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두암의 여러 후유증 중 난청이 있는데 귀는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을 바라야 한다. (방사선 후유증) 이번에 찾아온 난청은 겪어본 규모로는 두 번째로 큰 거여서 이비인후과에서 봐도 보청기가 필요한 수준이 되었다. 처음 난청이 찾아왔을 때 의사 선생님이 기록을 보더니 치료 전에 (일반인 시절) 워낙 일반인들 이상으로 귀가 좋았던 수준이라 당장은 나빠진 건 맞지만 다른 사람들 대비 괜찮은 편이란 웃픈 위로를 들은 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두 번째 난청은 생각보다 꽤나 빨리 찾아왔다
참고로 한 쪽 귀다. 다른 한쪽은 그나마 정상에 가깝게 작동하는 모양. 그리고 아직 장애인 판정받을 정도는 아니다.
요즘 보청기들은 체험 기간들이 있나 보다.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무료 체험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실제로 보청기점에 가보니 2주 무료 체험기간을 주었다.
보청기점에서 청력 테스트를 하고 내 상태에 맞춰 튜닝을 해준다 (이걸 '피팅'이라고 하더라).
기기는 스타키 Starkey 제품이다. 찾아보니 보청기 시장이 작다 보니 대체로 6개 정도 브랜드 (모두 외국)가 있고 거의 뭐 상향평준화 상황으로 봐도 된다고 한다. 그래도 품질은 오티콘이 젤 낫다고 하는데 뭐 이건 카더라니.. 믿거나 말거나. 스타키는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추천하는 걸로 착용해 보는 걸로.
참고로 기기가 꽤나 비싸다. 그리고 저걸 오픈 형이라고 하나? 잘 모르겠는데 암튼 저 큰 부분을 귀 뒷 쪽에 걸고 작은 부분을 귓 속에 넣는 형태인데, 사람들이 내 착용 모습을 보니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뭐 꼈는지 티가 잘 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근데 나는 딱히 보청기 보이는거 신경은 안쓰인다. 신경 쓰이는 사람들은 귀에 삽입하는 형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그걸 낄 수 있을 정도의 청력이 아니라서 이걸 추천한더라. 안경 먼저 쓰고, 보청기 착용하고, 마스크는 보청기 옆 쪽으로 살짝 밀어주며 걸어 쓰는 식인데 아직까지 크게 불편함은 못느꼈다. 저 귀에 삽입하는 부분이 딱 맞아야 성능도 더 빛을 발하는데 나는 태생적으로 귓구멍이 작아서 (이비인후과에서도 선생님이 귓밥 빼주실 때 항상 얘기 ㅜㅜ) 귀에 쏙! 착! 하는 착용 느낌은 못 받았다.
이제 한 열 흘 정도 써봤는데 후기는 아래와 같다:
1. 필요 없는 소리들이 다 잡힌다
- 보청기 원리가 소리의 증폭이라 그런지 정작 필요한 건 사람들의 말소린데 모든 소리가 다 잡혀서 거슬린다
2. 거리감이 잘 안 느껴진다
- 어느 정도 거리에서 소리가 발생하는지 거리감이 잘 안 잡힌다. 멀리서 말하는 것도 가까이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3. 방향성을 모르겠다
- 예를 들어 내 오른쪽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는데 막상 돌아보면 왼쪽 쩌~기에서 소리가 나고 있다.
4. 잡음이 심하다.
- 소리는 기계음 같이 나는데 쇳소리랄까... 무전기에서 나는 칙칙 소리와 함께 동반되어 들린다. 음악 이퀄라이저처럼 좀 조정을 하거나 고막에 착 들어가게 쑤셔 넣으면 좀 나아지긴 하는데 쨋든 자연음이 아니다.
- 근데 계속 쑤셔 넣다 보면 귀가 아픈데 쓰끼기도 하고, 고막에 닿을 까 걱정된다 (근데 이비인후과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고막 건드릴 정도의 길이는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ㅋ)
- 요즘은 스마트폰이랑도 블루투스 연결이 되서 소리 조정 및 유튜브나 통화를 보청기로 대신 할 수도 있는데 음악은 진짜 못 들어주겠더라. 음악 듣기에는 음질이 아주 지랄맞다.
5.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 소리가 잘 들리는 건 분명하다. (이게 처음 느껴보면 꽤 꿈만 같은 경험이다) 근데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때가 꽤 있다. 소리만 증폭된 느낌을 느낄 때가 있다.
6. 내 목소리의 크기를 잘 모르겠다.
- 이건 안 들릴 때도 문제였는데, 보통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들을 보면 일반인들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말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자기 목소리의 정도를 파악 못해서 그렇다. 근데 보청기를 끼면 이것과 유사하게 다른 식으로 내가 얼마나 큰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내 목소리가 내 자신한테 너무 크게 들려서 그런 걸지도...
7. 시끄러워질수록 괴롭다.
- 사실 보청기가 제일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소음이 많은 공간에 있거나 사람들이 많을 때 잘 안 들려서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보청기를 쓰니 소음이 많아지는 상황들이 괴롭다. 여러 잡소리들과 함께 제각각 말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귀를 찌르듯 괴롭힌다. 5번에서 말한 것처럼 소리만 커지고 정작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이 외 잡소리들까지 다 쳐들어오니 짜증이 난다. 가능하다면 소음이 많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곳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 처음 언급했듯이 나는 한쪽만 차는 편측형인데 이 경우 소음 공간에서 더 취약하다고 한다. 양 쪽 착용 시 소음 공간에서 발생하는 이 괴리감과 괴로움이 훨씬 완화된다고 하는데 양 쪽은 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말하고 있으면 뭐랄까... 내 주위에서 NPC들이 짹짹거리고 있는 느낌이다.
8. 이명 등 기존 불편한 증상들은 해소되지 않는다.
- 소음이 심할수록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이명, 윙윙거림, 물안에 있는 듯한 느낌들의 환장의 콜라보! 이게 정말 괴로운데 보청기를 끼면 이런 게 좀 완화가 되나? 하는 간단한 바람이 있었는데 이건 큰 착각이었고요... 보청기는 그냥 소리 증폭 원리이니 기존 앓던 귀증상은 그대로 간다. 그러다 보니 소음 공간에서의 괴로움은 배가 될 때가 많다. 채널 조정 등을 통해 뭐 조정은 들어가는데 당연히 자연음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9. 귀찮다.
- 여러 보청기 후기들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얘기가 "비싼 거 사놓고 결국 안 쓰게 된다"인데, 이비인후과에서도 같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근데 써보니 이해가 바로 간다.
- 착용하는 거는 뭐 그러려니 하는데, 위 열거한 단점들 때문에 자연음에 가깝지 않다 보니 오히려 불편하고 이질적인 상황들 때문에 집에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처럼 굳이 사람들과 대화가 필요치 않은 경우는 꺼놓거나, 집에서는 아예 안 차게 된다.
- 이것도 결국은 소모품이라 보통 수명이 4~5년 간다고 하는데 결국 그 비싼 가격에 사기만 하고 잘 쓰지도 않을 수도 있다!
귀가 안 들리는 불편함을 극심으로 겪고 있다가 보청기를 처음 착용할 때는 정말 마법의 한 순간 같다. 다만 조심해야 할게 보청기 샵은 대체로 조용하다. 특히나 방 같은 곳에서 상담하면 정말 고요한 곳이기 때문에 소음 공간에서의 취약함은 미처 예상을 못한다. 보통 때는 듣지도 못하던 시계 초침 소리까지 다 들리더라.. 와...
암튼 그래서 온갖 환경에서 써 볼 수 있는 2 주 체험기간 제공이 괜찮다고 생각된다. 그런 단점들은 보통 다 설명을 해 주신다. 다만 그만큼 소리가 갑자기 잘 들리는 마법의 순간의 느낌이 너무 격한 나머지 "바로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덜컥 들기는 한다.
다만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끝까지 버텨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위 열거한 단점들도 그렇커니와, 일단 가격이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요즘은 이 보청기들도 인공지능의 트렌드에 올라타 AI 기능! 뭐 이러면서 수많은 채널! 동시 번역! 뭐 이런 기능들을 내세우며 더욱더 높은 가격대의 보청기를 내놓는다. + 보청기 시장이 작기 때문에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최대한 비싼 제품을 비싼 값에 파는 것이 이익일 거라 보청기 샵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최고가 본게 1,000만원이었는데 청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실제 구입하게 되면 디스카운트가 꽤 많이 들어가는데 여기서 보청기샵 마진이 남는 것 같다. (내가 갔던 곳은 50% 훨씬 이상으로 디스카운트를 불렀었다)
보청기 음질이 뭐 음악들을 만큼 좋은 것도 아니고 (영화나 음악을 들을 때는 반드시 보청기를 빼고 한쪽 귀로만 듣게 된다) 채널이 많을수록 드라마틱하게 품질이 좋아지는 것도 딱히 아니라고 들었다.
내가 지금 체험하고 있는 건 16 채널인데 보청기 샵에서도 (오히려 내가 더 비싼 제품을 문의했는데도) 이 정도면 충분하실 거라 몇 번이나 더 비싸고 좋은 제품 사려는 걸 만류하셨다. 그리고 이비인후과에 가서도 이 정도면 쓸만한 거냐, 보청기 샵에서 더 비싼 거 써 봤자 크게 다른 거 못느낄거라고 하더라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왠만하면 더 비싼거 파는 걸 많이 봤는데 착한 분 만나신 것 같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하고 하셔서 맘이 좀 놓였다.
그리고 보청기가 계속 그 '피팅'이란 걸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 사면 그 샵에 자주 찾아갈 수밖에 없어서 샵도 잘 만나야 한다고 한다. 사실 보청기 가격들이 하도 제각각이라 내가 얼마나 싼 가격에 사는진 모르겠지만 보청기 샵은 잘 만난 느낌이다. (광고 같아 어디인지는 안 밝힘)
암튼 이제 2주가 다 돼 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장점보단 단점들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청기를 2주 후에 구매를 할 것이냐? 그것도 3 자릿 수의 이 비싼 제품을?
일단 지금 상황으로는 답은 "그렇다"이다.
안 들리는 상황 자체가 너무 불편하기도 하고 상대방 사람들한테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하는 것도 상당한 민폐라 회사에서 필요할 때만 쓸 예정이다. 다만 소음이 많은 상황, 밖으로 나갔을 때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더 많긴 하지만 그동안의 불편함을 100으로 치면 지금 착용하는 상황은 한 30~40 정도는 해소가 되는 것 같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비인두암은 5년이 지났지만 폐암전의 의심 치료는 이제 막 5년을 막 바라보고 있다. 다만 상상도 못했던 각종 후유증들의 발생은 항상 삶의 질을 떨어 뜨린다.
비인두암 치료 시의 방사선 치료로 인해 귀와 코와 목이 상당히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중 청력 또한 계속 나빠지던 와중이었는데, 귀는 한 번 손상되면 나아지지 않고, 지금 상황에선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으니 되도록 천천히 나쁘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고 그렇게 생활에 왔다
하지만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훅 들어오듯 발생했다.
비인두암의 원인이기도 한 삼출성중이염 때문에 귀 안에 튜브를 항상 껴놓는데 이게 2년, 1년, 6개월 4개월 식으로 훅훅 수명이 줄어든다. 고막을 찢고 삽입해야되는 건데 그만큼 고막 세포 재생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귀가 잘 안들리기에, (먹먹하고, 울림이 심하고, 물속에 빠져 있는 느낌) 또 튜브가 벌써 수명이 다했나 보다 하고 별생각 없이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튜브가 수명이 (정확하게는 고막이 못 버텨서 빠진 거) 다한 거는 맞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건 난청이 또 발생했었기 때문이었다.
비인두 좌측 쪽이 문제여서 방사선의 타겟이 주로 좌측으로 쏘여서 그런지 왼쪽 귀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난청은 이곳에 계속 발생했다. (크게는 두 번). 우측은 아직 4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좌측은 10대로 떨어져 버렸다.
발란스가 크게 맞지 않다보니 갑자기 발생한 이 상황들이 또 (그 갑자기 발생했던 다른 후유증들처럼...) 불편한 것은 물론 적응이 되질 않는다.
설명하자면 이어폰을 양 쪽에 끼고 있다가 한 쪽은 잠깐 빼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로 소리가 약간 들리는 식으로 듣는 식이다.
플러스, 넓고 조용한 공간은 그나마 괜찮지만, 식당, 카페, 엘리베이터처럼 소음이 발생하는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그나마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우측 귀까지 먹먹함과 울림과 이명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괴롭다. 막말로 너무 심할 때는 모두에게 "제발 좀 닥치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물론 그러진 않는다) 괴로운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런 상황들을 만나면 발생하는데, 웃긴게 아니 괴로운 게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받거나 피로하면 그런 상황들 안에 있지 않아도 그 괴로운 현상들이 나타난다. 이건 우습게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또 없어진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무리 이런 현상을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들한테 얘기해도 귀는 항상 나빠지면 계속 나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엔딩은 정신의학과로 가보는 것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연히 처방받는 신경 안정제들로 인해 스트레스와 각종 피로감을 주는 많은 것들이 정신적으로 완화되기 때문에 그런 미친 귀의 지진 나는 것 같은 현상들도 (치료는 아니지만) 완화되기 때문이다. 나도 알프람을 먹으며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암튼 혼자 사는 것이면 모르겠는데 사회 생활도 해야 하다 보니 현 상태의 청력으로는 나 자신도 괴롭지만 많은 민폐가 된다.
"네?"
"죄송하지만 다시 말씀 해 주시겠어요?"
이것도 한두번이지... 계속되면...ㅜㅜ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좌측 귀의 상태가 보청기를 낄 수준이긴 하지만 오른쪽이 아직은 괜찮아서 좀 기다려 보자고 한다. 30대 정도까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한다.
하지만 개인생활도 사회생활도 너무 불편한 와중에 결국 보청기 체험을 하러 갔다.
안 들리던 귀가 다시 들리니 너무 좋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느낌, 갑자기 내 세상이 일반적이고 일상화된 것 같은 느낌.
물론 완전하지는 않지만 꽉 막혔던 그 귀가 다시 들리는 그 경험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 상황이 너무 좋았다. 신제품으로 2주 간의 체험 시간을 준다고 했는데 그냥 이 (수많은 손님들을 위해 테스트 용으로 사용했던) 보청기로 2주 체험하면 안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내가 기억하는 그 '일상'과 흡사한 그 순간이 너무나도 좋아서 부탁한 것 같다.
어찌하였건 체험판은 다음 주에 신제품으로 받기로 했다.
가벼운 인터뷰를 했는데 정작 내가 필요한 소음 많은 상황들 속에서 발생하는 그 먹먹함, 울림, 이명으로 인한 지진 나는 것 같은 현상은 보청기로 완화되진 않는다고 하신다. 말 그대로 듣는 소리를 증폭시켜 줄 뿐이기에.
보청기를 체험했던 그 사무실은 고요했다.
내가 소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담당분께서 창문을 열어 주셨다. 앞은 차들이 다니는 도로였다.
내가 말하는 그 소음 상황만큼은 아니지만 위층에서 느끼는 그 소음만으로도 울림 현상은 바로 찾아왔다.
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불편할 정도로 귀가 안 들리던 상황에서 갑자기 들리는 경험. 이건 업그레이드된 사운드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보다 훠~얼씬 더 극적인 경험이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보던 반 쪽만 하면 밸런스가 안 맞아 양 쪽 다 껴야 한다, 비싸다, 병원에서는 기다려 보자 등등 이런 것들이 그 귀가 들리는 한 순간으로서 잊혀 버리는 것이다.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어도 말이다. 그냥 그 순간에 취해서...
이렇게 꽉 막혀 있는 내 왼쪽 귀가 조금이라도 들리는 것을 경험하니 어쩔 수 없이, 당연하다는 듯 2주 체험을 신청했다.
2주가 지나서 내가 만족하면 그 제품을 그냥 사는 방식이다.
일반인에게는 양쪽 귀가 잘 들리는 경험은 정말 별 것 아니겠지만 청력을 손실한 상황에서 보청기를 만나는 순간은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수준이었다.
다만 딜레마는 병원에서도 최대한 기다려 보자인데, 사회생활로 인한 불편함을 또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까지 버티다 버티다 왔다. 또한 한쪽만 착용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보청기의 가격도 "에이 한 번 해보고 나중에 좋을 걸로 바꾸지 뭐:" 하는 식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음 주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오늘 경험한 그 상황 때문에. 너무나도 기다려진다.ㅜㅜ
듣고 싶다...
이건 딜레마가 맞는 것 같다
물론 보청기 착용이란 게 퍼펙트하진 않다. 오늘 체험도 아주아주 안정적인 상황에서 잘 들리는 것일 뿐, 정작 필요한 그 시끄러운 곳에서는 분명 내가 생각하지 못한 그 무언가를 또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2주를 보내고 나는 또 선택해야 한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케테고리다. 최근에 6개월에 한 번하는 암 재발 검사 결과를 듣고 왔다. 그 전만 하더라도 '완치'에 가깝다는 단어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완치'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장기생존자'라는 단어를 쓰시더라.
"큰 변화는 없어보이고요, 이대로면 장기 생존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장기 생존자?, 완치가 아니고?'
근데 우연인지 몰라도 요즘 인터넷에서도 '장기 생존자'라는 단어를 많이 듣던 참이라 '완치'보다는 무언가 책임감과 무게감을 더해주는 이 단어에 대해 먼저 찾아보았다.
장기생존자라는 용어는 암 진단 후 여러 해 동안 생존한 환자를 가리킵니다. 이 용어는 예전에는 생존 기간이 짧은 암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암 치료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장기생존자라는 용어는 암 환자들의 힘과 용기를 인정하며, 생존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라고 한다. 비인두암 방사선, 항암(시스플라틴) 이후 6년이 지났고, 폐전이로 인한 항암치료 (씨스플라틴+5FU (5-Fluorouracil)) 이후 4년이 지났다. 뭔가 무게감을 주는 단어인 장기 생존자로 가고 있는 길목에 서서 지금의 몸 상태 (후유증)를 다시 한번 기록해 본다.
1. 신경통
일상에 가장 영향을 주는 부분 중 하나다. 24시간 손발에 느껴지는 오만가지의 신경통증. 때로는 저리고, 뜨거우며, 차가우며, 따끔하며... 금방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고 영원히 가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이 후유증에 대한 원인을 밝히거나 치료한 사례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약으로 완화시켜야 한다. 아직도 하루에 뉴론틴 (신경통 진통제)을 3~5번 정도를 먹는다. (300mg 기준) 약을 먹는다고 통증이 가시는 것은 아니고 많이 완화되는 정도다. 비 오는 날 같이 날씨가 흐리거나 안 좋은 날은 약도 잘 안 듣는다. (덕분에 엄청 큰 600mg도 있는 걸 첨 알게됨 ㅎ)
첫 시스플라틴 때 이 부작용이 있었으나 두 번째 치료의 5FU가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운전을 1시간 이상 정도 하면 기가 막히게도 딱 고 정도 시점에 발에 쥐가 나는데 이게 웃긴 게 신경통 때문에 그 쥐를 또 참을 만할 때도 있다.
웃프다...
그래도 감사해야 하는 게 치료 때문에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매일매일 밥처럼 하루 세 번 먹던 펜타닐+ 몇 개월 붙이고 있던 듀로제식 패치와 하루에 3~5번은 주사로 맞았던 스테로이드, 가끔의 옥시코돈을 먹던 역경의 날을 생각하면 이제 뉴론틴 하나 남은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너무 참을 수 없도록 아파서 펜타닐 씹어 먹으면서 듀로제식 패치 더 높은 용량으로 붙였다가 골로 갈 뻔한 적도 생각해 보면 ㅎㅎㅎ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던 경험들... (펜타닐은 꼭 녹여 먹어야 한다)
2. 비인두의 농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이것도 참 일상에 영향을 주는데 치료 완료 초중기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괴롭힌다. 가래를 많이 뱉어내야 하는데, 그래서 휴지를 끊임없이 쓴다. 특히 환절기에는 더 큰 영향을 주는데 비염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양도 많고 크기도 크고 암튼 그렇다. 이비인후과 가서 드레싱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1시간에 한두 번은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 코세척이 답이긴 한데, 코세척 후 가래 뱉는 '카악' '카악' 하면서 뱉게 되는데 하도 찐득하게 붙어 있어서 점막이 아작이 난다. 당연히 점막이 같이 뜯어지니 피떡이 된다. 목소리도 금방 쉬어 버리고. (추가로 말을 하거나 밥을 먹다보면 턱과 혀에 이상한 마비가 올 때가 꽤 많다... 이 것도 답이 없는 상황)
이게 재밌는 게 점막이 아작이 나는 게, 동네 병원에서는 아예 절대 건드리지 않고 큰 병원으로 보낸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심각해 보이니) 근데 중형병원에서는 가끔 빼주긴 하는데 잘 안 건드릴 때도 있다. 하도 점막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붙어 다닥다닥 있어서 석션으로 농을 제거하다가 점막이 더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의 기준은 그래도 내가 후유증에 인한 것을 알기 때문에 아, 이 사람 암치료 했지? 그 정도 수준의 기준으로 봐준다) 그리고 암병원에서의 기준은 이 사람이 다시 암이 생겼냐, 혹은 죽느냐 마냐의 기준이기 때문에 후유증이 어쩌고 저쩌고요 정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ㅎㅎ 이해가 충분히 가는 부분이며 당연한거다
+ 식도염 (식도염 정도는 뭐 땡큐로 병원도 안 가는 수준이다) 그리고 치료 당시의 농은 거의 구술만 한 크기여서 그때랑 비하면 또 이것도 감사할 일. 방사선으로 인해 침샘도 꽤 괴멸돼서 목 넘김이 여전히 힘들긴 한데 그 시절에 비해서는 꽤나 나아졌다.
3. 청력, 이명 그리고 중이염
이건 시스플라틴과 5FU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청력은 계속 떨어져 간다. 이건 천천히 나빠지기를 바랄 뿐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끄러운 공간에 있으면 비행기 이륙하고 귀가 막히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한 현상이 바로 발생하는데 휴식을 취해야 돌아온다. 이명은 뭐 그나마 견딜만한 증상인데 청력검사할 때 높은 헤르츠의 소리를 잘 구분을 못한다. 이명이랑 섞이다 보니 이 소리가 그 소린지.... 쨋든 아직은 보청기를 낄 수준은 아니라고 하는데 사람들과 대화할 경우 그 사람의 입술 움직임을 많이 보게 되는 버릇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항암이란 게 좋은 세포까지 죽여버리는 일이니 노안도 굉장히 빨리 왔다. 어찌하였건 치료 이전 청각이 일반인 보다 워낙 좋아서 나빠진 게 이 정도라는 의사 선생님의 얘길 듣고, 아, 그래도 난 꽤 덜 나빠진 편이구나라는 용기로 살고 있다.
중이염은 이건 또 골치 아픈게.. 비인두에서 고막에 연결되는 통로가 막혀있다. 그리고 거기에 물이 많이 찬다. 그래서 고막을 찢고 튜브를 끼워 놓는 상탠데, 이 고막을 하도 찢고 찢다 하다보니 고막의 살이 아무는 속도도 느려진다. 처음 낀 튜브는 2년이 갔고, 두 번째는 1년이 갔고, 3번째는 6~7개월이 갔고, 4번 째는 5개월 정도가 갈 정도로 교체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진다.
튜브를 안 하거나 오래되면 물이 차는데, 마취를 해도 고막을 메스로 찢는 따가움은 느껴지고, 더 무서운 건 그 전에 차있는 물을 빼는 귓 속에서 휘젖는 석션의 소리가 신체적 고통은 없지만 정신적인 공포가 엄청 나다. 상상해보라. 치과에서 넣어주는 그 취이이이잌 석션이 인간이 소리를 느끼는 곳인 바로 그 고막에서 나고 있다면... 쉬이ㅣ잌잌잌 코ㅑ아아 쏴쏴와...ㅎㅎ...ㅜㅜ 이것도 고질병이라 나중에는 튜브를 못 끼는 상황이 올게 될거라고 한다. 그러면 그냥 고막에 구멍 난 상태로 있어야 할 수도 있는데 (튜브를 껴봤자 고막 살이 안 아물어서 고정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지금은 의학 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그 때가 오면 다시 얘기 해 보자고 하는데... (있긴 있는데... 아직 성공사례에 대한 모수가 적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게 다 이해가 간다.
그치, 여기다 대고 절망하거나, 화내거나, 치료해 달라 해 봤자 답이 없는 상황이니까... 실제로는 안 하지만 걍 환자랑 의사랑 정신적 화이팅 하이파이브하고 나오는 거다. 그 날이 조금 더 천천히 오고 그 와중에 치료법이 탄생하길 바라면서.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이다. 별걸 가지고 다 감성적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의사도 의사의 선이 있고 환자도 환자의 선이 있음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튜브를 삽입하고 있을 수 있는 상황에 살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빨리 치료법이 나오기만을 비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4. 혈액학적 부작용
이건 5FU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적혈구 증다증 (erythrocytosis)'라는 병인데 쉽게 말해 혈액 내 적혈구의 수가 정상 이상으로 증가하는 상태다. 피가 많고 찐득 끈적해서 결국은 혈구가 막히게 되는 엔딩이다. 이게 무서운 게 뭐냐면 혈액 수치가 일정 기준 높아지면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골수 조직 검사라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굳이 설명하진 않겠지만... ) 그래서 홍삼이고, 장어즙이고, 버섯차고 뭐고 우리거나 진액 같은 모든 걸 싹 끊고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조직 검사 필요 수치 밑으로 떨어졌다. 참 웃긴 게 홍삼 같은 것들에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적혈구 증다증 때문에 알아서 밸런스를 잘 조절해 줘야 한다. 적당히 먹다가 끊다가... 근데 이게 꽤 힘들긴 하다
5. 피로감, 체력저하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인데 이 피로감은 위 모든 것들의 종합적 결정체다. 방사선치료, 시스플라틴과 5FU의 항암치료, 적혈구 증다증 모두 피로 및 체력저하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거기다가 갑상선 저하증까지 겹쳐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싼지로이드라는 약을 먹는다. (물론 뉴론틴과 함께). 매일 매일 일어나자 마자 공복에 류근피나 뽕나뿌 뿌리로 우린 차 한잔과 싼지로이드+뉴론틴이 일상의 시작이다. 홍삼 같은 진액들이 필요하지만 위에 언급한 적혈구 증다증의 문제 때문에 아무리 피로해도 참는 기간이 있다. 결국 충분히 쉬는 것만이 답인데... 세상을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게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치료 중에는 입원실 밖 복도 30미터 정도 걷는 게 한 시간이 걸리고, 치료 끝나고 한 동안 지팡이 짚고 다녔는데 이젠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다. 쨋든 가능하다면 몸이 힘든 것은 피하고 에너지 축적을 잘해야 한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좀 좋으련만... 쨋든 이건 핑계일 수도.
6. 변비와 설사
이건 직접적인 항암의 후유증인진 모르겠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갑상선 저하증, 항암치료 (씨스플라틴+5FU)의 공통적 후유증으로 나온다. 변비가 참... 힘든 게 하루에 화장실에 30분~1시간이 넘게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설사약을 먹어도 일주일 이상 대변을 못 보고, 대변볼 때 눈에 진짜 별이 보이며 아파 죽을 것만 같았던 치료 중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 정도는 참아 줄만 하다. 그리고 설사도 마찬가지... 치료 후에는 집에서는 변비약을 먹고, 외출할 일이 있으면 설사약 (지사제)을 먹던 시절을 생각하면 뭐... 이 정도의 생활은 마찬가지로 감사할 일이다
7. 정신건강과 수면장애
원래 항암치료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치료 중 암병원에 소속된 정신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었는데, 나중에도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및 '...'으로 인해 겨우 끊었던 알프람을 다시 먹게 되었다. (다행히 수면제인 졸피뎀은 지금까지 손도 안 대고 있다.)
알프람이 얼마나 스트레스와 공황장애에 도움이 되는 굉장한 약이었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꾸준히 복용한 지 하도 오래되다 보니 약효는 개뿔, 심할 때는 하루에 서너 개씩 먹어야 겨우 스트레스나 공황장애가 가실 때가 있다. 일상 생활 할 때는 절대 안 먹지만 집에서 개인적인 생활로 들어오면 먹는 패턴이다. 잠 자기 전이라던가..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알프람을 먹고 자면 정말 길고 현실적인 꿈을 꾸지만 행복한 꿈을 꾸던 시절이... 근데 지금은... 아. 니. 다. 악몽과 과 싫은 현실이 꿈에서 연장되는 옛날의 그 패턴이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많다.
언젠간 끊어야 할 약이 맞긴 하는데 한 번에 끊진 못하고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근데 정말 모든 걸 잊고 쉬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하루에 (0.25mg) 기준 하루에 열몇 개씩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 정도면 양호하네 생각하며 서서히 줄여갈 생각이다. 항상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아도 정작 찾아보면 정말 끝장의 끝은 상상 이상이다.
사실 첫 치료의 5년째 '완치'라는 말을 들었던 날 즈음 개인적으로 아주 안 좋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말 기다려왔던 그날의 기념 포스팅을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 잘 받고 있고, 잘 기록 해 놓았고, 내 평생 기억할 것이며 죽는 순간까지 기필코 잊지 않.을.것.이.다. 언제라도 증빙과 기록같은 것들은 꼭 해두자. 언젠간 중요하게 꺼내 쓸 날이 있을 것이다
추가로, 이명 때문에 가끔 이비인후과에서 리보트릴 처방해 줄 때가 있는데 이 약은 먹고 잘 때는 편한데 일어난 후의 기분이 너~무 엿같에서 절대 안 먹는다 (수면장애, 불안, 우울증 증상에 처방되는 약이라 알프람과 살짝 겹치는 구간이 있어서 가끔 본의와 상관없이 처방을 받는데... 전부 쓰레기 통 행) 24시간의 신경통, 그리고 전형적인 항암치료 후유증들로 인해 편한 잠을 잘 수는 없다. 자다가도 깨고 깨고 깨고 할 때가 많은데 약을 먹어도 그렇다. 하지만 잘 잘 때도 있다. 이전보다 종종 더 잘 수면을 취할 수 있을 때도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거다.
8. 건망증과 기억
선택적 기억 삭제와 무작위적 기억삭제가 있는 것 같다. 암 발생은 스트레스에 의한 원인이 큰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판단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그 힘들던 날들의 기억들이 많지가 않다. 그런데 또한 일생의 많은 것들이 특정할 수 없게 기억나지 않는다. 이게 참 안타까운 점이다. 한 때는 나름 좋은 기억력이었는데 지금은 그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 정도도 바라지도 않고 그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원망, 자책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중한 내 일생의 조각 조각들이 나도 모르게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추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건망증이 무작위로 종종 발생한다. 이것도 항암 치료 및 위 기타 증상들의 영향인 것 같은데... (뇌피셜이다)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메모하는 버릇은 잃어버리지 않아 항상 뭐든 메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매워 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기록이란 건 소중하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기록들을 잃어버리고 잘 정리 못한 게 바보 같을 뿐...
9. 기타
사라진? 후유증들도 많다. 특히 방사선 치료에 의한 치아 손상. 임플란트를 이빨을 싹 다 간 수준으로 했는데 음식을 이젠 잘 씹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거의 모든 이빨이 녹아내려 뭐든 씹어 먹지도 못하던 시절 생각하면 이건 천국이다. 특히 비인두의 농과 겹쳐 밥 먹다 말고 혹은 그만 먹고 화장실에 가서 쌓여 있는 농을 뽑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긴 한데 예전 수준보단 덜 하니 감사할 뿐이다.
미각. 비인두암 방사선 치료를 경험한 환우들은 잘 이해하시겠지만 이 미각의 사라짐이 또 견딜 수 없게 정신적인 피폐함을 안겨주었었다. 괜히 오복 중 하나가 먹는 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고기든 뭐던 먹으면 맛을 알 수 없고 종이를 씹는 느낌. 그 경험을 몇 달을 넘게 이어가야 하는 괴로움. 그래도 지금은 임플란트도 하고 미각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돌아왔고 해서 감사할 뿐이다. 치료 끝나고도 아주 오랫동안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들이 식당에서 밥 잘 먹는 사람들이었다. 또 방사선 후유증으로 인한 입과 목의 점막에 생긴 '새끼손톱 반 만한' 구내염과 방사선 치료 중단 선언까지 할 정도의 화상의 경험을 생각하면 정말 큰 고비의 산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밥 숟갈 한번 한번, 그걸 넘기는 한번 한번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
한동안 한식을 못 먹은 적이 있었다. 치료 중 배식차가 오면 그 특유의 국과 밥의 냄새로 인해 미칠 것 같은 구토 현상이 발생해 배식 시간엔 힘든 몸을 이끌고 입원 실 밖으로 도망 나가서 식사 시간이 끝나면 침대로 돌아오곤 했었다. 치료 후에도 이 현상이 지속돼서 양식 위주로만 먹었었는데, 지금은 웬걸, 백반투어 하면서 맛있게 즐기고 있다
그리고 근력손실, 전립선 비대증 등등 뭐 생각도 안나는 이런저런 합병증, 후유증들이 많은데 일단 후략.
|마치며:
뭐 또 이것저것 자질구래한 후유증들이 있다. 뭐가 좀 불편해서 병원에 가도 항상 같은 얘기 (암치료 후유증일 거에요. 이것 저것 해보세요 하며 필요없어 보이는 약 처방 등등)가 뻔하고 병원가기엔 체력도 달려서 차라리 한 숨 자는게 더 몸에 도움되는 것 같아 꼭 필요한 정기 검진 및 진짜 힘들 때 말고는 병원에 가지도 않는다
간혹 사람들이 몸 이제 괜찮냐 물어보면 뭐 이런저런 후유증이 있지만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게 패턴인데, 종종 후유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말해주는 건 갠적으로 상관이 없고 고생했던 나날과 경험도 이젠 웃으면서 농담처럼 말할 수 있긴 하지만 위 8~9개를 언급했듯 그 질문에 대해 답해주긴 너무 길고 어렵다. "이게 힘들어요"라고 딱 집어서 말해주기엔 너무나도 많다. 아마 환우들은 이 상황과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암튼 이렇게 1~9번까지의 장기 생존자 지정 1년을 앞둔 나라는 사람의 현 후유증 상황을 기록해 보았다. 사실 일상생활하기 굉장히 힘든 후유증들이다. 하지만 깨달은 것도 많은 몇 년의 시간이다. 첫 번째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는 "아, 나도 일반인처럼, 그 시절처럼 돌아갈 수 있구나"라는 용기와 희망과 노력이 있었지만 2년 후 두 번째 항암치료 시작하며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는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암은 한 번 발생하면 영원히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완치' 따위는 허상이라고. 그래서 오히려 '장기 생존자'라는 무게감이 더 좋게 들리는 이유다
그리고 1~9번까지의 후유증으로 인해 일반생활 기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걸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난 괘찮은거야, 이 만큼이라도 생활할 수 있는 나는 정말 복 받은거야.
가령 24시간 괴로운 통증을 주는 신경통이 있지만 그냥 그 통증 자체를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칠 순 없어도 뉴론틴이 도움을 주고 있거든. 명백히 현 시점에서 의학 상 고칠 수 없는 것은 나아지고 싶다. 고치고 싶다.라는 마음 자체를 포기하고 받아들이는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골치 아픈 증상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
'죽음'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휘몰아쳤을 때 (폐전이 의심으로 2차 치료 선언 시기),
"아,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라는 생각이 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요동쳤었다.
"제발 살게 해 주세요. 제발..."
난 무교지만 전쟁터 안에서 하나님 찾는 사람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만큼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하고 행복하고 소중하고 숭고한 것이라 느낀다. 그러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더한 상황의 분들이 많겠지만, 또 죽음의 문턱에 가까운 안타까운 순간도 많겠지만) 이 엿같은 셀 수 없는 후유증을 달고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 자살시도하는 뉴스가 나올 때 "그래도 살고 봐야지"라는 많은 사람들의 댓글 반응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간다. 이건 폭력, 경제력 등과 같은 외적 요인과 정신충격과 같은 내적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유가 그 중 무엇이었건 둘 다 였건 정작 그 죽음의 순간에 맞 딱뜨렸을 때는 분명 생명을 유지하고 싶은 시점,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것을 붙잡느냐 놓치고 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에이 씨 죽고 말지, 뒤지고 말지" 라며 어리고, 일반인 시절 내뱉었던 상황과 말들이 참 철없게 느껴진다.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살아갈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의학이 더 발전해 많은, 더 많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힘든 경험을 겪지 않고 자신들의 의미 있는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1년만 잘 버티면 '장기 생존자'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
하지만 후유증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지만 나빠지는 건 할 수 없더라도 천~천~히 나빠지도록 막거나 맘을 놓고, 좋아지는 것은 좋아지도록 노력하고 낙관적인 희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스트레스는 절대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손절, 거른다라는 말이 있듯,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은 거를 수 있으면 바로 거르고 손절해야 한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만큼 당신의 정신과 몸은 여유롭지 않다. 힘들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잘라라. 그들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케미가 안 좋은 사람이라면 거를 수 있으면 단 칼에 걸러야 한다. 거를 수 없다면 최대한 피해라. 혹시라도 그게 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잘못 생각했다. 그건 자신을 소중히 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우리(환우들)가 치료 전 스트레스 받고 화냈던 그 나날들을 생각해 보면 우주의 티끌 같아 보인다, 그.. 나 많이 내려 놓고 산다는 말.. 같은 말이라도 이 말들의 스케일이 정말 차원이 다르다. 절대 일반인들과 우리의 관점/시점/이해도가 같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그냥 우리는 다른 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의 불편에 대해 이해를 바라면 안되며, 그들도 우리의 상태에 대해 공감하고 싶다해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냥 받아 들여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그냥 나의 일상이다
암튼 이번 포스팅에서 , 이런 것들로 일상생활에서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힘들고 지치고 억울하도록 슬플 때 우리가(환우들) 겪었던 치료 중 (겪지 않은 사람은 절대 1도 이해할 수 없는) 그 힘든 상황들에서 지금은 얼마나 우리가 좋아졌는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좋게 만드는 노력을 통해 다시 이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암튼 그것이 우리의 고통은 알 수 없지만 곁에서 함께 힘들어했던 내, 우리 바로 옆의 보호자들에게 보답하고 다시 함께 일어서 행복한 나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2차 맞고 이틀 지났다. (지금 3일 차) 1차 때 큰 무리가 없어서 2차는 큰 심리적 부담 없이 맞고 왔다. 2차도 크게 이상 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약간의 증상은 이번에도 있었다. 주사 맞고 한 대여섯 시간 지나니 역시나 1차 때처럼 몸이 아주 많이 피곤해졌다. 주사 맞은 자리 뻐근하게 아픈 건 동일했는데 1차 때와 차이라면 삭신이 엄청나게 쑤셨다. 목/어깨/허리... 이게 제일 힘들었다. 결국 타이레놀 한 알 먹었다 (1차 때는 안 먹고 지나갔었음)
이틀 차까지는 거의 잠만 잔 것 같다. 얼굴과 몸에 열이 나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있었는데 막상 온도계로 재보니 크게 이상은 없었다. 다만 막판에 긴팔을 반 팔 반 바지로 다 갈아입고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있는... 막 더운데 막상 벗으면 추운? 그런 상태가 잠깐 있었다.
아플때나 언제나 그랬지만 잠이 최고의 명약이었던지 정말 이틀 동안 잠만 펑펑 잤고, 어제저녁 때도 영화 보다가 소파에서 졸고... 어제 10시 전에 잤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10시 훨씬 지나서 일어났는데 몸이 한 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다행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공공장소에서의 위생적인 측면이 많이 강화되었다고 느낀다. 특히 식당들. 갠적인 작은 바람이 있다면 백신 접종 완료 후 위드 코로나를 접어들며 마스크는 웬만큼 지속적으로 썼으면 하긴 한다. 이건 뭐 개인의 자유니 어쩔 수 있겠냐만은, 백신의 취지는 코로나에 걸렸을 때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거지 백신 맞았다고 코로나에 안 걸린다는 것은 아닐 거기 때문이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최근 비인두암 후유증 중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귀에 물이 차는 증상이다. 비인두암 전 증상이 바로 이 귀에 계속 차는 삼출성 중이염이라 상당히 신경쓰인다.
보통 귀에 튜브를 삽입하는데, 너무 자주 하면 나중에 고막피부가 잘 안 아물어서 튜브가 헐랭 해 지는 리스크가 있다고 한다. 지난 3년 간 튜브를 두 번 삽입했고 올해 1월에 두 번째 튜브가 헐어서 뺏다. 그리고 지금까지 튜브 없이 지냈는데 거의 3~4주에 한 번씩 물이 찬다. 뭐 조심할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어느 순간 물이 차 있다. 이비인후과에 갈 때마다 코를 손가락으로 막고 바람을 불어서 양 쪽 귀에 바람이 들어오나 안 오나를 체크하는데 언제가부턴가 비인두암이 발생했던 왼쪽 귀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관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이 계속 차고 빠지지 않는 거라고.그동안 항생제를 먹거나, 고막을 째고 물을 빼고 했었는데 최근 또 물이 차서 다니던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신다. 튜브를 삽입하면 되겠지만 또 1년 후 튜브를 교체할 때 고막 피부에 대한 문제도 깊이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과를 불문하고 동네 작은 병원 다니면서 가장 듣기 두려운 말이다. 나쁜 쪽으로는 책임전가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살면서, 특히 비인두암에 대해 얘기하고 나서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꽤 있다), 환자의 증상에 대한 빠른 혹은 더 효과적인 조치를 위한 것이 있겠다. 이번에 다니던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다행히 후자로 계속 케어를 잘해주셨었다. 암튼 당장 귀는 불편 해 죽겠는데 (들리지도 않고 먹먹하고) 대학병원은 빠른 예약이 거의 불가능해서 좀 큰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으로 갔다. 비인두암 처음 발견하고 조직 검사를 했던 병원이다. 여기 선생님들은 상당히 젊은 편인데 믿음이 가는 스타일이다. 뭐 원인이야 알고 있는 이관 문제고, 결국 튜브를 심었다. 원래 고막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매스로 살짝 째면 쑥 벌려져서 거기다가 튜브를 쏙 끼면 되는데... "어, 좀 질겨졌네요 다시 손 좀 대겠습니다" 하심. 결국 그 부드러운 세포가 벌써 질겨지기, 딱딱해져 가기 시작했다는 말 아닌가... 그리고 매스로 좀 더 한 두 번 찢어서 구멍을 냈다.두 번째 튜브를 제거한 후 6월까지 4번인가 5번째로 고막을 짼 거다... 근데 이거 아프고 상당히 공포스럽다... 물론 귀에 마취를 하고 하는데 약하게 할 때도 있고 세게 할 때도 있나 보다 어쩔 때는 많이 아프고 어쩔 때는 느낌만 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마취도 물약을 뿌리거나 주사를 놓는 경우가 있는데 주사 놓을 땐 물론 아프다 ㅜㅜ 그리고 고막 쨀 때도... 물론 아프고. 그리고 무엇보다 물 빼기 위해 귓속에 석션을 집어넣어서 취이이이이이 잉~ 하는 소리가 귀 안에서 울려 퍼지는 그 기분은 정말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아프진 않다) 근데 튜브 잘 붙었는지 한 일주일 후에 다시 가서 보면 선생님이 튜브를 잡고 깔짝깔짝 흔들어 보는데 이거 아프다.... ㅜㅜ
|이관 풍선 확장술?
암튼 튜브를 심고 선생님이 '이관 풍선 확장술'을 고려해 보자고 하신다. 보통 완치 판정 이후에 받으니 나는 아직 1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 시술 영상을 보여 주시는데 좀 혐이다... ㅜㅜ 콧 속으로 풍선 카데터? 뭐 이런 걸 쑥쑥 이관까지 집어넣어서 막힌 이관을 팽창시켜서 제 기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 같은 비인두암으로 인한 후유증 환자들 말고도 일반인들도 나와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신규 의술로 보이는 이 수술은 지금까지 발표된 결과로는 (모수는 모른다) 성공률이 90%라고 한다. 다만 비인두암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 비인두암을 겪었던 환자들 대상으로 한 수술 결과 데이터는 거의 찾을 수 없고 그나마 외국 논문 중 아래를 찾을 수 있었는데 58명 (74개의 귀)로 대상으로 2년 간 추적 검사한 결과, 완전히 회복된 환자는 단 1 명, 그리고 부분적으로 회복된 환자가 5명에 불과했다. 1%가 조금 넘는 수치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암튼 아직 1년 정도 더 남은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보고 생각해보자고 한다. 지금 데이터로는 수술하면 좀 좋아졌다가 1년 정도 후에 다시 원복 되는 거긴 한데 시간이 있으니 그 때까지 의미 있는 데이터가 더 나올 수도 있고... 뭐 그러하다. 이 풍선 확장술이란 게 신규 의술이다 보니 일반 수술처럼 그냥 덜컥 결정하고 실행할 건 아니어 보인다. 살짝 찾아보니 더군다나 전신마취로 시술이 진행되는 것 같다. 비용도 수술만 한 50여만 원 들어가 보이고. 위는 '이관 풍선 확장술 비용' 키워드로 구글 검색했을 때 화면이고, 아래는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건강보험 적용 상황이다, 본인 부담률 90%.
이래저래 항암치료 이후의 삶은 항상 다이내믹하다. 뭐든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다만 코스터 타는 것처럼 즐겁지가 않은 게 흠...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 전이 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치료 이후 시간이 지나 전체적으로 몸이 오르긴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후유증도 많다. 그 중 하나가 귀에 물이 자주 차는 현상이다. 이게 비인두암 치료 환자들에게 굉장히 짜증 나는 증상인데, 바로 비인두암의 전조가 귀에 물이 차서 발전되는 삼출성 중이염이기 때문이다. 보통 귀 안에 고막을 살짝 찢어서 튜브를 껴 놓는다. 그럼 귀에 물이 안 차는데 문제는 이 튜브도 수명이 있다는 것.
보통 튜브는 1~2년 심어놓고 빼거나 바꾸거나 하는데 나는 꽤 오래가서 한 2년 좀 넘게 심고 있었다. 근데 자주 빼고 심고 하는게 안 좋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고막을 찢어야 하기 때문에 찢어 놓은 조직도 약해져서 나중에는 잘 아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2년 심고 뺏다가 다시 1년 좀 넘게 심었는데 다시 닳고 헐랭 해져서 물이 또 차기 시작해서 결국은 뺏다.
쓸데없는 TMI: 당연히 이비인후과에서 시술을 하는데, 뭔가 의사들의 리그에서는 튜브를 심은 사람이 다시 그 튜브를 빼는 것이 일종의 관례(?) 같은 거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딴 병원 가는 것 보다는 심었던 의사분께 가서 빼는 게 좋다고... 들었습니다. ㅎ
역시 튜브를 빼니 귀에 물이 자주 찬다. 나는 거의 한 두달에 한 번 식으로 물이 차서 불편했다. 한두 번 정도는 그냥 고막 살짝 째고 물을 뺏는데 너무 자주 빼면 안 좋으니 이번에는 항생제로 진행하자고 하심. 근데 문제는 항생제를 먹어도 딱히 나아지지 않고 결국 다시 째고 뺌. 이 패턴이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안 좋긴 하지만 조만간 또 발생하면 다시 튜브를 심는 것을 고려해 보자고 하심.
튜브를 다시 심는거야 심으면 되는데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귀에는 안 좋은 거라 신경이 좀 쓰이긴 한다. 그렇다고 귀에 물이 차는 걸 막을 수 있느냐? 그런 건 또 아니고... 이것도 은근 신경 쓰이게 하는 부분이다. 수영 같은 건 안 하지만 뭐 샤워할 때 조심하는 정도긴 한데 결국 물에 차면 차는 거고... 그냥 악순환...
안 그래도 청력도 조금씩 안 좋아지고 이관도 별로 안 좋아서 손으로 코를 막고 바람을 훅 불면 오른쪽 귀에는 바람이 들어가는데 왼쪽은 안 들어가고 있다. 일단 이관은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코를 막고 바람을 불어주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위적으로라도 바람으로 밀어주는 거라...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재발검진을 받고 왔다. 체혈과 CT 그리고 지겹고 시끄러운 MRI. 비인두암부터 시작하면 4년 차이고 폐전이 치료로 시작하면 2년 정도인데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기간이다.
비인두암 때만 하더라도 무작정 난 다시 건강해질꺼야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마음이었던 것 때문인지 그때는 재발검진을 받으러 가도 결과를 들으러 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다만 폐전이 의심 판정받으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도 재발검진 가러가기 위한 그 주부터 결과가 나오는 그 일주일 동안 좀 얼이 빠져 있는 것 같다. 기력도 없고 잠만 많이 ... 아니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만 더 오래가고. 우울증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정신과 약은 끊은 관계로 먹진 않고 있다. 그냥 불안하기도 하고 의욕도 없고 붕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오만가지 느낌들...
병원 가는 날엔 주로 외식을 한다. 특히 진료가 4,5시 잡혀있으면 차 밀리는 것 참으면서 운전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도로 상황 풀릴 때까지 먹고 가는게 딱이다. 거기다가 8시간 금식까지해서 배도 고프고. 코로나 시작되면서 거의 외식을 안 하는데 병원가는 날은 왠만하면 밖에서 먹는다. 주로 병원에서 가까운 혜화역이나 삼청동에서 먹는데 이 날은 유독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로마네꽁띠를 찾았다.
최근의 삼청동은 상권이 심각하리만큼 줄었다. 거기다가 코로나까지... 사람은 없고 공실은 넘쳐난다. 이 날도 삼청동은 한가했고 로마네꽁띠 음식점 또한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등심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는데 쫍조름하고 살짝 파삭하니 맛 있었다. 부드러운 것 때문에 스테이크는 주로 안심을 먹는데 오랜만에 등심을 먹으니 꽤 맛있었다.
먹고 나오니 어느덧 저녁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건너편 삼청동 수제비집은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던 곳인데 저렇게 한산한 모습을 보게되니 또 새롭다. 음식은 맛있었고 너저분했던 마음은 조금 위로가 되었다. 음식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몇 일 지나 지금까지 이 텅빈 공허함과 불안함과 같은 증상은 지속적으로 날 짓누른다.
이번 주 좋은 결과를 듣고 나면 금방 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래왔었으니까. 이 날도 퇴근 시간을 피해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외식을 하고 들어와야 겠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비인두 방사선 치료 후 4년 1개월, 폐 전이 항암 치료 후 1년 1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항암 일지를 쓰면서 지금까지 항상 아직도 어디가 아프고, 또 어디가 아프고... 이런 안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오늘은 괴롭히던 증상과 후유증 중 나아지거나 없어진 것들에 대해 좀 떠올려 보았다.
항상 아프고 나쁜 것들은 신경 쓰이고 기억하는데, 정작 좋아지거나 없어져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잘 생각 안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암튼 지금 생각할 수 있는 나아진 증상들은 아래와 같다.
1
콧 속의 어마어마하게 큰 농과 코 막힘
2
귀 통증과 이명, 그리고 이관증상
3
구내염
4
손/발 신경통
5
변비
6
미각
7
이물감
8
근육손실
9
각종 정신과 관련 증상들
1. 콧 속의 어마어마하게 큰 농과 코 막힘
숨쉬는 것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다 보니 일상생활을 굉장히 불편하게 하는 증상이다. 콧 속 깊은 곳에 딱 달라붙어서 코로든, 입으로든 빼내기가 진짜 힘든 농 때문에 고생하는데, 빼지는 못하고 계속 쌓이다 보니 어떻게 어떻게 어렵게 빼내서 보면 정말 아주 큰 구슬만 한 농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의 기분은 정말 역하기 그지없기도... 간혹 이비인후과에서 도구로 빼낼 때는 15센티는 족히 보이는 놈이 쭈 우우 욱 하고 나온다. (보조 간호사 분도 옆에서 보다가 깜짝 놀랄 정도)
이런 걸 하루에 2~3번 빼내야 하는데 매일매일 병원에 갈 수도 없으니 사람 미치게 만드는데 이때 코 세척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집에 있을 땐 수시로 해 주고, 외출할 때는 작은 통에 식염수를 담고 다니면서 불편할 때마다 화장실 가서 코 세척을 해 준다. 단, 내가 봐도 역한데, 다른 사람이 보면 얼마나 더 역할지.. 그래서 보통 눈치 보다가 사람 없을 때 후딱 처리하곤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일단 그 엄청난 큰 농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보단 작지만 그 달라붙어 괴롭게 하는건 여전하지만 이전이 10 정도였다면 지금은 2 정도일 듯하다. 여전히 가래를 많이 뱉고 코도 많이 풀곤 하지만 이전 대비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다. 코 세척도 그렇게 자주 하지 않게 될 정도다.
2. 귀 통증과 이명, 그리고 이관증상
청력은 한쪽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사람들과 말할 때 되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일상이 되다 보니 소리도 많이 뭉개지고 입 모양도 읽을 수가 없으니 좀 더 불편해지긴 했다. (지금은 보청기를 끼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굳이 끼지는 않아도 되는 애매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자주 청력 검사를 받는 편인데, 검사할 때 나는 그 화이트 노이즈 소리가 이명 증상과 겹쳐서 잘못 판단할 때가 많아졌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이명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치료 이후에 귀 통증이 종종 찾아왔었다. 막 찢어질 것 같이 아픈 그런. 특히 엘리베이터와 같이 좁은 공간이나 체육관 같이 소리가 울리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있노라면 귀가 웅웅 거림과 동시에 터질 것 같이 아픈 경우도 잦았지만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다. 이전엔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인상 찌뿌리면서 귀를 붙잡고 참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자극 받는 정도가 많이 줄어 들은 것 같다. 특히 통증의 정도 훨씬 많이 줄어 들었다.
귀 통증이 시작될 때 어쩔 때는 갑자기 큰 통증과 함께 고름이 줄줄 흐를 정도였는데 이 증상은 이제 없어졌다. 그리고 이 귀 이상 때문에 발란스 잡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꽤 많이 완화가 되었지만, 아직 머리 감을 때 눈 감고 서있을 때 종종 휘청이곤 한다.
3. 구내염
하 씨... 진짜 이 놈 때문에 치료 내내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진짜... 아후...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 항암 치료 경험자들은 잘 이해하겠지만 일반인들의 구내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끼손가락 반 정도 되는 사이즈의 놈들이 여기저기 열대우림 만들 기세로 일어난다. 사실 구내염은 치료 끝나면 1,2 주 정도 있다가 사라지긴 하기 때문에 젤 괴로운 후유증인 동시에 가장 빨리 탈출할 수 있기도 하다. 방사선 치료에 의한 구내염의 통증이 10 정도였다면 항암치료에 의한 구내염은 한 5 정도로 기억하는데, 항암 때의 구내염이 훨씬 견디기가 수월 했다. (그만큼 방사선 치료 때의 구내염은 죽을 만큼 괴롭다)
치료 동안 구내염 약들의 도움을 어느정도 받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진통제 먹어도 아프긴 하지만. 이건 그냥 치료 끝나고 서서히 없어진다.
4. 손/발 신경통
지금으로서는 가장 짜증 나고 힘든 후유증이다. 예를 들어 단추를 못 매고, 동전을 줍지 못하고 할 정도였고 그때는 키보드도 독수리 타법으로 쳐야만 했는데 그래도 제대로 조준이 안 돼서 오타가 나기도 했었다. 발 쪽은 뭐 밤에 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아팠고 수면제 먹고 자도 깰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참 많이 나아졌다. 아직까지 하루 세 번 진통제나 다름없는 뉴론틴을 꼭꼭 먹어야 할 정도긴 하지만 증상 자체는 많이 완화되긴 했다. 아직도 날씨라도 흐린 날이면 약도 안 들을 정도로 저리고 아프고 쑤시고 하지만 쨋든, 초반 힘듦 정도가 10이었다면 지금은 4 정도로 내려가긴 한 것 같다. 일단 일상생활을 불편하지만 꽤 할 수 있는 정도다.
5. 변비
암 치료를 하다 보면 진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활 속 불편한 증상들의 관념들이 펑펑 깨진다. 그만큼 강도가 심하게 다가오는데 이 중 변비도 지금까지 인생에서 겪어왔던 놈과는 전혀 다른 우주적 세계관을 가진 무서운 놈이었다. 뭐 일주일 동안 대변을 못 하는 건 다반사고,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지저분해지는지... 근데 그게 또 (심지어 약을 먹고도) 나올 때 가만히 나와주지도 않고 정말 별이 사방 군데 보이면서 기절할 뻔할 적도 참 많았다. 이것도 치료 후 몇 주 정도 지나니 꽤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치료 후 편한 방귀가 나오는 시점이 있는데 그때는 셀레브레이션을 해야 한다. 몸이 슬슬 정상으로 돌아가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아직은 10 중의 7은 설사긴 한데, 일단 하루하루 대변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너무 감사하고 있다.
6. 미각
이건 방사선에 대한 후유증이다. 비인두암 방사선 치료하면서 환우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미각이 오복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절실히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일단 치료 끝나고 약 4개월 정도 지나서 미각이 돌아오고 매운 것도 점점 먹을 수 있게 된다.
입맛에 약간 변하긴 하는데 처음엔 신 맛을 잘 못 느끼거나 했는데 지금은 큰 문제는 없다. 근데 옛날에 좋아했던 음식들이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라면. 예전처럼 그렇게 맛있지 않다. 이런 음식들이 꽤 생긴다. 그리고 매운 음식도 예전에 10을 먹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6? 정도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 너무 매운 거 먹으면 탈 나고 하루 왼 종일 고생한다. 함부로 매운 아귀찜 먹었다가 골로 가시는 줄 알았다.
어찌하였건 맛이 강한 음식들은 이제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고, 뭐 젤 중요한 건 저염식을 하다 보니 일반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 회사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모두 다 짜게 느껴지긴 한다. 그래서 국이나 탕 같은 것에 물 부어 먹기 일수다. 이전엔 짠 음식들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거북스럽다고 할까? 근데 이건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저염식에 대한 습관에 대한 영향이 더 큰 것 같긴 하다.
미각 상실은 비인두암 방사선 치료 때문이고, 일반 항암치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근데 항암치료 때 배식할 때마다 나는 그 음식 냄새가 어느 순간부터 토할 것 같은 느낌이라 배식 시간에 밥 안 받고 어디 도망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한식 냄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치료 완료 후 몇 달은 한식을 못 먹었다. 죄다 양식 위주로만 먹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식도 아주 잘 먹고 있다.
7. 이물감
먹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었는데, 목의 이물감이다. 1번에서 말했던 그 농이 달랑달랑하거나 달라붙어 있어 삼키려고 하는 음식들이 걜 건드리면서 소름 돋을 정도로 역한 기분도 들고 음식물 삼키는 행위 자체도 힘들다. 지금도 그 증상이 좀 있긴 한데 정말 많이 완화되었다. 뭐 몇 년 동안 겪다 보니 좀 익숙해진 부분도 있긴 하나 느껴질 때의 그 더러운 느낌이 10이었다면 지금은 3 정도? 집이나 가족들과 밥 먹을 때는 느낌이 나면 바로 화장실 가서 가래를 처리하고 오는데 타인들과 밥 먹을 때는 항상 그럴 수 없으니 그냥 꾹 참고 먹는다. (이젠 어느 정도 참을 만하다는 것)
8. 근육 손실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누워서 생활을 하다 보니 근육 손실이 꽤 크다. 치료 끝나고도 한 동안은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혼자 못 일어나고 짐도 거의 못 드는 수준이다. 이건 치료 후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와 관계되는 것 같다. 일단 치료 후 얼마 지나면 좀 살만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생활 운동량이 늘어나서 걷거나 이런 것이 어느 정도 안정된 정도로 돌아오는데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더 편해질 수 있는 것 같다.
9. 각종 정신과 관련 증상들
몇 달은 수면제와 알프람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그만큼 끊는 것도 힘들었다. 정말 수면제와 알프람 같은 정신 안정제는 무서운 약이다. 하지만 독한 만큼 도움도 많이 되었다.
치료 중에는 너무 몸이 힘들고, 입원실 침대에 있는 게 지겹도록 힘들고 하다 보니 수면제 먹고 나 자빠져버리는 게 제일 편하긴 했다. 방사선 때는 항암의 무서움도 몰랐고 이것만 지나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잘 버텨내었던 반면, 몇 년 안돼서 폐 전이 의심으로 다시 항암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었다.
그래서 치료 후에도 우울증까지도 생기고 수면제와 알프람에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굉장히 낙천적인 동시에 어마어마 예민한 까닭에 사회생활이 참 싫은 사람이다. 상처도 많이 받고 열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나랑 안 맞는, 스트레스 줄 기미가 보이면 가능한 선에서 바로 피해버린다. 그 사람들 때문에 내 정신이 좀 먹어가는 게 너무 싫어서.
일단 우울증 관련은 많이 좋아져서 정신과 치료는 그만둔 상태고, 수면제도 출근 전 가끔 수면 유도제 먹는 정도다. 전에는 꿈도 정말 리얼하고 정말정말 길었었는데 지금은 꽤 짧아지기도 했고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프람도 하루 두 번 먹을 때도 많았는데 (꾸준히 세 번씩 먹는다면 중독으로 가는 스타트 끊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사람 스트레스받아서 못 견딜 때 아주 가끔 한번 먹기는 하는데 전처럼 매일 꼭 꼭 챙겨 먹지는 않는다.
체력도 체력이고, 면역력도 면역력이지만, 항암 후유증 후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은 손발 저림 증상도 한 몫한다. 씨스 플라틴 후유증으로 손발 마비와 동시에 통증까지 느끼는 증상인데 요번 주말처럼 비라도 오는 날이면 약발도 잘 안 받는다. 약은 뉴론틴을 매일 3번씩 먹고 있지만 먹는 다고 증상이 완전히 완화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걷는 것도 힘들고 조금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발 톱과 발가락 머리 부분들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며 굉장히 아프다.
여기저기서 비타민B6가 이 이 말초신경염증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뭘 먹어볼까 하다가 약국에서 추천 받은 마그비 액티브란 영양제를 한 두 달 꼬박꼬박 먹어 보았다.
뭐 딱히 임상이랄 것은 없지만 두 달 먹어본 결과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손발저림 증상이 낫거나 나아지진 않았다.
2) 뉴론틴 복용할 때 뉴론틴의 효과가 보통 때보다 더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느낌일 뿐...
금방 낫거나 좋아지는 사람들도 봤는데 이것도 케바케가 아닌가 싶다. 실제 비타민B6가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도. 딱히 저 마그비 액티브란 영양제를 비추하는 얘기도 아니다. 정확히 B6 영양제는 아니고 B1,2,3...의 비타민 B군을 모두 모은 식의 영양제다. 약국에서 구입 시 B6는 없고 저거 먹어보라고 해서 먹은 거다.
그래서 순수 B6를 먹었어야 하는 생각도 있고... 아니면 그냥 B6를 섭취해도 나한테만 안 맞는 것일 수도 있으니.
주치의 선생님도 항상 "왜 빨리 안 나을 까요..."이러시니 딱히 방법도 없는 것 같고...
비타민B 영양제를 딴 거를 또 먹어볼까 하긴 하는데... 이전에 사두고 해치워야 할 영양제들도 많아서 일단 있던 것들부터 먹은 다음에 비타민B를 재 복용해 볼지 말지 고민하려고 한다.
비인두암 발병으로 치료 받았을 때는 방사선이 주치료라 그런지 눈에 띄는 항암제에 대한 후유증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때 항암제는 시스플라틴을 7회 받았다)
하지만 이번 폐전이 치료는 항암이 주치료 였고,
시스플라틴+ 5FU주를 6세트 진행 했다. (4박5일 꼬박 주사를 맞아야 해서 1세트에 1주일 정도 소요됨)
3개월이 지난 현재 후유증으로 안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손발저림 증상이다.
손발 끝이 마비되고,
저리고,
스트레칭을 하면 전기가 찌릿찌릿 하는 듯 하고,
타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바늘에 찔린 듯 아프기도 하고...
그리고 미세 동작이 힘들다. 젓가락질, 타이핑, 단추 매기, 물건 집기 등.
이 증상은 24시간 지속 된다.
귀찮고 괴롭고 삶의 질이아주 저질이 되어 버린다.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으니 (컴터가 필수라...) 낑낑대며 독수리 타법으로 톡톡톡톡 타이이이핑을 하지만,
역시 블로그 활동을 하기가 힘들어 진다.
포스팅을 안 한지도 오래 되었다.
항상 통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때도 나도 모르게 얼굴에 인상을 찌뿌리는 것도 일수다.
치료 종료 3개월이 흘러가고 있는데 증상은 계속 심해져만 간다.
아직 약처방은 받고 있진 않고 여기저기 인터넷 찾아봤는데 손발저림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항암이란게 어차피 독을 독으로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여되는 항암제는 종양 뿐 아니라 몸에 온갖 좋은 세포들도 다 죽여버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죽은 세포들로 인해 신경염이 발생하는데 이걸 말초신경병증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손끝 발끝은 특히 혈류가 왕성히 흐르는 곳이 아니라서 이 끝에 죽은 세포들이 재생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빠르면 치료후 6개월, 늦으면 1~2년 혹은 평생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쨋든 이 말초신경병증세를 일으키는 건 다른 요인들도 있긴 한데 암튼 항암제의 보편적인 후유증이라고 한다.
간혹 혈류가 안 흘러서 저리고 쑤시고 마비되고 한다는데 맞으면서도 틀린말 같다.
순수하게 혈류가 잘 안 흐르는 것도 있겠지만 세포 자체가 죽어버렸으니 재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에 양약 (주로 뉴론틴이 처방 되는 듯)은 치료가 아닌 증상 완화만 시켜주는 듯 하다.
그리고 뉴론틴이 채내에 쌓여가며 추후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르니 찝찝해서 아직 처방 안 받고 있다. 참는 것이 괴롭긴 하다.
또 이 이유 때문에 안마, 족욕과 같은 민간요법, 침과 같은 한방 요법을 통해 "싹 나았어요~!!' 하는 결과를 찾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의학계에서도 뚜렷히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암병원에서 상담을 해도 뉴론틴 처방 및 "보편적인 후유증이에요"라는 대답만 듣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답답할 노릇인거다.
전 세계적으로 이 증상을 치료할 명확한 방법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아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긴 한데,
의학계나 병원은 상업적인 암장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런 분야도 꾸준히 투자하여 해결책을 내놓아 줬으면 좋겠다.
이전 투병 포스팅들에서 암환자에 대한 입체적인 치료 전개 과정이 필요하다고 투덜 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좋은 예인 것 같다.
암발명 이후 매뉴얼에 따른 듯한 일직선 적인 치료만 받다가 끝나면 내동댕이 쳐지는 상황에 놓이는게 환자다. 그 이후는 모두 환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양병원이니 묘약이니 뭐니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물론 오랜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이루어진 곳들도 많겠지만) 부담스러울 정도의 지출을 끌어내는 사기꾼들도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살인마보다 사기꾼들을 더 혐오 하는데 먹는거 가지고, 아픈 사람 몸가지고 장난치고 피눈물 하게 만드는 인간들은 안 죽을 정도로 사지를 찢어서 시청 앞에 대롱대롱 매달아 놔야 한다.
하아.. 감정이 좀 복받쳤나보다....
암튼 그래서 나도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그냥 참고만 살 수는 없어서 아래와 같은 노력? 행위?들을 하고 있다.
1. 안마
잠깐이라고는 햐지만 역시 안마를 통한 증상 완화는 정말 좋다. 아주 잠깐이라도...ㅜㅜ
그리고 사람 손 맛 만큼 안마가 기가 막힌 것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안마만 가족에게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저렴한 안마방을 찾아도 증상과의 싸움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지출이 부담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 손 맛에 비할 수는 없지만 몇몇 안마기계에 몸을 자주 맡긴다.
이 즈음이면 콜렉터가 되가는 기분인데 근 몇 년 동안 하나둘씩 장만하다보니 상당히 많은 개수의 안마기가 모이게 되었다.
1-1. 전신 안마기
1차 치료 때 몸이 너무 너무 쑤시고 저려서 큰 맘 먹고 구입한 리퍼브 상품. 거실의 공간을 많이 차지 하긴 하는데 정말 가성비로 잘 쓰고 있다.
걍 가실에 나가 TV 틀어 놓거나 하면 그냥 안마기에 붙박이로 앉아 있게 된다.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분이 되어 가는데 이렇게 자주 쓸 줄 알았다면 좀 더 좋은 놈을 구입할 걸 하는 후회도 가끔씩 한다.
어쨋든 기계는 기계라 깔끔하고 효과적인 결과는 당연히 못 얻지만 뭔가 마약과 같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전신 안마기는 인터넷 뒤적거리는 것 보다는 매장에 가서 여러 안마기를 체험해보고 자신에 맞는 것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1-2. 발 안마기
이건 책상에서 게임을 하거나 컴터를 할 때, 앉아 있을 때 거의 '항상' 발을 집어 넣고 있다. 아무래도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보내는 시간은 전신 안마기 보다 발 안마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전신 안마기가 좀 아쉬운 부분이 손/발 마사지인데, 발의 경우 그냥 아프게 꽉쪼이는 것 뿐이라 따로 이렇게 발 안마기가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1-3. 손 안마기
이번 항암 후유증 때문에 한 번 구입해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이 제품은 버튼 누륵가 좀 힘들어서 좀 짜증이 나는데 암튼 손에 구멍들이 생길 정도로 팍팍 눌러줘서리... 한 번 하고 나면 한 몇 분 정도는 (편안하지까진 않아도) 증상이 살짝 완화된 느낌을 받는다.
위에서 얘기 한 것처럼 전신 안마기의 손/발 부분이 단점이라... 전신 안마기 할 때 손마사지기로 따로 하기도 한다.
1-4. 재활볼
걍 고무공 쪼물락 쪼물락 하는 건데 나름 도움이 된다. 한 20번 열심히 줘락 펴락 하면 1초 정도 증상이 풀려지는 느낌이다. 역시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자다 일어나면 손발이 더 쑤시는 것 처럼 가만히 굳게 둘 바에야 계속 움직여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틈만 나면 계속 줘락 펴락 한다. 특히 회사에서 쓰기 유용하다.
2. 사우나
천성이 게으르고 복직까지 하다보니 매일 운동할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 이 때 땀을 흘리게 해줄 용도로 매우 좋다.
몸 안의 독소 제거를 위해 땀을 흘리는게 중요하고, 스웨덴 사람들이었나.... 북유럽 사람들에겐 일상이 될 정도로 건강에 좋다고 하는 사우나다.
2-1. 통사우나
1인이 들어갈 수 있는 사우나 기계로 1차 항암 때부터 자주 이용했다. 일단 전신 사우나가 가능하니 유용하게 쓰인다. 50도가 넘는 뜨거운 온도 속에 15~30분 가량 앉아 있으며 흠뻑 땀을 흘리고 나오면 정말 기분이 좋다.
2-2. 족욕기
발저림 때문에 최근에 구입했다. 통 사우나 기계가 있긴 하지만 뭔가 습식이라는 점과 발 안마기와 마찬가지로 앉아 있을 때 다른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습식/건식 모두 가능한 족욕긴데 통사우나기가 이미 있어서 주로 습식으로 사용한다.
심리적인 부분이 큰데 뜨거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오면서 발을 자극해 줄 때 그 느낌이 참 안정적이다.
한 일주일 매일 하고 있는데 딱히 증상이 나아지는 건 없지만 계속 하게 된다.
3. 운동과 스트레칭
병의 치료 뿐만이 아니라 그냥 살면서도 우리가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심리적인 요인은 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운동과 스트레칭이 그런 것 같다.
실제ㅓ 피지컬적으로도 당연히 도움을 주겠지만 운동과 스트레칭은 몸을 직접 굴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안마나 사우나 보다 더 만족감과 믿음이 큰 것 같다.
말기암을 선고 받고 산에 들어가 살면서 나아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자주 듣는데 확실히 자연과 함께하는 운동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울창한 나무들에게서 발산 되는 피톤치드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로서도 마음부터가 건강해지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시골? 비도시 생활에 부정적이 아니어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정말 도시에서 영원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도시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그 특유의 답답함, 탁함과 바쁘고 치열한 스트레스들이 너무 싫다.
요가와 필라테스가 그렇게 좋다던데 해보진 못했고 너무 쑤실 때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스트레칭을 하면 정말 발끝 손끝의 찌릿찌릿함이 느껴지는데 아픈만큼 시원하기도 하다. 언제어디서든 손쉬게 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인터넷 보다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퍼와 본다.
위의 링크로 가면 스트레칭 관련 포스팅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위 사진의 스트레칭이 손저림에 제일 효과적이었다.
4. 음식
제일 민간함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세상에는 워낙 좋다고 하는 것들이 많아 뭐 하나 딱 찝어서 이거다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다만 걍 두 개 정도 언급하고 싶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물이다.
4-1. 물
마시는 것들 중에도 암에 좋다고 하는 것, 그리고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야채즙, 각종 버섯차, 현미차 등등등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이든 서양이든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가장 기본이면서도 필수적인 건 물인 것 같다. 그리고 끓여야만 하는 수고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최소한으로도 챙길 수 있다. 너무 시원하지 않게 미지근하게 자주 마셔주면 좋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활동 중이거나, 잠자기 전에거나 일어난 직후거나... 물, 물, 물...
4-2. 장어
이건 그냥 껴 넣은 거긴 하다. 이미 스태미너 음식으로도 유명하고 신경통에도 좋다 하여 자주 먹는다. 싼 음식은 물론 아니지만 집 근처에 다행히도 싸고 맛있는 장어 집이 있어서 자주 먹는다. 기름 쫙 빠진 장어구이에 솔솔솔 갈아 넣은 장어탕.
한 한달 정도 일주일에 2~3번 씩 꾸준히 먹은 것 같은데 솔직히 확 채감할 정도로 몸에 변화가 있다거나 좋아졌다거나 그런 걸 느낀 적은 없다. 당연히 그렇겠지... 꾸준히 오랜동안 지나야 효과가 있는 것 아니겠나...
암튼 중요한건 영양 생각해 골고루 이것저것 먹어 주는 것, 자기 몸에 잘 맞추어 챙겨 먹는게 젤 중요한 듯 하다.. 물론 그게 젤 어렵긴 한거지만....
- 침대 일어나면서 매번(!) 폴대로 내 침대 텅텅 부딪혀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당당히 걸어 나가신 그 분들.... 하아... 진짜 낯이면 몰라도 밤이나 새벽에 자는 중에 그러면...ㅜㅜ
다인 실은 침대 하단 부에서 철제 구조로 연결된 트레이를 끌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식인데, 내릴 때 그걸 발로 차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소리는 쾅! 밤에 그러면 진짜 민폐인거고 낯에도 사람 깜작 깜작 놀라게 하던 그 분.... ㅅㅂ 진짜...--
2.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관심 1도 없으니 조용히 합시다 제발...ㅜㅜ
- 본인 자산이 얼마고, 회사는 거래량이 얼마고 어쩌고 저쩌고 ... 그 놈의 '억' 단위 돈 얘기 나오면 왜그리 목소리들이 커지시는지....
정말 진짜 하늘에 맹세코 관심 1도 없다고요....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관대하고 배려 깊고 좋은 사람인지 주위 침대나 방문자들 한테 어필 존1나 하는 사람들....
꼭 그런 사람들이 보면 간호사 분들 젤 많이 괴롭히더라... 갑질 쩜!
3. 방구 트럼 뿜뿜
- 우리 다 아픈 사람들이 다 이해 합니다. 안 그래도 병동이 쥬라기 공원 뺨 치는거 당연은 하지만....하지만 그래도 밥 먹을 때 만큼은 너무 편하게 터뜨리지 않도록 신경 정도는 써 볼 수 있지 않을까요....ㅜㅜ 식사 중 너무 편하게 터뜨리는 분들.....ㅜㅜ
4. 야식은 밖에서....
- 이건 아직 항암을 시작하지 않은 초보(?) 환우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현상인데,
밤 10시 다되서 야식... 그것도 김치 같은 냄새 강한 음식들.. 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항암 하면 그 울렁증 때문에 밥 냄새만 맞아도 바로 구역질 나는 후유증을 많이들 겪습니다. 굳이 냄새 강한 야식을 먹어야 한다면 입원실 밖에서 음식을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ㅠㅠ
5. 부엉이와 얼리버드
- 5시 혹은 5시 전에 일어나서 활동하는건 당연히 개인 자유긴 한데 왜 꼭 남들도 그렇게 해야 될 듯이 티내면서 시끄럽게 활동하는 건 좀 안 좋아 보인다.
잠 좀 자자고요.....ㅜㅜ
난 "5신데 왜 불도 안켜!"하고 소리지르는 분도 봤다... 그냥 개 어이털림....
부엉이들 다른 침대 자는 사람들 상관 안 하고 실 컷 떠들어 대다가 코골면서 사람들 가면 또 바로 푹 잠드는 거 보면 더 배알꼴림... 난 그때부터 수면제 효과 다 깨고 밤새 뒤척이며 거진 밤을 샛다.... ㅅㅂ....
뭐 이 밖에도 에피소드가 많지만 위 경우가 좀 많이 짜증났었고 나를 입원실의 프로 불편러로 만들었던 사례들이다.
물론 주위 환우들을 배려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다인실의 불편함 중에 하나다.
뭐 힘들면 1인실 쓰세요 하면 할 말이 없다. ... 돈이 많이 들거덩....
그냥 입원 하면 일주일 동안 수면을 잘 취할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한 번 남았으니 이번에도 걍 바보처럼 암 말도 못하고 꾸욱 참으면서 버티어 볼란다.
겨울 같은 경우 난방이야 잘 되어 있지만 그래도 이동할 경우 가벼운 쟈켓 정도는 입는게 좋다. 힘들지만 몸을 자주 움직여 줘야 하기 때문에 여기 저기 이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평일인 경우 사람들도 득실대서 추울 일 없지만, 주말이나 밤의 경우 사람도 없고 난방도 줄이기 때문에 (입원실 제외) 외투가 있으면 좋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비인두암 투병 일지]
Week.0 1.8~1.14 || 치료전
- 일반병원 조직검사: 매우 아픔....ㅜㅜ. "비인강암확정"
- 대학병원 트랜스퍼 후 정밀 검사 (X-Ray, CT, MRI, PET-CT, 뼈, 조직, 초음파유도하 생검검사- 갑상선과로 이동해서 같이 받음) :"비인강/비인두암3기 확정"
- 1.11: 20년 치료가 확정되어, 마지막 담배 한 대 피고 남은 각과 함께 휴지통에 던져 버림
Week.01.15~21 || 방사선 2차, 항암 1차
-사형수에게 마지막 주는 식사처럼 마지막 만찬은... 브런치... 그리고 그 날 맥주도 하고 술도 끊음.
마지막으로 뭘 먹지 하는데 막상 생각나는게 없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강남역이 있다가 가까운 서초 사리원에 가서 육수 불고기나 먹을까 하다가 어릴 때 맛있게 먹던 브런치가 생각나서 강남역 근처에 있는 버터핑거로 갔다. 서울에 처음 가봤을 때 미친 가격 때문에 상욕하고 나온 곳인데 다시 그 곳을 찾을 줄이야... 정작 더티하고 불량한 맛을 그나마 제일 잘 내는 곳이라..
-1.19 방사선과 항암주사 시작
씨스플라틴... 다행히도 항암에 의한 '단기' 후유증은 많지 않았다...
- 방사선/항암 모두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 특히 항암의 경우 처음 약간 구역질이나 구토만 동반했을 뿐 다른 큰 건 없었음.
-식사도 잘 하고 있고, 일반체중 대비 6키로 정도 더 쯰운 상태
- 매일 어마 무시한 량의 약을 복용해야 함.....
Week.02 1.22~1.28 || 방사선 6차, 항암 2차
-1.26 항암 주사실에서 어느 분이 핸폰으로 'My Way'를 듣고 계심..(당황스러웠음.. 결국 암을 이기지 못해 죽는 주인공이 나왔던 영화의 주제가로도 쓰였던 이력이 있었던지라... 걍 가만히 있었음)
- 병원 안에서도 그냥 아무거나 잘 먹었음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칼국수 등) 그리고 계속 물
- 1.27: 목이 따갑기 시작, 미각도 조금씩 잃어가는 기분
- 1.28: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 "Resident Evil"
-1.29: 목이 따가워서 죽/샐러드 위주로 식단 조정 시작; 아침에 꽃등심을 구워 먹는데미각을 완전히 상실 (종이 씹는 맛)
Week.03 1.29~2.4 || 방사선 10차, 항암 3차
- 슬슬 아픈 진통이 시작; 일반인 대비 통증이 좀 빨리 시작되었다고 하며, 마약성 진통제와 패치 처방
- 방사선 때문에 스트라타 XRT 사용중이었으나 피부 트러블로 사용금지;
- 1.30. 지인들과의 오리고기 식사와 응원
- 처방 가글 시작
- 5시 기상, 9시 취침이었으나, 통증으로 인해 리듬이 모두 깨짐
- 2.2: 목 통증으로 주 식사가 죽이됨; 심지어 콜라도 쓴 맛이남
- 마약 진통제를 먼저 먹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태 (펜토라 박칼정)
마약 진통체라고 해서 중독되고 뭐 그런거 없다. 오히려 저거 없으면 고통 때문에 미친다... 아니 먹어도 통증이 너무 심하다...ㅜㅜ 너무 심하면 몰핀 주사까지 간다는데 나는 몰핀은 안 맞았다.
Week.04 || 2.5~2.11 || 방사선 14차, 항암 4차
- 탈모시작 -> 바로 삭발
- 목/구강 통증으로 죽 위주로 밖에 먹을 수가 없음... "마약진통제 > 죽 > 아이스크림"이 패턴의 연속...
- 가끔은 마약진통제에 기대어 샤브샤브나 삼계죽 같은 걸 먹고 있으나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뭘 씹어 먹는거 자체가 힘듬...
- 고통 2막의 시작, 새벽에도 중간에 깨서 진통제를 먹고 자야됨, 입과 목은 다 헐어서 제작동을 멈추기 시작한 듯,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음
-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력을 최고치로 올려도 비틀비틀 ㅋ) 삼계탕 몸보신은 지속적으로 하려고 노력 중
- 밥을 먹지 않을 때는 리도카인으로 입을 마비 시켜줌... 그래야 그나마 고통이 조금 줄음... 치과에서 이빨 빼기 전 마취약 느낌이 좀 남
- 바나나군, 자몽군, 오렌지군, 포도양 등등 비타민 공급체들... 니들은 입 안 통증을 너무 주는 관계로 당분간 안녕...
- 스태미너 충전은 중요하기에 꾹 참고 고기는 먹음
Week.05 || 방사선 19차 , 항암 5차
- 피부과 진료, 디푸코 연고 중단함
-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마약진통 패치를 12그램으로 올림, 양 가슴에 붙였다가 효과가 너무 쎼서 속이 울렁거려 토할 뻔함...
- 본격적으로 입이 바싹바싹 마르기 시작하여 침도 안나오고, 코는 엄청나게 막힘
- 중간 MRI 및 2차 모의치료 실시
- 너무 못 먹다 보니 영양제를 맞기 시작함 (이게 주식이 될 줄이야....)
- 2.18... 왠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밤을 하얗게 지샜음....
Week.06 || 방사선 23차, 항암 6차
- 몸무게가 55로 빠짐
- 방사선 치료 2/3 지점이 지났고, 의사쌤은 여기까지 왔으니 완주를 위해 이제 무조건 버티기 들어가자고 함.
- 아로니아, 자몽, 오렌지, 카뮤카뮤 조합의 쥬스를 다시 마시기 시작해서 비타민 보충
- 목이 그야 말로 ㅈ됨... 밥은 당연히 못먹고 팥죽마저 넘길 수가 없어 다 남겨버림...
- 이 시점부터 매일 영양제 처방됨
- 예민함의 수치가 극도로 상승, 정신이 제정신이 아님.. 주차장에서 삐딱 주차한 것만 봐도 열받아 스마트 국민 앱 어플 다운 받음 (기력이 없어 신고는 못함...)
[아... 저런 개 ㅅㅄㄲ... 안그래도 주차할데 없는데 줄을 먹고 주차해??? 분노의 절정...]
- 혀랑 목이 완전히 아작 난 상태라, 마약 진통제 두 알을 먹어도 팝죽을 목으로 넘길 수가 없음.
- 고통으로 인해 물도 못 마심, 가글도 힘듬, 부드러운 건데도 치약이 아파서 양치도 힘듬
-입 안은 쩍쩍 말라가는데침만 생켜도 죽을 것 같은 고통...
- 전복, 주꾸미, 양파, 당근, 두부, 매생이, 햄프시드 등으로 비빔죽을 만들어 먹어봄
Week.7 || 방사선 치료 중단 , 항암 7차
- 차도 못삼키겠음 (3.1)
- 마지막 (3.2) 7차 항암 치료 완료, 다행히도 항암에 대한 부작용은 많이 없어서 무사히 완료
- 목에 화상이 너무 심해서 결국 방사선 치료 중단 선언.
- 아침에 호박죽을 먹었는데 목으로 삼킬 때 너무 아파서 결국 진통을 못견뎌 병원 식당에서 울음. (1/5도 못 먹고 남김)/..... 너무 아파서 눈물이 그냥 또로록 떨어짐...)
- 하모닐란... 화상이 4도에서 3도 까지 떨어질 때까지 주식이 됨.
- 하모닐란은 겨우 200미리인데 빨대 꼽고 다 먹는데 두 시간이 걸림. 욕심 내서 한 번에 두 모금 쑤욱 빨았다가 5분동안 침대에서 목잡고 뒹굼.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싶어도 목 통증이 너무 심해 비명도 죽으라고 참아야 함.
- 나이 뱃살이 사라짐 (띠용!) - 3.4
Week.08 || 휴식주
- 치료 중단으로 1주일 휴식
- 영양제는 주말에도 계속 투여, 근데 이제 주사를 꽂을 데가 없음. 팔이 말 그대로 너덜너덜 해져서 주사를 꼽을 데가 없음 (위 사진은 훨씬 전에 찍은거라 멀쩡하게 나옴 ㅎ)
- 억지로 주사를 꼽지만, 혈청 통증이 말이 아님. 아픔.
- 몸 이상, 구토 울렁증에 결국 토를 함.
- 구강, 목 통증으로 리도카인 추가 처방
- 혓바늘 엄따시 큰 거 (새끼 손가락 1/3 크기 정도?의 어마무시한 놈들) 두 개,,,, 너무 아픔....
- 매일 먹는 약이 너무 많음...
Week.09 || 방사선 33회 치료 종료
- 목화상은 약간 내려가서 다시 방사선 시작 및 종료 (드디어!)
- 영양제는 맞아야 하는데 계속 주사 바늘 꽂을 데가 없어서 계속 고생.... 오른팔/왼팔 다 너덜너덜...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치료가 끝난 후, 이 암치료의 후유증의 세계에 대해 이미 득도를 하다 못해 항상 감탄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정말 지장을 주는 후유증 중 하나가 바로 목에 느껴지는 [이물감]이다.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겠는데, 목에 위화감을 느끼거나 뭔가(농 같은 것이) 걸려 있는 느낌이다.
이 느낌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식사를 잘 못하게 된다. 안 그래도 영양섭취가 중요한데 말이다....
그래도 먹고 살자 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밥을 집어 넣어도 바로 못 견뎌서 구역질을 하고 심할 땐 전부 토해 버린다.
음식물이 넘어갈 때마다 그것이 건드려지는 느낌인데 정말 굉장히 역하다...
그러니 결국 끼마다 먹는 건 밥 한공기 반의 반도 못먹고 있다.
나는 치료 끝나고 한 3,4개월 후 부터 직접적으로 이걸 느끼기 시작했는데, 지금 거의 8개월이 지나가는게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건더기가 배때기에 들어가야 좀 음식 먹은 기분도 나고, 배도 따땃해 지고 하는데....
으례 암환자라고 하면 좋은 음식이다 뭐다 골라 먹을 것 같은데,
지금 내 상황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물론 불량한건 제외해야겠지만)
요즘 내 자신이 불쌍하게 여겨지는게....
하루종일 배가 고프다... ㅜㅜ
진짜 저렇다.. 치료 당시 40키로 대까지 빠졌었는데 요즘 이 증상 때문에 못 먹다 보니 50대 초반으로 확 떨어져 버렸다.. (키가 178인데...ㄷㄷㄷ...)
건더기를 못 먹으니 선식, 쥬스 뭐 이런걸로 영양 보충은 그나마 하고 있는데... 마시는게 한계가 있지.. 항상 정말 허기에 차 있다....
병원에 가도 딱히 치료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건지... 나아지기는 하는 건지...
마시는 것들 (선식/쥬스 등)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마실 때도 구역질이 날 때가 있다.
가만히 있을 때도 이 느낌 때문에 구역질을 하고 불편하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안 먹으면 죽는다...하면서 뭐 죽을 각오를 하고 의지로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겪어 보면 그게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요즘은 잘 먹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그래도 연말이라고 좋아하는 참치회를 먹었는데, 좀 무리해서 먹다가 이내 다 토해버려서 속 상했다....ㅜㅜ
밥 한끼 두둑히 먹고 행복해야 할 시점에 나는 목을 잡고 항상 인상을 찌푸린다.
사회 생활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 아픈거 이해 해 준다고 하더라도 남 얘기지... 거기다 또 밥상에서 온갖 인상 다 찌푸리면서 먹는 꼴을 보고 누가 좋아 하겠는가... 의식해도 그세 까먹고 오만상 다 찌푸리고 있는데... 그런 날 발견할 때매다 주위에 참 미안하다... (그렇다고 이걸 또 사과할 수도 없는 마당이고...)
아직 증상이 나아지진 않고 계속 심해지는 단계다. 치료법도 몰라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후유증이 일상생활에 많은 장애를 준다고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은 에로 사항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건 아래 정도이다.
* 물/국물과 함께 음식 먹기
- 물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국물은 필수. 물을 몇 번씩이라도 들이키면서 조금이라도 밥 한 술 더 먹을 수 있게. (솔직히 죽도 힘들 때가 많다) 밥 삼키기가 참 힘든데 그 때는 누룽지로 대체하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
* 조금씩 자주 먹기
- 어차피 밥 한공기는 고사하고 몇 숟가락 밖에 못 먹기 때문에 자주라도 조금씩 먹기
* 선식/쥬스
- 암환자 (치료가 끝나더라도)에게는 몸관리가 정말 중요한데 정작 먹을 수 없는 상황... 대표 5대 영양소 및 기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그나마 마시는 방법으로라도 보충을 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쥬스 같은 거 갈아 먹을 때 영양분 다 안빠지게 믹서기도 좋은 것을 사서 쓰는 것이 좋다. 나는 무리해서 괜찮다는 놈으로 비싸게 구입했는데 만족하고 있다. (광고성 같아 제품은 말 안한다 ㅎ)
암튼 다양한 곡물부터 시작해서 각종 채소 과일을 갈아갈아, 되도록이면 영양분은 최대한 많이 잃지 않도록!
* 코세척 / 항상 코와 목을 촉촉하게
- 코는 시원해도 목이 불편한건 어쩔 수 없지만, 귀/코/목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만큼 코세척을 해주면 그나마 안 하는 것 보다는 좋다. 부담도 가고 잘 몰라서 안 하다가 막 시작한지 두어달 정도 됬는데, 와... 정말 마약같은 코세척! 치료 받을 때도 내가 왜 이걸 안했나 후회할 정도로 효과가 너무 좋다.
일반 비염기가 있는 사람들도 하면 굉장히 굉장히 좋을 방법이다. 손쉽고 간편하다. 일반 식염수 쓰면 되니까 가격 부담도 안간다. 하지만 잘 못하면 귀에 물이 차는 경우가 있으니 그건 조심...
특히 비인두암 후유증으로 침샘이 없어지고 해서 큰 농들이 붙어 있는데, 이거 제거 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매일 매일 이비인후과를 갈 수도 없는 거고... 하지만 코세척을 하면 비교적 쉽게 야들을 제거할 수 있다. 정말 비인두암 치료 후의 환자들에게는 악마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 놈의 왕따시만한 드라이한 농들... (나도 보기 민망해서 보호자한테도 잘 안보여 주는데 정말 "진격의 코딱지"가 딱 어울릴만한 이름으로... 정말 힘들게 하는 거인 코딱지 놈이다.)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코세척, 이것을 소개한 이상민... 아마 이게 그의 인생에서 행한 가장 위대한 일 일거다.
* 살라겐 등의 처방약
- 살라겐은 한 번 포스팅을 했었는데, 구강건조증 처방약이다. 온 몸을 쥐어 짜서 침을 내보내는... 이게 뭐 과학적/의료학적 근거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두어달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데 요즘은 안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래도 약이라 그런지 뭔가 부작용이 있는 느낌이다. (헛기침, 숨쉬기 불편함, 미약하지만 폐 쪽 통증 등등) 그냥 필요할 때 2~3시간 작용용으로 먹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경험상 보니 저거 먹는다고 이물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참고로 난 약먹는거 더럽게 싫어 하는 사람이다.... 암치료 때 매일 9개 정도 되는 양약을 먹는데 증말... 어후....
이렇게 치료 받은 것도 감사하고 불평 없어야 하겠지만,
나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아마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고 살아야 하는 후유증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받아 들이더라도 불편함으로 인한 영양분 섭취의 문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할텐데... 시간이 더 흘러야 지혜도 느는 걸까....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비인두암 투병 포스팅을 하면서,
맨날 어디가 아프고, 고통스럽고, 죽겠고... 했었는데 이번이 가장 가벼운 포스팅이 될 것 같아 그나마 마음이 좀 좋다.
어떤 정보가 또 필요할까 생각 해 보다가 세면도구(?) 쪽이 떠올랐다.
바로,
- 치약
- 칫솔
- 로션
- 샴푸
- 전자 면도기
이렇게 하니 무슨 아이들 수학 여행 전 준비물 같은 느낌인데 ㅎ, 사실상 풀어 보면 하기와 같다.
- 잇몸 치약
- 부드러운 칫솔
- 자극없는 베이비 혹은 보습 로션
- 유아용 샴푸
- 전기 면도기 (남성용)
우리 일반 생활 하는 것처럼 세면도구들인데,
리스트 보면 느낌 오듯이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고운 것들"이 필요하다.
[괴롭고 힘든 투병 기간 동안 따듯한 샤워할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몸도 씻겨 내려가며 병도 씻기는 것 같고... 근데 문제는 하루에 샤워를 너무 많이 했었다... -_-]
비인강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머리부터 시작 해 목쪽으로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머리감고, 얼굴씻고, 양치하고 하는 부분들이 다 영향을 받는다.
화상을 입기 때문에 그 만큼 그 부분들 모두 피부 트러블도 많고 연약해 진다.
그래서 기본 세면도구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방사선 치료 전 병원에서도 어느 정도 주의 사항을 알려 주기는 한다)
머리, 목 부위 피부가 어떻게 되느냐면.... 아래 사진을 열어보면 된다.
** 좀 혐짤이라 접어 놓았으니 확인하고 싶으면 펼쳐 보면 된다.
방사선 치료 시 피부 변화:
사실 위 정도는 약과다. 훨씬 더 심해지는데, 그 때는 인생 살 맛이고 뭐고 힘들어서 사경을 해맬때기도 하고, 사진 찍을 맘도 없기 때문에 그 나마 좀 정신있을 때 (덜 피폭 되었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저게 그냥 간단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엔 초토화가 된다고 생각하면 됨.
이제 준비물 이야기인데,
참고로 원래 난 평생 피부 미용에 신경 쓰지 않고 살던 사람이기 때문에 (비누조차 잘 사용 안 함.....) 그나마 이 정도로 간단히 챙겼는데 더 꼼꼼히 챙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가장 기본이라고 봐도 될 듯)
광고하는게 아니라서리, 제품 종류도 여러 가지 일테니 핵심 기준만 맞추고,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