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쿠오카>에서 제문과 소담이 처음 숙소로 들어가는 장면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아직은 모호한 이들의 관계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우당탕탕 떠난 여행이라는,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초반부에서 이 장면은 관객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흥미로운 도입부로 기능한다.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제문이 꿍시렁 대는데 소담이 날씨 너~무 좋다! 하면서 대화를 뭉개며 같이 들어가는 장면. 제문: 키는 어디서 낫어? 사람도 없고 카운터도 없는데? 소담: 편하잖아요? 굳이 얼굴 안 마주쳐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이런 거 에어비엔비... 아저씨 모르죠? 제문: 에어비엔비... 나도 알어. 소담: 지하에 있다가 나오니까 좋죠?
소담의 발랄함과 제문의 투덜거림이 묘하게 어우러져 영화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 장면은 후쿠오카 남쪽의 조용한 골목길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후쿠오카>의 촬영지 중 가장 찾기 어려웠던 장소다. 대부분의 촬영이 후쿠오카 메인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위 노란색 박스 범위) 이곳은 유독 남쪽에 혼자 동떨어져 있어 (빨간색 박스) 찾는 데 한참을 헤맸다.
심지어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후쿠오카 최대 축제인 하카타 기온을 뒤로하고 찾으러 온 촬영지다.
맨션 입구는 안 쪽 골목길에 있다.
한 분이 이 제문이 서 있던 공간에서 꽤나 오랬동안 담배를 피고 있어서 앞에서 '이츠 오완다요? 하는 식으로 기다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다 한 대 맞을 듯 ㅋ) 해서 담배 다 필 때까지 빌딩 주위를 한 세바퀴 돈 것 같다 ㅎ.
영화에서 첫날밤 제문이 숙소에서 바깥 대로변을 발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숙소의 분위기와 공간감을 잘 보여준다.
이 장면의 배경은 건물의 뒤 쪽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영화 속 맑은 날씨와 달리 비가 꽤 내리던 날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가보니 대로변이 펼쳐져 있었고 공간 구성의 특징이 흥미로웠다. 주거 공간은 골목 쪽에 위치하고 대로변 쪽으로는 등을 지는 형식으로 프라이빗 공간과 퍼블릭 공간을 명확히 구분한 설계로 보였다. 건물의 뒤쪽 외관은 공공적인 파사드로 활용되고 골목에서 진입하면 주거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대로 외부에서 진입하면 가게나 다목적 공간 등 공공적인 시설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공간의 기능을 명확히 나누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름은 신 다카사고 멘션 빌딩이라는 곳이다. 주오구의 키요카와라는 곳에 있다. 1977년 준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로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대적인 주거 및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라고 한다. 1층에는 '키요카와 로터리 플레이스'라는 복합 상업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고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디자인 사무소와 카페 등이 입점해다. 텐진과 하카타 같은 주요 도심과 가까워 직주근접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라고 한다. (위 공홈에 들어가 보면 빌딩 디자인 이야기와 다양한 오피스/주거 공간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구글 지도 주소는 다음과 같다. 新高砂マンションビル, 2-chōme-4-29 Kiyokawa, Chuo Ward, Fukuoka, 810-0005
| 번외 이야기
구글 지도에서 본 신 다카사고 멘션 옆 건물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이자카야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의외로 감성적인 숙박 시설이었다. 100년 된 집을 리노베이션한 곳으로 에어비앤비에서 확인해 보니 1박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압도적으로 레트로스러운 외관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지만, 가격대를 보고 감상만 하기로 했다. 이런 독특한 숙박 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무심코 마일리지를 확인해 보니 10년 만기로 올해 대부분 소멸되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자리 남는 걸로 잡은 짧은 여행일정. 밤에 도착해 오후 비행기 타고 이른 저녁에 서울로 돌아오는 후쿠오카 여행 코스. 구글맵과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2박3일이긴 하나 밤 도착 이른 오후 귀국의 숨막히는 일정이다. 사실 상 1일 여행이다!
어떤 콘셉트로 여행하나 고민하다가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를 너무 좋게 봐서 촬영지 순례로 결정했으나, 뭔가 찾고 찾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처럼... 해안가 갔는데 바다 구경도 해야지 하면서 훅 들어온 후타미가우라(부부바위) 여행 일정!
첫날 밤 도착이니 공항서 호텔은 택시로 결정! 호텔은 위치+가격 좋고, 캐주얼해 보이는 게 맘에 들어 lyf 텐진으로결정! 야놀자 첫결제로 혜택 좀 봤다. (트립.컴, 아고다 등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첫 결제의 혜택은 역시 굿!) 이때까지만 해도 난 텐진에서 여유롭게 돌아니는 일정일 줄 알았다.
라멘 먹을 생각은 없었으나 이날 가기로 한 이자카야 메뉴가 부실해서 저녁은 먹어야겠고 해서 후쿠오카에서 유명하다는 이치란라멘 점포 중 숙소에서 젤 가까운 니시도리점으로 결정. 다만 가는 길에 영화의 촬영지... NTT 송신탑이 보이는 그 콘야마 거리는 좀 들렀다 가는 걸로 결정! 외국여행은 구글지도 경로 설정이 참 괜찮다.
영화에서 해효가 운영하고 있는 노기쿠 이자카야. 영화의 중심 축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라멘 먹고 갈 거니까 쥬모는 양배추랑 쇠고기 조림 정도가 좋지 않을까... 야끼도리 먹고 싶었는데 ㅜㅜ 암튼 음식 메뉴도 지인과 챗GPT의 도움으로 미리 파악 완료! 숙소에서 불과 850미터지만 촬영지를 하나라도 보고 가려 한다. 12시 마감이니 빨리 가야하긴 한다. INFJ는 사장님께 수줍게 물어볼 것이다.
"아노.. 샤신 오 톳테 이데스까? (사진찍어도 되나요)"
자, 야키토리는 시간 남으면 텐진 야타이 근처에서 살짝 먹는 걸로하고 여행 절정인 다음 날 여정의 시작을 정했다. 무조건 이른 아침식사 찾아보니 나가하마 수산시장이 딱 걸렸다. 7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오키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9시에 연다고 하여 옆에 있다는 경쟁가게 (몇 년 된 지는 모르지만), 7시에 여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으로 정한다. 가볍게 일본식 가정식 백반을 먹고 싶었으나 성게가 너무 땡겨 일단 우니동으로 메뉴를 정해 본다. 역시 일찍 여는게 최고여!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에 좀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버스 첫 차는 09:52 출발이다. 어쩔 수 없다. 아침 먹고 살짝 산책하거나 시간 채우고 텐진산초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가 시장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승차 스폿이다. 아직 버스 패스는 구입 안 했다. 이틀 전 정도에는 해야지.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라는 고속버스를 탈거다. Showa 버스 공홈에 가서 스케쥴 pff 다운로드 받은 다음에 chatGPT에게 해석 및 최적화 루트 (뻔하지만)를 물어보면서 루트 결정! 귀찮아서 택시 탈까 하다가 비행기 값보다 더 나오는 걸 보고 버스로 결정!
길 찾기엔 이미지가 역시 최고다. 그래서 텐진 3초 메의 구글 스트리트 뷰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바로 보고 "아, 고꼬 데스네~" 하게. 여정은 약 한 시간인데 장마철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텐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보니 후타미가우라에서 바로 내리는 것보다는 좀 일찍 내려서 바닷가 풍경 보면서 걸어가는 게 어떨까 싶어 니시노우리 호이쿠엔마에라는 곳에서 내리기로 한다. 대략 Palm Beach 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어 보인다. 여기서부터 부부바위까진 걸어서 20분 걸린다고 구글맵이 가르쳐 준다. 정류장이 뭔가 놓치기 쉬워서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비가 쏟아지는 해변의 감성을 느껴보자! 라고 혼자 망상을 한다.
버스 출발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두시간 남짓!
부부바위를 향해 내려오면서 점심도 생각해야 한다. 원래 점심으론 영화에 나온 미야케 우동 먹으려고 했었는데 부부바위 탐사 일정이 훅, 들어 오면서... 점심은 여기서 해결 하기로 했다. 다만, 또 아침에 이은 덮밥이다. 아침에 우니돈 먹고 점심에 또 헤비한 카이센돈을 먹을 수는 없고.. ㅜㅜ 근처에 식당이 별로 없다. 핫도그와 햄버거 집이 있는데 그거 먹으면 배가 더더욱 너무 불러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 이토시마 해물당 후타미가우라라는 집으로 정했다. (저녁은 나름 화려하게 준비 ㅋ) 변수가 있다면 웨이팅 걸리면 끝장이다. 다행히 들어갈 수 있으면 연어와 연어알 덮밥을 먹을려고 한다.
부부바위는 사실상 후쿠오카와 이토시마 경계에서 이토시마로 살짝 넘어온 공간에 있다고 한다. 비록 한 시간이지만 고속버스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1시 버스를 꼭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 이미지도 담아 놓았다. 웨스트 코스트 라이더 타스케데 구다사잇!!! 이 버스 놓치면 모든게 무너진다!!!
부부바위의 일정이 생기기 전엔 걍 하루 여행이니 여유롭게 텐진 다이묘와 나카스에 있는 영화 촬영지를 구경하면서 점심 먹으려고 한 곳. 하지만 점심을 먹고 오니 포기 했으나! 텐진 4초 메에서 걸어가며 배를 비운 다음 맛은 그래도 꼭 봐야 하겠다고 생각한 미야케 가락국수. 영화 속 소담과 유키의 재회 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고,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백종원의 푸드 파이터까지 나왔다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을 넘은 3시 정도의 시각이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여행 스폿에 추가!
저녁은 갓파 12품을 예약했기에 배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체력이 남아날지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서 황진단 한 알을 먹고 에너지업! 해야 할 듯하다. 3시간 즈음 비어서, 근처의 후쿠오카 영화 촬영지를 좀 돌아봐야겠다. 이거시 INFJ 패키지 여행에서 생각치 못하게 발생하는 자유여행!!!
원래 6시 같은 딱 저녁 시간에 예약하려다가, 오전의 부부바위 일정 때문에 늦저녁으로 예약했다. 그때까지 내 체력이 버텨야 하는데 말이다. 일반 정식과 카이세키의 중간 즈음이 갓파라고 한다. 원래 치카에라는 요정의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예약하려고 '국제전화'까지 두 번 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아 tabelog 웹사이트를 통해 이곳을 찾아 이 슌기쿠라는 곳으로 예약했다. 타베로그는 혼밥가능 및 영업시간까지 업데이트되어있어 다른 식당 찾기에도 꽤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코스요리에 1인 예약 가능! 근데, 12품 코스 요리. 아무리 엔저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쇼쿠 신 슌기쿠, 기대한다!!! 과연 소식가인 내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미슐랭 3이라고 하니 맛나지 않을까?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신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나카스 야타이 포장마차 거리를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
귀국하는 아침과 오전을 어떻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다는데 줄을 미친 듯이 슨다는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로 가보면 어떨까 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이니 나쁘지 않다. 마침 7시에 연다고 하니 6시 40분 즘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일단 이 곳으로 결정
아,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에 영화의 숙소 로케이션을 방문해 보려고 한다. 나무위키를 보고 다이묘 쪽인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른 곳이었다. 신타카사고 멘션이라는 곳으로 소담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제문과 소담의 숙소로서, 중후반 부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문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의 '숙소' 설명은 아마 영화 스태프들의 진짜 숙소인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7시 밥 먹고 돌아다니고 10시 즘 체크 아웃하면 배도 비워지지 않을까 하여 점심 일정도 마련했다. 이거야말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좀 백반 같은 느낌으로 먹고 싶었는데 이 가성비 좋아 보이는 야요이켄 하카타 기온점으로 결정! 하지만 이때가 후쿠오카 기온 야마카사가 열리는 시즌이라.. 마츠리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기저기 깃발 꼽고 촥촥 움직여야 해서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긴 하다. 마츠리 구경하다 보면 몇 시간 순삭이라... 애초에 보지도 말아야 한다 ㅜㅜ 1일 여행의 단점... 이거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
후쿠오카 시 공홈에서 올린 지도로서, 챗GPT+ 구글맵과 왓챠에서 본 영화의 도움을 받아 스폿들을 찾아 보았다.
나카스 외 지역 등 방문할 때 영화의 촬영지. 이거 덕분에 영화 두 번 봤다.
여긴 영화의 다이묘 거리 촬영지. 오른쪽 NTT 송신탑이 보이는 콘야마코지와 노시타 쪽은 꼭 가볼 건데 나머지 왼쪽의 키즈클럽, 코마야 등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