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서 로또도 한 장 삼

근현대의 옛 정취가 남아있는 여수 중앙로 주변을 거닐었다. 이젠 상권이 낡아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괜찮은 맛집을 찾는 막연한 재미로 점심 먹을 식당을 물색 중이었다. 그러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대로변에서 이색적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외관

바로, 예티투 리틀인디아(Yeti2 Little India).

여수에서 인도-네팔-티베트 음식? 외관과 살짝 엿보이는 인테리어가 심상치 않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직원분마저 현지인이라 여수에 자주 오는 편도 아니고 '이건 그냥 지나치면 안 되겠다'는 촉이 발동했다.


 

소박한 동네 식당 같은 내부 분위기

안으로 들어서니 히말라야 어딘가 작은 동네 식당에 온 듯한 소박함이 인상적이었다. 이 여수라는 바다 도시에서 마주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네팔을 상징하는 쿠마리 여신 소품들이(가운데) 특히 인상적이었다.

소박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소품과 장식 구성을 보고 있자니 인도 쪽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히말라야 문화권의 결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네팔의 쿠마리 여신 관련 소품이 그러한 느낌을 더하며 흥미를 돋운다.

인도산 선풍기인 줄

콩깍지가 씌었는지 별게 다 그렇게 보인다. 한국산 선풍기인데도 괜히 인도에서 온 물건처럼 느껴졌다(색상 때문인가..).


 

인상적인 요즘 인도 힙합 플레이리스트

가게에서 들었던 인상적이었던 음악 중 하나, Nadiyon Paar (Let the Music Play)

특히 매장에서 틀어주는 플레이리스트가 인상적이었다. 국내 인도 식당에서 흔히 들리는 정통 음악이 아니라 요즘 현지에서 유행할 법한 힙한 인도 힙합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게 아주 신선했다. 그렇다, 이곳은 인도 음악 맛집이기도 했다!

뮤비 중

이런 식으로 마주하는 플레이리스트와 비트에 흥이 더 했는데, 도중에 컴플레인이 들어와 소리가 점점 줄더니 결국 아예 꺼버려서 매우 아쉬웠다. 객관적으로 볼 때 시끄럽게 틀지도 않았는데... 췟! 근처 다른 가게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순신 광장 떠나가라 노래 틀더구먼...-_- 


 

메뉴와 주문

메뉴판
네팔-티베트향 메뉴 ❘ 이미지 출처: 구글맵

메뉴 구성의 중심은 분명 인도 음식이지만 초우면(Chowmein)이나 툭바(Thukba)같은 네팔과 티베트 계열 메뉴도 눈에 띈다. 나중에 오면 먹어 봐야지.

인도스페셜세트 : 1인,2인 메뉴 구분되는 것 보니 혼밥 1인 세트도 가능한가보다 ❘ 이미지출처: 구글맵

첫 방문이라 시그니처로 보이는 인도스페셜세트 B를 선택했다. 2인 35,000원 일반 세트 대비 8,000원을 더 내면 "두 가지 카레 자유 선택 + 사모사 +왕새우 탄두리 추가"

커리는 치킨/램/새우/야채 네가지가 있다 ❘ 이미지출처: 구글맵

매콤한 걸 좋아해서 카레는 맵기 기준으로 골랐다, 치킨은 제일 매운 빈달루, 양고기는 두 번째 매운 단계인 티카마살라로 (다음에 갈 기회가 있다면 야채카레 쪽도 맛있어 보였다).

맵기 순서가 명확히 표시돼 편했다: 
[순한 맛] 마카니(Makhani) > 마살라(Masala) > 코르마(Korma) > 팔락(Palak)
[매운맛] 도파야자(Do Pyaza) > 티카 마살라(Tikka Masala) > 빈달루(Vindaloo) 

 


인도스페셜 세트 B 서빙 시작

가게에 손님이 우리뿐이어서 그런지 배식은 꽤 빠르게 나왔다.

사모사, 탄두리는 이미 좀 먹었고, 뚝배기 라면은 안나온 상태임

그린샐러드: 스타터로 입맛 돋우거나 중간중간 리프레시하기 좋음

플레인/망고 라씨: 달달하고 색감 예쁨. 입가심 최고

사모사: 바삭한 군만두 느낌의 튀김옷과 부드러운 감자

왕새우: 비주얼 업 시켜줌. 버터랑 같이 구운 듯

탄두리 치킨: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움. 

치킨 빈달루: 매콤함이 한국인 입맛에 딱. 중독성 있음

램 티카 마살라: 그렇게 맵진 않음

: 큰 사이즈로 든든. 밥과 교차하며 커리 먹는 맛!

(서비스) 뚝배기 라면: 뚝배기 비주얼 귀엽. 인도 요리 + 라면 국물 케미가 신기하게 좋음

 

그린샐러드, 살짝 새콤달콤한 망고향 소스와 신선한 야채들이 탄두리나 카레가 입에 물릴 때 리프레시 용으로 먹기 좋았다.

플레인 라씨와 (딸기를 고를까 고민하다 선택한) 망고 라씨. 수제 요거트스럽게 진하고 색상도 예쁘고 달달하니 좋다. 식사 중 입가심으로 딱이다. 내가 두 잔 다 먹음. 

사모사, 우리나라로 치면 군만두. 카레향을 담은 속살도 가득 차있다. 특출 난 맛은 아니지만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다.

왕새우, 탄두리 접시에 같이 나온다. 비주얼에도 도움 되는 맛. 뒤집어 보면 버터가 입혀져 있다. 

탄두리, 퍽퍽하지 않아서 좋았다. 같이 주는 소스도 괜찮은데 사모사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드디어 커리가 나왔다.

치킨빈달루, 매콤~한 것이 딱 좋다. 한국인의 매운 입맛에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 양고기를 좋아해서 시킨 램 티카 마살라. 치킨 빈달루의 맵기가 더 강해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괜찮았다. 양고기 자체는 소고기 뭇국에 들어가는 고기처럼 약간 쩍쩍한 식감이 있는 편인데, 개인적인 선호는 아니었지만 그 채소와 양념과 함께 먹으니 맛있었다. 

난은 큰 사이즈가 나온다. 탄두르에서 구워 나온 비주얼과 나쁘지 않은 맛. 인도 음식점에 오면 밥과 난을 교차하면서 먹는 맛이 좋다. 

먹던 도중 조근조근한 말투로 네이버리뷰를 하면 뚝배기라면을 준다고 하셨다. 보통 귀찮아서 리뷰 이벤트는 안 하는데 인도음식점에서 라면이라는 점이 특이하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음식 맛도 좋아서 어차피 포스팅을 할 겸 응했다. 네이버 말고 티스토리 올려도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신다.

다른 음식 먹느라 건더기는 거의 먹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국물을 떠먹으니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인도 요리의 뒷맛을 개운하게 잡아주는 리프레시용으로 딱 좋았다. 인도 음식 + 라면국물 조합은 처음 맛보는데 케미가 꽤 괜찮았다. 미니 뚝배기라 비주얼도 귀엽다.


총평: 여수에서 만난 뜻밖의 이국적인 '혜자' 맛집 

전체적으로 양도 넉넉하고,
서빙은 빠르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

작은 이국적인 동네 식당 같은 분위기,
요즘 감성의 인도 음악,
그리고 여수라는 장소에서의 희소성.

구글 리뷰를 보면 외국인 리뷰가 특히 많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정통 인도식은 아니다'라는 부분. 네팔인이 만든 퓨전 느낌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식적으로 어디까지 정통인지 따질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서 먹어본 인도 음식점들 중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다만 인도음식 특유의 향신료 향이 굉장히 약한 측면은 꽤 아쉬웠다. 

리뷰들을 보면 가격도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2인 스페셜 세트가 총 43,000원에 이 구성, 양과 퀄리티라면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 보인다. 상다리 부러지는 전라도 밥상에 어울린다. 특히 여수에서 유일한 인도 음식점이라는 희소성까지 더하면 이곳은 충분히 ‘혜자’라는 말이 아주 과하진 않다.

위치: 이순신 광장 근처 (전남 여수시 중앙로 64)
영업: 11:00~22:00
주차: 불가능

 

'예티투(Yeti two)'에 담긴 의미

GPT로 그려본 예티

상호에 들어간 ‘예티(Yeti)’는 히말라야의 전설 속 설인(雪人)을 뜻하는 티베트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여기에 '투(2)'를 더한 것은 히말라야로 연결된 음식문화의 상징뿐 아니라 가게에 계신 두 분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 아닐까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알고 보니 홍대점(예티)이 2010년경에 오픈한 본점이고 두 번째 예티라는 의미에서 2021년 여수점(예티투)과 2023년 신촌점(예티 2)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왜 네팔 사람들이 여수까지 와서 이런 소박한 음식점을 하고 있을까 사연이 계속 궁금했는데 분점이었다니... 암튼 카레가 먹고 싶으면 홍대점도 가봐야겠다.

GPT로 여수에서 음식 조리를 하고 있는 예티를 그려봄

여담으로 이곳 여수점 직원분들에게선 비즈니스적인 친절함을 넘어선 선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엄청 친절하시다. 조근조근하고 조심스러운 말투 때문에 한국어로 소통하더라도 외국인과 대화한다는 어색함이 금세 사라진다. 추가로 한국어 발음도 좋으심.


 

 

네이버지도

예티투 리틀인디아

map.naver.com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