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pératrice (한국어 표기는 랭페라트리스)는 2021년 다프트 펑크의 해체 이후 지독히도 극복하기 힘들었던 특유의 레트로/퓨쳐리스틱 디스코 감성을 가미한 프렌치 터치 사운드에 대한 갈망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감사한 팀이다.
그리고 2018년을 시작으로 3년 주기로 찾아오는 신보가 6월 7일 발매되었고 앨범 커버를 보자 마자 흥분과 기대를 듬뿍 안겨주었다. 저 메탈릭 사이보그의 손을 보고 다프트 펑크의 향수가 지긋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동시에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로봇 캐릭터를 떠올리기도 한다. 여제(女帝) 혹은 황후를 뜻하는 밴드 이름과도 잘 어울리고 그들이 추구한 듯한 이번 앨범의 사이버틱하면서도 우주적인 사운드의 여정에도 어울린다.
이번 앨범의 스페이스 사운드 져니의 시작은 첫 곡인 "Cosmogoine" (코스모고니 '우주적기원')가 바로 치고 나간다.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을 콱 움켜쥐는 듯한 강력한 신스 사운드는 우리가 사랑했던 바로 그 프렌치 디스코 하우스의 황홀한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앞으로 어떤 사운드의 세계가 펼쳐 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훌륭한 인스트루멘털 오프닝이다.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듯 아름다운 플로르 뱅기기 (Flore Benguigui)의 보컬과 무그 사운드의 조합으로 펼쳐지는 감칠맛 나는 디스코 사운드 "Amour Ex Machina"가 흐른다. (갠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제목이 참 재밌다. 프랑스어의 'Amour 사랑'과 뜻하지 않은 개입으로 복잡한 문제가 갑자기 우당탕 해결되는 연극 연출 기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합쳐진 듯한데, 뭔가 예상치 못한 장소나 이야기의 로맨틱한 반전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 듯한 문학적 요소와 낭만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이렇게 보니 사이보그의 메탈릭한 손가락과 생명을 가진 나비의 이미지를 가진 앨범 커버가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상관없어'라는 의미의 "Me da Igual"까지 감칠맛 나는 흥겨운 디스코 사운드로 이어가다가 "Love from the other side"에서 잠시 로맨틱한 미드템포 곡으로 쉬어간다.
그리고 좀 더 비트를 살려 귀엽고 상쾌한 느낌 이탈로 디스코 + 신스팝 사운드인 "Danza Marilù" (마릴루의 댄스로 해석하면 될 듯)로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Fabiana Martone라는 가수가 피처링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를 안써서 잘 모르겠는데 유튜브뮤직 기준으로는 이 "Me da Igual"과 "Danza Marilù"의 반응이 가장 핫하다.
이 두 곡 이후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한 다음 곡 "Any Way"는 제62회 그래미 신인상 후보였던 매기 로저스 (Maggie Rogers)가 피처링했다. 템포만 보면 "Love from the other side"와 비슷하게 느릿한 미드 템포 위주로 가는데 몽환적인 신스와 낭만적인 스트링사운드와 함께 끈적하면서도 딥한 베이스 리듬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매기 로저스의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편안하면서도 끈적~한 소울을 경험할 수 있다. 위스키 한 잔과 함께 하는 미드나잇 그루브 송으로 딱이다.
"Any Way"가 편안한 밤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면 그 다음 트랙인 "Déjà vu"는 잠든 후 편안하면서도 신비롭고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우리를 이 세상 저 편 혹은 우주 어딘가로 안내하는 듯, 꿈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달콤함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곡이다.
4번부터 7번 트랙까지 느긋한 느낌의 낭만적 그루브를 타고 있다면 8번인 "Girl!"에서 약간 기지개를 피는 듯 디스코 댄스 비트가 살아난다. 그리고 피어나다 지는 듯한 아름다운 스트링 사운드 엔딩까지!
일단 비트는 계속 살아나고 있고 이어지는 9번 "Sweet & Sublime"은 또 다른 매력을 주는데, 미국 래퍼 에릭 더 아키텍트 Erik the Architect의 랩과 뱅기기 특유의 감칠맛 나는 보컬과 함께 신나고 그루비한 힙합과 디스코훵크 사운드가 어우러진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트랙, 앨범과 동일한 제목인 "Pulsar"는 느릿한 그루브 타기 좋은 소울/디스코/훵크 사운드로,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그 훵키한 우주적 사운드의 모험을 정리하는 듯한 귀엽기도 하고 어딘가 수줍기도 한 멜랑콜리한 감성의 곡이다. "Amour Ex Machina" 나 "Me da Igual"을 넘어 한번 더 신나는 감성을 때려줬으면 해주는 바램도 있었지만 갈수록 무겁고 복잡하고 장엄한 듯한 엔딩으로 치닫는 이 곡의 느낌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거의 뭐 하나 거를 곡이 없는 수작의 느낌이다. 디지털사회가 심화 되면서 mp3부터 스트리밍까지 모든 게 조각화 되어버렸다. 이젠 옛날이 되어버린 테이프나 CD가 주었던 잃어버린 사운드적 경험 중 하나가 '앨범 전체 듣기'의 행위였는데 이번 <Pulsar>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앞서 말했던 다프트 펑크 및 Cassius, Stardust부터 Justice까지의 댄스 액트는 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던 그 특유의 French touch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사운드로서 2024년 French touch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택이나 다름없다. 랭페라트리스는 각각의 롤이 확실한 밴드라 그런지 사운드 사운드마다 굉장히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거기다가 세련되기까지! 이번 앨범의 개인적인 픽은 1,2,3,6번이닷!!
그리고 팬심으로 이 앨범을 듣자마자 앨범 티셔츠를 주문했다. 3,7000원 정도로 티셔츠 가격은 괜찮은데 프랑스에서 오는 거라 배송비가 후덜덜 하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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