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프닝 시퀀스 바로 후 이야기가 시작되며 가게에서 도둑질하다 걸린 철딱서니 없는 아빠를 엄마 같은 딸내미가 꾸짖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사진은 영화 상 구도보다는 약간 가까이서 찍었는데 주변의 가게나 간판들이 많이 변하지 않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사카 최고층 마천루인 '아베노 하루카스 300'이 배경으로 보이는 오사카, 아니 일본 대표 슬럼 지역의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근데 말이 슬럼이지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었다).
<실종 さがす> 2021. 스릴러/미스터리/범죄/드라마 | 일본-한국 제작 감독: 가타야마 신조 | 출연: 사토 지로, 이토 아오이, 시미즈 히로, 모리타 미사 | 넷플릭스-왓챠-웨이브
연쇄 살인마를 목격후 포상금 탈 생각에 들떠 있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그를 찾아 나서는 당찬 딸의 이야기다. 비교적 빠른 전개 속에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인 영화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조감독을 맡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도 최근 한국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아 그런지 아니면 둘 다 인진 몰라도, 한국 스릴러물의 감성도 느낄 수 있는 점이 재밌다. 영화에 출연하는 모리타 미사가 주연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조감독 후 첫 상업영화 감독작이다. 이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인 <간니발>도 연출했는데 역시 감독이 보여줬던 원작 만화의 서늘함과 긴장감을 잘 살린 연출이 좋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니발> 시즌2는 드디어! 2025년 3월19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인데 다른 날 오전 11시경에 또가서 찍은 풍경이다. 이곳 좌우측 방향으로 쭉 가면 영화의 또 다른 촬영지들이 펼쳐진다. 좌측으로는 도부스엔마에 역, 우측으로는 이마이케역 계단. 기차 선로를 따라 쭉 펼쳐지는 긴 골목길인데 같이 길게 늘어선 자전거들과 왼쪽의 건물들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니시나리 내 아이린(구 가마가사키) 지역 중 노동센터 건물 쪽보다는 덜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숙소가 니시나리 1초메에 있어서 이곳으로 올 때 왼쪽의 저 토끼굴 같은 곳을 지름길처럼 왔다 갔다 했다. 기차선로 바로 밑에 위치해서 키 큰 사람이면 약간 숙여야 할 정도로 낮은 곳이다.
토끼굴 같은 지하 통로 통과 할 때 (2초메에서 1초 메 방향으로)
저기를 지나 1초메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우측에 보이는, 레트로 감성의 이자카야 같은 곳이 있는데 한번 가보았으면 좋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곳이었다 (방문대랑 딱히 시간이 안 맞았다). 그냥 저 맥주 박스들 쌓아서 의자랑 테이블이랑 하는 듯한 외부 좌석 가판 느낌의 감성이 좋았는데 영업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아쉽게도 없다. 타치노미 긴지 立ち飲み 銀仁라는 곳으로 오사카 대표 서민음식인 튀김꼬치, 쿠시카츠가 저렴하고 맛있나 보다 (tabelog 평점 3점).
암튼 촬영지의 위치는 위와 같다 (철로 좌측 녹색지역 코너 아래 끝 부분). 2-chōme-1 Haginochaya, Nishinari Ward, Osaka, 557-0004 일본
성 라우렌시오 거리의 100살이 훌쩍 넘은 가톨릭 학교, Instituto Salesiano.
| 황추생의 먹방 장면: 인상적인 디테일 영화 <이사벨라>는 '99년 중국 반환 직전 마카오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주인공 싱(두문택 분)의 상사 캐릭터인 황추생은 영화에서 딱 세 번 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모든 장면이 먹방(훠거, 국수, 빵)이다 (마카오 배경인 홍콩 영화, <Exiled>를 찍을 때 잠깐 짬 내서 출연했다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도 있다).
오로지 두 캐릭터(싱과 이사벨라)에 집중된 영화의 서사 속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키며 여유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카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정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 성 라우렌시오 거리와 살레시아노 학교
황추생의 세 번째 먹방 장면은 싱과 차 안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씬으로 그 직전에 주인공들이 성 라우렌시오 거리(R. de São Lourenço)를 배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건물은 1906년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포루투갈 식민지 시대의 건축 감성이 녹아든 가톨릭 학교인 Instituto Salesiano (聖中教育活動中心)다.
|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바라보며
나름 근대적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등지고 뒤로 돌면 고전적인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게 바로 마카오 거리를 거닐때의 매력이다). 16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과거에는 앞쪽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당 주변은 현재처럼 콘크리트 바닥으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마카오의 역사적 변화와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 속 학교 건물 배경 장면은 저 계단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했을 것이다. 또한 황추생이 세 번째 먹방 때 차를 세우고 싱을 부른 장소 역시 바로 이 돌계단 바로 앞으로 보인다.
|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나먼트와 공간의 리듬감
성 라우렌시오의 한자는 風順(풍순)으로, '순조로운 바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부와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던 만큼 육지에 남은 가족들은 저 돌계단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로 떠난 뱃사람들의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고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계단을 오르면서 느꼈던 엄숙하고 신성한 기운은 당시의 사람들이 간직했던 희망과 염원을 떠올리게 했다. 기백년 전의 이야기라는게 신기했다.
성당 앞 계단과 주변 구조물에서 발견되는 타원형 오나먼트와 포르투갈 스타일의 모자이크 바닥은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공간에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하며 역사적 맥락이 현재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특히, 싱과 이사벨라가 거리를 배회하던 장면은 1999년 중국 반환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복잡한 정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감성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 성당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16세기에 지어진 후 1846년에 재건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두 개의 정사각형 종탑과 중앙부의 브로큰 페디먼트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한 주변의 야자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저녁 조명 아래에서 성당의 베이지색 외벽이 민트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 마카오 국기의 색감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연출은 성당의 신성함을 극대화하며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과, 싱과 이사벨라의 배회 장면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 주변에서 촬영된 것은 이 장소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마카오의 복합적인 정취와 정서를 한층 깊이 전달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 나머지 스냅샷들
포루투갈 감성이 적절히 섞인 듯한 영화의 OST 중 'She Stalks'. 영화의 OST도 참 들을 만하다. 한 번 들어보는 것 추천.
영화 <후쿠오카>에서 제문과 소담이 처음 숙소로 들어가는 장면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아직은 모호한 이들의 관계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우당탕탕 떠난 여행이라는,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초반부에서 이 장면은 관객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흥미로운 도입부로 기능한다.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제문이 꿍시렁 대는데 소담이 날씨 너~무 좋다! 하면서 대화를 뭉개며 같이 들어가는 장면. 제문: 키는 어디서 낫어? 사람도 없고 카운터도 없는데? 소담: 편하잖아요? 굳이 얼굴 안 마주쳐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이런 거 에어비엔비... 아저씨 모르죠? 제문: 에어비엔비... 나도 알어. 소담: 지하에 있다가 나오니까 좋죠?
소담의 발랄함과 제문의 투덜거림이 묘하게 어우러져 영화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 장면은 후쿠오카 남쪽의 조용한 골목길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후쿠오카>의 촬영지 중 가장 찾기 어려웠던 장소다. 대부분의 촬영이 후쿠오카 메인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위 노란색 박스 범위) 이곳은 유독 남쪽에 혼자 동떨어져 있어 (빨간색 박스) 찾는 데 한참을 헤맸다.
심지어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후쿠오카 최대 축제인 하카타 기온을 뒤로하고 찾으러 온 촬영지다.
맨션 입구는 안 쪽 골목길에 있다.
한 분이 이 제문이 서 있던 공간에서 꽤나 오랬동안 담배를 피고 있어서 앞에서 '이츠 오완다요? 하는 식으로 기다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다 한 대 맞을 듯 ㅋ) 해서 담배 다 필 때까지 빌딩 주위를 한 세바퀴 돈 것 같다 ㅎ.
영화에서 첫날밤 제문이 숙소에서 바깥 대로변을 발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숙소의 분위기와 공간감을 잘 보여준다.
이 장면의 배경은 건물의 뒤 쪽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영화 속 맑은 날씨와 달리 비가 꽤 내리던 날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가보니 대로변이 펼쳐져 있었고 공간 구성의 특징이 흥미로웠다. 주거 공간은 골목 쪽에 위치하고 대로변 쪽으로는 등을 지는 형식으로 프라이빗 공간과 퍼블릭 공간을 명확히 구분한 설계로 보였다. 건물의 뒤쪽 외관은 공공적인 파사드로 활용되고 골목에서 진입하면 주거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대로 외부에서 진입하면 가게나 다목적 공간 등 공공적인 시설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공간의 기능을 명확히 나누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름은 신 다카사고 멘션 빌딩이라는 곳이다. 주오구의 키요카와라는 곳에 있다. 1977년 준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로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대적인 주거 및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라고 한다. 1층에는 '키요카와 로터리 플레이스'라는 복합 상업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고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디자인 사무소와 카페 등이 입점해다. 텐진과 하카타 같은 주요 도심과 가까워 직주근접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라고 한다. (위 공홈에 들어가 보면 빌딩 디자인 이야기와 다양한 오피스/주거 공간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구글 지도 주소는 다음과 같다. 新高砂マンションビル, 2-chōme-4-29 Kiyokawa, Chuo Ward, Fukuoka, 810-0005
| 번외 이야기
구글 지도에서 본 신 다카사고 멘션 옆 건물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이자카야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의외로 감성적인 숙박 시설이었다. 100년 된 집을 리노베이션한 곳으로 에어비앤비에서 확인해 보니 1박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압도적으로 레트로스러운 외관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지만, 가격대를 보고 감상만 하기로 했다. 이런 독특한 숙박 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닥터 스트레인지 (2016)>에서 생텀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지구를 지키는 마법 거점으로 뉴욕, 런던, 홍콩 세 곳에 위치한다. '생텀(Sanctum)'은 신성한 장소를 뜻하지만 여기에 그 중에서도 더 신성하다라는 '생토럼(Sanctorum)'이라는 표현을 더해 마법사들의 본거지이자 지구 방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의미를 강조한다. 특히 홍콩 생텀은 영화의 역/정방향 전투신이 15분 동안 숨 가쁘게 펼쳐지는 배경으로 등장하며 아카데미 VFX 부문 후보로도 주목받는데 한몫 했다.
| 홍콩 생텀 생토럼의 위치와 제작
영화에서 홍콩 생텀 전투신의 배경은 카메론 스트리트 (Cameron St.)와 프랫 애비뉴 (Prat Ave.), 카나본 로드 (Carnarvon Rd)와 채텀 로드 사우스 (Chatam Rd. S.) 사이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이 일대를 쫙 스캔 한 후 실제 촬영은 영국 롱크로스 스튜디오에 240여 미터 길이의 세트를 만들고 진행하며 CG로 재창조되어 마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고.
다만 실제 홍콩 생텀의 모티브가 된 건물이 위치한 곳은 프랫 애비뉴에서 3.5km 떨어진 프린스 에드워드역 근처 라이치콕 로드에 있다. 마블 영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마블 생텀 특유의 동그란 비샨티 문양 창문의 유무다. 홍콩 생텀의 디자인과 역파괴 전투신이 어떤 방식으로 촬영 되었는지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홍콩 생텀의 모티브: 레이싱춘 (Lui Seng Chun) 빌딩
레이싱춘(雷生春) 빌딩은 1931년 광둥 출신 사업가 레이 량(雷亮)에 의해 설립된 상가주택으로 1층은 전통 약국, 상층부는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레이싱춘 (뇌생춘)'이라는 이름은 약국의 약이 환자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생명력을 가져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레이 량 사후 가족들이 떠나며 1980년대부터 방치되었지만, 가족들은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며 이를 2000년 홍콩 정부에 전례 없이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후 2003년 소유권이 홍콩 정부로 넘어가 보존 및 레노베이션이 진행되었다. 홍콩 초기 근대 건축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22년 1급 역사건물로 지정되었으며 (한국으로 치면 국보 1군 멤버들 중 하나 정도로 해석, 홍콩은 1'호' 개념이 없음), 현재 홍콩 침례대학교의 중의학 센터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홍콩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홍콩의 그레이드 1등급 건물은 '24년 기준 총 177개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홍콩 AAB (문화재 위원회) 홈페이지로 가서 그레이드 별 (1~3) 건물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이나 역사적 건물 탐방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여행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 건축적 특징:
레이생춘(Lui Seng Chun) 건물은 삼각주 형태의 도로 교차점에 위치한 대표적인 통라우(Tong Lau, 중국식 상가주택, 우리나라로 치면 주상복합인데 서민형 주상복합 같은거?)로 실용적 중국 요소와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의 안정성, 그리고 1930년대 홍콩에서 유행한 세련된 아르데코(Art Deco)의 세련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미학이니 양식이니 뭐니 복잡하다 싶으면 그냥 신고전주의는 덕수궁 석조전이나 미국 백악관, 아르 데코는 옛 서울역사나 크라이슬러 빌딩을 떠올리면 될 듯.
신고전주의 = 질서 정연, 반듯한 형태, 직선 vs 아르데코 = 정교하고 세련된 라인, 곡선
중국식 요소로는 광둥 지역 특유의 기후에 맞춘 깊은 베란다 설계를 꼽을 수 있다. 이 베란다는 에어컨이 없던 시절 햇빛과 비를 차단하며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실용적인 구조로 하층부는 상업 공간, 상층부는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구성은 통라우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통라우는 홍콩 발전으로 인한 1840년대부터 중국인 이민자들의 가성비 주거지의 공간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까지도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홍콩 도시 스케이프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신고전주의적 특징으로는 대칭적인 구조와 상층부의 발코니를 지탱하는 8개의 화강암 기둥, 그리고 상점 상단에 위치한 파손된 삼각형 장식(Broken Pediment)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웅장함과 안정감을 강조하며 신고전의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품격을 더한다. (와중에 중앙 기둥 두 개를 기준으로, 왼쪽은 기둥 네 갠데 좌측은 두 개임 ㅎ)
아르데코 양식의 특징은 삼각주 형태의 코너블록을 곡선형 파사드와 발코니로 풀어낸 세련된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발코니와 항아리 형태의 장식을 가진 난간(Balustrade)은 기본적으로 신고전주의적인 요소이지만 이를 곡선형으로 표현하며 아르데코의 미적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조화를 이룬다.
결론적으로 레이생춘은 홍콩 건축의 독창성과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홍콩만의 독특한 도시 경관의 형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건물의 우측 파사드 방향으로 뒤쪽에 가보면 홍콩 침례대학교의 중의학 센터로 활용되기 위해 모던 형식으로 증축된 부분이 보인다. 이 새로운 볼륨은 기존의 전통적 양식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어댑티브 리유즈 방식이 싹 다 밀고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역시 많은 변수들이 발생했지만 결국 80%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 도시 내 영화 촬영지 범위가 작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자, 그럼 본론으로.
1. 도착! 숙소로... 아니..
계획: 첫날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 결정!...
결과> 안 갔다. 저녁에 도착하고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밤 12시에 문 닫는 영화 속 이자카야에 못 갈 것 같아 일단 저녁으로 선점했던 이치란 라멘으로 택시 타고 직행. 2천엔 초반 정도 나온 것 같다. (니시도리 점이다)
2.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점
계획: ...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결과> 뭘 들렀다 가. 택시 타고 이치란 라멘 텐진 니시도리 점 도착하니 줄 서있다. 본점 아니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판. 한 20분 기다렸다. 배만 대충 채우고 나왔다. 많이 짜다. 맛도 그냥. 차슈와 계란은 괜찮았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라 많이 왜곡되어 있겠지만아버지 퇴근 시간에 나가 같이 먹던 역전 포장마차의 라멘 맛의 기억을 다시 꺼내주기에는 모자랐다. 암튼 내 바로 뒤에 동남아 커플 손님들의 키오스크 주문을 도와줬는데, 사실 나도 첨이라 네이버 켜서 보고 따라했던 거 그대로 해 준 거지만 나름 타인에게 도움을 줬다는 거에 흐뭇? 했다. 자리도 내 옆자리로 앉아서, 나갈 때 "Have a great trip~!" 서로 손 흔들어 주며 훈훈한 엔딩~ 이것이 살짝살짝 스쳐가는 여행의 맛이다.
숙소에서 이자카야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봤는데 회사원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을 목격, 뭔가 풍채도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 후쿠오카에 올 기회가 있다면 차라리 저기서 라멘을 함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간소라멘 하카타 원장이라는 곳이다 (元祖ラーメン 博多元長). 보니까 일본 여행할 때 맛집 검색은 tabelog.com을 사용하는게 편하더라. 영업시간도 구글보다 더 정확하고. 예약도 바로 할 수 있고.
쨋든 스즈란, 아니 이치란, 성공!
3. 노기쿠 이자카야 - 해효의 술집
계획: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주문은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결과> 숙소로 와서 후딱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고 하니 아니 벌써 밤 10:40분. 재빨리 구글맵 길 찾기 설정 후 노기쿠로 걸어 걸어 출발!
결론은 역시 잘 갔다. 사장님 너무 좋으시다. 태권도 검은띠도 따시고 한국에도 꽤 방문하셨다고 한다. 유쾌하시고 일어+영어+한국어 섞어가며 다른 손님들과의 대화에도 함께 잘 섞일 수 있도록 유도해 주셨다. 그리고 약 네 명의 일본인 손님들을 만났는데 타인들끼리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경험도 좋았다 (나 극 I 임). 우연찮게도 이곳에서 후쿠오카 영화 촬영 시 이 술집 촬영을 도와주셨다는 프로덕션 관계 분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가실 때 사장님한테 저 잘 부탁한다고 하고 나가신 것도 감사합니다 ㅜㅜ...
먹은 건 새콤한 야채절임이 올려진 삼치였는데, 나도 삼치 좋아한다고 하니 제주도나 후쿠오카나 어장이 비슷해서 그 생선이 그 생선일 거니 맛은 한국에서 먹던 거기서 거길거다 뭐 새로운 거 없을 거다라고 웃으며 얘기하시는데 뭔가 오잉? 하며 그럴듯한 얘기였다!
영화 후반부의 장면인데 바로 가계 옆 주차장이었다. 이자카야를 나오면서 발견하고 밤 배경으로 한 장 찍었다.
아, 그리고 위는 이자카야에서 만난 <후쿠오카> 영화 관계자 분이 손님들 모두에게 주고 가신 건데 9월에 열리는 2024 후쿠오카 인디펜던트 영화제 홍보 포스트 카드다. 아, 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립영화'라는 단어에 약한데 ㅎㅎ 물론 영어나 한국어 자막 없이는 즐기기 힘들겠지만 fidff.com에 들어가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암튼 노기쿠도 즐겁게 클리어!
4.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아침식사
계획>...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결과> 원래 택시 타고 가려다 기상 시 몸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서 한 25분 비 맞으며 이른 아침의 도시도 구경할 겸 걸어갔다. (5시 30분에 깨서 6시까지 꿈틀대다가 기상) 어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몰렸던 곳들인데 번화가도 아침 6~7시 사이에 걸으니 산산~하다. 지난밤 그렇게 줄을 섰던 이치란 라멘 텐진니시도리 점도 아무도 없다. 암튼 수산회관 가까워질수록 비가 미친 듯이 퍼붓는데 막상 가보니 웬걸. 또 웨이팅???
아침 7시 15분에 도착했는데 웨이팅이 살짝 보인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커플 한 팀이라 마음을 다시 가다 듬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기다렸다는 건 안 비밀...-_-ㅋ
성게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성게 카이센동을 주문했는데 맛있었다. 엔저의 영향도 그렇고 9500원 정도에 저런 밥이라니 굿!!! 된장국 안의 어묵도 식감이 쫄~깃 하니 좋았다. 나중에 개별 포스팅 하겠지만 옆에 간장이랑 무슨 까나리 액젓 같은 소스도 있는데 같이 먹으면 괜찮다.
5. 이토시마의 후타미가우라 / 부부바위
계획: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결과> 영화 촬영지 방문과 함께 이번 여행의 핵심 테마였던 이토시마에 있는 후타미가우라 방문 시간이다. 아침 먹고 나오니 약 8시. 배도 괜찮고 시간도 좀 남고 비도 멎고 아주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서 설설 걸어서 3번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웬걸? 웹검색 봤을 땐 항상 버스 시간표가 표지판에 꽂혀 있었는데.... 보니까 "없다." (주말과 평일의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간 날은 또 토요일이라 잘 꽂아 넣어져 있겠지 생각했는데...)
안전 최고주의 마인드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역을 스쳐가는 걸까? 여긴 스지 않는 걸까? 하면서 다시 3초 메에서 4초 메 정류장으로 바삐 걸어가 본다. 여기도 없다!!! 점점 오금이 마려워 온다.
결국 이 버스의 출발점인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미친 듯이 걸어간다. J는 기존 계획이 흐트러지면 엄청난 멘붕이 온다. (J한테 함부로 시간 약속 훅훅 바꾸는 거 아니다. 티 안내도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는다.. 거기다가 "시간은 나중에 정하쟈~" 하면 최최악...)
그런 와중에도 우연히 마주치는 영화 촬영 스폿과 포인트들은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개인용 풍경 스냅숏들까지!) 위는 영화의 포스턴데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카케 다리 사이의 나카가와 스트리트의 강 쪽 인도를 걷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그리고 저 스폿을 어떻게 찾았냐면 실제 영화의 저 신에서 윤제문이 뒤에서 걸어오다 소담과 해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신에서 카메라가 제문을 따라 패닝을 하는데, 그 중간에 우측 건너편으로 아크로스 빌딩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장소 추정해서 찾았던 곳. 그 아크로스를 보고 반가움에 몇 컷 찍었다. (중앙 우측의 계단 같은 삼각형 빌딩) 위치도 크게 멀지는 않아 보인다. 빠르고 흐릿하지만 아마도 아크로스 빌딩이 나오는 영화의 유일한 장면일 것이다.
이거에 홀려서 이 참에 몇 스폿을 더 찍어볼까 하다가 현재 시각 보고 정신 차리고 바로 후다닥 택시 잡아 텐진 고속버스 터미널로 ㄱㄱ. 택시에서 풍경을 보니 나는 왔던 길을 계속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하아...
다행히 8시 57분에 버스 터미널에 안착. 다행히 오늘 부부바위 행으로 고속버스 가는 거 맞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3가, 4가 정류장 다 들렸다. ㅎㅎㅎ.... 난 무엇을 한... 아냐 안전주의가 최고다.
3층 후타미가우라 행 32번 승강장에 가니 또 줄 서 있다.... 아, 미친... 뭔데... 후쿠오카는 뭔데 맨날 줄만 서는데... ㅜㅜ
하지만, 덕분에 갈 때 바다 뷰를 볼 수 있는 오른쪽 좌석도 편히 선점했다 완전 럭키비키 잖아! 참고로 편도 1250엔임. (1박에 준하는 여행이고 도시도 작아 대부분 걸어 다니고 필요할 때 택시만 잠깐 씩 탈 목적이었기 때문에 버스 패스는 안 샀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랄랄라~ 나는야 쉬레딩거의 강아지 한 마리~" 잠깐 도시를 벗어나 바다 풍경이 시작되니 소풍가는 어린애 마냥 신났다. 가는 길 보는 풍경이 꽤 괜찮았다.
결과> 아침과 오전에 생각지도 않게 너무 많이 걸어서 체력을 낭비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보려 여기서 안 내렸다.
계획: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결과> 다음 정거장인 Palm Beach에서 내렸다. ㅎㅎ 푸르른 하늘, 어제 밤과 오늘 아침 쏟아지던 비는 어디가고 맑은 바다가 나를 반겨 준다! 2024년 처음 만나는 바다의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비가 왔어도 운치가 있었겠지만 진짜 이번 여행 중 딱 이 몇 시간만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았다! 머피 아니 셀리의 법칙!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후타미가우라 역까지 쭉 내려가서 맞이한 후타미가우라 부부바위! 이것 만으로 이번 여행의 테마 50% 달성!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사진도 찍고 (근데 여기도 저 하얀 신사 사이로 바위가 쏙 들어오는 샷을 찍느라고 또 줄 선다... 하아.. 이 눔의 줄...) 영상도 찍고 하며 팜비치 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 부부바위 자체는 일본 스러운데 카페, 음식점 등 일대 주위 분위기는 죄다 하와이 갬성이다 ㅎ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계획: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결과> 또 한 번의 눈물의 덮밥이라니 세상 배 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뭘 할 수 없이 여기서 해결하기로 해.. 팜비치 쪽으로 걸어 올라가며 이 가게를 보니 (11시 59분) 이미 주차장은 꽈아악!! 채워져 있고 (평행주차는 아닌데 막 꽈꽈꽉 채워져 있고) 이미 웨이팅 장난 아님. 먹고 싶었어도 못 먹었을 것이다. 근데 실제로 외부에서 보니 뷰가 상당히 좋아 보여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근 일대를 돌아다니며 본 유일하게 줄 서있는 집이었다 근데 딴 곳들도 괜찮아 보이는 데가 많았다.. 뭐 굳이..같은 느낌? ㅎㅎ)
계획:...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 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 게 무너진다!!!
결과> 점심을 거르니 여유~롭게 완죤 하와이 분위기 나는 서퍼스 마켓 Surfer's Market 카페에서 보통 때는 내 돈 주고 잘 안 마시는 커피도 마시고 풍경도 즐기고 굿즈도 하나 구입하고도 20분이 남아 버스 정류장에 대기한다. 이번 여행에서 산 유일한 굿즈는 딱 3갠데 (동전파스, 동경 말차 도라야끼, 그리고 저 키링 - 면세점은 돈도 없고 그냥 패~스)
벨벳언더그라운드는 내 청춘 시절 인생 밴드라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커피는 로고를 보니 뭔가 스페셜해 보이길래 이왕 밥 거른 거 음료라도 비싼 거 먹자 해서 무려 540엔!! (약 4,700원인데 뷰 값 생각하면 혜자로 보인다) 짜리로 주문했는데 한국 돌아와서 찾아보니 라이온 커피 콜드 부류라고 하와이 호놀룰루 산 나름 유명한 드립 커피였나 보다.
암튼 시원했고 쪽 빨고 얼음만 남아서 생수 다시 채워 넣어서 흡혈귀 마냥 쪽쪽 자알 마셨다. 계획에 없던 것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곳, 서퍼스 마킷! 화장실 위생도 나름 괜찮아서 더 좋았다.
약 35분 간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카페 채류 후 12시 46분경 1시에 오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 방향 팜비치 버스정류장에 오픈런으로 무려 '1 빠로' 줄을 선다... (나중에 54분경 대륙 커플에게 새치기당한 건 안 비밀) 암튼 상쾌하고 청량하게 클리어!!!
7. 미야케우동 - 소담과 유키가 재회한 곳
계획:..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결과> 후쿠오카에 돌아왔는데 도시 연 중 최대의 마츠리/축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만나버렸다. 그 무리가 이 날 미야케 우동을 전일 예약 선점을 해버렸다. 그래서 못 먹었다. ㅠㅠ
암튼 여기를 지키고 있는 마츠리 아저씨에게 사진 찍어도 괜찮겠냐 물으니 흔쾌히 지키던 자리를 비켜 주신다. 하지만 이후 목적지를 잃어버려 멘붕에 빠진 극 J인 나는, 이내 후쿠오카 시내를 정처 없이 방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 서 쪽의 다이묘 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촬영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연 중 최대 행사라는 것도 만나보고 말이지. 완전 럭키비키 잖아!
럭비빅키고 나발이고 암튼 이렇게 막 같이 하나의 물결처럼 휩쓸려 다녔다. 나는 내 길을 찾으면서도...
이 참여하는 인파가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팀 하나가 다 같이 괴성을 지르며 전력으로 달려올 때의 비쥬얼은 꽤나 압도적이었다. 암튼 나는 여기서 어딜 갈까 방황하다가 결국 소담과 제문의 숙소로 가기로 맘을 정하며 이들과 휩쓸렸다 이탈했다를 반복하며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다들 마츠리 보러 가는데 나는 홀로 영화 촬영지로... 고독한 여행가..
8. 시내 구경 - 소담과 제문의 숙소
결과>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 향하던 중 기타 촬영지들을 우연히 또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마츠리 이탈 후 폭우가 이렇게 다시 쏟아다. 마츠리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모르겠다 난 내 갈길을 간다. 위 사진은 잠깐 몸을 피해 우산을 피던 곳. 옆에 보니 온갖 호스트바 간판들이 좌라락. ㅎㅎ 지금부터 본격적인 촬영지 답사 시작!
지나가다 어? 하고 발견한 영화 속 소담과 중국 여성이 책을 나눠 보며 대화하는 록켄야 공원 六軒屋公園 와우~ 너무 기뻐요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궁금하여 저 벤치에 직접 앉아 앞을 보았다, 러브호텔이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무서워 보이는 청소년 무리들도 종종 보였는데.. ㅜㅜ 시비 걸릴까 봐..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지나들 가더라. 내가 더 이상하긴 했다. 오전에 환락가 근처에서 이것저것 찰칵찰칵 사진 찍고 있는....
소담이 중국여성과 대화를 끝내고 셋이 같이 넘어가는 나다노카와 다리도 찍었다. 전체적으로 느낀 건데 영화가 4년 전 (2020년) 영화긴 한데 도시 군데군데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건물이 아예 통재로 날아가고 새 건물이 있는 그런... 여기도 그렇다. 좌측 주차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회색에서 파란색으로 페인팅이 바뀐 것은 그렇다고 쳐도 좌측은 아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드디어 영화 초반 등장하는 소담과 제문의 그 숙소에 도달했다. 나무위키에는 숙소가 다이묘 지역인 것처럼 나와 있어서 구글 스트리트 뷰로 찾느라고 한창 고생했었는데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 영화 촬영지랑은 좀 많이 떨어진 나카스 남 쪽의 키요카와 2번가에 위치한 신타카사고 멘션이란 곳이다. 여기도 옆 건물이 꽤 바뀌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피를 참고 바람. https://www.space-r.net/rent/shintakasago
제문의 시점에서 동영상도 찍어보았는데 아무래도 거주지다 보니 그냥 거리 경계선에서 멈췄다. 원래 처음 여기 도달했을 때 딱 이 지점에서 누가 담배 피우고 있어서 한 10분 간 블록 한 바퀴 쭉 돌아 다시 와서 찍은 거다
다시 블록의 반바퀴를 돌아 건물의 뒤 쪽 사진을 찍었다. 소담이 잠꼬대하는 바람에 깨어 버린 제문이 (아, 이 영화는 캐릭터 이름들이 실제 배우 이름들이다) 담배 피우면서 해효한테 새벽에 전화 걸던 곳.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저기 어디 즈음 일 것이다.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와 하루 종일 비에 쩔어 후덥지근한 몸을 다시 씻고 이내 다시 다이묘거리로 나왔다. 예약해 둔 저녁 음식점 가기 전 또다시 촬영지 본견 순례를 했다. 소담이 인형을 맡기는 신의 키즈클럽을 찾아갔는데 카페는 온 데 간데없고 웬 미디엄 사이즈 굴착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재건축. 한 세 번 정도 여기가 맞나 싶어 지도와 영화 다시 확인하면서 봤는데 여기가 맞다. 좌측의 건물은 아직 살아 있다. 후쿠오카도 정말 없애고 짓고 하는 게 많나 보다.
촬영 후 스태프들이 다들 사갈 정도로 맛있다는 코마야 모찌집. 나도 기념으로 몇 개 사갈까 했는데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데 난 이미 늦은 6시 30분 즈음 도착했다. 이미 셧다운.
다이묘거리로 거슬러 올라오니 영화 촬영지들이 쑥쑥 잡힌다. 이곳은 소담과 유키가 첫 만남을 하는 이리에 서점이다. 6시 50분 즘 도착 했는데 문을 닫고 있었다. 좌측에 영화 속 내내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으로 지속적으로 나오는 송신탑도 보인다.
문득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풍경을 배경으로 찍었던 이리에 간판이 보이는 영화 신이 생각나 찍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찍을 때 비행기는 날아가지 않았다. 좀 기다려 볼 걸 그랬나.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건물은 후딱후딱 바뀔지언정 전봇대는 잘 안 바뀌는구나! ㅎㅎ
우동집에서 재회 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유키와 소담이 자리 잡고 대화를 나누던 곳도 다이묘에 있다.
키노시타라고 정체는 프랑스식 다이닝 바인데 리뷰들이 괜찮은 것을 보니 맛집인 듯하다. 저녁에는 저 귀여운 작은 간판은 오렌지 색으로 반짝인다. 지금 보니 간판 디테일도 바뀌었다.
위는 영화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같은 시점이다. 다시 한번 소담과 유키가 만나 키노시타를 좌측으로 끼고 골목 코너를 돌면 저 송신탑의 풍경을 가진 좁을 골목의 비스타가 펼쳐진다. 영화도 클라이맥스, 내 여행도 끝을 향해가는 클라이맥스. 다이묘거리 중에서도 좀 뒷골목인데도 불구하고 홍대입구처럼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인적 없는 사진을 담기는 어려웠다. 특히 여기가 뒷골목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지역이다. (흡연가들 참고 ㅎ)
영화 찍을 당시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골목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좌측에 스타벅스, 송신탑 및 풍경은 애플 스토어가 큰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 잡고 있다. 뭔가 자본주의의 산물 같은 골목의 엔딩이었다.
골목 끝까지 갔다가 다시 소담과 유키와는 리버스의 동선으로 거꾸로 걷는 제문과 해효의 시점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송신탑을 향해가며 인적 없는 사진도 하나 건졌다. 역시 비 온 후 저녁의 거리와 골목은 운치가 있다. 부부바위 때문에 포기했던 다이묘거리의 저녁 스트롤-온! 어느 정도 클리어드!
9. 슌기쿠에 | 초 여름 제철 코스 요리
계획:...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 촬영지 답사 끝내고 음식적으로 향하는데 동선에 있는 이치란은 역시 금요일 보다 더 북새통이고...
안 지나다녀 본 곳으로 가보려고 나카 강과 하카타 강 사이에 위치한 나카스 섬 최 상단의 벤텐 다리와 다이코쿠 다리를 넘어갔는데 번화가와 좀 떨어져 있어 그런지 주말 피크 시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살짝 무서웠음 ㅎㅎ) 그래도 이번 여행은 송신탑 (정식명칭은 하카타 포트 타워_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을 맞이하면 항상 즐거웠다. 작 중 해효가 후쿠오카에서는 어디서나 보인다고는 하지만 사실 가보니 어디서나 보이진 않고 뜨문뜨문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보이는 음식점, 슌기쿠. 예약 시간 1분 전 맞춰서 들어간다. 여기가 수사키 거리라는 좀 외진 골목에 있는데 밤에는 많이 어둡기도 하고 인적이 많이 많이 없다. 나중에 나갈 때 사장님 아주머니도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빨리 택시 잡고 가야 한다고.
본격 시식. 소식인인데도 불구하고 12품 시킨 건 좀 오버였다. 양도 많아서 끝에는 배가 너무너무 불러 거의 못 먹을 수준이라 음식 남긴 거 미안하다고 하고 나왔다. 맛은 다 보았지만. 혼자 가면 10품 정도면 좀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혼자라 그런진 몰라도 입구 바로 앞의 바 좌석에 앉았는데 셰프님의 요리하는 모든 것을 다 지켜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렄이빜이 짤 이제 그만) 굉장히 맛있었다. 저기서 베스트 하나 꼽을 수가 없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 최고의 맛. 다만 배가 너무 불러 야경 구경은 개뿔... 바로 택시 타고 숙소에 들어와서 기절 수준으로 쓰러져 잤다.
10.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 아침식사 - 명란덮밥
계획: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곳으로 결정
결과> 어제저녁 배가 포화 상태가 돼서 너무 일찍 자다 보니 5시에 눈을 떴다. 7시에 문을 여니 슬검슬검 걸어갔는데 7시 6분 즘 도착했는데 하아.. 또 줄 서있다... 진짜 이번 여행은 어딜 가나 줄이라니.. 쨋든 줄을 서니 건너편에 지속적으로 택시가 속속들이 도착한다. 다 관광객 포스다. 이른 아침, 이렇게 비가 내리는 데도...
음식은 맛있었다. 식당의 은은한 불 빛의 조명도 좋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눈은 절대 안 마주치는데 물 컵 비워져 있으면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와서 채워 준다. 적당히 먹어야지 했는데 명란이 원래 쫍쪼름 하다 보니 쑥쑥 넘어간다. 유자 간장과 후추도 맛있었다. 결국은 거의 다 먹었다. 이게 와! 하면서 기절할 만큼 맛있는 건 아닌데 그냥 꿀꺽꿀꺽 넘어간다. 이른바 밥도둑. 간장게장만큼은 아니지만 게장과 계란밥 사이에 위치한 그런 도둑놈 레벨 같은 느낌?
근데 먹고 나오니 이 집 옆 집에 사람들이 줄을 더 서있다. 계단형 건축물 아래 커피 집 공간이라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어서 찾아보니 커피 카운티라고 유명한 커피&베이커리 핫플레이스인가 보다. 아까 속속들이 도착한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은 죄다 이곳으로 간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빵의 민족인 한국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암튼 이번에 이 줄 서는 문화에 좀 데어서 혹이라도 담에 후쿠오카 여행을 온다면 줄 안 설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일정과 위치를 짜 봐야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11. 소담과 제문의 B&B 숙소 방문 (중복)
계확: ...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결과> 이건 위에서 다뤘으니 클리어드로 패스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결과> 못 감. 마츠리.. 봄. 대신 점심은 공항에서 먹음. 2시 비행기지만 책가방 하나 매고 간 여행에 자동 체크인 다 해놨더니 여유가 많이 남아 출국심사 하기 전 12시 즈음 2층 푸드코트의 가락국수집에서 마루텐 어묵 우동을 먹었다. (여기도 줄 섰다.. ㅜㅜ) 일단 뭐 울 나라 휴게소 우동 정도로 예상하고 먹은건데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였을까? 꽤 맛있었다. 특히 저 어묵이 식감도 좋고 살짝 달짝 쫄깃한게... 반 만 먹지하고 생각했다가 다 먹었다. 우동 면발도 괜찮았고. 하아... 미야케 우동을 못 먹은 아쉬움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11~12. 영화 <후쿠오카> 기타 촬영지
결과> 하카타 멘타이쥬에서 밥을 먹고 나와 시간이 좀 남아서 걷다가 우읭? 하며 또 촬영지 스폿 발견. 비가 꽤나 내리는 날이었지만 또 강행군을 한다.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에서 나카스케 다리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발견할 수 있다. 제문이 오바이트하고 소담이 될 대로 돼라 하며 담배 피우며 동상 바라보는 장면인데 막상 가보니 여기는 동상 및 난간의 낙서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글맵에서 "Cocoa fukuoka"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도 영화 속 배경 간판 보고 위치 찾은 곳... 코코아 간판은 아니지만 코코아로 검색 시 더 찾기가 쉽다)
그리고 풍경 뷰. 술 취한 제문을 부축하는 소담의 신. 영화 속 저 간판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기서도 역시 우측 강 건너의 많은 건물들이 날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epilogue:
내가 방문하는 날 2박 3일은 계속 장맛비가 내린다. 그래서 우비도 샀다
후쿠오카 타워, 돈키호테, 쇼핑몰들? 아 몰랑 시간 없음. 일정 너무 빡빡함.
과연 위의 모든 것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계획: INFJ의 특징은 미리 계획 다 세우느라고 이미 가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어찌어찌 계획을 세우면 그냥 이미 여행 다녀온 느낌이 훅 들어서 현타가 온다.
그리고 막상 여행 가면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ㅜㅜ
결과> 결국 80%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았던 빡쎈 여행. 매일 황진단의 도움을 받았고.. 너무 무리한 나머지 2일 차 때부터 삼출성 중이염 발생했다. 돌아온 후 며칠 간 저녁도 거르고 폭 잠을 잤다. 한국에 돌아와서 병원서 또 고막 째고 물도 빼긴 했는데 역시 지금 몸에 이런 여행은 많이 무리인가 보다. 다음 여행은 어딜 가더라도 좀 쉬는 모양새로 짜야겠다. 그래도 즐거웠던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은 숙소인 후쿠오카 텐진에서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며 바깥 발코니에서 (떠날 때 신청한) 웰컴 드링크,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비 내리는 송신탑의 풍경을 한 20여 분 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