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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도로 이름판

마카오 도보 여행의 매력은 곳곳에 펼쳐진 골목, 언덕, 계단들이다. 포르투갈어를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나 같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난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로명 표지판의 기본 구조만 알아도 여행이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한국 도로명표지판 형식 ❘ Wikipedia 펌

한국으로 치면 '도로명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하는 마카오의 도로 이름판은 포르투갈어와 한자로만 쓰여 있다. 첫 단어만 이해해도 지형적 특징이나 풍경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여행 전 알아두면 유용한 포르투갈어 도로명 가이드를 준비해 보았다.

참고로, 한자 표기는 보통 포르투갈어의 발음이나 의미를 번역한 형식이지만, 종종 별도의 이중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자까지 포함하면 내용이 길어질 수 있어, 여기서는 포루투갈어 중심으로만 설명한다. 

 


| 도로명 표지판 구조: 

트라베사 다 파이샹 골목

세나두 광장과 함께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성 바오로 유적 근처의 Travessa da Paixão은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각종 영화와 TV 매체는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트라베사 다 파이샹의 표지판

* Travessa da Paixão의 표지판 구조:

마카오의 도로명 표지판은 주로 [길 유형] + [전치사] + [지명/고유명사]의 구조를 따른다. 

  • Travessa: 골목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
  • da: ~의 (소유격 전치사)
  • Paixão: 열정, 사랑 (특히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상징)

따라서 이 곳은 '열정(사랑)의 골목'으로 해석된다.

전치사의 경우 do, dos, da 등으로 다양하지만, 'd'로 시작하면 단순히 '~의'로 이해하면 된다.
재밌는 점은 중국어 표기인 '戀愛巷(연애항)'은 "연인의 골목" 또는 "사랑의 거리"로 번역되며 포르투갈어의 그리스도의 열정(Passion)을 담은 종교적 의미와는 또 다른 낭만적 뉘앙스를 전한다. 

성 바오로 유적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

묘한 오역과 더불어 공간 또한 예쁘다 보니 영어로도 'Love Lane(사랑의 골목)'이라 불리며 로맨틱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식으로 도로명은 마카오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로명 정리를 통해 마카오의 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 도로명 정리: 

명칭 (포루투갈어) 뜻 (한국어/영어) 설명 예시
Avenida
(Av.)
대로
(Avenue)
도시의 주요 대로로서 상업, 관광 및 교통 중심지를 연결. Avenida Dr. Sun Yat-sen (쑨원 대로)
Beco
(Bc.)
아주 좁은 골목
(Alley)
양방향으로 열린 골목. Travessa보다 좁음. 지역적 이동 및 연결 목적 Beco da Felicidade
(행복의 골목)
Calçada
(Cç.)
(돌로 포장된) 길
(Pavement)
돌로 포장된 포루투갈 전통 길 형식.
식민지 영향이 강한 구역에서 자주 보임.
Calçada de S. Paulo
(성 바오로 돌길)
Escada
(Esc.)
계단
(Steps)
보행자용 계단.
대성당 같이 큰 규모나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일 경우 Escadaria로 표기됨.
Escada de Coxo
(코쇼 계단)
Estrada
(Estr.)
큰 도로, 주요 도로
(Road)
주요 도로 Estrada da Penha
(페냐언덕 도로)
Largo
(Lg.)
광장, 넓은 공간
(Square)
포르투갈 유래의 넓은 공공 광장 공간.
주민 교류와 일상 활동 중심.
Largo do Senado
(세나두 광장)
Pátio
(Pt.)
공동체 공간, 막힌 골목
(Yard, Enclosed Alley)
마카오의 근현대식 밀집 주거 공간.
하나의 출입구와 막힌 골목,
마당과 우물 등 공용 공간이 특징
Pátio do Espinho
(가시덤불의 마을)
Praça
(Pç.)
광장
(Sqaure)
도시의 기념비적 광장으로
상징적 공식 행사와 역할 수행
(Largo와는 공식성 vs 일상성의 차이)
Praça de Luís de Camões (루이스 드 카몽이스 광장)
Rotunda
(Rda.)
원형 교차로
(Roundabout)
차량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원형 공간.
Rotunda de Carlos da Maia
(카를로스 다 마이아 교차로)
Rua
(R.)
거리, 도로
(Street)
일반적인 거리 Rua do Cunha
(쿠냐 거리)
Travessa
(Tv.)
골목길, 좁은
(Alley, Narrow Lane)
두 주요 도로를 연결하는 좁은 길로,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Beco보다는 넓고 긴 구조)
Travessa da Paixão
(파이샹 골목)
** Miradouro
(Mir.)
전망대
(View Point)
전망 포인트 Miradouro da Penha
(페냐언덕 전망대)
** Ponte
(Pte.)
다리
(Bridge)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Ponte de Sai Van
(세이반 다리)
** Poço
(Pç.)
우물
(Well)
과거에는 공동체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던 우물이 중요한 랜드마크로 여겨졌였음. Beco do Poço
(우물의 골목)
** Fortaleza
(Ft.)
요새
(Fort)
마카오는 식민지 특성 상 도시 방어를 위해 요새가 많이 있음 Fortaleza do Monte
(몬테 요새)
** Igreja
(Igr.) 
교회
(Church)
마카오에서 교회를 지칭하는 일반 용어 Igreja de S. Lázaro
(성 라자로 교회)
** Sé Cathedral
(Sé.)
성당
(Cathedral)
마카오 가톨릭 교구의 주교좌 성당.
Igreja da Sé Cathedral로도 표기
Sé Catedral da Nossa
Senhora da Natividade
(마카오 대성당)
** Templo
(Tpl.)
사원
(Temple)
전통 신앙과 불교를 반영한 중국식 사원 Templo de A-Má
(아마 사원)
 

대략 중요한 것들만 선별한 목록이다. (볼드로 표시된 항목은 특히 자주 보이는 접두어이며, '**'로 표시된 항목은 길 형식이 아닌 랜드마크 성격의 지형 또는 구조적 특징을 가리키지만 알면 여행 시 유용하다)

유명사는 언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접두어의 의미만 알아도 마카오 여행에서 표지판을 읽는 재미와 실용성을 더할 수 있다.


| 마카오의 사인과 공간들: 

Patio: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공동체 공간과 작은 마당 또는 우물(위 사각형 구조물)을 만날 수 있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Largo: 광장이겠구나.

Beco: 오래된 주거지들 사이를 연결하는 좁은 뒷골목 같은 느낌이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Calçada: 바닥에 포르투갈식 돌이 깔린 길이겠구나.

"흔한 주말의 성바오로 유적 가는 풍경, 살려주세요 ㅎㅎㅎ"

Rua: 도보로 거닐 수 있는 일반적인 거리겠구나.

 

Avenida: 중요한 대로구나. 버스 정류장들이 있겠구나! (세종대로나 강남대로 같은 느낌)


추가로 위는 포스팅에서 설명 못한 한자 이중 표기의 좋은 예다. 'Avenida de Almeida Ribeiro'는 마카오 행정관의 이름을 기리고, 한자 표기는 그 발음을 뜻한 긴 한자 밑에, 新馬路(신마로)를 더해 '새로 조성된 길'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로컬들은 이렇게 즐겨 부른다고 한다).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런 표지판들은 두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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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쿠오카> 속 외부 모습
후쿠오카 촬영지

나는 저 문으로 들어갔는데 (방문 당시 여름이라 열려 있었음),

영화 <후쿠오카>의 내부 모습
촬영지 내부 들어가는 사진

원래 입구는 건물 좌측 아주 작은 골목 같은 곳으로 들어와 우측에 있는 문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난 그냥 길가에서 바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나 같은 손님들 많다고 알려주심). 포스터들은 영화 속이랑 동일하다. 오토바이는 바뀐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런 사소한 차이가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후쿠오카> 속 내부 모습
위 장면을 찍었던 공간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영화로부터 약 5년 후의 모습인데 영화 속 원형이 거의 유지되고 있다.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에서 극 중 해효(권해효 분)가 후쿠오카에서 운영하는 이자카야는 단순한 배경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적, 공간적 교차점 역할을 한다. 캐릭터들이 감정을 해소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영화의 서사와 주제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장소다. 동네 노포 분위기 가득한 노기쿠(野菊, Nogiku)라는 곳이다. 이름은 들국화를 뜻한다. 영화 때문에 간 후쿠오카인데 당연히 방문을 해야 했다. 위 사진은 노기쿠 내부의 모습으로, 테이블 위 소품들과 창문 밖 풍경이 당시 영화 속 공간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직접 방문한 후 이 공간에 앉아있으니 영화에서의 대사와 장면들이 머릿속에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 <후쿠오카> 소담: 저 위에서 보면 아저씨가게가 어떻게 보일까요? 제문: 뭐긴뭐, 성냥갑처럼 보이겠지
촬영지는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붙어있는 주차장이다

이 촬영지에 대한 부연 설명 잠깐 하자면, 소담이 이자카야에서 나와 문득 먼 어딘가를 바라보며 "저기서 아저씨(해효의 이자카야) 가게를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다들 오~ 몰겠다 함 보러 가보자~ 하는 장면이다.

영화 <후쿠오카> 소담이 옥상에서 한국으로 전화 거는 장면

이 장면은 이자카야에서 텐진중앙공원 넘어에 있는 후쿠오카시청 옥상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좌측에 사이세이카이 후쿠오카 종합병원 済生会病院 사인이 있다).

영화 속 바라보는 시선 방향 추측
주차장에서 도로를 바라보고 찍은 촬영지 사진

사진을 찍은 건 밤이긴 하지만 실제 영화 속 소담이 그 질문을 하며 바라본 풍경은 이랬을까? 다만 실제로 후쿠오카시청 빌딩이 가시거리에 들어오는지는 당시 판단할 수 없었다.

구글스트리트뷰로 다시 확인

하지만 구글 스트리트뷰로 다시 확인하니 내가 찍은 사진에서 훨씬 더 오른쪽으로 틀면 후쿠오카시청 뷰가 들어온다. 

영화 <후쿠오카>, 노기쿠의 모습과 좌측 주차장 바리케이드 (핑크)
촬영지 사진

셋은 아마 이 방향으로 보았을 것이다. 노란색 바리케이드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좀만 올려다봤어도 후쿠오카시청건물뷰를 같이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영화 <후쿠오카>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내부의 모습이다. 기념사진이니까 배경이 지저분하면 안된다고, 한사코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다른 손님들이 남기고 간 자리를 치우신 건 물론 테이블까지 행주로 빡빡 닦은 후 찍어주신 거다 (와, 감동! 이런 가게 처음이다). 여기에서 있었던 단 1~2시간의 대화들과 경험이 너무 좋았어서 방문 후기까지 남기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 별도 포스팅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나는 저 재문이 앉았던 왼쪽 끝 구석자리에 있었다 (가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혼밥의 상석). 

촬영지에서 사장님이 보여준 사진

영화 때문에 찾아오는 한국 손님들에게는 항상 보여주시는 것 같은 출연진들 (박소담, 윤재문, 권해효)과 함께 찍은 사진 (중간이 사장님). 소중하게 간직하듯 지퍼백에 보관되고 있다. 담 포스팅에 남기겠지만 바에서 바라보면 사장님의 작은 보물창고 같은 낡은 서랍장이 있는데 이 사진도 그 안에 보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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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보트 투어 중 찍은 사진, 오래된 부두 뒤로 작은 언덕에 위치한 호텔이 보인다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Tai O Heritage Hotel)은 홍콩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4.5성급)이다. 이 호텔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단순히 고급 호텔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유산적 가치 때문이다.

언덕 위에서 경찰서로 기능하던 1920년대 모습 ❘ 출처: University of Bristol - Historical Photographs of China

1902년부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수와 불법 활동을 단속하기 위해 기능했던 경찰서 건물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2009년 호텔로 변모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기능을 부여한 어답티브 리유즈(adaptive reuse)의 훌륭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남중국해 밀수 단속과 조망권

남중국해에서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며 야간에도 불법 밀수나 해적을 감시하던 곳

과거 남중국해의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탐조등을 활용해 야간에도 밀수꾼과 해적을 감시했던 장소였다. 이 건물은 란타우섬 끝자락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를 자랑했다. 이런 점떄문에 타이오 마을 여인숙에서 1박, 이 호텔에서 1박을 하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숙박비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박 모두 여인숙으로~)

공식홈페이지 섬머세일 특가 화면 캡쳐, 아.. 좀만 더 기다릴걸... 15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몇 주 후,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여름 시즌 특가 세일 소식을 봤을 때 땅을 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HK$ 988 (약 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조금만 더 기다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꽤 이른 시기에 예약을 해버렸던 터라 이런 기회를 놓쳐버린 게 정말 아쉬웠다. 

호텔 위치와 접근성

타이오 마을 주요 스폿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은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타이오 마을의 메인 시장 골목과는 떨어져 있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타이오 마을은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을 뿐더러 인도로서는 가장 끝이다). 묵었던 숙소에서 도보로 약 9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

영화 <도성타왕>에서 옛부두로 향하는 장면

호텔 앞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옛 타이오 마을 부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두는 1991년 주성치 주연의 영화 <도성타왕(賭聖打王)>의 촬영지로 매우 고즈넉한 장소다. 주변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숨은 스폿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바로 앞의 옛 부두

방문 당시 바라보았던 모습이다. 아무도 없고 참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영화 <도성타왕> 속 티안 틴 부처상이 건설되던 모습, 영화는 1991년작이고 부처상은 1993년 완공되었다

영화는 타이오 마을 곳곳에서 촬영되었고 8,90년대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옹핑의 티안 탄 부처상의 건설 중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93년 완공.)

 


타이오 룩아웃(Tai O Lookout)

호텔에는 경찰서가 호텔로 변모할 때 같이 생긴 레스토랑 타이오 룩아웃 Taio Lookout이 있다. 여기서 숙박을 못아는 대신 점심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수상보트 타며 찍어본 음식점 모습, 좌측의 호텔과 연결되어 있다

호텔은 사회적 기업 운영 방침에 따라 직원의 반 이상이 타이오 마을 또는 란타우섬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점으로,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운영 방식이다. 

시그니처 메뉴와 공간의 매력

옛 부두를 향하다 요렇게 꺾으면 호텔을 통하지 않아도 음식점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 

저 난간을 돌면 바로 이 계단이 펼쳐 진다. 우아아악! 아주 살짝 높다 ㅎㅎ 다만 주변 자연환경이 괜찮아서 즐기면서 올라가기 좋다 (마지막 식전 장 운동).

작은 언덕이지만 몸이 힘든 손님들을 배려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운영하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정상(?)이 보인다 (이눔의 저질 체력). 중간 상단의 원통은 옛 경비탑 Lookout 공간인데 음식점 이름의 유래다, 타이오 룩아웃. 밀수꾼 멈춰!

쭉 걸어간다. 왼쪽은 식당 안이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경비탑이 보인다.

웨이팅을 위한 배려인지 식당 입구 쪽으로 가니 메뉴의 대형 버전이 떡 하니 걸려 있다. 

왼쪽을 다시 바라보니 웨이팅 전광판인 것 같다. 한국 카톡 웨이팅 시스템 같은 것이 아닐지? 근데 이 날은 손님이 거의 없어 그냥 프리패스~ 예~

타이오 룩아웃의 사인을 따라 좌측으로 꺾으면 입구가 나온다.

안내받은 자리는 1~2인용 코너 테이블이었다. 내외 전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혼밥러에게는 이 자리가 최고의 상석이다. 식당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면서도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매우 아늑했다. 게다가 손님도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실링팬 돌아가는 모습

아열대 지방인 홍콩의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꿉꿉한 느낌인데 식당 안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들이 공간을 쾌적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비 때문에 막혀있는 것 같은데 천장의 커버까지 오픈되면 개방감이 훨씬 좋을 듯하다.

투어보트를 타면 수상가옥을 한바퀴 돈 뒤, 저 바닷길로 핑크돌고래를 만나러 남중국해 바다로 나가게 된다

목재가 주된 장식 요소로 사용되어 그런지 바다를 바라보는 숲 속의 현대적 큰 산장에 와 있는 듯한 아늑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오른쪽으로 바라본 모습
왼쪽으로 바라 본 모습

지루할 수도 있는 산 쪽 뷰 창문에 타이오 마을의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들은 지역의 역사와 정취를 잘 담아내어 호텔과 마을이 함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실내는 밝고 정돈된 분위기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저녁에 조명이 더해지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식사: 맹그로브 스페셜 & 포크찹 번

맹크로브 스페셜 목테일은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상큼한 비주얼이다
맹그로브 목테일 섞는 재미가 있다
메뉴

앞 커플이 마시던 모습이 예뻐 보여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을 주문했다. 아열대 지방의 음료답게 야생 베고니아, 사과, 레몬이 섞인 설명이다.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면 맹그로브와 백로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숙소에서 본 밀물에 덮힌 맹그로브 위에 앉아있는 백로, 2박 해보니 이 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이 주변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은 목테일인 것 같다. 비주얼만큼 맛도 달콤하다. 맹그로브와 백로라는 타이오 마을의 생태적 상징을 음료에 녹여낸 점은 독특했다. 이 지역만의 특색을 느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커플이거나 나 같은 혼밥 망상러가 마시면 좋을 듯. 

타이오 룩아웃 메뉴

타이오 마을은 새우젓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음식을 먹고 싶었고 볶음밥과의 고민 끝에 새우젓 포크찹 번과 컨트리 프라이즈를 골랐다.

실제 모습, 맛있어 보이긴 한다. 타이오 마을의 주요 관광 스폿과 역사를 담은 듯한 종이 플레이스메트가 있어 음식 나오기 전에 살펴보기 좋다

마카오의 주빠빠오와 비슷하지만, 오이와 토마토, 양상추, 새우젓이라는 토핑들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고자 한 것 같다. 다 좋아하는 토핑들이다. 

다. 만.

그러나 재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아 아쉬웠다. 한 입에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번은 괜찮았지만 익힌 돼지고기와 생생한 맛만 강조된 오이와 토마토가 서로 자신의 맛만 뽐내고 있어 전체적으로 '완성된 맛'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 차라리 전날 먹었던 새우젓 볶음밥을 시켜 비교하며 먹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은 좋았지만 그에 비해 맛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이 날만 그랬던 건지… 맛은 꽝이었고 결과적으로 당첨 실패. 😢

하지만 감자 프라이는 두툼한 체구 때문에 눅눅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매우 바삭해서 만족스러웠다. 예상 밖의 바삭함 덕분에 포크찹 번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다 다만 감자스틱 특유의 기름진 맛 때문인지 몇 개 먹고 나니 몸에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바삭함 덕분에 멈출 수가 없어서 몇 점 더 집어먹게 되었다 (나오자마자 먹는 걸 추천).

그래도 즐거웠던 시간:  

다 먹고 나올 때 찍은 자리 사진. 비가 꽤 내리던 날이어서 그런지 운치가 있어 좋았다

타이오 룩아웃에서의 식사는 음식의 맛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경치를 즐기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었다. 이날 유리천장이 덮여 있어서 그런지 숲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통나무 산장 같은 인테리어는 아늑함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이 경험은 타이오 마을에서의 시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서빙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살짝 실수도 하면서 약간 어설퍼 보이면서도 매우 친절한 태도가 돋보였다. 솔직히 지나치게 전문적이면서 불친절한 서비스보다는 이런 인간미 있는 서비스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식당을 나올 때 볼 수 있는 호텔 전체를 보여주는 레고 모형

타이오 마을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옛 경계처였던 곳에서 포근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모순적이지만 좋았던 잔잔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었다. 😊 분위기 및 서빙의 친절함으로 혼자 식사를 즐기기에 부담 없이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 타이오 마을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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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ㄱㄱ~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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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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