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쓰인 미국 Mitsubishi Outlander 광고

swedenpop님,

방명록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일렉트로닉팝 계열 걸작이라 설사 비슷하더라도 '이 곡에 비빌 곡은 없다'가 제 결론입니다.

요즘 엄청 짜증 나는 일에 정신이 없는데 덕분에 옛 플리들을 훑을 수 있는 여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옛날에 한 후배놈이 말도 안 되는 음악이 나왔다면서 소개해준 덕에 알게 되었는데 그때 미국 아웃랜더 자동차 광고 음악이었습니다. 덕분에 추억팔이도 했네요.

암튼 그래서 그런지 드라이브할 때 참 듣기 좋은 음악입니다. 그래서 제 선곡들도 드라이브 위주가 좀 되어버린 (운전 얘기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이게 막 뇌 속에서 돌기 시작하다 보니 제 맘대로 되지가 않네요)

4,50개 정도 뽑아 봤는데 너무 많아서 15개 소개드릴게요 (wprk wha vlrhsgks tmxkdlfdldpdy gg).

암튼, 서로의 감성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제 기준 비슷한 음악을 추천 드립니다(너무 기대하진 말아 주십시오).

그래도 혹시라도 다른 노래 더 궁금하시면 부담 없이 말씀 주십시오.

 

Breathe by Télépopmusik과 비슷한 음악 추천 for swedenpop님

 

www.youtube.com

하나하나 클릭하기 귀찮으면 위 재생목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들으시면 됩니다


 

1.  It's Been Done - Angela McCluskey

Breathe를 부른 보컬리스트, 엔젤라 맥클러스키의 곡. 장르는 확연히 다르지만 그 특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의 결이 동일 선상에 있는 느낌. 좀 더 어쿠스틱 하고 루즈한 느낌이 전해짐. 참 칠해요 Breathe와 같이 힐링되는 느낌이 좋습니다. 

 


 

2. killer tune kills me feat. YonYon - KIRINJI
- 이제 일렉트로닉팝 쪽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전체적인 감성이 Breathe와 비슷함을 느꼈던 곡. 보컬이 참 맑아서 좋아요. 전자음악에 노래도 보컬로이드 화하는 게 요즘 꽤 많은데 이때 이 음악은 일렉트로닉팝에 인간의 목소리를 그대로 입혀서 이런 감성을 뽑아냈다는 게 Breathe와 비슷한 것 같아요 (중간에 yonyon의 한국어 랩이 반갑습니다) 


 

3. Back to Life (80s Remix) - Hailee Steinfeld

이건 번외 같은 추천인데, Breathe가 빠른 클럽 비트의 음악으로 환생한다면 이런 식이 아닐까 생각했던 맑고 경쾌한 곡입니다. 영화 범블비 주제가고 주연이었던 헤일리 스타인필드가 불렀습니다. 드라이브에 최적화.


 

4. Anomalie bleue - L’Impératrice

텔레팝뮤직이 프렌치 팀이라서 그런지 프렌치 특유의 그 세련됨의 유전자는 아주 독하게 가지고 있는 음악이라 생각해요. 와중에 그 접점에 가까운 요즘 아티스트 중 생각난 밴드입니다. 다프트펑크의 해체 이후 그 프렌치터치 사운드의 공백을 충분히 채워주는 세련된 프렌치 디스코 사운드를 선사해 주는 감사한 팀입니다. 이번 12월에 깜짝 내한! 옵니다!


 

5. Undo - 캐스커

- 고된 하루와 일상에 의해 수그러진 나의 어깨를 힘내라며 툭툭 쳐주는 듯한 다독거림이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또한 전자음악과 생음악의 은근한 조합이 좋아요


 

 

6. Melmac - Alvy Singer

왠지 아실 것 같아서 더 추천하고 싶었던 음악, <외계인 알프> 주제가를 거친 로파이 느낌으로 리믹스한 곡 (아니라면 사죄드립니다 ㅜㅜ). 암튼 아티스트 알비 싱어는 영화 애니홀에 나오는 우디 앨런 캐릭터 주연 이름이기도 합니다. 하. 지. 만. 저 시절 제가 알기론 저 알비 싱어는 스웨덴 아티스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swedenpop님의 이름과 딱 맞기도 하고, 노래도 추억을 소환하고, Breathe의 빠른 버전으로 들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추천. 머릿속에 드라이브라는 단어가 박히다 보니 빠른 노래들이 좀 추가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좀 자제해 볼게요.


 

 

7. Golden Light - Starfucker

Breathe가 발칙한 버전으로 태어났다면 팀의 이름처럼 이런 게 아닐까 싶은 곡입니다. 날 것 느낌이에요. Breathe와 비트는 비슷해도 은근히 다크하고 어둡고 염세적(혹은 비관적?)인 느낌의 톤이 매력적인 곡. 


 

 

8. Sentimental by Night Tempo

마리야 타케우치를 떠오르게 만드는 이름의 미유 타케우치라는 아티스트가 보컬 피처링 했습니다(AKB48 졸업생입니다). 옛 시티팝의 레트로 에센스를 지닌 퓨쳐펑크로 팬들의 맘을 심쿵하게 했던 나이트 템포의 음악인데 방울방울 하는 느낌이 묘하게 비슷한 감성이 있어 추천합니다. Breathe 보단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 좀 더 단도진입적이긴 해요. 


 

9. 笨情話 Stupid Romantic Phrases - E1and

요즘 서양 음악보다는 한국 포함 동북/동남아시아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있어요. K-pop 붐과 더불어 요즘 아시아 음악들 폼이 아주 좋은 것 같아요. 특히 태국, 베트남, 대만, 중국 등. 그러다 보니 하이퍼팝을 즐겨 듣는데 그중에 좋아하는 대만 아티스트의 음악입니다. 최근에 홍콩 클럽에서도 공연했었는데 여유만 되면 가봤을 텐데 ㅜㅜ. 암튼 이것도 약간 빠른 비트의 버전입니다. 요즘 느낌이 들어간 Breathe라고 생각해도 될지 않을까 ㅎㅎ


 

10. i to i - yoyou

좀 난해한 아티스트지만 이 곡은 나름 대중적인데 Breathe의 몽환적인 부분과 전개를 좋아한다면 이 곡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그 방울방울 배경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요.


 

11. RAIN - R!R!Riot x ATM Hanson x Arthurnevawakes

아시아 투어로 틀어서, R!R!Riot 은 중국 아티스트로 알고 있는데 몽환적인 느낌의 결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12. Zone_1 - moe

저는 여성보컬을 좋아하는데 유일한 남성 보컬의 추천곡이에요. 방명록을 보고 최근 듣는 음악 중에 가장 먼저 떠올렸던 아티스트예요. 그 원숙함 보다는 성장하고 있는 사운드가 좋아요. 몽환적이고 힐링함.


 

13.  슈퍼점프하드코어 - 쿠인

Breathe의 세련되고 완숙하고 완벽함은 느낄 수 없지만, 그 공백을 어른은 절대 할 수 없는 게임 같은 청춘 감성이 채운 느낌의 에너지 넘치는 곡.


 

14. Mine (NEOWN Performance Video) - e5

한국의 effie와 함께 요즘 즐겨 듣는 일본의 하이퍼팝 아티스트입니다. 보컬로이드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큰 실수인데 말이죠(워낙 호불호가 갈려서..). 각설하고 비트는 살짝 빠른데 Breathe가 가진 그 공백의 여유로움이 빈 공간을 채워주는 듯한 곡입니다


 

15. Remember - AIR

마지막 추천곡은 정해놓은 게 몇 개 있었는데 한참 고민 했습니다. 결국 같은 프렌치 계열 및 그 시절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추천드립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라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엔딩송으로는 적절해 보입니다.


 

 

아쉬워서 보너스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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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산양읍 중화항 인근 ‘국도식당(구 대가횟집)’ 방문기. 간장 베이스의 갈치조림은 맵기는 덜하되 감칠맛이 좋고 시골밥상 느낌의 로컬 반찬이 인상적이다. 산양일주로 1452(연화리 860)에 있어 중화항 여객선터미널 접근이 좋다.

통영 3일 차, 이른 아침 바다와 서호시장

통영 산양읍의 아침바다

통영 3일 차. 새벽 5시 30분에 복국으로 속을 데우고 막 문 연 통영 서호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7시 무렵 해양수산과학원(통영)으로 자리를 옮겨 아무도 없는 바다 풍경을 조용히 즐겼다. 이른 시간의 여유가 좋다.

숙소는 통영 산양읍 최남단 척포항 근처다. 배편이 없어 낚시꾼들만 드문드문 보이는 항구. 자연 속 휴식에 가까운데 낚시꾼들이 꽤 많긴 하다 ㅎㅎ.

계획 변경으로 척포항 > 달아항 > 중화항까지

숙소 발코니

관광지도를 펼쳐 오늘 갈 곳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11시. 배가 고파 찜해둔 달아항 쪽 식당으로 향했다.

척포항 > 달아항 가는 길

척포항에서 달아항 가는 길은 바다와 맞닿은 느낌이라 좋다.

달아항 > 중화항 가는 길

근데 왠 날벼락. 단체 손님 예약 잡혔다고 못 받는다며 사과하신다 ㅜㅜ. 비성수기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안 연 집도 많다. 달아항에서 연명항을 지나 중화항(산양일주로)까지 올라왔다.

중화항 대로변의 국도식당(구 대가횟집) 외부

지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2층에 살림집이 딸린 한국식 상가주택

통영시 산양읍 중화항 대로변에 있는 국도식당(구 대가횟집)은 산양일주로 1452(연화리 860)에 자리한다. 지도앱 표기는 네이버 ‘국도식당’, 구글 ‘대가횟집’으로 다르게 나오니 참고하여 검색해 보면 찾기 쉽다.

블로그 리뷰도 거의 없는 것을 봐서는 동네분들이나 중화항 뱃손님 상대로 장사하는 것 같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아 보여 ㄱㄱ. 

사장님들 최근에 짜장면 드신 듯, 맛있었겠당

중국집 배달 식기가 놓여있는 바다가 보이는 야외 좌석이 하나 있긴 했지만 손님용은 아닌 듯.

실내 및 메뉴

내부는 오래됐지만 깔끔히 관리된 전형적인 지방식당 분위기다.

2024년 기준 메뉴 ❘ 혼밥 가능 여부는 모름

메뉴판에는 갈치조림·갈치구이·매운탕·장어탕·정식 + 한치물회, 장어두루치기가 보인다. 바닷가라고 해도 수입 냉동을 쓰는 곳이 많은데, 여긴 원산지표시에 모두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매운탕도 끌렸지만 갈치조림으로 주문.

직접 만든 듯한 로컬 반찬, 밥이 먼저 가는 맛

시골밥상 느낌의 국도식당 반찬들

반찬이 정갈하다. 직접 만든 느낌이 살아 있어 밥이 먼저 손이 간다. 기대 없이 들어와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시골집 밥상처럼 편안하다.

가지볶음, 담백했다.

비트 피클 초절임, 상큼했다. 

김치, 무난했고 오히려 다른 조연들이 빛나서 조명은 덜 받은 편.

깻잎지, 딱 떠오르는 그 맛(맛있는 버전으로).

멸치볶음, 당연히 꼬소.

열무, 더운 계절에 이것만 한 게 없다.

콩조림(백태), 달큰하고 구수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오이무침까지. 메인이 오기 전부터 밥도둑들이었다. 지방 여행 오면 이런 직접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의 맛이 좋다.

갈치조림: 맵기보다 감칠

국도식당 갈치조림은 갈색 국물 위에 고춧가루를 얹어 끓이는 스타일. 대파가 넉넉하고 맵기보다 감칠맛이 남는다.

드디어 갈치조림이 나왔다. 붉은색보다 갈색이 먼저 보이는 국물에 고춧가루가 덩어리째 얹혀 있고 끓으면서 천천히 풀린다. 대파 링이 넉넉하고 애호박 조각들도 보인다. 점도는 자작과 국물형의 중간, 표면엔 얇은 기름막이 돈다. 맵기보다 감칠이 앞선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맛도 안정적이다. 반찬이 좋은 집에서 메인이 크게 빗나간 적은 드물다.

자작국물이 묻은 갈치 한 토막

갈치 사진은 허겁지겁 먹다 보니 한 장뿐. 맛으로 국내산/수입산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메뉴판의 원산지 ‘국내산’ 표기를 확인했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고추장보다는 간장+고춧가루 베이스에 가깝고, 단맛을 세게 밀지 않아 자극이 덜하다. 그래서 더 오래 먹기 편했다.

로컬의 일상 한 장면, 여행의 재미

그 시간 유일했던 다른 테이블 손님은 이미 아침부터 거하게 취하셨다. 사장님이 취했으면 빨리 나가라고 ㅋㅋㅋㅋ 로컬 식당의 일상 한 장면처럼 느껴져 웃음이 났다. 우리 식사엔 지장 없었고 오히려 이 동네의 시간을 살짝 엿본 기분이라 여행의 맛과 흥을 더했다. 

중화항 배편 전후 식사로 좋은 위치

뜻밖의 좋은 한 끼를 마치고 나오니 길 건너 통영 바다가 바로 맞이한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맑다.

식당 바로 앞(100m) 중화항 여객선터미널에서는 연화도·욕지도로 가는 배편이 떠서 섬 오가기 전후 식사 동선으로도 알맞아 보인다.

맛있었다, 통영 국도식당 



통영 중화항 국도식당(구 대가횟집) — 기본정보


 

이 블로그의 통영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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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박20일] 통영 애견 펜션 방문기 - 통영여행게스트, 1박2일 커플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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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저녁의 Rua da Felicidade, 행복의 거리로

홍콩에서는 거의 사라진 레트로 네온이 마카오의 밤공기 속에서는 여전히 반짝인다. 춥진 않아도 한겨울이라 습도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거리를 지날 때면 특유의 눅눅한 기운이 아직 피부에 살짝 감긴다. 세나두 광장에서 걸어서 5분, 시계는 밤 9시를 향해가고 있다.    

밤 9시 · 행복의 거리

이곳은 Rua da Felicidade—‘행복의 거리(福隆新街)’—. 19세기엔 매춘·아편·도박이 뒤엉킨 최상급 홍등가였지만 지금은 마카오 정부의 '보존+재생'에 의해 보행 전용 거리와 단장된 외관으로 되살아난 관광특구다. 옛 사창가 건물은 이제 식당, 간식집, 기념품 가게로 변신해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노란 가로등 아래 녹청색 목문-셔터와 종이등이 이어지는 거리 끝에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과 식당이 서로를 마주 본다. 왼편은 영화 <도둑들> ·<2046>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산바호텔 San Va Hotel(건물 1873 ↠ 여관 1930), 오른편은 오늘의 목적지 - 1903년 개업 노포, Fat Siu Lau(팟시우라우)다. 


| 레트로 네온과 외관의 첫인상

이 거리에서 팟시우라우의 레트로 네온 간판은 단연 눈에 띈다. 초서체로 써진 佛笑樓(불소루)는 '부처의 미소가 깃든 집'이란 뜻. 한국의 중화요릿집처럼 '루'자로 끝나는 건 이곳이 3층짜리 누각이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비둘기를 형상화한 이미지도 함께 붙어 있다.  

Rua de Felicidadae (거리) 방향의 입구. 광둥 지방에서 흔히 보이는 3층 상가주택 파사드에 중국 기와, 포르투갈식 아치, 철제 발코니 등이 층층이 얹혀 있다. 유럽과 중국 감성이 한눈에 읽히는 재미있는 외관이다. 행복의 거리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가졌다.

골목 방향(Travessa de Felicidade) 입구다. 중국식 기와를 얹은 입구는 옛 모습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의 팟시우라우 모습 ❘ 출처: macauantigo.blogspot.com

원래 근처 Matadouro 골목에서 최초 개업했으나, 이내 곧 손님이 많아지며 이 거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나는 비둘기 구이를 먹으러 이 곳에 왔다

어릴적 홍콩에서 비둘기구이를 맛본 기억은 흐릿하지만 의외로 꽤 맛있었다는 인상만은 또렷이 남아 있다. 이번엔 '정통식'이라 불리는 팟시우라우에서 그 기억의 실체를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미지의 포털처럼 느껴지는 녹청색 목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순간, 안쪽에 계시던 종업원 한 분이 문을 먼저 열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식당의 첫인상이 좋다.


 

| 실내 홀 풍경

실내가 잘 보이는 가장 안쪽 끝자리에 앉았다.

전통 있는 식당답게 연세 지긋한 종업원들은 모두 정장 슈트를 단정히 갖춰 입고 있었고 미소 가득 친절했다. 혼자 방문한 손님이라 조용한 구석 자리에 안내되었지만 오히려 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라 마음에 든다.

입구에서 주방까지 이어지는 기와 처마 아래, 아치형 문과 스터코 벽이 외관의 중국·유럽 요소를 끊김 없이 실내로 연결한다. 100년의 시간을 ‘박제’하지 않고도 원형을 유지한 채 시대에 맞춰 꾸준히 손질해 온 흔적이 곳곳에 베어 있다. 또한 의자마다 씌운 빨간 산타 커버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계절감까지 조용히 환기시킨다.


 

| 메뉴 : 120년 레시피 vs 마카오 퓨전 메뉴

마카오‑포르투갈 퓨전 요리로 잘 알려진 Fat Siu Lau지만 간판 메뉴인 ‘석기식 비둘기 구이(石岐燒乳鴿)’만큼은 100년 넘게 이어진 정통 광둥식 조리법과 품종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4대째 가문이 이어온 특제 레시피가 더해진다. 조리 방식은 새끼 비둘기를 마리네이드에 재운 뒤 숯불에 구워내는 것으로 Fat Siu Lau에서는 20~25 일령 비둘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 시기의 비둘기는 살이 연하고 풍미가 깊다. 

석기·주하이·마카오 지도

이 요리는 광둥성 중산시 내의 ‘석기(石岐)’ 지역에서 유래했다. 인건비와 토지 비용이 증가한 중산 시에서는 현재 품종 유지를 위한 종묘 관리를 맡고, 사육과 출하는 인접한 주하이(珠海) 시로 이관하여 효율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을 유지하되 현실적 여건에 맞춰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한 사례다.

비둘기 요리는 새끼 비둘기를 의미하는 '스쿼브(Squab)'라는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 Sugnature Roasted Pigeon (Squab)

Fat Siu Lau의 대표 메뉴에는 비둘기 구이 외에도 커리 크랩, 아프리칸 치킨, 포르투갈식 덕 라이스, 매케니즈 폭찹 라이스, 양고기 요리 등이 있다. 광둥 전통 위에 포르투갈의 풍미가 얹힌 매케니즈 요리가 자연스럽게 포개지며 마카오 퓨전 식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100년 넘게 미식의 도시에서 명맥을 이어온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비둘기 외 메뉴들도 경험해 보고 싶다. 

티 메뉴

비둘기구이와 더불어 레몬과 서브되는 따듯한 차를 주문했다. 17세기부터 내려온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ères) 브랜드의 프리미엄 홍차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2천 원 차이밖에 안 났는데 마셔볼걸 싶다. 암튼 따뜻한 차는 특히 중국요리와 궁합이 좋은 것 같다.

출처: 구글지도 리뷰

그리고 이 날 모든 테이블에 수플레가 놓여 있던 것이 눈에 띄였는데 난 혼밥에다 소식좌라 시키지 못했다. 매우 아쉬웠다.


 

| 투박하지만 클래식, 테이블 세팅

투박한 듯 과시 없이 클래식한 테이블 세팅이다. 마카오가 가진 다중적 문화 구조와 어울린다.

물티슈와 비둘기 구이를 먹기 위한 비닐장갑. 홍콩과 마카오는 물티슈는 물론 냅킨 자체를 주지 않는 식당들이 많은데 여기는 로고가 찍힌 커버까지 따로 만들어 나름 '노포다운 격식'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가격은 그만큼 노포 프리미엄). 

매케니즈 식당을 돌며 공통적으로 느낀 건 식전 빵의 퀄리티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쓸데 없는 기교 없이 유럽식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묘하게 옛스러운 클래식 풍미가 입맛을 단단히 잡아끈다.

기름진 비둘기 구이를 대비해 주문한 따듯한 차이니즈 티까지 세팅 완료. 이제 메인 요리를 기다릴 일만 남았다.

 

| 비둘기 구이 등장

레몬 조각과 청경채 위에 얹혀 나온 비둘기구이. 머리가 통째로 붙어 있는 모습에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다시 떠올랐다.  크기는 작지만 단단하게 구워진 껍질과 윤기만으로도 탱탱한 식감이 전해진다. 야무져 보인다는 말이 어울린다.

신기해서 요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기도 했다. 근데 사진 찍을 여유가 없다. 저녁 9시가 넘은 만큼 난 배가 고팠다.

비닐장갑을 끼고,

 

 자, 어느 부위부터 맛볼까?


너부터다. 

비둘기의 별미는 '뇌'라고 들었다. 

머리를 ‘와작’ 깨물자 얇은 껍질이 얇고 크리스피한 과자처럼 바삭 부서진다.

안쪽에서 드러난 하얗고 작은 뇌를 쪽! 빨아먹었다. 홍어애와 비슷한 크리미 한 질감—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호기심을 채우기엔 제격이다(개인적으로 크리미 한 식감은 별로여서...).

 

특별 부위를 시식했으니 지금부터 본 게임에 들어간다. 
살코기 타임.


가장 통통해 보이는 허벅지부터 한입 베어물었다. 바삭한 껍질은 캐러멜 코팅처럼 달짝지근한 로스팅 향이 나면서 ‘탁’ 깨지고, 속살은 닭과 오리 사이 어디쯤의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공존한다. 육즙이 톡 하고 터지며 감칠맛이 입안을 채운다.

 

첫맛이 예상보다 좋아 잠시 사진 촬영은 잊었다. 특히 껍질이 매력적이다. 가슴살, 날개, 목살까지 골고루 뜯어보니 닭고기처럼 부위마다 매력이 달랐다. 어느 하나 거스를 것이 없다. 특히 목살은 탱탱해 손으로 들고 뜯기 딱 좋다.

기름기가 살짝 느껴질 때마다 청경채와 식전 빵, 뜨거운 차를 곁들이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조합이 좋다

비둘기구이 맛 삼매경에 빠져 먹다 보니 어느덧 한 피스밖에 남질 않았다. 이제야 정신 차리고 사진을 좀 찍어봤다.

마지막 조각까지 바삭·촉촉·쫄깃·달짠의 균형이 흔들리지 않는다. 포만감에도 불구하고 더 먹고 싶은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 예약해 둔 또 다른 레스토랑의 비둘기 구이가 남았으니—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기로.

 


| 식당을 나와서 

만족스럽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시계는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마감 임박 시간임에도 눈치 주지 않는 종업원들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여유 덕분에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Felicidade 골목(좌)과 거리(우)가 교차되는 지점에서의 뷰.

가격 & 만족도

  • 비둘기구이: 138 MOP(약 24,000원)
  • 현지 기준으론 다소 ‘프리미엄’이지만 국내에서 치킨 한 마리를 더 비싼 값에 먹는 걸 떠올리면 고급 식재료 + 전통 레시피 + 숯불 조리를 감안해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카오 여행 최고의 한 끼”로 남았다.

 


| 마무리 : 식후 산책, 한 밤의 마카오 반도

Rua da Felicidade

 배부름 뒤에 또 하나의 행복이 있다면 산책이다. 멀지 않은 호텔까지 마카오 페닌슐라의 매력적인 밤 풍경 속을 걸어본다. 

San Va Hotel

식당 바로 맞은편 SanVa 산바 호텔 외벽에 영화 <이사벨라>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코타이 대신 반도-타이파- 콜로안을 위한 마카오 4박을 하게 만든 영화다.

영화 <이사벨라> 포스터

중국반환 전의 이야기를 다뤄 마카오판 <중경삼림>이라고도 불리지만 두 영화의 결은 아주 다르다.

언제나 매력적인 레트로 네온과 옛 흔적들

Tak Seong On 전당포 박물관

신마로를 지나가는 밤버스

Ave. de Almeida Ribeiro ❘ 늦은 밤 텅빈 알메이다 리베이로 에베뉴 (신마로), 끝에 소피텔 호텔이 보인다.

마감 직전에도 서두르지 않는 응대,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거리 풍경,
그리고 120년 레시피의 비둘기 한 마리.

출처: macauantigo ❘ 옛 행복의 거리 (팟시우라우와 산바호텔)

Fat Siu Lau는 ‘노포’가 왜 오래 사랑받는지를 한 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카오의 한 세기를

— 그중에서도 밤의 얼굴을 —

불과 한 시간 남짓에 압축해 경험한 만족스러운 여정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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