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작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코로나 이후 자꾸 발생한 오픈 연기 소식에 아쉬웠던 <지금 우리 학교는>을 넷플릭스 오픈한 날 밤새워 정주행 했다. 끝나고 나니 다음 날 아침 6~7시 사이였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별점 3.5! 전작들과 비교 시, <지금 우리학교는> >>>> <지옥> >>> <오징어 게임> 정도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한국 넷오 보다 완성도도 높았고 일단 스케일이 크고 액션이 월등히 좋았다. 생각보다 액션이 괜찮은 하이틴 좀비 드라마 물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보는 와중에도, 이후에도 커뮤니티나 평점 사이트를 확인 해 봤는데 호불호가 엄청 갈린다. 물론 완주 후 평점도 있지만 보지 않거나, 1~2화 혹은 이후 중간에 하차 후 내린 평점들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함부로 평점을 추천하기도 그렇다. 암튼 오픈 첫날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맞는 것 같다.
갠 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다:
장점:
1) 폐쇄적 공간을 활용한 화끈하고 큰 스케일과 액션:
이거 하나로 먹고 들어간다. 학교라는, 어찌 보면 좁고 폐쇄된 공간을 이곳저곳 아주 잘 활용하며 (좁으면 좁은대로, 조금이라도 넓으면 넓은대로) 심지어 스케일 있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
특히 5화 중 박진감 넘치는 도서관 액션씬은 에피소드 중 최고의 연출 중 하나다. 어차피 청불이라 단점으로 꼽진 않지만 좀비물이다 보니 잔인함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대신 타격감도 굉장히 좋다. 튀어나오는 내장이라던지... 살갗을 찍어 먹는다던지.. 이런 건 종종 나옴
암튼 매 에피소드 마다 충분한 액션신을 제공하다 보니 지루함이 덜하고 끝까지 관객을 붙들어 매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서바이벌의 매력을 살린 연출 하나만으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2) 낯설어서 신선한 배우들과 지루하지 않은 캐릭터들
<지우학>에서 액션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일반 대중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듯한 (나만 모르고 있었을 수도...) 어린 배우들의 대거 기용으로 일단 신선하다. 연기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네임드 배우가 없으니 한쪽으로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여유 있게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잘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는 편이다. 당연히 짜증나는 트롤 캐릭터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시종일관 끝까지 관객의 목을 조이진 않는다. 그리고 주요 캐릭터들 마다 그 고유의 특성을 잘 부여한 것 같아 어느 한 사람 필요 없다고 느껴지거나 오버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분배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반장, 조이현. 아마 이쁨, 쿨함, 무쌍, 논리 갑, 리더십, 현실적 심지어 멋짐, 차도녀 알고 보니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이 최남라 캐릭터 때문에라도 정주행 한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 본다. 이 분 필모를 보니 유명한 들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의생의 옥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더라. 오히려 영화 필모가 너무 없어서 아쉬웠는데 <변신>, <기방도령>, 단편 <기령>에 출연했다. 앞으로의 두드러진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다.
그리고 수혁이 캐릭터의 로몬 (박솔로몬) 배우도 인상적이다. 학교에 꼭 하나 씩 있는 일진무리와 거리 둔 쿨한 시라소니 류의 캐릭터인데 풍기는 마스크가 범상치가 않다. 무슨 홍콩에 사대천황 배우들 중 하나 어렸을 적으로 나올만한 느낌을 가지고 있길래 찾아보니 우즈베키스탄-한국 국적으로 나온다. 혼혈인지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안겨준다.
드라마의 좋은 점은 이런 주연 캐릭터만 살리는게 아니라 이 외의 조연급 캐릭터들도 조미료 마냥 아주 잘 살아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메인 캐릭터들과의 조우 이전 서브 스토리를 책임지는 양궁부 궁사 팀은 각각의 캐릭터들도 좋지만, 이들이 모여 이끌어내는 하모니가 더 인상적인 팀이다. 각각 활을 든 궁사들과 창을 든 보병 전사들로 꾸려졌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액션의 케미가 또 한 재미를 더 한다.
요즘 성행하는 근본없고 지나친 국뽕을 싫어하는데 <지우학>에서 보여준 양궁 뽕은 너무 좋았다. 대학 진학도 힘든 예선전에서도 떨어지는 양궁 부지만 전부 영점 사격자들이라ㅋㅋ 오직 한국 배경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 설정! 쏘는 족족 한 방에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이 멋진 모습은 반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타격감 좋고!
애매 한 점:
3) 여기저기 꼬집어 본 사회문제들
단점에 들어가기 앞서 장점이라 해야할 지 단점이라 해야 할지 가장 애매한 요소다. 짧게 줄이면 어필은 하나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장점이라면 "그렇지 이런 게 문제지"라는 문제의식은 일깨워 주는데 그 개수가 약간 필요 없이 많고 제대로 다뤄주진 않는다.
아무래도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보니 학폭에 관련된 문제를 그나마 가장 깊게 다루고 있긴 하다. 사실 좀비란건 단순히 잔인한 쾌락을 안겨주는 단순한 오락 테마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비판으로서의 테마다. 몸은 죽어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드라큘라의 신화적 존재와 완전 반대 선상에 서서 몸은 살아 있지만 정신은 죽어 있는 현대인을 그리는 테마가 바로 좀비다.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탄생한 이후 속편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에서 현대인의 배경인 자본주의와 직접적으로 매칭 시키면 더 심화되고 본격적인 사회비판을 다룬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의 좀비 발원의 직접적인 사유는 바로 이 '학폭' 때문이다.
4) 트롤 캐릭터와 신파:
애매하긴 한데 오히려 장점 쪽으로 두고 싶은 요소다. 트롤/신파 모두 존재한다. 한 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지고 복창이 터질 정도로 질질 끌진 않았다. 잘했다. 아예 없거나 더 빨리 끊어냈으면 좋았을게 한 둘이 아닌데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본다. '이 정도'면 한국영화와 드라마 특유의 진한 신파는 없다고 봐도 된다. 이 정도면.... 그리고 좀비나 크리쳐 물에서 트롤 캐릭터는 공식이나 다름없는데 그게 없으면 또 심심한 건 사실이잖냐....
단점:
5) 불필요한 이야기와 캐릭터들:
위에서 이어 받는 얘기다.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뜬금없는 것들이 많았다. 트롤 씬들, 신파들 등... 4번에서 말한 것처럼 금방 쳐내긴 했으나 그래도 좀 더 깔끔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동영상 씬으로 다음 에피소드까지 우려먹을 줄은.... 3번에서 언급한 사회문제들도 짧아도 어필한 만큼 확실히 풍자나 묘사를 하고 의견을 확실히 내놓거나 결판을 내던지 했어야지 약간 여기저기 오지랖만 부린 느낌이다.
6) 길다:
거의 모든 드라마들의 이 고질적 문제점을 <지우학>도 벗어나진 못했다. 스토리를 보니 영화로는 좀 부담스럽고 6~7편 정도면 굉장히 깔끔하고 긴장감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여느 드라마들이 늘 그렇듯이 시청시간 때우기 식의 늘려놓음.. 편 당 길이도 어? 오프닝 포함 한 30~40분 정도로 하고! 제발! 이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뭐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해는 되겠지만 하나의 작품으로서 보는 관객 관점에서는 정말 아쉽고 그지 같긴 한 점이다.
다이하드의 하이틴물 같은 느낌이다
재밌게 정주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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