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정우-박소은-연정-김사월

| 요약

정우는 몽환적이면서도 다채로웠고,
박소은은 끊임없이 폭발적이었고,
연정은 당차고 강렬했고,
김사월은 소곤소곤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Day 1.

LG아트센터에서 사흘간 이어진 ‘우리가 만든 음악섬’ 공연 중 이틀을 다녀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하루씩 짝지어 묶여 있었기에 이게 웬 횡재냐 하며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공연은 두 아티스트가 각각 55분씩 나눠 진행하는 구성이었다. 콜라보가 아닌 각자 무대 중심인 데다가 아트센터의 운영 방침 때문인지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마무리됐다. 고로 일반적인 앙코르는 없었다. 관객도 아티스트도 단콘처럼 100%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간결했고 그래서 더 여운이 남았다. 그래도 아티스트들은 하나 같이 다 멋있었다.

기타를 매개로 모인 네 명의 싱어송라이터 (모두 시를 좋아한다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각자의 색이 진하게 배인 사운드가 점점 증폭됐고 그 안에서 저마다의 인상적인 모습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덕분에 젊음의 에너지에 흡혈당하고 돌아왔다. 마음은 충전됐고 몸은 탈진했다. 하루 종일 파스를 붙이고 다녔다.

하지만 아주 좋았다.

 


 

| Day 1.

공연 시작 전 음료를 주는데 술은 안마셔서 탄산수 받아서 조금 마시고 입장했다. 

정우

2집 《클라우드 쿠쿠랜드》를 중심으로 꾸려진 무대였다(비공개 신곡도 포함). 정우는 마치 주술사처럼 묘한 기운을 풍겼다. 부드럽고 섬세한 보컬, 그와 대조적으로 펼쳐지는 록 사운드. 드론, 슈게이즈, 가라지, 인디팝, 레게 등 다양한 질감이 뒤섞여 마치 구름위를 유영하는 듯 몽환적이고 황홀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인디팝 감성의 '클라우드 쿠쿠랜드'가 흘러나왔을 때 가장 반가웠다(최애곡임). 이외에도 기타 리프와 가사가 인상적인 '들불',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슈게이징 사운드의 '낡은 괴담', 레게와 슈게이즈가  영켜 흐르는 '허물', 청춘의 날카로움을 담은 'Juvenile' 등, 다크 유토피아의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명반, [클라우드 쿠쿠랜드]의 명곡들이 이어졌다.

장르적으로만 보자면 이틀 간의 공연 중 가장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준 무대였다. 차분했다가 격정적이었다가, 조용했다가 다시 몰아치는 흐름. 앨범이 담고 있는 성장통이란 주체처럼 거칠고도 예민한 감각이 돋보였다. 유혹과 불안, 그 사이 어딘가를 걷는 마냥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또다른 버전 같다.

허물 - 정우, 2023.11

 

박소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박소은의 무대는 그야말로 발칸포.
폭발적이면서도 거침없는 록 사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휘감았다. 그 가운데서도 인디팝 감성이 묻어나는 ‘반복되는 모든 게 날 괴롭게 해요’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또 한 번 환기되었다. 말랑한 멜로디가 오히려 곡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무대가 절정에 가까워질 즈음, 박소은이 기타를 치며 외쳤다.


“🗣정우야, 나와라!🗣”


첫 타임의 정우가 다시 등장하자 공연장은 더 크게 들끓었다.

두 사람은 함께 박소은의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와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를 불렀다. 이런 공연 아니면 어디서 또 이런 아드레날린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정우는 곧 퇴장했지만 무대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둘의 콜라보 영상이 돋보였던 소녀와 화분 | 2021.7

둘이 갠적으로 친해서 각자의 단콘에서는 서로의 음악을 자주 커버한다고 한다. 

멋 부리고 왔다가 더워 죽겠다는 박소은은 내내 유쾌하고 솔직한 말투로 관객과 호흡했는데, 마지막 곡 '고강동'의 소개는 유독 인상적이었다. 야망이 넘치던 시절 만들었다며 “나는 아주 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고강동을 통째로 다 사버릴 거야!”라는 한 마디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노래를 들으며 'OO를 살거야' 할 때마다 떼창으로 따라 부르는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엄청 비싼 비행기를
살 거야
엄청 좋은 카메라를
살 거야
엄청 좋은 컴퓨터를
살 거야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친구들한테
자동차를 선물할 거야

받는 것 보다는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박소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돈과 시간이 그 행복에 제한을 걸자 돈을 벌어야겠다는 야망을 품었다는 배푸고자 하는 아티스트의 순수한 욕심을 엿볼 수 있다. 그 꿈, 변하지 않기를 응원!

에너지 넘치는 하루였다!

반복되는 모든 게 날 괴롭게 해 2025.2.4

그렇게 하루 종료


 

| 나의 인터미션

스탠딩은 너무너무 힘든 것이었다. 아이돌 스탠딩도 아닌 그냥 서있던 것뿐인데돌아오는 운전 길에 눈도 침침해지고, 어깨허리 쑤시고, 종아리는 후들거려서 비틀거리고 ㅜㅜ. 대신 하루가 좋았는지 길고 재밌는 꿈을 꾸며 꿀잠을 잤다 (난 길고 재밌는 꿈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틴에이져 + 구니스스러운 어드벤처 형 꿈을 꾸다니. 

첫날의 여파로 파스 3장을 붙이고 잤다. 하루가 지났다. 어제는 8시였지만 이 날 토요일 공연 시작은 7시. 일어난 후에도 통증은 이어졌다. 이대로는 견딜 수 없다 싶어 점심은 왕갈비탕으로 체력 충전을 했다(근데 맛을 별로). 힘들 때 마지막 나의 희망 같은 황진단도 챙겼다. 


 

| Day 2.

안도 타다오의 공간 한 조각 남김 

김사월이 등장하는 날이라 더 많은 관객이 모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어제보다 사람이 적었다.
아티스트에겐 미안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공간 속 숨통이 트이는 듯한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혹시 이날 열렸다는 칸예 콘서트 영향일까? 괜히 망상해 본다.)


연정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아티스트들은 시간이 지나도 신뢰가 간다.
최유리의 ‘동그라미’도 그랬고, 전날 무대에 오른 박소은도 그랬고—이번 공연의 연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지도는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낮았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컸고 실제로도 기대 이상이었다.

입담은 타 아티스트들 대비 약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곡 설명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각 곡이 어떤 계기로 탄생했고 어떤 감정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연정의 기타 리프.
록 음악에서 기타 리프는 기본이지만 연정의 연주는 유독 날카롭고 선명해서 눈에 띄었다. 
복싱이 취미라고 했던가—기타 연주 속에서 잽잽훅훅, 타격감 있는 리듬이 느껴졌다.
매끄럽기보다는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힘이 있었다, 아, 이게 연정의 사운드구나.

Fender Jazzmaster 기타 : 다이노사워 쥬니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소닉유스

거기다가 더더욱 인상적이었던 이유가, 그녀의 애착 기타로 보이는 펜더재즈마스터(Fender Jazzmaster)는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소닉유스, 다이노사워 주니어 등의 슈게이즈와 노이즈 사운드적 향수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Teenage Riot - Sonic Youth 1988

“여러분, 제가 말귀는 잘 못 알아들어도 소리는 잘 듣거든요!
이 한 마디로 떼창을 유도하며 부른 곡은 최애곡 ‘사랑엔 용기가 필요해’였다.
후렴구의 “Love”를 관객과 함께 부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가장 기분 좋은 순간.

기타 치며 노래하는 당찬 모습의 연정,
언젠가 단독 공연에서도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퇴장 전 기타 피크를 나눠주는 모습

사랑엔 용기가 필요해 - 연정 202.10.

 

연정이 나가고 잠깐 쉬는 시간 바닥에 주저앉아 김사월을 기다린다. 이틀 간의 행군은 힘들지만 즐겁다 

 

김사월

이날은 정우–박소은 무대와는 달리 관객수는 적었지만 관객 연령대가 훨씬 다양했다.
전날은 10~30대의 젊은 관객이 압도적이었다면 이날은 40대 이상 관객도 꽤 눈에 띄었다. 한국 포크록 신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탄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서 김사월이 가진 인지도와 신뢰도가 반영된 결과 아닐까 싶었다.

저질 체력에 스탠딩은 너무 힘들어서 둘 쩃날은 앞번호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멀리서 편하게 봤다

그녀의 무대 시간이 다가오자 객석은 점점 더 채워졌고 결국 네 명 중 가장 원숙한 사운드를 들려준 공연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음악 특성상 연정이 두 번째 무대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밝고 경쾌함으로의 마무리가 좋아서..) 어디까지나 관객 개인의 사소한 욕심이다.


 

김사월의 보컬은 음유시인 같아 루 리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음악은 몽환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직설적인 것 같은 것이 영화 <트윈픽스> 같은 느낌도 있다. 속삭이는 듯 귓속에서 조용히 반짝이며 스며드는 소리.

하지만 그 안엔 느릿하고 블루지한 그루브가 들어 있다. 모든 곡이 잔잔하지만은 않았고 '독약', '도망자', '누군가에게' 등 느리지만 리듬을 타게 만드는 사운드가 중간중간 공연의 흐름을 밀어 올렸다.

약간 이런 느낌이다

김사월은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가 있고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음악이 시작되면 그 세계가 활짝 열리며 모두를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날 있었던 관객들이라면 다들 느꼈을 것이다. ‘물 마셔 좌’를 오래도록 관찰하듯 바라보던 김사월의 조심스러운(?) 시선. 결코 불쾌하거나 냉소적인 느낌이 아니라 어떤 것과의 조우를 '조심해하는' 모습 같았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강아지가 낯선 사람이 근접했을 때 취하는 모습의 느낌? (나도 멍하니 봐서 그 모습을 찍은 사진은 없다

 


 

예상외로 공연 시간이 남았고, 엔딩곡 이후 약 10분의 여유가 생기자 김사월은 흔쾌히 앵콜곡으로 '로맨스'를 들려주었다.
그날 또 다른 기억에 남았던 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라는 곡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사상키’라고 줄여 부르곤 했는데 한 방송에서 진짜 자막 타이틀에 ‘사상키’라고 나간 걸 보고 충격받아서…” 이후론 아무리 길어도 또박또박,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라고 다 말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포토타임

오늘도 하루가 멋지게 마무리 되었다. 

보라빛 향기 - 김사월 2024.4

갠적으론 제일 듣고 싶었지만 못 들었던, 김사월의 아우라가 원곡을 지배했던 노래, "보라빛 향기" 커버. 

 


 

LG아트센터에서 나오자마자 보이길래 찍어본 밤 배경 사진

그렇게 이틀 간의 주말은 빨리 흘러갔고 몸도 힘들었다. 그래도 이런 라이징 아티스트들의 사운드를 듣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완충받아서 감사한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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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밥이 있다. 소위 ‘마약 김밥’이라 불리는 김밥.
먹을 땐 그냥저냥 했는데 그날 밤 잠들기 전 문득 생각나며 식욕을 자극하는 김밥.

그리고 이번에 처음 맛본 강화도의 서문김밥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니, 이번엔 먹을 때도 맛있었다. 물론 잠들기 전 여운도 컸다.


김밥은 워낙 일상적인 음식이라 파는 곳도 종류도 많다.
그 와중에 이렇게 은은하게 기억에 남는 맛을 만들어낸다는 게 신기하다.

그날 오전 10시 반, 강화도의 센터, 강화읍 풍물시장에서 밴댕이 정식을 브런치로 배불~리 먹었다.
소식좌라 사실상 저녁 식사까지 아무것도 못 먹는 상태 찍음.

풍물시장으로부터 도보 20분, 자동차 6분 정도의 거리다. 1.6km

펜션 입실까지 시간이 남아 마트와 박물관을 들르기로 했고,
마침 그 근처에 서문김밥이 있어 줄만 너무 길지 않으면 먹어보자 하고 들렀다.

평일이라 그런지 다행히 인터넷에서 보던 웨이팅은 없었고 오히려 옆 육갈탕집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배가 부른 상태라 "밤에 좀 출출해지면 먹자"는 생각으로 한 줄만 사기로 했다.
혹시 몇 줄부터 주문 가능한가요?” 여쭤보니,
사장님은 웃으며 “한 줄도 됩니다. 편하신 대로 시키세요”라고.

맛만큼 기본 예의와 친절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그 한마디에 녹아내렸다. 

“그럼, 한 줄 부탁드립니다.”
“네~”

4,000원에 한 줄 포장. 여긴 포장 전문이라 당연히 은박지에 싸여 나왔다.


검은 비닐에서 꺼내 손에 쥐자마자 느껴지는 갓 만든 듯한 따끈함.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포만감을 싫어하지만, 결론은 하나 — ‘이건 바로 먹어야 한다.’

방문 예정이던 강화역사(자연사) 박물관까지는 차로 15분 거리, 주차장에서 먹으면 될 것 같았다. 

강화역사박물관 바로 옆 강화자연사박물관 쪽 주차장으로 와보니 봉천산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들어선 주택촌의 뷰가 좋아보여 정차하기로 한다.

은박지를 연다.

김밥의 비주얼은 소박하다.
회사 근처 길거리에서 보던 딱 그 옛날 김밥 같은 모습.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자,

“아~ 괜찮네!”

 

갓 지은 밥, 찰기 있으면서 알알이 씹히는데 특히 간이 잘 되어 있다.
손끝에 살짝 묻는 야채기름(으로 추정되는)의 고소함.
혀와 목, 위장을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

한 줄을 둘이 나눠 먹기에 양도 딱 좋았다.
디저트처럼 먹는 김밥,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포만감에 더한 포만감을 채운 후 강화자연사박물관과 역사박물관을 여유롭게 구경했다. 

좋은 첫경험은 늘 선명하게 남는다.
서문김밥도 그렇게, 기분 좋은 기억으로 저장되었다.


여행 동안 매일 아침이나 간식으로 하나씩 사 올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여행 중엔 늘 또 다른 좋은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라
결국 실행하긴 어렵다.

서문김밥=출발지점 / 동검도=도착지점

게다가 서문김밥은 동검도 숙소에서 약 20여 킬로, 차로 30~40분쯤 걸리는 거리다.

동검도에서 서문김밥 가는길

여담이지만, 이 구간은 해안도로가 쭉 이어지진 않지만 달리는 내내 강화해협의 수면이 틈틈이 시야에 들어오는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다. 마침 꽃도 피기 시작한 시점이라 더 예뻤다. 

출처 ❘ 강화군청 공홈

📍강화해협 & 호국돈대길
좋은 풍경과 동시에 격렬한 역사를 가진 이 구간은 강화나들길 제2코스인 '호국돈대길'의 일부다. 강화도와 김포 사이 좁고 긴 바다인 강화해협을 따라 19세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던 갑곶돈대 - 용진진 - 광성보 - 초지진 등이 줄지어 위치한다. 

 

강화도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7시, 전등사 앞에서 산채정식으로 배를 채운 후
동검도 펜션에서 짐을 정리하고 퇴실했다.

뭔가 조금 아쉬워졌고,
며칠 동안 자꾸 이야기하던 서문김밥을 다시 포장하기로 했다.

이번엔 마음먹고 4줄을 사기로.
당일 점심용 두 줄, 저녁용 두 줄.

뭔가 오~래된 맛집들이 즐비할 것 같은 서문김밥 옆의 좁은 식당 골목

10시 30분쯤 도착. 오늘은 줄이 좀 있었다.
5~6분 대기 후 주문.

오늘은 당당하게 네 줄 주문!

도미노처럼 내 뒤에 있던 모녀 커플도 원래 두 줄만 사려다
내 주문을 보고 짧게 상의 후 따블로 상향주문 ㅋㅋ

(속으로 엄지 척 해드림)

칠판엔 예약 주문이 가득.
“아… 이래서 재료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구나…”


너는 밖에서 잠깐 기다리라

김밥을 받아 들고,
근처에서 집에 가며 마실 커피 한 잔도 샀다
(4박 동안 두 번째이자 마지막 커피).

강화도를 떠나며 차 안에서 은박지 속 온기를 다시 느끼자,
아침부터 산채정식을 먹은  배부른 상태인데도 참을 수 없었다.

시동이 걸린다. 먹기로 한다.

타임루프냐고... ❘ 출처: 토마스모어의영화방

여행 마지막 날이 다시 여행 첫 날로 타임루프 ..

차 안에서 먹는 음식은 또 묘한 맛이 있다.
운전 중 짬 나면 한 입,
짬 없는데 먹고 싶으면 “한 입만…” 하는 그 맛.

그렇게 가는 길에 한 줄이 사라졌


오무아무아인가...

집에 도착해서는 남은 두 줄을 저녁 즈음 다시 꺼냈다.

(사실 한 줄은 집 도착하자마자 또 먹음)

이젠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다.
온기의 감촉은 사라졌지만 야채기름의 고소함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하아... 맛있네. 마약김밥 인정.
특히 밥만 먹어도 좋을 마냥 간이 잘 된 이 맛이 참 좋다.

강화도 서문김밥.

다음 강화도 여행에서도
전채음이자 후식 같고,
사이드킥 같기도 한,
다시 먹고 싶은 김밥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또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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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약

인디 음악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새로움과 다양함, 그리고 그것들을 아우르고 배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뿜어내는 에너지. 그 에너지가 나에게는 위로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참 오랜만에 가는 공연이었는데 꽤나 알차고 푸짐한 경험을 하고 왔다. 

싱어송라이터 이지카이트(Izykite)는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 든다. 가장 좋아하는 점이다. 느리고 서정적인 곡부터 리드미컬하고 빠른 트랙까지. 소울, 인디팝, 발라드, 라운지,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결이 이어진다. 그래서 플레이리스트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바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지카이트 만의 음색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이 모든 게 소화된다. 그래서 장르를 넘나듦에 이질적이지 않다. 그만큼 음악에 깊은 열정과 긍정적 욕심, 용감한 시도가 느껴지는 아티스트다. 

이번 공연은 홍대 벨로주. 100석 남짓한 소극장. 뒷자리에서도 아티스트의 표정 하나하나가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졌다. 노래와 노래 사이, 허당미와 센스가 섞인 유쾌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사진도 찍고, 떼창도 하고, 공연 후엔 일일이 굿즈 증정과 사인을 해주며 한 두 마디 짧게 나누는 인사까지,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게 지나갔고, 또 그 만큼 깊고 밀도 있게 채워졌다.

물론 인지도 높은 아티스트들의 대형 공연장만의 압도적인 매력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손도손 숨결을 나누는 소규모 인디 공연은 아티스트의 '그 인디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특수한 '그 온도'가 있다. 

이런것이 익숙해지면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도 생긴다. 더 성장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나만의 비밀처럼 딱 이 상태 정도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하지만 이런 공연의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 자체로서 이미 그런 오만한 이기심을 부릴 이유가 없다. 이지카이트의 음악이 지닌 에너지를 믿기에,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위로를 전해줄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아무튼 이 무대의 온기는 분명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프리굿즈

 



 

서문이 긴 버릇을 버릴 수 없어 요약을 앞에 두었고 이제부터는 그날 공연의 실제 흐름을 따라가본다

2023년 'Hey'라는 음악으로 처음 알게된 아티스트 이지카이트(Izykite). 평일에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고퀄리티 월요 공연을 제공한다는 먼데이프로젝트 시즌8홍대 벨로주에서 진행되었다. 공감가는 좋은 취지지만 역시 월요일 공연은 여러모로 힘들긴 하다. 그래도 나 외에도 팬심으로 똘똘 뭉친 영혼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공연 시작 후 가장 멀리서 온 관객 체크를 했는데 당일 비행기를 타고 온 제주도 팬분이 1등). 그리고 이지카이트도 여러분, 밥은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텐데라며 걱정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Dave Little이 디자인한 Theater of Madness 포스터

평일/월요일 공연이라면 역시 1980년대 후반 영국 클럽신을 뒤흔들었던 Spectrum 클럽의 'Theatre of Madness' 이벤트가 떠오른다. 이비자 파티 신에 큰 영향을 받은 DJ 폴 오큰폴드와 이언 세인트 폴의 기획으로 대성공했던 매주 월요일에 열리던 애시드 클럽 하우스 파티였다. 이에 비해 얌전한 먼데이프로젝트도 월욜이 부담스러운데 30년도 훨씬 앞섰던 저 광란의 분위기는 무엇이었을까... 항상 궁금하다 (당시 영국 클럽신의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PVUW 14:  2nd Summer of Love, the London Tale

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에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electronica.tistory.com


 

| 도착

서교동 버스 정류장

벨로주에서 도보 약 3분거리에 주차했는데 나와서 보니 서교동 버스 정류장을 비롯 아이 토미오카의 'missing you' 뮤직비디오 촬영지가 여럿 보인다. 좋아하는 음악의 뮤비와 동선이 맞으니 은근 기분이 좋다. 

Veloso_홍대

벨로주 건물 도착. 무심코 지나가면 공연장인지 모를 건물 입구. 주차장 사이드에 이지카이트 공연 포스터 5개가 일렬로 붙어있다. 빈티지감성. 너무 일찍 도착해 주위를 잠깐 걷기로 한다 (벨로주 건물엔 주차 못하니 방문 시 유료 주차장 따로 찾아야 함). 

저녁풍경 ❘ 갑자기 저 빵빵이 가방 사고 싶었다. 물론 장식용으로

오랜만에 오는 서교동 거리인데 자주 찾던 옛 시절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새로운 건물들도 있고, 업종은 바뀌었지만 옛 형태를 간직한 건물들도 있고, 레노베이션을 통해 여전히 운영 중인 가게들도 있다. 슬슬 어둑해지기까지 하니 지난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짧은 산책.


| 입장

얼추 시간이 되어 드디어 입장~

벨로주 내부

사진은 공연 시작 직전이긴 한데 들어왔을 당시에 이미 꽤 차있었다. 오랜만에 오는 소극장의 공간감이 좋다. 발 뻗기 편하게 뒤쪽 복도 자리를 잡았는데 딱히 시야가 가리지 않는다. 오픈 채팅방으로 공연 중간에 소통할 수 있고 촬영은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 안 되는 선에서만 찍어 달라고 방송이 나온다. 단란 하면서도 밀도 있던 그날의 느낌 때문인지 앞에서 촬영하는 모습들도 거슬리지 않고 그냥 공연의 일부 같이 자연스러웠다 (덕분에 나도 부담 없이.. :)) 

출처: 벨로주 FB

벨로주 공연장은 115석 정도 확보되는 공간이다. 파란색 화살표는 입구에서 화장실로 가는 동선인데 거기 일렬로 위치한 자리가 가장 끝번호들이다 (106~115). 발 뻗기는 좋은데 화장실은 물론 무대로 통하는 관계자들의 동선이랑 겹쳐서 앞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건 참고 (공연이 좋아서 딱히 방해된다고 느끼진 않았다). 덕분에 이지카이트도 완전 가까이서 보고 :)

 

| 공연 시작

아티스트 등장~ 라이브 음악팀은 키보드와 기타의 간단한 구성이다. 근데 이노무 핸드폰은 포커스를 못 잡는다. 근데 막상 또 보니 느낌이 좋아서 삽입. 이지카이트의 영상 볼 때마다 생각한 건데 오늘도 역시나 스타일리시하다. 

소낙비

 이 날 플레이리스트 순서는 두 곡 정도 부르고 이야기하고 식의 구성이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음악들은 물론 미발매 곡들도 몇 개 들려주었다. 디스코그래피가 어마어마하게 많진 않아서 좋아하는 곡들은 전부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이지카이트 - 소낙비 쇼츠 | @versebox

특히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소낙비'가 두 번째 곡으로 나와서 더욱 반가웠다. 한 여름에 참 듣기 좋은 편안한 노래다. 
 

| 좋았던 포인트들

키워드 토크 중

토크타임은 다음 곡들 소개가 주를 이뤘는데 좋아하던 음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전남친 생일날 다툰 이야기까지..:)). 그 외는 아티스트에게 궁금했던 키워드 토크나, 카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실시간 리액션에 대한 반응, 릴스 찍기, 이 외 잡담이었다. 
 

"여러분, 제가 너무 말이 많나요? 자꾸 뒤에서 끊으라고 사인 주시는데 ㅍㅎ핫"

빵 터진 말 중에 하나였는데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았나보다. 입담도 좋고 센스도 있고 약간의 허당미도 있고 많은 웃음을 전해준 토크 타임이었다.

요약에서 언급했듯 슬로우-미드-패스트 템포의 빠르기 및 장르까지 워낙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어 공연 중 분위기도 쉽게 전환된다. 감미로웠다가 유쾌함으로, 경쾌하다가 낭만적으로 등등. 그 만큼 콘서트 때 마다의 코오디네이션이 중요해 보인다.

미 발매 신곡, 'Stay'는 유일하게 직접 건반을 치며 불러주었던 노래다. 건반과 목소리 하나에 의지한 아주 조용하고 서정적인 노래라 퍼포먼스 중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 관객과의 상호작용

Take it IZY

이지카이트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아티스트다. 본인 자체가 ‘흥’으로 둘러싸인 사람처럼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낸다. 손뼉이나 제스처는 물론, 떼창까지도 노래 전 미리 ‘학습 타임’을 두며 관객의 참여를 끌어낸다. 관객이 따라 부르면 이지카이트는 중저음 화음으로 곧바로 응답하며 무대를 함께 만들어 가기도 한다.
이런 상호작용은 빠르거나 미드템포 곡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무대 위에선 좌우를 고르게 오가며 눈을 맞추고, 촬영 중인 관객의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무대 앞 서너 줄 정도만 보인다는 조명 아래서도 끊임없이 뒤쪽까지 시선을 보내려는 노력도 보였다. 공연 내내 그녀는 쉼 없이 움직이며 관객 한 명, 한 명과 연결되려 했다.

Hey

'Hey'의 "렛미세이 헤이!" 떼창

촬영하는 관객에게 손 흔들어 주기

눈맞춤

좌우 관객의 사진기로 촬영 후 돌려주는 모습. 좌측 관객 핸드폰은 떨어뜨릴 뻔해서 모두 헉! 했는데 (다행히 해피엔딩), 이 외에도 중간중간 발생한 돌발 모습들이 공연의 사이드 추억으로 남는다.  

여름 안에서

엔딩곡 바로 전 분위기 최고조를 위해 이지카이트가 떼창을 요청하며 띄운 듀스의 '여름 안에서.' 짤의 입모양은,

"(너는) 푸른 바.다.야."

일단 재작년 유튜브에 올린 [여름 노래 MEDLEY]에서도 이 노래를 부른 걸 보면 본인의 사욕이 더 넘친 건 아닌지 :) 암튼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 노래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세월을 관통하는 스테디셀러라..) 관객들 다 잘 따라 불러서

나도 감사히 자신 있게 따라 불렀다(!?!)

였지만, 역시 서연 커버였고.. 난 듀스를 생각했고..ㅜㅜ

둘의 차이점은 "난 너를 사랑해" 후렴구가 서연 버전에서는 처음에, 듀스 버전에서는 나중에 나온다는...

2023년 최정윤과 함께 부른 청량한 여름노래 메들리 (산책, 여름 안에서, 그 여름을 들어줘, 여우야, Dolphin) 중 '여름 안에서'는 재생버튼 누르면 바로 시작된다 (1:11).


 

| 춤신이 되고픈 꿈

노래 템포에 상관없이 제스처가 굉장히 많은 친구다. (위 움짤은 율동이긴 하나) 비트가 좀 있는 곡들에서는 모든 순간 그루브도 잘 탄다. 요즘 본인 춤이 많이 늘었다고 얘기까지 하는 걸 보니 춤 자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지카이트(Izykite)의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1~3곡 정도의 자리라면 어느 공연 공간에라도 맞출 수 있는 아티스트다. 가령 위 'Diver (SOQI remix)'와 'SOS'라면 클러빙 공간에서 퍼폼을 해도 손색없을 트랙들이다 (참고로 공연에서 'Diver'는 오리지널로 불렀다). 


| 엔딩 Pt.1

다이버

8시 정각에 시작한 공연, 9시 30분을 향해가며 어느덧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넋을 놓고 즐기다 보니 시간이 정말 '훅' 하고 지나갔다. 흥겨운 '여름 안에서' 후 엔딩곡은 칠(Chill)함과 일렉트로 사운드가 인상적인 신스웨이브 느낌 가득한 'Diver'였다.

 그리고 퇴장 전 포토타임. 포즈는 뭘로 할까 고르는 장면이다. 
 

"여러분 V로 할까요?"



"아 맞다, 선거 기간이라 손가락 안돼요. 혹시?? ㅍㅎㅎ 딴 걸로 해요." 

마지막 작은 토크 타임 웃음벨의 순간이었다. 저 손가락 세 개는 이지카이트의 '3 seconds' 노래 제스처 때문에 나왔고 결국 파이널 포즈는 하트로 마무리.

공연 포토타임이라 찍은 사진은 없어서 인스타 업데이트된거 퍼왔다.

그리고 우리 모두 서로 짜고 맞추는 페이크 엔딩과 여러분 안녕.


 

| 진짜 엔딩

하지만 이미 공연 전부터 공지한 사인회와 선물증정 시간 일정의 시간 압박이 있었기 때문인지 앙코르 외침 이후 거의 무릎반사 수준으로 곧바로 다시 만나게 된 이지카이트.

마지막 앙코르송은 '눈맞춤'

대단원의 마지막


 

| 대단원의 마지막 그 다음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 사인회가 남아 있다. 유명인의 사인을 받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오늘 꽉 찬 밀도의 공연의 마지막 끝까지 관객 한 명 한 명과 상호작용 하고자 하는 이 아티스트의 노력에 대한 관객 입장에서의 존중을 표현해 줄 차례였던 것 같다.
물론 시간 상의 문제로 먼저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심지어 사인을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가지고 온 사진들을 여러 장 준비하는 열성팬들의 모습도 보였다. 

약간의 새치기도 있었지만 분위기 자체가 워낙 너그러워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나도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진짜 시간은 없고 아티스트를 만나고는싶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리고 뒤 쪽에 위치한 부스에서 진행을 하다 보니 차례는 맨 뒷줄부터였다. 웬 개꿀?? 거의 뒷 쪽 자리라 꽤나 일찍 차례가 왔다. 맨 앞자리에서 못 본 것에 대한 배려라고 받아들였다.
암튼 마지막 유명인 사인받아 본 게 누군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한 30여 년도 더 지났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진 빠지는 공연 이후 100여 명의 관객에게 일일이 사인해주는 것도 힘들 텐데 웃음을 잊지 않고 진행하는 모습, 리스펙트!
사인 용지가 많아도 다 해주고, 촬영 요청도 다 들어주고. 누군진 말 안 하겠지만 아주아주 옛날에 이런 거에 거들먹거리던 꼰대 영화배우들도 꽤 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또 한 번 리스펙트!

이 빨간 티 분은 내가 아니다

그냥 감사합니다 정도로 예상하고 사인을 받는 거였는데 "공연 어떠셨어요?"라는 질문이 들어와 되게 좋았다고 답했다. 뒤에 사람도 많은데 시간도 아끼고 의례 예의처럼. 근데,

"뭐가 좋았어요?"

두 번째 질문이 훅. 들어왔다. 당황했다.
보청기를 끼지 않은 날이라 잘 안 들려서 "네?"하고 고개 숙여 다시 물었더니 사인 중 다시 말한다

"뭐가 좋았어요?"


아...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첨에 말한 것에 대한 반응, 질문이 잘 안들려서 뭔소린가 되물었더니, 뭐가 좋았다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


자신의 공연에 대한 관객의 마음이 정말 궁금했던 것 같다

나는 '소낙비'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아 어떠케.. 너무 처음에 들려 드려서 너무 죄송해요"

"아뇨, 처음에 들어서 더 좋았기 때문에 좋았어요"라고 말은 했는데 그런 시간의 압박 속 바쁜 와중에 계속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그렇게 사인과 함께 프리 굿즈를 선물 받고 인사하고 나왔다.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음악이 다양해서 너무 좋아요였는데 말이다 :)


최종장의 끝 시점까지 무언가 계속 서로 오고 가는 이런 밀착된 느낌의 공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관계자들 입장에선 두 시간의 긴장 속 아슬아슬하게 시간 딱 잘 맞춘 공연 아니었을까?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은 시간의 압박에 쫓겼을 것 같은데(나만의 생각이긴 함), 

관객들에게는 그런 압박을 전혀 주지 않았다

이것이 역설적이지만 너무 좋았다

이런 게 몰입감이지!

공연장을 나오며 머릿 속에 떠올른건 건 두 개. 오늘 공연 너~무 좋았고, 두 번째는 공연 후기 앙케트 메모를 적지 않은 게 너무 미안했다. 보통 사람 앞에서 직접적인 코멘트는 안 하는지라 빈 메모를 두고 나왔는데 사인회 시점까지 한마디라도 더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니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응원의 글이라도 짧게 남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ㅜㅜ

대신 그 날 12시 종료인 단톡방에 솔직후기를 남겼습니다


 

| 공연 이후

CU서교보석점

암튼 오랜만의 좋은 공연의 잔향이 떠나지 않아 근처에 있는 아이 토미오카 촬영지였던 편의점에 들러 뭐라도 먹을까 해서 가봤다.
근데 많지 않은 외부 자리는 꽉 차 있었고 뮤직비디오 구도인 바로 앞에서 찍기엔 상황이 좀 그래서 멀리서 찍고 그냥 돌아왔다. (토미오카 아이 한국 촬영지는 아래 링크 참조)

 

[일본MV한국촬영지] 토미오카 아이 ‘missing you’|낯설지 않은 서울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토미오카 아이(Ai Tomioka)가 서울 곳곳을 배경으로 담아낸 뮤직비디오 ‘missing you’.홍대·성수·여의도·마포 등 일본의 젊은 관광객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다.

electronica.tistory.com

 

집으로. 월요일이라 그런진 몰라도 공연장 3분 거리에 서교동 사거리 주차장의 5,500원의 저렴한 가격도 좋았다. 대로변 사거리 신호등 바로 전에 위치해서 들어올 땐 쉬워도 나갈 때 차가 꽤 밀렸는데, 역시나 한 차 두 차 세 차 네 차 악셀을 밟으며 무서운 속력으로 신호등 켜지기 전/후 내 차가 못 나오게 차 간 거리를 좁히며 압박했다. 그러던 와중에 나오라고 양보해 주신 한 천사 택시에게 감사!!!
 

암튼 여러모로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그날 사인과 프리 굿즈 모음


 

| 트리비아

 

그리고 마지막 트리비아, 이지카이트의 이번 신곡, '루벤(Reuben)'. 젊을 때 실컷 먹어둬야 하는 꿀맛의 샌드위치다. 공연에서도 "신곡 루벤, 샌드위친거 아시죠오옹!?"하고 프리굿즈 뱃지에까지 포함한 것을 보니 이지카이트는 이 샌드위치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아래는 위키 설명인데 감성 없는 차가운 글일 뿐인데도 식욕을 자극한다.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이다 

출처 ❘ wikipedia

 

'3 Seconds'라는 곡인데 어디에서든 관객과의 음악적 소통을 노력한다는 점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지카이트의 영상이다. 
 

 About | 이지(Izy)연(Kite)

이 글에서 인디라고 해서 이지카이트(Izykite)가 갓 데뷔한 신인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꽤 경력이 쌓인 아티스트다. 메이저가 아닌 숨겨진 보석같은아티스트일 뿐, 올해로 4년 차. 공연, 뮤직비디오, 유튜브 콘텐츠도 꾸준히 쌓여 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1만, 유튜브도 8천 명 이상이 구독 중이다. 최근엔 고향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 시구도 했다. ‘나만의 가수’라는 표현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일 뿐, 실제로는 초창기부터 꾸준히 응원해온 팬들도 많을 것이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싶어 이런 배경을 덧붙인다.

 
 

 
2025.5.2 대구 구장 시구 모습


 
-긴 글의 끝이지만 잔향은 여전하다-

 


(2025.5.29 업데이트)

유튜브에 공연 실황 풀영상이 올라와서 공유함

출처 | 유튜브@88pk1

& 그날 플레이리스트

우리의 어둠에 별이 내려오네 
소낙비 
Reuben 
Take it IZY 
독립 
여름밤 
그럴 때마다 
키워드 토크-1 
Stay(미발매곡) 
흑백영화 
HEY 
SOS 
Not That Girl 
3 Seconds
아침이 오는 건 알지만(미발매곡) 
여름안에서(Original by 서연)_cover
Diver 
눈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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