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을 10대로 보낸 Z세대 디지털 네이티브가 등장하며 복고의 중심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
Part 1의 연속선 위에 두어지는 네 명의 아티스트를 다루는 2탄이다.
- 브린 (BRYN)
- 루시갱 (LUCI GANG)
- 유명한아이 (YUMEWANAII)
- 페어리 마이 (Fairy Mai)*
(Part 1 보러 가기 → Effie / The Deep / 노덕순)
🌀 하이퍼팝/힙합 레트로 뮤비에 담긴 Z세대의 디지털 기억법 | 파트 1/2
Z세대가 기억하는 2010년대는 VHS보다 DV, 아날로그보다 로우 한 디지털이다.EffieThe DeepNoducksoon 2010년대 후반 시티팝이 유행하던 시절엔전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상상하며 따라가는 복고의 느낌
electronica.tistory.com
| BRYN 브린
‘Dry’는 매우 선명한 고화질이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VHS 노이즈, 글리치, 웹캠 샷, PIP 프레임 등으로 불완전한 디지털 질감을 얹는다. 영상은 디지털 핸디캠 특유의 살짝 기울어진 앵글, 손떨림, 저조도에서의 거친 그레인 같은 요소들을 복원한다. 배경이 일본이라는 점도 아날로그-디지털 사이의 공간적 감각을 강화한다.
스티커 사진기에서 나온 듯한 버블 폰트, 워드아트 스타일의 텍스트, 난잡한 스크랩북 구성, 스티커 그래픽 등이 반복적으로 화면을 장식하며 잘 정돈된 이미지 위에 지속적으로 오류를 주입하는 듯한 키치적 연출을 보여준다.
| LUCI GANG 루시갱
‘쿵쿵쿵’ 뮤직비디오는 DV캠 특유의 저해상도 질감의 4:3비율 영상 속, 콘크리트 바닥과 한국 골목과 같은 특유의 날 것스러운 배경이 어우러지며 거친 사운드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캠코더는 JVC Everio GZ-MS100으로 보이는데, 2008년 출시된 이 모델은 SD/SDHC 기반 보급형 디지털 핸디캠이다. 코니카 미놀타 렌즈와 야간 촬영 모드를 탑재했고 당시의 유튜버들을 겨냥했었다.
실제로 MV를 저 캠코더로 촬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등장 자체만으로도 MV전체의 디지털 노이즈와 불완전한 색감의 연출과 함께 디지털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 유명한아이 YUMEWANAII
유명한아이의 뮤직비디오는 시각적으로는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했던) 레트로 이펙트가 그리 강하진 않다.‘금천구 독산로’ 정도가 DV로 직접 촬영한 느낌의 영상으로 인해 교집합을 이루고, ‘빌고 빌었지만’은 곳곳에 VHS/그레인 등의 이펙트가 삽입되어 있는 게 눈에 띄는 정도다.
다만 그녀의 음악 속 자전적 서사와 지역적 배경이 그 시절의 감정을 생생히 호출하며 ‘다큐멘터리’ 같은 경험을 준다. 따라서 영상보다는 가사의 호소가 더 강한 음악을 구사한다.
가족을 위해 가난과 굴욕을 참아낸다는 다짐의 ‘Ride or Die’, 사랑조차 분수에 맞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조던’, 서울 외곽의 동네에서 자신만의 좌표와 안식처를 되찾는 ‘금천구 독산로’까지—유명한아이의 음악은 한 세대가 경험한 어떠한 한 ‘생존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004년의 한국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이다. IMF 이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신용불량, 취업난 등-를 다룬 2000년대식 청년 파산 선언서이다. 아마도 유명한아이의 음악 그리고 뮤비들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낙후된 지역과 골목, 그 속의 안팎 풍경 등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 같다(꽤나 하드한 영화기 때문에 맘 잡고 보는 것을 추천하다).
| 마무리
기록과 표현 수단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세대는 어린 시절 DV 핸디캠으로 찍힌 가족 영상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고 웹캠, 싸이월드, UCC 같은 저해상도 디지털 문화 속에서 자랐다.
그리고 10대 시절부터는 스마트폰 기반의 고화질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
사회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불황, ‘헬조선’ 담론,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구조적 스트레스가 지속되었고 그 속에서 아이폰, 카카오톡·페북·인스타그램, LoL·배틀그라운드, 넷플릭스·틱톡 등 디지털 기술과 문화는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러한 이중적인 경험 위에서 만들어진 Z세대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는 저해상도 디지털과 고화질 스마트폰 사이에 걸친 기억을 ‘디지털 노이즈’라는 언어로 되살려낸 동시대적 자기서사이자 감각의 아카이브라 할 수 있다.
[1996 ~ 2002년생 Z세대가 10,20대(2009-2024) 동안 맞닥뜨린 주요 이슈·문화 키워드]
2009 |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 첫 아이폰(3GS) 국내 등장, 싸이월드 막바지 |
2010 | 등록금 인상 → 반값 등록금 집회 | 카카오톡 출시, LoL·피파온라인 등 PC방 세대 교체 |
2011 | 3포세대 - 주거/연애/결혼 포기 담론 | 스마트폰 보급 급속화, 카톡·페북 일상화 |
2012 |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 수 30억 돌파 | K-Pop 붐 |
2013 | 대학 등록금 최고점, 비정규직법 논쟁 | 인스타그램 |
2014 | ‘헬조선’ 유행어 확산 | 이통3사 아이폰 출시 (아이폰6) |
2015 | 청년실업률 10 % 돌파, 공시·자격증 열풍, N포세대 담론 |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먹방·ASMR |
2017 | ‘가즈아’ 암호화폐 광풍, 영끌·빚투 욕망 | e스포츠, 인스타 인플루언서 |
2018 | 최저임금 인상 → 편의점 알바 단축·해고 논쟁 젠더갈등 심화 |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문화 |
2020 | 코로나19 팬데믹, 비대면 수업 | Nintendo ‘동물의 숲’, Zoom·슬랙·OTT 생활화, 리셀문화 |
2022 | 집값·금리 동반 급등, 2030 ‘영끌 부채’ 최고치 | ZEPETO·메타버스 밈, 숏폼(틱톡·릴스) |
2024 | 물가·월세 상승, ‘고정비 지옥’ 담론 | AI 생성 이미지·챗GPT 체험 붐 |
| 번외: 페어리 마이 Fairy Mai
페어리 마이는 한일 합작 걸그룹 eite 출신으로 인디아티스트가 아닌 아이돌 기획색이 묻어나는 프로젝트라 번외로 뺐다. 레트로를 추구하는 걸그룹 MV 영상은 현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페어리 마이의 ‘Light Please’는 강렬하고 인상적인 사운드와 레트로 무드를 보여준다.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DV와 VHS 질감, 워드아트, 스티커, 웹캠 샷 등의 레트로 이펙트뿐 아니라, 고질라나 울트라맨 같은 일본 괴수물, 마블 시리즈, ‘체인소 맨’, ‘진격의 거인’처럼 도시형 크리처물 감성도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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