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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https://flo.health/menstrual-cycle/health/symptoms-and-diseases/panic-disorder]




몇 개월 전부터 이상한 불안감과 우울감 같은게 찾아왔다. 

저번 포스팅에도 올렸었는데,

생활 중간 중간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갑자기 많아지고 그거에 꽂혀서 우울해지고 불안해 지는 증상이었다.


다만 그 죽음이라는 생각이 자살은 아니다. 당연히 난 죽고 싶지 않다.

근데 내가 죽게 될 때, 가족이 죽게 될 때의 생각.. 망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 때는 얼마나 슬플까.. 그 순간이 닥치면 어떨까 뭐 이런 생각들에 꽃히는거다.

가령 혼자 늙어 죽게 되는 순간.. 뭐 이런거...


두 번째는,

암치료 전에도 있떤 증상이긴 했지만 뭔가에 네거티브한 자극을 받으면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증상이다. 한 없이 개미지옥처럼 빠져드는 그 생각의 생각의 생각.

쉽게 말하면 이불킥이 장시간 깊게 진행되는 거랄까?


세번째는,

아주 깊고 깊은 꿈... 현실적인 꿈... 일어나서 기억나는 꿈... 그리고 한 두시간을 자더라도 아주 오래오래 꾸는 꿈.. (인셉션 비슷함)


딱히 익숙해 지지도 않았지만 낯설지도 않은 암정신과를 다시 찾았다.

어떻게 분리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병원 안에 항상 따로 암정신과가 있다. 


대부분 과에 가면 진료가 후다다다닥 끝나는 반면, 보통 (적어도 내가 가본) 정신과들은 진료 시간이 좀 긴 편이다. 


[IMAGE: https://medicalxpress.com/news/2020-09-covid-psychiatry.html]


뭐 위에 있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그리고 내가 암치료자다 보니 당연히 '치료 후유증이 아닐까?'라는 진단이 나온다. 너무 당연 하게도...

근데 이게 참.. '국룰' 같은거다. 

뭔가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어떤 과를 가던 진단은 '암치료 후유증이 아닐까'다.


근데 뭐 육체적으로 봐도 암세포를 죽이거나 억제하기 위해 엄청난 독약이 투여 되서 몸이 망가졌고,

정신적으로 봐도 그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고통 이 둘 다 워낙 대단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또 그러려니 한다.


[IMAGE: https://www.verywellmind.com/top-symptoms-of-panic-attacks-2584270]


암튼 치료 후유증으로 인한 공황장애로 의심된다란 진단을 받았다. 

일단 수면제로 애용하던 스틸녹스는 이미 끊었고 추후 부작용도 짜증나서 처방을 거부했고,

대신 알프람이랑 데파코트란 약을 처방 받았다. 




(왼 쪽이 데파코트, 오른 쪽이 알프람이다)

쉽게 말해서,

알프람은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거나 하면 바로 즉처방하는 응급실 같은 약이고,

실질적인 치료는 데파코트를 먹으면서 해 나간다는 거다.






알프람이란게 찾아보니 꽤 유명해진 약이더라.

드라말 안 봐서 모르지만 그래도 OST는 좋아서 계속 발표될 때마다 듣고 있었던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여주 이성경이 수술 전 정신이 삐용삐용불안불안해서 한 약을 먹고 들어가는데 끝내 기절 해 버리는 씬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약이 바로 알프람이라는 신경 안정제.




나도 그 증상이 왔을 때 알프람을 먹어 보았다.

이게 거의 10~20분 안에 증상을 억제 준다는데... 그 첫 경험은 정말 사진과 같이 어둡고 추적추적한 내 뇌가 싹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암치료 후유증으로 인한 신경통 때문에 처음으로 뉴론틴을 먹었던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




진짜 이런 다시 만난 세계같은 느낌... (이 드라마도 보진 못했다...)


이미지를 통한 표현에 약간 함정은 있는데..

이게 우울함이 정화는 되는데... 이미지처럼 막 포카리스웨트 광고마냥 상쾌해지는 그런 건 아니다.

그냥 한 없이 떨어지던? 개미지옥에서 갑자기 밧줄이 내려와 떠 올려가는 느낌?에 비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사실 뭐든지 첫 경험들이 위대한 것처럼, 

알프람도 힘들었던 짐을 순간 확 내려준 것 같은 그 첫 경험이라 저런 정화되는 느낌이었던 거지 몇 번 먹다 보면 고 패턴을 약간 알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울증이 아주아주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거라면,

그 어둠 속에 저렇게 빛을 내려 준다.. 다만 깜빡깜빡 거리듯 그냥 심연 정도는 아니더라도 바닷속 깊은 곳에 혼자 숨쉬면서 표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 복용하다 보면 그냥그런 느낌이다... 우울함, 분노 이런 증상들은 말 그대로 싹 사라지되, 어딘가 깊이 내려앉아 표류하는 느낌...

되게 편안한 듯 한데 깨 보면 기억이 나다가 안다가 하는 느낌이다.

꿈 꾸고 일어났을 때,

안 잊혀지되 어느건 기억하고 어느건 기억 못하고 단편 조각처럼 퍼즐은 맞춰질 것 같은데 기억 속의 정리가 안되는 느낌.. 그 느낌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치 뇌 속의 저 빨간 시냅스들을 부분 부분 끊어 낸 느낌이다.

저녁에 저 약을 먹고 자고 일어 나면 그 당시의 (약 먹고 난 후) 기억이 후릿후릿~ 할 때가 있다.


솔직히 무서운 약이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 

다만 그 우울함과 분노의 증상을 한 순간에 확 사라지게 해 주는 그 '전지전능'한 듯한 경험은 바로 정신적 의존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추가적으로 강한 피곤함이 있다. 쉽게 잠이든다. 그래서 그나마 탈출한 스틸녹스 대용으로, 

수면제처럼 복용하는 습관도 생기게 되는 것 같다. 


하루에 최 대 두 알이 권장사항이다...

두 알 먹도록 기분의 기복이 심한 날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 알 이상까지 가 본 적은 없다. 


여튼 3달 간 지속적으로 먹고 있긴 한데 하루 이틀 그냥 안 먹고 지나간 적도 있다.

그렇긴 하지만 뭔가 의존성이 있는 것 같다.

안 먹고 자는 것도 의식적으로 안 먹고 자는 거다.

적어도 자기 전 안 먹으면 'ㅇ?' 하고 생각나기는 한다.

단기 기억 상실은 확실히 있다.

그리고 일어날 때 뿌찌근허니 피곤하다. 

안 먹고 잘 때와 먹고 잘 때가 확실히 다르다. 


다행히도 우울증 증상은 좀 나아 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갑자기 찾아 오는 그 급격한 다운 현상이 아직은 계속 남아 있다. 그리고 자극 받으면 또 증상이 시작된다.

특히 운전할 때. 도로 위에 왠 ㅈ같은 ㅆㄳㄲ들이 좀 많아야지...

ㅅㅂ 제발 깜빡이라도 좀 키고 다니자 .

안 키고 끼어 드는 놈들 보면 진짜 그 x 같은 필요없는 손가락 칼로 잘게 썰어 버리고 싶은 맘이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감.

신고 벌금을 한 15만원~25만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한 번 물고 나면 좀 정신 차리지... 3만원이 뭐냐 고작 3만원이...


하아... 갑자기 또 흥분했네....ㅡㅡ....


꼭 운전이 아니라 이런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은 상황에서 분노 및 다운현상이 길게 가실 때 알프람을 먹으면 씻은 듯이 거짓말 같이 곧 진정이 된다. 하지만 그 놈이 어떤 부작용을 또 가지고 올 지 무서우니 이것도 언젠가 끊어야 하는 약인 것 같긴 하다.

장기 복용 후 갑자기 끊으면 또 금단 현상이 굉장해서 또 이건 천천히 줄이면서 끊어야 하는 약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일은 없었긴 하나... 


안 먹고 지낸지 오늘이 3일 째... 오늘도 그냥 안 먹고 자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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