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opinjays @ 센트럴 2. Mido Cafe @ 야우마테이 3. Cheung Sing Restaurant @ 코즈웨이베이 4. Omahony's Bar (n/e) @ 프린스 에드워드
| 1. 팝핀제이스 Popinjays @ Central
마가렛 (니콜 키드먼)이 첫 등장하는 팝핀제이스 (Popinjays)는 홍콩 머레이 호텔의 루프탑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 마가렛이 남편의 50번째 생일 파티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장면이 촬영되었으며, 카메라는 천천히 배경에서 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그녀의 성격과 배경을 암시해 준다.
팝핀제이스는 홍콩의 멋진 야경뿐만 아니라, 낮에도 270도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주말 브런치, 애프터눈 티, 저녁 DJ 공연 등 다양한 특별 이벤트가 자주 열리며, 홍콩에서 럭셔리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라고. 탁 트인 전망과 세련된 분위기로 홍콩의 현대적 감성을 느낄 수 있어 보이는 곳이다 (못 가봄).
참고로 팝핀제이스가 위치한 머레이 호텔은 1969년 정부청사로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로, 홍콩의 건축적 유산을 보존하며 2018년에 럭셔리 호텔로 새롭게 개장했다. 상징적인 아치형 구조와 혁신적인 설계로 홍콩의 모던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데, 원래 건축은 론 필립스가 설계했고,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럭셔리 호텔로 재 탄생했다.
머레이 호텔의 리모델링은 애플 파크, 런던의 더 거킨, 홍콩 국제공항 등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 경의 작품이다. 팝핀제이스에서도 가까운 HSBC 본사 빌딩 역시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다. 리모델링 전인 1986년의 머레이 빌딩과 노먼 포스터의 HSBC 빌딩 사진을 보니, 팝핀제이스에서 이 역사적 랜드마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 2. 미도 카페 Mido Cafe @ Yau Ma Tei
미도 카페는 이 시리즈의 여러 포스터 중 하나로도 등장한다. 후반부 머시와 챨리가 서로 간의 다툼 이후 재회하는 곳이다. 옛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진한 노스탈지아를 불러일으킬 곳으로 이 드라마의 신을 보자마자,
"아, 여기!"
하며 알아봤을 곳일 거다.
야우마테이에 위치한 홍콩의 대표 문화인 차찬텡으로서 1950년대에 문을 연 이후 그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곳이다. 특히 빈티지 타일과 나무 가구, 네온 간판과 옛 레트로 홍콩 감성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색상들로 꾸며진 창문들이 주는 클래식한 팔레트의 느낌들. 이곳을 배경으로 한 포스터를 보면, 홍콩의 근현대 전통을 유지한 공간에 이 외국인들이자리 잡은 모습이 딱, 'expat'의 느낌을 잘 묘사한 것 같다 (물론 관광객의 케이스도 잘 어울리겠지만).
특히 국내에서는 홍콩 느와르 시절 대표 배우 중 하나인 장국영이 단골로 찾았던 곳이라 하여 유명하기도 한 곳. 2024년에 다시 가 보니, 그때 즈음 홍콩영화를 즐겼을 만한 나이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젠 자신들의 자녀를 데리고 왔을 법한 모습도 보였다. 홍콩의 오래된 감성을 간직한 이곳은 세대를 초월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2022년 7월 코로나 시절 문을 닫았다가 같은 해 10월에 문을 열었다. 시리즈를 보며 이 장소도 반가웠지만 이 신에서 흐르는 1993년 홍콩을 열광시켰던 페이 웡(왕비)의 'Summer of Love' 배경음악 또한 향수를 자극했다.
홍콩은 원래 번안 히트곡들이 많았는데, 이 곡 또한 1992년 독일의 헬렌 호프너가 발표한 노래의 번안곡이다. 둘 다 여름이 되면 아직도 즐겨 찾는 참 시원한 느낌의 노래들이다.
| 3. 쳉성찬텡 Cheung Sing Restaurant @ Causeway Bay
에피소드 1의 마지막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는 장면으로, 아들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자신이 짊어진 모든 짐들에서 벗어나고픈 마가렛의 잠깐의 일탈이 연출된다. 코즈웨이 베이의 Tai Hang 타이 항에 위치한 쳉성찬텡이라는 곳이다. 구글 리뷰에서 5점 만점 중 3.8점의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외관은 실제 촬영장소 같은데, 내부 장면은 스튜디오 세트다. 시리즈는 우여곡절 끝에 상당히 많은 주요 공간들을 미국으로 돌아가 세트를 만들어 촬영 했다고 하는데, 이 쳉성찬탱도 마찬가지로 내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트 촬영이다. 특히 색감과 분위기를 볼 때 연출 시 미도 카페의 홍콩 레트로 감성을 취하려 한 것 같아 보인다.
실제 인테리어 분위기 사진을 보면 시리즈에서 보는 것과 비교할 때 거의 비슷하지만 좀더 투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미국에 돌아가서 세트를 통해 인스타 필터 감성에 성형수술도 약간 한 버전으로 보면 될 듯하다. 현실이지만 상상의 공간이다. 이 시리즈는 보면 볼수록 스토리와 연출보다도 공간들의 매력이 참 좋다. 2014년의 홍콩은 과연 이 모습이었던 것일까??? 모르겠다. 어쨌든 있지만 없는 곳이다.
미도 카페의 'Summer of Love' 장면처럼, 블론디의 'Heart of Glass'는 이 신의 핵심 요소다. 마가렛 (니콜 키드먼)의 남편이 50세인 설정을 볼 때, 이 노래가 나온 건 1979년이므로,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시절을 배경으로 한 이 시리즈에서 50세의 남편을 가진 마가렛도 일단 동갑이라고 가정하면 이 노래가 나왔을 시절 그녀는 15살, 한창 감수성이 폭발하던 틴에이져 시절에 즐겼었을 만한 것이다. (대략 1960~1965년 생으로 베이붐 세대와 X세대 사이의 과도기적 특징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X-세대보다는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변화에 더 갈등을 느꼈을 수도 있을 세대다)
온갖 '힘듬'을 겪고 있는 이 와중에 이젠 자신의 자녀들 만한 나이였던 그녀가 즐겼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니 그것은 얼마나 특별한 의미였으며 미치도록 흥겨운 것이었을까?
| 4. Omahony's Bar @ Prince Edward
인도계 힐러리의 백인계 영국 남편, 데이비드가 찾는 아지트는 그의 도피처이자 안식처로, 술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려는 장소다. 이 시리즈에서는 마가렛의 남편을 제외하고는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가 전무후무하며, 그조차도 결국 무너져 내리게 되어 마가렛이 홀로 일어설 수밖에 없는 서사를 보여주는 장치로 한순간 전락해 버린다. 여러모로 전체적으로 이야기보다는 공간의 묘사만 돋보이는게 아쉬운 작품이긴 하다.
암튼, 다른 관객들도 저 아늑하고 멋진 바에서 한 잔하고 싶다고 나처럼 느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도 세트다. 위 쳉성찬텡이 외관은 현실을 빌렸지만, 이곳은 외부 '배경'만 현실이고 입구와 인테리어는 모두 CG와 세트다 (내부 인테리어는 어디서 찍었는지는 정확힌 모르겠지만 세트라고 하니 세트로 추정됨)
이 장소는 프린스 에드워드의 노라 로드와 Fa Yuen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구글 스트리트 뷰를 통해 어렵게 찾아냈는데, 처음에는 방문 의사가 없었지만 주변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곳이다. 후쿠오카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듯, 홍콩에서도 이런 뜻밖의 발견이 자주 일어난다. 이렇게 드라마 속 촬영지와 현실이 만나는 순간들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곤 한다.
시리즈와 실제 스트리트를 비교하면서 찾은 장소로, 데이비드가 차에서 내려 길을 건너기 전 의료원과 거위 요리집요릿집 사인이 결정적인 단서였다 (참고로 노라 로드는 모르겠는데, Fa Yuen Street에 차는 못 들어온다. 데이비드는 노라에서 내리긴 했다). 오마호니 바는 바로 그 거위 요릿집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다. 이런 디테일한 요소들이 촬영 장소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현실과 드라마의 연결점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다.
데이비드는 저 거위 집 쪽에서 내려서 중앙 빨간색 간판이 있는 곳 바로 오른쪽 유닛으로 걸어간다.
Fa Yuen Strret 거리 표지판과 겹치는 파란색 파라솔 지붕이 보이는데, 바로 그 뒷편이다. 어차피 바 자체는 CG라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그냥 동대문이나 남대문처럼 잡화를 파는 곳이다.
건너편 거위 요리집에 서서 찍은 사진. 파란색 파라솔 뒤 청록색 비닐 지붕 아래임. 재밌는 건 좌측의 시뻘건 사인인데, 뭔가 한중일 콜라보다. 메인 이름은 일본어로 써져 있는데 밑에 한자는 한국쇠고기 관련이다.
대만 베이스로 보이는 TYRO studio라는 곳의 페이스북에서 찾은 건데 여기서 세트를 작업한 모양이다. 인테리어까지 작업했는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외부 모습 작업 사진이 포스팅되어 있다.
사실 왠만한 덕후가 아니고서야 이곳을 시리즈 때문에 방문할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시장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거리 자체로서의 방문은 추천할 만하다.
홍콩의 다채로운 시티스케이프를 담아낸 아마존프라임 시리즈, <Expats 주재원>의 주요 촬영지로,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마가렛의 집을 중심으로 한 랜선 투어 두 번째.
1.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Bisney Crest @ Sandy Bay 2. 그 상류층 아파트의 인테리어 @ L.A. studio 3. 마가렛의 아지트, Mei Foo Sun Chuen @ Lai Chi Kok 4. 그 아지트의 인테리어, 59 Hill Rd @Shek Tong Tsui 5. 니콜 키드먼 촬영 중 숙소, Twenty Peak Road @ The Peak
3. 마가렛의 아지트, Mei Foo Sun Chuen @ Lai Chi Kok
극 중 니콜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의 극치인 홍콩 더 피크의 집에 살면서도 혼자만의 아지트를 가지고 있다. 실제 촬영지는 라이치콕의 메이포선추엔 아파트 단지다. 재밌게도 더 피크가 상류층의 최고급을 상징한다면 이곳은 중산층을 위한 곳이니 마가렛(니콜 키드먼)으로서는 상당한 계급의 계단을 내려오게 된 셈이다.
그런 분위기에 있다 보니 더 피크에서는 아랫 사람에게 자상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그녀의 모습이 여기서는 바뀌는 걸 목격할 수 있는데, 좋은 예가 작은 동네 마트에서 그녀가 취하는 신경질적 모습이었을 것이다. 최상류 층인 그녀에게 상대는 누가 봐도 (서양인 혹은 상류층으로서 동경의 눈으로 바라봐야 할 의무가 있는(?!)) 빈민이 아닌 이상 중산층이던 서민이던 뭐던 다 똑같아 보일 테니 말이다.
| 포디움에서 바라보는 아파트 단지
그런 면에서 이 중산층 아파트 단지에서 실제 찍었다는 것도 꽤 재밌게 느껴진다. 이 곳은 99개의 타워와 함께 13,500 유닛이 들어선 홍콩 최초의 대규모 단지였다. 당시 세계 최고 규모급이었다고 한다. 그런 실제적 사실과 역사를 떠나, 가게에서 물건을 산 후 자신의 아지트를 향해 걸어가는 마가렛의 이동을 담아낸 일련의 신들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위 이미지의 신도 마찬가지여서 찾아보았다.
메이푸선추엔 단지는 중간중간 많은 포디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보통 건물의 저층부에 위치해 상업 시설, 주차장 또는 공공시설이 들어서는 구조, 주거층은 그 위에 자리 잡으며 도시 밀집 지역에서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다만, 저 공간들이 규칙적으로 많이 만들어져 있고, 건물의 형태와 색상 패턴도 꽤나 규칙적으로 보여 정확한 스폿을 찾기는 힘들다.
당연히 규칙적으로 지어졌을 99개의 타워들 안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자기 집 찾기 빼고는)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영화 촬영지 구역으로 추정되는 곳을 보면 Glee Path를 따라가는 동선 어딘가로 보이긴 한다. 그 길의 단지 위성사진을 보면 비슷한 구조가 몇 개 보인다. (위 사진 핑크 표시)
| 보행자 다리
메이푸선추엔 신에서는 일단 마가렛이 아주 작은 피사체로 잡힌다. 이렇게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장면들이 특징적이다. 상류층 공간인 더 피크에서는 인테리어의 디테일이 강조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포디움과 마찬가지로 저런 다리 구조물들이 몇 개 있어 보인다. 구글 스트리트 뷰로만 검색을 하니 단지 내부는 (프라이버시 문제인 듯?) 거의 볼 수가 없어서 정확한 확인은 못하겠는데 추정하는 옵션은 두 개 정도 나온다.
1) Nassau ST. 쪽 단지
지도상으로 살펴봤을 때는 우측의 Lai Wan Rd에서 중앙의 Nassau St.으로 꺾어 들어간 후, 동그라미 표시된 영역 어딘가인 것 같다. 구글지도로는 저 보행자 다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웹에서 따로 찾은 그 근처 사진 두 장과 비교해 보았는데 구조물은 얼추 비슷해 보여 가능성이 있다.
2) Glee Path 쪽 단지
Kawai Chung Rd. 를 중심으로 Nassau 쪽 단지 건너에 Glee Path를 가지고 있는 단지가 있다. (위에서 본 포듐 구조물이 있는 곳으로 예상되는) 이 쪽이 높은 확률로 촬영지일 것 같다. 이유는 메이포선추엔 외관 촬영신은 거의 다 이곳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가렛(니콜 키드먼)의 이동 동선도 얼추 맞아 보인다.
홍콩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은 사진인데, 오른쪽 가로등 배치와 육교의 모양, 그리고 오른 쪽 건물의 구조, 왼쪽 단지의 베이지베이지 브라운 베이지의 색상을 보건대 저기가 제일 비슷해 보인다.
| 마가렛의 아파트 현관
지도에서 표시된 Glee Path와 Kwai Chung Rd 사이의 쪽으로 보인다.
장을 본 후 집에 갈 때까지의 여정
가다가 오른쪽으로 바로 꺾어 들어가는 마가렛. 건너편에 도로와 건너편 단지가 보인다. 나름 여기가 도로변 단지 끝이라는 거.
극 중에서 담벼락을 좀 더 자세히 보면 고가가 있는 게 보이고, 잠깐 사이에 버스가 휙 내려가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Kwai Chung Rd, 대로변 세대인 것은 확실. 이걸 스트리트뷰를 통해 단지 밖에서 보면 위 정도의 위치로 추정된다. 근처에 딱히 포인트로 찍을 만한 곳은 1층에 위치한 養和堂涼茶館 (양화당량차관)이라는 찻집인데 그 위쪽으로 직접 가서 보면 정확히 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
4. 그 아지트의 인테리어, 59 Hill Rd @Shek Tong Tsui, Sai Wan
마가렛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집 안 실내로 장면이 바뀐다. 창틈 창틈 사이로 보이는 주변 건물 모습의 단서로 메이푸선추엔 주위를 구글 스트리트뷰로 엄청 오래 찾았는데 다 헛수고였다. 당시 트위터의 니콜 키드먼 목격담 장소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다가 겨우 찾았는데 심지어 구룡도 아닌 홍콩섬 쪽에 위치한 59 힐로드 (59 Hill Rd)라는 곳이었다. 근데 힐로드는 홍콩역사에서 꽤 상징적인 이름이다.
이 쉑통츄이 힐로드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대학이 위치해 있고, 1904년부터 1935년까지 홍콩에서 가장 번성한 홍등가 와 오락지구 중 하나였다고 한다. 대규모의 고급 매춘업소와 레스토랑, 극장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당시 홍콩 인구의 10% 이상이 관련 업종에 종사했다고.
장국영과 매염방 주연의 1988년 영화 <연지구 Rouge>가 당시 쉑통추이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하며, 실제로 저 지역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극 중 매염방이 연기한 매춘부 '플뢰르'의 업소 위치도 함께 추가함.) 이후 1935년 홍콩에서 매춘은 금지되었고, 힐로드 지역 역시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조용한 주거지로 변모했다.
마가렛 아지트의 실내 신에서 틈틈이 보이는 저 고가도로 이름은 Hill Road Flyover 힐로드 플라이오버다. 보기 드문 높이와 뱀을 연상시키는 커브 구간의 형태로 유명하다. 극 중 보이는 굽은 커브 부분과 하늘색과 흰색 조합의 옆 건물 모양을 보니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聖公會聖彼得小學 - 彼得樓라는 St.Peter's 초등학교의 피터 하우스라는 곳이다.
신나서 좀 더 나아가 본다.
자신의 아지트에서 오후를 보낸 마가렛은 저녁이 되어 더 피크에 있는 집에 가기 전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아파트의 저녁 풍경을 바라본다. 저 것 보다 훨씬 더 탁 트이고 멋진 뷰를 가진 고급스러운 빌라에 사는 상류층 아내 분께서는 무엇에 매료되었던 것일까? 바라보며 무엇을 느꼈던 걸까?
대략 이 방향으로 바라본 것 같은데, 바로 앞에 낮은 핑크색 빌딩은 힐뷰가든 (Hillview Garden)이고 그 뒤로 펼쳐진 고층 아파트 단지는 더 벨쳐스 (The Belcher's)의 블록 3~6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저것을 촬영한 곳은?
우측 상단 파스텔톤 건물인데, 없어졌다. 구글스트리트뷰를 보니 2022년까지는 존재했던 것 같다. 창문 쪽 형태들과 고가도로와의 위치, 뷰를 보면 저기가 맞아 보인다. 촬영팀에서 찾은 빈 아파트로, 벽을 허물어 스튜디오 아파트처럼 구성했다고 한다.
4. 니콜 키드먼 촬영 중 숙소, Twenty Peak Road @ The Peak
번외로, 촬영지 찾다 보니 발견해서 끼워서 같이 올린다.
니콜 키드먼의 촬영 중 숙소야말로 극 중 어느 집 보다도 더 럭셔리한, 그리고 실제 The Peak 더 피크에 위치하고 있다. (마가렛의 집 촬영지는 샌디베이였음) 지도를 보면 왼쪽 멀지 않은 곳에 홍콩 야경 구경으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피크타워가 위치한다.
지도를 더 확대해 보면 위치도 일반인들이 거의 근접하기도 힘들 프라이벗 한 곳으로 보인다. 원래 부호였던 어느 개인 사택을 허물고 새로 지은 곳으로, 매입 당시 평당 가격이 홍콩에서 4번 째로 비쌌다고...
인터넷에 나온 사진을 보면 저렇게 4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호화로운 고급 빌라다. 평수는 각각 약 111~195평 정도인 듯.
빅토리아 피크의 아름다운 뷰를 제공한다. 기본 정보는 아래 공홈에 있는데 아직까지 가격 정보는 안 올라오고 있다. 관심 있는 이들에게 따로 프라이빗하게 제공하는 것일지도? https://www.twentypeakroad.hk/
공홈의 평면도인데, 4개의 유닛은 Carlyle, Avalon, Napier, Webster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공홈 평면도에선 이 이름이 아닌 House 1,2,3,5로 되어 있어 어느 게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4'자는 죽을 '사'와 관련되어 '5'로 표현한 듯)
"1號屋Carlyle"라는 문구가 인터넷 검색이 되는 것을 보니 House 1이 칼라일(Carlyle)인 것 같다. 니콜 키드먼이 묶은 유닛이 바로 칼라일이다.
팬데믹의 시작부터 홍콩내 서양인들(+부유&권력층)과 홍콩 원주민 간 마스크와 거리두기 실천 행동 관련한 갈등이 있었는데, 촬영을 위해 도착한 니콜 키드먼은 격리 규정 면제를 받았고 촬영 중도 마찬가지였던 같다. 바로 구설수에 올랐다 (아래는 관련 기사). 애초에 갈등과 대립이 존재했는데 이런 일까지 발생하니 분노가 폭발한 듯.그리고 실제 그녀가 머물렀던 숙소는 이 시리즈에서 나오는 어느 곳보다 더 고급스러운 빌라였는데 당시 매물로도 안 나와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바보 같이 이전 글을 삭제해 버려 다시 제작한 관계로 Pt.1과 Pt.2의 포스팅 순서가 뒤바뀌어 있음
최근 홍콩의 낭만적인 시티스케이프를 담아낸 아마존프라임 <Expats 주재원> 촬영지 찾아서 (랜선으로...) 두 번째는 마가렛 (니콜 키드먼 분)의 집들이다 (편의 상 니콜이라 부르자). 그녀의 집들은 다음과 같다. 원래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그 집의 인테리어, 니콜의 아지트, 그 아지트의 인테리어, 마지막으로 니콜 키드먼이 촬영 중 진짜로 묵은 집. 총 5개.
1.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Bisney Crest @ Sanday Bay 2. 그 상류층 아파트의 인테리어 @ L.A. studio 3. 니콜의 아지트, ***** 4. 그 아지트의 인테리어, ***** 5. 니콜 키드먼 촬영 중 숙소, *****
1.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Bisney Crest @ Sandy Bay
Ep.1의 타이틀인 'the Peak'는 탁월한 뷰를 자랑하는 오래된 홍콩의 상류층 아파트와 빌라가 모여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의 시작이 뭘 의미하는지는 뻔하다. 다만 아파트는 더피크에 있지 않다. 위 사진은 마가렛 (니콜)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힐러리가 근처 조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이다.
이 곳은 홍콩섬 서 쪽 샌디베이의 비즈니 크레스트 Bisney Crest라는 곳이다. 극 중 간판은 책과 같이 'Manors', 그리고 소유주인 'Chinachemp Group'의 로고도 볼 수 있다. 아마 오프닝의 조깅신은 홍콩 도심이 보이는 더 피크 쪽에서 찍은 것 같고 요 올라오는 신부터 이 비즈니 크레스트 지역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힐러리가 입구를 통해 현관을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 역시 구글지도로 줌인하여 확인해보니 입구 형태가 동일하다. 여기가 맞다.
심심해서 좀 더 찾아보았는데, 이 곳은 홍콩섬 서쪽의 란타우섬과 남서쪽의 라마섬 (주윤발의 고향이기도 함) 사이 방향의 탁 트인 오션뷰를 자랑한다. 정확한 지역은 Pok Fu Lam이다. 제일 좋아 보이는 160여평 형 가격을 보니 현재 기준 HK$199M (약 338억원)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독채 6개 그리고 19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나마 제일 작은 평 수인 45여평 (1630sqft)은 뷰는 보장이 안되는 것 같고 한화 약 71억 정도로 독채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2. 그 상류층 아파트의 인테리어 @ L.A. studio
2021년에 촬영한 이 시리즈는 홍콩의 2014년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공간들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극 중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2014년의 홍콩 우산혁명과 이야기의 동선을 맞추고 싶었었기 때문일거다. 당시 주요 시위 지점들인 몽콕, 센트럴, 어드미럴티, 코즈웨이베이를 봐도 시리즈에서 서사가 펼쳐지는 공간들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파트의 외부, 그리고 내부 중 복도 신 까지는 비즈니 크레스트에서 찍은 것 같다. 하지만 내부는 미국 L.A.에 만든 스튜디오 세트다. 이렇게 까지 공들여 실제 인테리어 세트를 만든 것을 보면 뭔가 촬영 스태프들의 기준에 맞는 하우스 인테리어를 찾지 못한 것 같다. 스쳐가듯 읽은 기사에서 촬영 로케를 위해 방문한 홍콩 고급 주택지들의 인테리어들이 좀 올드해서 스튜디오 셋을 진행했다는 인터뷰가 얼핏 기억난다. 그들이 생각한 2014년 홍콩 상류층의 공간의 감성이 무엇일지는 이 세트 안에 표현한 것 같다. 사실 2014년의 홍콩은 잘 모르기 때문에 공감은 잘 못하겠다.
그럼 나중에 목사가 집으로 찾아와 감탄한 "멋진 뷰~"는 어떻게 재현했을까. 바로 위처럼 360도로 파노라마 배경 사진을 깔았다고 한다. 하여 우리는 이 곳을 방문할 수는 없다.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아마'를 다뤘다는 것. 아마는 광둥어로 ' 阿媽'의 발음으로 직역하면 '어머니'이지만 보통 가사 일을 돌보는 식모들을 말한다. 공식적으론 Helper 헬퍼라고 부른다. 현재는 '가사도우미'라는 표현도 있지만 '식모'라는 표현이 더 가까운 모습들을 봐온지라... 지금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다. 주로 필리핀 출신들이다.
홍콩의 일요일에 센트럴과 같은 지역을 가면 호화로운 호텔이나 럭셔리 매장들을 배경으로 널판지를 피고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는 필리피노들이라는 참 대조적이고 모순적인 구도의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처음 보면 충격이고, 살다보면 익숙해지는 풍경이다.
보통 주중에 가사도움 생활을 하고 매주 최소 하루는 1일 유급 휴가를 가지게 되어 (주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쓰게됨) 나와야 하나, 딱히 묵을 곳은 없어 주로 센트럴 쪽에 서로 모여 이야기하고, 놀고, 노래부르고 하는데 솔직히 뭐랄까.. 밖에 있어도 흥에 겨운 겹고 밝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때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마 또한 홍콩 문화에서 숨기고 싶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필리피노들은 음악을 참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봐왔던 수 많은 홍콩 영화들 중 '아마'를 다루거나 배경 속에 등장하는 건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2011년 유덕화 주연의 'a Simple Life'가 직접적으로 이 문화를 다루며 세간의 관심을 일으킨 케이스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저런 서양인들 뿐 아니라 상류층 동양인들도 다 아마를 고용했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을지는 모르겠는데 그 시절에도 아마 학대, 언어/육체적 폭력, 혹은 아마와 바람나는 남편 뉴스들은 홍콩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며 침실에 CCTV 설치 등등) 참고로 80년대부터 시작된 현상이고 당시 고용법 상 '거주'해야만 했다. 현재는 모르겠다.
보통 저 정도의 상류층 집들이면 집 마다 주 중 아마가 잠을 잘 수 있는 개인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저 정도 규모의 공간에서 거의 작은 창고 수준의 공간이 제공된다. 이웃인 힐러리의 아마인 푸리의 공간이 그 것을 잘 표현 해 주고 있는데, 마가렛 (니콜 키드먼)의 아마인 에시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다. 그 공간도 저 L.A.세트에 같이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극 중 계속 마가렛(니콜 키드먼)이 자기의 아마는 가족의 일부 임을 주장하고 표현하는데 이건 뭐 극 중 캐릭터들도 (아마, 니콜, 가족, 외부인 모두) 그리고 관객들 마저도 쉽게 믿거나 공감이 될까 싶다.
극 중 전 날 저녁 술까지 마시며 그렇게 가족 같이 챙겨주던 힐러리가 다음 날이 되자 해장을 위해 자신의 아마인 푸리에게 아침상 차려 달라는 모습. 그리고 경연대회를 참가 못하게 생겼지만 다시 맘을 곱씹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흘러나오는 푸리의 대사, "토스트도 같이 드릴까요?" 그냥 딱 그 정도가 상류층 외국인이 이방인으로서 통상 동양을 바라보는 '그런' 시선들과 마인드들 중 하나의 좋은 예이기는 해 보인다. 비슷하게 계급사회에서 상류층이 중하류층을 바라보는 모습?
영화 <기생충>에서 그려지던 그 '넘지말아야 할 선' 정도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비슷한 예로 1970년대 한국의 근대화와 함께 부자, 벼락부자 등 상류사회의 문화도 같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홍콩의 '아마'와 비슷하게 '식모'라는 직업이 같이 탄생했고 그 당시의 아파트 구조도도 또한 식모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 시절 삼순이=식모, 버스안내양, 공순이)
그들의 주 업무 공간인 부엌과 거실에 가깝고 나중에는 집주인들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는지 집안 사람들과의 동선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동선의 공간 설계로 진화까지하게 된다. <Expats>에서는 그 주인집 분들과의 겹침이 '최소화'된 동선의 공간을 간간히 확인할 수 있다.
김기영 감독의 1971년작, <화녀>에서도 이 식모의 주 공간이 부엌부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집안에서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며 그 만큼의 서스펜스를 전개시키는 명작이다.
THE FUNAMBULIST 기사에 실렸던 홍콩 아마(헬퍼)를 배치하기 위한 한 고릅 아파트의 평면도다. 저기는 아예 대놓고 Maid's Room 가정부 방이라고 지정되어 있다. 당연히 침실과 같은 주인들의 프라이빗한 공간들과는 분리되어 있되, 부엌 그리고 다이닝 공간과는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물론 화장실도 개별.
위는 2023년 발표되고 인권을 무시한 디자인으로 많은 혹평을 받았던 홍콩 아마를 위한 가구 디자인이다. 너비가 68cm다. 저 사다리 위로 올라가서 자는 거다. 상류층만 가정부를 부리는 것이 아닌데 이게 또 무슨 문제를 발생시키냐면, 상류층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돈이 당연히 없기 때문에 삶의 공간도 작아진다. 그 와중에 가정부를 위한 공간은 더 작아져야 할 수 밖에 없으니 이런 인권을 무시한 괴물같은 디자인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홍콩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고밀도의 도시다. 삶을 위한 공간 확보는 비단 아마들만의 문제 뿐 아닌 모든 홍콩인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그런 맥락과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건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니콜 키드먼 주연 <Expats>의 한국어 제목은 <주재원>이다. 근데 통상 '주재원'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해외에 파견되어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직원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제목이 좀 아쉽다. 이야기는 그런 '주재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해외에서 어느 일정 기간 동안 살아가며 그 공간 안에서의 삶과 정체성을 느끼게 되는 시점과 그 이상까지 포괄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해외 거주자들, 이방인, 외지인, 유랑자 이런 모두...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리즈 자체의 깊이는 좀 떨어진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현재의 홍콩을 ('Expats'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담아내는 '참으로도 모순적인' 영상의 비주얼이 거의 압권에 가깝다. 스토리 보다는 영상에 빠져 감상했다. 중국으로의 반환과 우산혁명, 민주화 운동을 거쳐 지금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제 "그 시절의 홍콩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절대적일 텐데 이 시리즈에서 담아내는 홍콩의 모습은 옛날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여전히 이국적이고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홍콩은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 최근 모습을 보는게 상당히 반가웠고, 그곳을 떠나 잊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새로운 매력의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익스팻츠>의 촬영지를 하나둘씩 랜선으로 찾아보았다.
다소 비루한 시리즈를 통틀어 딱, 두 개의 대사가 마음을 후벼 팠는데, 하나는 백인 부인과 동양 남편이 (홍콩에선 상류사회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대륙에서 온갖 역경을 겪는 이유가,
"내가 당신처럼 백인이 아니어서 그래",
그리고 로컬 홍콩인인 친구 찰리가 한국인 expats인 머시에게 날리는 대사였다. 홍콩 민주화 운동 중,
"It is not your Fight! 이건 너의 싸움이 아니잖아!"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 초반에 주인공 중 하나인 Mercy (유지영 분)가 당당히 행진을 하는 인상적인 신이 있다. 나는 이걸 "Mercy's March 머시의 행진" 신이라 개인적으로 부르는데, 어쩌다 친구인 찰리는 로컬 홍콩인으로서 현실을 마주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고, 외지인 Expat인 Mercy는 그 시위 상황을 떠나 또 다른 자신의 현실을 마주하려 당당히 행진하는 신이다. 모순적이지만 둘 다 홍콩에서 사는 홍콩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Capital Cities의 <Safe and Sound>가 흐른다 (지금도 이 노래 1시간 재생을 틀어놓고 쓰는 중). 노랙의 제목은 무사히, 안전하게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다. 1분 남짓한 일련의 영상들은 아름다운 홍콩의 스폿들을 보여준다.
바로 그 장소들을 찾아보았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너무 단서가 애매해서 찾지 못했지만 중간에 펼쳐지는 여러 홍콩의 스폿들을 랜선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이 신의 주요 촬영지는 위와 같다. 아래는 순서다.
- 섹깁메이 Shek Kip Mei @ Sham Shui Po - 코즈웨이베이 존 서브스테이션 Causeway Bay Zone Substation - 올림픽 다리 Olympic Bridge @ Causeway Bay - 센트럴의 스파이럴 계단 Spiral Staircase @ Central - 초이홍 아파트 Choi Hung Estate @ Kwoon Tong - 짐미 다리 Jimmy Bridge @Kowloon Bay
1. Shek Kip Mei 섹깁메이 아파트
삼수이포 Sham Shui Po의 포토스폿이다. 위 사진을 찍은 bluelapisroad.wordpress.com 블로거가 얼추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샷을 찍었는데 보니까 함부로 이 샷을 담을 수는 없다. 셉긱메이 건너편 가든힐 Garden Hill이라는 언덕을 올라가야지만 찍을 수 있는 구도다. 위에는 주민들이 애용한다는 운동장이 있다. 야경 포토존으로도 유명한가 보다. 유튜브로 확인해 보니 다들 핵핵 거리는데 정상에 올라가 내리막으로 가는 중간에 이 샷이 잡힌다.
가든힐은 350m의 언덕이라고 하는데 과연 6분 만에 올라갈 수 있을지...
2. 코즈웨이베이 존 서브스테이션 Causeway Bay Zone Substation
셉긱메이 아파트에 이어 잠깐 잡힌 머시가 지나가는 곳인데, 촬영지 찾을 때 가장 난이도가 컸던 곳이다. 저 벽무늬와 똥그란 원 두 개로 어떻게 찾아야 할지... 결국 Reddit 커뮤니티의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찾을 수 있었다. 진짜 이런 곳은 어떻게들 찾아내는지 알려준 이도, 촬영한 이들도 정말 대단하다.
홍콩 전력회사 자료를 찾아보니 이 곳은 홍콩섬 쪽 전력을 공급하는 중요한 발전소다.
3. 올림픽 다리 Olympic Bridge @ Causeway Bay
코즈웨이베이의 올림픽다리를 보면 이 구도에서 3개가 있는데 왼쪽은 붉은색, 중간이 올림픽의 오륜 색상, 오른쪽에 파랑 색상의 계단이 있다. (뒤에 문어발처럼 녹색도 있고 노랑색도 있고..) 발전소에서 바로 이어지는 신은 이미 머시가 동그라미 방향을 바라보며 저 위를 걷고 있었고, 그다음에 이 오륜색의 중간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4. 센트럴의 나선형 계단 Spiral Staircase @ Central
줄곧 오른쪽을 향해 '횡'진하던 머시가 이번에는 나선형 계단을 돌며 오른다. 나선형 구조 때문에 당시 머시의 혼란스러운 내면 상태, 복잡성, 도망갈 수 없는 상황, 심리적 갈등의 상황에서도 이 곳을 힘차게 오르는 모습은 반대로 또 정신적 상승을 상징하는 것 같다. 직각의 하강의 동선을 찍는 카메라와 그에 맞서 계단을 오르며 상승의 동선 움직임을 펼치는 잠깐이지만 대립적인 머시의 신이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홍콩의 아이콘 같은 빌딩들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지역이다. 노란색이 나성형 계단 촬영지고, 파란색 지역은 <영웅본색 2>의 오프닝과 <천장지구>의 오천련이 웨딩드레스 입고 유덕화를 찾아 달리는 신으로 유명한 가든 로드 고가도로와 인접해 있다. 코알라 빌딩으로 알려진 립포 센터 육교에서 바라보면 I.M.Pei의 뱅크오브차이나 빌딩 그리고 구도를 바라보면 노먼 포스터의 HSBC까지 잡힌다.
5. 초이헝 아파트 Choi Hung Estate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이미 유명한 알록달록 인스타그래머블한 초이홍 아파트다. 저 농구대를 찾아가서 찍으면 된다. 쿤통 Kwoon Tong 구역에 있다.
다만, 농구대는 저리 많으니, 직접가서 딱 맞는 구도를 찾아야 할 듯 보인다.
6. 짐미 다리 Jimmy Bridge @Kowloon Bay
짐미다리인데 작 중 머시가 상탈 조깅 남성들을 스쳐가는 구조다. 딱히 맘에 드는 신은 아니지만, 암튼 여기는 구조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여서 직접 가보고 저 색상을 찾아야 정확한 촬영지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로맨틱 코메디 영화, <담배 연기 속에 피는 사랑 志明與春嬌 >의 배경에도 등장했던 곳이다.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마자 삼출성 중이염이 재발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 홍콩 여행은 좀 더 여유롭게 쉬는 느낌으로 다녀오려 일정을 짜는 중이다.
홍콩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10여 년을 보낸 그곳에서 항상 도심만을 맴돌았던 나에게 이번 여행의 중심지는 란타우 섬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주 가지 않았던 외곽 지역을 탐색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핵심 목표다. (란타우는 그냥 야유회, 학교 소풍, 테니스 치러 가는 그런 곳이었는데 ㅎㅎ..)
후쿠오카 때와 마찬가지로 가고 싶은 영화 촬영지를 모색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란타우 섬의 포인트들이 후보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 중인 <열혈남아>의 촬영지를 찾아보았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여행의 일정에서 최종적으로 빠진 곳들에 대한 이야기!
<중경삼림>으로 유명한 홍콩 왕가위 감독의 1988년 데뷔작이다. 유덕화와 함께 주연을 맡은 정말 아름답고 앳된 장만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이미 스타였지만 아직은 '예쁜 배우'로만 여겨지던 장만옥이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홍콩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배우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또한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과 왕가위 감독 듀오 특유의 거칠고 몽환적인 카메라워크와 전개를 통한 비주얼의 날 것 같은 초기 감성을 느끼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지금 봐도 스타일리쉬 하다)
이 작품에서 찾아보고 싶었던 촬영지는 다음과 같다:
1) 영화 포스터 상 유덕화와 장만옥의 격정적 키스신이 이루어지는 공중전화박스, 그 둘의 기다림을 반복시키며 만나게 해주는 페리 선착장 및 버스 정류장 (거기가 다 거기임)
2) 장만옥이 일하던 Cafe, 그리고
3) 장만옥의 고향.
후쿠오카 여행 때처럼 ChatGPT, Reddit, 웹검색, 구글 스트리트 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열혈남아 As Tears Go By> 촬영지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30여 년 전 영화인 만큼 많은 장소가 변하거나 사라져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촬영지를 유추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포스팅은 가지도 않았지만 단서와 검색을 통해 찾아본 촬영지 유추 이야기다.
1. 공중전화 박스 키스 신의 배경, 묘이 워 선착장
@ 梅窩渡輪碼頭 Mui Wo Ferry Pier
묘이 워 페리 선착장을 나오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이어진다. 서로 헤어지고 만나고 기다리고를 반복하는 애증의 장소이면서도메인 홍콩과 극 중 장만옥의 일터를 넘어 그녀의 고향까지 이어지게 만들어 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다.
페리에 막 도착한 장만옥을 낚아채서 키스신이 이루어질 공중전화박스로 뛰어가는 유덕화, 영화의 하일라이트
동선 상 페리 피어를 등지고 왼쪽으로 달려가니 저 정도 위치일 것 같지만 지도에는 공중전화 박스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스트리트 뷰를 돌려보니 한 저 정도 지점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공중전화 박스는 없어진 것 같다... 그래 지금은 스마트폰을 넘어 AI를 부르짖는 세상인데 저 때는 그나마 삐삐가 최신 대중 커뮤니케이션 기기였으니...
영화 포스터 속 키스 장면이 바로 그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이루어지니, 그냥 포스터로 영화 볼 당시를 떠올리는 향수만을 느껴본다.
저기를 방문한다면 공중전화 박스는 없어졌을지언정 그래도 선착장은 당연히 남아있다.
위 두 장면을 비교하면서 보니 카메라는 왼쪽 출입구를 찍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 장만옥이 일하던 카페, Sea Breeze Hotel & Restaurant
@ 貝澳泳灘 Pui O Beach
두 주인공의 만남의 장소이면서도 뭔가 둘 만의 쉘터 같은 느낌을 주던 장만옥이 일하던 카페
이게 란타우섬의 지도다. 우측 상단에 표시된 곳은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 묘이 워 선착장이고, 밑에 표시된 곳이 부이 오 해변이다. 이 지역에 장만옥이 일하던 카페, 현실 이름으로는 Sea Breeze Hotel이다. 여행가면 여기도 가자 생각하며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구글지도에 나오질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렇게 영정사진처럼 딸랑 한 장의 모습이 홍콩대학교 디지털 역사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있었다. 아마도 사라진 것이겠다. 기록을 보니 1990년에 지어졌다.
급기야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란타우 섬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발행된 Pui O 및 Shui Hau 생태 연구 보고서까지 뒤적이게 되었다. 물론 PDF 분석은 ChatGPT4-O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PDF 링크)
보고서를 쭉 살펴보니 Sea Breeze Hotel이 잠깐 언급된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사이 Pui O 해변을 중심으로 교통과 관광 개발이 이루어지며, 1983년 무이 워(Mui Wo)와 부이 오(Pui O)를 종점으로 하는 버스 노선이 생겼다. 이 Pui O 버스 종점이 아마도 영화 <열혈남아>에서 둘의 슬픈 이별이 이루어지는 후반부 지역일 것이다.
1990년 부이 오 해변 근처에 Sea Breeze Hotel이 생겼다고 하는데, 지하에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었으니 이곳이 바로 극 중 장만옥이 일하던 곳이다. 개장 당시 방은 약 18개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카이브나 보고서에서도 정확한 위치는 기록되지 않았다.
이때 gangm.net이라는 어떤 영화 촬영지 일본 덕후의 블로그를 발견했는데 이미 그는 90년대에 <열혈남아> 촬영지들을 거의 다 섭렵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건물은 부이 오 버스 터미널에서 도보로 약 2분 거리로 로와이 마을 老圍村 과 사우스 란타우 로드를 따라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이 오 버스 터미널도 현재는 없어져 있는 상태였다. (아래는 그의 블로그 링크)
이 때까지 찾은 것을 종합해서 챗GPT에게 장소를 유추해 봐달라고 도움을 청해 본다. 과연 맞을까?
저 보라색 포인트란다. 음... 확대해 보니 저긴 뭐 임도도 없는 것 같은데... 저기에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바로 살짝 위에 시브리즈 호텔이 있다고 챗GPT는 말했다. 하지만 블로거가 말한 로와이 마을은 저 지도 상단에 (형광펜) 위치하고 노란색 형광펜으로 내가 그은 도로가 사우스 란타우 로드다. 챗GPT가 틀린 것 같다. 계속 수정을 하고 정보를 주며하는 짓을 한 10번을 넘게 했는데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곳만 포인팅 해서 챗GPT에게는 많은 실망을 했다. (유료 구독인데 ㅜㅜ)
그리하여 수작업 모드로 들어가는데, 홍콩 디지털 공공 도서관 홈페이지 Hong Kong Public Libraries 홈페이지로 가서 컬렉션 탐색을 통해 보고서에 실린 관련 주석을 따라 <화교일보 華僑日報) > 1990년 12월 27일자 자료를 찾아보았다. 한문으로 된 종이 신문 몇 십장 살펴보는게 느무느무 오래 걸리지만... 그래, 역시 이런거 번역엔 챗GPT가 능력을 발휘했다.
1990년 당시 Sea Breeze Hotel 개관 축하 내용을 찾았다. 불행하게도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한문 키워드. '란타우' 단어만 불을 키고 찾다가 1983년의 짤막한 기사를 발견. 무이 워와 푸이 오 사이 새로운 버스 노선이 개통된다는 뉴스다. 첫차는 무이 워에서 6시 출발, 막차는 푸이 오에서 오후 6시 출발. 요금은 5센트. 역시 아쉽게도 위치에 대한 도움은 되지 않는다.
1985년 4월 5일자로 간다. 그나마 이번 신문은 20장이다.. 제일 적다..ㅜㅜ 근데 제19장에서 찾았다... 휴가철을 맞아 란타우에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해서 공유일에는 두 번의 추가 운행을 한다는 소식이다. 역시 위치 찾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우..."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호텔 찾기는 잠시 멈추고 버스 터미널 찾기를 먼저 해보기로 한다.
커플의 굿바이, PUI O 버스 터미널 종점
첫 번째 단서: 장만옥이 유덕화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곳. 힌트는 'PUI O BUS TERMINUS'라는 표지판이 왼쪽에 있다. 이곳을 찾아야 한다. 또한 마치 로터리처럼 버스가 돌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무이 오에서 출발하면 부이 오가 종점이기 때문에 돌아나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두 번째 단서: 유덕화가 타고 떠나는 버스를 하염없이 슬프게 바라보는 장만옥. 버스는 그 로타리를 한 바퀴 삥 돌아 무이 워 방향으로 향했다.
이건 위에서 언급한 gagm덕후가 1998년에 찍은 사진으로 위위 장만옥의 버스 바라보는 신에서 블러처리된 풍경을 블러 없이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세 번째 단서: 장만옥이 유덕화를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주는 장면에서 보이는 뒤 쪽 산의 능선이었다. 일단 이렇게 해 보니 대략 추정되는 장소가 나왔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생태보고서 PDF 중 도로의 동선과 건물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살짝쿵' 포셰(poché) 형식의 지도가 있는데, 버스가 돌아 나올 수 있는 로터리 구조는 바로 저기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유일할 듯하다. (역시 딱 한 눈에 들어오게 만들어 주는 (검은 색으로 칠하는 저) 포셰의 힘은 강력하다) 이 지도 기준, 북쪽 동선으로 쭉 올라가면 Mui Wo 무이 워다. 그리고 저 빨간 색 원이 그려져 있는 곳이 버스가 Pui O 부이 오 마을들을 하나 씩 들러 최종적으로 해변가에 근접한 것까지 수행하는 종점의 역할에 딱 들어맞을 곳으로 보인다.
구글 지도에서 보니 (위위 생태보고서 지도를 시계방향으로 90도 꺾은 시점으로 봐야 한다), 종점 개념의 버스 터미널 자체는 없어졌고 공영주차장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Mui Wo 무이 워에서 저기를 지나친 후 계속 버스 타고 사우스 란타우 로드를 따라 지도상 좌측 동선으로 이동하면 극 중 장만옥의 고향인 Tai O 타이오 마을로 가게 된다.
현재 구글 스트리트 뷰로 봤을 때 부이 오 터미널은 저 정도의 지점에서 찍은 것이 아닐까...
또한 위위 스트리트뷰에서 로터리의 1시 방향을 보면 이렇게 "Welcome to PUI O 부이 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사인이 있는데, 버스의 종점 상징으로서도 아다리가 맞아 보인다.
장만옥이 유덕화가 타고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은 우측 사진의 오른쪽 노란 차가 있는 곳까지 좀 더 뒤로 가야할 것 같긴 한데, 왼쪽의 gagm.net 덕후가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앞 쪽 표지판의 그래픽은 변했지만 표지판 및의 'School' 표시가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 규격이 바뀐 것일 수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학교 표지판 정도의 위치까지 가서 사진을 찍으면 뒷 배경인 산의 능선이 덕후 사진과 스트리트 뷰가 얼추 맞아 보일 것 같다.
영화와 스트리트 뷰를 비교했을 때, 유덕화 뒤의 뚝 떨어지는 산 능선의 모양, 장만옥 좌측에 보이는 정류장 입구로 들어서는 꺾어지는 코너가 서로 유사해 보인다. (오른 쪽 능선이 살짝 의문이긴 하다..)
gngm 덕후의 사진이랑 비교 할 때도 뒤쪽 배경 능선이라던가 꺾어지는 코너도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덕후 사진의 저 도로 상 화살표는 구글스트리트에서는 'X' 표시로 보이는데 이는 페인트 칠이 다시 된 것 같다. 정류장에서 주차장으로 변하며 뭔가 변화가 있었던 듯?
그래서,
'이 곳이 Pui O 버스터미널이겠구나!'
라고 일단 확정(가정)을 한 후 gngm 덕후에 말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사우스 란타우 로드를 따라 Lo Wai 로와이 촌 방향으로 도보 2분 거리 (호텔의 옆집은 로이촌 20호) "
이 말을 고대로 구글지도 옮겨 보았다. 위 지도 사진, 로와이촌 20호 옆에 노랑 화살표 표시로 된 저 장소가 아마도 Sea Breeze Hotel & Retaurant 터가 아닐까 싶다. 터미널로부터 도보 2분 거리, 그리고 20호 건물 옆. 딱! 맞아떨어진다.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Sea Breeze Hotel로 향하는 유덕화. 우측 KENT 간판 건물이 바로 gagm 덕후가 말한 老圍村로와이촌 20호 건물이고 Sea Breeze Hotel은 바로 옆에 있다.
좌측 뒤로 보이는 능선의 모습이 영화와 완벽히 일치 해 보이지는 않지만 쨋든 저 건물이 20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유덕화는 대략 이 정도에 내려서 옆 건물인 Sea Breeze Hotel까지 이렇게 이동한 신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이 곳이 바로 Sea Breeze Hotel로 추정되는 건물이다. 지금은 란타우 국제학교 Lantau International School Pui O Campus가 들어서 있다. 위 영화 신에서 유덕화의 이동 신은 저래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 즈음하여 어떤 레딧 유저가 이 LIS 학교가 원래는 호텔이었다는 정보를 내 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웹검색을 해 보니 2008년자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에 관련 내용이 실려 있었다. (아래는 기사 링크)
기사 인트로에 짧게 소개되는데, 1978년에 Sea Breeze Hotel로 지어졌으나 이후 버려졌고 2008년에 란타우 국제학교 Pui O 캠퍼스가 이 건물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음, 근데 잠깐만... 아까 홍콩 디지털 라이브러리에서 찾아 본 화교일보의 기사는 시 브리즈 호텔은 1990년에 개관했다고 하는데 1978년이라고라??
위에서 참고했던 생태학 보고서 내용 중 Pui O 지역의 70~90년대 사이 대표적인 교통과 관광 발달 기록 페이지를 다시 한 번 찾아 보았다. 주요 내용으로는 1978년부터 도시 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관광지 조성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는 것이고 81'년 해변가에 캠핑장 개설, '90년에 Sea Breeze Hotel and Seafood Restaurant의 'opened 개장'을 확인 했다. 'built 지어졌다'라는 워딩이 아니니 건물은 관광과 사람 유입이 시작되던 1978년에 지어지고 1990년에 호텔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은 해 보지만 더 이상의 팩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증거는 여기까지다.
쨋든 중요한 건 저 건물이 영화 속 장만옥이 일하던 가게 건물이 맞다는 거고 드디어 찾았다는 것이다.
gagm 덕후의 98년도 사진 속 호텔. 1998년까지도 아직은 호텔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홍콩대학교 디지털 아카이브 속 영정사진 같은 호텔. 아마 90년대겠지...
멀게는 극 중 장만옥의 고향, Tai O를, 가깝게는 Pui O 버스 터미널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보아 본 Sea Breeze Hotel (현 란타우 국제학교) 건물
3. 극중 장만옥의 고향, Tai O 어촌마을
@ 大澳大澳永安街 타이 오 윙온 스트리트
영화 <열혈남아>의 란타우 섬 메인 촬영지를 크게 나누자면 위와 같다. 키스 신 및 홍콩 센트럴과 란타우를 잇는 무이 워 페리 선착장, 장만옥이 일하는 Sea Breeze와 버스 종점이 있는 부이 오, 그리고 좌측 끝의 극 중 장만옥의 고양인 타이 오 어촌마을. 현재는 부이 오가 종점이 아니기 때문에 버스 타면 저 지도의 길을 따라 무이 워 부터 부이 오를 지나 타이 오 마을까지 갈 수 있어 보인다.
극 중 장만옥과 유덕화가 닭날개 박스를 옮기는 장면인데 장만옥은 여기서 "난 여기를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거야"라는 대사를 치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옛 시절 시골에서 서울로 떠나는 상경 같은 거.
여기는 Tai O 타이 오 마을의 Wing On Street 윙온 스트리트라고 하는데 아마 그 길의 끄트머리 자락, 이 곳이 촬영지가 맞는 것 같다. (명나라 시절부터 이어 왔다는) 아무리 오래된 외딴 마을이라도 주말엔 관광객들로 꽉꽉 찬다고 하니 이래저래 변화도 많았던 것 같다. 바다를 향해서 끄트머리의 코너를 가지고 있는 윙온 거리는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왠지 맞다는 확신이 간다.
이 이야기가 나돈 게 아마도 이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가 처음 출판되었을 때 즘 화제가 되면서 흘러나왔던 이야기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시절 읽어야지 하면서 결국 이런저런 삶의 연속과 함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말았다.
최근 자주 하는게 새로운 책들도 책이지만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 책들을 다시 읽는 것도 꽤 많다. 마침 작년 말 강홍빈 건축가의 <서울 에세이>를 다시 읽다가 주석에 나오는 손정목의 이 책을 기억하고 '아...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이번엔 꼭 읽어야지' 하고 <서울에세이>를 끝내자마자 주문을 했다. 구매하기까지 정말 오랜 세월이 걸린 것 같다.
그동안 본인이 모아놓은 데이터와 경험에 의한 객관적인 수도 서울의 개발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제 1권을 시작하여 6.25로 인한 피해와 전후 이제 막 시작한 도시계획까지 읽는 중인데... 이게 무슨 소설도 아니고 신파는 당연히 아닌 객관적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6.25 시절의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질금질금 거릴 정도였다.
인테리어에서 건축으로 건축에서 도시계획으로 갈 수록 더 넓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란 게 항상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 내용에 있는 공간을 우연히 지나치게 되면 새삼 달라 보이고 많은 생각을 하는 매력 또한 있다.
국내는 아직까지도 대중을 위한 건축이나 도시계획은 방송이던 유튜브던 너무 부동산 관점으로만 쏠려 있는 것 같다. 물론 돈이 되는 것이니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쏠려도 너무 쏠려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속한 공간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의미를 통해 많은 또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세계 3대 야경이라고 하면 홍콩, 나폴리, 하코다테가 거론이 된다. 하지만 뉴욕의 맨하탄도 그에 뒤지지 않을 낯과 밤을 가리지 않는 멋진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템플 코트 빌딩 같은 유서깊은 전통의 마천루부터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같은 현대 시대의 최첨단 마천루까지 역사와 현재와 미래를 품고 있는 빌딩들의 천국이 바로 뉴욕의 맨하탄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미 맨하탄에는 유명한 뷰포인트들이 많다. 가장 최근의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시작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 브릿지, 디 엣지 등등 많은 곳이 맨하탄의 숨막히는 스카이라인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내일, 그러니까 2021년 10월 21일 공식 오픈하는 SUMMIT One Vanderbilt 서밋 원 밴더빌트 전망대는 지금까지의 뷰포인트의 개념을 싹 다 갈아엎을 만한 엄청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바닥이 유리로 꾸며져 있거나 캔틸레버 Cantilever (외팔보: 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쪽 끝은 대롱대롱 자유로운 건축 형식) 형식으로 극한의 경험을 제공하는 뷰포인트도 많아졌지만, 이 서밋 원 밴더빌트는 이 유리와 거울의 사용을 극한의 극한으로 끌고간다. 물론 가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사진 상으로는 그렇게 느껴진다! 인스타그래머들에겐 2021년 가장 핫한 경험을 줄 곳일게다.
위치 또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근접한 맨하탄 미드타운에 위치하고 있어 180도 한바퀴 돌며 도시의 아름다운 뷰를 선사할 것 같다. 물론 야경은 아주 죽여줄 것이다.
이미 맨하탄에서 3번 째로 높은 원 밴더빌트 빌딩에 추가적인 건설을 통해 오픈되는 전망대다. 온통 유리와 거울로 둘러쌓여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 같다.
1. Ascent 엘리베이터
건물 외부에 설치된 두 대의 엘리베이터의 이름이다. 물론 유리로 되어 있다.
2. Levitation 전망대와 AIR
전망대와 하단부 AIR로 추정되는 공간, 거울과 유리의 배치로 초현실적인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3. APRES 카페테리아/입구
전망대 하단부의 '게이트'같은 곳이다. 여기서 음료수도 마시며 쉬어가는 곳인 듯. 수많은 역사적 건물과 근접한 42nd St.에 위치한 장점만으로도 강한 어필을 줄텐데 위 1,2번의 경험이 너무 압도적이라 다소 일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격은 세 공간의 이용 여부와 낯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두 사용할 수 있는 Ultimate 기준 성인 $73이고 밤에는 $83으로 나온다.
Beams 매거진에서 제작한 Tokyo Culture Story, 1976년부터 2016년까지 40년에 이르는 도쿄의 음악과 패션의 타임라인을 하나의 뮤직 비디오로 만든 뭐라 해야 할까... 정보 디자인? 뮤비? 암튼 .... 그러하다. 이건 뭐 2D 영상으로 VR 체험을 하는 듯한 모던한 기분까지...
중간 중간 그 시대 대표 아티스트들이 직접 한 두 소절 씩 직접 음악을 하는데, 이것 또한 보는 재미가 듬뿍... (모리타카 치사토님 앜ㅋㅋ)
암튼, 이런 장기간의 시간과 시대를 총망라한 요약본이 참 좋다. 예를 들어 한 해를 마감할 때마다 나오는 1년의 되돌아 보기 같은 것도 좋은데 이런 무려 40여년의 문화 트렌드를 집약한 (그것도 5분 안에!) 결과물이라니!
게시판이나 스맛폰,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어느새 부턴가 참 단편화 된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순간 순간 만을 경험하며 살아가다보니 누군가 얼마 정도의 시간을 정리 해 주는게 필요헌데.... 그것에 참 익숙하지가 않다... (실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 연대기적 작품을 만들어 내는 나라들을 보면 참 부럽다... 우리도 없는게 아니지만 서도...)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게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최근 참 정치적인 순간들을 살고 있는데... 어떤 주제던 상관은 없는 것 같다... 패션처럼 팬시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문명 문화 모두 하나의 고리로 다 이어져 있을 거라....
내 방안에 책장은 가지고 있는, 얼마 안돼는 책들을 다 꽂을 수가 없어 위아래로 미친듯이 끼어 넣어두어 어떤 넘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식으로 높은 곳에 아주 얌전히도 껴져 있는 책들 중 만화책 한권을 다시 무심코 빼어봤는데 그게 바로 참 인상 깊게 여겨 봤던 만화 아티스트 준꼬 미즈노의 [인어공주 Princess Mermaid]였다.
내 눈을 정화 시켜준 것은 안그래도 요즘 한창 80년대 레트로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서 자주 접하는 영상이나 이미지들 대부분이 saturation의 범람이었는데... 나름 Hue의 매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 색상을 가지고 있는 만화다.
[신데렐라 1995]와 [헨젤과 그레텔 2000]에 이은 전형적인 준꼬 미즈노 스타일의 테러동화 버젼의 3부작의 정점을 찍은 단편 만화가 바로 준꼬 미즈노의 인어공주다.
잠깐 준꼬 미즈노 스타일을 설명 하자면 순정만화의 테러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좀더 정확히 분류 하자면 '고딕 Gothic 카와이','카와이 느와르'다. 말 그대로 옛 동화들을 일본 특유의 가와이 스러운 순정만화의 DNA를 가지고 아름답지만 아주 음침하고 끔찍하며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어른과 섹스의 동화로 승화 시킨다. 그리고 이 안에는 일본 특유의 순정만화와 피규어적인 감성에 사이키델릭, 아르누보 그리고 팝아트적인 서양적인 감성이 들어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느와르와 테러적인 요인들이 중심이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라는 것이 디즈니 스러운 아름답고 꿈과 희망에 가득찬 것이 아닌 좀더 어른들이 나이어린이들에게 보여지고 싶지 않은 치부와 깊은 (표현은 간단하지만) 어둡고 퇴폐적인 내면을 보여주는 정통 유럽식 동화에 가깝다.
이렇기 때문에 동서양, 더 나아가 미국적인 테크닉과 유럽적인 감성이 동양 (일본의 헬로키티와 순정만화 스러운) 적 감성이 혼재되어 미묘한 재미와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인어공주의 재해석으로서 인간을 향한 복수 그리고 인간과의 금지된 사랑, 복수로 인해 인간을 먹는 인어, 인어 사회에 들어온 자본주의 개념, 바닷속 안의 사창가를 꾸려가는 인어사회.. 이러한 충격적인 재해석이자 우리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이 아름답고도 괴기한 만화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음악들 몇개를 소개해 본다.
[Ambient] Calabi Yau Manifold by Dopplereffekt 바닷 속 아무도 모르는 그 심연의 공간에 위치한 조금 이상한 버젼의 인어공주의 세계... 그 수중의 분위기와 이상야릇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질 것만 같은 여러 인어들의 수중 댄스... 그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가장 어울릴만한 음악이 아닐지...
[Ambient] Walc by Jacaszek 쥴리와 수에키치 그 사이의 그 금지된 사랑... 준꼬 미즈노의 에로틱한 면에서 또 특이한 점은 섹스에 관해서는 굉장히 추상적인 그래픽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남녀의 캐릭터 그래픽을 만들고 있는 핵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잘라내어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로서 표현한다. 바로 남녀의 진정한 하나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Ambient] Bride by the Loop Orchestra 수에키치와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완성코자 하는 인어 쥴리의 절단 수술 작업... 그 실패.. 그리고 거래를 통한 배신... 괴물로 바뀌어져 버린 자신의 모습... 그리고 다시 딛고 일어서는 쥴리... 그리고 그 괴물의 모습의 쥴리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수에키치...
[Ambient/New Age] Desdemona's Revenge (Interlude by Irene Lavina) by Louie Austen 읊고 있는 음악의 내용과 인어공주가 딱 맞아들어가지는 않지만 사운드적인 면에서만 볼 때 잘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바로 인어공주들이 가지고 있는 그 복수심... 데스데모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알듯이 쉐익스피어의 오델로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튜라의 활동부터 죽음까지... 어떤 맥락에서는 튜라와 데스데모나의 운명도 비슷한 선상에 서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Ambient/Avant Pop] Shousetsu by Radicalfashion 옛날에 한번 포스팅했던 음악이긴 한데 역시 이 음악이 안 떠오를래야 안 떠오를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의 음악을 모조리 다 올리고 싶긴 하지만... 어쨋든...복수에 불타올라 있던 튜라가 인간을 향한 자신의 복수를 성공하지만 알 수 없는 그 공허함 속에 쓸쓸히 죽음을 맞이 하는 그 애처로운 엔딩의 순간에 참 어울릴 만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