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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산책길: 되도록이면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삶이 중요한 것 같다

비인두 방사선 치료 후 4년 1개월, 폐 전이 항암 치료 후 1년 1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항암 일지를 쓰면서 지금까지 항상 아직도 어디가 아프고, 또 어디가 아프고... 이런 안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오늘은 괴롭히던 증상과 후유증 중 나아지거나 없어진 것들에 대해 좀 떠올려 보았다. 

항상 아프고 나쁜 것들은 신경 쓰이고 기억하는데, 정작 좋아지거나 없어져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잘 생각 안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암튼 지금 생각할 수 있는 나아진 증상들은 아래와 같다.

1 콧 속의 어마어마하게 큰 농과 코 막힘
2 귀 통증과 이명, 그리고 이관증상
3 구내염
4 손/발 신경통
5 변비
6 미각
7 이물감
8 근육손실
9 각종 정신과 관련 증상들

1. 콧 속의 어마어마하게 큰 농과 코 막힘

숨쉬는 것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다 보니 일상생활을 굉장히 불편하게 하는 증상이다. 콧 속 깊은 곳에 딱 달라붙어서 코로든, 입으로든 빼내기가 진짜 힘든 농 때문에 고생하는데, 빼지는 못하고 계속 쌓이다 보니 어떻게 어떻게 어렵게 빼내서 보면 정말 아주 큰 구슬만 한 농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의 기분은 정말 역하기 그지없기도... 간혹 이비인후과에서 도구로 빼낼 때는 15센티는 족히 보이는 놈이 쭈 우우 욱 하고 나온다. (보조 간호사 분도 옆에서 보다가 깜짝 놀랄 정도)

이런 걸 하루에 2~3번 빼내야 하는데 매일매일 병원에 갈 수도 없으니 사람 미치게 만드는데 이때 코 세척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집에 있을 땐 수시로 해 주고, 외출할 때는 작은 통에 식염수를 담고 다니면서 불편할 때마다 화장실 가서 코 세척을 해 준다. 단, 내가 봐도 역한데, 다른 사람이 보면 얼마나 더 역할지.. 그래서 보통 눈치 보다가 사람 없을 때 후딱 처리하곤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일단 그 엄청난 큰 농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보단 작지만 그 달라붙어 괴롭게 하는건 여전하지만 이전이 10 정도였다면 지금은 2 정도일 듯하다. 여전히 가래를 많이 뱉고 코도 많이 풀곤 하지만 이전 대비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다. 코 세척도 그렇게 자주 하지 않게 될 정도다.

2. 귀 통증과 이명, 그리고 이관증상

청력은 한쪽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사람들과 말할 때 되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일상이 되다 보니 소리도 많이 뭉개지고 입 모양도 읽을 수가 없으니 좀 더 불편해지긴 했다. (지금은 보청기를 끼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굳이 끼지는 않아도 되는 애매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자주 청력 검사를 받는 편인데, 검사할 때 나는 그 화이트 노이즈 소리가 이명 증상과 겹쳐서 잘못 판단할 때가 많아졌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이명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치료 이후에 귀 통증이 종종 찾아왔었다. 막 찢어질 것 같이 아픈 그런. 특히 엘리베이터와 같이 좁은 공간이나 체육관 같이 소리가 울리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있노라면 귀가 웅웅 거림과 동시에 터질 것 같이 아픈 경우도 잦았지만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다.  이전엔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인상 찌뿌리면서 귀를 붙잡고 참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자극 받는 정도가 많이 줄어 들은 것 같다. 특히 통증의 정도 훨씬 많이 줄어 들었다. 

귀 통증이 시작될 때 어쩔 때는 갑자기 큰 통증과 함께 고름이 줄줄 흐를 정도였는데 이 증상은 이제 없어졌다. 그리고 이 귀 이상 때문에 발란스 잡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꽤 많이 완화가 되었지만, 아직 머리 감을 때 눈 감고 서있을 때 종종 휘청이곤 한다.

3. 구내염

하 씨... 진짜 이 놈 때문에 치료 내내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진짜... 아후...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 항암 치료 경험자들은 잘 이해하겠지만 일반인들의 구내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끼손가락 반 정도 되는 사이즈의 놈들이 여기저기 열대우림 만들 기세로 일어난다. 사실 구내염은 치료 끝나면 1,2 주 정도 있다가 사라지긴 하기 때문에 젤 괴로운 후유증인 동시에 가장 빨리 탈출할 수 있기도 하다. 방사선 치료에 의한 구내염의 통증이 10 정도였다면 항암치료에 의한 구내염은 한 5 정도로 기억하는데, 항암 때의 구내염이 훨씬 견디기가 수월 했다. (그만큼 방사선 치료 때의 구내염은 죽을 만큼 괴롭다) 

치료 동안 구내염 약들의 도움을 어느정도 받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진통제 먹어도 아프긴 하지만. 이건 그냥 치료 끝나고 서서히 없어진다.

4. 손/발 신경통

지금으로서는 가장 짜증 나고 힘든 후유증이다.  예를 들어 단추를 못 매고, 동전을 줍지 못하고 할 정도였고 그때는 키보드도 독수리 타법으로 쳐야만 했는데 그래도 제대로 조준이 안 돼서 오타가 나기도 했었다. 발 쪽은 뭐 밤에 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아팠고 수면제 먹고 자도 깰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참 많이 나아졌다. 아직까지 하루 세 번 진통제나 다름없는 뉴론틴을 꼭꼭 먹어야 할 정도긴 하지만 증상 자체는 많이 완화되긴 했다. 아직도 날씨라도 흐린 날이면 약도 안 들을 정도로 저리고 아프고 쑤시고 하지만 쨋든, 초반 힘듦 정도가 10이었다면 지금은 4 정도로 내려가긴 한 것 같다. 일단 일상생활을 불편하지만 꽤 할 수 있는 정도다.

 

5. 변비

암 치료를 하다 보면 진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활 속 불편한 증상들의 관념들이 펑펑 깨진다. 그만큼 강도가 심하게 다가오는데 이 중 변비도 지금까지 인생에서 겪어왔던 놈과는 전혀 다른 우주적 세계관을 가진 무서운 놈이었다. 뭐 일주일 동안 대변을 못 하는 건 다반사고,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지저분해지는지... 근데 그게 또 (심지어 약을 먹고도) 나올 때 가만히 나와주지도 않고 정말 별이 사방 군데 보이면서 기절할 뻔할 적도 참 많았다. 이것도 치료 후 몇 주 정도 지나니 꽤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치료 후 편한 방귀가 나오는 시점이 있는데 그때는 셀레브레이션을 해야 한다. 몸이 슬슬 정상으로 돌아가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아직은 10 중의 7은 설사긴 한데, 일단 하루하루 대변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너무 감사하고 있다. 

6. 미각

이건 방사선에 대한 후유증이다. 비인두암 방사선 치료하면서 환우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미각이 오복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절실히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일단 치료 끝나고 약 4개월 정도 지나서 미각이 돌아오고 매운 것도 점점 먹을 수 있게 된다. 

입맛에 약간 변하긴 하는데 처음엔 신 맛을 잘 못 느끼거나 했는데 지금은 큰 문제는 없다. 근데 옛날에 좋아했던 음식들이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라면. 예전처럼 그렇게 맛있지 않다. 이런 음식들이 꽤 생긴다. 그리고 매운 음식도 예전에 10을 먹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6? 정도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 너무 매운 거 먹으면 탈 나고 하루 왼 종일 고생한다. 함부로 매운 아귀찜 먹었다가 골로 가시는 줄 알았다.

어찌하였건 맛이 강한 음식들은 이제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고, 뭐 젤 중요한 건 저염식을 하다 보니 일반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 회사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모두 다 짜게 느껴지긴 한다. 그래서 국이나 탕 같은 것에 물 부어 먹기 일수다. 이전엔 짠 음식들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거북스럽다고 할까? 근데 이건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저염식에 대한 습관에 대한 영향이 더 큰 것 같긴 하다. 

미각 상실은 비인두암 방사선 치료 때문이고, 일반 항암치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근데 항암치료 때 배식할 때마다 나는 그 음식 냄새가 어느 순간부터 토할 것 같은 느낌이라 배식 시간에 밥 안 받고 어디 도망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한식 냄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치료 완료 후 몇 달은 한식을 못 먹었다. 죄다 양식 위주로만 먹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식도 아주 잘 먹고 있다. 

7. 이물감

먹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었는데, 목의 이물감이다. 1번에서 말했던 그 농이 달랑달랑하거나 달라붙어 있어 삼키려고 하는 음식들이 걜 건드리면서 소름 돋을 정도로 역한 기분도 들고 음식물 삼키는 행위 자체도 힘들다. 지금도 그 증상이 좀 있긴 한데 정말 많이 완화되었다. 뭐 몇 년 동안 겪다 보니 좀 익숙해진 부분도 있긴 하나 느껴질 때의 그 더러운 느낌이 10이었다면 지금은 3 정도? 집이나 가족들과 밥 먹을 때는 느낌이 나면 바로 화장실 가서 가래를 처리하고 오는데 타인들과 밥 먹을 때는 항상 그럴 수 없으니 그냥 꾹 참고 먹는다. (이젠 어느 정도 참을 만하다는 것)

8. 근육 손실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누워서 생활을 하다 보니 근육 손실이 꽤 크다. 치료 끝나고도 한 동안은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혼자 못 일어나고 짐도 거의 못 드는 수준이다. 이건 치료 후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와 관계되는 것 같다. 일단 치료 후 얼마 지나면 좀 살만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생활 운동량이 늘어나서 걷거나 이런 것이 어느 정도 안정된 정도로 돌아오는데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더 편해질 수 있는 것 같다. 

9. 각종 정신과 관련 증상들

몇 달은 수면제와 알프람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그만큼 끊는 것도 힘들었다. 정말 수면제와 알프람 같은 정신 안정제는 무서운 약이다. 하지만 독한 만큼 도움도 많이 되었다. 

치료 중에는 너무 몸이 힘들고, 입원실 침대에 있는 게 지겹도록 힘들고 하다 보니 수면제 먹고 나 자빠져버리는 게 제일 편하긴 했다. 방사선 때는 항암의 무서움도 몰랐고 이것만 지나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잘 버텨내었던 반면, 몇 년 안돼서 폐 전이 의심으로 다시 항암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었다. 

그래서 치료 후에도 우울증까지도 생기고 수면제와 알프람에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굉장히 낙천적인 동시에 어마어마 예민한 까닭에 사회생활이 참 싫은 사람이다. 상처도 많이 받고 열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나랑 안 맞는, 스트레스 줄 기미가 보이면 가능한 선에서 바로 피해버린다. 그 사람들 때문에 내 정신이 좀 먹어가는 게 너무 싫어서. 

일단 우울증 관련은 많이 좋아져서 정신과 치료는 그만둔 상태고, 수면제도 출근 전 가끔 수면 유도제 먹는 정도다. 전에는 꿈도 정말 리얼하고 정말정말 길었었는데 지금은 꽤 짧아지기도 했고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프람도 하루 두 번 먹을 때도 많았는데 (꾸준히 세 번씩 먹는다면 중독으로 가는 스타트 끊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사람 스트레스받아서 못 견딜 때 아주 가끔 한번 먹기는 하는데 전처럼 매일 꼭 꼭 챙겨 먹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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