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6월은 의미가 큰 달이다. 회사 복직을 위해 한 달 동안 체력도 찾고 몸도 어느 정도 돌려놔야 한다.
그래서 6월1일 부터는 힘들어도 산책은 그만 두고 등산을 매일 하기로 했다.
말이 등산이긴 한데, 그닥 높은 편도 아니어서 걍 가볍게 하는 트레일링에 가깝다.
집 앞에 등산로가 있어 약 1시간 정도 잡으면 되는 코스가 있다. 매일 오전 거기로 출퇴근 시작이다.
스틸녹스를 끊고 리보트릴+트라조돈을 먹고 있어 잠 시간이 늘어나 아침에 일어나기가 아직 힘들다.
그래서 오전에 일어나서 트래일 다녀오고 점심 먹는 스케쥴로 우선 잡았다.
한 달 내에 몸을 돌릴 수 있을까!
강아지들 산책 때 쓰는 똥가방에 물과 보조 배터리 티슈를 넣고 출발한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 온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곳이라 피톤치드를 많이 흡수할 수 있을거라는 혼자만의 상상....
산이 낮아서 딱히 정상이랄게 없는데, 대략 정상 비슷한 곳에 가면 건너편 대지에 아파트 공사의 경치를 볼 수 있다.
근데 문제는 이 산이 알림 표지판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수 있는데.... 난 결국 길을 잃고 이상한 곳으로... 저 공사장 쪽으로 향하고 말았다.
공사장 쪽 산은 아예 사람도 없어서 갔다가 다시 내려오고를 반복 했다. 사람 생매장 해도 아무도 모를 분위기라 좀 무서웠다.
결국 마을로 내려오게 됨.
오늘 미세 먼지 깨끗 하다 해서 마스크도 안 하고 나갔는데 자동차 매연을 잔뜩 마시게 되었다.
결국 돌아돌아돌아..... 40분으로 예상 했던 코스는 어느덧 두 시간이 넘어 버리게 되었다.
어케어케 걸어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았다. 집이 가까워 지면 다시 나무가 많아 진다.
드디어 두시간 30분 정도의 혼돈 속에 트래일 코스로 다시 재 진입...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직 체력이 딸려서 많이 힘들긴 했는데, 이렇게 걸어본게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아서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되는 느낌이었다.
집 쪽으로 들어 설 때는 눈물까지 나려고 했다.
아프고 나서 눈물이 너무 많아졌다.... 청승맞게 시리....
항암제로 인한 청력 상실로 귀가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음악과 함께 아니하지 않을 수 없어 음악도 두 시간 동안 실컷 들으면서 돌아다녔다.
길도 잃고 여기 저기 좌충우돌 하며 돌아 다녀서 그런지 뭔가 여행을 다녀 온 기분이었다.
마더바이드의 '아인랜드'다. 라이브라 시작이 길 긴 한데... 원곡으로 들으면 첨부터 그루비 하다.
오늘 트래일링을 하며 들었던 곡인데 Funky하니 흥겨운 박자에 맞춰 리듬섞인 걸음이 되었었다. 이른바 나홀로 Cool Struttin' 지랄 ㅋㅋ
최애 Jazz 곡 중에 하나인 Sonny Clark의 "Deep Night"이란 곡인데,
오늘 트레일링의 내 기분이 딱 이 곡 같았다.
다시 만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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