 것처럼... 그냥 디깅 하던 옛날이 그립기도 하다.

암튼 마이네임은 이런 측면에서, 맛있는 인스턴트 식품같다. 드라마는 재밌고 잘 만들었다. 이 점에서는 <낙원의 밤>보다는 2백만 배 잘 만든 케이스다. 다만 이런 것도 있길 바랄 뿐, 다양한 깊고 또는 가벼운 콘텐츠들의 홍수는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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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만 공개되는 줄 알았는데 시즌1 전체가 한 번에 공개돼서, 오예~! 하면서 봤다. 하지만 1편 당 약 한 시간 씩, 총 9화까지 참고 본 내가 곧 승자고 그 잃어버린 476분+는 아무도 내게 보상해 주지 않을 것이다. 처음엔 넷플이 할리우드와 달리 감독들에게 100% 자유권을 준다는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었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나오는 넷플 오리지널들을 보면 과연 100% 자유권이 좋은 컨텐트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그것도 아주 자주)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될 뿐이었다. 

버즈를 일으킬만한 조합: 이병헌, 이정재, 공유, 이유미, 정호연, 그리고 이들을 이끈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대작, <오징어게임>. <남한산성>의 감독에 이정재+이병헌+공유와 도수코 출신 정호연, 아직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유미까지 충분히 입에 오르내릴만한 라인업을 갖췄다. 거기다가 많은 마니아들을 가지고 있는 게임식 서바이벌 장르라는 것 까지.

대표 일본 서바이벌 컨텐트: (좌) 신이말하는대로, 배틀로얄, (중) 라이어게임, (우) 도박묵시록 카이지, 아리스인보더랜드

하지만 오히려 그 서바이벌 장르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했음과 동시에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미 이 쪽 계열 매니아들은 10년이 훨씬 넘게 <카이지>, <라이어 게임>, <배틀로얄>, <신이 말하는 대로> 등 클래식 일본 서바이벌 만화/영화에 이미 잔뼈가 굵어 있는 상태고, 최근의 비슷한 류의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서버이벌 드라마 <아리스인 보더랜드>에도 거의 시큰둥한 상태였을 것이다. 

오그라드는 대사와 어설픈 연기로 가득찬 외국인 VIP 캐릭터들, 심지어 서양 어른 남자가 동양의 어린 남자를 탐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맥락적으로는 전혀 필요 없는 설정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줬던 프리뷰를 보면 위 언급된 컨텐트들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음을 확인시켜줬고,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K-'를 묻힌 이미 경험한 서바이벌 콘텐츠의 오징어 짬뽕 식상함이었다. 거기다가 더 충격적인 것은 연기. 주연부터 엑스트라까지의 모든 연기가 이상하고, 거슬리고, 어설프고, 오버스럽다. 가장 익스트림한 케이스로, 국내 컨텐트에서 항상 고질적인 문제로 나오는 외국인 캐릭터들. <오징어게임>의 외국인 VIP들의 이상, 거슬림, 어설픔, 오버는 물론 심각하게 오그라드는 대사까지! 차라리 '그분'이 연기하시는 프런트 맨의 영어 연기가 훨씬 부드러웠다. 암튼 이 문제를 극복한 건 내 기억엔 아마도 <모가디슈> 밖에 없는 듯하다. 

바로 이 느낌이다. 이미 짤이 생성되서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출처: https://cools.kr/%EB%84%B7%ED%94%8C%EB%A6%AD%EC%8A%A4-%EC%9D%B4%EB%B2%A4%ED%8A%B8-%EC%A7%80%EA%B8%88-%EA%B7%93%EA%B0%80%EC%97%90-%EB%AA%A9%EC%86%8C%EB%A6%AC-%EC%9E%90%EB%8F%99%EC%9E%AC%EC%83%9D-%EB%90%9C%EB%8B%A4/

그리고 이정재는 모든 씬에서 연기가 그러하다, "어이, 오징어 양반. 거 게임이 너무 한 거 아니오?" 걍 이 느낌이 일관적이다. 그냥 아주 오랜만에 이정재라는 배우를 만난다는 정도에서 만족하자. 

오징어게임 출처: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711030010650925&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pos=&sig=h6jBGY-gj3DRKfX2h6j9Rg-gLmlq

암튼 'K'를 묻혔다는 건, 분명 시나리오도 분명히 의식을 한 것처럼, 무작정 <카이지> 식의 서바이벌 게임 타입을 따라가진 않는다. 나름 한국인들 정서에 묻어 있는, 구슬치기, 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옛날 추억의 놀이를 적용한 것은 매우 신선하고 높이 살만 하지만, 이것을 풀어나가는 후 과정은 우리가 익숙한 콘텐츠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시도는 신선했지만 결국 'K'를 묻힌 결과만 낳게 된 것 같다. 심지어 오징어게임의 주인 캐릭터 설정은 이 분야 마니아들이면 거의 1,2화 정도에서 다 예측 가능할 만한 설정일 정도로 어술하다. 원래 빈틈들이 여기저기 있어도 이해해 줄 법도 한데 그러기엔 시나리오가 엉성하니 빈 틈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높은 높이에서의 다리 건너기, 줄다리기 등 표절 얘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오징어게임의 모션타이포그래피

그렇다고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우리가 민감해 하는 최근 사회이슈도 조금이나마 꼬집으려 노력도 했고, 제목과 오프닝 타이틀에 쓰이는 타이포그래피에도 많이 신경 쓴 것 같고, 앞서 말했듯이 추억의 한국 게임을 접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도 보이고. 연기들도 완전 다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공유와 이유미의 연기는 딱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메인 캐의 어머니 역들도) 근데 이것도 그 들이 엄청나게 인상깊은 명 연기를 보여줬다기 보다는 나머지 연기들이 너무 이상해서 유독 돋보였던 것 뿐이다. 한 명도 아니고 대부분이 이러니 이건 감독의 연기연출 잘못인건가....

이유미는 본인의 주특기인 꼴통연기를 잘 보여줬고, 공유도 자꾸 오징어 명함 대신 카누 한 봉을 끄내들 듯한 그 카누 광고의 쿨함을 잘 전해주었다

공유의 연기 만큼은 오버스럽지 않게 매끄럽게 잘 흘러가면서 배우 특유의 매력 (자꾸 주머니에서 명함 대신 카누를 꺼낼 것만 같긴 했지만)을 잘 보여줬고, 이유미 배우 또한 역시 깔짝거리는 당돌한 꼴통 캐릭 연기는 자신을 따라갈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유감없이 잘 보여줬다. 배우가 가장 잘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캐릭터가 바로 이유미의 지영이라는 캐릭터다. 한국 인디 영화계의 대표 요정! 이유미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박화영>, <조류인간> 등을 추천한다.

출처: https://www.dollarshaveclub.com/content

암튼 나만 당할 수 없다. 논스탑 476분의 대장정을 마친 내가 리얼 오징어 대마왕이다. 진짜 볼 것 없을 때 오징어 땅콩 킬링타임 용으론 괜찮으니 그런 순간이 온다면 추천한다. 

 

암튼 모두의 바램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쓸데없이 긴 서사와 빈틈 투성이의 9화짜리 시즌1 드라마보다는 그냥 두 시간 약간 넘어가더라도 박진감 넘치고, 숨 막히고, 세밀하고, 정교하고, 관객과의 지독한 추리 게임 끝 마지막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머릿속을 띵하게 만드는 꽉 찬 짧은 영화 컨텐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더 좋은 컨텐트로 찾아오길... (갑자기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들이 그리워지는 밤이었다)

그것이 게임식 서바이벌 컨텐트의 매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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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7월13일 올렸다가 관리자에 의해 삭제 되었었다.

삭제되었을 때 메시지

그리하여 관리자에게 메일을 보냈고 사유는 아래와 같았다. 

<랑종> 개봉 전의 언플이 너무 심해서 영화에 대한 악평 관련 이런 쩌리 블로그까지 인터넷 검열을 하나 오해까지 할 뻔 했으나 일단 사유는 위와 같았다. "여성의 신체 노출 이미지". 이번 포스팅에서는 당연히 삭제 했지만, <랑종>에서 강아지를 유해하는 장면이 꽤 불필요하게 느껴졌었고, 적어도 그런 '불쾌한' 씬을 넣을 거면 영화의 맥락이나 서사와 맞아야 하는게 아는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네크로포비아 영화의 클래식 중 하나인 <네크로맨틱>을 언급하며 그 포스터 이미지를 삽입했었는데 그 포스터 자체가 청소년 유해 정보로 규제된 것 같다. 다른 티스토리 블로그보면 더 야한 이미지도 본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도 나름 그 계열 클래식인데... 암튼 해당 사유로 포스터 이미진 삭제하고 포스팅은 재업한다. 

아래부터가 <랑종> 포스팅


 

내 평가는 0.5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버즈가 없었더라면 1.5점이라도 줬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느낀 건 심각하게 끓어오르는 배신감이었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 퍼지던 시사회의 일반인들 후기뿐 아니라 평론가들과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던 찬사와 버즈들. '나홍진'이라는 이름 하나로 신뢰감은 충분하였으나 이런 버즈들이 오히려 더 분위기를 핫하게 달구었다. 하지만 그렇게 내세워진 '나홍진'이라는 이름은 신뢰가 아닌 그냥 바이럴을 위한 브랜드일 뿐이 아니었나 싶다. 적어도 이 영화, <랑종>에서는...

 

인터넷에 퍼지던 감상평 중 하나... 출처는 위에

 

평론가 평

일반인과 평론가들의 평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서로 극찬하는 경우는 <기생충>처럼 대중성, 작품성 모두 잡은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더 보고 싶고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지갑을 열게 되기도 하고.

하지만 <랑종>은 보고 나니 이 모든게 대 사기극이었고, 극한 배신감과 나홍진이라는 감독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100% 증거 없는 뇌피셜) 이 제작사에서 얼마나 돈을 풀었으면 이런 엄청난 버즈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어그로와 낚시에 제대로 걸려버린 현실이 너무 화나고 짜증이 났다. 정말 이 영화가 잘 만든 작품이라고 느끼고 공포스러웠다면 그건 정말 '나홍진'이라는 새로운 맹목적 오컬트의 종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왓챠에는 제대로 된 평들이 있겠지 하고 뒤져봤는데 여기도 왓챠 뱃지를 단 상당수의 네임드들이 3,4,5점의 높은 평가를 하고 있기도 했다. 근데 그나마 제대로 된 평가들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아래와 같은!

<랑종>에 대한 아주 상식적인 평가 중 하나; 인터넷에서 랑종 욕하면 다구리 당한다는 글도 어느 커뮤니티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 주인장의 아이디는 지웠음; 93의 좋아요가 있는 것 보니 이 세상에 희망은 조금 보인다

그나마 위의 평가가 <랑종>에 대한 모든 걸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까지 심각할 거라고 예상도 못 했으며"... 이게 킬포다. 정말 그 정도의 버즈면 그나마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영화라고 말할 수 없는 그냥 쓰레기였다. 몇 가지 느낀 점을 말해보자. 

1) 이질적인 포맷: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근데 이게 정말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이질적이다. 차라리 그냥 일반 영화처럼 드라마 포맷으로 찍으면 낫지 않았을까? 후반부 좀비 개 때들에게 물어 뜯기면서도 죽기 직전 놓친 카메라를 찾아 찍고 있는 직업 정신... 하아... 그리고 배우들은 연기를 하고 있다. 이건 다큐인데 말이지? 발란스가 너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진짜 예쁜데, 거의 도촬 수준으로 이 여주를 찍고 있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예쁜 건 맞는데 그렇게 엉덩이와 허벅지와 다리를... 그리고 살짝 열려 있는 여자 화장실 문 사이로 찍고 있는 상황은, 뭐 히치콕의 <이창>에 오마쥬라도 받친 거냐? 이런 도촬 각도가 나오는 샷도 영화의 맥락이 있다면 이해가 될 수 있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차라리 관음으로 시종일관 태도를 유지했다면 고개라도 끄덕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좀비때가 후반부에 막 튀어나올 때는 그동안 몰랐던 카메라맨들의 숫자도 꽤 많았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와... 이건 뭐 (약간 과장하자면) 공영방송 "런닝맨" 찍는 수준으로 큰 규모였구나...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보고 싶다고? <블레어위치>를 보거나 <개를 문 사나이 Man Bites Dog>를 보라. 아주 잘 만든 페이크 다큐의 정석이다. 

2) 대체 뭘 말하고 싶으셨는지???

맥락도 없고 서사도 없고 장르도 불분명하다. 그냥 막판에 어디서 (그것도 최근에) 다 본 듯한 공포 장르물의 장면들이 총 출동하는데 그냥 어이없고 어질어질할 뿐이다. 이걸 정말 순화 순화해서 "더러운 거 징그러운 거 무서운 거 다 있는 호러 비빔밥"이라고 표현 한 모양인데, 비빔밥은 맛있기라도 하지 이건 그냥 맛이 더럽게 없다. 제작비가 일반 태국영화의 두 배 가까이 된다고 쓴 기사를 기억하는데... 그냥 뭐든 다 해보고 싶었던 걸까?? 다소 수위에 넘는 잔인하다거나, 야하다거나 이런 장면들이 호러/고어 영화에서 큰 문제가 될 건 없는데 이건 뭐 명분도 없고 맥락도 없어서 그냥 시종일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만 한다. 

출처: 그레이브 인카운터 페이스북; 네크로맨틱 포스터는 이걸로 대체함

갑자기 캐릭터들이 좀비화 되면서 보이는 움직임은 비평에 자주 나오는 <그레이브 인카운터>의 그것과 비슷할 수도 있는데 아무리 봐도 재네는 강아지 들이다. 영화에서 한 서너번 뜬금없는 중앙에 자막이 붙는데 그것은 '천상의 맛'이라는 개 고집 집 이름이다. 캐들에게 들러붙은 영혼들은 아마도 시장에서 팔려나간 식용 강아지들의 원한들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게 꽤 기괴함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상상 그 이상의 찝찝하고 더러운 기괴함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네크로맨틱 Nekromantik>가 있다. 강아지는 아니지만 고양이를 죽이는 씬이 영화의 맥락을 끊거나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동양의 호러? 그냥 <월화의 공동묘지>랑 <여곡성 1986> 보세요. <전설의 고향>의 DNA가 어디서 왔는지를 느낄 수 있는 한국 호러 영화의 클래식입니다.

일단 고어 혹은 호러의 타이틀이 붙으면 용서되는게 바로 맥락과 서사다. 맥락과 서사 그리고 개연성이 어느 정도 부족하더라도 고어/호러 영화의 맛을 잘 살리면 관객들도 호응하는 게 이 장르의 특성이다. 근데 이건 뭐 맥락도 없어 서사도 없어 개연성도 없어. 그냥 지루한 전반부 (혹은 그놈의 버즈들 때문에 뭔 일이 나중엔 생기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일관되는) 후반부의 우당탕탕 탕 끝. 

                                                                                 피터잭슨 감독의 초창기 고어 영화

그리고 무조건 잔인하다고 사람들이 (최소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게 아니다. B급이건 저예산 인디 호러/고어 영화건 지금까지 사랑받고 유명한 작품들은 적어도 '그들만의' 작가정신이라는 게 담겨 있다. 근데 <랑종>은 머냐? 아무것도 없다. 그냥 무조건 잔인하다. 그래서 불필요한 씬들이라고 사람들이 느끼는 거다. 

팀 버튼의 배트맨2

동양판 <콘스탄틴>이라고? 정말 ㅈㄹ하고 자빠졌다 진짜.. 누가 썼는지 .. 하...  정말 저게 순도 100 아니 20%의 진심이라도 들어있는 표현이라면 난 정말 저 글쓴이의 정신 상태가 의심이 간다. 정말 양심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그리고 랑종의 선과 악 사이에서의 줄타기? 차라리 그런 류의 고민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가 더 신선했다.

영화 <랑종>

그리고 추가적으로 글 쓰는 김에, 이동진 평론가가 이런 졸작에 두 번씩이나, 그것도 30분 이상을 할애하여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것도 이해가 가지가 않는다. 갠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귀기울여 들을 말씀도 많이 하는 분이라 그의 유튜브와 평론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무슨 얘길 하는지 이 두 번째 <랑종> 콘텐트를 봐 보았다. 곡해의 여지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나는 랑종에 대해 무지하게 화가 나있는 상태) 영화는 어차피 글렀으니 나홍진이라도 살리자라는 느낌이었다. 

이동진 평론가의 두 번째 <랑종> 컨텐츠, 그는 이 콘텐트에서 영화 평론가로서 영화가 아닌 시나리오를 설명 해 준다.

뭔가 시나리오 자체는 <곡성>의 세계관과 연관지어 굉장히 대단했으나 모자른 연출이 문제라는 뉘앙스, 그리고 또 가정하여 좋은 시나리오였다 치더라도 그것을, 시나리오를 왜 영화 평론가가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전혀 이애학 가지 않았다. 그건 연출가인 감독의 몫 아닌가? 영화는 실패했으니 (이동진 평론가가 단정짓진 않았지만)  시나리오는 여러분들이 모르는 깊은 맥락과 의미들이 숨어 있었다. 좋았다? 이런건가? 

매불쇼 시네마지옥, 라이너와 전찬일 평론가의 <랑종> 리뷰 02:00:00부터

그나마 유튜브에서 매불쇼의 라이너와 전찬일 평론가가 진행하는 시네마지옥 코너에서 다룬 <랑종>이 그나마 좀 정상적이었던 것 같다. (물고 빨던 다른 매체들에 비해). 02:00:00 부터 시작인데 첨의 반은 <곡성>의 대단함을 설명하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반을 <랑종>을 설명하고 있는데 전찬일 평론가는 감독의 인성 관련 발언까지 하시는데 그래도 괜찮나 모르겠다...ㄷㄷㄷ... 

정말 말도 안되는 버즈에 낚여서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고 후회할 희생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별 얘기 없이 나왔다면 이렇게 까지 욕은 안 했겠건만, 이건 정말 희대의 개 사기극이다. 아무리 돈만 되면 최고인 무한경쟁 자본주의 세상이라지만,,,, 이 모든 촌극들이 정말 씁슬하고 너무하다는 생각만 들게 한다. 찢었다, 미쳤다, 진짜이유, 솔직후기 등등등 사람만 모으면 장땡인듯 알맹이는 없고 어그로만 끄는 과장과 자극적 유혹만 난무하는 이런 슬픈 세상에 우린 지금 살고 있다. (코로나만 해도 엿같은데 말이지...) 

아, 그리고 중요한거 하나 더, 공포영환데 무섭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랑종>에 대한 그나마 양심적인 영화리뷰 기사가 하나 있어 링크를 남긴다

 

‘곡성’ 빼고 노잼 넣은 ‘랑종’[한현정의 직구리뷰]

관객이 죄 졌냐...

www.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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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극찬들은 모두 이 영화가 아닌 <박화영>에 속한 말로 들린다

2017.12.25 - [CINEMA/Cinematheque] - [청춘은 아름다워] 년도별 일본 학원물 영화 추천: 2010

몸 상태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2020년 10월 부산 국제 영화제에 이 영화가 올라온단 소식을 듣고 비행기 타고 내려가서 이 영화만 후딱 보고 올라와야 하나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다. 뭐 접기는 했지만 가기로 결정했더라도 이미 그 시점에 표는 매진이었을 것 같다. 암튼 이렇게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를 결국 보게 되었는데... 너무 실망했다. 결론은 5점 만점에 2점이다. 감독의 전작 <박화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후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에 0.5점 더 준거다. 솔직히 말해 Z세대의 <키즈>를 바랐지만 결국 남은 건 공허한 공간 속 헤매고 있는 OST 뿐이었다. 

영화의 엔딩송: VINXEN(빈첸) _ How Do You Feel(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ft. 우원재 Lyric

빈첸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는 영화의 엔딩송이다. 아마도 영화에서 내 보내고 싶었던 감성이 바로 이 음악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들어보며 시작하자. 우원재의 파트가 정말 좋은 음악이다. 영화보다 OST를 먼저 들었는데 정작 이 음악은 OST 앨범엔 들어있지 않다. 

2018 <박화영>, <어느가족>

 2018년의 문제작이었던 <박화영>을 빼놓고는 <어른들은 몰라요>를 논할 수 없다. 이환 감독의 전작이기도 하고 <박화영>에서의 세진 캐릭터의 스핀오프가 <어른들은 몰라요>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충격적인 청소년들의 사회고발(?)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화영>은 정말 인상깊게 본 영화다. 분명 내가 겪어본 세상은 아니지만 리얼리티에 대한 느낌이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가출팸'이라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같은 해 개봉되어 그 해 깐느 최고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과 함께 현재 사회에 이미 출현한 다양한 형태들, 이에 이제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 영화이기도 하다. 

가출팸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들을 참고해 보자.
 

[르포] 갈 곳 없는 가출청소년, 거리 헤매다 '내일' 잃다

1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가출 예방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

news.imaeil.com

 

스카이데일리, 집 대신 모텔, 공부 대신 밤일 택한 ‘거리의 10대들’

스카이데일리, [이슈 포커스]-가출 청소년 실태 르포(上-현상)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18세 동갑내기 양 모군과 김 모양을 만났다. 이들이 집을 나선지도 벌써 한 달째였다.

www.skyedaily.com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영화에서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었긴 하지만 캐릭터들의 구성 자체도 어느정도 이 새로운 가족형태의 구조를 따라가고 있다. 다만 그들이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지 되기에는 서사나 개연성이 부족하긴 하다.

<박화영>

<박화영>이라는 영화자체가 굉장히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청소년 르포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주연 캐릭터인 세진의 낙태 어드벤처(?)인데 이번에는 르포보다는 드라마 극영화 같은 전개와 연출 때문에 그런지 리얼리티가 확 떨어져 보였다. 그리고 더 문제는 아직 신예 감독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장편 드라마의 연출에 있어서 굉장히 부족한 연출의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어른들은 몰라요>

영화는 크게 두 개의 덩어리로 나늬워져 있는 듯한 느낌인데 영화 초중반은 학교 선생의 아기를 가져버린 세진의 낙태를 위해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고군분투 기고 다른 하나는 이후 힘없는 이들의 모든 노력은 어른들의 그물 같고도 난폭한 시스템에 모두 수포로 돌아가 결국 이별하고 어느 기독교 가정에 입양을 하기 위해 그 집에서 보호를 받는 후반부의 이야기로 나늰다. (정말 이건 영화가 새로 시작하는 수준의 기분이고 세진 혼자의 독무대다)

<어른들은 몰라요> 세진의 2막시작의 바로 전

이야기의 전개로 보면 이 후반부의 미혼모 입양의 과정이 훨씬 마음에 와 닿았고 차라리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면 초중반 부는 다 버리고 이 후반부의 이야기를 단편 영화로라도 다루어 줬으면 훨씬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위) 90년대 다이 티셔츠, OST의 Bryn (아래) 영화속 롱보드, OST의 빈첸

초중반은 일단 너무 개연성도 없고,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이어지는 씬은 툭툭 끊어지듯 연결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그닥 충격적이기도 않고 하다 보니 작가가 내세우려는 그 리얼리즘은 전혀 관객에게 전달되지도 않는다. 그냥 모든 캐릭터들이 남발하는 "씨발 씨발"은 왜 또 그렇게 하나같이 다 똑같이 들리는지 나중엔 듣기 지겨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영화적 요소로서 인상에 남는 건 3가지 정도인데, 1) 세진의 롱보드 씬 (하이틴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스케이드 보드!) 2) 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의 패션 감성 (특히 90년대 빈티지 다이 Dye 티셔츠나 듀스의 김성재를 연상케 하는 남캐 등등) 3) 이를 감싸고 흘러나오는 힙합 OST다. 이 세 부분들은 참 좋았는데 연출과 전개가 오락가락하니 이 좋은 요소들이 전혀 스토리에 젖어들지 않고 있었다.

<집>

<박화영>은 아무래도 그 전 <집>이라는 단편영화라는 베이스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장편 처녀작으로서 그에 따라 관객에게 다가오는 프레시함과 혼신을 다해 만든 부분이 겹쳐 있어 장편 전개에 있어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어른들은 몰라요>는 심각할 정도였다. <박화영>의 포텐셜을 봤을 때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대표 하이틴 영화들, 여기서 3번 째 <헤더스>는 요주의! 명작 중 명작임

<어른들은 몰라요>는 못 만든 영화지만 이 영화를 그냥 쓰레기 취급하기 싫은 이유는 이런 류의 영화나 영상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청춘', '하이틴'이란 걸 너무나도 그리워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청춘 영화도 참 좋아하고. 근데 청춘이란 단어가 참 숭고한 건지 고귀한 건진 몰라도 '청춘영화', '하이틴' 영화 하면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달리는 고군분투의 이미지는 비슷할지언정 항상 뭔가 밝고 희망적인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뭔진 몰라도 끝없이 움직이고 움직인다. 에너지가 아주... (이때 즈음... 헤더스를 다시 언급하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ㅋㅋ)

이외 청소년을 다룬 영화들 중 어두운 영화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 일진 관련이다. 일진미화부터 시작해서 일진과 관련된 문제들. <비트>, <폭력서클>, <말죽거리 잔혹사>부터 <파수꾼>, <죄 많은 소녀> 등 까지 굉장히 다양한 서사와 고발 등이 존재하지만 언제나 캐릭터들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마련해준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 있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루는 청춘영화들이 고리타분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 '학교'라는 사회적 보호장치(?)에서 빠져나와 바라보는 소위 '비행청소년'이라 정의하는 이들의 삶과 공간에 대한 고찰은 그리 많지 않다. 마치 우리 사회의 치부를 덮어 놓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노랑머리>, <나쁜 영화>,  <눈물>, <바이준>, <마이 제너레이션> 등 정도가 떠오른다. 이 영화들은 무언가 사회, 특히 기성세대인 어른들로 하여금 상당히 불편하게 만드는 불안전한 감성의, 우리가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이 자랑스러운 사회가 아직도 불편하다는 것을 폭로하는 불편한 영화들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미성년자 레벨로 내려갈 경우 불편함은 곱이 된다.

래리 클락

이런 영화들이 주는 메시지는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몰입이라는 특성을 가진 영화보기에서 이런 주제들을 다룰 때 관객에게 주는 파급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이런 외곽의 청춘들의 삶을 다루는 감독으로서는 아마도 래리 클락 Larry Clark이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키즈>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문제작 <키즈>에서 그는 실제 거리에서 캐스팅한 소년소녀들을 메인 캐긹터로 앞세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들을 따라다니며 10대들의 어두운 카운터 컬처의 세상을 중계한다. 그것은 섹스와 마약을 넘어 에이즈까지...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 르포 같은 폭로는 관객에게 충격 이상으로 다가왔다. 이 때는 1995년으로 밀레니엄을 앞둔, 당시 지금과 같이 이해할 수 없는 미친놈들로 여겨지던 X 세대의 10대 상이 었다. 그리고 <박화영>을 보았을 때도 이런 현실 같은 하이퍼 리얼리즘의 성격 때문에 <키즈>를 떠올렸고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이런 (형식을 아니더라도... 솔직히 말하면 형식도... ㅜㅜ) 감성을 바랐던 것이다. x세대는 그렇게 그려졌지만 지금 z세대의 어두운, 사회적으로 소외된 세상은 대체 어떤 모습일지.

지금이라 치면 VLOG라 해야하나? 래리 클락의 <Tulsa> 사진작품들

<키즈>의 OST 포스팅은 아래를 참고해 보자.
 

암울한 X-세대를 위한 잔혹 세레나데, [Kids 키즈] OST, 1995

항상 그 시대를 대표하는 '세대'가 있다. 말하자면 그 시절의 급식충들... 아니 청춘들. 그 중에서도 X-세대... 왜 그 세대는 그렇게 암울한 청춘으로 많이 그려졌었을까? 청춘들이야 인간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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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이 외에도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고백>처럼 청춘들의 숭고하고 희망적이거나, 혹은 비행청소년으로서 소외 받는 그런 '보호' 해줘야 할 대상으로서의 사회고발이 아닌, 촉법소년 살인범죄를 다루는, 사회의 밸런스를 맞추는 기준에 있어 그들의 선을 넘는 행위가 위험하지는 않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냉정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주제와 같은 영화도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적어도 한번 이상은 고민해야 봐야 할 '현재 진행형' 사회적 이슈를 곱씹게 해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근데 참.. 이렇게 잘만든 청춘영화들은 하나 같이 탁월한 OST가 같이 따라온다는 사실! <고백>의 사운드트랙 이야기도 들어보자
 

[청춘은 아름다워] 년도별 일본 학원물 영화 추천: 2010

OVERVIEW: (* 핸드폰에서는 리스트 좌/우로 돌려 봐야함; PC는 이상없음)  ♥ = 어후!ㅅ.ㅂ.  ♥♥ = 뭐 걍 심심풀이땅콩  ♥♥♥ = 재밋음  ♥♥♥♥ = 아주 재밋음  ♥♥♥♥♥ = 마스터피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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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는 망이지만 어쨌든 던져진 메시지 중 화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낙태와 입양이다.  이건 뭐 최근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인간의 역사 속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오던 것일뿐더러 여기에 '미성년자'라는 요소가 하나 더 붙으면서 논란의 불은 더 커진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이 사회는 정말 약자를 위한 세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명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미약하던, 모자르던 적어도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장치들은 마련되고 발전해나가고는 있다. 다만 미흡한 것이 너무 많을 뿐... 불편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외면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 일진 몰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맞는 게 아닐지. 이런 질문과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게 한 것에 대해서는 이환 감독이 <어른들을 몰라요>를 통해 이룬 아주 작은 성공이라면 성공이다. 후속작은 영화적으로 더 발전한 모습으로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미성년자들의 임신 후 가장 자주 발생하는 반응은 낙태와 입양이라고 한다. 결국 "네가 키울 수 있어?"라는 질문의 연속인 것이다. 그것은 남이 나에게도 하는 것이지만 자신에게도 하는 것이고 잔인한 사회적 현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 막판에 세진이 아이를 원하는 어느 가정에게 입양을 선택하는 것도 꽤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문제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특히 미혼모 시설 같은 곳에서 무조건적으로 입양이 권해지기도 하고 거의 뭐 고민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정신없는 사이에 '반강제적'으로 입양 문서에 도장 찍고 애도 못 보고 갓난아이는 어디론가 전해지고 하는 문제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 외 낙태나 입양을 반대하고 직접 아이들을 키우려는 미혼모들에 대한 부족한 지원과 안전장치들 그리고 미혼모들의 그런 미흡한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미혼부들, 그리고 낙태와 입양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불편한 모순적인 우리들의 모습까지 이 사회에는 우리가 구태여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불편한 모습들이 만연하고 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기사를 살펴보았다.

 

 

​[고립된 10대 미혼모] ① 청소년 산모가 낳은 아이 '5년 간 8000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미혼모가 학업을 마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가정방문서비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www.ajunews.com

 

 

"낙태죄 사라졌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닥친 혼란 - 의약뉴스

올해 1월 1일부터 형법상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에겐 또 다른 ‘혼란’이 닥쳐왔다. 임신중절 수술이 불법이 아니지만,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완전한 합법이라고 할 수 없어

www.newsmp.com

 

‘아이 판매 충격’에…입양 동의시 산모 개인정보 비공개 추진

정부가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혼모가 입양에 동의할 시 산모의 인적사항 노출을 최소화하는 ‘보호출산제’를…

www.donga.com

 

 

출생신고 거부된 미혼부, 아빠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 미혼부의 아빠 되기세 아빠가 들려주는 출생신고의 ‘낡은 벽’홀로 아이 키우는 미혼부들아이 출생신고 못해 큰 고통‘사랑이법’ 사각지대의 아이들건강보험·아동수

www.hani.co.kr

 

Slint - Good Morning, Captain (with lyrics)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영화 <키즈 Kids>의 OST 수록곡 중 하나인  Slint의 "Good Morning Captain"을 소개한다. 빈첸의 "그대들은 어떤 기분들이신가요"와 함께 청춘의 밝고 희망적인 모습과 정반대 선상에 자리 잡은 어둡고 깊은 불안한 심연의 감성을 느끼게 해 주는 명 곡이다. 1990년 <Spiderland> 앨범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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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있음이라고 표시하긴 했는데, 영화 자체가 무엇이든 워낙 예상하기 쉽게 만들어놔서 뭐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 진짜 어떤 메타포든, '어? 이렇게 될 것 같은데?' 하면 무조건 그렇게 되는 류의 영화다. 하여, 읽는 건 자유~


과연 <신세계>는 실수로 태어난 걸작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신세계>의 성공으로 감독이 배가 불러버린 것인가. 왜 이 영화는, 영화평에 관대한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평가하는 나의 혓바닥을 날카로운 사시미로 만들어 버렸는가...

이 두 평론가의 케미도 꽤 괜찮다
이제 곧 매불쇼랑 라이너의 컬쳐쇼크에서 라이너가 얼마나 이 영화를 미친개 마냥 신나게 물어뜯어댈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오래간만에 독설을 뿜어내는 악마가 소환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전찬일 평론가는 좋다고 판단할 부분들은 짚어 주시겠지...

'정말 침체기인가'하다 싶을 정도로 최근 야심 차게 나오는 메이저 한국영화 작품들 보고 실망을 많이 한 상태고 (반도, 도굴, 승리호 등등), <신세계>의 좋은 기억도 있고 언제나 매력적인 장르인 누아르 물이기에 정말 기대 많았던 <낙원의 밤>.

자, 나는 이 영화를 까기 위해 이 포스팅을 올린다 (멍석 깔기)

결론은 별 5개 중 1개. 넷플에서 보고 ㄹㅇ 빡쳐서 왓챠 들어가서 <소나티네>를 다시 보고 그 분노와 실망감을 달랬다. 난 그렇게 평점에 척박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눈에 불을 켜고 콘텐츠를 까던 시절은 있었지만 이젠 웬만하면 좋은 점을 찾아서 재밌게 보고되도록 칭찬하고픈 관객의 유형 중 하나다.

자, "나는 되게 관대하지만 이 영화는 깔만큼 졸작이다"라고 말할 명분과 핑계는 아래와 같다.

내 왓챠 평점 기준
내 왓챠 취향분석

위의 왓챠 내 평가 프로필을 보면 평생 본 대부분의 영화 3800여 편의 평균 평가는 3.5(꿀잼)이다. 웬만하면 나쁜 게 있어도 대신 좋고 재밌는 요소가 있으면 그 점을 높이 사는 편인데 그런 나를 자극하는 쓰레기 영화들이 종종 있는 반면 그걸 넘어 분노케 하는 작품들이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 재미없는 영화면 2점 수준에 들어가서 1.5나 1점을 주게 되면 주관적인 개취가 많이 반영된 거긴 하다.

그럼 왜, <소나티네>와 비교를 하는가?

&lt;소나티네&gt;가 가진 3번의 자살 씬 중 그 첫번째 (빈 탄창)

쨋든 하고 많은 누아르 물 중에 굳이 기타노 타케시의 1993년작 <소나티네>를 얘기하는 건 두 영화 간의 유사점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원의 밤>이 이 영화를 표절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또한 <낙원의 밤>을 보고 기타노 타케시 감독의 <하나비>,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3-4x10월>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인 플롯과 장면-장면 및 오마쥬 등을 볼 때 <낙원의 밤>의 기본적인 줄기는 <소나티네>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혹은 유사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좌)신세계, (우)무간도

<신세계> 때에도 <무간도>와 흡사한 설정 때문에 표절 논란은 있었지만 큰 설정만 제외하고는 나름대로의 스타일과 철학이 확고히 보였기 때문에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낙원의 밤>도 약간 그런 분위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ㅎ아.. 낙원의 밤에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던가... 그건 아닌데...ㅜㅜ)

표절 의혹 제기의 내용은 절대 아니지만, 어차피 지는 게임, 즉 망작과 걸작을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나티네>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글임은 미리 밝힌다.
[--------------여기서부터 스포 있음-----------------]

연상되는 두 영화의 비슷한 점은 크게 아래와 같다.
1) 낙원: 현실에서 벗어난 이국적인 배경의 도피처, 제주도 vs 오키나와
2) 핵심 줄거리: 조직에게 배신당하고 섬에 은둔하며 장엄할 듯한(?) 운명의 마지막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주인공(들)
3) 영화 속에서 끝없이 내뱉는 낭만주의와 니힐리즘
4) 결정적 오마쥬 포인트: 주인공의 자살 씬 (섬+바닷가+구도)

그리고 한을 풀기 위해 두서없이 왓챠에 쓴 한 줄 평 아닌 한 줄 평:

기억에 깊이 남는 건 한라산 소주 PPL뿐. 사실 영화가 잘 뽑히면 과한 낭만주의 이런 것도 너무 좋은데, 이건 뭐 멋도 없고 서사도 없고... 그 마저도 뻔한 마지막 10분 위해 바친 허접한 오랜 빌드업은 무슨 누아르 101 수업 듣고 장르 특징 설명 리포트 낸 것 같은 느낌의 클리셰 덕지덕지... 아니 왜, 그녀는 건강해져서 한국의 니키타 아님 뭐 제주 블루 위도우가 되었다 하고 전설의 히어로물의 프리퀄로 하시지 그랬어? 어차피 그럴 거였으면 영웅본색처럼 쌍권총도 잡게 만들고, 응? 그거 하려다가 에이 그것까진 너무했나 싶어서 그만둔 것 같기도 한 의심은 들어... 그리고 누아르 좋아하는 사람이면 죄다 소나티네의 그 장면을 연상할텐데.. 근데 소나티네 감독이 보면 이 따위 오마주 안 받겠다고 뒷통수 잡겠네 진짜... 왜? 그 장면 배경에 제주도의 푸른밤이나 시티팝이라도 틀어 놓던가 하지 그랬어? 삼성 마이마이 감성 오지던데... 아니아니 변진섭의 숙녀에게가 더 어울렸을까? 하아... 진짜... 그나마 젤 건질만한 씬은 횟집에서 차승원 문에 찡기는 씬.. 아니 컷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거 하나 뿐. 간만에 영화보고 분노하네... 내 혓바닥을 사시미로 만드네 진짜... 넷플에서 이거보고 빡쳐서 왓챠에서 소나티네 다시 보는 중. 키야... 다시보니 느와르 낭만주의 여전히 기가 막히게 좋네!

지금부터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내뱉는 <낙원의 밤>과 <소나티네> 이야기


현실에서 벗어난 낙원, 제주도 vs 오키나와

두 영화의 공통점은 '도피'다. 현실을 의미하는 도시에서 사고를 치고, 도피한 낙원에서 은둔하며 겪게 되는 사건사고들 (소나티네는 어린아이들의 장난으로의 회기, 낙원의 밤은 연인의 어설픈 썸/허무주의 코드로 품)이 낭만주의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중간에 깨닫는 같은 편 조직의 뒤통수. 그 이후 이미 정해져 있던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장엄한 엔딩으로 치닫는 전복. 이게 두 영화가 가지고 있는 동일한 큰 서사의 큰 줄기다.

각 영화의 주 무대인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한국과 일본 사람으로서 봤을 때 유사성이 꽤 있는 지역이다. 각 나라의 주 도시인 서울과 도쿄는 물론이고, 본토에서조차 멀리 떨어져 그 나라 사람에게 조차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곳, 즉, 일탈이나 도피와 같은 행위를 책임져 줄, 굳이 외국에 안 가도 이국적인 환경을 갖춘 환상의 공간이다.

(좌)제주도, (우)오키나와의 마을 돌담 풍경
본토와 멀리 떨어진 섬나라의 이국적인 분위기... 그리고 <낙원의 밤>에는 나오진 않지만 제주도의 시그니처 문화 중 하나인 돌담도 나 같은 무식쟁이가 보면 오키나와의 돌담과 너무 비슷해서 "와 저기도 진짜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할 정도다. (사실 제주도는 현무암, 오키나와는 석회암이라고 한다)

(좌) 오키나와의 상징, 시사와 (우) 제주도의 상징, 돌하르방

섬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요소인 탁 트인 바다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현실에서 벗어난 낙원의 이미지를 나름의 스타일로 그려낸다. 두 영화에서 배경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서로 공유하고 있는 캐릭터의 상징성 때문이다. 두 영화의 캐릭터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정해진 운명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고 있고, 그 정해진 시간 동안 캐릭터들이 겪는 일련의 생활과 사건들을 누아르 장르 특유의 낭만주의를 담아 기가 막힌 사운드트랙과 함께 그려내고 있는데 이 모두가 낙원과 같은 '섬'이라는 배경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 또한 상징적이면서도 장엄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각자의 색감으로 풀어내는 계절과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운드트랙

뜨거운 여름 속 다가오는 죽음의 압박감을 잘 표현해주는 OST: Runaway Trip by Joe Hisaishi

계절의 차이

두 영화 사이의 계절의 차이는 있는 게, <소나티네>는 한창 무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운명의 죽음의 압박을 드라이한 감성으로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카메라와 음악이다. 파란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하얀 모래를 배경으로 한 색감과 필요한 서사에 따라 충실한 역할을 하는 롱샷과 클로즈업의 티키타카가 기가 막힌 매력으로 다가오고, 거기에 얹힌 히사이시 조의 신디사이저와 피아노 음악으로 구성된 사운드트랙은 화룡정점과 같이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감성과 서사를 풀어내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 특유의 민요를 차용한 트랙들도 오키나와가 가진 이국적인 매력을 더해주는데 이 또한 <소나티네> OST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OST 트랙 중 "Play on the Sands"가 좋은 예)

낙원의 밤의 제주도의 계절은 이제 왕성했던 자연이 계절의 변화를 대비해 움츠리기 직전 보여주는 진한 생명력의 웅장함과 서정적인 감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반면 <낙원의 밤>의 경우 여름은 아니고 캐릭터들의 옷차림으로 보아 아마 늦여름이 아닌가 싶다. 앞서 <소나티네>가 무더운 한 여름을 통해 다가오는 운명의 압박을 서서히 그려냈다면, <낙원의밤>은 왕성했던 우림이 다음 계절을 만나 자신들의 잎사귀들을 모두 잃어버릴, 그러니까 움츠러들 준비를 막 시작하려는 배경과 함께 도피 속에서 만난 죽음을 향해가는 두 운명 사이의 사건사고를 서정적으로 그려내려 했다.

(좌) 아비정전의 열대우림, (우) 낙원의 밤의 숲

신세계에서 보았던 익숙한 색감과 함께 어쩔 때는 습기가 차 보이기도 하고, 어쩔 때는 눅눅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촉촉하거나 움츠려 드는 느낌 속에 시그니처와 다름없는 아름다운 여름과 겨울의 제주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영화 중간 드론 뷰로 보여주는 울창한 우림 속을 치고 나가는 드라이브 신을 보고 있자니 <아비정전>에서 아비가 바라보던 필리핀의 그 우림에 대한 감성이 교차되기도 했다.

아비가 필리핀의 우림을 보며 느꼈던 감성과 태구 저기서 보고 있는 감성은 비슷했을까?

인스타그램 같은 영화 <낙원의 밤>은 제주도 관광홍보영상인가??

PPL에 관련된 왓챠 평&nbsp; 갈무리

<낙원의 밤>의 씬들을 조각조각 모으면 정말 괜찮은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만들어질 것 같다. 이런 아름다운 뮤직 비디오 같은 색감과 구도를 통해 제주도 관광 홍보 영상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지나친 면도 없지 않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바로 막장 드라마나 연예 방송에서나 볼 법한 노골적 PPL인데, 카메라 구도의 중심을 차지하며 그 브랜드 이름을 몇 번이나 노출한다. 테라 맥주 그리고 제주의 올레/한라산 소주의 PPL인데, 한라산은 심지어 정여빈 캐릭터가 대사를 치면서까지 광고를 한다.

"제주도에 오면 이거 꼭 먹어봐야 하는데... 이모, 여기 한라산 주세요~"

영화 속 대표적인 PPL 브랜드, 테라와 한라산; 실제 영화 속에서는 이런 롱샷이 아니라 더 노골적으로 노출된다
약간 이런 느낌의 PPL을 영화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올레/한라산 소주 PPL이 나오는 장면은 위 일반 연예방송에서의 PPL 노출처럼 정중앙에 브랜드 이름이 아주 잘 보이도록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것도 몇 번이나...

재연이 각성하며 복수혈전을 펼치는 횟집의 인스타 태그 검색

참고로, 마지막 사이다 엔딩씬에 나오는 횟집이 조천읍에 있는 "함덕 대박 횟집"이라고 한다. 그 동네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는 못 가봤지만 지인이 가봤다고 함. 아 이런 쓸데없는 TMI...

영화의 단 하나의 보석, 모그의 사운드트랙

모그가 OST를 담당한 몇 영화들

암튼 허접한 영화의 연출이나 각본과 상관없이 비주얼만 따지면 정말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아깝지만 차라리 영상을 가지고 뮤직 비디오를 몇 개 만드는 게 미학적인 점수를 더 가져갈 수 있겠다. 이 아름다운 영상에 매력을 더 하는 것이 <소나티네>와 마찬가지로 낭만스러운 선율의 사운드트랙이다. 최근 (2000년대) 주요 한국영화 음악감독의 타이틀을 장식하고 있는 모그 Mowg가 담당했는데 누아르를 통해 영화가 그려내고 싶어 한 낭만주의적 요소를 굉장히 잘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차승원에 문짝에 찡기는 씬과 함께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건질만한 보석이 이 사운드트랙일 것이다) 참고로 모그의 대표작품으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엑시트>, <인랑>, <범죄도시>, <더 킹>, <밀정>, <화이>, <악마를 보았다> 등등... 뭐 2000년대 한국영화의 OST는 다 독식했다고 해도 무방할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두 영화 속 공간과 건축을 통해 보는 소소한 재미

공간 얘기가 나오니 건축 요소에서도 소소하게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낙원의 밤>에서 그려지는 제주도의 특정 공간은 횟집이라던가, 제주도 귀농의 유유 적적 한 삶을 상상하게 만들만한 목장이 있는 전원 별장처럼 일상과 관련된 건축 공간들이 대부분 주를 이룬다.

Yotsutake 요츠타케 료칸: (위) 영화 속 (좌) 실제 점포 사진

<소나티네>의 경우도 오키나와라는 섬이 가진 시골과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건축 공간들이 로케이션으로 쓰였다. 가령 주인공들이 숨어 지내는 제주도의 돌담을 연상시키는 옛 시골집, 일본 시골 여행의 상징인 료칸 (영화에서는 류큐의 요츠타케 료칸 (쿠메점)에서 찍었다), 야쿠자의 상징인 건설 하다만 것 같은 콘크리트의 박스형 사무실 건축물, 그리고 특히 눈에 뜨였던 것은 대미를 장식하는 리조트 호텔이다.

좌측부터 시계방향: Imperial Palace Tokyo, Inoue House, Goto House,&nbsp; Hayashi House,&nbsp;
마지막 총격씬의 호텔 로케이션: 딱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양식에 영향 받았다고 보이진 않지만 그의 건축물들을 연상 시켰다&nbsp;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는 일본 전통 건축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었는데, 반대로 1910년도 초 도쿄에 임패리얼 호텔 건설을 시작으로 하야시 하우스, 이노우에 하우스 등을 통해 일본의 모던 하우스, 호텔 건축 양식에도 꽤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영화 속의 호텔이 가진 질감이나 지붕 양식들이 특히 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양식의 특징을 많이 연상케 했다. 호텔 로케이션은 니하 토큐 호텔과 닛코 야에야마 호텔로 나오긴 하는데 그 클라이맥스의 총격씬의 로케이션이 이 둘 중 하나인지는 확실친 않다. 다만 이런 소소한 TMI들을 보는 것도 영화를 보면서 찾는 소소한 재미 중에 하나긴 하다.

영화 속 무라카와 야쿠자 사무실

영화를 끌어가는 톤과 매너는 서로 너무너무 다르다

위에서 설명했듯 두 영화의 메인 캐들이 죽음을 향해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 담은 느와르의 낭만주의가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소나티네>는 철저하리만큼 지독한 미니멀리즘적 스타일을 구사한다. 어쩔 때는 불친절하리만큼 불필요한 사족을 과감하게 건너뛰어 버리지만 영화에 대한 몰입과 서사에 대한 이해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몰입을 시켜버린다. 하지만 <낙원의 밤>은 뭔가 캐릭터들에 대한 서사를 계속 알려주려 노력하는 느낌이다. 조연캐들까지도.. 그리고 <소나티네>의 장엄한 캐릭은 하나이지만, <낙원의 밤>은 남캐와 여캐 둘이 되는데 같은 운명을 향해가는 두 캐릭터들의 발란스와 명분을 맞추기 위해 다소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개연성이 부족한 서사를 끌어내려하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점 중에 하나다.

또한 <소나티네>는 미니멀한 스타일을 고수하며 헉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 씬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장함으로 가득한 심각한 씬들의 교차가 티카타카하며 끌어가는 훌륭한 전개를 보여준다. (카메라의 롱샷-클로즈 샷 티키타카처럼) <소나티네>가 구사하는 어법이랄까? 영화 전체를 끌고 가며 전달하는 어감의 그 톤과 온도는 무서우리만큼 정교하며 명확하다.

재연이 술에 취해 경찰한테 꼬장부리는 영화에서 거의 드문 '코믹' 장면

<낙원의 밤>은 바로 이 영화가 시종일관 보여주는 어법이 상당히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이게 뼛속까지 심각함으로 풀어내는가 싶지만, 태구의 "나도 취향이 있어서 너랑 잘 수 없어" 씬이라던가, "제주도에선 음주측정 안 해" 하는데 갑자기 음주검사 씬으로 이어지는 어설픈 코미디 요소로 갑자기 갑분싸 '우잉?' 하게 만든다. 웃음을 유도하는 씬의 첨가가 나쁜 건 아니지만 <낙원의 밤> 코미디 요소는 정말 어이없고 뜬금없다.

&lt;낙원의밤&gt;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예고편 영상에서는 1/10도 보여주지 않았다

액션씬도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소나티네>는 액션씬마저 상당히 드라이하고 직설적이며 미니멀하고 공허하게 그려내면서 영화가 사용하고자 하는 문법에 충실한 반면, <낙원의 밤>은 최근 한국 누아르 영화답게 멋들어진 감각으로 상당히 스타일리시하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유혈이 낭자하는 이 모든 씬들은 멋지긴 하지만 요즘 한국 누아르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있을 법한 느낌이라 전혀 새롭게 다가오진 않는다. 다만 <신세계>에서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드루와" 신을 연상케 하는 좁은 자동차 공간 안의 다구리 씬은 박훈정 감독의 특유 스타일로 지정할 만큼 높이 평가할 만하다.

패시브 하지만 울림이 있는 여조, 액티브 하지만 울림 없는 여주

(좌) 소나티네의 미유키, (우) 낙원의 밤의 재연

아마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여성 캐릭터의 묘사일 텐데, <소나티네>의 경우 그 시절 일본 영화가 그렇듯 굉장히 남성 중심적으로, 여캐는 패시브 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낙원의 밤>은 걸 크러시의 요소를 담고 있다. 상당히 자주적이며 남자 못지않은 사격 스킬도 가지고 있고 거리낌 없이 태구에게 괜찮다며 원나잇을 당당히 '요구' 하기도 한다. 다만 시한부 인생 때문인지 각성하기 전까지는 극한 허무주의에 빠진 난봉꾼 및 고구마 캐릭터로 무려 두 시간 동안 그려진다. (가지 말라면 제발 가지 말고, 당장 튀어 오라면 당장 튀어 오라고 제발)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한 가족(여동생과 조카)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태구

시작부터 마지막 10분 전까지 영화의 메인 캐릭터는 엄태구로 그려지고 있지만, 캐릭터가 뭔가 만들어지다만 느낌? 살아있다기보다는 너덜너덜 난도질 당해 이도 저도 아닌 영화의 흐름과 몰입에 무려 방해가 되는 어정쩡한 캐릭터다. 그의 마지막 또한 그냥 그렇게 쓰레기 처리되듯 흘러간다. 마지막에 그가 표효하는 분노 또한 왜 인진 알겠으나 맘에 와 닿진 않는다. 이건 분명 영화 속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한 서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캐릭터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나름 거의 처음 메이저 영화의 주연을 맡은 엄태구 배우가 상당히 아까웠다. (뭐 연기도 몰입을 깨긴 하지만...)

&lt;영웅본색&gt;의 주윤발은 이쑤시개를 이에 물지만, 재연은 이어폰을 끼고 바다를 바라본다

결국 영화의 주인공은 전여빈이고, 두 시간 동안 허무주의에 빠져 갤갤대더니 갑자기 영화 종료 10분 전에 각성하더니 <영웅본색>을 연상시키는 기가 막힌 총질로 한순간 삼촌과 태구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깡패들을 처단해버리고 멋들어지게 자살하는 영웅의 트로피를 가져간다. 결국 뻔한 복선들과 끔찍하게 진부한 느와르 클리셰들로 덕지덕지 칠해지고 생명력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캐릭터들로, 운명적 죽음을 향한 장엄한 서사로 가고 싶은 건 알겠지만 전혀 공감이 안 되는 2시간의 빌드업이 바로 이 마지막 10분의 걸 크러시 사이다 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낙원의밤_학살엔딩_ft.함덕대박횟집_혼자옵서

문제는 그 2시간의 빌드업이 전혀 개연성도 없고, 맥락도 없고, 뭐 영화 중간부터 전여빈의 날카로운 총질이 영화의 중요한 대미를 차지할 것이란 뻔한 복선은 있었지만, 이 전여빈이 맡은 재연의 여캐가 각성하는 되는 계기나 명분이 너무 빈약한 나머지... 태구의 복수를 떠들썩하게 할 건 알았지만... 시종일관 말도 안 듣는 망나니에 고집불통의 고구마 캐릭터로 그려지다가 갑자기 영웅적 클라이맥스의 장엄한 서사를 갑자기 떠맡아 버리는 게, 말 그대로 이해할 수 없는 갑분싸였다.

&lt;소나티네&gt;에서 권총 자살 씬은 3번 나온다. 현실을 버리고 낙원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한 두 번째 씬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는 삼성 마이마이 콘셉트로 <소나티네>에 오마쥬를 바치는 장엄한 권총 자살 씬으로 마무리하는데 이게 멋있고 장엄하다기보다는 그냥 유치해 보일 수밖에 없다.

<소나티네>와의 연관성을 최종 확정 지을 수밖에 없는 씬이었다. <소나티네>에서 무라카와(기타노 타케시)가 바다를 배경으로 빈 총으로 자살 쇼를 버리는 씬과 마지막 실제 권총 자살을 해버리는 서리얼 씬의 일련의 구성 또한 <낙원의 밤>도 그대로 차용하고 있기도 하고 (판타지 요소만 빼고), 이 외 다른 많은 요소들을 봤을 때 이건 오마쥬인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리고 영화가 너무 많은 영화들을 연상케 해서 그 다른 영화들 스틸만 모아서 <낙원의 밤> 스토리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lt;낙원의 밤&gt; 엔딩에서 느낀 나의 인상은 위와 같다. 저 상황에서 나는 시티팝이 듣고 싶었다 (중간 이미지 출처: https://excf.com/index.php?mid=nonhcg&amp;page=7&amp;document_srl=12223812&amp;m=0)

재연의 각성과 장엄한 엔딩을 2시간이나 바치면서 빌드업을 했건만 결국 그것을 뒷받침 해줘야 할 서사와 맥락이 전혀 없고 그저 한 순간의 멋과 스타일로만 풀어내려 했으니 이게 관객에게 깊은 호소와 울림을 줄리 만무했던 것이다.

위가 영화가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복수 씬의 장엄함이 전혀 와 닿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여캐를 통한 메아리의 울림은 시대의 남성 우월 정서를 담고 있는 <소나티네>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낙원의 밤>의 재연이 영웅본색의 주윤발 쌍권총 씬의 멋들어진 폼과 <킹스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집단 사살 씬에서 보이는 것보다, 허공을 향해 기관총을 쏘아 대는 <소나티네>의 조연 여캐, 미유키가 발산하는 울림은 그 의미가 무엇일지 확실하진 않을지언정 그동안 평화스럽고 조용했던 낙원에서의 도피와 일탈을 끝내고 이제는 일어서서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 장엄한 클라이맥스의 시작의 알림과 함께 관객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준다.

무라카와의 낙원에서의 삶은 끝나고 이제 죽음을 맞이하러 가야할 시간이다

토막 || 한국영화에서 최고의 여성 캐릭터는 누구였을까?

남성이건 여성이건 젠더 이슈의 색안경은 벗고 볼 만한 콘텐츠인 것 같다. 변영주 감독의 말을 빌려 말하면,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이라고 나쁜 것은 아니다. 패시브 해도 되고 액티브해도 다 된다. 중요한 건 그 캐릭터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을 만큼 스토리에 스며들어 살아 숨 쉬고 있냐는 것이다.

여기에 열거되는 최고의 여성 캐릭터들은 <깊고 푸른 밤 >의 장미희, <친절한 금자 씨>의 이영애, <콜>의 전종서, <화차>의 김민희, 그리고 전도연 그 자체로 언급되는데,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박훈정 감독은 이미 전전작인 <마녀>에서 훌륭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주변의 캐릭터들도 충분히 같이 살아 숨 쉬며 마녀라는 하나의 스토리의 생태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기억에 남는 여캐는 <엑시트>에서 윤아가 맞은 의주 캐릭터다. 일자리는 있지만 결국 백수인 용남과 다를 바 없는 선상에 서서 때로는 감싸주고 때로는 의지하며 함께 같이 목표를 향해 캡틴 아메리카 마냥 앞으로 계속 질주하는 모습이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상당히 인상에 남았다.

그나마 좀 살아있었다고 말할만한 차승원의 마이사 캐릭터. 하지만 연기가 너무 오바였음...

결국 <낙원의 밤>의 캐릭터들은 그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생명도 없는 불쌍한 존재들 같다. 그나마 깡패라도 '무림의 도'를 지키지 않는 양아치는 되지 말자 주의의 차승원 캐릭터가 좀 볼 만했다. 근데 재연은 부모(작가)의 사랑보다는 강박에 의해 억지로 태어난 캐릭터 같다.

다른 감독들 영화 떠나서 이미 박훈정 감독은 전전작 &lt;마녀&gt;에서 훌륭한 여캐를 탄생시켰다. 그것도 주위 캐릭터들도 함께 살아 숨 쉬는 멋진 생태계를! 근데 이게 머냐고 진짜!

라스트 10분 보고 <소나티네> 말고 떠오른 영화가 하나 더 있었으니...

라스트 10분을 위해 이전 한 시간을 쓰레기로 채운 영화 류: &lt;무국적소녀&gt;

<낙원의 밤> 라스트 10분을 보고 떠올랐던 영화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2015년 작 <무국적 소녀>. 러닝 타임이 1시간 30분 정도인데, 라스트 10분 동안 각성한 여주가 벌이는 유혈의 총격 액션씬이 상당히 스타일리시하게 그려진 영화인데 그 이전 1시간 20분은 개연성이고 이야기 흐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그냥 쓰레기다. <낙원의 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냥 후반 10분만 살려서 단편영화로 만들었으면 꽤 인정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국적 소녀>의 카피, "상상과 상식을 뒤집는 결말"을 <낙원의 밤>에 대비하면 "(약간의) 상상과 상식만 있으면 뻔한 결말"로 바꿀 수도 있겠다.

&lt;공각기동대&nbsp; Ghost in the Shell&gt; 1995

심지어 <공각기동대>, <페트레이버> 시리즈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 영화라 기대하고 본거라 뒤통수 제대로 씨게 한 방 맞은 기분이어서... 어? 이 모든 경험이 <낙원의 밤>이랑 너무 오버랩되었다! 차라리 <낙원의 밤>도 라스트 10분짜리 단편 영화하고, 나머지는 조각조각 모아서 인스타그램이나 감성 뮤직 비디오 몇 편 만들었으면 그 예쁜 영상들이 차라리 안 아까웠겠다 하는 생각까지 든다.... ㅜㅜ

운명적 죽음을 부여하는 상징적 씬

&lt;소나티네&gt;에서 미유키는 붉은 호접란을 허공에 뿌린다

두 영화 모두 여캐가 남캐에게 운명적 죽음을 부여하는 듯한 상징적인 메타포가 담긴 씬이 등장하는데, <소나티네>의 경우 미유키가 백사장에서 파란 하늘을 향해 날리는 붉은 팔레놉시스 (호접란) 꽃은 무라카와(기타노 타케시)가 허공을 향해 던지는 붉은색 프리즈비와 교차 편집된다. 이 장면의 붉은색은 당연히 피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고, 죽음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부여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또한 팔레놉시스가 상징하는 나비처럼, 그 꽃들은 하늘을 향해 날려지지만 기타노 타케시가 똑같이 파란 하늘을 향해 날린 프리즈비와 마찬가지로 땅으로 떨어지고 만다. 뭐 꿈 보다 해몽 식으로 표현하지만, 피로 얼룩져진 나비는 이제 자유를 향해 훨훨 날아오르고 싶지만 운명의 힘은 거스를 수 없는 중력과 같아서 결국 떨어지고 마는, 곧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로 나는 해석한다.

&lt;뱀파이어와의 인터뷰&gt;의 한 장면

<낙원의 밤>에서는 이 상징을 뱀파이어라는 장치로 풀어내는데, 영화 중간 재연이 난데없이 차 안에서 태구의 손목을 깨물어 피를 흘리게 만드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재연은 시한부라는 것을 관객이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태구의 경우 그의 높은 공격력에서 유추되는 생존력 그리고 블라디보스톡이라는 탈출의 목적지가 캐릭터의 꼬리처럼 영화 내내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태구의 죽음은 '의심'은 되지만 아직 '지정'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뱀파이어가 사람을 물어버리면 같은 뱀파이어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그 씬에서 재연은 태구에게 자신과 같은 운명적 죽음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한다.

저들은 갑자기 썸을 타고 삼귀기 시작한다

너무나 뜬금없는 상황에서의 사건일뿐더러, 그 사건을 계기로 티격태격했던 둘의 사이가 갑자기 태구가 재연을 보호하는 분위기로 흘러갈뿐더러 (재연의 삼촌 역할을 태구가 대체하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같은 운명을 공유하게 된다는 어설픈 메타포의 갑작스러운 향연이 시작된다. 특히 물회를 절대 먹지 않던 태구는 이 사건 이후 굳이 다시 둘이 처음 갔던 물 횟집에 가서 "죽기 전엔 먹어보고 싶었어"라는 대사까지! 치며 갑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배경을 재연에게 털어놓고 본인 캐릭터의 죽음을 암시하며 서로가 같은 운명을 향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 설정을 정말 구구절절 뻔하게 (이 정도면 암시도 아님...) 정의한다.

이 블러드 씬과 관련하여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던 가장 묘사가 유사한 사진이다

이 이후 마이사가 직접 조직 무리를 이끌고 태구의 목숨을 노리며 제주도로 내려오며 상황이 심상치 않아진다. 이렇게 비극의 서사로 영화의 방향이 틀어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맘에 안 드는 장치긴 하다.. 너무 뜬금없었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밖엔...

바람의 검심: 주인공 켄신의 얼굴 흉터가 생기는 장면: 장면이 다 안 보여지는데 그림을 눌러서 보면 전체 영상으로 나옴

차라리 상대방에게 운명의 짐을 덮어 씌우는,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장엄한 죽음을 향한 발걸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였다면 또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갑자기 <바람의 검심: 추억 편>에서 켄신의 상처가 만들어지는 그 씬이 생각이 났었다. (서로 의미는 다르겠지만) 결국 '피'라는 요소를 통한 운명의 상징을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억지로 뱀파이어를 가지고 온 느낌이랄까...

기타 연상 씬: 시티팝 감성에 너무 딱인 것 같아!

저 오토바이로 해안도로를 달리는 씬 보고 정말 딱 떠올랐던 이미지다. 한번 더 말하지만 이 글은 표절 의혹이 아니다. 단지 <낙원의 밤>을 보며 연상되는 영화, 이미지, 감성 그리고 누아르 영화의 클리셰들이 너무 많다. <낙원의 밤>의 중요 특징이 바로 그거다. "연상되는 게 너무나 많다"

클래식 바다 갬성

역시 시티팝 갬성이 딱인 것 같다.
왠지 글을 쓰고 마지막에 치달으니 아래 노래가 듣고 싶어 진다.
<낙원의 밤>의 아름다운 제주도 비주얼로 뮤직 비디오를 만든다면 이 노래가 좋을 것 같다
roon이 부릅니다, '그대안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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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면 종종 한 시간 몰아보기, 10분 몰아보기 이런 식으로 영화나 드라마 편집해서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있는데, 그다지 땡기지 않아서 다 보기 꺼려지거나, 옛날에 재밌겐 봐서 다시 보고 싶긴 한데 정주행 하기에는 또 부담스러운 콘텐츠들 보기에는 딱이다. 

요즘은 알고리즘의 선택인지 <사랑과 전쟁>을 한 편에 10분 씩 잘라서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해주는 채널이 자꾸 떠서 아주 재밌게 보는 중이다. <사랑과 전쟁>류가 워낙 순삭 콘텐츠 류긴 하지만 풀로 보다가 10분짜리로 보니 이것도 부담 없어서 꽤 괜찮다. 

그리고 최근에는 갑자기 추억의 일드 <롱베케이션>이 갑자기 몇 개 떠서 봤다. 50분으로 줄인 거라 맥이 끊기는 건 어쩔 수 없었긴 하지만 그나마 재밌게 봤던 옛날 기억이 있어서 장면 장면 추억 감성팔이 식으로 잘 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롱 베케이션> 말고도 그동안 기억에 남는 일드 중에서 이런 식으로 순삭, 몰아보기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어 줬으면 하는 리스트가 있어서 남겨 본다. 혹시나 콘텐츠 찾는 유튜버가 있다면 이거 보고 좀 만들어 줬으면....

매회 1시간 이상의 분량과 전체 16회가 훌쩍 넘는 일반 한국 드라마와는 달리 회당 40~50분 (오프닝/클로징 포함)에 전체 10회 정도의 분량을 찍는 스피디한 전개의 일드이기 때문에 원래 일드를 좋아하는 유튜버라면 한국 드라마보다는 편집 영상 만들기의 난이도가 훨씬 낮을 수 있다. (오이 오이, 기대를 걸어본다구!)

자, 그럼 추천하는 옛날 트렌디 드라마 5선!

시계방향: 맨하탄 러브스토리, 스타의 사랑, 러브제너레이션, 버저 비트, 도쿄 러브스토리

 

- 도쿄 러브스토리 1991
- 러브 제너레이션 1997
- 스타의 사랑 2001
- 맨하탄 러브스토리 2003
- 버저 비트 - 벼랑 끝의 히어로 2009

 

도쿄 러브스토리 Tokyo Love Story 1991

<롱 베케이션> 이전 이런 트렌디한 감성의 시티 라이프 드라마의 결정적인 정점을 찍은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롱베케이션> 류가 유튜브에서 꽤 다뤄진 걸 보면 최근 유행했던(? 이젠 좀 하향세인 듯 하지만) 시티팝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보인다. 더군다나 오다 카즈마사의 드라마 주제가, "사랑은 갑자기 ラブスト-リ-は突然に"는 이 드라마가 가진 트렌디하고 도시적인 감성을 정말 잘 풀어내고 있는데 이 역시 엄청난 히트를 했고 싱글 CD 270만 장으로 당시 최고 기록을 올렸다. 

 

시티팝 감성 넘치는 오다 카즈마사 小田和正의 주제가

참고로 일본 내 최고 시청률 기록은, 1위가 1983년의 <장난감 허물기> 45.3%, 10위가 <굿 럭!!>의 37.6%인데 도쿄 러브스토리는 역대 28위를 기록 (32.3%). 하지만 같은 해 <101번째 프러포즈>가 36.7%를 기록하며 역대 14위를 기록. 원작 만화는 남주 칸지 (오다 유지)의 시점에서 그려졌으나 드라마로 각색되며 여주인 리카(스즈키 호나미)의 관점으로 풀어 나갔다.

 

기존의 여성 상에 반하는 적극적인 여주 캐릭터의 어필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인기였다고 하는데,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프라임 타임인 월요일 밤 9시부터는 번화가에서 여성들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는 도시 레전드가 남아있다. 이 드라마뿐 아니라 당시 트렌디 드라마들은 대체로 버블시대 여성들이 바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설명되기도 했으며(혹은 남성이 가진 동화같은 욕망 해소라는 정 반대의 견해도 있다) 당시 남성층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92년 최진실 주연의 한국의 대히트 트렌디 드라마, <질투>의 표절 의혹(?... 사실 표절 맞다고 봐야 함)이 바로 이 드라마에서 나왔다. 

Tokyo Love Story 2020 Remake

2020년 후지 TV에서 리메이크 판을 발표했는데 왓챠 예상 평점이 그리 높진 않아서 실망할 까 봐 아직 보진 않았다.

도쿄 러브스토리 2020 팬 메이드 MV

B-Story라는 유튜버가 만든 FMV(팬 메이드 뮤비)인데 각 드라마의 장면들을 편집 해 넣어서 비주얼적으로 이 리메이크 드라마가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90년대와는 또 다른 2020년대의 매력적인 도쿄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요즘의 도시 감성을 느끼는데 초점을 맞춰놓은 것 같다. (스마터폰, SNS은 필수)

OST도 들어보니 상당히 세련된 느낌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원작에서의 시티팝 에센스가 워낙 강하게 남아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구석이 있다. 

트렌디 드라마의 완전판이자 최고봉인 이 작품을 정말 트렌디한 감성으로 순삭 편집해 줄 유튜버를 기다려 본다.

 

러브 제너레이션 Love Generation 1997

위 <도쿄 러브스토리>와 마찬가지로 당시 트렌디 드라마의 최고점을 찍어 주었던 명작이다. 최고 시청률 36.7%로 역대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질투>와 마찬가지로 장동건, 김현주의 1999년작 <청춘>이 이 드라마의 표절 의혹에 직격탄을 맞으며 조기종영했었다. 이 두 작품의 뻔뻔한 표절 사건을 보면 당시 이 트렌디 드라마라는 것이 얼마나 당시 사람들의 감성을 후벼 파버렸는지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랑의 파라다이스 (아사노 유코), 러브제너레이션 (마츠 다카코), 아스나로 백서 (이시다 아키라), 멋진짝사랑 (나카야마 미호), 도쿄 러브스토리 (스즈키 호나미)

일본의 Trendy Drama란 1988~1992년의 버블시대 전후로 유행했던 일본 드라마의 (잠깐이지만) 큰 흐름 중 하나로, 주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스타성이 중요시되는 (예. 아이돌이라던가 하이틴 스타라던가) 주연 배우와 조연들의 캐스팅을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주로 여성 시청자 층이 보기도 했고 실제 타깃이기도 했었는데 그중에서도 커리어우먼이나 젊은 주부들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이 드라마 류에 나오는 여캐들도 이들을 반영한 20대 초반에서 30대 초중반으로 설정되었고 기존의 여성상을 파괴하는 그 시절 '신세대'로 표현되는 당돌하거나 진취적인 (특히 전통적으로 패시브한 여성 영역이었던 연애, 섹스, 커리어 등) 특성을 보여준다. (거기다가 좋아하는 와인/샴페인 혹은 맥주는 필수) 반면 남성들은... 뭐 나쁜 남자지만 또 사랑꾼, 부자, 돈은 없더라도 이해심 최고이거나... 뭐 그런 젊은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성격 (종종 남자들도 혹할만한 쿨가이라던가)으로 그려지곤 했다. 국내의 대표적 트렌디 드라마는 <질투>를 들 수 있겠고 최근의 경우엔 <이태원 클라쓰>가 그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당시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선망의 도시였던 도쿄를 배경으로 한 트렌디 드라마인 만큼  <도쿄 러브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시티팝과의 연관성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드라마의 주제가는 에이이치 오타키의 <행복한 결말 幸せな結末>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많이 언급했었는데 에이이치 오타키는 타츠로 야마시타와 함께 일본 시티팝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거장 중의 거장이다. 

Eiichi Ohtaki의 오프닝송

에이이치 오타키가 지향했던 트로피칼리아 느낌 가득한 시티팝의 정서가 잘 묻어나 있는 명 곡으로 당시 드라마와 함께 인기를 얻어 97년 오리콘 최고 순위 2위까지 기록을 했다. 드라마의 여주였던 마츠 타카코가 1997년 <Love Love 사랑해>라는 드라마에서 이 곡을 커버하기도 했다. 주제가 외 OST 자체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OST 삽입곡 대부분은 Cagnet의 음악들로 채워져 있는데 이 중 'Hear Me Cry'는 국내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마츠 타카코의 버전도 들어보자
삽입곡 Cagnet의 Hear me Cry도 같이 들어보자

1년 먼저 방영되었던 <Long Vacation 롱 베케이션>에서 어긋나었던 사랑의 기무라 타쿠야와 마츠 타카코가 히로인을 맡았고 최고 시청률은 32.6%로 역대 26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타의 사랑 LOVE with SUPER STAR 2001

역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곤 있지만 위에 소개된 트렌디 드라마 계열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상경한 일반 좋소기업 샐러리맨과 일본 최고의 스타 여배우(후지와라 노리코 분)의 사랑이라는 판타지스럽게 들리는 내용의 로맨틱 드라마로 적절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드라마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남주 나카타 (초난강)가 햄 관련 회사에 다니는데 드라마 도중 갑분싸 햄에 관련한 흥미롭고 진지한 TMI가 나오는데, 이건 무슨 알쓸신잡 이상으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어 처음에는 이뭐병~하다가도 매 회마다 언제 나오나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햄 살라미 등 스페인/이탈리안 식 가공육에 대한 초보 가이드용 양질의 정보들을 가지고 있으니 햄 샌드위치 만들기나 와인/샴페인/스파클링에 어울릴 햄 종류를 찾는 다면 재밌는 씬들이 되겠다.

(43:55)~(45:00) 사이를 보면 각종 햄관련 수다 씬을 볼 수 있다.

역시 일드 맛집 후지 TV의 작품으로 최고 시청률은 제8화에서 15.8%를 때렸다. (평균 시청률 13.8%)  

주제가는 "코무로 붐"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키며 90년대의 J-Pop을 호령했던 코무로 테츠야의 3인조 혼성 그룹 Globe이 부른 <Stop! In the Name of Love>로 테츠야 음악 특유의 전자 댄스 사운드 튠을 들을 수 있다. 

드라마와는 무관 하지만 Globe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들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Feel Like Dance'를 들어보자. 시대의 잘 나가가는 남자, 코무로 테츠야였던 만큼 희대의 난봉꾼 스캔들도 참 많았었는데 Globe의 멤버 KEIKO를 만나며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충격적인 철 들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청량하고 시원한 KEIKO의 보컬의 매력을 한 껏 맛볼 수 있는 곡이다. 

그의 희대의 5억 엔 저작권 사기 사건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케이코가 잘 버텨나가면서 그들의 사랑이 잘 이어가나 싶었지만 타고난 난봉꾼 유전자를 제어할 수 없었던지 2018년 터진 코무로의 불륜으로 2021년 2월 18년의 결혼 생활에 결국 종지부를 찍었다. 

 

맨하탄 러브스토리 Manhattan Love Story 2003

일본 영화계에 소노 시온이라는 천재 감독이 있다면 일본 드라마 계엔 천재 작가/연출가 쿠도 간쿠로가 있다. 이미 30살의 나이로 <IWGP>의 각본으로 커리어 초반부터 대박을 쳤는데 그가 감독/각본으로 참여한 레전드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Go>, <핑퐁>, <69>, <한밤중의 야지상 기타상>, <소년 메리켄사쿠>, <드러그 스토어 걸>, <키사라즈 캐츠아이>, <아마짱> 등등! 그의 이야기 구성은 치밀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절묘한 반전을 선사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고 기막히며 동시에 시작에서 끝까지 끌고 나가는 그 파도 같은 구성력까지 가지고 있긴 하지만 꽤 독특하게 스타일리시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긴 한다. (나는 극호!) 

TMI로 작년 3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했었다. 

<맨하탄 러브스토리>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위에 언급한 쿠도 칸쿠로 스타일이 정점을 찍은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스토리와 연출을 자랑한다. TBS에서 목요일 밤 방영되어 최고 시청률 10%를 기록했다.

제목처럼 실제 미국 맨하탄은 아니고 달리 도쿄의 어느 방송사 앞에 '나폴리탄'이 맛있는 커피숍, [맨하탄]에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60년대 국민 아이돌이었던 쿙쿙, 코이즈미 쿄코를 전격 캐스팅했는데, 시종일관 "데헷~", "테헷~"하는 그 모습에 코이즈미 쿄코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연세도 망각한 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매력을 다시 소환하며 빠져든다. 근데 워낙 스토리와 연출이 돋보이는 만큼 왕년의 아이돌을 주연으로 한 부분은 그저 도울뿐,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유머가 매 에피소드마다 담겨 있는데 이 드라마는 이니셜로 설명되는 누가 누굴 좋아하고 그 누군 누구와 친구인데 누가 그 누굴 좋아해서... 이렇게 얽히고 섥힌 복잡한 러브라인의 마지막 명쾌한 수도꼭지 콸콸 설정이 매력이다. 

마스터: 자신의 나폴리탄 메뉴 만큼 개혐오하는 인스턴트 커피, 스벅

커피숍의 마스터는 유학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커피에 인생을 건 자존감의 캐릭터인데 (이 말 한 번 없는 과묵한 마스터는 드라마 속 복잡한 애정전선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위치로 모든 걸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는 방송사 단골 직원들은 시종일관 이 집의 싸구려 파스타, "나폴리탄"만을 시켜 먹는다. 마스타는 이 주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자존심의 상처를 입으며 눈물의 "나폴리탄"을 만드는데 뭔가 도돌이표처럼 상황마다 반복되는 이 씬 때문에 한 동안 "나폴리탄"의 마성에 빠져 버렸던 적이 있다.

사진엔 안 보이지만 비엔나 소세지도 들어가는 나뽈리딴 빠스땅!

특히 코코이치방야에서 이 드라마 때문에 "나폴리탄"을 정말 자주 시켜 먹었었는데 어느새부턴가가 메뉴에서 사라져 버려 정말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코코이치방야는 손절했다. "나폴리탄"을 없애다니.... 메뉴 부활시킬 때까지 절. 대. 재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매운 닭고기소스가 있던 과거와 할 수 없이 먹은 현재의 굴소스, 그러고보니 파이구볶음밥이 과거보다 계란이 덜 들어갔는지 상당히 하얗다.

없어진 최애 메뉴 얘길 하니 딘타이펑도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볶음밥 사이드 소스 메뉴 중 매운 닭고기 소스가 사라지고 해물 굴소스와 해물 짜장 소스 두 개만 남았다. 아. 니. 어떻게 매운 닭고기 소스를 메뉴에서 없앨 수가 있지? 하아.. 진짜 마이너 입맛이라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딘타이펑을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그나마 광동식 분위기를 내는 야채볶음 (홍콩서 먹던 그 가격 대비 후들후들 하지만 먹을 곳이 없어 항상 시켜먹었던)과 그 매운 닭고기 소스였는데!!!!! 왜 없애냐고!!!! 그 맛있는걸!!!!!

드라마와는 상관없지만 주인공 코이즈미 쿄코의 1985년 히트곡 중 하나인 'Star Dust Memory'를 들어보자.

아, 그리고 도시 배경의 테마로 뽑은 건 제목도 제목이지만 코이즈미 쿄코가 여기서 택시기사로 나와서 특히 더 생각이나 뽑아 봤다.

 

버저 비트: 벼랑 끝의 히어로 Buzzer Beat  ~ Gakeppuchi no Hero ~ 2009

<도쿄 러브스토리>, <러브 제너레이션>과 같이 게츠쿠라 불리는 후지 TV의 월요일 밤 9시 프라임타임에 방영되었던 농구 청춘 드라마다.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프러포즈 대작전>의 "야마삐" 야마시타 토모히사와 키타가와 케이코가 히로인으로 나왔다. (연출 또한 도쿄 러브 스토리와 럽 제너레이션의 나카야마 코조였다) 시청률은 제8화에서 최고 17.5%를 기록했다.

방영 당시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당시 일주일 간의 짧은 기간의 일본 여행 중 (몇 화인진) 기억나진 않지만 잠깐 여행을 중단하고 호텔에서 그 주 에피소드를 본 방 사수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하아....

인터넷의 감상평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여름에 어울린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정말 그렇다. 방영되는 시기도 그랬거니와 배경 또한 땀이 삐질삐질했던 상황. 딱히 끈적할 건 없지만 애타지만 밝고 맑은 청춘 러브 스토리는 왠지 더운 여름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특히 나오키 (야마삐 분)가 농구 연습을 하는 공원 씬이 자주 등장하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홍콩도 그런 비슷한 단지 공원들이 있어 홍콩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다. 

매회 마지막 에피소드마다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드라마로 야마삐와 경자, 풋풋한 두 사람의 시절을 확인할 수 있는 러블리 청춘 드라마.

B'z의 イチブトゼンブ 일부와 전부 - 발라드 버전

번외로 그 시절 트렌드 드라마 느낌의 일본 JR 지하철 광고를 함 들어보자. 시티팝의 황제 야마시타 타츠로의  레전드 시티팝 송 중 하나, 'Christmas Eve'.

 

트렌디라고 하면 한번 쭉 빨고 없어지는 그런 느낌인데, 이 광고 시리즈는 특이한게, 일단 플랫폼이 구축된 느낌이다. 말 그대로 이 플랫폼(음악과 감성)은 꾸준히 10년이고 20년이고 가는 거고, 잠깐의 영상과 스토리는 정말 나올 때마다 그 시대의 트렌드만 따라주면 된다. 롱런 트렌드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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