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재발검진을 받고 왔다. 체혈과 CT 그리고 지겹고 시끄러운 MRI. 비인두암부터 시작하면 4년 차이고 폐전이 치료로 시작하면 2년 정도인데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기간이다.
비인두암 때만 하더라도 무작정 난 다시 건강해질꺼야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마음이었던 것 때문인지 그때는 재발검진을 받으러 가도 결과를 들으러 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다만 폐전이 의심 판정받으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도 재발검진 가러가기 위한 그 주부터 결과가 나오는 그 일주일 동안 좀 얼이 빠져 있는 것 같다. 기력도 없고 잠만 많이 ... 아니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만 더 오래가고. 우울증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정신과 약은 끊은 관계로 먹진 않고 있다. 그냥 불안하기도 하고 의욕도 없고 붕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오만가지 느낌들...
병원 가는 날엔 주로 외식을 한다. 특히 진료가 4,5시 잡혀있으면 차 밀리는 것 참으면서 운전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도로 상황 풀릴 때까지 먹고 가는게 딱이다. 거기다가 8시간 금식까지해서 배도 고프고. 코로나 시작되면서 거의 외식을 안 하는데 병원가는 날은 왠만하면 밖에서 먹는다. 주로 병원에서 가까운 혜화역이나 삼청동에서 먹는데 이 날은 유독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로마네꽁띠를 찾았다.
최근의 삼청동은 상권이 심각하리만큼 줄었다. 거기다가 코로나까지... 사람은 없고 공실은 넘쳐난다. 이 날도 삼청동은 한가했고 로마네꽁띠 음식점 또한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등심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는데 쫍조름하고 살짝 파삭하니 맛 있었다. 부드러운 것 때문에 스테이크는 주로 안심을 먹는데 오랜만에 등심을 먹으니 꽤 맛있었다.
먹고 나오니 어느덧 저녁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건너편 삼청동 수제비집은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던 곳인데 저렇게 한산한 모습을 보게되니 또 새롭다. 음식은 맛있었고 너저분했던 마음은 조금 위로가 되었다. 음식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몇 일 지나 지금까지 이 텅빈 공허함과 불안함과 같은 증상은 지속적으로 날 짓누른다.
이번 주 좋은 결과를 듣고 나면 금방 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래왔었으니까. 이 날도 퇴근 시간을 피해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외식을 하고 들어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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