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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무이워에서 버스를 타고 사우스 란타우로드를 따라 부이오로 가고 있는 유덕화

지난번 무이워(Mui Wo)에서의 여정이 이어진다. 영화 열혈남아 속 유덕화(소화)와 장만옥(아화)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영화의 과거와 '현실의' 현재가 교차하는 기묘한 감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번 목적지는 무이워에서 조금 더 남서쪽으로 내려간 부이오 (Pui O). 영화의 잔상을 간직한 한적한 곳, 바로 아화의 가게가 위치한 곳이다.

🎬 무이워에서 부이오까지 – 영화 속 공간의 의미

이 날의 여정, 무이워에서 부이오까지

사실 열혈남아의 전개 속에서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 공간의 대비는 명확하지만, 란타우섬의 무이워, 부이오, 타이오가 각각 구분되어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촬영지로 나누어 보면 이 세 공간은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감성을 품고 있다. 

🚏 무이워(Mui Wo) – 선택과 기다림의 공간

무이워 공중전화 키스신

  •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을 연결하는 경계선. 안식처이자 도피처인 부이오로 가기 위해 혹은 그 곳을 떠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이로 인해 강렬한 감정이 교차하며 선택과 갈등, 이별과 기다림이 공존하는 공간. (란타우섬 배경의 격정적 신은 모두 이곳에서 발생한다 - 공중전화 첫 키스, 선착장에서의 초조한 기다림과 옛 연인과의 조우 등)

🌿 부이오 (Pui O) – 평온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안식처

소화의 가게 장면

  • 영화 속 두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공간. 격정적인 홍콩도심, 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벅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무이워와는 달리, 부이오는 조용하고 이상적인 일시적 안식처. 평온하지만 결국 떠나야만 했던 곳.

더 자세한 경로. 한 9,10정거장 정도다

영화 속 그들이 오갔던 경로를 따라가면서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무이워에서 마주했던 시대의 변화처럼 부이오에서도 내가 본 영화와 또 다른 풍경을 보게 될까? 혹은 아직도 남아 있는 그 시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이 길


| 🚌 무이워에서 부이오로가는 버스

무이오 버스 종점의 3M 버스

3M 버스를 타고 부이오로 향한다. 약 15분이면 닿을 정도로 멀진 않다. 부이오의 로와이췬(Lo Wai Tsuen) 정류장에서 내릴 예정이다. 극 중 유덕화가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버스 타고 지나다니던 루트다. 그리고 초반부, 장만옥이 홍콩 도심으로 가기 위해 무이워 페리 선착장으로 향할 때도 지났을 길.

열혈남아 속 옛날 1층 버스 모습.

영화 속에서 유덕화가 타던 버스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영화가 나온지 벌써 5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당시의 낡고 투박한 버스는 사라지고, 최신식 버스가 이 길을 달린다. 2등으로 탑승하게 되어 뷰가 제일 좋은 2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를 타고 무이워 마을을 벗어난다. 뭔가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버스만 바뀐 것이 아니다. 영화 속 무이워, 부이오, 타이오—그 모든 공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을 것이다. 이 세계의 아화와 소화는 영화에서 보여진 것 이상 이 루트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지나다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풍경을 본 것일까? 그래도 란타우섬은 자연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 그 시절과 도심만큼 크게 변하진 않았을 거라는 망상을 해 보았다. 다만 1980년대 이 루트가 생기며 오전 6시 첫차 출발이라는 점은 5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산속 차로 진입. 모든 도로가 1차로다. 

영화속 버스를 탄 유덕화

영화 볼때도 꽤나 흔들리길래 옛날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도 꽤나 덜컹거린다. 도로가 좁다 보니 좌측의 나무들이 버스에 부딪혀 후두둑! 후드득! 소리가 난다. 처음엔 약간 스릴도 있는 것이, 꽤나 날 것스러운 도로와 승차감의 경험을 느꼈다. 

부이오 가는 길

측면뷰로 보면 그 덜컹거림을 더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고도로 올라온 도로를 지나다보면 얼핏 보이는 먼발치의 풍경이 아찔해 보일 때도 있다.

영화

영화 속 장면이 떠올라 뷰는 다르지만 측면도 잠깐 찍어 보았다. 영화속과 실제 여행의 밤낯 시간대가 완전히 다른건 아쉽지만 시종일관 흔들리고 덜컹거리는 버스 라이드 때문인지 꽤나 몰입할 수 있었다. 그냥 녹색 자연 속 좁게 뚫린 산길 도로의 연속이다.

무이오에서 부이오로 버스타고 가는 길 (고화질임!)

사우스 란타우 로드(S.Lantau Rd.) 길을 빠르게 찍은 고화질 영상이다. 그가 이 길을 지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순수히 사랑만을 향해 가는 길이었을까, 아니면 결국 떠나야만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 했던 크나큰 무게가 얹힌 길이었을까?

열혈남아, 가게 앞에서 내리는 유덕화(소하)

1970년대부터 90년대 사이 부이오 Pui O 해변을 중심으로 교통과 관광 개발이 이루어지며 1983년 무이 워(Mui Wo)와 부이 오(Pui O)를 종점으로 하는 버스 노선이 생겼는데 그게 이 루트인 것 같다. 

10분 조금 넘는 우당탕탕 사우스 란타우로드 버스 라이드가 끝나고 로와이췬(Lo Wai Tsuen)에서 내린다.

내리자마자 장만옥의 가게 건물이 얼핏 보인다

영화 속의 가게 바로 건너편 정류장은 실제로는 없었다. 그래봤자 장만옥의 가게까지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심지어 얼핏 보인다. 나무 옆 건물 바로 옆이다. 처음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참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 🏠 영화속 아화의 가게

열혈남아

이 공간은 두 사람의 삶이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이다. 아화는 고향을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도심으로 나가지 못하고 여기에 머무르고, 소화는 홍콩도심을 떠나 여기서 머물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만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따라서 영화 속 현실에서 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부이오에서 촬영된 장면들(소화의 가게, 버스정류장 이별)은 평온하고 잔잔하며 정적이다. 실제 이 마을 또한 그런 느낌이다. 뭐도 별로 없고 조용하다.    

내가 내린 정거장은 오른쪽 BMW가 지나고 있는 위치 즈음이다. 건물은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영화와 뭔가 싱크를 어느 정도는 맞추고 싶어서 유덕화가 내린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까지 쭉 걸은 후 뒤돌아 건물로 다시 걸었다. 영화에서의 잔잔한 시골 마을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 지점에서 유덕화가 길을 건넌 것처럼 나도 건너 본다. 

그리고 그 건물 정문 앞까지 가본다. 낡은 벽돌과 바뀌어 버린 색상, 하지만 그 형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짧았지만 강렬했던 것처럼 이 공간도 변했지만 원형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 🏛️ 건물의 역사 속 흔적

1980년에 찍은 것으로 기록되는 건물의 원래 모습 ❘ 출처: www.hkmemory.hk
1990년 12월27일자 화교일보에 호텔 개관 축하 기사가 담겨 있다.

이 건물의 원형은 70년대 후반 란타우섬 관광 개발의 흐름과 함께 1990년 즈음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되는 해풍주점(海風酒店  Sea Breeze Hotel)이라는 곳이었다.

란타우섬 부이오(Pui O), 수이하우(Shui Hau) 및 인근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연구 보고서 ( Cultural and Historical Studies of Pui O, Shui Hau and Neighboring Areas on Lantau )

찾아본 기록들에서 호텔&식당 관련 정보가 살짝 달라 정확한 년도를 파악하긴 힘들었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 홍콩대학교 디지털 라이브러리 – 해당 건물의 등록 사진이 1980년으로 기록됨
✔️ 홍콩 화교일보 (華僑日報)1990년 12월 27일자 기사에서 Sea Breeze Hotel (해풍주점) 개관 축하 기사 게재
✔️ 란타우섬 부이오(Pui O), 수이하우(Shui Hau) 및 인근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연구2022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Sea Breeze Hotel & Restaurant이 1990년에 개관한 것으로 기록됨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1978년에 건물이 처음 지어진 것으로 보도됨 (출처)
✔️ 영화 열혈남아 개봉1987년, 촬영 당시 해당 건물은 이미 존재했음

영화 속 시브리즈 호텔
gagm 영화 덕후의 1998년 방문기 사진; 현재 이 사이트는 열리지 않는다 (gagm.net)

인터넷의 흔적으로 보면 최소 1998년에 찍힌 사진이 있어 최소 그 때까지는 계속 명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LIS는 자연친화적 교육을 앞세우고 있는 듯 하다. 저기는 분명 학교 근방에 있는 Pui O 해변일 것이다 ❘ 출처: LIS 공홈

이후 어느 시점부 방치되었다가 Lantau International School Pui O Campus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2008년으로 추정). 란타우섬의 자연환경 속 국제학교라니!

뭐,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여행전 열혈남아 촬영지 찾아보기 포스팅 참고


2024.07.26 - [ART & DESIGN/건축 Art, Architecture & Planning] -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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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모습과 작은 해프닝

지금은 이런 모습이다. 도심이긴 하지만 나도 어릴적 이런 국제학교를 다녔었는데 갑자기 그 시절 생각이 들어 향수를 더 자극했다. 아무튼 그때는 저 대문이 없었을 것이고, 두 캐릭터를 꿈같은 현실이자 안식처로 연결해 주는 열린 공간이었다.   

영화 열혈남아
열혈남아 속 장만옥(아화)
영화 열혈남아

시골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아화, 이 안식처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던 소하. 

열혈남아

이곳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서로가 닿을 수 있었던 나름의 최선의 공간으로서 작용한다.

탐방 와중에 해프닝이 있었는데, 학교 건물 안에서 관계자분이 나와 굳게 닫힌 문 틈살 사이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여기서 사진은 왜 찍고 있나요? 출근할 때 아까 버스에서부터 봐 왔는데 거기서도, 내려서도 계속 사진을 찍고 있는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근데 여기 학교 앞에서도 사진을 찍고 있는데 너 뭐 하는 사람이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영화 속에서 건물의 관계자에게 소하는 아화를 물었고, 나는 현재의 건물관계자에게 영화를 말했다.

"미안하다. 나쁜 의도는 없다. 왕가위 감독 열혈남아 촬영지 온거다. 여기가 그 Sea Breeze Hotel 터라고 알고 있다" 

쏼라쏼라...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모든 오해가 풀렸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너의 추억 여행이구나. 알겠다. 근데 그 호텔은 없어진 지 꽤 오래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ㅇㅇ 알고 있다. 그래도 와보고 싶었다. 이제 충분히 보았으니 난 떠날 거고,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여행이 되길.'

열혈남아

생각해 보니 나야 영화 촬영지에 취해 있는 건데, 학교 앞에서 사진 찰칵찰칵 찍는 것을 보는 학교 관계자에게는 이상하게도 보일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혈남아, 가게 앞에서 스는 아화와 소하가 탄 버스

이걸로 장만옥(아화)의 가게 탐방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건물만 보기 아까워서 좀 더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후는 다음 포스팅에서..


| 📚 시리즈의 지난 포스팅들:

 

왕가위 감독 데뷔 작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촬영지 찾아 본 이야기 ft.인터넷

올해 갑자기 10년 묵은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게 돼서 강제 주말 해외여행 계획들을 잡게 되었는데, 지난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내 몸 상태를 망각한 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2일 차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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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1

1989년,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왕가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절, 관객들은 오우삼의 같은 화려한 액션과 낭만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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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섬에서 만난 <열혈남아>의 여운과 현실: 촬영지 탐방기_02 Mui Wo 선착장

영화 트레일 첫 번째 포인트인 무이 워 Mui Wo에 도착했다. | 열혈남아 란타우 트레일의 시작Mui Wo 무이 워는 광둥어로 '메이 웨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북쪽의 Silvermine Beach 실버마인 해변과 함께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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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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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스300, 한국의 63빌딩이 254미터니 대충 비슷한 느낌 아닐까...

| 예상치 못한 방문, 그리고 헬리포트로

여행 계획에 없었으나 근처 화장실을 찾다가 어쩌다 보니 하루카스 300 근처까지 와버렸다. 당일 예약이 가능하길래 뭔가 홀린 듯 클룩앱으로 전망대 예약을 하고 올라간 하루카스 300. 이렇게 계획 없이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헬리포트(옥상) 루프탑 투어도 선착순 현장구매가 마침 시간이 딱 맞고 사람도 많지 않아 바로 구매했다. 당시 투어 참여자는 나를 포함해 5명 정도였던 것 같다.

헬리포트의 가장 큰 장점은 마천루 옥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오사카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내 전망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함께 도시를 발아래 두는 듯한 압도적 뷰의 경험이 가능하다.


| 아베노 하루카스 300 소개

건물의 디자인 컨셉트 크게 6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지하철역, 백화점, 미술관, 오피스, 호텔, 전망대) ❘ 출처: takenaka.co.jp

아베노 하루카스 300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천루로 한국의 송도 포스코타워(305m)와 비슷한 높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단순한 높이 경쟁을 넘어 오사카의 도시 발전과 공간적 변화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낙후된 덴노지 지역을 현대적인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며 주변 상업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했다.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오사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조망하는 공간이 된 셈이다.

58~60층+옥상이 전망대 공간 인데, 옥외광장인 하늘정원이 위치한 58층부터 옥상까지 트여있는 2/3정도를 제외한것이 헬리포트 공간이다. 전망대 입장권으로 헬리포트만 빼고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출처: 하루카스300 안내책자

하루카스 300의 헬리포트 전망대하늘과 가장 가까운 오픈 공간에서 오사카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일본의 지진 및 재난 대비를 고려한 첨단 건축 기술이 적용된 건물로 초고층 건축물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58층-59-층-60층-헬리포트로 이어진다

58층 하늘정원에서 위를 바라본 모습. 하늘을 향해 확 트여 있어 쾌적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오른쪽 꼭대기가 헬리포트 공간인데 저 '해발 300m' 사인뿐 아니라 온 건물 천지에 여기는 '해발 n 미터'식으로 덕지덕지 써놨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시저 펠리의 유명 건축물들

마천루의 대가 시저 펠리의 디자인이다. 그가 한국에 남긴 흔적은 교보문고 광화문 사옥이다. 다만 당시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었는지 그의 공식 작품 리스트에는 항상 빠져 있다. 아무튼 58~60층의 전망대 방문기는 나중에 쓰도록 하고 오늘은 옥상 헬리포트 이야기만. 


| 헬리포트까지 올라가는 과정

헬리포트 투어는 사진의 오른쪽 카운터에서 현장구매 ❘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지이이이인짜 많다

60층 인포메이션 카운터에서 투어를 신청한다 (내가 갔을 때는 현장구매만 가능했다). 투어 당 선착순 30명. 

에지더하루카스 (Edge the Harukas) 소개 책자 : 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ㅎㅎ

엣지더하루카스라는 액티비티도 있었는데, 이걸 할까 하다가 그냥 헬리포트 투어로 결정 했다. 과정은 아래와 같다. 

헬리포트 투어 신청하면 주는 팔찌 (입장+기념품용이다). 색깔별로 고를 수 있다.

  1. 하루카스 300 입장: 16층에서 일반 전망대 입장권을 구매/교환한 후,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으로 이동.
  2. 헬리포트 투어 집결: 60층 인포 카운터에서 헬리포트 투어 별도 신청/구매, 지정된 시간에 가이드와 만남. 사진기/핸폰 빼고 록커에 짐 넣음
  3. 헬리포트로 이동: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내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이동 (약 2~3분 소요).
  4. 안전교육 진행: 헬리포트는 개방된 공간이므로 안전을 위해 가이드가 사전 안내 및 주의사항을 설명.

출처: 하루카스300 공홈

헬리포트 투어 시간표다. 난 2시 40분이었다.

 

헬리포트로 가는 길, 뭔가 굳건하고 육중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곳으로 열리는 문 같아 보인다

록커에 짐을 넣는데 가이드분들이 보면 대충 각 다 나와서 이건 남기고 저건 넣으라고 안내해준다. 결국 남는 건 팔찌와 사진기 혹은 핸드폰뿐. 위의 문을 통해 들어간다. 

당시 분위기? ❘ 챗GPT

올라가는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데 약간 위와 같은 분위기?다. 가이드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살짝 빠른 보폭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 헬리포트에서의 전망

계단을 올라와 다달은 탁 트인 옥상

계단을 올라와 처음 옥상을 마주하면 탁 트인 공간감에 절로 "와~" 하는 느낌이 먼저 난다. 이후, 사실 워낙 높은 위치라서 그런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의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오사카의 건물하나의 모습은 지금 내가 치고 있는 키보드 하나의 블록보다 더 작게 보일 정도. 오사카에서 높다고 자랑하는 츠텐카쿠나 우메다 공중정원 빌딩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것들도 그냥 큰 군집의 하나일 뿐. 암튼 옥상에서 안전수칙 관련 안내 받고 10분 구경 후 다시 모이기로 한다. 룰은 대략 간단. 공간에 쳐져 있는 (H원 말고, 네모난 바깥) 주황색 라인 안에서만 사진 찍기 가능 (나가는 건 가능하나 사진 X, 난간 잡으면 안 됨)

남쪽의 난코미나미에서 나가이공원의 얀마 스타디움까지를 바라본 모습

바다가 눈에 먼저 들어와 그쪽으로 가본다. 남서쪽의 오사카 베이다. 가운데 높이 올라선 구조물은 약 18킬로 떨어진 간사이 전력 난코 발전소 (KEPCO Nanko Power Plant)의 나코 스카이 타워다. 200m 높이로 배기가스를 높은 곳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건물은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 전망대다(252m).

하루카스에서 위 사진 방향(남쪽)으로 바라본 지도

더 너머에는 내 최애 만화 <붉은등애가>의 주인공 사토시와 치코의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무대인 아와지시마 섬이 있는데 실제 눈으로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힘들다. 10분 밖에 쥐어지지 않은 시간의 압박도 한 몫한다.

이 공간은 북서 방향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쪽을 바라보고 있다, 밑애는 옥외광장이 있다.

아까 책자에서 본 엣지 더 하루카스 (Edge the Harukas) 액티비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히 무섭겠지만 흐름을 잠깐 보니 약간 정적인데다가 제자리에서 끄적끄적 거리는 느낌이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금은 2,000엔).

남-동-북-서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봄.

헬리포트의 매력은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공간 경험에 있었다. 일단 옥상이라 바람이 꽤 강하다. 20여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전 때문에 여러 제한 사항을 감내하며 관리자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 (관리자의 구호와 함께 이동하는 과정은 짧지만 나름의 긴박감이 있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10여 분 정신없이 바삐 보고, 사진을 찍고, 체험하는 시간의 압박감이 있다. 뭔가 "요이~ 땅! > 동작그만, 헤쳐모여!"의 느낌이다.

북서쪽을 바라본 모습

주위에 높이가 비슷한 건물이 없으니 탁 트인 조망권이 인상적이다. 하늘과 구름과 땅이 3등분 되어 있다.

눈에 띄는 빌딩들을 포인팅 해 보았다. 근데 이렇게 하나하나 구분하면서 볼 시간이 없다. 

계단 입구인 북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360도로 카메라를 돌려봄

점점 시간에 쫓겨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방향도 모른채 무지성으로 사진만을 찍게 된다. 

방황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줌을 해서 찍어보게도 된다. 

저 뒤에 보이는 다리가 <붉은등애가>의 치코와 사토시를 이어주는 아와지섬의 아카시 대교인가?

오사카베이를 바라보며 늦은 오후의 느낌 가득

3~4명 정도의 요원들이 안내해 주신다. 이날 다 커플인데 나만 혼자였고, 불쌍해 보였는지 와서 사진도 찍어 주셨다. 아리가또!

다시 관리자들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내려오고 록커의 짐을 찾으면서 보니 다음 팀은 방송국에서 왔는지 카메라들과 인원들이 꽤나 많았다.


| 마무리

하루카스 300 헬리포트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사카를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이다. 실내 전망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바람, 그리고 시간의 압박이 주는 긴장감이 색다르다.

니시나리 숙소에서 하루카스를 바라봤던 모습

내가 경험한 오후 시간대에도 '너무 푸르른' 하늘 덕분에 경치가 좋았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노을 지는 시간대에 맞춰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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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탕 정식 한상

여수 순이네 밥상의 특징은 세 가지였다.

"가성비 + 맛 + 친절함".


그중에서도 친절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직접 주차 안내를 해주시는 모습,
테이블마다 손님 분위기에 맞춰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팀에게 매운 음식 관련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까지.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수시로 홀을 돌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챙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보통 이런 규모의 바쁜 맛집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아무리 맛집이라도 불친절한 곳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법인데,
여기는 맛도 좋고 친절함까지 갖춘 곳. 확실히 인정할 만했다.


| 🚗 가는 길  ft. 아침 일출

여수 돌산도의 아침 일출

이번 여행의 계획 중 하나는 매일 간장게장 한 끼씩 먹어보자였다. 아침 6시 20분쯤 일어나 여수 돌산도의 일출을 감상.

이후 전 날의 피곤함을 씻어낼 겸 충분한 늦잠을 즐겼다.

돌산도에서 출발

그리고 아점으로 간장게장을 먹기로 결정. 오늘의 식당, 여수 이순신 광장 근처의 '순이네 밥상'으로 향한다.

순이네 밥상 주차장에서 찍어본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舊 第一銀行 麗水支店)

 도착하니 가게분이 나와 주차 안내를 해 주셨다. 손님이 많지 않은지 주차자리가 넉넉했다. 그런데 바로 건너편에 눈길을 사로잡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어서 찍어봤다. 

 

| 🏠 가게 분위기 – 평일의 여유로움

가게 입구

가게 오픈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도착했을 때는 10시 40분경이었고 이순신 광장 근처 인기 맛집이라는 얘기를 들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배치된 포장마차 의자들을 보니, 주말이나 성수기엔 대기가 상당할 것 같은 느낌

겨울에도 많은 웨이팅 ❘ 출처: 순이네밥상 페이스북

역시 비성수기 평일 여행의 묘미는 이런 여유로움 아닐까

매장 내부는 리모델링을 했는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관리가 잘된 느낌이었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여유로웠다

가성비 좋은 메뉴가 눈에 띄었다.
어제는 향일암 근처에서 삼점꽃게 게장정식을 먹었고,
오늘은 돌게장이 포함된 꽃게탕 정식,
내일은 꽃게장으로 점점 업그레이드하는 일정.

 

| 🦀🍽️ 꽃게탕 정식 – 가성비 좋은 맛

반찬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이젠 상향평준화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여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갓김치를 비롯 제육볶음까지. 

소식좌 입장에서 늘 그렇듯 게장과 탕을 먹어야 하는데 반찬까지 맛있으면 과식이 걱정되는 상황. 하지만 역시 맛을 보면 젓가락을 멈추기 힘들다.

마침내 꽃게탕 정식 한상이 드디어 완성. 기대했던 대로 강성비 좋은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오늘의 주인공 중 하나인 돌게장. 맛있다. 뭐라고 특별히 표현할 단어는 없다. 게장 자체는 그 동안 먹었던 여수의 다른 돌게장 맛집들과 비교해 상향평준화 느낌으로 비슷비슷한 것 같다. 다만, 전 날 향일암 근처에서 갔던 유명 맛집이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지 더 만족도가 높았다

작지만 게 내장과 간장이 스면든 밥 한입에 가득히 퍼지는 감칠맛을 위해 꾸역꾸역 게딱지밥도 만들어 먹고,

얼큰한 찌개 속 꽃게도 실하고~ 전체적으로 잘 먹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오전 11시30분경 풍경

오전 11시 30분경 배불리 먹고 나와보니 점심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웨이팅이 시작되고 있었다. 맛있는 여수의 한 끼였다.

| 결론

✅ 가성비 좋고, 맛도 좋고 친절함까지 갖춘 곳.
✅ 게장, 꽃게탕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맛.
✅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 가능.
✅ 주변에 문화재 건축물이 있어 의외의 발견까지 함께.

여수에서 간장게장을 고민 중이라면 순이네 밥상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이번 여행에서도 좋은 기억을 남긴 한 끼였다. 🦀✨

 


| 🏛️ 번외: 국가등록문화재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포스팅 처음에 언급했던 식당 오자마 인상 깊었던 건너편 건물은 알고 보니 국가등록문화재 제170호,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이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흥미를 자극하는 건물이다.   

현관 입구에 조선식산은행이라는 음각글씨가 있다. 일제강점기시대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당시 도시계획 및 식민지 금융/상공업 정책에 대한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판 문구:
구 제일은행 여수 지점 舊 第一銀行 麗水 支店 국가등록문화재 제170호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후반에 조선식산은행 여수 지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현재 간판을 붙인 벽면에 '조선식산은행'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데, 장식이 없는 전면의 사각기둥은 합리주의 건축물의 본보기이다. 내부는 부분 2층 구조이며 2층 난간과 기둥의 장식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식민지 상공업의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해방 후 한국식산은행 여수 지점이었다가 한국저축은행, 한국산업은행, 제일은행, 에스씨제일은행 여수 지점을 거쳐 현재는 개인 사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니 현재는 개인 사업장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외관은 원형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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