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의 니콜 키드먼 주연 <Expats>의 한국어 제목은 <주재원>이다. 근데 통상 '주재원'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해외에 파견되어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직원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제목이 좀 아쉽다. 이야기는 그런 '주재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해외에서 어느 일정 기간 동안 살아가며 그 공간 안에서의 삶과 정체성을 느끼게 되는 시점과 그 이상까지 포괄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해외 거주자들, 이방인, 외지인, 유랑자 이런 모두...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리즈 자체의 깊이는 좀 떨어진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현재의 홍콩을 ('Expats'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담아내는 '참으로도 모순적인' 영상의 비주얼이 거의 압권에 가깝다. 스토리 보다는 영상에 빠져 감상했다. 중국으로의 반환과 우산혁명, 민주화 운동을 거쳐 지금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제 "그 시절의 홍콩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절대적일 텐데 이 시리즈에서 담아내는 홍콩의 모습은 옛날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여전히 이국적이고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홍콩은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 최근 모습을 보는게 상당히 반가웠고, 그곳을 떠나 잊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새로운 매력의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익스팻츠>의 촬영지를 하나둘씩 랜선으로 찾아보았다.
다소 비루한 시리즈를 통틀어 딱, 두 개의 대사가 마음을 후벼 팠는데, 하나는 백인 부인과 동양 남편이 (홍콩에선 상류사회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대륙에서 온갖 역경을 겪는 이유가,
"내가 당신처럼 백인이 아니어서 그래",
그리고 로컬 홍콩인인 친구 찰리가 한국인 expats인 머시에게 날리는 대사였다. 홍콩 민주화 운동 중,
"It is not your Fight! 이건 너의 싸움이 아니잖아!"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 초반에 주인공 중 하나인 Mercy (유지영 분)가 당당히 행진을 하는 인상적인 신이 있다. 나는 이걸 "Mercy's March 머시의 행진" 신이라 개인적으로 부르는데, 어쩌다 친구인 찰리는 로컬 홍콩인으로서 현실을 마주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고, 외지인 Expat인 Mercy는 그 시위 상황을 떠나 또 다른 자신의 현실을 마주하려 당당히 행진하는 신이다. 모순적이지만 둘 다 홍콩에서 사는 홍콩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Capital Cities의 <Safe and Sound>가 흐른다 (지금도 이 노래 1시간 재생을 틀어놓고 쓰는 중). 노랙의 제목은 무사히, 안전하게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다. 1분 남짓한 일련의 영상들은 아름다운 홍콩의 스폿들을 보여준다.
바로 그 장소들을 찾아보았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너무 단서가 애매해서 찾지 못했지만 중간에 펼쳐지는 여러 홍콩의 스폿들을 랜선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이 신의 주요 촬영지는 위와 같다. 아래는 순서다.
- 섹깁메이 Shek Kip Mei @ Sham Shui Po
- 코즈웨이베이 존 서브스테이션 Causeway Bay Zone Substation
- 올림픽 다리 Olympic Bridge @ Causeway Bay
- 센트럴의 스파이럴 계단 Spiral Staircase @ Central
- 초이홍 아파트 Choi Hung Estate @ Kwoon Tong
- 짐미 다리 Jimmy Bridge @Kowloon Bay
1. Shek Kip Mei 섹깁메이 아파트
삼수이포 Sham Shui Po의 포토스폿이다. 위 사진을 찍은 bluelapisroad.wordpress.com 블로거가 얼추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샷을 찍었는데 보니까 함부로 이 샷을 담을 수는 없다. 셉긱메이 건너편 가든힐 Garden Hill이라는 언덕을 올라가야지만 찍을 수 있는 구도다. 위에는 주민들이 애용한다는 운동장이 있다. 야경 포토존으로도 유명한가 보다. 유튜브로 확인해 보니 다들 핵핵 거리는데 정상에 올라가 내리막으로 가는 중간에 이 샷이 잡힌다.
가든힐은 350m의 언덕이라고 하는데 과연 6분 만에 올라갈 수 있을지...
2. 코즈웨이베이 존 서브스테이션 Causeway Bay Zone Substation
셉긱메이 아파트에 이어 잠깐 잡힌 머시가 지나가는 곳인데, 촬영지 찾을 때 가장 난이도가 컸던 곳이다. 저 벽무늬와 똥그란 원 두 개로 어떻게 찾아야 할지... 결국 Reddit 커뮤니티의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찾을 수 있었다. 진짜 이런 곳은 어떻게들 찾아내는지 알려준 이도, 촬영한 이들도 정말 대단하다.
홍콩 전력회사 자료를 찾아보니 이 곳은 홍콩섬 쪽 전력을 공급하는 중요한 발전소다.
3. 올림픽 다리 Olympic Bridge @ Causeway Bay
코즈웨이베이의 올림픽다리를 보면 이 구도에서 3개가 있는데 왼쪽은 붉은색, 중간이 올림픽의 오륜 색상, 오른쪽에 파랑 색상의 계단이 있다. (뒤에 문어발처럼 녹색도 있고 노랑색도 있고..) 발전소에서 바로 이어지는 신은 이미 머시가 동그라미 방향을 바라보며 저 위를 걷고 있었고, 그다음에 이 오륜색의 중간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4. 센트럴의 나선형 계단 Spiral Staircase @ Central
줄곧 오른쪽을 향해 '횡'진하던 머시가 이번에는 나선형 계단을 돌며 오른다. 나선형 구조 때문에 당시 머시의 혼란스러운 내면 상태, 복잡성, 도망갈 수 없는 상황, 심리적 갈등의 상황에서도 이 곳을 힘차게 오르는 모습은 반대로 또 정신적 상승을 상징하는 것 같다. 직각의 하강의 동선을 찍는 카메라와 그에 맞서 계단을 오르며 상승의 동선 움직임을 펼치는 잠깐이지만 대립적인 머시의 신이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홍콩의 아이콘 같은 빌딩들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지역이다. 노란색이 나성형 계단 촬영지고, 파란색 지역은 <영웅본색 2>의 오프닝과 <천장지구>의 오천련이 웨딩드레스 입고 유덕화를 찾아 달리는 신으로 유명한 가든 로드 고가도로와 인접해 있다. 코알라 빌딩으로 알려진 립포 센터 육교에서 바라보면 I.M.Pei의 뱅크오브차이나 빌딩 그리고 구도를 바라보면 노먼 포스터의 HSBC까지 잡힌다.
5. 초이헝 아파트 Choi Hung Estate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이미 유명한 알록달록 인스타그래머블한 초이홍 아파트다. 저 농구대를 찾아가서 찍으면 된다. 쿤통 Kwoon Tong 구역에 있다.
다만, 농구대는 저리 많으니, 직접가서 딱 맞는 구도를 찾아야 할 듯 보인다.
6. 짐미 다리 Jimmy Bridge @Kowloon Bay
짐미다리인데 작 중 머시가 상탈 조깅 남성들을 스쳐가는 구조다. 딱히 맘에 드는 신은 아니지만, 암튼 여기는 구조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여서 직접 가보고 저 색상을 찾아야 정확한 촬영지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로맨틱 코메디 영화, <담배 연기 속에 피는 사랑 志明與春嬌 >의 배경에도 등장했던 곳이다.
사실상 해당 신 편집 동선은 위와 같다.
섹깁메이를 시작으로 스프링 형태의 동선을 보여준다.
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머시의 반등?
주식의 반등이면 좋을텐데 말이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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