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속에서 갓 나왔는지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곳은 언젠지 모를 옛 시절의 맛을 변함없이 간직해 온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다.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맛보다는 나는 이런 옛날식 강렬한 한 방이 좋다. 오래도록 지켜온 그 깊은 맛.
남대문역 5번 출구에서 시장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눈으로 찾지 않아도 은은히 퍼지는 담백한 향이 발길을 잡아끈다. 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곳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도착한다.
몽글몽글한 김치만두, 보자마자 군침이 돈다. 겉모습도 먹음직스럽지만 무엇보다도 그 동안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이 뇌 속 깊이 각인된 탓인지 더욱 강렬하게 나를 유혹하는 듯하다. 나는 이 집 만두의 노예나 다름없다.
칼국수도 파는 곳이지만 먹어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가면 늘 만두에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맛보진 못했다. 메뉴판에 적힌 '만두 100개 10만원'이라는 문구는 특히 인상 깊다. 만두나 빵처럼 낱개로 파는 식당 가서 '100개' 메뉴를 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무슨 부품 대량납품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이곳 만두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집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이 녀석들은 아직 조리 전인 만두다.
찐 후에는 이런 러블리한 모습으로 자태를 드러낸다. 마치 예쁜 조형물에 생명이 깃든 것처럼,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나오는 만두들. 보통 줄이 긴 편이지만 로테이션이 빨라 기다림도 그리 길진 않다. 사실 그 보다도 군침 도는 만두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내 앞에서 만두가 모두 소진되어 살짝 아쉬운 마음으로 잠깐 기다리다가 이내 나오는 찐만두를 첫 번째로 받아가는 순간의 행복함은 짜릿할 정도다. (너무 좋아서 한 두 번 "예에~"하고 소리쳐본 적 적도 있다)
짜잔~ 고기만두.
이곳에서 직접 먹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포장 해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포장만할 때도 조금이 아닌 듬뿍 담아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특히 집이 멀어 자주 오기 힘들다면, 한두 번 더 즐길 수 있도록 넉넉히 포장해 가길 추천한다.
왜. 나. 면.
어느 날 밤, 하얀 토끼를 쫗아가며 무스와 도도, 애벌레와 마주하고, 아기 돼지와 카드 병정들이 줄지어 나타나는 그 기묘한 밤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날 밤 높은 확률로 그 만두가 떠오르며 잠 못 이루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위는 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판타지스럽게 표현한 이미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만두의 모습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직도 입 안이 기억하고 있는 듯한 그 맛.
내 몸과 정신이 함께 기억하며 나를 안달 나게 만드는 그 맛. 다 식어도 여전히 맛있는 만두, 다음 날 먹어도 변함없는 만두.
피처링 찐빵, 예쁘게 생겼다 (먹어보지는 못함, 정말 항상 만두만 먹으니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김... 내 상상 속에서는 마치 해무처럼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여운을 남긴다. 날씨가 추워지니 가메골옛날손왕만두가 자꾸 생각난다.
요즘 가끔 내 머릿속에서는 남대문 한복판에 왕만두 판타지가 펼쳐진다. 수많은 왕만두들이 증기를 내뿜으며 둥실둥실 떠다니고, 나는 그 속에서 마음껏 행복을 누리는 기분이다. 한입 베어 물면 따뜻한 속이 터지고, 부드러운 만두피와 어우러진 맛이 가득 찰 것 같다. 하지만 먹을 수는 없다. 향기로운 추억이 입안에 퍼지며 그 순간에 잠시 빠져든다.
이런 날이 있다. 특별한 일도 아닌데 단순한 음식 하나에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날이 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왕만두의 그리운 맛을 상상하며 이 미묘한 갈망을 꾹 참아본다. 남대문이 너무 멀어서 쉽게 갈 수 없는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벼운 책가방 하나에, 밤에라도 식사를 할 수 있길 바라며 비행기 앞좌석을 추가 비용까지 들여 구매했지만, 살짝 먼저 도착한 홍콩발 방문객들 덕분에 출국심사가 두 시간이나 걸렸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특급 열차 라피트 (RAPI:T). 뜻하지 않은 키오스크에서의 카드 결제 오류까지 있어서 포기하고 카운터로 후다닥 뛰어가 출발 3분 전에 가까스로 현장에서 표를 구매했다.
승강장 내려가기 직전에 있는 화장실까지 급히 다녀온 후 열차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비틀비틀ㅜㅜ).탑승하고 몸을 실은 1분 뒤 바로 열차가 출발한다.
| 니시나리 구
약 40분 만에 신이마미야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오사카 도심까지 택시비가 원화로 약 15~20만원이라 급행열차를 탔지만 정신없이 달려온 탓에 여유를 즐기지 못한 점은 아쉽다. (라피트 편도는 현장 구매 시 약 1,350엔, 12,000원 정도다.)
신이마미역 (新今宮駅)에서 니시나리의 숙소까지는 약 700미터, 10분 거리. 걷다 보니 금세 '도부쓰엔마에(動物園前)' 역 사거리에 도착했는데 어딘가 익숙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실종> 촬영지다. 좌측 파친코가 있는 '한분야' 건물과 우측 '패밀리마트' 사이 철길 뒤로 하얀 '마루한 신세카이점'과 '츠텐카쿠' 타워의 머리, 영화 속 장면이 그대로 펼쳐진 듯한 순간이다
영화 <실종>은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가타야마 신조 감독 작품으로 어딘가 요즘 한국 스릴러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이한 일본 영화다.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며 영화 오프닝의 딱 그곳에서 찍어 봤다. 오사카 배경 영화들에서 봤던 니시나리 스트리트 라이프의 상징 같은 츠텐카쿠 타워를 맞이하니 기분이 묘했다.
사실 구글 지도에서 루트를 미리 확인해 놓았었지만 이렇게 금방 도착할 줄이야. 마치 롤플레잉 게임에서 긴 여정과 삽질을 거쳐 찾아야 할 아이템을 너무 쉽게 찾아버린 기분이다. 원래라면 좀 헤매고 힘들게 찾아야 RPG 감성이 사는 건데, 이건 너무 직진 느낌이라 살짝 허무하기도 하다.
파노라마 식으로 보면 이곳이 꽤 큰 사거리임을 알 수 있다. 왼쪽 중앙에 빛나는 하얀 건물은 오모7(Omo7)호텔이다. 흔히 오사카가 숨기고픈 '슬럼가' 이미지로 알려진 니시나리구 아이린 지역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세워졌다고도 한다. 진위는 관계자들만 알겠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의 호시노 리조트 주식회사가 이 지역에 고급 호텔을 선보인 점은 흥미롭다. 이 지역 특성 때문인지 5성급 호텔임에도 가격대가 꽤 합리적이긴 하다. 관광지인 북쪽의 신세카이 쪽으로는 열려있지만 아이린 지구 방향으로는 밖을 나갈 필요 없다는 듯, 큰 정원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 아이린지구 ((구) 가마가사키)
매우 대략적으로 아이린 지구 행정 구역을 표시해 보았다. 지도에서 중간의 노란색 라인은 코코룸 게스트하우스로 가던 길을 표시한 것. 아이린지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구) 가마가사키 노동복지센터'와 '삼각공원'을 표시해 두었는데, 이 주변이 전 세계 블로거나 유튜버들이 "일본/오사카 최대 우범지대!"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지역이다.
오사카 최대 유곽인 토비타신치가 아이린지구와 아베노 재개발 지구의 경계를 이루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최근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토비타신치와 아이린 지구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돌고 있다. 오모 7과 아베노하루카스 300은 이 대대적인 변화를 위한 몸풀기에 불과한 걸까?
1970년대 아이린지구(당시 가마가사키)의 전성기를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이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 전후, 대규모 건설 붐이 일어나며 일본 전역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던 시기. 이 때 가마가사키 노동복지센터가 건설되었으며, 일러스트의 좌측에 보이는 모던 형식의 건물이 바로 그 센터다.
영화, <실종>에서 묘사 되었던 삼각공원 (하기노차야 미나미 공원)의 노숙자들을 위한 배급 모습.
영화 <실종>에서 묘사된 삼각공원(하기노차야 미나미 공원)은 노숙자들을 위한 배급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곳은 한때 활기찼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몰락하며 노숙자로 전락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카마가사키 포럼'의 자료를 참고해보면 저 이이린 지구의 간단 역사는 아래와 같다.
- 1945년 전후 복구: 전쟁 이후 가마가사키는 빈민가로 급속히 재건됨 - 도야마촌 형성: 1950~70년대, 전국에서 몰려든 노동자들로 도야(저렴한 숙소)와 판잣집이 가득 참 - 1970년 엑스포와 건설 붐: 엑스포 준비로 노동자들이 몰리며 아이린 센터가 설립 - 1980 버블 경제의 붐과 갈등: 1980년대 후반, 버블 경제로 노동 수요가 폭락하며 폭동과 갈등이 격화됨. 90년대는 대규모 폭동도 발생. - 현재: 버블 붕괴와 변화: 경제 침체, 노동자 고령화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며 현재 자연스러운 제트리피케이션을 겪는 중
| 일본 같지 않다는 일본 속 일본 같지 않은 숙소
숙소가 있는 도부츠엔마에상점가와 산노 시장으로 가는 길, 처음 접하는 분위기에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골목 곳곳에서 들려오는 가라오케 소리 덕분에 드디어 이곳에 도착했다는 현실감이 든다.
OMO 7과 함께 고민하다가 로컬 분위기를 체험하고자 선택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레이트 체크인이라 문이 닫혀 있었는데 여기 묵고 있는 빨간머리의 '서양인'에게 도움을 받고 출입한다.
"어? 나 일본에 있는 거 맞아? 이게 뭐야?"
예상과는 달리 늦은 시간인데도 내부는 북적였다. 서양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일본의 전형적인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 순간 여기가 일본이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어리둥절해하며 서 있던 순간, 한 일본인 스태프가 유창하게 영어로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보통 일본에서는 영어로 물어도 일본어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낙후 지역이라는 니시나리에서 마주친 첫 일본인이 영어를 이렇게 술술 한다고???). 일본에서의 첫 저녁에 일본인과 영어로 “나이스 투 밋츄, 마이 네임 이즈 땡땡땡,” 같은 형식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름은 후유 상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배가 고팠기에, 그런이런저런 분위기는 잠시 뒤로하고 방에 짐을 재빨리 풀고 뭘 좀 먹으러 나섰다. 나가는 길에 퇴근 중인 후유상을 다시 마주쳤다. 혹시 이 시간에 문 연 곳이 있을까 물으니, 구글맵으로 바로 '토비타 식당'을 찾아 추천해 주셨다.
처음에 ‘토비타’라는 이름 때문에 잠깐 ‘응?’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오사카 최대의 유곽 지역이라는 ‘토비타신치’가 있기 때문. ‘飛田(토비타)’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관련 역사를 찾아보면 주로 토비타신치와 현재는 없어진 토비타 철도 정류장(토비타 테이류죠) 정도가 나올 뿐이어서, ‘토비타’는 보통 이 유곽 지역을 지칭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 식당으로
암튼 숙소에서 약 240미터 3분 거리라 구글맵 보며, 영업 종료 후 시간 대 니시나리 가라오케 아케이드의 분위기를 살피며 식당으로 향한다.
영화 <실종>의 오프닝인데, 영화 속에서는 아마도 이 아케이드 안 '타마데' 슈퍼마켓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촬영스폿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식당으로 가는 길도 꽤나 비슷한 느낌이 나서 영화를 기억하며 거닐었다. 처음 도착했던 9시 30분 즘에는 꽤나 사람들이 많았는데 10시가 넘으니 인적도 좀 없어지고 거의 모든 가게들이 다 닫아 거리엔 적막이 흘렀다.
| 토비타 식당 모습과 메뉴
슬럼가 옆이라 그런지 여기는 대부분 허름한 느낌의 가게들이 대부분일 것 같은 느낌인데, 길가 끝 코너에 위치한 이 식당은 외관이 꽤나 깔끔했다. 외관 모습을 보니 나름 신식인 것 같다. 간판의 가게 이름 옆엔 메시(밥), 톤지루(돼지고기 된장국)라고 적혀 있는 곳을 보니 시그니처 메뉴인가 보다. 일본식 가정식 느낌이 아닌가 싶다.
문 열고 들어가니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카운터와 문 없이 트인 좌식 자리로 구성된 매우 익숙한 구조와 느낌의 이자카야 같은 공간이다. 굉장히 깔끔했다. 전혀 슬럼가 근처의 식당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지역에 묵게 되어 깔끔한 곳이 가고 싶다면 좋은 선택일 것 같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진 몰라도 좌식 좌석에 가족으로 보이는 한 팀만이 단란하니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카운터 자리로 안내받았다. 아이스크림도 전문인지 외부와 내부에도 아이스크림 관련 포스터들이 많다. 달콤하니 사르르 녹아들 것 같지만 혈당 안정화를 위해 난 패스.
언제까지 영업하는지 물으니 자정 (12시)까지라고 한다. 사진 좀 찍어도 되냐 물으니 "이 쓰요 ↘ ↗ ~" 하며 흔쾌히 승낙하신다. 과하지 않고 깔끔하니 적당히 거리 있게 친절한 느낌? 이 분의 말투가 갠적으로 꽤나 좋았다. I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외국인들도 꽤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라 그런지 영어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대표 메뉴인 1번 돼지고기 된장국을 필두로 전반적으로 기본적이고 서민적인 일본 경양식과 가정식이 주를 이루는 느낌이다.
나폴리탄도 메뉴에 있어서 살짝 끌렸지만, 더 눈에 들어온 건 7번의 '레바니라'.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 일본식 중화요리들도 맛보는 게 중요 목표였는데, 그중 하나가 니라레바(간부추볶음)였다.
오사카로 오면서 비행기에서부터 동네 맛있는 중화요릿집을 어떻게 찾아볼지 고민했는데, 여기에서 딱 그 메뉴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암튼, 순간 헷갈려서 "니바레라"라고 주문했더니 바로 알아듣고 "레바니라, 네?" 하고 되묻는다. (레바니라, 니라레바… 같은 의미이니, 내가 ‘니바레라’라고 해도 바로 알아듣는 듯 ㅋ) 워낙 대중적인 메뉴다 보니 어떤 발음으로 말해도 금방 알아듣는 것 같다. 정식 세트를 추천해 주길래 그렇게 주문했다. 단품들이랑 정식은 한 100~200엔 차이 정도로 예상된다.
당시 배고픈 나로서는 밥까지 나오니 오히려 좋았다. 현금 결제고 영수증은 버린 후라 저 800엔의 가격이 세전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여행 전 들었던 니시나리 지역 치고는 아주 싸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근데 그마저도 조금 (좁쌀만큼) 사치하는 느낌이랄까? 오사카 내 다른 관광지와 비교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가게도 이렇게 잘 관리되어 있는데 저 가격이면 혜자라고 본다.
| 가정식 한끼
우왕~ 맛있겠다! 먹기도 전부터 숙주의 아삭함과 저넘들을 싹 돠 스까 먹을게 기대된다. 비율 대비 밥이 많긴 하다.
간판에까지 언급된 시그니쳐, 돼지고기 된장국도 옆에 있다. 고깃국물의 특유한 담백함과 쫍쪼름이 어우러진 솔직한 맛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와카코와 술'에서 와카코가 "풋, 슈~"하며 담백하게 음미하는 그 느낌이 떠오른다. 다만 이건 술이 아니라 장국일뿐.
한 상차림으로 샐러드, 무조림, 단무지가 함께 나온다. 무우 오른쪽에 놓인 돼지고기 부위(정확한 부위는 모르겠지만)는 쫄깃하고 아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오사카 여행 중 유일하게 맛본 일본식 단무지 ‘닥꽝’도 소소하게 좋았다. 한국의 단무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달짝지근한 일본 가정식 백반 한 상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결과적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레바니라는 구운 간의 퍽퍽한 식감을 야채들의 아삭함이 적절하니 '이븐'하게 중화해 준다. 역시 밥과 함께 국물, 그리고 비빔의 민족답게 다른 반찬들을 이것저것 함께 섞어 먹는 맛이 좋다. 일본 특유의 단짠 조화가 이 요리에도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다.
| 간부추볶음, 레바니라? 니라레바?
'레바니라 レバニラ ' 혹은 '니라레바 ニラレバ '는 돼지나 소의 간과 부추를 소금, 간장 등으로 간단히 볶아낸 일본식 중화요리다. 한국의 짜장면이나 짬뽕처럼 중화요리가 일본식으로 재해석된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군만두, 라멘, 나가사키 짬뽕 등). 특히 레바니라는 꽤나 대중적이며 서도 '간' 때문에 그런지 스태미나 음식으로 인식되어, 꼭 중화요리 식당이 아닌 이런 일반 식당에서도 제공할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레바’는 ‘간’을 의미하는 일본어 표현으로, 영어의 ‘liver’에서 온 단어이고, ‘니라’는 ‘부추’를 뜻한다. 일본인들조차도 ‘레바니라’인지 ‘니라레바’인지 명칭을 왔다리 갔다리 하게 된 이유는 60-7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만화 <천재 바카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아빠 캐릭터가 항상 명칭을 반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그래서 니라레바를 레바니라로 부름)
레바니라 관련은 한 두 개가 아닌 것 같지만 만화의 관련한 한 에피소드를 간단히 번역해 보면:
단순히 이름만 바꿔 부르는 게 이 만화의 웃음 포인트였는데, 이 장난이 크게 인기를 끌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레바니라'와 '니라레바'를 혼동하게 되었고 지금도 일본인들 사이에서 두 명칭이 뒤섞여 사용되는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2019년에 일본에서 “당신은 니라레바파인가, 레바니라파인가?”라는 주제로 전국 설문조사도 진행된 적이 있다. 총 555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 압도적으로 ‘레바니라’파가 승리했다고 한다. 원래 정식 명칭은 ‘니라레바’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레바니라’가 대중에게 더 익숙해진 것. 이제는 ‘레바니라’도 표준 표현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오사카 지역에서는 거의 ‘레바니라’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고 한다.
매체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뜻밖의 깔끔한 니시나리의 한 식당에서 늦은 저녁 식사와 목표 중 하나였던 일본식 중화요리를 만족스럽게 즐기고 나서 다시 한번 식당 외관을 찍어본다. 오사카에서의 첫 일정.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게 게스트하우스의 후유상 덕분,
"신세가 많았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 니시나리, 밤 11시
밥 먹고 숙소 가려니 애써 온 이 밤이 뭔가 아쉬워 이곳 아케이드 명물인 가라오케 바에 가보려고 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 대부분 문을 닫았는데, 신이마미역에서 내려올 때 기억이 났던 카라오케 바가 하나 있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 본다. 방문한 동네의 로컬 느낌을 느끼기에 외진 이자카야나 가라오케 바 같은 곳만큼 적절한 곳도 없다.
통영여행 전 가슴을 뛰게 만드는 키워드 두 개는 단연 복국과 다찌(실비)다. 복국은 언제나 가도 그때 그 느낌이지만 다찌는 항상 뭔가가 바뀌는 느낌이다.
주말에 통영 다찌 골목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인파와 차량으로 북적였고, 간신히 자리를 찾아갔지만, 요즘 다찌는 한정식 코스처럼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라 실망스러웠다. 예전에는 메뉴가 정해지지 않고, 사장님이 그날의 신선한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내주던 그 묘한 기대감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 재미가 사라진 듯하다.
최근 '반다찌'라는 단어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다찌보다 저렴한 2~4만원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코스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그만큼 다찌의 자유로움과 낭만이 줄어든 것이 아쉽다. 암튼 전 날 다찌집의 한정식 코스 느낌을 다시 경험하기는 너무 싫어서 일부러 네이버 리뷰를 통해 요즘 잘 나가는 집들을 최대한 걸렀고, 오히려 리뷰가 별로 없거나 옛 시절 느낌이 나는 곳 기준으로 찾다가 '통나무 다찌'라는 곳을 찾았다. 어제저녁 다찌 골목을 돌다가 눈여겨봤던 곳이기도 하다. 평일 저녁이라 한산한 지 전화해 보니 그냥 오라고 하신다.
주차는 근처 어딘가에 해야해서 자리를 하나 찾았는데 한번 가보고 싶었던 부일식당! 이미 문을 닫아서 그 앞에 주차를 한다.
무언가 90,2000년대에서 본 듯한 옛날 식 네온사인의 범벅, 가게 이름이 여기저기 남발식으로 써져 있다. 심지어 색상이 튀지가 않아 '통나무'가 아닌 '통니무'로 읽힌다. 이때 느낌이 왔다. "여기는 모! 아니면 도! 다" 하지만 '모' 쪽으로 느낌이 쏠린다.
입구 문 열고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아... 옛 느낌이다. 문에 있는 서체나 색상들이나 너무 옛 느낌이다. 좋다. 기대된다.
가게는 선선했다. 뭔 날인지 세 테이블 정도 있었는데 모두 커플. 나이는 매우 다양. 30, 40, 50대 정도. 가격은 1인당 4만원이다.
가게도 딱 옛날 느낌이다. 2000년대 초반에 술집 가면 이런 느낌인 곳 많았던 것 같은데. 오른쪽 위 테이블 커플은 약간 상남자 스타일의 아저씨였는데, 우리가 청양고추 주문 했을 때 가게에 없었는데 그 소리 듣고 자기들도 먹고 싶어서 중간에 시장에서 사 왔다면서 우리 테이블에 잔뜩 주셨다. 감사한 분들! 우리 건너편 테이블 커플과도 많은 대화를 하셨다.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의 형태도 뭔가 옛날 느낌. 커튼도 눈에 들어 온다. (나 이런 거 너무 좋아함)
다찌문화의 설명도 걸려 있다. 옛날 통영 다찌 집에서 사장님이 오늘은 이게 좋다, 이게 많이 들어왔다, 오늘은 특별히 주는 거야 등등하시며 음식 깔아주던 좋은 기억이 스멀스멀 스쳐갔다.
먼저 나온 채소 접시. 고추는 맵지 않다. 청양 고추가 엄청 마려웠다. 일단 애퍼타이저로 배추 한 잎 사각사각 먹어준다.
회무침?
남해 여행 때 지겹도록 먹었던 멸치회무침인데 오랜만에 먹으니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다. 시작의 느낌이 좋다.
병어회가 나온다. 저 소스에 찍어 먹고 이 차디찬 살얼음 같은 식감, 이 한 입으로 이 가게에 온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다! 냉기가 가시기 전에 다 먹고 싶은데, 앞으로 또 어느 음식들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니 자제를 자제를 하고 싶어도...
하.. 절편... 떡... 꿀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부드러우면서도 찌걱찌적 쩍쩍 입천장에 달라붙는 그 쫄깃한 잘 만든 떡 특유의 식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떡 먹으면 배불러서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계속 손이 갔다. 나중에 다른 음식 먹고 다 식은 채로 먹었는데도 맛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와중에 저 떡이 또 생각난다. 그래도 바로 먹어야 제 맛이다.
한번 삶았냐 싶은 오징어가 나온다. 싱싱함이 느껴진다. 그래. 이렇게 한접시, 한 접시 요리가 나오는 느낌이 좋다. 어제처럼, 정식 코스처럼, 레디메이드처럼 다다다 다닥 준비되어 후다다다닥 세팅되는 다찌는 별로 먹고 싶지 않다.
이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하다.
이번엔 또 뭔가 했더니 아나고 (붕장어)와 전어 회가 나온다. 맛을 말해 뭐 해. 고소함과 식감이 죽이는 조합이다. 다시 흡입.
키야, 해산물 모듬. 이번 여행에 돌멍게를 제대로 못 먹은 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멍게는 맛있다. 그리고 쟤네들 전부 식감 깡패들이라. 뭐라 더 표현할 말이 없다.
후우... 맛있게 먹고 있는 중.
대각선 테이블에서 주신 청양고추. 느무느무 감사했어요~!!!
소라 회가 저렇게 살짝 닫혀 있어서 입구를 젓가락으로 툭 쳐주니,
안의 내용물이 이미 깔끔하게 손질이 되어 후두둑 튀어나온다. 식감 깡패.
싱싱한 해산물들의 향연이 끝났다 보다. 생선 구이가 나온다. 돔 종류였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 데 암튼 맛있었다. 바로 조리한 거라 껍질은 또 빠삭!. 일단 저 정도의 스테이지면 맛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어 나온 전. 뭔가 바로바로 조리되자 마자 나오는 그 맛이 참 좋은 곳이다. 나오자마자 먹는 맛이 참 기가 막히다.
서비스로 주신 멍게 비빔밥. 와.. 지금까지 먹은 걸로도 대만족인데 이것까지 먹고 갈 줄이야!
스까!
한구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묵은지. 김치.
묵은지와 한입. 쥑임.
이내 나오는 미역국. 통영에서도 미역국은 항상 기대됨.
생선 미역국이었는데 이 생선으로 맛 낸 거라고 뭐라 뭐라 친절히 설명해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맛있었던 기억은 아직도 뇌리에 꽂혀 있다.
이것이 천국.
어차피 술은 못 마시니 킨 사이다!. 정말 참다 참다 이럴 때 한번 빗장 풀고 마셔주는 탄산의 맛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 소중한 순간에만 마시는 청량음료. 청량음료의 맛은 너무 강하다 보니 그동안 먹었던 음식들의 아쉬움을 한방에 쓸어 준다. 이젠 갈 시간이라고. 이 보다 더 좋은 디저트가 있으랴.
음식마다 나오면 물어볼 때 친절하게 설명해 수진 점도 좋았다. 특히 가게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는 듯 느낌이지만 동시에 과하지 않은 설명! 손님 입장에선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커플 2인석들만 옹기종기 자리 잡은 느낌도 참 좋았다. 30~50대들의 모임. 계산하고 내려가니 계단 위에 이런 것 도 보인다.
대한민국 래트로 감성
안녕 통나무!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옛날 느낌의 다찌집의 경험을 주어서 좋았던 집.
숙소에 돌아오니 달이 참 동그랗고 강하다. 참 좋은 한 끼를 먹은 통영에서의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오사카에서의 이틀 여행. 그 짧은 일정 동안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인상 깊게 봤던 오사카 배경 영화와 드라마들이 주로 니시나리 지역에서 촬영된 걸 떠올렸다. 그래서 니시나리를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급히 짰다.
니시나리 지역에 대해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제발 절대 가지 마세요", "일본 최악의 빈민촌", "일본 최대의 슬럼가"라고 소개하는 걸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그냥 조금 지저분한 정도일 뿐,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오히려 색다른 풍경과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궁금하다면 키워드로 "니시나리+가마가사키"와 "니시나리+아이린"을 검색해 보면 된다.
쨋든, 영화 <오사카 소녀>에서 인상 깊었던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스케로쿠(助六) 우동집이었다. 영화 속에서 짧게 등장하지만, 그 외관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니시나리 산왕( 山王 ,Sanno) 시장에 위치한 이 가게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옛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이시하라 타카히로 감독의 영화들이 대부분 오사카에서 촬영되었는데, 이 영화도 니시나리 일대에서 촬영된 것 같다.
잉? 산왕?
아, 물론 그 슬램덩크의 산왕공고와는 전혀 관계없다. 완전 다른 지역.
타베로그와 구글리뷰, 유튜브 리뷰를 보았을 때 아래와 같은 인상 깊었던 키워드들이 있었다.
영화세트 같은, 쇼와시대로 타임슬립, 부드러운 오사카의 맛, 옛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레트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기울어져 있는 의자, 용기를 내어 들어가자 (너무 노포 같은 느낌이라 문 닫은 줄들 알아서 그런 듯) 등등
| 첫 날 방문: 외관과 내부
스케로쿠 우동집은 외관만 봐도 영화 세트처럼, 딱 내가 좋아하는 노포의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이곳은 아침 8시 30분에 열고 오후 2시 30분에 닫는다. 이런 가게들이 보통 일찍 닫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재료가 일찍 소진되거나,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운영하거나. 어쨌든, 이런 가게는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니시나리의 아침은 독특한 느낌이었다. 어젯밤 늦게 도착해 피곤했지만, 어느새부턴가 아침형 인간으로 변해버린 나는 자연스럽게 5시에 눈이 떠졌다. 신기한 숙소 곳곳을 둘러보고, 비영업 시간의 토비타신치 유곽, 가라오케 아케이드, 슬럼가 등을 탐방하며 8시에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니시나리 윗동네인 신세카이까지 산책하며 영화 촬영지들도 방문했다.
아침식사에서 채운 배를 충분히 비운 뒤 점심을 위해 찾은 이번 오사카 여행 최고의 하이라이트 계획 두 개 중 하나였던 스케로쿠, 아침과는 달리 영업 중임을 알리는 노렌(입구의 천으로 된 팔랑이 커튼)이 달려 있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 자전거(오른쪽)도 <오사카소녀, 2019년> 때와는 달라 보인다.
그동안 일본에서 지겹도록 겪은 '줄서기'에 대한 피로감이 있어서, 이곳도 혹시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 아닐까? 또 이른 종료 시간의 압박까지 더해지니, 점심시간인 12시 56분쯤 가면 줄을 서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가게에 도착해 보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사장님께서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내부를 둘러보니, 리뷰에서 본 일본인들이 말하는 그 '쇼와 시대'의 레트로 감성이 무엇인지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옛날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가게는 작지만 아늑했고, 대략 두 테이블 정도로 7~8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신 물 한 잔도 어딘가 소박하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이쿠! 엉덩이가 살짝쿵 들어갈 정도로 자리가 꺼져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나무 특유의 딱딱함과 함께 홈이 엉덩이 형태처럼 패여 있는 느낌이 있었다. 리뷰에서 봤던 그 살짝 기울어진 의자라는 묘사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7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며 남긴 흔적이, 의자에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랜 시간이 새겨진 듯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무언가 묘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왼쪽에는 모든 메뉴가 적혀있다 (오른쪽은 우동, 왼쪽은 덮밥과 소바 같은 그 외 메뉴. 판의 뒷켠은 주방으로 아주 살짝 안이 보인다). 일어 옆의 작은 글씨는 영어라 외국인에게도 접근성이 좋고 세후 가격으로 적혀 있다. 수요일은 정기 휴일인 것 같고, 리뷰에서 보던 파리종이(파리 끈끈이)도 보인다! 저거였구나! (사진 상 우측 상단 메뉴판을 가리며 내려온 넥타이 형태의 브라운 색)
저 1인 용 테이블도 레트로 감성 듬뿍인데 손님용 의자는 아닌 듯 싶다. 와... 우측의 저 양철 바구니는 또 뭔데!
항상 출퇴근하시는 모습을 보니 사장님은 이곳에서 생활하시진 않는 듯했다. 왼쪽 방처럼 보이는 공간은 사장님의 휴식처인 것 같았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 사장님은 그 방에 걸터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계셨다. 비록 모든 것이 오래되었지만, 가게 자체는 잘 관리되어 있어 지저분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노포라도 내버려 둔 느낌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관리되고 있는 가게가 더 좋다. 방치된 것이 아니라, 계속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듯한 가게는 그 안에 주인장과 손님들의 기억들이 스며들어 있어 더 특별하다. 그게 이런 가게들의 최고의 양념이다.
선풍기도 뭔가 옛날 느낌 (리뷰 보니 한 여름엔 에어컨 빵빵 틀어준다고 함 ㅎㅎ)
선풍기 아래 우측 벽. 설치한지 얼마 안 돼 보이는 휴지 거치대가 인상적이다.
오기 전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중간에 저 550엔짜리 키츠네 우동을 주문했다. 5천 원 정도?
장난감 가게에 온 어른아이처럼 가게 내부를 흥미롭게 계속 구경했다. 내 바로 앞에는 오랜 시간을 대변해 주는 듯한, 마치 인생의 풍파를 함께 견딘 노부부 같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특히 왼쪽 의자는 프레임과 등받이가 부러져 나간 듯 보였지만, 다시 봉합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른쪽 의자 역시 등받이가 삐져 나올 듯한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장나기도 했지만, 서로의 자리를 지키고 함께해 온 모습이 꼭 오래된 노부부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
진짜 옛날에나 보던 저 컵. 소박하다. 그리고 테이블의 저 긁힌 흔적들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역사와 수명을 보여주는 듯하다.
양념이라곤 간단하게 일곱 가지 맛의 고추인 시(7)치미와 한 가지 맛의 고추인 이(1)치미. 특별히 만들 것 같지는 않고 조촐한 느낌이 좋다.
| 키츠네 우동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키츠네 우동. 역시 비주얼도 가게와 참 잘 어우러지듯 소박하다. 이 집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소박해 보이는 5천 원짜리 우동 한상. 물 한 컵과 우동 한 그릇이 전부였다. 일본이 단짠의 성지라서, 짠 국물을 예상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의외로 슴슴한 맛에 놀랐다. 면발은 쫄깃할 줄 알았지만, 부드러웠다. 그렇다고 너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이게 리뷰에서 말하던 오사카의 부드러운 맛일까?' 싶었지만, 오사카에서 먹어본 우동이 이 한 그릇뿐이라 쉽게 단정할 수는 없었다. 어묵도 적당히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이었고, 전체적으로 슴슴한 맛 속에서 유독 유부가 꽤 달콤했다. 만약 단무지가 없어 허전하신 분들에게는 이 달콤한 유부가 충분히 그 역할을 대신해 줄 것 같다.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심심해졌을 때 즘 이치미를 뿌려 본다. 혼합되지 않은 고추 본연의 맛이 좋다. 특히 국물의 맛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저 감칠맛나게 도와줄 뿐.
시치미 투하. 이젠 거의 다 먹었으니 갈 때까지 가자는 것. 세 번의 맛의 변화를 음미한다.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시치미야 MSG 뿌리는 거랑 다를 게 없으니. 전체적으로 그냥 소박하다는 단어에 딱 어울릴 만한 맛이다. 가게의 분위기와 이 소박한 맛이 어우러져 꽤나 좋은 하모니를 연출한다. 이것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 점이다.
한 그릇 뚝딱 했다. 양은 일반인에겐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데 나 같은 소식인에게는 딱 괜찮은 한 그릇이었다. 여긴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면은 일단 먹었으니 인터넷에서 봤던 그 덮밥을 먹으러 내일 다시 올 예정. 일정이 짧기도 하거니와 여행 시 한 집 두 번은 잘 안 가게 되는데 이곳은 정말 예외였다. 그렇게 맛이 있어서 또 먹고 싶은 그런게 아닌데도 말이다.
| 두 번째 방문
갑작스러운 여행의 일정에 몸이 힘들었는지 다음 날은 좀 늦게(?) 6시경 (ㅜ-ㅡ) 눈을 떴다. 7시 즈음 니시나리 슬럼가를 정처없이 방황했다.
그리고 8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재방문을 위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주 낯익은 분이 자전거를 타고 내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며 스쳐갔다, 난처한 표정으로. 쓰케로쿠 사장님이었던 듯한데... 설마설마 어쨌든 우동집에 도착!
역시 문은 닫혀 있고 사장님의 자전거도 없다!!! 노렌도 없고. 아까 본 분이 사장님이 맞았던 것이다. 가게 앞에서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포기하고 숙소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너무너무 아쉬웠다.
진짜 너무너무 (ㅠ_ㅠ). 니시나리에서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식사는 이렇게 날아가는 것인가!
언젠가 오사카에 다시 올 일이 있으면 꼭 또 와야지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아케이드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아까 봤던 할아버지 사장님이 자전거 앞 소쿠리에 파와 식재료들을 담고, 아까와는 반대 방향으로 바쁘게 가고 계셨다. 그 방향이 스케로쿠 쪽이었다. '아, 저건 사장님이 맞다!' 싶어서 나도 다시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마도 식재료를 깜빡하신 것 같았다.
8시 47분에 다시 가 보니 자전거도 세워져 있었다. ദ്ദി( ◠‿◠ ) 기쁨! 근데 노렌이 없다. 그래도 입구 문잡이에 자물쇠는 풀려 있어 문을 열어 보았다. 근데 웬걸. 안에서 잠겨 있어 잡아당겨보니 철컹철컹 거리만 할 뿐이다. (;☉_☉) 안에도 도어록이 있는 듯. 근데 그 순간 철컥 자물쇄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사장님이 안에서 문을 여신다. 지금 들어가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들어오라고 하신다! 서로 당황한 모습이었다. ( ‾́ ◡ ‾́ )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뜻하지 않은 첫 손님이니 나 하나밖에 없었다. 꼴에 한 번 와봤다고 꺼진 자리가 단골 마냥 이내 익숙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물이 아닌 오차가 나왔다. 왼쪽의 저 물과 차 보냉병의 위치가 어제와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 암튼 개장 준비가 아직 덜 되었는지 오늘은 책을 읽지 않으시고 대부분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셨다.
두 번이나 온 이유는 위 유튜브에서 본 덮밥이 참 맛있게 보여서다. 좋아하는 파도 파이지만 어제 먹었던 심심한 듯 안심심한 어묵의 맛도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소고기덮밥) 타닌동을 시켰는데 사장님이 알았다고 하신 뒤 뒤돌아 주방으로 가기 바로 전 갑자기 앗따마(머리)를 왼쪽 손바닥으로 툭 치며 ("아이고"의 느낌) 소리를 내신다. "아!" =͟͟͞͞(꒪ᗜ꒪ ‧̣̥̇). 지금 밥을 안 지어놔서 안된다고 하신다 ㅜㅜ, ━=͟͟͞͞(Ŏ◊Ŏ ‧̣̥̇)━ 면은 되니 타닌우동은 된다고 ㅜㅜ. 우아.. 덮밥 너무 먹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우동으로 시킨다. ( ⩌_⩌)
너무너무너무 아쉬웠다...ㅜㅜ ( ・ᯅ・ ) ㅠㅠ 암튼 오늘 여러모로 잊은 게 많으신 날인가 보다. 그래도 닫혀 있던 가게가 연게 어디냐 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 타인우동
쨋든 나온 고기 우동. 어제는 흰 그릇이었는데 오늘은 검은 그릇이다. 흑백우동! (꒪⌓꒪) 고기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 있다. 세후 700엔이니 대충 6,7천 원 짜린데 내용물이 좋다. 오야코동이 닭고기와 달걀을 사용하고, 타닌동은 소고기와 달걀이 들어간다. " 타닌(他人)"은 다른 사람인 '타인'을 의미하는데 소고기(소)와 달걀이 가족 관계가 아닌 '타인'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소박한 량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그닥 아끼지는 않은 느낌이다. 보다시피 기교 없이 본연에 충실하고 솔직한 맛이다.
계란은 당연히 맛있고, 국물은 어제 키츠네 우동과 달리 담백~하고 살짝 고소하다. 아마도 고기가 섞여 우러난 맛이어서 그런가 보다. 어제처럼 유부를 먹기 전엔 못 느꼈던 달달함도 전체적으로 묻어 있다.
보통 저런 음식에 나오는 고기들은 들러리들이 많아서 건너뛰기도 하는데 여기는 이 음식의 중요한 한 요소처럼 느껴졌다. 아침식사임에도 부담 없이 맛있다. 하아... 이거에 덮밥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면발은 어제와 동일하다. 갠적으로 좋아하는 쫩쫍(?)한 식감은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맛. 특별할 것은 없다. 그냥 맛있고 분위기가 좋으니 또 빠져든다.
슴슴하지 않고 담백한 맛 때문이었을까? 오늘은 이치미에 이어 시치미를 일찍 투하한다.
덮밥 못 먹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한 그릇 뚝딱. 맛있기도 했고 양도 많진 않아서 좋았다. 강화도의 강화집 곰탕 분량 정도라면 대충 맞을 것 같다. 서로 다른 맛이지만 가게도 그렇고 전체적인 느낌이 약간 비슷했다.
우동을 먹는 동안, 사장님과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서로가 각자의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굳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그곳엔 편안한 적막이 흘렀다. 유튜브에서 본 리뷰에선 사장님이 말을 걸면 친절히 응대해 주시던 것을 보아, 말만 걸었더라면 다른 분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전날 밤, 가라오케 바에서 마마상과 주고받던 그 시끌벅적한 대화도 좋았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고요한 순간들은 그 나름대로의 깊은 안락함이 있었다. 4년 전 리뷰를 보니 원래는 노부부가 운영하던 가게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이틀 동안은 할아버지 혼자였다. 가게 안에서 책을 읽고 계신 그 모습이,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마치 그곳이 책 속의 한 장면처럼.
요즘 많이 쓰는 표현처럼 찢고, 미치고, 기절할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사실, 내 인생 그런 맛을 살면서 맛본 적은 거의 없다. 태어나 처음 먹은 김치볶음밥이나, 항암 치료 때문에 미각을 아주 오랫동안 상실했던 후 처음으로 먹은 라면 정도가 기억에 남을까. 그래도 이곳은 충분히 괜찮았 곳이다. 맛뿐만 아니라 그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나에게는 다채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못 먹은 덮밥이 아쉽긴 했지만, 어쩌면 그 30%의 아쉬움 덕분에 다시 이곳에 올 이유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오사카에 다시 오면,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굳이 다시 찾아올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식당을 뒤로하고, 체크아웃을 위해 5분 남짓한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가게의 시장지역을 바로 건너면 또 저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좌측의 옛 목욕탕? 온천시설?이었던 듯한 기둥이 참 인상적이다. 그냥 지역 자체가 레트로 감성천국이다.
| 메뉴정보
외관에 걸려 있는 메뉴 정보. 아마 이 아이들이 간판 메뉴가 아닐까 싶다.
안쪽의 풀 메뉴 1)이다. 전제척인 가격대는 500~700엔이다. 우측은 면 메뉴. 파리끈끈이에 가려진 건 아마 (튀김) 타누키 우동인 듯.
안쪽의 풀 메뉴 2)이다. 좌측이 우동을 제외한 소바, 밥 메뉴다. 덮밥은 800엔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니시나리 지역자체가 숙소 값이 워낙 싸서 중장기 체류하는 여행객들도 특히 많다. 그래서 이를 반영하여 영어 메뉴판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곳의 영업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전거는 있는데 노렌(천 팔랑이)이 없다면 = 준비 중. 자전거도 있고 노렌이 걸려 있다면 = 영업 중. 자전거도 없고 노렌도 없다면 = 영업 종료다. 마치 이 가게만의 작은 신호처럼, 그렇게 사장님은 우리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알려주고 있었다.
| 웹리뷰들:
아래는 타베로그와 구글리뷰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코멘트 모음이다.
"74년의 영업.. 외관의 임팩트는 방문한 쇼와 식당 중 3손가락 (기타센주 후타코주시 , 효고구 이세야(폐점))" '24.2
여행을 할 때면 항상 지역 시장을 찾아가게 된다. 물론 번쩍이는 관광 명소들도 좋지만, 시장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 일상, 음식, 전통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활기가 넘치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마치 그 지역의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장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그 지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곳에서 음식을 먹어보려고 하는데, 그 경험이야말로 여행의 개인적인 묘미 중 하나다.
후쿠오카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식당들만 나왔지만, 나는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지의 고유한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쿠오카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1층에 이른 아침부터 식사할 수 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기대를 안고 그곳을 찾았다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시장'이라기보다는 '시장 회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관은 마치 공무원 청사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빌딩 같았다. 도매 시장이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어시장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일반인에게 개방된다고 하니 다음엔 꼭 그날을 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꼭대기 13층에 무료 전망대가 있다니, 나름대로 그 곳만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 후쿠오카 토요일 아침 6시 30분
오전 일정인 이토시마 행 첫 버스가 오전 9시 52분이니 아침 일찍 나가하마 선어시장에서 식사를 하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숙소에서 시장까지는 약 2km 거리라, 조용한 도심을 산책하며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6시30분 즘 밖에 나와 보니 하늘은 여행기간 내내 이어진다는 비 소식처럼 여전히 흐릿했다.
이른 아침의 후쿠오카 번화가는 어젯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북적이던 돈키호테와 이치란 라멘 본점 앞도 한산했고, 거리의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스냅사진을 찍기에도 딱 좋았다.
오후나 저녁이 되면 분명히 다시 활기로 가득 찰 이곳이지만, 아침의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 이런 고요한 아침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순간이 꽤 편하게 다가왔다.
| 나가하마 선어시장 시장회관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시장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 챙기는게 귀찮긴 하지만) 나는 여행 중에 비가 오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빗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며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곧 있을 이토시마 바다 구경도 기대가 되었다. 폭우 속에 펼쳐질 바다는 분명히 아름다울 거라고 상상하며 시장에 가까워졌다.
입구로 들어가자 로비가 휑하게 펼쳐졌다. 어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조금은 단조로운 분위기에 의아했지만, 로비 오른쪽에 학생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중앙으로 직진하니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위 링크) 나가하마 선어시장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식당 안내와 함께 어시장 전체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유용했다. 요즘 번역기 덕분에 언어의 장벽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 여행 중에도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시장 회관에는 총 8개의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있다고 했는데, 공홈에 따르면 7개의 식당만 영업 중이라고 하니 아마도 '카레야 사라짱(カレー屋サラ ちゃん) '은 운영하지 않는 듯하다. 쨋든 1층 식당가의 규모는 크지 않아서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식당을 고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오늘 방문한 곳은 '하카타 우오가시 (博多魚がし) 시장회관점'. 7시 15분경에 도착했는데 벌써 웨이팅이 걸려 있어 살짝 당황했다. 이.시.간.에.도.웨.이.팅.이.라.고??? (아니 7시에 문 연다면서욧!)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맛이 보장된다는 의미일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좌측에 붙어 있는 마츠리 관련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라는 축제로, 7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큰 규모의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연례 마츠리라고 한다.
다녀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하필 이 날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날이어서 이토시마 바다 구경 후 후쿠오카 도심으로 돌아와 보니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 버렸다. 그 덕분에 먹고 싶었던 우동도 못 먹고…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영어 메뉴도 있고 사진 메뉴도 있어서 미리 고르면 나중에 주문할 때 도움이 된다. 나중에 들어가서 보니 노부부 두 분이서 하드캐리하는 음식점이다. 다른 종업원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주문, 요리, 계산까지 이 두 분 체제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싯가 상관 없이 (당시 엔저 최저치...) 후쿠오카 오기 전부터 내 페이버릿인 성게를 무조건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성게카이센돈으로 메뉴를 정했다. 그냥 이거 사진 찍어서 할무이 사장님 주문받으실 때 "고레 니 시마스"하고 주문 끝 ㅎ. 위 보면 제철생선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는 안내가 있는데 역시 이게 시장 식당의 매력이다.
웨이팅 하며 앉아 있으면서 정면 바라보고 찍은 건데 어류 도감이 보인다. 좌측에 홍어 같은 가오리들이 보이는데 일본에서도 홍어를 먹나?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사진은 웨이팅 하면서 오른쪽을 바라본 사진이다. 많은 사인들이 벽에 보이고, 좌측이 계산하는 곳이다. 주문받던 할무이 사장님이 계산할 때 저곳으로 오신다. 이 이전 내 앞에 어르신 커플 한 팀이 있었고, 나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혼밥 아저씨 한 분이 있었다.
순간 서로 살짝 눈이 마주치자 그분은 구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먼저 앉으라고 손짓을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하며 먼저 웨이팅 자리에 앉았다. 10분 정도 웨이팅 후 카운터석으로안내받았다.
그 순간 느끼기에, 그 자리에 외국인은 나 혼자뿐인 것 같았다. 가게 내 대부분이 일본인들로 보였고 (뭐 로컬과 후쿠오카에 국내여행 온?), 그 이방인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외국 관광객들도 방문하는 곳일 텐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치 현지 속에 조용히 스며든 듯한 느낌이랄까. 옆에 앉은 아저씨는 아침부터 시원해 보이는 병맥주를 즐기고 계셨고, 그 여유로운 모습이 어쩐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는 내가 좋아하는 우니(성게)가 보였다. 하나에 2,500엔이라니, 한화로 2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인데, 솔직히 이 정도면 꽤 저렴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몇 만 원을 주고 먹는 양과 비교해 봤을 때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온 우니 카이센돈 정식. 시장에서 먹는 저렴한 정식에 어울리게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비싼 식당들 대비 소박하면서도 알찬 매력이 있다. 옆에 나온 반찬은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우뭇가사리처럼 부드럽고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당시 엔화 초약세일 때라 한국돈으로 한 9,000원 정도 했는데 이 가격에 성게도 나오고 같이 나온 생선들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양이었다.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적당하게 아침에 먹기 좋은 한 끼였다.
미소수프는 맛있고 (당연히 좀 짜긴 한 와중에) 덜 짠맛이었다. 그리고 여기 한 두어 개 들어있던 저 어묵 조각, 쫄~깃 했다.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두 가지 소스가 있었는데, 하나는 회 찍어 먹는 간장 같았고, 다른 하나는 약간 까나리액젓 비슷한 맛이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른쪽 소스는 카이센돈용 소스였다. 두 소스를 섞어 먹어봤는데, 간장은 익숙한 맛이었고, 오른쪽 소스도 생각보다 비리지 않고 괜찮았다
손님들이 많아서 가게 전경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가게는 카운터석, 테이블석, 그리고 좌식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옆자리가 비자마자 살짝 찍어본 가게 내부는 벽 쪽에 붙은 메뉴판들이 싯가로 계속 변하는 것 같았고, 노포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원래 흰밥을 많이 안 먹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먹어버렸다. 평소에 소식하는 편이라 이 날 점심, 저녁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일반인 기준 많은 양은 아닌 듯?).
계산하고 나가는 길.
가게 밖에서 보니 들어올 때는 못 알아챘는데 TV 디스플레이가 있었다.
가게를 나와 1층을 쭉 걸어가다 보면 각 음식점들의 메뉴를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사진, 또 어떤 곳은 모형으로 메뉴를 보여준다. 오늘의 경험이 워낙 좋아서, 나중에 다시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이 1층에 있는 7개의 식당을 아침 식사로 모두 섭렵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한 번씩만 간다면 그때그때 메뉴를 고르는 정신적 고통이 클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이곳의 음식점들은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영업 시작 시간이 각각 다르다. (내가 간 곳은 7시에 오픈). 일요일에는 휴무인 곳도 많으니 방문 전에 영업 시간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원래는 70년 노포라는 오키요 식당에 가려 했는데, 내 일정 대비 너무 늦게 열어서 (오전 9시), 더 일찍 여는 옆집인 하카타 우오가시에 갔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고 가게 밖으로 나서니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멈추고, 눈앞에 너무나 푸르른 하늘이 펼쳐졌다. 비 오는 날의 분위기도 좋지만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바다를 구경할 생각을 하니 또 다른 설렘이 찾아왔다.
2017년 방문 당시 뜨거운 햇살 아래 엄청난 줄을 서서 지친 기억이 있어 처음 방문 이후 선택지에서 제외했던 한양식당. 옛날엔 욕지도에서 유일한 중식당으로 유명했는데 이제는 이 섬도 자본주의의 바람이 급속히 불었는지 중화반점이 두 개나 더 들어섰다.
리모델링을 했는지 파사드 모양새가 바뀌었다. 이렇게 건물의 옛 형태와 기억이 현재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개인적으로 좋더라. (특히나 음식점은 터나 건물이 확 바뀌면 맛도 날아가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사실 처음 방문 당시 '섬의 유일한 중식당'이란 상징성 때문에 그런지 유명세에 비해 맛은 없진 않았으나, 이 고생까지 하며 가봐야 할 집인가 싶었다.
여행 오면 무조건 현지 토속음식이나 백반 메뉴 기준이지만 욕지도 오기 전 통영에서 해산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입가심할 겸 조금 색다른 게 당겼다. 욕지도 도착하고 장보고 새로 생긴 음식점 있나 잠깐 탐색했는데 사람들로 항상 붐비던 한양식당 앞이 썰~렁~ 했다. 영업 외 시간 빼고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 첨엔 욕지도에 중화반점들이 더 생겨서 손님들이 분산된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이 식당 저 식당 가면서 들어보니 추석 연휴 동안 관광객들이 쏟아져 내린 직후 섬 전체가 조용해진 쿨 타임 상태였다고 한다. (기존 일찍 여는 집들도 조금씩 늦게 열더라...)
9:30부터 14:00까지 영업은 변함 없는데 저 웨이팅 리스트가 싹 비어있는 걸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욕지도 놀러 오면 오늘은 사람 얼마나 모였나 궁금해서라도 지나가는 곳인데 말이다.
자, 그럼 숙소에 짐 풀고 한 여름(?) 맑은 욕지도 해안드라이브 즐기며 한양식당이 위치한 욕지항으로 다시 출발~
코스는 대략 위와 같다. 욕지대송펜션에서 욕지면사무소 근처 주차장까지, 욕지일주로 5.8km 약 12분 소요되는 해안 드라이브. 영상의 시작은 바다가 잘 보이는 지점부터 (튜브 오리 캐릭터 지점)
입구도 좀 바뀐 것 같더만 안에도 쫙 레노베이션을 한 모양이다. 훨씬 청결해졌다.
이곳엔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밀키스와 탬스가 있다. 어디서 들은 소린데 유통회사 때문에 펩시콜라면 칠성사이다가 있고, 코카콜라면 스프라이트나 킨사이다가 있다고 한다. 한양식당 냉장고를 보니 칠성을 설치해서 그런 듯?
피크 시간일 12시 30분경에 방문했는데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아마도 어제까지는 손님들이 미어터졌었겠지? 여행할 때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 너무 좋다.
이것은 메뉴판. 막걸리 반입금지 사인이 재밌다. 옛날엔 그냥 당연하게 짬뽕이랑 짜장면을 시켜 먹었기 때문에 메뉴가 옛날 그대로 인지는 모르겠다.
여기 온 이유는 통영에서 너무 많이 먹은 해산물에 대한 입가심도 있지만, 통영 숙소에서 우연히 본 김숙TV 한양식당의 잡채밥을 보고 궁금해져서다. 두껍고 질긴 당면 안 좋아하는데 비주얼만 봐도 얇고 부드러워 보이는 당면이 맛있어 보였다. 다음 주문은 자장면과 짬뽕 중 고민하다가 짬뽕국물은 볶음밥에 나올 테니 짜장면으로 결정.
단무지 양파 먼저 세팅 되고. 접시도 클래식한 중국집 하얀 앞그릇에서 새 걸로 바뀐 듯하다. 검색 시 2019년까지는 옛날식 건물을 유지하고 있는 것 보니 2020년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듯? 욕지도 음식점 리모델링을 본 건 해녀김금단포차 이후 여기가 두 번째인 것 같다.
짜장면 도착.
바로 고추가루 투하하고 비빔 비빔~
하지만 비비고 맛본 후 탈락. 숨 가쁜 연휴 손님들 이후의 방전된 상태 때문일까? 음식이 좀 미지근했다. 그냥 그랬다. 옛날에도 이 맛이었나? 잘 기억나진 않는다.
잡채밥은 괜찮았다. 성공했다. 기대한 만큼이었다. 김숙티비 볼 때 상상했던 그 맛이었다. 부드러운 면에, 고기도 너무 헤비 하지 않게 적당히 섞여 있고 야채들 덕분에 식감도 좋고. 그냥 흰밥이랑 비벼도 괜찮고 달콤한 짜장이랑 셋다 같이 비벼 먹어도 괜찮았다.
여느 중국집 볶음밥 시키면 나오는 수준의 양의 짬뽕 국물도 괜찮았다. 갠적으로 파, 양파 같은 채소 많이 들은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런 건더기들이 꽤 많았던 짬뽕 국물이랑도 같이 먹어주니 괜찮았다. 둘의 밸런스가 괜찮다! 짜장면을 시키지 말고 차라리 짬뽕을 시킬 걸 그랬나.
욕지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상업화되고 관광화되는 섬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한양식당의 리모델링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처럼 보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금단해녀포차처럼 리모델링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유지하며 현대적인 매력을 더해가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욕지도 곳곳에서는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녀촌 식당은 쯔양 같은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새로운 메뉴가 등장하며, 기존의 사랑받던 메뉴보다 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또한, 욕지도 모노레일은 야심차게 시작되었으나 추락사고 이후 아직도 운행이 되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존 임도였던 도로들은 점차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다. 그 와중에 자연재해로 인한 욕지일주로의 끊김은 동시에 여기는 자연 속 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또 상기시켜 준다. 과거에는 많았던 바닷가 포장마차들도 이제는 하나만 남아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다. 욕지도는 이러한 여러 변화를 겪으며 상업화와 관광화의 흐름 속에서 옛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방문 때마다 항상 관광화가 적당히, 적절히 된 곳으로 여겨졌었고, 그래서 항상 자주 찾는 곳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번 여행은 여기도 특이점이 이미 찾아온 느낌이었다. 다만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그 아찔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 없지 그런 것은. 어찌하였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하는 이 섬은, 매력적인 요소와 함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며 계속해서 생존하고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발코니 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바다로 스며드는 흙탕물마저 운치 있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여행 중 내리는 비는 특별한 감흥을 준다. 차분하게 분위기를 잡아주고, 조금 더 깊숙이 그곳에 스며드는 느낌.
저 멀리 맹그로브 나무 하나가 바닷물에 잠식된 모습이 보이고, 바로 앞엔 하야 새 한 마리 (아마도 왜가리일까?)가 유유히 서 있다. 이 고요함이 좋다.
우산을 챙겨 들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러 타이오 마을 메인 시장 거리로 나섰다. 숙소 사장님이 건넨 우산을 쓰고, 적당한 속도로 걸음을 옯겼다.
오늘의 목적지는 타이오마을 방문 전 찾아놓았던 화기찬실 (華記餐室).
가게 이름만 봐도 뭔가 로컬 감성이 물씬풍겨오는 이곳은 홍콩 어촌 마을의 소박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뭔 뜻인지는 모름)
홍콩감성 듬뿍인 입구. 찾아보니 화기찬실은 '화씨가 운영하는 식당'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고 한다.
오픈라이스에 따르면 아침 6시에 연다고 하니 꽤나 이른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시작된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방문한 시간은 8시 38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식당은 꽤 차 있었다.
맨 끝 구석에 2인용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나름 한적하고 식당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자리라 마음에 든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이 시간에는 아직 관광색이 없을 시간대라 그런지 손님들은 거의 다 타이오 마을 로컬 주민들이 아닐까 싶었다. 내 주변은 이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나는 혼자 관광객으로 이방인의 묘한 기분을 느끼며 앉아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의 주문받기, 이제는 정겹다.
아침이라 속을 달래줄 국수를 시켰다. 원래는 피시볼을 시키려고 했는데 실수로 비프볼 누들 수프를 주문해 버렸다. 반반으로 시킬 걸 그랬나 싶었지만, 괜찮다. 홍콩 여행을 꽤 해 본 이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동네 차찬텡 같은 곳이다. 관광객이 없는 로컬 분위기 속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이 묘한 느낌이 좋다.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이곳에 잠시 소속된 듯한 그 기분.
곧 국수가 나온다. "너무 맛있어요!" "인생 맛이에요!" "무조건 드세요!" "찢었다!" 이런 건 오바고, 홍콩 어딜 가나 실패 없는 그 꾸준한 맛을 가진 그런 집인 것 같다. 국물은 구수~하고, 비프볼은 쫄깃쫄깃하며, 씹을 때 그 고소한 풍미가 좋다. 같이 나오는 아삭한 채소와, 건면 같은 그 질감의 면발, 사진에서 상상되는 그대로의 맛이다.
한국에서 칼국수 먹을 때 맑은 국물로 시작해 나중에 양념장을 넣어 맛을 변주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먹다가 매운 고추기름인 라유를 살짝 추가했다.
아... 라류의 기름진 매우맛이 입안에 훅 들어왔다가 금방 사라진다. 진리다, 라유는. (손 맛이 웬만큼 하는 집이라면) 홍콩 어딜가나 맛볼 수 있는 평균적인 홍콩분식 맛이지만,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없는 '동방불패' 같은 그 맛이다. 홍콩에서의 이른 아침, 로컬의 한복판에 앉아 느끼는 이 소박한 행복이 좋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 후, 다시 숙소로 향하며 오늘의 계획을 떠올린다. 숙소에 들려 준비를 하고 Fushan 파우산 뷰잉 포인트를 향해 가는 트레킹을 할 준비를 해야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트레킹은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여행 중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에서 현지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것, 이런 상황도 여행의 큰 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 샤틴의 신흥 맛집, 테오추(치우차우) 비스트로 (Teochew Bistro 陳鵬鵬潮汕菜館 진붕붕 조산채관)를 소개한다 (아직 네이버나 티스토리에서도 리뷰가 안찾아진다는게 포인트!).
| 웨이팅 전 음식점 소개
평일 목요일 저녁 7시경, 사람들로 북적이는 테오추 비스트로 앞. 웨이팅 등록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게 앞에서 이미 ‘이곳은 맛집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왜냐면 주변에 좀비처럼 웨이팅 중인 사람들의 풍경 때문. 2024년 4월에 오픈했다는 정보가 있는데, 새로 생긴 맛집이라 그런지 인기가 대단한가 보다. 분위기는 고급스럽지도, 누추하지도 않은 딱 캐주얼한 스타일. 접근성은 Shatin 샤틴 역에서 바로 연결된 Citysky 시티스카이 아케이드 7층이라 좋다. 다만, 침샤쵸이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은 미리 참고하는게 좋을 듯. 부모님이 "여기는 꼭 와야 한다!"며 데려간 곳인데, 거리가 있어도 자주 오신다고 한다. 역시 중화요리는 한 명이라도 더 해져서 여러 명이 먹어야 제맛!
홍콩 로컬 맛집 앱 , 오픈라이스(Openrice.com)의 평점도 괜찮다. 2900여 명 참여 5점 만점 중 4점.
말 그대로 기다림의 뜨거운 열기가 너무 핫한 나머지 중간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 팀도 많았다. 덕분에 생각보다는 일찍 들어갔지만. (6시 40분 즘 등록, 8시 45분경 입성, 두 시간 ㅜㅜ) 전광판 하단 공지를 보면 음식이 불만족스러우면 환불 보장이라는 것 같은데 맛에 자신은 있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도 기다리나.
메뉴에는 당연히 화려한 소개글들이 있는데 번역해 보니 대략 광둥성 치우차우 식 요리집이다. (潮州를 읽으면 한국어로 '조주', '치우차우'는 광둥어 발음, 그 지역권 사람들의 민남어 발음은 '테오추'라고 한다. (나무위키보니) 그 지역 사람들은 만다린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만다린 발음은 차오저우 임)). 암튼 음식점 시그니처 메뉴는 거위요리와 치우차우 식 죽이다. 메뉴의 요약은 아래와 같다.
- 쉐프관련 '20 프랑스 푸아그라 대회 아시아 지역 챔피언 - 음식점관련 '17년 중화 치우차우 요리 조림거위(직역함) 왕 경연 대회 선정 - 홍콩 치우차우 요리 대회 은메달
암튼 추가 설명까지 요약하면 '16년 탄생한 정통 조주(潮州 치우차우) 식 요리 체인으로 중국 본토에 30개 직영점이 있는데 이번에 홍콩점을 열였고, 마카오점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단거는 안 먹는 편이라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그 밑에는 달달한 디저트 메뉴를 따로 소개하고 있다. 대만식과 차오산식 그리고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추가 재료들. 潮汕 Chaosan 차오산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조주(潮州)는 도시 이름으로 보면 되고, 조산(潮汕 차오산)은 조주와 인근 한 산터우 지역을 모두 포괄하여 부르는 지역 이름이라고 한다. (TMI..ㅜㅜ)
| 가게 내부와 주문
내부공간이 작은 건 아닌데 중국 요리집치고는 또 아주 큰 편은 아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청결도는 좋다. 서버 분들은 식당 마스코트처럼 저래 다 흰 티셔츠에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메뉴판이 있긴 한데 웨이팅할 때 간이식 종이 메뉴판을 들고 와서 따로 찍진 않았다. 영어 이름이 없는 건 아쉽지만 관광객 용이 아닌 로컬 음식점이라는 느낌을 확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요리들이 사진이 포함되서 번역기도 잘 돌아가는 요즘 세상, 음식 선택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최고의 난관은 주문 시점인데, QR코드 주문이 기본이다. 위와 같이 위챗, 인스타 등의 앱 QR로 연결하면 스마트 폰에서 메뉴 선택하고 바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처음에 시도했다가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그냥 웨이트리스 분께 구두로 주문했다. 중간에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놀라면서도 호감적이더라. 특히 만다린으로 주문하니 더 놀라워함. 요즘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인종차별 난무하던 옛날 옛적이랑 달리 어딜 가더라도 온도 차이를 크게 느낀다. 암튼 말 안 통하면 대충 사진 가리키며 주문하면 될 듯.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음식점 주문과 서빙 시 특유의 그 '퉁명스러움'이 전혀 없었다 (익숙해서 별로 상관은 안하지만 ㅋ).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업! 텐션 수준은 아니더라도 매우 친절하다. 뭐 이 정도 수준의 프랜차이즈면 당연한 거긴 하지만 ㅎㅎ.
자리의 기본 세팅. 저 모래시계는 전광판에서 본 그 30분 이내 요리가 안 나오면 돈 안받습니다를 실천하는 모습이다. 해보진 않았는데 재미 삼아 주문하고 시계 돌려놓으면서 가게 내부 풍경도 보고 메뉴도 보면서 기다리면 될 듯.
뭔가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자신있게 설계한 느낌이다. 냅킨 통에 써져 있는 걸 보면 아래와 같다. (번역기 돌린 후 요약)
1. 서비스 요금 없음 2. 식사 전 간식비 안 받음 3. 차 제공하는 자리 비용 안 받음 4. 30분 넘어 나온 요리 비용은 안 받음 5. 맛 없으면 돈 안 받음 6. 식사용 종이 냅킨 돈 안 받음 7. 생수 요금 안 받음
냅킨이 없어서 얘기하니 저 냅킨통을 준 다음 미니 포켓 티슈에서 휴지를 뽑아 꽂아 준다. (포켓 티슈 이미지는 음식점에 쓰는 거랑은 상관없이 인터넷에서 퍼 온 거임)
| 식사, Go!
먼저 주문하기 전에 자리 앉으면 바로 나오는 무료 식전(?) 디저트, 肚臍餅(두제빙). 너무 달아서 한 입만 살짝 베어 맛만 봤다. 비주얼에 딱 보이는 바삭+달달 맛이다. '배꼽떡'이란 건데 차오산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이름은 그냥 배꼽 모양 닮아서 그렇다고 ㅎ. 바삭한 껍질과 얇고 부드러운 흑설탕 필링에 씹으면 질긴 질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단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맘에 들 듯하다.
먼저 나온 거위요리. 원래 시그니쳐는 '金獎卤鹅拼盘 골드메달 거위조림 모둠'인 것 같은데 다른 요리들도 같이 시키다 보니 반반 소짜 느낌의 상등급 부위를 시켰다. 개인적으론 이 날 최고의 맛이었다. 원래 홍콩 오기 전 스트리트 음식 같은 느낌인 하이난 식 치킨 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닭도 아닌 심지어 거위로 대체한 날이었다.
'大대.만.족.'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는데 식초 베이스의 저 산미가 풍부한 소스와 찍어 먹으면 기름진 거위의 풍미를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풍미를 더해주는 판타스틱한 맛이 난다. 특히 상부라 그런지 거위목도 나왔는데 뜯어먹는게 그 식감이 감히 치킨 목살 뜯어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고기 밑에 두부도 같이 나오는데 부드러우니 어르신들 먹기도 좋고 맛이 좋다.
그리고, 우리나라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홍콩달러 98불 (약 1,7000원)인데 서울에서 좀 비싼 냉면 한 그릇 값이다. 이 가격에 이런 맛과 양이라고? 혜자다.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오른쪽 상단의 저 모둠을 시켜보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거위 고기, 날개, 두부, 달걀 포함이다.
다음은 또 하나의 시그니쳐이자 부모님의 페이버릿, 여긴 이거 먹으러 오신다는, 나무 국자가 인상적인 '조산식 해산물 사골죽 (潮汕砂鍋粥)'이다. 죽이다 보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한테도 부대끼지 않는 소화는 물론 맛까지 모두 커버해 줄 수 있는 기특한 맛이다. 부모님 원픽이라 2인분 시킴. 새우, 바지락, 바닷가재, 게, 굴 등이 들어간 죽인데 굴 맛에 따라 비리게 느낄 수도 있다. 저건 날에 따라 호불호가 있는 듯하다.
다음은 죽과 딸려 나온 피시볼과 비프볼. 와.. 이것도 짭짤 구수 쫄깃~하니 괜찮았다. 술 마시고 싶은 욕망을 뜨거운 차로 다시 쭉쭉 누르며 한 입식 베어 먹어 본다.
비프볼과 피시볼 안의 모습. 이거 먹고 다음 일정인 타이오 어촌 마을 가서 꼭 먹어야 한다는 대왕피시볼 못 먹은 걸 지금까지도 후회 안 하는 이유다.
이어 나온 小吳烤蝦 소이 구이 새우. 코코넛과 함께 구운 거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짜지도 않았고, 이미지에서 보듯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 좋았다. 일본 식 꼬치와는 또 다른 중국식 꼬치의 맛깔스러움.
그리고 다음 대망의 피날레 장식할 부모님의 두 번째 페이버릿, 제철 해산물을 강조하는 향기로운 팬에 구웠다는 향전창어(香煎鲳魚). (장어 아님! '창'어임)
비주얼만 봐도 빠삭+꼬소~함이 느껴진다, 근데 또 부드러움. 저 작은 파들은 살짝 올라가 있지만 생선튀김 곳곳에 그 상큼함이 배어 있다. 머리와 꼬리는 가장 중요한 분에게 드리는 법. 나이 많으신 어머니가 아주 맛있게 드셨다. 그만큼 튀김의 내부는 또 부드럽다는 반증! 올때마다 해산물 사골죽과 함께 항상 드신다는 메뉴. 먹을 때는 병어라 하셨는데 포스팅할 때 메뉴 보니 창어라고 써져 있어 뭔가 헸다니 병어다. 병어튀김.
여기까지가 세 가족이서 정말 배부르게 최선을 다해 먹었던 음식이었다.
가족식사란 불편한 것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소중한 것인 것 같다.
기.억.
| 음식점 메뉴
과대광고에 솎을 때도 많지만 사람 많은 곳엔 이유가 있다고, 정말 맛있었던 한 끼였다. 메뉴는 위와 같다. 스마트폰 번역기 돌려 보면 될 듯. 아쉽게도 홍콩김치처럼 먹는 초이썸 같은 야채볶음 메뉴는 없었다. 그래도 행복했던 가족 저녁식사. 이거 먹고 완차이 숙소 돌아가 원래 계획했던 일정 다 취소하고 포만감에 휩싸여 바로 잤다. 그 다음 날은 란타우섬 행.
| 위치.location
음식점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구글지도 링크.
一期7樓703A號舖, 新城市廣場, 18號 Sha Tin Centre St, Sha Tin, 홍콩
홍콩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거점으로 삼을 만한 침샤쵸이의 MTR 지하철 역 기준으로 샤틴 Shatin 역까지는 약 25~30분이 소요된다.
포스팅하는 지금 시점에서도 마찬가진데 샤틴역에서 구글 길 찾기를 찍으면 저렇게 밑으로 쭈욱~ 8분 도보로 돌아가라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지도 자세하게 보면 샤틴 역에서 스카이 시티로 바로 이어지는 길 하나가 보일 것이다. 그 길로 조금만 가면 바로 시티스카이 아케이드로 이어진다. 대충 근처 엘리베이터 찾아서 7층으로 가면 된다.
이 스카이시티 아케이드가 지어지지 얼마 안 되었는지 엄청 크고 깨끗하다. 음식점 가서 웨이팅 등록하고 그냥 이것저것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다. 웨이팅 등록하고 30여분 지나면 모두가 좀비가 된다. 주위에 앉을 곳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좀비처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유명한 제이드 가든도 여기에 고급스럽게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음식점이 많다. 우리도 기다림에 지쳐 여기 갈 뻔했었다.
| 번외, 이후
그렇게 길고 지치던 기다림도 잊혀주게 한 맛. 특히나 오랜만의 홍콩에서의 가족 식사여서 더 특별했던 하루였다. 하지만 몸이 지치기에 향후 취소한 일정들이 있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몸이 너무 힘드니 홍콩 지하철 MTR 고급석 타기로 했다. 자리가 편하다. 부모님은 먼저 내리고 나는 뷰 좀 잡아보려고 따로 잡은 숙소인 완차이 쪽, 애드머랄티에서 내린다.
여기서 택시 잡고 호텔 가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제2의 고향 홍콩을 방문하고 새삼 느꼈던 것이 왜 이리 택시 잡기가 힘든가!
어케어케 택시 잡고 숙소로 돌아온 후 대충 사진 좀 찍고 이내 잠들었다. 다음 날은 아침에 바로 배 타고 란타우 섬으로 가는 일정.
10년 만기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떠난 홍콩, 그리고 그곳에서 2박을 보낸 란타우 섬의 타이오 어촌 마을. 1박 후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그 보기 힘들다는 핑크 돌핀들을 연달아 여러 번 만났던 특별한 하루였다. 타이오는 일몰이 유명한 지역이어서, 저녁에는 수상가옥들을 배경으로 3층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즐길 수 있다는 히든 타이오 (Hidden Tai O) 식당에서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실패하고 운 좋게 로컬 맛집 찾은 이야기.
| 히든 타이오: Closed!
홀로여행의 로망인 로컬맛집 경험. 아침엔 현지인들로 가득한 맛집에서 훌륭하게 시작했으나, 피시볼 대신 실수로 미트볼 국수를 시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점심은 분위기만 좋았고 맛은 실패였기에 저녁에 대한 기대가 한껏 커졌다. 일몰에 시간까지 딱! 맞춰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을 즐기려 했지만, 간판과 부엌 불은 켜져 있고 오픈 사인도 있었는데 사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바로 끊어버리셨다. 아마도 로밍 때문에 외국 전화번호로 뜬 걸 보고 그랬을 거라고 이해는 했지만, 손님도 없는 상황에서 가게 문을 열어 둘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혹시 몰라 조금 기다려보았지만 하늘은 어느새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마치 이름처럼 원주민 가옥 촌 안에 찾기도 힘들게 몰래 숨어 있는 'Hidden' 타이오를 뒤로하고, 메인 거리로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시간은 이미 저녁 7시 50분 경.
타이오 마을은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당일치기 코스로 방문하는 곳이라 관광객들은 떠난 시점이었다. 문 연 식당이 많지 않아 불안해졌다. (그럼 이 시간에 문 연 식당들은 대부분 로컬들을 위한 걸 거잖아 완전 럭키비키잔ㅎ...이고 나발이고, 꺼저)
여행 전 무려 3주 동안 공들여 '설계'한 계획이 틀어지며 완젼 초조해졌다 (INFJ로서 계획 어긋나면 지구파멸급 멘붕임). 마침 타이 오 메인 시장 거리 근처에 보기 드물게 큰 음식점 하나가 있긴 했는데, 이 집은 어제도, 오늘도 늦게까지 열려 있었다. 몇 년 전 '짠내투어' 방송에도 나왔다는 집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온 한국인 및 중국인+외국인들 많은 사람들이 구글 리뷰에서 낮은 평점을 남겼고, 홍콩 맛집 리뷰 플랫폼인 오픈라이스(Openrice)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선택지가 없어 거의 이곳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근처 타이오 시장 거리에 위치한 작은 음식점 하나. 아무런 기대도 없이 들어갔지만, 이곳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다.
| 진진찬청 입성!
윙온스트리트에서 타이오로 건너오는 다리 넘어서자마자 위치한 이곳은, 영어로 Zhen Zhen Restaurant, 광둥어로 '전전찬텡'이라 불리며, 한문으로는 ' 珍珍餐廳 (진진찬청)'이라 적혀 있다. '진(珍)'은 소중함을, '찬청(餐廳)'은 식당을 의미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차찬텡(茶餐廳)의 '찬텡'과 같은 단어다. 그래서 이곳을 진진식당이라고 부르면 딱 맞을 것 같다.
어차피 혼자 여행 중이라 요리를 시키는 것도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이곳은 혼밥 하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쨋든 나의 모든 감각들이 여기로 들어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착석 후, '여기라면 최소 두 가지는 가능할 것 같다!'라는 마음으로, 기대를 안고 메뉴를 집어 들었다.
| 주문과 식당 내부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손님들은 세 테이블 정도. 거의 마감 분위기 (저녁 8시 갓 넘음) 쨋든 무언가 로컬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나중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구글리뷰는 15개, 오픈라이스에는 고작 6개의 리뷰만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 사진들이 많아서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뭔가 메뉴가 엄청 많아서, 마치 홍콩의 김밥천국? 뭐든 다 되는 동네 백반집 느낌이랄까? 다행히 영어 메뉴명도 있어 주문하기 수월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자세히 살펴볼 시간은 없었고 눈에 딱 들어온 하이난 치킨라이스. 어촌 마을까지 힘들게 와서 마지막 저녁 식사로 해산물을 안 먹고 하이난 식 치킨라이스냐 싶지만, 홍콩을 떠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리웠던 맛이기 때문이다.
쨋든 타이오 오기 전에 홍콩도심에서 먹은 거위 요리로 이 그리움을 접었었지만 메뉴 사진을 보니 다시 불타오르는 그리움. 주저 없이 결정! 그리고 사이드로는 메뉴도 보지 않고 초이썸 (채심)을 시켰다.
"and... 초이썸."
".. 초이썸?"
볶음밥 시킬 때만 해도 '너 이거 뭔지 알고 시키는 거냐'하는 눈치로 두 번 확인 하더만, 그런 뭣도 몰라 보이는 외국인이 메뉴도 안 가리키고 "... 앤드... 초. 이. 썸?"을 느지막이 외치니 주문받는 사장님의 눈이 순간 흠칫 약간 흔들리는 것 같다.
"오케이"
암튼 이내 "초이썸? 오케이"를 외치며 주방으로 오다를 전달하러 가셨다. (재료가 남았나 머릿속으로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무슨 미션임파시블 빙의 마냥 낭만에 빠져서 여행 중 발생하는 모든 순간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었을 수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듯이 초이썸 같은 야채는 홍콩에서 김치처럼 사이드로 자주 먹는 반찬이다. 홍콩에 있던 시절 이 맛에 상당히 길들여져서 한국에서도 초이썸은 물론 퉁초이(공심채), 빡초이(청경채)를 맛과 양 대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종종 먹곤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먹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기회가 많이 없었다.
벽, 천장, 선풍기가 모두 백색인데도, 청결 상태가 좋아 보였다. 관리를 잘하는 것 같다.
테이블 분위기. 참고로 화장실은 좀만 움직여도 벽이 부딪힐 정도로 좁고 사로는 일어서야 물을 내릴 수 있는 평평~한 좌식인데, 시골 마을의 작은 식당 치고는 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본다.
티 대신 물 달라고 했는데 양도 넉넉하다. 외국인이라 "워터?"를 먼저 물어본 것 같은데 정신없어서 바로 "오케이, 워터" 해버렸다. 그냥 따듯한 차이니즈 티 마실 걸.
테이블에 앉으면 기본 세팅은 요렇게 되어 있다. 저기 왼쪽 양념통은 라유, 오른쪽은 1회용 설탕 봉지다. 설탕은 아마 아침식사 때문에 있는 듯.
보니까 아침식사도 제공한다. 언제 시작인진 모르겠지만 일찍 열면 함 와보고 싶다. 아침엔 영락없는 차찬텡 느낌의 공간일 듯.
| 하이난 식 치킨라이스와 초이썸의 매력
먼저 등장한 하이난식 치킨 라이스 (스크램블 에그 추가) 비주얼부터 마음을 사로잡더니, 한 입 배어문 닭고기의 부드러움에 감탄한다. 뼈에 가까워 질 수록 쫄깃한 식감까지 더해지니, 퍽퍽한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닭고기 육수가 밥에 충분히 베어 있어, 볶음밥 자체도 정말 맛있었다. 함께 제공된 소스도 빼놓을 수도 없다. 식초 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생강과 파 등의 (맞나?) 향이 어우러져 꿀맛을 선사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난 후에는 비빔밥의 민족답게 이 소스에 밥도 촵촵 비벼 먹었다.
중식에서 빠질 수 없는 라유, 고추기름장이라고 해야 하나? 고추장, 스리라챠, 소이소스 같은 만능 소스! 밥, 만두, 생선, 국수 등 무엇이든 잘 어울리는 만능 소스! 매콤한 맛이 스쳐 지나가면서도 금방 사라지는, 마치 야구에서 번트처럼 가볍게 치고 빠지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된장과 고추장처럼 각 집마다 맛의 차이는 당연히 있고 그만큼 또 흔하고 평범하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이 라유의 매력은 여전했다.
이 라유를 사이드로 조금씩 곁들여 먹으니, 익숙하면서도 그리웠던 그 맛이 살아났다. 물론 이곳이 홍콩 최고의 볶음밥 집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홍콩 어디에서든 (특히 손맛이 좋은 곳이라면)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웬만해선 실패하기 어려운, 손맛 좋은 동네 맛집. 타이오 마을의 '볶음밥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이어 등장한 초이썸(채심)! 비주얼만 봐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갈릭이나 굴소스로 볶은 게 아니라, 통으로 데친 후 잎과 줄기의 경계만 한번 싹둑 잘라 굴소스를 옆에 따로 제공해 준다 (이게 클래식이지).
입사귀는 부드러우면서도 쫀득 약간 사각, 줄기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일품이다. 달달~한 굴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극락의 맛이다. 나중에 메뉴 확인하고 보니 이렇게 채심만 주는 건 없고 당근과 채심 볶음으로 주는게 있었다. 그래도 얘기하면 이렇게 주는 것 보니 홍콩 로컬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채심 (초이썸)만 주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늦게 온 데다가 먹는 속도가 너무 느린 편인데, 눈치를 주지 않았다 (내가 모른 것일 수도 있지만). 물론 사장님들 남편분, 아내분, 딸내미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나와서 자리는 지키긴 했는데 눈도 안 마주치고..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감 시간 가까워지면 직간접적으로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푸시하는 느낌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놀라웠다. 오히려 나 혼자 계속 시간을 의식하며 속도를 높였다.
최대한 빨리 먹으려 처음부터 노력은 했지만 느린 데다, 음식은 또 넘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이게 배려인진 모르겠지만 홍콩 및 중국에서 이런 분위기의 식당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이 집에 늦게 찾아가도 문제없어요!라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소식가인 나로서, 이 정도 먹었다면 정말 잘 먹은 거다. 양도 많았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8시 9분에 주문하고 15분에 볶음밥, 18분에 채심이 나왔고, 8시 57분에 식당을 나섰다. 한 40여분 동안 먹으면서, 옛 기억과 더불어 오랜 시간 갈구했던 그 맛을 현실에서 만나 삼위일체의 경험을 한 듯 뭔가 홀린 듯 먹고 나왔다. 친절한 배려의 바이브까지 더해져서, 이번 홍콩 여행 마지막 저녁 식사의 피날레로서 전혀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다.
| 너무 늦게 들어와서 죄송했어요
한국에서도 지방 여행을 종종 다니다 보니, 특히 어촌 지역에서는 일상이 빨리 시작되고 일찍 끝난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비싼 음식을 여러 개 시킨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미리 ChatGPT에게 번역을 부탁해 계산할 때 사장님께 보여드렸다. 사장님이 "으음?" 하며 보시더니 이내 "아아~ 하핳하" 웃으시더라. 영어로 이미 닫았을 시간인데 너무 늦게까지 머물러서 미안하다고 한번 더 얘기하고, 음식은 굉장히 맛있었다고 인사를 나누며 굿바이 했다. (사과하고 나니 맘이 좀 편해졌다)
홍콩이나 중국을 여행하면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그 퉁명스러움이 익숙해지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느낌의 거의 없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가게 외관을 두 컷 찍었다. 안을 보니 사장님 가족들이 얘기하고 계셨는데, 아마도 방금 내가 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목소리 톤과 표정이 다들 좋아서, 마음이 한결 안심되었다.
| 구글/오픈라이스의 식당 리뷰:
그렇게 많이 달려 있지 않지만 번외 겸 리뷰들을 살펴보았다. 네이버 같은 경우엔 모두가 가는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강해 참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 여행지역 음식점 검색 플랫폼이나 구글 리뷰를 활용한다 (구글까지가 딱 마지노 선인 듯). 더군다나 요즘은 번역 기능도 점점 좋아져서, 현지 리뷰를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니 더욱 유용하다.
오픈라이스 (Openrice.com)은 일본의 타베로그 (Tabelog.com)처럼 현지 사용자들의 리뷰를 참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구글 리뷰는 다양한 국가의 여행객들이 남긴 리뷰들을 볼 수 있어, 두 가지를 함께 보면 좋다. 특히, 영업시간이 한 곳에 정확히 나와 있지 않거나 틀린 경우가 있어 크로스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식당의 리뷰는 많지는 않지만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점은 합리적인 가격과 맛있는 볶음밥이다. 역시 볶음밥 맛집은 맛 집인 듯. 물론, 볶음밥이 너무 촉촉하다거나 치킨이 냉동치킨 같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암튼 타이오 마을은 명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 어촌 마을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지라면 흔히 떠어로는 게 뭐?
"바가지 눈탱이 ㅎㅎ"
그래서 여기처럼 가격이 합리적인 곳을 만나면 반가울 때가 많다.
(물론 이곳 외 다른 곳들이 다 바가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1. 착한 가격: 외딴곳이라 어느 정도 높은 가격을 예상했지만, 이 식당은 대부분의 리뷰에서 가격이 착하다는 점이 언급된다. 이런 외딴 관광지는 특히 생필품이나 음료수 같은 것들이 종종 어이없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음식점들도 그런곳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맛도 좋고 양도 충분해 가성비가 매우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큰 요리 제외, 보통 한 접 시 당 HK 50~58 달러 선에 책정되어 있다.
2. 볶음밥: 대부분의 유저들이 볶음밥이 맛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새우젓 볶음밥 이야기가 많은데, 타이오가 새우젓과 반건조 생선이 특산물로 유명하다 보니 새우젓 볶음밥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타이오 음식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전 날 다른 집에서 맛보았기 때문에 하이난 치킨라이스를 선택했다. 하이난 치킨라이스는 원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이지만, 홍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다. 그만큼 먹고 싶었다! 한국 지방 여행가서 거기 특산 요리 안 먹고 맛있는 동네 짜장면 먹는 경우라고 보면 될 듯 하다.
| 에필로그: 마지막 밤
식당이 위치한 Tai O Market st. (타이오 시장 거리)에서 Shek Tsai Po st. (섹 차이 포 거리)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
행복한 포만감을 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여행 전만 해도 외진 곳이라 밤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돌아보니 그저 조용하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숙소가 있는 건물 옆에 사는 마을 가족들이 모닥불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모습이 나도 모르게 기분을 밝게 해 주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 잠자리 채 들고 여름방학 숙제하러 가는 기분의 소환 같은 느낌이랄까?
숙소에 도착. 여인숙의 낭만이 묻어나는 이곳은 귀여운 발코니가 매력적이다.
옥상을 루프탑 라운지처럼 꾸며 놓아, 그곳에서 아름다운 달빛 아래 타이오 마을 마지막 밤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올라가 보니, 모닥불 놀이는 이미 끝나 있었다. 저 바로 앞의 하늘은, 란타우섬을 끼고 크게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비행기가 홍콩 공항에 착륙하는 루트로, 비행기에서 하강하기 전 타이오 마을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오래된 마을답게 마치 영물처럼 보이는 고목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밤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나뭇잎, 잔잔한 바다의 물소리, 그리고 시골 마을의 조용한 각종 소리들은 이 시간마저 멈춘 듯한 평온을 선사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마음 또한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 또한 맑아서인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나의 귀와 코 상태가 훨씬 개운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생각만 들고, 아름다운 마음만 존재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밤이었다.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여행 때는 3~4끼가 목표인데, 됐고, 하루에 두 끼만 먹자라고 목표 재설정을 해준 집. 아침부터 푸짐한 백반 한 상 먹고 점심 먹고 저녁까지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등산을 했는데도... (유달산). 암튼 비린내 없는 조기찌개 너무 인상적이었고요... 한 가지 팁이라면 조기찌개 백반 시키면 소량으로 김치찌개 한 그릇 준다. 아침으로 두 개 중 고민 시 참고. #조식 #백반 #조기찌개
정보: 나혼자산다 팜유에 나왔던 백성집 바로 건너편으로 마주 보고 있다. 여기는 허영만의 백반기행 먹갈치찜 편 집이다. 주차는 가게 앞이나 근처 노상주차. 아침 8시에 오픈하는데 평일에 갔는데도 금방 사람이 찼다. 혼밥 X로 알고 있고 3~5시 브레이크 타임이다.
|금메달 식당
이번 전라남도 여행의 중요한 시발점 중 하나였던 신비에 가깝게 느끼고 상상했던 흑산도산 홍어! 그 혼자만의 상상? 망상?의 꿈을 시원하게 풀어준 곳. 다시 목포를 방문한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집. 처음이라 시그니처인 홍어풀코스 2~3인 메뉴를 시켰는데 (20만 원), 담에 간다면 아마 삼합을 시킬 것 같다 (12만 5천 원). 찜이랑 탕도 맛있긴 한데 역시 회보다 난이도가 높다. 당시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암모니아가 심했던 4개월 삭힌 홍어. 힘들기도 하고 맛있기도 했고. 근데 오래... 며칠몇 주 몇 달에 걸쳐 그 맛이 생각난다.
정보: 1984년 오픈한 노포이지만 레노베이션을 통해 인테리어는 노포 이미지도 가지면서 관리 잘 되어 있다. 수요미식회 나오긴 했는데 워낙 유명한 집이라 방송탔다는 거에 별 감흥이 없다. 초보라면 사장님의 홍어 가이드를 들으면서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 대청도 홍어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으니 멀리서 찾아갔다면 당연 흑산도 산을 추천. 10:00~22:00 영업. 주차는 건물 뒤에 몇 대 들어갈 수 있는 주차 공간 있음.
| 남경회관
지난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에서 목포 찍고 갈 때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찾아갔던 백반 전문 집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점심으로 먹었는데 여전히 푸짐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잘 장식해 준 곳. 1,1000원에 이런 백반이라니. 정말 혜자다. 혜자. 이것이 지방 백반 여행의 매력. 보니까 방송 탄 적은 없던데 블로그 찾아보면 죄다 로컬 현지인 맛집으로 결과가 나올 거다.
정보: 주차는 가게 앞 노상주차. 09:30 영업시작. 매달 수요일 두 번 쉬는 날 있으니 필히 체크.
|선경준치회집
목포 여행에서 가장 신들린 가성비 먹부림을 한 곳. 소식이라 원래 조금 시켜 먹는데 사장님이 와서 이제 그만 시키라고 할 때까지 이것저것 시켜 먹었던 곳. (물론 배도 좀 고팠지만 거의 흡입 수준이었다) 일반인이 보면 "에... 뭐 그 정도로 호들갑?" 이럴 수도 있는데 우리 입장에선 정말 대단한 먹부림이었다. 준치회무침 비빔밥을 필두로, 송어사스미 (밴댕이), 준치회무침, 병어찜(조림), 마른 우럭지리 탕(우럭간국)까지. 좁은 옛 골목길 입구에 위치한 노포집에서 만난 가성비 맛집.(가격들이 꽤 착하다!) 지금까지 목포의 기억으로는 여기가 최고다. (밤에 가면 사이버펑크 느낌까지!)
정보: 10:30 영업 시작 20:40 종료. 월요일 정기휴무. 목포대교 근처의 해안로에 있고 밥 먹고 고하도 쪽 바다 야경 구경하기 좋다. 주차는 알아서...-_-. 낮 사정은 모르겠는데 저녁에 가면 공장 쪽 골목에 빈자리들이 꽤 있음.
| 명인집
먹느라 바빠서 한 상 꽉 찬 사진은 담질 못했는데.. 어차피 다 못 담는다. 테이블 면적이 좁은 게 아닌데 나오는 음식들을 한 번에 커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좀 하긴 하지만 ( A코스 커플 16만 원) 가격만큼 서비스도 좋고 음식들도 정갈한 스타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연어구이가 참 맛있었는데 가격이 가격인지라 아무한테나 쉽게 추천은 못하겠다.
미식 관광을 위해 목포 방문 시 참조하기 좋은 기준표 하나가 있는데, 목포시에서 직접 심사를 거쳐 지정하는 '목포음식 명인의 집'이란 게 있다. (아래 목포시청의 목포명인명가 링크 참조)
2022년까지 11개가 등록되어 있고 현재까지도 그대로인 상태인데 명인집이 2번으로 등록되어 있다. 저게 음식점에서 직접 심사 신청하고 뭐 하고 하는 거라 어느 정도까지 공신력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하다는 점은 참고해 볼 만은 한 것 같다.
정보: 10시 오픈, 주차공간은 매우 협소하여 포기하고 가는 게 낫다. 주위 알아서 잘 주차해야 함.
| 백성집
음식점 찾아보느라고 무안의 숙소에서 밤에 나혼산 팜유 목포 편을 봤는데 거기 나온 집이다. 백반으로 유명한 돌집 바로 건너편이라 비교가 안될래야 안될 수 없는 집인데 개인적으로 느낀 둘의 차이는 뭐랄까... 음식들이 보면 돌집이 따듯한 느낌이라면 여긴 살짝 차가운? 느낌이다. 고성 여행 포스팅에서 올렸던 고성 수양식당도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여기 왔을 때 수양식당이 잠깐 떠올랐다. 여기는 12000원 백반 단일 메뉴다. ('23~'24 기준)
정보: 아침 8시 오픈, 매주 일요일 휴무. 주차는 가게 앞 2~3대에 건너편 돌집 쉬는 날이면 그 앞에 해도 된다. 여기도 뭐 그냥 알아서 노상주차.
| 덕인홍어집
식당 자체는 노포 느낌이라 공간자체는 서민적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흑산도 산 홍어 전문이다 보니 노포의 모습만큼 싸지는 않다 (홍어삼합 9만 원). 하지만 금메달 식당에 비한다면... 싸다...ㄷㄷㄷ... 암튼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흑산도 산 홍어의 맛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던 곳. 신안/목포 가기 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와 한국인의 밥상을 제일 많이 참고 했는데 여기는 김영철 동네 한바퀴 (다른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뤘다)에서 의심 없이 그냥 믿고 간 집이다.
나이불문 혼밥 테이블이 은근 많아 신기했다. 메뉴는 거의 홍탁으로 대동단결한 모습 (홍어삼합+목포 생막걸리)이었다.
정보: 12시 오픈; 주차는 상가 건물 뒤 쪽 노상 주차 혹은 알아서 잘. (이 공식은 이 동네 국룰인 듯했다 ㅎㅎ)
위는 명인집 갔던 날 찍은 고하도 > 유달산 > 북항 > 유달산 > 고하도 왕복 케이블카 중 유달산 넘어 북항 승강장으로 하강하는 모습. 목포 시내 전경과 유달산 전체를 후딱 훓어 볼 수 있다.
설렁탕 러버 입장에서 풍무동에서 제일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마땅한 설렁탕 맛집이 없다는 것.
갠적으로 공장개량 생산 양산형 맛 말고 어느 정도는 조금이라도 그 집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좋은데 말이다. 설렁탕이 서울 전통 음식이라 그런지 설렁탕 땡기는 날엔 설렁탕 맛집 천지인 서울이 생각날 때가 참 많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근처에 있으니 바로 옆동네 사우동의 이석근 돌솥 설렁탕 되시겠다.
풍무역 기준으로 자동차로 2.4km, 한 5분 정도의 멀지 않은 거리라 부담이 없다. 풍무동 구도심이라고 해도 장릉 쪽으로 해서 넘어가도 되니 신/구 지역에서 모두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풍무역을 중심으로 한 최근 개발 때문에 풍무동에 새로운 것들이 많이 들어와서 그렇지 그 전까지만 해도 사우동이 이 근방 메인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이전엔 젊은 층들도 많이 모이던 곳이었을 뿐더러 시간이 지난 맛 집들이 많이 포진한 동네다.
주차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가게 앞에 두어대 정도 세울 곳이 있는데 위 사진 왼쪽 보면 멀지 않은 거리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몇 년전부터 가던 곳이긴 한데 이번에 꽤 오랜만에 찾았더니 인테리어가 바뀌었다. 원래 좌식이었는데 테이블 식으로 바뀌어서 훨씬 편해졌다. (관절이 안 좋아서 좌식이 힘들다..ㅜㅜ)
돌솥(밥)설렁탕 11,000원, 2024년 기준 가격이다. 설렁탕이 귀한 지역에서 맛있는 설렁탕 한 그릇 가격으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오징어 젓갈이다. 크기가 제각각인 것을 보면 직접 담그시는 듯? 암튼 설렁탕 고기랑 먹을 때도 좋지만 특히 돌솥 누룽지와 함께 먹을 때 그 빛을 내뿜는다. 맛있다. 설렁탕집하면 맛있는 김치와 깍두기가 기본인데 특별하진 않아도 평타는 치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하진 않는다.
두 번째는 저 큼지막한 오이고추. 역시나 서컹서컹 씹는 식감이 좋다. 설렁탕 나오기 전에 스타터 식으로 먹는 맛이 갠적으로 좋다. 매운 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 따로 달라고 하면 주신다.
설렁탕 등장~ 뜨끈 뜨끈 하다.
갠적으로 무조건 간이 안 된 채로 나오는 설렁탕을 선호하는데, 여기는 간이 된 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살짝 애매하긴 한데 갠적으로 먹을 때마다 느낌은 거의 간이 안된 상태 같다. 포스팅 하단에 추가한 허영만의 [식객, 팔도를 간다 서울 편] 중 설렁탕 편에 실린 월간식육의 글귀를 보면 국수를 삶아 넣는 경우 국수의 염분으로 간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런 케이스일지도. 궁금하면 사장님한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맛의 풍미를 더해주는 파도 따로 떠서 털어 넣는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준다는 파, 근데 이 집 설렁탕에서 누린내는 못 느꼈다. 양산형 설렁탕 집들에서 먹을 때는 자연스레 고기 맛이 없어서 아예 안 먹게 되는데 맛집들은 고기도 맛있어서 자연스럽게 먹게 된다. 이 집도 설렁탕 고기는 같이 먹게 된다.
돌솥은 저렇게 나오는데 뭐 대단할 것 까진 없지만 저 고구마가 뭐라고... 같이 먹는 맛이 은근히 괜찮고 매력 있다.
돌솥 말고 그냥 설렁탕 시키면 완전 흰쌀밥은 아니고 흥미가 살짝 섞인 밥이 나오긴 한다.
맛있게 설렁탕 한 그릇 뚝딱하는 동안 뜨거운 물을 부은 돌솥에 쟁여 놓는다. 음식을 먹어도 디저트 먹는 배가 남아 있는 사람들처럼 나는 누룽지 먹을 배는 항상 차 있다.
이제 뚜껑 벗기고 먹는 누룽지 타임. 아까 언급한 오징어 젓갈과 먹으면 맛있다. 역시 식 후 먹는 누룽지는 속도 편하게 해 주고 입 안도 말끔하게 해주는 것 같다. 누룽지는 항상 🪄매직이다.
암튼 기절할 만큼 미치도록 맛있는 집은 아니지만 (실제 그런 맛집 거의 없는 듯 하지만 ㅎㅎ) 이렇게 설렁탕 불모지인 풍무동에도 멀지 않은 옆 동네에 맛있는 설렁탕 한 그릇을맛볼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도는 위와 같고 영업 시작은 09:00. 매주 화요일 휴무다
✅월간식육이란 잡지는 첨 들어보는데 암튼 허영만의 [식객, 팔도를 간다 - 서울편] 중 설렁탕 편 마지막에 포함된 글귀를 가져왔다다. 설렁탕 토막 상식 즈음으로 볼 만할 것 같다.
•탕을 끓일 때 나일론 망사(일명 양파 망사)는 유해 물질이 생기므로 사용하지 말 아야 한다. •제대로 된 설렁탕집이라면 반드시 수육이 있어야 한다. 상추쌈에 고기를 얹고 마늘과 쌈장을 같이 싸서 먹으면 맛있다. * 수육 메뉴가 없으면 진액을 쓰는 집이다. * 밥은 햅쌀로 지은 밥이 제일 맛있지만 시기가 안 맞으면 보관 시설이 좋은 미곡 처리장에서 필요한 만큼 구해 쓰는 것이 좋다. 쌀은 곡류 중 가장 저장성이 약 하다. 특히 고온 다습한 여름의 경우 장기 보관이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정 후 20일이 지나면 쌀이 산패해서 밥맛이 떨어진다. • 곰탕은 고기 국물이고 설렁탕은 뼈 국물이다. • 설렁탕과 냉면만 잘해도 육수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사골을 너무 오래 끓이면 단내가 나고 맹물처럼 변한다. 누런빛이 나고 삭기도 한다. •음식점에 대형 가마솥이 없으면 고온 고압 추출기를 이용해서 2시간 만에 사골 진액을 추출하는 체인점 형태로 보면 된다. •설렁탕은 전혀 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수를 삶아 넣는 경우 국수의 염분으로 간이 될 수 있다. •나쁜 사골로 불 조절을 하면서 2~3회 끓일 때 찬물을 넣으면 누린내가 난다. 좋은 사골의 경우는 센 불에서 한 번만 끓이는데 농도를 맞추기 위해 더 졸인 후 찬물을 보충해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전라남도 쪽에 다견 방문할만한 애견펜션이 이곳 밖에 없어서 무안을 거점으로 삼고 목포와 신안에 출퇴근하듯이 다녔다. 독채형인데 운동장도 넓고, 바다 경치도 좋고 개인 공간도 있고 사장님들도 친절하셔서 너무 좋았음. 견종과 무게 제한 없는 무안 굿나잇도그! 다음 전라도 갈 기회가 생기면 또 방문할게요
한진수산
펜션 사장님 추천으로 무작정 가본 곳인데 첫 날부터 너~무 잘 먹었다. 농어회도 물론이지만 곁들이찬들도 너무 맛있었음. 전어무침 무지 꼬소~하고 특히 사이드일 뿐인 전어 뼈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계속 달라고 해서 먹었다. 펜션에서 아주 가깝고 여행 와서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현지인 로컬 맛집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추천! 재방문 의사 100%!
남도뻘낙지
서해안의 갯벌 몇몇은 유네스코 유산에 등록될 정도로 천애의 자연을 가진 매력이 있다. 유네스코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무안 또한 갯벌이라고 하면 내노라 하는 곳인데 여기서 나오는 낙지를 안 먹을 수가 없다. 원래 가려고 한 곳이 하필이면 그날 단체 손님을 받느라고 손님 더 이상 못 받는다고 하여...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밥 먹던 50대 아저씨 손님들이 얼큰한 전라도 사투리로 가보라고 해서 찾아간 옆옆집. 무안 낙지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1인 6만원짜리 코스를 먹었다 (한우낙지탕탕이, 호롱구이, 낙지볶음, 연포탕).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을 못 가 아쉬웠지만 그나마 아쉬움을 달랬던 곳이었다.
| 신안
원래 신안 여행이 컨셉이었는데 목포의 맛집들에 빠져버려 정작 신안에서는 많은 곳을 방문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하나로 식당 (암태도)
허영만의 백반기행과 궁예... 아니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에 나왔던 곳이다. 사실 이 동네 한 바퀴의 우럭간국 편을 보고 신안 여행을 결심했었는데 정작 가서는 헤비 할까 싶어 그냥 백반을 먹고 나왔다. 미디어에서 다뤄진 곳이라 기대를 잔뜩 하고 갔었는데 기절할 만큼은 아니지만 지방여행 중 맛있는 정말 괜찮은 백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엔 안나왔는데 조미 돌김도 주시는데 이거랑 같이 반찬들 먹는게 너~무 좋았음. 어디 가서 1인분 만원에 저런 호화를 느낄 수 있겠는가. 이게 지방 여행의 매력이다. 9시에 오픈하는 암태도의 백반집이다.
우리식당 (자은도)
사실 무안에서 신안 쪽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동 중 시간이 애매하여 자은도에서 백반 먹을 만한 곳을 찾다가 들어간 곳. 뭔가 현지인 맛집을 발견하는 느낌. 건물의 생김세 부터가 현지인 특화. 특별한 것 없는 기본찬들인데 사장님의 손맛이 느껴지던 곳이었다. 보니까 점심시간인데 관광객은 우리뿐이었고 다 현지인들. 이런 느낌을 원했었다. 우리 할매, 엄마가 해주는 집밥 느낌! 여기도 1인분 만원의 행복!
이학식당 (증도)
방송에 많이 나온 신안 증도의 식당이다. 초기 계획과는 달리 신안에서 맛집들을 많이 방문 못하다 보니 뭐라도 더 맛을 보기 위해 조금 많긴 하지만 3인분을 시켰다. 게장백반 20,000원 + 낙지비빔밥 15,000원, 짱뚱어탕 12,000원. 지방 여행 맛집 탐험 치고는 좀 쎈 가격이긴 했는데 신안까지 와서 짱뚱어탕은 먹어봐야지, 이 집 게장 유명하다는데 먹어봐야지 하며 선택한 메뉴다.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다만 여기도 유명세와 가격의 가성비를 따지면 잘 모르겠다. 짱뚱어탕은 처음 먹어봤는데 뭔가 장어탕이랑도 약간 비슷한 느낌의 맛이었다. 식당 관리는 깔끔하니 잘 되어 있다.
인구 150여 명에 불과하다는 동검도는 뭐가 있는지 항상 궁금했는데 이 참에 함 들려보기로 했다.
맛집이 두 개 정도 잡히던데 하나는 저녁에 오히려 더 어울릴 것 같은 큰 한상 집이라, '게장'이라는 코리안시푸드브런치로 어울릴 아점으로 꽃새담을 선택
작년 이 맘때 강화도를 들렸을 때는 춥고 비가 계속 내려 벚꽃이 많이 졌었는데 이번에는 꽤나 살아 있어서 좋았다
뻘로 다시 바뀐 서해바다를 뒤로 하고 고픈 배를 달래러 동검도로 출발
동검도로 가는 길은 한산하니 좋았다. 강화도와 동검도 사이에는 위 한 300미터? 될까 한 연륙교가 놓여 있다. 좁아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좁진 않아서 자동차로 가기 불편하지 않다
주말에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고 보니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겨울철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고 충남 당진 왜목 마을과 더불어 한 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전국구 급 명소라고 한다.
음식점은 연륙교를 지나 1킬로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1년 365일 예술영화만 상영한다는 DRFA365가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새 건물 같은 모습이 동네 오래된 가게 같진 않아서 찾아보니 2023년에 오픈한 것 같다. 김포 구래점에도 있는데 구래점은 생긴 지 약 8개월 정도로 보이니 여기가 본점인 듯싶다.
연륙교부터 동검항까지 쭉 이어지는 짧지만 괜찮은 해안드라이브 코스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내려서 보는 풍경은 지도에서 보니 항산도와 소항산도 그리고 어렴풋이 동그랑섬인 것 같다
내부는 보다시피 여유롭다. 특히 테이블이 다닥다닥 안 붙어 있고 거리가 좀 있는게 좋았다. 도시도 아니고 맘먹고 찾은 외딴섬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신규 음식점 방문은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또 섬 여행에서 이런 클린 한 감성을 만나면 좋긴 하다.
꽃게는 직접 손질한다고 한다. 다른 블로그 리뷰 보니 갈릭버터 새우머리 구이 때문에 새우구이도 함 먹어보고 싶긴 하다
일찍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몸도 힘든 요즘이라 아침 식사 포기하고 기다렸는지라, 아점으로 무려 '3개!"를 시키기로 했다. 가격도 나쁜 편이 아니다. 새우장 비빔밥, 꽃게 순살 비빔밥, 꽃게해장국
서빙은 로봇과 점원 한 분이 하시는데, 점원 분이 매우매우 친절하시다. (친절한 집 좋아함)
한상이 차려진 모습. 딱 봐도 밥도둑
꽃게 한마리 반이 들어간다고 한다. 꽃게는 연평도 산이라고. 직접 손질하는 거라 껍질이 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갠적으론 전~혀 불편 없었다. 살짝 짜다. 그냥 밥도둑.
허겁지겁 먹다보니 새우는 어디산인지는 확인 안 했는데, 실~하니 식감 좋다.
저 게장들을....
추가로 주는 조미김에 싸 먹는 맛도 좋고
반찬들은 딱히 특별한 것도 없고 모난 것도 없이 괜찮다, 정통은 아니지만 샐러드 같은 겉절이가 게장에는 식감과 함께 잘 어울렸고, 특히 저 오징어 젓갈이 은근 안 짜서 매우 좋았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뷰가 괜찮은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하지만 워낙 게장이란 게 치트키 같은 음식이다 보니 뷰는 음식 나오기 전이나 다 먹고 나서 주차장 나가서 뷰를 보게 됨은 어쩔 수 없다.
원래 꽃게탕도 먹고 싶었는데 게장들과 같이 시키기엔 너무 헤비해서 보니 센스 있게 꽃게해장국이라는 1인 메뉴가 있어서 같이 시켰다. 비주얼은 약간 떨어지긴 하는데 안에 들어가 있는 새우랑 꽃게는 나쁘지 않았고 국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같이 2인으로 가서 국물도 좀 같이 먹고 싶다 하면 같이 주문하는 거 추천. 저렇게 되면 공깃밥이 3갠데 이렇게 시키는 경우 밥 하나를 음료 하나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꽃새담에서 동검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초지대교를 향해가는 드라이브 동선이다. 갯벌 보다 물이 찼으면 더 예뻣을 수도 있는데 길이 나쁘지 않아서 좋았다.
동검항 가니까 거기 낚시터가 있던데 사람들이 이미 엄청 많이 모여 있었다. 명소인가 보다.
영상 드라이브 동선인데 마지막 부분의 벚꽃과 바닷가 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저 초지대교 방향 해안남로다.
인구 5만의 작은 풍무동인데 현지인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알아도 모르는 사람들도 은근 꽤 된다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혹은 본 적은 있어도 가 본 적은 없데 한 번만 가본 적은 없을 맛집들
2. 노포 느낌:
대대손손 이어져 오는 그런 50년, 60년 된 집들은 아니지만 그 터에 꽤나 오래 있었겠구나 하는 비주얼이 딱 보이는 점에서 '노포' 단어를 빌려왔다.
허름하기야 마찬가지긴 하지만 심지어 두 집은 지나면서 장사를 하는 집인지 아닌지 지나가며 구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랬고) "거기 장사하는 거였어요???"라는 반응 꽤 나옴 ㅎ 당연히 세월의 흔적이 조금 느껴지는 공간들이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3. 사장님들의 프라이드: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것 봐도 모두 본인들 요리와 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느껴진다. 거기다가 손 맛도 좋다.
종종 지원타자들이 오거나 도움주는 일원들이 있지만 모든 절차를 보면 1인 가게 같은 느낌이다. 한 명이 모든 걸 책임지는 그런 느낌.
백반 위주의 직접 만드는 반찬들이 맛있어서 메인 메뉴 나오기 전에 손 많이 가는 스타일.
그날그날/시즌에 따라 종류가 살짝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어? 오늘은 이거 나왔네?" 하며 맛보는 게 은근 즐김 포인트 임.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던 그런 집밥 맛집 스타일.
지방 여행 가서 맛있는 백반을 만날 때 느낌.
풍무동은 최근 개발을 통해 요즘 느낌의 신규 식당들도 꽤나 많이 생겨났는데
개인적으로 아직 이 터줏대감들에 비빌 만큼의 맛집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물론 다는 못 가봤고 주관적이라는 점은 참고)
동네에서 이런 가성비 넘치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맛집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다른 점이라면 1번 집사장님은 과묵하시고 (일단 너무 바쁨),
2-3번 집은(바쁘신건 마찬가지지만) 지나가다 이런저런 얘기하기 괜찮으심
1. 그때그집
장릉 입구에서 도보로 1분도 안 걸리는 위치에 있다. 장릉 입구 근처에서 강릉해변메밀막국수와 지호한방삼계탕이 다른 곳으로 옮긴 이후로는 그 근처에서 '맛을 찾아' 가볼 만한 곳은 여기뿐이다. (1km 정도 좀 더 이동하면 아래 3번의 맛집 촌으로 갈 수 있다. 아니면 반대방향인 사우동으로 가던가)
위치와 비주얼부터가 '숨어있는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 사장 할머님이 진짜 부지런한 모습이 눈에 띄며, 세팅, 조리, 청소, 계산 등 모든 면에서 전방위적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반찬들이 맛있어서 메인 메뉴 나오기 전에 새우깡 마냥 손이 자주 간다. 백반 말고 메인 메뉴로는, 지금까지 눈치로 은근스을쩍 딴 테이블들을 봐 왔을 때, 생삽겹 > 김치 갈비찜 > 두부버섯전골 순으로 많이 먹는 것 같은데 다 추천할만하다. 눈치챘겠지만 다 김치와 연관이 많고, 김치 참 맛있다.
생삼겹 시켜도 작은 그릇에 그날따라 만든 국을 주시는데 백반 먹는 느낌이라 항상 뭐가 나올지 설렘 포인트. 다만 작은 그릇에 사이드 식으로 나와서 빨리 식으니 호로록 먹는 걸 추천.
참고로 평일만 영업한다. 손님 입장에서 주말에 갈 수 없다는 게 상당히 안타까운데 주변 공단 상대 장사기도 하고 사장님 일하시는 그 엄청난 활동량을 보면 주말 워라밸은 보장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저녁 시간에는 근처 회사 회식이나 방문 손님들이 많은 편인데 단체 회식은 주로 2층에서 치러지니 그닥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방문 시 문 닫았은건가 하고 놀라지 말고 그냥 문 열고 들어가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장사 안 하는 집인가 하고 착각하곤 한다. (직접 가보면 이해된다) 주차 공간은 가게 앞 딱 한 대 정도 있고 아니면 불법주차 해야 함. 근처 장릉 유료 주차장에 두는 게 좋음. (저거 네이버 로드뷰 오래된 것 같은데 지금은 저 모닝 사이드 문짝 쪽에 장식들이 생겨 있어서 주차 추가로 못함)
2. 절라도
여긴 뭐 평일주말 할 것 없이 항상 손님들이 들어차 있어서 가끔 한가한 경우라도 있으면 "어? 오늘은 한가하네?" 하는 집이다. 메뉴가 꽤 많은데 주로 홍어, 과메기, 꼬막, 전이 인기 좋다. 경험 상 어르신들 70프로 및 연령불문 남성 90프로인데 개인적으로 어르신들 북적한 곳은 맛에 대한 믿음이 간다.
내가 초짜긴 해도 삭힌 홍어에 빠진 이후에 목포, 서울 등에서 흑산도, 대청도 산부터 시작해 마트,편의점 홍어까지 많이는 아니어도 이것저것 조금 먹어봤는데 웬만한 고수 집 아니라면 엔간한 흑산도/대청도 홍어집 안 부럽다. 심지어 여기는 아르헨티나 산임! 홍어 초보라고 사장님한테 말하면 귀찮긴 하시겠지만 많이 안 바쁘시면 얇게 썰어주시기도 한다. (아래는 나의 홍어 탐방기)
남도 맛집이라지만 이 집의 초 인기 메뉴 중 하나는 바로 경상도 구룡포 향토음식인 과메기다. 초장 말고 쌈장 주는데 별미다. 그냥 여기 사장님이 손 맛이 좋은 거다. 미리 배부르니 반찬도 항상 조금만 먹을라고 노력한다. 밥 시키면 가끔 어릴 적 옛날 엄마가 구워주시던 조미김 주시는데 ㅜㅜ 맛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도 김치 맛있다
추가로 탕 메뉴 중 유일한 지리인 간재미탕 또한 칼칼~하고 시원~하니 밥도둑임. (거의 맨날 고정으로 먹음) 한참 먹다가 변화를 위해 여기에 홍어뼈 함 투척해 주면... 와 씨... 장난 아님... (삭힌홍어급) 알싸한 완전 다른 음식으로 변신함. (홍어탕 맛본 사람은 알 듯) 나머지는 빨간 매운탕인데 조기매운탕도 나쁘지 않다. 역시 칼칼~한데 갠적으론 간재미탕 굿!!!
위치는 웰라움 풍무사거리에서 승가대학교 방향 인접. 주차장은 가게 뒤편에 있는데 다른 가게들이랑 같이 쓰기 때문에 피크 시간엔 다소 복잡할 수도 있다.
3. 풍무골고기마을 (aka 풍미골고기마을)
여기도 1번과 마찬가지로 근처 회사에서 백반/한식뷔페 식으로 많이 찾아오는 곳 같고, 한식뷔페처럼 반찬을 셀프로 떠먹을 수 있다. 먹고 싶은 거 적당히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카레도 있음 ㅎㅎ 미니 함바집 느낌이 구수함.
인기메뉴는 오겹살과 생고기다. 1번과 마찬가지로 첨으로 생고기 맛보면 "오? 괜찮은데?"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1번도 그런데, 여기도 처음 온 손님들로 보이는 테이블들은 여기저기 다 그 소리가 자주 들린다. 원래 풍무동에 오랫동안 도축장이 있었는데, 직접 따오시는 것 같은데 1,2번 집 고기 맛들이 그래서 좋은 건가 싶기도 하다.
껍데기도 많이 먹는 것 같은데 먹어보진 않아서 모르겠고 갠적으로 하나만 고르라면 생고기 추천. 하지만 2인분이라도 하나씩 따로따로 시킬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오겹 1+생고기 1.
여기 핵심은 요즘은 보기 힘든 연탄 구이라는 거. 먹어본 사람들은 그 향과 불 세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듯? 된장찌개도 추천하는데 8,000 원인데 양 많음. 부담 없이 ㄱㄱ~
여기는 미친 듯이 맛있는 건 아니지만 반찬 가짓수가 1,2번 대비 많다. 셀프 반찬까지 가져오다 보면 내가 고깃집에 온 건지 백반집에 온 건지 착각할 정도다. 고기+찌개(가스버너에 가져다 주심) 시키는 기준으로 반찬 다 내오면 여기 테이블에 다 담을 수가 없다. 인심도 좋으셔서 기분 좋으실 때 이것저것 내 주심.
네이버에는 '풍미골고기마을'이라고 등록되어 있디. 오타 같은데 걍 거기 찍고 가면 됨. 주차는 가게 바로 앞 3대 정도? 공간 있음. 사장님께 미안한 얘기지만 이 집이 1,2번과 같이 올라가는 건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1,2번은 그냥 이 동네 '원탑'이라는 점을 참고바람.
여기는 풍무동 승가대 근처 맛집촌으로 해물로, 둘레, 소래버섯마을, 풍천장어 같은 타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인기 맛집들이 포진하고 있는 지역이라 이 집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1번과 마찬가지로 "장사하나?"라는 비주얼 카뮤플라쥐를 갖춘 곳이라 숨은 맛집 찾는 재미를 충분히 선사할 것이다.
그래도 힘들게 온 만큼 여기저기 찾아보다 이번 여행 첫 아침백반 집으로 뽑고 홀린 듯 먹어 치웠던 돌집식당 백반 후기
5시 즈음 기상하여 무안의 아침 공기를 맞이하고 여행의 첫 아침식사로 향할 준비를 한다
목포에는 다견이 갈 수있는 애견펜션이 없어 무안에 자릴 잡았다
다행히 목포까지 그리 멀진 않다. 돌집식당까지 약 20km, 30분 정도 소요된다
일찍 출발하니 큰 부담은 없다
기상은 일찍 했지만 식당이 8시 오픈이라 이것저것 하다가 7시 30분 즘 출발~
다녀보니까 이 지역은 대부분 그냥 길거리 노상주차 하는 분위기였고 마침 바로 건너편인 백성식당이 휴무라 백성식당 앞에 주차하고 들어갔다. (다음 날엔 백성식당에서 먹었는데 우연찮게 또 돌집이 휴무라 그때는 돌집에 주차함 ㅋㅋ)
돌집은 목포 번화로는 곳에 위치한다. 지금은 세월의 풍파를 맞은 듯 쇠락했지만 번화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 상권/문화/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목포역과 목포항 사이에 위치한 만큼 수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 유통의 좋아서 그런지 많은 맛집들이 이곳에 많이 밀집되어 있다. (천애의 자연을 가진 신안이 생산을 하면 목포가 소비를 하는 그런 구조였다고...흑산도 홍어를 보면 지금도 그러한 듯)
오픈 시간 5분 정도가 지나 들어갔는데도 손님들이 꽤 차있어서 식당 인테리어는 못 찍었다. 암튼 메뉴로 넘어가 딱히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농어와 민어는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팔지 않고 있었다. 잠깐 고민했는데 김치찌개야 늘상 먹는 거라 넘겼고, 목포 9 미(味) 중 하나라는 먹갈치조림은 딴 곳에서 먹을 예정이라 패스. 또 여기까지 와서 일반 백반만 시키기는 좀 그렇지 않나 하는 마당에 조기찌개백반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잘 한 선택이었다)
반찬은 역시 푸짐하다. (나중에 나오는 것까지 17첩이었던 듯) 아주 특출나는 건 없었는데 서울/수도권 가격 생각하면 가성비가 너무 좋다. 물론 맛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면 돌집뿐 아니라 이번 여행에서 전체적으로 홍어집 빼고는 묵은지가 아닌 겉절이가 나왔었는데 아마 김장철이 다가오며 묵은지가 다 소비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았다 (원래 여행 오면서 기대한 것 중 하나도 전라도 묵은지였는데 ㅜㅜ)
메인인 조기찌개가 등장하면 이렇게 한 상이 된다.
다행인건 김치찌개는 소량으로 기본으로 나왔고 다행히 (당연하겠지만) 묵은지로 끓인 거라 밑반찬 김치에 대한 아쉬움이 좀 해소되었다. 김치찌개는 당연히 짠데 기본 수준으로 맛있었다. 들어간 돼지고기도 괜찮았고. 기절할 맛은 아니다
다른 각도에서 찍어 봄. 작지만 양념꽃게장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밑반찬들은 인상적이진 않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준수한 정도였다
(하지만 메인인 조기찌개를 거드는 훌륭한 무채색 같은 조연들이긴 했다)
중간에 고등어 튀김이 등장하며 한 상이 완성된다. 튀김은 좀 짜고 말라있었는데 이미 만들어 놓은 듯한 한식뷔페에서 맛 보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 가격에 이만한 백반 한 상을 맛으로 평가한다는 건 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서울에서 이 맛에 이 만큼 나온다면 얼마였을까? 특히 목포항/역 인근이라는 식자재들의 싱싱함의 프리미엄까지 더한다면. 가성비가 꽤나 좋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집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이 조기찌개.
조기라고 해서 비린내 정도는 감수하자라는 생각으로 시켰는데 왠걸? 비린내 하나 없이 칼칼하나 적당히 매운맛. 짜 보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짜지도 않은 것이 간이 잘 맞춰져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부드러운 속살들 하며...
이 조기찌개의 맛에 홀린 듯, 반찬들, 김치찌개, 계란, 밥 모두 싹싹 긁어 먹었다. 정말 홀린 듯 먹어 치웠다. 아침 8시부터...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로 끓인 것 같은데 당연 칼칼하고 텁텁하지도 않고 무 등과 섞이며 달큼하고 맑고 적당히 담백한 맛이 느껴진 배부른 한 끼였다. 단점은 아침부터 너무 많이 먹어서 하루종일 배불러서 힘들었다는 것
"감사한 아침 2인분 24,000원의 행복 👍"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나왔는데 요 영상에서 조기찌개 조리되는 과정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다
(참고로 썸네일에서 비릿하다고 하는 건 다른 반찬임)
아침부터 홀린 듯 먹어서 배부름에 못 견뎌서일까... 아침 등산은 무조건 식사 전에 해야 한다는 장트러블에 시달리는 나만의 불문율을 깨고 무언가에 홀린 듯 소화를 시켜야겠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근처 유달산(목포에서는 서울의 남산 같은 존재)을 올라갔다. 할 말은 많지만 쨋든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아름다운 목포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식당 기본정보] * 🧭 네비게이션 설정: 전남 목포시 번화로 67 * 🕟영업 08:00~20:00 (3시~5시 브레이크타임 있다고 함) * 🅿️딱히 주차자리 없음 * ⛔️ 보니까 문 안여는 요일도 있으니 가기 전 체크 요망
평생 안 먹다가 불과 몇 주 전 어느 날 갑자기 빠져버린 삭힌 홍어의 매력. 그동안 못 먹은 이유는 일반인들과 동일하다. 삭힌 홍어 특유의 그 역한 경험. 근데 사회초년 시절 팀장이 허구한 날 홍어집을 데려갔는데... 그 역한 기억 또한 한 몫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목포에 가서 흑산도산 홍어를 먹지 않는게 말이 되는 거냐며 미리 홍어에 대해 도전해 보았고 매우 괜찮았다!
평생 이 맛을 모르며 산 그 세월의 시간이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암튼 삭힌 홍어를 먹기 시작한지 이제 한 달도 안 된 초보가 도전한 목포의 흑산도산 홍어 양대산맥이라고 하는 덕인집과 금메달 식당의 후기.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삭힌 맛이 심한 게 좀 힘들다면 덕인집 삼합을 추천하고, 오래된 숙성의 깊은 맛이나 코스로 찜-탕까지 다양하게 한 번 맛을 두루 느껴보자면 금메달식당을 추천한다
| 덕인홍어집
비가 내리는 어느 날 홍어는 참을 수 없다. 목포의 흑산도산 홍어만 다루는 홍어집 양대산맥 중 하나라는 덕인집. 이 곳은 노포와 서민적 분위기가 있다. 특히 이 날은 강풍과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유달산 등반 후 그렇게 홍어가 생각나더라 (나 초보 맞나?)
노포의 분위기. 보니까 2인 이상 뿐 아니라 나이불문 혼밥으로 홍탁을 즐기는 분들도 꽤 있었다
흑산 홍어삼합 9만원 역시 비싸다. 난생 첨 먹어보는 흑산도 산 홍어삼합 도즈 언~!!!! 9만 원입니다!
한 상이 나오는데, 반찬들도 맛있다. 그리고 저 소금 기름장에 꼬돌꼬돌한 홍어회의 식감
군침이 돌았다. 첨 먹어보는 흑산도 산 홍어. 근데 비린내? 꾸릿함? 나는 별로 못 느꼈다. 사실 암치료 이후로 비린내 나는 역한 것들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음식 포함 그런 냄새나는 것들에 대한 세상 모든 것을 기피하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홍어는 괜찮다. (추가로 내가 코가 많이 막혀 있는데 보통 삭힌 홍어회가 올라올 때 난다는 그 꾸릿함을 난 크게 느끼지 못했다)
딸려 나오는 묵은지와 수육. 이렇게 삼합. 덕인집 사장님 아주머니 (유뷰브에서 하도 봬서 아는 사람인 줄 만큼 낯이 익으신..ㅎㅎ)께서 삼합으로 먹으면 홍어의 향이 죽으니 되도록이면 홍어회만 소금에 '살짝' 찍어 먹기를 권하셨다. 근데 같이 간 파트너 자체가 홍어를 잘 못 먹어서 삼합으로 먹기 때문에 수육을 양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왜 그런지 홍어 입문 한 달도 안 된 나는 그냥 홍어회만 먹는 게 너무 맛있었다 (결국 수육은 꽤 남겼는데 맛도 괜찮았다)
홍어애가 나왔는데 암튼 빨리 먹어야 한다. 냉동인 데다가 금방 냉동이 가셔 버리니 후딱 먹는 게 낫다. 매우 크리미 한 느낌이긴 한데 처음에는 냉동의 그 맛 때문에 냉동 참치를 먹는 느낌이다가 씹자마자 입 안에 훅! 퍼지는 식감과 크리미향을 느낄 수 있다
흑산도산인 만큼 가격면에서 일반 요리 대비 당연히 비싸지만 (홍어는 상급 어류인 참치보다도 비싸게 친다고 한다), 노포 느낌에 부담 없는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는 서민적 식당의 느낌이었다. 물론 홍어회의 맛 또한 훌륭했다
개인적으로는 홍어는 금메달식당의 1개월짜리랑 비슷한 맛으로 즐기기에 좋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홍란이로서 목포에서 흑산도홍어를 편하게 먹겠다면 이 집을 추천하고 싶다. 홍어회의 맛이 정말 부담스럽지 않고 딱 편안한 느낌으로 너무 좋았다. 다음에 목포를 가면 꼭 이 집을 다시 찾을 것 같다. 다만 수육, 묵은지는 금메달 식당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 금메달식당
회-찜-홍어애탕 코스를 경험할 수 있는 식당인데 가격이 가격인지라 고민을 꽤 했던 집이다. (코스 20만 원)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이곳까지 와서 양매산맥의 한 축을 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결론 끝에 방문했다
테이블 식이나 신발은 벗고 들어가는데 추운 날에는 발이 좀 시리다 (사장님들은 슬리퍼 신고 계심 ㅎㅎ)
(역시 유튜브 등에서 많이 뵌) 80이 다 되어 가시는 사장님의 정정한 모습과 홍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특히 홍어만큼은 손님들이 보이는 공간에서 꺼내어 손질을 하시는데 설명만큼 30여 년이 넘게 이어온 이 업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신감이 상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회는 1개월과 5개월 숙성 반반으로 부탁드렸다. 8개월짜리는 수분이 많이 없어서 마른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5개월짜리를 먹어보니 약간 이해가 갔다. 육포처럼 마른 느낌의 고기를 계속 껌처럼 씹어먹게 되는 느낌이 5개월 짜리였는데 이것보다 더 질기고 씹기에도 오래 걸리는 느낌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5개월 짜리도 처음엔 수분이 없어 뵈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수분이 쪽쪽 빠져나와 껌 같은 느낌으로 꽤 오랫동안 씹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5개월짜리는 홍어 특유의 냄새도 맡을 수 있었고, 그 암모니아? 가 많이 슉슉 쏘는데 결국 볼 안쪽과 혀가 다 터져서 부어올랐다. 이 고통을 참으면서도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는데 이게 마니아들이 "입천장 다 까져도 먹게 돼요"하는 느낌인 것 같았다
솔직히 유튜버들이 훅, 훅 거리며 난리 치며 헛기침하거나 우웩 하는 건 그냥 오버하는 리액션으로 보인다. (홍어 잘 먹는 부류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음, 음 음.... 좋아... 음... 오..." 이런 느낌이 맞는 것 같다
※홍어 먹고 혀가 부은 모습. 혐짤이라 이미지는 접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왼쪽의 [더 보기]를 눌러 펴서 보세요
일단 다음날부터 식도락 여행은 생각하지만 못한 부상투혼으로 이어졌고 한 2,3일 갔다. 그리고 집에 올라와서 홍어를 먹었다가 안 그래도 아물고 있는 상태라 그랬는지 또 까졌다 ㅋㅋ. 그러고도 계속 먹고 다음날 또 먹었다
나는 5개월짜리도 괜찮았는데 먹어보진 못했지만 상상이 좀 가는 8개월보다는 5개월에서 안착하는 것이 좋겠다고 느껴졌고, 1개월짜리는 명인집과 큰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초보를 위한 안정적인 맛이었다. 다만 회만 먹느라 수육을 꽤 남기긴 했는데 수육은 금메달식당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제일 신선한 경험은 영상으로만 보던 홍어코를 먹을 수 있었다. 보통 홍어는 1) 코 2) 날개 3) 꼬리 순으로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 와... 오독오독오도독! 하 + 부드럽고 + 질겅질겅 한 식감 포함 굉장히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위였다. 홍어 도전이라면 가능하다면 홍어코도 꼭 추천해 본다
홍어애도 중간에 주시는데 덕인집의 냉동과는 더 신선한 느낌으로 진짜 크리미 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홍어애는 금메달집이 더 맛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아이스크림 같은 크리미한 느낌의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한 점 정도가 별미로 딱 좋았다
찜이나 탕도 괜찮긴 했는데 갠적으로 그 알싸한 맛들이 회만큼 와닿진 않아서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삼합으로만 시킬 것 같다. 찜은 양념이 꽤나 괜찮았고, 탕은 이해를 돕자면 야간 마라탕 계열인데 마라탕 따위 먹을 바엔 홍어탕을 먹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우리가 오픈하는 시간에 잘 맞추어 가서 그런진 몰라도 수육은 갓 나온 맛에 최고였고, 이런 말은 어폐지만 묵은지가 짜지 않았다... 음.. 적당하게 짰다란 말이 더 어울릴까... 암튼 수육이랑 묵은지 김치만 먹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홍어 못 먹는 사람 데리고 가도 좋다) 맛있었다
목포여행이 끝나고 홍어가 너무 그리워 올라오자마자 동네 홍어전문식당에 가서 즐겁게 홍어와 간재미탕을 즐겼다. 워낙 손맛이 좋은 집이라 그런지 바로 경험하고 돌아온 흑산도산 홍어집들과 비교해도 꽤나 괜찮은 집이다
다음날 어제 간 동네 홍어전문식당에서 다시 포장을 해와 또 먹었다. 홍어에 대한 공부를 하며.. 몰랐는데 흑산도산은 전라남도 지역이 아닌 이상 소비하기가 힘들 기고 하도 한국이 홍어를 찾으니 칠레산도 귀해지기 시작하고 있고 미국, 아르헨티나 산을 많이 수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주 영산포가 이 수입산들의 집결지고 여기서 모두 삭힌 후 전국으로 유통된다고 한다.
국산으로서는 흑산도와 대청도가 유명한데, 홍어는 차가운 물을 좋아해서 오히려 대청도와 같은 서북해에서 제일 많이 잡히고, 전국 모든 해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다만 흑산도 홍어는 어획량 조정 및 잡은 물고기마다 바코드를 입력하는 정책을 써 굉장히 귀한 최상위급이라고 한다
홍어를 먹고 난 후 급기야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유배도중 어류도감을 쓴 이야기를 다룬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얕고 짧은 식견 때문에 정약용이 정말 대단한 위인인 줄 알았는데 형인 정약전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흑산도 사람들도 먹지 않았던 짱뚱어와 아구가 현재 우리의 식단에 올라올 수 있도록 해준 것 또한 정약전 선생 덕분이었다
야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신안 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영화 자체도 꽤나 잘 만든 명작이어서 결국 마지막에 눈물까지 흘렸다. (실제 촬영지는 서 쪽으로 우이도와 흑산도를 바라보는 비금도라고 한다) 이렇게 나의 홍어여행기는 끝을 맺었고 다음에는 꼭! 꼭! 흑산도에 가서 흑산도 홍어(생회 포함)를 먹고 그 아름답다는 흑산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싶다.
자차+강아지들이랑 가기는 상당히 높은 레벨의 여행지다. 사람만 간다면 목포에서 2시간 30분 걸리는 쾌속선을 타고 다녀올 수 있지만, <자차+반려견>이라면 압해도에서 6시간짜리 여객선에 차를 싣고 갈 수 있다. (자동차 싣는 비용도 만만하지 않다) 그리고 통영 욕지도 가는 것처럼 반려견을 차 안에 태우고 배를 탈 수 있는지와 가는 동안 주차 해 놓은 차에 갈 수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 (통영 욕지도의 경우 강아지들은 차 안에 두 되, 가는 동안 주기적으로 차에 가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흑산도에는 애견 펜션 (+우리처럼 다견 중형견을 위한 애견펜션)도 아직은 없어서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하는데 배도 하루에 딱 하나 있어서 도착해서 섬을 나올 때까지 약 3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남질 않는다. (그 옆에 있는 송도, 홍도 등에 가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이번 3박4일 포천 여행에서 맛집 탐방은 완전 실패였다. 추석이다 보니 문 닫은 집들이 많아 검색검색해서 뽑아 놓고 가본 곳은 단 한 곳... 그래서 그때 그때 찾아간 곳들이 거의 다 실패했는데 유일하게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먹은 곳, 바로 산정호수에 위치한 어부네옛매운탕. 원래 리스트에 있던 음식점이 문 닫아 급히 검색 해 우연히 찾아간 곳
민물매운탕은 옛 시절 매기매운탕만 여러번 먹어봤었는데 항상 그 기름진 느낌과 비린내 때문에 멀리했었는데 이 집에서 먹어보니 난 평생 민물매운탕을 잘못 먹었구나 깨닳게 해줬다
전~혀 기름지지 않은 칼칼~한 국물에, 부드러~운 생선고깃살... 국물 뜬 숟가락에 생선살과 김치를 얹어 목에 넘어가는 그 맛. 아... 잘 왔다 어부네옛매운탕. 지금까지 실망한 포천 음식점들의 안 좋은 기억들을 한 방에 날려 주었다
첫 날은 가게에서 먹었다. 원래 매운탕에 들어가는 사리 (라면, 수제비) 안 좋아 하는데 수제비도 맛있어서 추가로 시켰다. 수제비는 매운 국물 안 좋아해서 항상 맑은 국물에만 먹어 봤었는데 여기서 먹으니 맛있다. 비쥬얼 그대로 칼칼 시원~ 하다
추가했더니 가게 사모님이(신 듯?) 오셔서 수제비 직접 따 주시면서 "우리 아저씨가~" 썰을 풀어 주신다아저씨 (사장님)가 어부시고, 한탄강에서 매일 잡아오는 생선으로 준비한다고 하신다. 그래서 생선살이 부드러운 거라고! (진짜 매우 부드럽다. 생긴거 징그러운 것만 빼면 좋다)
또한 한탄강 민물고기 잡는게 면허증이 필요한가보다, 근데 아저씨는 면허증을 가지고 계시다고.. 벽을 보니 다큐멘터리 방송에 나오셨던 사진들도 보인다
여행가서 로컬 맛집 가서 이런 이야기도 듣는게 참 좋다. 맛있는 음식과 그것만이 가진 그 분들의 이야기... 키야... 이 날따라 로컬로 보이는 손님들이 꽤 들어와 있어 뭔가 더 맛있는 느낌이다 (여행가면 그런 기분있지 않나)
그 동안 포천맛집 여행은 진짜 '망'이었는데 정말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 그 다음 날
좋은 기억을 뒤로 한 채 다음 날, 이동면에 왔으니 비교를 위해 이동갈비를 한 번 더 먹기로 했으나 이게 웬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진짜 엄청난 폭우가 내린다. 영상은 비가 좀 약해지고 찍었다. 완전 쏴쏴쏴쐇쏴~였음
"비오는 날엔 매운탕이지!"
하며 계획 변경. 바로 어제 먹은 어부네옛매운탕에 전화걸어 포장주문을 한다
비를 뚫고 산정호수로 ㄱㄱ~
| 참고로 이 지역은 산정호수길 뿐 아니라, 여우고개, 백운계곡, 도마치재 코스로 와인딩 드라이브 코스도 유명한 곳이다. 새벽드라이브가기도 좋은데 브레이크 패드 꼭 체크하고 가자
메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모듬매운탕 (빠가사리, 잡어 등등 다 들어간거).
빗소리 들으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좋다. 비오는 날 민물매운탕... 쥑인다.
아주 어린 시절 친척들과 여행 갔을 때 어르신들이 갓 잡은 물고기들 그냥 군용 냄비에 넣어서 고추가루 훌훌 털은 뒤 '빠나'로 쓩쓩 구워 먹던 꿀맛의 기억이 떠오른다
전 날 너무 맛있어서 수제비도 추가로 시켰는데, 역시 통으로 주셨다. 어제 사장 사모님이 따 주셨던 모습을 떠올리며 혼신을 다해 잘 따보는데, 오! 오늘도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대성공!
저기에서 고기를 잡는 진 모르겠지만 암튼 한탄강 협곡의 모습을 추가해 본다.
한탄강은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라는데 멋있고 예쁘다
※ 남은 음식은 생선이라서 냄새 및 처리 때문에 숙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에 잘 싸서 보냉 백에 넣은 다음 집에와서 잘 버렸다. 그리고 버너도 냄새 배길까봐 진짜 빡빡 딲았습니다
차 정비 맡길 일 있어서 잘 봐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일산에 갔다. 원래 카메라가 좀 이상해서 갔는데 뭔가 믿음이 가서 기본 차정비도 맡겼는데 아니다 다를까 하부 쪽 꽤 고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귀찮아서 계속 간단 정비만 하다 보니 하마터면 클 날 뻔했다.
암튼 이번 정비소는 맘에 들어서 담에 하부쪽 싹 다 고치기로 했고, 아점 시간이 다 돼 가서 그냥 일산에서 먹기로 해서 찾아간 곳
위치는 한양상가라고 일산 서구와 동구의 중간 지점 즈음, 원마운트에서 한 두 블록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뭐 딱히 멀지도 않고 검색해 보니 평들도 좋아서 ㄱㄱ~ 상가 건물에 있으니 뭐 주차도 신경 쓸 필요 없고 (이 날은 지하 안 들어가고 야외에 자리 있어서 좋았음)
공간은 그냥 신도시 상가 음식점 느낌인데 첫 인상이 좋았던 게 저 덮게로 가려진 접시들이었다.
최근 들어 음식점 가면, 따지 않은 생수를 준다거나, 젓가락과 숟가락이 종이 덮개에 일일이 덮여 있는 집을 좋아했다. 여기도 거기까진 아니지만 일단 접시에 대한 저런 세심한 터치 하나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신뢰감을 준다. "아, 이 집은 위생에 대해 신경 쓰고 있구나."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업종사 분들께서 항상 조리부터 전달까지 마스크를 착용한다거나 위에 말했던 물, 식기, 접시에 대한 위생에 대한 신경 쓰는 부분들이 많아진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지라 땃뜻한 (뭔진 모르겠으나 ㅜㅜ) 차가 저 보온병에 담겨 있다.
(차 쪽은 약해서 종류는 모름.. 보리차일 수도... ㅜㅜ) 암튼 이러한 일련의 첫인상이 좋은 곳이었다
우리 집은 게장을 참 좋아해서 보자마자 간장게장 반상이랑 토담 반상을 시켰다. 아무래도 처음 가는 곳이니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기본도 먹어봐야지 하면서 ㅎㅎ
여긴 게장은 물론이고 위에서 언급한 가게 들어설 때 첫인상의 느낌만큼이나 이것 저것 다 맛이 괜찮았다
소식이라 반찬이 너무 많으면 다 못 먹는 편인데 이것저것 줏어 먹게 되더라
반찬도 기본들이지만 다 맛이 좋았다. 굳이 빼라면 김이야 걍 김인데 암튼 다른 반찬들..
양념게장 사이좋게 먹으라 두 개 나오고
밥도둑 간장게장
젓갈도 넘 짜서 보통은 안 먹기도 하고, 이미 밥도둑인 간장게장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손이 갔다
아.. 그리고 저 전... 일반인들한텐 앙증맞은 사이즈일 텐데 나오자마자 먹으니 참 맛있었다
왼쪽 반찬들도 다 밥도둑 들이다. 그냥 게장만 타깃으로 맘먹고 시킨 건데 막상 반찬들도 다 정갈하니 맛있다 보니 그냥 기본 반상만 시킬 것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집은 다 소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누룽지... 신기하게 배가 불러서 디저트 배는 없는데 누룽지 배는 항상 남는다. 누룽지까지 뚝딱... 배터지게 먹고 왔다.
나가는 출구 쪽인데, 반찬들이 맛있어서 그런지 따로 팔기도 했다. 따로 사지는 않았지만...
두번 째 방문~ 짜잔~
그리고.. 한 달 후에 또 일산갈 일이 있어서 또 토담골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직화구이 생선을 시켜보았다
이번에도 맛있게 뚝딱하고 나왔다. 지방 여행 가서 느끼는 백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곳. 두 번째 방문도 대 만족이었었다. 일산에 가면 항상 들를 곳 같다.
여행 다녀오는 거 전체 정리를 하려다 보니 뭔가 너무 많아 번아웃 돼서 그냥 조각조각 올리는 포스팅도 좀 해보려 한다. 방문했던 맛집 걍 하나 이런 식으로.
암튼 강화도가 가까워서 자주 가는 편이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무슨 생각인지 1박을 하고 왔다. 워낙 가까워서 그런지 첫날 새벽부터 가서 이튿날 점심 즈음 돌아오니 1박 2일이 아니라 무슨 3박 4일 정도는 돌아다닌 느낌이었다.
마지막 이튿날 아침 식사할 곳을 찾다가 웹검색으로 발견한 <시골밥상> (지도에는 시골식당으로 나온다). 네이버 음식점 검색할 때 영업중이라고 표시되어 있어도 실제로 안 하는 곳들이 있어 당황한 적이 좀 있는지라 아침 7시 즈음하여 전화로 영업하는지 확인 사살을 해 본다. "지금 영업 하시나요?" "네네네, 영업 중이고요 몇 분이세요? 여기 전등사 앞으로 오시면... 후략" 아주 반갑고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신다. 위치까지 친절하게 설명... 역시 친절함의 인상은 좋고 기대를 하게 만든다
생각보다는 늦었지만 7시 47분, 자, 떠난다. 그곳으로. 13.8km로 그리 가깝지도 않고 원래 관광지 (전등사) 앞에 있는 식당들은 호갱 느낌이 많아서 잘 안 가는 편인데 저 전화 한 통으로 느낌이 좋다. 동막 해수욕장 쪽은 하도 많이 다녀서 장화리 쪽으로 쭉 돌아서 아침 경치 좀 구경하면서 갔다
이곳은 매일 06:00에 시작하여 22:00에 영업을 종료한다고 하니 아침 먹기 딱 좋은 시간에 오픈한다.
아침은 거의 뭐 저 나물정식이 원탑인 모양이다. 바로 저걸 추천해 주신다. 우리도 나물정식 먹으러 온 거라 고고~ 그리고 전형적인 뭐든 다하는 전형적인 눈탱이 관광지 메뉴판처럼 보여서 처음에 조금 의심은 들었는데 이후 음식이 나왔을 때 그건 큰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주방 바로 앞에 앉았는데 사진엔 두 분뿐이지만 일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사장님의 지휘 아래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하는 모습이 신뢰감을 더한다. 얼리버드, 일찍, 부지런 이런 키워드가 딱 어울리는 곳이다
도토리묵을 위해 저 첫 준비를 해 놓는데 (숙성 같은 건가...).. 와... 저거 나중에 조금 주셨는데 맛.있.다.!
반찬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하나 같이 다 맛있다. 밑반찬으로 나온 것치곤 아까운 손두부 맛이 특히 좋았다. 역시 막 만들어 온 맛이 좋다. 첫 시식 아주 좋음. 역시 하루 시작의 아침은 맛있게 시작해야 한다
여기다가 이제 산채비빔밥을 비벼 먹어야 하는데 저 막 만들어준 계란 후라이. 군침이 꿀꺽
나물들은 쏘쏘긴 하지만 시그니쳐의 맛이 아니다일 뿐이지 역시 '맛있는' 쏘쏘다. 다만 이 주위에 빛나는 반찬들 모든 분위기가 여기에 맛있는 감성을 더해준다. 그리고 마니산이 있는 강화도인데 뭐 저런 채소는 다 맛있지 ㅎㅎ
보통 식당 가서 나오는 사이드 된장찌개는 뚝배기만 띡 주기 때문에 금방 식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종종 "데워주세요~" 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들이 많아서 걍 식은 거 먹을 때가 많은데 여기는 버너에 올려 주신다. 따듯함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거기다가 양도 많아서 메인 중에 하나인 느낌이다. 물론 구수~하니 맛있다
이게 이 식당의 시그니쳐 메뉴인 나물정식의 전체 모습이다
가로 사진도 넣어본다. 솔직히 말해서 반찬 포함 거를 게 없다. 맛이 조오타~!
보니까 사장님이 모든 상황에 대한 진두지휘를 하시면서도 마케팅을 잘하시는 느낌이다. 여기저기 테이블마다 찾아가면서 음식 설명도 해 주시고, 특. 히. 새로운 반찬. 딱 마트에서 시식하는 것보다는 많은 양의 또 다른 반찬을 오늘 한거다, 금방 한건다 드셔 보시라 쓱쓱 넣어 주신다. 근데 오... ㅆ 맛있다...ㅋㅋㅋㅋ 저거 다 먹음
그리고 그 사장님의 서비스 반찬의 정점이 바로 그 우리가 오자마자 봤었던 도토리묵이었는데, 사장님이 길게 설명해주셨는데 잘 기억이 안 나서 전달은 정확히 못하겠는 게 좀 답답하다. 도토리묵 만들 때 누룽지 마냥 남은 도토리묵을 긁어서 나온 머시기 뭐이라고 하셨는데... 다 굳어지지 않은 묵이 아닌 상태의 이런 묵을 먹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너~무 눅진눅진하면서도 고소하고 구수 하고 하니 그 우리가 보통 시켜서 먹는 찰진 완성형 도토리묵과는 굉장히 다른 식감과 맛이었다
원래 많이 먹지 않는 편이라서 "와... 씨 윌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냐" 하면서 한상 배불리 먹고 나와보니 '맛없은면절대돈을받지않습니다'라는 LED 간판이 있다. 강화도 올 때 아마 또 올 듯싶은데 다른 사람들도 아마 맛없게 먹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식당 앞에 보면 이렇게 직접 모든 반찬을 손수 손 보는 듯 진열이 되어 있다. 안 쪽의 도토리묵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쇼맨쉽 같은 전략 같은데, 테이블마다 신경 쓰며 넣어주시는 추가 반찬과 설명, 분주히 열심히 돌아가는 주방과 반찬 준비의 모습들 모두가 딱딱 잘 맞아 돌아가며 가게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주는 것 같다 + 아침 6시 오픈이라는 점까지. 갠적으로 지방 백반 여행을 다니며 일찍 여는 부지런한 집에 대한 실망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사장님들도 본인의 업과 그 준비에 진심이라는 반증 아닐까 (그렇다고 늦게 여는 집 까는 건 아니다 경험 상 그렇다는 거지)
저기 장화리랑 화도면 사이는 연화사가 있는 동녘말길이라는 산 도로인데 어제 올 때 산 위의 분위기가 맘에 들어 비 오는 날 운치도 즐길 겸 올라갔다 내려오며 해안도로를 따라 석모도로 향했다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이 길 왔다 갔다 한걸 동영상 편집을 좀 해봐야겠다. 꽤 높아서 현기증 날 수도 있는데 곳곳에 보이는 벚꽃들과 비 오는 날의 운치가 참 괜찮았던 산길이었다
암튼 언제부턴가 강화도 오면 웬만하면 언제나 들리는 귀여운 푸들이 있는 카페 Sole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포장을 한다. 언제나 맘 좋아 보이는 사장님 모녀와 푸들이 반겨주는 곳인데 오늘은 푸들이 없어서 여쭤보니 이미 퇴근했다고...ㅎㅎ 여기 오는 이유가 별게 없다. 커피 맛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커피 잘 안 마심) 그냥 이곳에서 사람들과 강아지와 공간이 풍기는 묘한 그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져서 이다. 말로 설명하기엔 좀 힘들다. 암튼 그렇다
벌써 몇 년이 다돼 가긴 하지만 이번 포스팅 때문에 찾아보니 애견동반이 언제부턴가 공식적으로 되는 것 같다. (옛날 포스팅 보면 알겠지만 애견동반 카페는 아닌 걸로 알고 있었는데 동물들을 좋아하시는지 우리 강아지들 보고 들어와도 괜찮다고 하시던 적이 있었던 적은 있다)
그러고 보니 커피 사진은 안 찍어서 이쁜 인테리어 사진 하나 더 남긴다
걍 추가로 이건 외관인데 항상 갈 때마다 건물이 공실이었는데,
이번에 가니 드디어 칼국수집이 하나 들어왔다~ㅎ 이름이 모리인 것 보니 포항 구룡포의 그 모리 국수인가 싶은데 암튼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암튼 카페 솔레는 몇 번 다니다 보니 '갠적으로' 추정하기로는 카페 사장님들이 건물주이신 것 같은데 축하드린다 ㅎㅎ
그리고 추가로, 이 날은 토요일이라 주말 인파 (마지막 벚꽃 시즌이었다) 몰리기 전에 강화도를 탈출하기 위해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침을 좀 늦게 먹어서 점심을 스킵할까 하다가 사람들 많이 간다는 (저 위 지도에 나오는) 가는 방향에 요즘 유명한 집이 있길래 그냥 들러나 보자 하고 갔다, 이름 하야 배터지는 집. 따로 포스팅은 올릴 일이 없어서 이거 올리는 김에 같이 올려본다
강화도에 이런 세숫대야 스케일의 해물 듬뿍 칼국수집들이 좀 있는데 그나마 여기가 가격대가 그나마 살짝 낮아 보이고 집 가는 동선에 있어서 들렀다.
11시 30분 즈음 갔는데도 주말이라 그런지 웨이팅을 조금 했다. 주차장은 빡빡했고 안은 가족단위와 강화도를 향해 주말여행을 떠나는 젊은 친구 무리들이 바글바글하다. 로테이션도 엄청 빨라서 정신이 없다. 뭔가 왁자지껄 하고 빠르다. 음식을 보니 딱 인스타용이다.
(산 낙지 들어가는 시점) 갠 적으로는 맛은 없진 않았지만 (면은 투박한 것 모양에 비해 당일 재면 식의 부드러운 내가 좋아하는 면빨이라 맛있었다, 인정) 가성비가 좀 떨어진다 느꼈고, 칼국수 집 김치 치고는 좀 그랬고 과연 이게 강화도까지 와서 먹을 강화도의 맛인가 싶었다. (뭐 강화도의 맛이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먹어볼 수 있는 그런 맛이라 강화도까지 와서 1,2박 여행에 집어넣기에는 조금 아깝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은 예가 박승광 칼국수일 것이다. 2인분 2만 3,4천대에 먹는 맛있는 그 '다 쏟아부어~' 칼국수 계열. 그래도 항상 궁금했어서 가보기는 잘한 것 같다.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박승광 칼국수가 다시 가고 싶어 졌다. 동네에도 분점이 있었는데 왜 문을 닫으셔서....ㅜㅜ
2018년 기준 2인분 2만 원에 먹던 박승광 칼국수 김포 분점의 행복. 없어져서 너무너무 아쉽다. 진짜 맛있었는데...ㅜㅜ
~ 석모도 아침 식사
이 포스팅 유입 키워드를 보니 '석모도 아침식사'로도 많이 들어오는데 석모도 아침식사는 돌캐식당의 왕해장님 밥상 꽃게탕 추천. 일찍 오픈함. 아래 이전 포스팅 참조
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잘 나와서 이 날은 좀 거리를 거닐기로 결정하고 종로 3가 골목의 찬양집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주차는 인사동 대일빌딩에 했다. 여기가 주차장이 좀 낙후되고 좁은 대신에 주변 주차장들 대비 제일 저렴했다. 주변 왔다 갔다 하기 동선도 나쁘지 않다. 1시간 3000원에 일주차 2만 원. (일 주차는 따로 신청할 필요 없고 그냥 시간 초과되면 2만 원에서 멈춘다)
인사동의 가을 분위기는 푸름과 은행의 노랑이 인상적이었다
종로3가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낙원상가의 모습이 보인다. 레노베이션 된 모습이라 약간 낯설다
이 쪽 사이드가 맞나 싶긴 한데 (아마 반대쪽이었던 것 같긴 한데...) 내 추억/기억 속의 낙원상가는 딱 3가지다. 낙원떡집, 악기상가 그리고 허리우드 극장. 킹콩 2를 여기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당시 건물은 굉장히 낡았었기 때문에 저 레노베이션된 모습이 낯설었었다. 내츄럴, 용형호제 둘 다 재밌는 영환데 저것들은 비디오로 봤었다.. 그리고 피카디리, 대한극장... 아.. 추억... (낙원떡집은 상가들을 다 돌아본 후에 마지막에 들러서 떡을 사 가는 일종의 피날레? 같은 느낌)
악기상가의 성지였던 곳. 여기 2층 악기점에서의 기억은 두 가지. 내 첫 첼로를 여기서 샀었고, 두 번째는 양은 냄비에 김치 넣어서 끓여 먹는 라면을 여기서 처음 먹어 봤었다. 완전 신세계에 눈 떴었던 기억이라 어릴 적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악기점 사장님이랑 지인들이 한창 끓여 먹다가 상점 방문한 나한테도 먹어보라고 줬는데... 그 이후로 라면엔 김치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이 진리로구나...라는 것에 눈을 떳 던... 정말 순수하게 라면에 김치만 넣어져 있었던...
이곳이 밤엔 옛날 포장마차 거리로 싹 변하던데 진짜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포장마차 마차마다 꽉 차 있는 것에 나름 신선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역시 서울살이가 멀어지니 ㅎㅎㅎ 그리고 저 개방 화장실은 첫눈에는 깔끔하다 생각했는데 저녁 사람들의 인파가 몰리는 생각을 해보니 남자 한 칸 , 여자 한 칸으로 구성된 저 화장실은 인파를 당연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다. (살짝 무섭긴 하지만 낙원 상가 4층의 개방 화장실을 쓰면 훨씬 깨끗하고 그나마 여유가 있다)
요즘은 성인용품가게도 떳떳하게 사람들이 넘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하나 발견했다. 샤이맨... 요즘엔 저런 곳에 들어가는 것도 사람들 눈 개의 치 않고 데이트 중간에도 간다고 (인터넷에서 들었는데 말입니다) 하는데 아주 좋은 현상인 것 같다. 언제까지 유교걸, 유교뽀이 하고 있을 것인가. 어서들 많이들 결혼하고 애 낳고 출산율을 높입시지 말입니다
이제야 낯익은 골목길에 들어선다. 찬양집과 할머니손칼국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갈매기살 고깃집들로 이어지는 그 종로 3가의 골목
찬양집으로 들어간다. 언제부턴가 미슐랭 가이드 타이틀을 달고 있다.
맛집의 대명사. 유명인 싸인들. 못알아 보겠는 이름들도 많다.
찬양집은 해물칼국수. 저 손칼 면빨은 아버지 따라 주말마다 다니던 청계천 포장마차에서 처음 배웠었는데, 그때는 저 손 칼도 훨씬 (손으로 찢은 듯) 더 거칠고 투박하니 후루룩 하는 맛, 씹는 맛, 넘기는 맛이 더 걸걸하니 서부영화처럼 맛있었다. 그 시절 또 새로운 신세계에 눈을 뜨고 포장해 가서 집에서 먹고 싶다고 생떼를 썼었던 어릴 적의 기억이 있다. 포장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 시절 결국 사장님은 이 사태에 대해 (어린아이의 꼬장) 아버지와 논의 후, 하야 '비니류 (비닐봉지)'에 칼국수와 육수를 따로 듬뿍 넣어서 주셨었다. 그 시절 종로, 청계천 칼국수 값이 아마 500원? 아니면 1500원 둘 중에 하나로 기억한다. 이 골목을 성인이 되어서도 줄기차게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이 기억 때문이다 (물론 그때 그 맛과 비주얼은 아니지만...)
조개껍질은 저 옛스러운 분홍 '빠께스'에 버려주시고...
찬양집 처음 방문했을 때 신선했던 기억은 바로 저 김치다. 저런 손 칼국수 면발이야 종로부터 청계천까지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여기는 김치가 두 가지, 신 것과 익은 것.. 이렇게 나눠서 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거의 이 집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날은 만두도 시켜 봤다. 맛있다
역시 칼국수의 매력은 저 장이다.
맑은 국물 먹다가 이제 슬슬 배가 찰 때 즈음 장을 넣어서 좀 먹어주고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올만에 찬양집에서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난 후 쭉쭉 골목길을 향해간다
찬양집에서 걷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할머니손칼국수 집이 나온다. 찬양집 보다 더 좋아하는 곳이다. 위에서 말했던 옛 청계천 포장마차 칼국수의 기억을 그나마 많이 살려주었던 곳이기도 하고, 살면서 종로 3가에서 제일 자주 간 곳이기도 하고 수제비반 칼국수 반의 칼제비 메뉴 때문에 그 손으로 찢은 듯한 거친 면빨의 향수를 전해주는 곳이다. 종로 3가의 개인적인 원픽을 하라면 여기다.
골목을 좀 더 걸어가다 보면 갈매기살 집들이 나온다. 그 중에 대중한테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광주집. 밤 되면 여기도 끝장난다.
광주 집 행주 말리고 있는 모습
은행나무들
종묘가 보고 싶어 탑골 공원 쪽으로 향한다.
종묘 가는 길. 저 우측 사이드 중간중간 어르신들을 위한 술집들이 있는데 낯부터 막걸리 '한 잔'을 몇 백 원 수준에 마실 수 있다. (지금은 물가 땜에 가격이 더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아쉽게도 종묘는 시간에 맞춰 관람 제한이 되어 있어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발을 돌렸다. 많은 숫자는 아지지만 이런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어린 친구들이 모습을 보니 뭔가 뿌듯? 안심? 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 여행 얘기를 하다가 너무 옛날에 가서, 차라리 어른되서 갔으면 이해도 하고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난 좀 반대 입장이다. 여행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좋지만 어린 시절부터 기회가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세월이 지나 기억은 어렴풋하더라도 그 시절의 기억의 DNA는 영원히 몸과 맘 속에 살아 숨 쉬며 그들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인사동 쪽으로 길을 돌리며 나무들이 같이 하고 있는 듯한 건물이 보인다. 인상적이다
종로의 보석상 거리는 정말 유명했고, 실로 휘황 찬란할 만큼 그 시각적 위용이 대단하기도 했다. 지금도 몇몇 남아 있긴 하지만 정말 많이 없어졌다
종로 3가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가다 보니 이제야 익숙한 낙원상가의 허름한 모습이 보인다. 세월의 풍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시절 영화 개봉은 도시의 큰 이벤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영화관의 간판을 붓으로 그리던 낭만의 시절. 그 시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듯,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의 흔적이라면 흔적과 같은 그런 것이 보였다
뺑끼칠 후 세월의 풍파를 맞아 군데군데 찢겨진 듯한 건물의 스킨들이 지저분하다기보다는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Reminiscence' 레미니선스라는 영단어가 어울리는데, 간단하게는 회상, 추억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사전적 의미로 가면 "기억한 사항이 그 직후보다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뒤에 명확하게 생각나는 일. 잠재적 기억."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 어딘가로 떠난 후 비로소 집에 돌아왔 을 때 느끼는 '그'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늘과 함께 바라보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낙원상가를 지나 비로소 인사동 길 방향으로 접어드는데, 골동품 상점이 보인다. 인사동이든 황학동이든 참 많이 보이던 풍경이었다. 더군다나 그 시절은 인디아나 '죤'스, 피라미드의 공포, 로맨싱 스톤 같은 어드벤처 영화들도 인기 있던 시절이라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한창 뻔한 오리엔탈리즘에 눈 돌아가던 시절이기도 했고..)
역시 이런 것들이 추억을 자극한다
평일 금요일 오후인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고
언제부터인가 인사동에서 통인가게는 존재감을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다만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2000년대 아니었을 까, 아니면 2000년대야 되고서 내가 깨달았을까... 80,90년대에는 보지 못했던 그런 아이덴티티를 구사하며 세인의 주목을 이끌었던 것 같다
나는 액티브한 열혈 에코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저런 건축과 자연의 상생을 꾀함은 좋아한다. 다만 종을 잘 선택하고 관리도 잘해줘야 벌레 모기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실수를 통해 에코 아파트를 만들었다가 폭망 한 케이스가 중국에 있다
그 에코 건물 옆에 눈을 끄는 또 하나의 건물. 저 라인형 스킨 때문에 그런지 옛 김수근 후기 건축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저 건물은 인사동 건물들 특유의 한국 문화와 어울리는 인사동 아이덴티티에 더 충실한 것 같다. 비슷하긴 하지만 비교하기엔 김수근 후기의 저 라인 형태는 너무 모던하긴 하다. 참 맘에 드는 건물 두 개다. 요즘 말로 하면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그런 느낌
도장집. 이젠 도장이 필요 없는 시간이 되었지만 뭔가 개인적 '꾸미기'를 위한 아기자기함을 위한 흔적으로 남으며 그 생을 더 해 나가고 있는 듯해 보여 보기 좋다. '본인을 증명한다'라는 도장의 그 의미는 잊지 않고 있다
와 중에 모던한 느낌의 옷가게가 있어 찍어 보았다. 모던한 느낌의 간판과 90년대 느낌의 시멘트 바닥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추억의 쌈지길. 밀레니엄이 갓 지난 2000년 초반에 등장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공간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그냥 쭉쭉쭉 출구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일방통행의 길, 하지만 입구부터 출구까지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해 준 곳. 좀 레벨을 낮추어 비교해 보자면 일방통행 공간은 이케아 매장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인사동 하면 언제나 어느 곳에나 숨을 돌리면 보이는 듯한 버드 나무 (버드나무 맞나? ㅜㅜ 진짜 나무 이름은 잘 몰라서...) 암튼 쌈지길은 그 시절 정말 재미있는 신개념 골목길이었다
그 쌈지길 바로 옆에, 뭔가 2000년대 초반에 쌈지길을 봤던 느낌의 신선한 공간이 있었다. (난 이 날 처음 본 거라...) 위에 쌈지길의 타이틀이 붙은 것 보니 아마 쌈지길의 확장판이 아닌가 싶다. 1층에선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낯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화려해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스티치? 바느질? 메움? 스테이플러? ㅎㅎ 느낌의 저 조명의 요소들이 꽤나 인상적이면서도 화려한 연출을 하고 있었다. 밤에 되면 훨씬 화려할 것 같다
조명과 거울의 조합은 언제나 환상 적이다. 내부까지는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딱 이 앞마당만 구경하고 나왔다
이 공간에 있던 예뻐 보이던 샵
다시 인사동의 가을...
인상적인 갤러리 건물, 가이아. 이름이 참 어마어마하다 가이아... 것은 좁고 길고 약해 보이지만 안에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품고 있을 듯한 느낌이다
다시 길의 끝까지 와서 뒤 돌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 끝까지 와서 안국 빌딩 기점으로 동영상 모드로 360도 돌려 봄
이 즈음에서 내 저질 체력은 이미 오래전 바닥났고... 황진단 한 알 삼키고 반짝하는 체력을 더 해 좀 만 더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