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미각을 되찾으며]
치료가 끝나도 미각은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치료 바로 직후에도 후유증 때문에 나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정말 미쳐 돌아가는 기간이다.
치료 끝났어요 야호~ 이게 절대 아니다. 고통과 통증은 지속된다....
또 하나의 시련이 추가가 되는데,
치료 중일 때는 독기가 품어져 있기 때문에 '살자, 살아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는데,
막상 치료가 끝나면 끝났다는 이유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갑자기 새장에서 풀어 지는 것 처럼의 멘붕 상태라 할까?)
치료도 끝났는데 왜 통증은 계속 되고, 미각은 돌아오지 않는가... 이 것 때문에 또 스트레스를 엄청 받게 된다.
이 때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던 나날을 지내던 중 치료 끝나고 미각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천사가 나에게 구원의 손 길을 건내는 것처럼 정말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구원을 받는다는 느낌!!
하지만 방사선의 후유증이라는 악마는 호락호락 하지 않다.
미각은 정말 천천히, 서서히... 장기간의 시간 싸움이다.
완전히 한 방에 돌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쓴 맛, 짠 맛부터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 했는데 이 때 설렁탕을 먹다가,
짠 맛을 느끼는 행복에 빠져서 소금을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하루 왠종일 입 안에서 그 특유의 짠내와 기분 때문에 고생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 ㅆㅂ.. 종양이 사랑한다는 나트륨 폭탄 투하.... ㅜㅜ)
몇일 전 스팸 들어간 부대찌개 까지 손을 대는 실수를.... (너무 너무 먹고 싶었다...딱 한 번 먹었다. 집에서 만들어서...)
치료 완료 후 3개월 즈음 구간에 들어섰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과 감동의 도가니가 펼쳐 진다.
이것은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함께 기뻐하고 감동하게 되는 모멘트인데, 바로 매운 것을 먹게 되는 순간이다.
특히 라면!!!!
우리 한국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보면 고춧 가루 들어 가는 음식이 으마으마하게 많은데 그 동안 그걸 못 먹고 견뎠으니....
그래서 그런지 진짜 모든 치료 기간 중, 최고의 감동과 행복이 마음 깊은 곳부터 요동치며 폭발하는 중요한 시점 중 하나다.
만약 주위에 암 치료 후 매운 걸 먹게 되었다는 얘길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 해 주길 바람 ㅜㅜ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조금씩 조금씩 혀를 단련 시켜 주는 것이 매운 음식 먹을 수 있는 시점을 앞 당길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평생 매운 음식 좋아했기 때문에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옛날 만큼 매운 레벨을 맞춰 돌아오진 않더라...
치료 전에는 <코코 이찌방야>에서 카레 먹을 때 매운 레벨 9신, 10신 정도 먹었는데 이번에 먹으니 4신 먹고도 땀을 뻘뻘 흘리더라...-_-
(3신인가 4신이 아마 신라면 수준일거다...)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남산 휴개소에 먹은 최초로 성공한 매운 음식, 라면의 모습!!!
하지만 나는 신 맛을 잃어 버렸다. 치료 중에는 신 맛이 강하기 때문에 다행히 맛이 조금씩 느껴 져서 자몽, 오렌지, 카무카무 등으로 비타민 섭취 하는 걸 즐겼었는데, 이제는 아주 입에서 받아 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김치도 김치 찌개도 못 먹고 ...ㅜㅜ
(참고로 여기서 신의 열매라 불리우는 카무카무를 강력 추천 하는데 비타민C가 무려 오렌지의 60배다. 보통 가루 형태로 파는데 그런 만큼 신 맛도 끝장을 본다.)
단 맛은 아직 조금씩 돌아오는 단계인 것 같다.
이 리턴 오브 미각의 과정은 정말 복창 터질 것 처럼 느리기도 하고,
아주 미세한 맛은 안타깝게도 느낄 수 없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긴 한데 왠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가장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음식의 맛을 느끼고 거기서 느끼는 행복의 최고치를 경험하는 건데 안 부러울 수가 있겠는가.....
암튼 가출한 나의 미각은 지금도 조금씩 조금씩 돌아오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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