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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쓰는 케테고리다. 최근에 6개월에 한 번하는 암 재발 검사 결과를 듣고 왔다. 그 전만 하더라도 '완치'에 가깝다는 단어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완치'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장기생존자'라는 단어를 쓰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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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는 없어보이고요, 이대로면 장기 생존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장기 생존자?, 완치가 아니고?'

근데 우연인지 몰라도 요즘 인터넷에서도 '장기 생존자'라는 단어를 많이 듣던 참이라 '완치'보다는 무언가 책임감과 무게감을 더해주는 이 단어에 대해 먼저 찾아보았다. 

 장기생존자라는 용어는 암 진단 후 여러 해 동안 생존한 환자를 가리킵니다. 이 용어는 예전에는 생존 기간이 짧은 암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암 치료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장기생존자라는 용어는 암 환자들의 힘과 용기를 인정하며, 생존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라고 한다. 비인두암 방사선, 항암(시스플라틴) 이후 6년이 지났고, 폐전이로 인한 항암치료 (씨스플라틴+5FU (5-Fluorouracil)) 이후 4년이 지났다. 뭔가 무게감을 주는 단어인 장기 생존자로 가고 있는 길목에 서서 지금의 몸 상태 (후유증)를 다시 한번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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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경통

일상에 가장 영향을 주는 부분 중 하나다. 24시간 손발에 느껴지는 오만가지의 신경통증. 때로는 저리고, 뜨거우며, 차가우며, 따끔하며... 금방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고 영원히 가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이 후유증에 대한 원인을 밝히거나 치료한 사례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약으로 완화시켜야 한다.
아직도 하루에 뉴론틴 (신경통 진통제)을 3~5번 정도를 먹는다. (300mg 기준) 약을 먹는다고 통증이 가시는 것은 아니고 많이 완화되는 정도다. 비 오는 날 같이 날씨가 흐리거나 안 좋은 날은 약도 잘 안 듣는다. (덕분에 엄청 큰 600mg도 있는 걸 첨 알게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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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스플라틴 때 이 부작용이 있었으나 두 번째 치료의 5FU가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운전을 1시간 이상 정도 하면 기가 막히게도 딱 고 정도 시점에 발에 쥐가 나는데 이게 웃긴 게 신경통 때문에 그 쥐를 또 참을 만할 때도 있다.

웃프다...

그래도 감사해야 하는 게 치료 때문에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매일매일 밥처럼 하루 세 번 먹던 펜타닐+ 몇 개월 붙이고 있던 듀로제식 패치와 하루에 3~5번은 주사로 맞았던 스테로이드, 가끔의 옥시코돈을 먹던 역경의 날을 생각하면 이제 뉴론틴 하나 남은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너무 참을 수 없도록 아파서 펜타닐 씹어 먹으면서 듀로제식 패치 더 높은 용량으로 붙였다가 골로 갈 뻔한 적도 생각해 보면 ㅎㅎㅎ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던 경험들... (펜타닐은 꼭 녹여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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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인두의 농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이것도 참 일상에 영향을 주는데 치료 완료 초중기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괴롭힌다. 가래를 많이 뱉어내야 하는데, 그래서 휴지를 끊임없이 쓴다.
특히 환절기에는 더 큰 영향을 주는데 비염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양도 많고 크기도 크고 암튼 그렇다. 이비인후과 가서 드레싱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1시간에 한두 번은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 코세척이 답이긴 한데, 코세척 후 가래 뱉는 '카악' '카악' 하면서 뱉게 되는데 하도 찐득하게 붙어 있어서 점막이 아작이 난다. 당연히 점막이 같이 뜯어지니 피떡이 된다. 목소리도 금방 쉬어 버리고. (추가로 말을 하거나 밥을 먹다보면 턱과 혀에 이상한 마비가 올 때가 꽤 많다... 이 것도 답이 없는 상황)


이게 재밌는 게 점막이 아작이 나는 게, 동네 병원에서는 아예 절대 건드리지 않고 큰 병원으로 보낸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심각해 보이니) 근데 중형병원에서는 가끔 빼주긴 하는데 잘 안 건드릴 때도 있다. 하도 점막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붙어 다닥다닥 있어서 석션으로 농을 제거하다가 점막이 더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의 기준은 그래도 내가 후유증에 인한 것을 알기 때문에 아, 이 사람 암치료 했지? 그 정도 수준의 기준으로 봐준다)
그리고 암병원에서의 기준은 이 사람이 다시 암이 생겼냐, 혹은 죽느냐 마냐의 기준이기 때문에 후유증이 어쩌고 저쩌고요 정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ㅎㅎ 이해가 충분히 가는 부분이며 당연한거다

+ 식도염 (식도염 정도는 뭐 땡큐로 병원도 안 가는 수준이다) 그리고 치료 당시의 농은 거의 구술만 한 크기여서 그때랑 비하면 또 이것도 감사할 일.  방사선으로 인해 침샘도 꽤 괴멸돼서 목 넘김이 여전히 힘들긴 한데 그 시절에 비해서는 꽤나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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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력, 이명 그리고 중이염

이건 시스플라틴과 5FU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청력은 계속 떨어져 간다. 이건 천천히 나빠지기를 바랄 뿐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끄러운 공간에 있으면 비행기 이륙하고 귀가 막히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한 현상이 바로 발생하는데 휴식을 취해야 돌아온다. 이명은 뭐 그나마 견딜만한 증상인데 청력검사할 때 높은 헤르츠의 소리를 잘 구분을 못한다. 이명이랑 섞이다 보니 이 소리가 그 소린지.... 쨋든 아직은 보청기를 낄 수준은 아니라고 하는데 사람들과 대화할 경우 그 사람의 입술 움직임을 많이 보게 되는 버릇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항암이란 게 좋은 세포까지 죽여버리는 일이니 노안도 굉장히 빨리 왔다. 어찌하였건 치료 이전 청각이 일반인 보다 워낙 좋아서 나빠진 게 이 정도라는 의사 선생님의 얘길 듣고, 아, 그래도 난 꽤 덜 나빠진 편이구나라는 용기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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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은 이건 또 골치 아픈게.. 비인두에서 고막에 연결되는 통로가 막혀있다. 그리고 거기에 물이 많이 찬다. 그래서 고막을 찢고 튜브를 끼워 놓는 상탠데, 이 고막을 하도 찢고 찢다 하다보니 고막의 살이 아무는 속도도 느려진다. 처음 낀 튜브는 2년이 갔고, 두 번째는 1년이 갔고, 3번째는 6~7개월이 갔고, 4번 째는 5개월 정도가 갈 정도로 교체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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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를 안 하거나 오래되면 물이 차는데, 마취를 해도 고막을 메스로 찢는 따가움은 느껴지고, 더 무서운 건 그 전에 차있는 물을 빼는 귓 속에서 휘젖는 석션의 소리가 신체적 고통은 없지만 정신적인 공포가 엄청 나다. 상상해보라. 치과에서 넣어주는 그 취이이이잌 석션이 인간이 소리를 느끼는 곳인 바로 그 고막에서 나고 있다면... 쉬이ㅣ잌잌잌 코ㅑ아아 쏴쏴와...ㅎㅎ...ㅜㅜ
이것도 고질병이라 나중에는 튜브를 못 끼는 상황이 올게 될거라고 한다. 그러면 그냥 고막에 구멍 난 상태로 있어야 할 수도 있는데 (튜브를 껴봤자 고막 살이 안 아물어서 고정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지금은 의학 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그 때가 오면 다시 얘기 해 보자고 하는데... (있긴 있는데... 아직 성공사례에 대한 모수가 적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게 다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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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여기다 대고 절망하거나, 화내거나, 치료해 달라 해 봤자 답이 없는 상황이니까... 실제로는 안 하지만 걍 환자랑 의사랑 정신적 화이팅 하이파이브하고 나오는 거다. 그 날이 조금 더 천천히 오고 그 와중에 치료법이 탄생하길 바라면서.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이다. 별걸 가지고 다 감성적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의사도 의사의 선이 있고 환자도 환자의 선이 있음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튜브를 삽입하고 있을 수 있는 상황에 살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빨리 치료법이 나오기만을 비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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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혈액학적 부작용 

이건 5FU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적혈구 증다증 (erythrocytosis)'라는 병인데 쉽게 말해 혈액 내 적혈구의 수가 정상 이상으로 증가하는 상태다. 피가 많고 찐득 끈적해서 결국은 혈구가 막히게 되는 엔딩이다. 이게 무서운 게 뭐냐면 혈액 수치가 일정 기준 높아지면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골수 조직 검사라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굳이 설명하진 않겠지만... ) 그래서 홍삼이고, 장어즙이고, 버섯차고 뭐고 우리거나 진액 같은 모든 걸 싹 끊고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조직 검사 필요 수치 밑으로 떨어졌다. 참 웃긴 게 홍삼 같은 것들에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적혈구 증다증 때문에 알아서 밸런스를 잘 조절해 줘야 한다. 적당히 먹다가 끊다가...  근데 이게 꽤 힘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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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피로감, 체력저하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인데 이 피로감은 위 모든 것들의 종합적 결정체다. 방사선치료, 시스플라틴과 5FU의 항암치료, 적혈구 증다증 모두 피로 및 체력저하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거기다가 갑상선 저하증까지 겹쳐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싼지로이드라는 약을 먹는다. (물론 뉴론틴과 함께). 매일 매일 일어나자 마자 공복에 류근피나 뽕나뿌 뿌리로 우린 차 한잔과 싼지로이드+뉴론틴이 일상의 시작이다.
홍삼 같은 진액들이 필요하지만 위에 언급한 적혈구 증다증의 문제 때문에 아무리 피로해도 참는 기간이 있다. 결국 충분히 쉬는 것만이 답인데... 세상을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게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치료 중에는 입원실 밖 복도 30미터 정도 걷는 게 한 시간이 걸리고, 치료 끝나고 한 동안 지팡이 짚고 다녔는데 이젠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다. 쨋든 가능하다면 몸이 힘든 것은 피하고 에너지 축적을 잘해야 한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좀 좋으련만... 쨋든 이건 핑계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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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변비와 설사

이건 직접적인 항암의 후유증인진 모르겠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갑상선 저하증, 항암치료 (씨스플라틴+5FU)의 공통적 후유증으로 나온다. 변비가 참... 힘든 게 하루에 화장실에 30분~1시간이 넘게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설사약을 먹어도 일주일 이상 대변을 못 보고, 대변볼 때 눈에 진짜 별이 보이며 아파 죽을 것만 같았던 치료 중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 정도는 참아 줄만 하다. 그리고 설사도 마찬가지... 치료 후에는 집에서는 변비약을 먹고, 외출할 일이 있으면 설사약 (지사제)을 먹던 시절을 생각하면 뭐... 이 정도의 생활은 마찬가지로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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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신건강과 수면장애

원래 항암치료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치료 중 암병원에 소속된 정신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었는데, 나중에도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및 '...'으로 인해 겨우 끊었던 알프람을 다시 먹게 되었다. (다행히 수면제인 졸피뎀은 지금까지 손도 안 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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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람이 얼마나 스트레스와 공황장애에 도움이 되는 굉장한 약이었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꾸준히 복용한 지 하도 오래되다 보니 약효는 개뿔, 심할 때는 하루에 서너 개씩 먹어야 겨우 스트레스나 공황장애가 가실 때가 있다.
일상 생활 할 때는 절대 안 먹지만 집에서 개인적인 생활로 들어오면 먹는 패턴이다. 잠 자기 전이라던가..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알프람을 먹고 자면 정말 길고 현실적인 꿈을 꾸지만 행복한 꿈을 꾸던 시절이... 근데 지금은... 아. 니. 다. 악몽과 과 싫은 현실이 꿈에서 연장되는 옛날의 그 패턴이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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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끊어야 할 약이 맞긴 하는데 한 번에 끊진 못하고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근데 정말 모든 걸 잊고 쉬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하루에 (0.25mg) 기준 하루에 열몇 개씩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 정도면 양호하네 생각하며 서서히 줄여갈 생각이다. 항상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아도 정작 찾아보면 정말 끝장의 끝은 상상 이상이다.

사실 첫 치료의 5년째 '완치'라는 말을 들었던 날 즈음 개인적으로 아주 안 좋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말 기다려왔던 그날의 기념 포스팅을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 잘 받고 있고, 잘 기록 해 놓았고, 내 평생 기억할 것이며 죽는 순간까지 기필코 잊지 않.을.것.이.다. 언제라도 증빙과 기록같은 것들은 꼭 해두자. 언젠간 중요하게 꺼내 쓸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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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이명 때문에 가끔 이비인후과에서 리보트릴 처방해 줄 때가 있는데  이 약은 먹고 잘 때는 편한데 일어난 후의 기분이 너~무 엿같에서 절대 안 먹는다 (수면장애, 불안, 우울증 증상에 처방되는 약이라 알프람과 살짝 겹치는 구간이 있어서 가끔 본의와 상관없이 처방을 받는데... 전부 쓰레기 통 행)
24시간의 신경통, 그리고 전형적인 항암치료 후유증들로 인해 편한 잠을 잘 수는 없다. 자다가도 깨고 깨고 깨고 할 때가 많은데 약을 먹어도 그렇다. 하지만 잘 잘 때도 있다. 이전보다 종종 더 잘 수면을 취할 수 있을 때도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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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건망증과 기억

선택적 기억 삭제와 무작위적 기억삭제가 있는 것 같다.
암 발생은 스트레스에 의한 원인이 큰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판단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그 힘들던 날들의 기억들이 많지가 않다. 그런데 또한 일생의 많은 것들이 특정할 수 없게 기억나지 않는다. 이게 참 안타까운 점이다.
한 때는 나름 좋은 기억력이었는데 지금은 그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 정도도 바라지도 않고 그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원망, 자책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중한 내 일생의 조각 조각들이 나도 모르게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추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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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망증이 무작위로 종종 발생한다. 이것도 항암 치료 및 위 기타 증상들의 영향인 것 같은데... (뇌피셜이다)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메모하는 버릇은 잃어버리지 않아 항상 뭐든 메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매워 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기록이란 건 소중하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기록들을 잃어버리고 잘 정리 못한 게 바보 같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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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타

사라진? 후유증들도 많다. 특히 방사선 치료에 의한 치아 손상. 임플란트를 이빨을 싹 다 간 수준으로 했는데 음식을 이젠 잘 씹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거의 모든 이빨이 녹아내려 뭐든 씹어 먹지도 못하던 시절 생각하면 이건 천국이다. 특히 비인두의 농과 겹쳐 밥 먹다 말고 혹은 그만 먹고 화장실에 가서 쌓여 있는 농을 뽑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긴 한데 예전 수준보단 덜 하니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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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비인두암 방사선 치료를 경험한 환우들은 잘 이해하시겠지만 이 미각의 사라짐이 또 견딜 수 없게 정신적인 피폐함을 안겨주었었다. 괜히 오복 중 하나가 먹는 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고기든 뭐던 먹으면 맛을 알 수 없고 종이를 씹는 느낌. 그 경험을 몇 달을 넘게 이어가야 하는 괴로움.
그래도 지금은 임플란트도 하고 미각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돌아왔고 해서 감사할 뿐이다. 치료 끝나고도 아주 오랫동안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들이 식당에서 밥 잘 먹는 사람들이었다. 또 방사선 후유증으로 인한 입과 목의 점막에 생긴 '새끼손톱 반 만한' 구내염과 방사선 치료 중단 선언까지 할 정도의 화상의 경험을 생각하면 정말 큰 고비의 산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밥 숟갈 한번 한번, 그걸 넘기는 한번 한번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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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식을 못 먹은 적이 있었다. 치료 중 배식차가 오면 그 특유의 국과 밥의 냄새로 인해 미칠 것 같은 구토 현상이 발생해 배식 시간엔 힘든 몸을 이끌고 입원 실 밖으로 도망 나가서 식사 시간이 끝나면 침대로 돌아오곤 했었다. 치료 후에도 이 현상이 지속돼서 양식 위주로만 먹었었는데, 지금은 웬걸, 백반투어 하면서 맛있게 즐기고 있다

그리고 근력손실, 전립선 비대증 등등 뭐 생각도 안나는 이런저런 합병증, 후유증들이 많은데 일단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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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뭐 또 이것저것 자질구래한 후유증들이 있다. 뭐가 좀 불편해서 병원에 가도 항상 같은 얘기 (암치료 후유증일 거에요. 이것 저것 해보세요 하며 필요없어 보이는 약 처방 등등)가 뻔하고 병원가기엔 체력도 달려서 차라리 한 숨 자는게 더 몸에 도움되는 것 같아 꼭 필요한 정기 검진 및 진짜 힘들 때 말고는 병원에 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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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람들이 몸 이제 괜찮냐 물어보면 뭐 이런저런 후유증이 있지만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게 패턴인데, 종종 후유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말해주는 건 갠적으로 상관이 없고 고생했던 나날과 경험도 이젠 웃으면서 농담처럼 말할 수 있긴 하지만 위 8~9개를 언급했듯 그 질문에 대해 답해주긴 너무 길고 어렵다.  "이게 힘들어요"라고 딱 집어서 말해주기엔 너무나도 많다. 아마 환우들은 이 상황과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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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렇게 1~9번까지의 장기 생존자 지정 1년을 앞둔 나라는 사람의 현 후유증 상황을 기록해 보았다. 사실 일상생활하기 굉장히 힘든 후유증들이다. 하지만 깨달은 것도 많은 몇 년의 시간이다. 첫 번째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는 "아, 나도 일반인처럼, 그 시절처럼 돌아갈 수 있구나"라는 용기와 희망과 노력이 있었지만 2년 후 두 번째 항암치료 시작하며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는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암은 한 번 발생하면 영원히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완치' 따위는 허상이라고. 그래서 오히려 '장기 생존자'라는 무게감이 더 좋게 들리는 이유

그리고 1~9번까지의 후유증으로 인해 일반생활 기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걸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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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난 괘찮은거야, 이 만큼이라도 생활할 수 있는 나는 정말 복 받은거야.

가령 24시간 괴로운 통증을 주는 신경통이 있지만 그냥 그 통증 자체를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칠 순 없어도 뉴론틴이 도움을 주고 있거든. 명백히 현 시점에서 의학 상 고칠 수 없는 것은 나아지고 싶다. 고치고 싶다.라는 마음 자체를 포기하고 받아들이는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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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골치 아픈 증상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

'죽음'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휘몰아쳤을 때 (폐전이 의심으로 2차 치료 선언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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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라는 생각이 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요동쳤었다.

 
"제발 살게 해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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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교지만 전쟁터 안에서 하나님 찾는 사람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만큼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하고 행복하고 소중하고 숭고한 것이라 느낀다. 그러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더한 상황의 분들이 많겠지만, 또 죽음의 문턱에 가까운 안타까운 순간도 많겠지만) 이 엿같은 셀 수 없는 후유증을 달고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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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살시도하는 뉴스가 나올 때 "그래도 살고 봐야지"라는 많은 사람들의 댓글 반응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간다. 이건 폭력, 경제력 등과 같은 외적 요인과 정신충격과 같은 내적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유가 그 중 무엇이었건 둘 다 였건 정작 그 죽음의 순간에 맞 딱뜨렸을 때는 분명 생명을 유지하고 싶은 시점,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것을 붙잡느냐 놓치고 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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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 죽고 말지, 뒤지고 말지" 라며 어리고, 일반인 시절 내뱉었던 상황과 말들이 참 철없게 느껴진다.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살아갈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의학이 더 발전해 많은, 더 많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힘든 경험을 겪지 않고 자신들의 의미 있는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1년만 잘 버티면 '장기 생존자'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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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유증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지만 나빠지는 건 할 수 없더라도 천~천~히 나빠지도록 막거나 맘을 놓고, 좋아지는 것은 좋아지도록 노력하고 낙관적인 희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스트레스는 절대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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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 거른다라는 말이 있듯,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은 거를 수 있으면 바로 거르고 손절해야 한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만큼 당신의 정신과 몸은 여유롭지 않다. 힘들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잘라라. 그들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케미가 안 좋은 사람이라면 거를 수 있으면 단 칼에 걸러야 한다. 거를 수 없다면 최대한 피해라. 혹시라도 그게 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잘못 생각했다. 그건 자신을 소중히 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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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환우들)가 치료 전 스트레스 받고 화냈던 그 나날들을 생각해 보면 우주의 티끌 같아 보인다, 그.. 나 많이 내려 놓고 산다는 말.. 같은 말이라도 이 말들의 스케일이 정말 차원이 다르다. 절대 일반인들과 우리의 관점/시점/이해도가 같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그냥 우리는 다른 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의 불편에 대해 이해를 바라면 안되며, 그들도 우리의 상태에 대해 공감하고 싶다해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냥 받아 들여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그냥 나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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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번 포스팅에서 , 이런 것들로 일상생활에서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힘들고 지치고 억울하도록 슬플 때 우리가(환우들) 겪었던 치료 중 (겪지 않은 사람은 절대 1도 이해할 수 없는) 그 힘든 상황들에서 지금은 얼마나 우리가 좋아졌는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좋게 만드는 노력을 통해 다시 이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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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그것이 우리의 고통은 알 수 없지만 곁에서 함께 힘들어했던 내, 우리 바로 옆의 보호자들에게 보답하고 다시 함께 일어서 행복한 나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필요없는 것은 잊고, 잃어버리고,

 

화. 이. 팅!하며

 

자연을 가까이 하며 생명을 이전보다 더욱 더 사랑하고 존중하자

 

이 생활에 감사하며 더 웃고 행복함을 찾아가자!

 

삶,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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