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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 본 장난감 같은 타이오 마을의 첫 날 밤 풍경

홍콩 여행이라 하면 으레 반짝이는 도심의 마천루, 쇼핑, 그리고 야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한 도시 풍경을 잠시 벗어나 바닷바람 스치는 란타우 섬 끝자락의 어촌 마을 타이오를 목적지로 정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시골 마을만의 맛은 뭘까?”

 

수상가옥 풍경; 영어로는 Stilt House, 광둥어로는 棚屋 팡욱이라 불린다

홍콩의 서쪽 끝, 수상가옥이 줄지어 있는 작은 마을 타이오는 보통 옹핑 케이블카 여행 중 당일치기로 스쳐 지나가는 코스다. 하지만 2박을 묵기로 한 만큼 관광객이 빠져나간 마을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첫 끼는 반드시 이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 타이오의 첫 끼를 찾아

타이오의 새우젓 ❘ 출처: Flickr, Shutterstock

이곳의 향토 특산품을 찾아보니 무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새우젓’. 햇볕 아래 말려 은은하지만 강렬한 향을 내는 타이오 새우젓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그래 이거다. '🦐' 딱이다."

 

크로싱보트 레스토랑에서 먹은 타이오 새우젓이 가미된 찜통밥

그리고 맛집을 찾아보다 현지산 식재료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크로싱 보트 레스토랑(Crossing Boat Restaurant 橫水渡小廚)의 연잎 찜통밥(롱차이 밥)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오 새우젓과 현지 식재료? 첫 끼는 바로 정해졌다. 


 

| 🏘️ 크로싱보트 레스토랑 내외부

마을회관 광장

식당은 타이오의 유명 포토 스폿인 마을회관 광장(Tai O Rural Committee Square 大澳鄉事委員會廣場 )의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다. 벽화의 오른쪽 골목으로 가야 한다.   

골목에 들어서니 비가 갠 후 무지개가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무척 오랜만에 보는거라 뭔가 럭키할 것 같은 느낌!

 중앙의 작은 영어 간판을 확인하고 입장.

중앙 건물인데 상태를 보니 다른 건물들 대비 최근에 지어진 듯

들어가자 직원이 맞은편 건물로 다시 안내했다. 음식점 리뷰에서 본 타이오 마을 특유의 건물 구조인 수상가옥(스틸트 하우스) 테라스가 있는 곳이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저 이케아 감성 의자가 꽤 많이 보였다

혼밥러인 나는 언제나 그렇듯 구석으로 안내되었고 :) 한산한 날이라 그런지 리뷰처럼 사람이 붐비진 않고 한 팀만 있었다(너무 좋음). 이 팀은 먹던 도중 발코니 쪽을 가리키며 광둥어로 계속 투덜거렸는데 눈치 상으론 테라스로 왜 못나가는지에 대한 불만 같았다. 말이 안 통해도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테라스 공간 ❘ 출처: pocketsights.com

그날은 손님이 없어 테라스를 닫고 실내 영업만 하는 것 같았다.

음식을 들고 건너 오시는 사장님 ❘ chatGPT

암튼 음식은 (처음 들어갔던) 저쪽 건물에서 요리한 뒤 이쪽 건물로 배달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테이블이 모두 다인용으로 큼직큼직하다

산 미구엘 라이트 광고가 보인다

내부는 전형적인 홍콩 로컬 식당 분위기. 

모든 테이블에 놓여 있는 한자로만 적혀 있는 오늘의 추천 메뉴.

 

| 🍽 메뉴 소개와 주문

타이오의 감성을 담은 듯한 메뉴, 나름 두께가 있다

한자 메뉴보고 어? 번역기 켜야 하나 싶었는데 이내 책자 메뉴를 준다. 주요 메뉴들은 사진과 함께 한자+영어로 병기되어 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다.

주문한 메뉴; 출처 ❘ 구글지도 @Ka Yin Chuang , @AI M

첫 장엔 큼지막하게 4대 메뉴—롱차이 밥, 오징어튀김, 두부요리, 숯불거위구이—가 보인다. 구글/오픈라이스 리뷰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주인공’들이다(이 집 거위가 그렇게 맛있다고...). 다음 장부터는 각종 시그니처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고 요리 수가 꽤 다양했다 (장을 넘길수록 사진은 없어진다).

나름 두꺼운 책자 메뉴 ❘ 출처: Openrice @小書

예상대로 타이오 새우젓을 활용한 요리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나는 계획했던 대로 롱차이 밥과 사이드로 초이썸 채소찜(+ 텁텁함을 달래줄 차이니즈 티)를 주문했다. '롱차이'는 '찜통'이란 뜻이다.

출처: 구글지도 @ Leung Will

🍽️ 롱차이 밥 메뉴설명:
咸鮮蝦乾荷葉籠仔飯 (함씬하곤 호입 롱짜이판)
 "Long Chai” rice.
-Steamed local dried seafood, pork and rice with shrimp paste, wrapped in lotus leave
 현지산 건해산물, 돼지고기, 새우젓이 들어간 밥을 연잎에 싸서 찐 요리

 

여행 전 미리 골라 놓아던 식당의 후보 메뉴들

원래 '(Fisdherman's) Tai-O Four Treasure' (절인 건해산물 4종에 달걀노른자'를 올린 요리)도 먹고 싶었기 때문에 이거까지 시키면 혼자 먹기 양이 많겠냐고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투박하게 날아왔다. 

주문받던 사장님

일단 두 개 먼저 먹어보고 생각하슈

뜨내기일 수도 있는 관광객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과한 주문을 말리는 게 배려 깊은 응대 같아 좋았다. 근데 그게 홍콩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나온 말이라 뭔가 츤데레 느낌도 나고, 걍 그 특수한 상황이 좀 재밌게 느껴졌다 :)


 

| 🍚 타이오 새우젓 요리의 첫맛

내가 앉은 제일 작은 규모의 테이블인데 4인용이다

주문 후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다시 뜨거운 차로 식기류를 세척하면서 기다렸다

비쥬얼은 메뉴와 똑같다

먼저 초이썸(채심)이 등장했다. 사이드 개념으로 시킨 건데 요리 하나 수준이다. 주문받을 때 굴과 마늘 소스 중 택하라 해서 걍 아무 생각 없이 마늘을 골랐는데 역시 진한 마늘과 연잎향이 느껴진다.

안에 뭐 들어 있나?

연잎에 둘러싸여 있고 새우젓과 건어물이 곁들여진 스타일이다. 주문한 롱차이 밥의 채소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금기 굴소스

모든 식재료를 굴복시키고 맛을 삭제하며 식감만 살려주는 특유의 잔인함이 극락의 맛인 굴소스 채소찜에 평생 몸이 절여 있다 보니 마늘 소스 말고 굴소스로 했어야 했나 잠깐 생각했는데,

오히려 채심 줄기의 사각 한 식감은 물론, 식재료들의 본연의 맛과 풍미를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롱차이밥은 초이쌈과 마찬가지로 연잎에 싸여 둥근 대나무 찜통에 담겨 나왔다. 다만 초이삼 요리처럼 마늘 소스가 아니라서 그런지 은은한 연잎과 새우젓의 향이 더 깊게 테이블 위로 퍼졌다. 또한 주위에 손님이 없어 그런지 다른 음식향과 섞일 일이 없어 더 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평소엔 관광객이 넘치는 곳이라도 이렇게 한가한 날은 로컬 경험을 또 느낄 수 있는 이런 어중간한 날의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좋다.

사장님의 한마디

그리고 사장님이 홍콩 특유의 퉁명스러움으로 잘 비벼 먹으라 하신다. "믹스?" 하니 쿨하게 끄덕끄덕하고 바로 퇴장하셨다.

비빔의 민족답게 열심히 비벼주었다. 속에 숨어 있던 돼지고기, 건해산물 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푸짐하다.

초이쌈과 새우젓밥 한상

한 입 먹어보니 살짝 꼬릿 한 새우젓의 깊은 풍미가 좋다.

지금보니 흑후추도 좀 가미되어 있는 듯

건해산물과 돼지고기의 묵직한 감칠맛, 쫍졸함, 식감이 더해져 기존의 중화볶음밥/덮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쫍쫄함도 쫍쫄함인데 감칠맛도 좋다. 건어물의 바다 느낌이 가득하지만 돼지고기의 육지 느낌도 존재감이 있다. 마치 작은 대나무 찜통 안에 타이오 마을을 우려낸 듯한 느낌이라는 혼자만의 망상을 해보았다.

식후

오징어까지 들어있어서 전체 식감은 매우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좀 짜긴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맛의 향연이 재밌어서 시간을 두며 초이삼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나름 선전했는데 내가 양이 적은 것도 있지만 일단 음식양이 많아서 남겼다. 한 그릇이 1인분이 아니다 (밥도 진짜 많다). 암튼 후회되지 않는 인상 깊었던 타이오에서의 첫 끼였다.

타이오 마을 맛집, 인정!


📍크로싱 보트 레스토랑 기본정보

  • 상호: Crossing Boat Restaurant 橫水渡小廚
  • 주소: G/F, 33 Kat Hing Street, Tai O, Hong Kong
  •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1:30 – 오후 8:00
  • 식사 방식: 매장 내 식사, 테이크아웃 가능 / 배달 불가
크로싱보트 레스토랑(Crossing Boat Restaurant)은 숯불에 구운 거위 요리, 연잎에 싸서 찐 밥, 오징어 패티 등 시그니처 메뉴들이 특히 인기이며 모든 식재료가 현지산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말 그대로 ‘타이오의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식당으로 꼽힌다. 이름에 ‘횡수도(橫水渡)’가 들어간 것은 과거 이 부근에 다리가 없었던 시절 나룻배로 건너던 포인트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 타이오 새우젓, 그 짧고 깊은 역사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이 일대 해협에서 잡히는 ‘은새우’(銀蝦 krill)는 원래 서민들의 생계형 식재료였다. 팔아도 돈이 안 되는 이 작은 새우를 버리느니 소금에 절여 보관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근데 칼슘, 인, 요오드 등 영양소가 풍부한 은새우는 서민들의 소박한 요리에 찰떡처럼 어울렸고 유명세를 타며 발전했다. 한때 홍콩을 넘어 영국과 미국등의 해외 이민자 커뮤니티까지 수출된 인기 향신료로서 마을의 독보적인 상징이 되었다.

타이오 은새우 (銀蝦 은하) ❘ 출처: read01.com/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70,'80년대 죄고점을 이후로 도시개발, 고령화, 관광지화 등의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산업은 점차 쇠퇴했고 결정적으로 2013년 해양 생태 보호를 이유로 트롤어업이 전면 금지되며 타이오에서 직접 은새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중국 본토산 새우를 수입해 만든다. 하지만 전통의 생산 방식은 지켜지고 있다.

쳉청힝 새우젓 가게(좌)

한때 열 곳이 넘었던 타이오의 새우젓 공장은 이제 싱레이(成利蝦醬廠 Sing Lee)와 쳉청힝(鄭祥興蝦醬廠 Cheng Cheung Hing) 단 두 곳만 남았다. 여전히 손으로 새우를 일일이 다듬고, 대나무 채반에 널어 햇볕에 말린 뒤 직접 맷돌로 가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정확한 수치도, 기계의 도움도 없이 오직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감각과 손맛만으로 완성되는 장인의 세계다. 그러나 이 방식은 체력 소모와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있고, 타이오 공장들의 부모 세대 역시 자식들에게 가업 승계를 굳이 강요하지 않기에 이 전통 역시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앞에서 감히 이렇다 할 한마디를 던지기는 어렵다.

DIY 느낌 가득한 새우젓 만드는 터, 새우젓 대신 조개껍질이 놓여 있다

타이오 마을 어귀 쪽을 걷다가 본 새우젓 말리는 공간은 말 그대로 DIY 감성 그 자체였다. 공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투박하고 소박한 공방의 느낌이 강해서 그만큼 전통 방식으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가 내려서 실제로 새우젓 말리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타이오 마을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어딜 가나 새우젓 특유의 쫍쪼름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친다. 크로싱보트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의 식당과 시장의 유명 간식들에서 타이오 새우젓을 쓰는 걸 보면 이 작은 새우젓이 타이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쉑사이포 거리(Shek Tsai Po Street)를 따라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싱레이와 쳉청힝을 비롯 옛 새우젓 생산지였던 듯한 건물들이 남아 있다.

안에는 빨래가 걸려 있었다

지금은 빨래가 널려 있거나 방치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기억이고 누군가에겐 유산이자 역사일 것이다. 

 

"이곳의 새우젓 음식은 단순히 지역 특산품을 먹는 게 아니라,

타이오 마을 사람들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맛보는 경험이 아닐까"

📍 새우젓 공장 위치
싱레이 成利蝦醬廠 Sing Lee: G/F, 10 Shek Tsai Po St, Tai O, 홍콩
쳉청힝 鄭祥興蝦醬廠 Cheng Cheung Hing Shrimp Sauce: 홍콩 石仔埗街17號A

| 🎥 [추천 영상] Michelin Guide Asia – Hong Kong Chefs' Playbook: Tai O with Vicky Cheng

미슐랭 가이드 아시아 채널

영상 속 Sing Lee의 새우젓 공장 모습

이 미슐랭 가이드 아시아 영상에서는 홍콩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 VEA의 셰프, 비키 쳉(Vicky Cheng)이 직접 타이오의 새우젓과 크로싱보트 레스토랑의 음식을 소개하며 이곳에서 받은 영감과 식재료가 자신의 요리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이야기한다. 타이오의 현지 풍경, 장인의 작업, 식재료의 디테일이 모두 담겨 있어 여행 전후로 감상하기에 좋다.

 

“저는 아내처럼 특별한 사람하고만 타이오에 와요.
그 특별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죠.”


— 비키 쳉 Vicky Cheng, 셰프, VEA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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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에다 코지 | 출연: 나리타 료, 키요하라 카야, 야마야 카스미, 쿠라 유키, 이즈미 리카, 코이즈미 코타
나의 별점: 3.5/5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まともじゃないのは君も一緒] (직역하면 '정상적이지 않은 건 너도 마찬가지')는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습적 ‘평범함’과 ‘보통’이라는 개념을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우리의 일상 고민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

영화해석에 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 '평범함'의 경계에 선 사람들

아키모토 카스미 (키요하라 카야 분)

사회적 평범함을 실천보다 관찰과 분석으로 익힌 이론과 실제 사이를 스스로 실험하고 있는 고등학생 카스미,

오노 야스오미 (나리타 료 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남은 학원 강사 야스오미,

미야모토 이사오 (코이즈미 코타로 분)

정략결혼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 가는 이사오,

토가와 미나코 (이즈미 리카 분)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결국 사회적 순응을 택하는 미나코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평범함’과 타협하거나 저항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 커플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읜의 의역이 들어간 관계도 ❘ 출처: https://movie-architecture.com/matokimi

  • 카스미와 야스오미 커플은 사회적 평범함에 속하지 못한 채 그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탐구자’의 단계를 상징한다.
  • 이사오와 미나코는 이미 사회가 요구하는 틀 안에 들어선 ‘순응자’의 단계에 있으며, 특히 미나코는 일탈과 순수함이라는 탈출구를 외면한 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다.
  • 그리고 아야카와 유스케 커플은 위 두 커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과도기적 존재’로, 아직 사회의 틀에 완전히 물들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자신만의 '평범함'을 향해 나아가겠구나라는 징후를 보여준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이들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속 세 쌍의 커플이 아니라, '사회적 평범함'이라는 흐름 위에서 서로 다른 좌표에 놓인 존재들이며, 관객은 이 캐릭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저들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 연인 보다는 동반자적 관계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카스미와 야스오미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로 정의되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는 카스미가 이사오에게 접근하려는 목적에서 야스오미를 도구로 삼아 아야카와 만나게 하며 그 연애의 과정을 코칭해 준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관계 맺기’를 이론적으로 배운 소녀가 실전을 지휘하는 일종의 실험처럼 느껴진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카스미는 평범함을 원하면서도 그것을 흉내 내는 야스오미의 어색한 모습을 보며 점점 매료 되어간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감정을 결코 낭만적 로맨스로 소비하지 않는다. 카스미의 고백에 대한 야스오미의 대답은 친구로서 천천히 알아가자는 것이고 이는 단순한 관계의 유예가 아니라, 사회적 프레임 바깥에서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보자는 제안이다. 즉, 이 둘은 연인이 아니라 ‘평범함’이라는 개념을 함께 탐구하는 동료로서 존재한다.


 

| 숲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설정은,
영화의 시작과 중반, 그리고 마지막을 모두 ‘숲’이라는 공간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영화는 야스오미가 혼자 숲 속을 배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회와 단절된 듯한 그의 고립된 모습은,
그가 ‘평범함’이라는 틀에 속하지 못한 인물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중반부에서는 야스오미가 아야카에게 어린 시절 숲에서 들은 소리를 이야기한다.
숲속 생물들이 낙엽을 밟는 사각거림,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같은,
그런 자연의 소리 속에서 자신이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그 고요한 체험은 야스오미에게 유일하게 ‘정상, 보통, 평범함’이라는 감각을 허락했던 순간이었다.
몰래 듣고 있던 아야카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정적 울림을 받는다.
숲은 이처럼 야스오미가 타인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야스오미와 카스미와 진심을 나누는 장소 역시 숲이다.
사회적 관계나 규범, 역할로부터 벗어난 공간에서야 비로소,
두 사람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관계의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

이 대화를 감싸는 자연은 도시의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이며,
두 사람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의 장소로 기능한다.
사회 안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자유로운 대화,
상대를 규정하지 않는 태도,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는 시선이
이 자연 속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고립이 아닌 공존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세계,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평범함을 찾아가려는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특히 눈여겨볼 것은 두 사람이 숲 속 연못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영화의 연출 구도다. 그 장면에서 그들은 단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비친 자신과 상대의 모습을 함께 응시하며 대화한다. 

그 반사는 단순한 이미지의 반영(reflection)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관계의 재구성,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이 해체된 이후 남는 '진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응시다.

물은 사물을 완벽하게 비추지 않는다. 카메라에는 직접적으로 담기지 않았지만 작은 흔들림의 수면 위, 어딘가 불분명한 윤곽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과 상대가 섞인 모호한 실루엣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그들은 자연스럽게 숲과 하나가 되어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드러내는 연출이다.


 

| 유쾌함 속에 던지는 조용한 질문

영화 포스터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무거운 질문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 방식 때문이다.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톤, 어딘가 어긋난 듯한 인물들의 조합, 말도 안 되는 듯한 설정들이 쌓이면서도 영화는 끝까지 그 질문을 놓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이란 무엇인가?'

'평범하다는 건 그냥 사회에 익숙해졌다는 뜻 아닐까?'

위와 같은 질문들은 영화의 필름이 끊긴 후에도 조용히 따라온다. 우리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어른이 되고, 연애를 하고, 직업을 고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너도 평범하지 않아]는 바로 그 순간, 따뜻하고 유쾌하게 말을 건네는 영화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런 거야."

 


 

 

 

영화의 한국어 트레일러

🎬 TRIVIA:

🧬 | 고이즈미 가족의 화려한 가계도

고이즈미 가족

이사오를 연기하는 고이즈미 고타로는 굉장히 낯익은 얼굴인데,

전 일본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다. '쿨펀섹좌' 밈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의 친형 

 

📸 | 영화 밖에서는 아이돌 느낌 나는 주연 배우들

나리타 료와 키요하라 카야

사회부적응자와 관찰자로 그려졌던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의 나리타 료와 키요하라 카야는 확실히 배우 아우라가 풍긴다. 특히 모델 출신인 나리타 료는 사진만 봐도 눈에 띄는 존재감

영화: 유리고코로

참고로, 2017년작 [유리고코로]에서 요시타카 유리코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키요하라 카야다

 

🫶 | 감초 이상의 존재감, 아야카 - 유스케 커플

영화 [아파트N동] ❘ 영화 [너도 평범하지 않아]의 아야카와 류스케

동급생 커플로 나오는 야마야 카스미(아야카)와 쿠라 유우키(류스케). 분량은 많지 않지만 잔잔하고 좋은 합으로 눈길을 끈다.  이후 이 둘은 2021년 호러 영화, [아파트 N동]에 주연으로 같이 출연한다 (다만 영화평점이 딱히 좋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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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건축을 잘못 이해했다." 
워싱턴 포스트

"건축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냥 아카데미용 미끼일 뿐." 
캐롤라이나 미란다 (LA타임즈 미술평론가)

"영화는 흡입력 있는 인간 드라마지만 건축적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Dezeen

"건축과 공간을 마법처럼 활용하는 영화가 정작 건축을 이렇게 잘못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파이낸셜 리뷰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물은 브루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없다"
 - 빅토리아 영 (Univ. of St. Thomas 건축교수)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야!" 
- 한 뉴욕 20세기 유산 보존 운동가가 인터미션에서 분노하며 외친 말 (Guardian)

"만약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가 섹스를 했다면 이 영화가 자식일 것이다" 
마크 램스터 (달라스 모닝 포스트 건축 평론가 )

"2010년대 브루탈리즘 붐에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감독이 "브루탈리즘은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 같다."
- 일반 댓글 (Dezeen)

 

건축계는 대체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더 브루탈리스트』는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개봉 이후 영화계와 건축계는 극명히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영화계는 이 작품의 뛰어난 연출과 연기, 시각적 스타일을 극찬한 반면, 건축계는 브루탈리즘에 대한 몰이해와 역사적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thebrutalistmov/

먼저 밝혀둘 것은 나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평소 스포일러를 극도로 피하는 성격이지만 건축계의 강렬한 반응에 흥미가 생겨 관련 평론들을 찾아 읽었다. 이 글은 무작정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계를 매혹시킨 작품이 왜 건축 전문가들에게는 이토록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모든 건축계가 비판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영화에 좋은 평들은 수 없이 나와 있기에 비판적인 시각의 소스만을 다룬 것은 참고를 바람.


 

📌 건축계의 비판과 배경

건축 전문가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며 비판한 이유는 뭘까? 위 코멘트들을 소스 매체 내용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아티클

1️⃣ "영화는 건축을 잘못 이해했다." — 워싱턴 포스트

워싱턴 포스트의 건축평론가 필립 케니컷(Philip Kennicott)에 따르면 영화는 표면적으로 건축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유대주의, 난민의 삶, 문화적 단절, 정신질환, 성폭력, 자본주의의 착취적 본질 등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야심 찬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가 건축을 표현한 방식은 피상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건축가를 현실의 제약이나 사회적 협력을 무시한 채 개인적이고 영웅적인 천재로 과장하며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케니컷은 이러한 접근이 오래된 건축가 클리셰를 반복하는 것일 뿐 아니라 건축이 현실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사회적 협력, 실용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핵심적 가치들을 완전히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영화는 건축이 때로는 정치적 권력이나 폭력에 악용되는 등 어두운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는 중요한 현실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니컷은 영화가 담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주목한다. 비록 건축이라는 주제를 구시대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다루긴 했지만 오늘날의 사회적 혼란과 분열 속에서도 창의성과 이상주의적 열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워싱턴 포스트는 『더 브루탈리스트』가 건축에 대한 현실성 있는 고증이나 깊이 있는 이해의 측면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지만, 창의성과 이상주의가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Washington Post)


스포티파이 화면

2️⃣ "건축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냥 아카데미용 미끼일 뿐." — 캐롤라이나 미란다 (LA타임즈 미술평론가) 외

영화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야심 찬 주제를 다루지만 건축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미국의 저명한 건축/디자인 평론가들인 미란다 캐롤라이나(LA 타임즈 미술평론가), 마크 램스터(댈러스 모닝 뉴스 건축평론가), 알렉산드라 랭(디자인 비평가)이 진행한 팟캐스트『더 브루탈리스트는 왜 망작인가? Why the Brutalist is a Terrible Movie』의 주요 비판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축에 대한 묘사가 피상적이고 불충분하다. 영화는 주인공 라슬로 토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축을 추구하는지, 설계 과정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끝에 급조된 듯 삽입된 베니스 비엔날레 발표는 영화 내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건축을 갑자기 억지로 정당화하려는 장치라고 비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강조되었던 1980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둘째,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시대착오적인 천재 신화를 반복한다. 실제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1930년대부터 미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난민 건축가가 미국에 현대 건축을 처음 소개한 것처럼 잘못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이 개인적 천재성만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는 비현실적 서사는 현대 건축이 가진 협업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1인의 천재건축가라는 오래된 클리셰를 재반복한다. 추가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태동이 핵심 주제였고 브루탈리즘은 2010년대에 들어와서야 재조명받았기 때문에 시대적 맥락에서도 잘못된 접근이다. (특히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마셀 브로이어의 전기 형식을 채용하면서 역사 왜곡이 들어간 점이 더 비판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실제적 역할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점. 영화 속 건축물인 커뮤니티 센터는 실제 지역사회의 필요나 의견과 무관한 채 지어져 건축이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현대 건축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Architectural Newspaper), (Podcast)


 

건축잡지, Dezeen

3️⃣ "영화는 흡입력 있는 인간 드라마지만 건축적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 Dezeen

Dezeen은 영화가 건축가 개인의 고통과 갈등 등 드라마적인 요소는 효과적으로 묘사했지만 정작 '건축'이라는 행위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동차의 겉모습은 화려하게 보여주면서도 실제 그 자동차의 안전성이나 기능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즉, 영화는 건축을 단지 시각적이고 화려한 외관으로만 표현했을 뿐, 정작 사람들이 건축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가치를 얻는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Dezeen)


 

4️⃣ "건축과 공간을 마법처럼 활용하는 영화가 정작 건축을 이렇게 잘못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 파이낸셜 리뷰

영화는 건축가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독한 천재로 묘사하는 오래된 클리셰를 반복하고 있다. 영화 속 건축가는 개인적 비전을 위해 주변의 현실을 무시하고 투쟁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실제 건축은 클라이언트,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완성된다. 특히 영화는 건축물을 개인의 트라우마와 창작욕의 표현으로 미화하면서도 정작 실제 사용자와의 관계나 건축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건축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외면한 채 마치 불멸의 예술작품인 것처럼 잘못 묘사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영화는 현실의 건축물보다 더 오래 공간을 보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실제 건축의 본질을 왜곡하여 전달할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Financial Review)


 

5️⃣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물은 브루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없다." — 빅토리아 영 (Univ. of St. Thomas 건축교수)

6️⃣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야!" — 한 미국 건축 유산 보존 운동가가 인터미션에서 분노하며 외친 말 (Guardian)

5,6번은 가디언 아티클의 내용이라 하나로 묶는다. 『더 브루탈리스트』가 묘사한 건축물은 브루탈리즘의 핵심인 기능적이고 공공적인 본질과 동떨어진 채 단지 거대한 기념비로만 표현되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논란이 된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커뮤니티 센터'는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터무니없는 설정으로 지적된다.

브로이어의 미네소타 교회 ❘ 출처: raddit (https://www.reddit.com/r/architecture/comments/1grta50/saint_johns_abbey_in_collegeville_minnesota/)

이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미네소타 교회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수도원과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된 현실과도 크게 대조된다. 가디언지는 감독의 얕은 건축 이해를 비꼬며, 건축계는 향후 감독이 내놓을지도 모를 다섯 시간짜리 대작 『더 포스트모더니스트』, 『더 해체주의자』, 『더 파라메트리시스트』를 기다리겠지만, "시대에 맞는 장비를 동원해 커피 테이블 위의 건축책을 한번 훑어보고 만드는 수준일 것"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The Guardian)

TMI: 오히려 모더니즘의 초창기 양식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굳이 평가 하자면 루이 칸의 건축을 참고 했다면 모르겠으나 안도 타타오의 건축을 참고 했다면 이건 좀 시대착오적이 아닌가라는 비평도 있었다.


 

7️⃣ "만약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가 섹스를 했다면 이 영화가 자식일 것이다." — 마크 램스터 (달라스 모닝 포스트 건축 평론가)

AN에서는 마크 램스터의 팟캐스트 내용을 인용했는데 영화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묘사하고 신화화한 점을 두 편의 유명 영화에 빗대어 신랄하게 표현한 코멘트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전쟁 트라우마를 비극적이고 감정적으로 그린 영화『피아니스트』와 천재 건축가가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위해 사회적 타협을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한 영화『파운틴헤드』가 결합된 듯한 과장된 드라마가 바로 『더 브루탈리스트』라는 것이다.

영화 피아니스트와 파운틴헤드 포스터

이외 AN의 리차드 마틴의 비판을 살펴보면, 영화는 건축적 묘사에서도 비현실적이고 피상적인 표현으로 비판한다. 작품 속 설계 방식은 "핀터레스트 수준의 브루탈리즘 이해"라는 비아냥을 하며, 특히 감독 브래디 코벳이 영화 속 건축물과 도면 일부를 AI 기술로 구현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무감각함도 언급한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유대인 주인공의 이주 서사를 통해 '시오니즘적' 맥락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영화의 정치적 무신경함을 지적했다.

결국 AN의 리뷰는 이 영화가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건축이라는 주제를 피상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전문가들로부터는 깊은 실망과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Architectural Newspaper)


 

dezeen

8️⃣ "2010년대 브루탈리즘 붐에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감독이 '브루탈리즘은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 같다." — 일반 댓글

Dezeen에 달린 이 댓글은 The Guardian에서 비꼰 커피 테이블 북 등을 통해 유행한 브루탈리즘을 얄팍한 트렌드로만 소비했다는 시선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 같다. 브루탈리즘이 단순히 "멋지고 쿨한" 미학적 코드로 축소되면서 본래의 사회적, 기능적 맥락과 철학적 깊이가 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건축이라는 복합적이고 의미 있는 분야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벼운 스타일이나 유행의 소재로 전락했음을 일반 관객의 시선에서도 냉철히 비판한 셈이다.

이 외 TMI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USM Haller 가구, 주인공이 쓰는 건축용 펜슬이 영화 배경보다 10년 후에 나온 것에 대한 고증 오류 등도 자세하게 파고드는 타 매체들의 댓글들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뉴욕 위트니 뮤지엄, 브루털리스트의 걸작 중 하나

📌 쉽게 보는 총평:

결국 『더 브루탈리스트』는 영화적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건축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실제 역사적 사실이나 건축 본연의 의미와 철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건축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관객들이 건축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들이 더 강하게 반응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브루탈리즘이라는 조금은 낯선 건축 양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더 브루탈리스트』에 대한 건축계의 평가는 공통적으로 '본질에 대한 몰이해', '피상적 스타일화', 그리고 '역사적 사실 왜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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