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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센트럴 루프탑 전망대 야경

지난번 호텔 센트럴 후기(링크)에 이어 이번에는 루프탑 전망대의 야경을 소개

 

[마카오] 100년의 레트로 감성: 호텔 센트럴 Hotel Central 후기

마카오 여행의 결심은 홍콩의 과 같이 식민지에서 중국 반환 이전의 감성을 담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또 다른 마카오 영화 에서 비롯되었다. (홍콩 1997년 반환, 마카오 1999년 12월 20일

electronica.tistory.com

어느 나라를 여행 하다보면 대부분의 호텔이나 상업 건물 전망대는 유료지만 호텔 센트럴(Hotel Central) 루프탑 전망대는 무료로 개방된다. 100년 넘는 호텔의 역사와 마카오의 문화·역사를 잇는다는 콘셉트에 잘 맞는 전략인 것 같다

 

코타이와 마카오 반도

왼쪽은 마카오에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고급 호텔들이 밀집한 코타이(Cotai) 지역이다. 하지만 2006년 간척으로 조성된 코타이는 화려한 관광·도박 특구일 뿐, 마카오 반도가 간직한 수백 년의 역사와는 결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호텔 센트럴 루프탑 전망대는 마카오 반도의 풍경을 360도로 조망하며 그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오른쪽은 호텔 쪽 아님. 걍 반도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전망대와 주변 명소 ❘ 출처: macaomagazine.net

위치는 마카오 반도의 중심가인 알메이다 리베이로 애비뉴(Almeida Ribeiro Avenue, 신마로). 마카오 주요 상업지구를 연결하는 도로변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마카오 최대 관광 명소인 세나두 광장이 불과 1분 거리라 부담 없이 들르기 좋다.

11층이라 높이감은 크지 않지만 적당한 고도에서 마카오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어 오히려 풍경을 더욱 디테일하게 감상할 수 있다. 루프탑 전망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된다. 무료라서 그냥 1층에서 엘베타고 11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된다


 

투어 시작~!

언제 어디서나 봐도 좋은 감성적인 호텔 빌보드

(시계방향) 호텔리즈보아, 알메이도 리베이라 에비뉴 (신마로), Bank of China (동그랑땡), 그랜드 엠퍼러 호텔 (왕관) 

전망대 공간, 삐딱감성

북동쪽에서 서쪽으로 쭈욱 돌려봄

신마로를 따라 소피텔을 바라보면 영상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저 반짝이는 조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마카오 반도의 다양한 뷰 스팟에서 이 조명을 담는 현지인/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신마로와 소피텔을 바라봄

왼쪽 뒤로 민트와 트로피칼 느낌 네온사인이 인상적이었던 마카오 마스터스 호텔 Macau Masters Hotel 萬事發酒店이 보인다. 

세인트폴 유적(왼쪽)과 몬테 요새(중앙 > 오른쪽)의 야경

역시 갤럭시폰으로 찍으면 야경의 선명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 사진으로만 봤을 땐 흉물스럽게 보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이 들고 묘하게 예쁘게 느껴졌다. 나 같은 관광객에겐 약간 이정표 같은 놈이었다.

1864년에 세워진 기아 요새 등대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낮에 방문 해보고 저녁에 이렇게 또 마주하니 묘하게 신기한 느낌

마카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인트 폴 유적으로 꺾이는 커브 동선이 유독 역동적으로 보인다.

좀 더 줌인을 해봄

세나두 광장 방향 풍경

  •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자비의 성채(Holy House of Mercy of Macau).
  • 그 뒤쪽의 화려한 건물은 M8 Macau.
  • 그 왼쪽 위로는 마카오 대성당(Cathedral of the Nativity of Our Lady)이 자리하고 있다.

 

  • bossini.X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마카오 시정국, 안쪽 중정과 안뜰 공간이 궁금해진다.
  • 바로 그 옆은 1935년부터 1993년까지 운영되던 아폴로 극장(Teatro Apollo). 영화의 메카이자, 한때 마카오 젊은이들의 만남의 성지였다고 한다. 교통의 요지였던 것까지 생각하면 아주 옛날 한국 명동의 중앙극장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으로 반짝이는 그랜드 리즈보아, 오른쪽 동그랑땡 간판을 가진 건물은 뱅크오브차이나 마카오지점이다.

아래쪽에 보이는 물결무늬 바닥이 바로 세나두 광장,
크리스마스 장식 뒤로 보이는 건물은 1929년 지어진 마카오 우체국 건물  

세나두 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 풍경, 역시 이쪽이 볼거리가 많긴 하다.

호텔 빌보드 뒤쪽, 저 위까지 올라가보면 좋으련만...ㅎ

왼쪽에 우뚝 솟은 건물은 마카오 타워, 오른쪽의 뾰족한 작은 건물은 페냐 성당(Penha Church)

왼쪽 황금색 건물은 중국 74위 높이의 주하이 타워 (330m). 주하이 쪽이 모던한 고층 건물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역시 마카오의 역사 깊은 감성을 따라올 수가 없다

마카오 골목길의 건물들 – 이런 곳들을 직접 걸어 다니며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루프탑 공간

주하이쪽 풍경

성냥갑처럼 늘어선 건물들. 이 정도 높이에서는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느낌과 아래의 디테일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좋다

8,90년대 홍콩-마카오 누아르 감성

지금까지 호텔센트럴, 신중앙 호텔 루프탑 전망대였습니다 

낯의 모습은 다음 포스팅에 다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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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그동안 왓챠에 찜 해 둔 목록들 중 땡기는 거 위주로 봤다. 개인평가는 5점 만점 기준임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 4점 (왓챠,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 유리고코로 : 4점
(왓챠)

- 셔터: 4점 (왓챠, 웨이브, 티빙)
- 방과후 소다 먹기 좋은 날: 3.5점 (왓챠, 웨이브, 티빙)
- 시라이: 3점 (왓챠, 웨이브, 티빙)
- 외사경찰: 2.5점 (왓챠, 웨이브)

 

|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4점)

Idiot Girls and School Ghost: School Anniversary | 2014 공포/코미디 · 한국 
김민하 감독 | 출연: 김도연, 손주연, 정하담, 강신희, 하서율(귀신)

개교기념일에 학교에서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하고 이기면 수능만점을 받는다는 전설을 알고 게임에 참여하는 8등급 여고생 4명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코미디. 최근에 한국식 B급 영화로 [핸섬 가이즈]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 영화 보고 평점 0.5점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과장해서 언젠가 이 영화는 한국식 B맛 영화의 신기원을 연 명작이라 평가 되지 않을까 할 만큼 재밌게 봤다.

각 캐릭터들과 찰떡 감성이 돋보이는 개별 포스터들

성공하면 수능 만점이지만 실패하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라는 조건이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닥친 가장 현실적이고 문제적 상황이 아닐까 싶다(입시와 우정). 아무튼 친숙한 공포물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시종일관 클리셰를 부수고 이탈하는 점들이 매력적이고, 중후반부를 지나며 뇌절을 거듭하고 몰입감은 더욱 깊어만 간다.

손주연 (우주소녀 은서), 정하담, 김도연(위키미키), 강신희

정하담 배우는 극중에서도 용병이지만 실제 배우로서도 고급 용병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외 세 명의 배우들은 발연기에 가깝지만, 이 B급 영화와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고 케미도 훌륭하다. 전체적 설정은 [여고괴담]과 [링], 코믹과 병맛 스타일은 [하우스]와 [무서운 영화], 고생하는 빌런과 클리셰 부수기는 [스크림]을 연상케 한다.  

영화보고 떠올랐던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한국 B급 영화들: [긴급조치 19호 2002], [마지막방위 1997], [시실리 2km 2004], [차우 2009],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2020], [핸섬가이즈 2024]


 

| 👨‍👩‍👦 유리고코로 (4점)

ユリゴコロ | 2017 스릴러/미스터리/드라마 · 일본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 | 출연: 요시타카 유리코, 마츠자카 토리, 마츠야마 켄이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던 한 남자가 아버지 방에서 발견한 공책 속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사랑, 인간 내면의 어둠을 마주하는 이야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드라마. 보통 미국 영화의 가족이 지켜야 할 대상으로 묘사된다면, 일본 영화 속 가족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이 영화가 특히 그랬다.

Rihwa「ミチシルベ」2017

Rihwa가 부른 주제가 「ミチシルベ」도 참 예쁜 노래다. 감독이 직접 만든 뮤직비디오에는 주인공 미사코의 중학생 시절이 담겨 있어 영화 속에서 볼 수 없던 감정을 전한다.

업데이트 중인 나의 영화 촬영지 구글지도 중 유리 고코로 촬영지, 군마 & 도치키현
이별의 장소, 키류강 댐, 만남의 장소 카마가와 프로미나드

이 영화는 촬영지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두 연인이 처음 만난 장소와 댐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군마현(현재)과 토치기현(과거)에서 촬영되었고 각각의 장소는 카마가와 프로미나드와 키류강 댐이라고 한다. 


 

| 📸 셔터 (4점)

Shutter | 2004 공포/미스터리/스릴러 | 태국 
반종 파산다나쿤, 팍품 웡품 감독 | 출연: 아난다 에버링엄, 나타위라눗 통미, 아치타 시카마나

사진 속 정체불명의 형상을 쫓던 커플이 점차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희대의 망작, [랑종]의 반종 파산다나쿤 감독의 데뷔작이자, 아시아 공포 영화의 '모범 답안' 같은 웰메이드 작품.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어 지금 봐도 무섭고 재밌는 영화.

유튜브 : nutti3ism

이 영화도 음악이 인상적. 태국 전통 장르인 루크크룽 (Luk Krung)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하는데, 컨트리 풍으로 영화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제목은 [วิญญาณในภาพถ่าย]. 음... 찾아보니 "사진 속의 영혼"이라는 뜻으로 수텝 웡캄행 Suthep Wongkamhaeng의 노래다.   


 

왼쪽과 오른쪽의 캐릭터는 '소녀가 소녀에게'의 토미타와 미유리를 딱 떠오르게 한다

| 🥤 방과후 소다 먹기 좋은 날 (3.5점)

放課後ソーダ日和 特別版 | 2019 드라마/일상 | 일본 
에다 유카 감독 | 출연: 모리타 코코로, 타나카 메이, 아오나미 준, 모톨라 세레나(카메오), 호시 모에카(카메오)

우연히 만난 세 소녀들이 방과 후 크림소다 투어를 하는 이야기다. 감독의 처녀작인 [소녀가 소녀에게]의 (실제로 카메오로 특별 출연하는) 미유리와 토미타의 관계 속에 능청스러운 캐릭터가 하나 들어와서 펼치는 듯한 일상 속 섬세한 감성의 이야기다. 처음엔 달달하면서도 나중에는 크림이 녹아내리듯 가벼우면서도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 준다. 달콤 쌉싸름과는 또 다른 상큼 섬세한 맛의 청춘 감성. 나도 인생방학 말고 그 시절 여름방학을 다시 한번 가져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쇼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호시 모에카를 잠깐 만날 수 있다.

羊文学 "天気予報" 2018

이 영화도 OST가 인상적이었는데  羊文学 히츠지분가쿠의 "天気予報 일기예보"라는 몽환적인 느낌의 인디록 음악이다. 


 

| 👁 시라이 (3점)

シライサン | 2019 공포/드라마 | 일본 
오츠이치 감독 | 출연: 이이토요 마리에, 이나바 유우, 소메타니 쇼타(카메오)

괴이한 존재, '시라이상'의 이름을 듣는 순간 끝없이 따라다니는 저주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는 괴담을 그린 영화다. 일본 공포 영화의 그 뻔하디 뻔한 공식을 답습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몰입감이 있어서 어쩌다 하나 얻어걸린 느낌이다. 그렇게 좋지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던 심심풀이 땅콩 영화. 

Cö shu Nie - inertia / THE FIRST TAKE 2019

ㅇ이번 주 영화들은 인상적인 음악들이 많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 Cö shu Nie 코슈니에의 "inertia"라는 곡으로 기괴한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듯한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다. 


 

| ☢️ 외사경찰 (2.5점)

外事警察 その男に騙されるな | 2012 스릴러/범죄/드라마 | 일본 
호리키리조노 켄타로 감독 | 출연: 와타베 아츠로, 김강우, 마키 요코, 오노 마치코, 이경영

북한의 우라늄 밀반입 정보를 입수한 일본 공안의 문제적 경찰과 한국 국가정보원 NIS의 대테러 한일 합동작전 이야기다. 소설 원작인데 1탄은 TV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2탄이 영화화 된 본 작품이다. 김강우, 이경영, 김응수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만큼 서강대교, 잠수교, 국회의사당 등의 익숙한 풍경도 보인다. 

뭔가 묘하게 겹쳐서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문제는, 영화가 참 애매하다. 범죄/스릴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드라마에 더 치중되어 있다. 비슷하게 범죄/스릴러의 탈을 쓴 신파 영화의 걸작 [모래그릇] (1974) 정도의 폭발적인 감성은 아니지만 꽤나 드라마적인 영화다. 스토리 한 편이 꽤나 잘 짜여 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아서 몰입도는 높은데 재미가 없다. 
 

이번 주말에 2월 마지막으로 무슨 영화를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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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기록 – 비인두암 항암 치료 후 증상들

EBV 바이러스로 인한 비인두암 3기와 폐 전이 의심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지 각각 7년, 5년이 지났다. 현재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후유증들이 남아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일상에 주는 불편함은 꽤 크다. 병원에서는 “치료법이 없다”거나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결국 스스로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심한 증상 몇 가지를 기록해 본다.

항암치료 설계:
- 비인두암 3기: 시스플라틴 항암 7회 + 토모세러피 방사선 33회
- 폐 전이 의심: 시스플라틴 + 5-FU 6세트

 

1. 손과 발의 신경통

항암 치료 이후 손발이 마치 스티로폼처럼 마비된 느낌이 계속된다.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여전히 느껴진다. 따끔거림, 저림, 찌릿함 등 다양한 통증 감각이 함께 나타난다. 의사 말로는 항암제로 손상된 신경이 다시 살아나면서 꼬여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뉴론틴(Neurontin)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있지만 약을 먹어도 마비된 느낌은 그대로이며 통증이 완전히 가시진 않는다. 약을 안 먹으면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 초기엔 키보드를 치거나 단추를 채우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심할 때가 10이었다면 지금은 6.5 정도? 이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평생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후비루 증상

이미지 속 텍스트는 챗지피티가 맘대로 생성한거니 무시바람

비인두에서 24시간 끊임없이 점액이 흘러나온다. 가끔 가래도 섞여 나오는데 그 양과 끈적임이 일반적인 비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식사할 때가 괴롭다.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면서 점액 덩어리가 목에 걸려 이물감을 느끼거나 못 삼키거나, 귀까지 막히는 느낌이 든다. 방사선 치료로 인해 침샘 세포가 많이 손상된 것도 한몫한다. 그래도 항암 직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상의 불편함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점액은 뒤로 넘어가 목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가래 뱉듯이) 킁킁, 컥컥하면서 ‘역기침’을 하며 뱉어야 한다. 묽은 상태면 쉽게 뱉을 수 있지만 끈적하고 쫀득해지면 기침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 심할 땐 가래가 목에 딱 달라붙어 강하게 기침해야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점막이 상처 나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상이 심해지며 반대로 잠을 자거나 충분히 휴식하면 조금 완화된다.

코세척도 약간의 도움이 되지만 비인두 깊은 곳까지 식염수가 닿지 않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증상은 ‘골짜기 뒤편’에서 발생하는데 코세척으로는 ‘골짜기 앞부분’까지만 닿는 느낌이다.


 

3. 청각 상실 및 귀 막힘 증상

비인두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쏘면서 한쪽 귀의 청력이 점점 나빠졌다. 복구 방법은 없고 앞으로도 점차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저 최대한 천천히 악화되길 바라라고 한다. 결국 보청기를 착용했다. 하지만 보청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보청기의 세계는 또 다른 차원이더라.

특정 주파수에 대한 청력 손실도 있더라. 나는 저음은 비교적 잘 들리지만 고음에는 반응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주방에서 사용하는 타이머의 알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또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양쪽 귀 모두에 귀 막힘 증상이 나타난다. 멀쩡한 쪽 귀는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지만 보청기를 끼고 있는 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고막에 튜브를 삽입해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 튜브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귀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삼출성 중이염이다. 물이 빠질 길이 없어 결국 이비인후과에서 튜브를 제거하고 고막을 다시 절개해 물을 빼고 새 튜브를 삽입해야 한다.

이 과정이 크게 아프진 않지만 귀 안의 물을 빼는 ‘석션’ 소리는 여전히 공포다. 귀 안에서 울리는 그 강한 소리에 매번 몸이 저절로 떨린다 (옛날엔 눈 감았었는데 요즘은 그냥 카메라 화면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편이다 ㅎㅎ).


 

4. 갑상선과 혈액 이상

이미지 속 텍스트는 챗지피티가 맘대로 생성한거니 무시바람

항암치료의 직접적인 후유증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치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상선 이상과 혈액 진다증을 겪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는 증상이 아닌 확실한 ‘병’이다.

갑상선 이상으로 인해 피로감이 두 배로 느껴진다. 면역력 회복도 더딘데 갑상선 문제까지 겹치니 일상이 더욱 힘들다. 여기에 혈액 진다증까지 동반돼 피로가 심할 때는 환을 먹곤 하는데 또 이런 진액 물들이 혈액 진다증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결국 두 질환의 균형을 맞추며 생활하는 게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적당히 운동하고 충분히 휴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이 항상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혼자 걸을 때는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과 함께 걸을 때는 일정 시간 이후 그들의 템포를 따라가기 살짝 어려운 수준이다.


5. 마무리

이 외에도 수많은 병과 증상들이 있지만 그중 특히 힘든 부분들만 정리해 봤다.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가며 찾아오는 건 그냥 참고 넘기고 역류성 식도염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방사선으로 완전히 녹아버렸던 치아들도 임플란트 덕분에 어느 정도 회복됐다.

내 하루는 공복에 갑상선 저하증 약과 손발 신경통 완화를 위한 뉴론틴을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다음엔 샤워하면서 자는 동안 쌓였던 비인두의 염증을 뱉어내고 나서야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꽤나 불편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맞다, 불편한 일상이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항암치료 중이었던 시간은 정말 지옥 같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니, 돌아가지 말아야 할 지옥. 그 지옥을 지나 지금 이 정도 증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모든 증상을 이겨내려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항암 이전의 일상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증상이 심해질 땐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좋아질 땐 더 크게 기뻐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게 진정 이 세상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뉴노멀'이다. 

물론 아직 불편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못 먹던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예전처럼 입안과 목의 구내염 및 화상 때문에 말도 못 하고 물조차 삼키지 못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꿈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여전히 불편함은 있지만 고통 없이 일상을 보내며 맛집도 가고, 여행도 다니며 이전에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지옥생활을 떠나 일상에 무임승차 한 듯 쾌속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감사하다. 그리고 항암 이전의 일상에서 가질 수 없었던 어느 정도의 정신적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는 없다. 몸이 불편하면 더 예민해지기 때문에. 특히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굉장히 커서 갈등이 발생할 땐 웬만하면 그냥 바보가 된 척 넘긴다. 속으로는 ‘ㅈ까라’ 하면서. 불필요한 잡음은 최대한 줄이려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이 내 고통과 불편함을 완전히 이해해 주길 바라지 않아야 한다. 같은 경험을 한 환우들조차 그 정도와 느낌이 다르다. 하물며 일반인들이야 오죽할까? 그래서 그냥 혼자 안고 가야 한다. 다만, 누군가 나를 배려해 주면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착한 사람들을 만나면 이전보다 더 특히 감사하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 참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다. 나는 부처가 아니니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가꾸며 살아가길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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