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PLUR and Vibe Upon the World Vol 4:
Bye 80s, Hello 90s part1: Electroclash
2002년 모든 음악 잡지 기사들은 Electroclash scene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90년대 말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2000년경 뉴욕의 Larry Tee에 의해 이른바 새로운 '장르'가 대중의 눈 앞에 새로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최근 몇 년 사이 폭풍처럼 밀려온 80년대 복고 유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Electro 사운드의 유행(?)은 이미 전 세계적인 언더그라운드 문화현상이었다. 장르 구분도 모호했던(지금도 그렇지만)이 시기에 80년대 electro와 new wave성향을 가진 음악들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Nu Nu Wave, Neo-Italo, Nu NRG, Nu Electro 등등) 베를린의 DJ Hell을 필두로 한 International DJ Gigolo 레이블, Electro 복고 사운드의 서막을 알린 네덜란드의 I-F의 "Space Invaders are Smoking Grass" 등이 그 예이다. 따라서 Larry Tee는 이 모든 'ELCTRO' 현상에 대한 창시자로 볼 수는 없지만 가장 많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장본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뉴욕을 망쳐놓은 인간 3위로 등극하며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2위는 모르겠고 1위는 뉴욕시장 이라고 한다.)
일렉트로니카 역사에 있어 70년대 Larry Levan의 Garage 씬과 90년대 초반 Frankie Bones의 레이브씬 (이 때 PLUR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후로 뉴욕의 서브컬쳐 씬은 이렇다 할 뉴스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Electroclash는 뉴욕의 힙스터 들에게는 한없이 반가운 사건이었을지 모른다. 항간에는 Velvet Underground와 Andy Warhol의 The Factory Years, Sonic Youth와 Glenn Branca의 Glitch에 이은 최고의 음악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hype까지 조성되었다. 본거지인 뉴욕의 Williamsburg 윌리암즈버그는 이미 70, 80년대부터 소호에서 빠져 나온 언더 문화, 예술가, 음악, 패션 관련 사람들이 모이며 2000년대 뉴욕의 문화 중심지로서 이 새로운 움직임의 동지들을 얻기에 인프라적으로도 유리했다. 또한 9/11과 맞물려 이틀간 열린 'The 1st Electroclash Festival'은 뉴욕, 미국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외치며 전략적인 타이밍의 성공과 더불어 각종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뉴욕에 근거지를 둔 Fischerspooner, A.R.E Weapons, W.I.T, Ladytron, the Soviet 등의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Larry Tee는 Club Luxx에서 (지금은 Trash Bar로 문을 새로 연 상태 임) Berliniamsburg 나이트를 열며 지속적인 Electroclash의 확산을 꾀한다. 또한 Felix da Housecat 과 Miss Kittin and the Hacker의 가세로 더욱 큰 탄력을 받는다. 2002년에 피크를 때리지만 여기저기서 ‘Electroclash Sucks!’ 티셔츠들이 등장하고 결국 Electroclash는 몰락하고 만다. (Larry Tee는 ‘Electroclash’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기도 했고 이는 관련 아티스트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Electroclash는 현 일렉트로니카 댄스 문화에 대한 일종의 '발칙한' 쿠데타였다. Larry Tee에게 유로 트랜스, 하우스 그리고 Sasha와 John Digweed로 대변되는 Progressive (혹은 instrumental과 미니멀 사운드)로 일관되는 클럽 문화는 너무 지루해 보였다. Vibe를 이끌어 내는 가이드라는 명분이 실종되고 엘리티즘과 매너리즘에 빠진 사운드로 많은 DJ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progressive' 세계에 클러버들을 가두려 했다. Techno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틀에 박힌 사운드와 댄싱. 거기다가 미니멀적인 요소까지 더해지다니. 이제 우리는 지난 시절 Progressive Rocker들의 컨서트를 관람하듯 DJ들의 예술적인 음악성과 고상함을 즐겨야 하는 것인가! "이 음악과 DJ들은 전혀 섹시하지 않아!"라고 외치며 Larry Tee는 Techno의 종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 (2000년) 댄스 음악 문화 현상이 재미와 혁신과 상상력을 오히려 거세하고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를 뒤집기 위해 정면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바로 전자 댄스 음악계의 판도가 DJ 음악의 instrumental하고 미니멀한 성향에서 밴드 위주의 퍼포먼스와 팝 성향으로 바뀌게 되는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지금까지 다른 형태로 탈바꿈되며 현재 진행형이다)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전자 댄스 음악에 있어 보컬과 가사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또한 전자 댄스 음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80년대 Rave 문화의 유산을 미련 없이 던져 버렸다. 레이브 문화가 추구하던 인종, 계층, 나이, 성별을 초월한 평등주의, 음악과 춤을 통한 샤머니즘적 트랜스의 경험 그리고 모두가 하나됨이라는 엑스터시 바이브를 80년대 new wave와 new romanticism에 근거한 기계적이고 펑크적이며 패셔너블하고 슬릭, 럭셔리한 코케인 바이브로 대체하려 했다. (80년대 후반 레이브의 문화를 접하지 않은 많은 10,20대들은 오히려 Nirvana와 같은 얼터너티브락이나 펑크가 더 친숙한 부류이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환영할 수 있었다.)
Electroclash는 음악의 장르라기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Synthpop 성향이 강한 음악이 있는가 하면 punk rock에 더 가까운 음악들도 있다. 굳이 이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로봇 보컬을 떠올리는 잦은 보코더의 사용과 New Order의 Blue Monday와 Giorgio Moroder 식의 신스 베이스 라인이 깔려있구나 정도다. 따라서 Electroclash 음악은 기존의 trance, house 혹은 drum n base처럼 BPM으로 정의할 수 없다. 바로 음악이 아닌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어떤 음악이던 80년대 new wave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춤을 출 수 있고 punk 혹은 glitch스럽고 sexy 하다면 Electroclash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음악의 한 장르로서 이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굳이 음악적인 차원에서 풀자면 초기 electro retro 성향의 음악은 오히려 techno가 가진 미니멀 적이었다는 것. 하지만 Electroclash 가 pop적 성향을 어필하면서 비로소 보컬, 가사, 노래, 멜로디라는 요소들이 부각되었다는 것 정도다. 일종의 록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댄스 음악이라고나 할까?
Electroclash 씬은 패션, 예술, 아이러니, 섹스를 추구한다. 주 참여 층 또한 드래그 퀸, 게이, 고딕, 패셔니스타, 페티시스트 들이다. 패션가의 사람들이 연예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명하지 않은 것은 참아도 ‘쿨’ 하지 못한 것은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Electroclash는 이 패션가 사람들과 많이 닮아있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은 클럽 뿐만이 아니라 아트 갤러리를 주 활동 무대로 삼았다. Fischerspooner, A.R.E Weapons, Peaches 등은 80년대 컬트 영화인 Liquid Sky를 떠올리는 인상 깊고 연극적인/키치적인/포르노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들에게 갤러리라는 공간은 자신들의 행위와 음악을 통해 마돈나 등과 같은 패션가의, 연예계의, 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을 끌어 모아 자신들의 ‘쿨’ 함을 과시하고 과대 선전하였다. 물론 이들의 퍼포먼스는 나름대로의 컨셉트를 통해 진행되었고 그 내용 또한 많은 센세이션과 찬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Larry Tee 의 Electroclash가 추구하던 뉴욕 게이 컬쳐 특유의 ‘Vogue-ing’ (최신 유행에 지나치게 집착적인), 지나친 유럽 지향성, 백인 위주의 성격은 그들을 자신의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80년대 복고 유행의 진정한 의미는 1980년도에 일어났던 New Wave서브컬쳐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80년대 복고가 화제가 될 때 뉴오더, 소프트셀, 캬바레 볼테어, 게리 뉴만 등의 이름들이 언급 되는 것이다. 80년대 언더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움, 과거와 미래, 패션 트렌드와 영원함, 고가와 저가 등과 같은 상반되는 개념들 사이에서 생기는 아이러니와 딜레마란 주제다. . (물론 Electroclash가 추구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글래머러스하고 고급스러운 상류 사회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동경과 풍자가 각각 반반씩 섞여 있는 경우를 예로들 수 있는데, 남성의 경우 금융권의 상징인 정장과 넥타이 그리고 여성의 경우 상류 패션을 의미하는 하이웨이스트, 스틸레토 힐 등의 스타일 적 측면은 주류 산업과 미디어와의 타협이 없으면 언더 문화의 자식들인 자신들도 존속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멈출 수 없는 풍자와 조롱을 보여준다. (이 곳에서의 딜레마는 언더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류에 합류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고급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하는 이들이 서있는 레드 카펫 그리고 이를 향한 동경과 일종의 심리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바라보고만 있는 맨 땅 위의 구경꾼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선은 어쩌면 최근 붉어지고 있는 ‘연예인과 재벌가 특권’을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뿌리고 있는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좆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듯 하다. 주류 패션잡지와 미디어에 의해 정의되고 만들어지는 왜곡되고 인위적인 현실과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통해 생기는 환상에 대한 유희와 동시에 심리적인 열등감이 낳고 있는 pastiche페스티시적(혼성모방) 현상일 수 있겠다. (유명 패션 잡지의 주 구매자들은 중서민층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쨌든 Electroclash의 가장 큰 결함은 스타일적 측면과 자기 치장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겉으로는 80년대 New Wave문화의 에센스를 많이 닮아있는 듯 하면서도 까놓고 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펑크 특유의 무례하고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거친 성격과 맞물려 이 댄스 음악 문화는 엘리티즘과 권위 그리고 거만함으로 가득 차 보인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 또한 그저 자신들을 빛내주는 조연으로 밀려나 버리니 음악적인 완성도와 비트 사이언스의 개념들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게 된다. 한마디로 80년대적이지 않으면서도 혹은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80년대 복고의 의존도가 너무 높고 그 표현 또한 어설퍼 보인다는 것이다. Electroclash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독설, 조롱, 속도감, 음탕함, 불결함, 페티시 등은 미성숙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개념 없이 거침없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열거한 요소들이 도덕적으로는 문제 될지 몰라도 문화 현상에 있어 혁신과 변화 그리고 다양성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변수들이다. 또한 Electroclash와 연계된 아티스트들 또한 싸잡아서 평가 절하하는 것 또한 위험한 짓이다. 결국 타 electro retro 관련 움직임들과 비교할 때 Electroclash의 가장 큰 결함은 이 변화를 이끌고 갈 핵심 브레인의 부제라고 볼 수 있다. 창시자 격인 Larry Tee는 subculture의 아이콘이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는 야망에 휩싸여 Electroclash의 미화와 과대 선전 그리고 ‘쿨’ 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씬 자체를 붕괴시켜버린 것이 아닐까?
Electroclash / Synthcore DJs and Artists recommended
1. DJ Hell
2. Miss Kittin and the Hacker
3. Fischerspooner
4. W.I.T
5. Freeze Pop
'MUSIC > Bling_월드뮤직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PVUW 06: 07년 3월자___Coachella '07 (2) | 2007.04.25 |
---|---|
PLUR & Vibe Upon the World 05_07년 2월자: Retro & Nu Rave (2) | 2007.04.24 |
PVUW03: The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at the Club, but now WHAT? (0) | 2007.04.12 |
Plur & Vibe Upon the World 06년 11월 Money's Too Tight to Mention (0) | 2007.04.11 |
PLUR & Vibe Upon the World: 01. 파티는 시작되었다. (0) | 2007.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