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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에다 코지 | 출연: 나리타 료, 키요하라 카야, 야마야 카스미, 쿠라 유키, 이즈미 리카, 코이즈미 코타
나의 별점: 3.5/5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まともじゃないのは君も一緒] (직역하면 '정상적이지 않은 건 너도 마찬가지')는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습적 ‘평범함’과 ‘보통’이라는 개념을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우리의 일상 고민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

영화해석에 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 '평범함'의 경계에 선 사람들

아키모토 카스미 (키요하라 카야 분)

사회적 평범함을 실천보다 관찰과 분석으로 익힌 이론과 실제 사이를 스스로 실험하고 있는 고등학생 카스미,

오노 야스오미 (나리타 료 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남은 학원 강사 야스오미,

미야모토 이사오 (코이즈미 코타로 분)

정략결혼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 가는 이사오,

토가와 미나코 (이즈미 리카 분)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결국 사회적 순응을 택하는 미나코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평범함’과 타협하거나 저항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 커플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읜의 의역이 들어간 관계도 ❘ 출처: https://movie-architecture.com/matokimi

  • 카스미와 야스오미 커플은 사회적 평범함에 속하지 못한 채 그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탐구자’의 단계를 상징한다.
  • 이사오와 미나코는 이미 사회가 요구하는 틀 안에 들어선 ‘순응자’의 단계에 있으며, 특히 미나코는 일탈과 순수함이라는 탈출구를 외면한 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다.
  • 그리고 아야카와 유스케 커플은 위 두 커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과도기적 존재’로, 아직 사회의 틀에 완전히 물들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자신만의 '평범함'을 향해 나아가겠구나라는 징후를 보여준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이들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속 세 쌍의 커플이 아니라, '사회적 평범함'이라는 흐름 위에서 서로 다른 좌표에 놓인 존재들이며, 관객은 이 캐릭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저들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 연인 보다는 동반자적 관계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카스미와 야스오미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로 정의되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는 카스미가 이사오에게 접근하려는 목적에서 야스오미를 도구로 삼아 아야카와 만나게 하며 그 연애의 과정을 코칭해 준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관계 맺기’를 이론적으로 배운 소녀가 실전을 지휘하는 일종의 실험처럼 느껴진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카스미는 평범함을 원하면서도 그것을 흉내 내는 야스오미의 어색한 모습을 보며 점점 매료 되어간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감정을 결코 낭만적 로맨스로 소비하지 않는다. 카스미의 고백에 대한 야스오미의 대답은 친구로서 천천히 알아가자는 것이고 이는 단순한 관계의 유예가 아니라, 사회적 프레임 바깥에서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보자는 제안이다. 즉, 이 둘은 연인이 아니라 ‘평범함’이라는 개념을 함께 탐구하는 동료로서 존재한다.


 

| 숲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설정은,
영화의 시작과 중반, 그리고 마지막을 모두 ‘숲’이라는 공간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영화는 야스오미가 혼자 숲 속을 배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회와 단절된 듯한 그의 고립된 모습은,
그가 ‘평범함’이라는 틀에 속하지 못한 인물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중반부에서는 야스오미가 아야카에게 어린 시절 숲에서 들은 소리를 이야기한다.
숲속 생물들이 낙엽을 밟는 사각거림,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같은,
그런 자연의 소리 속에서 자신이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그 고요한 체험은 야스오미에게 유일하게 ‘정상, 보통, 평범함’이라는 감각을 허락했던 순간이었다.
몰래 듣고 있던 아야카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정적 울림을 받는다.
숲은 이처럼 야스오미가 타인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야스오미와 카스미와 진심을 나누는 장소 역시 숲이다.
사회적 관계나 규범, 역할로부터 벗어난 공간에서야 비로소,
두 사람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관계의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이 대화를 감싸는 자연은 도시의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이며,
두 사람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의 장소로 기능한다.
사회 안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자유로운 대화,
상대를 규정하지 않는 태도,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는 시선이
이 자연 속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고립이 아닌 공존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세계,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평범함을 찾아가려는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특히 눈여겨볼 것은 두 사람이 숲 속 연못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영화의 연출 구도다. 그 장면에서 그들은 단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비친 자신과 상대의 모습을 함께 응시하며 대화한다. 

그 반사는 단순한 이미지의 반영(reflection)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관계의 재구성,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이 해체된 이후 남는 '진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응시다.

물은 사물을 완벽하게 비추지 않는다. 카메라에는 직접적으로 담기지 않았지만 작은 흔들림의 수면 위, 어딘가 불분명한 윤곽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과 상대가 섞인 모호한 실루엣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그들은 자연스럽게 숲과 하나가 되어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드러내는 연출이다.


 

| 유쾌함 속에 던지는 조용한 질문

영화 포스터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무거운 질문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 방식 때문이다.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톤, 어딘가 어긋난 듯한 인물들의 조합, 말도 안 되는 듯한 설정들이 쌓이면서도 영화는 끝까지 그 질문을 놓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이란 무엇인가?'

'평범하다는 건 그냥 사회에 익숙해졌다는 뜻 아닐까?'

위와 같은 질문들은 영화의 필름이 끊긴 후에도 조용히 따라온다. 우리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어른이 되고, 연애를 하고, 직업을 고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너도 평범하지 않아]는 바로 그 순간, 따뜻하고 유쾌하게 말을 건네는 영화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런 거야."

 


 

 

 

영화의 한국어 트레일러

🎬 TRIVIA:

🧬 | 고이즈미 가족의 화려한 가계도

고이즈미 가족

이사오를 연기하는 고이즈미 고타로는 굉장히 낯익은 얼굴인데,

전 일본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다. '쿨펀섹좌' 밈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의 친형 

 

📸 | 영화 밖에서는 아이돌 느낌 나는 주연 배우들

나리타 료와 키요하라 카야

사회부적응자와 관찰자로 그려졌던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의 나리타 료와 키요하라 카야는 확실히 배우 아우라가 풍긴다. 특히 모델 출신인 나리타 료는 사진만 봐도 눈에 띄는 존재감

영화: 유리고코로

참고로, 2017년작 [유리고코로]에서 요시타카 유리코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키요하라 카야다

 

🫶 | 감초 이상의 존재감, 아야카 - 유스케 커플

영화 [아파트N동] ❘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의 아야카와 류스케

동급생 커플로 나오는 야마야 카스미(아야카)와 쿠라 유우키(류스케). 분량은 많지 않지만 잔잔하고 좋은 합으로 눈길을 끈다.  이후 이 둘은 2021년 호러 영화, [아파트 N동]에 주연으로 같이 출연한다 (다만 영화평점이 딱히 좋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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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건축을 잘못 이해했다." 
워싱턴 포스트

"건축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냥 아카데미용 미끼일 뿐." 
캐롤라이나 미란다 (LA타임즈 미술평론가)

"영화는 흡입력 있는 인간 드라마지만 건축적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Dezeen

"건축과 공간을 마법처럼 활용하는 영화가 정작 건축을 이렇게 잘못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파이낸셜 리뷰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물은 브루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없다"
 - 빅토리아 영 (Univ. of St. Thomas 건축교수)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야!" 
- 한 뉴욕 20세기 유산 보존 운동가가 인터미션에서 분노하며 외친 말 (Guardian)

"만약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가 섹스를 했다면 이 영화가 자식일 것이다" 
마크 램스터 (달라스 모닝 포스트 건축 평론가 )

"2010년대 브루탈리즘 붐에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감독이 "브루탈리즘은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 같다."
- 일반 댓글 (Dezeen)

 

건축계는 대체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더 브루탈리스트』는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개봉 이후 영화계와 건축계는 극명히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영화계는 이 작품의 뛰어난 연출과 연기, 시각적 스타일을 극찬한 반면, 건축계는 브루탈리즘에 대한 몰이해와 역사적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thebrutalistmov/

먼저 밝혀둘 것은 나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평소 스포일러를 극도로 피하는 성격이지만 건축계의 강렬한 반응에 흥미가 생겨 관련 평론들을 찾아 읽었다. 이 글은 무작정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계를 매혹시킨 작품이 왜 건축 전문가들에게는 이토록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모든 건축계가 비판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영화에 좋은 평들은 수 없이 나와 있기에 비판적인 시각의 소스만을 다룬 것은 참고를 바람.


 

📌 건축계의 비판과 배경

건축 전문가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며 비판한 이유는 뭘까? 위 코멘트들을 소스 매체 내용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아티클

1️⃣ "영화는 건축을 잘못 이해했다." — 워싱턴 포스트

워싱턴 포스트의 건축평론가 필립 케니컷(Philip Kennicott)에 따르면 영화는 표면적으로 건축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유대주의, 난민의 삶, 문화적 단절, 정신질환, 성폭력, 자본주의의 착취적 본질 등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야심 찬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가 건축을 표현한 방식은 피상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건축가를 현실의 제약이나 사회적 협력을 무시한 채 개인적이고 영웅적인 천재로 과장하며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케니컷은 이러한 접근이 오래된 건축가 클리셰를 반복하는 것일 뿐 아니라 건축이 현실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사회적 협력, 실용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핵심적 가치들을 완전히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영화는 건축이 때로는 정치적 권력이나 폭력에 악용되는 등 어두운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는 중요한 현실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니컷은 영화가 담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주목한다. 비록 건축이라는 주제를 구시대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다루긴 했지만 오늘날의 사회적 혼란과 분열 속에서도 창의성과 이상주의적 열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워싱턴 포스트는 『더 브루탈리스트』가 건축에 대한 현실성 있는 고증이나 깊이 있는 이해의 측면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지만, 창의성과 이상주의가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Washington Post)


스포티파이 화면

2️⃣ "건축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냥 아카데미용 미끼일 뿐." — 캐롤라이나 미란다 (LA타임즈 미술평론가) 외

영화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야심 찬 주제를 다루지만 건축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미국의 저명한 건축/디자인 평론가들인 미란다 캐롤라이나(LA 타임즈 미술평론가), 마크 램스터(댈러스 모닝 뉴스 건축평론가), 알렉산드라 랭(디자인 비평가)이 진행한 팟캐스트『더 브루탈리스트는 왜 망작인가? Why the Brutalist is a Terrible Movie』의 주요 비판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축에 대한 묘사가 피상적이고 불충분하다. 영화는 주인공 라슬로 토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축을 추구하는지, 설계 과정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끝에 급조된 듯 삽입된 베니스 비엔날레 발표는 영화 내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건축을 갑자기 억지로 정당화하려는 장치라고 비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강조되었던 1980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둘째,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시대착오적인 천재 신화를 반복한다. 실제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1930년대부터 미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난민 건축가가 미국에 현대 건축을 처음 소개한 것처럼 잘못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이 개인적 천재성만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는 비현실적 서사는 현대 건축이 가진 협업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1인의 천재건축가라는 오래된 클리셰를 재반복한다. 추가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태동이 핵심 주제였고 브루탈리즘은 2010년대에 들어와서야 재조명받았기 때문에 시대적 맥락에서도 잘못된 접근이다. (특히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마셀 브로이어의 전기 형식을 채용하면서 역사 왜곡이 들어간 점이 더 비판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실제적 역할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점. 영화 속 건축물인 커뮤니티 센터는 실제 지역사회의 필요나 의견과 무관한 채 지어져 건축이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현대 건축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Architectural Newspaper), (Podcast)


 

건축잡지, Dezeen

3️⃣ "영화는 흡입력 있는 인간 드라마지만 건축적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 Dezeen

Dezeen은 영화가 건축가 개인의 고통과 갈등 등 드라마적인 요소는 효과적으로 묘사했지만 정작 '건축'이라는 행위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동차의 겉모습은 화려하게 보여주면서도 실제 그 자동차의 안전성이나 기능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즉, 영화는 건축을 단지 시각적이고 화려한 외관으로만 표현했을 뿐, 정작 사람들이 건축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가치를 얻는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Dezeen)


 

4️⃣ "건축과 공간을 마법처럼 활용하는 영화가 정작 건축을 이렇게 잘못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 파이낸셜 리뷰

영화는 건축가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독한 천재로 묘사하는 오래된 클리셰를 반복하고 있다. 영화 속 건축가는 개인적 비전을 위해 주변의 현실을 무시하고 투쟁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실제 건축은 클라이언트,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완성된다. 특히 영화는 건축물을 개인의 트라우마와 창작욕의 표현으로 미화하면서도 정작 실제 사용자와의 관계나 건축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건축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외면한 채 마치 불멸의 예술작품인 것처럼 잘못 묘사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영화는 현실의 건축물보다 더 오래 공간을 보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실제 건축의 본질을 왜곡하여 전달할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Financial Review)


 

5️⃣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물은 브루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없다." — 빅토리아 영 (Univ. of St. Thomas 건축교수)

6️⃣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야!" — 한 미국 건축 유산 보존 운동가가 인터미션에서 분노하며 외친 말 (Guardian)

5,6번은 가디언 아티클의 내용이라 하나로 묶는다. 『더 브루탈리스트』가 묘사한 건축물은 브루탈리즘의 핵심인 기능적이고 공공적인 본질과 동떨어진 채 단지 거대한 기념비로만 표현되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논란이 된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커뮤니티 센터'는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터무니없는 설정으로 지적된다.

브로이어의 미네소타 교회 ❘ 출처: raddit (https://www.reddit.com/r/architecture/comments/1grta50/saint_johns_abbey_in_collegeville_minnesota/)

이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미네소타 교회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수도원과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된 현실과도 크게 대조된다. 가디언지는 감독의 얕은 건축 이해를 비꼬며, 건축계는 향후 감독이 내놓을지도 모를 다섯 시간짜리 대작 『더 포스트모더니스트』, 『더 해체주의자』, 『더 파라메트리시스트』를 기다리겠지만, "시대에 맞는 장비를 동원해 커피 테이블 위의 건축책을 한번 훑어보고 만드는 수준일 것"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The Guardian)

TMI: 오히려 모더니즘의 초창기 양식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굳이 평가 하자면 루이 칸의 건축을 참고 했다면 모르겠으나 안도 타타오의 건축을 참고 했다면 이건 좀 시대착오적이 아닌가라는 비평도 있었다.


 

7️⃣ "만약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가 섹스를 했다면 이 영화가 자식일 것이다." — 마크 램스터 (달라스 모닝 포스트 건축 평론가)

AN에서는 마크 램스터의 팟캐스트 내용을 인용했는데 영화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묘사하고 신화화한 점을 두 편의 유명 영화에 빗대어 신랄하게 표현한 코멘트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전쟁 트라우마를 비극적이고 감정적으로 그린 영화『피아니스트』와 천재 건축가가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위해 사회적 타협을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한 영화『파운틴헤드』가 결합된 듯한 과장된 드라마가 바로 『더 브루탈리스트』라는 것이다.

영화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 포스터

이외 AN의 리차드 마틴의 비판을 살펴보면, 영화는 건축적 묘사에서도 비현실적이고 피상적인 표현으로 비판한다. 작품 속 설계 방식은 "핀터레스트 수준의 브루탈리즘 이해"라는 비아냥을 하며, 특히 감독 브래디 코벳이 영화 속 건축물과 도면 일부를 AI 기술로 구현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무감각함도 언급한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유대인 주인공의 이주 서사를 통해 '시오니즘적' 맥락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영화의 정치적 무신경함을 지적했다.

결국 AN의 리뷰는 이 영화가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건축이라는 주제를 피상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전문가들로부터는 깊은 실망과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Architectural Newspaper)


 

dezeen

8️⃣ "2010년대 브루탈리즘 붐에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감독이 '브루탈리즘은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 같다." — 일반 댓글

Dezeen에 달린 이 댓글은 The Guardian에서 비꼰 커피 테이블 북 등을 통해 유행한 브루탈리즘을 얄팍한 트렌드로만 소비했다는 시선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 같다. 브루탈리즘이 단순히 "멋지고 쿨한" 미학적 코드로 축소되면서 본래의 사회적, 기능적 맥락과 철학적 깊이가 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건축이라는 복합적이고 의미 있는 분야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벼운 스타일이나 유행의 소재로 전락했음을 일반 관객의 시선에서도 냉철히 비판한 셈이다.

이 외 TMI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USM Haller 가구, 주인공이 쓰는 건축용 펜슬이 영화 배경보다 10년 후에 나온 것에 대한 고증 오류 등도 자세하게 파고드는 타 매체들의 댓글들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뉴욕 위트니 뮤지엄, 브루털리스트의 걸작 중 하나

📌 쉽게 보는 총평:

결국 『더 브루탈리스트』는 영화적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건축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실제 역사적 사실이나 건축 본연의 의미와 철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건축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관객들이 건축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들이 더 강하게 반응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브루탈리즘이라는 조금은 낯선 건축 양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더 브루탈리스트』에 대한 건축계의 평가는 공통적으로 '본질에 대한 몰이해', '피상적 스타일화', 그리고 '역사적 사실 왜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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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화촌 건물 (왼쪽 향미 간판은 1층 집이다)

가성비와 노포 감성, 그리고 다양한 손님층이 어우러진 명동 행화촌 중화요리집 후기다. 간짜장, 울면, 닭튀김, 군만두, 그리고 소고기 오향장육을 맛보며 옛 중화요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행화촌은 杏花村, 살구꽃 핀 마을, 주막(酒幕)이 있는 마을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랜만의 주말 명동 나들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3월 초입 쌀쌀했던 공기

명동성당에서 지인들 만남. 형태가 꽤나 변하긴 했지만 옛 추억이 많은 곳이라 항상 이곳의 사진은 언덕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명동성당 건너편 그 인스타 카페. 아주아주 오래전 저 터 지하엔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닭고기 수프가 참 맛있었던 경양식 집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봄이 오는 중턱 명동의 인파

지인들을 만나 다시 걸어왔던 롯데 백화점 방향으로 방향을 바꾼다. 모임의 장소는 언제나 그렇듯 근처 맛있는 중화요릿집을 찾아!

명동길을 따라 쭉 내려오다 명동지하센터 지점에서 중앙우체국 방향으로 꺾으면, 중국대사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한때 이곳은 외국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골목이었다.

chatGPT: 윗 추억을 바탕으로한 허구의 이미지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외국 톱스타들의 포토와 책받침이 가득했고, WWF, 논노 같은 외국 잡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마치 신세계로 가는 포털 같은 곳이었다.

그 날의 루트. 명동은 근대 역사 스폿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참고로 계성초등과 계성여고는 이사한지 오래 되었다

주현미와 진미령 및 쯔위가 다녔던 한성화교소학교 방향으로 중국대사관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한국은행 방향 골목으로 꺾는다. 이 골목에는 오랜 명성을 이어온 중화요리집들이 늘어서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도향촌, 산동교자, 일품향, 개화, 향미, 행화촌. 명동엔 곳곳에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골목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 좋다

우리가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향미였다. 하지만 기존 단골들마저 싹 쓸고 가는 메뚜기 떼  현상을 일으킨다고 하는 한 인플루언서 덕분에 이 근방도 이미 혼란 상태라고 들었었다. 그나마 주말이라 개화는 아예 문을 닫았고 향미도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산동교자는 다행히 줄이 없었지만 우리가 원래 가려던 곳은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쳤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건물 2, 3층에 자리한 행화촌으로 이동했다. 건물 외벽에 달린, 아슬아슬해 보이는 돌출 발코니가 인상적인 곳. 오래된 노포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건물이다

2층 계단을 따라 올라와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오후 3시 50분경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에는 이미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꽉 차진 않아 쾌적한 기분이었다. 사진은 프런트의 모습이다. 화장실은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잘 관리되고 있는 듯했다.

북적임이 없는 늦오후의 분위기가 좋았다.

일반 짜장면 5천원!

짜장면 5천 원…???!!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짜장면 5천 원이라니? 게다가 간짜장도 7,500원. 이건 흥미롭다. 우리 시계는 지금 2025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이곳의 가격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다 기다란 판으로 '닭튀김’이라는 정체불명의 메뉴가 적혀 있다. 중국집에서 닭튀김? 오늘 우리는 뭘 먹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배고픈 돼지들로 빙의해 무지성 선택을 하기로 한다.

"일단 오향장육을 먹어보자"

"좋아!"

"근데 만두는?"

"물, 군?"

"멀라, 군만두 ㄱㄱ!"

"근데 저 닭튀김 판때기 저거 신경 쓰이지 않냐?"

"어, 맞아 시키자." 

"나중에 식사 생각해야니까 일단 이 정도?"

"ㅇㅋ"

 

가장 먼저 나온 오향장육은 돼지고기가 아닌 아롱사태 소고기였다. 쫀득한 결이 살아 있는 식감, 엊혀보며 느끼는 혀를 스치는 은근한 소스, 그리고 은은하게 배어드는 향신료의 풍미. 아롱사태 특유의 구두 씹는 듯한 질감은 평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향신료가 어우러지며 살짝 시릿하게 퍼지는 감칠맛 덕분에 그저 꿀떡꿀떡 넘어간다

고기를 파헤치니 잔뜩 깔린 신선한 양배추가 슬며시 등장한다. 그냥 곁들여진 것 같지만 상당히 잘 어울린다. 아삭한 식감 덕에 느끼함 없이 개운하게 넘어간다. 대파도 함께 먹으면 알싸한 향이 더해져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내 군만두가 나왔다. 요즘 중국집들은 갈수록 바삭함만 과하게 강조해 딱딱하거나, 혹은 눅눅하거나 등등 겉과 속의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육즙과 감칠맛이 살아 있다. 과하지 않은 균형감. 잘 만든 영화 속 탁월한 조연 같은 맛. 부담 없이 계속 손이 간다. 

다음에 나온 닭튀김은 한국식인 듯 아닌듯 뭔가 살짝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버펄로윙에 가깝다. 튀김옷이 바삭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속살, 기본적인 간장 베이스까지는 익숙한데 어디선가 아주 미세하게 중국 향이 스친다. "이거 뭐지?" 싶은 순간 사라지는 정도. 한국 치킨이면서도 미묘하게 중화의 기운이 스며든 맛

꽤 괜찮아서 "이건 하나 더 포장해 가야겠는데?" 싶었지만… 아쉽게도 닭 소진 ㅠㅠ.

간짜장 꼽빼기

식사 시간이다. 간짜장, 소고기 짜장, 짜장면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된 간짜장을 먹을 만한 곳이 드물다는 생각에 간짜장 곱빼기를 주문했다. 요즘 중국집들은 계란 하나 올려놓고 옛날 간짜장인 척만 할 뿐 정작 맛은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여기는 좀 달랐다. 짙은 춘장 향과 은근한 단맛이 밸런스를 맞추고 볶아진 재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옛맛이 살아 있었다 (괜히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많은게 아닌듯). 거기에 우리가 직접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 마무리. 단맛을 눌러주고 옛 감성을 더 선명하게 살려준다.

울면은, 와... 숟가락으로 국물 한 번 맛 보는 순간,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이걸 먹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는 상상을 했다. 전분이 녹아든 진득한 국물이 속을 포근히 감싸는 느낌. 양도 푸짐하다. 한 숟갈에도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의 농도, 은근하게 퍼지는 감칠맛. 무엇보다 이날 행화촌에서 가장 옛 원형의 맛을 깊게 느꼈던 메뉴였다.


식당에서 계속 신경 쓰였던 저 공간, 저기가 이 가게의 상석인 듯하다. 물론 지금은 발코니로 나갈 수 없지만, 왠지 옛날엔 저기서 담배 한 대 피우던 자리였을 것 같은 느낌? ㅋ

뷰포인트는 다르긴 한데 왼쪽을 마주본다 보면 됨

저게 보이는데, 신세계 미디어 파사드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들을 배경으로 옛 감성을 간직한 중국집에서 식사를 한다는 느낌. 아이러니하지만 그 조합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런 의미에서 저 자리는 그냥 식사 공간이 아니라 명동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점처럼 느껴진다.

이 곳이다

음식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곳을 채운 사람들의 풍경이었다. 혼밥하는 손님, 다정한 커플,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친구들 모임, 그리고 가끔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연령대도 제각각이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 어떤 형태든 어떤 이유든 다양한 발길이 머무는 곳. 그런 가게야말로 진짜 오래 사랑받는 곳이 아닐까.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거리는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한 번 더 바라본 외관, 왠지 안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노포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의 친절함이 기억에 남는다. 이날 우리는 물론이고,\ 다른 손님들에게도 유하게 응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우리 옆자리에서 혼밥하던 관광객에게도 친절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게 하나둘 쌓여 '관광 코리아'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 아닐까.

노포 기준, 모든 면에서 별 다섯개 만점. 명동에 온다면 행화촌 추천.  


| 번외 : 돌아가는 길

행화촌에서 나와 바라본 신세계 미디어 파사드는 여전히 화려했다. 신기하게도 도시의 밤은 변함없이 화려한데 묘하게도 오래된 중국집에서의 시간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그 건너편 보라색 향기의 한국은행 건물

뭔가 방공호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대피소 겸) 지하도

그 지하도를 지나가며 쌩뚱맞다 싶었던 위치의 미니멀리스틱 그라피티 감성의 김밥집이 인상적이었다. 김밥 3천 원도...

레트로 감성 잔뜩 한 지하도를 나간다

건너편에서 다시 만나는 신세계의 미디어 파사드. 맛있는 음식에 잠깐의 레트로 경험, 아주 좋은 날이었다


📌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 상호명: 행화촌(杏花村)
  • 주소: 서울 중구 명동 2가 105 (중국대사관 골목 내, 향미 건물 2~3층)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 주차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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