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수상보트 투어 중 찍은 사진, 오래된 부두 뒤로 작은 언덕에 위치한 호텔이 보인다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Tai O Heritage Hotel)은 홍콩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4.5성급)이다. 이 호텔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단순히 고급 호텔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유산적 가치 때문이다.

언덕 위에서 경찰서로 기능하던 1920년대 모습 ❘ 출처: University of Bristol - Historical Photographs of China

1902년부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수와 불법 활동을 단속하기 위해 기능했던 경찰서 건물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2009년 호텔로 변모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기능을 부여한 어답티브 리유즈(adaptive reuse)의 훌륭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남중국해 밀수 단속과 조망권

남중국해에서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며 야간에도 불법 밀수나 해적을 감시하던 곳

과거 남중국해의 중국-홍콩 경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탐조등을 활용해 야간에도 밀수꾼과 해적을 감시했던 장소였다. 이 건물은 란타우섬 끝자락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를 자랑했다. 이런 점떄문에 타이오 마을 여인숙에서 1박, 이 호텔에서 1박을 하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숙박비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박 모두 여인숙으로~)

공식홈페이지 섬머세일 특가 화면 캡쳐, 아.. 좀만 더 기다릴걸... 15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몇 주 후,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여름 시즌 특가 세일 소식을 봤을 때 땅을 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HK$ 988 (약 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라니, 조금만 더 기다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꽤 이른 시기에 예약을 해버렸던 터라 이런 기회를 놓쳐버린 게 정말 아쉬웠다. 

호텔 위치와 접근성

타이오 마을 주요 스폿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은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타이오 마을의 메인 시장 골목과는 떨어져 있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타이오 마을은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을 뿐더러 인도로서는 가장 끝이다). 묵었던 숙소에서 도보로 약 9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

영화 <도성타왕>에서 옛부두로 향하는 장면

호텔 앞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옛 타이오 마을 부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두는 1991년 주성치 주연의 영화 <도성타왕(賭聖打王)>의 촬영지로 매우 고즈넉한 장소다. 주변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숨은 스폿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바로 앞의 옛 부두

방문 당시 바라보았던 모습이다. 아무도 없고 참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영화 <도성타왕> 속 티안 틴 부처상이 건설되던 모습, 영화는 1991년작이고 부처상은 1993년 완공되었다

영화는 타이오 마을 곳곳에서 촬영되었고 8,90년대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옹핑의 티안 탄 부처상의 건설 중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93년 완공.)

 


타이오 룩아웃(Tai O Lookout)

호텔에는 경찰서가 호텔로 변모할 때 같이 생긴 레스토랑 타이오 룩아웃 Taio Lookout이 있다. 여기서 숙박을 못아는 대신 점심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수상보트 타며 찍어본 음식점 모습, 좌측의 호텔과 연결되어 있다

호텔은 사회적 기업 운영 방침에 따라 직원의 반 이상이 타이오 마을 또는 란타우섬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점으로,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운영 방식이다. 

시그니처 메뉴와 공간의 매력

옛 부두를 향하다 요렇게 꺾으면 호텔을 통하지 않아도 음식점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 

저 난간을 돌면 바로 이 계단이 펼쳐 진다. 우아아악! 아주 살짝 높다 ㅎㅎ 다만 주변 자연환경이 괜찮아서 즐기면서 올라가기 좋다 (마지막 식전 장 운동).

작은 언덕이지만 몸이 힘든 손님들을 배려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운영하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정상(?)이 보인다 (이눔의 저질 체력). 중간 상단의 원통은 옛 경비탑 Lookout 공간인데 음식점 이름의 유래다, 타이오 룩아웃. 밀수꾼 멈춰!

쭉 걸어간다. 왼쪽은 식당 안이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경비탑이 보인다.

웨이팅을 위한 배려인지 식당 입구 쪽으로 가니 메뉴의 대형 버전이 떡 하니 걸려 있다. 

왼쪽을 다시 바라보니 웨이팅 전광판인 것 같다. 한국 카톡 웨이팅 시스템 같은 것이 아닐지? 근데 이 날은 손님이 거의 없어 그냥 프리패스~ 예~

타이오 룩아웃의 사인을 따라 좌측으로 꺾으면 입구가 나온다.

안내받은 자리는 1~2인용 코너 테이블이었다. 내외 전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혼밥러에게는 이 자리가 최고의 상석이다. 식당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면서도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매우 아늑했다. 게다가 손님도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실링팬 돌아가는 모습

아열대 지방인 홍콩의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꿉꿉한 느낌인데 식당 안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들이 공간을 쾌적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비 때문에 막혀있는 것 같은데 천장의 커버까지 오픈되면 개방감이 훨씬 좋을 듯하다.

투어보트를 타면 수상가옥을 한바퀴 돈 뒤, 저 바닷길로 핑크돌고래를 만나러 남중국해 바다로 나가게 된다

목재가 주된 장식 요소로 사용되어 그런지 바다를 바라보는 숲 속의 현대적 큰 산장에 와 있는 듯한 아늑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오른쪽으로 바라본 모습
왼쪽으로 바라 본 모습

지루할 수도 있는 산 쪽 뷰 창문에 타이오 마을의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들은 지역의 역사와 정취를 잘 담아내어 호텔과 마을이 함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실내는 밝고 정돈된 분위기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저녁에 조명이 더해지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식사: 맹그로브 스페셜 & 포크찹 번

맹크로브 스페셜 목테일은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상큼한 비주얼이다
맹그로브 목테일 섞는 재미가 있다
메뉴

앞 커플이 마시던 모습이 예뻐 보여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을 주문했다. 아열대 지방의 음료답게 야생 베고니아, 사과, 레몬이 섞인 설명이다.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면 맹그로브와 백로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숙소에서 본 밀물에 덮힌 맹그로브 위에 앉아있는 백로, 2박 해보니 이 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이 주변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은 목테일인 것 같다. 비주얼만큼 맛도 달콤하다. 맹그로브와 백로라는 타이오 마을의 생태적 상징을 음료에 녹여낸 점은 독특했다. 이 지역만의 특색을 느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커플이거나 나 같은 혼밥 망상러가 마시면 좋을 듯. 

타이오 룩아웃 메뉴

타이오 마을은 새우젓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음식을 먹고 싶었고 볶음밥과의 고민 끝에 새우젓 포크찹 번과 컨트리 프라이즈를 골랐다.

실제 모습, 맛있어 보이긴 한다. 타이오 마을의 주요 관광 스폿과 역사를 담은 듯한 종이 플레이스메트가 있어 음식 나오기 전에 살펴보기 좋다

마카오의 주빠빠오와 비슷하지만, 오이와 토마토, 양상추, 새우젓이라는 토핑들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고자 한 것 같다. 다 좋아하는 토핑들이다. 

다. 만.

그러나 재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아 아쉬웠다. 한 입에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번은 괜찮았지만 익힌 돼지고기와 생생한 맛만 강조된 오이와 토마토가 서로 자신의 맛만 뽐내고 있어 전체적으로 '완성된 맛'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 차라리 전날 먹었던 새우젓 볶음밥을 시켜 비교하며 먹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은 좋았지만 그에 비해 맛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이 날만 그랬던 건지… 맛은 꽝이었고 결과적으로 당첨 실패. 😢

하지만 감자 프라이는 두툼한 체구 때문에 눅눅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매우 바삭해서 만족스러웠다. 예상 밖의 바삭함 덕분에 포크찹 번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다 다만 감자스틱 특유의 기름진 맛 때문인지 몇 개 먹고 나니 몸에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바삭함 덕분에 멈출 수가 없어서 몇 점 더 집어먹게 되었다 (나오자마자 먹는 걸 추천).

그래도 즐거웠던 시간:  

다 먹고 나올 때 찍은 자리 사진. 비가 꽤 내리던 날이어서 그런지 운치가 있어 좋았다

타이오 룩아웃에서의 식사는 음식의 맛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경치를 즐기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었다. 이날 유리천장이 덮여 있어서 그런지 숲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통나무 산장 같은 인테리어는 아늑함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이 경험은 타이오 마을에서의 시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서빙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살짝 실수도 하면서 약간 어설퍼 보이면서도 매우 친절한 태도가 돋보였다. 솔직히 지나치게 전문적이면서 불친절한 서비스보다는 이런 인간미 있는 서비스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식당을 나올 때 볼 수 있는 호텔 전체를 보여주는 레고 모형

타이오 마을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옛 경계처였던 곳에서 포근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모순적이지만 좋았던 잔잔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었다. 😊 분위기 및 서빙의 친절함으로 혼자 식사를 즐기기에 부담 없이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오늘의 아침, 야끼니꾸 혼밥: 약 3만 원


| 6:00 am: 아침 산책과 게스트하우스 정원

오전 6시, 세수만 대충 하고 게스트하우스 1층과 정원을 산책했다. 어젯밤의 복잡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적막 속에서 DSLR로 사진을 찍는 일본인 아주머니와 나만 있었다. 순간의 아침 인사를 나누고 서로 방해하지 않으려 자연스럽게 동선을 달리했다. 서로 존재만 확인 :)  

게스트하우스의 정원

어제는 서양인들로 가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경험이었는데 이 당시는 또 상당히 일본적인 경험이었다. 암튼 정원의 녹색 공간은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듯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내부 분위기도 특이하고 당시 둘 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마치 아포칼립스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특이한 느낌이었다.

 

| 7:00 am: 산왕시장 아케이드와 토비타 신치

아침 7시 조금 넘어 산왕시장 아케이드를 산책했다. 시장은 여유롭고 한가로웠다.

지나가며 찍은 사진 속에서 그날 방문한 토리보우즈(ToRi坊主本店) 근처 분점을 발견했다. 여기는 외부에서 선 주문도 가능한 듯했다.

햇살이 아케이드 내부까지 스며들어 항상 햇살 가득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영화들 떠올랐다. 별 것 아니지만 여행 중 맞이한 아침 햇살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서 그랬나 보다. 

토비타 신치의 아침모습 ❘ 영업 전이라 모두 닫혀 있다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유곽, 토비타신치에 들렀다. 영업 전이라 거리는 고요했지만 저녁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인 아침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저녁 오사카 뒷골목 탐방 패키지 투어를 통해 또 방문했었다). 아침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보이는 검은 밴과 문신을 한 몇몇 사람을 지나칠 땐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했다. 옆 부촌인 아베노구와의 공존이 흥미로웠다.

지날 때마다 신경 쓰였지만 결국 맛을 못 본 근처 야키토리 가게, 토리요시 鳥よし. 식당이라기보다는 정육점에 가까웠다. 여기 근처 주민들이 애용하는 것 같았다. 저녁 시간에 마음 잡고 가봤으나 거의 재료 소진이었다. 오전 7~8시부터 일찍 영업을 시작하며 타베로그에는 맛있고 저렴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 8:00 am: 토리보우즈 본점 ToRi坊主本店 

입구/ 산왕시장 쪽이 본점이다

오전 8시에 맞춰 토리보우즈(ToRi坊主本店)에 도착했다. 이 아이린(구 니시나리) 지구 일대의 가라오케바들은 이른 아침부터 해피아워로 술과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이곳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다.

입구 창가에 붙은 장식 스티커들 ❘ "마시따"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나도 맛있었다.

8:00~11:00 am 사이 고다와라 레몬사와, 플레인 츄하이, 짐빔하이볼이 저렴하게 판매된다 (190엔, 1500~1700원 정도). 마시진 않아서 양은 모르겠다.

오전 8시 오픈 맞춰 들어갔는데도 이미 몇 테이블이 차 있었고 분위기를 보니 대부분 로컬들이 아닐까 싶다. 자리에 앉자 가방을 위한 바구니를 가져다주신다. 바닥은 기름기 때문인지 깨끗해 보이진 않는다. 그냥 이 지역 분위기겠거니 하며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관점에 보면 관리 잘 되어 보임)

식탐 있어 보이는 힙한 병아리가 여기 마스코트인가 보다. 벽이 뚫려 있는 그림이다 보니 나 같이 벽 보고 먹는 혼밥러에게 개방적인 효과도 있다(?) 

유명인이 왔다 갔나 해서 왼쪽 벽의 사인을 찾아보니 '도톤보리 푸로레스'라고 써져 있다. 이 동네 돌아다니면서 프로레슬링 관련 포스터들이 은근히 많이 보이던데 공홈에 들어가 보니 아직도 활발히 경기 이벤트를 주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프로레슬링이라니, 나도 어렸을 때 WWF 참 좋아했는데. 잠깐 또 기억 속으로...

테이블에서 본 출입구, 끝자리에 앉았다

오픈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만석이 되고 웨이팅 걸렸는데, 손님들이 꽉 차니 연기가 엄청난다. 그때 문이 개방된다. 월요일은 휴무고 화~금은 오전 8시 오픈 저녁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4시에 닫는다. 계산 당시 나쁜 가격이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구글과 타베로그의 리뷰들을 보니 가성비가 나빠졌나 보다 (현재 가격이 비싸졌다는 리뷰가 꽤 있었다).

알콜 외 음료수는 저기서 셀프로 따라 먹는다

테이블 근처에 음료수 기계가 셀프로 운영되고 있는데 해피아워와 상관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펩시콜라, 진저에일, 우롱차 등 총 7종이 제공되었다.

 

| 우설과 곱창

불판

트랜스포머 마냥 철컥-척! 쑥 들어감. 불을 붙이니 이제 좀 고깃집 온 느낌인데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아침 8시부터 고기 구워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있었나? :) 

전체 메뉴, 왼쪽과 중앙이 메인, 오른쪽이 사이드
사이드 메뉴

직원분은 일어만 가능했다. 구글 리뷰보고 한국어 메뉴판도 있는 줄 알았는데 걍 계속 이걸로 얘기하시길래 시간 걸리는 거 싫어서 굳이 요청해보진 않았다. 일단 추천 부탁 하니 상급 소금우설이랑 대창 추천하신다. 상급 소금우설(조시오탄) 일반 소금우설(시오탄) 탯짱(대창)을 시켰다. 대창은 그냥 일본 발음이 귀여워서 시켰다. 사이드 메뉴로 김치 등이 있었는데 고기가 워낙 달짝한지라 딱히 사이드는 필요 없어서 시켜볼까 하다 말았다.

출처: tabelog review

먹진 않았지만 타베로그 리뷰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고봉밥' 메뉴에 보인다 (비빔밥도 있음). 아마 저게 대짜가 아닌가 싶다. 와하하하.

소스도 준비되어 있는데 비취되어 있는 건 두 개고 나온 건 세 개였다. 고기부터가 단짠이라 소스를 많이 찍어 먹진 않아서 솔직히 맛은 잘 기억 안 나지만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달짝 새콤한 맛이랑 상큼한 맛들이 기억에 남는다.

굽기 타임
조시오탄(상급 소금우설)
시오탄(일반 소금 우설)

음식은 대체로 달짝지근하다. 소금까지 섞이니 단짠. 우설은 역시 씹는 맛이 살아있는 듯한 그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참 좋다. 특소금구이이랑 일반소금구이랑 맛의 차이는 있다.

특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데 풍미가 좀 더 진했고, 일반은 탄력 있는 쫄깃함으로 담백하고 깔끔했다. 둘 다 좋다. 

대창은 달달하면서도 쫄깃해 입가심으로 좋았다. 많이 먹기는 역시 좀 부담된다(하지만 다 먹음). 

나 포함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굽기 때문에 문을 열어도 꽤나 연기가 꽤 찬다. 그것도 이런 지역에 와서 먹는 맛집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허겁지겁 먹는다 (우설 먹는 것 자체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너무 많이 시켰나? 했는데 웬걸, 싹 다 먹었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게 없었다. 토리보우즈 야키니쿠 성공!! 

드라마, <결혼못하는 남자> 혼밥 야키니쿠 장면 ❘ 출처: https://blog.naver.com/khemist

오랜만에 먹는 아침의 고기 굽기. 이 경험은 결혼에 부정적이며 혼자만의 생활을 고집하는 독신남을 다룬 2006년 일본 히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그 당시 일본이 아무리 혼밥 문화에 특화되었다고 해도 야키니쿠만큼은 혼밥 금기로 여겨졌던 시절이었다는데.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야키니쿠를 혼밥하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지나서일까,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좌석에서도 편안한 모습으로 야키니쿠를 혼자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 풍경은 꽤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일본도 그렇게 변하나 보다.

 

| 기억에 남았던 옆 테이블

가게 나와서 바라본 풍경

나처럼 혼자 온 사람 외 커플, 3명 등 다양한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내 옆자리였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두 청년과 백발의 어르신이 한 테이블에서 반말과 존댓말이 교차하며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신기했다 (20대가 반말+술 한 손 따르기 어르신이 존댓말+두 손으로 받기). 

일부러 들으려던 것은 아니지만 밀착된 자리 탓에 대화가 들렸고 자연스럽게 시야에도 잠깐씩 들어왔다. 젊은이들이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자리로 보였는데 세 사람의 분위기는 오히려 매우 자연스러웠다. 니시나리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모습은 이상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특별한 일상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불편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 9:00 am: 식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

9시 10분경,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거리의 활기를 느꼈다.. 수요일 평일 아침 모습이다.

처음에 말했던 꼬치구이집, 토리요시

포스팅 첨에 언급한 전기구이 기계로(왼쪽 기계) 꼬치를 돌리는 토리요시 (鳥よし)를 다시 지나치며 다음 방문 때는 꼭 들러보리라 다짐했다. 이방인으로서의 나에게 흥미로운 탐험의 대상이다 (개수가 많진 않지만 좋은 리뷰가 넘 많고 전형적인 로컬 느낌이다)

저렴해 보였던 도시락 벤또 가게. 오후시간 지나가다 보면 꽤 많이 팔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품점도 문이 열려있었다.

居酒屋 西成一番 가가게 준酒屋 西成一番

오후 1시 오픈을 위해 벌써 준비를 하고 있는 숙소 옆 이자카야, 니시나리이치반 혼텐 居酒屋 西成一番. 간판의 이름 아래 "게키야스*메차야스*혼마니 야스이 (개~싸다*완전~싸다*진짜 싸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리뷰를 보니 정말 싼 진 모르겠지만 이 공간에서 재밌는 경험들을 한 내용들이 많아 궁금한 곳이다.

코코룸 게스트하우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사실 걸어서 100m 정도라 천천히 구경하며 오니 5분도 안 걸린 듯하다. 게스트하우스는 니시나리 노숙자들과의 연계를 한 역사를 지닌 곳이라 오픈 시간에는 길가에 구제옷과 물품을 꺼내 놓는 모습이 뭔가 맥락에 맞아 보였다. 혼자 아무도 없는 타인의 공간을 살펴보고, 혼밥을 하고, 타인들에 의해 시작되는 타 지역의 주변을 천천히 구경하며 돌아오는 길. 이방인으로서 타지의 공기를 느끼는 순간이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든 기분이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라는 소외감은 혼자만의 여행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으로 변한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건물의 화룡정점 같은 레트로 느낌의 매력적인 빌보드,
저 빌보드를 보고 왜인지 단번에 <2046> 호텔 간판이 떠올랐었다.

마카오 여행의 결심은 홍콩의 <중경삼림>과 같이 식민지에서 중국 반환 이전의 감성을 담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또 다른 마카오 영화 <이사벨라>에서 비롯되었다. (홍콩 1997년 반환, 마카오 1999년 12월 20일 반환)

영화, <이사벨라> 포스터

마카오의 레트로 감성과 옛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숙소 선택은 중요한 고민이었다


겨울에 찍은 산바호텔(우상단)과 여기서 촬영된 영화들 (시계방향으로 이사벨라, 2046, 도둑들)

| 산바호텔 말고 또 다른 100년의 역사를 품은 선택

첫 번째 후보는 유명 영화 촬영지이자 100년 역사를 지닌 여인숙 산바호텔(SanVa Hotel)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낡은 시설과 날 것 같은 후기들을 보니 낭만은 보장 하나 현실적으론 어려운 선택으로 보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곳이 호텔 센트럴 Hotel Central.1928년에 지어진 이 호텔도 갓 100세로, 마카오의 1930~50년대 역사/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레노베이션 되었다는 소개가 여행 목적에 부합하는 듯했다. 

신마로(新馬路)에 우뚝서서 세나두 광장을 내려다 보는 신중앙 호텔의 전경 ❘ 출처: https://macaomagazine.net/macau-hotel-central-macao/
2024년 현재 모습: 주위 건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Vengeance>와 <암화 The Longest Nite>의 뒤 배경으로도 잠깐씩 등장하는 호텔이니 영화 팬들에게도 의미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마카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다고 한다. 저 인상적인 빌보드의 비주얼 다음 두 번째로 끌렸던 대목이다

전성기의 마지막 50년대의 모습과, 이후 몇 십여년 허름한 모텔 수준으로 버티던 시절의 모습 ❘ 출처: Pinterest(Niart ML), Wikipedia

한 때 마카오에서 독보적인 건물이었다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데, 1980년대에는 급기야 낡아버린 모텔 수준으로 방황하다가 (2000년대에 WiFi도 안되었다고...) 현건물주(?)의 건물 매입을 위한 7년간의 흥정, 그리고 건물의 문화유산적 의미를 중요시한 정부의 최종 승인 단계 후 마카오 문화청의 감독 하의 레노베이션 끝에 2024년 4월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고 (현재 기준 1년도 안된 호텔이니 새끈 한 것은 덤).

| 이언 플레밍이 본 호텔 센트럴: 쾌락의 상징

이언 플레밍의 마카오 방문시 모습, 항상 볼때마다 느끼지만 작가가 그냥 007이다 ❘ 출처: https://daidoanket.vn/

"... higher up the building, the largest in Macau, the more beautiful and expensive are the girls, the higher the stakes at the gambling tables, and the better the music." - Ian Fleming, "The Thrilling Cities"

"마카오에서 가장 크고 높은 건물이자, 층을 오를수록 더 우아하고 값비싼 만남, 더 높은 배팅, 더 화려한 음악이 기다리고 있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은 '50년대 전성기였던 이 호텔을 방문하고 자신의 세계 도시 여행기, "Thrilling Cities"에서 위와 같이 묘사하는데 이곳이 단순한 호텔을 넘어 당시 엄청난 쾌락과 향락의 상징적 공간이었다는 극적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호텔센트럴 역사 소개 공간에서 찍은 이언 플레밍과 007 관련 내용

정확히는 이 호텔 5층과 7층에 있던 카지노에 더 의미를 둔 표현인데, 바로 <007: 황금총을 든 사나이> (1974)에서 그리는 카지노 공간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까지 마음을 사로잡았다.

"<2046>을 떠올리는 저 빌보드에, 문화유산에, 거기다가 007 제임본드라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숙소와 함께 마지막 날 저녁 코스와 떠나기전 조식까지 예약하며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다.

퍼블릭 공간인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는 그 시절 카지노에서 인기있던 판탄(Fan Tan) 게임의 테이블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리셉션은 4층임) 1~3층과 옥상을 대중에게 열어 놨기 때문에 여기에 안내 데스크를 배치한 듯.

호텔에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될 때 다루기로 하고 요약 포스팅만 먼저 해본다. 꽤나 좋은 경험이었기에 오해할 수도 있는데 내돈내산 후기다 ㅎ.


1. 상징적 역사를 지닌 100년 건물

건너편 건물에 비친 모습

1928년에 건축된 호텔 센트럴(구 President호텔)은 중요한 이정표들을 세운 건축물이었다. 마카오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건물이자 당시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도시의 화려한 부흥기를 상징했다. 특히 마카오에서 최초로 바카라를 도입한 카지노를 품고 있어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유흥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 구도심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던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신마로 新馬路) 중간에 우뚝 솟아 있다. 이 650m 길이의 대로는 과거 내항(현 소피텔 폰테 16)과 외항을 연결하며 도시 교통과 상업의 심장부로 기능했다. "신마로"라는 이름은 "새로운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하여 로컬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덕분에 주요 버스 정류장들이 밀집하여 버스와 도보를 통한 교통이 매우 편리했다.

지어진 당시 건물의 모습들 (호텔센트럴(신중앙), 삼일빌딩, 남산힐튼호텔)

호텔 센트럴을 직접 보고 1970, 80년대 한국의 삼일빌딩과 남산힐튼호텔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기능과 시대적 맥락 속에서 지어진 건물들이지만 당시 그 지역 중심에 우뚝 서서 도시 발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점에서 삼일빌딩과의 공통점을 느꼈다. 또한 몇 십 년이 지나 이 호텔이 근현대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원 DNA를 계승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자연스레 철거 예정인 남산힐튼호텔을 떠올르게 했다.

언덕 형태인 사이트의 동선을 따라 디자인 된 남산힐튼호텔의 아트리움 ❘ 출처: 이데일리

최근 소식을 보니 오랜 논의 끝에 내부 Atrium 아트리움 공간만은 그나마 어떠한 식으로 건축 유산으로 남긴다고 들었다. 이 건물의 보존과 철거... 맞고 틀리다를 명확히 따질 수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조금이라도 보존된다는 것은 도시와 문명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말 주말 저녁, 세나두 광장에서 바라본 호텔 센트럴, 역시 저 신중앙 빌보드는 메력적이다

과거 이 호텔이 구경하고 싶어 몰래 들어왔다가 발각되어 멱살 잡혀 쫓겨났던 한 소년이 언젠간 저 건물을 사버리고자 결심했고, 훗날 성공한 자산가가 되어 실제로 이 호텔을 인수하고 복원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물론 지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매체를 읽어보면 그러하다고 한다. 쨋든 서술한 구매와 정부 승인을 위한 오랜 흥정과 기다림 이후, 안전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복원 작업을 마치고 2024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머신 같은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그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호텔의 초기 모습을 모형으로 복원한 모델

1층에 전시된 1928년 당시의 건물 미니어처와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호텔을 중심으로 화려했던 옛 마카오의 시절을 알려주는 미니 역사박물관같은 느낌도 주며, 이 복원에 관계자들 모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잘 느끼게 해준다.

서브 출입구로 이어지는 전시 공간

10미터 남짓하지만 옛 지도들과 같은  귀해보이는 자료들도 있고 건축도들의 프레젠테이션 같은 흥미로운 자료들을 읽으며 꽤 오랜 시간을 그 공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좌측은 마카오와 거리의 맥락, 우측은 그 안에 자리 잡은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빌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쪽을 두리번 하며  출구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좌측을 먼저 보고 다시 오른쪽을 훑으면서 돌아오는 동선이다.


2. 화려했던 각 시대상을 테마로 한 레트로 감성 게스트룸

참 오랜만에 보는 레트로 느낌의 핍홀 Peep Hole. 혼자 007 첩보놀이 망상 중

객실은 호텔의 전성기인 1920~1940년대 마카오의 시대적 감성과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한 점이 특징이다. 각 층마다 다른 테마가 설정되어 있어 투숙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참고로 보는 20~40년대 마카오의 시대상 요약

  • 5~6층은 1920년대 : 호텔 초기 시절의 향수를 재현하는 아늑하고 클래식한 디자인
  • 7~8층은 1930년대 : 클래식한 세련미와 당대 상류층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호텔의 전성기의 활기
  • 9~10층은 1940년대 : 세계 2차 대전이라는 격동기 속 도피처로 역할했던 마카오 속 호텔의 초호황기. 품격과 고전적인 우아함. (포르투갈은 참전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카오도 당시 중립 도시로 남았음)

묵었던 518, 815호의 카드 홀더. 우연이지만 숫자를 보고, 엇?했다.

팁이 하나 있다면 이거 그냥 호주머니 놓고 다니다가 택시타고 돌아올 일 있으면 기사분께 보여주면 백발백중 다 아신다 (영어 안되고 광둥어만 된다고 보면됨). 그런 용도기도 하고.

일반실엔 없었던 8층 발코니룸 욕조, 간만에 소금욕 굿굿. 어메니티는 신경 안 쓰는 부분이라 그냥 정보성으로 남기는데 Evviva다. 보통 마카오 호텔 후기 보니 록시땅 후기가 많이 나오던데 그것보단 인지도가 아래라고 한다. 나는 곱등이 옆에서 샤워하던 숙소에 비취된 샴푸도 잘 쓰던 사람이라 의미는 딱히 없다만...
호텔의 초호황기인 40년대를 표현한 8층의 복도

5층의 일반룸과 8층의 발코니룸에 묵으면서 각 층의 테마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 발코니 룸

동그라미는 발코니룸, 화살표는 내가 묵었던 5층과 8층 방 ❘ 원본 이미지 : tripadvisor.com

발코니룸은 호텔 센트럴의 하이라이트 공간 중 하나로, 단 4개만 존재하며 예약 시 개인 버틀러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이 룸들은 각각의 위치에 따라 독특한 뷰를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그랜드 리즈보아와 세나두 광장 방향을 바라봄 (각도 때문에 리스보아가 거의 안나옴)

8층에 일렬로 배치된 중앙 두 개의 발코니룸은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Avenida de Almeida Ribeiro (신마로))를 향한 단방향 뷰를 제공하는데 좀 쫄 리지만 고개 좀 더 내밀고 바라보면...ㅎㅎ.

각도 좀 꺾어주면 리즈보아가 잘 보인다 ㅎㅎ

조금 더 비싼 코너룸 두 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하나는 내항구였던 중국 주하이 방향으로 연결되는 소피텔(Sofitel Ponte16)을 향해 트여있고, 다른 하나는 대로의 반대쪽 동선을 따라 마카오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과 세나두 광장을 조망한다.  

묵었던 815호 중앙발코니의 모습 (완전 중앙을 바라보면 마카오 타워의 머리가 뷰에 살짝 잡힌다)
목욕 후 선셋을 바라보며 중앙 발코니에서 즐기는 여유로움 (자국을 보니 2024년 4월 신축인데 벌써 누가 자리에 와인 거나하게 한 번 쏟아버린 듯 하다. 안타깝네 ㅜㅜ)
중앙 발코니 앞 풍경을 찍고 있는 나의 오랜 친구 고프로, 마카오 구도심의 서쪽을 바라본다

중앙 815호에 묵었는데, 멋진 뷰를 독식한 코너룸은 아니더라도 발코니룸 내외부의 예쁜 공간들은 하루의 일정을 접고 호텔에 머물며 즐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고개 좀 쑉쑉 들어주면 소피텔과 그랜드 리즈보아 코너 뷰도 생각보다 많이 확보 된다 ㅎㅎ - 당연히 옆집에 사람들 있으면 못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소피텔 (폰테16) 방향을 바라본 전경 (코너쪽 방에 다행히 비어서 팔 쭉 뻗어서 뷰 확보하고 찍어봄)

호텔에서 연박임을 배려해 줘서 체크인을 1시 30분까지 준비해 준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좋은 서비스와 고층에서 즐기는 탁 트인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8층 발코니룸 내부, 과일도 준다, 포도가 맛있었다

5,8층 모두 객실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각 시대를 반영한 디테일이 세심하게 차별화되어 있다

그 시절 카지노가 위치했었다는 5층의 일반실의 모습 (518호)

5층 일반실은 뷰는 좀 실망인데 레트로 감성 듬뿍 인 인테리어 공간이 좋았다. 암막 커튼이 한 0.5cm 정도로 완벽히 안돼서 빛이 약간 세어 들어오는 단점은 있다. 다만 나는 새벽인간, 울랄라~ 태양은 나의 알람시계~ 아침의 빛을 쏴줘 쏴줘~

청소해주시는 분의 땡큐 노트, 걍 서로서로 부담없이 좋은게 좋다

마카오도 팁은 줘도 되는데 굳이 줄 필욘 없다. 다만 중간에 화장실 바닥에 물을 많이 쏟은 바람에 나 혼자 처리하긴 힘들어서 소량의 팁을 두고 나갔는데 "땡큐" 메모와 함께 청소 진짜 깔끔하게 잘해주셨다. 

518호 바로 밑 거리 뷰,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 오프닝에서 꼬마 쇼티가 연회장에서 탈출한 인디와 윌리를 하얀색 오번-코드-듀젠버그에 태우고 엑셀을 힘차게 밟으며 좌측 골목에서 튀어나와 한자가 보이는 건물을 끼고 대로 방향으로 코너를 도는 곳이다.
인디아나 존스와 Auburn-Cord-Duesenberg 자동차 ❘ 출처: https://x.com/Barnett_College

전체적인 뷰는 좀 안타까워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의 오프닝 자동차 추격신에 등장했던 거리와 빌딩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독특함으로 맘을 달랬다 (두기봉 감독의 <Vengeance> 촬영지이기도). 창문은 열 수도 없어서 그냥 고풍스러운(?) 창문 프레임으로 만족. (위 사진은 8층에서 찍은 사진임) 

중앙 발코니에서 고프로가 하루종일 찍고 있던 것. 

8층 발코니로 나가는 문이 열린 모습

인테리어 또한 옛 마카오의 느낌을 엿볼 수 있는 고전적인 느낌이 있다. 색상과 감성 때문에 그런지 영화 <2046>의 낡은 양조위의 방의 느낌을 가지되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랄까? 

8층 발코니룸 밤의 아늑한 모습

일반실과 발코니룸에 묵으니 고전적인 큰 범위에서는 동일하지만 층의 콘셉트에 따라 또 다른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 이걸로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르르 전화를 건다

엘리베이터 층 표시 방식부터 작은 돋보기까지 골동품스러운 장식품과 데코가 굉장히 많은데 룸, 리셉션, 복도 등등 공간부터 하나하나의 작은 데코레이션까지 디자이너들이 가졌을 깊은 고민들이 느껴진다 + 이런 것들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참... 이 것들 하나하나 보는 것도 재미다.

다 무료긴 한데 배부를까봐 먹어보진 못했다. 페낭 커피는 궁금해서 두 봉 챙겨옴 ㅎ
5층의 미니바. 8층도 거의 동일하다. 음료는 같고, 차 같은게 하나 더 있었던 듯?? 기억 안남.

그. 리. 고. (발코니, 일반 모두) 방에 있는 미니바의 모두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거기다가 오프닝 프로모션인진 몰라도 일반, 발코니룸 모두 레드와인 한병도 무료 제공. 미니바 음료는 룸 클린시 다시 채워진다 (와인은 안 마셔서 리필되는지 모르겠음). 투숙객 입장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다. 도심 구경 갈 때마다 배낭에 시원한 물 한 통씩 가져가니 편했다. (냉장고 말고 위에 두 통 더 있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호텔이 3성급이란게 살짝 박해 보였다. (어딘가 3.5~4 사이로 보이지만 외관, 전망대, 분위기만 보면 최고의 장소 중 하나)


3. 마카오 페닌슐라를 360도로 경험할 수 있는 파노라마 루프탑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

호텔 센트럴의 백미는 역시 마카오 반도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 공간이다. 

호텔 센트럴에서 조망 가능한 마카오 반도의 주요 포인트들(이미지); 빨간 포인트들은 개인적으로 가려고 꽂아놓은 곳들

  • 세나두 광장, 성 바오로 유적, 리스보아 호텔, 소피텔 등 마카오의 주요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
  • 밤낮으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방문할 수 있어 문화유산 중요성을 내세운 호텔의 특별한 배려와 노력을 느끼게 함

신중앙 간판의 라이팅에 의해 붉게 물든 전망 공간, 360도로 한바뀌 삥~ 돌면 된다

루프탑에서 오후, 저녁 여러 차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을 돌며 혼자만의 사색, 사진 촬영,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짧은 순간들이 분위기에 사르르 녹아드는 듯 했다. 한 다섯 번 찾았는데, 호텔이 아직 잘 안 알려져서인지 좋은 조망권을 가진 전망대치곤 사람들이 별로 없어 굉장히 조용히 공간이었다(좋았닼ㅋ).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고민을 논의하는 듯한 현지인들,

대포를 들고 와 세심하게 전망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있던 한 솔로 관광객,

총삼 스타일 ❘ 출처: https://www.facebook.com/cheongsamconnect

발코니룸을 예약했는지 상하이 스타일의 치파오와는 또 다른 총삼 長衫 스타일로 입은 버틀러로 추정되는 직원에게 루프탑 투어를 받고 있는 노부부 투숙객 (Cheong Sam 총삼은 처음 접하는 거라 신기했다 상하이 스타일 치파오처럼 딱 달라붙는 것이 아닌 허리만 살짝 강조하며 더 느슨하고 전통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야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풋사랑의 감성을 나누는 것 같던 어린 커플,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니 밖에 나와  벽에 기대 한 숨을 내쉬며 밤공기에 잠깐의 휴식을 맛보던 황비홍의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직원분 등이 기억이 남는다. 모두에게 휴식의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뭐 이렇게 보이는 것을 보며 혼자 망상을 해본다. 낭만적이다.

옥상에서 바라본 저녁 10시30분의 세나두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의 뷰. 우측엔 오래전 마카오의 힙한 미팅 플레이스였다는 아폴로 극장 건물도 보인다.

이 루프탑 전망공간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경우, 매일 오전 10:00부터 저녁 10:00까지  무료로 모두에게 오픈된다. 마카오의 문화유산을 이어간다는 콘셉트인 이 호텔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다. 높은 전망이 누군가만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니, 그것도 이런 역사적인 스폿에서!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한 번 즘은 이곳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나두 광장에서 겨우 1~3분 거리다. 그리고 알메이다 리베이로 에비뉴(신마로)라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여 버스 타기도 굉장히 수월하다 (택시 잡기는 힘듦).  


4. 그 외: 로비와 식당

4층 리셉션 층에 위치한 팔래스 레스토랑

팰러스 레스토랑 Palace Restaurant은 1970년대 이 호텔에서 운영된 레스토랑을 재건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음식을 통해 그 스토리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매캐니즈(Macanese)와 서양식이 혼합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이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행 마지막 저녁 Tasting 코스와 다음 날 아침 세트를 신청했다. (한국 출발 전 이메일로 요청했는데 컨펌 답장이 빨리 와서 놀랐다, 하루 지나 온 듯? 한국인가??)

아늑한 프라이빗룸으로 배정
26년산 보이차 세트가 좋았음
저 부채는 기념품이다. 코스 시킬때만 주는건지 다른 상황에서도 주는 건진 모르겠다 (조식엔 안 주니 저녁이나 코스 only 아닐까?)

이번 여행 유일한 기념품, 부채

자리 앉고 나면 이 뷰를 파티션으로 가려준다. 밖은 살짝 보이되 프라이버시는 보장되게.

어차피 난 솔로 여행객이라 공간의 전체 분위기 보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프라이빗함도 막상 나쁘지 않고 편안하니 좋았다. 

메뉴에는 없지만 미리 신청하면 와인 페어링도 당연히 가능하다.

세심한 요리 설명 및 스몰 토킹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준 서비스 덕분에 좋은 경험을 가졌다. 끝나면 음식 맛부터 서비스까지의 간단한 서베이를 하는데 어떠한 직업이라도 본업에 진심이라면 당연히 존중하거나 응원하게 되는데 그런 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식 먹을 때 바라본 홀 모습

저녁은 맛은 잘 모르겠지만 가격 대비 크게 나쁘진 않았고 조식은 좀 별로였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한 층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되지 않을까 응원한다.   

오픈라이스 리뷰가 아직 없다

홍콩앱이긴 하지만 웬만한 마카오 음식점도 등록되어 있는 오픈라이스, 팔래스 식당에 대한 리뷰가 아직 없으니 첫 리뷰어가 돼 보는 것도? 나는 첫 깃발 꽂는 거 부담스러워서 나중에 리뷰 쌓이면 조용히 올릴 예정

ㅘ 호텔 방문 당시 흘러 나왔던 개인 인생 음악 중 하나인 알 보울리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

참 좋았던 건,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로비와 식당에서 낭만적인 스윙재즈 음악이 줄 곧 흘러나오는데 여러 번 흘러나오던 알 보울리 Al Bowlly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는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생 음악 중 하난데 공공장소에서 알 보울리의 음악을 듣는 건 여기가 처음이어서 굉장히x2 특별했다.

4층 리셉션 데스크 모습. 다들 여기 편안한 소파에 쉬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룸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마냥 이런 저런 골동품 같은 레트로 감성 아이템들이 많이 보인다
돋보기~!
저택 속 서재 같은 모습이다

여행, 특히 혼자만의 여행은 현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혼자만의 망상도 은하철도 999 마냥 끝없이 펼쳐지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더할 때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타임캡슐 같은 감성을 더해주었다.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편리함, 그리고 역사적 유산을 한데 담은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잘 장식해 준 것 같다. 다음에 마카오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P.S. 마카오에서는 ChatGPT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로밍 데이터를 활용하니 문제없었다 (Wi-Fi 연결하면 안 됨) 😊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