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배가 출출해진다. 여전히 '여행이 시작됐다!'는 실감은 나지 않지만 여행의 첫 장면은 언제나 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오전 8시 56분,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다. 맛은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비주얼에 이끌려 매번 같은 선택을 하게 되고 배만 살짝 채운다. 실망할 걸 알면서도 매번 반복되는 휴게소 식사, 어쩌면 이것도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 같은 순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근히 보이는 일상에서 만나지는 않을 작은 풍경들이 앞으로 펼쳐질 여정의 첫 단추가 된다. '나, 이제 어디로 떠나는건가?'라는 설렘이 서서히 스며든다.
| 충청도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서해대교를 건너는 순간 바다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47분,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에 자리한 휴게소인 행담도 휴게소에 잠시 들러 짧은 휴식을 취했다.
그래도 섬 쪽이라 바다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서해안의 서천, 비인해변. 이제 뭔가 본격적인 해안로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 점심 먹으러 옴. 벌써 오후 2시...
점심으로 선택한 홍어와칼국수 식당의 메뉴는 1인분 8,000원짜리 2인상. 그 당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 점심 한 끼가 이제야 나를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의 세계로 데려다 주는 듯했다.
점심을 마친 뒤 오후 3시, 서천의 풍경은 층층이 쌓인 레이어처럼 겹쳐져 있었다. 저 멀리 갯벌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고요하게 드리워져, 시간마저도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이런 여유로운 순간들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문득 깨닫게 된다. (나는 가끔 이렇게 사소한 생각들에 잠겨버리는 피곤한 인간이다.)
다시 이동 후 도착한 죽도, 커다란 밤섬의 모습에 이끌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섬에서 유명한 상화원에는 들르지 못했지만 바닷가 근처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바다를 바라봤다. 멀리서 낚시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디를 가도 이들의 모습이 빠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 첫번째 숙소 도착 후 근처 산책. 가을의 기운이 스며든 느낌이다.
아름다운 서해의 어두워지기 직전의 모습. 배가 고프다. 다시 비인해변 쪽이다. 저 앞에 밤섬인 쌍도가 보인다.
굴까지 주는 서해안에서의 조개구이 저녁식사 @웰빙칼국수.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실내 테이블 관리도 잘 되어 있고 쾌적해 보이는 수조가 좋았던 곳. "그래, 서해안에 왔으면 조개구이 먹어줘야지!"
숙소로 돌아온 밤, 온통 세기말적 분위기로 가득 찼다. 어둠 속에 멈춘 듯 서 있는 빛나는 풍차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다음날 아침 7시30분 경 장항항의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로 내려갔다. 이곳의 백반을 참 맛보고 싶었는데 '금일 휴업' ㅜㅜ
아침식사 가능한 곳을 급히 찾아보다가 다시 북쪽으로 33km을 이동하여 홍원항으로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홍원백반집.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지만 이미 현지 어부들은 어업을 끝내고 뒷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거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불타는 주말의 밤을 연상시키는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시계는 겨우 아침 8시 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지의 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이 공간에서, 그 속에 압도되면서도 묘한 편안함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기분 좋은 집밥 같은 한끼 후 근처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이런 풍경들을 좋아한다. 숨 막히게 채워져 있는 느낌과 간단해 보이지만 또 트여 있는 느낌. 이래서 바다와 항이 좋다.
숙소를 떠나 세만금방조제에 도착하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가 눈앞에 펼쳐졌다.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이 구조물을 바라보며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동시에 이 방조제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그 속에 묻혀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19년에 걸쳐 세계 최대의 방조제로 완성된 이곳은 총 길이 33.9km로 마치 자연과 인간이 대치하는 방패와도 같다. 한쪽에서는 거친 파도가 부딪히고 반대쪽은 평온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 상반된 풍경은 거대한 인공 구조물의 위력을 더욱 실감케 했다.
맨날 뻘만 가득한 서해바다만 주로 봤었는데 이런 딥한 풍경도 보고,
대한민국 어느 바닷가를 가도 빠지지 않는 낚시꾼들의 모습. 그들은 바다와 마주하며 자연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들의 존재는 마치 바다 풍경 사진 속의 완벽한 피사체 같다. 고요한 풍경 속에서 낚싯대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은 바다와 인간의 끊임없는 교감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서해안에서 느끼는 파도의 철썩임
끝없이 펼쳐지는 세만금 드라이브. 바다와 인공 구조물이 맞닿아 만들어내는 이 독특한 풍경이 길 위에서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요거는 움짤보다는 조금 긴 버전의 세만금 드라이브 풍경이다.
| 전라북도
군산을 지나 강아지들의 산책을 위해 도착한 김제 심포항. 조용하고 한적한 이 공간은 마치 일부러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전시회장처럼 방치된 '부서진 조각들'이 인상 깊었다. 주위에는 폐건물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이 서 있어 약간 기괴하면서도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분위기가... 스산하면서도 신기함.
어찌하였던 이 곳도 푸들시츄 연합이 접수합니다.
| 잠깐 내륙으로, 전주
남해안으로 내려갈 때는 힘들기 때문에 항상 중간 지점에서 쉰다. 군산이나 변산이 끌리는데 그곳들은 마땅히 갈 애견펜션이 없어 내륙이지만 항상 전주에 들리게 된다.
한옥마을 한 가운데 괜찮은 애견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가보니 루프탑도 생겼다. 사장님이 직접 관리를 잘하시는 듯하다. 이름은 '꼴 게스트하우스'.
전주 한옥마을의 가을 느낌, 그러고 보니 한옥의 나무 색깔 때문인지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상차림이 맛있다는 '경기전막걸리'에서 저녁. 음식보다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 곳이다. 백숙을 끓이던 버너의 부탄가스에 불이 붙어, 가스통의 1/4 정도가 불에 휩싸였던 순간은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들, 종업원 모두 현실감이 없는 듯 손가락만 가리키며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그 약 30초 정도...? 다행히도 불은 결국 달려온 직원분에 의해 꺼지긴 했다.
제3자가 이 상황을 듣는다면 "빨리 불부터 꺼야지, 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의 충격은 우리의 상식적인 판단을 마비시켰던 것 같다. 비일상적인 상황은 오히려 빠른 대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재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밤 묵었던 숙소는 손님이 우리뿐이라 거실까지 전부 쓸 수 있었다. 아늑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여행의 여운을 느끼며 조용한 밤을 맞이했다.
비밀의 화원 느낌 마냥 거실과 이어진 루프탑으로 가는 계단
편한 전용 쿠션. 이제 한 숨 자자고 친구들~
다음 날 아침 6시 경에 찾은 전주왱이 콩나물국밥 전문점. 가을이라 아직은 아침이 어둡다
연약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느낌의 동글동글 인상적인 계란의 모양
정확히 월요일 아침 6시 22분의 풍경이다. 한 주가 막 시작되었지만, 밖은 여전히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습을 보며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얼리버드들의 잔치라고나 할까. 어둠 속에서 이미 하루를 시작한 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그들의 결연한 일상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작고 소박한 발코니에서 아침 풍경을 바라보는 강아지, 이제 다시 떠날 시간이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다.
| 전라남도, 남해안
다시 바다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 다음 행선지인 목포로 향했다. 중간에 오전 10시 즈음 정읍 녹두장군 휴게소에서 강아지들 산책.
목포와 신안은 갈만한 애견펜션이 없어 언젠가 있을 다음 여행에 집중하기로 하여 이번 코스에서는 제외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기엔 못내 아쉬워 목포 남경회관에 들러 백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1인분 9,000원에 가성비도 굉장히 좋았고 맛도 만족스러웠다. "다음엔 꼭 목포 여행을 와야지!" 다짐했던 순간이다.
밥을 먹고 근처 난영공원에 들러 강아지들과 잠깐 산책을 했다. 나름 테마가 해안로 따라 여행인데 내륙인 전주에서 목포 도심으로 바로 진입하다 보니 바다의 흔적을 잠시 잃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공원에서 그나마 물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여기서 느껴지는 가을의 신호들을 편안히 즐겼다.
한산하고 넓은 공간 속에서, 사람이 없을 때 강아지를 잠시 풀어줬다. 겁이 많은 녀석이라 할 일 하고 이내 돌아온다.
이제 다시 해안로 따라의 여행을 위해 고금도의 고금대교를 지나 신지도의 장보고대교를 넘으며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열혈남아> 촬영지를 따라 트레킹을 마친 후, 무이오(Mui Wo) 선착장 주변을 여유롭게 거닐며 아침 식사할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로컬 카페, 카페 파라디소(Caffè Paradiso).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지만, 옛날 홍콩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라, 공간을 채운 사람들 덕분에 전해졌던 그 따뜻하고 반가운 느낌이었다.
아침식사 할 곳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동네 한 바퀴
그러던 중, 현재 오픈 중인 음식점 구글 검색에서 눈에 띈 카페 파라디소(Caffè Paradiso). 이름에서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 떠올랐고, 영화 때문에 방문한 동네인 만큼 이 우연이 참 반갑게 느껴졌다. (참고로 이탈리아어에서 카페는 Caffè라고 한다.)
홍콩 감성 잔뜩 느껴지는 저 아기돼지 같은 핑크색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저 에어컨들은 볼 때마다 참 독특한 느낌이란 생각이 든다.
저 핑크아기돼지 빌딩 1층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 바깥에도 앉을 수 있는 2인석 테이블이 3개가 놓여 있다.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인다. 암튼 불투명한 문만 살짝 열려 있어 문을 닫은 줄 알았다.
문 앞까지 가까이 가보니 이렇게 앙증맞게 작은 오픈 사인이 걸려 있다. 암튼 열려 있으니 다행.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앙증맞은 오픈 사인처럼 카페는 작고 귀여운 공간이었다. 카운터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영국인 할아버지 한 분이 먼저 자리를 잡고 계셨고, 나는 제일 앞자리에 여유롭게 앉았다.
메뉴는 위에도 있고,
테이블 위에도 있다. 메뉴판에서 보이는 바다는 카페 바깥의 자리에 앉으면 잡히는 뷰다. (오전 8시 56분경 방문했는데,) 내가 얼리버드형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침 7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이른 카페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손님이 많지 않아 실내를 둘러볼까 했지만, 워낙 작은 공간이라 복잡할까 싶어 그냥 눈으로 구경만 했다.
테이블은 몇 개 없었고, 공간은 작고 아담했지만 따뜻하고 아기자기 하고 소박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벽화 옆에는 강아지들 사진이 잔뜩인데 카페 배경 샷이 군데군데 보이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곳을 방문했던 아이들인 것 같다.
그 옆으로는 한 때 가게에 진열되었을 것 같은 소품들과 뭔지 모를 책들, 위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데 건물에 속한 곳이라 루프탑은 없을 거고 뭔가 개인 공간인 것 같기도 한데 옆에 '계단 미끄러움 주의'라고 되어 있다.
카페 공간이 위에도 있나? 싶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저 위로 올라간 손님의 사진은 찾을 수는 없었다.
여긴 카운터를 바로 마주 보고 있던 내 자리. 목제 의자라 그런지 작은 공간 속 편안함을 더해 준다. 2000년대 많이 즐겼던 칠 아웃 Chill Out 느낌이 솔솔 들기도 한다.
여름 특별 메뉴인지 수박 스무디와 함께 별도의 메뉴판에 나와 주문했던 프레시 레몬 소다($36)가 금방 나왔다. 설탕을 넣을 거냐는 질문에, 어제 미도카페에서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한 관계로 ''노 슈가"로 주문. 음료수 잔을 채우고 남은 탄산수가 같이 제공된다.
TMI: '창(Chang)'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싱하(Singha) 탄산수와 마찬가지로 태국산이다. 역사와 판매량 면에서는 싱하가 훨씬 앞서지만, 창은 맥주와 함께 믹서로 즐기는 방식으로 나름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싱하가 전통적으로 강한 탄산감을 자랑하는 반면, 창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덜 강한 탄산감을 제공한다고 한다.
갠적으론 라임을 선호하는데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에 상큼한 분위기를 더 해주는 노랑이 레몬도 좋다. 탄산수 방울이 뽀골뽀골 올라오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괜히 혼자 흥해서 옆에 있는 만능 소스 HP소스랑 하인즈 케첩과도 줄 세워 사진 한 방 찰칵. 뭔가 부끄럽지만 나, 저 때 꽤나 신났던 모양이다.
레몬워터 마시며 더위를 달래며 주위 디테일도 조금씩 둘러본다. 스누피 캐릭터들이 은근 많이 보였다.
곳곳에 배치되어 은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피겨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그 위에 또다시 작은 귀여운 소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저 뒤에 찻잔과 접시 타일도 인상적이었다.
요번 여행 계획에도 없던 서양 메뉴. 그냥 이곳에 우연히 흘러들어와 홀린 듯 시킨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간촐하다. 여행이니까, 가공육도 그냥 먹고 ㅎ. 간단하고 담백했다. '미쳤다, 찢었다,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 무조건 드세요 외'의 맛은 아니지만 모나지도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서양식 아침 식사도 오랜만이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속속들이 손님들이 들어오며 자리가 채워진다. 대 놓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서 그냥 들리는 소리와 음식의 흐름을 타고 순간의 분위기를 즐겼다.
두 번째 손님은 발음을 들어보니 미국인인 듯했는데,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러 온 것 같았다. 차림새를 보니 딱 란타우 섬에서 산행을 위해 온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 듯, 만나자마자 깨가 쏟아졌다. 접시의 반쯤 비우고 있을 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국인 손님이 들어왔다. 내 바로 옆 자리를 좀 써도 되겠냐고 영어로 점잖게 물어보셨다. 사람들과 마주할 때, 첫 말투에서 기품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참고로 이 아주머니의 유창한 영국식 영어 발음 때문만은 아니다!) 암튼 발음으로 보아 홍콩 캔토니즈로 추측되었다. 나는 옆으로 공간을 조금 내어드리고 다시 음식을 즐겼다. 이 분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를 시작하셨다.
그렇게 첫 번째로 아침을 드시던 영국 할아버지, 그리고 몇 안 되는 익스패츠(거주 외국인)와 관광객들이 묘하게 섞여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과 대화가 만들어내는 이 공간의 분위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내 바로 옆 자리에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주방에서 나는 음식 준비 소리, 영국 할아버지와 내가 먹으면서 내는 식기가 그릇과 부딪히는 소리, 선풍기와 에어컨, 이 모든게 만들어내는 조용한 엠비언스. 그리고 다른 테이블의 (아마도) 미국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들. 이 작은 공간에서 나는 묘한 감성에 젖어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리웠던 옛 홍콩의 바이브였다.
사실 홍콩 도심을 돌아다닌 첫날, 굉장히 놀랐던 건 공간 자체는 예전 그대로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물론 사라진 것도 많았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오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언제나 예상은 현실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반가우면서도 익숙한 그 공간에서, 이제는 예전만큼 광둥어를 듣기 힘들어졌고, 그 대신 만다린어가 더 많이 들려왔다. 그 변화가 신기하면서도 약간 어색하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다가왔다.
홍콩에 살았던 옛 시절만 해도 중국 본토 출신 사람들은 마치 영화 <첨밀밀>에서 느껴지는 그런 낯선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본토의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진 듯, 홍콩 곳곳에서 만다린어가 들려오고, 본토 사람들도 많아지고,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겠지만, 그 변화가 확연히 느껴져 신기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 이곳에 살았었기에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을 수도...
이번 여행을 하며 도심을 벗어나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마치 옛날처럼 광둥어가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홍콩은 뉴욕의 멜팅팟과는 또 다른, 유럽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멜팅 팟이었다.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영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살던 도시였다. 특히, 서양인 뿐만 아니라, 중국계가 아닌 다양한 동양인들 모두 어우러졌던 곳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익숙했던 그 느낌이 이 날 카페 파라디소에서 마치 축소판처럼 작게 다가왔다. 그 덕분에 옛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난 그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바깥으로 나가보니, 야외 자리에 앉아있는 누가 봐도 일본인 같은 50대 초반의 아저씨가 보였다. 그 장면을 보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이게 바로 홍콩이지!'라는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참고로 야외 자리는 따뜻한 햇살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란타우섬은 예전부터 홍콩 도심의 번잡함을 피해 여유를 즐기려는 이들이 주로 찾기도 하고 자리를 잡기도 했던 곳이었는데, 지금도 그 특유의 분위기의 명맥이 이렇게나마 이어져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카페가 항상 이런 분위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우연히 찾아간 그 순간이 운 좋게도 모든 게 딱 맞아떨어졌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만약 다시 란타우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 번 더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런게 바로 예상치 못했던 여행의 묘미 아닐지.
💡카페 정보:
카페는 무이워 선착장에서 도보로 근접한 거리에 있다.
홍콩 로컬 음식점 리뷰앱 오픈라이스에서도 이 카페는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맛(Taste)과 가성비(Value)에서 만점을 기록하고 있고, 리뷰를 번역해 보면 인도, 페루, 탄자니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커피 원두 선택과 훌륭한 커피 맛에 대한 칭찬이 많다. 특히, 이곳의 편안한 분위기, 여유로움, 조용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Mui Wo 무이 워는 광둥어로 '메이 웨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북쪽의 Silvermine Beach 실버마인 해변과 함께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던 곳이다. Tung Chung 퉁청 라인이 생기기 전까지는 홍콩 도심에서 이어지는 란타우섬의 각종 휴양지들로 이어주는 첫 관문이었다.
영화 속 장만옥과 유덕화가 홍콩 도심에서 오가던 페리의 출발지이자 종착점이다. 장만옥의 극 중 고향인 타이오 Tai O로 가는 첫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 무이워 Mui Wo 버스 정류장
<열혈남아>에서 가장 유명한 공중전화 키스신의 포스터 촬영지다. 아마도 수많은 영화팬들이 여기를 방문했을 것이다. 비록 그 공중전화는 없지만 그럼에도 추억을 기리기 위해 가는 곳.
무이워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수많은 자전거들이었다. 불과 5천여명이 산다는 (그것도 2012년 기준) 작은 지역이니 주요 교통수단일만 하다. 현지 주민들 뿐 아니라 여행객 대여용으로도 보이는 수많은 자전거들의 주차장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어렸을 적 이곳을 방문한 기억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하도 오래전이라 이런 기억이 거의 없다.
무이워 선착장과 버스정류장은 짧은 거리로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영화 속 장만옥과 유덕화를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였다. 앞서 말했듯 홍콩과 란타우섬을 연결하는 유일한 관문인 만큼 유덕화에게는 비정한 거리를 벗어나 평온한 안식처를 찾는, 장만옥에게는 작고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으로, 커플의 감정선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다행히도 그 뒤로 보이는 굴곡진 계단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건물의 형태는 옛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상상하고 왔지만, 주변에서 진행 중인 인프라 공사로 다소 번잡한 느낌이 들었다. 4박 5일의 홍콩 여행 내내 비가 많이 왔지만 이 시점의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해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이 번져 나왔다. 그래서 나와서 한 컷 더 찍고 ㅎ, 암튼 이곳은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봤던 장소라 익숙함이 먼저 다가왔다.
| 영화 속 선착장 페리 출입구
영화 속에서 중요한 무대가 되었던 선착장 좌측 출입구. 배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 쪽으로 나오다 뒤를 바라보면, 유덕화와 장만옥이 서로를 기다리던 그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속 기둥은 영화에서 자주 봤던 것 같아서 같이 나오게 찍었지만,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센트럴에서 온 나는 오른쪽 출입구로 나왔지만, 영화 속에서는 항상 이 왼쪽 출입구가 등장한다.
| 공중전화 박스 터를 찾아서
그리고 키스신.
<열혈남아>의 팬이라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찾을 그 키스신의 공중전화박스.
영화 속에서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한 그 공중전화 박스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이곳에 서면 여전히 그 장면을 떠올리며 영화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위치를 대략 추정해 보면,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정도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신사업자가 바뀌고, 공중전화의 색깔도 주황색에서 파란색으로, 위치도 조금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의 구글스트리트 뷰에서는 저 PCCW 파란 색의 공중전화박스가 아직 남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위치조차도 약간 애매해 보인다.
영화 속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진 인도 코너와 비교해 보면, 공중전화 박스가 조금 더 내려간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카메라의 구도나 렌즈 왜곡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16년 PCCW 박스와 영화 속 HKT 박스 위치가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70,80,90,00년대 옛 무이오 버스 터미널 사진을 한 시간 정도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그 오렌지 공중전화박스를 담은 사진은 찾지 못했다. 위 1983년 버스 중 타이오 행 1번 정류장이 가장 끄트머리라 좀 만 더 오른쪽 샷을 담았더라면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증거나 단서를 찾을 수 없으니 아쉽다.
'54년에 홍콩에 처음 공중전화 생기고 특히 7,80년대에 들어 저변(공중전화박스) 인프라를 확장 시켰다고 하니 저 1983년 사진에 공중전화박스가 존재했을 만도 한데 말이다. (영화는 1989년)
참고로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오렌지 공중전화 박스는 홍콩텔레콤 시절 거고, 2000년 이후로 목격되다가 사라진 파란 색 공중전화박스는 PCCW 것이다.
선착장 앞에 있는 다른 공중전화 박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영화 속 공중전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형태는 같아도 색상과 로고가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그나마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달래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공중전화 박스 추정 위치에 서서, 버스 정류장의 구조물들을 바라보면 그 허름한 모습 때문에 옛 흔적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아쉬움을 다시 한번 달래준다. 이따가 저기서 버스 타고 장만옥이 일하던 부이 오로 향할 예정이다.
|무이워 개선 작업으로 인한 변화
키스신 공중전화 박스 터를 지날 때의 느낌. 무이 워의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는 무이워의 현대화 및 편리성 강화를 위해 계획된 것으로, 남북 워터프런트 산책로, 광장조성, 교통 개선, 공공시설 재배치 및 신축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23년에 시작된 이 작업은 약 4.5년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우리가 알던 <열혈남아> 속 무이 워 모습은 아마도 영영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영화 속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영화 속 무이워 촬영지 지분은 배경까지 잡더라도 위 노란 사각형 딱 저 정도다)
| 선착장 주변 산책 한바퀴
영화 속 무이워 선착장/정류장이 등장하는 횟수도 많고 그만큼 임팩트도 강하지만 실제 촬영 장소 반경은 아주 좁아 촬영지 순례는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 대략 100미터 정도만 걸어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수준인데 물론 그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또 다를 것이다.
계획보다 일찍 온 덕분에, 아침 식사 장소를 찾으며 선착장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영화 속 버스정류장 뒤의 배경이었던 건물도 좀 자세히 살펴보고,
그 건물들 옆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도 느껴보고,
공삿길 위로 구도를 잡아보니 야자수들을 보며 열대 지방에 온 느낌도 들었고,
무이워 페리 피어 로드 쪽으로 들어가니 두기봉 감독의 액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집약적인 홍콩 감성의 건물 배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 택시는 빨간색인데, 이곳 란타우섬에서는 파란색 택시를 볼 수 있다. (사진 오른쪽에 주차된 것처럼)
란타우섬에서만 운행하는 이 파란 택시들은 현재 섬 전체에서 '24년 4월 기준 75여 대가 운행 중이라고 한다. (빨간 도심 15,250데, 녹색 뉴테리토리 2,838대) 다 고유의 운행 영역이 있는데 홍콩국제공항, 디즈니랜드, 홍콩 쪽 홍콩-주하이-마카오 브리지는 예외라고 한다.
홍콩의 간판과 도로 사인들이 건물 배경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감성은 언제는 나를 매료시킨다. 오래전부터 홍콩은 (조금 과장해서) 길을 잃을 수 없을 만큼 도로 표지판이 잘 배치된 도시로 평가받았었다.
코너 블록을 한 바퀴 돌면서 보니 공사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저런 화살표 전광판 보니 또 괜찮아 보이고,
맑은 하늘아래 따듯한 오렌지 색조가 돋보여서 그랬는지 피자가 왠지 맛있을 것 같았던 음식점.
구글 지도에서 미리 보았던 바다를 바라보는 중국과 레게 느낌이 뭔가 대조적이었던 차이나베어 음식점. 방문 시 문은 닫아 있었다.
우와... 그리고 또다시 마주한 자전거들. 공사 때문에 다 밀려나서 이런 것 같은데 빡빡한 홍콩의 도심 건물 분위기가 자전거 공간에서도 느껴졌다.
블록을 돌며 보이는 무이워 선착장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이 여유로운 산책을 마무리해 갔다.
| 홍콩 로컬 바이브, 카페 파라디소에서 아침식사
구글 지도에서 근처에 실시간으로 열려 있는 곳을 찾아보니, 이름부터 시네마 천국을 연상케 하는 카페 파라디소 Cafe Paradiso가 눈에 띄었다. 느낌이 왔다. 이번 여행에서 홍콩 특유의 빡빡한 느낌의 건물 사진들을 특히 많이 찍었는데 그렇게 찍은 저 핑크색 아기 돼지같은 건물 아래에 위치했다.
요렇게. 카페는 거리 쪽으로 작은 2인용 테이블 세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위 사진 같이 허~한 느낌이 들어 문이 닫혀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애매~해 보여 한 번 다가가 보았다.
냉방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이 아주 살짝 열려있었고, 작고 소심한 "오픈" 사인이 걸려 있었다. 오전 8시 30분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테이블에 영국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인테리어와 공간이 아주 작고 귀여운 카페였다.
아침부터 날이 더웠던 터라, 상큼한 레몬 프레시 소다(설탕 없이!)와 간단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주문했다. 먹는 동안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온 손님들로 작은 공간이 금방 채워졌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에서, 동양과 서양의 오묘한 조화가 느껴지는 옛날에만 느낄 수 있었던 홍콩의 로컬 바이브가 참 좋았다. 요즘 홍콩 도심은 너무 대륙인들에 의해 잠식되어 많이 변했지만, 이곳 무이워의 조용한 카페에서 옛 홍콩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힐링이 되었다. 이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나중에 이 카페에 대해 따로 포스팅할 계획이다. 만약 이 카페가 평행우주 선상에서 열혈남아의 타임라인 속에도 존재했다면 분명 유덕화와 장만옥도 이 곳에서 이국적인 자국의 홍콩 바이브를 흠뻑 느끼며 자신들이 아지트로 삼았지 않았을까 싶다.
카페를 나와 건너편을 보니, 또 다른 홍콩 특유의 건물, 혹은 아파트? 무이워에서의 아침은 이렇게 고요하고 평온하게 마무리되었다.
| 다시 촬영지 순례: Pui O 부이오를 향해 출발
선착장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눈앞에 펼쳐진 복합적인 바다 뷰가 좋았다.
또다시 마주친 수많은 자전거들이 아까 정박해 있던 페리가 떠나면서 더 눈에 띄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차이나 베어를 지나 멋진 느낌의 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나무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울창한 자신감을 뽐내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 나무의 위용을 보니 이 지역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공적인 마천루 대신 자연이 만들어낸 랜드마크 같았다. 검색해 보니 아마 망고 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그 나무 바로 옆에는 맥도널드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카페 파라디소의 평온함과는 달리 이곳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바퀴 돌아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유덕화가 장만옥을 만나러 가던 그 루트를 따라 부이 오 Pui O로 떠날 시간이다. 9시 20분 출발 버스를 타기 위해 9시 16분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3M 번은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운행되지만, 대략 아침 6시부터 밤 11시 45분까지 나름 좁은 간격의 시간대로 운행된다. 주말과 평일의 스케줄도 좀 다르지만, 구글지도나 아래 뉴란타우버스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M 말고 다른 번호들도 간다)
3M 버스의 종점은 퉁청 케이블카 버스 터미널이다. 여기가 출발점이라 나와 또 다른 한 명의 승객뿐이어서 저 2층의 맨 앞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원래 부이오를 지나치려 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들르기로 했다. 하차 지점은 부이오 Pui O의 로와이춘 Lo Wai Tsuen이다. 유덕화가 실제로 내렸던 지점은 정식 버스 정류장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지만( 로와이춘과 선와이춘 Sun Wai Tsuen 사이다), 나는 유덕화가 내리기 직전 정류장에서 내려 장만옥이 일하던 (구) 시브리즈 레스토랑 Sea Breeze Restaurant이 있던 터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영화에서 잠깐 보였던 저녁 신에서, 장만옥을 만나러 가던 유덕화의 루트다. 영화 속 시절 버스는 1층짜리였지만 아무렴 어떠나, 길은 동일한 사우스란타우로드다. 가자고, 고!
나중에 무이워 벗어나기 전 찍은 건데 고프로도 정면에 설치 완료. 마을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많이 타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저 노랑 안전봉 밑으로 재배치함. 유덕화는 사이드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일치하는 구도는 아니지만 뭐 ㅎㅎ
아침 8시 14분에 도착해 9시20분의 버스를 타기까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이 워에서 경험한 생각지도 못했던 힐링과 로컬 바이브의 카페 파라디소, 그리고 맥도널드 옆 망고나무의 인상적인 모습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종점에서 부이 오로 출발한다.
1989년,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왕가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열혈남아 As Tears Go by>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절, 관객들은 오우삼의 <영웅본색> 같은 화려한 액션과 낭만이 가득한 홍콩 누아르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왕가위 감독은 좁은 공간과 촉박한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불안한 홍콩의 정서를 담아, 전혀 다른 느낌의 느와르를 선보였다.
|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충돌과 그것을 바라보는 감독
<열혈남아>는 로맨스와 액션 느와르를 절묘하게 섞어냈지만, <영웅본색> 같은 비장미 넘치는 액션신이나 화려한 서사는 없다. 대신, 불안함과 고독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갈등의 파장이 전개된다. 이는 당시 홍콩 사회의 불안정한 분위기를 반영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어둡고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한다.
| 란타우섬과 홍콩 도심의 몽콕
영화 속 배경은 크게 두 개로 나늰다. 하나는 몽콕을 중심으로 한 구룡반도의 복잡한 홍콩 도심, 다른 하나는 자연과 시골의 느낌이 살아 있는 란타우섬이다.
몽콕은 홍콩 누아르 영화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상징적인 배경으로, 뒷골목 인생의 무대이자 갈등의 중심지로 곧잘 묘사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원제인 <旺角卡門 왕각가문> ('몽콕 카르멘')에서도 이 지역의 상징성이 드러난다. 몽콕은 헛된 꿈과 갈등, 외로움과 소외가 교차하는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고단한 삶의 무대를 제공한다.
반면, 란타우섬은 홍콩에서 가장 큰 섬으로, 도시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의 평온함이 가득한 곳이다. 아화(유덕화)와 아오(장만옥)가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을 오가며 끊임없이 만남을 이루는 이 섬은, 장만옥에게는 과거와의 연결, 둘에게는 정체성의 회복, 안정과 평화 및 암울한 운명 속 소박한 희망과 미래의 꿈을 제공하는 상징적 장소로 작용한다. 어쩌면 이 섬은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었지도 모르겠다.
| 열혈남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홍콩에 살았을 때는 도심의 매력적인 풍경에나 익숙했고, 란타우섬은 주로 학교 소풍이나 단체 야유회로 가는 낯선 공간이었다. 어딘지도 기억도 안 나는데 끽해봤자 디스커버리 베이 정도였을 듯하다. 홍콩에 다시 방문한 이번 여행에서 나는, <열혈남아>의 란타우섬 촬영지를 따라 여행의 대략적 동선을 짜고 싶었다. 도심의 화려함보다는 잘 가보지 않았던 홍콩의 자연 속, 영화 속 공간의 의미도 되새길 겸.
| 그날의 루트: 무이오와 타이오 마을 ft. 옹핑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화(유덕화)와 아오(장만옥)가 도심에서 섬으로 이동했던 루트를 따라가 보았다. 홍콩섬 센트럴에서 무이오(Mui Wo) 선착장까지 페리를 타고, 아화가 섬에 도착해 아오를 보러 갔을 무이오에서 푸이오(Pui O)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아오(장만옥)의 고향으로 묘사된 타이오(Tai O)까지의 여정을 경험하며,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작은 순간들을 마주한 나만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영화에서 이 촬영지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묘사된다. 즉, 란타우섬 자체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상관없이, 아오(장만옥)의 고향을 상징하는 하나의 작은 세계인 것이다.
위는 란타우섬에서 치료를 위해 구룡에 사는 사촌오빠 유덕화를 처음 만나러 가는 장만옥의 페리 신이다. 그들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이 페리를 수 없이 타고 다녔을 것이다. 센트럴에서 무이오로, 무이오에서 센트럴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 서로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요동치는 감정의 빌드업, 그 격한 감성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만국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다만 저 신은 영화 초반이라 그런 느낌은 없는 걸로...)
그들이 오갔던 이 길을 따라가며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 페리로 떠나는 란타우섬
지난 저녁 만찬의 후유증으로 일찍 폭잠들기 전 설치 해둔 고프로로 찍은 타임랩스 영상. 왼쪽에 우뚝 솟은 것이 구룡반도 쪽 몇 안 되는 초고층 마천루인 M+뮤지엄 빌딩.
오늘도 5시에 일어나 충분히 씻은 다음 란타우섬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위는 아침 6시 50분경 18층 하버뷰의 구룡반도 쪽 뷰다. 도심이라도 이른 시간이다 보니 평안해 보인다.
아침 7시경 체크아웃, 프론트에 택시 잡아 달라고 했더니 불러 주는 건지 알았건만 컨시어지 분이 그냥 같이 도로에 나가서 대신 손 흔들어 주는 거였다ㅎ. 완차이에서 센트럴로 가는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그동안 찍어본 사진.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다들 승차 거부. 배가 7시40분 출발이라 나름 여유 있게 나온 건데 슬슬 쫄리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7시 37분에 도착. 이미 Mui Wo 무이오 행 고속 페리는 정박해 있었다. 저거다 싶어 선착장 확인도 안 하고 최대한 빨리 걸어간다. (내가 뛰지를 못 한다 ㅜㅜ) 유덕화는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뛰었겠지만, 나는 페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출발 3분 전 ㅜㅜ) 참고로 센트럴 무이오 간 Sun Ferry 페리 시간표는 아래서 확인하면 된다. 주중, 주말 그리고 시간대별 약간 차이가 있다. (쾌속선/일반선 및 승강장)
책가방 하나만 매고 다니는 여행이라 숙소를 떠난 8킬로 완전군장 상태라 좀 앉았건만 바로 게이트가 열린다. 시간은 7시 40분 정각. 칼이다. 섬 방향이라 그런지 놀러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밑은 이 고프로로 찍은 타임워프 영상. 사실 이 고프로 장비들 때문에 책가방 무게가 항상 많이 나간다...
갑자기 소풍 가는 어린애 마냥 마음속이 설렘으로 가득 찬다. 정말 오랜만에 타 보는 페리, 홍콩 3일 차에 드디어 실행하는 열혈남아 루트에 맑은 하늘까지.
영화시작 홍콩으로 가는 장만옥과는 반대 루트지만 같은 방향의 창가다. 센트럴에서 무이 오 피어까지는 약 15km. 쾌속선으로 약 30~40여분 걸리는 거리다.
그러고 보니 이번 홍콩 여행에서 타는 첫 번째 페리였고 (마지막 날도 페리 타려고 했으나 폭우 경보로 못 탔다) 마지막 페리였다. 홍콩 살던 시절엔 그렇게 지겹도록 타던 페리였는데 너무 오랜만인지 설렘 가득하다. (옛날 보다 페리 운항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결은 다르겠지만 장만옥의 컴백 삐삐를 받고 센트럴로 왔다가 다시 페리 타고 돌아가는 유덕화의 마음도 이렇게 콩닥콩닥 뛰었겠지?
페리가 출발을 위해 후진 회전하며 보여지는 풍경. 왼쪽부터 노먼 포스터 경의 HSBC빌딩, 피어스 브로스난의 미니 시리즈 <노블하우스>로도 유명한 1970년대에 지어진 동그란 구멍들이 인상적인 자딘 하우스 (Jardine House), 그리고 가운데 우뚝 솓은, 현존 홍콩 두 번째로 높고,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세자 펠리의 IFC 빌딩.
홍콩 반환이 1997년이었는데 IFC 빌딩의 준공도 1997년에 시작되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와 트랜스포머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빌딩이다.
전 날 폭식으로 인해 저녁 일정을 홀라당 날려 먹었는데, 그중 하나인 AIA 대관람차를 눈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잘 안 쓰는 수퍼슬로우 모션 모드로도 찍어 보았다. 뭐 배 안에서 할 일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ㅎ
쾌속선이라 그런지 한번 속력내니 쭉쭉 잘 나간다. 다른 페리도 금방 따라잡는다.
이제 막 도심의 경계에서 막 벗어나려고 하는 느낌이다. 열혈남아의 유덕화도 자신의 보금자리 같은 란타우 섬의 장만옥을 만나러 갈 때마다 그런 속세를 벗어나는 듯한 안정감과 평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여행 내내 비가 많이 내렸는데, 이 여정만큼은 맑은 하늘이 반겨준다.
장만옥이 홍콩으로 넘어갈 때 데크에서 섬을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 그 섬이 Sunshine Island 선샤인섬이라 추측하고 있다. 위 사진은 영상 찍으면서 선샤인 섬이 찍힌 장면이고, 우측 하단은 장만옥과 내가 서로 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을 고려해 비교를 위해 좌우 반전 시킨 영화의 신이다 (사람은 장만옥). 뒤에 섬 배경이 보이는 것이야 영화 구도 차이를 감안할 수는 있겠다만 저 선샤인섬이 영화의 그 섬이 맞는지는 확정은 못 하겠다. 다만 페리의 루트의 지도를 보면 어느 정도의 규모의 섬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은 확률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만 너무 신난 나머지 좌석에만 있었던 게 좀 아쉬울 뿐이다. 저렇게 데크에도 좀 나가볼걸...
Hei Ling Chau (喜靈洲) 섬일 텐데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이 확 온다. 무이 오에도 도착이 얼마 안 남았다.
중장거리 쾌속선이라 그런지 홍콩 도심을 왔다 갔다 하는 일반 페리와는 구조가 다르다. 안전 때문인지 일단 창으로 다 막혀 있음. 반대쪽 자리도 볼거리가 많던데 사진을 찍은 시점 상 보니 청차우섬 바로 전의 가우이차우 섬 같다.
드디어 란타우섬 무이오 Mui Wo 선착장에 도착한다.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 파스텔 색상은 항상 정겹다.
나무들은 열대야 느낌도 나니 뜨거운 아침 태양 아래 도시탈출 분위기는 흠뻑 느껴지고, 저 고깃배(맞겠지?) 또한 감성을 더해준다.
자리 창가 사이로 보이는 무이오 선착장의 건물들 모습. 유덕화가 장만옥을 붙잡고 포스터에 나오는 키스신을 찍은 그곳이다. 다만 나는 그럴 일은 없기에 여기에서는 또 어떤 여행의 기쁨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페리가 정박을 위해 잠깐 대기 타고 있는 중. 빨리 내리고 싶다 ㅎㅎ. 영화 속 유덕화 캐릭터도 이 시점에선 정말 미쳐 돌아갔을 것이다. 잠깐의 저 정박하는 시간이 여기를 오는 시간보다 1,400만 6천500백 배는 더했을 것이라. 이 배를 내리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인생의 구원자, 내 사랑, 장만옥이 기다리고 있기에.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흔한 시골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삶. 솔직히 무서운 건 없었다. 얘네들도 타지인들한테 익숙한 게 티가 낫다. 물론 쓰다듬거나 해보진 않았다. 강아지들은 오히려 살살 피하거나 경계하거나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고양이들은 얄짤 없이 대놓고 앵기거나 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타이오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까미
고정되어 있던 괭이
길막하고 있는 애들이 꽤 많다. 상황에 따라 개네들이 비켜주거나 우리가 비켜 가면 된다. 시간이 좀 지나 느낀 건데 재네는 우리한테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그냥 빨리 지나가 주면 서로 편안~
보니까 주인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사진엔 안 찍혔지만 좋아서 펄쩍펄쩍 뛰면서 같이 가더라. 찍진 못했는데, 주인 만나 좋다고 살다 살다 유튜버 빅페이스 뒷다리 치기 시전 하는 강아지는 첨 봤음
괭이 특유의 다소 건방진 표정
숙소를 향해 걷는 Shek Tasi Po 쉑차이포 거리에서 본 강아지 대변 처리 장소. 시골에서 이런 곳을 보니 나름 인상적이었다. 도심에서도 이런 공간은 못 본 것 같은데, 차라리 저런 식으로 관리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다만 모순적인 건 이 마을에서 강아지들은 모두 혼자 다닌다. 걔네들이 여기서 알아서 대변볼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암튼 오히려 견주들과 같이 다니며 견주가 대변을 처리해야 하는 도심 생활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공간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 봤다.
이건 그냥 숙소에서 찍은 참새들 사진. 참새건 비둘기건 고양이건 강아지들 등등 먹으라고 내 놓은 음식들이 꽤 많이 보인다. 여기는 그게 마을을 굴러가게 하는 장치들인가 보다.
고양이를 테마로 벽화로 꾸민 집. 어촌이라 고양이도 많고, 사람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고, 마을이 관광화 되면서 고양이 컨셉을 활용하는 곳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민간 고양이. 어려 보인다. 이름도 있는 것 같고.
타이오 수산 시장 (아주작다) 바로 옆 벤치에 있던 고양이. 아마 들고양이가 같은데 친화력도 좋고 잘 앵겨서 가는 길에 시간을 좀 같이 보냈다.
나름 터줏대감인 듯 한 분위기
솔직히 눈빛이 뭘 좀 내놓으라 하는 것 같아서 쬐금 부담이 갔었다.
얘도 그냥 지 갈 길 가는 애. 누렁이들이 꽤 많다.
이건 숙소 앞에서 찍은건데, 백로? 왜가리? (맞나?)들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서 쉬어 가는 애들이 참 많았다. 크진 않지만 중간중간 맹그로브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인 헤리티지 호텔 앞 벽화에도 이 녀석들이 그려져 있는 것 보니 이 놈들의 서식지인가 보다.
그래서일까? 헤리티지 호텔의 음식점, Tai O Look Out의 시그니처 목테일의 이름이 Mangrove special 맹그로브 스페셜이기도 하다. 색깔이 참 이쁘고 맛도 이쁘다.
타이오 호텔은 마을의 끝자락이라 더 이상의 도로가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오는 길에 산책 길을 찾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한문을 까먹었어도 저 정도는 기억하기 때문에, "어? 소림? 소림사? 샤올린? Shaolin?"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뛴다. 옛 기억 때문에. 하지만 닫힌 저 공간 안에 사람의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홈페이지를 보니 소림문화센터라고 하는데 25명 정도 예약이 걸리면 소림사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하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그 소림사 앞에는 꽤 큰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서 퍼져 있는 강아지. 저 놈이 바라보는게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프리즈비를 하며 왁자지껄 노는 모습들이다.
마음이 착해졌다. 굴뚝처럼 뿜어내는 연기 속 더럽혀져 있던 나의 마음 속 정신의 구조물이 닦여지는 기분이었다.
어촌에선 흔한 풍경일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유유적적 갯벌 걸어 다니는 강아지. 꽃게라도 잡아먹으려는 건가...
숙소 근처 미니 슈퍼마켓 같은 곳인데 저 자리가 우리나라로 치면 가맥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괭이들이 꽤 많다. 언제 한번 공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 빨간 이케아 의자들이 마을 음식점 등등 곳곳에 많이 보이긴 했다. 음료수 사던 곳인데 430ml 비타 퓨어 생수가 HK7달러 (한국돈 약 1,170원) 정도니 타이오 마을에서도 원주민 주거지 쪽에 있는 먼 곳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홍콩 도심에선 800~1,000원 정도) 암튼 맨날 저기 빼박으로 앉아 항상 낮술 자시던 할배가 계셨는데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난 영어, 할배는 광둥어) 언어로 꽤 오래 얘기한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영어와 광둥어 섞어가며 말 붙이시던 친화력 좋은 할배 사장님도 기억에 남는다.
위 이미지는 주성치가 <도성타왕>을 찍었던 양후사원이란 곳이다. 타이오마을 Fushan View Point 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와서 만난 곳.
작진만 나름 화려하다. 작은 절로 봤는데 그 작음 속에 중국 특유의 화려함과 옛 무협 영화들에서 느꼈던 감성이 곳곳에 녹아져 있어 홀린 듯 구경했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훅 튀어 나와 나한테 비비적 비비적거리던 고양이. 나중에는 내 신발에 똥꼬를 내려놓을라고 자리 잡던데 순간 얘가 똥 싸나? 하고 발을 급히 치웠는데 미안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자리 잡으려고 했던 것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동네는 참 고양이들이 외지인들한테 참 많이 안긴다.
어떡하다가 물 한 통 없이 진행된 란타우 트레일 후 완전 지치코 목말라서 급히 뭐 마실 것을 찾으러 급히 이동하고 있던 중 골목의 길막 강아지. 저 놈도 여길 건널라 하나 부다.
원래 이렇게 만난건대 우측으로 틀고 다시 직진하다가 이 골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여기로 지나갈까 눈치 보고 있다가 잠깐 딴 데로 가버리니 이내 안심하고 골목을 넘어온 것 같다. 다시 돌아가니 만나서 헬로~
저 놈 보내고 골목을 지나가니 또 비슷하게 생긴 누렁이가 천진난만하게 지나간다. 도플갱언지 평행우주인지 내 눈엔 아까 그놈과 똑 같이 생겼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 마을 전체 누렁이들 보면 되게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기 마을 강아지들이 좀 매너가 있는 건지 양보받은 적이 꽤 많다는...
Sun Kee 선키 다리에서 만난 강아지. 얘는 동네 강아지라기보다는 관광견 같았다. 동네 개라면 저렇게 냄새 수컹수컹 맡으면 신나게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듯.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점찍어 놓은 카페들이 죄다 문을 닫아 정처 없이 헤매던 중 만난 팔자 좋은 고양이
그리고 그 뒤에 또 고양이들
그리고 메인거리로 고개를 틀으니, "니 어디 가는데? 못 보던 놈인데?" 하는 듯한 강아지. 딱히 서로 간 트러블은 없었다.
또 지나가다 만난 괭이
아마 도성타왕에서도 나왔던 곳 같은데, 타이오 마을 작은 광장 포토존 같은 곳이다. 벽화와 땅에도 그림이 그려진 곳. 거기서 만난 강아지.
약간 무서운 포스를 자랑하던 놈들. 솔직히 앞에 놈이 더 무서워 보이는데 더 순해 보이는 뒷 놈이 이 자유로운 곳에서 목줄 채워져 있는 것 보니... ㄷㄷㄷ...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가 본다. 코카콜라 냉장고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이 놈들의 갈증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기도.
요건 아까 옆 집의 옆 집 강아지. 여기서 저녁 먹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긴 한데... 이번에 못 먹어서 아쉬웠던 어묵용 대왕 오징어. 저거로 피시볼 만들어주는데, 크긴 크더라.
폭풍우가 쓸고 간 다음 날 아침. 어제 불놀이 이후 남긴 음식을 챙겨가고 있는 참새... 어? 비. 둘. 기??? 역시 야만의 사회는 체급이...
왜가린지 백론지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타이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 밤색왜가리 새끼인지? 새벽아침에 물고기 잡아온 배에 턱 앉아서니 먹이를 노리고 있는 건지. 여기서는 흔한 어촌의 아침 풍경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부터는 타이오 가기 바로 전에 들렀던, 영화 <무간도>와 주성치의 <도성타왕>을 찍었던 옹핑마을에서 본 부처님의 기운을 받고 잘 퍼져 있던 강아지들이다.
더위를 식히려 병콜라로 팔자 좋게 마시고 있는데 더 팔자 좋은 놈이 앞에 있었다.
다 다른 누렁이들이다. 관광객들이 뭐라도 줄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숨바꼭질 하 듯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대부분 작은 공간이나 그늘 아래로 피신하고 있었다.
사실 타이오와 옹핑을 통틀어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즈의 '강아지'는 못 봤다. 어디들 있는 건지... 혹은 있는 건지... 얘네도 초고령화 저출산 상황인지... 대부분, 아니 내가 이번에 만난 강아지들은 전부다 사이즈가 큰 놈들이었다.
이 것은 또 부이 오 해변가는 길에서 만난 놈인데, 부이 오나 옹핑에선 그냥 이런 엄청난 크기의 물소들이 걍 사람들과 같이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소 똥도 꽤 많음. 날씨가 하도 더워서 그런지 실제 걸어가는 놈은 못 만났고 이렇게 다들 퍼져 있었다. 역시 8월의 여름은 짐승에게도 강한가 보다. 귀여운 버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잠깐 느꼈다.
역시 많은 변수들이 발생했지만 결국 80%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 도시 내 영화 촬영지 범위가 작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자, 그럼 본론으로.
1. 도착! 숙소로... 아니..
계획: 첫날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 결정!...
결과> 안 갔다. 저녁에 도착하고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밤 12시에 문 닫는 영화 속 이자카야에 못 갈 것 같아 일단 저녁으로 선점했던 이치란 라멘으로 택시 타고 직행. 2천엔 초반 정도 나온 것 같다. (니시도리 점이다)
2.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점
계획: ...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결과> 뭘 들렀다 가. 택시 타고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 점 도착하니 줄 서있다. 본점 아니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판. 한 20분 기다렸다. 배만 대충 채우고 나왔다. 많이 짜다. 맛도 그냥. 차슈와 계란은 괜찮았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라 많이 왜곡되어 있겠지만아버지 퇴근 시간에 나가 같이 먹던 역전 포장마차의 라멘 맛의 기억을 다시 꺼내주기에는 모자랐다. 암튼 내 바로 뒤에 동남아 커플 손님들의 키오스크 주문을 도와줬는데, 사실 나도 첨이라 네이버 켜서 보고 따라했던 거 그대로 해 준 거지만 나름 타인에게 도움을 줬다는 거에 흐뭇? 했다. 자리도 내 옆자리로 앉아서, 나갈 때 "Have a great trip~!" 서로 손 흔들어 주며 훈훈한 엔딩~ 이것이 살짝살짝 스쳐가는 여행의 맛이다.
숙소에서 이자카야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봤는데 회사원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을 목격, 뭔가 풍채도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있다면 차라리 저기서 라멘을 함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간소라멘 하카타 원장이라는 곳이다 (元祖ラーメン 博多元長). 보니까 일본 여행할 때 맛집 검색은 tabelog.com을 사용하는게 편하더라. 영업시간도 구글보다 더 정확하고. 예약도 바로 할 수 있고.
쨋든 스즈란, 아니 이치란, 성공!
3. 노기쿠 이자카야 - 해효의 술집
계획: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주문은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결과> 숙소로 와서 후딱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고 하니 아니 벌써 밤 10:40분. 재빨리 구글맵 길 찾기 설정 후 노기쿠로 걸어 걸어 출발!
결론은 역시 잘 갔다. 사장님 너무 좋으시다. 태권도 검은띠도 따시고 한국에도 꽤 방문하셨다고 한다. 유쾌하시고 일어+영어+한국어 섞어가며 다른 손님들과의 대화에도 함께 잘 섞일 수 있도록 유도해 주셨다. 그리고 약 네 명의 일본인 손님들을 만났는데 타인들끼리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경험도 좋았다 (나 극 I 임). 우연찮게도 이곳에서 후쿠오카 영화 촬영 시 이 술집 촬영을 도와주셨다는 프로덕션 관계 분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가실 때 사장님한테 저 잘 부탁한다고 하고 나가신 것도 감사합니다 ㅜㅜ...
먹은 건 새콤한 야채절임이 올려진 삼치였는데, 나도 삼치 좋아한다고 하니 제주도나 후쿠오카나 어장이 비슷해서 그 생선이 그 생선일 거니 맛은 한국에서 먹던 거기서 거길거다 뭐 새로운 거 없을 거다라고 웃으며 얘기하시는데 뭔가 오잉? 하며 그럴듯한 얘기였다!
영화 후반부의 장면인데 바로 가계 옆 주차장이었다. 이자카야를 나오면서 발견하고 밤 배경으로 한 장 찍었다.
아, 그리고 위는 이자카야에서 만난 <후쿠오카> 영화 관계자 분이 손님들 모두에게 주고 가신 건데 9월에 열리는 2024 후쿠오카 인디펜던트 영화제 홍보 포스트 카드다. 아, 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립영화'라는 단어에 약한데 ㅎㅎ 물론 영어나 한국어 자막 없이는 즐기기 힘들겠지만 fidff.com에 들어가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암튼 노기쿠도 즐겁게 클리어!
4.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아침식사
계획>...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결과> 원래 택시 타고 가려다 기상 시 몸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서 한 25분 비 맞으며 이른 아침의 도시도 구경할 겸 걸어갔다. (5시 30분에 깨서 6시까지 꿈틀대다가 기상) 어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몰렸던 곳들인데 번화가도 아침 6~7시 사이에 걸으니 산산~하다. 지난밤 그렇게 줄을 섰던 이치란 라멘 텐진니시도리 점도 아무도 없다. 암튼 수산회관 가까워질수록 비가 미친 듯이 퍼붓는데 막상 가보니 웬걸. 또 웨이팅???
아침 7시 15분에 도착했는데 웨이팅이 살짝 보인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커플 한 팀이라 마음을 다시 가다 듬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기다렸다는 건 안 비밀...-_-ㅋ
성게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성게 카이센동을 주문했는데 맛있었다. 엔저의 영향도 그렇고 9500원 정도에 저런 밥이라니 굿!!! 된장국 안의 어묵도 식감이 쫄~깃 하니 좋았다. 나중에 개별 포스팅 하겠지만 옆에 간장이랑 무슨 까나리 액젓 같은 소스도 있는데 같이 먹으면 괜찮다.
5. 이토시마의 후타미가우라 / 부부바위
계획: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결과> 영화 촬영지 방문과 함께 이번 여행의 핵심 테마였던 이토시마에 있는 후타미가우라 방문 시간이다. 아침 먹고 나오니 약 8시. 배도 괜찮고 시간도 좀 남고 비도 멎고 아주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서 설설 걸어서 3번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웬걸? 웹검색 봤을 땐 항상 버스 시간표가 표지판에 꽂혀 있었는데.... 보니까 "없다." (주말과 평일의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간 날은 또 토요일이라 잘 꽂아 넣어져 있겠지 생각했는데...)
안전 최고주의 마인드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역을 스쳐가는 걸까? 여긴 스지 않는 걸까? 하면서 다시 3초 메에서 4초 메 정류장으로 바삐 걸어가 본다. 여기도 없다!!! 점점 오금이 마려워 온다.
결국 이 버스의 출발점인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미친 듯이 걸어간다. J는 기존 계획이 흐트러지면 엄청난 멘붕이 온다. (J한테 함부로 시간 약속 훅훅 바꾸는 거 아니다. 티 안내도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는다.. 거기다가 "시간은 나중에 정하쟈~" 하면 최최악...)
그런 와중에도 우연히 마주치는 영화 촬영 스폿과 포인트들은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개인용 풍경 스냅숏들까지!) 위는 영화의 포스턴데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카케 다리 사이의 나카가와 스트리트의 강 쪽 인도를 걷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그리고 저 스폿을 어떻게 찾았냐면 실제 영화의 저 신에서 윤제문이 뒤에서 걸어오다 소담과 해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신에서 카메라가 제문을 따라 패닝을 하는데, 그 중간에 우측 건너편으로 아크로스 빌딩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장소 추정해서 찾았던 곳. 그 아크로스를 보고 반가움에 몇 컷 찍었다. (중앙 우측의 계단 같은 삼각형 빌딩) 위치도 크게 멀지는 않아 보인다. 빠르고 흐릿하지만 아마도 아크로스 빌딩이 나오는 영화의 유일한 장면일 것이다.
이거에 홀려서 이 참에 몇 스폿을 더 찍어볼까 하다가 현재 시각 보고 정신 차리고 바로 후다닥 택시 잡아 텐진 고속버스 터미널로 ㄱㄱ. 택시에서 풍경을 보니 나는 왔던 길을 계속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하아...
다행히 8시 57분에 버스 터미널에 안착. 다행히 오늘 부부바위 행으로 고속버스 가는 거 맞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3가, 4가 정류장 다 들렸다. ㅎㅎㅎ.... 난 무엇을 한... 아냐 안전주의가 최고다.
3층 후타미가우라 행 32번 승강장에 가니 또 줄 서 있다.... 아, 미친... 뭔데... 후쿠오카는 뭔데 맨날 줄만 서는데... ㅜㅜ
하지만, 덕분에 갈 때 바다 뷰를 볼 수 있는 오른쪽 좌석도 편히 선점했다 완전 럭키비키 잖아! 참고로 편도 1250엔임. (1박에 준하는 여행이고 도시도 작아 대부분 걸어 다니고 필요할 때 택시만 잠깐 씩 탈 목적이었기 때문에 버스 패스는 안 샀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랄랄라~ 나는야 쉬레딩거의 강아지 한 마리~" 잠깐 도시를 벗어나 바다 풍경이 시작되니 소풍가는 어린애 마냥 신났다. 가는 길 보는 풍경이 꽤 괜찮았다.
결과> 아침과 오전에 생각지도 않게 너무 많이 걸어서 체력을 낭비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보려 여기서 안 내렸다.
계획: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결과> 다음 정거장인 Palm Beach에서 내렸다. ㅎㅎ 푸르른 하늘, 어제 밤과 오늘 아침 쏟아지던 비는 어디가고 맑은 바다가 나를 반겨 준다! 2024년 처음 만나는 바다의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비가 왔어도 운치가 있었겠지만 진짜 이번 여행 중 딱 이 몇 시간만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았다! 머피 아니 셀리의 법칙!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후타미가우라 역까지 쭉 내려가서 맞이한 후타미가우라 부부바위! 이것 만으로 이번 여행의 테마 50% 달성!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사진도 찍고 (근데 여기도 저 하얀 신사 사이로 바위가 쏙 들어오는 샷을 찍느라고 또 줄 선다... 하아.. 이 눔의 줄...) 영상도 찍고 하며 팜비치 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 부부바위 자체는 일본 스러운데 카페, 음식점 등 일대 주위 분위기는 죄다 하와이 갬성이다 ㅎ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계획: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결과> 또 한 번의 눈물의 덮밥이라니 세상 배 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뭘 할 수 없이 여기서 해결하기로 해.. 팜비치 쪽으로 걸어 올라가며 이 가게를 보니 (11시 59분) 이미 주차장은 꽈아악!! 채워져 있고 (평행주차는 아닌데 막 꽈꽈꽉 채워져 있고) 이미 웨이팅 장난 아님. 먹고 싶었어도 못 먹었을 것이다. 근데 실제로 외부에서 보니 뷰가 상당히 좋아 보여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근 일대를 돌아다니며 본 유일하게 줄 서있는 집이었다 근데 딴 곳들도 괜찮아 보이는 데가 많았다.. 뭐 굳이..같은 느낌? ㅎㅎ)
계획:...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 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 게 무너진다!!!
결과> 점심을 거르니 여유~롭게 완죤 하와이 분위기 나는 서퍼스 마켓 Surfer's Market 카페에서 보통 때는 내 돈 주고 잘 안 마시는 커피도 마시고 풍경도 즐기고 굿즈도 하나 구입하고도 20분이 남아 버스 정류장에 대기한다. 이번 여행에서 산 유일한 굿즈는 딱 3갠데 (동전파스, 동경 말차 도라야끼, 그리고 저 키링 - 면세점은 돈도 없고 그냥 패~스)
벨벳언더그라운드는 내 청춘 시절 인생 밴드라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커피는 로고를 보니 뭔가 스페셜해 보이길래 이왕 밥 거른 거 음료라도 비싼 거 먹자 해서 무려 540엔!! (약 4,700원인데 뷰 값 생각하면 혜자로 보인다) 짜리로 주문했는데 한국 돌아와서 찾아보니 라이온 커피 콜드 부류라고 하와이 호놀룰루 산 나름 유명한 드립 커피였나 보다.
암튼 시원했고 쪽 빨고 얼음만 남아서 생수 다시 채워 넣어서 흡혈귀 마냥 쪽쪽 자알 마셨다. 계획에 없던 것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곳, 서퍼스 마킷! 화장실 위생도 나름 괜찮아서 더 좋았다.
약 35분 간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카페 채류 후 12시 46분경 1시에 오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 방향 팜비치 버스정류장에 오픈런으로 무려 '1 빠로' 줄을 선다... (나중에 54분경 대륙 커플에게 새치기당한 건 안 비밀) 암튼 상쾌하고 청량하게 클리어!!!
7. 미야케우동 - 소담과 유키가 재회한 곳
계획:..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결과> 후쿠오카에 돌아왔는데 도시 연 중 최대의 마츠리/축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만나버렸다. 그 무리가 이 날 미야케 우동을 전일 예약 선점을 해버렸다. 그래서 못 먹었다. ㅠㅠ
암튼 여기를 지키고 있는 마츠리 아저씨에게 사진 찍어도 괜찮겠냐 물으니 흔쾌히 지키던 자리를 비켜 주신다. 하지만 이후 목적지를 잃어버려 멘붕에 빠진 극 J인 나는, 이내 후쿠오카 시내를 정처 없이 방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 서 쪽의 다이묘 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촬영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연 중 최대 행사라는 것도 만나보고 말이지. 완전 럭키비키 잖아!
럭비빅키고 나발이고 암튼 이렇게 막 같이 하나의 물결처럼 휩쓸려 다녔다. 나는 내 길을 찾으면서도...
이 참여하는 인파가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팀 하나가 다 같이 괴성을 지르며 전력으로 달려올 때의 비쥬얼은 꽤나 압도적이었다. 암튼 나는 여기서 어딜 갈까 방황하다가 결국 소담과 제문의 숙소로 가기로 맘을 정하며 이들과 휩쓸렸다 이탈했다를 반복하며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다들 마츠리 보러 가는데 나는 홀로 영화 촬영지로... 고독한 여행가..
8. 시내 구경 - 소담과 제문의 숙소
결과>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 향하던 중 기타 촬영지들을 우연히 또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마츠리 이탈 후 폭우가 이렇게 다시 쏟아다. 마츠리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모르겠다 난 내 갈길을 간다. 위 사진은 잠깐 몸을 피해 우산을 피던 곳. 옆에 보니 온갖 호스트바 간판들이 좌라락. ㅎㅎ 지금부터 본격적인 촬영지 답사 시작!
지나가다 어? 하고 발견한 영화 속 소담과 중국 여성이 책을 나눠 보며 대화하는 록켄야 공원 六軒屋公園 와우~ 너무 기뻐요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궁금하여 저 벤치에 직접 앉아 앞을 보았다, 러브호텔이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무서워 보이는 청소년 무리들도 종종 보였는데.. ㅜㅜ 시비 걸릴까 봐..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지나들 가더라. 내가 더 이상하긴 했다. 오전에 환락가 근처에서 이것저것 찰칵찰칵 사진 찍고 있는....
소담이 중국여성과 대화를 끝내고 셋이 같이 넘어가는 나다노카와 다리도 찍었다. 전체적으로 느낀 건데 영화가 4년 전 (2020년) 영화긴 한데 도시 군데군데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건물이 아예 통재로 날아가고 새 건물이 있는 그런... 여기도 그렇다. 좌측 주차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회색에서 파란색으로 페인팅이 바뀐 것은 그렇다고 쳐도 좌측은 아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드디어 영화 초반 등장하는 소담과 제문의 그 숙소에 도달했다. 나무위키에는 숙소가 다이묘 지역인 것처럼 나와 있어서 구글 스트리트 뷰로 찾느라고 한창 고생했었는데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 영화 촬영지랑은 좀 많이 떨어진 나카스 남 쪽의 키요카와 2번가에 위치한 신타카사고 멘션이란 곳이다. 여기도 옆 건물이 꽤 바뀌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피를 참고 바람. https://www.space-r.net/rent/shintakasago
제문의 시점에서 동영상도 찍어보았는데 아무래도 거주지다 보니 그냥 거리 경계선에서 멈췄다. 원래 처음 여기 도달했을 때 딱 이 지점에서 누가 담배 피우고 있어서 한 10분 간 블록 한 바퀴 쭉 돌아 다시 와서 찍은 거다
다시 블록의 반바퀴를 돌아 건물의 뒤 쪽 사진을 찍었다. 소담이 잠꼬대하는 바람에 깨어 버린 제문이 (아, 이 영화는 캐릭터 이름들이 실제 배우 이름들이다) 담배 피우면서 해효한테 새벽에 전화 걸던 곳.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저기 어디 즈음 일 것이다.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와 하루 종일 비에 쩔어 후덥지근한 몸을 다시 씻고 이내 다시 다이묘거리로 나왔다. 예약해 둔 저녁 음식점 가기 전 또다시 촬영지 본견 순례를 했다. 소담이 인형을 맡기는 신의 키즈클럽을 찾아갔는데 카페는 온 데 간데없고 웬 미디엄 사이즈 굴착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재건축. 한 세 번 정도 여기가 맞나 싶어 지도와 영화 다시 확인하면서 봤는데 여기가 맞다. 좌측의 건물은 아직 살아 있다. 후쿠오카도 정말 없애고 짓고 하는 게 많나 보다.
촬영 후 스태프들이 다들 사갈 정도로 맛있다는 코마야 모찌집. 나도 기념으로 몇 개 사갈까 했는데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데 난 이미 늦은 6시 30분 즈음 도착했다. 이미 셧다운.
다이묘거리로 거슬러 올라오니 영화 촬영지들이 쑥쑥 잡힌다. 이곳은 소담과 유키가 첫 만남을 하는 이리에 서점이다. 6시 50분 즘 도착 했는데 문을 닫고 있었다. 좌측에 영화 속 내내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으로 지속적으로 나오는 송신탑도 보인다.
문득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풍경을 배경으로 찍었던 이리에 간판이 보이는 영화 신이 생각나 찍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찍을 때 비행기는 날아가지 않았다. 좀 기다려 볼 걸 그랬나.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건물은 후딱후딱 바뀔지언정 전봇대는 잘 안 바뀌는구나! ㅎㅎ
우동집에서 재회 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유키와 소담이 자리 잡고 대화를 나누던 곳도 다이묘에 있다.
키노시타라고 정체는 프랑스식 다이닝 바인데 리뷰들이 괜찮은 것을 보니 맛집인 듯하다. 저녁에는 저 귀여운 작은 간판은 오렌지 색으로 반짝인다. 지금 보니 간판 디테일도 바뀌었다.
위는 영화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같은 시점이다. 다시 한번 소담과 유키가 만나 키노시타를 좌측으로 끼고 골목 코너를 돌면 저 송신탑의 풍경을 가진 좁을 골목의 비스타가 펼쳐진다. 영화도 클라이맥스, 내 여행도 끝을 향해가는 클라이맥스. 다이묘거리 중에서도 좀 뒷골목인데도 불구하고 홍대입구처럼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인적 없는 사진을 담기는 어려웠다. 특히 여기가 뒷골목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지역이다. (흡연가들 참고 ㅎ)
영화 찍을 당시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골목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좌측에 스타벅스, 송신탑 및 풍경은 애플 스토어가 큰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 잡고 있다. 뭔가 자본주의의 산물 같은 골목의 엔딩이었다.
골목 끝까지 갔다가 다시 소담과 유키와는 리버스의 동선으로 거꾸로 걷는 제문과 해효의 시점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송신탑을 향해가며 인적 없는 사진도 하나 건졌다. 역시 비 온 후 저녁의 거리와 골목은 운치가 있다. 부부바위 때문에 포기했던 다이묘거리의 저녁 스트롤-온! 어느 정도 클리어드!
9. 슌기쿠에 | 초 여름 제철 코스 요리
계획:...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 촬영지 답사 끝내고 음식적으로 향하는데 동선에 있는 이치란은 역시 금요일 보다 더 북새통이고...
안 지나다녀 본 곳으로 가보려고 나카 강과 하카타 강 사이에 위치한 나카스 섬 최 상단의 벤텐 다리와 다이코쿠 다리를 넘어갔는데 번화가와 좀 떨어져 있어 그런지 주말 피크 시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살짝 무서웠음 ㅎㅎ) 그래도 이번 여행은 송신탑 (정식명칭은 하카타 포트 타워_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을 맞이하면 항상 즐거웠다. 작 중 해효가 후쿠오카에서는 어디서나 보인다고는 하지만 사실 가보니 어디서나 보이진 않고 뜨문뜨문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보이는 음식점, 슌기쿠. 예약 시간 1분 전 맞춰서 들어간다. 여기가 수사키 거리라는 좀 외진 골목에 있는데 밤에는 많이 어둡기도 하고 인적이 많이 많이 없다. 나중에 나갈 때 사장님 아주머니도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빨리 택시 잡고 가야 한다고.
본격 시식. 소식인인데도 불구하고 12품 시킨 건 좀 오버였다. 양도 많아서 끝에는 배가 너무너무 불러 거의 못 먹을 수준이라 음식 남긴 거 미안하다고 하고 나왔다. 맛은 다 보았지만. 혼자 가면 10품 정도면 좀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혼자라 그런진 몰라도 입구 바로 앞의 바 좌석에 앉았는데 셰프님의 요리하는 모든 것을 다 지켜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렄이빜이 짤 이제 그만) 굉장히 맛있었다. 저기서 베스트 하나 꼽을 수가 없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 최고의 맛. 다만 배가 너무 불러 야경 구경은 개뿔... 바로 택시 타고 숙소에 들어와서 기절 수준으로 쓰러져 잤다.
10.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 아침식사 - 명란덮밥
계획: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곳으로 결정
결과> 어제저녁 배가 포화 상태가 돼서 너무 일찍 자다 보니 5시에 눈을 떴다. 7시에 문을 여니 슬검슬검 걸어갔는데 7시 6분 즘 도착했는데 하아.. 또 줄 서있다... 진짜 이번 여행은 어딜 가나 줄이라니.. 쨋든 줄을 서니 건너편에 지속적으로 택시가 속속들이 도착한다. 다 관광객 포스다. 이른 아침, 이렇게 비가 내리는 데도...
음식은 맛있었다. 식당의 은은한 불 빛의 조명도 좋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눈은 절대 안 마주치는데 물 컵 비워져 있으면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와서 채워 준다. 적당히 먹어야지 했는데 명란이 원래 쫍쪼름 하다 보니 쑥쑥 넘어간다. 유자 간장과 후추도 맛있었다. 결국은 거의 다 먹었다. 이게 와! 하면서 기절할 만큼 맛있는 건 아닌데 그냥 꿀꺽꿀꺽 넘어간다. 이른바 밥도둑. 간장게장만큼은 아니지만 게장과 계란밥 사이에 위치한 그런 도둑놈 레벨 같은 느낌?
근데 먹고 나오니 이 집 옆 집에 사람들이 줄을 더 서있다. 계단형 건축물 아래 커피 집 공간이라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어서 찾아보니 커피 카운티라고 유명한 커피&베이커리 핫플레이스인가 보다. 아까 속속들이 도착한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은 죄다 이곳으로 간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빵의 민족인 한국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암튼 이번에 이 줄 서는 문화에 좀 데어서 혹이라도 담에 후쿠오카 여행을 온다면 줄 안 설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일정과 위치를 짜 봐야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11. 소담과 제문의 B&B 숙소 방문 (중복)
계확: ...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결과> 이건 위에서 다뤘으니 클리어드로 패스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결과> 못 감. 마츠리.. 봄. 대신 점심은 공항에서 먹음. 2시 비행기지만 책가방 하나 매고 간 여행에 자동 체크인 다 해놨더니 여유가 많이 남아 출국심사 하기 전 12시 즈음 2층 푸드코트의 가락국수집에서 마루텐 어묵 우동을 먹었다. (여기도 줄 섰다.. ㅜㅜ) 일단 뭐 울 나라 휴게소 우동 정도로 예상하고 먹은건데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였을까? 꽤 맛있었다. 특히 저 어묵이 식감도 좋고 살짝 달짝 쫄깃한게... 반 만 먹지하고 생각했다가 다 먹었다. 우동 면발도 괜찮았고. 하아... 미야케 우동을 못 먹은 아쉬움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11~12. 영화 <후쿠오카> 기타 촬영지
결과> 하카타 멘타이쥬에서 밥을 먹고 나와 시간이 좀 남아서 걷다가 우읭? 하며 또 촬영지 스폿 발견. 비가 꽤나 내리는 날이었지만 또 강행군을 한다.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케 다리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발견할 수 있다. 제문이 오바이트하고 소담이 될 대로 돼라 하며 담배 피우며 동상 바라보는 장면인데 막상 가보니 여기는 동상 및 난간의 낙서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글맵에서 "Cocoa fukuoka"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도 영화 속 배경 간판 보고 위치 찾은 곳... 코코아 간판은 아니지만 코코아로 검색 시 더 찾기가 쉽다)
그리고 풍경 뷰. 술 취한 제문을 부축하는 소담의 신. 영화 속 저 간판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기서도 역시 우측 강 건너의 많은 건물들이 날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epilogue:
내가 방문하는 날 2박 3일은 계속 장맛비가 내린다. 그래서 우비도 샀다
후쿠오카 타워, 돈키호테, 쇼핑몰들? 아 몰랑 시간 없음. 일정 너무 빡빡함.
과연 위의 모든 것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계획: INFJ의 특징은 미리 계획 다 세우느라고 이미 가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어찌어찌 계획을 세우면 그냥 이미 여행 다녀온 느낌이 훅 들어서 현타가 온다.
그리고 막상 여행 가면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ㅜㅜ
결과> 결국 80%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았던 빡쎈 여행. 매일 황진단의 도움을 받았고.. 너무 무리한 나머지 2일 차 때부터 삼출성 중이염 발생했다. 돌아온 후 며칠 간 저녁도 거르고 폭 잠을 잤다. 한국에 돌아와서 병원서 또 고막 째고 물도 빼긴 했는데 역시 지금 몸에 이런 여행은 많이 무리인가 보다. 다음 여행은 어딜 가더라도 좀 쉬는 모양새로 짜야겠다. 그래도 즐거웠던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은 숙소인 후쿠오카 텐진에서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며 바깥 발코니에서 (떠날 때 신청한) 웰컴 드링크,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비 내리는 송신탑의 풍경을 한 20여 분 간 즐겼다.
무심코 마일리지를 확인해 보니 10년 만기로 올해 대부분 소멸되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자리 남는 걸로 잡은 짧은 여행일정. 밤에 도착해 오후 비행기 타고 이른 저녁에 서울로 돌아오는 후쿠오카 여행 코스. 구글맵과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2박3일이긴 하나 밤 도착 이른 오후 귀국의 숨막히는 일정이다. 사실 상 1일 여행이다!
어떤 콘셉트로 여행하나 고민하다가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를 너무 좋게 봐서 촬영지 순례로 결정했으나, 뭔가 찾고 찾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처럼... 해안가 갔는데 바다 구경도 해야지 하면서 훅 들어온 후타미가우라(부부바위) 여행 일정!
첫날 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결정! 야놀자 첫결제로 혜택 좀 봤다. (트립.컴, 아고다 등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첫 결제의 혜택은 역시 굿!) 이때까지만 해도 난 텐진에서 여유롭게 돌아니는 일정일 줄 알았다.
라멘 먹을 생각은 없었으나 이날 가기로 한 이자카야 메뉴가 부실해서 저녁은 먹어야겠고 해서 후쿠오카에서 유명하다는 이치란라멘 점포 중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외국여행은 구글지도 경로 설정이 참 괜찮다.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쥬모는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야끼도리 먹고 싶었는데 ㅜㅜ 암튼 음식 메뉴도 지인과 챗GPT의 도움으로 미리 파악 완료! 숙소에서 불과 850미터지만 촬영지를 하나라도 보고 가려 한다. 12시 마감이니 빨리 가야하긴 한다. INFJ는 사장님께 수줍게 물어볼 것이다.
"아노.. 샤신 오 톳테 이데스까? (사진찍어도 되나요)"
자, 야키토리는 시간 남으면 텐진 야타이 근처에서 살짝 먹는 걸로하고 여행 절정인 다음 날 여정의 시작을 정했다. 무조건 이른 아침식사 찾아보니 나가하마 수산시장이 딱 걸렸다.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가볍게 일본식 가정식 백반을 먹고 싶었으나 성게가 너무 땡겨 일단 우니동으로 메뉴를 정해 본다. 역시 일찍 여는게 최고여!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아직 버스 패스는 구입 안 했다. 이틀 전 정도에는 해야지.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라는 고속버스를 탈거다. Showa 버스 공홈에 가서 스케쥴 pff 다운로드 받은 다음에 chatGPT에게 해석 및 최적화 루트 (뻔하지만)를 물어보면서 루트 결정! 귀찮아서 택시 탈까 하다가 비행기 값보다 더 나오는 걸 보고 버스로 결정!
길 찾기엔 이미지가 역시 최고다. 그래서 텐진 3초 메의 구글 스트리트 뷰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바로 보고 "아, 고꼬 데스네~" 하게. 여정은 약 한 시간인데 장마철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여기서부터 부부바위까진 걸어서 20분 걸린다고 구글맵이 가르쳐 준다. 정류장이 뭔가 놓치기 쉬워서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비가 쏟아지는 해변의 감성을 느껴보자! 라고 혼자 망상을 한다.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시간 남짓!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 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 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아침에 우니돈 먹고 점심에 또 헤비한 카이센돈을 먹을 수는 없고.. ㅜㅜ 근처에 식당이 별로 없다. 핫도그와 햄버거 집이 있는데 그거 먹으면 배가 더더욱 너무 불러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 이토시마 해물당 후타미가우라라는 집으로 정했다. (저녁은 나름 화려하게 준비 ㅋ) 변수가 있다면 웨이팅 걸리면 끝장이다. 다행히 들어갈 수 있으면 연어와 연어알 덮밥을 먹을려고 한다.
부부바위는 사실상 후쿠오카와 이토시마 경계에서 이토시마로 살짝 넘어온 공간에 있다고 한다.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게 무너진다!!!
부부바위의 일정이 생기기 전엔 걍 하루 여행이니 여유롭게 텐진 다이묘와 나카스에 있는 영화 촬영지를 구경하면서 점심 먹으려고 한 곳. 하지만 점심을 먹고 오니 포기 했으나! 텐진 4초 메에서 걸어가며 배를 비운 다음 맛은 그래도 꼭 봐야 하겠다고 생각한 미야케 가락국수.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저녁은 갓파 12품을 예약했기에 배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체력이 남아날지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서 황진단 한 알을 먹고 에너지업! 해야 할 듯하다. 3시간 즈음 비어서, 근처의 후쿠오카 영화 촬영지를 좀 돌아봐야겠다. 이거시 INFJ 패키지 여행에서 생각치 못하게 발생하는 자유여행!!!
원래 6시 같은 딱 저녁 시간에 예약하려다가, 오전의 부부바위 일정 때문에 늦저녁으로 예약했다. 그때까지 내 체력이 버텨야 하는데 말이다. 일반 정식과 카이세키의 중간 즈음이 갓파라고 한다. 원래 치카에라는 요정의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예약하려고 '국제전화'까지 두 번 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아 tabelog 웹사이트를 통해 이곳을 찾아 이 슌기쿠라는 곳으로 예약했다. 타베로그는 혼밥가능 및 영업시간까지 업데이트되어있어 다른 식당 찾기에도 꽤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 곳으로 결정
아,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에 영화의 숙소 로케이션을 방문해 보려고 한다. 나무위키를 보고 다이묘 쪽인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른 곳이었다.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7시 밥 먹고 돌아다니고 10시 즘 체크 아웃하면 배도 비워지지 않을까 하여 점심 일정도 마련했다. 이거야말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좀 백반 같은 느낌으로 먹고 싶었는데 이 가성비 좋아 보이는 야요이켄 하카타 기온점으로 결정! 하지만 이때가 후쿠오카 기온 야마카사가 열리는 시즌이라..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
후쿠오카 시 공홈에서 올린 지도로서, 챗GPT+ 구글맵과 왓챠에서 본 영화의 도움을 받아 스폿들을 찾아 보았다.
나카스 외 지역 등 방문할 때 영화의 촬영지. 이거 덕분에 영화 두 번 봤다.
여긴 영화의 다이묘 거리 촬영지. 오른쪽 NTT 송신탑이 보이는 콘야마코지와 노시타 쪽은 꼭 가볼 건데 나머지 왼쪽의 키즈클럽, 코마야 등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2021년 11월 2주간 시도한 나름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도 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기억 속에서 잊히기 전에 틈틈이 기록하려 한다. <오션드라이브>, <중형 다견 여행>, <백반탐방> 이렇게 3가지의 테마로 떠나 본 2주간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의 기록
3~4개월 안에 이미 가서 할 수 없이 제외된 곳: - 서해: 인천 (강화도, 영종도) > 안산 (대부도, 선제도, 영흥도) > 당진, 서산 (태안반도), 변산-군산 애견숙소 없음 - 남해: 여수 (스쳐감), 통영 (스쳐감, 욕지도도 스킵), 삼천포, 부산 (가본지 오래되었지만 스트레스 안 받고 운전할 염두가 안 나서 그냥 피했다. 진도와 완도는 일정과 숙소 문제 상 가질 못했다) - 동해: 강릉 ~ 고성 라인 (이 라인에선 중형견 3마리를 받아주는 숙소가 없어 강릉에서 일주의 마지막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Day 1-2. 충청도
-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서 첫 충청도 쪽 바다를 맛보며 대륙을 뚫고 대천 IC에서 빠져 보령 남포면 대천방제대로로
강화도를 자주 가는 덕분에 익숙한 서해안의 뻘이지만 나름 여행의 시작점으로서 둘러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홍어와칼국수에서 대만족스러운 백반을 먹었고 펜션 입장도 어차피 3시라
여유 있게 바로 앞에 있는 선도리 비인해변 산책을 해 본다
인적이 거의 없는 텅 빈 공간의 느낌이 좋다
가보고 싶긴 했는데 멀리서만 바라본 밤섬, 쌍도. 앞에 갯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게랑 낙지랑 막 잡히려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쌍도는 내륙에서 300미터의 거리고 썰물 시 걸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저긴 무인도인데 쌍둥이가 아비를 기다리던 나름의 마을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언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저 안까지 가보고 싶다
다른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인데 물이 들어찼을 때는 쌍도를 바라보는 모습은 저렇다. 역시 바다는 무섭고 역동적이다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뻘 보면서 멍을 때려보기도 하고..
비성수기 여행의 장점은 인적 없는 조용한 공간을 우리가 독차지할 수 있다는 거 (딱히 소란 피우는 일은 없지만 ㅎ) 이렇게 맑은 하늘 아무도 없는 넓은 공간, 또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으니 그냥 멍 때리는 것 자체가 머릿속 잡생각이 없어지고 편안한 느낌이다
강화도를 자주 가다 보니 갯벌은 그냥 그런데 오늘따라 맘이 편해진다. 아마도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2주간 어떤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갈까?
뻘이라도 바다 인근은 꼭 가봐야 해서 ㅋ 저 앞 포인트만 찍고 다시 돌아오는 중
쌍도의 모습이 인상적인 비진 해수욕장에서의 맛있는 점심과 산책을 끝내고 다시 첫날의 숙소로 향하기로 한다
"자, 이제 다음 여정을 이어가 보자고..."
이제 음식점 주차장에서 숙소로 떠난다
| 빨간풍차아띠앙 펜션
잠깐 이야기를 삼천포로 빠져보자. 2023년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많은 애견펜션과 정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지도의 "갈 수 있어 강아지도"를 보면 펜션뿐만 아니라 식당 등의 반려동반 가능 플레이스 정보가 많아졌다. (아래 링크, 광고 아님)
하지만 여행 당시인 2021년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정보가 적었다. 뭐 지금도 다견+중형의 조건을 찾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편이라 이런 정보 사이트들이 진화하면서 필터에 다견, 중형 등의 조건도 포함해서 찾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다견+중형 가능 애견펜션은 사실 '23년 기준으로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전 대비 엄청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항상 조건이 맞는 곳에 따라 숙소를 정할 수 없는 큰 제한이 따른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서천에서 1박을 하기로 한 것도 정작 돌아보고 싶었던 군산, 변산 쪽에 조건에 맞는 애견펜션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풀빌라니 뭐 요즘 새로 생겨나는 신식 애견펜션은 거의 다 소형(대략 5킬로 이하)+1~2견 기준이라 애초에 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접근성, 퀄리티 등 여행의 주요 부분들은 포기해야 한다. 오히려 가고 싶은 지역에 받아 주는 곳이 있으면 감사할 지경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서울/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어지거나 인프라가 큰 도시 근접이 아닌 경우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다만 '하도 오래돼서' 받아주는 곳이 있기도 한 건 함정)
펜션 이야기로 돌아가서, 도착하니 이미 와 있는 팀이 노닥노닥하고 있다. 우리도 강아지들도 차에서 방출
아무튼, 빨간 풍차 에띠앙이란 곳에서 묵었는데 주차장이 운동장 겸용이다.
차에서 내리니 펜션에 사는 애들 같은데 작은 아기 강아지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애기들이라 그런지 너무 귀엽다. 시골강얼지 그 잡채
여기도 연식이 꽤나 보이는 시설인데 퀄리티는 꽤 노후되었다. 특히 이 날 다른 팀의 경우 중규모 가족 팀단위였는데 밤에도 아이들의 우당탕탕 쿵쿵 탕의 향연이 펼쳐졌었고 방음도 딱히 되지는 않았다. 다만 다행히도 우리는 소음에 그닥 개의치 않는 타입이라 별 상관은 없었다. (옛 방 많은 집 같은 형태여서 현관에서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꽤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유스호스텔 수준의 큰 규모 까지는 아니지만 옛 시절 학생들 수련회 가는 그런 느낌의 곳?) 다만 시설이 좀 아쉬웠을 뿐... 암튼 "그래도 3마리 받아준 게 어디냐.." 하면서 군소리 없이 1박 잘하고 왔다
1층 거실 뷰는.. 음... 바다가 보이지는 않고.. 뭐, 잠만 자고 갈 건데 뭐...
** 참고로 이건 '21년 기준이고 혹시나 해서 2023년 홈피를 보았는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한 듯하다
다른 이야기도 해보자. 일단 놀란 건 사진이 꽤 잘 찍힌다. 왜인지 모르겠다. 계절 탓인가? 특히 저 억새풀 배경을 보니 동화 같은 느낌도 났다. 이래저래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할 겸 다시 애들과 주변 산책을 가 보았다
바다 끝까지 갈 수는 없었고 저렇게 지도상 길이 좀 나 있어서 탐험을 시작해 보았다
이 근방에 많이 보이는 억새풀(맞나?)들이 바람에 살랑살랑거리는 게 분위기 연출이 잘 되고 있었다
저 앞엔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계속 내려가니 바다 뷰는 지속적으로 보인다. 원래라면 사무실 공간 안에 갇혀 있을 시간인데 이런 잉여타임이라니
참 편안한 오후의 느낌이다
11월의 하늘은 맑았고 날씨도 아직은 춥지 않고 딱 좋았다
내려가는 길은 비교적 짧았고 마지막엔 저렇게 막혀 있어서 바로 앞바다 구경은 실패했다
막힌 길목에서 바라본 뷰. 가을 느낌이 물씬하다
막내도 뭔가 돌아가자는 눈빛의 레이저를 쏘는 듯
숙소로 돌아가면서 앞을 보면서, 뒤로 돌아 찍은 사진 한 컷 씩
다시 펜션 쪽으로 올라와서 보니 바다가 다시 보였다.
항상 일찍 다니던 강화도 여행들이다 보니 이 시간에 물이 들어와 있는 서해안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뭐 여행이랄 건 없고 나간 김에 여기저기 들린 오늘. 본격적인 장마 시작 전 약간 시원한 아침 7시부터 더워지는 오후 두 시까지의 여정 스케치. 특별한 건 없고 걍 오랜만의 일상 기록
항상 서울 나들이는 병원 다녀 오는 날이다. 그도 그럴 듯이 체력이 너무 저질이다 보니 주말에는 거의 집 침대에만 누워 있어서.. ㅜㅜ 출근이 너무 힘들긴 하다. 쨋든 오랜만의 나들이라 즐거웠던 짧은 반나절의 하루
내일부터 쭉 비소식이 있었는데 아침에 나가니 약간 서늘한 기운이 있어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나갔다. 첫 번 째 목적지는 약수동, 서울송도병원! 몇 년을 참아 온 변비와 치질 증상으로 찾아간 곳 ㅜㅜ
공.포.
역시 아프긴 한데, 옛날 검사 때보단 안 아프다. 암튼 치질은 너무 심해서 수술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하시고, 추가로 배변장애까지 있다고... 일단 치질 수술은 무조건 2박 3일이라 스케줄 조정을 해야 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배변장애 검사 신청을 했다. (일단 아침 출근 전 화장실에서 1시간~1시간 30분을 앉아 있어야 할 정도로 심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검사일정을 잡고 보니 10시. 오랜만의 약수동이라 10대 때 처음 부모님 첨 따라가고 인터넷조차 없던 입소문으로 찾아가던, 몇 십 년 동안 이름/간판조차 없던 그 시절 찾아갔던 인생 맛집인, 지금은 처갓집이라 불리는 이북 식 찜닭을 먹으려 했는데 오픈이 12시부터라 포기했다. 처갓집의 오래된 감성은 없지만 맛은 거의 똑같은 만포막국수도 11시 즈음 오픈이라 포기
그래서 신당동 떡볶이 타운으로 향했다. 여기는 어느 집이던 이른 시간에도 문 열은 집은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주차를 할 수 있는 마복림 떡볶이로 갔다
이제 떡볶이 2인분 17,000원의 시세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맛은 뭐 그냥 그러그러함. 맛이 뭐 어떰. 그냥 옛날 신당동 떡볶이 먹던 감성팔이 느낌으로 먹는 거지
암튼 먹고 나서 우정닭발에서 닭발을 픽업했다. 어릴 적 추억의 장소라고 한다
난 닭발을 먹진 않았지만 생김새는 이렇다. 매우 매워 보이는데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이 떠오른다고 너무 좋아한다. 지금 글을 쓰고 이 순간에도 매워서 땀나지만 맛있다고 난리다. 그놈의 난리... 암튼 너~~ 무 오랜만의 소싯적 맛을 접한 느낌일 거라 이해가 간다
홍대 쪽 합정과 상수 사이의 독막로 기준으로 돌아다녀 보았다
가는 길에 최근 용용의 신규 트랙인 'Diary' 뮤비에서 본 Treff Shop이라는 편집샵이 맘에 들어 합정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1시부터 오픈인데 도착하니 11시 30 분 즈음.
이뻐 보이는 카페 골목을 살짝 올라가...
트레프샵 간판이 보이는 건물. 1시 오픈이라 문은 당연히 안 열어서.. 그냥 주변 좀 돌아다녀 보기로 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근데 여기 Yellow Birthday란 곳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긴 했다
이 근방의 흔한 그라피티들
귀여워서 들어가려다 만 곳
이런 스트리트 감성 좋음
인스타 단골손님 인생 네 컷도 지나가고.. 암튼 이때부터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맛있어 보이는 와플. 벨기에 와플 느낌이 보인다. 먹고 싶지만 당뇨 걱정에 애써 참는다 ㅜㅜ
와중에 보이는 좋아하는 충무김밥집. 통영 토박이의 집이라고 붙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충무김밥.. 참 애증의 음식이다
명륜진사 갈비도 진출해 있구나...
메세나폴리스 건물이 보인다. 옛날옛적 타루 콘서트 본 곳이었는데
아이고 타르트... 맛있어 보이지만 패스...
밖에 시식용으로 내놓았는데 먹진 않았다. 먹고 싶었지만 떡볶이를 먹은 상태라 더 이상의 탄수화물은... 참으로 불편한 삶이다. 젋었을 때 최대한 맛있고 달콤한 거 먹어둬야 한다고 생각함. 암튼 연보라와 토끼 귀여워
야.. 참 중국집 스럽게 생겼다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진짜 중국집이었다..
옛 주택과 지금 감성을 섞어 놓은 컨템퍼러리 레노베이션의 느낌이 대세인데 싹 다 밀고 아파트 뚝딱 만드는 것보다는 이 방식을 지지하는 편이다. 구조물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긴 하지만... 요즘 무너지는 신축 아파트들 보면 차라리 이렇게 공들여 짓는 하나의 작은 공간이 역사의 흔적도 지키면서 안전성을 더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 듯싶기도 하다. 거기까지 관심이 있다면
그러다가 트레프샵 근처에 SHOOP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반지하의 앙증맞은 사이즈의 공간인데 생일이벤트 카페라고 한다. 신청하면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그 신청인에 대한 콘셉트로 꾸며주는 곳인 것 같다. 마침 7월 7일 나상현 씨 밴드 10주년 기념 이벤트로 꾸며져 있었다
이 가게 바로 옆에 오레노 라멘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른 시간부터 엄청나게 줄을 서 있어서 뭐지 했다가 아, 여기 카페는 아니구나 해서 들어간 곳인데 나름 시간을 잘 쓰고 왔다
첨엔 우리뿐이라 그런가 부다.. 했는데 속속들이 손님들이 들어와 나상현 씨 밴드 이벤트의 큰 것 작은 것마저 이것저것들을 소중하게 폰에 담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일이나 축하 이벤트가 있다면 절친 딱 몇 명과 함께 이곳에서 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티피컬 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의 여유와 행복. (트레프샵은 문 열었으려나??)
암튼 1시가 좀 넘어 트레프샵에 가보았는데 문 닫음. 웹검색을 해보니 2022년 9월 후기까지 찾을 수 있었는데 혹시나 영업을 아예 하지 않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용 'Diary' 뮤비는 최근에 나왔는데 말이지...
이건 여담인데 검색 해 보니 신기한(?) 옷들이 많다고해서 이런 식으로 기 빨릴까 봐 걱정했는데 어쨌든 , Closed.
그래서 이왕 온 김에 다른 편집샵을 들렀다 가보기로 해서 정한 게 하이츠스토어. 여기 가니 마침 래퍼 CAMO의 테마로 팝업스토어 식으로 진행 중에 있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들어갔는데...
암튼 안 에서 찍은 사진은 없어서 pass..
암튼 오늘은 가는 데마다 아티스트 콘셉트이라, 슈웁 SHOOP!에서는 계속 나상현씨밴드 음악이 나왔고, 하이츠스토어에서는 계속 CAMO의 음악이 나오고.. 좋았다
쨋든 하이츠스토어를 마지막 기점으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트레프샵 실패로 지나가다가 여기저기 옷가게들을 들러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사고 싶은 건 죄다 사이즈가 없었다. 윗 이미지 집에서도 정말 맘에 드는 티셔츠가 있었는데 사이즈가... 없었음 ㅜㅜ
여러 곳 들리다가 또 맘에 들었던 티셔츠를 찾았는데 또 사이즈가 없었지만 다른 옷은 사이즈가 있어서 겨우 하나 득템한 곳, 이버스필드 (Ebber's Filed). 갠적으론 브루클린의 기억인데 또 이런 브랜드로 만나니 반가웠다
그리고 저 가방에 달려 있는 모자 액세서리를 사고 싶었는데 따로 파는 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시애틀.. 너바나의 시티, 수산 시장의 시티, 그리고 갠적으론 엄청난 업무적 스트레스를 주었던 곳 중 하나. 어렸을 적 방문했을 때는 시애틀 니들 타워에서 뜬금없는 관광 기념품으로 디즈니의 인어공주 애니 포스터를 샀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스트레스만 주었던 곳. 암튼 저 꼬마 모자는 꼭 가지고 싶다
안에 있는 고양이 때문에 가게 문은 안 열었어도 지나가는 이들이 계속 멈추던 곳
오늘 독막로의 마지막 인상과 기억
당인노상공영주차장인데, 나름 주차비는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가 않아서 괜찮았다. 가게들이 몰려 있는 안 쪽으로 들어가니 거기 공영주차는 5분에 500원. 여기는 좀 만 걸으면 되긴 하는데, 5분 300원. 괜찮은 쵸이스였다
2021년 나름 2주간 시도 한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도 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기억 속에서 잊히기 전에 틈틈이 기록하려 한다. <오션드라이브>, <중형 다견 여행>, <백반탐방> 이렇게 3가지의 테마로 떠나 본 2주간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의 기록 (아래는 요약 포스팅)
이번 여행 시작 전 3~4개월 안에 이미 가서 할 수 없이 제외된 곳: - 서해: 인천 (강화도, 영종도) > 안산 (대부도, 선제도, 영흥도) > 당진, 서산 (태안반도), 변산-군산 애견숙소 없음
Day 1.
요약
1. 서해안고속도로 따라 충청도 가는 길 2. 경기도 화성휴게소 3. 서해대교 중간의 섬, 행담도 휴게소 4. 충청 보령 죽도 관광지 5. 충청 서천: 홍어와칼국수 백반
| 서해안고속도로 따라 충청도 가는 길
-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서 첫 충청도 쪽 바다를 맛보며 대륙을 뚫고 대천 IC에서 빠져 보령 남포면 대천방제대로 로
출발은 항상 설레지만 준비 때문에 늦어져 새벽의 뻥 뚫린 고속도로를 즐길 수 없었다. 계획은 4시 30분 출발이었는데 결국 6 시 다 돼서 출발... 토요일인 관계로 차 밀림 ㅜㅜ
| 화성 휴게소 (경기도)
여행 첫날은 항상 공식처럼 아침은 대충 휴게소에서 때우는 것 같다. 이번엔 경기도 화성 휴게소에 멈춰 우동, 김치 우동 한 그릇씩.. 맛은 걍 그랬다 ㅎㅎ
오징어게임이 흥행했던 때라 저런 굿즈들이 있었는데 걍 올망졸망 + 고속도로 휴게소 감성 섞인 느낌이 좋아서 찍어봄
로봇이 서빙하는 커피는 신기해서 첨 먹어 봄. 맛은 사람이 해주는 거랑 그닥 차이 없어서 살짝 놀라긴 했다
다행히 강아지들과 갈만한 산책길이 있어 강아지들도 몸 한번 움직여 준다. 강아지들 산책 때문에 작더라도 이렇게 산책길이 붙어 있는 휴게소들이 좋다. 암튼 위의 모습이 여행 첫날의 딱 평범한 모습 같다. 해뜨기 전 출발 > 휴게소 > 우동 > 산책 > 해 뜨고 출발
| 서해대교 중간의 섬, 행담도휴게소
사실상 바다를 좀 본 건 충청도 보령에 근접하며 시작되었다. 태안 쪽으로 해서 드라이브로 거쳐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생각했었는데 거기는 그냥 터널 (보령해저터널)이라 뷰를 경험할 순 없을 것 같아 그냥 계속 내륙 길로 찍었다
낯의 푸른 하늘에 뒤덮인 하얀 구름. 이번 여행엔 소소하더라도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까?
휴게소에 들러 서해대교의 멋진 모습이 보여 사진 한 장 찰칵. 다리라는 구조물은 참 멋있다
여기는 행담도 휴게소라고 평택과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중간에 아주 작은 섬 속 휴게소다. 그냥 섬에 휴게소인데, 내려서 서해대교 배경으로 사진 찍기 괜찮다. 국내 유일의 섬 위의 휴게소인데 규모도 꽤 커서 아울렛도 있다
후다닥 화장실을 마치고 갈 길을 떠난다 벌써 오전 11시 27분, 아직 갈 길이 멀다. 점심은 충청도 서천 비인면에 꼽아 놓은 곳이 있기 때문에 아침은 허접하게 먹었을지언정 휴게소에서 간식 안 먹는다
|보령 죽도관광지
내가 향하는 곳은 저 충청도 서천군 비인면의 쪽이었다. 와중, 가는 길에 죽도관광지라는 곳이 가는 길이 있는데 방조제로 이어지는 길이 꽤 긴 와중 중간에 조그맣게 똑 삐져나온 섬이 하나 있어서 가던 길에서 잠깐 빠져 잠깐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진짜 잠깐)
급 궁금해서 챗GPT에게 물어보니, 방파제와 방조제는 둘 다 수로와 해안을 보호하는 구조물이지만, 방파제는 파도의 충돌과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반면, 방조제는 풍랑과 조류의 영향을 조절하여 수로 안정화를 목적으로 설치됩니다. 또한, 방파제는 주로 돌로 만들어지는 반면, 방조제는 화강암 등으로 강화된 콘크리트 혹은 강철로 만들어집니다.... 고 한다
관광지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그냥 바다 기분만 느끼려 죽도항이 아닌 죽도슈퍼 쪽 길만 잠깐 걸었다. 주변 시설들은 뭔가 8,90년대에 멈춰 있는 그런 느낌? 같아서 조금이나마 향수가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 맑은 11월의 하늘
특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뻘 없는 서해안 바다를 보니 벌써 바다 느낌도 나고 좋았다
이 죽도는 저 상화원이라는 한옥 정원이 유명하다고 한다.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간 김에 함 둘러보고 오면 좋았으련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이 다 되어가니 보령팔경의 하나라고 하는 죽도는 입구만 즐기고 일단 밥집을 향해 ㄱㄱ~ (참고로 한옥 숙박도 가능한데 애견 불가지만 산책로는 애견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 서천: 홍어와칼국수 백반
충청도의 서천인데, 지도 동선을 보니 바다의 환경이라는 조건에서 운전 시간 상 중간 첫 숙박 및 점심에 안성맞춤인 곳 같아서 이 근방에서 첫날을 보내기로 했다
(늦으막에 떠나는 여름여행 치고)나무들이 뭔가 시원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일단 밥 먹을 동안 강아지들을 위해 최대한 최적의 그늘을 찾아 주차
밝은 햇살이 우릴 반긴다
첫 번째 이번 여행의 백반 타깃, 홍어와 칼국수 발견. 상당히 낙후된 외관에 '음?' 하긴 했다
백반 맛집이라고 듣고 아침 이후 암 것도 안 먹고 찾아온 홍어와칼국수, 1시 도착이 계획이었지만 벌써 2시가 다 되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외관이 허름하다
밖이 너무 허름해서 처음엔 살짝 걱정했으나 내부는 우려와 달리 나름 깨끗이 잘 정리/관리되고 있어 맘이 놓였다
뭐가 많긴 한데 그 맛있다고 소문난 2인 기준 8,000원 백반 간다. (참고로 2023년 7월 기준 메뉴 확인해 보니 아직도 8천 원이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하 긴 했는데 뒤에서 "좀 도와주세요" 이러길래 속으로 '뭔가?"하고 뒤돌아 보았더니 서빙하시는 분이 엄청난 양의 반찬 그릇들을 들고 오시는데 순간 마주친 그 비주얼이 그냥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아, 네!"하고 튀어나가게 된다
저걸 한 번에 다 지고 오신 거... 쨋든 식탁에 쌓이고 "우와~ 맛있겠다! 이게 8천 원이라고?" 하고 먹으려는데...
... 계속 뭐가 더 나온다. 더 나오고 더 나왔다. 나중엔 몇 첩인지 세다가 포기해버렸다. 근데 여기가 양으로만 승부하는 곳도 아니었다. 맛.있.다. 우린 소식간데 최대한 하나하나 다 먹어 보려고 노력했고 진짜 많이 먹었다. 내 인터넷 하면서 '쩐다', '찢었다', '미쳤다', '레전드다', '꼭 드세요' 등 이런 말 진짜 극혐 하는데 한 마디 한다. 8천 원 기준으로 갠적으로 이건 '레전드 급'이었다. 첫날 여행, 이른 아침 맛없는 휴게소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2시까지 버틴 보람이 있었다.
사진에 보다시피 몇몇 빼고는 대부분 따듯하지 않은 분위기의 반찬들인데, 이걸 따땃한 밥과 국물과 함께 하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거다. 참... 행복하다. 이 한 끼.
맛있었다. 8천 원의 가성비. 그저 행복함. 아니 무슨 통영 다찌집의 반찬 버전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요!
최대한 싹 다 비우고, 반찬 그릇도 많으니 뭔가 이렇게 알아서 짬 처리 하는 게 뭔가 관습(?) 같은 것 같았다. 밥만 먹고 "아, 배부르다, 나가자" 할 뻔했는데 옆 테이블들 보고 배워서 우리도 실천. 너~! 무 잘 먹었어요. 아.. 저녁은 못 먹을 듯싶다... ㅜㅜ
어느덧 마지막 편이 될 뻔 했으나... 분량 문제로 볼거리는 나중에 올리기로 한다 (영상 작업이 생각보다 꽤나 오래걸린다)
요약은 다음과 같다. 거리는 자동차 기준이고 에세이더레지던스와 극 근접한 곳들이다
[요약] |먹거리 1. 시골맛집 - 청국장 4분 거리 2. 수양식당 - 백반 (맛있는 녀석들 맛집) 7분 거리 3. 내산명가 - 갈치조림 2분 거리 4. 하하식당 - 직화제육볶음 백반 6분 거리 5. 이창수산물판매장 (삼진수산) - 해산물 (조개, 멍게 등) 9분 거리 6. 마트 정보 7. 가보려다 못 간 곳들
|볼거리 - *** 분량문제로 나중에 소개하기로... 1. 조선 특구로 해안도로 2. 광암 해수욕장 3. 고현리 미더덕로 4. 기타
| 먹거리
비성수기이기도 했지만 방문 시 보니 다 로컬로 보이는 손님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로컬 맛집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 숙소에서 멀리 나가기 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모두 숙소에서 6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가까운 곳이다. 아, 그리고 월요일 휴무인 곳들이 꽤 있던데 가기 전 꼭 인터넷에서 확인하기 바람
1. 시골맛집 | 1.7km 차로 4분
김치찌개와 청국장을 먹었는데, 청국장이 기억에 남는다. 딱 집에서 띄운 맛. 이 집은 기본적으로 손이 크신 것 같다. 반찬도 양이 많고, 밥도 고봉밥 수준은 아니지만 꾹꾹 눌러있는 것이 양이 많다. 물론 찌개의 양도 많다. 조금 과장하면 서울깍쟁이들 찌개 2인분 양이다라고 해도... 암튼. '청국장' 추천. (블로그들 보니 새싹 비빔밥도 많이들 먹는 것 같다). 청국장, 김치찌개 모두 8천 원.
물어봤을 때는 보통 9시에 연다고 하시는데 시장 가시는 경우도 있으니 11시 즈음 가는 게 안전해 보임. (이른 시간 두 번 가서 한 번은 포기하고 돌아왔었는데 두 번 다 시장 가셨었음) 혹시 시장 가셨으면 길건너에 해맞이 공원 있으니 공룡이랑 사진도 찍고 바다 경치 구경이나 좀 하면서 기다려도 된다. 공원 공중 화장실도 나쁘진 않은 편.
어쨌든 청국장 추천
2. 수양식당 | 3.1km 차로 7분 (단일메뉴)
맛있는 녀석들에 나온 곳이라 비성수기 평일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재료 소진 시 가게 문 닫는다고 한다. 11시 30분에 오픈하니 시간 맞춰 가면 좋을 듯.
8천 원에 만나는 가성비 백반이다. 오른 가격인데 아직 1만 원도 안 되는 게 어딘가?
회가 나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뼈째회 식의 막회라 씹는 맛이 있다. 이거 먹고 여행 내내 백반 먹느라 회 안 먹었다 ㅎㅎ
다 좋은데 다만 바로 전 날 통영의 한 식당에서 뜻하지도 않게 너무나도 맛있는 백반을 먹어서 그런지 미리 준비해 놓은 느낌도 있었고, 비교가 되다 보니 맛뚱들처럼 아주 큰 감동까진 못 받았는데 암튼 맛과 가성비 인정 8천 원인데 뭘 더 바라나. 맛있게 먹었다
3. 내산명가 | 900m 차로 2~3분 (걸어서 가능)
아귀찜이 메인인 것 같은데 석쇠불고기, 김치찌개, 제육볶음, 매운탕, 굴국밥, 아귀탕/찌개, 동태탕, 순두부 등 여러 가지 판다. 갈치조림이 맛있다고 해서 조림 먹었는데 갈치는 크지 않은데 양념도 괜찮고 맛있게 먹었다.
특히 저 도토리 묵 식감이 특이했는데 저것도 맛있게 먹었음.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코 앞이나 다름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10시 오픈. 갈치조림 2인 2만 원.
금강산도 식후경.... 까지는 아니지만 밥 먹고 나와 고즈넉한 풍경 한 컷. 식당 안에서도 창문은 이 쪽으로 트여 있는 자리들이 있다. 저 도로 바로 건너편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 걸어도 가능한 거리
4. 하하식당 | 3 km 차로 6분
직화제육볶음밥상을 추천받아먹었다. 메뉴들을 보니 딱 봐도 술집 메뉴들이 즐비한데, 낮에 많이 먹는 듯하는 이 직화제육볶음밥상도 딱 보니 술 메뉴다.
안 그래도 건너편 로컬분들은 이미 소주를 곁들어 (오전 11시 15분경? 캬아~~ 보기만 해도 죽인다...) 맵고 칼칼한 순두부에 식감 좋은 제육을 드신다. 물론 술 없이 먹어도 좋다.
1인 11,000원으로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1인 1 찌갠데도 순두부찌개 양이 엄청 많다. 11시 오픈이다
지도에서 보이듯이 숙소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고 해안도로를 쭉 따라 들어오면 된다. 사진에서 보이듯 바다 바로 근접해 있다
밥 먹고 나와서 보이는 바다 전경. 만 형태라 거친 파도 없이 잔잔하다. 심심하기도 하지만 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저 산업? 공업? 단지가 역시 뷰를 망쳐놓기는 한다. 다만 이건 이 지역 사람들의 이슈이기에 아는 것도 없고 내가 뭐라 왈가왈부할 부분은 없는 것 같아 말을 아낀다
식당 안에서 뷰는 요렇게 확보된다. 날씨 좋을 땐 나가서 먹으면 바다도 바로 앞이겠다 분위기 좋을 듯
5. 이창수산물판매장 | 6.3 km 차로 9분
숙소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공룡 유원지 고성이 아닌 동해면, 그것도 내산리-외산리라는 고성의 북동 쪽에 위치하고 있다. 대중에게 유명한 유원지들은 고성군청 기준 남북서 쪽에 위치해 있고 이 북동쪽 지역은 오히려 창원-마산과 더 가깝다. (북통영까지도 30 km 정도라 장은 북통영 이마트에서 봤었다)
하여, 창원-마산 방향으로 좀만 가면 이창수산물판매장이라고 작은 수산시장이 있다. 가게가 한 3~4개 되었던 것 같은데, 암튼 필요한 건 다 있다. 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생선도 있고 굴, 홍게, 해삼, 미더덕, 새우 등도 있고 하니 함 둘러보고 입 맛에 맞는 곳에서 구매하면 되겠다
나는 삼진수산이란 데 갔는데 사장님이 잘해주셔서 2만 원에 가리비, 코끼리조개, 멍게, 백합 등 해서 꽤 가성비 좋게 바비큐용 조개들을 사 왔다. (참고로 숙소 근처 도보 거리에 수산물 집이 하나 또 있긴 한데 이름은 모르겠고 가리비와 굴만 판매한다고 한다)
저녁 바비큐까진 시간이 좀 애매해서 멍게는 저렇게 중간에 숙소에서 먹고,
조개들은 저녁 바비큐로 해 먹었다. 물론 감자와 고구마들도...
6. 마트
마트 갈 일 있으면 3 곳 정돈데... 일단 고성읍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사천 이마트가 50 km, 통영 이마트가 30 km라 그나마 통영 이마트가 나을 듯. 나는 첫날 숙소 가기 전 아예 통영 이마트를 들렀다. 그리고 대형 마트 갈 일 없으며 2 곳 정도다. 앞서 말했듯 여긴 마산/창원이랑 더 가까운 곳이라 그 동네로 넘어가 13 km에 진동농협하나로마트 고현점이 있고 (여긴 안 가봄), 12.9 km 근방에 제이앤씨 진마트가 있다 (나는 여기로 감 - 규모는 그리 작지 않다)
7. 번 외
다음은 여행 가기 전 검색 해 놓은 곳인데 못 간 곳들로, 마찬가지로 숙소에서 약 7 km 근방이다. 못 가봤으니 맛 추천은 못함. 이곳 식당들은 보통 10~11시 정도에 오픈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 고성새우양식장식당 4km : 양식 새우구이
- 전도장어 700m : 가긴 갔는데 장어가 안땡겨서 삼겹살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맛 추천은 못 함. (장어전문 집에서 삼겹살 맛 평가하기는 좀...) 숙소에서 제일 가깝고 (도보가능) 후식 식으로 새우 라면이 있긴 함
- 웰빙88맛집 6 km: 도다리 미역국, 매생이 전, 모둠회
- 남해청정횟집 5.3 km : 막회
- 시락가마솥밥: 8.3 km이지만 오전 7시 오픈이라 넣어 놨음
- 미더덕로 고현마을 12 km 이상 : 광암 해수욕장이나 위 소개한 창원 쪽 마트 가다 보면 중간에 미더덕로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 진동면 고현마을이란 곳이 있다. 보니까 죄다 미더덕 덮밥 같은 미더덕 음식점들 천지다. 보통 우리가 먹는 건 오만둥이로 알고 있는데 여긴 뭔가 진짜 미더덕이 맞나 찾아봤는데,
우리나라 진짜 미더덕의 70%가 이 작은 마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아..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진짜 미더덕 원산지라고 하니 먹어보진 못했지만 숙소에서 멀지도 않고, 애견들이랑 해안로 산책하기 좋은 광암 해수욕장 (여긴 숙소 사장님 추천받음) 가는 길에 들를 수 있으니 추천한다. 밑은 관련 기사
* 2편 쓰면서 에러나서 처리하다가 어처구니 없이 사라진 1편 포스팅... 어찌저찌 다시 쓰긴 했는데 소중한 댓글 포함 첫 포스팅의 많은 것을 잃어 버린 듯 해서 슬픔...ㅜㅜ, 자꾸 에러는 왜 나는 거야 ㅜㅜ. 진짜 완전 짜증
에세이더레지던스의 짱 박혀 힐링하기 기준 후기 및 초근접 주변 먹거리 추천으로 올리는 시리즈 포스팅 첫 번째
(참고로 내 모든 여행 포스팅이 그렇듯 여기도 스폰 당연히 아니고 정말 좋아서 쓰는 갠 적 후기 임)
1. 숙소에서 할 거리 - 테라스/미니 발코니/ 스파/바비큐/불멍/내부 소개 (Pt.1~3) 2. 초 근접 먹 거리 - 6km 이내 차로 3~10분 거리의 맛집 소개 (Pt.3~4)
에세이더레지던스 테라스에서 바라본 낯 바다 풍경. 이걸 보고 '만' 형태라 하나..
육지가 바다를 품은 형태여서 그런지 바다가 거친 파도 없이 참 잔잔하다
늦가을 강아지들과 놀러 갈 만한 숙소를 찾아보다가,
"아, 이거다"
할 정도로 좋아 보이는 곳을 찾았다. 바다 앞. 거기다 풀빌라 형에 2층을 1팀만 사용하니 프라이버시 완벽.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을 만큼 충분해 보이는 테라스 공간. 후보지가 꽤 있었는데 이 사진 발견하고 그냥 여기로 맘 정하고 전화를 통해 우리 댕댕단 숙박 가능 여부 확인을 했다. 이번 여행은 "걍 쉬자~"라는 느낌으로 진행 했는데, 원래 5박하고 싶었지만 한 번에 운전으로 올라오기 힘들어서 중간 지점인 전주에서 1박을 하느라 4박으로 다녀왔다.
원래 여행가면 일출/일몰 다 보고, 삼시세끼 다 챙겨 먹고, 빨빨거리면서 해안도로 드라이브하는게 주 컨셉이었는데, 정말 다견 데리고 이런 좋은 곳 가는 것도 힘들 뿐더러 (다견 집들은 이해할 듯, 좋은 시설 애견 펜션 그냥 못 간다고 보면 됨), 스팟도 힐링하기 딱 좋아서 거의 숙소에만 붙어 있었다. 그래서 경남 고성 여행 후기는 나중에 시간되면 올리도록 하고, 에세이더레지던스 숙소 후기 및 짱박혀 있기 기준 근처 주변 먹거리/볼거리 추천 포스팅으로만 올린다
| 할 거리
저 분홍색 라인이 고성의 경계인데, 가기 전에 대충 검색 해보니 대부분의 유명한 볼거리들은 거의 남-북-서 쪽에 위치하고 있다. 에세이더레지던스는 동쪽, 조용한 동해면 그 것도 거기서 더 북동쪽에 위치한 뇌산리라는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카카오맵 기준으로 보면 이 곳의 POI는 소담수목원, 오호락 풀빌라 펜션 정도다. 고성 POI들이 상당히 먼 편인데다가, 이 숙소가 너무 좋아서 그냥 최대한 안 움직이고 걍 짱박혀서 '힐링' 하는 것으로 첫 날 맘을 먹었다. 마침 월드컵도 진행 중이라...
| 1. 테라스
에세이더레지던스의 최고의 매력적인 공간이다. 실내 보다 더 넓은데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 바베큐장, 스파, 인조 잔디를 갖추고 있다. 이게 특히 좋았던게 딱히 강아지들 야외로 데리고 안 나가도 여기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게 해 줄 수가 있다
특히 우리 막내는 매일 이 테라스를 쉴 새 없이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면서 즐기는 것 보니 기분이 좋았다. 여름에는 아예 하루종일 여기 나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근데 공간 면적만 테라스가 더 가져갔을 뿐이지 실내도 굉장히 좋다)
곳곳이 배치된 야외 가구들도 야외 힐링하기 딱 좋은데 우리 강아지들은 특이 빈백을 엄~청 좋아 하더라. 보통 집에서도 알아서 베란다에 가서 일광욕을 즐기는 녀석들인데 여기서도 우리도 모르게 나가 인 빈백에 올라가 있는거 보니 넘 귀엽다
강아지용 해먹 침대도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저기 보이는 사장님 부부의 디테일한 센스들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 그리고 늦가을/초겨울이라 걱정했는데 역시 남쪽이라 그런지 그렇게 춥진 않아 너무 좋았다. 후드티 하나 입을 정도...
그리고 이건 컨셉샷인데... 원래 힐링으로 갈 생각이라 여유있게 책 한권 읽으려고 가져간 건데 월드컵이다 뭐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여기서 놀다 보니 (이런저런 핑계로) 단 한 페이지도 못 읽었다. ㅜㅜ 그래서 컨셉샷이라도 남겼다.
진짜 읽으려고 했다. <이즈의 무희>라는 책인데 이 곳에 스파가 있는 걸 보고 어릴 적 버켓 리스트 중 하나였던 온천에서 바다 보며 샴페인 마시기를 실현했던 시즈오카 이즈의 한 온천이 떠 올라 가져갔던, 실제 이즈를 배경으로 했던, 작가의 첫 데뷔, 자전적 단편 소설이다. 다만 아직까지 못 읽고 있다... -_- 수치...
오후의 모습. 비 올 예정이라 슬슬 스파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 왼쪽에 흐릿하게 보이는 실루엣은 거제도라고 한다
이 곳은 여러 조명들 덕분에 밤의 모습도 예쁘다. 막내는 역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역시 강아지도 넓고 편한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가 보다
테라스에서 보는 일출
멋지다...
| 2. 미니 발코니
테라스가 상대적으로 넓어서 그렇지 진짜 '미니'는 아니다. 의도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고성의 자랑, 가리비를 닮은 의자가 해가 뜨는 동 쪽의 일출 방향을 딱 바라보도록 배치 되어 있다. 테라스가 없고 이 공간만 있었어도 딱 좋을 만큼 아담하다. 하지만 역시 테라스가 좋아서 이 쪽은 자주 사용은 안 했는데 일출 바라보며 컵라면 후루룩~ 하기 참 좋아 보인다.
에세이더레지던스는 여기저기 조명들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지방은 밤이 빨리 찾아 오고, 도시가 아니다 보니 암흑을 비교적 빨리 맞게 되는데 이 조명들이 그 어둠을 잘 달래준다
거실에서 바로 발코니로 나갈 수 있고, 저 끝 쪽 통로는 테라스로 쭉 이어져 있다. 거실로 왔다 갔다 안 해도 된다.
우리는 바베큐 전 위나 좀 마사지 해 두려고 근처 수산시장에서 사온 멍게 타임을 가졌다.
바다를 보니 욕지도 갈 때마다 즐겨먹는 돌멍게가 먹고 싶었던 날이지만 뭐, 뷰 맛집이다 보니 그냥 멍게도 괜찮다. 돌멍게 언제 또 먹으러 가나...
여유있게 앉아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의자 방향이 일출 각도에 딱 맞춰져 있다
춥거나 더우면 거실에서도 볼 수 있다. 근데 햇빛이 싫다? 여기 암막 커튼 빛 차단 확실하다. 여기 저기 뷰가 좋으니 근처에 해돋이 공원가서 해돋이도 안보게 되고, 굳이 근처에 뷰맛집 대형 카페에도 안 가게 된다. 그냥 말 그대로 짱 박혀 있기 좋은 곳
근데 우리 기준에서 짱 박혀 있던 거지 완전 짱 박혀 있던 건 아니고 몇 몇 곳은 돌아다니긴 했다.. 위는 남해 3대 절경 (다른 두 개는 통영 미륵산, 금산 보리암)이라는 문수암에서 바라보는 약수전 불상의 모습
* 2편 포스팅 에러로 인해 1편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ㅜㅜ 애써서 쓴건데 댓글도 날아가고 ㅜㅜ 글도 날아가고 ㅜㅜ 이건 복구가 불가능하여 언제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테라스와 미니 발코니, 일출 관련)
에세이더레지던스의 짱 박혀 있기 기준 후기 및 초근접 주변 먹거리 추천으로 올리는 시리즈 포스팅 2번째
(참고로 내 모든 여행 포스팅이 그렇듯 여기도 스폰 당연히 아니고 정말 좋아서 쓰는 갠 적 후기 임)
1. 숙소에서 할 거리 - 테라스/미니 발코니/ 스파/바비큐/불멍/내부 소개 (Pt.1~3) 2. 초 근접 먹 거리 - 6km 이내 차로 3~10분 거리의 맛집 소개 (Pt.3~4)
3. 스파 (저녁 & 오후)
하루 전 신청으로 가이드되어 있다. 우리는 두 번 했다. 한 번은 첫날 여독 풀기 위해 어두운 저녁에 한 번, 그리고 일정 중간에 비 온다는 소식에 "이게 웬 떡이냐" 하며 해가 떠 있는 오후의 비 내리는 날 한 번. 사장님의 온수 튼다는 큐를 받으며 한 30분 정도 대기하라고 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한 40분~1시간 정도 있어야 좀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11월 말 밤의 날씨는 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첫날은 당연히 밤이라 바다는 안 보이고 감성 조명 빨로 여독 풀기 (조명도 조정이 가능하다, 안내판에 다 나와 있음). 이곳 스파의 매력 포인트는 강아지랑 같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거. (청소하시는 거 지인~짜 힘드실 것 같다) 암튼 근데 우리 노견들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신기한 듯 막내는 드. 디. 어. 등장! 우리 모두 손뼉 쳤음!
그러나 주위에서 계속 간 봄. 애기 시절만 해도 물에 들어가는 거 참 좋아했는데 주기적으로 물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 좀 낯설긴 한가 보다
결국 들어오긴 했는데 낯선지 계속 동상 마냥 얼어 있다.
참고로 객실엔 마셜 블투 스피커가 비치되어 있는데 바비큐, 스파, 불멍 할 때 쓰기 좋다. 음량도 역시 빵빵함. 단 큰 볼륨으로 즐기는 것은 이웃에 피해가 되기 때문에 10시 30분까지로 가이드하고 있다
중간 일정에 비 소식이 있어서 앗싸~ 하며 스파 한 번 더 신청 들어갔다. 역시 햇빛 아래 뜨스한 물에 자리 잡고 여유 있게 풍경 보기도 좋고, 빗소리 들으면서 빗물 튕기는 거 보면서 하는 맛이 좋다
비 오는 날 스파 하며 바라보는 풍경
다시 한번 등장하여 난간을 배회하며 간을 재기 시작하는 막내 강아지. 정작 관심 있는 곳은 흠칫 흠칫 보며 관심 없는 척 관심을 보이는 강아지 모습이 기엽다 (간식 줄 때는 관심의 눈이 완전 그것으로 포커스 되지만..)
추적추적 비가 내리니 운치가 있어 좋다.
특히 빗방울 파라솔, 바닥, 스파 덮개 등등 주위 이곳저곳 떨어지는 사운드가 특히 매력적이다. 눈 내릴 때도 참 좋을 것 같다 이 때는 비주얼이 압도적일 듯한데, 또 강아지들 눈 밟는 소리 "사각사각 사가가 가가가 가각"까지 나면 와~ 좋을 듯
대충 짐작으로 의도한 건데 꽤나 시작한 시간이 잘 맞아서 대충 밝을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잘 즐겼다
막내는 결국 오늘도 입수. 첫날 한번 경험을 해보니 이 날은 좀 익숙해 보였다. 어둠은 역시 훅! 하고 빨리 찾아온다
스파에서 바라본 비에 젖은 테라스 바닥. 운치 있다. 바닥에 부딪히는 빗물 소리가 좋다 (사장님 피셜, 지을 때 방수도 엄청 신경 쓰셨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에세이더레지던스 공간은 막내가 제일 잘 즐긴 듯한 막내. 천사 강아지. 동물 병원에서도 인기 폭발 (얌전하니까...)
술 마신다면, 한 여름 낯에는 샴페인이 어울릴 것 같고, 비 오는 낯과 저녁은 뜨겁게 데운 사케가 어울릴 것 같다
4. 바비큐 (1층, 2층)
연박의 여행을 하면 그래도 바베큐는 한 번 정도는 하는 편인데 이번엔 4박이고 보통 때 보다 어디 나돌아 다니질 않아서 바베큐 두 번 했다. 테이블도 널찍하고, 덮개 형 그릴에 야외 개수대까지 다 갖추고 있다. 미리 신청해 놓으면 이미 다 세팅이 되어 있어서 원하는 시간에 하면 된다. 안내판을 보면 요청하면 야외 빔프로젝터 설치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첫날은 피곤하니 바비큐 할 생각으로 통영 이마트 (대형 마트는 북통영 아니면 사천으로 가야 함)에 들렀다 왔는데 한 30킬로미터 정도 된다. 사천 보단 가깝다. 밥도 먹을 겸 들린 통영이었는데 하필이면 이 날이 그 SSG 렌더스 우승 행사로 이마트 인천 연수점은 문 닫았다던 그날이었다. 이 날 통영 이마트는 문 닫을 정돈 아니었지만 정말... 이곳도 초토화에 가까웠다. 카트들마다 산처럼 쌓여 있는 과자들. 대혼란에 멘탈 붕괴되기 전 대충 후다닥 집어 온 한우 등심과 등갈비
스파는 관심도 없던 노견들도 역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니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개 때들은 주위를 피 냄새 맡은 죠스 마냥 쉬도 없이 다다다닥 배회한다. 이런 경우는 보통, 그냥 막 미친 듯이 주위를 돌고 돌 거나, 바로 앞에 딱 앉아서 민망할 정도로 아이 컨택트 하기 거 둘 중 하나다
반려견 키우는 집들은 다 이해할 텐데 한우건 뭐건 그냥 다 나눠 먹는다...
이렇게 첫날 밤의 바비큐
1층에서 즐기는 두 번째 바비큐
위에서 말했듯 2층 바베큐 공간은 비가 오면 비를 막을 수가 없어 사용하기 힘들어서 1층의 휴식 공간을 바비큐 겸용으로 쓸 수 있다. 하여, 비 왔던 이 날은 1층에서 바비큐를 했다
5살의 강아지는 아직도 궁금하고 탐구하고 싶고 같이 즐기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인간으로 치면 40대에 진입하며 많은 걸 놓으면서도 또 놓지 않는 그런 모습일까나...
이 날은 수산시장에서 사 온 조개구이.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 중앙의 코끼리 조개의 위엄. (넘 맛있음) 그리고 맛있다는 고성의 가리비. 전국 가리비 생산량의 70%를 이 경남 고성이 담당한다고 한다. 나중 포스팅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옆 동네도 미더덕 (오만둥이 x) 생산량이 전국구 급이던데.. 대체 이 고성의 유명 관광지로부터도 떨어져 있는 이 고즈넉 한 곳은 대체 어떤 곳인가... 조금 넓게 잡으면 가리비와 미더덕의 천국
1층 바비큐 공간과 정원은 바로 이어져 있다. 위 사진은 정원에서 바로 해안가로 나갈 수 있는 철제 계단이다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잡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뉴스를 접하고 태블릿을 켰다. 경악했다.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 경기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 대 반격의 서막이었다는 것은 알지 못한 상태였다
막내 최애 간식. 벨버드. 평상 시에는 수재 간식만 주느라, 저거는 진짜 한 달에 손을 꼽을 듯 상처럼 주는 건데 한 번 주면 2~3일을 물고 다니며 아껴 먹는다
그렇게 흘러가는 낙원의 밤 같은 하루. 월드컵 빼고 현실의 모든 걸 잊고 싶은 편안~한 하루다
8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추억팔이도 할 겸 명동으로 ㄱㄱ. 하늘도 맑고 특히 2022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전체 동선만 정리하고 나중에 명동 추억팔이의 좀 더 자세한 포스팅을 써 볼 예정이다
명동(명동성당, 계성초, 계성여고 옛 터, 장수갈비집)만 돌려고 간 건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중앙우체국을 돔 다음 원해 후암동 투어를 하려고 했지만 주차장 문제 때문에 이태원 드라이브,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 그리고 남대문 저녁으로 코스를 마무리했다 (원래 저녁은 봉래동 자루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문 닫아서 남대문으로 ㅜㅜ)
명동 들어가면 주차비가 너무 비싸서 명동에 올 때는 항상 여기다 주차함. 1시간 3000원. 조금만 내려가면 밀리오레 건너편 명동역으로 이어져서 이용하기 괜찮은 곳이다. 다만 주말 같은 경우엔 빨리 가서 선점 해야 한다. 오전 9시 55분 도착
추억팔이로 돈 명동, 만보기 보니 한 8000 걸음 걸었다. 주차장 > 세종호텔 > 옛 계성초교후문 (창고극장) 오르막 > 옛 중앙극장 > 명동성당 > 샛별동산 > 옛 계성초 > 옛 계성여고 정문 > 장수갈비 > 옛한성화교소학교거리 > 중앙우체국 (스벅과 우편 박물관) > 옛 계성여고 후문 루트로 돌았다
삼일대로를 우측으로 하고 세종호텔을 지나 지금은 영업을 하는진 모르겠는 부산오뎅에 도착하면 아담한 사이즈의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왼쪽 적벽건물이 옛 계성초등학교 건물 (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이다. 편안한 마음의 길지 않고 적당한 경사의 길이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삼일대로의 약간의 휴식 같은 공간. 이 작은 길과 나무들 그리고 계성초의 적색 벽돌 건물이 편안함을 안겨준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옛)계성초 바로 옆에 창고극장이 있는데 지금은 규모가 꽤 커졌다. 옛날엔 진짜 아무도 모를 구석에 박힌 아주 조그마한 그야말로 창고였다. 이 새 건물은 계성초 건물과 동일한 건 아니지만 나름 비슷한 색감의 적색 벽돌의 조화로움을 이루려고 한 것 같다
이 언덕길을 내려오면 횡단보도를 건너 옛 중앙극장 터가 보이는데, 우선 바로 앞 작은 건물의 2층은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는 '무아'라는 통기타 카페가 있다. 지금은 임시휴업인 모양인데 옛날 부인 사장님은 사진 찍는게 취미 신지 필카를 들고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 카페 벽부터 천장까지 인화된 사진을 가득히 붙여 놓았던 분위기가 참 좋았던 곳이다.
중앙극장 터는 지금은 저 LOVE 사인이 인상적인 대신증권 권물로 바뀌어져 있다. 이 거리는 원래 극장 앞 버스 정류장 터이기도 했다. 32번, 45번... 옛 기억은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무아 건물이 옛 추억을 보듬어 줄 뿐이다
1800년도 후반 한국 가톨릭의 첫 번째 순교자인 김범수의 터가 이 곳이다. 그래서 그 절대적 상징성 때문에 이후 한국의 가톨릭 세력이 이 자리를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그곳에 생긴 게 바로 이 명동성당이다. 지금까지야 계성여고, 초교, 가톨릭 회관 등등 주변에 많은 건물들이 세워져서 다른 느낌이지만, 당시 아무것도 없는 주위에 언덕 위 혼자 우뚝 선 명동성당의 절대적 상징성의 느낌은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명동성당 바로 우측의 무화관 꼬스트홀, 생계란을 넣어주던 컵라면과 소보루빵이 참 맛있었던 곳이다. 암튼 어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클래식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을 볼 수 있겠나...
지금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옛 계성여고 정문. 1987년 6월 10일 민주항쟁 당시 명동성당의 시위대에게 자신들의 도시락을 건내주면 힘내라고 하던 여고생들의 역사가 유명하기도 한 곳이다. 그 당시 해산은 계성초의 스쿨버스로 이루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노노노노'의 가수 하수빈이 이 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운동장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계성여고를 우로 하고 조금만 들어가면 명동성당 바로 뒷 편의 샛별동산이다. 옛 계성초교 학생들의 각종 행사 사진을 찍거나 방과 후 놀이를 하던 공간이기도 하다. 뒤에 그 유명한 샬트르 성바로오 수녀회 서울관구 수녀원의 장미 상징 전경창이 보인다. 계성초 레노베이션 건물을 설계했던 김원 건축가의 작품이다. 정원 또한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은 천주교서울대교구청 별관으로 쓰이고 있다는 옛 계성초교다. 지금은 반포로 옮겼다고 한다 (오래전에) 적벽돌의 건물이 수녀회, 여고, 명동성당, 꼬스트홀과 함께 잘 어우러졌던 곳이다. 그 옛날 어느 전교회장의 출마 공약으로 세워졌던 조그마한 시계탑과 작은 규모의 놀이터는 현재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후 남산의 경성 신사 터를 차지하고 탄생했던 개신교의 숭의, 가톨릭의 (지금까지도) 비교적 조용했던 계성, 6.25 전후 우범 집단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며 그 선행을 인정받아 세워졌던 리라... 1980~90년 당시 이 남산 인근 지역의 상징성 깊은 3개의 국민학교들이었는데 그 탄생의 역사들이 참으로 다 다르고도 오묘하다 (누구를 욕하거나 칭찬할 맘은 없고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이상한 돌담길이 생긴 종현언덕에서 바라보는 '그 인스타 카페'. 인스타그램 보면 뒷 배경을 명동성당으로 하고 찍은 사진들이 꽤 많은데 저 건너편 다홍색 지붕의 카페다. 30여 년 전에 맛있는 경양식 집이 있던 그 터...
저 까페에서 바라본 명동성당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캡처해 봄
어찌어찌 찾아온 계성여고 후문. 계성초교든 계성여고든 정문을 따라 나가면 종현 언덕을 타고 내려가 중앙극장 앞 집으로 버스행의 루트지만, 이 계성여고 운동장을 지나 후문으로 나오면 당시 서울 최고의 중심지 중 하나인 명동의 골목으로 바로 이어진다. 당시 초등학생, 여고딩들에게는 눈이 뒤짚힐 만한 신세계가 펼쳐지던 곳이다. '바로 집으로 못가' 행이다... 지금은 다른 용도로 바뀌면서 저 뒷 문도 굳게 닫혀져 있다....ㅜㅜ (여기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꺾으면 그 유명한 함흥면옥이 자리 잡고 있다)
오전 11시를 향해가며 충분히 걸었으니 아점을 먹으러 가는 중 지나치는 충무김밥 1호점. 지금이야 통영보다 더 미친 가격에 팔고 있어서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지만.. 정말 30여년 처음 열었을 때는 명동의 미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암튼 충무김밥집 앞의 옷가게를 들렀는데 세일하고 있는 옷 몇 개 사고 예쁘게 전시된 오르골들이 있어 찍어보았다. 이쁘다.
추억팔이 명동여행이라 아점도 오래된 곳으로 갔다. 50년 전통 장수갈비집. 밥 추가에 고기 가격은 비싸지만 후회 없는 맛이다. 된장국이 특히 맛있는데 반찬이건 된장국이건 리필 신청하면 첨 보다 더 듬뿍듬뿍 주신다. 맛! 있다! 또 갈 거다
이제 추억의 중앙우체국으로 향하는데 이 길은 의미가 있는 게 화교거리와 환전소, 우표, 연예인, 외국 잡지를 접할 수 있는 30여 년 전 소프트한 것으로 치면 하드웨어의 세운상가에 못지않은 즐거움 가득한 골목 거리였다. 문이 닫혀 있어 안을 찍진 못했지만 한성화교소학교... 그리고 그땐 없었던 것 같은 중국대사관이 지금은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성화교소학교를 지나면 바로 중국대사관, 쭉 가면 CGV, 좌측으로 꺾으면 중앙우체국 방향이다. 여기서 WWF 프로레슬링 관련 미국 잡지, 논노랑 이런 무신 일본 연예 패션 잡지, 소피 마르소-장국영 등등의 외국 스타 배우 브로마이드 사진 등의 수입 굿즈를 구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계성여고 후문부터 시작하여 중앙우체국까지 가는 동선은 아이들에게 정말 재밌고도 신기하고도 신나는 동선이었다. 지금 와서 웃긴 건 한성화교소학교는 대만, 주한 중국대사관은 중국... 그러하니 중국과 대만이 땅과 땅의 경계를 나누고 이웃한 신기한 공간인 것이다
특히 중앙우체국의 주변인만큼 이 골목과 지하상가에는 우표와 동전 가게가 즐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는데 이번에 가보니 옛날부터 존재했던 곳이 숨을 쉬며 자리를 잡고 있다. 남들한테는 관심도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의 한 장면을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곳들도 어느 순간 다 밀리고 털릴래나... 그나마 땅 값 비싼 명동이라 함부로 못 하는 건진 몰라도.. 그냥 우리는 밀어버리고 새로 짓고 밀어버리고 새로짓고 하니... 공간의 옛 기억과 추억 따위는 정말 똥 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다. BTS니 영화니 뭐니 무슨 문화 강국에 살고 있다고 부르 짖으면 뭐하나... 공간의 중요성도 자본에게 넘겨준 채 그냥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짓고 돈 더 벌고 개꿀 하는데.. 중국의 홍위병 욕 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도 헐어 버릴 예정이다. 물론 이유는 부동산...
옛날 기억의 명동의 흔적들...
중앙우체국으로 향하던 중 쿠폰으로 받은 스벅 아아를 사기 위해 스벅에 들렀다
말이 2층이지 계단을 좀 올라가야 하는데, 스벅 2층의 뷰는 서울 역사의 중요한 스폿을 포인팅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그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세계와 한국은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건 도로 앞에서 찍어 본 신세계와 한국은행의 그 시절 건물. 일제강점기와 그 후 근현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은행을 지나 쭉 직진하면 그 시절 강북 인구를 막기 위해 만든 법령에 따라 모든 "강북에 유흥, 상업 건물 건설 불가" 원칙에도 불구하고 훗~하고 만들어진 롯데호텔과 아케이드로 향하게 된다. 참으로 할 말이 많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선의 역사적 공간이다
지금은 태권브이 모습을 하고 있는 중앙우체국으로 향했다. 원래 우체국 안에서 우표 보면서 구매하는 기억 때문에 본 건물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주말이라 포기했는데 그나마 지하의 우표 박물관은 문을 열어서 잠깐 구경을 했다
약간 2% 모자란 느낌이지만 아이들과 한번 즘은 와보기 좋은 느낌의 우표박물관. 옛날 중앙 우체국 본관 위 몇 층들을 오고 가면서 느끼던 그 중후한 느끼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느낌의 굿즈 비슷한 전시품들이 있어 귀엽고 재밌었다
달려라 하니 우표도 있더라... 저거 세종문화회관 별관 극장에서 영화로 상영했을 거다. 달려라, 달려라 하니
저 우표 좌측이 그 캐인진 모르겠는데, 작에서 잊을 수 없는 캐, 나애리. 악녀 캐릭터로서 당시 욕은 엄청 많이 먹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달려라 하니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오버랩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육상의 주역, 라면만 먹고 뛴 소녀 17세 소녀, 임춘애! 다. 박찬호, 김병현, 손흥민 등 이전 힘들던 80년대 온 국민에게 짜릿한 전율과 순수한 감동의 희망과 용기의 기억을 선사해준 선수였다
암튼 다시 지하를 나와 명동 메인으로 올라간다. 추억은 많이 사라졌지만 신축 건물의 웅장함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좋은 것일까? 좋긴 좋다. 근데 100% 좋은 것이고 옳은 방향일까...
중앙우체국에서 나와 다시 롯백 건너 명동성당 방향으로 명동 산책을 시작한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옛날 건물 비상계단의 흔적도 보고...
날씨가 좋아 사람들도 관광객도 많았던, 정말 오랜만에 죽었던 명동의 작디작은 활기를 느꼈던 그날
그 와중에 종종 하늘도 쳐다보았다. 신식 건물들로 가득한 명동의 또 한 면
80년 전통의 맛집 하동관도 지나가고...
역시나 명동교자는 사람들의 줄로 넘쳐나고...
산둥 교자도 저때는 저 정도지만 다시 지나가니 줄은 더 서있고...
활기 넘치는 8월 마지막 주 명동의 날씨 좋은 하루였다
자.. 이제 다시 주차장으로...
지하상가의 떡볶이집.. 그 많던 우표집 깡그리 다 없어졌더라...ㅜㅜ
남산동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원래 저 건물에 테잌아웃하기 좋은 커피집이 있었는데 없어졌더라..ㅜㅜ
그래서 여기서 테이크아웃. 아아 2000원 좋다.
주차장으로... 오후 2시 경이다.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10시쯤 왔으니 4시간? 주차비는 12020원 나왔다. 나쁘지 않다. 아니, 괜찮다! 명동 나들이다! 원래는 일찍 나와서 한 코스 돌고 집에 들어가는 게 패턴이지만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았다. 실내보다 밖이 더 선선하니 좋고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고... 어딘가 더 돌아가 보고자 한다. 원래 후암동 산책을 할까 했는데 남산공원 주차장 상황이 말도 안 돼서 포기하고 그냥 이태원 쪽으로 차를 우선 돌렸다
한남동 외인주택 길을 지나 리움 미술관도 지나고...
이태원 메인 도로 분위기 한 번 쭉 본 다음에...
북악 스카이 웨이 팔각정으로 가기로 한다
좋은 날씨인 만큼 사람들도 많아서 주차하기 많이 기다리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곡선 가득한 북악 스카이웨이 드라이브도 하고 경치도 보고 괜찮았다
한 번 쭉~ 둘러본 후 오늘의 10000보를 여기서 채우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목적지는 서울역 건너 봉래동 자루! 그 시절 갈매기살과 라면의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곳!
서울역 건너편 봉래동으로 ㄱㄱ~
갈매기살도 맛있었고, 라면만큼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맛있게 한다고 자랑스럽게 외치시던 사장님이 있던 자루... 접으신 건지 오늘만 영업 안 하는 건지... 암튼 문 닫음 ㅜㅜ
큰길로 나가보니 숭례문이 보임.. 그냥 남대문 가기로 가기로 함. 거기 가면 뭐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때가 5시경...
와... 여기도 사람이 많다...
칼국수 골목과 갈치 골목도 지나지나~
여기서 자리 잡기로 맘을 먹는다. 남재문 숯불갈비. 오래간만에 노상에서 먹는 느낌
갈매기살을 시켰다. 봉래동 자루가 문 닫아서 어쩌지 하면서 정신없이 온 곳이라 나중에는 아, 마포나 종로를 갈 걸 한 생각이 번쩍 들었는데, 여기도 나름 노상과 갈치조림보단 약간 덜 짠 ㅋ 해물된장과 함께 하는 갈매기 살도 괜찮았다.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 하다 보니 저녁이 찾아오고 날씨 좋은 8월 마지막 주 주말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21년 9월 초, 욕지도의 일정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인 전남 남해의 돌산도로 향했다. 어차피 통영 여객선 터미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사랑 통영 복국을 먹을까 하다가 시간의 압박에 그냥 서호시장에서 충무김밥을 포장했다. 어느새부턴가 창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충무김밥 서울 명동 1호점 개점 시 먹었던 그 문화적 충격을 잊지 못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김치볶음밥과 설렁탕을 먹어 본 느낌의 전율과 거의 동급이었다. 그 추억으로 지금까지 먹는다
옛날부터 가는 곳이 몇 곳있는데 동선이랑 겹치는 이번엔 나포리 충무김밥에서 후딱 포장을 해 나왔다.
약 30여분 부랴부랴 운전 후 고성 공룡나라 휴게소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젤 가 쪽의 벤치에 않아 충무김밥을 풀었다. 맛. 있. 었. 다. 하지만 이 여행 몇 주 후 떠났던 전국 해안도로 일주를 돌며 통영 (나포리는 아니지만)에서 자주 가던 충무김밥집의 처절하게 다운그레이드 된 맛과 차림에 엄청 실망을 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 포스팅에서...
돌산도는 여수와 바로 붙어 있는 섬이다. 북동부 쪽은 꽤 유명한 모이핀 카페도 있고 고급진 리조트, 펜션, 카페들이 많아 가족, 젊은 친구들이 많은 반면 이 쪽은 아주 많이 한적하고 조용한 편이다. 남부 쪽엔 전국구급, 남해에서 탑으로 꼽히는 해돋이 명소인 향일암이 있는 곳이다. 최근엔 남서 쪽 작은 섬 화태도와 다리도 연결이 되어 차로 쉽게 구경 갈 수 있다
그 꽤 아랫쪽 (남부 화태도 근처)의 고즈넉하고 아무것도 없는 시골 어촌의 한 예쁜 애견 펜션, 카르페디엠에 도착한 게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애견펜션에도 불구 매우 청결하고 남해 앞바다 뷰를 바라보며 그냥 짱 박혀 있기 딱 좋은 곳이다. 사장님의 공간에 대한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TMI: 친절하심)
딱히 어디 먹으러 갈 곳도 없고 여수도 첨 온 김에 그 유명한 낭만포차나 가보자 해서 길을 나섰다. 이날 비는 매우 무섭게 퍼부을 기운을 보였다. 돌산도가 큰 섬이긴 하나 차도 하나도 안 밀리고 (남쪽 끝에서) 여수까지 30~40분 드라이브 만끾하면서 갈 만하다. 아까 말한 돌산도 북동쪽으로 자리를 잡으면 여수는 그냥 다리 넘어 코 앞이라 보면 된다
아니다 다를까 가는 길에 비가 엄청 퍼부었다. 코로나 여파 및 비성수기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 자리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비는 조금씩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사실 우리 입장에선 비오고 선선한 게 더 좋은 게 큰 걱정 없이 강아지들을 차에 두고 내려도 되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운전자를 제외한 내부 모든 공간은 강아지들에게 맞춰져 있고, 자동차 여행에도 익숙해져서 어설프게 펜션에 두거나 어디 데려가는 것보다는 차 안을 더 편해한다
쨋든 차에는 두고 내려도 시야에는 확보되는게 중요하니 (차 창문도 좀 열어놓고.. 비는 오지만 ㅜㅜ), 주차하자마자 낭만포차 거리 제일 끝? 혹은 시작? 암튼 제일 가에 있는 건물이자 차 시야가 확보되는 입구 외부 자리가 딱 비어있는 집으로 고민 없이 들어갔다, 그곳은 낭만포차 12번.
여수 낭만포차의 맛과 가격은 익히 듣고 간지라, 그냥 하도 여수밤바다,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낭만포차~하는 그 감성이 뭔지 느껴보자 정도로 큰 기대는 없었기 때문에 실망하고 이런 건 없었다. 다만 코로나 전의 옛 사진들을 보면 주차장 쪽에 가판대들을 쫙 펼쳐놨었던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이때는 그냥 건물 안에서만 먹어야 했다.
메뉴는.. 앞서 말했듯 맛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제일 인기 있어 보이는 시그니쳐 메뉴를 시켰다. 아마 '꺼먹돼지돌문어삼합'으로 기억한다. 맛은... 내가 미식가나 맛 평론가도 아닐뿐더러... 무슨 평가를 하겠나... 그냥 이런 낭만포차만의 젊은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친구끼리던, 남/여사친이던, 연인이던 아름다운 밤바다 앞에서 수많은 청춘들이 밤을 불 살라가며 술을 부어라 마시며 소화하기에는 적당한 메뉴인 듯 싶다. (비주얼도 한 몫하고) 그래서 음식 맛에 대한 후회도 딱히 없다.
근데 유독 오늘 우리 강아지들이 차 안에서 짖어 대길래 (그러나 범인은 항상 한놈... 그리고 얘네도 우리가 보여서 그런 듯) 몇 번 차에 왔다갔다 했다. 걸 보시더니 입구에서 손님 모시던 일하시는 분이 강아지 데리고 왔냐고 자리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근데 애견 동반 음식점이라고 써져 있지도 않고 손님들이 또 그렇게 적지도 않은 상황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한사코 괜찮다고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 감사하게도... ㅜㅜ 우리야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으니... 그래서... 데리고 왔다. 3견 등장.
근데 두 놈은 안겨 있고 하니 좀 힘들긴 하더라... 낯선 곳이라 그런지 한 놈 빼고는 바닥에 잘 있으려고 하질 않는다. 암튼 그래도 배려를 해주신 덕분이 강아지들이 맘 편히 즐기고 갈 수 있었던 낭만포차12번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참고로 여긴 애견 동반 식당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마침 저 입구 쪽 데크 자리가 텅 비어서 그날 (덜 분주한 평일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해서 상황에 따라 걍 호의를 배풀어 주신 것 뿐이다. 애견인들은 착오 없도록!
꽤 일찍 간 편이라 9시가 되기 전에 자리를 뜨고 강아지들 산책 겸 한 바퀴 쭉 돌았다...
어릴 적 본 하멜의 이야기는 나름 로빈슨 크루소만큼은 아니어도 (서바이벌류 감성은 아니어서) 재밌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표류 끝 조선 땅 도착 후 강제 감금되었다는 것에 소오오름....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있고 오미크론 유행으로 외식도 안 한지가 정말 꽤 되었다. '22년의 타임라인을 보니 1월부터 지금까지 외식을 딱 한 번 했다.
3월에 병원 다녀오는 길에 근처 황생가 칼국수 한 번, 1주 전 즘 강남역에 치과 갔다가 오는 길에 연돈볼카츠에서 포장해서 차 안에서 먹은 거 정도.... 가 다였다. 오미크론 사유도 있지만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황폐했었는지....
석촌호수에 벚꽃이 난리라는 SNS 소식들, 몸으로 느껴지는 따스한 날씨들, 그리고 무엇보다 알프람까지 다시 먹어가며 피폐해진 정신치유를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일요일 아침 석모도 나들이를 결정했다.
언제부턴가 나의 석모도 나들이는 간단하다. 일찍가서 돌캐 식당에서 아침 먹고 쏠레 카페에서 커피 한잔 먹고 가볍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정도. 그 정도 하면 12시 30분에 집에 들어오게 된다. 좀 더 즐기고 싶으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하곤 하는데 이번은 딱 베이직 코스로 다녀왔다. (사람들 없는 시간에 가서 들어오는 시간에 빠져나가기 ㅋ)
근데 왠걸, 북서쪽이라 그런가? SNS에서 듣던 벚꽃 만발은 어디에도 없고 강화도와 석모도는 이제 막 겨울에서 깨어나는 수준이다. 벚꽃들도 핀 곳이 있긴 한데 거의 없고 이제 막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오랜만에 나온 거라 그리 실망스럽진 않았다. 아마도 다음 주? 정도면 이곳도 만개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초간단 코스로 가는거라 오션드라이브는 포기하고 숏컷인 한가라지 고개를 넘어 돌캐 식당으로 향한다. 주차하면서 찍힌 영상 캡처인데 이 집은 저 "왕회장님 밥상"이라는 캐치 프레이드가 눈에 띄는데 강화도 공식 홈페이지인 ganghwa.go.kr에 따르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님이 직접 드시고 그 맛을 극찬한 정식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왕회장님 밥상"이라는 메뉴로 바꿔서 부릅니다"
라는 소개글이 달려 있다.
오늘도 첫 손님이다. 항상 저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뷰라기 보다는 바로 주차한 자리 쪽에 앉아서 창문 활짝 열어 놓고 차에 있는 강아지들과 서로 볼 수 있다. 서로 덜 불안하다. 날도 풀렸으니 식당 창문도 확 개방되어 있어서 더 좋다. 이른 시간이라 오는 손님도 거의 없을 때가 많아 맘도 편하다. 영화 보러 가는데 혼자 전세 낸 느낌?
그래도 유명한 곳이니 피크 타임엔 분명 장사가 잘 될 것이다.
밥이 나왔다. 식당 갈 때 오픈 시간에 가면 좋은 점은 사람도 없어서 좋고 밥도 갓 지은 느낌이라 좋다. 항상 저 꽃게탕+벤뎅이회무침을 시키는데 하나 아쉬운 건 게장은 메뉴에 없다. 그리고 항상 단호박 들어간 얼큰한 꽃게탕 목적으로 돌케 식당에 가는데 이게 저 강화도/석모도 지역에 가면 또 밴댕이를 안 먹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 있어서 항상 저렇게 시키게 된다.
꽃게탕을 시키면 어디든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굳이 꽃게탕 먹을 필요 없으면 벤뎅이회무침+조개탕 조합의 "왕회장님 밥상"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조개탕은 맛은 본 적은 없지만 쨋든 저 집의 백미이자 시그니쳐는 저 나물 반찬들이기 때문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극찬했다는 것도 아마도 저 나물 반찬들 정식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약간 짜긴 하는데 참고로 나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저염분으로 먹는다. 일반인들에겐 문제없을 듯?) 민들레, 은이버섯, 삼채 나물, 고춧잎 등등 설명은 해 주시는데 개인 적으로 인상에 남는 건 우측 최상단의 갈색 돼지감자다. 보통 감자 하면 부드럽게 으깨지는 연상을 일반적으로 하는데 저 돼지감자란건 식감이 되게 아삭아삭 하고 장아찌에 의한 맛도 있어 새우깡에 손이가요 하듯 계속 손이 간다.
위 지도에 표시 해 놓은 것처럼 자동차로 1분? 정도 가까운 거리에 항상 가는 카페 쏠레가 있다. 석모도의 관광 스폿 중 하나인 <석모도 미네랄 온천> 진입로에 신축한 것으로 보이는 1층에 있는 카페다. 사실 앞 쪽 바다 뷰는 미네랄온천 부지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뷰만 따지면 쏠레의 장점은 떨어진다.
하지만 항상 가는 이유가 있다. 왠지 편안하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 했지만 부녀로 보이는 (뇌피셜임)두 사장님이 풍기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말로는 잘 표현 못하겠는데 좀 힐링되는 느낌? 두 분 다 굉장히 친절하시고 편안한 느낌이다. 추정키로는 저 건물주 같으신데 뭔가 재력으로 인한 편안함보다는 선한 사람들 같은 편안함이 있다. 특히 우리도 다 견을 키우는 집이다 보니 저분들 동물 사랑도 크신 것 같아 더 친숙한 느낌이다.
대한민국 전체 바닷가 지방 카페의 장점은 항상 그 "그레이트 뷰"인데 아까 말했듯 뷰는 미네랄온천 부지에 뺏긴 상태이지만 (말이 그냥 뺏겼다이지 온천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그냥 뷰의 특성은 거의 없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주시길) 인테리어도 예쁘게 해 놓고 그 카페와 사람들이 풍기는 힐링 감성 때문에 그 기분으로 항상 찾는 곳이다. (그렇다고 많은 대화를 많이 나눠 본 건 아니고 걍 촉으로 느끼는 그런 거....)
카페를 지키는 터줏대감 푸들이 있는데 3살이라고 한다. 사장님들은 우릴 기억 못할 수도 있겠지만 쟤네들은 몇 번 만나서 아마 서로 냄새를 기억할 것이다. 하아... 그런데 우리 푸드리 보니 진짜 돼지네....ㅜㅜ 13킬로.... 암튼 애견 카페는 아닌 것을 참고. 우린 항상 테이크아웃이라 손님 없을 때는 주문하는 동안 잠깐 애들 들어가 있는 건 허락해 주시는데 손님 있을 땐 밖에 두고 들어간다. 암튼 애견카페는 아니니 착오 없으시길.
이 날은 카페 사장님이 미네랄 온천 건물 좌측으로 쭉 가면 산책길이 나 있다고 말씀 해주셔서 "오늘의 산책 코스"로 그곳을 잡았다. 암튼 좌측 비포장 도로 쪽으로 쭉쭉 가면 제방길이 나온다.
다시 뒤를 돌아 직진하는 방향으로 보면 좌측엔 낙가산 중턱에 위치한 보문사의 눈썹바위 암벽이 보인다.
저 눈썹바위 암벽엔 보문사의 자랑인 마애석불좌상이 위치하고 있다. 높이가 9.2미터다. 배를 타고 갈 수 있던 석모도 시절에는 더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물안개가 자욱한 시점이면. 여기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전해져 많은 여성들이 순례하듯 찾아오는 곳이라고도 알려졌다 - 이 내용 역시 문화재청 출처. 단, 보문사 마당에 강아지들은 같이 갈 수 있는데 더 마애석불좌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
암튼 우측 바다 방향으로는 제방길 풍경이 먼저 펼쳐진다. 갈대와 억새가 비슷하게 생겨서 항상 햇갈리는데 제방이라 해도 갯벌 쪽이니 아마 갈대가 맞지 않나 싶다. 식물도감이라도 하나 구입해야 하나... 이런 무식한....
유독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던 곳이라 잠시 멈춰서 흔들리는 갈대들 보면 잠깐 멍 때리기도 했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암튼 좌 낙가산, 우 갈대밭 제방길을 지나 쭉쭉 직진을 해본다
저 끝까지 가보니 드디어 바닷가 산책로가 펼쳐진다. 다른 시간에 왔다면 바닷물로 가득 찬 공간이었을 게지...
이렇게 쭉 길이 펼쳐진다. 약간 좁으니 사람 많을 때는 조심
산책하면서 안내판이 하나 나오던데 이곳은 석모도 바람길이라고 해안길을 따라 바다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16킬로미터의 긴 코스다. 5시간 동안 석모도를 경험하는 코스다. (내 기억으로는 겨울 제주도 한라산 등반이 5시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해의 비 매력 중 하나가 밀물 썰물 때문에 나 같이 일찍 다니는 사람들이 가면 물이 빠져 있는 상태라 죄다 갯벌인데, 석모도에서 하루 이틀 보낸다면 일몰이나 일출 시간에 맞춰 저 코스를 거닐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또 가득 찬 바닷물이 없는 게 실망이라곤 했어도 또 저렇게 군데군데 치고 들어온 물의 흔적들을 보고 있자니 산책길 중간에 앉아 또 잠깐 멍을 때리게 되더라.
저런 뷰도 참 편안했다.
난 멍 때리는 동안 강아지들은 물도 벌컥벌컥 하시고...
바람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듯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곳이었다. 다만 춥지도 않고 적당했는데, 여름에 산책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뜨거운 한여름 오픈된 공간에서 맞는 바람은 포항 바람의 언덕이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ㅎㅎㅎ 갑자기 생각나네
암튼 16킬로의 먼 길 코스를 당연히 완주하진 않았고 간단한 산책을 끝으로 돌아왔다. (한 12번 정도까지 간 듯?) 석모도를 도보로 직접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코스일 것 같다. 바로 위 지도의 보라색 코스다. 거의 석모도의 1/3 수준을 도는 코스다. 왼쪽 출발점 주차장은 미네랄 온천/카페 쏠레 주차장이다. 정식 이름은 강화나들길 11코스다. 알려주신 쏠레 카페 사장님께도 감사.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한 12시 30분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만개한 벚꽃은 없었지만 몇 개월 만의 외식과 외출. 막내 강아지 생일. 그리고 지방이 반겨주는 푸근함으로 알프람이 전혀 필요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복용하게 된다는... 내 정신적 안정은 언제 찾아지려나... ㅜㅜ 어쨌든 그래도 좀 동남 방향으로 오니 벚꽃들이 좀 피고 있었다. 한 교차로에서 신호등에 걸려 정차하고 있는데 만개한 벚꽃이 나의 고프로에 잡혀 있었다.
일단 강아지와 함께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아침산책이나 하자하고 멋모르고 내려갔다가 지속되는 험난한 여정에 힘듬과 아슬아슬함의 연속을 경험하고 왔다. 하지만 해돋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으로 인한 아름다운 빛깔의 하늘 그리고 바다와 바로 맞닿아있는 풍경들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영덕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하여 창포말 등대까지 가는 길이다. 영덕해맞이 공원 주차 > 창포말등대 > 윗 도로로 다시 영덕해맞이공원 주차장까지 가는 게 코스였다. 이날은 코로나에다가 비수기인 11월의 수요일 아침이었기 때문에 애매한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목줄 없이 강아지들과의 산책이 가능했다. 동해안 블루로드 코스 중에서도 이 B코스가 상당히 유명하다고도 하니 성수기나 관광객들이 몰릴 시간엔 추천하지 않는다. 강아지들이랑 다니기에는 위험한 길도 있고 사람들이 많으면 민폐 직행이기 때문이다. 쨋든 약 46분이 걸렸다.
아침에는 건강한 막내 푸들만 데리고 나와 영덕해맞이 공원에서 해돋이를 보았다. 공원을 조금 돌아보니 우측에 밑으로 내려가는 산책길이 보여서 펜션으로 돌아가 근처에서 아침을 먹은 후 나머지 노견 두 마리도 데리고 나와 가볍게 아침 산책을 하기로 했다.
비수기 평일 이른 아침 시간이라 인적이 전혀 없어 그냥 풀어주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가는 곳마다 인적이 없어 강아지들이랑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특히 좋았다. 암튼 해파랑 코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저런 계단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올 생각이었다.
우리 강아지들이 편한 점은 어디로 툭 미친듯이 튀어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저렇게 딱 멈춰서 기다리거나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처음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만만한 길들이 펼쳐졌다. 그래서 그냥 계속 가본다.
가보면 막힌 길도 보인다. 밧줄이 쭉 메어져 있는 것을 보니 옛날에는 저거 붙잡고 더 빨리 절벽을 타고 내려갔나 보다. 지금이야 위험해서 무리지만 몸이 건강했으면 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암튼 오른쪽 계단으로 방향돌려 쭉쭉 내려가 봄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책길이 시작되나 보다 했다. 좌측 1km 가면 오보 해수욕장, 우측 1.5km로 가면 해맞이 공원. 우린 오른쪽으로 향했다.
우측으로 방향을 트니 바다가 보이는 정자가 보임. 저 때만 해도 저 즈음에서 풍경이나 보다가 돌아가려고 했다
이 정도면 뷰가 나쁘지 않지 않으가... 저 좌측으로 오보 해수욕장 방향 길이 보인다
다들 잘 따라오고 있다
근데 좌측으로 좀 더 가보니 하늘 색깔도 같이 여울어져서 뷰가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좌측으로 쭉 이어지는 산책길을 계속 이어나가보기로 한다
경치를 쭈욱 훓어보았다
끔찍한 오르막이 펼쳐진다 하지만 돌아가기도 애매한 거리까지 왔다
어서 올라 오란다....
꾸역꾸역 올라가니 뷰는 좋다. 어릴 때 저렇게 구름 속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 예수 재림이라고 킥킥대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두 마리가 아닌 세 마리다. 노견이라 품에 안고 낑낑 따라온다
오르막 내리막~ 길을 계속 걸어간다
꾸불꾸불 드디어 내리막이 나온다. 바다가 가까워지니 기분은 좋다
호로록 내려가는 푸들님
이젠 돌이킬 수 없어서 계속 쭉쭉 가 본다. 아마 이 정도가 코스 중 바다와 제일 근접할 것이다
엣 햄~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은 계속된다. 더워서 웃옷을 제낄 정도다
계속 전진 앞으로-
헐... 또 긴 길이 펼쳐진다....
어쩔 수 없으니 직진....
온 길을 돌아보기도 해 본다...
계속 간다
워쨋든 멋있고 아름다운 뷰는 계속 펼쳐져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바다와 근접해 외다리도 나온다. 길은 끝이 없다. 계속 길이 좀 위험해져서 강아지들은 모두 들어서 옮기기 시작한다
돌아보면 또 이런 가까운 곳에서 파도치는 기분. 역시 자연이 좋다.
계단을 넘어 여정은 계속된다. "혹시 여기까지 구조 헬기는 올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해본다
강아지들 다리 짧을수록 불리한 길들이 많다
다시... 오르막길
언덕을 넘으니 전망대로 보이는 포인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륙 쪽을 돌아보니 풍력 발전기도 보인다. 드디어 다 와가는 듯하다
드디어 싸인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블루로드 B코스 시점... 아,,,, 우린 거꾸로 오고 있었던 거구나...
딱 요 빨간 박스 지점까지 온 거다. 생각지도 못한 코스여서 힘들었지만 포인트마다 마주치는 풍경들은 굉장히 좋았다
자기들도 이제 편안해졌는데 앞으로 툭 튀어나간다
약속 바위 전망대 포인트다.
전망대 구경하러 가는 막내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친 사람은 없어서 그냥 무인도에서 탐험한 듯한 기분이다
전망대 데크에 올라서고 오른쪽에 위치한 약속 바위. 저 주먹 같은 곳을 가운데로 하고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사진을 찍는게 전통인 모냥인데 심신이 지쳐있는 우리는 그냥 한 번 쓱 보는 것으로 만족
여기까지 거의 안겨서 제일 편하게 오신 최연장자 분
약속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파도 풍경
기념사진이고 뭐고 그냥 뒤로하고 다시 떠난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다
오우 지쟈스... 극혐 하는 오르막 계단을 다시 마주함
뒤 돌아보니 못 가겠다는 자들 속출...
그래도 뭐 할 수 있나, 꾸역꾸역 올라감
막 코스라 계단만 쭉쭉이 어지는데 이제 정상이 보이기 시작함
드디어 정상인 창포말 등대가 보임
대게 발이 우리를 반긴다. 대게는 동해안 내내 어느 곳에서나 지겹도록 마주하는 것이다. 동해안은 전체가 대게로 꾸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전 9시 53분 창포말 등대 주차장에 도착. 아직도 인적은 없고 물 마시고 싶었는데 매점도 열지 않았다
주차장 밑을 살짝 내려다보니 또 다른 전망대 데크가 보인다
전망대와 그리 멀지 않고 바로 코 앞이지만.. 가지 않습니다 충분히 지쳤습니다
자, 이제 완주하려면 주차해 놓은 영덕 해맞이 공원으로 다시 저 빨간 동선을 타고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평지라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약 672m 거리다. 한 10분?
정상에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8킬로 지점에 BTS MV 화영 연화 촬영장이 있다고 유혹하는 사인이 나오지만 이미 저희는 지침
돌아가는 길은 크게 부담 치는 않았다. 근데 올라오는데 저 중간 길로 오면 더 예뻤을 수도... 가는 길은 저렇게 게다리 형상을 한 반-아치스러운 은색의 조형물들이 이어져 있다
돌아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창포말 등대가 역광으로 비춰 보인다. 이렇게 해파랑 코스의 져니가 끝났다 오전 10시경
목이 너무 말라서 차로 이동 중 보이는 커피집에서 아아 한잔씩. 요즘 지방 가면 경치 좋은 스폿은 죄다 대형 카페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무브온 커피라는 곳
구글 지도에 가본 곳 정리하다가 우선 중형견 3마리가 가능한 애견펜션과 맛집 정보만 우선 넣어놨다. 우리같은 다견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볼거리는 아직 업데이트 해야함. 지도 상 아이콘을 누르면 각 포인트의 설명과 사진들을 볼 수 있음 (지속 업데이트 예정이니 널리 공유 가능)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비수기에 인생 버켓 리스트 중 하나였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를 다녀왔다. 2주간의 시간이 다소 빡빡하긴 했어서 바쁘게 움직이긴 했으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한 두 달이면 좋을 듯한 일정이었다) 서해부터 시작해서 남해를 돌아 동해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동선이었다. 서해의 강화도와 태안은 다녀온지 얼마 안돼서 넘어 갔고, 신안과 진도는 일정 문제로 둘러보지 못한게 좀 아쉬웠다. 남해의 여수나 통영도 마찬가지 케이스여서 안 가본 곳 위주로 동선을 찍었다.
부산은 통과할 일정이 주말이어서 도저히 그 도시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운전 할 순 없을 것 같아 거르고 내륙으로 해서 울산으로 갔다. 속초 이상까지 올라가고 싶었으나 으외로 그 북쪽라인에 강아지 3마리 데리고 갈 숙소가 마땅치가 않아 해안로 일정은 강릉에서 꺽어 양평의 외딴 산 속 펜션에서 이틀 아무것도 안 하고 여행독을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11월 중순~말 비수기에 애매한 시간 대여서 그런지 (매일 새벽부터 움직이기도 했고)...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었다. 어쩔 때는 스산할 정도로. 코로나에 강아지들까지 있다 보니 이 점은 정말 정말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간혹 춥기도 했는데 남쪽으로 갈수록 날씨도 좋아지고 (패딩 안 입을 정도) 특히 밤에 모기가 없어서 너~무 너~무 좋았다. 통영에 도착할 당시에는 자켓도 벗어버릴 정도..
서-남-동해의 각기 다른 매력: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정말 셋의 느낌이 다르긴 하다. 남해는 수 많은 섬들과 꾸불꾸불한 길, 그리고 숨어 있는 여러 풍경들 때문인지 한 폭의 그림 같다. 동해는 그냥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가며 보는 역동적인 파도 때문인지 움직이는 동영상 같다. 서해는 잘 모르겠다. 갯벌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매력이 떨어진다. 물론 남해도 갯벌이 있긴 하지만 서해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서해도 세만금이라던지 좀 더 멀리 떠나보면 강화나 인천에서 보는 그 느낌이랑은 또 다르긴 하다.
맛집:
최대한 백반 위주로 찾아 다녔다. 이번 여행은 매일 일출과 일몰을 보는게 목표였어서 특히 일출 후 아침 일찍 여는 지역 별 아침 백반이 포인트 였다. 100% 달성은 못했지만, 처음 먹어보는 음식, 우연히 찾은 식당 등 실망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맛있어서 즐거웠다.
아침 식사 및 맛집은 남해가 더 찾기 쉬웠다. 심지어 가격도 남해가 훨씬 나았던 것 같다. 서해와 동해는 사람들이 시즌마다 찾는 전통적 관광지가 많아서 그런진 몰라도 이른 시간 여는 식당 및 가성비 부분에서는 좀 실망이었다. 특히 동해... ㄷㄷㄷ... 일단 강구 라인부터 시작하면 죄다 비싼 대게 밖에 없는 수준이다. 다만 서해의 경우 서울과 가까울 수록 편의 시설 및 관광에 딱 안성맞춤인 시스템이 잘 잡혀있다. 심지어 애견과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이 서해 관광지 쪽이 제일 많다.
해안도로 따라 전국 일주임에도 불구하고 회를 거의 먹지 않았다.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ㅎㅎ 그리고 지방 음식점들 마다 직접 잠그는 김치와 깍두기를 매 끼 맛보는 것 또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중형견 3마리와의 여행은 쉽지 않다:
다견을 가진 집들은 완전 이해할텐데 사실 5킬로 미만 소형 한 마리가 어딜 가든 여행하기가 제일 쉽고 편하다. 하지만 중현견 3마리? 이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잘 받아 주는 숙소가 없기 때문에 전체 여행 동선은 강아지들 숙소 결정에 따라 가기 마련이다. 숙소 공지 다 읽어 보고 전화해서 사장님들이랑 3마리 견종, 무게 다 말씀드리고 컨펌 후 예약까지 해야되는데, 이번처럼 돌아다닐 곳이 많은 여행 준비에 있어 특히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위의 다견 가능한 펜션 목록 구글 지도를 만든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야지) 암튼 이러한 이유들로 위생, 청결 등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꽤 많다
사실 이 시기가 가장 좋다. 애견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차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날씨가 이 때즘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제일 좋다. 다만 자동차에도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애들이 하도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다행히 모르는 펜션 방 보다는 차 안을 더 편해한다.) 잠도 잘 자고. 암튼 동물들도 여러마리면 자연스레 위계질서가 잡히기 때문에 자동차 안에서도 자기들의 공간이 정해진다. 앞 쪽 운전석은 서열 1위의 자리다. 바닥 쪽에 집에서 사용하는 수제 쿠션을 대 주고 자리에도 이불 더미로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뒷 자석으로 가는데 여기도 따로 미끄럼 방지 시트를 설치한 다음 다시 사용하던 쿠션을 마련해준다. 말 그대로 자동차 안은 인간을 위한 공간은 별로 없다. 3마리의 편의를 다 맞춰 줘야지 안 그러면 .... 헬이 열린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펜션에 들어갈 때도 집에서 쓰는 익숙한 그 쿠션들과 담요들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 트렁크에 강아지 전용 여행가방과 사료+간식 한 박스가 차지할 공간도 물론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서울과 근접한 서해 (특히 안면도 쪽)는 애견 특화된 곳이 많다. 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태안의 바다를 바라보는 '(내가 사진으로 봤을 때는) 누추한' 한 글램핑 장에서는 하루 한 마리 당 3만원 내야 하는데 "올 수 있겠어요?" 하며 귀찮은 듯 배짱을 부리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반려견 특화가 되어 간다 해서 꼭 좋은 것만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ㅆㅂ ㄱㅅㄲ 진짜.. 내가 항암치료만 안 했어도.... 또 생각나니 열 받네... 혹시 몰라 아직 통화 녹음내용을 가지고 있다.
넘어가서 남해 쪽은 아직 많지가 않은데 계속 생기고 있는 분위기다. 몇 년전만 해도 남해 여행은 힘들게 갔던 기억이 있는데 꽤 많이 생기고 있다. 다만 공원이나 유적지 같은 곳 중 서남동 통틀어 남해가 제일 제한이 많았던 것 같다. "동반금지" 사인이 꽤 많이 걸려 있다. 하지만 우리 애견인들도 응가 치우기, 목줄 등 지속적으로 철저히 하는 에티켓을 보여주면 분위기도 또 바뀌지 않을 까 한다. 다만 동해는 생각보다 3마리 데려갈 곳 찾기가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인스타 특화된 젊은 친구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해서 그럴까 모르겠지만 5킬로 미만 갈 수 있는 곳이 (어디든 그렇지만) 대부분이다.
매력적인 오션 드라이브:
오션드라이브를 유독 좋아하는데, 진짜 이번에 바다는 질리게도 많이 본 것 같다.
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아름다운 빛들의 향연인 해질녘, 일출 시의 오션 드라이브도 너무 좋고~!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하는 것도 매력이지만 대교를 바라보면서, 혹은 대교를 넘어가는 순간의 드라이브도 정말 매력적인데 특히 서해와 남해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많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잇는 대교들이 꽤 많이 지어져서 접근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11월 중순 녹동항에서 거금도를 가기 위해 거금대교로 가는 도중 큰 화재 현장을 마주치기도 했다 ㄷㄷㄷ.....
해안도로 드라이브다 보니 잠깐 멈춰서 이런 등대 스폿들까지 걸어가며 바다를 느끼기도 하고,
드라이브 하다 보면 안 먹는 커피도 이렇게 들려서 먹게 되는데 전망이 좋은 곳이 특히 많다
남해건 동해건 압도적인 오션뷰를 자랑하는 카페들이 정말 많다. 진짜 뷰 맛집 천지다
이렇게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압도적인 인스타 뷰를 자랑하는 대신 개인 카페들은 비싸다. 한 두번 가면 상관 없는데 진짜 운전 오래하면서 잠깐 음료수 마시듯 종종 들릴려면 가성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이런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많이 볼 수도 있는데, 여긴 묵호항의 투썸플레이스다. 개인 카페들보다 값이 싼 프렌차이즈인데도 이런 뷰를 가지고 있다. 그냥 테잌 아웃 할거면 프렌차이즈가 가성비 값이다
추가로 바다위의 육교처럼 건설 해놓은 스카이워크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 위의 이가리 닻전망대는 지도와 같이 독도를 향해 있다. 멀어서 내 눈엔 보이진 않았지만...
동해, 남해.. 특히 남해의 경우 펜션과 음식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곳은 당연하게 압도적 오션뷰를 자랑한다
아니면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서 전망을 바라보기도 하고(이 날도 타워 방문객이 우리 빼곤 1도 없었음...),
아니면 인공물을 떠나 이런 자연의 신비로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아니면 역시 중간중간 해변가에 들려 역동적인 파도의 리듬을 느껴보거나... 정말 오션드라이브는 값지고 멋지고 행복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깨끗한 편의시설, 화장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깨끗한 화장실들이 옛날 대비 너무나도 많아 졌다는 것이다! 수시로 배가 아픈 관계로 어디 가면 화장실 의식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데 옛날엔 공중 화장실 가기가 꺼려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지방 화장실들이 정말 관리가 잘된 곳이 많아서 너무 놀랐고 좋았다. (물론 안 그런곳도 있지만.. 사실 관광객이 드글대는 곳일 수록 좀 더럽긴 하다... 국룰임) 특히 위 사진은 무슨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닌 동해 해안도로의 작고 뜬금없는 부둣가의 한 공중 화장실인데 깨끗했다. 너무 좋았다
동해 무녕왕릉 보러 가서 만났던 장수 영물, 거북이... 무녕왕릉 앞이라서 그런지 뭔가 신비해 보였다....
마지막..
가운데 노란색은 뉴론틴이라는 신경통 약이고, 저 공진단 같이 생긴 건 황진단인데 (광고아님) 아무래도 항암 이후 체력이 달리다 보니 이번 여행의 하드캐리는 역시 이 둘 덕분이었다. 뉴론틴은 매 끼마다 안 먹으면 손발이 너무 아픈데 맨날 먹는거긴 한데 올린 이유는 여분의 약 챙겨놓은 걸 깜빡해서 엄청 당황했었다. 특정 과에서 처방 필요한 약이라 더더욱.. 그리고 매일매일 힘든 일정이다보니 하루 하루 황진단 씹어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저게 한 알에 2만원... ㄷㄷㄷ...
제목에는 전국이라고 박긴 했는데 사실 몇 곳 되지는 않는다. 해돋이 테마로 여행간 건 얼마 시작하질 않아서. 그래도 한 해가 가는데 1월 1일을 기다리며 해돋이 경험했던 곳들 몇 개 기록해본다. 거의 다 9월~11월 사이의 일들이다.
<구글 내 지도를 만들어 보았다. 여기는 일출 스폿용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 볼 예정>
자연은 정말 대단한데 그 움직임을 느끼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출/일몰은 그나마 인간의 눈으로 자연의 움직임의 대경관을 인지하면서 볼 수 있는 순간들인 것 같다. 그때 온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온갖 빛의 향연들. 그리고 힘든 새벽/아침 일정 이후 찾아가는 맛있는 아침 맛집까지! 일출의 경험은 넘나 좋은 것
| 영덕 해맞이 공원
11월 기준 보통 5시 즘 나가면 암흑이었고, 대략 6시~6시 30분 정도 되면 여명이 시작되며 어? 해가 왜 안 뜨지 이러는데 이후 7시가 좀 넘어서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에 가까워지니 나침반을 보고 완전 동 쪽에서 안 뜨는 거 보고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이 즈음되면 남동쪽으로 점점 치우쳐진다고 하니 암흑부터 장시간 동안 고프로 같은 동영상, 타임랩스 찍다가 막상 해 오르니 카메라 구도를 바꿔야 하느라고 당황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이 팁이 도움이 되겠다. 암튼 이런 것들 때문에 처음엔 당황했는데 몇 번 해보니 학습이 대충 돼서 시간 절약을 좀 할 수 있었다.
11월 말을 향해가니 좀 춥기도 하고... 평일 여행이라 가는 곳마다 인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 날은 나 말고도 차가 두 대 정도 더 있었다. 이름이 이름만큼 해돋이에 특화된 곳이다.
고프로로 장시간 영상 찍느라 사람도 차도 없는 평일 시간이라 그동안은 강아지랑 왔다 갔다 산책을 한다. 뭐 사람도 없는데 카메라 훔쳐갈 염려도 없고 ㅎㅎ. 그리고 해돋이 보기가 끝나면 공원에서 아래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는 '해파랑로' 트래킹 코스를 추천한다. 약간 힘들긴 하지만 아래로 내려가 바다와 맞닿아 일출의 마지막이 끝나지 않은 온갖 빛이 가득한 하늘과 함께 바로 앞에서 근접히 부딪히는 파도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경관을 경험할 수 있다. (요건 따로 포스팅 예정)
| 동해 일출로 올리브 펜션
해안도로로도 유명한 동해 일출로에 위치한 애견 동반 펜션, 올리브 펜션이란 곳이다. 들어가면 대형 사이즈 창문이 하나 있는데 여기의 장점은 굳이 밖에 나갈 필요 없이 멋진 해돋이를 맛볼 수 있다.
자동차 5분 정도 거리의 묵호항 활어회 센터에서 포장해 와서 노을과 일몰을 바라보며 먹는 것도 좋다. (회센터 치고 가성비가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일출이나 일몰 보기 위해 움직이는 그 잠깐의 여정도 좋긴 하지만 안 움직여도 된다는 장점을 제공하는 게 펜션이기도 하다.
| 남해 금포 (은빛아라펜션 앞)
남해 상주면에 있는 곳인데 천하 몽돌과 송정 솔바람 해변을 바라보는 곳이다. 펜션에서 나가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이 날도 비수기에 평일이라 어업 준비하시는 배 한 척 정도와 아침 낚시꾼 한 팀 정도 빼고는 인적이 없었다. 그냥 조용한 작은 시골 분위기여서 우리끼리 잘 논 것 같다.
근처엔 해변은 아닌 것 같지만 해변 같은 모습의 바닷가가 있고 부둣가를 향해 트라이포드들이 있다. 이곳에서도 낚시 많이 하는 듯. 역시 낚시꾼이 없는 곳은 대한민국 바닷가에 없는 듯.
| 거금도 소원동산과 스타킹 펜션
일출 시간 확인하고 6시 즈음 일어나 준비하고 소원동산으로 향했다. 바다여행, 특히 섬 여행할 때는 꼭 해돋이 명소들이 잘 표시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본인 만의 장소를 모를 땐 그냥 유명한 데 가서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거금도의 소원 동산도 그런 일출 스폿 중 하나다.
11월 여행은 진짜 좋았던 게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아예 저렇게 나만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한 10분 정도 떨고 있으니 진짜 아무도 없을 것 같아서 명당자리에 캠핑 의자 놓고 여유롭게 해돋이를 즐겼다. 아직 해가 수평선 튀어나오기 전의 여명이다. (여명 맞나?)
저 앞에 보이는 섬은 지도 상으로 확인 해 보니 대취독섬(작은 것)과 대취도(밤머리)인 것 같다. 소원동산 아래로 보니 등대가 있는 작은 방파제가 있던데 한 아저씨 한 분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소원동산도 괜찮지만 나중에는 아예 저렇게 바닷가로 내려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금도에서 2박을 있었는데 스타킹 펜션이란 곳의 뷰도 참 좋다. 여기도 잠잘 때 객실에서 파도소리 들리는 수준으로 바다와 가깝다. 그리고 아침만 일찍 일어나면 나와서 일출도 볼 수 있다. 처음에 왜 이름이 스타킹이지? 했는데 그 스타킹이 아니라 스타(별)-킹(왕)이었다. "스타⭐킹👑"
따로 데크에 포토존도 만들어 놔서 바다 뷰로 사진 찍기도 괜찮다. 펜션 자체로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서 커피 마시러 가도 된다. 거금도뿐만은 아니겠지만 여기도 숨 막히는 바다 뷰를 끼고 펜션+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좀 더 벌리면 펜션+카페+음식점, 혹은 거기다가 술집까지 더 얹는 수준... 지금은 코로나 등 때문에 3 혹 4 콤보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 신지도 동고리
여긴 완도 아래로 이어져 있는 신지도의 동고리다. 동고리 해수욕장 쪽 방향으로 중간에 있는 동고리 캠핑장을 뒤로하고 남해의 생일도와 청산도 사이 방향으로 일출을 즐길 수 있다.
바다와 캠핑장 사이로 자동차 도로가 하나 쭉 나 있는데 거기 갓길에 세우고 경치를 구경했다.
동고리 캠핑장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동고리 방파제가 있는데 거기는 그리 높지 않은 전망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끽해서 천천히 5분이면 올라갈 듯하다. 올라가면서 그리고 내려가면서 일출의 좋은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주소는 동고리 산340으로 나온다.
높지 않은 전망대지만 바로 남해로 탁 트여 있어 충분한 경치를 자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동고리 전에 두무개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전망대는 없지만 저 풍력발전기들이 경치를 한 껏 돋우는 곳이 있다. 여유 있게 방파제에서 일출 보기 좋을 듯하다.
| 욕지도 삼여 전망대
아주 작은 규모의 욕지도 삼여전망대인데...(너무 작아서 일찍 가서 자리 잡는 게 좋다) 다만 이 때는 9월 비성수기라 역시 우리 밖에 없어서 아침 전체 전세내고 잘 지냈다. 관련 포스팅은 올린 적이 있어서 (아래 링크) 사진만 올리고 휭~
| 욕지도 새천년공원 기념 공원
욕지도는 일출이건 일몰이건 스폿이 너무너무 많다. 그냥 하나씩 찾아 돌아다니길 추천한다. 이 때는 펜션과 가까운 곳들로만 움직였다. 욕지도 통틀어서도 유명한 새천년 기념공원이다. 이 날 역시 아무도 없어서 완전 전세를 냈다. 다만 날씨가 너무 흐렸다...ㅜㅜ
해무라고 하나... 날씨가 너무 흐려 안개가 자욱했다. 하지만 일출 보는 것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아침밥 먹기. 우울함은 뒤로하고 바로 맛있는 섬식당 백반 먹으로 ㄱㄱ~
강쥐들도 힘들 것이 갑자기 5시 즘 일어나서 자동차에 같이 타고 나가 제대로 해돋이 까지는 7시 30분 정도 까지라... 이 날은 더더욱 피곤했던 듯하다.. 보통은 산책하고 돌아다니는데....
8월 말에 방문한 욕지도. 성수기가 딱 지난 후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날씨는 굉장히 맑고 한 여름보다 덥지 않아 딱 좋았다. 원래 위 내륙 쪽은 장마라 한창 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배 타고 건너오니 기대하지도 않은 맑은 날씨가 반기고 있어 굉장히 좋았다.
마지막 방문 이후 섬에 애견 펜션이 또 생겨서 이번엔 오렌지블루 펜션으로 예약을 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30분 정도 기다리고 기다렸던 해안도로 일주 드라이브를 하고 유동 해변 쪽 펜션으로 가는데 진입로의 뷰가 굉장히 좋다. 해안도로에서 바로 내리막 유동 해변으로 이어지는 경사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에 봤을 때 약간 그 오션뷰에 빨려 들어가면서 압도되는 "와~"하는 경험을 순간 했다.
펜션 사장님은 처음엔 약간 서뭇서뭇해서 그냥 그런가 부다 했는데 좀 츤데레 같은 면이 있으신 것 같다. 펜션에서도 강아지를 키워서 그런지 이해를 참 많이 해 주셨다. 특히 강아지 3마리 끌고 먼 내륙에서 오는 힘든 점도 몇 번이나 얘기하시며 이해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음. 공개 포스팅이라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하겠고 숙박이랑 바비큐랑 편의를 굉장히 많이 봐주셔서 뜻깊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시설은 우리가 일반 애견펜션에서 경험하는 정도인데 깨끗한 편이다. 중형견 이상 혹은 다견 애견트래블러들은 삐까뻔쩍한 신축 애견 펜션에 아예 못 가기 때문에 잘 알겠지만 갈 수 있는 펜션들 중 위생 개판인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어서 깨끗한데 만나면 감사하게 된다. 우리도 세 마리 데리고 다니다 보니 비싸기도 하고, 다견에 킬로 수 제한으로 풀빌라 같은 시설 못 간다 ㅎㅎ. 암튼 펜션으로 돌아가.... 숙소 안에서는 오션뷰가 확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가 없어 나 같은 사람은 좀 허리가 많이 아플 수도... 바비큐 장은 숙소 창문이랑 바로 이어져서 부엌에서 왔다 갔다 하기는 편하다. 그리고 그 앞에 작은 정원이 있어 여름에는 그곳에서도 바비큐를 할 수 있다.
펜션에만 있을 예정이면 비추겠지만, 위치 자체가 참 좋아서 낚시를 하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하려면 근방에 아주 좋은 뷰 포인트들이 있다. 바로 유동해변/유동 노을 전망대/삼여 전망대다. 아래는 펜션으로부터의 거리다. (네비 기준)
- ⛱️ 유동해변 (300m) : 자동차 1분 / 도보 6분
- 🔭노을 전망대 (600m) : 자동차 1분 / 도보 9분
- 🌅삼여 전망대 (1.5km) : 자동차 3분 / 도보 21분
| 유동해변
욕지도 여행의 매력 중 하나가 해안도로 🚗 드라이브 하면서 중간중간 나오는 밑으로 꺾어지는 포인트들로 바로 내려가서 경험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고도에서 오션뷰 드라이브를 즐기다 바로 내 발 밑에 바닷물이 닫는 그곳까지 내려가는 순간들. 그중 하나인 유동 해수욕장은 몽돌밭인데 해수욕 시즌이 지나서 그런진 몰라도 주위가 그렇게 깨끗해 보이진 않았다. (쓰레기들이 좀 보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은 없었고 대신 밤 낯을 불구하고 🐟 낚시꾼들은 꼭 있었다. (욕지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체가 낚시꾼들 천지다)
펜션에서는 저 위의 노란 동선을 타고 내려가면 되는데 말이 300미터지 경사가 꽤 있어서 한 번 걸어내려갔다가 올라올 때 사람은 물론 강아지들도 지쳐서 다음번엔 차 타고 내려갔다. (차 타고 내려가면 1분도 안 걸림) 펜션에 스테이 한다면 그냥 천~천~히 천~천~히 산보하는 마음으로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
욕지도에서는 매일 아침/저녁에 일출과 일몰을 관람했는데 (말은 일출/일몰인데 해 없이 여명, 황혼 이런거 다 합쳐서 ㅎㅎ), 하루는 여기 유동 해수욕장에 자리 잡았다. 파도 소리 듣다가 블투로 시티팝도 들으면서 해 진 후에는 컵라면도 끓여먹고...
돗자리가 없어서 저 모냥인데 여행 끝나고 새로 하나 샀나 이쁜 걸로 ㅋ
| 노을 전망대
유동해변에 가장 가까운 유명 스폿이 삼여 전망대인데 거기 가는 길에 펜션에서 600미터 안 되는 거리에 삼여보다 좀 더 쾌적하고 넓은 공간의 노을 전망대가 있다. 아마도 노을 바라보기가 좋아서 그런 이름을 가졌나 보다.
단순한 나는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여기서 첫 날 일몰을 바라보기로 했다. 차 몇 대 정도 가능한 주차 공간도 있다. (주차 하고 뱀 나올 것 같은 뒷 길 한 10미터 건너가거나 그냥 찻길로 걸어가면 됨) 역시 비성수기의 매력은 인파, 아니 인적이 없는 것. 사람들 있으면 못했을 텐데 이날도 이 곳은 아무도 없었다. 유동 해수욕장에서처럼 캠핑 의자 깔고 앉아서 이 아름다운 공간을 전세 낸 듯 음료수 마시며 욕지도의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보았다. 옛날 어떤 분이 욕지도는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일반 450이든 광각이든)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벗어나는 각도의 압도하는 아이맥스 이상의 장관의 그림이 여기저기 펼쳐지는 곳이다.
| 삼여 전망대
욕지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뷰포인트 중 하나인 새천년기념공원 방향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그리고 펜션에서도 불과 1.5 km 거리에 아주 아담한 공간의 전망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삼여 전망대. 이곳에서는 바다 위로 솓은 3개의 바위섬들이 잘 보이는 곳인데 이무기를 사랑한 용왕의 3명의 딸들의 전설이 들어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일출을 보기로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나가서 준비 했다. 지나가면서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담한 곳이었고 비성수기에 시간도 시간이니 만큼 일출 보기까지 한 2시간 넘게 뻐기고 있었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자동차도 서너 대 인가 밖에 안 지나감. 또 한 번 전세! 만세!
암튼 해 뜰 때까지 반경 200미터 정도를 섬의 맑은 공기 마시며 강아지들과 뛰었다가 걸었다가 운동을 했다. 여느 욕지도 해안도로 전망 스폿들처럼 여기도 도로에 주차해야 한다. 커브 길에 위치하고 있으니 지나갈 차량들 시야 확보되는 공간에 주차해 주는 것이 좋다.
날이 밝아졌다고 일출이 바로 보이진 않는다. 이미 주위는 어느 정도 밝아졌는데 구름에 가려져 못 본 건지 뭔지 일출을 못 봐서 조바심이 났었다. 꽤 시간이 지나니 저기~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는 게 보였고 "뜬다! 뜬다!" 소리 지르며 다시 전망대로 달려와서 실컷 구경했다. 완전 섬 전체 전세 낸 기분. 영화관에 아무도 없을 때랑 비교되지가 않는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게 자연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눈과 귀와 촉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느릿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일출과 일몰은 그나마 그 대자연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감지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극적인 것 같다.
암튼 그렇게 일출을 즐기고 다시 우리는 맛있는 아침밥 먹으러 욕지도 선착장 근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