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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말이 많아서 조금 기대감을 버리고 봐서 그런지 참 '재밋게' 본 영화 였다.
생각보다 전투씬도 많았고...

적벽대전의 전편이라 예상했던 제갈량과 주유 사이의 심도 있는 심리전이 펼쳐질 것인가 (오우삼 감독에게 너무 많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었으나) 잠깐 예상해 봤지만 오히려 간간이 나오는 코믹 코드와 함께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의 비중이 낮아지며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일단 영화의 요약,
적벽대전이 펼쳐지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취약성을 의식한듯한 감독의 복선 설치와 여기저기 깔아놓은 적벽대전 전의 상황 씬들은 오히려 다양하고 아기자기함으로 다가온다.
적벽대전의 웅장한 전투씬만을 기대한 관객을 달래기에는 진법 전투씬이 한없이 모자를 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러한 컴포지션 상의 아기자기함은 2편보다 1편이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를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몇 가지 적벽대전의 포인트를 잡아보자면...

1.시작도 안하고 끝내면 어찌하라고?
   -'적벽대전'자체는 시작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많다.

 많은 사람들의 불만인, "야, 이거 시작도 안하고 끝나면 어쩌라고"에 대한 불만에 대해 난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인 이유이기도 한데 예전에 비해 3,4 시간 짜리 장편보기가 이제 조금 부담스러워 지는데 만약 1,2편을 하나로 합쳐 버렸다면 오히려 너무 길어 지루해지거나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보통길이의 한 편으로 합치게 됐다면 장관을 펼쳐 낼 적벽대전을 위해 분 명 2시간 30분 안팎으로 모든 것을 끝냈어야 했을 텐데 그러기엔 적벽대전이라는 거대한 내러티브 자체가 너무 아깝지 않았을까?

어쨋든 내 느낌은 적벽대전은 시작하지 않았을 지언정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많은 곳에 뿌려져 있다는 것이다.

2. 제갈량과 주유 사이의 야오이적 (?) 텐션
제갈량과 주유 사이의 심도있는 심리전을 바랜 삼국지 팬들에게는 이 영화가 유감으로 다가올 지도 모르나 액션 전문 감독인 오우삼은 오히려 그 강도를 재미난 요소로 풀어낸 듯 싶다.

조금은 덜렁대는 듯한 모습의 제갈량의 가벼운(?) 모습과 좀 미화된 주유 캐릭터의 양조위 사이에는 야오이적인 텐션이 분명 존재한다. 이게 우연이건 아니건간에 야오이 코드는 있다!

그들의 음악을 통한 교감 뿐만 아니라 라이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분명 지금의 연합군이나 훗날 적군이라는 경계적인 캐릭터가 진하게 베어있지만 오히려 더욱 야릇한 감성적인 요소들이 젖어 들어 있다.

소교가 제갈량에게 "덕분에 그이 연주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하는 장면과

남편인 주유에게 "그래도 당신은 허락하시던걸요"
라는 대사가 나올 때 이상하리 만큼 여성의 질투로 빗어진 삼각관계의 아우라를 뿜는다..

어쨋든 꿈의 해몽이니 곧이 곧대로 이 말을 받아들일 필욘 없다.

3. 비둘기.... 비둘기...

오우삼 영화에서 뺼 수 없는 건 바로 비둘기다.
비둘기가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인지는 며느리도 알 수 없겠지만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정적과 모순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비둘기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비둘기의 날개짓이 만들어 내는 그 '푸드덕' 소리가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요소가 더 강하게 나타났는데 이번 적벽대전에서는 비쥬얼적인 면도 상당히 강하게 보인다.

우선 생사를 가르는 '대결'이라는 무거운 고요 속에 울려퍼지는 푸드덕 날개 소리는 어떠한 비장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 영웅본색이던 첩혈쌍웅이던 항상 그런 비장한 장면 속에만 나타나는 비둘기의 사운드 그리고 Face Off 처럼 피튀기고 시끄러운 대결 장면 속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내는 모순은 바로 영상 속에 사운드가 contribute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인 듯 싶고 오우삼은 이 '사운드 이펙트'를 아주 최적화 시켜 주는 것 같다.

또한 비쥬얼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적진을 뚫으며 저 멀리 날아가는 비둘기의 모습은 마치 오우삼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헐리우드라는 철저한 상업적 시스템의 구조에 막혀 자신의 영상철학을 100분 발휘 하지 못했던 그의 힘들었던 헐리우드 시절에서 벗어난 어떠한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듯 싶었다.

이 비둘기의 비행 장면은 특히 나의 부러움을 자아냈는데, 그건 바로 삼국지라는 그것도 삼국지연의의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내러티브인 적벽대전이라는 훌륭한 내러티브를 이끌어갈 감독을 맡아 그 훌륭한 내러티브에 자신의 존재의 도장을 찍어낼 수 있는 바로 그 점이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가 좋다 싫다를 떠나 한 분야에서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고 감히 아무나 맡을 수 없는 내러티브를 맡아 거기에 자신의 색깔을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정말 거대한 Challenge이자 엄청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4. 어딘가 무거운 듯한 액션
역시 오우삼 하면 액션이다...
옛 팬이라면 누구나 영웅본색을 떠올리는 세련되고 화려면서도 현란한 액션을 기대했으리라!
하지만 적벽대전의 전투는 어딘가 무겁다.
그 이유는 바로 무기에 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쌍권총을 든 주윤발은 정녕 날아다닐 수 있을 지언정,
삼국지의 용사들은 몇 근이 넘는 창과 검을 들고 싸워야만 한다...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스티로폼이나 막대기라는 느낌을 주긴 좀 그렇지 아니한가?

어쨋든 오히려 이런 무기로 인한 무게감이 액션에 템포를 낮추어 주며 오히려 플러스 작용을 한 듯 싶다. 쌍권총에 맞아 낙옆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대신 창과 검과 주먹의 각 한 합마다 '무거운' 임팩트는 굳이 슬로우모션을 쓰지 않아도 눈 속에 깊이 박힌다.

5. 주유 캐릭터의 미화
지난 삼국지란 영화에 대한 실망을 털어놓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지나친 조자룡의 미화 때문에 빚어진 내러티브의 난도질이었다.

적벽대전은 꽤 삼국지연의의 오리지널 내러티브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딱 하나 눈을 거슬리게 만들 수 있는 점은 바로 주유 캐릭터다.
양조위가 주연을 맡은 비중있듯 캐릭터인 만큼 적벽대전에서는 주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 혹은 작위적인 미화를 한다.
하지만 심하지는 않다.
이미 문무를 겸한 것으로 알려진 주유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 시켜주는 정도였다.

또한 제갈량의 술수에 휘말려 분만 삭히는 엄청난 프라이드의 소유자인 주유의 모습에 더 익숙한 삼국지 팬들에게 적벽대전이라는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주유의 모습은 분명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단지 그들이 이렇게 새로워진 주유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관객의 몫인 듯 싶다.


6. 그외,
그외로 기억나는 건,
-사운드 이펙트가 입혀진 듯한 장비의 목소리
-한국을 연상시키는 듯한 축구 발언 등
-색마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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