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해가 지며 가로등과 건물 조명이 하나씩 켜질 때 즘이면 남을 사람 남고 떠날 사람은 다 떠나는 시점이다. 보통 낯 시간대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곳이라 텅텅 빈 느낌이 난다. 때문에 홍콩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거의 낯의 풍경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궁금했던 저녁과 밤 풍경의 기록도 남겨본다. 


해질녘 타이오마을 앞바다

시장 대부분 가게가 영업을 마쳤다. 남아 있는 곳도 물건을 팔기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다른 가게보다 늘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저녁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던 수산물 가게 (왼쪽)

금요일 저녁 8시 풍경. 대부분 가게는 문을 닫았고 가게 앞 테이블과 의자만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직 불이 켜진 가게도 있었지만 판매보다는 여름밤공기를 맞으며 쉬고 있는 모습에 더 가까웠다. 


마켓 스트리트 끝자락의 유일한 ATM

HSBC 현금 인출기. 현지 주민은 물론 관광객을 위한 곳. 24시간 운영이라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지만 주변은 이미 조용하다.

🔎 위치 - HSBC Express Banking : Block D, G/F, 25 Tai O Market St, Tai O

숙소로 가는 길목에 있어 자주 마주쳤던 곳. 낮에도 밤에도 사장님은 늘 문 앞에서 사람을 살피고 있던 게 인상적이었다. 이후 검색해 보니 짠내투어 방송에 나왔던 식당이다. 구글맵과 오픈라이스에 하도 안 좋은 리뷰가 너무 많아서 가진 않았다. 

펜스에 쳐져 있어 볼 때마다 뭔가 했는데 타이오 마켓 (大澳街市)이라 써져 있다. 그리 큰 공간은 아닌데 뭔가 현지인을 위한 시장 같은 분위기다. 

🔎 - 그럼 타이오 마켓 스트리트와는 무슨 차이? 타이오 마켓 (Tai O Market)은 홍콩 식품환경위생처(FEHD)가 운영하는 공영 실내 시장. 마켓 스트리트 Market Street는 노점과 임시매대 중심의 야외거리형 상권으로 기념품, 즉석 간식 등 관광객 대상 품목이 주를 이룬다 - FEHD Hong Kong Market List / islet Forum

 

우연히 들어간 식당인데 늦은 시간까지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준 고마웠던 집, Zhen Zhen Restaurant (진진찬청). 하이난 식 치킨 계란 볶음밥과 초이삼(채심)을 사이드로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딱히 놀라운 건 아니지만 타이오처럼 작은 마을에도 무인 인형 뽑기 건물이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한국/일본과 마찬가지로 24시간 뽑기 공간은 어디에나 있나 보다.  

벤치의 길냥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다 빠져나간 게 심심했는지 내 옆에 다가와 하도 앵겨서 1분 정도 같이 놀아주었다. 타이오마을에서는 큰 개, 고양이가 모두 주인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서울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문득 그 시절이 잠깐 떠올랐다.


에어컨 실외기와 투박한 성당 유리창의 조합. 십자가 위에 실외기가 박혀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창문은 성당에서 흔히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나 란셋창은 아니지만 저렴한 재료로 대체되어 투박한 모습이다. 재료나 완성도는 다르지만 성당 창문의 기본 틀과 비율은 유지한다. 종교적 느낌 또한 시골 동네 풍경 속 패턴처럼 녹아 있다. 

성당이 운영하는 초등학교 건물 내부. 간단히 천으로 덮은 제단, 플라스틱 의자, 수납 박스들. 모든 것이 기능 중심으로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보통 성당 예배 공간은 뭔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곳은 누군가 정리하다 말고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은 친근함이 있다. 

그 공간의 외벽에는 철망 너머로 내부가 드러나고 있다. 건물 아래쪽 외벽엔 아이들과 십자가, 책이 그려진 벽화가 이어진다. 장식이라기보다 이 건물이 어떤 장소인지를 자연스럽게 말해주는 표식 같다. 


철제 게이트는 홍콩 주거 공간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인데 디자인 자체가 낡아서 그런지 레트로한 느낌이 좋았다.


타이핑 거리 (Tai Ping Street) 쪽 수상가옥 풍경. 정박된 보트들이 있는 걸 보니 여기까지 물이 들어와 배로 왕래가 가능한가 보다.  

셕차이포 거리 (Shek Tsai Po Street) 주거지역 풍경. (물론 외적 아름다움 보다는 현실적인 생활방식 관점에서의 유사성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지만) 타이오마을을 흔히들 '홍콩의 베니스'라고 부르는데 딱히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흔히 접할 수 있는 낯선 느낌의 깡통 같은 컨테이너 형태 건물들이기 때문이다. 옛 대형화제의 피해 영향도 있었을까 생각 해 보았다. 

2000년 대형화제 ❘ 출처: thingstodoinhk.com

🔎 - 2000년 대형화제로 인해 약 100여개의 수상가옥이 손실되었다

푸른 조도 아래 보이는 깡통 건물 그리고 전선과 안테나. 신기한 느낌이다. 만약 팀 버튼이 동양인 감독이었다면 이런 세트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물론 깡통 건물만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마을 뒤쪽 지역으로 가면 고층 아파트도 있다 :)).

타이오 마을 주거지의 특징 중 하나. 앞마당/코트야드 공간을 가진 집들이 그 공간을 자율적으로 꾸며놓았다. 어떤 집은 휴식을 위한 야외 거실이나 미니 카페처럼, 어떤 곳은 공방 혹은 창고처럼, 또 어떤 집은 정체불명의 '생활 복합 공간'으로. 가구 배치와 물건 종류, 구성이 집집마다 다르고 독특하여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호코라처럼 이곳에서도 중소형 규모의 신단 같은 구조물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관광객이 떠나고 수호신들이 텅 빈 마을을 지켜주고 있는 분위기다.  

작은 신당들과 이런 깃발이 있기에 홍콩 시골마을의 정취를 더 진하게 느끼게 해 준다. 드래곤보트 이벤트가 열리면 이런 모양의 깃발 수십수백 기가 마을 전체를 수놓는다고 한다. 전통적인 기운을 풍기며 옛 홍콩 무술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빛을 비춰주는 아기자기한 등룽들, 역시 소박한 느낌의 시골길 정취다. 

마을을 걷다 보면 DIY 스럽게 조합된 다양한 구조물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고정하고 연결하는 방식은 꽤나 원초적인데 주위에서 손에 잡히는 재료들로 당장이라도 조립해 만든 듯한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줄로 묶고, 매듭을 짓고, 엮어 이어온 옛 어촌의 방식이 전선과 철제 봉, 장식 조명과 같은 현대의 재료들과 자연스럽게 뒤섞이며 지금 이 마을의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길어져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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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강북을 넘나드는 서울의 교차편집

2024년 8월 공개된 일본 R&B 싱어송라이터 노조미 키테이의 싱글〈Be The One feat. 百足(Mukade)〉뮤직비디오는 서울 전역을 빠르게 훑는다.

MV (원효대교 북단, 이태원해밀턴 호텔 뒷골목)

강남역, 성수, 연희동, 명동, 마포, 이태원, 여의도…
도시는 리듬에 맞춰 편집되고 화면은 조망과 클로즈업을 오가며 맥박처럼 뛴다. 경쾌한 음악에 어울린다. 

MV의 감상은 한마디로,

"꽤 알뜰하게 훑고 갔다"

전 포스팅에서 다뤘던 아이 토미오카의 개인적인 서울의 느낌과는 또 달리,
노조미 키테이의 MV는 관광객 브이로그 같은 리듬감을 지닌다.

짧은 시간 안에 서울의 젊은 공간을 훑어보는데,

이거 하나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서울의 주요 지역들이 고루 담겨 있다.

이제부터는 지역별로 MV 속 서울 촬영지를 따라가 본다.


 

📍여의도

🗺 서강대교 북단  항공뷰, 서강대교 남-북단, IFC몰(내부) / 여의도 쇼핑센터 / 브라이튼·한양 ·수정 아파트 일

(시계방향) 서강대교, 서강대교 남단 진입, 롯데캐슬아이비,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 뷰(엔딩장면)

여의도 구역에서는 도심 전경, 상업지, 주거지가 고루 등장한다. MV의 시작과 끝을 모두 여의도로 설정해 여정의 입구이자 출구처럼 기능한다.

  • 좌측 하단 이미지는 서강대교 남단 방향의 항공뷰, MV의 마지막 장면으로 쓰였다.
  • 우측 하단은 수정·한양아파트 사이 틈새에서 롯데캐슬아이비를 바라본 장면으로 여의도 주거지 일대의 생활감을 볼 수 있다.

여의도 클로즈업 장면 중 대표적인 건 IFC몰 내부다. 노조미는 마치 쇼핑 온 관광객처럼 등장하며 MV 전반에서 그녀가 주로 등장하는 성수, 강남, IFC몰 등 트렌디한 지역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면 무카데는 여의도 쇼핑센터 앞, 수정아파트 뒷편, 브라이튼 중앙처럼 보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공간에 등장한다. 딱히 큰 의미는 없지만 이런 식의 대비되는 구도로 MV가 전개된다.

 


📍이태원

🗺 해밀턴호텔 일대 (세븐틴 코인노래방 / 시티백 / 해밀턴 호텔 뒷골목 / 젤라띠젤라띠 앞 / 티키타카 / 타파스바 / 더맨션 / 삼거리 교차로 / 솜브레로 골목 등)

이태원 촬영지
MV 촬영지: 지도랑 숫자 맞춰보면 된다

이태원 구간은 MV 전체에서 가장 많은 컷이 배치된 지역이다. 구성은 골목, 간판, 교차로, 인물 위주로 이어진다. 특히 해밀턴호텔 일대의 밤 풍경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노조미는 이곳에서 전후반부 클라이맥스를 펼치는데 이태원 특유의 화려하고 혼란스러운 야경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적셔노래방, 여보여보가 보이는 시티-백 간판 ❘ MV

특히 눈에 띈 건 간판 속 단어들이다. ‘적셔(JJeok Syeo)’는 한국 특유의 소주 문화 코드, ‘여보여보’는 오래된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신을 떠올리게 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 둘이 화면에 잡힌 건 꽤 흥미롭다.

쨋든 옛이나 지금이나 이태원의 밤은 언제나 시선을 끈다.

 


 

📍강남역 (서초)

🗺 서초대로 73길(템플스트라이크), 77길 (SBS노래방, 나는 솔로포차 앞, 맘스터치랩 (내부 3층))

강남역은 세대 불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MV에선 한산한 시간대의 골목과 상가 사이에서 촬영된 장면이 주를 이룬다. 텅 빈 듯한 화면 속에서도 공간 자체는 강남역답게 익숙하다. 노조미가 음료를 마시는 곳은 맘스터치랩인데 예전 공차 건물이라 그런지 공차스러운 창문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마포(광흥창역 주변)

🗺 창전로 54 공중전화박스 / 광흥창역 엘리베이터(원통 구조물) / 창전사거리 횡단보도

광흥창 역 일대 촬영지

홍대는 뻔했을까. 그래도 마포 자체를 피해가지는 않았다. 독막로의 창전사거리광흥창역 주변이 꾸준히 등장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공중전화박스. 토미오카 아이의 MV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등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Z세대 모두에게 공중전화는 이미 낯선 사물이다. 이 세대들에게 레트로 감성으로 소비되는 건 동일하지만 일본의 경우 재난이 많아 그런지 비상시 통신 수단 정도까지는 인식된다고 한다.

(좌) 노조미 키테이 MV ❘ (우) 아이 토미오카 MV

공중전화 박스는 Z들에게 대체 어떤 느낌인걸까? 지금 어른들이 워크맨이나 디스크맨을 보는 그런 느낌이랑 유사할까?


 

📍연희동

🗺 Studio Colin

연희동은 Studio Colin이라는 대여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연희동 산중턱에 자리한 이곳은 실제 집처럼 구성되어 있어 그런지 MV에서 이들이 여행 중 머무는 에어비엔비 숙소처럼 느껴진다.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도시의 장면들이 리듬감 있게 교차하는 MV 관점으로 보면 여행 중 잠시 머무는 장소조차 그 감정의 흐름 안에 포함시킨 것 같다.

스튜디오 콜린 ❘ 출처: http://www.filmmakers.co.kr/locationBank
(시계방향) BTS, Shaun x OVAN, 악뮤, 런닝맨

※ 2018년 오픈한 Studio Colin은 정원과 테라스, 루프탑 뷰까지 갖춘 단독주택형 자연광 렌탈 스튜디오로,
BTS, 악뮤, 런닝맨 등 다양한 영상/화보 콘텐츠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류 느낌이 강한 촬영지 픽으로 느껴진다.

 


 

📍명동

🗺 Baviphat 골목 / 명동양과 / 예술극장 앞 / 홍만당 (+ busan jip) 골목

명동에서는 좁은 골목과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가 함께 등장한다. 이태원과 더불어 저녁 장면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다. MV 안에서는 복고풍 거리와 리뉴얼된 건물이 교차하며 낡음과 새로움이 나란히 놓인 공간처럼 비춰진다.


 

📍성수. 자양

🗺 서울숲 / 서울플랫 ✅ Bird's Eye View, 커먼그라운드, 삼익빌라 골목

성수와 자양 구간은 서울숲커먼그라운드, 삼익빌라 골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MV에서는 붉은 벽돌과 톤온톤 때문인지 한눈에 잡히는 에피소드성수101이 보이는 버즈아이뷰와 함께 클로즈업 공간으로는 서울숲이 등장한다. 자양동에서는 커먼그라운드 및 그와 인접한 삼익빌라 골목에서 촬영되었으며 한국 빌라촌 특유의 정서가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무와 수변이 어우러진 열린 풍경을 배경으로 한 서울숲은 후반부에 등장하는데 MV 전반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비춰지던 두 캐릭터의 동선이 겹친다 (이후 노래 제목처럼 강남역과 명동에서 실제로 'Be the One'이 되어 함께 춤을 추며 MV를 마무리). 

2024년 2030 여성 관광객 비율 ❘ 출처: 매일경제

성수동은 일본 매체에서도 ‘지금 서울’을 상징하는 트렌디한 동네로 언급된다. 또한 2024년 기준 방한 통계를 보면 일본 뿐 아니라 중국-대만 모두 2030 여성 관광객들이 압도적인 수준을 보인다 (그 중에서도 방문지는 성수동 압승). K-Pop과 한류 컨텐츠 및 뷰티의 영향이 커 보이는데 MV 촬영지들 또한 이런 부분들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 기타: 

영상의 시작인 원효대교뷰와 엔딩인 서강대교 남단뷰

뮤직비디오에서 버즈아이 뷰 등을 통한 넓은 풍경 장면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시점은 인물들의 클로즈업 퍼포먼스 장면들과 교차되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스케일과 입체감을 시청자에게 인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장면마다 지역은 달라도 반복되는 시야와 리듬 덕분에 하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흐름처럼 느껴진다.

Nozomi Kitay & GAL D - Be The One feat 百足 MV
  • 여의도 (순복음교회 방향 항공 뷰 + 브라이튼 일대 고층 배경)
  • 원효대교 전경 (MV의 시작)
  • 서강대교 남단 / 밤섬 방향
  • 성수동 서울플랫 일대 및 서울숲 인근

 


🎤 노조미 키테이 (Nozomi Kitay 無所属 )

기사 갈무리 ❘ 출처: 스포츠경향

일본 후쿠오카 출신의 R&B 싱어송라이터.
'NØZ'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 2023년부터 본명으로 전환,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기 약 3년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지내며 가스펠 합창단과 아카펠라 팀 활동을 한 경험이 스타일의 기반이 되었다.

2024년 싱글 〈Moshi Moshi〉는 일본 내 1.5억 스트리밍을 기록했으며, 에스파 카리나, 트와이스 미나·지효, 아이브 레이 등 국내 K-팝 아이돌들의 챌린지 참여로 큰 화제를 모았다.
첫 단독 콘서트 〈BE THE ONE〉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 확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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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싱어송라이터 토미오카 아이(Ai Tomioka)가 서울 곳곳을 배경으로 담아낸 뮤직비디오 ‘missing you’.
홍대·성수·여의도·마포 등 일본의 젊은 관광객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수차례 버스킹과 협업 무대를 이어 온 그녀에게 이 도시는 관광지라기보다 기억이 겹쳐진 사적인 무대처럼 보인다.

서울촬영지


뮤직비디오의 동선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감성'을 소비하는 장소와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처음 서울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참고가 될 만큼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깊어 보인다.


📍 마포 📍 여의도 📍 홍대입구 📍 문래동 📍 성수동 📍 해방촌

 


1. 마포대교 북단: 서울 여정의 시작 

마포대교 북단 뒤로는 마포현대타워와 오벨리스크 아파트도 살짝 보인다

  • 촬영지:
    • 마포대교 북단 (강변북로 진입램프)
    • 강변북로 드라이브 컷 (공덕 헨켈 타워 뷰)
  • 포인트: 여러모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마포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를 따라 한남대교 방향으로 진입한다. "쟈, 서울 여행... 스따또 합니다~"라는 느낌의 짧은 인트로로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2. 여의도 한강공원: 도심 속 여백

  • 촬영지 (여의도 한강공원):
    • 인라인스케이트장(서강대교)
    • 산책로 (우측으로 서강대교 뷰)
    • 물빛무대 앞
  • 포인트: 물과 도시가 만나 생겨난 휴식공간. 한강공원은 서울이 품고 있는 '여백'을 가장 아름답고 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넓은 강 폭으로 인해 탁 트인 풍경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인 장소가 아닐까.

2024 아시아송페스티벌 무대의 토미오카 아이(중앙) @물빛무대 ❘ 출처: 토미오카 아이 인스타그램

특히 뮤직비디오 공개 후 약 한 달 뒤인 2024년 10월, 이곳 물빛무대에서 열린 '아시아송 페스티벌'에 토미오카 아이가 일본 대표로 참가했다는 점도 흥미롭다(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태국, 필리핀, 자메이카 참여)  #공연실황


 

3. 서교동 ~ 홍대입구역 : 감정의 중심지

 

  • 촬영지:
    • 월드컵북로5길 거리 (국일빌딩 --> 서울한우곰탕)
    • 공중전화박스 (강원특별자치도민회관 앞) *📸앨범커버 촬영장소
    • 홍대어울마당 (마포 수정옥돌소금구이 + 앤디스커피 앞)
    • CU 서교보석점
    • 홍대입구역 사거리 횡단보도 (라인프렌즈, 애플스토어 사이)
    • 서교동 광역버스 정류장(중)
  • 포인트: 음악과 젊음, 일상이 얽힌 지역으로 x, y, z 세대에 걸쳐 서울을 대표해 온 젊음의 공간이다. 'missing you'의 독백적인 가사와 혼자만의 속도로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이 잘 어우러진다.

앨범커버 ❘ 공중전화 박스는 MV 속에서도 꽤나 감정적인 부분의 배경으로 쓰인다

특히 MV 속 공중전화 박스와 편의점 장면이 흥미롭다. 한국과 일본 Z세대 모두에게 낯선 뉴트로 아이템으로, 일본에서는 재난 시 유용성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공간에 홀로 서서 진심을 전하는 모습을 그려낸 건 그녀의 음악적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국 편의점에서 노래하는 아이 토미오카의 모습 (CU 서교보석점). 구글리뷰를 보니 외국인들의 리뷰가 있던데 아마 주위에 외국인들이 찾는 호텔이나 게하가 모여있을 것 같다

한국 편의점에서 꼭 사야하는 아이템 추천 10! ❘ 출처: https://otokorea.com/convini_20_25sp/

또 편의점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장면도 이색적이다. 한국의 편의점은 일본 Z세대에게 흥미로운 여행 포인트로 꼽히며 일본 매체에서도 자주 소개된다.



4. 문래동과 성수동: 재생이 만든 또 다른 젊음의 공간

  • 촬영지:
    • 문래동 (올드문래 골목, After Work Club 골목)
    • 성수동 (대포차 내·외부 )

  • 포인트: 젊음이 흘러들어 '재생'된 도시의 모습. 두 지역 모두 ‘새로움’이 아니라 낡음의 재배치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곳. 토미오카의 걸음은 그 흐름을 순례하듯 이어 준다.

 

6. 해방촌: 계단과 옥상, 풍경이 만나 멈춘 듯한 시간

  • 촬영지:
    • 후암동 신흥로 20길에서 두텁바위로 40길 방향 계단 (서울 부티크 홍인게스트하우스 방향)
  • 포인트: 뮤직비디오의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하는 해방촌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또 다른 서울의 감성 지역이다. 좁고 높은 골목길과 계단이 독특한 정취를 만들며 근현대 역사의 기억과 침묵이 함께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신흥로20길을 따라가며 찍었던 후암동 사진

고지대에 위치하여 각 골목들 사이사이에서 연출되는 풍경들 또한 인상적이다

영화 기생충 속 도닥다리의 모습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를 맞으며 가족이 내려가는 장면이 근처 도닥다리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 마무리

낡은 계단, 한강의 여백, 철골의 골목, 편의점의 불빛.
때로는 고요히, 때로는 인파 속을 스치듯 흐르는 감정들.
한국 Z세대가 감성을 소비하는 공간들을 호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일본의 Z세대 아티스트가 스며들 듯 지나갔다.

그녀에게 서울은 외지지만 낯설지 않은 도시였는지도 모른다.
일본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던 ‘버스킹 팁 챌린지’처럼,
새로운 공간을 향해 스스로를 던지는 일은
때론 낯선 곳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낯선 도전이라기보단 오히려 익숙한 삶의 방식일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 위에,
그렇게 그녀만의 작은 흔적을 조용히 남겼다.

 


 

| 기타: 

冨岡 愛 Ai Tomoioka - missing you MV 2024.9.18 발표

그녀의 음악 세계는 호주에서 성장하며 들었던 에이브릴 라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서구 음악과 일본 밴드(ZARD, 엘리펀트 카시마시)의 감수성을 고루 흡수한 결과다. 또한 K-팝과 한국의 아티스트, 특히 스키니 브라운(Skinny Brown)을 "직관적으로 멋있다"라고 언급하며 한국 음악에도 깊은 애정을 표현한 바 있다 (2023.11 Vogue Korea 인터뷰).

冨岡 愛 Ai Tomoioka - missing you (Behind The Scenes)

2024.9.20에 발표된 촬영 비하인더신 영상, 쿠키 같은 영상이다. 


한국에서 공연을 꽤 많이 하는 아티스튼데 '25년 4월 27일에도 KT&G 상상마당 홍대에서 단독 팬콘서트가 열린다. VIP는 이미 동 났고 아직 일반표가 남아 있어 가볼까 했는데 이 몸 상태에 한 시간 스탠딩은 너무 부담스러워 훗날 🪑의자가 있는 ㅜㅜ 콘서트 주최 바람을 해보며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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